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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가영심 시 평론/ 백리향 차향으로 빚은, 정서해소와 심리치료의 시- 이인선 / 한국문학신문 이인선의 힐링문학 산책 4
2019년 12월 19일 16시 34분  조회:1460  추천:0  작성자: 강려
聞香 들다
가영심
 
 
삶에 절망하면서도 꿈꾸는 자
꽃의자처럼 앉아있다
그윽한 향기에 마음을 입맞춤하듯
깊은 혼을 길어올린다
 
가득 어리는 향기로운 생각들이
알알이 투명언어로 퍼져간다
그 영롱한 눈부심으로 주위를 환하게 밝히고
새 세상을 열어준다
 
백리향 잎사귀를 손끝으로 비비면
분홍 입술끝에 묻어나는 진한 향기
 
언젠가 가야산 백리향 꽃밭에서
따온 잎사귀로 향을 띠우면
나를 따라와서
내 안에 오래도록 남아 머물던 그 향기.

백리향 차향으로 빚은, 정서해소와 심리치료의 ()
이인선(시인, 평론가)

허브라는 이름은 몸에 유익한 치료효과를 주는 식물에만 붙여지는 이름이다. 백리향 차는 허브로 분류되는 치료효과가 좋은 차다. 좋은 시는 차향처럼 은근하고 향기로우며 정서해소와 심리치료 효과가 있다.
차를 마시는 행위는 일상에 지친 소시민의 삶에 여유와 향기를 초대한다. 가영심의 시 「聞香에 들다」의 1-4연의 시행들은 차를 마시는 과정을 통하여 얻게 되는 정서해소와 심리치료 효과를 그리고 있다.
백리향의 약효를 모르더라도 ‘분홍 입술끝에 묻어나는 진한 향기’(3연 2행)로 시작하는 아침은 상쾌하다. 또한 ‘분홍 향기’로 마감하는 저녁은 열심히 일한 하루의 피로와 노고를 위로받는 치유효과가 있다.
차를 마시는 행위는 작은 사치다.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다. 일에 쫓기고 마감날짜와 전쟁을 하는 삶은 여유와 향기가 없다. 긴장이 연속되는 생활은 스트레스를 받고 암의 공격에 쉽게 무너진다.
인사동에 가서 비싼 도자기 찻잔을 구입하고, 향기로운 차를 사는 이유가 무엇인지 분석하여 보자. 인사동에 간다는 사실은 바쁨과 현대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의 실천이다. 현재를 버리고 옛스러움과 예스러움을 찾는 마음이다. 엥겔지수를 논하지 않더라도 인간은 자존감과 품위를 유지하기 위하여 수입의 5% 정도는 문화비 지출항목에서 지출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특히 속도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는 현대인들은 그 정보를 벗어나서 고요한 침묵에 침잠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자연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정서적 일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끔 듣지 않고, 보지 않고, 사람을 만나지 않고 대치와 억압에서 벗어나서 여유가 필요한 것이다.
차향을 사랑하는 것은 급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달성하는 순간 멈춤이다. 시인은 ‘삶에 절망하면서도 꿈꾸는 자’(1연 1행)다. 시인은 어느 시대에나 현재의 경제력과 인지도에 관계없이 자신의 등급을 최고로 설정한다. 그것은 예술가의 자존심이다. 더구나 시인은 시대를 표상하는 샤프한 지성이다.
위의 시를 읽으면 서울 도심의 인사동이 아닌 일상을 벗어나 더 먼 곳으로 여유를 찾아 떠나고 싶어진다. ‘언젠가 가야산 백리향 꽃밭에서/ 따온 잎사귀로 향을 띠‘(4연 1-2행)우고 ’꽃의자처럼 앉아있다‘(1연 2행)는 가영심 시인의 여유가 부럽다.
위의 시는 먼 곳의 향기로운 백리향 분홍 꽃밭의 가야산 기억을 오늘에 재현한다. 시인은 꽃의자가 되어, 자신이 앉았던 꽃의자에 또 누군가 외롭고 슬픈 영혼을 초대하여 앉힌다. 백리향 꽃향기는 밟거나 흔들어 줄 때 멀리 멀리 퍼진다. 고독과 슬픔은 누군가 상처받은 마음을 정신차리라고 흔들어주어야 치유된다.
백리향 차는 우리 몸에 여러 가지 약리작용을 한다. 위의 가영심 시와 백리향 차의 같은 점은 무엇인지 비교분석하여 보자.
첫째, 백리향은 향수의 재료다. 향기가 백리를 간다고 하여 백리향이다. 천리향 만리향도 있다. 백리향은 꽃향을 흔들어 주어야 더 멀리 간다. 시도 이와 같다. 인간의 정서를 흔들어 주어야 시향이 멀리까지 간다.
둘째, 백리향 차는 살균효과가 있다. 차갑게 마셔도 뜨겁게 마셔도 된다. 시도 같다. 독자의 마음을 뜨겁게 감동시키거나 차갑게 이성적으로 만들어 흥분을 가라앉혀 준다.
셋째, 백리향 차는 기관지를 확장하여 호흡을 고르게 해준다. 호흡을 정리하고 마음을 가라앉혀 준다. 시는 분노와 화를 가라앉혀 주고 화병을 치료해 준다.
넷째, 백리향 차는 젊음을 회복해 준다. 소화불량에 좋다. 음식을 먹고 잘 소화시켜야 젊은이다. 젋은이는 과식을 하여도 금방 소화를 시킨다. 그러나 노인은 잘 체하고 소화를 못 시켜서 복부팽만감이 있거나 변비에 시달린다.
다섯째, 백리향 차는 감염을 치료한다. 비타민 A, C가 풍부하여 면역력을 길러준다. 모든 병은 면역력이 약해서 감염된다. 차를 마시는 것처럼 시를 읽고 쓰는 행위는 정신과 정서의 면역력을 길러준다.
여섯째, 백리향 차는 혈행 개선과 고혈압에 좋다. 차를 마시는 행위는 몸 안의 노폐물을 잘 배출시켜 준다. 시를 읽는 행위는 뇌 안의 노폐물을 배출하여 정신을 정화시켜 준다.
일곱째, 백리향은 입냄새를 제거해 준다. 시를 읽으면 입과 뇌의 구린내를 제거해 준다. 나쁜 말을 하거나 옮기고 싶은 마음이 억제된다. 왜냐하면 콤플렉스와 억압이 해소되어 정서적으로 여유를 찾기 때문이다.
여덟째, 기분이 좋아진다. 억압이 완화되고 에너지가 충전된다. 차를 마시거나 시를 읽으면 하루가 행복하다. 시를 쓰면 일주일이 행복하다. 매일 시를 읽으면 일 년이 행복하다. 시는 백리를 향기를 퍼 나르는 백리향보다 향기가 진하다.
가득 어리는 향기로운 생각들이/ 알알이 투명언어로 퍼져간다/ 그 영롱한 눈부심으로 주위를 환하게 밝히고/ 새 세상을 열어준다(3연 1-4행)
좋은 시는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맑고 투명한 향기가 인터넷으로 온 세계로 배달된다. 위의 가영심의 향기로운 시는 백리향처럼 사람들의 어두운 마음을 환히 밝혀 주는 행복 바이러스로 정서치유 효과가 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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