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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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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19)
2019년 07월 06일 14시 19분  조회:794  추천:0  작성자: 강려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19)
 
 
두번째 노래(5)
 
(5) 나는 늘 하던 산보를 하며, 날마다 좁은 길 하나를 지나가곤 햇다. 날마다 열 살짜리 날씬한 소녀가 동정과 호기심이 어린 눈꺼풀로 나를 바라보며, 거리를 두고 공손하게 이 길을 따라 내 뒤를 쫓았다. 그녀는 나이에 비해 키가 컸으며, 몸매는 호리호리했다. 머리 위에서 두 갈래로 갈라진, 검고 풍성한 머리칼은 따로따로 대리석 같은 어깨 위로 땋아 내려져 있었다. 어느 날은, 그녀가 평소처럼 나를 따라오고 있었는데, 한 여성 주민의 근육질 팔이 그녀의 머리칼을 마치 회오리바람이 나뭇잎을 휘어잡듯 휘어잡아, 그 당당하고 말없는 빰을 난폭하게 두 번 때리고는, 이 넋 나간 의식을 집으로 데려갔다. 나는 무관심한 척하였으나 부질없는 짓이었다. 그녀는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때 아니게 나타나 나를 따라왔다. 내가 길을 계속 걸어가다가 다른 길로 접어들 때는, 그녀는 격렬한 노력으로 그 좁은 길의 끝에 침묵의 동상처럼 요지부동으로 멈춰 서서, 내가 사라질 때까지 그치지 않고 자기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번은, 이 소녀가 길에서 나를 따라잡더니, 발꿈치가 닿을 정도로 앞서가는 것이었다. 내가 그녀를 추월하려고 거의 뛰다시피 하였다. 그러나 내가 걸음을 늦추어 그녀와 나 사이를 크게 벌려 충분한 간격을 두려 하면, 그녀 역시 걸음을 늦추고, 어린애다운 귀염을 띠는 것이었다. 그 길의 끝에 이르자, 그녀는 내 통행을 막는 식으로, 천천히 몸을 돌렸다. 나는 몸을 빼낼 시간이 없어서 그녀와 얼굴을 마주보게 되었다. 그녀의 눈을 빨갛게 부어 있었다. 나는 그녀가 내게 말을 걸고 싶은데, 어떻게 걸어야 할지 알지 못한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아차렸다. 그녀는 갑자기 시체처럼 창백해져서 내게 물었다. "지금 몇 시인지 말씀해주시겠어요?" 나는 시계를 차고 있지 않다고 말해주고 재빨리 달아났다. 불안하고 조숙한 상상력을 지닌 아이야, 너는 그날 이후로 그 좁은 길에서, 무거운 샌들로 구불구불한 갈림길들의 포도를 고통스럽게 밟아 울리던 그 신비스러운 젊은이를 다시 보지 못하였다. 이 불타는 혜성이 네 낙담한 관찰의 정면에 열광적인 호기심의 슬픈 대상처럼 나타나 빛나는 일은 이제 더는 없을 것이며, 너는 그 사람을 자주, 너무 자주, 아마도 날마다 생각할 터인데, 그 사람은 지금 이 삶의 악에 대해서도, 선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않는 것 같았고, 무섭도록 사색이 된 얼굴, 곤두선 머리칼,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운명의 가차없는 제설기에 몰려, 온 공간의 거대한 영역을 가로질러, 끊임없이 몸부림치는 희망의 피 흐르는 먹이를 거기서 찾기라고 하려는 듯, 에테르의 아이러니한 물속에서 두 팔을 맹목으로 허우적거리며, 무턱대고 가고 있었다. 너는 나를 이제 만나지 못할 것이다! --- 누가 알랴? 필경 이 소녀는 겉에 드러나는 그대로가 아니었다. 순진한 외피 밑에 그녀는 필경 거대한 술책과 열여덟 해의 무게와 악덕의 매력을 숨기고 있었다. 사랑을 파는 여자들이 영국의 섬들에서 희희낙락 망명하여 해협을 넘는 것이 보였다. 그녀들은 날개를 반짝이며, 금빛 벌떼를 아루어, 파리의 불빛을 받아 선회하였다. 당신은 그녀들을 알아보고서 말했다. "하지만 아직 어린애들이다 열 살이나 열 두살을 넘지 않았다." 실제로는 스무 살이었다. 오! 이렇게 추론하면, 이 어두운 길의 모퉁이들은 저주를 받은 것이로다! 무섭다! 무섭다! 거길 지나가는 것이. 나는 소녀가 제 직분을 충분히 민완하게 수행하지 않아서 그 어머니가 소녀를 때렸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어린애에 지나지 않았을 수도 있으며, 그대는 어머니의 죄가 더 큰 것이다. 나는 가정에 지나지 않는 이 추론을 믿고 싶지 않으며, 이런 낭만적인 성격이라면, 너무 일찍 베일을 벗는 영혼을 사랑하는 쪽이 더 좋다---- 아! 아느냐, 소녀야, 언젠가 내가 이 좁은 길을 다시 지나가더라도,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네게 충고한다. 그러다간 값비싼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 벌써 피와 증오가 끓는 물결처럼 내 머리로 솟구친다. 나는 내 동류를 사랑할 만큼은 충분히 관대하다! 아니다, 아니다! 나는 내가 태어난 날부터 그러기로 결심했다! 그들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들은! 내가 어느 인간 존재의 더러운 손을 만지기도 전에, 세계들이 파멸하고, 화강암이 한 마리 가마우지처럼 물결 이는 수면 위로 미끄러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뒤로--- 뒤로 물려라! 이 손을!---- 소녀야, 너는 천사가 아니며, 결국 너는 다른 여자들처럼 될 것이다. 아니다, 아니다, 네게 애원한다. 내 찌푸린 사팔뜨기 눈썹 앞에 더는 나타나지 말라. 어느 미망의 순간에, 나는 네 두 팔을 붙들어 세탁한 속옷의 물기를 짜내듯 비틀거나, 마른 두 개비 장작처럼 우지끈 부러뜨리곤, 완력을 써서 네게 그걸 먹일지도 모른다. 나는 내 두손으로 네 머리를 부드럽게 잡고, 그 무죄한 뇌엽에 내 탐욕스러운 손가락을 찔러넣어, 평생토록 끝나지 않는 불면에 시달리는 내 두 눈을 씻는 데 효과적인 지방을, 입술에 미소를 머금고, 추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바늘로 네 눈꺼풀을 꿰매어, 천지의 조망을 네게서 빼앗고, 네 길을 찾기에 불가능한 지경에 너를 몰아넣을 수도 있을 것이다. 네게 안내자가 되어줄 사람은 내가 아니다. 나는 처녀인 네 몸을 내 강철 팔로 들어올려, 네 두 다리를 잡고, 투석기처럼 내 주위로 너를 내돌려 가장 큰 원주를 그려 힘을 모으고는 너를 담벼락에 내던질 수도 있을 것이다. 피가 방울방울 한 인간의 가슴에서 솟아나와, 인간들을 두렵게 하며, 그들 앞에 내 악독함의 예를 보여주리라! 그들은 쉬지 않고 제 살을 한 조각 한 조각 떼어내리라. 그러나 핏방울은 똑같은 자리에 지워지지 않고 남아서, 무슨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리라. 안심하라. 나는 내 반 다스의 하인들에게 네 육체의 존경할 만한 잔해를 지키고, 아귀 들린 개들의 허기로부터 그것을 보호하라고 명령할 것이다. 필경, 몸은 익은 배처럼 성벽에 눌어붙어, 땅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개들은, 누가 지키지 않는다면, 훌륭한 도약을 완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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