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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옥타비오파스 시론

말한 말 / 옥타비오 파스
2018년 10월 30일 21시 39분  조회:1534  추천:0  작성자: 강려

말한 말     / 옥타비오 파스 

        

 

말은 일어선다

써놓은 종이에서.

말은

일부러 만든 돌 고드름

글로 일으킨 기둥

글자 글자마다 하나씩

메아리는 얼어붙는다

돌로 된 종이 위에.

 

영혼은

종이처럼 하얗다.

말이 일어선다.

걸어간다.

밑에 놓인 실을 타고

침묵에서 외침으로,

칼날 위에

말의 정확한 칼날 위로.

귀는 보금자리, 아니면 

소리가 길을 잃는 곳.

 

말한 소리는 말이 없다.

말한 소리 -- 말하지 않은 소리는

무슨 생각을 할까?

말하라

어쩌면 곰녀는 곰보인지도 몰라.

 

외침 한마디

사위어간 통 속--

다른 천체에서는

'천체'를 뭐라고 할까?

말한 말은 생각한다

앞뒤를 생각한다.

마음은 마음아프고

미친 마음 때문에--

묘지는 묘목이 자라는 분지

싹은 싹수가 있다.

 

귀의 미궁,

네가 한 말은 스스로 딴소리를 한다

침묵에서 절규까지

들리지 않는 소리.

 

무죄는 죄를 모르는 것--

말을 하려면 말 안하는 것을 배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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