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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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나 외 1 수
2014년 02월 11일 16시 15분  조회:1834  추천:10  작성자: 허창렬
꽃과
 
아직 따끈따끈한 모야차와
아직 따끈따끈한 블랙커피와
아직 따끈따끈한 그 사랑과
아직 따끈따끈한 그 열정과
 
아직 채 식지를 않고 따뜻한 그 믿음과
아직 채 식지를 않고 따뜻한 그 신뢰와
아직 채 식지를 않고 따뜻한 그 가슴과
아직 채 식지를 않고 따뜻한 그 진한 갈망속에서
 
어절씨구 춤을 추는 민들레
어절씨구 콧노래 부르는 애기똥풀
어절씨구 장구치는 개나리
어절씨구 상고 돌리는 나팔꽃
 
언제나 이럴게 소중한 우리네 언어와
언제나 이렇게 귀중한 우리네 글과
언제나 이렇게 뚜렷한 우리네 얼굴과
언제나 이렇게 또렷한 우리네 전통과
 
너무나도 익숙한 그 얼과
너무나도 익숙한 그 넋과
너무나도 익숙한 그 그림자와
너무나도 익숙한 그 모습이
 
마침내 이름모를 씨앗이 되고
마침내 이름모를 새싹이 되고
마침내 이름모를 풀씨되여 잎이 트고
마침내 이름모를 꽃씨되여 새로운 꽃으로 피여나면
 
나는 이제 달갑게 구름이 되고
나는 이제 달갑게 비가 되고
나는 이제 달갑게 바람이 되고
나는 이제 달갑게 밑거름이 되여주리
 
꽃과 나는 서로가 서로를 너무 달라도
꽃과 나는 서로가 서로를 소 닭보듯해도
꽃과 나는 서로가 서로를 그렇게 닮아가며
꽃과 나는 서로가 서로를 하루하루 그렇게 너무 그리워하고있다
 
2013년10월5일
 
 
보광(普光)
 
오늘은 아무런 근심없이 죽기 좋은 날
래일은 아무런 시름없이 죽기 좋은 날
모레는 아무런 걱정없이 죽기 좋은 날
글피는 아무런 여한없이 죽기 좋은 날
 
일월성진(日月星辰)도
때가 되면 소리없이 기우는 법이거늘
보살님ㅡ 보도중생은 아니더라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보살님ㅡ 부디 보광하소서!
 
이 세상의 무거운 인연
이 세상의 무거운 짐
이 세상의 무거운 십자가
이 세상의 무거운 보따리 선뜻 내려놓으시고
 
이제는 아무런 후회도 없이
이제는 아무런 두려움 없이
이제는 아무런 여한도 없이
이제는 아무런 미련도 없이
 
그렇게 날마다 죽기 좋은 날만 찾아
그렇게 달마다 죽기 좋은 날만 찾아
그렇게 해마다 죽기 좋은 날만 찾아
그렇게 기꺼이 죽기 좋은 날만 찾아
 
기뻐도 다시한번 아미타불ㅡ아미타불ㅡ
슬퍼도 다시한번 아미타불ㅡ아미타불ㅡ
좋아도 다시한번 아미타불ㅡ아미타불ㅡ
싫어도 다시한번 아미타불ㅡ아미타불ㅡ
 
평생을 부디 장생 보운하소서
평생을 부디 장생 보길하소서
평생을 부디 장생 보심하소서
평생를 부디 장생 보선하소서
 
보살은 아수라장에서도
보살은 십팔층 생지옥에서도
보살은 서방극락정토에서도
보살은 웃음향기 그윽하리
 
오늘은 웃으며서 죽기 좋은 날
래일은 울면서도 죽기 좋은 날
모레는 마침내ㅡ 죽기 좋은 날
글피는 기꺼이ㅡ 죽기 좋은 날
 
 
 
 
 
2013년9월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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