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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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세 사람의 세계(허창렬) 외 2 수
2014년 03월 25일 15시 55분  조회:2609  추천:9  작성자: 허창렬
 [] 사람의 세계(허창렬)  2
 
설거지에 젖은 손 대충 앞치마에
쓰ㅡ윽ㅡ 문지르고나서
녀자는 성스러운 신도가 경전을 읽듯이
빨깍거리는 지페 한무데기를 앞에 놓고
한장 또 한장씩 번져가며 너무 행복해 보였다
커다랗고 고운 두눈에서는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이 아우성치며
저도몰래 여기저기로 뚝뚝
뛰여다니고 있다
 
남자는 꺼무룩히
베란다에 홀로 서서
벌써 몇가치째 애꿎은 담배만
풀썩풀썩 태우고 있다
떫고 매캐한 연기속에서는 헤밍웨이 마크트원 디켄즈의
눈부신 환영들이 잠간씩 나타나
두 손을 너풀거리다가
바람속에 허무하게
티끌처럼 사라져버린다
 
널직한 쏘파에 한마리 개구리 되여
폴짝 뛰여 오른 아이는
티비마저 켜놓은채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게임에 다시 푹 빠져 든다
<웃찾사> 개그맨들의 령수증마저 없는
속이 텅 빈 웃음들이 잠시 집안을

메운다
 
하늘에는
빨갛고 노랗고 하얀 구름이
서로  손에 손을 잡고
원이 되여 빙빙
잘도 어울려 돌아가다가
어느새 어둠속에 슬쩍
모습을 감춰 버린다…


 []() 2(허창렬)
 
목마른 버섯이 재채기한다
연거퍼 창문쪽을 마주앉아 콧물을 훌쩍거린다
파노라미쳐가는 감기 몸살인것이 분명하다
대학로에서 소문을 듣고 총대바지 입은 바람이 쏜살같이 달려온다
적청황록남자, 현기증이 난데없이 야료를 부린다
열두개의 심방에서 마른 우물이 더욱 깊은 뿌리를 내린다
자의의 터밭에 싱싱한 상추와 풋풋한 고추를 심어놓고
타의의 십자길엔 대문을 세워 싯누런 대못을 쾅쾅 박아놓는다
디켄즈의 시계줄엔 오늘도 시간이 따로 표시되여 있질 않다
보지도 말것, 듣지도 말것, 이상한 흥분에 고개도 끄떡이지 말것-
나는 나의 무덤을 더욱 깊숙히 판다
하우종일 무덤속에 반듯이 누워 하늘의 뭇별들을 가슴으로 다시 세여본다
발가락까지 세여봐야 결국 몇가지 되지도 않는 삶의 리유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코 막고 답답한 일의 련속일뿐
나는 자유로에서 테헤란로쪽으로
다시 터벅터벅 하이에나와도 같이 걸어간다
해빛이 무참하게 나의 발톱에 뚝뚝 쏟아진다
순간 피가 우뚝우뚝 일어서고 있다
밟으면 딱딱한 유리처럼 파삭파삭 깨여진다
파스켈로 손끝에 들려있는 빨간 저녁노을 한송이ㅡ
 
 
 
2014년3월24일
 
 
[]() 3(허창렬)
 
이 세상에
절대의 강자가 없듯이
절대의 승자도 없다
순종의 밥그릇은 이미 깨여진 그림 한쪼각
누워서 황제가 황제를 알현하기다
또 누가 알랴 거꾸로 흐르는 은하수의 맑은 피에
몰듐이며 나트륨이 헤염칠지
안개는 이제 존재의 의미면 그냥 족하다
좋고 그름도 우리들의 곁을 떠나버리면
언제나 저절로 라태해지는 일ㅡ
맑스는 푸른 피
예수는 하얀 피
언제 부처님만이 빨간 피로 이 세상을 노래 불렀던가?
그 김치에 그 깎두기ㅡ
그냥 허름한 삿갓을 쓴 <<아리랑>>이면 나는 이제 너무 족하다
혈(血)이 혈(血)을 만나 마침내 혈(穴)을 이룬 강물
드림에 드럼 타고 출렁이는 작은 몸뚱이들
그렇게 등곬에서 부서지는 또 하나의 커다란 아쉬움 하나
맘씨 곱고 너무 착하신 이모
이제부터 나를 부를양이면
교포도 동포도 아닌 돌멩이라고만 불러주오
그것도 싫증이나면 썪돌에 다시 칼을 갈듯 마침내
중국조선족이라 불러주세요
황진이와 서경덕
어혈진 가슴에서 그래도
사품치며 흐르는 빨간 피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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