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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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2014년 02월 18일 14시 45분  조회:2003  추천:6  작성자: 허창렬
명상 1

꽃잎이 되여 사라지리
 
꽃잎이 되여 사라지리
쓰리고 여린 그 꽃잎 입에 사알짝 물고
꽃뿌리에 머얼건 굼벵이 꽃향기에 취하듯이
나 그렇게 오늘에
만족하며 오늘에 살다가
바람속에 꽃잎이 되여 조용히 사라지리
살아서 한순간 꿀벌과 붕붕 손을 잡고 춤을 췄던
그 이쁜 추억 다시 살려
살아서 한순간 나비와 살살 속살을 간지럽히던 그 뜨거운
정사를 가슴에 다시 살려
죽어서라도 둥둥 누군가의 예쁜 꿈에 한송이
꽃잎이 되고 차잎이 되여
이 세상 모든 입술 골고루 다 적셔주리
ㅡ나는 세상을 알고는 있지만 왜 그런지는 모른다ㅡ
력사가 과거의 허름한 수레에
실려 달려가는 시간속에
아인슈탄 얼굴이 달이 되여 동동 떠오른다…
 
2014년2월17일


명상 2

기차

서서 갑니다
앉아서 호강스레 그렇게 가겠지요
때로는 네모난 침대우에 송장과 함께 반듯이 누워
이리저리 못난 생각 딸랑딸랑 방울로 흔들며
그렇게 긴 하루 화살을 따라 달려갑니다
때로는 콩나물시루속 껑충한 싹이 되여
누군가의 뒤통수에 미운 눈도장 살짝 찍으며
마주서면 괜스레 슬슬 기여갑니다
창턱우의 오렌지며 파인애플이며 바나나쥬스며
간만에 떠나는 려행에 흥에 겨워 어깨를 들썩입니다
네온싸인이 명멸하는 어느 대도회지에서는
한무데기 희망을 바곤마다 바리바리 꿍져싣고
희읍스레 등불이 끔뻑끔뻑 졸고있는
또 어느 허수레한 간이역마다
초라한 과거 한보따리씩 털썩털썩 부려놓으며
그렇게 그냥 서서 갑니다
가끔은 앉아서도 호강스레 달려가겠지요
때로는 짜증 섞인 신음소리 입밖으로 내뱉으며
무덤같은 침대우에 꿋꿋한 송장처럼 반듯이 누워
이리저리 못난 생각들을 흔들면서 가겠지요
한번 가면 다시 못올 안타까운 시간속에
순정의 물결우에 거품이 ㅡ둥둥 떠있고
희끄무레한 한오리의 희망마저 한입에 썩뚝 잘라먹으려고
과거가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기어이 뒤를 쫓아옵니다
가는 곳이 정착지가 아닌
언젠가는 다시 돌아와야 할 길을
누구는 얼굴조차 본적없는 조상을 욕하고
누구는 뭉청 문어발 잘라먹은 흰 고래되여
앞만 보고 고스란히 눈이 먼채 달려갑니다
다시 태여나도 나는 아름답게 죽으리라
부처가 조심스레 관밖으로 오른발을 내놓습니다…
 
 
 
 
2014년2월15일


명상 3

헐렁채들
 
 
헐렁채들이 줄을 서서 하나ㅡ 둘 ㅡ셋ㅡ 넷ㅡ
바람에 박자맞춰 하얀 팔뚝을 내휘두른다
시베리아 찬바람을 주먹으로 막아보겠다고
동ㅡ동ㅡ동ㅡ 북두드리듯이 제 가슴을 잡아 두드린다
뱅ㅡ뱅ㅡ뱅ㅡ 다람쥐 채바퀴 돌듯 제자리에서 돈다
마돈나의 검푸른 올리브, 포도밭에서
죽은 쥐 심장 하나 꺼내든 까마귀 한마리
소치의 금메달이 행운이였다고 북적 떠들어대고
한일평생 옳바른 시 한편 써낸적도 없는 얼간이가
매일 소설 , 평론 , 수필 ,포럼 , 에세이를 마구 써대고
또 유식하게 무식한 웬 부나비 한마리
아이텐티(정체성)를 울부짖으며 <<나 잡아잡숴주세요>>
백년전 력사에서 자신의 구리빛얼굴을 애타게 찾아 헤매고 있다
바지 벗고 방귀 한번 시원히 뀌고서 얼굴을 바짝 맞댄
너구리 몇마리 저들끼리 신이 나서 박수 짝짝 쳐댄다
타트라산골짜기 바이올린소리는 언녕 기억이 희미하고
아코뎅 낡은 숨소리가  문을 열고 슬며시 나들이를 다시 떠난다
아이 요 귀여운것들 ㅡ언제면 제자리에 돌아오려나?
부처님 경전소리 읊는 소리 삼천 대천세계를
벌처럼 붕붕 떠다닌다
 
 
2014년2월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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