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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해외 동시산책

김마리아 동시 바구니
2017년 05월 02일 20시 27분  조회:1307  추천:0  작성자: 강려

 

가을 들판

 김마리아    

벼 익는
냄새에
메뚜기 코가 발름발름.

 

수수 익는
색깔에
참새 눈이 반들반들.

   '아, 먹고 싶다.' 가을 들판에서 메뚜기와 참새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거예요. 좋아하는 벼와 수수가 익어가고 있으니까요.
  벼 익는 냄새에 메뚜기 코는 발름거리고, 수수 익는 색깔에 참새 눈은 반들거리겠지요.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요?
  그야 우리도 좋아하는 음식을 보거나 냄새 맡으면 자꾸 코가 벌름거리고, 눈길이 가는 걸 경험했으니까 알지요.
  시인의 코와 눈은 예민하고 밝아야 한답니다.
 (박두순)

 

 

 

강아지 길 찾기

 김마리아    

  •    대문 나서서
       골목길에서
       오줌 쨀끔.

     

       나무 밑 지나다가
       쨀끔.

     

       횡단보도 건너다가
       쨀끔.

     

       약국 앞 지나다가
       또 쨀끔.

     

       ―뭐 하는 거야
       이 녀석.

     

       ―비밀이야,
       집에 갈 때
       필요해.

    (2006년 여름『새싹문학』제96호)

 

 

괄호 안에 말

 김마리아 

    

  •         "잘못한 것도 없는데"
            친구에게
            따지고 싶은 말
            괄호 안에 꼭꼭 묶어 둬야지.

     

            "미진이는 옷이 더러워"
            짝에게 귓속말하고 싶을 때
            괄호 안에 꽁꽁 묶어 둬야지.

     

            "엄마, 형아가 군것질했어요"
            고자질하고 싶은 말
            괄호 안에 꽉꽉 묶어 둬야지.

     

            밖으로 못 나가게.
         

 

내 밥

김 마리아    

   밤나무에서
   톡, 알밤이 떨어진다.

 

   알밤에 앉았던
   햇빛도 함께
   땅으로 떨어진다.

 

   순간, 땅이 환해지고 
   알밤의 사방에 
   길이 생긴다.

 

   환한 알밤으로
   다람쥐가 달려간다.

   ―오, 내 밥

(2004년 10월『아동문예』)

   알밤이 떨어질 때 햇빛도 함께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는 눈이 참 놀랍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까지 다람쥐나 햇빛이나 알밤이 모두 제가각 따로따로 떨어져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실상은 모두가 정다운 이웃으로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살고 있다는 걸 이 시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사실 속에 들어있는 삶의 비밀, 이건 누구나 찾아낼 수 있는 게 아니지요. 
(문삼석)
 

 

꽥꽥 꽉꽉

김마리아    

  •     진천장 5일장
        고무통 안에
        오리 새끼들

        꽥꽥
        동무 밀치고
        밖을 내다보네.

        꽉꽉
        동무 등을 밟고
        바깥 세상 보네.

        꽥, 밀치고
        꽉, 밟고

        꽥꽥, 꽉꽉
        눈버둥
        발버둥이네.

    (2007년 봄 『오늘의 동시문학』)

   동심의 본모습이란 바로 요란한 오리 떼를 상기시킨다.
  수다 떨고 발랄하며 좌충우돌하면서 세상을 배워가는 하나의 체험 학습장의 오리 떼들인 것이다.
  '꽥꽤, 꽉꽉' 의성어가 함의하는 바는 역동적 동심이 벌이는 동심 행진이라 하겠다.
  괜히 어려운 시도 아니고 아무리 읽어도 느낌이 없는 그런 외톨이 시류와는 차별화된 동심 현장을 절묘하게 살린 시이다. 
(윤삼현)
 

 

 

노랑 바다

 김마리아

  유채꽃 피는 밭에 가면
  노랑 바다를 만난다.

 

  노랑 바람
  노랑 햇살
  노랑 나비가 춤을 추고
  여기서는 마음도
  노랑색이다.

 

  노랑 아이가
  노랑 모자를 쓰고
  노랑 배를 타고
  노랑 바다에서 노랑 노래를 부른다.


  ―랄랄라
  노랑 바다가 출렁인다.

 

  어때,
  유채꽃 노랑 바다
  물들고 싶지 않니?

 

늦게 피는 꽃

 김마리아     

     엄마,
     저 땜에 걱정 많으시죠?
     어설프고 철이 없어서요.

 

     봄이 왔다고 다 서둘러
     꽃이 피나요?
     늦게 피는 꽃도 있잖아요.

 

     덤벙대고
     까불고 철없다고
     야단치지 마세요.

 

     나도 느림보
     늦게 피는 꽃이라면
     자라날 시간을 주세요.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철들 시간이 필요해요.

 

말하는 손, 잘 듣는 눈

김 마리아    

  •   선생님 손이 말하면
      아이들 눈이 듣는다.

     

      아이들 손이 말하면
      선생님 눈이 듣는다.

     

      이 교실에서는
      손이 못하는 말 없고
      눈이 못 듣는 말 없고

     

      말 잘 하는 손
      잘 알아듣는 눈

     

      손이 입이 되고
      눈이 귀가 되고

    (2007년 3·4월 『아동문예』)

   이 시는 소리없이 통하는 수화하는 선생님과 어린이들, 농아학교 교실 풍경이 그려졌다.
  특수학교 어린이들, 안타깝지만 아름다운 정경이기도 하다.
  손으로 말하고 눈으로 알아듣는,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눈길을 보여준다.
 (정두리)

 

봄바람은 요술색깔

 김마리아

    진달래 피는 
    골짜기에 가 봐
    봄바람은 분홍색이야.


    어?
    울타리에 있는
    개나리는 노랑바람을
    먹었나 봐.


    아니?
    밭두렁에
    아기 쑥은
    초록바람을 마셨어.
    아롱아롱 봄바람은
    요술생각을 나누어주나 봐.

(제135회 아동문예문학상 당선작)

 

손이 저울이야

김 마리아    

  •     가게 아줌마
        한 줌 두 줌
        봉지에 담은 나물을
        저울에 올립니다.

     

        "야, 딱 맞네
        손이 저울이야."

     

        "하루아침에
        되는 게 어딨겠어."

     

        매일매일 같은 일 하다 보니
        몸에 배인 거지.

     

        손이 무게를 알기까지.

     

 

씨앗들이 먹을 밥

김 마리아    

   풀 한 켜 깔고
   닭똥 한 켜 넣고

 

   풀 한 켜 덮고
   소똥 한 켜 넣고

 

   짚 한 켜 덮고
   돼지똥 한 켜 넣고

 

   꾹꾹 눌러
   쌓아 놓은 거름더미.

 

   비 온 뒤
   김이 난다, 모락모락

 

   밭에서
   씨앗들이 먹을
   따뜻한 밥.

 

우렁각시 되던 날

김 마리아    

  앞치마를 입고
  오늘은 엄마 대신
  설거지를 하는 거다.

 

  달그락
  덜그덕

 

  -아이 아파 살살 해-
  -미안해, 깨끗이 목욕시켜 줄께-

 

  밥그릇, 국그릇을 닦는다.
  접시가 미끄러진다.

 

  소매가 젖고
  앞치마도 젖었다.

 

  행주를 꼭 짜서
  싱크대 닦고 설거지 끝

 

  외출에서 돌아온 엄마
  고개를 갸웃둥

 

  -우리 부엌에 우렁각시가 다녀갔나?-         

  

   집을 나갈 때 시간이 없어서 물통에 그대로 담가둔 그릇들이 말끔하게 닦여 있더래.
  '엄마가 없는 사이 설거지를 다 하고. 예쁘기도 하지.'
  엄마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시치미를 뚝 떼고,
  "우리 부엌에 우렁각시가 다녀갔나?"라고 말을 했다지 뭐니!
  '우렁각시'가 뭔지 알아? 
  국어사전을 찾아봐도 그런 낱말은 나와 있지 않구나.
  아무튼 착한 일은 우렁각시처럼 아무도 모르게 하는 거야.
  그렇게 남모르게 하는 것이 더 값진 거란다.
(김영순)
 

 

키를 낮출게

김마리아    

  •    길을 걷는데
       발가락이 간지럽더라구.

     

       '서서 보지 말구
       앉아서 바라봐 줘, 응?'

     

       가까이 다가가 보니
       정말 작고 예쁜
       얼굴들이 꼼지락거리고
       몸을 흔들면서
       말을 하고 있었어.

     

       어디서 본 듯한
       이름 모를 풀꽃들이었어.

     

       개미 가족이 놀러오고
       벌이 소곤거리고 있더구나.

     

       그래, 다음부터
       너를 만날 때는
       키를 낮출게.

    (제135회 아동문예문학상 당선작)

   그냥 서서 보면 잘 보이지 않는 풀꽃들이 참 많이 있습니다. 그리 볼품도 없고 쓰임새가 별로인 꽃일수록 더욱 그렇지요. 그러나 키를 낮추고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런 풀꽃일수록 커다란 풀밭을 이루고 있는 주인공들이라는 걸 알 수가 있습니다. 또한 그 둘레에는 벌이나 나비는 물론, 이름도 알 수 없는 수많은 벌레들이 즐겁게 살고 있다는 것도 알 수가 있지요. 세상에는 크고 화려한 꽃들보다 이처럼 작고 볼품없는 풀꽃들이 훨씬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풀꽃들만 그런 건 아닐 테지요. 사람살이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남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지만 어둡고 추운 자리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그런 사람들은 작은 풀꽃들처럼 우리들의 눈 키를 낮춰야 볼 수가 있습니다. 크고 화려한 것을 보기 위해 눈을 위로 향하는 만큼 그 맞은편에 있는 작고 보잘것없는 것들에게도 눈길을 돌리는 마음, 그것이야말로 참다운 사랑의 모습이며 세상을 살아가는 바른 길이라는 것을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서 깨달을 수가 있습니다. 
(문삼석)

 

튼튼한 끈

김 마리아    

   엄마와 나 사이
   보이지 않는 끈.

 

   엄마가 멀리 계시면
   내가 당기고

 

   내가 멀리 있으면
   엄마가 당기는

 

   엄마와 나 사이
   튼튼한 끈.

 

   자면서도 당기는 끈
   늘
   팽팽하다.

   엄마의 사랑은 끈입니다.
  절대 끊어지지 않으면서도 늘 팽팽하게 묶여 있는 끈,
  그 끈을 끓을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겠지요. 
(문삼석)
 

 

흙 먹고 흙똥을 싸고

 김 마리아    

 흙속에 사는 지렁이
 종일 땅을 깨우는 지렁이

 

 흙 먹고
 흙똥을 싼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땅속을 기어다닌다
 느릿느릿.

 

 구불구불
 지렁이가 지나간 자리
 ―아, 잘 잤다.
 땅이 일어난다
 꿈틀꿈틀.

   지렁이가 무얼 먹고 사는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거예요. 아니, 지렁이 같은 것에 대해선 관심조차 갖지 않은 사람이 많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러나, 지은이는 지렁이가 흙을 먹으며, 흙똥을 싸는 것도 보았고, 느릿느릿 땅속을 기어다니기 때문에 땅이 꿈틀꿈틀 일어서는 것도 보고 있습니다.
  땅이 일어서고 숨을 쉰다는 건 무슨 말일까요? 바로 땅이 살아 있다는 것을 뜻하는 말이지요. 사람들의 지나친 욕심 때문에 천천히 죽어가고 있던 땅을 지렁이들이 살려내고 있다는 사실은 아무나 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지은이의 눈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평소에는 징그럽게만 보이던 지렁이가 어쩐지 정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문삼석)
 

 

    김 마리아

1956년 울산 방어진에서 태어남.
여류.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2000년 제135회 '아동문예' 문학상 동시 당선.
동시집 : 빗방울 미끄럼틀(아동문예사, 2001. 5. 25)

            구름씨 뿌리기(21문학과문화, 2004.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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