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jingli 블로그홈 | 로그인
강려
<< 3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블로그

나의카테고리 :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21)
2019년 07월 06일 14시 25분  조회:696  추천:0  작성자: 강려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21)
 
 
두번째 노래(7)
 
(7) 저기, 꽃으로 둘러싸인 작은 숲속, 양성동체인간(兩性同體人間)이 잔디 위에 깊이 가라앉아, 눈물 젖은 얼굴로, 자고 있다. 달이 구름장에서 그 원반을 끌어내어, 창백한 빛으로 이 청년의 부드러운 얼굴을 어루만진다. 그의 용모는 가장 남성적인 정력과 하늘나라 처녀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나타낸다. 그에게서는 어느 것도, 여성적인 형태의 조화로운 윤곽을 헤치고 지나가는 그 육체의 근육조차도,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한쪽 팔은 이마 위로 구부렸고, 다른 손은 가슴 위에 얹어, 어떤 속내 이야기에도 닫힌 채 영원한 비밀의 무거운 짐을 짊어진 한 심장의 고동을 억누르기라도 하려는 것 같다. 삶에 지치고, 자기와 닮지 않은 존재들 사이로 걷는 것이 부끄러운 나머지, 절망이 그의 영혼을 짓눌러, 그는 계곡의 걸인처럼 홀로 간다. 그는 어떤 수단으로 생계를 이어가는가? 인정 깊은 사람들이 가까이서, 감시한다는 의심이 들지 않게, 그를 돌보고, 그를 버리지 않는다. 그는 그만큼 착하다! 그는 그만큼 체념하고 인증한다! 이따금 그는 민감한 성질을 가진 사람들과 기꺼이 말을 주고받으면서도, 손을 접촉하지 않으며, 마음속으로 상상한 위험을 두려워하여 거리를 둔다. 왜 고독을 친구로 삼았느냐고 누가 그에게 묻기라도 하면, 그의 눈은 하늘을 우러르며, 섭리에 보내는 비난의 눈물을 어렵사리 참지만, 그 눈꺼풀의 하얀 눈(雪) 위에 아침 장미의 붉은 색조 번지게 하는 이런 경솔한 질문에 그는 대답하지 않는다. 만일 이야기가 길어지면 그는 불안해져서, 가까이 다가오는 보이지 않는 적의 존재를 피하기라도 하려는 듯이 지평선의 사방으로 눈길을 돌리다가, 손을 들어 갑작스럽게 작별인사를 하고, 깨어 일어난 제 수치심의 날개를 타고 멀리 벗어나, 숲속으로 사라진다. 보통은 그를 광인으로 여긴다. 어느 날, 복면을 한 남자 넷이 명령을 받고 그에게 덤벼들어, 다리만 움직일 수 있게 그를 단단히 졸라매었다. 채찍이 그 거친 가죽끈으로 그의 등을 내리쳤으며, 남자들은 그에게 지체 없이 비세트르 정신병원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라고 말했다. 그가 매를 맞으면서도, 미소를 띠우며 자신이 공부한 수많은 인문학을 넘치는 감정과 지성으로 이야기하여, 그 영혼의 시적인 고결함이 그 가운데 고스란히 드러나는지라, 감시자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행위에 핏속까지 두려움을 느껴, 그의 결단난 팔다리를 풀어주었으며, 그의 무릎 아래 널브러져 용서를 구하려 용서을 받고는, 통상적으로 인간들에게는 바칠 수 없는 숭배의 표시를 하며 멀어져갔다. 많은 이야기가 오가게 된 이 사건 이후로, 누구나 그의 비밀을 짐작하였으나, 그의 고통을 더 키우지 않기 위해 알지 못하는 척했으며, 정부는 그에게 상당한 액수의 연금을 지급하여, 사전 검증도 거치지 않고 잠시라도 그를 정신병원 강제수용하려 했던 것을 잊게 하였다. 그는 그 돈의 반은 자신이 사용하고, 나머지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준다. 플라타너스가 심어진 작은 길에서 남자와 여자가 산책하는 것을 볼 때면, 그는 자신의 몸이 아래에서 위까지 둘로 쪼개져서, 새로 생긴 두 부분이 저마다 그 산책자들을 하나씩 포옹하러 가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단지 환각일 뿐이며, 이성이 지체없이 자신의 제국을 다시 탈환한다. 이런 이유로 그는 남자들 사이에서 여자들 사이에도 자기 존재를 쉬지 않는다. 자신이 괴물일 뿐이라는 생각에서 일어나는 그 지나친 수치심이 누구한테든 그의 타오르는 공감을 내어줄 수 없도록 그를 가로막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 자신을 욕되게 한다고 생각할 것이며, 다른 사람들을 욕되게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의 자존심은 그에게 이런 격언을 되풀이하여 들려준다. "저마다 제 본성에 머물러 있어야 하느니라." 그의 자존심이라고 내가 말하는 것은, 그가 자기 삶을 한 남자나 한 여자에게 결부하면, 조만간 그의 신체조차 형태가 마치 큰 잘못이나 되는 듯이 비난받지 않을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오직 자신에게서 기인할 뿐인 이 불경한 가정에 마음을 상한 나머지, 양성동체인간이 잔디 위에 깊이 가라앉아, 눈물 젖은 얼굴로, 자고 있다. 새들이 깨어나, 나뭇가지 사이로 이 우울한 얼굴을 황홀하게 내려다보고, 나이팅게일은 그 수정의 카바티나를 들려주려 하지 않는다. 숲은 불운한 양성동체인간이 밤을 묵어 무덤처럼 엄숙해졌다. 오, 방황하는 나그네여, 가장 사랑스러운 나이에 네 어머니와 네 아버지에게서 떠나게 한 너의 모험정신 때문에, 사막에서 갈증이 네게 불러온 고통 때문에, 추방되어 이방의 땅에서 오랫동안 헤맨 뒤 아마도 내가 찾는 조국 때문에, 네 방랑기질에 못 이겨 네가 답사하였던 그 악천후와 유형을 너와 함께 견디어낸 너의 충실한 친구, 준마 때문에, 그리고 극지의 빙하 한가운데서, 혹은 작열하는 태양의 권세 아래서, 먼 대지와 미담의 바다를 가로지른 여행이 인간에게 부여하는 그 위엄 때문에, 방황하는 나그네여, 흙 위에 펼쳐져 푸른 풀과 섞여 있는 이 곱슬머리를, 미풍이 한 번 떨리는 듯이라도, 네 손을 만지지 말라. 몇 발자국을 물러서라, 그렇게 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이 머리칼은 성스럽다. 이 양성동체인간 자신이 그러기를 원했다. 산의 숨결로 향기로워진 그 머리칼에도, 지금 이 순간 창공의 별들처럼 빛나는 그 이마에도, 인간의 입술이 경건하게 입맞추는 것을 그는 원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바로 별 하나가 그 궤도에서 벗어나 공간을 가로질러 그의 위엄 어린 이마에 내려앉았다고, 그 다이아몬드 빛으로 그의 이마를 후광처럼 감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좋다. 밤은 손가락으로 그의 슬픔을 떼어내며, 자신의 온갖 매력을 두르고 수치심의 이 화신, 천사들의 순결함에 대한 이 완전한 모상(模像)의 수면(睡眠)을 축하한다. 벌레들이 살랑대는 소리는 더욱 희미하게 들린다. 나뭇가지들이 그 무성한 우듬지로 그에게 드리워 이슬로부터 보호해주고, 산들바람이 그 선율 고운 하프의 줄을 울려 만상의 정적을 뜷고 즐거운 화음을 그의 감겨진 눈꺼풀을 향해 보내주니, 움직이지 않는 눈꺼풀은 허공에 떠 있는 세계의 구성진 콘서트를 듣고 있다고 믿는다. 그는 꿈속에서 자신이 행복하고, 제 육체의 성질이 변한 것을 본다. 아니, 적어도 자줏빛 구름을 타고 자기와 똑같은 체질을 지닌 존재들이 살고 있는 또하나의 천체를 향해 날아간 꿈을 꾼다. 애달프다! 그의 공상이 새벽빛이 잠 깰 때까지 계속되기를! 그는 꽃들이 거대하고 무성한 화환처럼 자기를 둥글게 둘러싸고 춤을 추며, 그 달콤한 향기를 자기에게 젖어들게 하는 내내 마법의 아름다움을 지닌 한 인간 존재의 품에 안겨 사랑의 찬가를 부르는 꿈을 꾼다. 그러나 그의 팔이 끌어안는 것은 저녁안개일 뿐이다. 그가 잠에서 깨어날 때, 그의 팔은 그것마저도 안고 있지 않을 것이다. 깨어나지 말라, 양성동체인간이여, 아직은 깨어나지 말라, 간청한다. 왜 너는 나를 믿으려 하지 않는가? 자거라---- 언제까지나 자거라. 공상 속 행복의 희망을 쫓아가며 네 가슴이 부풀기를, 나는 너에게 허락한다. 그러나 눈을 뜨지 말라. 아! 눈을 뜨지 말라! 나는 네 깨어남이 목격자가 되지 않기 위해 이렇게 너를 떠나려 한다. 아마도 어느 날인가, 나는 두꺼운 한 권의 책에 의지하여, 감동적인 여러 페이지를 통해 네 이야기를 할 것이며, 그 이야기가 담고 있는 바와 거기서 풀려나오는 교훈에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지금까지 나는 그럴 수 없었다. 내가 그러자고 마음먹을 때마다, 하 많은 눈물이 종이 위에 떨어지고, 노쇠한 탓도 아닌데 내 손가락이 뗠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마침내 그럴 용기를 가지려 한다. 나는 내가 여자보다 더 강한 신경을 갖지 못한 것이, 너의 막대한 불운을 생각할 때마다 어린 계집애처럼 정신을 잃어버리는 것이 분하다. 자거라--- 언제까지나 자거라. 눈을 뜨지 말라, 아! 그러나 눈을 뜨지 말라! 잘 있어라, 양성동체인간이여! 날마다 나는 잊지 않고 너를 위해 하늘에 기도할 것이다(나를 위해서라면 결코 기도하지 않을 것이다!) 평화가 네 가슴에 깃들기를!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61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21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21) 2019-07-06 0 696
20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20) 2019-07-06 0 650
19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19) 2019-07-06 0 669
18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18) 2019-07-06 0 705
17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17) 2019-07-06 0 629
16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16) 2019-07-06 0 636
15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15) 2019-07-06 0 714
14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14) 2019-02-27 0 751
13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13) 2019-02-27 0 780
12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12) 2019-02-27 0 833
11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11) 2019-02-27 0 757
10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10) 2019-02-27 0 798
9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9) 2019-02-27 0 809
8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8) 2019-02-27 0 808
7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7) 2019-02-27 0 713
6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6) 2019-02-27 0 769
5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 2019-02-27 0 739
4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 2019-02-27 0 675
3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3) 2019-02-27 0 764
2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2) 2019-02-27 0 772
‹처음  이전 1 2 3 4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