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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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시]명상 5 외 8 수 댓글:  조회:2367  추천:4  2014-05-05
명상 5   웡 와시 버러머니 쒀하 (嗡 哇西 波罗牟尼 嗦哈) 웅 반자 아미다 군자리 하나하나 훙 페이 (唵 班杂 啊密达 滚扎利 哈那哈那 哄呸) 아픈 너의 병을 고쳐주는 약이 있다 아픈 내 마음 고쳐주는 약이 있다   하늘이 무심히 쥐여뿌린 찬비에도 저 보살같은 님들의 념원에 주문이 귀를 열면 방울방울 정성이 새록새록 새 살로 돋아난다   한컵의 물에 팔만사천 생명이 있다 한방울의 물에 너와 나의 인생이  있다   중생은 나 같고 보살은 너 같고 대천세계에 오늘 하루 비는 성수나게 내린다 항상 맑고 그윽한 그 큰 은혜여   명상 6   세상은 오직 하나다 모든것이 둥그스럼 그렇게 열려 있다 보라ㅡ 두 눈을 펀히 뜨고서도 안 보이면 두 눈 을 꼬옥 감고 다시 보라   세상은 오직 하나인데 인간 스스로 둘을 선택했고 간교한 이들이 셋을 더 보태 우리의 혜안 흐리웠구나   유럽에서 예수는 천당을 선택했고 동양에선 지장왕보살님이 지옥을 선택하셨고 이렇게 분명 하나인것을 부처님은 아무런 말없이 우리를 깨우치고 계신다   무거운 십자가를  누가 지금 짊어지고 있는가? 가야산 보리수나무아래 빛발치는 삶의 무게 하늘우에 또 하늘이 있고 땅아래 또 땅이 있고 나도 원래 부처였음을 억만겁 비로소 희미하게  깨달아간다     명상 7  보리밭 식혜에서 별이 나풀나풀 춤을 춘다 아리랑도 없이 누군가의 심장에서 풀어내는 한오리 긴 휘파람소리로 쪼각달이 밤이슬을 바늘에 꿰여보다가 벌떡벌떡 일어서는 갈증을 새벽에 줄느런히 줄 세운다   산속에 산이 있고 탑우에 탑이 있고 하늘옆에 하늘이 있고 그늘아래 또 그늘이 있다 너는 나를 잊은지도 오래지만 나는 너를 한시도 잊은적이 없노라고 원죄의 업이 또 혼자말처럼 중얼거린다   보도중생은 결국 나를 위한 방편 깨우치고나면 더욱 소름 끼치는 정진 인생의 갈림길엔 감로수마저 무의미하기에 사랑도 국경도 민족도 행복도 모두 버리고 지혜 한줄기만 선뜻이 뽑아든다   서천에 련꽃이 무소의 뿔인양 활 짝 피여 있다   명상 8  나무법계장신 아미ㅡ타불을 만난다 나무대자대비 관세음보살을 만난다 나무대력대선 대세지보살을 만난다 나무문수보살님을 만난다 나무지장왕보살을 만난다 나무보현보살님을 만난다 나무일광보살님을 만난다 나무월광보살님을 만난다   만나고 만나도 끝이 없다! 결국 마음이 하늘보다 크고 우주보다 더욱 넓고 깊은것을 비로소 깨달아 간다…    명상 9    이 세상에 총명한 자들 의심에 의심을 품어 의심이 너무 많고 그 의심의 사슬을 끊고 호흡이 자유로운 자 비로소 밝은 지혜를 얻는다   너는 도대체 누구이며 나는 또 한 누구인가? 네 행위를 살펴보면 너는 누구인지 금방 알수 있고 스스로 자신의 행위를 살펴보면 또 한 나는 누구인지를 알수가 있다   가만히 앉아서도 세상이 다 보인다 가만히 앉아서도 세상을 다 읽는다 겨드랑이 사타구니로 어지러운 가쁜 숨 몰아쉬며 우리는 잡지도 못할 봉황의 깃털을 월계관인양 머리에 꽂고 살아왔구나   네가 한번 움직이면 세상이 꿈틀 한번 놀라고 내가 한번 움직이면 뭇짐승이 꿈틀 또 한번 더 놀란다 너에게 나는 동무이자 적이며 나에게 너는 벗이자 원쑤이다 그것도 모르고 우리는 너무 쉽게 제 멋대로 이 세상을 살아 왔구나   향기로운 말씀에 다시 눈을 뜬다 결국 자신을 전승하는 일이 이 세상에서 가장 힘이 들고 어려운 일임을 한수 더 배워가며 산다 창밖에는 록파만경 문을 나서면 청산이 어김없이 다시 마중 나오네…     명상 10  부처님께 명함 한장 건넨다 보살님께 명함 한장 건넨다   공자님에게도 명함 한장 건넨다 옥황상제님께 명함 한장 건넨다   염라대왕님께 명함 한장 건넨다 중생들에게 명함 한장씩 건넨다   아무도 아무런 말이 없다 오직 아수라계의 아수라들과   저승세계의 잡귀신들이 만나서 반갑다고 야단들이다   명 상 11   어느 날 문득 하늘을 닮아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어느 날 문득 하늘을 떠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하늘에는 귀가 있다 하늘에는 눈이 있다 하늘에는 팔이 있다 하늘에는 발이 있다 하늘에는 다리가 있다 하늘에는 자궁이 있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아무리 발버둥쳐도 아무리 생억지를 써도 아무리 즐거워도 아무리 서러워도 아무리 외로워도 아무리 괴로워도 결국 벗어날수 없는 이 세상   이제 나는 다시한번 탈변을 꿈 꾼다 벗어나지 못할바엔 차라리 담담히 즐기고 벗어나지 못할바엔 차라리 담담히 웃어주고 벗어나지 못할바엔 차라리 과감히 마주서리 이제 이 세상에 나는 항상 있는듯이 없고 이제 이 세상에 나는 항상 없는듯이 또 있다       2013년10월6일    명상 12   네가 나를 한번 부정할때 나는 너를 백번도 더 부정하고   내가 너를 한번 부정할때 너는 나를 천번도 더 부정한다   가까워질래야 가까워질수조차 없고   멀어질래야 또한 멀어질수조차 없는   하나의 별은 하나의 너 또 하나의 별은 하나의 나   마주서서 바라만 봐야 하는 너와 나는   운명인가? 숙명인가?   머루같같이 까아만 두눈 차츰 바람에 파르르 떨리는 두 입술   오늘도 뭇별은  바람에 흔들린다 명상 13   저 새빨간 거짓말에도 한계가 있듯이 저 미욱한 깨달음에도 한계가 있다   깨달은듯 령리한 너는 세속명리에 더욱 밝고 깨달은듯 아둔한 나는 명상이 더욱 길다   좁디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 그 울타리속을 다시 들여다보면   세상은 온통 어지러운 가난이 행복의 진한 피 나눠 마시며   무지가 춤을 추고 허영이 통곡끝에 살을 저미는 구슬픈 노래 부르고 있을뿐인데   명리며 사욕에만 눈이 먼 자들이 하루 또 하루 살아가는 지혜며 제 나름대로의 섭리를 순리로   사명인양 천직인양 그렇게 진부하고 리얼하게 살아가고 있다   차라리 두 눈을 감고 도(道)와 도(度)의 함의를 가슴 깊이 되새겨본다   문득 내 눈에 보이는것만이 이 세상 전부가 아님을 다시 깨닫는다   깨닫는다는것은 마음이 거울처럼 밝고 깨끗하다는것이다 마음이 깨끗하다는것은 마음이 날마다 새롭다는것이다   마음이 새롭다는것은 마음이 곧 세계고 우주임을 이제 진실하게 느끼며 살아간다는것이다 2013.11.15
79    [시]꽃 1(허창렬)외2수 댓글:  조회:2263  추천:6  2014-05-02
꽃 1   오월 손발이 바쁜 계절 나무는 새옷을 입고 나는 한겹 두겹 허울을 벗는다 너는 웃고 나는 울고 톡- 토도독-그렇게  터져라 무혈의 상처 아름다운 자연의 선률이여   너는 부처님 신전에 울려 퍼지는 녀인의 줄기찬 오르가즘 천국의 계단에 새하얗게 피여나 잘 썪어 문드러진 이름 모를 질투의 향기여   해마다 눈부신 5월이 오면 나는 한겹 두겹 옷을 벗고 너는 한겹 두겹 옷을 더 껴입고   긍혈이 뭉치여 아픔 간지럽히는 통한의 새빨간 여드름이여 톡톡- 터져라 툭툭- 터져라   오늘도 나는 울고 너는 웃고 피는 마르고 살은 마냥 아리고 쓰리고…     2014년5월 꽃 2 어쩐지 허접해보이는 플래시모브 포샵한 여름의 하늘같은 알레르기 끈질긴 개나리 향기 끌어안고 통곡하는 페이퍼페이스 이제 단 한번만이라도 함께 죽고픈 저주의 텀길 오호 저기 힘없이 걸어오는 잇힝 ㅡ 길섶위에 떨어져버린 비호감의 웰니스족(wellness) 차츰 엇갈리는 피속의 젊은 십장생 마침내 오열로 터져오르는 별들의 서툰 향연 ㅡ 하루종일 목이 쉬고 발목이 통통 무르튼 새벽의 긴 태클ㅡ   2014년5월1일 [시]나의 길(허창렬)   사람의 길을 짐승들이 흔들먼들 뛰여가고 짐승의 길을 사람이 허우적 허우적 기여 간다 지렁이에게 길을 내여주고 반나절씩 이렇게 사는게 사는게 아니다 바람을 피해 높다란 담벽을 마주서면 아츠랗게 높은 담벽이 어느새 내 어깨를 밟고 달빛에 불쑥 올라 선다 잘 썪은 메주덩이 퀘퀘한 곰팡이냄새에 벌써 취해버린 무지렁이 세월 인정의 해일속에서 손발을 허우적거리는 순진한 사슴떼 드디여 쓰나미에 지친 몸을 깨끗이 씻고 싯누런 황금이 되여 모래밭에 노숙자처럼 끼리끼리 드러눕는다 너를 미친듯이 사랑했고 오늘도 미친듯이 사랑하고픈 래일도 미친듯이 사랑해야 하기에 거지도 황제도 모두 기억에서 지워버린 이제는 한적한 내 고향 아카시아 돌담길 내가 가야 할 길 ㅡ내가 다가가야 할 길ㅡ ㅡ눈꺼풀이 시원한 파란 잔디밭ㅡ
78    [시] 칼1(허창렬) (외4수) 댓글:  조회:2022  추천:6  2014-04-29
[시] 칼 1 (허창렬) 외4수  칼이 운다 달빛에 운다 아마도 하루종일 울고ㅡ 또 울것이다 칼은 울수록 시퍼렇게 날이 서고 나는ㅡ 울수록 가슴이 더욱 섬찟하다 칼날이 매섭게 아픈 살을 파고든다 령혼은  혼비백산하여 어느새 저 멀리 도망가고 썪은 나무토막 넘어지듯 여기 저기서 휘청ㅡ휘청ㅡ 쓰러져 가는 갈대…갈대…   칼  2   손을 벤다 불쑥 심장과는 너무 거리가 멀지만 아픔이 벌써 가슴에 골똑 모여든다 사정없이 머리를 자른다 후줄근히 마주서서 허리 굵은 나무들 그렇게 칼자루는 자신이 나무인것조차   모른다    칼  3   물새가 울지 않으면 바람이 외롭다   내가 없는 바다 하루종일 눈물로 곬을 이룬 깊은 파도   뭍에 올라서서야   번뜩이는 생각   아직 녹 슬은 심장 파랗게 칼을 가는 달빛 ㅡ    칼  4   옥좌에 올라 앉기까지 수박 짜개듯이 베여낸 수급이 얼마였으랴? 력사는 아무런 말이 없지만 산 사람은 기어이 말을 하려 한다 속죄하는 들 몸둘바 모르고 어두운 구석 찾는 긴 칼   칼  5   약소민족이 칼춤을 춘다 항쟁의 기발아래 행주에 돌을 담았던 그 허름한 돌멩이들을 짤깍짤깍 가위질하며 너풀너풀 넋을 찾아 산으로 톺아 오른다 길게 종렬을 지어 함성을 지르다가 다시금 원을 지어 손발이 어울려 잘도  돌아간다 어느새 흥타령에 여깨춤이 덩실덩실 절로 난다 허나 칼자루는 의연히 남이 쥐고 있다
77    [시]시와 시 사이에서(허창렬) 댓글:  조회:2605  추천:7  2014-04-25
[시]시와 시 사이에서(허창렬)   화내지 말라 새삼스레 닫혀있는 내 삶의 서랍 열어보면 안팎이 젖어 있는 작은 입술 두엄향기 잘 썪어 문드러진 내 삶의 중심에 태양, 그 싱싱한 젖꼭지가 푸름한 오뉴월 오이처럼 잔뜩 열려 있다 아방가르다  데리다 퍼컨스는 아마 너같은 애와는 만난적조차 없으리라 어제도 그러했고 오늘도 그러했고 래일도 그러할것이다 이제 베이지색 몸통에서 아직 멀건 피나마 다시  뽑자 그리고ㅡ 썪은 창자라도 다시 끓이자 애삵는 트위스트, 탯줄에 매달려 가물거리는 한숨 인성을 잃어가는 시대의 희미한 목소리 거미줄에 흔들리는 내 삶의 중심...     2014년4월20일
76    [시세월의 무게(허창렬) 외 1 수 댓글:  조회:2281  추천:5  2014-04-22
[시세월의 무게(허창렬) 외 1 수   1 도시의 색깔   도시의 색깔에는 유혹이 짙다 도시의 광란에는 거짓이 더욱 리얼하다 어젯날ㅡ 우리들의 순진함은 어지럽고 시큰둥한 저 시궁창 오염속에서 신나게 미역을 감고 겉과 속이 다르게 확연히 날로 화려하게 변해가는 도시의 꿈은 지금  호스티스의 랩과도 같은 자지러진 류행속에서 입안의 사탕을 살살 녹여가며 차거운 입술에 새빨갛게 립스틱을 칠하고 있다   덧없이 잃어버린 세월 덧없이 잃어버린 이름 덧없이 잃어버린 꿈 덧없이 일어버린 명예 덧없이 잃어버린 추구 덧없이 잃어버린 신념 덧없이 잃어버린 삶 풍만한 도시는 지금 키브리해의 무서운 악마가 되여 카멜레온의 잔인한 미소로 그 큰눈을 뙤록뙤록이며 류행에 골병이 든 우리들의 령혼을 어느 잔치집 떡 주무르듯이 아주 제멋대로 유린하고 있다   2 도시의 언어   도시의 언어에는 거품이 너무 많다 도시의 파도에는 손발이 높다 무수한 현관등 무수한 네온싸인 무수한 씨나리오 무수한 시작 무수한 결말이 지금 우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호시탐탐 굶주린 야수가 되여 하이에나처럼 노려보고 있다 진실은 간음직전 순수는 언녕 통행금지ㅡ   말을 해도 우물쭈물 알면서도 모르는척 보고서도 못본척 들었어도 아예 못들은척 가장 진실한것과 가장 절실한것에는 언제나 벙어리 삼촌이 제격 시대는 지금 재치있고 총명한 자들보다 바보가 아닌 유치한 이데올리기식 천재들을 오늘도 손벽치며 선호하고 있다 거짓이 휘두르는 몽둥이에 진실은 언녕 혼비백산하여 멀리 도망간지 오래고 허영의 새하얀 탁상보에 량심이 오물로 얼룩진 시대   도시의 언어는 지금 갈곳조차 잃고 사람들이 미여질듯이 꽉 찼어도 마음이 텅텅 비여버린 비좁은 십자거리 소음으로 꽉 찬 어떤 공간에서 하루종일 귀청이 따갑도록 시끌벅적한 하루 또 하루를 가난한 랑만으로 장식해가고 있다   3 도시에 던지는  질문   그동안 나는 진정 너에게 무엇이였니? 먹다가 싫증나면 언제든지 버릴수 있는 개뼉다구였니? 아니면 ㅡ 끈적끈적한 시골의 순정처럼 아무나 아무곳에서 아무렇치도 않게 아무렇게 씹다가 서슴없이 내버릴수있는 껌이였니? 아니면 ㅡ 누군가 근심없이 태우다가 무심히 던져버리는 담배꽁초였니?   이웃에 사촌이 사는줄도 모르고 가슴 시린 안위에 꾸역꾸역 사설을 토해놓으며 오늘도 구질구질하게 야박한 도시인심ㅡ 서리발치는 친절속에 날카로운 비수 등뒤에 감추고 서로 그렇게 마주서서 틈만 나면 상대방의 팔 다리 가슴살을 서슴없이 베여가며 공존을 웨치는 이 시대의 구호이니?   4 도시의 풍경   아침거리에는 사람대신 강아지가 번듯이 양복을 차려입고 인행보도에서 주인을 끌고 점잖게 거닐고   공원의 정자에는 허리 잘록한 숱한 개미떼들이 나무잎으로 간신히 부끄러운데만 살짝 가리고서   인간에게서 배운 뜨거운 사랑을 시도 없이 때도 아무런 예고도 없이 열심히 열연하고 있다   어느 아파트단지 동네입구에는 머리가 허연 웬 늑대 한마리가 사람의 옷을 입고 사람의 말을 하며 사람의 손짓, 사람의 발짓으로 뻔질나게 인정의 숲을  드나들고 있고   고색이 찬연한 쇼핑거리에는 머리에ㅡ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물감을 들인 간이 큰 여우들이 아이러니하게 현대인의 온갖 흉내를 다 내며 커피숖이며 백화상점을 뻔질나게 드나들고 있다   5 도시의 비애   언제부터인가 이 도시의 봄가을은 분별없이 무덥고 차는 갈수록 녹슬은 수도물처럼 자주 막히고 출근길은 너나없이 파김치가 되여야 하고 로임은 아메리카난민 국제지원금만큼 쥐꼬리만하고 물가는 뉴욕 맨하탄보다 더 높고 남새값은 기우절처럼 하늘이 높은줄도 모르고 매일 치솟고 술집아가씨가 시골소녀보다도 더욱 순진한 시대ㅡ 술은 물처럼 마셔야 하고 백화상점 물건은 부자처럼 사들여야 체면이 조금 서고 주머니의 신용카드는 마치 주어온것처럼 마구 긁어대고 있다 택시 부르려면 마치 할배에게 사정하듯 해야 하고 크고 작은 병원마다 환자는 시장바닥 난전꾼들보다도 더욱 많고 참한 의사 찾기란 또한 로또에 당선될 확률이나 다름이 없다   6 도시의 조건   이 세상엔 하느님의 특별초대받고 태여난 인간은 없다 이 세상엔 알수없는 미래를 부처님께 미리 예약받고 태여난 인간도 아직 없다   똑같은 피 똑같은 살 똑같은 뼈 똑같은 눈 똑같은 귀 똑같은 코 똑같은 발 똑같은 삶의 울타리ㅡ   이 세상엔 신의 특별한 입장권을 갖고 바위틈에서 태여난 인간은 없다 이 세상엔 보살님의 자비로운 허락을 받고 금궤 안고 태여난 인간도 하나도 없다   무엇이 문제인가? 알수 없는 미래에 조심스레 근심이 눈을 뜬다     7 도시의 꿈   과거는 생각하는 피ㅡ 아픔을 막기 위해 우리들은 벌써 래일을 앞당겨 쓰고있다 오늘은 그나마 뼈있는 말들이 좌우명으로 줄 지어 서있고   아직 살아서 팔딱팔딱 뛰고있는 부끄러운 심장 가난한 현실속에서 시나브로 꿈꾸는 엄청난 눈빛 하나가 갈증으로 불타오르고 있다   정녕 다 가질수가 없기에 크나 큰 설움이여 정녕 다 버릴수가 없기에 또한 가꾸고 쌓고 다시금 허물어가는 삶의 크나 큰 비극이여   8 도시의 무게   이제 내 삶의 무게 저울로 달아보면 몇천근 몇만근이나 될가?   이제 내 삶의 리유 아픈 뼈와 아픈 살로 갈라 천평우에 올려놓으면   그 사연 또한 몇천가지 몇만가지나 될가?   9 도시의 사색   새소리 바람소리 개 짖는 소리ㅡ 이 세상 벼라별 시시껄렁한 잡소리 다 듣다가 마침내 천주산 관음각에 조용히 올라 종성스님 경읊는소리에 조심스레 귀 기울린다   두눈을 아무리 크게 뜨고 이 세상을 그 어디인가를 열심히 살펴봐도 삼천대천세계 그 어데에서도 나의 얼굴 나의 몸뚱이 나의 형체는 아예 찾아볼수조차 없고   참다운 언행(정情) 참다운 말씀(지知) 참다운 배려(정正) 참다운 너와(진真) 참다운 나만이 있을뿐   탑아래 천년 묵은 돌거부기 산아래 수만갈래 길을 넋없이 지켜보며 오늘도 어디론가 정처없이 분주하게 오고가는 사람들을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라는 이상한 렌즈속에 계속 담고 있다   10 도시의 욕망   우리 이제 이렇게 살자 아픈 날은 기억에서 빼고 좋은 날만 생각하면서   우리 이제 이렇게 살자 어둡고 침침했던 지난 날들은 깜빡 잊고 희열의 에네지로 젊음을 만끽해가면서   돌이켜보면 인생은 온통 수렁길, 가시밭길ㅡ 가장 절망스러울때가 가장 희망적일수도 있고   또한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나날들이 가장 가슴 따뜻한 추억으로도 될수도 있기에   우리 이제 이렇게 살자 서러웁고 가슴아픈 날들은 아예 기억에서 빼고 산과 들에 씨앗뿌려 노래 심으며   청산에 높은 뜻을 키우면서 다시 살자   11 도시의 새 아침   세월의 무게에는 가슴이 있다 세월의 부름에는 추억이 있다 세월의 기억에는 아픔이 있다 세월의 상처에는 거울이 있다   도시의 푸른 종소리 마침내 저녁노을에 우뚝우뚝 일어서고 있다… 밤벌레 울음소리   밤마다 벌레들이 수음하는 소리 너는 나와 함께 살아 행복을 마끽하고 나는 너의 긴 몸뚱이에서 생의 진실한 언어를 건져 올린다   박자에 맞춰 너풀거리는 그리스도의 도포자락 가난한 부처님의 현란한 손짓ㅡ   내 무덤속의 등불은 꿈결에도 달빛이 새하얗게 밝다...       2014년4월21일  
75    [시]파파라치(허창렬) 외1수 댓글:  조회:2059  추천:3  2014-04-20
파파라치   산속에  묻힌 인류 최초의 마을을 배경으로 숨결이 고르로운 울바자가 서있다 잡초와 함께 무성하게 서있다 어깨에 어깨겯고 줄느런히 서있다 담장밖으로 슬며시 손발을 내민 심장이 붉은 능금 한알 또 한알이   개구리의 눈 먼 독설에 입맛이 시다 부엉이의 두눈에는 눈물대신 항상 죽음이 골똑 고여 있다 까마아득한 력사의 뒤울안 길 시원한 장독사이에서 꺼내 든 굵직한 뼈 한토막 푸른 소금이 하얗게 눈을 뜬다     걸레   어지러운 이 세상을 깨끗이 딲기 위하여 태여난 우리 너도 걸레 나는 걸레 젖은 걸레 마른 걸레 생각이 너무 쉬운 걸레들   까맣게 웃는다 하얗게 웃는다 노랗게 웃는다 광이 나는 시간 차츰 키를 넘어서는 행복   허전하다 동안(童颜)이 점점 쓸쓸해진다 시나브로 보기좋게 구겨져가는 자존심 마침내 돌아앉아 구정물에 헹구는 추억   눈물의 고스톱 쓰리 고ㅡ 아리고ㅡ 아프고ㅡ 그리고ㅡ 삼베적삼처럼 쭉쭉 미여지는 가슴 가슴     2014년 4월18일
74    [시]두만강(허창렬) 외 1 수 댓글:  조회:2296  추천:11  2014-04-18
두만강(허창렬) 흰뼈 한토막 찾아들고 와ㅡ 와 ㅡ 소리 지르는 추억        높은데서 낮은데로 흘러가는 자연의 긴 섭리 아직도 녹슬지 않는 아버지의 옛사랑 고백 눈물로 얼룩진 어머님의 짧은 행주치마 마디마디 울음울음                                                 구비구비 뼈파도 마침내 썪을줄 모르는 파아란 눈 세한략도(世寒略图) 19   이상한 날이면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꿈을 이상한 곳에서 이상하게 꾼다   새가 모이 대신 수라상에 마주앉아 배불리 밥을 먹고 소가 풀 대신 메뚜기나 하루살이ㅡ 들쥐들을 잡아먹고 강아지가 세라양복에 반짝구두 살짝 받쳐신고 사람이 쇠사슬에 묶이여 세월의 빈 허청간에서 개죽그릇을 쩝쩝 핥고 있다   너무나도 익숙하고 질서정연하던것이 점차 반대로 흐른다 강이 거꾸로 하늘로 흐르고 하늘이 구름보다 발뒤축이 낮고 수치가 량심을 사생아라고 비웃고 여우가 깜찍하게 사람의 말을 하고 사람은 하루종일 벙어리 랭가슴을 끙끙 앓고 있다   이 모든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나는 이상한 곳에서 이상한 사람취급 받으며 이상하리만치 이상하게도 잘못된 생각에 차츰 이상하게 적응해가고 있다   요즘은 참 살기 좋은 시절이라며 뻐꾸기 저혼자 껄껄껄 박수치고 노래부르며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신나게 맨발로 분주하게 뛰여다니고 있다
73    [시]태양의 눈동자(허창렬)외 2 수 댓글:  조회:2264  추천:7  2014-04-15
[시]태양의 눈동자(허창렬)   빨간 웃음 썪은 허벅지   하얀 바람 소금기둥에 깔려 깔깔대는 계란의 노란향기ㅡ   아직도 잠자리 사전에는 메뚜기가 버젓이 우상이 되여있고 족보없는 까마귀울음소리 소방차 끌고 다시 산으로 올라간다   피 없는 엽서   살 없는 고백 뼈 없는 거절 말 없는 질투 태양은 물 먹은 솜 하루종일 게나른 생각에 몸뚱이 시끄럽다   석냥짜리 인생에 닷냥되는 깨소금 뿌려 멀겋게 희떠운 환희   그저 바라보기만 하여도   기억이 아릿한 어젯밤 별들의 파아란 숨결     2014년4월13일 명상 51   더 이상의 고민은 아무런 가치조차 없다 더 이상의 긍정은 아무런 의미조차 없다 더 이상의 시련은 아무런 위안조차 없다 더 이상의 미련은 아무런 련민조차 없다 오로지 두 눈에 보이는것만 가지고서는 이 세상을 혼자 다 아는것처럼 떠들어대지도 말자 두 귀로 똑똑히 들은 풍월만 가지고서는 이 세상을 혼자 다 읽은것처럼 시끄럽게 떠들어대지도 말자 은인(恩人)은 언제나 나에게 배움을 주고 친인(亲人)은 언제나 나에게 두손을 내밀어주고 귀인(贵人)은 언제나 나에게 힘이 되여 주고 능인(能人)은 언제나 나에게 깨달음을 주고 애인(爱人)은 언제나 나에게 활력소가 되여 주고 소인(小人)은 언제나 나에게 조신성을 가르쳐주고 중인(众人)은 언제나 나에게 성공을 준다   부처가 되기전에 먼저 사람부터 되라고 관세음보살님이 조심스레 나를 일깨워주신다…    2013년11월17일    명상 52   위대한 신화의 탄생을 갈릴레이는 망원경 하나로 간결히 부정했고   제단에 랭수 뿌려 수거라디*는 마침내 이 세상 모든 신들을 죽게 하였다   신앙은 생명의 견증(信仰是生命的见证) 신앙은 마음의 자각(信仰是心灵的自觉)   불법대해(佛法大海) 신위능입(信为能入) 지위능도(智为能渡)*   이렇듯 고   탕인비*(汤因比)가 오늘도 혼자 껄껄껄 웃고 있다     주해: 1,수거라디(苏格拉底)무종교론자, 2400여년전 교수형을 당함 2,불교 대지도론(大智度论)중의 한마디 3,력사학가 탕인비의 명언;
72    [시]세월앞에 무릎을 꿇고(허창렬) 외 4 수 댓글:  조회:2266  추천:5  2014-04-14
[시]세월앞에 무릎을 꿇고(허창렬) 외 4 수 흰수건에 무명모시 하얀 코신 살짝 받쳐신고 무거운 세월 무거운 방아 두발로 엇갈아 스리슬쩍 들어 올리며   쿵더쿵 쿵더쿵 살을 찧던 엄마의 이야기가 쿵더쿵 쿵더쿵 뼈를 갈던 아버지의 이야기가   이제는 너무 그립습니다 이제는 뼈저리게 너무 너무 아쉽습니다 그때가 그리워 방아간 참새는 오늘도 구슬피 울고   살아온것만큼 깨달아가는 진부한 사실앞에 고개를 숙입니다 주저없이 털썩 무릎을 꿇습니다   묻노니 강산에 저 빈뜰에 하얀 그림자는 어느 시절 어느 누구 살다 간 흔적인가?   어머니 이야기는 오늘도 나의 슬픈 시가 되고 아버지 이야기는 나의 소설이 되여 강처럼 출렁출렁 하염없이 먼곳으로 흘러 흘러 갑니다             2013년3월15일 쓰레기는 제멋에 쓰레기가 된다   빚이라곤 져본적이 없던 내가 덜컥 빚을 진다 세상빚 인정빚 자식빚 마음빚   술이라곤 입에 대지도 않던 내가 가끔 술도 마신다 한잔 두잔 석잔 그리도 또 한잔   도박이라곤 모르던 내가 가끔 도박도 시작한다 어차피 인생은 한판 승이라던가ㅡ 세상빚 인정빚 자식빚 마음빚   갚아야겠는데 도무지 갚을 방도가 생각이 나질 않고 마음은 아프고 가슴은 쓰리고 어깨는 무겁고   이런 나를 남의 눈알 한개쯤 제꺽 빼먹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이 제법 늠름한 이들이 비웃고 있다 말세다! 조금 남은 기억마저 휴지통에 주저없이 던져버린다 쓰레기는 그렇게 항상 제멋에 쓰레기가 된다… 마음 1   마음 하나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고 마음이 너무 무겁고 마음이 너무 울적하고 마음이 쓰라린 날이면 나는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 서슴없이 마음이 부르는 곳을 찾아 나선다   거기ㅡ 청청한 가을하늘이 거울보다 맑고 산과 들과 숲이 아직 파아랗게 살아서 숨을 쉬고 조리졸졸 시내물이 시원하게 발목 적셔주는 곳 그곳에서 나는 마침내ㅡ   마음의 무거운 짐을 풀어 강물에 푸욱 잠근다 분명 내것이면서도 내것만이 아닌 마음의 부담을 이리저리 시내물에 휑군다 마음의 찌든 때를 깨끗이 씻고 또 씻는다 주름살 하나없이 구김살 하나없이   마음이 거울처럼 반짝반짝 빛이 날때 나는 다시 부끄럽지않은 마음으로 부처님 경전을 골똑 가슴에 담는다 이 세상 천갈래 만갈래 길도 마음에 담으면 오직 한갈래뿐임을 결국 마음으로 느낀다  선(禅)은 선(善)이다   어설프게 남의 한계를 시험하지도 말라 그리고   어설프게 남의 인내에 도전하지도 말라 즐거운 디아스포라를 꿈꾸는   너의 그 값싼 인생과 너의 그 값싼 저작권에서는 문명속의 문맹이 지금한창 발버둥치고 있다   피타고라스 마이거스뮤러 아인슈탄   이 세상 허다한 명인들은 공존의 그늘을 알고 해살같은 웃음으로 가볍게 우리들에게 해박을 선물해주었고   모자라는 부분은 언제나 묵묵부답 인생숙제로 어깨우의 가벼운 먼지 톡톡 털어가며 자세 또한 항상 묵직하였다   따뜻한 욕실에 앉아 방귀를 뀌고도 즐거운 그 방대한 시리즈보다야 살아가는 지혜로 남의 인생을 베껴쓰는 그 고상함보다야 차라리 하루종일 말없는 저 산이 더욱 가깝고 친숙한 법   선(禅)은 선(善)이다 선은 자연의 부름이다 자연의 부름을 받으면 마침내 깨달음이 온다   깨달음은 해탈의 첫발자국이다 허울을 다 벗고 마침내 자신을 뒤돌아보노라면 어느새 도약의 새길을 열쇠로 열어가고있다   2013년6월5일 다시 성자산에 올라 ㅡ을지문덕장군의 싸움터를 찾아서ㅡ           1   력사는 이 성을 무슨 성이라 불러야 합니까? 우리는 그때 그 가렬처절 용감무쌍했던 싸움을 또 무슨 대첩이라 불러야 합니까? 살수대첩은 청천강입니까? 아니면 저 푸른 료하수 건너 영주땅 어느 근처입니까?   산은 말이 없다 산은 말하려 하지 않는다 산은 오늘도 아무런 말이 없다 천만년 묵묵히 침묵해온 산아 억천만년 묵묵히 삶을 고스란히 쌓아 온 산아 산아            2   너는 정녕 보았으리 먼 옛날 태고적 돌멩이 들고 몽둥이 들고 허기영차 허기영차 알따이산맥을 넘었을 우리 겨레를 너는 정녕 기억하고 있으리 그젯날 정의의 싸움에 용감했던 고구려 용사들의 그 비장한 최후를ㅡ   산은 너무나도 많은것을 가슴에 껴안았다 산은 너무나도 아름찬것을 가슴에 품었구나 골짜기가 너무 깊어 슬픈 산이여 늑대가 우글거려 근심이 많던 산이여 산이 돋보이는 까닭은 험난하기때문 산이 우러러보이는 까닭은 우리들 지척에 우뚝 섰기때문…           3   산은 그냥 그저 산이 아니다 그네들의 아픔은 우리네 아픔 그네들의 미련은 우리네 미련 산이 움직였는가 바람아 묻지마라 산은 오늘도 의연히 한 자리에 우뚝 서있다 산은 산답게 너무 고즈넉하다…          2012년9월5일       **성자산은 료녕성 서풍현경내에 있음, 현지에 따르면 이곳이 을지문덕장군의 주요 싸움터임, 산기슭엔 아직도 허물어진 성터자리와 매돌, 고구려군졸들이 마셨을 우물이 그대로 남아있음**
71    [시]바람2(허창렬) 외 1 수 댓글:  조회:1938  추천:4  2014-04-13
[시]바람2(허창렬) 외 수   바람이 물을 먹고 눈을 슴벅거린다 나는 나를 버리고 월계화 한송이 꺾어들고 너의 석쉼한 목청으로 나의 봄노래를 열심히 부른다 미안해서 어쩌지? 너무 너무 미안해서 어떡하지? 리유없이 사랑이 죄인줄을 오늘에야 비로소 깨달아간다   이제는 너를 잊어도 되겠니? 너를 사랑하면 할수록 아픔, 아픔뿐인걸 하늘이 노랗고 땅이 까맣게 가슴에 내려 앉아도 다시 태여날수 있다면 너만 다시 사랑할수 있게끔 바람은 ㅡ 벌처럼 날아와 나비처럼 내곁에 문뜩 멈춰선다   갈때가 되면 어김없이 너를 다시 부를테니 너무 슬퍼하지도 마 가슴을 열고 하얗게 웃자 항상 이 날이 마지막 그 날이듯이 아름답게 살다가 이제는 아름답게 죽어 가자 자다가 풀 뜯어먹는 벌레들의 울음소리가 아니라면 가슴에서 까맣게 손 흔드는 어머님의 저 목 메인 부름소리   이제 다시 사랑해도 되겠니? 자취없이 또다시 더 멀리 떠나도 되겠니? 넓은 뜰 맑은 하늘 그리고 아무도 없는 날 바람이 가는 길은 발밑에 길이 아예 없다…   2014년4월12일 [시]둥지(허창렬) 지랄-지랄-  지랄 지랄하던 바람이 드디여 걸음을 딱 멈춘다 촐싹촐싹 까불던 비가 드디여 울음을 뚝 그친다   잃어버린 생각을 말끔히 둥지 털어 불을 때고 둥지털어 집을 짓고 둥지 털어 입술에 바르고 둥지 털어 혀 꼬브라진 소리 다시 줴치고   언제부턴가 까마아득히 기억에조차 머리 없는 둥지, 언제부턴가 가슴이 텅 비여 생각에조차 어미 없는 둥지,   둥지 털어 길 건너고 둥지 털어 바다 지나고 둥지 털어 짧아진 목구멍 다시 틀어 막고 둥지…둥지…둥지… 제발-제발- 제발 제발했던 바람이 다시금 입속에서 억수로 저주로 터지고 방울방울 찬 이슬이 똘랑똘랑 락수물로 발끝에 똑똑 떨어지고…
70    [시]참 낯 뜨겁다(허창렬) 외 1수 댓글:  조회:2370  추천:12  2014-04-12
[시]참 낯 뜨겁다(허창렬) 외 수   모든것이 그렇게 내속에 있고 모든것이 그렇게 내밖에 있다 내가 아는 한 시간은 정자 세월은 란자 삶의 이야기는 이렇게 매일 매일 새롭게 잉태되고 있다   모든것이 래일이면 허울처럼 벗겨질 한낱 때자욱임을 번연히 알면서도 깨우치고 보면 더없이 가소로운 어리석은 짓들이였음을 번연히 알면서도   번개치면 번개인척 바람불면 바람인척 우뢰울면 우뢰인척 비내리면 비ㅡ인척 여름이면 여름인척 가을이면 가을인척 척하며 사는 인생 이제는 너무 지겹다 무덤앞을 지날때면 숭고한 순례자인척 공자님을 마주서면 지고한 유교신자인척 부처님을 마주서면 또 무척이나 깨달은 법수행자인척ㅡ   보살이며 삼장십삼부는 새까맣게 모른체 날마다 보도중생에 보광을 이쑤시개 삼아 배부른 노래 쉽게 나발부는 자ㅡ 이제 그대 고양이앞에 서면 고양이 되고 미친개앞에 서면 또 미친개 되여 사람마저 물려 들지 않을가?   척하며 사는 세상 이젠 정말 너무 낯 뜨 겁 다…                2013년5월14일 꿈   별 볼일없는 이들이 이젠 정말 아무런 별 볼일없는 이들이 시공을 뚫고 원룸에 둥그렇게 마주앉아 이집트문명이며 황하문명이며 잉카제국력사를 소일삼아 하루하루 긴 시간을 또 제멋대로 경영하고 있다   가끔 은하의 풀밭에 망아지떼 풀어 놀게 하고 분명한 질서속에 질서 하나 없다 세미나며 심포지엄이며 이데올리기 새로운 정착이 사무치게 그리운 안타까운 시간들이 바르르 살을 떨며 아픔에 긴 하품에 그냥 끄떡끄떡 졸고 있다   이제 꿈속에서 깨여나면 작은 우주의 진면목이며 인류의 기원같은것을 알아봐야지ㅡ 아무리 두눈을 씻고 세상을 들여다 봐도 내 눈길이 닿는곳에는 사람의 그림자 하나 보이질않고 누군가 살다남긴 산이며 강이며 바람같은것이 전설이 되여 또 한 시대를 동그라미 정방형ㅡ 장방형ㅡ 제멋대로 조립하고있다   천년의 옷깃 만년의 인연ㅡ 우리 지금 이렇게 사는게 꿈인가 생시인가? 생소하고 익숙한 시간들이 현실에서 과거로 조용히 흘러가고 있다             1013년10월12일
69    [시]솟을 뫼 굿자리에 얼룩이 지고(허창렬)외 1수 댓글:  조회:2266  추천:4  2014-04-11
솟을 뫼 굿자리에 얼룩이 지고   가슴에 주먹이 달렸다 가슴에 발이 달렸다 가슴에 눈이 달렸다 가슴에 코가 달렸다 가슴에 고드름이 꽁꽁 얼어붙어 있다 가슴에 조심스레 회초리를 추켜든다   제야의 모래밭에 이름석자 반듯하게 써놓고서 흰구름이 가ㅡ나ㅡ다ㅡ라ㅡ마ㅡ바ㅡ사… 랑랑한 목소리로 우리 글을 줄줄 내리 외우고 숨결이 파아란 뜰밖의 봉선화, 맨드라미를 마주서서 머리 허연 웬 로인이 페교의 모퉁이에서 저 혼자 두런두런 ㅡ얘야 래생에 다시 태여나더라도 꼭 뼈마디 굵직한 그런 놈이 되거라ㅡ   한마리 꽃사슴이 된 나는 신음의 벌판에서 허덕이다가 가난하게 손발이 부르튼 과거의 긴 턴넬을 껑충 뛰쳐나와 입술이 까맣게 숲을 이룬 어떤 산우에 불쑥 올라선다 시간이 배꼽잡고 뱅뱅 상모를 돌린다 할아버지 무덤에서 터벅터벅 걸어나와 장고채 슬쩍 잡으시고 덩실덩실 탈춤을 추시던 아버님이  다시 굵직하게 부적을 쓰신다   급히 오다 풀잎에 손을 벤 하현달이 퇴마루에 걸터앉아  꾸역꾸역 눈굽을 찍어대고 부처님 닮은 나의 시체 날마다 즐비하게 차곡차곡 쌓여간다 할머니의 긴 손사래에서는 지진이 벌떡벌떡 일어서고 솟을 뫼 굿자리가 때자국에 얼룩지고 서러운 흰옷이 차츰 각혈로 피빛이 더욱 랑자하다… (솟을 뫼 굿자리에 때자국이 얼룩이 지고   가슴에 발이 달렸다 가슴에 주먹이 달렸다 가슴에 눈이 달렸다 가슴에 코가 달렸다 가슴에 꽁꽁 고드름이 얼어붙어 있다 가슴에 조심스레 회초리를 든다   하루종일 이렇게 마음이 울적하고 생각이 착잡한 날이면 나는 무덤같은 나의 집에서 나와 무덤같은 나의 산우에 올라서서 무덤같은 나의 하늘아래 무덤같은 나의 해살 한쪼각을 두손에 받아쥐고 무덤같은 나의 퉁소소리에 박자 맞춰 무덤같은 나의 노래를 열심히 부른다   시간이 배꼽을 잡고 뱅뱅 상모를  돌린다 지나간 세월이 껄껄껄 너털웃음 지으며 흔쾌히 잃어버린 모든것을 너그럽게 용서하려 한다 할아버지 터벅터벅 무덤에서 걸어나와 장고채를 잡으신다 아버님이 덩실덩실 탈춤을 추시고 우리 말 우리글로 어머님이 곱게곱게 부적을 다시 쓰신다   급히 오다 풀잎에 손을 벤 쪼각달이 퇴마루에 걸터앉아 눈굽을 꾹꾹 찍고 깃털같은 손가락을 쫘악 펼쳐 새벽이 둥기당기 가야금을 뜯는다 흰구름이 가ㅡ나ㅡ다ㅡ라ㅡ마ㅡ바ㅡ사… 랑랑한 목소리로 한글을 줄줄 내리 외우고 페교의 한 모퉁이에 맨드라미ㅡ 봉선화를 마주서서 머리 허연 웬 로인이 두런두런 슬픈 이야기  혼자 나눈다 ㅡ얘야 래생에 다시 태여나더라도 꼭 탈춤을 추고 퉁소 불줄 아는 사람이 되거라ㅡ     가슴에서 지진이 팔뚝을 내휘두른다 가슴에 쓰나미가 떼거리로 다시 몰려든다 가슴에서 총칼이 없는 육박전이 더욱 더 치렬해져 간다 가슴에 어느사이 구렁이 한마리 똬리를 틀고 점잖게 앉아있고 가슴에서 부처님 닮은 나의 시체가 날마다 즐비하게 쌓여져 간다 솟울 뫼 굿자리가 때자국에 얼룩지고 서러운 내 흰옷이 각혈로 차츰 피빛이 더욱 랑자하다…) [시]물(허창렬)   우리 모두 수레가 되여 삐꺽이는 패러다임에 지친 몸이라도 잠시 내 흔들며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며 어서 여기를 떠나자  바늘로 창호지 귀구멍 살짝 뚫고 까맣게 하늘에 흔들어보던 자책의 흰 기발 자의의 풀밭에서 다시금 머리들고 슬며시 돌아눕는 민들레 짓밟히고 짓밟혀 이제 당장 끊어질 가녀린 허리가 아니라면 더 이상의 고통과 신음에 삐걱대지 말고 물이 더 큰 물을 만나듯이 커뮤니케이션에 우리 모두 숨 죽이고 조용히 여기를 떠나자. 몇십년동안 스스로 쌓아온것, 몇십년동안 스스로 지켜온것, 몇십년동안 스스로 가꾸어온것, 이제는 서슴없이 모두 버리고- 더 높은 곳에서 더 낮은 곳을 찾아 새처럼 세상을 날아서 가자 캄캄한 밤, 반디불과 부엉이의 울음속에서 둥그런 바퀴 달고 덜컹덜컹 산길을 따라서 물은 곬을 따라 출렁이는 물일 때일수록 스스로 미운줄도 고운줄도 모른다…
68    [시] 아버지 (허창렬)외 4 수 댓글:  조회:2319  추천:9  2014-04-07
[시] 아버지  (허창렬) 아버지는 쩍하시면 아버지 아버지의 이야기를 항상 눈물로 하셨습니다 어머님은 쩍하시면 어머니 어머님의 이야기를 뜨거운 가슴으로 하셨습니다   얼마나 그립고 가슴이 쓰라렸으면 말끝에 피여나던 정성의 하얀 성에 꽃   나는 이제 자식들앞에서 아버님 어머님 이야기를 더는 하지 않으렵니다 목이 메여 더는 할수조차 없습니다   파도에 못을 박고 새벽속에 걸어둔 거울 한장 씩씩한 내 자식의 늠름한 모습에서 눈물로 읽어보는 아버지의 흐뭇한 그 미소 ㅡ   2014년4월6일   [시]어머니(허창렬)   어머니 어머니 우리 어머니   어머님이 없는 이 세상 나는 이제 고아입니다   꽃잎 먹고 배부른 저 살찐 메뚜기처럼 한 가을 풍요로운 들녁 퐁퐁 뛰여다녀도   락엽이 우수수 손짓하는 부름속에서 어머님의 젖냄새 찾아 다시 헤맵니다   오십이 다 되여가도록 아직 철 없는 이 아이   어머니 어머니 우리 어머니   황사에 목구멍이 칼칼한 이런 이런 날이면 ㅡ   어머님이 정성으로 끓여주시던 그 닭곰탕이 너무 너무 그립습니다 오늘도 뼈빠지게 눈굽이 하얀 우리 어머니ㅡ     2014년4월5일 [시]바다(허창렬)      차 한잔 어떠세요 아니면ㅡ 카푸노치?   딱 한번뿐인 인생 멋지게 살고픈데 생각대로 잘 안되네요   이제 내가 고백하면 로미오와 쥴리에의 사랑이 이루어지는건가요?   보르네오, 그리고 갑오징어ㅡ 누렇게 령혼을 드러낸 우리들 갯벌의 아침   [시]바다(허창렬)   맛있는 소리 소라의 껍질 뚫고 종을 굴리는 잔디 물새의 날이 선 목청 시퍼렇게 녹쓴 새벽의 철갑모 꾸욱 눌러 쓰고 방파제에서 엔진이 토설하는 숙녀의 아름다운 아침문을 열듯 말듯 곤혹의 낚시 한입에 덥썩 물고 발밑에서 이리 저리 몸부림치는 바다     [시]바다(黄海) (허창렬)   천군만마의 쌀을 씻고 부옇게 눈을 뜨는 바다   오천년의 력사에 꽁꽁 발목이 묶인 성이 난 황하의 아우성소리   난봉꾼의 사정없는 주먹과 발길질에 창(肠)을 잃고 우왕좌왕 령혼을 찾아 헤매는 돌고레떼   언제나 소중한 우리네 얼굴보다도 입술이 더욱 붉은 발해만(渤海湾)   간조(间潮)때면 어김없이 게그물 찾아들고 해물서리에 나서는 싱거운 사람들
67    [평론]기수(旗手)는 바람이 없으면 달려간다 댓글:  조회:3873  추천:16  2014-04-06
  [평론]기수(旗手)는 바람이 없으면 달려간다            2014년 장백산 제2기  김철호시인의 근작시를 읽고                                          평론 허인                                      머리글      요즘 신문잡지를 펼쳐들면 심상찮게 자주 마주치는것이 아마도 김철호시인님의 주옥같은 시작품들인것 같다. 어찌보면 오늘날 줄거리가 없고 한낱 표백된 아픔마저 버젓이 상품이라는 브랜드 마크를 달고서 콩나물이나 숙취나물처럼 슈퍼에 나란히 진렬되는 그런 무병신음의 가짜시가 아니라 읽을수록 알맹이가 꽉 차서 마침내 읽는 이 혼자서는 그 모든것을 감당하고 만끽하기엔 너무 아름차고 또한 즐겁기도 한 ㅡ 그래서 누구라도 상관없이 독자들과 함께 조금이라도 나누고싶은 심정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필자가 알건대 김철호시인님은 저명한 아동문학작가님이시다. 그런 그가 최근 들어 이 몇년사이 우리 조선족시단치고는 제일 먼저ㅡ 어쩌면 남들보다는 한발 앞서 파편문체와 포스트모더니즘을 깊이있게 연구를 끝마치고서 마침내 자신의 깔끔한 성미에 알맞게 개성있게 현대시를 쓰고 있는 그런 시인이 아닐가 필자 나름대로 생각해본다. 매번 김시인이 자신있게 내여놓는 한수 또 한수의 무게감이 있고 테마가 굵직한 시작품앞에서는 오래동안 외곬인생을 고집하면서 수십년째 시를 써온 허다한 시인들마저도 손발을 내밀기가 저어되여가고 있는 그런 느낌이 들며 그 신비한 마력은 아마도 앞으로도 계속 쭈욱 이어질것만 같다. 그럼 여기서 2014년 잡지 제2기에 실린 김철호시인님의 주옥같은 시 7수를 우리함께 손에 손잡고 잠간 즐거운 려행을 다녀와보자   링크와 네트워크구축으로 스스로 아름답고 좋은 시      동서양 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조대, 어느 시대에서나ㅡ 시인의 사상의식은 항상 미래 지향적이였으며 또한 드레시(漂亮, 幽雅)하게 자신만의 독특한 시어들을 창출,  랜덤하고도 더욱 디테일하게 드라이브코스(自驾游线路)를 스스로 구축해왔으며 더우기 새로운 언어조합속에서의 자률, 또한 지극히 러브 시(示好)한 이률배반속에서도 마스터피스(杰作)와 함께 항상 개혁이 동일시되여 왔었다는것을 누구나 쉽게 알수가 있다. 그리하여 그러한 미래 지향적인 행보는 오늘도 조심스러울수밖에 없으며 또한 과감한 개혁의 리론과 그 기능을 불러오는 중요한 단서가 곧바로 시인의 더없이 정확한 의사전달로써 길게 설명자면 멘트(话语, 台词)가 필요없는 기획적인 자아도전과 저돌적인 돌파, 즉 새로운 시어창출과 함께 변화한 자신의 모습을 여러모로 독자들앞에서 검증 받아야 하는 그런 데스트가 아닐가 필자 나름대로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아직 필자의 좁은 소견일지도 모르겠지만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을 정석으로, 또는 기초로 하여 단단히 밟고 더욱 높이 올라서려고 하는 기획적인 발전이지 결코 지극히 이률배반적이지는 않다는것이다. 그럼 우리 함께 김철호시인은 링크와 네트워크구축으로 어떻게 이미지즘을 완성해 가고 있는가를 살펴보기로 하자   그건 흠결이 아니였다 이중로출도 아니였다 틀림없는 유령의 그림자였다   물앉는다 요즘 그녀는 자주 물앉는다 복도에서도 거리에서도 벌렁벌렁 물앉는다   회사청사를 어깨에 메였다 19층청사가 어깨를 누른다 벌렁 물앉는다 8촌사진은 하나의 세상이다 그속에 19층청사,그녀의 어깨… 그녀는 어떤 유령에게 업혀있었다 그녀가 어떤 유령을 업고 있었다   이승너머에 숨은 삶이 보였다 그곳으로 가는 문이 보였다   새들은 보이지않는곳에 가서 죽는다 고 했다   전문이다      이 시를 읽고나면 김철호시인님은 남달리 수판알을 튕겨가면서 계산적으로ㅡ 혹은 의도적로 독자들을 위한 배려심이 크다는 것을 인츰 알수가 있다. 란 우리 말로 직역하면 귀혼(鬼魂), 혹은 유령(幽灵)인데 ㅡ 즉 을 읽고나면 마치 산 사람이 허다한 스트레스, 콜플렉스, 혹은 무수한 폴더, 아건강(亚健康)에 짓눌리워 유령처럼 이 세상을 허우적거리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방불히 우리들 눈앞에 보이는듯이 그려놓고 있기때문이다. 첫련에서 과 이라는 단단한 부정뒤에 더욱 단단해져가는 긍정어 즉 /틀림없는 유령의 로출이였다/를 재치있게 등장시킨 이 시에서는 이미 전반 시적 흐름의 또렷한 륜곽을 벌써 독자들에게 명확히 잡아주고 있는 그런 특징이 있다. 그리하여 제 2련에서는 마침내 /물앉는다/요즘 그녀는 자주 물앉는다/복도에서도 거리에서도/벌렁벌렁 물앉는다/로 독자들에게 다시한번 암시의 태도를 슬쩍 더 보태주었으며 여기서부터 가 시적화두로 대두된 이 시의 흐름 즉 그 루트를ㅡ 의식과 무의식의 딸깍거리는 구두소리를 따라서 조심스레 걸어가노라면 더욱 큰 의식세계와 무의식세계의 이중구조속으로 독자들은 저도모르게 냉큼 빨려 들어가게 된다.      왜냐하면 뒤에 더욱 큰 이미지즘이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기때문이다. 제3련에서 /회사청사를 어깨에 메였다/19층청사가 어깨를 누른다/에서 볼수 있다싶이 새로운 이미지로 등장한 , 정확히 를 어깨에 메였고ㅡ또한 /어깨를 누르고 있기때문에/그녀는 벌렁 물앉는다/는것을 누구나 쉽게 알수가 있다. 다음 가상현실속(혹은 영정사진과도 같은)의 클로즈업된 또 다른 하나의 색다른 세계ㅡ 즉 /8촌사진은 하나의 세상이다/그속에 19층청사, 그녀의 어깨…/가 있고 여기에서 다시금 첫련에서부터 강한 힌트를 주었던 그 유령을 재치있게 재등장시키면서 /그녀는 어떤 유령에게 업혀있었다/그녀는 어떤 유령을 업고 있었다/면서 어딘가 19층청사를 소유하고 있음직한 정도면 그냥 보통 인물이 아닌듯한 어떤 녀인의 전쟁과도 같은 치렬한 삶의 한장면뿐만 아니라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인간들의 본능적인 도전정신, 또는 그러한 삶의 애환을 반복구사법, 겹쳐 그리기기법을 동원하여 시어와 시어사이를 재치있게 링크(련결), 또는 의식과 무의식의 조용한 흐름을 통하여 자의도 타의도 아닌 늘쌍 객관적인 립장에서 시종여일하게 한폭ㅡ 또 한폭의 그림을 완성해왔음을 우리는 비로소 알수가 있다.      특히 제4련과 제5련에서는 한술을 더 떠서/이승너머에 숨은 삶이 보였다/그곳으로 가는 문이 보였다/새들은 보이지 않는곳에 가서 죽는다/고 했다/면서 결국 삶과 죽음의 사이는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것이며 또한 종이 한장 차이일뿐ㅡ 어쩌면 죽음마저도 삶의 또다른 연장선일수도 있다는것과 현시대 삶의 치렬한 경쟁의식을 시인은 비관도 긍정도, 부정도 아닌 제3자의 립장에 서서 담담하게 토로하고 있는 그런 양상 보여주고 있다. 이 시의 특징은 다선이 고리이기때문에 시인의 의식은 그 어떠한 관념에도 묶이지 않고 있으며 또한 시인은 연출자인 동시에 제작자이기때문에 읽을수록 호흡이 자유로운  그런 장점이 있는것 같다. 아무튼 김철호시인님의 은 오랜간만에 읽어볼수 있는 속이 꽉 차고 통통 잘 여문 좋은 시라고 필자 나름대로 생각해본다.   그럼 아래에 은유의 상징으로 이미지집성을  완성시킨 이라는 시 한수 더 보고 가자.   벽에 기대앉았는데 벽이 무너진다 벽체에 깔려 납죽해진 그를 잡아당긴다 납죽한 다리가 뽑혀나오고 납죽한 팔이 뽑혀나오고 납죽한 가슴, 배 ,머리는 그냥 벽체밑에 깔려있다 두렵지도 않은가보다 누군가 또 벽에 기대인다 벽이 쿵 무너진다 누가 또 벽에 기대인다 벽이 쿵 무너진다 누가 또 벽에 기대인다 벽이 쿵 무너진다 무너진 벽체에 그가 깔려있다 잊어졌던 그가 있다 나도 있다 납죽 깔려 납죽해져 있다   의 전문이다.      여기서 은 무엇을 의미할가? 필자가 보건대 그건  아마도 어디엔가에 자꾸 기대고싶어하는 인간의 나약한 요행심리와 껌딱지처럼 다닥다닥 심장에 와붙는 상표도 아닌 무정한 들을 은유적으로 상징한것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첫련에서 /벽에 기대앉았는데 벽이 무너진다/로부터 시작하여 이 시는 줄곧 /벽이 쿵 무너진다/를 여러차례 반복해가면서 나역시도 피해자가 될수 있임을, 결국 이 세상 그 누구라도 자칫하면 똑같은 피해자가 될수 있음을 깔끔하고 간결하게 표현한것 같다. 조지p 란도의 《하이퍼텍스트3.0>> 말씀중에서의 한마디다. 댓글을 받아본 사람이면 아마 누구라도 쉽게 동감이 가는 그런 좋은시 라는 생각이 저절로 첨부되여가고 있는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예술이란 한 대상이 예술적임을 의식적으로 경험하기 위한 수단일수록 더욱 아름답다.   너는 왜 하늘 향해 누워있니? 너는 왜 땅을 보며 누워있니?   하늘엔 뭐가 있니? 별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밝은 별 하 나 있다 그럼 땅엔 뭐가 있니? 별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은근한 별 하 나 있다   하늘의 별과 땅의 별이 만나려고 무지개 통로로 마주 달려간다 너무 빨리 달리다보니 그만 서로 부딪 쳐 산산조각난다   별의 파편 수많은 별이 되여 흩날린다 하늘과 땅 사이에 은하수가 펼쳐진다 별들의 원무가 시작된다      전문이다. 이 시는 브레인스토밍과도 같은 자문자답과 럭셔리한 역설로써 수많은 새로운 들의 탄생과정을 그림으로 그려놓고 있으며 더불어 우주의 진면목 즉 시인의 세계관을 독자들로 하여금 엿볼수 있게끔 하고 있는것 같다. 특히 제1련에서 /너는 왜 하늘을 향해 누워있니?/로부터 시작하여 와 가 서로 만나려고 마주 달려가다가 그만 부딪치면서 산산조각이 나며 드디여 별의 아름다운 원무를 연출자가 아닌 관중이 되여 희망으로 지켜보고 있는 작자의 성숙된 모습을 엿볼수가 있게끔 시야를 넓혀주고 있는상 싶다. 그럼 여기서 은 도대체 무엇일가? 그건 희망이래도 좋고 또한 미래라도 좋고 아무튼 독자가 선정하기 나름이니깐 구태여 더 길게 설명하지 않으려고 한다      다음 (秀吟)과 는 맥락을 같이하는 그런 파워플한 시라고 해도 아마도 무방할것 같다./정글엔 길이 없다/그러나 그녀는 그곳에 발을 내디뎠다/로부터 시작하여 제일 마지막 결구에서 볼수 있다싶이 /정글에 그녀의 길이 생겼다/로 마무리되였고 에서는 /이제는 녀자가 없는 그, 바다로 간다/로 멋지게 캐릭터를 시작하여 제1련 4행에서 다시금 자연스럽게 /수평선을 베고 누워있는 붉은 녀인/즉 언덕 ,혹은 사막을 떠올리게 하였으며 /그러나 이제는 녀자보다 높은 바다가 있다/그는, 바다는 실패를 모를것이라고 생각했다/로 인생행로의 이러저러한 고달픔과 또한 각근한 노력은 반드시 리상적인 결실을 맺기 마련이라는 작자의 독특한 진리를 이 두수의 시에서는 펼쳐 보이고 있는듯 싶다   남자라고 생각해도 틀린다 녀자라고 생각해도 틀린다   누에고치가 퍼렇게 익어 헐벗은 떡갈나무 그늘 잃은 큰 나무,뿌리 살아숨쉬는데 태양은 구름우에 숨어 찬 입김 뱉는구나   밤, 그 힘찬 몸부림 새벽, 그 벅찬 울부짖음 한낮, 그 거창한 춤…   파도는 저 거창한 바다를 만난다 파도는 높은 하늘을 만난다   절름발이 양잠인 50원에 황성옛터 잘 팔아 먹고 누에고치줏는  계집들의 웃음소리 언덕 허무는데 대석하에 비낀 장수의 그림자파도따라 춤 추누나 강물은 날 선 칼이 되여 력사를 두쪽으로 가 르누나   태양은 언제나 동쪽에서 뜬것만이 아니다 별은 어두운 하늘에서만 반짝인것이 아니다 하늘 만리서 무지개 나래펴고 바람은 손가락 튕기는 사이에 천리땅을 씻는구나   그러니 남자라고 생각해도 된다 녀자라고 생각해도 된다 힘과 힘의 만남 숨과 숨의 겨룸   푸른 누에 기여온다      전문이다. 다시 봐도 거대하게 느껴지는 아름찬 몸집, 제1련에서 단단한 부정과 함께ㅡ 정물화기법, 모자이크기법으로 씌여진 이 한수의 시가 갖는 함의는 참으로 방대하다는 그런 느낌이 든다. 그럼 우리함께  이 한수의 시에서 링크(련결)와 네트워크(리좀)가 어떻게 이미지즘을 형성하고 있으며 또한 텍스트를 어떻게 조성해가고있는가를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첫련에서 이미/ 남자라고 생각해도 틀린다/녀자라고 생각해도 틀린다/는 단단한 부정으로 시작된 이 시에서는 남자, 녀자, 누에고치, 떡갈나무, 그늘, 나무, 뿌리, 태양, 구름, 입김, 밤, 몸부림, 새벽, 울부짖음, 한낮, 거창한 춤, 파도,바다, 하늘, 절름발이, 양잠인, 황성옛터, 계집, 웃음소리, 대석하, 그림자, 강물, 칼, 력사, 동쪽, 별, 무지개, 바람, 손가락, 천리땅, 힘, 만남, 숨, 푸른 누에 등 40여개의 명사뒤에 접사 혹은 동사를 붙여 력사속의 을 현실속의 과 그 해학적인 50원, 그리고 로 조금은 익살스럽게 완성시킨 그런 느낌이 든다. 앞에서도 이미 말을 했지만 제 1련에서 단단한 부정어/남자라고 생각해도 틀린다/녀자라고 생각해도 틀린다/로 시작된 이 시의 제일 마지막 결구에서는 /그러니 남자라고 생각해도 된다/ 녀자라고 생각해도 된다/로 다시금 재치있게 부정했던것들을 다시금 재긍정해가면서 /힘과 힘의 만남 숨과 숨의 겨룸/ 을/푸른 누에가 기여온다/는 자연현상으로 아이러니하게 마무리하고 있다. 모두 알수가 있듯이 시제가 이고보니 력사와 현실을 하나 또 하나의 참조물로 관조해가면서 객관적으로 이미지완성을 집대성시킨 한폭의 좋은 그림, 방대한 이미지즘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일 마지막 시인 (冬至)에서 /하늘에 /수만개의 달/뜨는 날/슬픈 이에겐 /너무너무 긴/기쁜이에게는/길어도 짧은/이런 표현은 참으로 특이하고 기발한 착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김철호시인님의 근작시들을 읽노라면 마치 화면이 깨끗한 고화질의 티비를 보는듯한 느낌이 들어서 너무 좋다    마무리하면서      오래동안 우리 시단을 지배해온 단선구조의 틀을 과감히 벗어나 다선구조의 틀로, 어젯날 시인의 독백적인 서술을 객관적인 이미지로, 정적인 이미지를 또한 동적인 이미지로, 시의 주체에서 시인자체를 이미지의 편집자로 바꾸어보려는 김철호시인님의 개혁성(改革性)은 그야말로 놀라울만큼 계획적이고 또한 그 기초가 믿음직하게 단단한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 이 시대의 개혁은 누가 뭐라해도 언제나 소수의 사람들이 앞장서기 마련이다. 그럼으로 하여 기수는 바람이 없으면 앞장서 달려 가야 하는것이 오늘날 현실이기도 하다. 그래야만 그 기치가 더욱 선명하지 않을가 나름대로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아무튼 이번 2014년 제2기에 실린 김철호시인의 7수의 시작품은 마치 방대한 시리즈가 되여 거대한 이미지즘을 이루고 있는듯한 그런 느낌을 주며 또한 난해한듯하면서도 읽을수록 가슴에 와닿는 그런 공명감이 크고 한수 또 한수의 시가 꼭마치 통통 잘 여문 볍씨와도 같다는 그런 느낌을 주고 있다. 미숙한 점이라면 지나치게 완전무결을 추구하는 느낌이 들며 또한 무엇을 강조하려고 하는데서 부피가 커져가는듯한 그런 양상이 더러 있는것 같다. 아무튼 새로운 한해 새로운 시점에서 김철호시인님이 더욱 좋은 성과를 이룩하여 가시길 심양에서 두손 모아 진심으로 축원해본다    2014년4월5일 심양에서
66    절대로 자신을 높게 평가하지 말자 댓글:  조회:2176  추천:3  2014-04-04
절대로 자신을 높게 평가하지 말자      어느 날 저녁, 그녀는 비행장에서 비행기를 기다리게 되였다. 탑승시간까지 아직 몇시간째 더 남아있는지라 그녀는 샐러리맨 녀성들을 타깃으로 나온 책 한권과 프랑스과자 한봉지를 사들고 럭셔리하게 잘 꾸며진 레코드숍에서 제일 조용한 곳을 찾아앉아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돌연 그녀는 옆자리에 앉은 한 청년이 아무런 꺼리낌도 없이 두 사람 사이에 놓여있는 자신의 과자를 먹고 있는것을 발견하게 되였다. 어처구니없는 시비에 말려들기 싫어 그녀는 아예 못본척하였다. 마음이 불쾌해진 그녀는 한편으로는 과자를 먹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안경속의 여광을 통하여 옆자리에 앉은 그 청년을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하였다. 놀랍게도 옆자리에 앉은 그 청년역시 가끔 흘러내린 안경을 코등으로 추슬려 올려가면서  그녀와 똑같은 그런 표정이였다. 몹시 성이 난 그녀는 속으로 고 욕설을 퍼부어댔다     그녀가 과자 하나를 집어들때마다 청년도 똑같이 하나씩 집어든다. 마지막 하나 남은 과자를 손에 들고 청년은 잠간 어색하게 씩 웃더니 절반을 툭 끊어 그녀에게 전해주었다. 탑승을 알리는  소리가 스피카에서 울려 퍼지자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비행기에 오른후 좌석을 찾아 앉기바쁘게 그녀는 다시 책을 찾아들기 시작하였다. 순간 그녀의 두눈이 휘둥그레졌다. 분명 상점에서 샀던 그 프랑스과자가 고스란히 자신의 가방안에 개봉도 안된채 그대로 들어있었던것이였다. 순간 그녀는 너무나도 황당하고 또한 면구스럽고, 괴로움에 눈물을 주르르 흘리고야 말았다. 절대 남을 함부로 평가하지를 말라. 간혹 당신은 남의 이름을 알고 있을지언정 결국 그의 이야기까지는 아직 모르고 있을 수도 있으며 또한 그가 무엇을 하였는지는 알고 있을지언정 그의 경력은 절대로 더욱 알수조차 없기때문이다.   북경 모모 술집에서 소위 재벌2세와 관료2세 사이에 있은 리얼리티라고 한다. 꽃처럼 예쁜 아가씨들앞에서 희떠웁게 재벌2세가 고 으시대자 관료2세가 비웃으며 그 말이 끝나기도 바쁘게 마침 홀안에 울려퍼지는 가수는 팽려원(彭丽媛), 순간 좌중은 쥐 죽은듯이 까막나라ㅡ 더 재미나는 이야기 하나만 더 보자. 동북지구 모모 부성급령도의 딸이 북경에서 연구생시험에 합격, 기사와 비서진을 거느리고 호호당당하게 상경한 그 령도는 수도경제무역대학 연구생 도사인 정홍교수를 초대, 기어이 정홍교수의 남편까지 그 자리에 합석할것을 요구, 라는 정홍교수의 해석에 그 령도는 격분하여 라고 질책, 핍박에 못이겨 정홍교수가 마지못해 자신의 남편이 라고 대답하자 그 령도는 너무 황공하여 쥐구멍을 찾아헤맸다고 한다. 무지렁이 백성에 비하면 하늘과도 같이 높은 그들에게도 산우에 산이 있고 하늘우에 또 하늘이 있거늘 하물며 한낱 글쟁이에 불과한 우리, 쩍하면 남을 무턱대고 긁어내리고 흠집 내기에 안달이 난 사람들, 혹시 지금 우리는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는것은 아닌지? 이제라도 우리들 자신을 정확히 알아갔으면 하는 그런 소박한 바램을 간절히 가져본다 东北地区某副省级领导之女考研究生,此领导携带秘书司机等一行人去北京请女儿报考的导师——首都经贸大学程虹教授出来吃饭,非让程虹把老公也带出来。 程教授说她老公工作很忙,不方便出来。 此领导气愤的说:你老公再忙有我忙吗?我堂堂副省长大老远从东北过来,请他出来吃顿饭是给他面子。 迫于无奈,程虹教授只好说“我老公叫李克强”。……
65    [시]뼈없는 도자기 (허창렬)(외1수) 댓글:  조회:2178  추천:5  2014-04-02
뼈없는 도자기 량반집 소장품도 아닌 뼈 없고 살도 없는 투박한 질그릇 하나 칼끝에 이마가 긁혀 생생히 돋아난 참대꽃 상처 자신을 아침노을에 다시 굽는다 네 몸을 스쳐간 황소는 이젠 몇마리였더냐      농부의 주린배 달래주던 보리밥은 또한 얼마 뼈도 살도 없기에 땅에 묻혀 살아온 지난 300년 진실을 말하는 력사의 산 증거ㅡ 개와 사람, 그리고 흑백의 론리   시간을 랑비한 죄 젊음을 흥청망청 허송세월한 죄 손발이 통통 부르튼 어머님이 돌돌 말고 또 말아 얇고 길쭉하게 똑똑 짜른 칼국수마저 먹다가 도람통에 쏟아버린 죄   따스한 봄날 해볕을 심드렁하게 외면한 죄      물을 물쓰듯이 그냥 바깥으로 흘려본낸 죄 미운 사람 고운 사람 골라가며 실실 웃어준 죄 나는 죄인- 나도 이제는 개처럼 살고싶다   자고싶으면 자고 먹고싶으면 먹고 하고싶으면 또 하고 개는 나를 부려워 하고 나는 개가 더욱 부렵고   내가 사는 나의 이 세상은 살판인지 죽을판인지 이제는 눈코 뜰사이조차 없어 가슴에 딱딱하게 와 맺히는 컹 ㅡ컹 ㅡ 이웃집 개 짖는 소리…
64    [평론]사랑의 북채로 별을 두드리는 시인 댓글:  조회:3411  추천:10  2014-04-01
사랑의 북채로 별을 두드리는 시인   ㅡ홍순범시집에 부치는 편지ㅡ                                         [평론]허인                    들어가면서      우리 속담에 는 말이 있다. 대개 북방시단 시인들의 시를 꼼꼼히 살펴보면 어딘가 진솔하거나 혹은 조금은 난해한 그런 특징이 있는것 같다. 그 뿌리를 끝까지 파 헤쳐보면 아마도 우리 중국조선족시단에서 평생을 현대시보급에 투혼을 발휘해온 고 한춘선배님과 현재까지 사실주의, 초현실주의 창작기법으로 로익장을 과시하고 계시는 강효삼선배님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가 아닐가 필자나름대로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초, 고중시절부터 줄곧 좋은 시작품들을 신문잡지에 발표해온 홍순범시인이 드디여 재작년 연변인민출판사에서 시집 를 출판하였다. 주옥같은 한수 또 한수의 격정에 차 넘치는 좋은 시들, 본의 아니게 십여년을 문학과 쭈욱 담을 쌓고 살아온 필자는 오늘에야 비로소 흥분된 마음으로 그의 시집을 펼쳐든다. 1970년생인 홍순범시인은 흑룔강성 화천현 성화조선족향출신, 책을 내면서 시인은 이렇게 적고 있다.      이러한 독백은 독자들이 홍순범시인을 리해하는데 좋은 스토리가 되고 있으며 더불어 시인과 독자간의 소통에 장애물이 없을을 표명해주는 좋은 근거라고 생각해 본다. 그럼 우리 함께 홍순범시인의 시세계로 함께 즐거운 유람을 잠시 다녀와 보자   은유의 상징성과 하이브리드의 새로운 구현   세상에서 가장 큰 북이 목청을 앗긴채 서서히 죽어간다   유서도 없이 청산에 틔우던 목소리를 도회지에 잃으며   네가 박고 내가 치고 울릴것만 같지만 소용없는 북은 한스러운 가슴만 쥐여뜯는다   아픔으로 꼬집을수 있다면 그런데 손이 닿치 못한다   굶은 북은 날이 갈수록 여위여간다 살창없는 감방에서 죽음을 숙명같이 읊조리며 내용 없는 소리를 뜻없이 연주한다     의 전문이다     상징주의적 거장 보들레르는 통속적인 언어는 무릇 일차적이야 하고 예술적인 언어는 그 반면에 더욱 다차원적이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은유의 상징과 하이브리드(이미지의 집합적 결합)의 새로운 구현을 시도로 하는 홍순범시인의 시론적 립각점을 잘 보여준 이 시에서ㅡ 은유의 상징이 된 ㅡ“북”은 이상하리만치 천개도 만개도 아닌 /세상에서 가장 큰 북이 되여 /청산에서 목청 틔우던 목소리/를 /도회지에서 잃어가며/결국 /굶은 북이 되여 /살창없는 감방/이라는 너무나도 비좁은 삶의 공간에서 마침내 /내용 없는 소리를 읊조리며/뜻없는 연주소리/라는 다소 본격적인 이미지를 통하여 현실속의 삶의 음영을 자연스럽게 절망만이 아닌 성스러운 죽음에 련결시켜 관조해가면서 생의 애달픔과 그러한 생활속의 절실한 갈증들을 누구나 조심스레 다시한번 되돌아보게 하고 있는것 같다.그럼 여기서 이라는 상징물, 즉 ㅡ 하나의 주제를 둘러싸고 직조되여 있는 홍순범시인의 역설적인 언어와 또한 여러갈래 이미지조합을 통해서 우리는 쉽게 시적 화자가 전달하려고 하는 짙은  삶의 의미를 추적해 낼수 있으며 시인의 뜨거운 숨결과 함께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수도 있다. /청산에 목청 틔우던 목소리/를 /도회지에서 잃어/버린 북소리는 과연 무엇일가? 필자가 생각하건대 그건 아마도 시인의 젊었을적의 크나 큰 포부였으며 또한 잃어버린 어제날에 대한 애틋한 동경이 아닐가 싶다. 이 시는 조금 직설적이기는 하지만 읽을수록 아름다움을 영위하기 위한 북소리가 둥둥 가슴에까지 울려퍼져 공명감이 커지는 좋은 시인것 같다 . 그럼 여기서 사실주의 창작기법을 기초로 한 다른 한수의 시 를 우리 함께 더 살펴보자     사랑만 메고 지구촌에 온 날 하루에 애모쁨을 몽땅 심는다더니 그만 진토에 정이 들어 발목이 잡히여 여기 저기 혼이 된 생명   나와 님이 불어 올린 송이송이에 꿈처럼 하얗게 피여나 멀리 전한 메아리로 봄노래에 지친 정   잔정에 진정마저 몽땅 바치여 파란 하늘을 덮을때 진심을 더 못 준듯이 오늘도 이 산 저 산 헤맨다   전문이다      민초의 삶을 노래하기엔 , , 만큼 우리들의 심금을 깊게 울려주는 시제는 아마도 그리 흔치를 않을것도 같다. 어찌보면 이제는 조금 식상하지 않을가 하는 우려심이 들기도 하지만 홍순범시인의 시 는 그렇치도 않다 . 조금 미흡한 견해일지도 모르겠지만 필자가 생각하건대 무릇 시는 시에서의 옹근  주제를 너무 로골적으로 드러내지 말아야 하며 또한 시인의 깊이 있는 사유와 그러한 잠재의식, 즉 꿈틀거리는 시적 욕망들을 모두 이미지로 바꾸어 움직이는 그림으로 표현하여 한다고 생각된다. 바꾸어 말하면 이미지속에 자신의 그러한 생각들을 깡그리 녹여버릴줄 아는 사람이 곧바로  시인이라는 말이라 해두겠다. 이 시에서 /사랑만 메고/지구촌에 온 날/은 표현이 산뜻하고 심성이 맑아 읽는 이들의 심금을 한꺼번에 사로잡는 좋은 시구인것 같다. 즉 끌려가는것이 아니라 끌고 갈줄 아는 홍순범시인의 재치ㅡ 그럼으로 하여 그 뒤에 자연스럽게 팔짱 끼고 달려오는 애모쁨, 진토, 정, 등등은 을 이루고 있어/이 산 저 산 /헤매여도/ 결국 만이 아닌 인생에 대한 찬가(赞歌)로 깔끔하게 막을 내린다 .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제일 마지막 련 /이 산 저 산을/헤맨다/에서/이 산 저산을/헤매는 작은 손/혹은/노란 입술/로 바꾸어 표현하였더라면 더욱 좋지 않았을가 생각해본다. 필자와 홍순범시인의 상봉은 아마도 20여년전,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러니깐 흑룡강성조선족작가창작위원회 설립대회때 할빈에서였던것 같다. 무상한것이 세월이라더니 어느덧 중년의 문턱에 올라서서야 다시금 인터넷에서의 뜻깊은 상봉, 새삼스레 어제날이 그립고 또한 감개무량해남을 어쩔수 없다. 그럼 아래에 홍순범시인의 시 를 조심스레 잠간 더 살펴보자     세월의 황이 든 흔적조차 모르고 사랑을 얼기설기 그리던 어미거미   어느새 타오르던 화독은 꺼지고 고목의 뿌리로 흔드는데   (그대가 업고 온 꿈싹은 따스한 해비에 거목으로 키 넘었어요)   지금에 와서 아름드리 거목들에 열매들이 주렁졌는데   그것조차 떨어질가 또다시 숨죽여 드리는 깡깡 마른 껍질의 기도   전문이다      여기서 어머니의 형상은 제1련에서/세월의 황이 든/흔적조차 모르고/사랑을 얼기설기 그리던/어미거미/로 잠간 원형을 나타냈다가 제 2련에서는 인차 /어느새 타오르던/화독은 꺼지고/고목의 뿌리/로 변형되여 동사 로 잠시 결속되였고 제3련에서는 독백으로 살그머니/그대가 업고 온 꿈싹은/따스한 해비에/거목으로 키 넘었어요/라고 조심스레 귀띔해주고나서 제 4련에서는 /주렁진 열매/로 자식들의 성장을 은유적으로 표현하였으며/ 여기서 존속적인 결구가 된 제5련에서/그것조차 떨어질가/또다시 숨죽여 드리는/깡깡 마른 껍질의/기도/로 어머님의 자식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애정을 생동하게 묘사하였다. 이 시의 장점은 가상현실의 소설적인 서사를 통하여 어머님의 형상을 꼭마치 보는듯이 그려놓아 읽는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있으며 또한 인지상정과 더불어 모성애의 위대함에 다시한번 숙연해지게 머리 숙여지는것을 어쩔수가 없는것 같다. 필자가 생각하건대 홍순범시인의 시에서는 창작기법은 그닥 중요하지 않은것 같다. 그보다 더욱 중요한것은 숙련된 필체나 글자유희가 아니라 독자와의 공명감이 아니였을가 필자 나름대로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이상 몇수의 시들에서 볼수 있는바 홍순범시인은 은유의 상징성에 남달리 독특한 시각적 견해를 갖고 있으며 또한 하이브리드의 새로운 구현 즉 이미지의 집합적 결합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많지 않은 시인중의 한사람이라고 필자 나름대로 생각해본다. 그럼 여기서 홍순범시인의 이번 시집에서 주축을 이루고 있는 를 잠간 더 보고 가자   바다는 마치 속삭이는것 같다 행복해야 할 내가 슬퍼해야 한다고 바다는 나에게 속심을 터놓는다   또렷한 목소리가 없지만 나는 큰 귀가 되여 꿈씨앗을 심는 이랑에 젖어간다   나는 그래서 바다가에 가면 말을 배운다 싫지만 산다는것을 다시다시 시작한다 기억에 희미한 너에게   전문       독백성이 강한 이 시는 주제의식이 명확하고 그 태도가 더욱 진솔하다. 진솔하기에 그만큼 울림이 크고 또한 진취적이 아닐가 생각해 본다./바다는 마치 속삭이는것 같다/행복해야 할 내가/슬퍼하여 한다고/왜서 /슬퍼해야할가/가 시적화자로 대두된 제1련에서 시인은 벌써 진솔하게 자신의 속심을 아낌없이 터놓고 있으며 제2련에서는 다시 /또렷한 목소리가 없지만/나는 큰 귀로/변형이 되여가고 /제 3련에서 /나는 그래서 바다가에 가면/말을 배운다/싫지만 산다는것을/다시다시 시작한다/ 한다고 인생의 허다한 무가내와 희노애락을 노래처럼 설파하여 간다/그러면서도 마지막까지/기억에 희미한 너/이기에 이 세상의 진지한 사랑은 결국 랑만만이 아닌 아픔일수도 있다는것을 독자들의 가슴속에 깊이 심어놓고 또한 귀띔하여 주고 있다. 아무튼 늦게나마 홍순범시인이 통통 잘 여문 시들로 이번 시집을 묶어낸데 대하여 심양에서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낸다.   이 세상 아름다운것의 탄생에는 무릇 그 신비함과 무한한 마력이 있다        시란 독자들에게 어떤 통일적인 해석을 요구하는것이 아니라 시인자신의 의식의 흐름을 아름답고 생동한 그림 그대로 그려가는것이다. 마치 화가는 속사와 스케치를 통하여 아름다운 한폭의 그림을 완성해가듯이 시인은 령혼속의 랭혹한 의식과 무의식을 령감으로 총동원하여 한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글로써 완성해가는것이라고 말해야 할것 같다. 그래서 현대시는 이미지를 기본으로 하는 표현예술이라고도 한다. 영국의 비평가 시드니(Sir Philip Sidney, 1554-1586)는‘시를 비유적으로 말하면 가르치고 즐겁게 할 목적을 가진 “말하는 그림”(speaking picture)이다.’라고도 지적하였다. 도합 91수의 시로 [유몽계절]. [사랑은 파도처럼 나를 적시고], [밤별의 언어], [보고싶은 사람], [그리움],  [뜨거운 련인] 등 총6부로 엮은 홍순범시인의 이번 시집은 독자층이 얇은 오늘날 시를 사랑하고 아끼는 독자들이면 누구나 한번쯤 읽어보라고 권고하고싶은 좋은 책이다.      이 세상 아름다운것의 탄생에는 무릇 그 신비함과 함께 무한한 마력이 있기 마련이다. 중의/념불처럼 되뇌이던/열망의 추억/파랗던 어제가/사무치게 그립다/중에서 /봄이 오면 /내가 봄이 되여/파란 풀 같다/걸어봐도/아지랑이 있는것 같다/불러봐도/봄노래만 흐를것 같다/중에서 /나에겐/눈물이 나도록 고마운 /불멸의 길이 있습니다/중의 /님을 바라볼수 있는 좋은 날은/티끌 하나 부끄럽지않게/파란 하늘을 여는 날/닫힐듯한 보름달에/억수로 내리는 눈물을/석삼년 채워도/한이 없이 /기쁜 날/ 중의 /나의 시는 다시는/나의 시가 되지 말아야지/나를 죽여 나를 노래할수 있는/나의 시가 아닌 당신의 시가 되여야지/ 중의 /주소는 얼지 않았다/거짓말같은 태양에 홀려/하얀 이미지에 감격을 깨워/숙명으로 노래 부르는 /꽃잎이 싱싱한 집/ 등등은 간결한 표현에 숙련미가 돋보이는 좋은 시구절들임이 틀림없다. 그럼 여기서 반복구사법과 사실주의창작기법으로 재치있게 씌여진 홍순범시인의 시 한수를 더 살펴보고 가자   내 인생의 반쪽은 벼농사였는데 내 인생의 반쪽은 콩크리트가 되였소 내 인생의 반쪽은 반디불이였는데 내 인생의 반쪽은 네온등이 되였소   삼십년 하동 삼십년 하서 어쩌면 내 인생은 반쪽구름 저 재빛구름이 바람에 쫓기는 두서없는 하늘그림자   지금 나는 내가 농군인지 장사군인지 알수가 없소 어느 순간에 고무신을 벗고 뾰족구두를 투닥거리면서 명멸하는 불빛의 상해 네거리에서 요염한 향수에 취해 사는 주정뱅이   자신조차 모르면서 내 인생이… 어쩌면 놓쳐버린 밤중의 막차같고 차표는 뗐는데 플래트홈은 어딘지 눈길이 아물거려 역전은 보이지않고 취객진담의 에피소드같소   전문      예술이란 한 대상이 예술임을 의식적으로 경험하기 위한 좋은 수단일수록 더욱 좋다. 내 인생의 반쪽= 벼농사 내 인생의 반쪽= 콩크리트 내 인생의 반쪽= 반디불 내 인생의 반쪽= 네온등       여기서 누구나 쉽게 알아볼수 있듯이 정체성의 혼란에도 시인은 단단한 긍정도 부정도 아닌 객관적인 태도로 자신의 처지를 개괄하고 있으며 특히 제2련에서 /삼십년 하동/삼십년 하서/(十年喝东, 十年喝西)에 뒤이어/어쩌면 내 인생은 반쪽구름/저 재빛구름이 바람에 쫓기는/두서없는 하늘그림자/라고 마침내 개탄해가면서/3련에서 그러한 정체성의 혼돈끝에 마침내 /명멸하는 불빛의 상해 네거리에서/요염한 향수에 취해 사는 주정뱅이/로 자신을 다시 변형시켜가면서 /더이상 갈곳조차 없이 갑갑한 삶과 그러한 사회적 병증현상을/취중진담 에피소드같다/고 가슴 알알하게 마무리해간다/이 시를 읽고나면 시인의 체험은 단순한 개인적인것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병페임을 잘 그려내고 있다. 이외에도 홍시인의 시집에는 ,. , ,, ,. 등 여덟수의 산문시들이 실려있는데 시간상 관계로 여기서는 더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   마무리하면서       이 세상을 아무런 욕심없이 시인으로만 살아간다면 과연 그 모습은 도대체 어떠할가? 요새 필자도 싱그러운 봄바람에 싱숭생숭해나는 얇은 마음때문인지 아침저녁으로 법글을 열심히 읽으면서도 고요하던 마음이 리유없이 번거로울때가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정서파동마저도 시인에게는 창작에피소드가 되여야 함을  문득 깨닫고 나면 시인은 참으로 아무나 될수 있는것이 절대 아니라는 착잡한 생각이 갈마든다. 홍순범시인의 이번 시집 를 읽고나면 첫째 시인의 진솔한 창작태도가 돋보이고 둘째 사실주의 창작기법과 초현실주의 창작기법을 기초로 미사구려는 접근을 허용치 않았으며 셋째 매 한수의 시마다 사랑, 아픔, 갈등, 갈망, 그리고 현실적 생활속의 추구와 시에 대한 무한한 열애가 피부에 느껴져서 참으로 좋았다고 말할수 있을것 같다. 부족한 점이라면 이미지즘이 주축을 이루는 요즘 현대시폭풍속에서도 변화가 없는것이며 적잖은 시들이 머리는 큰데 비해 꼬리가 너무 짧은듯한 그런 아쉬움이 갈마드는것을 어쩔수가 없다. 아무튼 홍시인의 에 즉흥시 한수 증송하면서 마무리하려 한다. 새로운 한해, 새로운 시점에서 또다른 새로운 좋은 시작이 되기를 홍순범시인에게 진심으로 축원해본다   별이 바다물에 깨끗이 몸을 씻고 하나 둘씩 눈을 뜨네 사랑의 갈비뼈 한토막 파도에 꺼내들고 달빛속에 회전하는 목마 꺼질줄 모르는 달콤한 술 한잔에 더욱 숙명으로 목이 말라가는 기린 한마리   살다보면 이 밤도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더라 사랑의 북채 신념으로 높이 추켜들고 오늘도 허허 그렇게 사람좋게 웃어가며 멋스럽게 둥둥둥 생활의 북을 두르려가는 사람이여   2014년3월31일 심양에서
63    [시]사랑 1(허창렬)(외1수) 댓글:  조회:2431  추천:8  2014-03-30
사랑 1(외1수)  콩ㅡ콩 절주 있게 뛰ㅡ고 또 뛰다가 쿵ㅡ쿵 박력 있게 뛰ㅡ고 또 뛰다가 쿵ㅡ쾅 활력 차게 뛰ㅡ고 또 뛰다가 가끔 내 좁은 가슴속에서 두서없이 널뛰기하는 붉은 심장마저 부끄러운 그런 날이 있다 눈먼 세월을 미친듯이 덩 달아서 쫓고 또 쫓다가 어느사이 가을의 문턱을 넘어서서 조심스레 이른 새벽 푸른 종소리에 턱걸이하는 내 심장   하나의 심장에는 하나의 강물이 출렁거린다 하나의 심장에는 하나의 감동이 끓어번진다 하나의 심장에는 하나의 행복이 넘쳐흐른다 하나의 심장에는 하나의 거울이 반짝거린다 아직 마음이 알콩달 황홀다는것은 아직 우리들의 열정이 새파랗게 살아서 숨 쉬고 있기때문이다 아직 우리들의 열정이 새파랗게 살아서 숨쉬고 있다는것은 아직 우리들의 마음이 젊고 싱싱하기때문이다 아직 우리들의 마음이 젊고 싱싱하다는것은 아직 우리들의 마음이 바다보다 더 넓고 깊다는 것이다 아직 우리들의 마음이 바다보다 더 넓고 깊다는것은 아직 우리들의 하늘이 파아랗기때문이다 사랑은 이제 더는 기다림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지 예고도 없이 문득 다시 찾아 오는것이리라…      사랑 2   사랑은 일찍 계산부터 끝마치고나서 레스토랑의 쏘파에 단둘이 마주앉아 그렇게 찔금찔금 마시고 마시다가 스탠드바에 다시금 소중히 맡길수 있는 양주가 아니라 언제 어디에서나 구속도 없이  정을 주고 정을 받으며 기쁠때에도 한ㅡ잔 슬플때에도 한ㅡ잔 외로울때에도 한잔 그리울때 또 한잔 그렇게 무랍없이 허물없이 너도 나도 이 세상 시름 다 잊고 꿀꺽 삼킬수 있는 칼칼한 알칼리성 소주다 술 한잔에 시 한수ㅡ 술 한잔에 사랑 하나 ㅡ   사랑은 그렇게 멀리 있는것도 아나라 익숙하고 가까운 우리들 지척에 있는것 우리네 멋과 우리네 정서와 우리네 전통과 우리네 추구와 가장 진실하고 가장 절실하고 가장 황홀하고 가장 슬프고 가장 가슴이 아플때에야 비로소 더욱 이쁘다 사랑은 타령이 아니라 민요다 사랑은 민요가 아니라 랩이다 사랑은 랩이 아니라 류행가이다 사랑은 네박자가 아니라 오직 두박자 쿵ㅡ쾅ㅡ오늘도 심장이 두서없이 널뛰기 하고있다…
62    법고현에 들려 댓글:  조회:2006  추천:4  2014-03-29
법고현에 들려 ㅡ와룡산기슭에서ㅡ   200년 뼈와 살의 력사가 하얀 도자기 향기로 다시 무르익는 곳 재호《财湖》의 달은 수심이 깊고 와룡산기슭의 갈숲은 눈물로 컸구나   여기서 천군만마 이끌고 검푸른 료하 건너 료동성으로 진격해갔을 야률아보기ㅡ 그때 서슬푸른 장검은 어디에 두고 어느 하늘아래 어느 언덕 어느곳에 무주고혼이 되였는가   왕릉은 파헤쳐져 더없이 흉물스럽고 이름마저 없는 고분마다 한숨이 절로 나는데 탑은 쌓아 무엇하며 후세에 전하지도 못할 승전고는 왜 울렸느냐?   보라ㅡ저기 삼천리강산의 아직 싱싱한 아침을 보라ㅡ저기 강감찬장군의 그 찬란한 미소를 씨족잃은 력사 소천후의 가슴 찢어지는 통곡이련가 찬비속에 개나리 바람에 깊숙히 고개를 숙이는데   문득 떠오르는 서산대사 시 한구절 ㅡ천만도성은 개미굴같고 영웅이라 자처하는 자 해파리같구나ㅡ                2012년9월9일
61    [시] 무제(허창렬) 댓글:  조회:1966  추천:5  2014-03-28
무제    손ㅡ이 발바닥이다 얼굴이 발바닥이다   품행이 발바닥 같고 언행이 더욱 발바닥이다   발바닥같은 인생을 그 무슨 기치인양 높이 쳐들고   도사(导师)인지 도사(道士)인지도 모를 이상한 인간들이 이상한 주문을 숭얼숭얼 외우며   날마다 밤마다 초불시위를 한다   처음에는 강아지가 그 뒤를 졸졸 뒤 따른다 다음에는 고양이 촐싹촐싹 그 뒤 따른다   다음에는 류행에 게으른 황소가 체한 세월을 되새김질하며 하품을 하고   맨끝에서 하느님이 하도 어이가 없어 혼자 껄껄껄 웃으신다   공자 가라사대ㅡ      무제 2   넝마 줏던 아침이 말씀이 잦은 어느 점심나절 입에서 침 튕기는줄도 모르는 그윽한 칭찬의 그 엄청난 무게에 눌리워 반나절 혼자 끙끙 속을 앓다가 마침내 메아리가 줄쳐오는 어느 에메랄드 저녁 이상하리만치 인기척 하나 없는 부활의 산기슭에서 가슴을 부여잡고 천천히 각혈을 시작한다   어느새 텅 비여버린 환상의 새 무덤속에는 누군가 노래 부르듯이 자꾸 내 이름을 부르는 목탁소리에 무쇠채찍에 칭칭 감기는 한오리의 긴 휘파람소리- 살점들이 뚝뚝 뜯기여 나간다 위대한 탄생과 위대한 죽음ㅡ 이제 나는 죽기 위해 더욱 악착같이 인간답게 살아야 하리   제목도 표절도 없이 인생은 날에 날마다 물에 물을 탄것처럼 슴슴한것만 같아도 밤이면 무수한 별들이 또다시 누군가의 눈이 되여 깜빡거린다 등잔불밑은 아직 어둡다     이런 날은 아무리 골라 보아도 내 삶의 무게는 아무런 제목조차 없다  
60    [시]나팔꽃(허창렬) 댓글:  조회:2382  추천:12  2014-03-26
  [시]나팔꽃(허창렬) 무거운 짐 머리에 이고 당신은 오늘도 먼길을 떠납니다 락엽이 우수수 발목 잠글때 나는 어두커니 바자굽에 기대 섭니다 눈이 시리옵니다 등에 젖은 소금을 톡톡 뿌려봅니다 손발이 가려워 저절로 소름이 쫘악 끼칩니다 우리들에게 남은 행복이란 언제나 이렇게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놓이는 단념의 련서 한장 그렇게 고뿔에 신열이 쌓여가듯이 자꾸만 커져만 가는 생명의 우수 람루한 내 삶의 초라한 한구석을 비오듯이 주저하며 당신은 오늘도 한마리의 벌레 울음소리로 나를 또 울립니다 나에게 있어 당신은 끝없이 밀려오는 저 먹장구름입니다. 그러나 당신과 함께 받들여야 할 또 하루 하루의 하늘  이제는 찢어진 흰 셔츠를 깁기엔 바늘마저 없습니다  돌아오세요 고향으로  철이의 울음이 눈물로 녹아있습니다
59    [시] 세 사람의 세계(허창렬) 외 2 수 댓글:  조회:2617  추천:9  2014-03-25
 [시] 세 사람의 세계(허창렬)  외 2 수   설거지에 젖은 손 대충 앞치마에 쓰ㅡ윽ㅡ 문지르고나서 녀자는 성스러운 신도가 경전을 읽듯이 빨깍거리는 지페 한무데기를 앞에 놓고 한장 또 한장씩 번져가며 너무 행복해 보였다 커다랗고 고운 두눈에서는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이 아우성치며 저도몰래 여기저기로 뚝뚝 뛰여다니고 있다   남자는 꺼무룩히 베란다에 홀로 서서 벌써 몇가치째 애꿎은 담배만 풀썩풀썩 태우고 있다 떫고 매캐한 연기속에서는 헤밍웨이 마크트원 디켄즈의 눈부신 환영들이 잠간씩 나타나 두 손을 너풀거리다가 바람속에 허무하게 티끌처럼 사라져버린다   널직한 쏘파에 한마리 개구리 되여 폴짝 뛰여 오른 아이는 티비마저 켜놓은채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게임에 다시 푹 빠져 든다 개그맨들의 령수증마저 없는 속이 텅 빈 웃음들이 잠시 집안을 꽉 메운다   하늘에는 빨갛고 노랗고 하얀 구름이 서로  손에 손을 잡고 원이 되여 빙빙 잘도 어울려 돌아가다가 어느새 어둠속에 슬쩍 모습을 감춰 버린다…  [시]혈(血) 2(허창렬)   목마른 버섯이 재채기한다 연거퍼 창문쪽을 마주앉아 콧물을 훌쩍거린다 파노라미쳐가는 감기 몸살인것이 분명하다 대학로에서 소문을 듣고 총대바지 입은 바람이 쏜살같이 달려온다 적청황록남자, 현기증이 난데없이 야료를 부린다 열두개의 심방에서 마른 우물이 더욱 깊은 뿌리를 내린다 자의의 터밭에 싱싱한 상추와 풋풋한 고추를 심어놓고 타의의 십자길엔 대문을 세워 싯누런 대못을 쾅쾅 박아놓는다 디켄즈의 시계줄엔 오늘도 시간이 따로 표시되여 있질 않다 보지도 말것, 듣지도 말것, 이상한 흥분에 고개도 끄떡이지 말것- 나는 나의 무덤을 더욱 깊숙히 판다 하우종일 무덤속에 반듯이 누워 하늘의 뭇별들을 가슴으로 다시 세여본다 발가락까지 세여봐야 결국 몇가지 되지도 않는 삶의 리유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코 막고 답답한 일의 련속일뿐 나는 자유로에서 테헤란로쪽으로 다시 터벅터벅 하이에나와도 같이 걸어간다 해빛이 무참하게 나의 발톱에 뚝뚝 쏟아진다 순간 피가 우뚝우뚝 일어서고 있다 밟으면 딱딱한 유리처럼 파삭파삭 깨여진다 파스켈로 손끝에 들려있는 빨간 저녁노을 한송이ㅡ       2014년3월24일     [시]혈(血) 3(허창렬)   이 세상에 절대의 강자가 없듯이 절대의 승자도 없다 순종의 밥그릇은 이미 깨여진 그림 한쪼각 누워서 황제가 황제를 알현하기다 또 누가 알랴 거꾸로 흐르는 은하수의 맑은 피에 몰듐이며 나트륨이 헤염칠지 안개는 이제 존재의 의미면 그냥 족하다 좋고 그름도 우리들의 곁을 떠나버리면 언제나 저절로 라태해지는 일ㅡ 맑스는 푸른 피 예수는 하얀 피 언제 부처님만이 빨간 피로 이 세상을 노래 불렀던가? 그 김치에 그 깎두기ㅡ 그냥 허름한 삿갓을 쓴 이면 나는 이제 너무 족하다 혈(血)이 혈(血)을 만나 마침내 혈(穴)을 이룬 강물 드림에 드럼 타고 출렁이는 작은 몸뚱이들 그렇게 등곬에서 부서지는 또 하나의 커다란 아쉬움 하나 맘씨 곱고 너무 착하신 이모 이제부터 나를 부를양이면 교포도 동포도 아닌 돌멩이라고만 불러주오 그것도 싫증이나면 썪돌에 다시 칼을 갈듯 마침내 중국조선족이라 불러주세요 황진이와 서경덕 어혈진 가슴에서 그래도 사품치며 흐르는 빨간 피ㅡ
58    [시]혈(血)(허창렬) 외 3 수 댓글:  조회:2287  추천:7  2014-03-24
  [시]혈(血)(허창렬) 외 3 수   드디여 혈(血)이 혈(血)을 만나 루(漏)의 강물을 이룬다 사품치는 분노, 녹있는 쇠파이프ㅡ   잠겨있는 자물쇠를 파도가 하품하며 그렇게 쳐다보고 있다 안타깝게 소리치다 못해 더욱 고독해져가는 개 주인이 없는 빈방에서 한판 더 요란스레 수다 떠는 바퀴벌레떼 빈대의 낡은 속사정만큼 궁색해진 그들의 속셈을 이제는 아무도 알수가 없다 영웅의 발자국을 너무 쉽게 노래 부른다 경이로운 팬티속에서 불끈거리는 남성의 힘 자음과 모음이 삐꺽대며 헤픈 녀자의 속살을 아프게 희롱한다   밤은 그래도 박수 칠때 조용히 떠난다   률(律)과 룰(韵),그리고 혈(血)과 혈(穴)의 루(漏)ㅡ   [시]독(허창렬)   아편은 가라 망각의 늪에서 령혼의 창문을 찾아 노크하는 빨간 풍선 소망의 단단한 반지안에 반짝이는 까만 숲 불쑥 내 어깨를 딛고 올라 서는 파도의 굵직한 체험, 목이 긴 유리잔에서 사치스러운 뱀이 긴 혀를 날름거리며 놀란 커피의 가슴을 다시 식히고 있다 달이 먼저 벌겋게 독을 쓰며 얼굴을 붉힌다 별들이 중독되여 댄스의 밤무대에서 비틀비틀거린다 참새의 옆꾸리마다 흘러나오는 신음소리 위대한 삶의 수맥을 찾아 어지러운 현기증이 어마어마한 손놀림으로 가을의 허름한 문풍지를 억새풀로 힘차게 잡아두드리고 있다 유령의 밝은 귀속에서 나의 꿈마저 사정없이 도굴한 자여 너의 이상한 환각마저 거꾸로 비추는 거대한 호수여 천사의 기진한 넋이 부르짖는 저 행군의 긴 나팔소리에 그때-야 천천히 대문을 열고 반쪽 얼굴을 내미는 에필로그 맨살의 링크마저 말끔히 잊고 컴퓨터 창을 누르면 부처님 관속에서 파란 린불을 뒤집어쓴 허다한 도깨비들이                        내 방에서 뚝뚝 뛰여 다닌다   2014년3월22일     [시]장마속의 거울 그리고 달빛속의 녀인(허창렬)       녀자는 우산속에서 다시금 거울을 꺼내든다 어둠이 그녀의 풍만한 몸을 뒤에서 꼬옥 감싸안고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아주 천천히 더욱 천천히 흐물쩍 흐물쩍 맛있게 삼켜버린다 가끔 희읍스레한 가로등불빛이 거울속의 그녀의 빨간 입술마저 임자없는 산기슭의 앵두 삼키듯이 한입에 냉큼냉큼 삼켜버린다 장마비는 눈물이 아닌 그녀의 쯥쯔레한 살냄새에 아예 환장해 못살겠다는듯이 기를 쓰고 온몸에 찰싹 달라붙는다 파도치던 머리카락이 어느새 얌전한 고양이처럼 그녀의 두볼에 착 기대여 서있고 볼품없이 자그마한 도시가 그녀의 가녀린 등에 업혀 천천히 아주 또 천천히 앞으로 미끌어져 가고 있다     철해의 바람은 녹스른 칼날이다. 비행장을 나서며 호주머니에 깊숙히 간직한 캔커피가 그래도 따뜻한 내 심장을 위로로 어루만져준다 풀 한포기조차 보이지않는 시커먼 민둥산ㅡ 나는 이제 이 세상에서 버려진 진짜 고아다 지구인이 아닌 화성인이다 누릿한 양고기냄새와 이상한 조미료 냄새를 싯누런 이발사이로 물씬물씬 풍기며 장족택시기사는 무엇이 그리도 신났는지 저 혼자 계속 알아듣지도 못할 말을  중얼중얼거린다 지그시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겨본다 불쑥 부처님의 손발이 보이다가 화면이 바뀌면서 이상한 녀인이 내 눈앞에서 빙그레 웃는다     아주 작은 려관방이다. 댕그랗게 삐걱거리는 침대우에 놓여진 털담요 하나 속이 울렁울렁거린다 그제야 그녀는 안도의 숨을 훌훌 내쉰다 2014년3월20일     2014년3월23일  [시]아버지(허창렬)   이제 마지막 남은 담배 한가치 태우지 않기로 했다 살아 생전 내 손으로 담배 한갑 사드린적 없는 아버님께 코끝이 찡한 그런 향으로 지펴 올리기로 결심을 했다   얼마나 가슴이 쓰리고 아팠으면 그 굵직한 엽초로 한생을 고스란히 그렇게 다 태우셨을가? 얼마나 손발이 시리고 또 안타까웠으면 고토리만큼한 대통 그 조그마한 온기에 온몸을 기대고 외롭게 살아오셨을까?   손벽치면 꺼이꺼이 먼지같이 일어서는 나의 긴 그림자 속까지 하얀 청명이면 비를 찾아 뿌리 내리는 날개젓는 은방울꽃 당신은 오늘도 퇴마루에서 홀로 장기를 두고 계십니까?   생각을 줏다가 줄 끊어진 퉁소소리 한가닥 아픔은 아무것도 말하려 하지 않는것이 아니다 귓가에서 침묵의 함성이 항상 종소리로 메아리치고있을뿐이다…     2014년3월19일
57    [시]내 가슴속의 별은 아직 손발이 따뜻하다(허창렬) 외 5 수 댓글:  조회:3052  추천:12  2014-03-23
  [시]내 가슴속의 별은 아직 손발이 따뜻하다(허창렬)   어느 하늘아래 서러운 별이였던지 이제는 기억에조차 아리숭하다 흔들리는 눈섭,  흔들리는 가슴ㅡ 흔들리는 바람속에서 나의 손발은 항상 너무 차거웠다 캄캄한 밤하늘. 눈 내린 보리밭, 마음이 가난한 돌멩이 새벽이 휘파람 불며 끌고 오는 저 긴 기적소리에도 어김없이 풀 가위질해대던 여리고 아팠던 나의 잔등 똥별이 지핀 모닥불에 눈물로 꽁꽁 언 몸을 녹여가면서도 그렇게 나의 별은 항상 손발이 가슴보다 더욱 따뜻했다. 지킬수 없는 약속따윈 이제와서 진리조차 아니기에 용서라기보다는 때늦은 관용이나마 내 마지막 자존이라 굳게 믿고 그렇게 억새풀처럼 꿋꿋이 살아온 삶 오늘은 살아서 죽어가야 할 내 인생의 마지막 자서전을 다시 쓰면서 나는 다시 필을 씹는다 이제와서 찢어진 가슴 깁는다는건 녀와가 하늘을 깁기보다도 더욱 어려운 일이기에 사월은 마침내 손발이 아닌 가슴을 먼저 덥힌다 가슴에서 떠오르는 찬란한 별 하나 허이ㅡ허이ㅡ 쾌나 칭칭 ㅡ어절씨구 ㅡ 장구치며 탈춤 추며 노래 부르며 아리랑고개를 혼자 넘어간다  [시]봄 1(허창렬)  다 주기로 했다 아낌없이 내 모든것을 이제는 죄다 돌려주기로 했다 후회마저 없다 아무런 방황조차 없다 통통 젖살이 오른 풀잎들이 담장아래 입술을 오무르고 실실 웃는다 천만개의 해살을 쪼개여 금빛으로 만든 큼직한 나막신을 신고 옷자락 너풀거리며 바람이 다시 산에 오른다 벌판에서 깔깔대며 뛰여다닌다 페허의 뜰밖에는 냉큼 꽃씨도 쥐여 뿌린다 물주전자속의 안타까운 시간들이 지친 모습으로 긴 머리채 감으면서 창턱의 화분우에 두 마리의 가재미 되여 나란히 눕는다 갓 피여난 월계화의 향기를 개구리는 천서로 두 손에 언뜻 받아쥐고서도 아직 읽을줄조차 모른다 잘 여문 주름살이 글이 없는 세상을 바위우에 조심스레 쏟아붓는다   2014년3월20일     [시]봄 2 (허창렬)   드디여 깨여난다 하나둘씩 기지개 켜며 살풋이 눈을 뜬다 잘 썪어 문드러진 아름다운 향기속에서 지렁이며 개구리며 제비들이 제각기 따로따로 손발을 움직여본다 너는 부처님이 고행(苦行)으로 흘리신 무수한 땀방울 너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묶여 흘리신 빨간 피방울 개나리가 베토벤의 제 3악장을 신나게 연주한다 봉성화가 아리랑에 박자맞춰 덩실덩실 탈춤을 춘다 오늘도 물은 풀잎에 손 베여도 상처가 없다   [시] 갈대 (허창렬)   바람을 읽고 다시금 꿋꿋이 일어선다 하늘에 서슴없이 날리는 창백한 붓끝 웅덩이에 고인 한방울 물에도 곱게 또 인사를 한다 낫 놓고 기억자 , 아무것도 모르는 흰 노루와 놀란 사슴떼    헐레벌떡 뛰여가는 내 숨결의 크나 큰 폭포소리여 추호의 망설임도 모르는 대자연의 거대한 장편서사시여 언제나 장님처럼 나만 믿고 따르는 잃어버린 옛사랑의 얼룩진 흰 손수건이여  [시]물이 되려는 녀자(허창렬)   방울방울 불속에 떨어지는 물이 꼭마치 휘발유같다는 사실을 이제야 처음이라도 아는듯이 그녀는 시퍼런 가스불에서 잠깐 눈길을 떼고 칼도마우의 잘 익은 돼지고기를 썩뚝썩뚝 먹기좋게 썰고 있다   흰 비게덩이 살들이 저마다 요란스레 불룩한 배를 불쑥 내밀고 탐스럽게 푸들치며 몸을 흔들어 댄다 안타깝게 얼굴이 가무잡잡한 웬 아이가 말없이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훔쳐보다가 손가락을 입에 넣고 뽁 다시 빤다   주전자속의 물은 몹시 화가 난듯이 입투레질까지 해가면서 어둑스그레한 방안에 흰 김을 가득 채운다 궁색하게 방구석에 처박혀 있던 빈 술병들이 어느새 줄레줄레 긴 기지개를 켠다   구들목에 꼬꾸라져있던 산 송장이 벌써 두번째로 앙상한 손을 공중에서 파리 쫓듯이 휘저어대고 있다 성가신듯이 녀자는 플라스틱 바가지에 건성으로 맑은 물을 푸욱 떠서 털썩 구들목에 올려놓는다   덩대에서 궁시렁 궁시렁 금방 목욕을 끝낸 사발들이 줄 지어 차례로 밥상우에 오르는 소리 어느새 저가락들이 서로 키 재는 소리 물속에 푸욱 손을 담그고 녀자는 그렇게 하루종일 아무런 말이 없다   먼 발치에서 강아지도 하루종일 아무런 말없이 기대에 찬 눈길로 그 녀인을 쳐다보고 있다…  [시]천장(天葬)   이 세상 끝은 언제나 아무런 대사(台词)마저 없다 꺼부정한 허리 잘 벗겨진 좁은 이마 장작개비같이 바싹 마른 여윈 손이 바르르 바르르 허공에서 춤을 춘다   이제라도 죽은 엄마가 천국에서 집으로 다시 돌아오시기라도 할가? 이글거리는 불씨가 드디여 그의 두눈에 옮겨 붙는다   차마 입에 담을수조차 없는 그런 말은 아니지만 이제 마지막 남은 성한 몸뚱아리라도 원하는 이들에게 뿌듯이 다 주고 깨끗이 살아가야 할일   목구멍까지 골똑 찬 독수리의 배부른 모습을 보면서 저도몰래 쭈뼛ㅡ쭈뼛ㅡ 곤두서는 산 사람들의 머리카락
56    탈 1 댓글:  조회:1907  추천:5  2014-03-22
탈 1   탈을 쓴다 탈을 벗는다 하루에도 수없이 반복하는 이 동작ㅡ 부처는 허영(虚荣)이라 하고 예수는 가면(加冕)이라 하고 알라는 멋(流行)이라고 부른다 오ㅡ오ㅡ 노블레스 오블리지(noblesse oblige)의 슬픈 소망이여   주해; 귀족의 의무, 고귀한 신분에는 의무가 따른다는 뜻 탈2   낯을 씻는다 누군가의 손바닥만큼한 낯을 씨는다 기실 종이장보다 더욱 얇은 낯이건만 사람들은 씻고 또 씻는다   아침마다 녀자들은 더욱 분주하다 새빨간 립스틱에 커피색 아이샤도 사람마다 사랑스런 어리광대가 된다   누군가는 얼굴에 뼁끼칠까지 해댄다 그처럼 탈을 쓰고싶어하는 인간 일조(一兆)의 세포로 구성된 생명유기체 그래서 인생은 보조리한 존재인가?   아침마다 일어나면 부석부석한 자신의 얼굴을 머쓱하게 마주서서 나는 노랗게 웃는다 제2의 얼굴이 클로즈업되여 더욱 가소로울뿐이다…    씨앗   아직 씨앗이기에 우리 모두 아무런 말이 없다 계절이 숨 한번 크게 내 쉬면 밭이랑에 파랗게 돋아나는 눈알   보리의 부화는 률동의 작은 키잡이다 감자의 노래는 까아만 구리단추 욕망의 샘속에서 서러운 꿈이 모락모락 피여오른다   살아서 움직이는 파도ㅡ 숨 죽이고 무성한 침묵 덩어리ㅡ 말끔히 허울을 다 벗고 드디여 새들은 가슴을 활짝 연다      장뇌삼  몸속의 병마개를 뽁 따서 시커먼 두 손으로 내 여린 심장을 꼬옥 움켜쥔다 어느새 목덜미까지 돋아난 개미들의 이발자국 웅크린 가슴속에서 다시금 아슬아슬하게 문둥이가 슬며시 일어 선다 모락모락 김이 새여버린 내 령혼이 내팽개쳐버린 크고 흰 살덩이들 꼬르륵ㅡ 꼬르륵 ㅡ 젊음이 부르는 어떤 낡은 노래소리에 이상한 욕심들이 냄비처럼 잔뜩 찌그러져 있다                     식어버린 커피를 마지막 한방울까지 톡톡 털어가며 마저 마셔버리자 버려진 캔을 냉큼 찾아 들고 날 쉬파리 한마리 포크로 엉덩이며 코구멍까지 낱낱이 쑤셔가면서 아비뇽의 처녀들처럼 야단법석을 떨다가 지쳤는지 아무런 말조차 없다 조심스레ㅡ 움직이는 그림                      화분에 칠색 무지개 살짝 내린 장뇌삼 한뿌리
55    고향 댓글:  조회:1877  추천:4  2014-03-22
고향   장님이 되여 어두운 벽속을 더듬거린다 기둥마다 뼈가 썪는 희뿌연 노래소리 나도 이젠 이 곳을 멀리 떠나야지 흰 쌀뜨물 울바자굽에 붓다말고 꼬장꼬장한 두 손으로 언제나 나를 반겨 안타깝게 웃으시던 이웃집 할머니의 이발 빠진 그 황홀한 미소   맨손으로 어지러운 이 방바닥을 또 누가   어린 아이 잔등 어루만지듯이 언제 어느때 다시금 조심스레 쓸어볼련지도 모르겠지만, 잘 다스른 문턱에 잡새들이 남겨놓은 어지러운 지도 한장 찾아들고서 도시의 추억은 지금 재빛이 나는 아침의 바다   잘 있거라, 더 이상 내것만이 아닌 아름찬 열망들이여 바이 바이 언녕 목이 쉬여버린 우리들만의 아름다운 전설 하나 늙은 나무 우듬지 그 목덜미 꽈악 잡고 오늘도 기를 쓰고 일어서려는 내 기억에 너무 생생한 오두막집 한채ㅡ     부처님   5억년후의 미륵을 알지언정 부처님은 여직 내 이름조차 모르신다 아예 그 누구도 기억하려 하질 않으신다   아침마다 지극정성 온갖 향불을 다 피워놓고 묵묵히 합장으로 날마다 달마다 해마다 보도중생을 꿈 꾸어 보지만 나는 이제 내 한몸 건사하기에도 너무 지쳐 있다   구사경(居舍经)이며 기세경(起世经)이며 십륜금강(十轮金刚)이며 삼장십삼부(三藏十三部)를 매일 옆꾸리에 끼고 살아도 나는 왜 이 세상에 왔고 또한 너와의 하찮은 말다툼속에서 가슴이나 기워가면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나는 여직 모른다   봉인을 떼면 입안에서 구렝이떼 다시 스르륵 쏟아져 나온다 천개의 손과 천개의 발을 가진 보살님은 한숨을 풀풀 내쉬고 오독(五毒)의 근성이 내 팔을 호화로운 요트쪽으로 끌어당기고 있다   그래도 부처님은 언제나 아무런 말씀조차 없으시다 잠자리에 들면 그제야 누군가 슬며시 인과경(因果经)을 내 머리맡에 소리없이 다시 가져다 놓으신다   십방 정토ㅡ 아미타불ㅡ 그리고 지옥 , 륜회     바람꽃 너도 달맞이꽃이였던가 바람이 불면 언제나 가슴에서 꺼내드는 진붉은 심장 왈랑ㅡ절랑ㅡ 발목에서 흔드는 구슬픈 은방울소리   비가 오면 너도 가슴까지 푸욱 젖어드니 김치에 깎두기 손발마저 통통 부르튼 어젯날 잔치국수에 덤으로 살짝 얹어주던 어머님의 하얀 살점 등신불(灯身佛)의 눈망울에 매달린 련민의 이슬방울 상두꾼이 나르던 꽃상여속에 날이 선 칼바람 미워도 다시한번 사랑한게 죄라면 죄이여서 이렇게 잘 썪어 문드러진 아름다운 향기여   오늘도 바람은 한자리에서 울지조차 않는다…
54    씨앗 댓글:  조회:2100  추천:7  2014-03-20
새 2   새 한마리 바다에서 아침의 옷을 깁습니다 새벽을 꼴깍 삼킨 새까만 모래알들, 코등에 흘러내린 점잖은 돋보기너머로 엄마의 찢어진 심장 바람에 말리웁니다 아빠의 어이없는 손사래에서는 긴 한숨이 풀풀 휘날리고 형님의 일기책엔 눈물이 골똑 아아 바람같이 왔다가 바람같이 사라져간 누나야 어디 있니? 보고싶다 춤추는 콩팥 흐느끼는 창자 빵부스레기 손에 들고 새 한마리 수림쪽으로 피리 불며 날아갑니다 씨앗   씨앗이기에 우리 모두 아무런 말이 없다 숨을 한번 크게 내 쉬면 파랗게 밭이랑에 돋아나는 눈알   감자의 노래는 까아만 구슬바울 보리의 부화는 률동의 작은 키잡이 욕망의 샘속에서 달빛이 무르익는다   파도의 침묵ㅡ 무성한 고백ㅡ 허울을 벗고 드디여 가슴을 연다 안개   문을 닫고(열고) 들어오세요 전등불을 껐다(켰다) 죽였다 껐다 죽였다 하며 바람이 눈앞에서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곤다 잃어버린 손발, 아우성치는 길손들 나무의 진동모드속에서 바르르 바르르 심장을 달달 턴다 눈앞에서 흐물거리는 길 뜻과 목 쉰 소리 길게 묶어서 제단에 바치는 하얀 노래ㅡ   아버지 손발 어머니 잔등   널뛰기를 합니다 문턱을 가로타고 앉아 춤 추는 손발 ㅡ   검은 가죽잠바 입으시고 아버님이 꿀꺽꿀꺽 마시는 빗물 가대기 창살 활짝 열고 어머님의 피고름에서는 깊은 골짜기들이 우쭐우쭐 일어섭니다   두 귀 쫑긋한 토끼의 애간장 내옆에서 속살거리는 하얀 꽃의 작은 숨소리 산막은 천사의 뼈무덤 아버지 손발 ㅡ그리고 어머니의 넓고 포근한 잔등   파동(波动)   하늘과 땅 사이 나는 대체 무엇이관대 울고 웃어야 나요?   별과 달 사이 나는 도대체 무엇이관대 저 푸른 빛을 받아야 하나요?   시와 시의 놀란 풀숲사이에서 시간과 시간의 물결치는 모텔사이에서   흔들리는 지구 어깨 흔들며 깨여지는 구리산   어느 친구의 초라한 돈지갑 도시의 한적한 어느 단칸 세집에서   그렇게ㅡ 파들파들 떨리는 긴 눈섭…     모래시계   시간은 장난이 아니랍니다 세월은 더욱 장난이 아니랍니다 사랑의 부드러운 모래시계 수미산 배꼽을 닮아가는 토르노속의 작은 우주 나는 너를 외롭게 한 죄인이여 너는 나의 왼손잡이 사과 한알 짬뽕이 된 달타령속에 성황당 손수레에 곱게 앉아 술에 취해 넘어가는 망각의 산고개길이여   탑 1   탑이 탑속으로 들어가 탑의 마음을 읽습니다 탑탑하고 매캐하고 떫은 그 연기 활활 털어내고 하늘이 내린 천서(天书) 글이 없는 무자경(无字经)을 련꽃이 번지없는 노래로 부릅니다 방실방실 춤 추는 사리탑 너울너울 노래 부르는 에펠탑 줄레줄레 념불 외우는 피사탑 종각(钟壳)에 널어놓은 스님의 숨가쁜 발자국소리 부처님이 슬며시 거울을 향하여 다시 돌아 앉습니다 갯벌이서 갓 건져 올린 탑속의 달덩이 하나ㅡ     탑2   굴러가던 시간의 수레바퀴 여기서 뚝 멈춘다 살아서 꿈틀거리는 욕망 아직 햇님의 꼬리 물고 파도치는 갈증 태양이 안경을 벗고 불쑥 부처님앞에 경건히 마주섭니다 무주(无住) 무득(无得) 무소위(无所谓) 깨달음의 방생못에서 깜짝 놀란 사슴떼 잉어며 붕어며 미꾸라지며 또한 메기며 한바구니의 삼장십삼부(三藏十三部)를 저마다 손에 하나씩 나눠들고 풀떡풀떡 무아경(无我境)을 헤맵니다
53    사랑을 알기에 사랑마저 버린다 (외4수) 댓글:  조회:2360  추천:12  2014-03-19
시 사랑을 알기에 사랑마저 버린다 (외1수)    (심양) 허창렬   사랑을 알기에 사랑마저 버린다   버리고난후에야 다시금 주어드는 이 리별   그때는 사랑한다는 그 말이 이렇게 어려운 말인줄도 미처 몰랐다   그저 꼭 지켜주리라는 그 말 한마디마저 이처럼 가슴 찌르는   헐망한 돌멩이임을 하나 둘씩 다시금 새롭게 배워간다   정녕 너를 사랑하였기에   눈동자처럼 너를 아껴주는것이 내 생명의 전부, 성스러운 의무였듯이   이제는 지켜줄수가 없기에 돌아서야만 하는 이 헐망한 박수소리   아아 언녕 파김치된 안녕아   손발의 고함소리에 귀를 막는 돌고래떼여   우리들의 슬픈 사랑은 이렇게 너무 빨리 끝이 났어도   우리들의 깊은 사랑은 드디여 나무의 창문을 열고 다시 시작된다   너를 멀리로 떠나보내면서 나는 진정한 남자가 된다   너를 넋없이 지켜보면서 나는 드디여 노오란 손수건이 된다   오늘도 그렇게 느낌을 주며 그렇게 느낌을 받으며   꺼지지 않는 불씨 사진속의 우울한 두 얼굴   사랑을 알기에 사랑으로 버려진 장미꽃 한송이여 기다려달라는 말 이제 더는 하지 않을래       기다려달라는 말 이제 더는 하지 않을래   애써 침착하게 꽃처럼 웃는 파아란 너에게   이파리의 속살에도 부드러운 너의 물향기   작고 침침한 내속에서 자꾸 내 심장을 어루만져주는 너   그렇게 시간이 우리를 버리고 간 그 빈 자리에 하얗게 홀로 서서   죄꼬만 손 보따리처럼 살랑살랑 자꾸 흔들어주는   아아 찢어진 가슴에 내려앉는 먼지여   바라보는 눈길이 차갑게 얼어붙는 싸늘한 등뼈여   강물이 돌담 쌓고 흰 가슴 내밀어도   너는 언제나 내속에서 탁탁 튀는 작은 불꽃이여   이제는 두번 다시 기다려달라는 말 하지 않을래   장미의 눈물마저 작은 풀의 가위질로   얼어든 가슴에 그처럼 큰 상처 아로새겨가면서   마주서면 언제나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내 침묵의 얼큰한 파편쪼각들이여   앉고싶은 자리마다 비둘기떼가 주르륵 흘리는 구슬같은 눈물방울이여   해빛이 몸을 펴고 돌개바람 쫓아갈 때   안녕 내 사랑아 바이바이 내 삶의 무거운 십자가여   쉬다가도 끊임없이 걸어가야만 하는 너와 나 인생의 십자길에서   이제는 두번 다시 기다려달라는 말 하지 않으리.     어떤 느낌 1   하늘에 통통 모래알 차 올리며 입술의 작은 그릇, 쉴줄 모르는 새 한마리 천년의 고요속에 구름 한송이 꺾어들고 숨 막히는 성벽아래 카메라 든 겨울 한쪼각이여 초모자에 말간 눈물 얼어붙은 고드름이여 새들이 잠 재운 동그란 체념 하나 산곡(山曲)의 쇠스랑에 꽁꽁 묶인 손수레여 이제 도시는 나무가 되여 말 없으리 태양이 은하수에 발목 다시 씻더라도 하늘에서 사품치는 정액의 폭포소리 광야에 일떠 선 빌딩숲은 요지부동 죽어서야 입을 여는 창백한 주목 하나   어떤 느낌 2   고삐 풀고 뛰쳐나온 바다 이상한 질문에 다시 발목이 꽁꽁 묶인 바람 천년의 사랑 만년의 애증이여 시간을 노래하는 불타는 도화선이여 로쇠한 갱신속에 울퉁불퉁 깔리는 내 사랑의 아픈 파도여 백조의 외투에 폭포로 물들인 빨간색 물감이여 사슴이 숙녀의 몸에 수놓은 점잖은 인삼꽃이여 손가락에서 딸깍거리는 마녀의 새까만 유리구두여 정령의 입김속에서 나풀거리는 하루살이 시간들이여 젖을 먹고 키 크는 한마리의 예쁜 호랑나비여…     돌틈에 피는 꽃 ㅡ고 박화선배를 기리며ㅡ   서러운 땅 60여년 메주 밟으며 돌틈에서 치수 잰다 재빛구리단추 하나 쪽배속에 볕쪼임하던 그 멋진 양산도 술타령이였던가 언제나 내속에서 숨 쉬는 발자국 돌틈마다 하얗게 손톱 발톱 다 박고 하늘을 우러러 파랗게 숨을 쉬는 궁궐안의 파랭이꽃 한송이 창을 열면 언제나 어둠에서 터벅터벅 걸어나와 장등같은 아픔으로 날개를 쓰다듬으며 어김없이 내곁으로 달려오는 푸른 종소리ㅡ  
52    야랑자대(夜郎自大) 댓글:  조회:2394  추천:2  2014-03-19
  야랑자대(夜郎自大)     한사람이 자신의 속성(属性)마저 인지(认知)하려 하질 않고 자신의 무명(无明)에 대하여 알려고조차 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아마도 이 세상에서 저밖의 세상을 제일 잘 모르는 그런 사람일것이다. 어떤 사람들이 이런 부류에 속하는가?  필자가 생각하건대 오민불손(桀骜不训) , 광망(狂妄) , 자시심고(自视什高) , 안공무물(眼空无物) 혹은 살아가면서 콤플렉스가 너무 크거나 바로 지적인 장애가 있는 그런 사람들인것 같다     중국고사성어중에 야랑자대(夜郎自大)라는 이야기가 있다. 고증(考证)된바 이 말은 한서(汉书)중 한편인(西南夷两粤朝鲜传)에 기록된것인데 기록에 따르면 한나라때 한무제(汉武帝)가 사신을 전(滇),즉 지금의 운남에 파견, 당시의 서남이전왕(西南夷滇王)이 한나라 사신에게 묻기를 이 말의 뒤끝에는 고 기록돼 있음. 월은 지금의 광동과 광서성, 전은 지금의 운남성, 굳이 풀이하면 이러하다. 전왕과 야랑후는 모두 그 당시 서남이조선(西南夷朝鲜)의 수령들이였는데 그들은 한나라와 종래로 래왕이 없었으며 또한 아무런 서산거래조차 없었던만큼 한나라가 얼마나 큰지를 전혀 모르고 있었던것이다. (한나라가 우리 나라만큼 큰가? 汉于我郭大?)는 전왕(滇王)이 물은것이 분명한데 거기에 야랑후까지 끌어들여 오늘날 폄하와 조롱의 대상으로까지 번져진것이다.     길게 더 설명을 하자면 후세에 야랑후가 벌판에 이르러 하고 물으면 신하들이 일제히 하고  산꼭대기에 올라서서 하고 물으면 또한 일제히 하고 대답한다는 등등 ㅡ조금 더 허심하고 실제적인 각도에서 살펴보면 필자가 보건대 , 는 근본 존재하질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에게서는 자대(自大)의 뜻이 전혀 보여지질 않기때문이다. 진정한 대(大)의 자거(自居)는 한조(汉朝)ㅡ 여기서 누구나 명백히 엿볼수 있는것은 한나라사신의 자대심리뿐이기때문이다. 이렇듯 한자는 참으로 오묘하고 뜻이 또한 너무 깊다. 자(自)와 대(大)를 합치여 점 하나만 더 찍으면 추(臭)자ㅡ 사람은 누구나 추하게 살지 말아야 한다. 나는 현재 남에게 너무 추하게 살고 있지나 않은지? 이 세상에 털면 먼지 나지 않는 사람이 어디에 있을가 ? 이제는 누구나 한번쯤 자신만이 아닌 다른 사람의 립장에 서서 자신의 지난 행보를 조심스레 되돌아볼 그런 시간들이 필요하지 않을가 나름대로 생각해본다.
51    에밀도 4 댓글:  조회:2274  추천:7  2014-03-17
  에밀도( 额娘图) 4   거미의 손에서 엄마의 숨결을 읽는다 아들은 하늘이 내여준 선물 딸은 싱그러운 국화꽃 땀방울이 무성하게 숲속에 줄 지어 서있다   눈곱을 뗀 새벽이 강을 건넌다 갓 잡아올린 붕어의 창(肠)을 가재와 사이좋게 나눠먹는다 개구리보다 언제나 더욱 슬프게 우는 바위ㅡ   엄마의 손은 새로 짜놓은 거미줄이다 배고픈 자식들을 등에 업고 오늘도 동구밖에서 누가 오나 하루종일 눈빠지게 하염없이 기다린다 에밀도 5   바람이 귀구멍을 뚫는다 귀구멍에서 황소울음소리 꺼내든다 쩡ㅡ쩡ㅡ 짱ㅡ짱ㅡ 거부기등, 갈라터지는 근심덩어리 손발이 꽁꽁 언 하늘을 가슴에서 녹인다 잠간 야채수프를 입에 물고 생각에 빠진 저가락 황소의 눈에서 엄마냄새가 물씬 난다 울바자밑에 기어이 쓰러지는 애기똥풀 카메라앞에 조심스레 모자 벗는 앵무새 산장의 레코트 긴 음반에서 에밀레종소리가 떠엉ㅡ떠엉ㅡ 코끝에 울린다   에밀도 6   깎두기 , 물김치인가요? 잔치집에 흥이난 손발이 통통 부르튼 메밀국수인가요? 치마자락 너풀거리는   영웅의 색깔 죠지수아의 방탕한 웃음 넌덜머리치는 지페 한장 실밥이 터진 아기울음소리ㅡ    에밀도 7   사랑하다 죽을겁니다 아마도ㅡ 사랑하다 죽일겁니다 아마도ㅡ 사랑하다 벙긋 웃을겁니다 아마도ㅡ 사랑하다 왈칵 다시 울겁니다 아마도ㅡ   그렇게 사랑하고 또 사랑하다가 내가 먼저 북이 될겁니다 두웅ㅡ 둥ㅡ 둥둥둥 ㅡ 흔들리는 호수 흔들리는 지구…    에밀도 8   산이 풀잎에 손을 벱니다 물의 코끝에 잉어 푸들칩니다 항해의 기발을 무덤에 꽂아놓고 콜롬부스의 고함소리에 녹이 쓴 장검 내 삶의 끝은 십방(十方)어디입니까? 해적의 손끝에서 부서지는 해살 보장(宝藏)속의 에메랄드 부서지는 무지개     에밀도 9   점 점 다가서는 두 사람 코끝의 땀방울 바람이 씻는다 여기서부터 시작일가? 부서지는 눈길 꺾두룩히 다시 마주잡은 두손 아빠의 멜가방속에서 두근닥근 가쁜 숨 몰아쉬는 저가락ㅡ   에밀도 10   마이산* 곱바람에 찢어진 푸른 살결 십리하* 잔등에 기대앉아 흰수염 만지던 최령감* 열하의 기록속에 얹어놓은 에밀레종소리에 백암성* 버들가지도 서러워 우누나   1, 마이산(马耳山) 심양시 경내에 있음 2, 십리하(十里河) 현재 료양시 경내의 작은 실개천 3, 최치원과 열하일기를 가르킴 4,백암성(白岩城) 현재 료양시 경내에 고구려 산성     고개길  1   옥이랑 순이랑 손에 손잡고 책가방 어깨 걸고 학교 갈적에 랄라라 코노래 방실 함박꽃 보고싶다 그 동년의 돌돌 돌다리   메뚜기 베짱이 손을 내밀고 보풀이 인 입술에 밥알 매달고 고개너머 숲속으로 달려가던 하학종소리 아아 꿈엔들 잊으리오 추억속에 배 부른 내 고향 고개길이여         고개길  2   까맣게 운다 노랗게 웃는다 어느새 익어버린 산딸기의 안타까운 눈물 꼬장꼬장 말라버린 긴 추억을 두손에 돌돌 말아쥐고 인정의 문턱에서 서성이는 계산된 눈물은 또한 얼마였더냐? 한숨쉬는 딸라 하품하는 인민페 아슬아슬한 고개길엔  내 그림자 이젠 없다…   고개길 3   ####&&$$   종소리 따라 아빠가 걸어가신다 엄마가 뒤쫓아가신다 지구를 열한바퀴쯤 더 돌고나서야 동생이 손발을 내민다   구불구불 빗자루에 타고 세월이 넘어진 그 자리ㅡ
50    돌 2 댓글:  조회:1866  추천:5  2014-03-16
돌 2   나에게 너는 아무것도 아니듯이 너에게 나역시 아무것도 아니리라 아무것도 아닌 아무것이   아무렇게나 모여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아무것으로 완성이 되면 돌은 손발이 너무 시려 다시 돌아눕는다 아직 푸른 이마, 아직 쓰거운 생각ㅡ 한때 바위였다고 떠들지도 마라 왕년에 호랑이 안 잡은 영웅이 어디 있으랴 돌은 그저 그냥 돌이여서 좋다 돌돌돌 시내물과 노래 부르며 먼 바다로 달려갈 이른 새벽 푸른 꿈을 혼자 꾼다…   돌 3   이상하게 모난 돌이 자꾸 가슴을 찌른다 비켜서면 비켜 설수록 기어이 쫓아와 또 이마를 쫗아댄다 심장을 홰불로 조심스레 꺼내든다 출렁이는 강물속에서 붕어의 파란 눈알이 번뜩번뜩거린다 어느새 돌틈에 끼여 옆구리 잡는 돌쫑개 돌아 앉아 한숨 쉬는 돌과 돌돌 ㅡ 두루뭉실한 돌이 모난 돌의 어깨를 다시 툭툭 건드린다 깨여지고 부서져도 돌은 계속 그렇게 아픔 모르는 새 돌이 된다   돌 4   돌도 아닌 진흙이 가슴에 돌을 품고 부화를 시도한다 주절주절 끝없는 누군가의 념불소리 해산을 도와 미꾸라지가 땅을 박박 뚜진다 드디여 드러나는 손발 새까만 머리카락 그대는 뉘신데요?ㅡ 출생의 아픔을 잊고 말끔히 하품하는 돌…   돌5   엎어지고 짜개지고 넘어지고 베여지고 손발이 통통 부르튼 너의 모습에서 낮은 산의 그림자를 본다 이 세상의 굴삭기 얼마나 많이 네몸을 짓밟고 지나갔을가? 바람은 또한 얼마나 많이 네 얼굴을 걸레로 딲고 땀방울로 어루만졌을가? 돌이 되기 위하여 너는 바위의 모습마저 언녕 버렸다 돌이 되여서야 다시금 귀향길을 온몸으로 밟아보는 너무 늙고 생채기마저 아픈 돌 ㅡ   돌 6   돌은 손에 주어들면 울지를 않는다 멀리 쥐여뿌리면 그제야 윙ㅡ윙ㅡ 운다 가슴이 아파도 아예 울줄조차 모르는 돌은 언제나 길바닥에 조용히 눕는다 이 세상의 숱한 인간과 숱한 짐승떼 그리고 차들이 짓밟고 지나가면 그제야 삐꺽대며 혼자 잉ㅡ잉ㅡ 달빛에 운다…     돌7   돌아서서 둘러보면 한무더기 돌더미 인생을 반평생 돌과 씨름 하였다 아파도 꾸욱 참고 이마에 굵직하게 새겨온 년륜 손발에 얼룩진 피자국은 또 얼마였더냐? 이 세상의 진리마저 차갑고 딱딱한 그런 지침돌이였음을 불쑥 깨닫고 나는 다시 허름한 돌이 되기로 결심한다 밟고 더 높이 올라서라고 그리고 새별이 전하는 휘파람소리라도 가끔씩 전해달라고…     돌 8   아직 팔팔하다 아직 쌩쌩하다 눈 먼 돌팔매질에 유리창이 찰랑 깨여져도 주어들면 돌은 상처가 없다 그냥 사람들의 더운 입김에 하얗게 가슴 시린 돌… 돌…
49    시인의 자세 댓글:  조회:4683  추천:6  2014-03-14
시인의 자세      누가 만약 나를 시인이라고 부르면 나는 거부한다. 왜냐하면 황공하고 황송스럽기때문이다. 그만큼 시인의 자격은 아무나 마음대로 가질수 있는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때문이다. 특히 요즘같은 세월 돈만 주면 명순이도 돌석이도 시집 한두권정도씩은 낼수가 있고 또한 정말 하찮은 시들로 얼렁뚤땅 상도 받을수가 있겠지만 빈 퉁재가 소리 높다고 이런 얼간이들이 어디를 가나 시인행세를 해대고 굳이 주석대에까지 부둥부둥 기여올라 무슨 회장이요, 주임이요 설쳐대는 그런 장면에 마주치면 누구나 저도몰래 눈살이 찌프려지는것을 어쩔수가 없다. 우리 다함께 한번 상상을 해보자. 평생 옳바른 글 한편 시 한수 써본적이 없는 얼간이가 무슨 학회 회장, 무슨 분과 주임, 시인이랍시고 명함부터 내민다면 당신은 보기가 어떠할련지?    시인은 말이 아닌 작품으로 승부하여야 한다. 일찍 고 김성휘시인님이 그러하셨고 현재 사실주의와 초현실주의 창작거장 ㅡ강효삼시인님 역시 그러하시다. 언젠가 한 이름있는 평론가가 강효삼시인님을 우리 시단의 이라고 묘사한것을 보고 섭섭했던적이 있다. 필자와 나이 비슷한40- 50대 문인치고 북방시단에서 강효삼시인을 모른다면 그는 진짜 간첩이 아니면 외계인일것이다 .흑룡강태생인 필자에게 있어서 강효삼선배님은 그런 푸닥거리꾼이 아닌 북방시단의 엄연한 시혼(诗魂)이시다. 혹자는 이게 무슨 망발인가고 불복할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강효삼 선배님의 시 한수를 우선먼저 살펴보자     아버지의 초상화 강효삼 한평생 락을 바라고 허위 허위 쫓았지만 그건 꿈에 본 신기루 쫓고 쫓아도 그냥 그만큼 멀리 있어 가다가다 지쳐누운 나지막한 산비탈에 허리 착 꼬부라진 늙은 비술나무 한구루 - 삼밭처럼 숨막히는 오두막,찢어진 문풍지를 비집고 젓가락처럼 새여드는 빛을 거친 피부에 바르던 못난 사나이였다. 산해진미는 평생 팔자에 없어 다마토리 술 석잔 - 그것에도 취해서 목침베고 뽑는 가락은   그나마 앞에선 노래도 못 넘기고... 가파론 산을 톱는 초부처럼 암벽을 쪼아대는 석공처럼 힘들고 아프게 흙을 뚜져 참께 기름같은 땀을 동이로 짜냈던 누렇게 말라도 독한 잎담배였던걸 그래도 때묻은 동저고리 옷고름 잡아 풀면 장작개비처럼 말라가는 가슴에도 남은 것은 비취색 하늘같이 깨끗한 마음 - 젖은 장작같이 바른 금 쫙쫙 서는 참나무였다. 옹배기는 숭늉같이 근심과 걱정을 증발시키며 인내를 연덩이로 굳혀들고 굴종을 담배로 말아피우며 근로와 선을 새끼처럼 꼬아서 뒤로뒤로 넘겨주고 태여날 때처럼 맨주먹 저세상을 가시였다. 아, 흙을 앗기고 흙에 미쳐 흙을 찾아 지구를 류랑한 나그네 - 그때문에 고향도 혈육도 다 잃는 눈물에 젖은 무명수건아, 무지와 순박, 근로와 인내를 한데 버무려 소여물처럼 새김질한 늙은 황소여       이 시를 읽고서 눈시울이 뜨거워지지 않는 자가 있다면 우리 어찌 그를 인간이라 부를수가 있으랴? 그래도 불복이라면 아래에 두수 더 보자   나의 방황 강효삼 결국은 떠나기 위하여 우리는 이곳에 온것인가  그 먼 시발역이 오늘 그렇게 발길 닿고싶은 종착역이 될줄을 하다면 누가 알리 끝없는 방황속에서 오늘의 종착역이 다시 또  래일의 시발역이 될지 이렇게 시발역과 종착역이 엇갈리는 고행길우에 피와 땀의 눈물어린 발자욱을 먹으며  향방도 없이 굴러가는  어쩜 나는 하나의 못난 굴레바퀴인가 길과 아버지 강효삼 누우런 알몸뚱의 황토길 길의 운명이 된 그날부터 얼마나 많은 발길이 이 한몸 짓뭉개고 지나갔을가 깊고 낮은 그 상처 기워내느라 길의 처절한 몸부림이 보인다 하지만 세월이 핥퀴고 간 그 많은 상처 죄다 아물수 없는 길은 아픈 기억을 떨쳐버리지 못한채 신음소리 없이 뒤척이고있다 세월이 가면 길도 늙는지 거친 피부 꼬부라든 몸뚱이 수림속에 묻혀가는 그 옛날 수레길 따라 걷노라니 아, 이 길너머에 이 길을 짚고 가신 아버지의 쇠잔한 얼굴이 보인다    어떤가 ? 당신은 이 앞에 시인이라고 떳떳이 명함을 내밀 자신이 있는가? 어떤이는 나는 현대시를 쓴다고 할것이다. 그렇다면 한마디 더 묻고싶다. 최룡관선배님의 을 읽었느냐고? 혹자는 이 책을 이단적이라고 한다. 필자가 보기에는 이단이 아니라 삼단 사단 오단이라고 해도 나에게 필요한것이라면 꼭 읽어야한다. 이렇게 좋은 책을 읽고서도 당신의 시적인 근본사유에서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미안하지만 당신은 바보 아니면 둔재일것이니 이제라도 아예 문학을 접으라고 권고하고 싶다. 일전 필자가 작가창작마당에 라는 즉흥시를 올려놓았더니 어떤 작자가 무척 찔리는것이 있었던지 련속 여섯번이나 똑같은 댓글을 반복하면서 비아냥거렸다. 역시 소인배다운 그의 행적에 허구픈 쓴웃음이 절로 나는것을 어쩔수가 없었다. 평론은 올리추기식이 아니다. 아픈 매가 문인으로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되듯이 남이 조금 비평을 하였다 하여 숨어서 댓글이나 달 그 지경의 형편없는 문인이라면 한마디 묻고싶다 . 넌 시인이 아니라 인간이 될 최소한의 자격이라도 있는가고?   2014년3월13일
48    전통시 현대시 하이퍼시 묶음 댓글:  조회:2117  추천:2  2014-03-13
전통시묶음 우리 가끔 한번쯤은 1   너무 쉽게 사랑하고 너무 쉽게 헤여지며 너무 쉽게 마주서서 너무 쉽게 다시 만나자 말하지를  말자   따지고보면 우리네 인생은 허다한 막무가내ㅡ   준것 없이 밉고 미운 그저 그런 사람에게도 때로는 그 악연마저 코마루가 시큼하도록 고마울때가 더욱 많더라   너무 쉽게 하나 얻고 너무 쉽게 하나 버리며 너무 쉽게 이 세상을 손가락질해가며 너무 쉽게 이제는 서로가 서로를 잘 아는척도 하지를 말자   따지고 보면 이 세상 인연이란  항상 바늘과 실같은것ㅡ 바늘 없는 실이 무슨 소용있으랴? 실 없는 바늘이 또 무슨 소용있으랴?   살을 저미고 뼈를 깎는 크나큰 고통이 없이는 작디 작은 행복마저 없는 법 마음이 무거우면 무거운대로 가슴이 미여지면 또 미여지는대로   저 작은 숲의 움직임에도 순리를 알며 차 한잔 시 한수에라도 만족해하며 살자 풀잎에 손을 베고 터벅터벅 혼자 걷는 날이면 너무 슬프다   우리 가끔 한번쯤은 가슴이 미여지게 아프고 쓰라리더라도 너무 쉽게 만났다가 너무 쉽게 돌아서며 다시 만나자는 말을 쉽게 하지를 말자   존재의 리유   사람이면 사람인가? 사람이라면 사람처럼 사람다운 사람이 되여 사람이 사람을 아끼고 사람이 사람을 서로 배려할줄도 알고 사람이 사람을 서로 미워하지도 않고 사람이 사람을 너무 시기질투하지도 않으며 사람이 사람다운 사람으로 거듭나 사람답게 사람다운 사람이 되여 사람처럼 떳떳이 살아야 내 너를 사람이라 하리라ㅡ   너를 보면 자꾸 웃음이 나온다 너를 보면 자꾸 웃음이 터진다 너를 보면 자꾸 웃음이 쏟아진다 그러다도 하루종일 옹색한 너를 쳐다보고 또 쳐다보노라면 종내 울음이 나온다 종내 울음이 터진다 종내 울음이 쏟아진다 필경 너역시 이 세상의 미물도 아닌 인간이기때문에 필경 너역시 이 세상의 추물도 아닌 인간이기때문에   사람이면 사람인가? 사람이라면 사람처럼 사람다운 사람이 되여 사람이 사람을 서로 아끼고 사람이 사람을 서로 배려할줄도 알고 사람이 사람을 너무 미워하지도 않고 사람이 사람을 너무 시기하고 질투하지도 않으며 사람이 사람처럼 사람답게 그 어디에 내놓아도 떳떳한 사람다운 사람이 되여 사람답게 살아야 내 너를 사람이 하리라ㅡ                                     2013년6월16일   어떤 문단 풍경 1   파리가 복뚜꺼비 꿀꺽 삼킨격 여우가 돼지를 꼴깍 삼킨격 속까지 새까만 생쥐 몇마리 잡아놓고 오늘도 저 쥐 잡은 포수들의 우렁찬 개선가는 듣기조차 너무 민망하고 요즘은 또 이렇게 정신이 온건한 사람이 되려 이상한 취급 받을 때가 가끔 있다   신작로 대통로로 활개치며 걷는 이를 절름발이 행군에 땀동이 펑펑 쏟고있는 이들이 코 막고 답답하다 풉풉 웃고 해마다 열리는 어느 캠퍼스안 이상한 세미나에서는 뒷골목 고스톱천재들과 이데올리기천재들이 얼큰한 소주에 시며 소설이며 수필이며 평론을 낙지처럼 구워놓고 한 세상 푸념끝에 저마다 제 털이 검붉고 제일 독창적이다고 아우성치고 있다   전통은 언녕 이발빠진 사발 현실주의는 어느사이 쓰고버린 콘돔 사생아취급에 모더니즘이 비루먹은 당나귀신세 되여 한켠에 물러 서서 눈치보기에 너무 바쁘다 새소리인지 바람소리인지도 모를 누군가의 어설픈 축사ㅡ 이게 무슨 개 뼉다귀 갉아먹는 소린지 도통 알아 들을수조차 없건만   객 하나없는 큰 잔치판에서 짝짓기 급한 숱한 홀애비들과 살만 피둥피둥 찐 과부들이 어절씨구 북을 치고 어화둥둥 장구치고 제 멋에 흥겨워 춤 추고 노래 부른다 말 없는 랭보 할말을 잃은 밀턴 이런 잔치엔 결코 참여치도 않는다며 지나가던 이웃집 개가 전봇대밑에 멈춰서서 껄껄껄 하루종일 웃고 있다                             2013년3월20일       주해; 랭보와 밀턴 모두 현대시 주장파들임                어떤 문단 풍경 2   벼룩이 간 듬뿍 소금찍어 빼여놓고 한다하는 식객들이 줄줄이 모여든다 선생《先生》은 많으나 의인《义人》하나 없다 한치 두치 세치 길어봤자 네치ㅡ 결국 한치 앞도 제대로 못보는 날쌘 준치들에겐 지금 아무런 사상이 준비되여 있질 않다   하나 둘 셋 넷 그리고 또 어느 하늘아래 똥별만큼 눈물이 너무 헤픈 녀인네들과 궁중의 내시마냥 지조 높으신 꽤 듬직한 분들이 아이러니하게 시인 학자 수필가 소설가 평론가 온갖 간판 죄다 내다 걸고 21세기 종족번식을 위한 심포지엄이 한창이다   쩍하면 된장에 고추장타령 부를줄 아는 노래라곤 세치네타령뿐인 그대 지금 철학하는가? 헤세나 피타고라스 저작 한두권정도 아니 읽고 칼을 막 쓰는 사람처럼 그대 지금 철학하는가?   노루가 제 방귀에 깜짝 놀라 이상하게 까무러치던 날 방귀다운 말씀에 그들은 언제나 제법 큰 전설이 된다                           2013년3월30일 현대시묶음 지구   감기라도 드셨나요? 손발이 너무 차거웁군요 밤이불이 너무 얇은건 아닌가요?   뭐라구요? 살기가 너무 힘이 든다구요 왜서일가요?   직장에선 스트레스 집에 가면 마누라 바가지 아직 대학 갈 아들애의 학비마저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구요?   그럼 어쩌죠? 리자돈이라도 꿔드릴가요? 뼈빠지게 너무 부담스러울텐데ㅡ   지구는 말이 없다 하루종일 그는 지구의를 돌려가며 혼자 중얼거린다   당신이 부르실때 1   우리 이대로 정말 좋을가? 우리 이대로 정말 행복할가? 식상한 맨트보다도 더욱 근사한 아침에 과거를 초대한다   력사는 아이러니하게도 언제나 코미디언 추억은 언제나 쓰다버린 콘돔 말쑥한 꽃향기에 흠뻑 취한 꿀벌처럼 부지런한 숱한 아낙들이 벌써 흡혈귀처럼 끈적끈적한 오르가즘을 하얗게 분칠을 한 하늘가에 거침없이 쏟아낸다   이천공십삼년 계사년팔월이십구일 여름은 아무런 리유도 없이 외도같지도 않은 리유 하나때문에 낯이 뜨겁고 유치한 몽상속에서 안타깝게 젊은 시간들을 헐값으로 팔고 사며 그렇게 축축히 젖은 래일을 맞이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여보게 마이거스 뮤러ㅡ 우리들의 이야기 시작은 언제나 날쌘 돌멩이였지 그러나 결말은 언제나 발기부전 신이 아직 살아있다면 나는 이제 무엇을 더 준비해야 하고 나는 이제 무엇을 더 기다려야 하는가?   진군의 저 나팔소리에 천사들은 언제나 그러하듯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천국과 지옥의 상공을 오르락 또 내리락 우르릉 쾅쾅 번개치는 심장 우르릉 쾅쾅 우뢰 우는 부름소리 이제야 나는 드디여 게으른 잠속에서 깨여나 보네   아아 우리 이대로 살다가 떠나가면 얼마나 원통할가 아아 우리 이대로 살다가 훌쩍 떠나버리면 또한 얼마나 억울할가? 스펀지에 조심스레 새겨놓은 깨달음의 락서 미래의 또 다른 반쪽얼굴에서 미련이 조심스레 깨여나고 있다       2013년6월19일      *마이거스 뮤러(麦克斯.缪勒); 영국적 독일인 동방 종교학자 는 명언이 있다* 당신이 부르실때 2   네가 여직 모르고 있는 진실 하나 말하면 너 이제 정말 믿겼니?   전생에 우리 집 꼴 머슴이였던 너는 그 잘난 꼴값 다 하느라 언제나 내앞에서 온갖 꼴값을 다 떨고   전생에 우리집 문지기였던 너는 나만 보면 으르렁대며 노려보고 있구나   또 내 귀한 도령시절 방자였던 너는 오늘날 불쑥 나의 상전이 되여 나의 일거수일투족 낱낱히 살펴보고   향단이였던 너는 오늘날 도고한 녀인이 되여 마주치면 언제나 못본척 외면하고 있구나   심은만큼 거두는 리치 모두다 아는 법 이제는 치가 떨리게   신물이 나는 이 세상사ㅡ 래생에는 우리 다시 귀한 손님이 되여 다시 만나자   남은 여생 내가 이제 너희들의 종이 되고 머슴이 되고ㅡ손발이 되고   륜회의 강가에서 쪽배 한척 애타게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태초의 여름   태초의 여름 우주의 자궁에서 알몸뚱이 너와 나는 발가벗은 진실앞에 웃고 떠들고 까부러치며 그렇게 아무런 후회도 없이 그렇게 아무런 미련도 없이 흘러가는 시간들을 이글거리는 숯불에 부지런히 굽고 있었다   태양은 존재의 의미로 그냥 빛났고 별들은 우리들의 이야기에 취해 두눈을 계속 깜빡거렸고 시대의 목마른 갈증에 뼈마디 굵직한 좌우명들은 누군가의 목에 무거운 십자가를 진주 목걸이인양 척 걸고 있었다   얼마나 찬란한 우리들의 사명이였던가? 얼마나 눈이 부신 우리들의 과거였던가? 또한 얼마나 유치하고도 서러운 신들의 통곡이였던가? 어느사이 숲을 이룬 문명 칼춤이 류행처럼 란폭해져가는 인심ㅡ   이제는 팔고 사는 인정보다 오히려 추억이 더욱 지혜로운 시기 이제는 질투나 배신보다는 포용이 더욱 필요한 시기 태초의 여름이 잠을 깨고 불쑥 우리들곁에서 조용히 일어서고 있다…   2012년 10월12일 태초의 가을   네가 알수 없는 비밀 하나 더 말해줄가? 위대한 시인의 심장은 가난해도 쿵쿵 뛰고 어리석은 저 세월의 어리광대들은 량심의 빈 터전에 궁전을 짓고  부를 축적하고 있다   태초의 가을도 오늘처럼 오곡이 무르익었고 우유와 빵으로 허기진 배를 겨우 달랜 무함모드나 요셉의 그 거짓같은 설교는 오히려 거짓에 거짓하나 없는 너무나도 새빨간 거짓말같은 진실이였다   또 무엇이 우리를 이처럼 힘들게 하고 있는가?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해답인가? 그것을 알려고 했던 자들은 이제 아예 알려고도 하지를 않고 아무것도 모르는 자들이 차려놓은 술좌석에서는 언제나 하느님마저  항상 말석이다   그렇게 시간은 너무나도 많이 흘렀고 며 굼벵이 한마리 화려한 나비의 새로운 몸짓을 꿈꾸며 이 세상 이 끝에서 이 세상 저 끝으로 부지런히 기여가고 있다       2012년10월12일   하이퍼시 3수   달 2   구월의 꽃장대우에 팔월의 입술이 떠올라 손목이 파르르 눈섭이 자꾸 떨린다   로련한 뻐스기사의 그 헬쓱한 미소를 길섶의 돌멩이며 참개구리들이 아무도 기억조차 하지 않는다   반디불이 호박잎 하나 따들고 서성이는 어느마을 동구밖 개짖는 소리가 문득 총포소리로 들린다   찌르륵ㅡ찌르륵 ㅡ 짜르륵ㅡ짜르륵ㅡ   귀뚜라미 손 씻는 소리는 변형된 상형 문자체   어둑시레한 뜨락에서 암탉이 수탉의 손을 잡고 알을 똘똘 굴린다         무지개   피, 피, 수술칼이 하늘을 긋자 별들이 와르르ㅡ 와르르ㅡ 호주머니속으로 쏟아진다. 금시 심장들이 살아서 팔딱팔딱 숨을 쉰다. 단단한 부리로 노래를 골라 부른다. 콜롬부스와 해적의 노래, 병마개 딴 아버지의 노들강변, 아코뎅에 발목 묶인 창녀촌의 긴 창부타령, 노숙자의 숫구멍마다 금박상표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상복을 차려입은 나무들이 나란히 줄을 서서 볼륨을 높여가며 짝짝짝 박수를 친다. 빗물은 빛의 속도로 빨갛고 파란 신호등을 넓은 잔등으로 서슴없이 켜댄다. 잠시 우리에 갇힌 짐승떼. 다시금 포효하는 젊은 바다ㅡ   심장이 딸깍 멈춰버린 흰갈매기 한마리 겁에 질린채 허름한 비파를 안고 바위곁에 쭈크리고 서 있다 비속의 안경, 그리고 나무가 되여버린 남자   뿌옇게 개구리 울음 슽피 우는 어떤 곰바위우에 흰광목옷 차려입은 신단나무 한 그루 어두커니 서있다 언제 어느때부터 손발을 꽁꽁 묶어버린 빨간 댕기 현미경으로 들여다봐도 사람의 그림자는 없다   그는 포도밭 넌출사이에 서서 까만 눈을 깜빡거리는 그녀 몰래 살짝 샤타를 눌러간다 머루가 다래보다 달다는 사실 여태 몰랐다며 포도밭에서 그녀는 하ㅡ손을 벌리고 또다시 앙탈을 탄다   실내의 가구들이 깨끗한 걸레로 얼굴을 말끔히 딲는다 마른벽이 축축히 땀에 젖는다 정자밖의 오동나무숲에서 멧새 한마리 봉황의 꿈을 꾸며 흠뻑 젖은 깃을 훌훌 입김이 더운 안개속에서 털며 근시안경을 건 나무에 기대여 서있다
47    폭죽 댓글:  조회:1743  추천:5  2014-03-12
폭죽   터지는 가슴속에 활짝 핀다 꽃들이 윈윈 쌈쌈 컨트롤이 되여 한점ㅡ또 한점ㅡ 손끝에서 퍼져나가는 빨간 피방울 하늘을 발목에 불쑥 잠근다 우왕ㅡ좌왕ㅡ 갈곳 잃는 잡귀신떼의 더욱 요란스러워지는 빨간 울부짖음 소리ㅡ   도시의 아침   뻐스의 바퀴에 껌이 잔뜩 매달려 있다 한결 소란스러워진 바퀴벌레 소금을 뿌린다   해님의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되여 있다 피곤하시죠? 꽃의 깎듯한 물음에 눈물이 주르륵ㅡ   아침은 어깨를 툭툭 털고 그제야 가방을 한손에 주어들고 조심스레 일어선다…     삼학사의 그늘   심양의 황궁에는 그늘이 있다 웃어도 떠엉 떵ㅡ 우는 종   칼이 부러진다 붓끝에 피를 찍어 연지 바른다   돌아앉는 부처 손발 찾는 하이에나   긴 이발ㅡ     새 1   옷을 벗으면 우습다 모자를 쓰면 더욱 우습다 근시안경에 탁구채 잡은 너를 보노라면 옛날  제기 차던 고구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이제는 또 당구 치고 있니?    
46    [평론] 달빛은 무지개가 아닌 뿌리를 바위에 내린다 댓글:  조회:4475  추천:12  2014-03-11
달빛은 무지개가 아닌 뿌리를 바위에 내린다       2013년 도라지잡지 제5기 14인 하이퍼시특집에 부치는 편지                            평론 허인                               ㅡ 들어가면서ㅡ      지난 2013년은 조선족시단에 있어서 다재다난(多灾多难), 다희다흥(多喜多兴) 조금은 시비가 엇갈리는 그런 한해인것 같다. 다재다난하다고 하는것은 오래동안 북방시단을 리드해왔던 한춘선생이 안타깝게 타계하신것이고 다희다흥하다고 말할수 있는것은 우리 문단에도 드디여 하이퍼시가 상륙하여 적잖은 센세이숀을 불러 일으키고 있기때문이다. 일전 필자는 조선문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2013년 도라지잡지 제5기에 실린 최룡관, 박장길, 김철호, 김견, 심예란, 방순애, 허옥진, 정두민, 최려나, 황희숙, 려순희, 신금화, 방산옥, 김동한 14인 선배시인님과 동우시인들의 하이퍼시 32수를 읽고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과 한께 마침내 국내의 독자들도 이제는 굳이 한국 시단이 아닌 우리 조선족문단에서도 하이퍼시를 마음껏 감상할수 있게 되였구나 하는 생각에 공연히 마음이 설레이는것을 어쩔수가 없었다.    아직 필자의 좁은 소견일지도 모르겠지만 전통시 감상은 항상 뜨거운 가슴이 있어야 했고 현대시 감상은 특히 사유가 랭철해야 하였으며 하이퍼시 감상은 의식의 흐름, 즉 공유의 무의식을 대동하는것이 더욱 중요하지 않을가 나름대로 생각해본다. 백문불여일견이라고 그럼 아래에 우리 조선족시단의 개혁파 거장이고 현대시보급에 오늘도 아낌없이 투혼을 발휘하고 있는 최룡관선배님의 부터 조심스레 살펴보자. 나에게 있어서 대선배이고보니 평론마저 조심스럽지 않을수가 없음을 사전에 미리 말씀 드리면서 본문으로 들어가 보자   ㅡ달고 가며 달려 가고 끌고 가며 끌려 가며ㅡ   기발   조의의 기발이 구름을 휘감아치고 태산도 천군의 발바닥을 핥으러 달려오네   청마는 소리없는 아우성이라 하고 마야꼬브스끼는 회의 꾸러기라고 하고 룡관이는 나붓기는 절망이라고 한다   제비들은 봄자와 가을이라는 글자를 쓰며 북으로 남으로 날아오르고 송어들은 죽음의 굽이를 돌고돌아 물방아도 그림자를 남길수 없는 삼도천의 자갈밭을 찾는다     (조의;고구려애국랑도명칭)      전문이다        하이퍼시의 특징은 다선, 다시점, 다초점이 기본 주축으로 된다 . 따라서 단순한 의식의 흐름만이 아닌 무의식이 배동 되여있기에 이 한수의 시를 읽고나면 마치 한폭의 거대한 그림이 우리들 눈앞에 불쑥 펼쳐지는듯한 그런 느낌이 든다. 또한  거창한 자아발로마저도 자연스럽게 자연에 다시 결부시켜가면서 그러한 의식의 흐름과 무의식속의 뜨거운 자아를 때로는 독자들의 판단에 맡기도 하며 인간 본능주의적인 호매로움과 그러한 경계(境界)ㅡ 즉 리상적인 갈구는 어디까지나 어깨가 단단하고 든든한 바위가 되여 오늘도 지향에는 아무런 구속(拘束)이 없음을 말이 아닌 생동한 그림으로 차근차근 설명해 나가고 있다. 특히 3련으로 된 구성된 이 시의 제일 마지막 련 / 제비들은 봄자와 가을이라는 글자를 쓰며/ 북으로 남으로 날아오르고/ 송어들은 죽음의 굽이를 돌고돌아/ 물방아도 그림자를 남길수 없는/삼도천의 자갈밭을 찾는다/로 이미지를 총집합시킨 이 시의 텍스트는 줄곧 고구려 애국랑도 조의의 기발로부터 시작하여 어마어마한 그림으로만이 완성이 가능한 태산, 천군, 발바닥, 아우성, 회의, 꾸러기, 절망 ,제비, 봄, 가을 , 북 남, 송어, 죽음, 물방아, 그림자, 삼도천, 자갈밭 등 다양하고 저항적인 그러한 양상들을 심도있게 한층 또 한층 거침없이 독자들에게 펼쳐보이면서 심의(深意)의 을 독자들의 살갗만이 아닌 깊은 뼈속에까지 새기게끔 조심스레 인도한다. 그리고 삼도천이란 아마도 불교용어인듯한데 그렇다면 이는 또한 달인의 도를 넘어서는 엄청난 결과ㅡ무상한것이 인생이라는 깨우침과 함께 를 누구나 다시한번 뒤돌아보게끔 하는 그런 효과를 창출하고 있는것 같다. 로시인의 솜씨는 참으로 칼날같이 매서웁다는 생각이 든다.이렇듯 시인은 시로써 모든것을 말을 한다. 시외의 그 어떠한것조차 론한다는것은 아무런 가치조차 없음을 설명한다. 그럼 여기서 시각효과가 남달리 뛰여난 와 을 잠깐 더 살펴보자.   가시북채들   바이올린이 연주를 하고 있다 폴란드 타트라산골짜기가 마신다 사품치며 쏟아져내리는 안개의 강물을 강물에 새벽이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검은 곰이 물속을 헤염치고 있다 벌새가 날개를 펄럭거리며 가는 주둥이로 꽃에 키스를 퍼붓고 앞뜨락의 오이밭에서 파란 부채들 바람을 일으키고 가시북채들 바람북을 두드린다   전문 ㅡ      이 시를 의식과 무의식의 흐름이 아닌 다른 그 어떤것으로 해석한다는것은 아마도 어느것 하나 제대로 통하는것이 없으리라 생각이 된다. 왜냐하면 모두 열행으로 나뉘여진 이 시는 한행ㅡ 혹은 두행이 서로 어울려가면서 무의식속의 자신만의 독특한 생동한 그림을 정적이 아닌 동적인 속사로 펼치고 있기때문이다. 우아한 바이올린소리ㅡ안개의 강 ㅡ 검은 곰 ㅡ 벌새 ㅡ파란 부채와 가시북채 바람북를 떠올리면서 다시한번 이 시를 음미해보노라면 확연히 무의식중의 엄청난 이미지즘이 되고 있음을 누구나 알수가 있다. 그럼 우리 함께 여기서 꼼꼼히 다시 한번 자세히 이 시를 살펴보자     /바이올린이 연주를 한다/ 누구나 쉽게 떠올릴수 있는 바이올린의 우아한  연주소리ㅡ그 곡은 모자르트의것이든 베토벤의것이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 독자들이 선택하기 나름이니깐 ㅡ /폴란드 타트라 산골짜기가 마신다ㅡ사품치며 쏟아져 내리는 안개의 강물을/ 그림이 바뀌면서 ㅡ이국적인 색채를 연출, 동시에 바이올린소리는 타트라 산골짜기가 들이마시는 안개의 강물로 잠시 변형이 된다 ㅡ/강물에 새벽이 빠져서 허우적거리고ㅡ검은 곰이 물속을 헤염치고 있다/무의식의 첫번째 발로, 또다시 그림이 바뀌면서 바이올린 소리가 살아 움직이고 있는 검은 곰의 헤염치는 소리로 재차 변형이 된다ㅡ/벌새가 날개를 펄럭거리며ㅡ가는 주둥이로 꽃에 키스를 퍼붓고ㅡ 무의식의 련속발로ㅡ 처음 우아했고 웅장했던 소리가 이제는 조금 둔탁한 생명의 소리로 바뀌였다가 다시금 벌새의 가는 키스소리로 변형이 되여가고ㅡ/앞뜨락 오이밭에서ㅡ 파란 부채들 바람을 일으키고/결국 그림이 다시 바뀌면서 바이올린소리는 오이밭의 파란 부채가 바람을 일으키는 소리와도 같다고 다시 설정한다 . 다음 존속적인 결구가 된 /가시부채들 바람북을 두드린다/는 눈으로만 아닌 감각과 가시(可视)적인 효과 ㅡ즉 가시북채에 맞으면 아프기 마련이지만 여기서 이라는 아플래야 아플수 없는 새로운 이미지가 등장되면서 바이올린소리는 그 효과음을 타고 마침내 모든  변형을 끝마치고서 북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멀리 려행을 떠난다. 이 시를 처음 봤을때 필자는 엄청난 시각효과에 눈이 즐거웠고 둘째 꿈틀거리는 의식속에 자신이 용해되여가는듯한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림은 그림으로 읽어야만 소통이 된다.    이 시의 장점은 첫째 시각효과가 남달리 뛰여나고 둘째 무엇일가 자꾸만 곱씹게하는 의식의 흐름이 참으로 독특하고 돋보이며 셋째 독자들의 시적 음미의 가치관을 새롭게 정립시켜준다는것이다. 단점이라면 혹시 아직 독자들에게는 너무 난해하지않을가 하는 근심도 든다 . 그외 중에서 제일 마지막 련 /뫼들은 바다를 향하여 뛰여가고/강들은 하늘우에 누워 헐떡인다/ 등은 읽을수록 감탄이 가는 너무 좋은 구절이라고 생각된다.      시가 예술이라면 인간은 창조자인 동시에 해설자이며 또한 감수자들이다. 동방종교학자 마이거스 뮤러(麦克斯. 缪勒1823ㅡ1900)는 에서 고 설파하였다. 난해하다고 시가 좋으니 나쁘니 시야비야하는것은 진정한 문인으로써는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럼 여기서 자신만의 독특한 시어들로 신비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신금화씨의 와 방순애씨의 을 더 살펴보자   비   바람은 빛발치는 가야금선을 튕긴다 한폭한폭 하늘을 재는 거미이다가 돌돌돌 지구를 감싸는 강물이다가 나는 구름위를 덤벙덤벙 걷는다 쌩쌩 땅은 하늘우를 달리고 흐물흐물 가로등은 윙크하는데 225호 신을 신고 교통질서를 유지하던 모기가 냉큼 수용소로 집어넣는다 광란하는 바퀴벌레 광란하는 진드기떼 밤은 구슬마냥 툭 끊기여 또르르 또르르 굴러 다닌다 잠속을 달리는 1호 환자 잠속을 달리는 2호 환자 잠속을 달리는 3호 환자   … 뉴스타트병원 정형외과 504호 병실은 꿈나라      반복구사법으로 씌여진 이 한수의 시가 담는 함의는 참으로 거대하다. 바람, 가야금, 하늘 ,거미, 지구 ,강물, 구름, 땅, 가로등, 윙크, 225호 신, 교통질서, 모기, 수용소, 바퀴벌레, 진드기떼, 밤, 구슬,1호환자, 2호환자, 3호환자, 뉴스타트병원, 정형외과, 504호 병실, 꿈나라ㅡ 무려 25개의 명사끝에 동사가 매달려 거대한 한폭의 그림을 형성한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생종 페르스의 나 오남구의 를 자세히 살펴보면 한개의 명사뒤에 몇개의 동사를 붙여서 한구절 한구절씩 한폭의 생동한 그림을 펼쳐놓은것이 특징인데 이 시는 거대한 몸집에 비해 조금 살이 메말랐다는 아쉬움이 든다. 살이 메말랐다고 하는것은 그만큼 군더더기를 깨끗이 취소하였다는 얘기로도 통하는데 시가 매끈하고 군더더기가 없다고 하여 다 좋은 시는 아니라고 필자 나름대로 생각해본다. 이 시의 중점은 /광란하는 바퀴벌레/광란하는 진드기떼/들로부터 시작이 되는데 /밤은 구슬마냥 툭 끊기여/ 또르르 또르르 굴러 다난다/에서ㅡ /밤은 구슬이 툭 끊기여/또르르 또르르 시내 구석구석까지 굴러다닌다/로 표현하였더라면 더욱 좋지 않았을가 싶다. 왜냐하면 시제가 이고 보니 여기서 이라는 표현은 적절치가 않고 /시내 구석구석까지 굴러다닌다/로 표현했더라면 그만큼 시적 령역이 많이 넓어지기때문이다. 를 아무튼 이 한수의 시가 갖는 의미는 크다고 생각해본다. 다음 방순애시인의 을 보자   보름달   달의 껍데기를 뚫고 한마리 새가 나온다 또 한마리 새가 나온다 또 한마리의 새가 나오려고 한다   바다와 달이 살놀이 하여 머리도 팔도 없는 흰 조약돌을 낳는다 심장 하나만 가지고 바다를 품은 가슴이여   하늘 호수가 눈을 깜빡인다 세찬 바람이 손을 뻗치면 눈물이 찔금찔금      전문이다        방순애시인은 아무리 봐도 참으로 재치있는 시인인것 같다. 군더더기 하나없이 첫 시작부터 시에 끌려가는것이 아니라 시를 확 끌고 갈줄을 알고 있는것 같다/ 달의 껍데기를 뚫고/ 한마리 새가 나온다/또 한마리 새가 나온다/ 또 한마리 새가 나오려고 한다/  시제가 인데 고 하였으니 암시와 예언성이 짙은 이 시구는 독자들로 하여금 도대체 무엇일가 아래 시구를 읽지 않을래야 안 읽을수 없게 만든다. 2련에서 바다와 달의 산생물이 흰 조약돌이라 뚜렷이 초점을 모아놓고 심장 하나로 바다를 품을수 있는 가슴을 또 노래한다. 그런데 달은 어디에 있는가? 3련에서 /하늘 호수가 눈을 깜빡인다/세찬 바람이 손을 뻗치면/ 눈물이 찔금찔금/ㅡ 날때에야 비로소 달이 다시 보인다. 필자의 짧은 소견으로는 좋은 시인것이 틀림없다. 조금 부족한 점이라면 시적인 공명 ,즉 울림이 독자들에게 전달되는것이 약한것 같다. 참고로 받아드렸으면 좋겠다.   탈변의 몸부림 그 끝은 어디일가?       박장길시인, 심예란시인, 김철호시인, 허옥진시인의 작품은 신문잡지에서  필자가 많이 본 기억이 있다. 참으로 다재다능한 시인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기에 실린 박장길시인의 5수의 하이퍼시중에서 필자보고 뽑아보라면 단연히 이라고 말하고 싶다 /또 버린다/나를 위하여 끝마친 노예여/나를 따라/나의 오십년을 보고있는 눈이 되였다/나의 오십년을 듣고 있는 귀가 되였다/가장 낮은 곳에서 /나를 받들어 세월을 차며 온 하루하루에/해와 달이 알을 낳아/새들이 부화되여 푸릉푸릉 나래쳐 올랐다/ 이하 생략…간결한 표현에 깊은 음미의 멋이 있어 읽을수록 감수가 새롭다. 이외의 4수 은 탈변의 굵직한 몸부림이 돋보이긴 하지만 어쩐지 자신만의 독특한 시어가 보이질 않고 너무 자아심취에 빠져 평범하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갈마든다.    김철호시인의 는 혼자만의 독특한 이야기식으로 시적화자를 이끌어가면서 고속도로에서의 핸들, 칭키스칸의 룡차, 북경대합실, 감숙 막고, 류방의 대부대, 맑스가 태운 담배연기, 출렁이는 잠꼬대 등 살아 움직이는 싱싱한 이미지들로 구수한 이야기들을 전개하고 가끔 능청스레 뫼르쇠도 대고 있지만 무엇인가 강조하려 하고 또한 강요하려는데서 되려 독자와의 친근성이 떨어지는듯한 느낌이 든다. 얼마전 연변일보 해란강 문예부간에 실린 김철호시인의 와 이라는 너무나도 좋은 시를 읽고 많이 감탄했던적이 있는데 이번의 는 해란강문예부간에 실린 와 보다는 약한듯한 느낌이 들어 많이 아쉽다 .    심예란시인의 에서 /이성의 접근이 불가능한 토리노수의/신전이 된 매돌은 바위를 읽기도전에/몸속에서 계절을 기꺼이 꺼낸다/ 등은 표현이 독특하고 깊은 맛이 있는 좋은 시어들이라고 생각된다. 허옥진시인의 에서도 /가마속의 만두가 다 익어갈무렵/우리도 함께 익어 둥둥 떠올랐다> 역시 마찬가지 실례라고 생각된다. 이외 김견, 정두민, 최려나, 황희숙, 려순희, 방산옥, 김동한시인의 시는 첫째 시자체가 너무 길고 지루한감이 들어 꼭마치 몇시간째 고속도로를 주행하노라면 지치고 힘이 드는듯한 그런 느낌이 들고 둘째 필경은 새로운 령역에 새롭게 도전하는 자세이고보니 조심스러운 면이 많이 엿보여 어딘가 서툰감이 느껴지며 셋째 하이퍼시의 특징이 낯설게하기와(옴니버스기법처리) 폭력적인 조합이 많이 사용되고 있긴 하지만 이들의 많은 시적조합에서는 명사들이 그대로 라렬되고 있어 읽을 재미가 떨어지고 있는상 싶다. 아깝더라도 뻐를 깎고 살을 저미는 심정으로 앞으로 더욱  좋은 시 한수, 또 한수 만들어냈으면 하는 그런 바램을 간절히 가져본다   마무리하면서      언젠가 한 시인의 시집에서 라는 글을 읽고 깜짝 놀란적이 있다. 무엇을 믿고 이런 얘기를 주저없이 하는지 모르겠지만 시는 변해야 한다. 시가 변하지 않으면 독자가 없다. 가령 아무리 좋은 시라도 십여년째 똑같은 방식으로 시를 쓴다고 생각해보자. 시를 쓰는 그 자신도 언젠가면 싱겁고 지칠것이 뻔한 노릇이며 독자들 역시 맨날 왕금년에 이밥 먹던 지질구레한 소리에 차츰 싫증을 느끼게 되며 또 언젠가면 멀리 떠나버릴것이 불 보듯이 너무 뻔한 일이다. 시가 변하려면 배움이 필수다. 만약 어느 초학자가 전통시를 배운다고 생각해보자. 전통시의 특징인 주제의식ㅡ자신의 의식세계와 자신의 그러한 현실적인 새로운 감수, 그리고 자신의 이색적인 감정표출을 한 분출구에서부터 시작하여 마치 저수지물이 한곬으로 쏟아지듯이 전반 시적인 계기, 즉 서두ㅡ 발전ㅡ전개ㅡ결말마저 모른다면 초학자가 정말 한편의 시를 제대로 완성할수 있을가? 또 이미지즘이 주축을 이루는 현대시, 포스터모더니즘이 매 한수의 시와 한 구절, 지어는 한 행,  또 한 단락마다 생동한 한폭의 동(动)적인 그림으로 완성이 되여가는 하이퍼시에서ㅡ 기교를 버린다면 과연 시가 옳바로 완성이 될가? 마치 수학에서 답을 알면 공식은 필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로 들리는데 어떻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어느새 천재가 되여 버젓이 현대시며 하이퍼시를 써낼수 있다는것인지?    최룡관선배님은  10여년전 정확히 15년전ㅡ 필자가 료년조선문보에서 편집, 기자로 사업하고 있었을때 그 당시 생전이셨던 박화선배님과 함께 잠깐 심양에서 만나뵌적이 있다. 1999년도에 필자의 첫시집을 출판한후 여러가지 사정으로 말미암아 십여년을 아예 문학과는 쭈욱 담을 쌓고 살아온 필자에겐 이 13인 시인들마저 아직 서로 한번 얼굴마저 마주 쳐다본적이 없는 진짜 생판 초면들이다. 개혁은 언제나 소수의 사람들이 앞장서기 마련이다.  필자는 나름대로 이들의 과감한 행보가 너무 돋보인다고 생각된다. 이런 시인들이라면 언젠가면 한번쯤 꼭 만나보고싶다는 그런 생각도 가져본다. 끝으로 시작이 절반이라고 언제나 후배양성에 최선을 다하는 최룡관선배님과 이들 13인 동우시인들이 앞으로 더욱 좋은 시들을 더 많이 창작하여 새로운 한해 더욱 큰 성과를 이루어가시길 진정 충심으로 심양에서 두손 모아 기대해본다       2014년3월11일
45    이슬이 방울 지어 댓글:  조회:1936  추천:4  2014-03-11
이슬이 방울 지어   이슬이 방울 지어 행진을 한다 이슬이 방울 지어 피아노를 친다 밥 짓는 오선보에 콩나물이 풍덩 연기의 하얀 손이 얼기설기 술래잡기를 한다 상아의 하얀 이발이 풀을 살짝 아침이 토끼뜀질로 깡충깡충 뛰여온다   이슬이 줄을 서서 노래 부른다 이슬이 줄을 지어 체조를 한다 머루다래 향기에 잘 여문 콤파스 나팔꽃의 심장에는 하이에나 발자국이 아직 없다 비 오기전에 이제 눈물부터 깨끗이 소제해야지 물새의 등을 타고 바람이 강물에 몸 씻는다 마귀의 웃음소리   내 심장은 가끔 일분에 120개라는 박자속을 달린다 마귀가 흔드는 종소리 은은히 귓가에 들린다 어지럽고 새까맣게 현기증이 날때면 나는 세상을 지켜보던 눈을 조용히 감고 무의식중의 자신의 손발을 찾아 멀리 떠난다 니스호의 괴물이 내 살점을 물어뜯고 장백산 천지속의 괴물이 허리띠를 풀어헤친다 벌거벗은 마귀ㅡ 자꾸 허울을 뒤집어쓰는 나 부처도 보살도 하기 나름임을 깨닫고나서야 나는 잠자리에 든다 오늘밤 이브와 살놀이나 해보아야지 우수의 돌멩이가 찰랑 또 유리창을 깬다…
44    단시묶음 댓글:  조회:16700  추천:9  2014-03-09
단시묶음   해란강   너무   짧 은 바지ㅡ   두만강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나 도   따라 운다…   모아산     다시 찾은   벙어리   장갑   한ㅡ짝ㅡ     심양   비만에ㅡ 허리굵은   너 무   거 대 한   살덩어리   서탑   주름살이 없다   흑룡강   까만 허리띠   할빈   하얀   눈사람   대련   코등에   앉 은   무적의   자벌레ㅡ   연길   숨소리   까칠한   반가운   사람들ㅡ   혼하   너무   맑아   멀   건   콧물     태자하   텅   빈   무덤   압록강   책 읽는 누나   오녀산성   오래전에 벗어 내친 누드의 잠옷   단동   빨간 입술ㅡ   환인   잠자는   력 사   …   천산   부 처 님 을 닮은 부드러운 손발ㅡ   백두산   술에ㅡ   취한                           아버지   눈물… 끌려 가고ㅡ 끌고 가며ㅡ 달려 가고ㅡ 달고 가며ㅡ   해가 알을 낳는다 그 알이 부화하여 또 하나의 큼직한 황금알을 낳고 그 알은 지금 또 무엇을 낳을가 한창 고민중이다 버마재비가 허수아비 어깨우에 올라앉아 고개숙인 벼이삭들의 이마를 손가락질하기에 여념이 없다 강물은ㅡ   끌려 가고 끌고 가며 달려 가고 달고 가며 풀잎에 손을 베여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 거품이 소용돌이속에서  또 혼자 왁짝 떠든다
43    황소 댓글:  조회:1860  추천:4  2014-03-08
황소   단 하루 더 산다는게 황소에겐 고통일뿐다   단 하루 더 살고픈게 황소에겐 크나 큰 고독일뿐이다   두눈이 슴벅슴벅 울어도 그것은 눈물이 아니다 긴 꼬리 찰싹찰싹 바람벽에 흔들어도 그것은 기쁨만이 아니다   전생에 사람이였기에 금생에 자꾸 어메ㅡ어메ㅡ목이 메여 누군가를 부르고 또 부른다   어지러운 흙탕물에 발목이 빠지는 모래톱에 손발이 다 부르트고 매서운 채찍에 살갗이 갈갈히 다 갈라터져도   그것이 업보임을 이제는 알고 하루종일 속으로만   눈물 삼켜가며 그렇게 산다     홀로서기   미끌어지다 계속해서 미끌어지다   잔등은 하늘에 대고 이마를 뚝뚝 땅에 맞쫗는다   돌아눕는다 가끔 반듯하게 되돌아눕는다   관뚜껑을 열고 약은 가재미처럼 썪은 발도 살짝 세상에 꺼내놓아보았다가   온몸이 부르르 전률에 떨며 다시금 천길나락으로 깊숙히 떨어진다   어항속의 거부기는 오늘도 바쁜 하루 살기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42    그렇칠 않더냐? 댓글:  조회:1851  추천:3  2014-03-07
그렇칠 않더냐?   슬ㅡ슬ㅡ 기지를 말고 서서 걸어라 달ㅡ달ㅡ 떨지를 말고 앞을 보고 달리거라 썪은 눈물ㅡ 아픈 주먹ㅡ 가슴에 떨구지 말고 가시밭길 자갈밭길이라도 홀로 헤쳐 나가거라 세상이 언제 우리들에게 관대하였던가? 짧고도 긴 우리네 인생 어찌 마냥 거울인양 밝기만 하랴   잘 살아도 한 세상 못살아도 또 한 세상 한번뿐인 귀중한 인생 내내 팔짱 끼고 관중이 되지를 말고 지프라기 한오리라도 손에 선뜻 잡히거든 그게 다 내 팔자이거니 껄껄껄 웃으며 그렇게 살거라 산다는게 언제나 다 그렇고 그렇칠 않더냐?   삭막한 모래밭에 엎어지고 넘어지고 뾰족한 자갈밭에 또 뒤로 자빠져 팔다리 으깨지고 분신쇄골이 돼도 가스불 담금질에 녹물을 철철 녹여 날마다 새롭게 태여나는 우리네 반듯한 얼굴 괴롭고 외롭고 항상 너무 쓸쓸하여도 언제나 희망으로 꽁꽁 언손 호호 녹여가며 나는 아닌척, 애써 늠름하게 휘파람까지 불어가야 하는 너와 나의 깊고 깊은 상처들 ㅡ 산다는게 다 그렇고 그렇칠 않더냐?  2014년2월15일   불씨(佛种)   내 만약 죽거들랑 부처님 모시려고 십방정토(十方净土) 황금못에 아름다운 한떨기 련꽃으로 활짝 피여있다고 그렇게 믿어다오   빚 갚으러 왔다가 빚만 지고 가는 인생 살아서 본의 아니게 허름한 쪼각돌마저 서슴없이 손가락질해가며 또한 그렇게 손가락질 받아가며 허무하게 살아온 헐망한 나의 삶 이제 남은 여생이라도 욕되지않게  충실히 살아야 하리   수미산(须弥山)기슭에서 리백이 운다 륜회의 강가에서 굴원이 또 운다 혜초의 붓끝에는 참을 인(忍)자 그대로 새겨져 있고 세상의 명리도 부귀도 다 부질없는짓임을 떵ㅡ떵ㅡ 가슴을 울리는 에밀레종소리에서 불쑥 깨닫는다 내 죽거들랑 다시는 지옥에서 너를 만나지않으리ㅡ 오늘밤 불씨가 가슴에서 법글 번진다…  
41    ㅡ줘마(桌玛)ㅡ 外2首 댓글:  조회:2067  추천:7  2014-03-06
ㅡ줘마(桌玛)ㅡ   말잔등에 피여난 아름답고 미운 꽃ㅡ 초원의 바람은 검은색 고무줄이다 당겼다가 살짝 놓으면 까르르 손벽치며 박수치는 젊디 젊은 파랭이꽃ㅡ   소유차(酥油茶)의 인정에서는 생소한 불길이 활활 타오른다 여덟개의 태양을 하나로 반죽하여 털썩 흰 잔등을 화로불우에 올려놓고 빙그레 손발이 곱게 부르튼 수줍은 줘마ㅡ   혹부리까지 새까만 배가 덜썩 큰 주전자로 말없이 나에게 더운 물을 부어주는 초원의 꽃 이승의 꽃 이슬속의 까아만 이슬 꿈속의 꿈이여     에밀도( 额娘图) 2   봄가을이 따로 없다 여름과 겨울이 창과 방패를 들고 난투극을 벌인다 이마가 찢겨져 피가 철철 흐른다 의자왕의 허리띠는 박물관에 전시돼 있고 락화암 삼천 궁녀 시체를 참새가 똑똑 쪼아먹는다 에밀레ㅡ에밀레ㅡ 제야의 종소리가 산이며ㅡ 벌이며ㅡ 삼천리 강산을 맨발 맨손 맨몸으로 뚝뚝 뛰여 다닌다…     에밀도( 额娘图) 3   거미의 손에서 엄마의 숨결을 읽는다 아들은 하늘이 내여준 선물 딸은 싱그러운 국화꽃 땀방울이 무성하게 숲속에 줄 지어 서있다   눈곱을 뗀 새벽이 강을 건넌다 갓 잡아올린 붕어의 창(肠)을 가재와 사이좋게 나눠먹는다 개구리보다 언제나 더욱 슬프게 우는 바위ㅡ   엄마의 손은 새로 짜놓은 거미줄이다 배고픈 자식들을 등에 업고 오늘도 동구밖에서 누가 오나 하루종일 눈빠지게 하염없이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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