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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38)
2019년 07월 12일 20시 37분  조회:867  추천:0  작성자: 강려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38)
 
 
 
 
 
네번째 노래(3)
 
 
 
(3) 교수대 하나가 땅 위에 솟아 있고, 지면에서 일 미터 높이에, 팔이 뒤로 묶인 한 인간이 제 머리칼에 매달려 있다. 두 다리는 자유롭게 풀려 있는데, 그 고통을 증가시키기 위함이며, 그 팔의 묶임과 반대되는 것이면 무엇이 됐건 더 많이 욕망하게 하기 위함이다. 이마의 피부는 매달림의 무게에 하도 많이 늘어나서, 자연스러운 표정의 부재상황에 처한 그의 얼굴은 종유석의 딱딱한 응고를 닮았다. 사흘 전부터, 그는 이 고문을 견디고 있었다. 그는 소리질렀다: "누가 내 팔을 풀어줄 것인가? 누가 내 머리칼을 풀어줄 것인가? 내 머리에서 머리칼의 뿌리를 더욱더 뽑아낼 뿐인 흔들림으로 나는 찢어지는구나. 나를 잠 못들게 하는 중요한 이유는 목마름과 배고픔이 아니다. 내 삶의 그 연명을 한 시간의 경계 밖으로 밀고 나가기는 불가능하다. 날카로운 돌조각으로 내 목구멍을 갈라줄 사람 누구 없는가!" 말 한마디마다 격렬한 울부짖음이 앞서고 뒤따랐다. 나는 몸을 숨기고 있던 덤불에서 뛰쳐나가 천장에 매달려 있는 꼭두각시, 아니 비곗덩어리 쪽으로 향했다. 그러나 바로 그때 반대편에서 술 취한 두 여인이 춤을 추며 내달았다. 한 여인은 자루 하나와 납끈을 단 채찍 두 개를, 다른 여인은 역청이 가득 담긴 통 하나와 귀얄 두 개를 들고 있었다. 더 늙은 여인의 반백 머리카락이 찌어져 너덜거리는 돛폭처럼 바람에 흩날렸으며, 다른 여인의 두 발목을 서로 엇갈리며 배의 뒤전 갑판에 부려놓은 참치가 꼬리라도 치듯 퍼덕이는 소리를 냈다. 그녀들의 두 눈이 어찌나 검고 어찌나 강렬한 불꽃으로 이글거리는지 나는 처음에 그 두 여인이 나와 같은 종족에 속한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녀들의 그렇게도 이기적으로 냉정하게 웃고 있었고, 그녀들의 낯짝이 그만큼 혐오감을 불러일으켰기에 나는 인간 종족의 가장 추악한 견본을 내 눈앞에 두고 있음을 한순간도 의심하지 않았다. 나는 덤불 뒤에 다시 몸을 숨기고, 둥지 밖으로 머리만 내밀고 있는 아칸토포루스 세라토코르니스1)처럼, 완전히 입을 다물었다. 그녀들은 밀물의 속력으로 다가왔으며, 땅에 귀를 대보니, 또렷하게 들리는 소리가 그녀들의 발걸음이 서정적으로 흔들리고 있음을 내게 알려주었다. 그 두 마리 오랑우탄 암컷들은 교수대 밑에 도착해서는, 몇 초 동안 공기의 냄새를 맡더니, 그 장소에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음을 알아차리자, 자기들의 경험에서 나온 바의 참으로 주목할 만한 분량의 경악을 그 기괴한 몸짓으로 나타냈다. 그녀들의 소원과 맞아떨어지는 죽음이 결말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들은 소시지가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는지 알기 위해 수고롭게 고개를 쳐들지도 않았다. 한 여자가 말했다: "당신이 아직 숨을 쉬고 있다는 게 가능한 일이야? 목숨이 끈질기기도 하네, 내 사랑하는 남편아." 성당에서 두 성가대원이 시편의 창구를 번갈아 노래할 때처럼, 두번째 여자가 화답했다: "너는 그러니까 죽고 싶지 않구나. 오, 내 귀여운 아들아? 네가 도대체 무슨 수를 써서(보나마나 무슨 주술일 텐데) 독수리들이 덤벼들지 못하게 했는지 말해라. 하긴 네 몸뚱이가 이렇게도 앙상해졌으니! 산들바람에도 그게 등불처럼 흔들리는구나." 그녀들은 저마다 귀얄을 들고 매달린 자의 몸뚱이에 칠을 하고--- 저마다의 채찍을 들고 팔을 처들어--- 나는 흑인과 맞붙어 싸우며 그의 머리칼을 감으려고 악몽에서 자주 보는 헛고생을 할 때처럼, 금속날이 피부의 표면에서 미끄러지는 대신, 역청 덕택에, 뼈의 방해가 마땅히 허락할 수 있는 만큼의 깊은 고랑이 파인 살의 안쪽까지 얼마나 정확하고 힘차게 파고드는지 감탄하며 바라보았다(나처럼 하지 않기는 절대적으로 불가능했다). 과도하게 호기심을 끌긴하지만, 기대해도 좋을 만큼 심히 우스운 것은 아닌 이 구경거리에서, 나는 쾌락을 찾고 싶은 유혹을 자제했다. 그렇긴 하나, 미리 내린 좋은 결단에도 불구하고, 이 여인들의 힘을, 그 팔의 근육을 어찌 인정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얼굴이나 아랫배처럼 가장 예민한 부분을 어김없이 후려갈기는 그녀들의 교묘한 솜씨는 내가 총체적 진실을 이야기하려는 야망에 들뜨지 않고서야 내 입에서 언급될 리 없으리라!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맞붙여, 특히 수평 방향으로 다물고(그러나 이것이 이런 압력을 낳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임을 누구라도 모르지 않지만), 내가 기꺼이 눈물과 수수께끼로 부풀어오른 침묵을 지키지 않는 한, 침묵의 고통스러운 실현이 내 말을 감추는 것만큼 훌륭하게, 그뿐 아니라 훨씬 더 훌륭하게 메마른 장골과 건장한 관절을 작동시키는 격정에 따라 일어난 불길한 결과들을 (능란함의 가장 기초적인 법칙을 어기지 않고는 원칙적으로 실수의 가정적 가능성을 명백하게 부정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틀렸다고는 생각지 않기에 하는 말이지만) 감추기에는 무력할 터이나, 공정한 관찰자와 노련한 모럴리스트의 관점에 서지 않을지라도(다소간 기만적인 이런 양보를 내가, 적어도 전적으로는,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내가 아는 것이 거의 상당히 중요하다), 의심이 이 점에서는 그 뿌리를 뻗어나갈 능력도 없으려니와, 그게 초자연적인 권능의 수중에 있다고는 잠시라도 생각하지 않기에 하는 말인데, 영양섭취와 독물의 결여라는 동시적 조건을 채워주는 수액의 부족으로, 아마도 갑작스럽게는 아니겠지만, 틀림없이 죽어 사라져버릴 것이다. 이해가 되는 일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내 글을 읽지 마시라, 나는 내 의견의 소심한 성격만을 등장시킨다. 그렇긴 하나, 내가 이론의 여지없는 권리들을 포기한다는 것은 당치도 않다! 물론, 내 의도는 서로 이해하는 더 단순한 방법이 있다는 주장, 확실성의 기준이 빛나는 이 주장을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 방법을 오직 두세 마디 말로, 그러나 천 마디 말보다 더 가치가 있는 말로 번역하자면, 토론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되리라. 그것을 실천에 옮긴다는 것은 일반 대중이 흔히 생각하고 싶어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토론한다는 말은 문법적인 말이며, 많은 사람들은 내가 방금 종이 위에 눕혀놓은 것을, 두꺼운 증거 자료집도 없이, 반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본능이 어떤 희귀한 통찰을 사용할 수 있게 하여 더욱 신중해지거나, 허풍의 연안을 따라가는 어떤 대담함으로 판단을 내려, 이 점에서는 내 말을 믿으시라, 그 판단이 달리 보이게 될 때는, 사태가 현저히 달라진다. 돌이킬 수 없는 한심하고 그만큼 운명적으로 흥미진진한 (자신의 최근 추억을 상세히 검토했다는 조건에서는, 누구라도 이 점을 확인하는 데 실패하지 않았으리라) 이런 시시한 싸움을 끝내기 위해서, 괜찮은 방법은, 완전하게, 아니면 더 훌륭하게 균형잡힌 능력들을 구비하고 있다면, 우둔함의 저울대가 이성의 고결하고 멋진 속성들이 실려 있는 저울접시보다 훨씬 더 무겁지만 않다면, 더 분명하게 말할 요량으로 (이는 지금까지 내가 오직 간결할 뿐이었기에 하는 말인데, 몇몇 사람들은 내 문장의 길이 때문에 이 말을 용납하지도 않을 것이나, 상상에 불과한 이 길이가 분석의 메스를 들고 진리의 덧없은 출현을 그 최후의 보루까지 추격하겠다는 목적으로 가득차 있는 이상 내 문장은 간결하다) 다시 말해서, 지성이 결점보다 충분히 우세하여 그 결점의 무게 아래서 습관과 천성과 교육에 의해 부분적으로 질식되지 않았다면, 괜찮은 방법은, 내가 이 말을 두번째이자 마지막으로 반복하는 것은, 반복 덕택에, 거의 언제나 이건 거짓이 아니다. 서로 이해되지 않는 것으로 끝날 것이기 때문이지만, 꼬리를 내리고 (다만 내가 꼬리 하나를 가진 것이 사실이라면) 이 장절 가운데 시멘트로 굳혀놓은 그 드라마틱한 주제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내 작업에 다시 착수하기 전에 물 한 컵을 마시는 것이 이롭겠다. 그렇게 끝내기보다는 차라리 두 잔을 마시는 편이 더 좋다. 이와 같이, 숲을 가로질러 도망친 노예를 추격하는 중에, 적절한 시기에, 추격대원들은 저마다 총을 칡넝쿨에 걸어두고, 울창한 숲 그늘에 함께 모여, 갈증을 해소하고 배고픔을 달래는 것이다. 그러나 휴식은 몇 초에 지나지 않으며, 추격은 악착같이 계속되고 사냥의 함성은 울려퍼지기를 늦추지 않는다. 그런데, 산소가 이런저런 발화점을 갖춘 성냥을 다시 불타오르게 하는, 자만하지 않고 지니고 있는 바의 속성에 의해 인지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와 같이, 문체로 다시 되돌아오려는, 내가 보여주는 바의 열의에 의해 내 의무의 완수가 인지될 것이다. 암컷들은 채찍을 움켜쥘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피곤이 그것을 손에서 떨어뜨리자, 두 시간 가까이 실시하였던 체조작업을 현명하게 끝마치고, 미래를 대비한 위협이 사라진 것은 아닌 기쁨에 달떠서 돌아갔다. 나는 얼어붙은 눈으로 내게 도움을 요청하는 그 사내쪽으로 가서(그가 피를 많이 잃어서 기진한 탓에 말을 할 수 없었고, 내가 의사는 아니지만 얼굴과 하복부에서 출혈이 발생했다는 것이 내 소견이었던 터라), 그의 팔을 풀어준 다음 그의 머리칼을 가위로 잘랐다. 그가 내게 하는 말인즉 자기 어머니가 어느 날 저녁 자기를 침실로 불러서 옷을 벗고, 자기와 함께 한 침대에서 같이 밤을 보내자고 명령했으며, 어떤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어머니라는 것이 자기 앞에 옷을 홀딱 벗으며, 그러는 사이에 가장 음란한 동작을 엮어넣더라는 것이다. 그러자 그는 물러났다. 게다가 그 끈질긴 거부로 그는 제 아내의 분노를 샀는데, 아내 편에서는 남편을 끌어들여 늙은 여자의 육욕에 몸을 빌려주게 하는 일에 성공하기만 하면 얻을 수 있는 보상의 기대에 설레고 있었다. 그녀들은 공모하여, 어느 인적 없는 지역에 미리 준비해둔 교수대에 그를 매달고, 모든 재앙과 모든 위협 앞에 벌거벗겨, 서서히 죽어가게 버려두리라고 결심했다. 그녀들의 마침내 그 교활한 형벌을 선택하는 데 이르기까지는 뛰어넘을 수 없는 난관으로 점철된, 아주 오래 익힌 여러 가지 궁리가 없지 않았으나, 나의 개입에 따른 뜻밖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그 형기가 종료를 맞을 수 없었다. 더할 수 없이 강렬한 감사의 기색이 표정 하나하나에 밑줄을 그었으며, 그 속내 이야기에는 가장 하찮은 가치도 부여하지 않았다. 나는 사내를 가장 가까운 초가집 농가로 옮겼는데, 그가 곧 기절한 때문이었으며, 나는 농부들에게 내 지갑을 맡겨 그 부상자를 돌보게 하고, 자신들의 친아들을 대하듯 그 불우한 사내에게 끈끈한 동정의 표시를 아낌없이 베풀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다음에야 그들을 떠났다. 이번에는 내가 그들에게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하고, 문으로 다가가 오솔길에 다시 발을 들여놓았다. 그러나 일백 미터 정도를 간 다음, 나는 기계적으로 발걸음을 돌려, 다시 농가로 들어와 그들의 순박한 집주인들에게 말을 걸어, 이렇게 외치지 않았던가. "아니요 아니요, 그 때문에 내가 놀랐다고는 생각지 마시오!" 이번에는 결정적으로 떠났지만, 발바닥이 안전하게 땅에 붙을 수 없었다. 다른 사람은 알아차리지 못했으리라! 이제 늑대는 어느 봄날 아내와 어머니의 얽힌 손이 세운 교수대 아래로, 제 매혹된 상상력이 허망한 식사를 찾아 길을 밟게 했을 때처럼 지나가지는 않는다. 늑대는 지평선에서 바람에 나부끼는 이 검은 머리칼을 보고는, 제 관성저항을 부추기는 일 없이 비교 불가능한 속력으로 도망치는구나! 동물이 어찌 그걸 헤아리지 못할 것인가. 인간이란 것들 자신이 말할 수도 없는 지경까지 이성의 제국을 내팽개치고, 그 폐위된 여왕의 자리에 잔혹한 복수밖에는 남겨주지 않은 판에!
 
 
 
1) 딱정벌레과의 초시류에 속하는 긴 더듬이와 가시 달린 흉갑을 가진 곤충. 인도와 적도 아프리카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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