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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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시 2수
2014년 11월 07일 14시 38분  조회:2601  추천:4  작성자: 허창렬
절대의 자유 


가다가 멈춰섭니다 
멈춰서서 두리번 두리번
수캐들이 지나온 발자취를 조심스레 살펴봅니다
천국으로 가는 길섶의 
돌들은 아직 손발이 너무 차가웁습니다
겁도 없이 귀뚜라미 딸랑딸랑 
방울 내흔들며 길 비키세요 
목이 쉬도록 하루종일 고함을 칩니다
참새가 붉은 기발 아래에 서서 
절대의 자유를 선언합니다
지렁이가 노오란 마음을 손수건으로 
살랑살랑 내흔듭니다
잠시 갈길을 잃고 
꺽ㅡ꺽ㅡ 말을 먹는 바람,
죽은 까치의 사체에서 까마귀가 꺼내든 심장에서는 
가나다라마바사ㅡ 
훈민정음이 전률합니다
행복은 김치국물, 
신앙은 아리랑 쓰리리랑
ㅡ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ㅡ
족보에는 우리들의 기막힌 팔자들뿐이다
1+1=100,100-1=0
서푼어치의 사상과 서푼어치의 발언ㅡ
그리고 절대의 자유와
절대의 고독, 절대의 분노
서리낀 말씀이 떠나가는 
누군가의 발목을 또 꽁꽁 붙잡아맵니다
세상은 다시 온갖 그릇 씻는 소리로 분주합니다
간이 큰 귀뚜라미 왈그랑 절그랑 
내 흔드는 살찐 방울소리 
허공에서 百 千萬 億겁
하얗게 부셔집니다…



무지개

  수술칼이 하늘을 한번 주ㅡ욱ㅡ 긋자 무수한 별들이 와르르ㅡ 호주머니속으로 쏟아진다. 
들숨 날숨이 딱 멎춰버린 심장들이 금시 다시 살아서 팔딱팔딱 뛴다. 
 
  젖은 바위가 단단한 부리로 말랑말랑한 노래를 골라 부른다. 콜롬부스와 해적의 노래, 
아버지의 혀 꼬브라진 노들강변, 아코뎅에 발목 묶인 달동네 창녀촌의 창부타령, 

  참새가 노숙자의 숫구멍에서 <<아리랑>> <<쓰리랑>> 금박상표를 딱딱 쪼아댄다. 
 
  상복을 차려입은 나무들이 나란히 줄을 서서 <<강남 스타일>>에  볼륨을 맞춰가며 짝짝짝 박수를 친다.  빗물이 빛의 속도로 빨갛고 노랗고 파란 신호등의 넓은 잔등 서슴없이 두드려댄다. 
 
  잠시 우리는 우리에 갇힌 짐승이 아닌 짐승. 흰 갈매기 한마리 겁에 질린채 허름한 비파를 안고 
후줄근한 바위곁에 쭈크리고 서서 달빛에 행복하게 젖은 세상  말리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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