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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의 현대적 개념【퍼온 글】
2021년 05월 19일 18시 14분  조회:1353  추천:0  작성자: 강려
원문 출처

https://cafe.daum.net/geumchunmunin/CV32/1617?q=현대은유문법

은유의 현대적 개념

1.상호작용으로서의 은유

현대에 와서 은유란 전통적 자리바꿈의 전이나 대치나 비교나 꾸밈만 아니라 원관념과 보조관념의 단어나 문맥들이 상호작용
또는 충돌하여 새로운 제3의 의미나 정서를 드러내는창조적 작업으로 해석하고 있다.
 
비유사성에 의한 폭력적인 전이, 대치도 가능하다는 관점이다.
 
2.리처즈의 주지와 매체의 상호충돌

상호작용의 논리는 리처즈가 은유를 주지와 매체의 관계로 설명하면서 이 둘의 상호충돌을 강조하는데서 시작하고 있다.
 
은유의 진정한 의미는“하나님 당신은 놋쇠항아리다”(김춘수의 ‘나의 하나님’)에서 보듯이 하나님과 놋쇠항아리는 유사성의 관계가 아니라 비유사성의 상호 충돌해 새 의미와 정서를 자아냄 말한다.
 
그는 같은 은유라 할지라도 좋은 시와 나쁜 시를 구별하는 기준으로 경험의 포괄과 배제를 내세운다.
이질적인 경험의 이미지를 포괄하는 시가 좋은 시이다.
 
부서져라, 부서져라, 부서져라
차디찬 잿빛 바위 위에, 오 바다여!
솟아오르는 나의 생각을
나의 혀로 토로해 주었으면
— 테니슨의 「부서져라, 부서져라, 부서져라」에서
 
너는 죽으려고 태어나지 않았다.
불사조여
어떠한 굶주린 세대도 너를 짓밟아 죽이지는 못하였다
이 깊어가는 밤에 내가 듣는 저 소리는
옛날 제왕과 촌부의 귀에도 들렸을 것이다
— 키이츠의 「나이팅게일을 위한 오드」에서
 
앞의 시는 주로 바다를 소재로 하여 떠나간 사람에 대한 애상을 적고 있는데 그 소재는 차디찬 잿빛 바위 바다, 파도 등 주로 일상적인 경험들(동질적인 경험)의 사물들, 유사한 사물들만을 동원하여 단조로운 정서를 보여주고 있다.
 
뒤의 경우는 비록 같은 낭만파 시인의 시지만 나이팅게일의 울음소리에 대한 상상을 “어떤 굶주린 세대도 너를 짓밟아 죽이지 못하였다” “옛날 제왕과 촌부의 귀에도 들렸을 것이다” 등은 나이팅게일과는 매우 이질적인 매체의 사물들을 은유로 포괄하여 생소한 충돌이 보다 시적인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나의 본적은 늦가을 햇볕 쪼이는 마른 잎이다.
밟으면 깨어지는 소리가 난다
나의 본적은 거대한 계곡이다
나무 잎새다.
— 김종삼의 「나의 본적」에서
이 시의 주지(원관념)은 ‘나의 본적’이다.
본적의 의미는 호적상의 어떤 장소가 아니고
‘햇볕 쪼이는 마른 잎’ ‘거대한 계곡’ ‘나무 잎새’라는 것이다.
나의 본적의 의미는 마른 잎과 계곡과 나무 잎새라는 비교적 비유사성의 은유로 충돌되어 인간 존재의 근원은 자연이다.
 
3.긴장관계의 은유
테이트는 좋은 시는 내포와 외연가 가장 먼 양극에서 모든 의미를 통일한 것이라고 하면서 텐션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텐션은 시 속에서 발견되는 서로 모순되는 것 같은 두 요소가 가장 알맞게 조화를 이룰 때 좋은 시가 된다는 것이다.
 
우리 두 마음은 하나이므로
나는 가야 하지만, 또한 한 몸이어서
두 쪽으로 쪼개는 것이 아니라 늘이어 놓네
마치 금이 공기처럼 얄팍하게 늘어나듯이
- 존던의 「애도를 금하는 고별의 노래」
이 시는 ‘마치 금이 공기처럼 얄팍하게 늘어나듯이’란 시구가 텐션있는 이미지이다.
이 시구의 은유에 보조관념 금은 물질로서 테이트가 말하는 외연이며 물질이기 때문에 공간적으로 유한한 것이다.
내포적 의미는 ‘연인들의 영적관계’을 의미하며 그것은 정신이기 때문에 무한한 것이다.
상반된 먼 자리에 있는 두 관념, 즉 외연과 내포를 연결하는 것을 기상(奇想)이다.
기상이란 원래 기발한 착상이란 뜻으로 겉보기와는 전혀 다른 두 물건이나 상황을 결합하여 정교한 비유의 관계를 형성하는 시어법이다.
 
존슨은 기상을 한마디로 조화로운 부조화, 상이한 이미지들의 결합, 가장 이질적인 관념들의 폭력적인 결합이라고 하였다.
 
두 개의 충실한 분수
두 개의 걸어가는 목욕탕, 두 개의 우는 동작
휴대용으로 압축된 대양(大洋)들
- 크래쇼의 「성 막달라 마리아」
예수 앞에서 참회하는 막달라 마리아의 눈물이 글썽이는 두 눈물을 표현한 것으로 과장된 감이 있으나 기발한 발상이다.
 
4.투쟁의 원리와 은유
휠라이트는 투쟁적 삶의 원리와 긴장언어의 상호관계를 말한다.
모든 생명의 유기체들은 상반되는 두 힘의 지속적이며 다양한 싸움을 겪고 있고, 그러한 싸움 없이는 유기체와 생명은 죽어 없어진다.
.
인간의 삶은 두 가지 상반된 끌림 사이에서 배회하는 것이다.
디오니소스적 상황에서 아폴로적 비전을 추구하며
때로는 그 반대일 경우도 있다.
이처럼 휠라이트는 삶의 원리를 투쟁의 원리로 보고
시도 은유도 투쟁을 통한 긴장의 언어가 된다고 하였다.
긴장 언어는 바로 의미론적 긴장을 지향하며
그것은 사물의 리얼리티를 표출하는 인간의 근본적 활동이다.
 
긴장 언어의 기본단위가 이미지, 은유, 상징의 형식으로
시어의 독자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허름한 처마 아래서 밤
열두시에 나는 죽어
나는 가을
비에 젖어 펄럭이는 질환이 되고
한없이 깊은 층계를
굴러 떨어지는 곤충의 눈에 비친 암흑이 된다.
두려운 칼 자욱이 된다.
— 이승훈의 「사진」에서
사진에 대한 인상을 죽어서 ‘가을비에 펄럭이는 질환’ ‘곤충의 눈에 비친 암흑’ ‘두려운 칼 자욱’이 된다는 것이다.
사진의 일상적인 해석과는 무관한 질환과 칼 자욱이 등장하는가 하면, 비에 젖어 펄럭이는 질환이라는 극히 비현실적인 어휘를 구사함으로써 독자를 당황하게 한다.
이들 어휘나 시행은 대립과 모순으로 인한 투쟁과 긴장을 강하게 고조시키고 있다.
 
은유의 상호작용설은 그밖에 부룩스의 파라독스와 아이러니 등으로 확대되었으며 러시아 형식주의에서는 낯설게 만들기 전경화이다.
 
충돌과 긴장과 역설과 반어와 일탈의 개념들은 시에 대한 은유의 새로운 관심과 분석적 이론들을 영미 계통의 이미지즘이나 신비평이라 한다.
 
은유의 현대적 종류
1.문맥적 은유
맥스 블랙은 은유의 상호작용론을 보다 확장된 해석을 하였다.
비유의 방식을 세가지로 분류하여.
첫째 문자 그대로의 표현을 다른 낱말로 대신하는 대치론,
예) 키다리를 ‘전봇대’, 그녀의 얼굴을 ‘보름달’.
둘째 비교론인데
‘그는 부처와 같다’, ‘그는 부처다’와 같이 의미를 한정
셋째 상호작용론, 대치나 비교의 관점이 단어와 단어 간의 축어적인 번역 이상의 것을 제공하지 못한다고 비판하며,
은유는 한 작품 전체에서 주 주제(초점)과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보조 주제들(틀)의 상호작용에 의해 의미를 생성해내는 것이다.
블랙의 상호작용론은 단어에서 문장으로 넓힌 것이다.
 
“나는 그에게서 떨어져서 혼자 서보려 했지만 터널을 지나는 기차처럼 맹렬한 기세로 통증이 돌아왔다.”
그레이엄그린의 <조용한 미국인>에서
다리가 부러진 병사가 적에게 도움을 받을 때의 통증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다.
 
2, 이야기 은유
리꾀르는 해석학적 견지에서 언술(담화)의 차원으로 확대한다.
은유를 사용하는 문학은 일차적 의미보다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려는 의미론의 차원에서 취급되어야 한다고 했다.
 
의미 혁신은 은유의 경우 낱말에서 발생하는 게 아니라,
문장, 술부에서 발생한다.
은유가 술부에서 발생하는 것은
현실을 새롭게 그리는 상상력의 동원을 말한다.
 
수사학에서 특정 어휘는 새로운 의미를 지니지만.
은유의 차원에서는 문장 전체가 새로운 뜻을 지닌다.
“이야기를 이해하는 것은 은유를 푸는 해석 행위다.
꾸민 이야기는 거대한 은유다.”라고 했다.
 
“천국은 마치 좋은 진주를 구하는 장사와 같으니 극히 값진 진주 하나를 발견하매 가서 자기의 소유를 다 팔아 그 진주를 사느니라”
성경에 나오는 천국에 대한 이야기 비유다.
‘천국은 좋은 진주를 구하는 장사’라는 것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자기의 소유를 다 팔아 그 진주를 사느니라’라는 술부의 은유를 함께 이해할 때 온전한 이해가 된다.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광섭,〈저녁에〉전문
 
문장 전체를 읽어야 화자의 의미를 만날 수 있다.
저녁이면 무수한 별들이 보인다.
나에게만 특별히 관심 가는 별이 있다.
나에게만 특별히 관심 가는 별이 무엇일까.
연인, 꿈, 진리, 화자가 특별하게 의미를 두는 어떤 것이다.
그런 별은 밤이 깊을수록 점점 더 선명해진다.
내가 있는 곳이 점점 더 어두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너와 나의 만남은 천재일우 바로 운명적인 만남,
마침내 완성된 영원한 만남이기를.
 
3, 담론적 은유
후루쇼프스키도 '담화'로서의 은유를 강조한다.
은유는 텍스트의 연속체 안에서 변화하는 역동적 의미체이다.
 
은유의 의미를 독자의 지식수준, 텍스트의 시점과 발화 양상, 그리고 독서와 해석이 현실적 문맥과 어떤 관련을 맺는가 하는 작가 텍스트 독자 간의 관계에서 해석하는 통합적 의미론이다.
독자의 상상력을 대폭 허용하는 입장을 취한다.
 
막 이삭 패기 시작한 수숫대가
낮달을
마당 바깥쪽으로 쓸어내고 있었다
아래쪽이 다 닳아진 달을 주워다 어디다 쓰나
생각한 다음날
조금 더 여물어진 달을
이번엔 洞口 개울물 한쪽에 잇대어
깁고 있었다
그러다가 맑디맑은一生이 된
빈 수숫대를 본다
단 두 개의 서까래를 올린

속으로 달이
들락날락한다
-장석남, 달과 수숫대 -"貧"
결실이 가까운 수숫대가 빈약한 낮달을 처음엔 소홀히 했었다.
좀 여물어진 달을 개울물로 채우기 했다.
비운 것을 가득 채워주는 수숫대의 맑은 일생,
달은 두 개 서까래 같은 수숫대 사이 들락날락하는 존재다.
초승달과 보름달, 이삭 패기 시작한 수숫대와 빈 수숫대,
수숫대는 달을 쓸며 존재한다는 고즈넉한 이야기 은유다.
달과 수숫대의 은유적 상호작용이 텍스트 텍스트를 넘어 인생과 자연으로 확장되어 있다.
 
은유의 현대적 기능
은유와 의미 옮기기
1.의미란 무엇인가
의미(意味)란 말이나 글 그리고 사물 행위 현상이 지닌 뜻이다.
인간의 언어는 의미를 지닌 그릇이고 의미를 대신하는 기호다.
의미는 가치 관념 사상 생각 감정 현상 진리 등이다.
이렇게 중요한 것이 의미지만 의미는 완전무결한 것이 아니다.
 
의미설을 보자면.
지시설-언어표현의 의미가 그 표현이 지시하는 대상물이다.
‘개’ 어휘의 의미는 실제로 대상물 ‘개’라는 것이다.
개념설⦁심적영상설(心的映像說)-어떤 표현에 접하였을 때 마음속에서 떠올리는 영상이 표현의 의미라는 것이다.
심적 영상은 사람마다 다르다.
용법설⦁맥락설-문장의 맥락 안에서 사용되는 현상, 그 사용에 의해서 결정되는 국면이다.
 
2.의미의 전이 전치 대치 옮기기
내 마음은 호수요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마음이란 기존 언어를 호수로 전이시켰다.
언어란 어떤 사물을 지정하는 것으로 안다.
마음은 인간의 심리상태다.
이를 사전적 개념 문자적 개념이라 하고
과학에서는 이런 고정적 어법을 사용한다.
마음의 고요함 흔들림 감수성 등은 호수와 같다.
시인은 “내 마음은 호수요” 라고 원래의 개념을 이동시켰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도 그렇다.
절대신 여호와와 양치기 인간 목자는 이질적이지만
그 역할의 일면에서는 인도자란 공통점이 있다.
 
3.관념어와 사물어의 전이 네 방법
전이의 방법을 의미론적 차원에서 볼 때
추상어와 구체어, 관념어 사물어 간의 전이로 설명한다.
① 구상적 이미지가 다른 구상적 이미지로 전이되는 경우
② 추상적 관념이 구상적 이미지로 전이되는 경우
③ 구상적 이미지가 추상적 관념으로 전이되는 경우
④ 추상적 관념이 다른 추상적 관념으로 전이되는 경우 있다.
 
(1) 사물어에서 사물어로
낙엽은 나비가 되고
나비는 가난한 불꽃
새벽이슬
비탈진 언덕의 개나리
빙하기의 공룡 발자국
여자의 아린 눈물
가시 돋힌 흑장미
에덴의 처음남자
 
(1)의 시는 구상적 사물이 다른 구상적 사물로 전이 형식이다.
낙엽은 나비로, 나비는 불꽃, 이슬, 개나리, 발자국, 눈물, 흑장미, 남자로 전환하면서 의미의 전환을 모색한다.
 
(2) 관념에서 사물어로
의식은
한 마리 작은 산새
톱니 같은 부리와
羽毛의 날개를 단
무색투명한 어둠 속의 새
무성한 여름날엔
나무가지 잎새 속에 숨어 살면서
까칫까칫 잎새마다 구멍을 뚫다가
목말라,
목말라,
구멍을 뚫다가
홍윤숙 「한 마리 작은 새」에서
 
(2) 첫 행과 둘째 행에서 추상적 관념이 구체적인 사물 이미지로 전이된 경우다.
의식이란 추상어가 한 마리 작은 산새’라는 구체적 사물어로 새롭게 명명되고 있다.
대부분의 시들은 (1)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애매하고 막연하고 불가시한 의미를 가시적 감각적인 사물 이미지로 애매한 의미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3) 사물어에서 관념어로
비는 하나씩 불안을 벗어 던졌어
비는 하나씩 인습을 벗어 던졌어
비는 하나씩 속력을 벗어 던졌어
비는
그날
떨어지던 모체 이후
마음을 비비는 순간
보다 생활을 얹는 시간으로
꿈을 꿰는 감동
보다 시계를 보는 형안으로
헤엄치는 머리속 질주
보다 만지는 손가락의 정착으로
놓여나는 신경의
分子.
김지향 「비는」에서
(3)이나 (4)의 시에서처럼 구체적인 사물어를 관념으로 바꾸거나 아예 관념을 관념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있다.
(3) ‘비’라는 사물 이미지를 불안 인습 속도와 관련 짓고 꿈을 꿰는 감동’, ‘머리 속 질주’, ‘신경의 분자’ 등 관념적 비유어로 전이시키는데
구체적 사물의 의미를 추상적 의미로 확산하고 있는 경우다.
 
(4) 관념어에서 관념어로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당신은 늙은 비애(悲哀)다.
푸줏간에 걸린 커다란 살점이다.
시인(詩人) 릴케가 만난
슬라브 여자(女子)의 마음속에
갈앉은 놋쇠 항아리다.
손바닥에 못을 박아 죽일 수도 없고
죽지도 않는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당신은 또 대낮에도 옷을 벗는
어리디 어린 순결(純潔)이다.
삼월(三月)에 젊은 느릅나무 잎새에서 이는 연둣빛 바람이다.
김춘수의 <나의 하나님>
 
(4)의 경우 “하나님, 당신은/ 늙은 비애(悲哀)다” “어리디어린 순결이다”에서 하나님이란 관념어가 늙은 비애라는 관념어로 어리디어린 순결로
하나님-비애, 순결의 형식으로 관념에서 다른 관념으로 전이된다.
관념적 언어로 전이될 경우
그것은 의미의 확장이란 장점은 있지만
의미의 확실성이란 측면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현대시에서 특히 일부 모더니즘시의 난해성이 여기에 있다.
이는 이 시에서 하나님을 놋쇠 항아리나 연둣빛 바람으로 은유화한 것과 비교해보면 더욱 난해성의 정도가 분명해진다.
 
은유와 의미 만들기
1. 문학의 창작 또는 창조와 은유
문학에서 창작이란 무엇인가.
창조가 신이 무에서 유의 세계를 만들내는 의미로 쓰인다.
문학은 기존 이야기를 새 방식으로 재창조를 창작이라한다.
예술적 창작도 새 방식으로 새로 고쳐진 의미를 창조라 한다.
 
창조든 창작이든 모두 은유에 의해 의미의 확대나 축소나 이동이 비롯된다.
 
2.의미의 축소와 확대
축소 은유는 두 기호의 공통 특성만 부각시키고 다른 부분은 숨기는 약점이 있다.
“내 마음은 호수요”라고 하면,
마음이라는 넓은 의미의 세계가 호수라는 의미로만 한정된다.
 
은유에 의한 이해와 지식은 전체적인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기는 하지만 의미가 축소되고 한정적이다.
 
의미의 축소 변형의 대표적인 경전이 바고 성경이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도 그렇다.
원래 전지전능하시고 무소부지하신 하나님인데
목자 하나님이라고 하면 구체적 하나 의미로 너무 축소되었다.
 
목자 하나님, 아버지 하나님 등의 은유는 기독교 신자들에게 절대자를 목자나 아버지로 축소하여 하나님과 쉽게 소통하게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경우도 자신을 인자, 생수, 생명의 떡, 세상의 빛, 양의 문, 선한 목자, 부활과 생명, 길과 진리와 생명, 포도나무 등의 은유로 의미를 축소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다양하게 드러냈다.
은유적 치환을 통하여 그 의미와 가치가 새롭게 발굴된다.
 
새로운 지식이란 같은 대상일지라도
낡은 은유적 인식에서 새로운 은유적 인식으로 바뀐다는 뜻.
은유의 망상조직이 바로 무한히 확대되는 지식의 세계이다.
신체의 일부분을 가리키는 용어인 ‘손’이
‘손이 필요하다(노동력)’ ‘손을 봐줘야겠다(위해)‘
’손이 크다(씀씀이)‘ ’손을 내밀다(도움)‘와 같이 확대된다.
 
의미의 이동
단어의 의미만 변하는 현상이다.
역사 사회 심리 등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역사적으로 중세 국어의 ‘어엿브다’는 ‘불쌍하다’의 뜻이었다.
근대에 이르러서 ‘아름답다’의 의미로 바뀌었다.
 
사회적으로 팔찌는 장식품인데 수갑의 뜻도 된다.
심리적으로는 죽다가 돌아 가다로, 내외가 부부로, 배우(재주꾼)가 스타로, 수작(술잔을 주고받음)이 말을 주고받음으로 이동한다
.
⓵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당신은 늙은 비애(悲哀)다.
푸줏간에 걸린 커다란 살점이다.
시인(詩人) 릴케가 만난 슬라
브 여자(女子)의 마음속에 갈앉은 놋쇠 항아리다.
-김춘수의 <나의 하나님>에서
 
⓶낙엽은 나비가 되고
나비는 가난한 불꽃
새벽이슬
비탈진 언덕의 개나리
빙하기의 공룡 발자국
여자의 아린 눈물
홍문표 「낙엽은 나비가 되고」에서
⓵ 시에서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을 늙은 비애(悲哀)다 놋쇠 항아리다 라고 은유적 전이를 시도한 것은
본래의 의미를 축소한 것이다.
 
⓶의 시에서 낙엽을 나비로 의미의 이동이라고 하겠지만
나비를 불꽃 새벽이슬 개나리 공룡발자국 눈물 등의 은유 이미지로 한 것은 나비의 의미를 무한히 확장의 가능성 보인다.
 
은유는 본래의 개념을 변형 축소 확대를 통해 구체적으로 사물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새롭게 세계를 창조한다.
 
오르테가는 "은유는 인간의 가장 다산적인 잠재력이다 했다.
은유는 인간이 지닌 조물주의 능력, 즉 창조의 능력이다.
신은 인간에게 말할 수 있는 능력을 주셨다면 인간은 은유를 통해 말을 즐길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3.의미의 투사와 동화와 동일시
투사는 자신이 받아들일 수 없는 생각이나 욕망 등을
다른 사람, 외부 환경적인 이유 때문이라 생각한다.
 
시인은 자아와 갈등의 관계인 세계를
자아의 욕망, 가치관, 감정에 맞게 만들어 동화를 이룬다.
 
① 노래도 바람도 아닌
괴이한 소리 따라
산을 넘어가고 있노라면
뒤에서 부르는 소리 있어
돌아다 보면 아무도 없는데
내가 이고 가던 하늘이
저 나뭇가지에 걸려 신음하고 있다
— 최선령의 「다리를 건널 때」에서
 
② 내가 당신의 자녀가 되는 것은
아슬한 봉우리
휘날리는 깃발
가을 하늘에 덩그렇게 빛나는 결실
바로 추수군의 얼굴입니다
홍문표의 「내가 당신의 자녀가 되는 것은」에서
① “내가 이고 가던 하늘이/저 나뭇가지에 걸려 신음하고 있다”는 하늘이 신음한다는 것이 그 골자다.
하늘이란 우주적 사물이 신음(심리적 현상)으로 동화된 것이다.
 
② ‘나’ 또는 ‘당신의 자녀’라는 인격적 자아가 봉우리, 깃발, 열매, 얼굴이라는 사물로 투사되고 있다.
투사와 동화를 통해서 기존의 의미를 해체, 보완하면서 무한한 창조의 하늘로 비상한다.
 
현대 은유의 문법
은유의 문법;서술형 은유
(1) 문장의 기본 문법
문학문장이나 일반문장이나 모두 소통의 공통규칙(단어와 문장 배열 문법적 규칙)은 동일해야한다.
 
5언 9품사 7성분
긴 작품도 주어+술어라는 기본적인 단문들이 모인 것이다.
문법은 단문의 구성과 기능에 대한 규칙이다.
 
단어는 의미·형태·기능에 따라 명사, 대명사, 수사, 동사, 형용사, 관형사, 부사, 조사, 감탄사의 9품사로 나누고,
 
품사는 역할에 따라 체언, 용언, 수식언, 관계언(조사), 독립언(감탄사) 등 5언으로 구분하며,
이들을 문장의 구성 부분에 따라 주어 서술어 목적어 보어 관형어 부사어 독립어 등 7성분(구성부분)으로 나눈다.
 
체언(體言)은 관형어 + (명사, 대명사, 수사) + 조사가 붙어
주어 서술어 목적어 보어 관형어 부사어 독립어 등
문장의 뼈대구실을 한다.
 
우리가 이겼다.
('우리' + 주격 조사 '가' → 주어)
우리는 이제 중학생이다.
('중학생' + 서술격 조사 '이다' → 서술어)
그가 나를 이겼다.
('나' + 목적격 조사 '를' → 목적어)
 
용언(用言)은 동사, 형용사, 보조용언(보조동사, 보조형용사)으로 어미변화를 통해
동작이나 작용, 성질이나 상태 등을 서술한다.
그는 밥을 든든히 먹었다(용언=서술어=동사)
그는 밥을 든든히 먹어 두었다(용언=서술어=동사+보조동사)
 
수식언(修飾言)은 체언을 수식하는 관형사와 용언을 수식하는 부사로 그 뜻을 꾸미거나 한정한다.
 
철수의(관형어) 동생이 밥을 많이(부사어) 먹는다.
 
(2) 우리말 문법과 은유의 문법
은유는 사물을 대신한 이미지로 대부분 명사다.
명사는 체언으로 주어 서술어 목적어 보어 관형어 등 문장 구성의 부분 역할을 하게 된다.
1) 나비는 곤충이다-일반문장(나비+곤충=인접관계)
2) 나비는 꽃이다-은유문장(원관념=나비, 보조관념=꽃, 이질관계)
3) 내 마음은 호수요-은유문장(원관념=마음, 보조관념=호수)
4) 마음은 호수가 아니오-은유문장
5) 나는 호수인 그의 마음을 좋아한다.-은유문장
6) 호수의 마음이 그녀의 마음이다-은유문장
7) 나는 호수인 그의 마음에 눈을 돌렸다.-은유문장
 
1)을 제외하고는 모두 은유가 포함된 문장이다.
2) 나비는 이질적인 꽃으로 전이된 것인데 이것이 바로 은유
4)는 보어, 5)6)7)은 관형어가 되어 호수라는 이미지(보조관념)로 드러내고 있다.
 
(3)브링크만의 명사은유와 품사
브링크만도 명사은유는 모든 품사들과 결합하여 다양하게 은유를 드러낸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은 경우를 들고 있다.
 
‘이다’란 서술격 조사를 품은 은유
- 그녀는 한 마리 나비이다.(서술어)
사역동사의 형태로 된 조사를 품은 은유
- 그는 이리가(보어) 되었다.
동격 혹은 관계절을 품은 은유
- 장미꽃(관형어)인 그 소녀
돈호법 또는 호격조사를 품은 은유
- 오오, 나의 등대여!(주어)
소유격조사를 품은 은유
- 질투의(관형어) 불꽃, 슬픔의(관형어) 강
다른 구문 속의 소유격으로서의 은유
-악마의 무리인, 형태 없는 저 불꽃의(관형어) 말들
동사를 품은 은유
- 나르는(관형어) 꽃(나비)
형용사를 품은 은유
- 슬픈(관형어) 달
부사를 품은 은유
- 헐떡거리며 부는(관형어) 바람
문법적 분석은 은유도 일반문법을 따른다는 것이다.
 
(2) 서술형 은유, “A는 B다”형 은유
문장의 가장 기본형식은
첫째는 “무엇은 무엇이다”와
둘째는 “무엇이 어떠하다“의 두 형식이다.
전자는 사물의 의미나 개념을 정하는 것이고
후자는 사물의 상태 성질 동작 등을 말하는 형식이다.
 
명사가 다른 명사로 전이되는 은유문장의 경우
그 대표적인 문법은 “A는 B다”라는
“내 마음은 호수요”라든지 “나비는 꽃이다.”라는 은유적 표현은 결국 “무엇은 무엇이다”라는 주어+서술어의 문장인데
 
이상은
아름다운 꽃다발을
가득 실은
쌍두마차였습니다
현실은
갈갈이 찢어진
두 날개의
葬送의 만가였습니다
아하!
내 청춘은
이 두 바위틈에 난
고민의 싹이었습니다
- 김용호 「싹」
전형적인 “A는 B다”형이다.
이상은 쌍두마차다, 현실은 장송의 만가다, 청춘은 고민의 싹이다 라는 은유의 문법이다.
 
“A는 B다”의 단순한 문장의 은유라면 단순은유라 하겠지만
“A는 B다, C다, D다” 확장될 때는 이를 확장은유라고 한다.
 
아아 나는 이제 숯이요 물이요 불이요 그 모든 것
나는 이제 술이요 물이요 불이요 예언자요
심판자요 피도 눈물도 오줌이요 똥이요
송미자요 강철주요 김성성이요 박경님이요......
그 모든 것이다.
-<박남철 ,조용한 목소리>-
 
“A는 B다”형에서 ‘B다’의 경우
서술격 조사 ‘이다’를 생략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먼
해와 달의 속삭임
비밀한 울음
한 번만의 어느 날의
아픈 피 흘림
박두진의 <꽃>에서
주어는 ‘이는’이고, 서술어는 속삭임, 울음, 피흘림 등의 명사형인데 모두 ‘이다’라는 서술형 조사를 생략한 것이다.
 
서술어(보조관념)는 동사나 형용사도 될 수 있다.
1) 달빛이(주어) 밝다(술어, 형용사)-일반문장
2) 달빛이(주어-원관념) 운다(술어,동사,보조관념),
슬프다(형), 흐느적거린다(동), 중얼거린다(동), 눈을 흘긴다(동), 허리를 굽힌다(동)-은유문장
2) 달빛이란 무생물의 주어가 운다 슬프다 흐느적거린다 등 달빛과 무관한 생물의 동사나 형용사를 결합한 일반 상식을 뛰어넘은 은유적 표현이다.
 
(3) 수식형 은유 - 관형어 은유, 부사어 은유
가, 관형어 은유
1) A의 B형
체언(명사, 대명사, 수사)에 관형격조사 ‘의’를 붙여
뒤에 있는 체언을 꾸미는 A의 B형이다.
관형격조사 ‘의’가 그 다음의 명사가 그 앞의 명사의 소유물임을 나타낸다.
1) 이것은 어머니의(관형어) 사진(이다, 서술격조사 생략)
2) 이것은 어머니의(관형어) 깃발(이다, 서술격조사 생략 은유)
2) ‘어머니의 깃발’은 문법상 어머니가 깃발을 꾸민 관형어로 어머니의 꿈이나 소망을 ‘어머니의 깃발’ 이미지로 은유화.
원관념은 ‘이것은’이란 어머니의 소망이고
보조관념은 ‘어머니의 깃발’이라는 복합적 은유 이미지가 된다.
 
사과의 바다 : 김구용의 「頌」
바람의 사람 : 전봉건의 「처음으로 열리는」
 
한편 A의 B형에서 관형격조사 ‘의‘를 생략하는 경우
우리(의) 학교, 어머니(의) 가방, 고향(의) 마을-일반문장
바람(의) 허리, 하늘(의) 치마 - 은유문장
 
2) A+ㄴ,+ㄹ,+던, +는 B형
용언(동사, 형용사)에 관형사형 어미를 붙여 A-ㄴ,-ㄹ,-던, -는 B형의 관형어를 만들 수 있다.
1) 천년을
불붙는 바다
- 이성교 「노을」에서
2) 질기고 긴 세월
구석구석 저리는 관절염의
아픈 밤비로 만난다면
오,
우리가 매일 무엇으로 다시 만난다면
- 강계순 「연가」에서
 
나, 부사어 은유
형용사나 동사가 용언으로 서술어 역할을 하므로 이들 용언를 꾸미는 것들은 부사어가 되고 부사어 유유가 된다.
 
서울 사는 재미는
상한 공기를 마시고
빛바랜 푸루죽죽한 하늘을 이고 사는 재미다.
소리에 부대끼다가,
빛깔에 부대끼다가,
그리고 나면 적막에 부대끼다가,
어디 털석 주저앉지도 못하는
엉거주춤한 재미다.
- 허유 「서울 사는 재미」에서
 
이 시는 1연에서 “서울 사는(관형어) 재미는-재미다”(주어+서술어)에 ‘상한 공기를 마시고’, 빛바랜 푸루죽죽한 하늘을 이고 사는‘은 모두 ’재미다‘를 수식하는 관형사어 은유다.
 
그런데 ’소리에 부대끼다가‘ ’빛깔에 부대끼다가‘ ’적막에 부대끼다가’는 모두 ‘부대끼다가’라는 동사를 수식하는 부사어 은유다.
 
그리고 ‘어디 털석 주저앉지도 못하는 엉거주춤한’은 역시 ‘재미다‘를 수식하는 관형어구 은유다.
 
다, 혼합형 은유
주어 서술어 목적어 보어 관형어 부사어들 앞에 관형어 부사어의 구와 절들이 배치되어 은유가 혼합된 모습을 보게 된다.
(1) 시간의 둔탁한 大門을
소란스럽게 열고 들어선
밤이
으스럼과 부딪쳐
기둥을 끌어안고
누우런 밀밭을 밟고 온
그 밤의 신발 밑에서
향긋한 보리 냄새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 오규원 「분명한 사건」에서
 
(2) 내 마음 속 우리 님의 고운 눈썹을
즈믄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날으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 서정주 「동천」에서
(1) 주어는 3행의 ‘밤이‘고 목적어는 ’고개를’ 최종서술어는 ‘내밀고 있다‘ 이다.
‘시간의 둔탁한 大門을 소란스럽게 열고 들어선’은 주어인 원관념 밤을 수식하는 보조관념 관형어구 은유다.
4행 ‘으스럼과 부딪쳐’에서 9행 셋째 행의 ‘어리둥절한 얼굴로’까지는 목적어 ‘고개를‘을 수식하는 혼합적인 은유의 구절들이다.
(2) 문장골격은 첫 문장은 주어는 숨겨두고 ‘눈썹을(목적어)+심어놨더니’(서술어)의 문장과 ‘새가(주어)+그걸(목적어) 알고(부사어) 비끼어가네’(서술어)의 두 문장이 복문으로 되어 있고,
첫 문장의 목적어 눈썹 앞에는 ‘내+마음+속+우리+님의’ 중복된 관형어구가 ‘눈썹’을 수식하고 있고,
서술어 ‘씻어서’ 앞에는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라는 부사어들이 중복구를 형성하여 서술어 ‘씻어서’를 꾸미고 있으며,
두 번째 문장에서는 주어 ‘새’ 앞엔 관형구 ‘동지 섣달 날으는 매서운’ 이
서술어 ‘비끼어가네’ 앞에는 부사어 ‘시늉하며‘가 배치되어 있다.
 
초승달을 원관념으로 하고 ‘내 마음 속 우리 님의 고운 눈썹을’ 보조관념으로 하여 화자가 추구하는 절대적 대상에 대한 간절함을 ‘즈믄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라는 은유로 표현하였고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절대자에 대한 외경심을 ‘동지 섣달 날으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라는 고도의 상징적 은유로 표현한 시라고 할 수 있다.
 
내 아내는 갖고 있다.
호랑이 이빨 사이의 수문의 몸통을
내 아내는 갖고 있다.
장미꽃 무늬 리본 매듭과 최후의 웅대한 별의
화환의 입술을
흰 땅 위의 흰 생쥐의 흔적 같은 이를
문지른 호박과 유리의 혀를
내 아내는 갖고 있다.
칼에 찔린 祭餠같은 혀를
눈을 감았다 떴다 하는 인형의 혀 같은 혀를
믿기 어려운 보석의 혀를
내 아내는 갖고 있다.
어린이의 첫 습자 글씨 같은 눈썹을
제비둥지의 가장자리 같은 눈썹을
-앙드레 브르똥 「자유로운 결합」에서
‘내 아내는(주어) 갖고 있다(서술어).’ 라는 단문에
구체적으로 갖고 있는 것들(목적어)을
1행에서는 몸통을, 2행에서는 입술을, 3행에서는 이를,
4행에서는 혀를,
이렇게 계속 나열하고
그 목적어들 앞에 은유적인 관형어들을 배치한 혼합은유 시다.
 
치환은유(바꿔놓기 은유)
(1) 의미와 감정 표현의 두 방법
휠라이트는 「은유와 실재」에서
치환은유와 병치은유로 나누어
전자를 ‘전이’에 의한 것이라 하고
후자를 ‘상호작용’에 의한 것이다.
 
(2) 치환은유 -바꿔놓기 은유
치환은유의 기본적인 문장은
“A(원관념)는 B(보조관념)다” 라는 형식이 된다.
 
A(원관념)는 B(보조관념)다, C(보조관념)다, D(보조관념)다 등
이런 경우 이를 확장은유라고 한다.
 
또한 “A(원관념)는 B(보조관념)다” 라는 단문의 A나 B에 관형어은유나 부사어은유가 수식어로 첨부되어 은유 속에 은유가 액자식 은유, 혼합형은유라고 한다.
 
1) 단순은유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노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다
내 마음은 촛불이오
그대 저 문을 닫어주오
나는 그대의 비단 옷자락에 떨며
고요히 최후의 한방울도
남김없이 타오리다
-김동명의 「내 마음은」에서
 
봄바람은 안기기 잘하는 나비
여름은 할퀴기 잘하는 곰
가을바람은 울기 잘하는 송아지
겨울바람은 뛰어 달리는 성난 말
—황석우의 「사계의 바람」
 
2) 확장은유
여호와는 나의 반석이시오
나의 요새시오
나를 건지시는 이시오
나의 하나님이시오
내가 그 안에 피할 나의 바위시오
나의 방패시오
나의 구원의 뿔이시오
나의 산성이시로다
-다윗의 시 「시편18;2」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당신은
늙은 비애다.
푸줏간에 걸린 커다란 살점이다.
시인 릴케가 만난
슬라브 여자의 마음속에 갈앉은
놋쇠 항아리다.
손바닥에 못을 박아 줄일 수도 없고 죽지도 않는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당신은 또
대낮에도 옷을 벗는 어리디어린
순결이다.
삼월에
젊은 느릅나무 잎새에서 이는
연둣빛 바람이다.
-김춘수의 「나의 하나님」
 
3) 액자식 은유 또는 혼합형은유
개나리
진달래
흐드러진 꽃밭이다
가나안의 혼인잔치다
맹진사댁 청사초롱이다
사월의 산언덕
포동한 등성이마다
너울 쓴 신부처럼
파닥이는 가슴이다
두려움의 껍질들이
허물을 벗고
차마 부끄러워
마지막 정절에 혼절하는
잔인한 환성이다
-홍문표의 「꽃밭에서」에서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에서
 
1) 김동명의 「내 마음은」
“내 마음은 호수요”는
마음(원관념)+호수(보조관념)의 형식으로 단순은유다.
원관념 하나에 보조관념 하나로 치환된 은유다.
2연에서는 마음이 촛불이라는 보조관념으로 치환되었다.
1,2연 전체로 보면 마음이란 원관념이 호수와 촛불이라는 보조관념으로 확장된 확장은유가 된다.
 
황석우의 「사계의 바람」은 1행에서 봄바람은 나비,
2행에서 여름은 곰, 3행에서 가을바람은 송아지,
4행에서 겨울바람은 말로 치환된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모두 1;1로 옮겨진 것들로 단순은유
 
2) 다윗의 시 「시편18:2」를 보면 ‘여호와’라는 원관념에 보조관념은 반석, 요새, 건지시는 이, 하나님, 바위, 방패, 뿔, 산성 등 무려 8개로 옮겨지고 있는 전형적인 확산은유의 본보기다.
 
김춘수의 「나의 하나님」도 ‘하나님’이라는 하나의 원관념이
2행에서 늙은 비애, 3행에서 살점, 5행에서 놋쇠 항아리,
10행에서 순결, 13행에서 연둣빛 바람으로 보조관념들이 나열되어 있어 역시 확장은유의 작품이다.
 
다윗의 시에서 원관념 ‘여호와’는 반석, 요새, 방패, 바위, 뿔, 산성 등 방어와 보호라는 유사성을 가진 이미지들이다.
전통적 은유란 유사성에 의한 유추이다.
 
김춘수의 시에서 ‘하나님’이란 원관념이 늙은 비애, 살점, 놋쇠항아리 등 보조관념으로 유추 경우
이미지들 간에 비유사성, 이질감이 작용하고 있다.
이는 현대적 은유의 개념이 유사성에 의한 치환보다는
비유사성(상호충돌)에 의한 의미와 감성의 창조를 드러내다.
 
3) 홍문표의 「꽃밭에서」
1연 원관념 ‘꽃밭’이 보조관념 혼인잔치, 청사초롱, 파닥이는 가슴으로 확산되고 있다.
2연 잔인한 환성 앞에 “두려움의 껍질들이 허물을 벗고”라는 은유의 구절이 있고, ‘
마지막 정절에 혼절하는’이란 관형구의 은유가 있다.
2연의 구성을 보면 ‘꽃밭’이란 원관념과 ‘잔인한 환성’이란 보조관념 사이 두 개의 은유가 삽입된 액자식 은유이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의 일절을 보면 이 시의 원관념은 ‘맹서는’이고 보조관념은 ‘날아갔습니다’이다
‘맹서는’이란 원관념 앞에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이란 은유가 있고,
‘날아갔습니다’ 앞에는 ‘차디찬 티끌’과 ‘한숨의 미풍’이란 은유가 있어 전체 은유 속에 부분 은유가 액자처럼 구성되었다.
 
(3). 병치은유-마주놓기 은유
1) 병치와 상호작용
미술에는 색상대비란 것이 있다.
색상이 서로 다른 두 가지의 색을 대비시켰을 때 원래의 색보다 차이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노랑색은 검정색과 대비했을 때 훨씬 선명하다.
 
음악에는 대위법이나 화성학이 있다.
 
언어학자 소쉬르는 모든 낱말의 의미는 서로 다른 낱말과의 음성적 변별성에서 탄생한다고 하였다.
 
2) 고전시가의 병치은유
상호작용의 원리는 현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음양의 법칙이나 이원론의 변증법적 과정이 예이다.
시가에 대조법, 대구법이란 상호작용의 문장법이 있었다.
 
江碧鳥逾白(강벽조유백) 강이 푸르니 새 더욱 희고
山靑花欲然(산청화욕연) 산이 푸르니 꽃이 붉게타고 있네
今春看又過(금춘간우과) 올봄도 보기만 하면서 또 보내니
何日是歸年(하일시귀년) 어느 날이 곧 돌아갈 해인가
-두보의 절구(絶句)
1행에서 파란 강과 하얀 갈매기
2행에서는 푸른 산과 붉은 꽃이 색상대비를 이루고,
1행과 2행은 강과 산이 공간적인 병치를 이루고 있다.
3,4행을 보면 인간과 자연, 평화로운 자연과 불행한 인간, 불변과 안정의 자연에 비해 고향조차 못 가는 유랑하는 화자의 불안과 고뇌가 병치되어 더욱 처절하다.
 
산은 옛 산이로되, 물은 옛 물이 아니로다
주야에 흐르니 옛 물이 있을손가
인걸도 물과 같도다, 가고 아니 오노매라
-황진이, 시조
1행에서 산과 물이라는 자연 공간이 대비될 뿐만 아니라
옛 산과 옛 물이 아님이란 말로
불변의 영원한 시간과 불가역의 무상한 시간이 병치되었으며
2행에서는 흐르는 물의 그 불가역적 시간성을 재확인하고
3행에서는 인간과 동일시하여 산의 영원함과 인생의 무상함을 더욱 절실하게 드러내고 있다.
 
3) 현대시의 병치은유
‘A(원관념)는 B(보조관념)다’라는 단선적 치환은유에서
‘A는 B다’라는 은유와 다른 ‘a는 b다’라는 은유가 마주보며
각각의 의미를 드러내 서로 충돌하여
또 다른 의미와 정서를 드러내거나
또는 존재성을 드러내는 것이 병치은유이다.
 
군중 속에 끼어있는 유령의 얼굴들
검은 나뭇가지에 매달린 비에 젖은 꽃잎들
- 파운드 「지하철 정거장에서」
 
아뜨리에서 흘러나오던
루드비히의
주창곡(奏唱曲)
소묘(素描)의 보석길
한가하였던 창가(娼街)의 한낮
옹기장수의 불던
단조(單調)
- 김종삼 「아뜨리에 환상」
 
낡은 아코오뎡은 대화를 관뒀습니다.
-여보세요!
(뽄뽄다리아)
(마주르카)
(디젤엔진에 피는 들국화)
-왜 그러십니까?
모래 밭에서
수화기
여인의 허벅지
낙지 까아만 그림자
비둘기와 소녀들의 랑데부우
그 위에 손을 흔드는 파아란 기폭들,
나비는 기중기의 허리에 붙어서
푸른 층계를 헤아린다
-조향의 「바다의 층계」에서
 
병치은유는 두 사물을 그냥 대조적으로 배치해 놓을 뿐이다.
각각 독자 존재하는 비동일성, 비 친숙화의 폭력적 배열이다.
 
(4) 치환은유와 병치은유의 조화
전통적인 치환은유의 경우 참신한 상상이 결여될 경우
진부할 수 있고
병치은유가 지나치게 이질적인 이미지로 채워질 경우
난해한 언어희롱으로 독자와 멀어질 수 있다.
 
휠라이트도 훌륭한 시는 치환적 요소와 병치적 요소가 확연히 구분될 수 없으며
이들은 다만 상보적으로 융합되어 작용하는 것이라 하였다.
현대의 특징을 합리성과 비합리성의 혼돈이라고 할 때, 그동안 은유가 추구해온 동일성의 방향에서 비동일성을 추구하려는 노력도 함께 이해된다.
 
은유의 일탈과 낯설음의 정도
1.은유의 상호작용과 긴장관계
현대에 와서 은유란
원관념과 보조관념, 은유와 은유의 문맥들이 상호작용
또는 충돌하여 새로운 제 3의 의미나 정서를 드러내는
창조적 작업이다.
 
현대적 은유의 대세는
오히려 비 유사성을 통한 생소함 긴장감을 조성하여
시의 감동성을 극대화 하는 작업이다.
 
자 그러면 갑시다, 그대와 나는
수술대 위에 마취된 환자처럼
저녁놀이 하늘에 퍼뜨려지거든
-엘리어트의 「J.A.프로푸록의 연가」에서
 
엘리엇이 객관적 상관물을 설명하면서 예로 든 이 시에서
‘수술대 위 마취된 환자’는 바로 객관적 상관물이다.
하늘에 퍼뜨려지는 저녁놀의 상황을 보다 구체적으로 나타내기 위하여 즉 희미하고 몽롱한 상태를 독자에게 보다 선명히 전달하기 위하여 수술대 위에 있는 에테르로 마취된 환자의 몽롱한 상태를 객관적 상관물(보조관념)으로 동원하고 있다.
 
객관적 상관물이란 특정한 정서의 대상, 상황, 사건 이미지다.
나보다 더 깊이 사랑의 광산을 팠던 사람들이여
말해보라 사랑의 행복의 핵심이 어디 있는지를
나도 사랑하고 소유하고 알아보았다
그러나 늙을 때까지 내가 사랑하고 소유하고 알아볼지라도
나는 그 숨은 신비를 발견하지 못하리라
-존던의 「사랑의 연금술」에서
 
존던은 ‘광산을 파는 일’ 을 ‘여자를 사랑하는 일’ 로 비유하고 남녀의 사랑의 양극화 성격을 폭력적으로 결합하는 기발한 기상을 보여주고 있다.
 
김현승의 시에서 불꽃이나 눈송이도 객관적 상관물이며 동시에 기발한 기상의 은유라고 할 수 있다.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송이가
뛰어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송이를
자취도 없이 품어 줍니다
-김현승 「절대 신앙」
러시아의 쉬클로프스키는 시의 문학성은 시어의 낯설음, 또는 일탈성의 구조에 있다고 하였다.
친숙한 의미의 은유가 아니라 생소한 충격을 주는 은유,
뭔가 새롭게 생각하고 느끼도록 활력을 주는
은유의 창조가 바로 낯설음이며
산문과 구별되는 시어의 정수가 된다고 하였다.
 
시어나 은유의 친숙화는
동일한 사물에 대한 지각이 반복해 습관화될 때 조성된다.
지각은 자동화되고 감각은 마비되어
낯익은 사람 사이에는 언어를 생략하고
손짓이나 눈짓으로 의사를 교환하는 탈 언어화 상태가 된다.
 
프라그의 무카로브스키는
언어의 인식적 기능과 표현적 기능을 구별하면서
언어의 표현면이 우세할 때,
표현행위 자체를 전면에 내세우는 수법으로
언어가 보통의 사용법에서 최대로 일탈될 때,
그 언어는 시적 미적 사용되어진다고 하였는데
이를 전경화(前景化)라 한다.
 
전경화란 일상적이고 문법적인 언어들을 배경화하고 낯설은 시어들을 뚜렷하게 전면으로 제시하는 수법이다.
 
낯설게 하기나 전경화는 어휘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음운, 리듬, 어휘 등 시 구성 요소들 속에서 실천되는 현대시의 수법이다.
 
(1) 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 달
어디어디 떴나
남산위에 떴지
 
(2)활자 사이를
코끼리가 한 마리 가고 있다.
잠시 길을 잃을 뻔 하다가
봄날의 먼 앵두 밭을 지나
코끼리는 활자 사이를 여전히
가고 있다.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도 않는
코끼리,
코끼리는 발바닥도 반짝이는
은회색이다.
— 김춘수의 「은종이」에서
(1) “활자 사이를 코끼리가 가고 있다”라는 시행에서 활자와 코끼리라는 시어의 배열은 아무리 상상해도 그 유사성이나 기존의 시학에서 말하는 사고의 경제성을 찾을 수가 없다.
그들 사이에는 친숙함도 없고 관습적인 자동화의 지각도 없다.
전혀 예상 밖의 언어가 대치되어 일상의 어법을 일탈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낯설은 언어가 주는 당혹감은 오히려 지각의 새로운 충격으로 유도된다.
 
2. 은유의 일탈과 낯설음의 정도
1) 의미의 전이자질과 의미자질
낯설음의 은유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인식이 현대시에서 은유를 해명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원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언어가 가지는 기본 의미 원관념이
시의 은유에서는 낯설음의 의미로 전이되는데
보조관념으로 바뀜, 벗어남 일탈이 일어나는데
원관념과의 벗어남의 정도, 일탈의 정도가 다르다.
 
그 벗어남의 정도가 바로
시의 창조성, 개성, 예술성 등 미학적 시적 비평이다.
 
시의 은유에서 의미의 벗어남, 일탈 낯설게 만들기의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언어학의 전이자질과 의미자질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의미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 낱말이 갖는 여러 가지 자질들의 변별성에서 가능한 것이다.
 
예를 들어 영어에서 환락(pill)과 부리(bill)이라는 말을 보면 두 단어의 첫 글자 /p/와 /b/를 제외하고는 모두 동일하다.
말하자면 /p/와 /b/의 변별성 때문에 ‘환락’과 ‘부리’라는 전혀 다른 의미를 구별하게 된다.
그런데 /p/와 /b/를 좀더 구체적으로 음운론적 자질을 보면 /p/는 양순음+파열음+무성음이다.
또한 /b/는 양순음+파열음+유성음이다.
따라서 두 음가는 양순음과 파열음이란 공통적 자질을 가졌고 다만 무성음과 유성음이란 변별성, 즉 음성의 시차적 특징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음운론적 변별성이 다른 의미를 탄생시킨다.
우리말의 ‘밥’과 ‘밤’의 의미는 ‘바‘에 ㅂ이냐 ㅁ이냐로 구별된다.
이처럼 의미는 고유하게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음운적 전이자질의 차이에서 탄생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한편 와인라이츠는 언어의 의미 자질에 관한 이론들을 통해 의미의 변별성을 설명하고 있다.
 
예컨대 남자(man)는 +남성(male)+성인(adult)+인간(human) 등 의미자질로 구분된다.
남자와 대비한 여자(woman)는 비남성(-male)+성인+인간 등으로 구분되어
남자와 여자란 다 같이 성인이며 인간인 점에서는 동일하나 성만 구별되는 변별적 자질을 지닌 것이다.
 
남자(man); +남성 (male), +성인(adult), +인간(human)
여자(woman); 비남성(-male) +성인(adult), +인간(human)
사람; 생물 인간 명사
짐승; 생물 비인간 명사
자동차; 비생물, 비인간, 명사
 
사람과 짐승, 자동차의 경우 의미자질을 비교해 보면
사람과 짐승은 같은 생물에 같은 명사인데
사람과 자동차는 비생물(-animate), 비인간(-human)+명사로 분석되어 다 같이 명사라는 데는 일치하나
자동차는 생물도 인간도 아니기에 사람과 짐승의의 관계에 비하여 훨씬 동질성이 희박한 동일성을 벗어난 일탈성, 이질성, 낯설음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2) 은유의 일탈과 그 차이
원관념과 보조관념의 유사성과 비유사성의 거리, 일상성과 비일상성의 미학적 심도, 일탈의 정도, 낯설음의 강도가 어떻게 강화되는지를
‘노래하다’라는 원관념의 동사가 전이 되는 단계를 보자.
① 어린이가 노래한다.
② 새가 노래한다.
③ 꽃이 노래한다.
④ 강이 노래한다.
⑤ 바위가 노래한다.
⑥ 고독이 노래한다.
① 노래하는 동작의 주체가 인간이므로 어법상으로나 의미상으로 보아 가장 정상적인 일반진술이다.
② 관용적이기는 하나 ‘노래한다’는 말은 ‘지저귀다’가 전이된 은유로 ①보다 벗어난 것이다.
③ 꽃잎이 흩날림의 은유로 식물이기 때문에 ②보다는 더욱 벗어난 형식이다.
④와 ⑤ 같은 무생물인 사물이어서 ③보다 벗어났지만
강은 산에 비하여 물이 흐르는 성질을 감안한다면 ⑤가 더 벗어났다고 할 수 있다.
⑥ 관념적인 추상어다.
⑤보다 더욱 벗어났다고 할 수 있다.
 
①에서 ⑥까지의 동사은유를 보면 그 벗어남의 정도가 인간<동물<식물<무생물<구체<추상의 순으로 도식화할 수 있다.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노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다
-김동명의 「내 마음은」에서
 
참 고운 물살
머리카락 풀어 적셨네
출렁거리는 산들의
부신 허벅지 좀 봐
아무 때나 만나서
한몸되어 흐르는
눈물나는 저들 연분홍 사랑 좀 봐.
곽재구 「참 맑은 물살」에서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당신은
늙은 비애다.
푸줏간에 걸린 커다란 살점이다.
시인 릴케가 만난
슬라브 여자의 마음속에 갈앉은
놋쇠 항아리다.
-김춘수의 「나의 하나님」에서
 
내 마음 속 우리 님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섣달 나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서정주 「동천」
 
낡은 아코오뎡은 대화를 관뒀습니다.
-여보세요!
(뽄뽄다리아)
(마주르카)
(디젤엔진에 피는 들국화)
-왜 그러십니까?
모래 밭에서수화기여인의 허벅지낙지 까아만 그림자
-조향의 「바다의 층계」에서
김동명의 「내 마음은」 원관념은 마음이고 보조관념은 호수다.
이들의 일탈정도는 마음; 인간, 수동적 심리, 호수; 자연, 수동적 사물로 의미자질을 분석해보면
수동성의 공통성이 친밀감 있는 은유다.
 
곽재구의 「참 맑은 물살」에서 물살은 머리카락, 산 그림자는 허벅지로 은유화 했는데 모두 신체 이미지지만 머릿결과 물살의 유사성에 비해 산과 허벅지는 일탈이 심해 충격이 크다.
 
김춘수의 「나의 하나님」의 원관념 하나님과 보조관념은 늙은 비애, 살점, 놋쇠 항아리의 일탈 정도는
늙은 비애는 영원히 외로운 존재라는 점에서,
살점은 십자가 형벌이라는 데서 공통점이 유추되지만
놋쇠 항아리와는 일탈의 정도가 큰 은유다.
그러나 일탈이 크다고 더 시적이란 말은 아니다.
 
서정주의 「동천」에서 눈썹은 초승달의 은유다.
이 시에서 보조관념인 눈썹은 단순 은유가 아니라
“내 마음 속 우리 님의 고운”이란 수식형 은유가 있고 눈썹 다음에는 하늘에 심었다는 설명까지 있어 절대적 신비감을 주고,
 
새는 진실을 찾는 인간의 은유로 눈썹의 외경에 겸손해지는 새의 구도적 한계를 보여주는 일탈의 시다.
 
조향의 「바다의 층계」는 원관념은 없고 이질적인 보조관념들만 나열된 의미의 일탈성이 극단화된,
무의미 시 탈관념 시 낯설게 만들기의 충격을 주는 시다.
메타포란 근본적으로 기존의 의미를 뛰어넘는 것이 생명이기에 고인물이 아니라 늘 신선한 충격을 주는 생수가 되어야 하지만 원관념과 은유인 보조관념 사이에 어느 정도 일탈이 좋은 시인가는 시대마다 개인마다 다르다고 할 수 있지만
시에서 이상적인 은유는 언제나 누구나 읽어도 신선한 충격을 주고 감동을 주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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