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jingli 블로그홈 | 로그인
강려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블로그

나의카테고리 : 이선 시해설

곤드레 / 정연석
2018년 12월 24일 20시 47분  조회:839  추천:0  작성자: 강려
곤드레
 
정연석
 
 
해거름에 시장기가 돌아서 초지리草芝里
곤드레 밥집에 갔습니다.
'시장 갔습니다'란 쪽지 붙은 유리문에
꽃잎 오므린 매화마름 꽃을 닮은
해쓱한 두 얼굴이 얼비쳤습니다.
양념장에 쓱쓱 비빈
곤드레 밥그릇이 헛보였습니다.
곤드레만드레하였습니다. 
홍골레망골레하였습니다. 
마주 헛웃음을 지었습니다.
허기에 취한 저녁이 깊어갔습니다.
 
  * 홍골레망골레; 술이나 잠에 취하여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 하는
     "곤드레만드레"의 경상도 사투리.
 
 
<이선의 시 읽기>
 
   꿈이 어린 시절에 뿌리를 둔 것은 ‘가난’이라는 씨앗에서 자라는 풀꽃 생명이기 때문이다. 어린 가난은 새싹과 같아서 꿈속에서도 자란다.
  정연석의 「곤드레」는  ‘시장기- 곤드레 밥집- 유리문쪽지- 핼쓱한 두 얼굴- 헛보임- 곤드레만드레 취함- 헛웃음’이라는 무의식의 흐름을 의식이 좇고 있다.   시는 비유다. 하지만 그 비유는 연상작용에서 발아된다.
  위의 시의 중심 행은 2-5행이다. ‘곤드레 밥집에 갔습니다./ '시장 갔습니다'란 쪽지 붙은 유리문에/ 꽃잎 오므린 매화마름 꽃을 닮은/ 해쓱한 두 얼굴이 얼비쳤습니다. ’ 부분이다.
  시는 지워지지 않는 인물, 사건, 사물들의 풍경에서 발아된다. ‘매화마름꽃을 닮은 해쓱한 두 얼굴’은 시인의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그림’이다. ‘해쓱한 그 얼굴’은 시인의 심상에서 시심을 자극하는 원동력이 되는 사람이다. 
  프로이드는 무의식 속에 깊이 숨어 있던 기억의 덩어리들이, 꿈을 꾸거나 술을 먹었을 때, 의식의 통제가 풀려 무의식이 의식 밖으로 드러나는 것이라고 하였다. 시를 쓰는 행위는, 무의식의 흐름에 의식을 맡기는 일이다. 언어들이 마음껏 취하여 연상작용을 하도록 의식을 해제시킨다.
  5행의 ‘두 얼굴’을 ‘그’와 화자인 ‘나’의 과거 추억을 객관화한 장면으로 해석하여 보자. 사람이 쉰 살이 되면 인생의 분기점에 서게 된다. 살아온 날과 살 날이 선명하게 갈린다. 또한 원망하던 부모를 이해하게 되는 나이다. ‘두 얼굴’ 중 한 얼굴에 ‘아버지’를 대입하여 보자. 독자는 ‘어머니, 형제, 첫사랑’을 대입하여도 좋다. 문득 옛날을 현재에 불러오고 싶은 사람. 누구나 있다. 그 사람이 모질게 보고 싶어, 그가 좋아하던 음식을 먹으며 ‘그’를 식탁에 초대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곤드레만드레 옛 추억과 감정에 취하여.
  11행의 짧은 시가 독자의 무의식을 자극한다.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감정을 흔든다. 짧지만 강한 여운으로 과거회귀를 종용한다. 이 시를 읽으면.
  프로이드는 무의식 이론을 학계에 발표하였지만, 시는 무의식을 객관화하여 펼쳐 보인다. 이 시는 무의식을 현재에 실현시키는 강렬한 힘을 갖고 있다.
  그리움처럼 ‘꽃잎 오므린 매화마름 꽃’ (4행) 한 송이 맘속에 피어올리고 싶어질 것.
  이 시를 읽으면 누구나.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14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74 푸른 호랑이 이야기 / 이경림 2018-12-25 0 737
73 봄의 완성 / 정용화 2018-12-25 0 802
72 백치시인 / 이영식 2018-12-25 0 757
71 나와 나 / 김남조 2018-12-25 0 807
70 옛날 영화 제목 같은 / 이 승 하 2018-12-25 0 815
69 나는 물고기에게 말한다 / 정 호 승 2018-12-25 0 755
68 사랑할 때와 죽을 때 / 황 학 주 2018-12-25 0 782
67 시간은 / 김 규 화 2018-12-25 0 700
66 꽃들 / 김 명 인 2018-12-25 0 723
65 두꺼비 육아법 ​ ​​​ / 김 석 환 2018-12-25 0 738
64 번지 점프 / 김기덕 2018-12-25 0 754
63 은빛 멸치 / 우 애 자 2018-12-25 0 797
62 봄소식 / 최창순 2018-12-25 0 723
61 나무 속을 들여다보다 / 김필영 2018-12-25 0 778
60 白南準 2 / 양준호 2018-12-24 0 810
59 폐선(廢船) / 차윤옥 2018-12-24 0 807
58 곤드레 / 정연석 2018-12-24 0 839
57 일곱 겹의 입술 / 정지우鄭誌友 2018-12-24 0 764
56 물렁한 추억 / 정 연 덕 2018-12-24 0 810
55 골목 / 권혁수 2018-12-24 0 736
‹처음  이전 1 2 3 4 5 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