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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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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창작론

김춘수 무의미시
2019년 03월 12일 15시 23분  조회:2107  추천:0  작성자: 강려
1920~1940년대~28세 1922년 11월 25일 출생 
11월 25일 경남 통영읍 서정 61번지(현 경남 통영시 동호동 61)에서 아버지 김영팔(金永八), 어머니 허명하(許命夏)의 3남 1녀 중 장남으로 출생.
 
 1929년 (8세) 진학 
통영 근처 안정의 간이보통학교에 진학하였다가 통영공립보통학교로 전학.
 
 1935년 (14세) 통영공립보통학교 졸업 
5년제 경성공립제일고등보통학교(4학년 때 경기공립중학교로 교명이 바뀜)에 입학.
 
 1939년 (18세) 자퇴 후 일본으로 감 
11월, 졸업을 앞두고 경기공립중학교 자퇴. 일본 동경으로 건너감.
 
 1940년 (19세) 4월, 동경의 니혼대학 예술학원 창작과에 입학.
 
 1942년 (21세) 12월, 니혼대학 퇴학 
(일본 천황과 총독정치를 비방, 사상혐의로 요코하마 헌병대에서 1개월, 세다가야 경찰서에서 6개월 간 유치되었다가 서울로 송치됨).
 
 1944년 (23세) 부인 명숙경(明淑瓊) 씨와 결혼.
 
 1945년 (24세) 통영에서 유치환, 윤이상, 김상옥, 전혁림 등과 통영문화협회 결성.
 
 1946년 (25세) 9월, [해방 1주년 기념 사화집]에 시 ‘애가哀歌’를 발표. 
통영중학교 교사로 부임하여 1948년까지 근무. 
조향, 김수돈과 함께 동인 사화집 [노만파(魯漫派)] 발간. 3집 발간 후 폐간됨.
 
 1948~1949년 (27세~28세) 8월, 첫 시집 [구름과 장미](행문사)를 자비로 간행. 
1949년 마산중학교로 전근, 1951년까지 근무.
 
김춘수 보충자료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6922&path=|462|570|&leafId=841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는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가을 저녁의 詩  
 
   
누가 죽어 가나 보다
차마 다 감을 수 없는 눈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 가는가 보다.
살을 저미는 이 세상 외롬 속에서
물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애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
그 누가 죽어 가는가 보다.
풀과 나무 그리고 산과 언덕
온 누리 위에 스며 번진
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아라.
정녕코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이 정한 목숨이 하나
어디로 물같이 흘러가 버리는가 보다.
 
 
갈대 섰는 風景  
 
    
이 한밤에
푸른 달빛을 이고
어찌하여 저 들판이
저리도 울고 있는가
낮동안 그렇게도 쏘대던 바람이
어찌하여
저 들판에 와서는
또 저렇게도 슬피 우는가
알 수 없는 일이다
바다보다 고요하던 저 들판이
어찌하여 이 한밤에
서러운 짐승처럼 울고 있는가
 
 너와 나  
 
  
맺을 수 없는 너였기에
잊을 수 없었고
잊을 수 없는 너였기에
괴로운 건 나였다.
그리운 건 너
괴로운 건 나.
서로 만나 사귀고 서로 헤어짐이
모든 사람의 일생이려니.
 
 
네가 가던 그 날은  
 
   
네가 가던 그 날은
나의 가슴이
가녀린 풀잎처럼 설레이었다
하늘은 그린 듯이 더욱 푸르고
네가 가던 그 날은
가을이 가지 끝에 울고 있었다
구름이 졸고 있는
산마루에
단풍잎 발갛게 타며 있었다
네가 가던 그 날은
나의 가슴이
부질없는 눈물에
젖어 있었다
 
물망초  
 
 부르면 대답할 듯한
손을 흔들면 내려올 듯도 한
그러면서도 아득히 먼
그대의 모습
하늘의 별일까요.
꽃피고 바람 잔 우리들의 그 날
날 잊지 마셔요.
그 음성 오늘 따라
더욱 가까이에 들리네
들리네......
 
 
부재
               
 
어쩌다 바람이라도 와 흔들면
울타리는
슬픈 소리로 울었다
맨드라미 나팔꽃 봉숭아 같은 것
철마다 피곤
소리 없이 져버렸다
차운 한겨울에도
외롭게 햇살은
靑石(청석) 섬돌 위에서
낮잠을 졸다 갔다
할 일 없이 세월은 흘러만 가고
꿈결같이 사람들은
살다 죽었다
 
김춘수-무의미시
 
김춘수는 관념에 대한 시를 쓴다. 플라토닉, 이데아를 표현하려 한다. 그러나 관념어를 표현할 언어를 찾지 못하고 관념 도피증이 생긴다. 그래서 관념시에서 무의미 시로 간다. 무의미의 시는 두 단계로 나누어진다. 서술적 이미지 즉 이미지를 서술한다. 이것은 이미지를 위한 이미지이다. 또는 비유적 이미지 즉, 은유이다. 여기에서 서술적 이미지는 대상이 있을 때 관념을 배제한다. 대상이 없을 때 김춘수는 대상이 있지만 있으면 안 된다고 한다. 대상을 놓치고 언어와 이미지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한다. 김춘수에게 초이미지나 탈이미지는 별 차이 없다. 김춘수는 무의식이 없다고 생각한다. 의식적으로 쓰되 무의미하게 쓰는 것이다. 언어와 언어의 배합과 충돌에서 그려지는 이미지, 그림자를 쓴다. 그러나 대상을 없애고 언어를 가지고 시를 쓰나 이미지가 있는 시가 된다. 그래서 그 의미를 지우는 시를 쓴다. 그러다보니 하나의 이미지를 또 다른 이미지로 지우고, 또 다른 이미지는 제 3의 이미지로 지운다. 그것이 반복된다. 대상이 없어졌다고 해도 의식이 자꾸 감시한다. 무의식적으로 시를 써도 대상과 이미지를 끊임없이 의식이 감지하여 의식이 비대해진다. 이때 허무해진다. 그러나 일반적 허무와 달리 끊임없이 나아가는 허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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