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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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탈 6
2014년 10월 10일 13시 00분  조회:2336  추천:5  작성자: 허창렬
 해탈 6
 
나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소중한것들과
나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귀중한것들과
나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하찮은것들과
나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비겁한것들이
 
오늘날 나의 크나 큰 바램이 되고
오늘날 나의 크나 큰 기대가 되고
오늘날 나의 크나 큰 저주가 되고
오늘날 나의 크나 큰 미움이 되여
 
가슴이 짠하게 알싸ㅡ한 이 하루는
가슴이 짠하게 무거ㅡ운 이 하루는
가슴이 짠하게 쓰라ㅡ린 이 하루는
가슴이 짠하게 찢어지는 이 하루는
 
마침내 허다한 거짓과 허다한 진실속에서
마침내 허다한 맹세와 허다한 다짐속에서
마침내 허다한 유심과 허다한 무심속에서
마침내 허다한 전률이 허다한 각오가 되여서야
 
나는 비로소 우울한 현실속에서 천천히 깨여난다
나는 비로소 초라한 부름속에서 서서히 깨달아간다
나는 비로소 하루살이로 부끄러운 인생을 더는 살지 않고
나는 비로소 한구멍만 열심히 파는 두더지가 된다
 
한번뿐인 쓰라린 인생 어찌 좋아서만 살랴
한번뿐인 쓰라린 인생 어찌 싫어서만 살랴
한번뿐인 쓰라린 인생을 나는 부처가 되여
옷깃을 스치는 인연에 빙그레 웃고있다


 백두산 1
 
실어증
걸린 환자다
이제는
기억에조차
가물가물한
마지막 한장 남은
체통을ㅡ
 
끝까지
꿋꿋이
지켜가려는
이 세상의
량반다운
량반이다!

마주서면
자꾸
눈물이 난다
눈물이 솟구친다
할말을 잃는다
할말이 없다
아예 할말을
버린다

누군가
씹고 뱉은
껌을
다시 씹고
있다는
그런 역겨운
생각에
 
이쪽에서 장백산이라 부르고
저쪽에선 백두산이라 부른다

그 사이를
오도 가도 못하고
바람에 서성이는
미인송이
넋으로 손짓하며
우리를 오라고
오라고
또 부른다

무제1
 
인생은 무죄(无罪)ㅡ
삶ㅡ은 무제(无题)ㅡ
제목마저 없다는것은 이젠
아무런 바램마저 없다는것이다
아무런 바램마저 없다는것은 이젠
아무런 갈망마저 없다는것이다
아무런 갈망마저 없다는것은 이젠
아무런 갈증마저 없다는것이다
아무런 갈증마저 없다는것은 이젠
아무런 기대마저 없다는것이다
아무런 기대마저 없다는것은 이젠
아무런 미련마저 없다는것이다
아무런 미련마저 없다는것은 이젠
아무런 소원마저 없다는것이다
아무런 소원마저 없다는것은 이젠
아무런 체념마저 없다는것이다
아무런 체념마저 없다는것은 이젠
아무런 아픔마저 없다는것이다
아무런 아픔마저 없다는것은 이젠
아무런 신념마저 없다는것이다
아무런 신념마저 없다는것은 이젠
아무런 개념마저 없다는것이다
아무런 개념마저 없다는것은 이젠
아무런 원망마저 없다는것이다
아무런 원망마저 없다는것은 이젠
아무런 후회마저 없다는것이다
아무런 후회마저 없다는것은 이젠
마침내 지루하고 허황한것들을 다 버리고
진실한 자아를 찾아서 멀리  떠난다는것이다
제목도 없이 나는 매일 이렇게
해피엔딩같은 기나 긴 자서전을
쓰고 또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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