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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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자세
2014년 03월 14일 15시 53분  조회:4702  추천:6  작성자: 허창렬
시인의 자세
 
   누가 만약 나를 시인이라고 부르면 나는 거부한다. 왜냐하면 황공하고 황송스럽기때문이다. 그만큼 시인의 자격은 아무나 마음대로 가질수 있는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때문이다. 특히 요즘같은 세월 돈만 주면 명순이도 돌석이도 시집 한두권정도씩은 낼수가 있고 또한 정말 하찮은 시들로 얼렁뚤땅 상도 받을수가 있겠지만 빈 퉁재가 소리 높다고 이런 얼간이들이 어디를 가나 시인행세를 해대고 굳이 주석대에까지 부둥부둥 기여올라 무슨 회장이요, 주임이요 설쳐대는 그런 장면에 마주치면 누구나 저도몰래 눈살이 찌프려지는것을 어쩔수가 없다. 우리 다함께 한번 상상을 해보자. 평생 옳바른 글 한편 시 한수 써본적이 없는 얼간이가 무슨 학회 회장, 무슨 분과 주임, 시인이랍시고 명함부터 내민다면 당신은 보기가 어떠할련지?

   시인은 말이 아닌 작품으로 승부하여야 한다. 일찍 고 김성휘시인님이 그러하셨고 현재 사실주의와 초현실주의 창작거장 ㅡ강효삼시인님 역시 그러하시다. 언젠가 한 이름있는 평론가가 강효삼시인님을 우리 시단의 <푸닥거리꾼>이라고 묘사한것을 보고 섭섭했던적이 있다. 필자와 나이 비슷한40- 50대 문인치고 북방시단에서 강효삼시인을 모른다면 그는 진짜 간첩이 아니면 외계인일것이다 .흑룡강태생인 필자에게 있어서 강효삼선배님은 그런 푸닥거리꾼이 아닌 북방시단의 엄연한 시혼(诗魂)이시다. 혹자는 이게 무슨 망발인가고 불복할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강효삼 선배님의 시 한수를 우선먼저 살펴보자
 
 
아버지의 초상화

강효삼

한평생 락을 바라고 허위 허위 쫓았지만 그건 꿈에 본 신기루 쫓고 쫓아도 그냥 그만큼 멀리 있어 가다가다 지쳐누운 나지막한 산비탈에 허리 착 꼬부라진 늙은 비술나무 한구루 -

삼밭처럼 숨막히는 오두막,찢어진 문풍지를 비집고 젓가락처럼 새여드는 빛을 거친 피부에 바르던 못난 사나이였다.

산해진미는 평생 팔자에 없어 다마토리 술 석잔 - 그것에도 취해서 목침베고 뽑는 가락은   <<아리랑 아라리요>> 그나마 <<날 버리고 가신 님>>앞에선 노래도 못 넘기고...

가파론 산을 톱는 초부처럼 암벽을 쪼아대는 석공처럼 힘들고 아프게 흙을 뚜져 참께 기름같은 땀을 동이로 짜냈던 누렇게 말라도 독한 잎담배였던걸

그래도 때묻은 동저고리 옷고름 잡아 풀면 장작개비처럼 말라가는 가슴에도 남은 것은 비취색 하늘같이 깨끗한 마음 - 젖은 장작같이 바른 금 쫙쫙 서는 참나무였다.

옹배기는 숭늉같이 근심과 걱정을 증발시키며 인내를 연덩이로 굳혀들고 굴종을 담배로 말아피우며 근로와 선을 새끼처럼 꼬아서 뒤로뒤로 넘겨주고 태여날 때처럼 맨주먹 저세상을 가시였다.

아, 흙을 앗기고 흙에 미쳐 흙을 찾아 지구를 류랑한 나그네 - 그때문에 고향도 혈육도 다 잃는 눈물에 젖은 무명수건아, 무지와 순박, 근로와 인내를 한데 버무려 소여물처럼 새김질한 늙은 황소여
 
 
  이 시를 읽고서 눈시울이 뜨거워지지 않는 자가 있다면 우리 어찌 그를 인간이라 부를수가 있으랴? 그래도 불복이라면 아래에 두수 더 보자
 
나의 방황

강효삼


결국은 떠나기 위하여 우리는 이곳에 온것인가 
그 먼 시발역이 오늘 그렇게 발길 닿고싶은 종착역이 될줄을

하다면 누가 알리 끝없는 방황속에서
오늘의 종착역이 다시 또 
래일의 시발역이 될지

이렇게 시발역과 종착역이 엇갈리는 고행길우에
피와 땀의 눈물어린 발자욱을 먹으며 
향방도 없이 굴러가는 
어쩜 나는 하나의 못난 굴레바퀴인가

길과 아버지

강효삼

누우런 알몸뚱의 황토길
길의 운명이 된 그날부터
얼마나 많은 발길이
이 한몸 짓뭉개고 지나갔을가

깊고 낮은 그 상처 기워내느라
길의 처절한 몸부림이 보인다
하지만 세월이 핥퀴고 간 그 많은 상처
죄다 아물수 없는 길은
아픈 기억을 떨쳐버리지 못한채 신음소리 없이 뒤척이고있다

세월이 가면 길도 늙는지
거친 피부 꼬부라든 몸뚱이
수림속에 묻혀가는 그 옛날 수레길 따라 걷노라니
아, 이 길너머에 이 길을 짚고 가신
아버지의 쇠잔한 얼굴이 보인다

   어떤가 ? 당신은 이 앞에 시인이라고 떳떳이 명함을 내밀 자신이 있는가? 어떤이는 나는 현대시를 쓴다고 할것이다. 그렇다면 한마디 더 묻고싶다. 최룡관선배님의 <이미지시창작리론>을 읽었느냐고? 혹자는 이 책을 이단적이라고 한다. 필자가 보기에는 이단이 아니라 삼단 사단 오단이라고 해도 나에게 필요한것이라면 꼭 읽어야한다. 이렇게 좋은 책을 읽고서도 당신의 시적인 근본사유에서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미안하지만 당신은 바보 아니면 둔재일것이니 이제라도 아예 문학을 접으라고 권고하고 싶다. 일전 필자가 작가창작마당에 <네 글이나 잘 쓰세요>라는 즉흥시를 올려놓았더니 어떤 작자가 무척 찔리는것이 있었던지 련속 여섯번이나 똑같은 댓글을 반복하면서 비아냥거렸다. 역시 소인배다운 그의 행적에 허구픈 쓴웃음이 절로 나는것을 어쩔수가 없었다. 평론은 올리추기식이 아니다. 아픈 매가 문인으로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되듯이 남이 조금 비평을 하였다 하여 숨어서 댓글이나 달 그 지경의 형편없는 문인이라면 한마디 묻고싶다 . 넌 시인이 아니라 인간이 될 최소한의 자격이라도 있는가고?
 
2014년3월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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