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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해외 동시산책

하늘에 관한 동시 모음
2017년 03월 07일 20시 46분  조회:2846  추천:0  작성자: 강려
<비에 관한 동시 모음> 양성우의 '비 오는 날' 외

+ 비 오는 날 

둥지 없는 작은 새들은 이런 날
어떻게 지낼까?
나비들은, 잠자리, 풍뎅이, 쇠똥구리들은
이런 날 어떻게 지낼까?
맨드라미, 나팔꽃, 채송화...... 그리고
이름 모를 풀꽃들은 어떻게 지낼까?
그칠 줄 모르고 이렇게 하염없이 비가
오는 날에는
죽도록 사랑하다가 문득 헤어진 사람들은 
어떻게 지낼까? 
(양성우·시인, 1943-) 


+ 빗방울은 둥글다

만약에
빗방울이
세모나 네모여 봐

새싹이랑
풀잎이 
얼마나 아프겠니?
(손동연·아동문학가, 1955-)


+ 빗방울의 더하기 

톡톡톡 
잎새에 더해 
초록빛 키우고 

톡톡톡 
꽃잎에 더해 
꽃잎 웃음 키우고 

톡톡톡 
냇물에 더해 
물소리 키운다 

톡톡톡 
더하면서  
남은 키우고 

톡톡톡 
더하면서  
제 모습은 뺀다. 
(박소명·아동문학가)


+ 비 오는 날 

낡은 구두는
젖은 발이 안쓰럽습니다

젖은 발은
새는 구두가 안쓰럽습니다.
(유희윤·아동문학가)


+ 비야 비야 

비야 비야 
그만 그쳐라 
우리 아버지 
구두가 샌다 
울 집 
지붕이 샌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그런 건 견딜 수 있단다 

비야 비야 
부탁이다, 제발 그쳐라 

네가 가꾼 산을 
네가 뭉개다니 
네가 가꾼 벼 포기 
네가 쓸어 내다니 

그쳐라 그쳐라 
상추씨 도닥이던 
착한 비야. 
(유희윤·아동문학가)


+ 봄비 그친 뒤 

비 갠 날 아침에 
가장 빨리 달리는 건 산안개다. 

산안개가 하얗게 달려가서 
산을 씻어내면 

비 갠 날 아침에 
가장 잘 생긴 건 
저 푸른 봄 산이다. 
(남호섭·아동문학가, 1962-)


+ 풀밭에서

여우비
그친 뒤
풀밭에 갔더니
빛들은
풀잎으로
알몸을 가리고
젖은 몸을 말리고 있었다.
부끄러운 아기 얼굴로
배시시 웃고 있었다.
(박유석·아동문학가)


+ 가랑비 오는 날

가랑비가 촉촉이 내렸어요.
꽃들 머리를 어루만지며
우리 머리를 어루만지며

하느님이 오늘만큼은 우리를
꽃으로 여기셨나 봐요.
꽃같이 여기셨나 봐요.

모처럼 오늘은
나도 한 송이 꽃이 아니었을까? 
(박두순·아동문학가)


+ 가랑비

끊어질 듯
끊어질 듯
들려 오는 머언 피리 소리

닫혔던 들판의
초록 대문이 천천히 열린다.

바위 틈에서
자갈밭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풀이며 나무들의
목마름도 풀리고,

소나무, 오리나무, 싸리나무, 느릅나무의
바짝 말랐던 입술에 노래가 흐른다.
(박두순·아동문학가)  


+ 보슬비 

보슬보슬 보슬비가 
잔잔한 호수처럼 내리고 있네요. 

한사코 울어대던 뻐꾸기도 
그 자장가를 들으며 졸고 있는가 봐요. 

편지를 서너 줄 쓰다 말고 
저기 관악산 숲 속을 바라봅니다. 

고향으로 돌아간 그 아이의 
큼직한 눈동자가 아롱거려요. 

그 아이도 지금쯤 창문을 열고 
무엇을 생각하며 울고 있을까. 

소식이나 알려주듯 교회당 종소리가 
고요하게 마음속에 울려옵니다. 

보슬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나 혼자 집을 보는 한때입니다.
(장수철·아동문학가, 1916-1993)   


+ 빗방울
       
어, 어 
나뭇잎에 떨어졌네! 

그럼 
또르르 
구슬 되어 굴러가지 

어, 어 
전깃줄에 걸렸네! 

그럼 
어디 한번 
매달려 볼까? 

대롱대롱대롱 

아이고 
힘 빠졌다 
톡―. 
(권오삼·극작가, 1943-) 


+ 우산 파는 아줌마 

주룩 주룩
큰 비가 내리는 날
버스 터미널 앞에
쪼그리고 앉아
우산을 파는 아줌마.

새 우산이 아까운지
얇은 비닐 우비 하나 걸치고
옴츠린 채 덜덜 떨며
오는 비 다 맞고 있어요.

쏴아아 쏴아아아?
빗줄기는 더 세지는데
팔릴 줄 모르고 쌓여 있는 우산들.
아줌마 입술이 점점 파래져요.

나도 모르게 주머니 속에 
손을 넣었어요.
돈이 있다면
그 우산들을 몽땅 사드리고 싶어요.
빨리 집에 들어가시게요.

가던 길 멈추고
제가 든 우산을 
씌워드리고 싶어요. 
새 우산이 다 팔릴 때까지요.

날마다 엄마한테
깍쟁이 소리 듣던 제가
오늘만은요.
(오지연·아동문학가, 제주도 출생)


+ 비 맞은 아빠

아침에 엄마가
하늘 쳐다보시며

―비 올 것 같으니
우산 갖고 가세요.

아빠도 엄마처럼
하늘 쳐다보시고
―뭐 괜찮을 거요!

저녁 때 비 맞고
돌아오신 아빠는
―허어 그것 참…

엄마가 아빠의 가방을
받으시면서

―제 말 들으셨으면
비 안 맞았지요.

오늘은 아빠에게
엄마가 이겼습니다. 
(박홍근·아동문학가, 1919-2006)


+ 소나기 

한 손에 지팡이
한 손에 보따리
꼬부랑 할머니가 언덕길 오를 때
오줌 마려운 먹구름이 할머니를 보았대.

쉬다 오르다
쉬다 오르다
땅만 보고 쉬엄쉬엄 올라가는
할머니를 따라가며

묵직한 배에 힘을 꽉 주고
검은 얼굴은 붉으락푸르락
오줌은 나올락 말락

마침내 언덕 위 
작은 대문이 닫히는 걸 보자마자
온몸에 힘을 뺀 먹구름은
솨솨 시원하게 오줌을 누었대.
(김정신·아동문학가)


+ 빗방울 

구름이 끼더니 빗방울이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네. 
연못 속에 연꽃들 
우산 없이 어쩌나. 

구름이 끼더니 빗방울이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네. 
지붕 위에 흰 박들 
비옷 없어 어쩌나. 
(윤석중·아동문학가, 1911-2003)


+ 비 온다
  
개미야 개미야
얼른 얼른 집에 가서
대문 걸어 잠궈라

지렁이야 지렁이야
얼른 얼른 나와서
대문 활짝 열어라.
(박혜선·아동문학가, 1969-)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별에 관한 동시 모음> 이상교의 깨진 별' 외 

+ 깨진 별 

별이 빛을 낸다. 
깨진 어깨 모서리가 
빛을 낸다. 

별은 
깨져서야 비로소 
밝은 빛을 
낸다. 

나는 
아프고 나서야 
마음 한 귀퉁이가 
먼지로 덮였던 걸 
알았다. 

아프고 나서야 
마음 귀퉁이의 속뼈가 
드러내지고, 
그리고 
좀 더 눈이 
밝아졌다. 
(이상교·아동문학가, 1949-) 


+ 윙크 

지금 내가 보는 별빛은 
25년 전 별빛이란다. 

거문고자리 가장 밝은 직녀성이 
지구를 향해 보낸 윙크, 
방금 내 눈에 들어왔다. 
반짝! 

나도 윙크를 한다. 
25년 뒤 저 별도 받아 볼 거야, 
우주로 날아간 내 눈빛. 

한 번 더 보내자. 
반가운 마음 담아 
지구를 대표해서 
깜빡! 
(유은경·아동문학가) 


+ 별 하나 

별을 보았다. 

깊은 밤 
혼자 
바라보는 별 하나. 

저 별은 
하늘 아이들이 
사는 집의 
쬐그만 
초인종. 

문득 
가만히 
누르고 싶었다. 
(이준관·아동문학가, 1949-) 


+ 별 

나를 보고 
깜빡깜빡 눈짓을 해요. 
너무 멀어 
소리쳐도 들리지 않아 
눈짓으로 
깜빡깜빡 얘기를 해요. 

나를 보고 
깜빡깜빡 눈짓을 해요. 
밤 깊도록 
자지 않고 무얼 하느냐고 
눈짓으로 
깜빡깜빡 묻고 있어요. 
(김종상·아동문학가) 


+ 슬픈 어느 날 

울음을 참으려고 
애를 썼지만 

별님이  
먼저 알고 
눈물이 글썽. 

슬픔을 잊으려고 
애를 썼지만 

달님이  
먼저 알고 
수심이 가득. 
(박지현·아동문학가) 


+ 별을 닦나 봐요 

누가 우리들 몰래 
사다리 타고 올라가 
하늘의 별을 닦나 봐요. 

보석을 닦듯 
보얀 조각구름으로 
별을 닦나 봐요. 

자동차 매연 
쓰레기 소각장 연기가 
날마다 하늘을 그을려 놓아도 

별들은 언제나 
반짝! 
반짝! 
빛나는 얼굴이에요. 
(류영순·아동문학가) 


+ 별똥별 

하늘에서 
반짝 
단추 하나가 
떨어졌어요. 

하느님 
무슨 일이 있었나요? 

누가 서로 
멱살잡이라도 했나요? 

땅에서 
죄 지은 사람이 
그리로 가서 
싸움을 했나요? 

말려 주셔요 
하느님, 
이 땅의 싸움도요. 
(박두순·아동문학가) 


+ 별 보던 밤 

그날, 옥상에 올라가 
별을 봤지 

유난히 눈짓을 많이 준 
별 하나가 있었어 
나의 눈과 그의 눈이 
한참을 맞닿고 있었어 

얼마 후 여기저기서 
수런수런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어 

머리서 가까이서 
다른 여러 별들이 

둘이서만 그럴 수 있냐며 
마침내 쏟아질 듯 
아우성이었지. 
(윤삼현·아동문학가, 1953-) 


+ 별 

즐거운 날 밤에는 
한 개도 없더니 
한 개도 없더니 

마음 슬픈 밤에는 
하늘 가득 
별이다. 

수만 개일까. 
수십만 갤까. 

울고 싶은 밤에는 
가슴에도 
별이다. 

온 세상이 
별이다. 
(공재동·아동문학가) 


+ 별 

밤마다 책을 읽는 
풀벌레들의 등불이 되어 주었다고 

하느님이 날마다 
달님에게 착한 표를 주었다. 

달님은 
하느님께 받은 착한 표를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어 

밤하늘 이곳 저곳 
반짝반짝 붙여 놓았다. 
(강현호·아동문학가)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하늘에 관한 동시 모음> 손광세의 '서쪽 하늘' 외 

+ 서쪽 하늘

빨간 사과 껍질이
널려있다.

드문드문
귤껍질도 섞여있다.
(손광세·아동문학가, 1945-)


+ 하늘

냇물에 내려와
어린 고기들을
잘도 데리고 논다.

때론 하늘도
어린 마음이 되나 보다.

어린 마음이 되어야
하늘이 되나 보다.
(박두순·아동문학가)


+ 탑·2

하늘 이고 섰으면
누구나 탑입니다

둘이서 마주보면
다보탑이랑 석가탑

먼 구름
불러내리면
나도 그냥 탑입니다.
(신현배·아동문학가, 1960-)


+ 그래도 하늘은 있다 

산 그리는 사람은 있어도
하늘 그리는 사람은 없다.

그래도 하늘은 
산 위에 그려져 있다.

바다 찍는 사람은 있어도
하늘 찍는 사람은 없다.

그래도 하늘은 
바다 위에 찍혀 있다.
(이상문·아동문학가)


+ 하늘 위의 창문

방패연을 높이높이
띄웠다

하늘 위에 커다란
창문이 하나 
생겼다

저 창문을 열면
하늘 위에 누가
살고 있는지
다 내다볼 수 있겠다
하느님의 마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훤히 다 보이겠다

방패연은 좋겠다
저러다
운이 좋으면
하느님도 만날 수 있겠다
(안도현·시인, 1961-)


+ 가을 하늘 

토옥 
튀겨 보고 싶은, 

주욱 
그어 보고 싶은, 

와아 
외쳐 보고 싶은, 

푸웅덩 
뛰어들고 싶은, 

그러나 
머언, 먼 가을 하늘.   
(윤이현·아동문학가)


+ 가을 하늘

순아
눈 한번
꼬옥 감아보지 않으련?
그리고 손바닥을 쫘악 펴봐.
이거 몽땅 줄게.

됐어.
그럼 눈 뚝 떠 봐
그리고 저 하늘을 올려다 봐

어떠니?
차암 파아랗지?

몽땅 
모옹땅 네 거야.

모옹땅
너 주고 싶단 말야.     
(윤이현·아동문학가)


+ 엄마의 하늘 

엄마는 
맑은 시냇물에서 
빨래를 하시며 
하늘을 만나십니다. 

엄마의 하늘에는 
엄마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바람도 흐르다 멈추는 곳 
거울보다 더 맑은 물 속에 
엄마의 따슨 마음이 
햇솜처럼 펴오르고 

등 뒤에서 잠이 든 
아가의 꿈도 
엄마의 하늘에는 
담겨 있습니다. 

맑은 물에 빨래를 짜듯 
엄마는 날마다 
나의 마음까지도 헹구시며 
엄마의 하늘에다 
비추어 보십니다. 

어둠이 없는 
그 하늘 속에 
내가 우뚝 서 있습니다. 
(함종억·아동문학가, 강원도 홍천 출생)


+ 조그만 하늘

들국화 필 무렵에 가득 담갔던 김치를
아카시아 필 무렵에 다 먹어 버렸다.

움 속에 묻었던 이 빈 독을
엄마와 누나가 맞들어
소나기 잘 내리는 마당 한복판에 들어내 놓았다.

아무나 알아맞춰 보아라.
이 빈 독에
언제 누가 무엇을
가득 채워 주었겠나.

그렇단다.
이른 저녁마다 내리는 소나기가
하늘을 가득 채워 주었단다.

동그랗고 조그만 이 하늘에도
제법 고오운 구름이 잘도 떠돈단다.
(강소천·아동문학가, 1915-1963)


+ 하늘

아버지는
일거리가 없을 때
하늘을 쳐다봅니다.
어머니도 
궂은일이 생기면
하늘을 쳐다봅니다.
저도 숙제가 너무 많아
가슴이 답답할 때면
하늘을 쳐다봅니다.
셋방살이 방 하나
우리 집 식구들은
하늘을 보고 삽니다.
(박인술·아동문학가)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무지개에 관한 동시 모음> 정호승의 '무지개떡' 외 

+ 무지개떡 

엄마가 사오신 무지개떡을 먹었다 
떡은 먹고 무지개는 남겨놓았다 
북한산에 무지개가 걸리었다 
(정호승·시인, 1950-)


+ 무지개 만들기

하늘나라 아이들이
무지개를 만드느라
소곤거려요.

"여기에 걸자."
"아니야, 거긴 잘 안 보여."

"이 정도 길이면 돼?"
"그건 짧아."

"나는 파란색 칠할게."
"나는 초록색."

비가 그치자
둥그렇게
무지개 다리가 놓였어요.
동산 위에
다리가 놓였어요.
(박두순·아동문학가)


+ 무지개 

누가 놓았나 
파란 하늘에 
무지개 다리 

"와, 무지개다!" 
어른들도 아이처럼 
반가워 외치지 

무지개 다리에 오르면 
어른들은 어릴 때로 
순식간에 건너가지. 
(김숙분·아동문학가, 1959-)


+ 햇살 쪼개기

하얀 햇살
그 눈부신 햇살
나무를 쪼개듯 
하나하나
일곱으로 쪼개면
아, 거기
일곱 빛 무지개가 있네

햇살을 쪼개는
예쁜 칼을 가진 사람은
누구일까.
(하청호·아동문학가)


+ 무지개

하늘에 무지개가 고와요.
어머니, 난 저 무지개를  갖고  싶어요.

얘야, 착한 마음 고운 마음이면
저 무지개를  가질 수 있지.

네 마음속에 잠자고 있는
무지개를 찾으렴.

아이의 눈은 반짝하고 빛났어요.
어머니, 난 찾겠어요.

내 미움과 성냄과 게으름 속에
감추어진 나의 무지개를요.

그런데, 어머니!
어머니는 무지개를 갖고 싶잖아요?

어머니는 작은 웃음을 아이의 눈 속으로 보냈어요.
그리곤 속삭였어요.
얘야, 이 엄마의 무지개는 너란다.

어머니는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고운 무지개를
꼭 껴안아주었어요.
(하청호·아동문학가) 


+ 는개 속에는 무지개가 산다 

아버지와 산에 올랐다 
안개도 아닌 것이 
이슬비도 아닌 것이 
하얀 실비처럼 내려 
초록 숲을 가만히 흔들고 있었다 
는개였다 

햇살이 퍼지자 
는개 속에 얼비치는 
색색의 빛 가닥 가닥들 
는개 속에는 
일곱 빛 고운 무지개가 산다. 
(하청호·아동문학가)
*는개: 안개처럼 보이면서 이슬비보다 가늘게 내리는 비 


+ 무지개

비 지난 언덕
호들기 불면

송아지 등 너머
무지개 떴다

건너말
옹달샘께
하얀 그림자

머리 거친 순이나
물 길러 가지
(최승렬·아동문학가)


+ 떡

곱고 고운 무지개, 
무지개가 떠 있는 무지개 떡. 

반달 모양에 밤과 콩,
추석에 먹는 송편. 

쿵덕 쿵덕 떡메로 친,
쫄깃쫄깃 인절미. 

날씬하고 가는 흰색,
떡국에 넣어 먹는 가래떡!

색도 다르고 
모양도 다르고
맛도 다른 우리의 떡! 
(안미정·아동문학가)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햇살에 관한 동시 모음> 구옥순의 '햇살의 칭찬' 외

+ 햇살의 칭찬

햇살은
누구나 칭찬해요.

담장 위의 장미꽃도 예쁘다.
논 벼랑에 피어있는 제비꽃도 참하다
논둑에 핀 자운영도 곱다.
들판을 수놓은 민들레도 환하다.

그래도 그렇지
누구나 싫어하는 잡초에게는
뭐라는지 아세요?

수월해서 귀엽대요.

안 그러면
땡볕 속에 그을린 잡초가
어찌 그리 신이 나 펄쩍펄쩍 뛰겠어요?       
(구옥순·아동문학가)


+ 햇살 발자국 

반짝반짝
빛나는
햇살 발자국

누구 집에 다녀갔는지
시치미 뗄 수가 없다

햇살이
쉬었다 간 나무마다
잎새들
반짝
반짝

햇살이
앉았다 간 꽃마다
꽃잎들
반짝
반짝

바람도 코 막고 비켜간
쓰레기 더미 옆
민들레 집에도 찾아갔는지
민들레 꽃잎이
반짝
반짝
(오은영·아동문학가, 1959-)


+ 햇살 

햇살이 내린다 
물 위에, 풀잎 위에 
내린다. 

양말도 신지 않고 
맨살로 내리는 
반짝 
반짝 
햇살의 하얀 빛이 
곱다. 

어디선가 예쁜 아기가 
맨발로 
아장아장 
걸어나올 것만 같다. 
(하청호·아동문학가)


+ 아침 햇살

유리창을 뚫고
들어온
아침햇살이
벽시계에 앉았다.

추에 매달려
똑딱똑딱
그네를 탄다
왼쪽으로 똑딱
오른쪽으로 똑딱

방바닥에 그림자도
그네 따라
똑딱똑딱

깔깔깔깔
그네 따라
똑딱똑딱 

깔깔깔깔
웃음소리
들리는 듯하다.
(장영복·아동문학가)


+ 뽑기

해님이 
뽑기를 하고 있다

내가
뽑기통 속에 들어 있는
귀여운 인형이랑 장난감을
작은 갈고리로 걸어서
밖으로 뽑아내듯,

나무껍질 속에 숨어 있는
작고 예쁜 잎눈, 꽃눈들
은빛 햇살 갈고리로 걸어서
쏙쏙 뽑아내고 있다

밖으로 끌려 나온
잎눈, 꽃눈들이
눈이 부시는지
얼른 눈을 뜨지 못하고 있다

조금 지나면
너도나도 눈을 뜨고
방긋방긋 웃겠지
(권오삼·아동문학가)


+ 봄날에

노랑
빨강
튤립
튤립 잔마다

햇살
햇살
가득
가득 담겼다

바람이 달려와
질금, 
엎지르기
전에

한 잔씩 
쭈욱
들이키자
(신형건·아동문학가, 1965-)


+ 사과밭에서

"우리 아기 얼굴빛이 왜 이렇지요?"
엄마 사과가 
아기 사과를 
걱정스럽게 들여다보았습니다.

"편식이 심하군요"
"일광욕도 자주 시키세요"

왕진 온 햇살이

금빛 주사기를 뽑아들고
아기 사과의 파아란 엉덩이에다
꼭 꼭 찔렀습니다. 
(강현호·아동문학가)


+ 가을을 위하여               

가을을 위하여 
햇살 한 줄기 들길로 나왔다. 

큰 것이 아니라 
작은 것을 위한 가을 

그래서 
풀꽃은 하얀 꽃대궁을 흔들고 
고추잠자리는 더욱 빨갛게 
온몸을 물들이고 있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 동안 
가을 빛은 제 몫을 다한다. 

늘 우리들 뒤켠에 서서도 
욕심을 내지 않는 가을 빛살 

오늘은 또 
누구를 만나려는지 
일찌감치 사과밭까지 와서 
고 작은 사과를 만지작거린다. 

햇살은 가을을 위해 모두를 주면서도 
소리내지 않고 조용히 다닌다. 
(노원호·아동문학가)


+ 겨울 햇살 

어린 
겨울 햇살은 
걱정도 많습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잘 있어요? 
별일 없지요? 
시냇물 속의 피라미에게도 
갈색 무늬 다슬기에게도 
인사합니다. 

들길의 꽃씨와 
여린 풀뿌리도 춥지 않을까. 

시린 손 호호 불며 
짧은 해종일 
조금씩 데워 놓고 다닙니다. 

어린 
겨울 햇살은 
할 일도 참 많습니다. 
(박성만·아동문학가)


+ 햇빛 좋은 날

엄마가 널어놓은
베란다 건조대 위의
촘촘한 빨래들.

아빠 와이셔츠 어깨에
내 런닝 팔이 슬며시 기대어 있고
형 티셔츠에 내 한쪽 양말이
마치 형 배 위에 올려놓고 자는
내 무엄한 발처럼 느긋이 얹혀있다.
엄마 반바지에 내가 묻혀놓은
파란 잉크펜 자국.

건조대 위에서
보송보송 마르는
촘촘한 빨래들.
빨래 마르는 것만 봐도 안다.
햇빛 좋은 날의
우리 가족.
(권영상·아동문학가, 1953-)


+ 화초

창가에서
햇볕을 쬐고 있는
화분 옆에 앉으니, 

나도
햇살이 쓰다듬는
한 포기 화초이다.
어린
화초이다.
(박두순·아동문학가, 1950-)


+ 거미줄에 햇살 한 자락 

거미줄에 
햇살 걸렸다. 

금빛 
반짝이는
아침 햇살. 

바람 사알랑 
스쳤다 가면 
그 가느단 줄에 매달린 
햇살자락 일렁인다. 

누가 저리도 고운 햇살 
아침마다 걸어 둘까? 

온종일 
길목에 두고 
눈길 끄는 

거미줄에 걸린 
금빛 햇살 
한 자락. 
(권영세·아동문학가)


+ 햇볕 친구

교실 화분이 깨졌다
내가 안 그랬는데
벌로 화장실 청소를 한다
                        
어제 다투고 토라졌던
단짝 친구
슬며시 다가와 빗자루를 든다
                
'도와줄게'
'고마워'
말도 없이 그냥 청소만 하는데
                    
어느새 끼여들어 비질하는 햇살
(안오일·아동문학가)


+ 화장실에 누가 있나?

아무도 없는 집
누가 화장실에 불을 켜 놨지?
열쇠 구멍으로
문틈 사이로
환한 빛이 새어 나와

화장실에 누가 있나?
똑 똑 똑
아무도 없나?

문을 열자,
화장실 가득 찬 
귤빛 저녁 햇살

해님이 산 넘어 가다 말고
볼일 보러 왔나 봐.
(이미옥·아동문학가)


+ 해님의 하루 

우리가 학교 가는 길이 있는 것처럼 
해님도 다니는 길이 있을 거야 
저 앞산에서 일어나 
점심때쯤 우리 마을 앞 큰 느티나무에 
제일 작은 그림자를 만들고 
교실 안 우리들이 지구본을 굴리며 
세상구경에 나설 때 
심심해진 해님, 
몇 번씩 유리창 안을 기웃거리지. 

우리가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해님은 마을 앞 못자리 논에 
물방개랑 소금쟁이 띄워 놓고 
같이 놀자 우리들 발목을 붙들지. 
한참이나 신나게 놀던 우리들 
흙투성이가 되어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면 
해님은 아쉬운 듯 
뉘엿뉘엿... 

집에 돌아와 내다보니 
해님은, 
뒷산 너머마을 아이들과 
더 뛰어 노는지 
얼굴이 발개져 있다
(한상순·아동문학가)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달에 관한 동시 모음> 윤삼현의 '손톱달' 외 


+ 손톱달 

엄지 손톱에 
도동실 
달 하나 떠오릅니다. 

절반쯤 몸을 숨기고 
절반쯤 몸을 내민 
예쁘고 하얀 반달 

누군가 생각날 때 
손톱 한번 들여다보라고 
마음이 쓸쓸할 때 
환한 이야기 나눠보라고 

한금 한금 
달 하나 
떠오릅니다. 
(윤삼현·아동문학가, 1953-) 


+ 달님 

새앙쥐야 
새앙쥐야 
쬐금만 먹고 
쬐금만 먹고 
들어가 자거라 

생쥐는 
살핏살핏 보다가 
정말 쬐금만 먹고 
쬐금만 더 먹고 
마루 밑으로 들어갔어요. 

아픈 엄마 개가 
먹다 남긴 밥그릇을 
달님이 지켜 주고 있지요. 
(권정생·아동문학가, 1937-2007) 


+ 달빛 

달빛이 햇볕처럼 
뜨거워 봐. 
꽃들이 어떻게 잠을 자겠니. 

달빛이 햇볕처럼 
밝아 봐. 
새들이 어떻게 잠을 자겠니. 
(오순택·아동문학가) 


+ 쪽배가 된 초승달 

옥토끼가 
갈아먹다 남은 
초승달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다. 

꽁지 몽땅한 새가 
잠자러 가면서 
쪽배인 줄 알고 타고 간다. 
(오순택·아동문학가) 


+ 초승달 

두 끝이 뾰족한 
초승달 

말간 하늘에 생채기 낼까 봐 
별들의 초롱초롱한 눈을 찌르게 될까 봐  

조금 
조금 
살찌운다. 

자꾸 
몸이 
둥글어간다. 
(이정인·아동문학가)  


+ 초승달 

손톱을 깎는다 
기다렸다는 듯 
깎여진 손톱 하나 
탁, 튕기더니 

어디 갔을까? 

두리번두리번 
털어보아도 
납작 
엎드려 보아도 
흔적 없다 

멀리? 
어디? 
꼭꼭 숨었나 봐 

툴툴 일어서며 본 
서쪽 하늘 
어, 저기 
내 손톱이 
(현경미·아동문학가) 


+ 새 손톱 

한여름 무더위가 
물러갑니다. 

설렁설렁 신선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손톱에 들인 발간 봉숭아 꽃물이 
물러납니다. 

초승달 하얀 새 손톱이 
돋아납니다. 
(이상교·아동문학가, 1949-) 


+ 초승달 

산골 마을 
서산 뜨락은 
홍시빛 노을 

소몰이 아이 돌아오는 
들길은 
풀피리 소리. 

필리리 
필리리 
하늘에 번지면, 

초사흘 
초승달 
그 소리 듣고 싶은지! 

구름을 헤집고 
배시시 
얼굴 내 민다.  
(최만조·아동문학가) 


+ 기차를 따라오는 반달 

반달은 
자꾸만 
기차를 
따라온다. 

알몸으로 
하늘을 헤엄치다가 
기차가 멈추자 
반달도 멈추어 선다. 

기차가 출발하자 
다시 
기차를 따라오는 반달. 
(이승민·아동문학가) 


+ 보름달이 나보고 

환하고 밝게 살려거든 
둥근 마음 가지라 합니다. 
둥근 마음 가지려거든 
환하고 밝게 살아라 합니다. 
(허동인·아동문학가) 


+ 보름달 

컴컴한 밤하늘에 뻥 
동그란 구멍이 뚫려 있어요 
구멍으로 나가면 하얀 세상이 있나요? 
집도 산도 다 하얀 
강도 나무도 다 하얀 
흰눈만 펑펑 내리는 하얀 세상이 있나요? 
바람이 그리 빠져나가고 
구름이 그리 빠져나가고 
집 나간 털복숭이 강아지도 
그리로 나가지 않았을까요? 
나도 저 동그란 구멍으로 
나가 볼 순 없을까요? 
(김종성·아동문학가) 


+ 보름밤 

오줌 누러 나왔더니 
밖이 훤하다 
봉당에 서서 오줌 누는데 
수민이네 집 수탉이 
꼬끼요오, 운다 

이장님 댁 수탉도 꼬꾜오오 
집집이 
아랫말까지 
꼬끼요오 
꼬꾜오오 
속아 넘어간다 

달은, 
둥그렇게 웃으면서 
우리 동네를 보고 있다 
(이안·아동문학가) 


+ 같이 걷지요 

달빛은 알지요 
두고 가기 싫어하는 
강물 마음 

강물도 다 알지요 
함께 가고 싶어하는 
달빛 마음 

그래서 
달빛은 강물을 데리고 
강물은 달빛을 데리고 
굽이굽이 
같이 걷지요 
(유미희·아동문학가) 


+ 달이 떴다 

소쩍새가 노래 부르며 보는 달을 
발발발발 
짐 지고 가는 땅강아지가 
땀 닦으며 본다. 

'내일 비 오면 안 되는데…….' 
소풍을 기다리는 아이가 보는 달을 
'왜 아직 안 오실까?' 
아빠를 기다리는 아이가 골목길에서 본다. 

달, 참 밝다. 
(박혜선·아동문학가)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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