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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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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신문- 이인선의 힐링 문학산책/ 뜸들일 때의 밥 냄새처럼- 김선진
2019년 12월 19일 16시 40분  조회:1536  추천:0  작성자: 강려
뜸들일 때의 밥 냄새처럼
김선진
 
잠을 잃은 밤, 강물이 되어 흐른다
아주 긴 강이 밤을 가로질러 누워 있다
바람도 없는 강기슭에 서서 자꾸만
머리속이 쓸려 감을 알아차린다
나를 건드려 주는 바람 한 점 없이도
밤은 충분히 내게 혼자임을 일깨운다
잠을 잃은 채 긴 긴 강기슭을 내려갔다 거슬러 오르는
물살 빠른 가슴을 아는가, 그대는
이런 밤이면 새벽에 이르는 길도 아주 먼 곳에 있다
아무도 건너지 않는 강나루 이편에서
저편 강나루의 어둠을 지켜본다
자꾸만 밥물이 끓은 후 뜸들일 때의 밥 냄새처럼
편안한 아침이 기다려진다
아예 잠을 잃은 밤의 강물이
되감기 필름같이 빨리 흘러가 주었으면
세찬 강바람에 강물이 죄다 쓸려 가
강이었다는 흔적조차 날아 가버렸으면 좋겠다
오늘 밤도 잠을 잃은 밤은
강물이 되려고 꿈틀대며 몸부림친다.
 
일상과 일탈을 꿈꾸는, 시적욕망의 불안한 반란
이인선(시인, 평론가)
 
김선진의 「뜸들일 때의 밥 냄새처럼」은 제목이 압권이다. 시의 내용에서 보이는 불안과 불면과 동떨어진 제목이다. ‘낯설게하기 기법’을 실현한 반전 매력이 있는 제목이다.
위의 시는 ‘일상과 일탈을 꿈꾸는, 시적욕망의 불안한 반란‘을 표출시킨 작품이다. 시적 화자의 무의식에 잠재하고 있는 불안과 욕망이 불면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예술로의 승화를 기다리는 시적화자의 무의식의 발로다.
시는 불안한 밤을 연모하고, 밤은 불안에서 시를 잉태한다. 시인에게 불면의 밤이 없다면 시의 강물은 말라버릴 것이다. 역발상을 하면 반전이 있다. 잠 못 드는 시인이여, 시를 깨우기 위하여 불안과 불면의 고통 속으로 직진하라. 불면의 밤은 시의 강물을 도도하게 흐르게 한다. 시는 불안과 불면의 강에 돛단배 한척 띄우고 싶어한다.
욕망은 에너지에서 출발한다. 인간은 잉여에너지가 남아있으면 그것을 소모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 잉여에너지는 ‘심심하다’라는 형용사를 초대한다. 심심해서 일탈과 반란을 도모한다. 무모한 자는 파멸과 파괴로 자신을 몰아넣는다. 그러나 이성과 분별력 있는 사람은 파괴와 재난을 거부한다. 생각의 일탈과 반란에만 머문다.
불안과 불면은 내적 갈등의 표출이다. 감정이 장기간 억압되면 정신병을 앓거나 분노 유발을 하게 된다. 억압과 분노가 계속되면 ‘묻지마 살인’과 10대의 ‘이유없는 반항’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그러나 시인의 일탈은 시창작으로 실현된다. 연애시는 감정의 일탈의 대표적인 경우다. 상상력의 비약은 하이퍼시를 생산하기도 한다.
프로이드는 시인을 사회적 부적응자로 분류하였다. 그 부적응을 고뇌하는 과정을 통하여 ‘승화’시킨 것이 시 창작품이라고 말하였다. 또한 사회적 부적응자인 독자가 시인의 그 시를 읽고 공감하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불안감을 폭력성으로 소모하지 않고, 방향을 틀어서 생산적인 방향으로 작품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지성은 ‘편안한 아침’을 기다리고, 감성은 ‘나를 건드려 주는 바람 한 점’을 원한다. ‘이편’에서 지켜보는 ‘저편’의 강 건너 어둠은, 발아하지 않은 시적 긴장감이다.
시적 화자는 ‘뜸들일 때의 밥 냄새처럼’ 일상적이고 안정된 주부로서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 불안증과 불면증은 갱년기의 호르몬의 불균형이나 노년기의 호르몬 감소로 생기는 경우가 많다. 예민한 시인은 자신의 감정적으로 더 크게 인지한다.
‘오늘 밤도 잠을 잃은 밤은/ 강물이 되려고 꿈틀대며 몸부림’ 치는 상황이 반복된다. 소모적이고 병리적인 반복적 패턴은 병을 유발시킨다. ‘되감기 필름같이 빨리 흘러가 주었으면’하고 바라는 시적화자의 바람은 ‘세찬 강바람에 강물이 죄다 쓸려 가/ 강이었다는 흔적조차 날아 가버렸으면 좋겠다’고 반란한다. 시적 화자가 왜 자신의 존재의 근원까지 소진시켜서 ‘무’이고 싶어할까? 상담심리 기법으로 심리적 이유를 분석하여 보자.
‘무’이고 싶어하는 심리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현재의 갈등상황을 견딜 수 없어서 회피하는 행위다. 현재에 만족하는 사람은 드물다. 절대적인 성공을 이룬 사람도 자녀와 가정의 부조화로 후회하는 경우를 본다. 위의 시의 시적화자도 현재가 만족스럽지 않다. 무로 돌아간다는 것은 현재의 부정이다.
둘째, 새로 다시 시작하여 더 좋은 결과를 도출하고 싶어 한다. 현재를 부정하는 것은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서 새로이 무언가 다시 시작하고 싶은 소망과 결부된다. 후회는 ‘출발점’이며 인생의 새로운 ‘터닝 포인트’다.
사실 새롭게 시작하지 못할 나이는 없다. 10년, 20년, 30년 더 살면 된다. 인생 60, 70, 80에서 더 산만큼 빼기하면 된다. 그러면 시작하는 출발점이 앞당겨진다. 젊은 나이로 새 포지션에서 다시 출발하는 것이다
‘강물이 되려고 꿈틀대며 몸부림치는 것’은 생각을 버리고 행위를 도모하는 것이다.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은 시적 화자의 내면에 현존하는 꿈이다. 꿈틀대는 욕망의 분화구다. 터질 듯 불타오르는 열정으로 완성된 시가 탄생할 것이다.
천재는 ‘계속, 계속 노력하는 자’라는 말을 며칠 전 TV 예능 프로그램 자막에서 읽었다. 금방 싫증내고 탐구하지 않는다면 결과물도 평범하다.
시도 열정적으로 학문처럼 그 기법과 표현을 탐구하여야 한다. 노력은 역동적인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역사를 바꾼 예술작품은 지독한 에너자이저들이 만든 업적이라고 한다. 에너지가 없으면 흥미와 동기유발이 안 된다. 초기단계에서 포기하기 때문이다.
‘물살 빠른 가슴’이 되어 ‘새벽에 이르는 길도 아주 먼 곳’을 향하여 ‘혼자’ 가는 것이 예술가의 길이라고 시인의 무의식은 예견하고 있다. 예술가의 번뇌와 불안, 불면은 창작의 동기며 과정이다.
불안과 욕망은 시소의 양쪽 끝에 앉은 대치적 상황이다. 일상적 평안을 원하면서도 일탈을 꿈꾸는 것은 예술의 속성이다. 시인이 불면증에 시달리는 것은 생산과 창조를 위한 신경의 줄타기 과정이다. 시는 안일한 일상을 거부한다. 일상을 탈피하여 일탈을 꿈꾼다. 새벽은 불면의 밤과 맞닿아 있다. ‘아주 긴 강이 밤을 가로질러 누워 있다’면 그 강물에 몸을 섞어보길 권고한다.
김선진의 시는 고통 없이 예술은 잉태되지 않는다는 명제를 일깨워준다. ‘불안과 불면’을 시창작의 필수조건으로 인정하고 역발상으로 접근하여 보았다. 김선진의 시는 새로운 시각으로 시를 바라보고, 시창작 기법을 논의하는 분기점을 제기하고 있다.
시의 물살에 맨몸을 맡기고 둥둥 떠내려가 보라. 절망의 꼭짓점에서 시의 꽃이 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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