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아버님을 그곳에 묻고 여기에 홀로 왔을까?
나는 왜 아버님을 꽁꽁 얼어붙은 왜긍하기슭에 고스란히 묻고
심양 낯선 이 도시에 홀로 와 있는걸까?
조선 함경북도가 고향이신 우리 아버지
일곱살에 술주정뱅이 할아버지 등에 업혀
살길 찾아 첨벙첨벙 두만강을 건느셔서
화룡 서성진 합신이라는 두메산골에서
야장쟁이로 젊음을 고스란히
쓰라린 배고픔과 모진 가난으로 허덕이셨고
거미처럼 늘어나는 자식들을 배불리 먹여보겠다고
안쪽인 계동현 계림향 단결촌에 이르러
환갑연에 여섯살나는 이 막내아들 무릎우에 올려놓고
<<그래도 내 새끼 이쁘다>>눈물, 콧물이 얼룰덜룩한
내 두 볼마저 쪽쪽 빨아주셨고
남보다 좀 더 잘 살아보겠다고
막무가내로 이주하는 형님들을 따라
벌리현 행수향 동명촌에서
삼년은 왕가물 삼년은 큰 홍수에
<<내 팔자 왜 이리도 사나울가>> 락루하시며
그래도 사품치는 왜긍하 푸른 물에
보습날을 썩썩 딲으셨던 우리 아버지
아아 나는 왜 불쌍한 울 아버지를
이제는 인적마저 드문 그곳에 묻고 이곳에 와 있는걸까?
아아 나는 왜 불쌍한 어머님마저
아버님곁에 나란히 묻어놓고 심양 이곳에 홀로 와 있는걸까?
춤추는 왜긍하는 부름이다
노래 부르는 왜긍하는 울음이다
장구 치는 왜긍하는 통곡이다
피리 부는 왜긍하는 추억이다
퉁소 부는 왜긍하는 동년의 까아만 그로움이다
천년을 철퍼덕ㅡ 철퍼덕ㅡ
제 곬을 못 찾고 여울져 흐르는 강
갈 길을 잃고 4백리 벌판에 어리둥절 서성이다가
해 저무는 지평선에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는
왜긍하는 내 삶 또 하나의 인생정거장이다
언젠가면 다시 찾아가야할 잃어버린 두번째
고향-고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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