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그림자를 보고
깜짝 놀란다
자신의 뒷그림자 보고
깜짝 놀란다
자신의 옆그림자 보고
또 깜짝 놀란다
나는 이제 얼마만큼 더 변해야
인간이 완성되는가
나는 이제 얼마만큼 더 낯설어져야
자아를 완성하는가?
자신의 표정없는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란다
자신의 굵직한 손가락 발가락보고
또 깜짝 놀란다
자신의 변함없는 마음을 읽고서
더욱 깜짝 놀란다
우리에게 외로움이란 항상 이렇게
너무나도 익숙한것
우리에게 그리움이란 항상 이렇게
너무나도 친숙한것
이제 우리 처음 만났던 그때처럼
너무 수줍어하지도 말자
이제 우리 처음 손잡았을 그때처럼
너무 어색해하지도 말자
해맑은 보리싹이 청아한 목소리로
부르는 새 아침
입을 열면 스르륵 스르륵
공포의 뱀이 침묵의 여의주 입에 물고
슬그머니 내곁에 다가서고
어떤 날은 이렇게 할말을 다 잊고서야
비로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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