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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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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세계문제시집(戰後 世界問題詩集) 영국편 /신구문화사(16)
2019년 03월 23일 18시 44분  조회:1796  추천:0  작성자: 강려
전후 세계문제시집(戰後 世界問題詩集) 영국편 /신구문화사(16)
 
영국편
 
죠지 프레이저(George Fraser)
 
비가(悲歌)
 
음울한 바람 속, 납빛 하늘의
또렷한 슬픔 밑에 쇠잔해 가는 여름빛,
우리들은 강가를 거닌다, 낙엽 지는 가지
   밑을,
차가운 물 속에, 냉냉한 빛의 그물이 눕
   는다.
 
언제나 하늘은 무슨 빛으로도 멈추지 못
   할 비가(悲歌)의 피를 흘린다,
녹빛 마른 잎의 휘날리는 가을 저녁엔.
언제나 마음은 불안하고, *예조(豫兆)에 차있다,
언제나 마음은 불안하고, 그러면서도 까
   닭을 모른다.                                   *예조(豫兆): 조짐이나 징후 
 
잎의 온갖 녹과 빛은 부식(腐蝕)하고 있다,
저녁의 무쇠, 하늘의 *포금(砲金)빛 푸르름을.
언제나 강은 비애를 중얼거리고 있다,
잎과 빛처럼 욕정(欲情)의 충동은 숨진다.
                                                    *포금(砲金): 청동의 하나 예전에는 포신을 만드는데 주로 쓰였으나
                                                                   지금은 기게나 배 따위를 만드는 데 쓰인다.
내일 만나고, 또 지속할 약속은 이젠
   없다,
머뭇거리는 한숨과 함께, 이별을 연기하
   는 일도 없다.
지금 순환해 가는 크나큰 해가 출발을 고
   한다,
내 입술에 겹쳐지는 당신의 굳은 입술,
   안녕히, 안녕히.
 
여름은 기회(機會)를 되찾는다, 허나 모험은 없
   다,
언제나 마음은 불안하고, 그러면서도 까
   닭을 모른다.
음울한 바람 속, 쇠잔해 가는 여름빛,
차가운 물 속에, 냉냉한 빛의 그물이 눕
   는다.
 
(박희진 번역)
 
 
비가(悲歌)
 
강의 큰 북처럼 울리는 가을에 따라서
*비환(悲歡)하는 자의 저녁이 있다, 미쳐 춤추는
   병든 잎을 찢고 날리는 것이,
불처럼 튀는 소리가, 회초리처럼 우는 소
   리가, 춤추고 있는 빛나는 날씨가 있다.
백조에 찢기운 강이 있고, 위로할 길도
   없이 비환(悲歡)한다.                             *비환(悲歡): 애환(哀歡) 기쁨과 슬픔을 아울러 이르는 말
    
빠지게 하는 강 위에 높이 뜬 저 영상(影像)은
   잔잔하다,
이들 흔들리는 가지들이나 초록의 심연(深淵)에
   서 높이 떠 있는
이 백조, 그로 해서 나의 쓸쓸한 물은
하늘까지도 더럽히고서, 허나 이것은 위
   안이 안된다.
 
이 물은 바다의 조수처럼 매끄러운 바위에
찰락거렸으면, 갈비뼈이며 입술인 것에.
소금이 찌들어 붙은 가을, 소금처럼 바삭
   바삭한 병든 잎,
그것은 바서져 공중에 춤추며, 회초리처
   럼 울리는 바다라면 좋겠구나 싶다.
 
가을과 바다, 백조와 바위, 모든 것은
다른 영상(影像)을 위한 다른 진실(眞實)에 지나지 않
   는다.
나의 백조, 또는 나의 진실에 부딪쳐서
   바서진 바위
나는 자신의 물의 진실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그것은 말한다.
 
지금 이 뒤로 물러서는 기슭에 다가와선
   되돌아 가는 물
그 모래알엔 머물게 하는 힘도 없고, 나의
   조수를 붙잡아
나의 강에 다투는 물결처럼 부풀어 오르
   는 가슴도 없다.
나에게는 그러한 것이 주어진 적이 없다.
   추호도, 평안을 얻기 위한.
 
(박희진 번역)
 
 
향읍(鄕邑)의 엘레지
 
바람부는 거리 한구석에 *운모(雲母)의 반짝임,
                                             *운모(雲母):화강암에 들어있는 규산염 광물의 하나 유리 대용이나 절연체로 주로 쓰임
코를 찌르는 *<탈> 냄새, 푸른 등불 그늘
    에                                                        * 뜻밖에 일어난 걱정할 만한 사고.
유리 거품처럼 움트고 있는 한 그루의 푸
   른 새싹.
밤에 빛나는 점포(店鋪)의 정면, 질펀히 문을
   괴고
죽어가는 사람처럼 <디> 강에 퍼붓
   는 햇살.
이런 따위, 그와 비슷한 것을 나는 애도
   한다,
이 물은 고향에서 멀어져 있더라도 마음
   은 상기 거기에 머무르리.
가스공장(工場), 흰 무도장(舞蹈場), 그리고 붉은 벽돌
   의 목욕탕이나
냇가 1마일에 걸쳐 이어지는 연어 그물,
또 시(市) 골프 코스 건너에 있는 벌판의
   지름길이나
한가히 퍼지는, 농장이 많은 전원(田園).
이것은 전략 따위엔 상관없이 영존(永存)하며,
수사법(修辭法)이나 무기(武器)로서는 침범할 수 없
   는 토지의 모습이다.
그리고 또 나의 땅, 침대에는 여남은 편
   책(冊)이 있어
(이젠 늦어버린 지금도, 일찍이 골몰했던
  상념을 되살려선 나자빠진 채
기왕에 읽은 것을 지나칠 만큼 애독하는
   것이나)
브랑또옴, 스피노자, 예이츠, 음탕한 것
   이나 현명한 것이,
끝없는 토론을 계속해서
결론도 없다, 결론에 달할 때엔 이미 늦
   어서,
그들의 예지(叡智)는 잿빛 장막처럼 네 눈에 떨
   어진 뒤.
<우리들이 헤어질 운명일진댄, 옛날로 돌
   아갈 재주도 없거니->
나의 고향이 참말로 내 자랑이 아니라면,
또 바이런처럼 향읍(鄕邑)을
유명하게 할 수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점심을 먹으러 책을 가지고
다투어 돌아가는 가아든-프레이스의 소
   년들 사이에서 나와.
그들에게 있어선, 바이런은 로맨틱한 부
   도덕(不道德)도 아니며,
분방한 여인, 고뇌에 이지러진 얼굴도 아
   니고,
약한 자들 못살게 구는 거드름 피는 자,
   숭고한 바보도 아닌,
고오든장군(將軍)이나 키이스제독(提督)과 같이, 한
   사람의 명사(名士),
중학교에 서는, 키 큰, 당당한 동상(銅像)인 것
   이다.
 
(박희진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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