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렬
http://www.zoglo.net/blog/xql 블로그홈 | 로그인
<< 12월 2024 >>
1234567
891011121314
15161718192021
22232425262728
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나의카테고리 : 작품

고향
2014년 03월 22일 14시 41분  조회:1881  추천:4  작성자: 허창렬
고향
 

장님이 되여 어두운 벽속을 더듬거린다
기둥마다 뼈가 썪는 희뿌연 노래소리
나도 이젠 이 곳을 멀리 떠나야지
흰 쌀뜨물 울바자굽에 붓다말고
꼬장꼬장한 두 손으로 언제나 나를 반겨 안타깝게 웃으시던
이웃집 할머니의 이발 빠진 그 황홀한 미소
 
맨손으로 어지러운 이 방바닥을 또 누가  
어린 아이 잔등 어루만지듯이 언제 어느때
다시금 조심스레 쓸어볼련지도 모르겠지만,
잘 다스른 문턱에 잡새들이 남겨놓은
어지러운 지도 한장 찾아들고서
도시의 추억은 지금 재빛이 나는 아침의 바다
 
잘 있거라, 더 이상 내것만이 아닌 아름찬 열망들이여
바이 바이 언녕 목이 쉬여버린 우리들만의 아름다운 전설 하나
늙은 나무 우듬지 그 목덜미 꽈악 잡고
오늘도 기를 쓰고 일어서려는 내 기억에 너무 생생한
오두막집 한채ㅡ

 
 
부처님

 
5억년후의 미륵을 알지언정
부처님은 여직 내 이름조차 모르신다
아예 그 누구도 기억하려 하질 않으신다
 
아침마다 지극정성 온갖 향불을 다 피워놓고 묵묵히 합장으로
날마다 달마다 해마다 보도중생을 꿈 꾸어 보지만
나는 이제 내 한몸 건사하기에도 너무 지쳐 있다
 
구사경(居舍经)이며 기세경(起世经)이며 십륜금강(十轮金刚)이며
삼장십삼부(三藏十三部)를 매일 옆꾸리에 끼고 살아도
나는 왜 이 세상에 왔고 또한 너와의 하찮은 말다툼속에서 가슴이나
기워가면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나는 여직 모른다
 
봉인을 떼면 입안에서 구렝이떼 다시 스르륵 쏟아져 나온다
천개의 손과 천개의 발을 가진 보살님은 한숨을 풀풀 내쉬고
오독(五毒)의 근성이 내 팔을 호화로운 요트쪽으로 끌어당기고 있다
 
그래도 부처님은 언제나 아무런 말씀조차 없으시다
잠자리에 들면 그제야 누군가 슬며시 인과경(因果经)을
내 머리맡에 소리없이 다시 가져다 놓으신다
 
십방 정토ㅡ
아미타불ㅡ
그리고 지옥 , 륜회
 
 
바람꽃

너도 달맞이꽃이였던가

바람이 불면 언제나
가슴에서 꺼내드는 진붉은 심장
왈랑ㅡ절랑ㅡ
발목에서 흔드는
구슬픈 은방울소리
 
비가 오면
너도 가슴까지 푸욱 젖어드니
김치에 깎두기
손발마저 통통 부르튼
어젯날 잔치국수에
덤으로 살짝 얹어주던 어머님의
하얀 살점


등신불(灯身佛)의 눈망울에 매달린
련민의 이슬방울
상두꾼이 나르던 꽃상여속에
날이 선 칼바람
미워도 다시한번 사랑한게
죄라면 죄이여서
이렇게 잘 썪어 문드러진
아름다운 향기여
 
오늘도 바람은 한자리에서
울지조차 않는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71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31 가을 3 2014-11-04 8 2256
130 걱정거리 2014-11-03 3 2346
129 사랑은 꽃물결우에 2014-11-03 4 2093
128 3월, 춘하도(春夏图) 2014-10-22 5 2330
127 부실한데 약이 없다 2014-10-19 5 2644
126 명상 32 2014-10-18 6 2099
125 해탈 6 2014-10-10 5 2352
124 인생 3 2014-10-05 9 2719
123 산이 나를 먹고 노래 부르네 2014-09-29 8 3010
122 언어의 달 2014-09-25 12 2697
121 감자2 2014-09-23 10 2771
120 [가사] 오직 너만을ㅡ 2014-09-18 3 2312
119 나는 도리깨 아들인가? 2014-09-15 18 3253
118 내 이름엔 차가운 내 가슴 따뜻이 어루만져 줄 손발이 아직 없다 2014-09-13 13 3104
117 세한략도(世寒略图) 3 2014-09-08 8 3787
116 하늘을 마시자 2014-09-01 13 3116
115 조선 2014-08-29 15 3326
114 된장국 2014-08-27 12 3009
113 긴 하루 2014-08-27 9 2872
112 어혈(淤血) 2014-08-25 6 2743
111 가을 2 2014-08-23 11 2829
110 헐렁채 2014-08-17 8 2710
109 우리들의 별 2014-08-14 12 2669
108 산다는건 얼마나 아름다운 고독인가 2014-08-12 8 2693
107 손톱우에 먼지 1 2014-08-12 7 2657
106 고독한 날이면 2014-08-10 12 2824
105 [시] 고향의 강 (외1 수) 2014-08-10 7 2141
104 9월 2014-08-06 5 2544
103 나는 서러운 내 인생을 잠시 세 들어 산다(외2수) 2014-08-02 18 3168
102 춤 추는 왜긍하 《倭肯河》2 2014-07-28 12 2603
101 [시]너무 아름다운 행복이여(허창렬) 2014-07-24 8 3207
100 8월이면 2014-07-23 13 2816
99 [조선민족] 2014-07-20 12 2896
98 행복 2014-07-18 13 2926
97 [평론]북방의 <<시혼>>, 사실주의 창작거장 강효삼 2014-07-17 33 4549
96 [시] 조각상(雕刻像)(외4수) 2014-07-15 8 2684
95 거짓의 세계 2014-07-11 3 2307
94 [시]어떤 세상 2 (외 1 수) 2014-07-09 2 2432
93 [시]네 앞에 서면 2014-07-05 6 2420
92 [시]춤 추는 왜긍하《倭肯河》 1 2014-07-03 11 2488
‹처음  이전 1 2 3 4 5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