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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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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0) 댓글:  조회:1485  추천:0  2019-07-28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0)           다섯번째 노래(끝)       (7) "밤마다, 잠이 가장 높은 강도에 도달하는 시간에, 대형종 늙은 거미 한 마리가, 방의 세 귀퉁이가 만나는 한 교차점에 흙바닥에 파인 구덩이에서 천천히 머리를 내밀지요. 그 간나는 무슨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아직도 공기 속에서 주둥이를 놀리지나 않는지 알려고 주의깊게 귀를 기울이는 겁니다. 곤충의 형태를 둘러쓰고 있는 걸 볼 때, 만일 그 간나가 여러 차례의 빛나는 의인화로 문학의 보고를 넓혀주고 있다고 우기면, 그런 간나라도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주둥이를 붙여주는 일 정도야 할 수 있지요. 간나는 정적이 일대를 지배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자기 소굴에서, 심사숙고의 도움도 없이, 제 신체의 여러 부분을 차례차례 끄집어내어, 신중한 발걸음으로 나의 침대를 향해 전진합니다. 놀랄 일이지요! 잠과 악몽을 물리치는 나는 그게 내 비단 침대의 흑단 다리를 따라 기어올을 때. 내 몸 전체가 마비되는 느낌이지요. 그게 여러 개의 다리로 내 목을 끌어안고 그 배로 내 피를 빤다고요. 아주 단순해요! 그 간나가 가장 훌륭한 원인이라는 말에 걸맞는 끈질김으로 똑같은 일을 수행한 이후로, 여러분들이 이름도 모르는 주홍빛 액체를 몇 리터나 마시지 않았던가! 내가 그 간나에게 무슨 짓을 했기에 그것이 내게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지 모르겠네! 내가 부주의하여 그 간나의 다리 하나를 부러뜨렸나? 그 새끼들을 빼앗았던가? 이 두 가정은 믿을 만한 것이 아니어서 진지한 검토을 감당할 수 없으며, 어느 누구라도 조롱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어깨를 으쓱하고 입술에 미소를 떠올릴 가치조차 없습니다. 조심해라. 타란토의 검은 독거미야, 너희 행태가 반박할 수 없는 삼단노법을 핑계로 삼지 못하면, 어느 날 밤 나는 빈사의 의지로 안간힘을 다하여 소스라쳐 깨어 일어나, 내 사지를 부동의 속박 속에 묶어놓은 네 마력을 깨뜨리고, 너를 내 손가락뼈 사이에 집어넣어 한 덩어리 물렁한 물건처럼 짓이겨버릴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네 발이 꽃피는 내 가슴 위로, 그리고 거기서부터 내 얼굴을 덮고 있는 피부까지 기어오르도록 내게 허락해주었고, 그래서 결국 너를 구속할 수 있는 권리가 내게 없다는 생각이 막연히 떠오른다. 오! 누가 내 헝클어진 기억을 풀어줄 것인가! 나는 내 남은 피를 그에게 주어 보상하겠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포함해서 계산하면, 광란의 잔치에서 적어도 술잔 하나의 절반을 채울 만큼은 있다." 그는 말하며, 내리 옷을 벗는다. 그는 한 다리를 매트리스에 걸치고 다른 다리로는 사파이어 마루를 누르며 일어서려 하면서도, 수평자세로 길게 늘어져 있다. 그는 자기 적을 당당하게 맞이하기 위해 눈을 감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매순긴 그는 똑같은 결심을 하지 않을 것이며, 그 결심은 줄곧 제 숙명적인 약속의 설명할 수 없는 이미지에 의해 무산되지 않을 것인가? 그는 이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통스럽게 체념한다. 그에게 맹세는 신성한 것이 아닌가. 그는 비단의 주름 속에 장엄하게 감싸여, 자기 방 커튼의 금색 매듭장식을 얽어 묶는 일조차 없이, 제 긴 흑발의 물결치는 컬을 비로드 방석의 술장식에 올려놓고, 독거미가 제 두번째 보금자리 삼아 깃드는 게 습관이 된, 목의 널따란 상처를 손으로 더듬는데, 얼굴에는 만족한 빛이 여실하다. 그가 기대하는 것은 (그와 함께 기대하시라!) 이날 밤 저 무한한 흡혈의 마지막 상연을 보리라는 것이나. 그의 유일한 소원은 형리가 그의 존재를 결단내주는 것, 곧 죽음이기 때문이며, 그는 만족할 것이기 때문이다. 저 대형종 늙은 거미를 보시라. 그 간나는 방의 세 귀퉁이가 만나는 한 교차점의 흙바닥에 파인 구덩이에서 천천히 머리를 내민다. 우리는 이제 이야기 속에 있지 않다. 그 간나는 무슨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아직도 공기 속에서 주둥이를 놀리지 않는지 알려고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인다. 아아! 타란토의 독거미를 바라보는 자에 관해 말한다면, 우리는 이제 현실에 도달했으며, 문장마다 그 끝에느낌표를 찍을 수 있다 하더라도, 그 때문에 현실이 면제되는 것은 필경 아니다! 간나는 정적이 일대를 지배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바야흐로 자기 소굴에서, 심사숙고의 도움도 없이, 제 신체의 여러 부분을 차례차례 끄집어내어, 신중한 발걸음으로 고독한 인간의 침대를 향해 전진한다. 잠시 간나가 멈춰 선다. 그러나 이 망설임의 순간은 짧다. 거미는 아직 고문을 멈출 시간이 아니며, 먼저 죄인에게 형벌이 종신형으로 결정된 그럴 듯한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고 혼자 생각한다. 간나는 잠든 자의 귓등으로 기어올랐다. 만일 거미가 하게 될 말을 단 한 마디도 놓치고 싶지 않다면, 여러분들은 저마다 정신의 주랑을 막고 있는 무관계한 잡일들을 치워버리고, 최소한 내가 여러분들에게 보여주는 관심을 감사하게 여기고, 여러분들의 진정한 주목을 자극하기게 손색이 없다고 생각되는 극적인 장면에 온몸으로 임석하시라. 내가 이야기하려는 사건들을 나 혼자만을 위해 간직하겠다고 고집하면 누가 막겠는가? "다시 일어나라, 지나간 날들의 사랑스러운 불꽃이여, 육탈한 해골이여, 정의의 손을 멈출 시간이 왔다. 우리는 너에게 네가 희망하는 설명을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을 것이다. 너는 우리의 말을 듣고 있다. 그러나 사지를 움직이진 말아라, 너는 오늘도 우리의 동물자기최면술 아래 놓여 있고, 뇌의 무기력상태는 계속된다. 이것이 마지막이다. 엘스뇌르1)의 얼굴이 네 상상력에 어떤 인상을 심었는가? 너는 그를 잊었구나! 그리고 저 레지날은 그 열띤 거동으로 네 충실한 뇌에 어떤 흔적을 새겼는가? 커튼의 주름 속에 감춰진 그를 보라. 그의 입은 네 이마을 향해 기울었으나, 감히 너에게 말하지 못하는데, 그가 나보다 더 겁이 많기 때문이다. 나는 네 젊은 날의 에피소드 하나를 이야기하여, 너를 기억의 길로 다시 데려가려 한다---" 오래전에 거미가 배를 여니, 거기서 두 소년이 푸른 옷을 입고, 저마다 손에 불타는 칼을 쥐고 튀어나와, 그때부터 잠의 성소를 지키려는 듯 침대 양쪽 옆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자기에게 명령이라도 떨어진 듯이 깨어 일어나, 두 천사의 자태가 팔을 얽고 허공으로 사라지는 것을 바라본다. 그는 다시 잠들려고 애쓰지 않는다. 그는 자기 잠자리 밖으로 팔다리를 천천히 차례차례 끌어낸다. 얼어붙은 피부를 덥히려고 고딕 벽난로에서 다시 타오로는 잔불로 간다. 속옷 한 장이 그의 몸을 가리고 있다. 그는 마른 입천장을 축이려고 눈으로 크리스털 물병을 찾는다. 차의 덧문을 연다. 창틀에 몸을 기댄다. 그는 황홀한 원추형 빛다발을 제 가슴에 퍼붓는 달을 오래 바라본다. 그 빛다발에서는 어떤 지울 수 없는 고통의 은빛 원자들이 자벌레나방들처럼 파닥거린다. 그는 아침의 여명이 찾아와, 무대배경을 바꿈으로써, 뒤집힌 제 가슴에 하잘것없는 위로라도 안겨주기를 기다린다.       1) '엘스뇌르'는 비극 의 무대인 엘시노어 성을, 뒤에 나오는 '레지날'은 햄릿의 어머니인 왕비 거트루드를 연상하게 한다.   다섯번째 노래 끝  
6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9) 댓글:  조회:1478  추천:0  2019-07-28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9)           다섯번째 노래(6)       (6) 조용히 그대 엎으로 장례 행렬이 지나간다. 그대의 슬개골 한 쌍을 땅을 향해 구부리고 무덤 저편의 노래를 부르시라. (그대가 내 말을 제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엄명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다순한 명령법으로 여긴다면 그대는 재기(才氣)를, 그것도 최상의 재기를 보여주는 셈이다.) 그대는 이런 식으로 삶의 피곤을 풀려고 무덤구덩이로 가는 망자의 혼백을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게 해줄 수 있다. 그 점은 나에게 확실하기까지 하다. 그대들의 의견이 어느 정도까지는 내 의견과 정반대일 수 없다고는 내가 말하지 않았다는 점을 유의하시라. 그러나 무엇보다도 먼저 중요한 것은 도덕의 기초에 관한 올바른 개념을 가져, 저마다 자신이 받고 싶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해주도록 명령하는 원칙을 마음속 깊이 새겨야 한다는 것이다. 종교의 사제가 선두에서 행렬의 앞자리를 열며, 손에 평화의 상징인 백기를 잡고, 다른 손으로는 남녀의 성기를 나타내는 황금 표장을 드는데, 이 육체적 기관이 대부분의 경우 그 사용자들에게서 우리의 거의 모든 악을 야기하는 알려진 정열에 맞서 적절한 반응을 낳기는커녕, 서로 경쟁하는 다양한 목적을 위해 그걸 맹목적으로 조작할 때, 그들의 손에서 매우 위험한 도구가 된다는 점을, 순전히 은유로 이루어진 추상으로, 지적하려는 것 같다. 그의 등 아랫부분에 말총이 무성한 말의 꼬리가 하나 붙어 있어서(물론 인공적으로), 흙먼지를 뚫고 간다. 고리는 우리의 악행에 의해 동물의 반열에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의미다. 관은 제가 갈 길을 알고 있어서, 위로자의 나풀거리는 사제복을 뒤따라서 행진한다. 망자의 친척들과 친구들은 자기들의 위치를 뽐내며, 행렬의 뒷자락을 닫기로 결심했다. 행렬은 난바다를 가르는 선박처럼 위풍당당하게 나아가며, 침몰 현상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이 시간에 태풍과 암초는 그것들의 설명할 수 없는 부재보다 더 미미한 어떤 것으로도 눈길을 끌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귀뚜라미들과 두꺼비들이 몇 걸음 떨어져서 죽음의 잔치를 뒤따른다. 저들도 역시 누구의 장례건 자기들의 겸손한 참례가 어느 날인가는 보답을 받게 될 것을 모르지 않는다. 저들은 낮은 목소리로 자기들의 생생한 언어를 통해 (이 사심 없는 조언을 여러분들에게 건넬 수 있도록 허락해주기 바라며, 여러분들은 너무 잘난 체하며 자신들만이 마음속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귀중한 능력을 지녔다고 생각지 마시라) 그 사람이 초록 들판을 달리며 모래 깔린 만의 푸른 파도에 팔다리의 땀을 적시는 것을 자기들의 눈으로 여러 번 목격했던 이야기를 나눈다. 처음에 삶은 그에게 아무런 속셈도 없이 미소를 짓는 것 같았으며, 멋지게도 꽃으로 관을 씌어주었다. 그러나 여러분들의 지성 그 자체가 어린 시절의 문턱에 그가 멈춰 있음을 알아차린다기보다 짐작하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에서 필연적 전언철회가 발생할때까지는, 내 엄밀한 증명의 서론을 계속 써나갈 필요가 없다. 열살, 손가락 숫자를, 어디가 다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정확하게 본뜬 숫자, 적기도 하고, 많기도 하다. 우리가 문제로 삼고 있는 이런 경우에, 나는 진리에 대한 여러분들의 사랑에 기대어, 여러분들이 나와 함께 단 일초도 더 지체하지 않고 그것은 적다고 말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는 한 인간 존재가 다시 돌아오겠다는 희망도 품지 않고, 이 지상에서 파리나 잠자리만큼 속절없이 사라지게 하는 저 암울한 신비를 간략하게 성찰할 때, 아마도 나 자신이 이해했다고 주장할 수 없는 것을 여러분들에게 잘 설명해줄 수 있을 만큼 내가 충분히 오래 살지 못한다는 통렬한 한을 품고 있음을 문득 깨닫는다. 그러나, 내가 공포에 가득차서 앞 문장을 시작한 저 먼 시간 이래로, 어떤 비상한 우연에 의해 아직도 생명을 잃지 않은 것이 증명된 이상, 특히 지금처럼 이런 위압적이고 접근할 수 없는 질문을 다루어야 할 때, 나의 근본적인 무기력에 대해 완전한 고백을 조립하는 것이 여기서 불필요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 머릿속으로 계산한다. 지극히 상반되고, 때로는 호의적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런 종류의 조합에 겉보기에 지극히 어울리지 않는, 그리고 맹세코, 이런 개인적 만족을 누리는 작가의 문체에 영원에 이르기까지 진지한 부엉이의 불가능하고 잊을 수 없는 모습을 무상으로 부여하는 사물들이 그것들 본래의 속성 속에 감추고 있는 닮음과 상이함을 탐구하려는(그러고는 뒤이어 발표하려는) 우리의 매력적인 경향은, 일반적으로 말해서, 기이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를 이끄는 흐름을 따르자. 붉은솔개는 말똥가리보다 비례적으로 더 긴 날개를 가졌으며, 비상이 훨씬 용이하다. 그래서 평생을 공중에서 보내는 것이다. 그는 거의 한 번도 쉬지 않고, 매일 광막한 공간을 누빈다. 그런데 이 거대 운동은 사냥 연습도, 먹이 쫓기도 전혀 아니며, 심지어 정찰조차도 아니다. 놈은 사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행은 놈의 자연상태이며, 놈이 좋아하는 상황이다. 그가 수행하는 방식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그 길고 좁은 날개는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모든 방향 전환을 지시하려고 생각하는 것은 꼬리이며, 꼬리는 틀리지 않는다. 그것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그는 애쓰지 않고 비상하고, 사면으로 미끄러지듯 하강한다. 난다기보다 차라리 춤추는 것 같다. 비행속도를 높이고, 줄이고, 멈추고, 몇 시간 동안 내내 같은 자리에 매달린 듯이 혹은 고정된 듯이 쉰다. 그의 날개에서는 어떤 움직임도 감지할 수 없다. 여러분들의 눈을 화덕의 문처럼 연다고 해도 소용없는 것이다. 붉은솔개가 보여주는 비행의 아름다움과 수면 위로 떠오르는 수련처럼, 뚜껑이 열린 관 위로 천천히 솟아오르는 어린아이 모습의 아름다움 간에 내가 말하는 관계를, 그게 비록 멀긴 하지만, 대번에 알아차릴 수 없다고 어렵잖게 (약간은 마지 못해서라도) 고백할 수 있는 양식(良識)이야 저마다 지니고 있다. 그런데 저마다 웅크리고 있는 고의적 무지와 관련해서, 뉘우침의 결여라고 하는 고정된 상황이 초래하는 용서할 수 없는 잘못이 바로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내 빈정거리는 비유에서 서로 비교되는 두 항목간의 관계, 차분한 위엄을 지닌 이 관계는 이미 너무나 일반적일 뿐더러 충분히 이해될 만한 상징이어서, 변명라고는 거기 걸려든 모든 대상이나 풍역에 불공정한 무관심의 깊은 감정을 초래하는 저 동일한 통속성밖에 가질 수 없음에 나는 더욱더 경악한다.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우리의 감탄을 깨워내어 그 주목을 받게 되어 있다는 듯이! 묘지의 입구에 도착해 행렬이 급히 걸음을 멈추니, 그 의도는 더 멀리 가지않으려는 것이다. 묘지기가 묘혈 파기를 끝내고, 사람들이 이런 경우에 바치게 되는 온갖 조심성을 다 바쳐 관을 내려놓는다. 몇 삽의 흙이 뜻하지 않게 날아와 아이의 몸을 덮는다. 어느 종교건 종교의 사제가 감동받은 참석자들 한가운데서 죽은 자를 참례자들의 상상력 속에 더 잘 매장할 수 있도록 몇 마디 말을 한다. "그가 말하기를 이런 쓸데없는 행위에 이렇게 눈물을 많이들 흘리는 것을 보고 놀랐단다. 말한 그대로다. 그러나 그는 바로 자기가 의론의 여지가 없는 행복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무엇인지 충분히 정의할 수 없어서 겁이 난단다. 그는 죽음이 그 본바탕에서 볼 때 호의적인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면, 망자의 수많은 친척들과 친구들의 정당한 고통을 더욱 덧나게 하지 않기 위해 자기 임무를 거부하였을 터이지만, 어떤 은밀한 목소리가 그들에게 몇 가지 위로를 주라면서, 머지않아 죽은 자와 살아남은 자들이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리라는 희망을 열핏 보게 하는 데 불과할지라도 그 위로란 것이 쓸데없는 짓은 아닐 것이라고 알려주었단다"1) 말도로르는 전속력으로 말을 몰아 달아나고 있었는데, 묘지의 담을 향해 그 주행 방향을 잡는 것 같았다. 그가 탄 준마의 발굽은 제 주인의 주변에 두터운 먼지로 가짜 왕관을 일으켰다. 여러분들, 여러분들은 그 기사의 이름을 알지 못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가 점점 더 가까워지자, 그의 백금 얼굴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비록 그 얼굴 밑에야 독자가 제 기억에서 제거하지 않으려고 주의하는 예의 망토에 완전히 둘러싸여 두 눈만 겨우 알아볼 수 있었지만, 연설의 한 중간에서, 종교의 사제가 갑자기 창백해지는 것은, 자기 주인을 결코 떠나지 않은 저 유명한 백마의 고르지 않은 질주 소리를 그의 귀가 알아듣기 때문이다. 그는 다시 덧붙였다. "그렇습니다. 머지않아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는 내 믿음은 큽니다. 그때 우리들은 영혼과 육체의 잠정적인 분리에 어떤 의미를 결부해야할지 예전보다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이 지상에서 삶을 얻는 자는 환상의 품에 안겨 흔들리고 있는 것이니, 그 환상의 증발을 가속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질주 소리가 점점 더 커졌으며, 기사가 지평선을 옥죄며, 회오리바람처럼 재빠르게 시선 속에, 묘지의 출입구로 둘러싸인 시야에, 들어오자, 종교의 사제는 더욱 장중하게 말을 잇는다. "여러분들은 질병에 의해 삶의 첫 단계밖에는 알지 못하도록 강요을 받은, 묘혈이 방금 그가슴에 받아들인 이 아이가 의심의 여지 없이 살아 있는 자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씩씩한 말에 실린 모호한 실루엣으로 여러분들의 눈에 들어오는 저 사내, 하나의 점에 불과하고 이윽고 히스 덤불 속으로 사라질 것이기에, 여러분들의 눈으로 가능한 한 재빨리 똑바로 보아두라고 내가 권하는 저 사내는, 아무리 많이 살았더라도, 진정으로 죽은 유일한 자라는 점만은 알아두십시오."       1) 사제의 말은 간접화법으로 인용되었으며 문장 사이에 지문도 섞여 있지만 로트레아몽은 앞뒤에 따음표를 붙이고 있다.
5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8) 댓글:  조회:1428  추천:0  2019-07-28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8)           다섯번째 노래(5)       (5) 오, 이해할 수 없는 남색자들아, 너희들의 큰 타락에 욕설을 던질 자는 내가 아니다. 너희들의 깔대기형 항문에 모멸을 던지게 될 자는 내가 아니다. 너희들을 공격하는, 수치스러운, 거의 치유할 수 없는 이런저런 병이 피할 수 없는 징벌을 짊어지고 너희에게 덤벼드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바보 같은 제도의 입법자들, 편협한 도덕의 발명자들, 그자들을 내게서 멀리 치워라. 나는 불편부당한 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너희들, 청소년들, 아니 차라리 젊은 처녀들아, 어떻게 그리고 왜(그러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라. 나도 역시 내 열정에 저항할 수 없으니까) 복수가 너희들의 마음에 싹터올라 인류의 옆구리에 그와 같은 상처의 관을 씌우게 되었는지 나에게 설명해다오. 너희들은 그 행동거지로(나야, 존경하지!) 인류에게 제 자식들이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게 한다. 너희들의 매음은, 아무나 처음 만난 사람에게 몸을 바쳐, 가장 심오한 사상가들의 논리를 실행하며, 한편으로 너희의 과도한 감수성은 여자들까지 한도를 넘어 아연실색케 한다. 너희들의 본성은 너희 동유들의 본성보다 덜 지상적인가 아니면 더 지상적인가? 너희는 우리에게 없는 제육감(第六感)을 지녔는가? 거짓말하지 말고 너희가 생각하는 것을 말하라. 내가 너희들을 심문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관찰자로서 너희들의 창대한 지성과 사귀어온 이래로, 무엇을 어찌 해야 할지 알기 때문이다. 내 왼손으로 축복을 받고, 내 오른손으로 성화될지어다. 내 보편적인 사랑의 보호를 받는 천사들아. 나는 너희 얼굴에 입맞춘다. 너희 가슴에 입맞춘다. 내 달콤한 입술로 조화롭고 향기로운 너희 육체의 가지가지 부분에 입맞춘다. 어찌하여 너희들은 너희들이 무엇인지 나에게 곧바로 말하지 않았는가. 드높은 정신적 아름다움의 결정들아. 너희들의 억눌린 심장의 고동이 감추고 있는 다정과 청순의 헤아릴 수 없는 보물을 내 스스로 알아차렸어야 했다. 장미와 쇠풀 화환으로 장식된 가슴이여, 너희들의 두 다리를 반쯤 벌려 너희들을 알아보고 내 입술을 너희 부끄러움의 휘장에 걸어두어야 했다. 그러나 (중대한 충고사항) 너희 음부의 피부를 매일 깨끗한 물로 씻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니, 그렇지 않으면 내 감질내는 입술의 위아래로 갈라진 접합부에 성병 궤양이 어김없이 돋아날 것이기 때문이다. 오! 우주가 하나의 지옥은 아니라도, 하늘의 광대한 항문일 뿐이라면, 내가 하복부 쪽을 놀려 어떤 행동을 하는지 살펴보라. 그렇다. 나는 그 피투성이 괄약근을 뚫고 내음경을 쑤셔박아 사나운 동작으로 그 골반 내벽을 깨뜨렸으리라! 불행이 그때 앞 못 보는 내 두 눈 위에 유사(流沙) 둔덕을 모조리 날려보냈다. 나는 진실이 잠들어 누워 있는 지하의 장소를 발견했어야 하고, 끈적거리는 내 정액의 강물도 그처럼 대양을 찾아내어 뛰어들었어야 했는데! 그러나 왜 나는 상상적인 상황을, 게다가 나중에라도 실현의 도장이 결코 찍히지 않을 상황을 아쉬워하고 자빠졌는가? 덧없는 가설을 쌓아올리려고 무심하지 말라. 그동안에 나와 침대를 같이 쓰겠다는 열정에 불타오르는 자가 나를 찾아오기 바라지만, 나는 내 환대에 엄격한 조건을 단다. 열다섯 살 이상이어서는 안 된다. 그쪽에서도 내가 서른 살이라고 생각하지 말기를, 그래서 어쩌겠다는 건가? 나이 감정의 강도를 줄이지는 않는다.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내 머리가 눈처럼 하얗게 된다하더라도, 그것은 노쇠 때문이 아니다. 반대로 너희들이 알고 있는 이유 탓이다. 나로 말하면,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자웅동체(雌雄同體)들도 마찬가지다. 나에게는 나를 닮은 존재들이 필요하며, 그 이마 위에 인간의 고결함이 더욱 또렷하고 지울 수 없는 글자로 새겨져 있어야 하리라! 긴 머리칼을 지닌 여자들이 나와 본성이 같다고 확신하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며, 내 의견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짭짤한 침이 내 입에서 흘러나오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누가 그걸 빨아서 내게서 없애주려 하겠는가> 그게 올라온다. 그게 그치지 않고 올라온다! 나는 그게 무엇인지 안다. 나는 옆에서 자고 있는 자들의 피를 목구멍 가득 마시고 났을 때(나를 흡혈귀라고 가정한다면 옳지 않은 것이 무덤에서 나오는 죽은 자들이나 그렇게 부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살아 있다). 이튿날 그 일부를 입으로 토해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게 바로 악취나는 침에 대한 설명이다. 나더러 어쩌란 말이냐. 악덕으로 약해진 신체기관이 영양섭취의 완수를 거부하는 판에? 그러나 내 속내의 이야기를 아무에게도 폭로하지 말라. 너희들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희들과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하는 말인데, 비밀의 위엄이 미지의 전자기(電磁氣) 끌려 나를 모방하려고 시도하게 될 사람들은 의무와 미덕의 한계 안에 붙잡아 두게 하려는 것이다. 너희들이 내 입을 바라보겠다는 친절한 마음을 꼽는다면(지금으로서는 이보다 더 긴 예절의 정식 표현을 사용할 시간이 없다). 내 입이 그 구조의 외양으로 대번에 너희들에게 충격을 출 터이니, 너희의 비유에 뱀을 집어넣을 것까지도 없다. 그것은 내가 입의 근육조직을 최소축척까지 압축하여 내가 차가운 성격의 소유자임을 믿게 하기 때문이다. 너희들은 그 성격이 정반대임을 모르지 않는다. 내가 이 천사 같은 페이지를 통하여, 내 글을 읽고 있는 자의 얼굴을 어찌 바라볼 수 없겠는가. 그가 사춘기를 벗어나지 않았다면, 가까이 올지어다. 나를 꼭 끌어안고 나를 아프게 하지 않을까 겁먹지 말라. 우리 근육의 유대를 차츰차츰 긴밀하게 조이자. 좀더. 이런 요구를 하는 것조차 쓸데없는 짓 같다. 여러 가지 점에서 주목할 만한 이 종잇장의 불투명함은 우리의 완전한 결합작업을 방해하는 가장 현저한 장애다. 나로서는 중학교의 가장 창백한 소년들과 공장의 허약한 아이들에게 파렴치하게도 늘 변덕스러운 사랑을 느껴왔다! 내 말은 어떤 꿈의 어렴풋한 기억이 아닌바, 만일 내 고뇌에 찬 주자의 진실성을 확증할 수 있을 사건들을 너희들의 눈앞에 내보여야 할 의무가 내게 부과된다면, 내게는 몰아내야 할 추억들이 너무나 많으리라. 인간세상의 사범은 그 요원들의 의론의 여지 없는 능란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나를 현행범으로 체포하지는 않았다. 나는 심지어 내 정열에 충분하게 몸을 바치지 않았던 한 남색자를 살해하기까지하여(오래전의 일도 아니다!) 그 시체를 버려진 우물에 던졌으나, 나를 압박할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 왜 공포에 떨고 있느냐, 내 글을 읽는 소년아! 내가 그대에게도 똑같은 짓을 저지르고 싶어하리라고 생각하는가? 그대는 더할 나위 없이 부당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대는 옳다. 나를 믿지 말라, 특히 그대가 아름답다면, 내 국부는 영원토록 발기의 음울한 광경을 보여준다. 어느 누구도(게다가 그리도 많은 사람이 거기에 접근하지 않았던가!) 내 국부가 평시와 평온한 상태에 있는 것을 보았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착란의 순간에 내 물건에 칼질을 했던 구두닦이까지도, 배은망덕한 놈! 나는 일주일에 두 번씩 옷을 갈아입는데, 청결이 그런 결정의 중요한 동기는 아니다. 내가 이렇게 행동하지 않는다면, 인류의 구성원들이 며칠 후에는 길어지는 전투중에 소멸할 것이다. 실제로, 어느 지역이건 내가 몸을 담으면, 그들은 끊임없이 모습을 내보여 나를 괴롭히고 내 발거죽을 핥겠다고 찾아 온다. 그러나 도대체 내 정액은 한 방울 한 방울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지녔기에 후각신경으로 숨을 쉬는 것 일체를 자기에게 끌어 모으는가! 그들은 아마존 강가에서 오고, 갠지스 강물이 흐르는 계곡을 건너고, 극지의 지의(地衣)를 버리고 나를 찾아 기나긴 여행을 완수하며, 움직일 줄 모르는 도시들에게 묻는다. 잠시라도 그 성벽을 따라, 산맥의, 호수의, 희스의, 숲의, 곶벼랑의, 광막한 바다 냄새를 풍기는 그 성스러운 정액을 지닌 자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냐고! 나를 만날 수 없다는 절망감이 (나는 그들의 열기를 붇돋우기 위해 접근하기 가장 어려운 장소에 비밀리에 몸을 숨긴다) 그들을 지극히 유감스러운 행동으로 몰고 간다. 그들은 양 진영에 삼십만 명씩 갈라서고, 대포들의 울부짖음이 전쟁의 서곡 노릇을 한다. 전투대형의 양 날개가 동시에 요란을 떠는 모양이 마치 한 사람의 전사와 같다. 방진(方陣)이 짜였다가 무너지면 다시는 일어서지 않는다. 놀란 말들이 사방으로 달아난다. 포탄이 가차없는 유성처럼 땅을 갈아엎는다. 밤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조용한 달이 구름의 찢어진 틈 사이로 나타날 때, 전투 현장은 살육의 광막한 들판에 지나지 않는다. 몇십 리에 걸쳐 시체로 덮인 공간을 손가락으로 가리켜 보여주며, 이 별 위에 뜬 안개 같은 초승달은 섭리가 내게 점지한 설명할 수 없는 마법의 부적 탓에 초래된 참담한 결과들을 잠시 심오한 성찰의 주제로 삼으라고 나에게 명령한다. 불행하게도 내 음험한 함정이 인류을 전멸시키기까지는 아직도 몇 세기가 더 필요할 것이다! 날렵하나 허풍을 떨 줄 모르는 한 정신이 자기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맨 먼저 물리칠 수 없는 장해를 지닌 것 같은 그런 수단을 하용하는 방법이 이와 같다. 날마다 내 지성은 이 압도적인 문제를 향해 상승하고, 너희들은 스스로 증인이 되어 내가 최초에 다루려고 의도했던 하찮은 주제에 더는 내 지성이 머무를 수 없음을 목도한다. 마지막 말--- 겨울밤이었다. 전나무숲에서 삭풍이 휘파람 불 때, 창조주는 어둠 한 가운데에 문을 열어 한 남색자를 들어오게 했다.  
4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7) 댓글:  조회:1417  추천:0  2019-07-28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7)           다섯번째 노래(4)       (4) - 아니, 도대체 누가!---- 아니 도대체 누가 감히 여기서 내 검은 가슴께로 제 몸마디(體節)를 음모자처럼 끌고 오는가? 자네가 누구건, 이 별쭝맞은 피톤1), 어떤 핑계로 자네의 우스꽝스러운 출현을 변명하려는가? 자네를 괴롭히는 것은 막막한 회한인가? 이보게, 보아뱀, 자네의 야성적 위엄은 추측건대, 내가 그걸 범죄자들의 생김새와 견주더라도 그 비교에서 벗어나려는 터무니없는 희망을 품을 수는 없기에 하는 말일세. 그 거품이 이는 희멀건 침은 내가 보기에 격노의 표지일쎄. 내 말을 듣게: 자네의 눈이 하늘의 광선을 빨아들이기는 요원하다는 것을 아는가? 내가 무언가 위로의 말을 베풀 수 있다고 자네의 시건방진 두뇌가 믿었다면, 그것은 관상학적 지식이 완전히 결여된 무지의 소치로만 가능한 일인 것을 잊지 말게. 잠시 동안, 물론 마음껏, 내가, 다른 사람도 그러듯이, 내 얼굴이라고 부를 권리가 있는 것 쪽으로 자네의 두 눈빛을 움직여보게나! 그게 얼마나 눈물에 젖어 있는지 보이지 않는가? 자네가 오해한 것이지. 이 바질릭2) 자네는 저 가련한 분량의 위안을 다른 데서 찾아야 할 것이네. 내 근본적인 무력함이, 내 선의의 수많은 이의제기에도 불구하고, 그것마저 자네한테서 거두어버렸으니. 오! 어떤 힘이 표현 가능한 문장을 빌려 숙명적으로 자네를 패망으로 몰아갔는가? 내 한번 발꿈치를 찍어 자네 삼각형 머리의 뒤로 젖혀지는 곡선을 붉게 물드는 잔디에 처박아, 사바나의 풀과 짓이겨진 자의 살덩이로 이름 모를 반죽을 빚을 수도 있다는 점을 그대가 이해하지 못한다는 그런 추론에 내가 익숙해지기는 거의 불가능하네.   - 내게서 멀리 어서 빨리 사라지게. 창백한 얼굴을 가진 이 죄덩어리야! 공포 유발의 아슬아슬한 신기루가 바로 자네의 유형을 보여주지 않았나! 그 무례한 의혹을 쓸어버리게, 이번에는 내가 자네를 고발하여, 파충류잡이 사식조(蛇食鳥)의 판단에 따라 반드시 증명될 항의를 자네에게 던지길 바라지 않는다면 말이야. 상상력의 어떤 괴이한 착오가 나를 알아보지 못하게 하는가! 도대체 자네는 내가 카오스로부터 삶 하나를 떠오르게 하는 은사(恩賜)로 자네에게 베풀어주었던 막중한 봉사들이며, 자네 쪽에서도, 죽을 때까지 내 깃발을 떠나지 않고 내게 충성하겠다던 영원히 잊지 못할 그 맹세를 상기하지 않는 것인가? 자네가 아이였을 때(자네의 지성은 그때가 전성기였지), 자네는 맨 먼저 피레네산의 영양과도 같은 속력으로 언덕에 기어올라 그 작은 손을 흔들어 태어나는 새벽의 영롱한 빛살에 인사를 했지. 자네 목소리의 음조는 다이아몬든 빛을 뿜는 진주들처럼 자네의 낭랑한 후두에서 솟아올라서 그 집단적 개성을 긴 예배 찬송가의 비브라토 집합체로 녹여내곤 했지. 이제 자네는 내가 너무 오랫동안 보여주었던 인내심을 진창에 더럽혀진 누더기처럼, 발밑에 내던지는구먼. 감사하는 마음은 제 뿌리가 늪의 밑바닥처럼 메말라가는 것을 보았건만, 그 대신에 야망이 형언하기도 괴로운 비율로 성장하는군. 내 말에 귀를 기울리는 녀석은 어떤 녀석인가. 자기 자신의 허약함을 남용하면서 이리도 자신만만하다니?   - 그리고 자네는 누구지. 이 뻔뻔한 실체 자네는? 아니지!--- 아니지!--- 나는 틀리지 않아. 자네가 다양한 변신의 힘을 빌리더라도 항상 자네의 뱀 대가리가 내 눈 앞에서 영원한 불의와 잔인한 지배의 등대처럼 번쩍거릴 거야! 그는 명령의 고삐를 쥐고 싶어했으나 그는 지배할 줄을 몰라! 그는 창조계의 모든 존재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싶어했으며, 성공했다. 그는 저 혼자 우주의 군주임을 증명하고 싶어했는데, 그가 틀린 것이바로 그 점이지. 오, 가련한 존재야! 자네는 저 불평과 음모에 귀기울리려고 지금 이 시간까지 기다렸는가? 지구의 표면에서 동시에 올라와 그 사나운 날개로 자네의 찢어지기 쉬운 고막의 나비 모양 테두리를 싹둑 잘라갈 저 소리들에, 이제 그날이 멀지 않았네. 내 팔이, 자네의 숨결 때문에 독기 뿜는 먼지 속에 자네를 자빠뜨린 다음 자네의 내장에서 그 해로운 생명을 뽑아버리고, 뒤틀리지 않은 곳 없는 시야를 경악으로 습격하고, 말도 못하는 그 혀를 그의 입천장에 못박아놓는 이 퍼덕거리는 살덩이와 비교되어야 할 것은, 누구라도 내정한 태도를 유지한다면, 오직 노화로 쓰러진 떡갈나무의 썩은 둥치밖에는 없다는 것을 가르쳐줄, 그날이! 어떤 연민의 생각이 자네 모습 앞에 나를 붙잡아놓는가! 내 자네에게 말하거니와, 자네가 차라리 내 앞에서 물러나서, 헤아릴 수도 없는 그 치욕을 갓 태어난 아이의 핏속에 씻으러 가게. 자네의 습성이 어떤 것인지 보라고. 그게 자네한테 어울리는 거지. 가게--- 줄곧 앞으로 걸어가게. 자네한테 방랑의 형을 선고하네. 자네한테 홀로 가족도 없이 살 것을 선고하네. 끊임없이 길을 가게. 자네의 두다리가 자네를 지탱해주길 마침내 거부하도록. 사막의 모래벌판을 가로지르게. 세계의 종말이 허무 속에 별들을 삼킬 때까지. 자네가 호랑이 소굴 근처라도 지나가게 되면, 놈은 서둘러 달아날 걸세. 이상적인 패덕의 좌대 위에 높이 올라앉은 저 자신이 성격을, 마치 거울에 비춰보듯, 보지 않으려고. 그러나 강압적인 피로가 가시덤불과 엉겅퀴로 덮여 있는 내 궁전의 포석 앞에어 자네 발걸음을 멈추라고 명령할 때는 누더기가 된 자네의 샌들에 주의를 기울이고, 현관의 우아함을 차례차례 발끝으로 넘게. 이건 쓸데없는 충고가 아니냐. 자네는 옛 성채의 토대를 따라 뻗은 납빛 지하묘지에 잠든 내 젊은 아내와 어린 나이의 내 아들을 자칫 깨울 수도 있으니까. 자네가 미리 조심하지 않으면, 그들이 지하에서 소리를 내질러 자네를 하얗게 질리게 할 수도 있을 테니까. 자네의 완고한 의자가 그들의 생명을 빼앗았을 때, 그들은 권력이라는 게 무섭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으며, 그 점에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그리고 그들의 마지막 작별인사는 나에게 그들의 믿음을 확인시켜주었지). 자네의 섭리가 그 정도로 냉혹하게 나타나리라고는! 그거야 어떻든, 에메랄드 장식판이 둘린, 그러나 문장(紋章)들의 빛이 바랜, 내 선조들의 영예로운 조상(彫像)들이 쉬고 있는, 이 버려지고 적막한 홀을 재빨리 건너가게. 그 대리석 상들은 자네에게 화가 나 있지. 그들의 흐릿한 시선을 피하게. 이게 바로 그들의 유일하고 마지막인 후손의 혀가 자네에게 베푸는 충고일세. 그들의 팔이 어떻게 도발적인 방어자세로 들어올려 있는지. 그들의 머리가 얼마나 뜨겁게 뒤로 젖혀져 있는지 살펴보게. 분명코 그들은 자네가 네게 저지른 악행을 눈치챗으니, 이 조각된 돌덩이들을 지탱하고 있는 얼어붙은 좌대의 손닿는 곳을 지나간다면, 복수가 자네를 기다리지.자네의 방어가 내게 무언가 반박하라고 요구한다면, 말하게. 지금 울기에는 너무 늦었네. 호기가 왔을 때, 더 적절한 순간에 울었어야지. 마침내 자네의 눈이 뜨였다면, 자네가 저지른 행위의 결과가 어떤 것인지 스스로 판단을 하게. 잘 가게! 나는 절벽의 미풍을 들이마시러 가겠네. 내 허파들이 반쯤 숨이 막혀 자네보다 더 침착하고 더 고결한 광경을 보고 싶다고 거대한 목소리로 욕하지 않는가!       1) 피톤은 원래 그리스 신화에서 아폴론의 출생을 저지하려다 실패하고, 그의 손에 살해된 뱀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프랑스에서는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왕뱀을 포함해 여러 종류의 뱀을 이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2) 그리스 신화에서 시선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괴물 뱀.  
3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6) 댓글:  조회:1395  추천:0  2019-07-28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6)           다섯번째 노래(3)       (3) 인간 능력의 단속적 소멸: 당신의 사고가 무엇을 상정하려들었건 간에, 이것은 적절한 말이 아니다. 적어도, 다른 말처럼 적절한 말이 아니다. 산 채로 제 껍질을 벗겨달라고 형리에게 탄원하면서, 정당한 행위를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 손 들어보라. 자진하여 죽음의 총탄에 가슴을 바치는 자, 쾌락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어보라. 내 눈은 상처의 흔적을 찾으리라. 내 열 손가락은 그 주의력 전체를 집중하여 이 별난 자의 육체를 조심스럽게 만지리라. 나는 뇌수가 흩어져 내 이마의 비단 위에 튀어 박힌 것을 학인하리라. 이런 순교를 사랑하는 한 인간은 전 세계를 다 털어 단 한 명도 발견되지 않는 것이 아닐까? 나는 웃음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데, 정말이지 나 자신이 그것을 경험한 적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어디엔가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려는 사람을 볼 일이 생겼는데, 그때도 내 두 입술이 넓게 벌어지지 않으려고 장담한다면 얼마나 경솔한 짓이겠는가? 자기 생존을 위해서는 누구도 원치 않는 일이 고르지 못한 운수 탓에 내 앞에 떨어졌다. 내 육체가 고통의 호수에서 헤엄치고 있다는 것이 아니다. 그거야 괜찮다. 그러나 응축되고 지속적으로 긴장된 성찰 탓에 내 정신이 잦아들어간다. 그 울부짖는 꼴이 마치 육식 홍학과 굶주린 왜가리떼가 물가의 골풀 군락을 습격했을 때의 늪 속 개구리떼나 다름없다. 털오리의 가슴에서 뽑아낸 깃털 침대에서 편안하게, 제 속마음이 드러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잠든 자에게 복이 있도다. 내가 아직도 잠들지 못한 지 삼십 년이 넘었구나. 발설할 수 없는 내 탄생일 이후로, 나는 저 잠을 싣고 있는 널빤지에 화해할 수 없는 증오를 서약했다. 그것을 원했던 것은 바로 나, 누구도 비난할 수 없다. 서둘러라, 유산된 의혹을 버려라. 내 이마에서, 이 창백한 화관을 알아보겠는가? 야윈 손가락으로 이 관을 짠 것은 완강함이었다. 타오르는 수액의 잔재가 녹은 쇳물의 분류처럼 내 뼛속으로 흐르는 동안은, 나는 한숨도 자지 않으리라. 밤마다, 나는 창유리 너머로 내 창백한 눈을 별에 강제로 붙박는다. 마음을 놓을 수 있도록, 나뭇조각 하나가 부어 오른 내 눈 눈까풀을 벌려놓는다. 새벽이 다시 오면, 새벽은 같은 자세를 유지한 채, 차가운 석고 벽에 몸을 수직으로 기대고 서 있는 나를 다시 발견한다. 그러면서도 때때로 꿈을 꾸는 일이 일어나지만, 단 한 순간이라도 내 인격에 대한 생생한 느낌과 자유로운 운동능력은 잃지 않는다. 인광이 일어나는 어둠의 모퉁이에 숨어 있는 악몽, 곰배팔로 내 얼굴을 더듬는 열병, 피 흐르는 발톱을 곧추세우는 한 마리 한 마리 더러운 짐승, 그러니까, 저 자신의 영원한 행위에 안정된 먹이를 주기 위해 저것들을 빙빙 돌게 하는 것은 바로 나의 의지임을 아시라. 실제로 극단적으로 허약한 상태에서도 원기를 되찾는 원자, 자유의지는 자기 자식의 수에 우둔을 꼽지는 않는다는 것을 어떤 막강한 권위로 단언하기를 겁내지 않는다. 잠자는 자는 지난밤에 거세를 당한 동물보다도 못하다는 말이다. 불면증이 사이프러스나무 냄새를 풍기는 이 근육들을 깊은 구덩이 밑바닥으로 끌고 간다 해도, 내 지성의 하얀 납골당의 창조주의 눈에 그 성역을 열어 보이는 일은 결코 없으리라. 어떤 비밀스럽고 고결한 정의, 팔을 벌리면 내가 본능적으로 뛰어드는 그 정의가 이 더러운 징벌을 간단없이 추격하라고 내게 명령한다. 내 경솔한 영혼의 무서운 적이여, 해안에서 등대에 불을 켜는 시간에, 나는 내 불운한 등허리에 잔디밭의 이슬 위에 드러눕는 것을 금한다. 승리자여, 나는 위선적인 양귀비의 온갖 책략을 물리친다. 결과적으로, 확실한 것은 이 식상한 싸움에서 나의 마음은 벽을 둘러쳐 제 의도를 감추었다는 것이며, 굶주리며 저 자신을 뜯어 먹는다는 것이다. 거인들처럼 침투할 수 없는 자, 나는 끊임없이 두 눈을 활짝 뜨고 살았다. 적어도 주간에는 누구라도 외적 거대객체(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자 누구인가>)에 효과적인 저항으로 맞설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낮에는 의지가 눈에 띄게 용심을 부려 자기방어에 주의를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밤안개의 베일이 이제 곧 목을 매달려는 사형수 위에까지 필쳐지자마자, 오! 자신의 지성아 낮선 자의 신성모독적인 두 손에 붙잡혀 있는 것을 보리라. 가차없는 메스가 그 무성한 가시덤불을 파헤친다. 의식은 긴 저주의 헐떡임을 토해낸다. 수치로다! 우리의 문은 저 하늘나라 길강도의 맹렬한 호기심 앞에 열려 있다. 나는 이 시치스러운 형벌을 받을 이유가 없다. 너, 내 인과율의 추악한 스파이 녀석! 내가 존재한다면, 나는 타자가 아니다. 나는 내 안에 이 애매한 복수성(複數性)을 인정하지 않는다. 나는 내 내밀한 논리성 속에서 홀로 거주하고 싶다. 자율성을---- 아니면 나를 하마로 변하게 하라. 땅 밑으로라도 꺼져라. 오, 이름 없는 상흔이여, 그리고 다시는 내 험악한 분노 앞에 나타나지 마라. 내 주체성과 창조주, 그건 뇌 하나에 담기에 너무 많다. 밤이 시간의 흐름을 어둡게 할 때, 얼음 같은 식은땀에 젖은 제 잠자리에서 잠의 지배력에 맞서 싸우지 않았던 자 누구인가? 사그라지는 능력들을 가슴께에 끌어 모으는 이 침대는 네모반듯하게 잘린 전나무 널판으로 짠 무덤일 뿐이다. 의지는 보이지 않는 힘 앞에 서기라도 한 듯, 서서히 물러난다. 끈적끈적한 나뭇진이 눈의 수정체를 두껍게 덮는다. 두 눈꺼풀이 두 친구처럼 서로 찾는다. 몸뚱이는 숨쉬는 시체에 불과하다. 결국, 큰 말뚝에 네 개의 매트리스 위에 팔다리 전체를 못박는다. 그리고 제발 주목하시라. 결국 시트는 수의일 뿐이다. 여기 온갖 종교의 향이 타오르는 향로를 보라. 영원이 먼 바다처럼 울부짖으며 성큼성큼 다가온다. 아파트는 사라졌다. 인간들이여, 촛불을 켠 빈소에 엎드리라! 때로는 가장 무거운 잠의 한가운데서, 신체 조직의 이런저런 결함을 극복하려고 쓸데없이 애쓰면서, 동물자기최면술에 걸린 감각은 이제 자신이 무덤의 묘석에 지나지 않음을 놀라 깨달으며, 비할 데 없는 정교함에 기대어 훌륭하게 논리를 편다. "그 잠자리에서 빠져나온다는 것은 생각한 것보다 더 어려운 문제지. 죄수 호송마차에 올라타면, 기요틴의 두 기둥을 향해 나를 끌고 가겠지. 이상한 일이다. 무기력한 내 팔이 나뭇등걸의 뻣뻣함을 교묘하게 얻어내다니 사형대를 향해 걸어가는 꿈을 꾼다는 건 몹시도 기분 나쁜 일이야. 피가 얼굴을 덮고 큰 줄기를 이루어 흐른다. 가슴은 반복경련을 일으키다가 쌕쌕거리며 부풀어오른다. 오벨리스크의 무게가 격정의 용솟음을 억누른다. 현실이 반수사태의 꿈을 파괴하였구나! 자만심에 가득찬 자아와 강경중의 무시무시한 진행 사이에 싸움이 깊어질 때, 환각에 빠진 정신이 판단력을 상실한다는 것이야 누군들 알지 못할까? 절망에 파먹히면서도, 정신은 제 타고난 성질을 끝내 쳐부술 때까지 고통 속에서 즐거워하니, 마침내 수면은 제 먹이가 자기한테서 빠져 달아나는 것을 보고, 수치스러운 날개을 짜증으로 퍼덕이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적수의 마음에서 멀리 도망친다. 결코 감기지 않는 내 눈을 응시하지 말라. 내가 견뎌내는 이 고뇌를 이해하겠는가? (아무튼 자존심은 충족된다) 밤이 인류에게 휴식을 권유하기 시작하면, 내가 아는 한 남자는 성큼성큼 들판으로 걸어나간다. 내 결심이 노쇠에 감염되어 굴복할까봐 겁이 난다. 어서 오라, 내가 잠들 저 운명의 날이여! 깨어나면 내 면도칼이 내 목을 통과하여 길을 내며, 사실상 이보다 더 현실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증명하리라.  
2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5) 댓글:  조회:1251  추천:0  2019-07-28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5)           다섯번째 노래(2)       (2) 나는 내 앞의 작은 언덕 위에 물체가 하나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머리를 명확하게 분간할 수 없었으나, 벌써 나는 그 윤곽의 정확한 비율을 특정하지 않고도, 그 머리가 일반적인 형태는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는 그 부동의 기둥에 감히 접근하지 않았는데, 내가 삼천마리가 넘는 게들의 보각(步脚) (나는 먹이의 포착과 저작에 소용되는 다리에 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 해도, 그 자체로는 매우 하찮은 한 사건이 내 호기심에 무거운 조세를 징수하여 그 제방을 무너뜨리게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었을 것이다. 한 마리 쇠똥구리가 아래턱과 더듬이로 주성분이 분변으로이루어진 공 하나를 땅 위에 굴리며, 이미 말했던 언덕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나아가며, 오직 그 방향으로 가겠다는 제 의지를 자못 돋보이게 하느라고 열심이었다. 이 절족동물이 암소보다 월등하게 큰 것은 아니었다! 내가 하는 말이 의심스럽다면, 내게로 오거라. 그럼 올곧은 증인들의 증언으로 가장 의심 많은 사람들이라도 흡족하게 해줄 것이다. 나는 멀리서, 노골적으로 호기심을 내보이며, 그 뒤를 따랐다. 이 거대하고 시커먼 공으로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오, 독자야, 끊임없이 통찰력을 자랑하는 너(그렇다고 잘못된 것은 아니고), 너는 그걸 나에게 말해줄 수 있으려나? 그러나 수수께끼에 대한 널리 알려진 네 정열을 거친 시련에 부딛치게 하고 싶지는 않다. 이 신비가 나중에야, 네가 네 삶의 끝에 이르러 너의 침대 곁으로 찾아온 단말마와 더불어 철학적 토론을 시작할 때야--- 어쩌면 이 절의 끝에 이르러서야, 너에게 밝혀지리라는 점을 (그건 너에게 밝혀질 것이다) 너에게 다시금 지적하는 것이 내가 너에게 가할 가장 부드러운 책벌임을 네가 알기만 하면 하면 그만이다. 쇠똥구리는 그 작은 언덕 기슭에 도착해 있었다. 나는 녀석의 자취를 그대로 따라갔는데, 여전히 그 현장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왜냐하면 도둑갈매기들이, 항상 굶주리기라도 한 것처럼 불안해하는 이 새들이 지구의 양극을 적시고 있는 바다에 살기를 좋아해서 온대에는 우연한 사고로만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도 마음이 편치 못해 아주 느리게 두 다리를 앞으로 옮겼다. 그러나 내가 보러 가고 있던 그 육체를 닮은 물질은 무엇이었던가? 나는 펠리컨과에 네 가지 상이한 종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사다새, 펠리컨, 가마우지, 군함조, 내 앞에 나타난 그 회색빛 형체는 사다새가 아니었다. 내가 염탐한 그 유연한 덩어리는 군함조가 아니었다. 내가 염탐한 그 결정(結晶)상태의 육질은 가마우지가 아니었다. 나는 마침내 보았다. 뇌에서 환상융기가 제거된 인간을! 나는 내 기억의 주름을 막연히 더듬어보았으니, 내가 벌써 지난날에 저 기다랗고 넓적하고 볼록한 궁륭형 부리를 눈여겨보았던 것이 어느 혹서의 땅에서였던가, 아니면 어느 동토에서였던가, 그 모서리가 눈에 밟히고, 발톱 모양새로, 가운데가 솟아올랐다가 끝이 갈고리처럼 구부러진 저 부리를, 저 톱니형의 곧은 테두리를, 꼭지 끝부분까지 가지가 갈라진 저 아래턱을, 막질(膜質)의 피부로 빈틈없이 덮여 있는 저 벌어진 간격을, 목덜미를 온통 차지하고 엄청나게 팽창할 수 있는 저 노란 낭상(囊狀)의 넓은 포대를, 그리고 기저의 홈에 매우 좁다랗게 가로로 파여 거의 감지 불가능한 저 두 콧구멍을! 단순 허파호흡을 하고, 털로 덮여 있는 이 생물이 어깨까지만이 아니라 발바닥까지 온전한 한 마리 새였더라면, 그것을 알아보는 데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으리라. 여러분들이 이제 직접 보게 될 것처럼, 아주 쉬운 일이었으리라. 다만, 이번에는 그럴 일이 없다. 내 증명의 명확성을 기하기 위하여, 내 작업대 위에 그런 새 한마리가, 비록 박제에 불과할지라도, 놓여 있을 필요가 있으리라. 그런데, 나는 그 새를 구입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부자가 아니다. 이전의 가설을 한 걸음 한 걸음 짚어간다면, 나도 그 뒤를 이어, 병약한 자세로 고결함을 지켜내는 것이 가상한 그자에게 정체를 부여하고 박물지의 틀 안에서 자리 하나를 찾아주게 될 것이다. 그 이중 신체조직의 비밀을 완전히 모르지는 않는다고 얼마나 흐뭇해하며, 더 많이 알려고 얼마나 갈망하며, 나는 지속적 변신상태에 있는 그자를 관찰하였던가! 그가 비록 인간의 얼굴을 소유하지 않았지만, 나에게는 아름답게 보이기가 곤충의 한 쌍 긴더듬이형 섬유조직 같고, 아니 차라리 서둘러 치르는 매장(埋葬) 같고, 아니 그보다는 훼손된 신체기관의 재생법칙 같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유달리 부패하기 쉬운 액체와도 같고! 그러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아무런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서도, 그 이방인은 자기 앞을 줄곧 바라보고 있었다. 그 펠리컨의 머리로! 어느 날인가는 이 이야기의 끝부분을 나는 다시 이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활기 없이 재빠르게 나의 서술을 계속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대들의 편에서, 내 상상력이 어디에 가닿기를 바라는 지 알기를 지체한다면(하늘의 뜻이 다르지 않아 실제로 거기에 오직 상상력이 있을 뿐이기를!) 내 편에서는, 내가 그대들에게 말해야 했던 것을 단 한 번에 (두 번으로 나누지 않고!) 끝내버리기로 결심을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용기가 없다고 나를 비난할 권리가 누구에게도 없긴 하지만, 그러나 이런 상황과 맞닥뜨렸을 때, 심장의 맥박이 손바닥에 고동치고 있음을 느낄 사람은 한둘이 아니다. 얼마전에, 브르타뉴의 작은 항구에서, 연안항해선 선장인 늙은 뱃사람 하나가 거의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채 죽었는데, 그는 끔찍한 이야기의 주인공이었다. 그는 당시 원양항해의 선장으로 생말로의 한 선주에게 고용되어 항해를 했다. 그런데, 열세 달을 떠나 있다가, 집에 돌아왔을 때, 아내는 그의 후계자를 낳아놓고 아직 침상에 누워 있었는데, 그는 자신에게 아이를 인지할 어떤 권리도 없음을 알았다. 선장은 자신의 놀라움과 분노를 전혀 드러내지 않고, 자기 아내에게 옷을 입고 자기를 따라 도시의 성벽 위로 산보를 나가자고 냉정하게 요구했다. 때는 1월이었다. 생말로의 성벽은 높아, 북풍이 불어올 때는 가장 악착스러운 사람들도 뒷걸음질을 친다. 불행한 여자는 차분한 마음으로 체념하고 순순히 따랐으며, 돌아오는 길에 착란을 일으켰다. 그날 밤 그녀는 숨을 거두었다. 그러나 그녀는 단지 한 여자에 지나지 않았다. 한 사람의 남자인 나도 작지 않은 드라마와 맞닥뜨리면, 나 자신을 충분히 장악하여 얼굴 근육을 미동 없이 유지할 수 있었을지 알 수 없는 판에! 쇠똥구리가 언덕 기슭에 도착하자마자, 예의 사내는 팔을 서쪽으로 (정확하게 그 방향에서, 콘도르 한 마리와 버지니아수리부엉이 한 마리가 공중에 싸움에 돌입했다) 들어올리고, 다이아몬드의 색조 체계를 나타내는 기름한 눈물 한 방울을 부리에서 닦아내며 쇠똥구리에게 말했다. "불행한 공이로다! 너는 그것을 충분히 오래 굴려왔지 않으냐? 너의 복수는 아직도 충족되지 않았구나. 벌써, 네가 무정형의 다면체를 빚는 식으로 다리와 팔을 진주 목걸이로 묶어, 골짜기와 길을 헤치고, 가시덤불과 돌밭을 넘어, 네 발목관절로 끌고 다녔던 그 여자는(그게 아직도 그여자인지 좀 다가가서 보게 해달라!) 뼈가 상처로 파이고, 사지가 회전 마찰의 물리법칙에 의해 반들반들 닦여, 단일 응고체로 혼합되고, 육체가 최초의 윤곽과 타고난 곡선 대신 전일 균질체의 단조로운 외관을 드러내어, 짓찧어진 다양한 요소들의 뒤죽박죽으로 한 덩어리 구체(球體)와 너무 닮아 있을 뿐이구나! 그 여자는 죽은 지 오래되었다. 그 잔해들을 땅에 버리고, 너를 소진케 하는 그 격분을 돌이킬 수 없는 비율로 증대시키지 않도록 조심해라. 그게 더는 정의가 아니다. 네 이마의 외피 속에 감춰진 에고티즘이 저를 싸고 있는 홑이불을 천천히 유령처럼 들어올리지 않느냐?" 콘도르와 버지니아수리부엉이는 싸움이 급하게 전개되는 바람에 어느덧 우리들과 가까운 자리에 와 있었다. 쇠똥구리는 이 예기치못한 말 앞에 몸을 떨었으며, 다른 기회였더라면, 별 의미 없는 행동이었을 것이 이번에는 한계를 모르는 어떤 분노의 명백한 표지가 되었다. 그는 뒷다리 허벅지로 앞날개전을 무섭게 긁어 날카로운 소리를 냈던 것이다. "누구시더라, 도대체, 당신은, 이 겁쟁이 양반? 지난날의 기막힌 사연들을 잊으신 모양이네. 그게 기억 속에 담겨 있지 않다니요, 형님. 이 여자는 우리를 차례차례 배반했다고요. 첫번째로 형을 두번째로 나를, 이런 모욕은 그렇게도 쉽게 기억에서 사라져서는 안 된다고 (안 된다고!) 생각해. 그렇게도 쉽게! 형 말이야, 형의 고결한 본성이 용서하기를 허락하겠지. 그러나 빵 반죽통 속의 반죽이 되어버린 이 여자의 원자가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다 하더라도(첫번째 검사에서 이 몸뚱이가 내 맹렬한 열정의 효과보다는 오히려 두 개의 강력한 톱니바퀴에 의해 밀도의 현저한 증가가 있었음을 믿어야 할지 여부는 이제 문제가 되지 않지). 이 여자가 아직 살아 있는 것이 아닌지 형이 알고 있다는 말이야? 입을 다물고, 내가 복수할 수 있게 놔둬." 그는 굴리기 작업을 다시 시작하여, 공을 앞으로 밀며 멀어졌다. 그가 멀어지자, 펠리컨은 소리질렀다. "저 여자는 그 마법의 힘으로 나에게 물갈퀴 새의 머리를 씌우고, 내 동생을 쇠똥구리로 변하게 했지. 필경, 그 여자는 내가 방금 열거한 대접보다 더 험한 대접을 받아도 싸지." 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신하지 못한 채, 내가 들은 것으로, 내 머리 위에서 콘도르와 버지니아수리부엉이를 피튀기는 싸움 속에 한 덩어리로 엮어놓은 적대관계의 성질을 짐작하면서, 나는 머리를 망토 후드를 젖히듯 뒤로 젖혀 허파 운동에 가능한 한 편안함과 탄력성을 주고, 두 눈을 하늘로 가져가며 소리를 질렀다. "너희들은 불화를 그쳐라. 너희 양쪽이 모두 옳다. 여자는 너희 두 사람에게 각기 사랑을 약속해서, 결과적으로 너희를 함께 속였다. 그러나 너희는 혼자가 아니다. 그뿐만 아니라 여자는 너희에게서 인간의 모습을 박탈함으로써 너희의 가장 성스러운 고통을 잔인한 놀이로 삼았다. 그런데 너희는 내 말을 믿기를 주저하는구나! 더구나 그 여자는 죽었으며, 쇠똥구리는 처음 배반당한 자를 동정하면서도, 지울 수 없는 낙인을 찍어 여자에게 벌을 주었다." 이 말에 새들은 싸움을 끝내고, 더는 서로에게 깃털을 뽑지도 살점을 발라내지도 않았다. 그들이 이렇게 행동한 것은 옳은 일이었다. 한 마리 개가 제 주인의 뒤를 따라 달려가며 그리는 곡선에 관한 논문처럼 아름다운 버지니아수리부엉이는 무너진 수도원의 벌어진 틈새로 잠겨들었다.성장 추세가 인체에 동화되는 분자의 양과 비례하지 않는 성인의 가슴발육 정지의 법칙처럼 아름다운 콘도르는 대기의 상층부로 잦아들었다. 펠리컨은, 그의 관대한 용서가 당연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되어 나에게 많은 감명을 주었는데, 인간 항해자들에게 자신의 예를 주목하고 음울한 마녀들의 사랑으로부터 저마다 제 운명을 지켜내라고 경고하려는 듯이 그 작은 언덕 위에서 등대와도 같은 위엄 어린 냉정을 되칮고, 자기 앞을 줄곧 바라보았다. 알코올 중독에 빠진 손의 떨림처럼 아름다운 쇠똥구리는 지평선으로 사라졌다. 생명의 책에서 말소되었을 수도 있는 네 가지 여분의 삶. 나는 왼팔에서 근육 하나를 고스란히 뜯어내면서도, 내가 무슨 짓을 하는 알지 못했는데, 그만큼 나는 이 네 겹의 불운 앞에서 감동을 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것을 배변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니. 나라고 하는 바보 중에 상 바보는, 간다.  
1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4) 댓글:  조회:1268  추천:0  2019-07-28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4)           다섯번째 노래(1)       (1) 내 산문이 즐거움을 안겨주는 행운을 누리지 못하더라도, 독자는 내게 화를 내지 말지어다. 적어도 내 착상은 기발하다고 그대는 주장한다. 그대가 말하는 것은, 존경스러운 사람이며, 진실이다. 그러나 부분적인 진실이다. 그런데, 착오나 모멸이 넘치는 샘이라 한들, 어느 샘이 부분적으로는 진실이 아니겠는가! 찌르레기 군단은 그들 나름의 비행 방식이 있어서, 일사분란하고 규칙적인 어떤 전술을 따르기라도 하는 것 같은데, 오직 대장 한 사람의 목소리에 정확하게 복종하는 훈련된 군대의 전술이 그럴 터이다. 찌르레기들이 복종하는 것은 본능이 줄곧 새들을 무리의 중심으로 다가서도록 떠밀고, 비행 속도는 끊임없이 새들을 바깥쪽으로 끌어가는 나머지, 자성(磁性)을 띤 동일한 한 점을 향하려는 공통된 경향으로 결속된 이 새들의 집단은 쉴새없이 오고가고 온갖 방향으로 순환하고 교차하는 가운데, 일종의 매우 격렬한 소용돌이를 형성하니, 그 덩어리의 총체는 명확한 방향을 따르지 않으면서도 전체적으로 그 자리를 돌며 자전운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그 각 부분이 저마다 순환운동을 하는 결과인지라. 그 중심은 끝없이 확산되려는 경향을 지니면서도, 그 주변을 둘러싸고 옥죄는 대열의 반동에 의해 끊임없이 압박하고 제한되어, 이들 대열 가운데 어떤 대열보다 밀도가 높으며, 주변 대열들도 중심에 가까울수록 그만큼 더 밀도가 높다. 이런 소용돌이치기의 기이한 방법에도 불구하고, 찌르레기들은 보기 드문 속력으로 주변 공기를 찢고, 그들 피로의 종점과 그들 순례의 목적지를 향해 매초마다 한 뼘씩 소중한 비행공간을 뚜렷하게 정복한다. 그대도, 마친가지로, 이 장절들 하나하나를 노래하는 나의 기이한 방법에 마음쓰지 말라. 그러나 시의 기본적인 어조는 그럼에도 여전히 내 지성에 대한 본래의 권리를 고스란히 지탱하고 있다고 믿으라. 그렇다고 해서 내 성격이 있을 수 있는 것들의 범주를 벗어나는 것도 아니다. 물론 당신이 이해하는 바와 같은 당신의 문학과 나의 문학이라는 극단적인 이항 사이에 무수한 중간 항들이 있으며, 항목을 늘이기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래봐야 아무 소용이 없으려니와, 상상했던 그대로 이해되지 않으면, 다시 말해 확대 해석되지 않으면, 합리적이기를 그치는 이 탁월하게 철학적인 개념에 협소하고 거짓된 어떤 것을 낳을 위험도 있을 터이다. 너는 열정과 내적 냉정을 결합할 줄 안다. 내향성의 관찰자야, 아무튼 나로서는 네가 완벽하다고 본다--- 그런데 너는 나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구나! 네 건강이 양호하지 않다면, 내 충고를 따라(내가 너에게 내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충고다), 들판에 나가 산보를 하라. 초라한 보상이라고, 그렇게 말하겠는가? 공기를 마시고 나서 나를 다시 찾아오라. 네 감각은 한결 가라앉아 있을 것이다. 더는 울지 말라. 나는 너를 아프게 하려던 것이 아니었다. 어느 정도까지는, 친구야, 내 노래가 너의 공감을 얻었다는 게 사실 아닌가? 그런데, 또다른 단계를 뛰어넘지 못하도록 너를 막는 자 누구인가? 너의 기호와 나의 기호 사이의 경계선은 보이지 않는다. 너는 결코 그 선을 붙잡을 수 없으리라. 이 경계선 자체가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하라. 따라서 이런 경우 (여기서는 문제를 가볍게 건드리기만 하겠다) 네가 저 수컷 노새의 상냥한 딸이자 불관용의 그리도 풍요로운 원천인 이 동맹조약에 완강하게 서명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임을 유념하라. 네가 바보가 아니란 것을 알지 못했다면, 너에게 이런 비난을 퍼붓지도 않았으리라. 네 딴에는 흔들림이 없다고 믿는 공리의 연골 등껍질 속에 움츠러들어봐야 네게 이로울 것이 없다. 흔들림이 없을뿐더러, 네 공리와 평행할 다른 공리들도 있다. 네가 캐러멜을 별나게 좋아하더라도(자연의 기막힌 농담이로다), 그것을 범죄라고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한결 활력 있는 지성, 더 위대한 일이 가능한 지성을 지녔기에 우주나 비소를 더 좋아할 사람들은 그렇게 여길 충분한 이유가 있으나, 그렇다고 그들이 뾰족뒤쥐 앞에서 입방체의 표면을 말하는 표현 앞에서 무서워 떠는 자들에게 안온한 지배를 밀어붙이려는 의도를 지닌 것은 아니다. 나는 경험으로 말을 하는 것이지, 여기서 도발자의 역할을 맡으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윤충동물(輪蟲動物)과 완보동물(緩步動物)이 반드시 그 생명을 잃지 않고도 비등점 가까운 온도로 덮혀질 수 있는 것처럼, 내 흥미로운 노작이 야기하는 짜증으로부터 천천히 흘러나오는 가혹한 화농성 장액(漿液)을 네가 조심스럽게 흡수할 수만 있다면, 너도 마찬가지일 테다. 아니, 뭐라고, 산쥐의 등에 다른 쥐의 시체에서 잘라낸 꼬리를 이식하는 데에 성공한 적이 없다고? 그렇다면 똑같이, 내 시체가 된 이성의 다양한 변형들을 내 상상력 속에 옮겨보아라. 그러나 신중하라. 내가 글을 쓰는 시간에, 새로운 전율들이 지성의 대기를 내닫는다. 중요한 것은 오직 그 전율들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용기를 갖는 것이다. 왜 그렇게 찡그리느냐? 그뿐만이 아니라 너는 긴 수습을 거쳐야만 흉내라도 낼 수 있는 동작을 거기에 덧붙이기까지 하는구나. 매사에 습관이 필요하다는 걸 믿어라. 처음 몇 페이지에서부터 드러났던 그 본능적인 반발이, 독서에 열중할수록 그와 반비례하여, 마치 절개되는 정저(疔疽)처럼, 현저히 깊이를 잃었으니, 네 머리가 여전히 병든 상태라 하더라도, 너의 치유가 분명 멀지 않아 그 마지막 단계로 곧장 접어들 것이라고 기대해야 한다. 나로서는 네가 벌써 회복기의 바다 한가운데로 항해하고 있음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렇지만 너의 얼굴은 여전히 핼쓱하구나. 슬프다! 그러나--- 용기를 내라! 네 안에는 범상치 않은 정신이 있으니, 나는 너를 사랑하며, 네가 약효가 있는 어떤 물질, 병고의 마지막 증상을 소멸하는 일이라도 촉진시켜줄 물질을 마시기만 한다면, 너의 완전한 해방이 절망적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수렴제와 강장제로, 너는 우선 네 어머니의 팔을 뽑아(어머니가 아직도 건재하다면), 그것을 잘게 썬 다음에, 어떤 얼굴 표정으로 네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단 하루 만에 그걸 먹어야 한다. 네 어머니가 너무 늙었다면, 더 젊고 더 싱싱한, 골막박리수술기구가 감당해야 할, 걸어갈 때 그 발목뼈가 어렵잖게 상하운동의 받침점이 될 만한 또하나의 수술 대상을 골라라. 예를 들어 네 누이를, 그녀의 운명에 동정하는 마음을 막을 길이 없거니와, 나는 아주 식어버린 열정으로 선량함을 흉내나 내는 그런 인간들에 속하지 않는다. 너와 나, 우리는 그녀를 위해, 이 사랑하는 처녀를 위해 (그러나 내게 그녀가 처녀임을 확증할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억제할 수 없는 두 줄기 눈물을, 두 줄기 납 눈물을 퍼붓자. 그러면 끝날 것이다. 너에게 추천하는 가장 훌륭한 진정제는 핵 임균성 고름이 가득한 대야이니, 그 안에 미리 난소의 털투성이 낭종 하나와 포상 암종 하나, 감돈포경(嵌頓包莖)으로 곪아터지고 귀두가 뒤로 젖혀진 음경의 표피 하나와 붉은 괄태충 세 마리를 녹여넣을 것이다. 네가 나의 명령을 따른다면, 내 시는 두 팔을 벌려 너를 맞이할 것이다. 이가 그 입맞춤으로 모근을 절제(切除)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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