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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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
2014년 03월 08일 14시 36분  조회:1863  추천:4  작성자: 허창렬
황소
 
단 하루 더 산다는게
황소에겐 고통일뿐다
 
단 하루 더 살고픈게
황소에겐 크나 큰 고독일뿐이다
 
두눈이 슴벅슴벅 울어도 그것은 눈물이 아니다
긴 꼬리 찰싹찰싹 바람벽에 흔들어도
그것은 기쁨만이 아니다
 
전생에 사람이였기에 금생에 자꾸
어메ㅡ어메ㅡ목이 메여 누군가를
부르고 또 부른다
 
어지러운 흙탕물에 발목이 빠지는 모래톱에
손발이 다 부르트고
매서운 채찍에 살갗이 갈갈히 다 갈라터져도
 
그것이 업보임을 이제는 알고
하루종일 속으로만  
눈물 삼켜가며 그렇게 산다
 
 
홀로서기
 
미끌어지다
계속해서 미끌어지다
 
잔등은 하늘에 대고
이마를 뚝뚝 땅에 맞쫗는다
 
돌아눕는다
가끔 반듯하게 되돌아눕는다
 
관뚜껑을 열고 약은 가재미처럼
썪은 발도 살짝 세상에 꺼내놓아보았다가
 
온몸이 부르르 전률에 떨며
다시금 천길나락으로 깊숙히 떨어진다
 
어항속의 거부기는 오늘도
바쁜 하루 살기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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