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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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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라소니가 아니다 [생활수기]
2011년 04월 19일 10시 22분  조회:3376  추천:29  작성자: 강려




 

  나는 시라소니가 아니다     
 

나에게로 다가온 삶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생활이 나를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생활은 정상적인 궤도에서 나를 뿌리쳐내는것이였습니다.
내가 엄마의 배속에서 갓 태여났을때 아무리 때려도 울지 않자 의사는 살 가망이 없다며 도리머리를 저었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실날같은 희망을 품고 내입에 자신의 입을 대고 인공호흡을 시켰더니 그제야 <<와-->>하고 울음보를 터뜨렸다고 합니다. 그렇게 나는 겨우 생명을 유지하기는 했지만 불행하게도 난산으로 인한 대뇌손상으로 손발이 령활하지 못하고 말도 똑똑히 번질수 없는 장애인의 신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그러다보니 1993년 초중졸업과 함께 한창 젊음을 뽐낼 꽃나이에 나는 집구석에 눌러앉지 않으면 안되였습니다. 낮이면 부모님은 출근하고 남동생도 학교에 가고 쥐죽은듯 고요한 집안에 나 홀로 있어야 했습니다. 그때마다 지꿎은 망령이 때때로 나의 육신을 조롱했지만 점점이 타오르는 생에 대한 욕망과 보다 좋아질 래일에 대한 기대감으로 나는 힘든 하루하루를 지탱해나갔습니다.
 
그무렵, 나에게도 한차례 기회가 차례졌습니다. 룡정시의 어느 한 가죽신 만드는 복리공장에 취직하게 되였습니다. 그러나 나는 가위질도 똑바로 할수 없는 두손 때문에 아쉬운대로 포기하는수밖에 없었습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커다란 물음표는 당시 내 앞에 검은 장막처럼 드리워있었습니다. (오늘과 아무런 가망도 없는 래일을 내가 어떻게 살아간담? 아예 스스로 자신의 육체를 없애버리는게 어떨가?) 나는 방황했습니다. 이때 문득 내가 어느땐가 읽어두었던 책속의 몇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책갈피속에 추억으로만 간직되여 있는줄 알았던 그 몇구절이 나를 다시 진한 실의감에서 헤여나올수 있도록 용기와 힘을 주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몇구절이 아니였다면 나는 스스로 용기를 얻는데 실패했을 것입니다.
 
<<번마다 실망하건만 번마다 바라네. 일마다 성사키 어려우나 일마다 이루네. 봄은 마음속에...>> 이 구절이 가져다준 의지의 힘이 나를 기막힌 현실앞에서 자신을 잃지 않게 했습니다. 그뒤로 나에게 또 한차례 연변장애인직업교육쎈터에서 타자를 배울수 있는 기회가 차례졌습니다. 당시 나는 두번째로 차례진 기회로 하여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몸도 마음도 하늘에 떠있는 흰구름처럼 둥둥 떠가는듯 싶었습니다. 그런데 장님의 지팽이같이 믿었던 그 기회마저 그렇게 한줄기 연기로 사라질줄이야.
아니 글쎄, 내가 신심가득히 장애인직업교육쎈터로 찾아갔더니 책임자선생님은 나의 두손이 령활하지 못하기에 타자를 배울수 없다면서 딱 잡아떼는것이였습니다. 순간 나는 왈칵 쏟아지는 눈물을 참을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간뿐이였습니다. 나의 맘속에는 <<봄>>이 있었기에 눈앞에 다가온 시련에 또한번 히쭉 웃고는 나 자신에게 과감히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꼭 해내고야 말거야. 수저도 겨우 드는 손으로 컴퓨터자판기를 두드리려니 고역이 아닐수 없었습니다. 손가락 하나하나가 자꾸 내말을 들어주지 않고 삐뚜로 달아났습니다. 하지만 주저앉을수 없었습니다. 나는 한번 또한번 혀를 깨물었습니다. 2달간의 고심분투로 나는 끝내 모 컴퓨터양성쎈터에서  컴퓨터초급, 중급과정을 수료했습니다 나는 신심이 생겼습니다. <<나도 하면 되는구나.>> 이 세상에 태여나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자부심이 였습니다.
 
 한산에 오르면 또 더 높은 산을 정복하고싶은것이 사람의 마음인가 봅니다. 나의 마음속에서는 더 큰 꿈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그당시 개산툰 화학팔프공장 자제2중학교에서 교원사업을 하시던 아버지는 매일 퇴근할때마다 학교도서관에서 그날의 신문잡지들을 빌려다주군 했었습니다. 그렇게 한해, 두해, 세해 그냥 책속에 빠져살던 일상이 계속되였습니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뭔가 해야 할 일을 못한것 같은 허전함을 떨쳐버릴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또 차츰 나도 글을 써봤으면 하는 욕심도 생겨났습니다. 그러던 2001년 4월초 나는 그날의 <<연변일보>>를 펼치다가 어망결에 연변작가협회 민족문학원에서 제4기 문학강습반 학원을 모집한다는 글을 보게 되였습니다. 순간, 무의식속에 잠들고있던 나의 파란 꿈이 기지개를 폈습니다. (문학공부를 해보자, 내가 나를 위해 할수 있는 일이 문학공부이고 내가 이 세상에 나의 존재를 알릴수 있는 일 또한 문학공부이다.) 이 결심은 내심으로부터 우러나온 젊음의 호소였습니다. 그런데 나의 의향을 듣던 부모님들이 한사코 반기를 드실줄이야.
 
<<너, 지금 제정신이니? 자기를 알고 덤벼들어라.>> 엄마의 권고에 이어 아버지의 충언이 한술 더 얹혀졌습니다.
 <<작가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다.>>
 <<전 아무리 힘들더라도 문학 강습반에 참가해보고 싶습니다. 저도 건강한 사람 못지 않게 뭔가를 할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싶습니다.>> 나는 이런 말로 부모님을 설득시키려 했지만 그들은 막무가내였습니다. 물론 걸음이 불편한 내가 홀로 외지로 다니다가 교통사고라도 당할가봐 부모님들이 걱정해서였음을 나는 잘 알고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미 결심이 굳어진 이상 나는 결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나는 식음을 전페하고 방안에 들어박혀 고집을 부렸습니다. 그러자 아버지께서는 마지못해 내가 문학강습반에 참가하는것을 동의하셨습니다. 물론 일요일마다 자기와 함께 가야 한다는 조건부를 내세웠습니다. (불편한 몸이지만 그래도 인젠 로처녀행렬에 들어선 나를 어쩜 유치원생 취급을 한단말인가?) 나는 속으로 몹시 언짢았지만 문학꿈을 위해 울며겨자 먹기로 부모님의 조언에 따르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그때 문학강습반에 부모님과 함께 다니는 학원은 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매번 강의실로 들어설때마다 어쩐지 쑥스러운 생각이 들어 고개를 쳐들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스스로 택한 일인만큼 최선을 다해보고싶었습니다.
 
그런데 나의 그번 문학수업은 네차로 끝나야 했습니다. 그무렵, 남동생의 대학공부뒤바라지때문에 우리집 경제형편은 퍽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개산툰 화학팔프공장의 불경기로 부모님들의 퇴직금도 제때에 나오지 않아 우리 온집식구는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으면 안되였습니다. 그래도 부모님들은 어렵게 문학공부를 시작한 내앞에서 힘든 기미를 보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다했습니다. 부모님들은 매일 때거리를 줄여가면서 차비를 만들어 일요일이면 나를 연길로 데리고갔습니다. 하지만 나도 목석이 아닌 이상 부모님들의 힘든 사정을 모를리 없었습니다. 부모님들이 고생하는 모습이 안스러워 나는 결국 중도에서 문학공부를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마지막 수업을 끝마치던 날 밤, 나는 잠자리에 누워 시라소니와 다를바없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했습니다. 두눈으로 저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습니다. (나도 인간으로서의 제구실을 해야 한다. 언젠가는 인간구실을 꼭 하고 말거야.) 나는 그저 속으로 피터지게 부르짖었습니다.
 
그로부터 2년후인 2003년 2월말, 나는 또다시 <<연변일보>>에서 제5기 문학강습반 학원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보게 되였습니다. 찰나 재도전해보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일어났습니다. (부모님에게 잘 말씀드릴까, 남동생도 작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남경의 외자기업에 취직했고 부모님의 퇴직금도 이제부터는 달마다 양로보험회사에서 직접 내주기에 경제형편이 허락될것 같은데…) 그때였습니다. 어느결에 내마음을 읽은듯 어느날 아침, 아버지께서 만면에 웃음을 띄우며 나를 불러앉혔습니다. <<그렇게도 문학공부를 해보고싶니? 그러면 일요일마다 너 혼자 다니면서 문학수업을 받아보렴.>> 그말을 듣는 순간 나는 하마트면 졸도할번했습니다. 진정 꿈만 같았습니다.
 
그렇게 부모님의 은정에 받들려 제5기문학강습반과 제6기 문학강습반에 참여하면서 노력을 경주해온 덕분에 이미 수십수의 동시와 여러편의 아동수필을 간행물에 발표했고 아동수필 <<산 아이>>는 제14회 백두아동문학상 2등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인젠 어엿한 연변작가협회 회원까지 되였으니 이만하면 나 자신이 결코 시라소니가 아님을 감수하고 있습니다. 나는 소리높이 웨치고 싶습니다. 나는 누구 못지 않게 내 인생의 홀로서기를 해나가고있는 이 사회의 당당한 일원이라고 .
 
     2009년 연변인민방송 <<이밤을 함께 합니다>>제1회 생활수기 공모 은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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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1 ]

1   작성자 : 김희
날자:2013-03-07 14:34:43
강려씨, 멋진 작가로 성장하여 개성 있는 글, 훌륭한 글 많이 창작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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