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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트프리트 벤 [Gottfried Benn ]
2019년 03월 12일 15시 20분  조회:2269  추천:0  작성자: 강려
독일의 시인·수필가. 자신이 ‘현대적’이라고 자부하였던 그는, 전후 독일의 젊은 세대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1912년에 전위적인 처녀시집 《시체공시소》를 발표하여 반향을 일으켰다.
만스펠트 출생. 아버지는 프로이센의 루터파(派) 목사였고, 어머니는 프랑스계(系) 스위스인이었다. 마르부르크대학에서 신학·철학을 공부하고, 이어 베를린의 군의학교에서 의학을 전공하고 졸업한 후 피부과·성병과 의사로서 베를린에 정주하였다.
그 동안 1912년에 전위적인 처녀시집 《시체공시소(屍體公示所) Morgue》를 발표하여 반향을 일으켰다. 제1차 세계대전에 종군하였으며, 그 때 단편 《의사 레네》(1916)를 썼다. 표현주의와 니체의 영향을 바탕으로 출발한 그는, 신화와 원초적 세계에 있어서의 자아(自我)의 상실과 도취를 노래하였다. 에세이 《신국가와 지식인》(1933)에서 니힐리즘 초극(超克)의 가능성으로서 나치즘을 찬양하였으나, 즉시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붓을 놓았으며, ‘망명의 귀족적 형식’을 선택하여 제2차 세계대전에 군의로서 참가하였다.
종전 후 1948년에 시집 《정학적 시편(靜學的詩篇) Statische Gedichte》을 발표하여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항상 자신의 태도를 ‘현대적’이라고 자부하였던 그는, 전후 독일의 젊은 세대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만년에 가까워지면서 더욱 해체(解體)와 몰락의 시대에 있어서 확실한 것이란 예술적 형식뿐이라고 주장하여, ‘창조의 환희’라는 초월성을 신봉하여 직업적 정열을 가지고 절대시를 추구하였다.
시작품으로는 위에서 말한 것 외에 《아들들》(1914) 《서정시집》(1917)이 있고, 수필에 《프톨레메이어》(1949) 《표현의 세계》(1949) 《3인의 노인》(1949) 등이 있으며, 자서전에 《이중생활》(1950)이 있다. 
[출처] 고트프리트 벤 [Gottfried Benn ] | 네이버 백과사전
 
 
 
시체공시소
 
 
 
작은 아스터꽃
 
익사한 술배달꾼이 테이블 위에 받쳐져 있다
누군가 그의 이빨 사이에
한 송이 짙은 연보라색 아스터꽃을 끼워 넣었군
긴 메스를 들고
피부 아래
흉곽에서부터
혀와 입을 잘라낼 때
그 꽃과 난 부딪쳤던 모양이군, 그럴 것이
꽃은 옆에 있는 뇌수로 미끄러져 내렸으니까
꿰맬 때
대패밥 사이 가슴 구멍 속으로
나는 그만 그 꽃을 싸 넣었네
네 꽃병 속에서 실컷 마시거라!
편안히 쉬거라!
작은 아스터꽃아!
 
 
 
아름다운 청춘
 
갈대밭에 길게 누워 있는 처녀의 입이
무엇엔가 갉아먹힌 듯 했다
가슴을 풀어헤쳐보자 식도에 구멍이 숭숭 나 있었다
급기야 횡경막 아래 으슥한 곳에서
새끼쥐들의 둥지가 나왔다
거기 한 작은 암컷이 죽어 나자빠져 있네
다른 쥐들은 간과 콩팥을 먹고 살며
찬 피를 빨아마시고
여기서 아름다운 청춘을 보냈지
시원스럽게 후다닥 그들도 죽어갔다
그들 모두 물 속에 던져졌는데
아, 그 작은 주둥이들의 찍찍거리는 소리라니!
 
 
 
순환
 
이름 모르게 죽어간,
한 창녀의 외로운 어금니는,
금니였다
나머지 이빨들은 조용히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 빠져 있었고
금니는 시체 치는 사람이 뽑아서
저당 잡히고 춤추러 갔다
왜냐하면, 그의 말인데,
흙만 흙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
 
 
 
혼자 있는 사람은
 
- 고트프리트 벤
 
혼자 있는 사람은 또한 신비 속에 있는 사람,
그는 언제나 이미지의 밀물 속에 젖어 있다.
그 이미지들의 생성, 그 이미지들의 맹아,
그림자조차도 불꽃을 달고 있다.
     
그는 모든 층을 품고 있고
사색에 충만하며 그것을 비축해 두고 있다.
그는 파멸에 강하며
남을 부양하고 짝을 맺어주는 모든 인간적인 것에 강하다.
     
대지가 처음과는 다른 것으로 바뀌는 것을
그는 아무 감동 없이 바라본다.
더는 죽을 것도, 더는 이루어질 것도 없이
조용한 형식의 완성이 그를 지켜 보고 있을 뿐.
 
<고트프리트 벤 시집 『혼자 있는 사람은』(이승욱 옮김, 청하, 1992)>
 
 
고트프리트 벤-절대시
「서정시의 제문제(Problem der Lyrik)」
 
그의 시는 표현주의 시조를 대표한다. 벤의 서정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서정시와 다르다. 우리는 서정시는 세계와 자아가 동일함이나 일체성을 갖는다. 자연을 내세우고 시적 주체의 동일시를 내세워 정서적인 동일시다. 세계와 소통가능하다. 그러나 벤은 서정시가 아니라 감정이나 정서, 주제와 구분되는 기예를 추구한다. 새로운 서정시의 진원지는 프랑스로 말라르메, 네르발, 보들레르가 중심이 되어 시작된다. 발레리, 부르통, 아라공 등 초현실주의에 이른다. 서정시는 독일, 앵글로 아메리카로 나아가서 영국의 엘리어트, 파운드 등이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인다. 이들은 형식이라는 틀 안에서 의식적으로 시를 만들어낸다. 독일의 표현주의 서정시운동, 마리네티의 미래파선언 역시 현대서정시의 문을 연 정초로 볼 수 있다.
벤은 현대시의 제문제를 두고 절대시 즉, 개인의 자아에 대해 시를 쓴다. 현대시의 기준은 기예이다. 기예는 체험으로부터 새로운 양식을 형성하려는 시도이다. 기예는 표현주의, 추상주의 반휴머니즘, 무신론, 反역사를 포괄한다. 현대시의 특징을 함축하는 말은 니체로부터 나온다. 니체는 기예를 다섯 개의 예술 감각에 깃들어 있는 정교함, 뉘앙스를 나타내는 손가락들, 심리적으로 병적인 상태, 연출의 진지함이라 표현한다. 자기의 내면 존재를 말로서 표현하고 정형화하는 것이다. 기예는 공작성과 창작성이다. 조작하지 않는 시는 시가 아니다.
현대시처럼 보이지 않는 시의 네 가지 징후는 다음과 같다. 첫째, 허구성이다. 허구처럼 등장한 죽은 자연과 내면화된 작가가 분리되거나 대립된다. 둘째, 직유의 사용이다. 이런 말은 환상 가운데 부서진 소리로 다가오는 것이지 원초적인 확정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직유는 산문에서 나온 말이다. 직유는 언어의 긴장감을 풀어지게 하고 창조적 변형을 약하게 한다. 셋째, 해맑은 톤 사용이다. 졸졸대는 샘물, 아름다운 밤, 고요, 밑도 끝도 없이 사라짐과 별 이런 말에 기대는 시는 현실에 대한 도피이고 독자의 감상을 노리고 값싸게 머리를 짜낸 시이다. 그러나 시인은 현실의 짐을 진 리얼리스트이다. 비의에 찬 장중한 것을 견실한 리얼리즘의 토대에 신중히 나누어주는 존재이다. 넷째, 색깔을 나타내는 말의 사용이다. 시에 색깔을 나타내는 어휘를 사용함으로써 정열적이고 풍부한 상상력을 나타낼 순 없다.
시의 생성 과정은 다음과 같다. 작가의 마음속에 창조의 싹이 생긴다. 작가는 말이라는 것과 씨름한다. 시는 시인을 매개로 나올 뿐 이미 완성된 텍스트를 갖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내면적으로 이끌려가는 순간이 오게 된다.
절대시를 쓰려면 시의 형식이 중요하다. 예술가는 형식이 없으면 안 된다. 예술가의 작업은 곧 형식이다. 내용으로부터 형식 속으로 빠져 들어간 것이 시이기 때문이다. 자기의 느낌을 의식하고 말로써 이를 형성하는 과정(라임이나 연의 배치와 같은 형식에 힘을 부여하는 과정)이 있어야 시가 이루어진다.
대상 어느 시이든 그 배우헤는 언제고 헤아릴 수 없는 작자가 서 있다. 그의 본질, 존재, 내적 상태, 대상조차도 시에서만 나타날 수 있다. 서정시인에게는 서정시인 자신밖에는 다른 대상은 없다.
릴케는 엘리어트, 말라르메의 대상에 대한 말을 빌려와 시와 인생, 시와 삶을 분리시켜서 절대시를 설명하려 한다.
서정시는 오직 말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말이 주도동기가 되어 변주를 이끈다. 짚신벌레의 조직체는 섬모로 이루어져 있는데, 인간 즉 시인의 몸이 섬모로 덮여 있다면 인간(시인)은 섬모로 말을 느껴서 시를 창작해야 한다고 한다. 시정자아가 말에 의해 도취, 충렬 되면 현실은 붕괴되고 돌파하여 자기 연소를 통해 자기가 사라진다. 이때 치명적 불빛이 나오는데, 한편의 시는 바로 치명적 등대이다. 결국 절대시를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1884년에서 1956년 <시체공작소>시집에서 보면, 죽음, 시체, 부패 이야기가 끌려 시를 쓴다. 1910년 이전에는 표현주의 시를 쓴다 표현주의는 독일의 회화에서 시작되어 프랑스 포미즘, 입체파로 번진다. 내면의 모습을 표현한다. 1933년에서 34년에 히틀러 집권기가 시작되고 지식인들이 처음엔 히틀러의 정체를 몰랐을 때 히틀러에게 친목한다. 사회주의면모만 보고 지지한다. 나중에 히틀러의 진실을 알고 반대한다. 이 사건은 벤 일생의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된다. 벤은 절대시를 쓴다. 삶을 예술로, 사회를 고립된 자아, 정제되고 밀폐된 사회, 희망 없고 고립된 자아에서 시를 쓴다. 절대시로 히틀러의 치욕을 벗어나려 한다.
벤은 절대시를 쓰게 된 동기가 치욕, 정치적 실수에 대해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삶과 떨어진 세계에서 무념무상, 욕망, 정치적 노선이 없는 상태에서 즉, 완전무결한 상태에서 시를 쓰려 했다. 그래서 절대시가 나온다. 삶과 예술은 선을 명확히 긋는다. 밀폐된 공간에서 시상 연구한다. 그러다보니 벤은 창작보다 기술이나 기예, 공작성, 운율, 형식, 말에 대해 언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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