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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2014년 03월 22일 14시 41분
조회:1864
추천:4
작성자: 허창렬
고향
장님이 되여 어두운 벽속을 더듬거린다
기둥마다 뼈가 썪는 희뿌연 노래소리
나도 이젠 이 곳을 멀리 떠나야지
흰 쌀뜨물 울바자굽에 붓다말고
꼬장꼬장한 두 손으로 언제나 나를 반겨 안타깝게 웃으시던
이웃집 할머니의 이발 빠진 그 황홀한 미소
맨손으로 어지러운 이 방바닥을 또 누가
어린 아이 잔등 어루만지듯이 언제 어느때
다시금 조심스레 쓸어볼련지도 모르겠지만,
잘 다스른 문턱에 잡새들이 남겨놓은
어지러운 지도 한장 찾아들고서
도시의 추억은 지금 재빛이 나는 아침의 바다
잘 있거라, 더 이상 내것만이 아닌 아름찬 열망들이여
바이 바이 언녕 목이 쉬여버린 우리들만의 아름다운 전설 하나
늙은 나무 우듬지 그 목덜미 꽈악 잡고
오늘도 기를 쓰고 일어서려는 내 기억에 너무 생생한
오두막집 한채ㅡ
부처님
5억년후의 미륵을 알지언정
부처님은 여직 내 이름조차 모르신다
아예 그 누구도 기억하려 하질 않으신다
아침마다 지극정성 온갖 향불을 다 피워놓고 묵묵히 합장으로
날마다 달마다 해마다 보도중생을 꿈 꾸어 보지만
나는 이제 내 한몸 건사하기에도 너무 지쳐 있다
구사경(居舍经)이며 기세경(起世经)이며 십륜금강(十轮金刚)이며
삼장십삼부(三藏十三部)를 매일 옆꾸리에 끼고 살아도
나는 왜 이 세상에 왔고 또한 너와의 하찮은 말다툼속에서 가슴이나
기워가면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나는 여직 모른다
봉인을 떼면 입안에서 구렝이떼 다시 스르륵 쏟아져 나온다
천개의 손과 천개의 발을 가진 보살님은 한숨을 풀풀 내쉬고
오독(五毒)의 근성이 내 팔을 호화로운 요트쪽으로 끌어당기고 있다
그래도 부처님은 언제나 아무런 말씀조차 없으시다
잠자리에 들면 그제야 누군가 슬며시 인과경(因果经)을
내 머리맡에 소리없이 다시 가져다 놓으신다
십방 정토ㅡ
아미타불ㅡ
그리고 지옥 , 륜회
바람꽃
너도 달맞이꽃이였던가
바람이 불면 언제나
가슴에서 꺼내드는 진붉은 심장
왈랑ㅡ절랑ㅡ
발목에서 흔드는
구슬픈 은방울소리
비가 오면
너도 가슴까지 푸욱 젖어드니
김치에 깎두기
손발마저 통통 부르튼
어젯날 잔치국수에
덤으로 살짝 얹어주던 어머님의
하얀 살점
등신불(灯身佛)의 눈망울에 매달린
련민의 이슬방울
상두꾼이 나르던 꽃상여속에
날이 선 칼바람
미워도 다시한번 사랑한게
죄라면 죄이여서
이렇게 잘 썪어 문드러진
아름다운 향기여
오늘도 바람은 한자리에서
울지조차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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