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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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도1(额娘图) 外7首
2014년 03월 03일 14시 16분  조회:2036  추천:10  작성자: 허창렬
에밀도( 额娘) 1
 
꽃 피는 소리가 비옷을 입은 요트의 노란 입술이란다
산을 싣고 한강이 배꼽에 털썩 닻을 내린다
 
좋은 피ㅡ 나쁜 피ㅡ 더러운 피ㅡ
이상한것
불쌍한것
요상한것들이
우주의 자궁을 들춰
자서전 에세이 칼럼을
줄줄이 세상에
꺼내놓는다
 
칼춤이 군화가 짓밟고 지나가는 무덤우에서 쓸쓸히 피리를 분다
에밀레종소리는 가슴으로 그릴수록 눈길이 더욱 슬프다



 
난파선이 운다
두꺼비 한마리 바다의 혈을 노래로 부른다
돌멩이 이마에 납짝 매달린 낙지ㅡ
눈을 파랗게 날을 세운다
 
갈매기 바다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잉잉 혼자 운다
맨손ㅡ 맨발 ㅡ맨몸으로ㅡ
산이 심장 하나씩  꺼내들고 팔딱팔딱 뛴다
물가에서 주먹이 동그랗게 떠오른다

바람에
거부기 등은
저절로
시원하다…




바람
 
바람이 센스있게
피아노를 친다
도ㅡ레ㅡ미ㅡ파ㅡ쏠 ㅡ
 
산이 고개 기웃거리며
잉어의 아가미에
버들가지 살짝 끼운다
 
굵직한 음부(音符)들이
꼬리 치며
해살을 부서뜨린다


층계
 
여보세요 늙은 아코뎅소리는ㅡ
오늘도 코 고는 소리가 요란한가요?
 
땀에 비상구가 흠뻑 젖어있다
호박꽃이 흐믈쩍 흐믈쩍 나를 삼킨다
 
목이 멘 욕소리가 쨉싸게 뛰쳐나가다가
비자루에 걸려 쿵 하고 저 멀리 나자빠진다
 
영문 모르는 이웃집 삽살개가
간이 찢어지게 컹컹 짖어대고

발자국소리 다닥 다다닥
불이 달려있다…



2
 
오다가 넘어집니다
엎으려졌다가도 다시 우뚝 일어섭니다
눈과 코를 나막신처럼 잠시 손에 주어들고
눈섭이 하얀 골목길로 꺾어듭니다
길섶에서 한창 교미중이던 두꺼비 한쌍이
암컷이 수컷을 등에 업고 슬금슬금
뉘집 뜨락으로 기여 들어갑니다
ㅡ잘 가세요 또 오세요ㅡ
맨드라미가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는군요
분수대옆의 얼굴이 하얀 련꽃 한송이
개구리의 긴 혀바닥으로 물 한모금을 힘껏 공중에 내뿜었다가
다시 인차 꿀먹은 벙어리가 됩니다
부엉이 눈에서 시간이 짤깍짤깍 몸부림치고 있군요
마을을 벗어난 덩치 큰 산이 슬그머니
육중한 바람속에서 얼굴을 감춥니다
밤새 신나게 호각을 불던 베짱이와 귀뚜라미들이
서로 깎듯이 마주서서 악수를 나누다가
가시달린 은비늘 한보따리씩 동구밖에 살짝 내려놓고
뿔뿔히 동서남북으로 제 갈길을 찾아 떠나갑니다
$$$$$$$  @@@@@@@  UUUUUUU
새벽을 알리는 먼 고동소리 어느새
따갑게 귀속을 파고듭니다….



산이 나를 먹고 노래 부르네
 
산이
내 옷을 입고 내 모자를 쓰고
내 장갑을 끼고 내 신을 신고
내 목도리를 두르고 봄이 오는 길목에서
나를 먹고 노래 부르네
풀씨며 잔잔한 모래알이며 잣송이며
구름이며 바람이 냇가에서 갈증을 푸네
별이 푸들거리네
달이 한들거리네
눈이 펀들거리네
손이 짤깍거리네
누가 저 푸른 바다를 조그마한 어항속에 가두어놓았는가?
시간이 유유히 흔드는 지느러미ㅡ
산은 나를 먹고
나는 산의 하얀 피 빨간 살을 다 파먹고
자신을 유감없이 세상에 보여준다
달빛이 풀잎에 손을 벤다
하늘에서 돛 단 배 한척이 둥둥 멀리로
떠나간다…



강강수월래
 
그림을 거꾸로 그린다
시간의 모래밭에 한무데기의 별이 살짝 내려앉는다
뽀송뽀송하고 앳된 얼굴들이 서로 낯선 손을 잡고
불씨를 강가에서 높이 추켜든다
볼륨을 높인다
률동이 시작된다
손발이 시계바늘을 따라서 빙빙 잘도 돌아간다
필름이 갑자기 뚝 끊긴다
모기들이 앵앵거리는 소리가 여기 저기서
폭탄처럼 꽝꽝 터진다
퇴마루에 고무신짝이 나란히 놓여있다
오늘도 고구려벽화에는 우리들의 얼굴이
왠지 아직 없다


괄호안으로 들어가기
 
괄호가 열린다
검푸른 속살이 살며시 드러난다
괄호를 닫는다
5월이 따갑게 비청거린다
다시 괄호를 연다
나뭇잎이 하늘을 뭉청 잘라먹는다
다시 괄호를 닫는다
뼈파도가 단단하게 출렁거린다
하루종일 밖에 아무도 없다
물푸레나무에 코 꿰인 뻐스가
고단한 인생길을 생각이 무거운 손님을 잔뜩 싣고
한발자국 두발자국
톺아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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