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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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아픈 사랑
2015년 09월 11일 20시 36분  조회:2404  추천:5  작성자: 허창렬
너무 아픈 사랑

시가 아프옵니다
하루종일 너무 아파
외국인병원 3호실에서
지금 혼자 징징 울어댑니다
어떤 못된 놈의 고약한 삿대질에
털썩 목이 꺾이우고
도꼬마리 잔가시에
여린 심장에 숭숭 구멍이 뚫리웠고
지지벌건 간이
배밖에서 십이지장과
때 아닌 악수를 청합니다
어느 한곳 성한 곳 없이
팔 다리 온몸에 하아얀 붕대 칭칭 감고
외국인병원 3호실에서
지금 한창 구급중입니다
연변에서 개 칠 몽둥이에
모둠개 매 허벌나게
늘씬하게 두들겨 맞고
안쪽인 흑룡강쪽으로 허겁지겁
쫓겨갔다 다시금
살길 찾아 심양, 청도, 북경, 상해, 천진에서
무뢰한들의 구타와 질타를 받고
타박상 전주 3치에 지금
하루하루 목숨이 경각을 다투고 있습니다
의료보험은 없습니다
위문객은 아예 없습니다
거칠것없이 살아온 그 경력 살펴보면
눈물이 강물처럼 조용히 흐릅니다
류랑생활 20년에, 빈대붙이 또 3년
넝마주이 30년에 눈치보기 또 10년
남의 사발에 싯누런 코 풀어놓고
시인이라고 가는 목에 잔뜩
핏대를 세우는 저 잔챙이들은
시인도 아닙니다
남의 집 온돌방에 버젓이
올방자 틀고 들어앉아
친구 마누라마저 어김없이
강간하는 호색한들일뿐
시가 차츰 씨가 말라갑니다
시가 없는 날은 아픈 날입니다
시가 쉽게 씌여지는 날은
너나없이 부끄러운 날
명치끝에서부터 바지가랑이사이로
가을이 붓을 들고 행진합니다
시가 없는 날이면 버석이는 락엽위에
너무 아픈 사랑이 찬이슬로
살풋이 내려앉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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