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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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외2수
2014년 02월 25일 16시 43분  조회:1884  추천:3  작성자: 허창렬
 
파도
 
 
가난한 녀인의 풍만한 젖가슴
손닿으면 말랑말랑 함성이 터진다
하얀 잔등 철썩철썩 바위에 비벼대도
이상하게 아무런 오르가즘이 없다
섬아이 발 잠구고 찰랑찰랑
물장구 치는 그 소리ㅡ
벽계수에 몸 담근 하늘이
찰박찰박 감칠맛나게 달을 씻는 그 소리ㅡ

 
 
매우천(梅雨天)
 

매서운 칼날이 입술을 싹뚝 자른다
손끝에 댕그라니 남아있는 돛을 단 상처자국



 
까마귀
 
공원엔 가지마ㅡ
손발마저 통통 부르튼 치정에
허름한 벽돌장 날리며
아픈 날개죽지 휘우듬히 가슴에 묻고
꺼이ㅡ꺼이ㅡ
수상한 울음소리
빨대로 속에서 기어이
끄집어내는
 
공원엔 오지도 마ㅡ
개구리, 물매미울음소리 요란한
소박맞은 련꽃의 그 환한 얼굴에
손톱 발톱 다 박고
동그랗게 눈을 뜨는 잠자리마저 부려워
가오ㅡ가오ㅡ성급하게
 울지를 말고ㅡ
 
공원엔 절대로 기웃거리지도 마
깔깔대는 저 까치의 경박한 웃음소리에
얼룩덜룩 눈도장 찍혀있어도
숭고한 생명앞에 순례자의 경건한 눈길에서는
언제나 한밝 해살마저 산산히 부서지거늘
갈때면 훌훌 둥지까지 다 털어내고
우리 다시 서로 만나더라도 
끔찍히 서러운 그런 남남이 되자ㅡ
 
이제는 게사니 닮은 닭이라도 만나고싶다
누가 알랴 래생에 부처님 눈길마저
까만 머루알같으려니ㅡ
메추리 한마리 저승에서 이승으로
푸드득 날아올라 
어깨우의 먼지며 흙이며
신나게 톡톡 털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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