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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作初心으로 되돌아가다 - 詩적 이미지
2016년 02월 14일 02시 42분  조회:4057  추천:0  작성자: 죽림
 

시적 이미지

 

제 1 절 시적 이미지의 정의

 

이미지(image)는 직접적 신체적 지각이나 간접적 신체적 지각에 의해 일나난 감각(感覺, sensation)이 마음속에 재생된 것을 말한다. 이미지는 흔히 심상(心象,  mental picture)이나 영상(影像, shadow picture) 이라고 번역되는데 심상이란 외부의 사물이 우리의 마음에 비춰진 그림자란 뜻이고 영상은 어떤 사물의 모습이 자막에 비쳐져 나타나는 그림자란 뜻이다. 우리가 사물을 인식한다는 것은 실제 사물의 모습이 눈이나 귀나 피부를 통하여 투영되면 이를 머리에서 감지하고 판단하는 작용을 말한다. 그런데 마음에 나타나는 그림자는 반드시 외부의 사물이 직접 투영되는 경우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과거에 경험했던 어떤 사물의 모상이 의식 속에 축적되었다가 재생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과거에 경험했던 사물의 경우는 그 사물의 인상만을 의식 속에 저장해 두었다가 다시 의식의 자막에 재 투영시키게 되는데 이를 가리켜 추억이나 회상, 상상이라고 말한다. 즉 “한 때 지각되었으나 현재는 지각되지 않는 어떤 것을 기억하려고 하는 경우나 체험상 무방향적 표류의 경우나 상상력에 의해서 지각 내용을 결합하는 경우나 또는 꿈과 열병에서 나타나는 환각 등의 경우처럼 직접적인 신체적 지각이 아니더라도 마음은 이미지를 생산해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층 특수한 문학적 용법으로서의 이미지는 언어에 의하여 마음속에 생산된 이미지군(群)을 가리킨다.”

(Allex Preminger(ed.), 《Princeton Encyclopedia of poetry and poetics》,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65. 참조.)

현대시에서의 이미지에 대한 추구는 과거의 시들에서 나타난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음악적인 것에 대한 반발과 문명사회가 지니는 감수성의 분열, 언어의 추상화에 대한 비판에서 생겨나게 되었다. 현대의 문명사회는 시각형의 문화로서 모든 정신영역까지 시각화고 양적단위로 만들고 있다. 그리고 시란 결국 언어예술로서 여기서 예술이 추구하는 세계는 과학이 추구하는 논리적이며 이성적이며 객관적인 세계가 아니라 그 반대면의 또 다른 세계인 비논리적이고 비이성적이며 주관적인 세계를 가리킨다. 이와 같이 예술은 인간들에게 정서적, 환기적, 감동적 작용을 통하여 삶을 풍부하게 하고 의욕을 갖게 하고 영혼의 안식을 누리게 한다. 음악이 음성을 통하여 청각에 호소하고 미술이 색채를 통하여 시각에 호소하는 것과 같이 시의 경우도 인간의 정서적 반응을 극대화하는 매개적 수단을 이용하여 예술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한다. 그것은 시에서 청각이나 시각, 촉각 등 감각적인 체험의 매개물인 이미지를 통하여 실현되는데 이는 시인이 직접 경험하고 있는 직감적 이미지와 과거에 경험했던 회상적 이미지를 동원하여 이들 이미지에서 체험되는 독특한 감각을 서술하여 정서적 환기를 시도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시는 추상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특수한 것 즉 이미지를 통하여 추상인 의미를 전달하는 것으로 바로 이 이미지는 작품에서 관념과 사물이 만나는 곳이 된다.

 

백공작이 날개 펴는

바다가 그립고 그리워

항시 칠색무지개를 그리며

련꽃 항아리에서

까무러친 상념이

툭― 툭― 꼬리를 친다.

 

안타까운 운명에

애가 타고 타서

까만 안공에 불을 켜고

자주 황금갑옷을 떨치나니

 

붉은 산호림속에서

맘대로 진주를 굴리고 싶어

줄곧 창 너머

푸른 남천에

희망의 기폭을 날린다.

 

― 리욱,《금붕어》, 전문.

 

중국조선족문학 정초자의 한 사람인 리욱이 1936년에 쓴 이 시는 닫혀있음과 열려있음의 이항대립구조를 설정하여 어항에 갇힌 금붕어의 이미지와 무한한 자유를 표상하는 넓은 바다의 이미지의 대립으로 식민지치하의 젊은 지식인의 자유와 해방에 대한 갈구를 선명하게 드러내었다. 먼저 “그립고 그리운” 바다가 보여주는 그림들 즉 바다의 이미지들은 “백공작이 날개 펴는” 듯이 찬란한 해살이 펼쳐지고 “칠색무지개”가 걸려 있으며 “붉은 산호림”이 깔려 있는 “희망의 기폭”이 날리는 곳이다. 이와 같은 밝고 아름답고 열려있는 바다의 이미지들과 상반되게 금붕어로 표상되는 이미지들은 “항아리”에 갇혀서 “까무러친 상념”을 주체하지 못하여 “툭― 툭― 꼬리를” 치고 있는 모습이다. 이 금붕어는 나아가 “안타까운 운명에/ 애가 타고 타서/ 까만 안공에 불을 켜고” 몸부림치고 있으니 그것이 바로 “자주 황금갑옷을 떨치나니”하는 행위이다. 이처럼 이 시는 바다에 연계되는 열려있고 화려한 이미지들과 금붕어에 연계되는 닫혀있고 숨 막히는 구체적인 이미지들의 선명한 대립으로 자유를 억압하는 현실을 거부하고 “줄곧 창 너머” “희망의 기폭이 날”리는 “푸른 남천”을 바라보는 시인의 희망과 미래에 대한 간절한 동경을 그려내었다.

 

더러는 

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자…

 

흠도 티도 없이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닌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주시다.

 

― 김현승,《눈물》, 전문.

 

이 작품의 핵심 이미지는 제목인 “눈물”이다. 이것을 발견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이 눈물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무엇인가 하는 것은 다시 찬찬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먼저 시인은 눈물이 “옥토에 떨어지는 생명”이라고 함으로써 눈물이 일반적으로 슬픔을 환기한다는 관습적인 생각을 뒤엎어버렸다. 시인의 눈물은 생명이며 그것도 “흠도 티도 없이/ 금가지도 않은” 순수한 것이다. 이로서 이 작품의 눈물은 순수한 생명이란 새로운 내포를 가지게 되었다. 동시에 이 눈물은 꽃과 열매의 관계가 웃음과 눈물의 관계에 상응하듯이 이런 “관계의 관계”를 통하여 영원하고 불변적인 가치를 이루고 있음을 암시한다. 그것은 즉 꽃은 아름답지만 쉽게 시들어버리므로 일시적이고 가변적인 것이니 그와 관계되는 웃음도 마찬가지로 일시적이고 가변적인 것임을 보여주면서 이와 대립되는 관계에 있는 열매와 눈물은 영원하고 불변적이기 때문에 이런 것들로 영원한 가치로서의 생명의 순수성을 드러내려 하고 있는데서 나타난다. 그리고 시인은 자신의 이와 같은 인생태도를 직접적인 진술로 표현하지 않고 눈물이라는 핵심이미지를 빌어서 우리들에게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시에서 이미지가 담당해내는 부분은 바로 이와 같은 것들이다. 이에 대하여 루이스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이미지 “그것은 말로 만들어진 그림이다. 한 개의 형용사, 한 개의 은유, 한 개의 직유로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미지는 표면상으로는 순전히 묘사적이지만 우리의 상상에 외적 현실의 정확한 반영 이상의 어떤 것을 전달하는 어구나 구절로 제시될 수 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말로 만들어진 그림”에 대한 논의는 독자가 시를 읽으며 그저 음미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어떤 영상을 떠올려 한 폭의 그림을 감상하는 경지에 이르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작품에서 참신하고 대담하고 풍부한 이미지를 창조하는 것이야 말로 현대시창작에서의 관건이라고 말 할 수 있다. 때문에 파운드는 “수많은 작품을 쓰는 것보다 일생 동안에 단 하나의 뛰어난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이 더 낮다고까지 하였다.

이미지는 또한 형상(形象)이라는 말로 번역되어 쓰이기도 하는데 여기서 형상은 감각적 ․ 직관적으로 주어지는 구체적인 상(象)을 말한다. 그것은 반드시 오관(五官)에 의하여 직접적으로 지각되지 않더라도 뇌리에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는 것이면 된다. 그리고 그것은 개념적 사고에 의하여 파악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감각적 ․ 직관적인 존재이어야 한다. 예컨대 삼각형의 형상은 그려져 있는 감각형의 그림 그 자체이어야 하며 “평행하지 않는 세 개의 직선에 의하여 둘러싸인 도형” 등의 개념적 설명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에이브럼즈(M. H. Abrams)는 문학적 용법으로서의 이미지의 정의를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나누어 말한 바 있다.

 

1. 광의적 개념의 이미지는 축자적 묘사에 의하건 인유에 의하건 또는 비유에 사용된 유추에 의하건 간에 한편의 시나 기타 문학작품 속에서 언급되는 감각과 지각의 모든 대상과 특질을 가리킨다.

2. 가장 협의적으로 이미지를 국한하여 작품 속에 나타난 시각적 대상과 장면의 요소를 의미한다.

3. 가장 일반적으로 비유적 언어(figurative language)를 지칭하는데 특히 은유와 직유의 보조관념을 가리킨다.

(M. H. Abrams, "A Glossary of literary Terms", Holt, Rinehart and Winston, Inc., 1971. 참조.)

 

이미지는 한편의 작품에서 하나로만 구성되기도 하지만 여러 개가 복합적으로 구성되기도 하며 단순한 한 가지 종류의 이미지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 다양한 종류로 종합적으로 형성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작품 속에 나타나는 여러 개의 복합적인 이미지의 덩어리를 이미저리(imagery)라고 한다. 이런 이미저리는 여러 이미지들의 결합에 의하여 시의 정서적 환기성을 이루어내며 상승적 효과를 얻게 한다.

이미지는 우리들의 마음속에 지각적 감각적 체험이나 대상을 재구성하며 시의 세계를 실감 있게 형상화 하며 정서를 환기하여 더욱 풍부한 감동을 이루게 한다. 이처럼 이미지는 시의 주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분위기나 배경, 상황을 제시하여 죽어있는 일상의 언어를 신선한 충격과 감동의 언어로 만든다.

 

 

 

 

 

제 2절 시적 이미지의 기능

 

이미지는 시에 신선함, 강렬성, 환기력을 조장시키며 작품에서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이런 기능의 수행을 위하여 이미지는 우선  참신한 것이어야 하며 반드시 감각성을 드러내는 것이어야 한다. 이처럼 이미지를 시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했던 이미지즘 운동의 선구자들인 흄(T. E. Hume)과 알딩턴(R. Aldington) 등은 1915년에 채택한 “이미지스트 선언”을 통해 이미지의 중요성과 특징을 다음과 같이 표출하였다.

 

1) 일상어를 사용하되 정확한 말을 고르며 모호한 말이나 장식적인 말을 배척한다.

2) 새로운 기분의 표현으로서 새로운 리듬을 창조하지 않으면 안 된다.

3) 제재의 선택은 자유로워야 한다.

4) 명확한 이미지를 제공한다.

5) 모호하고 불확정한 것이 아니라 견고하고 명확한 시를 쓴다.

6) 긴축된 것만이 시의 본질이다.

 

여기서 두 번째 항목인 “새로운 기분의 표현으로서 새로운 리듬을 창조”한다는 것이 중요한데 새롭게 본다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만 보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보는 것을 이야기 한다. 이에 대하여 일본시인 이토오 게이이치(伊藤桂一)는 그의 저서《서정시입문》에서 한 그루 나무를 보는 순서에 비견하여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1)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2)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3)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4)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5) 나무속에서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6)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7)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8) 나무를 매체(媒體)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보이지 않는 것은 명료하지 않기 마련인데 어떻게 보이는 것만큼의 명확성과 실감을 느끼게 할 것인가. 바로 여기에 이미지를 잘 운용하느냐 그렇지 못하냐 하는 것이 판가름된다. 시인은 이미지 너머의 보이지 않는 것을 그려내는데 성공하여야 할 것이다.

시인은 한편의 시를 창작할 때 대개 어떠한 것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어 한다. 그 “어떠한 것”을 살펴보면 대개 다음의 세 가지로 나뉠 수 있다.

 

1) 시인이 생각하고 있는 관념

2) 시인의 실제적 경험

3) 시인의 상상적 체험

 

시인은 이 “어떠한 것”을 전달하기 위하여 작품에서 미학적이거나 독자가 잘 알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수단을 찾게 된다. 이 수단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이미지”창조이다. 그것은 이미지의 정의 속에 이미 암시되어 있듯이 이미지는 무엇보다도 해석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장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관념과 경험, 체험들을 어떻게 이미지화하는 것이다. 관념을 이미지화하는 일은 시 창작에서 성패를 가늠할 정도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관념(觀念, idea)은 사람의 마음 안에 나타나는 표상, 상념, 개념 또는 의식내용을 가리키는 말이다. 원래는 불교용어인데 진리 또는 불타(佛陀)를 관찰사념(觀察思念)한다는 뜻으로 쓰인 말이며 심리학용어로서의 관념은 그 의미가 명확하지 않으나 대개 표상과 같은 뜻으로 사용된다. 이 관념을 육화한 것이 이미지다. 이런 의미에서 이미지는 다시 말해 “관념의 육화”라고 말할 수 있다. 

시인은 작품에서 자기의 관념을 직접 진술하지 않고 이미지를 통해 전달하려고 하기 때문에 구체성의 현실감을 환기시키고 예술적 효과를 나타내지만 대신 시의 의미는 쉽게 포착되지 않게 할 수도 있다. 이것은 시에서의 모호성(糢糊性, ambiguity)을 산생시키는데 이런 시적 모호성은 하나의 단어, 어구, 문절 등이 두 개 이상의 의미를 환기하는 시적 긴장을 가리키며 다의성(多義性, )과 동의어로 시적 가기치기준이 되기도 한다. 또한 모호성은 보들레르(Baudelaire)의 상징주의 시처럼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한 고도의 상징성, 리상(李箱)의 시처럼 관습의 언어행위를 해체한 신기성, 김춘수가 추구한 절대시 또는 무의미시처럼 의미를 배제하려는 무의미성 등과 더불어 모두 현대시의 난해성(難解性, unintelligbility)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리고 이미지 분석을 통하여 시의 의미를 추적할 때 시의 의미는 세 가지 측면을 지니게 되는데 그 하나는 시인이 원래 작품 속에 표현하고자 한 의도적 의미(intentional meaning)이고 또 하나는 작품 속에 실제로 표현된 실제적 의미(actual meaning)이며 그리고 다른 하나는 독자가 해석한 의의(significance)이다. 이 세 가지 측면은 반드시 일치되는 것이 아니다. 신비평에서 시인의 의도나 작품의 모델이 된 시인의 전기적 사실을 작품 “밖”의 요소라고 하여 이것들에 의한 작품의 해석이나 평가를 “의도적 오류(intentional fallacy)”라고 배격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고요한 샘물 우에

둥근달이 조용히 선다.

두 줄기 그리움이

깊이 뿌리내린 가운데

뿔 달린 사슴 하나

생동한 꿈이 되어 떠있다.

성숙된 꿈속에

아득한 그의 모양이 몽롱히 비칠 때

락엽 몇 잎이 소리 없이

지친 생각 우에 떨어진다.

 

― 김정호, 《추억》, 전문.

 

1986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우리 중국조선족시단에 “몽롱시”의 바람을 안고와 제3회 “두만강여울소리” 시탐구회에서 큰 쟁론을 불러일으켰으며 그 후《문학과 예술》지에서 근 1년간 지상토론을 벌렸던 시이다. 쟁론의 중점은 한 마디로 작품의 해독성에 있었는데 쟁론의 한 측은 이 시가 도대체 무엇을 썼는지 모르겠고 소위 시인도 모르는 작품이 일반 독자들에게는 더욱 난해할 것이기에 이렇게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 이런 난해시의 기법은 서방에서 벌써 일찍부터 실험하였고 이것은 그에 대한 모방에 지나지 않기에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쟁론의 다른 한 측은 이 시에 대하여 창작사유에서 정치에 구속되던 일원화사조를 제거하고 우리 시단에 다원화의 창작방법을 제시한 훌륭한 작품이라고 긍정하면서 이 시가 단순연상에서 자유연상에로, 접근성상상과 사상성상상에서 원근상상과 이질조합의 상상에로 사유의 길을 개척한 작품이라고 평가하였다.

한 수의 시에 대한 평가가 이렇게 찬반 양극으로 치달아 가게 된 이유는 작품에서 제시한 이미지들에 대한 이해의 혼란에서 온 것이다. 《추억》이란 제목의 이 시는 “샘물”, “둥근달”, “뿔 달린 사슴”, “락엽” 등과 같은 사실적인 이미지와 함께 “그리움”, “꿈”, “생각” 등과 같은 심리적 현상들을 담고 있다. 그런데 시는 추억 즉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함”이란 이 심리학적이고 관념적인 현상을 드러내는 데에 있어서 작품에 제시한 여러 가지 사실적 이미지들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이들 이미지에 의하여 나타난 또 다른 관념적인 현상인 “꿈”을 선택하였다. 즉 “A=a” 혹은 “A=A1”과 같이 “추억=꿈”이란 별로 의미가 없는 등식을 이룬 것이다. 여기서 관념적인 현상을 시적 형상으로 드러내는데 필요했던 “샘물”, “둥근달”, “뿔 달린 사슴”, “락엽” 등과 같은 사실적인 이미지들은 다만 시인이 표현하고자한 관념의 배경이 되었을 뿐이고 이것은 그저 이 관념에서 또 다른 저 관념으로 되돌아가는데 필요한 단순전환역할밖에 하지 못하고 말았던 것이다. 때문에 이 작품은 몽롱성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해독에 있어서 적지 않은 난해성을 조성하였다. 이와 같은 의미로 시작품의 창작실천에서 이미지창조의 성공여부가 작품전체의 완성여부를 결정한다고까지 말하게 된다. 작품에서의 이미지의 역할에 대하여 루이스(C. D. Lewis)는 신선감, 강렬성, 환기력 등 몇 가지 방면으로 나누어 말하였는데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1. 신선감

 

시에서 이미지는 인간의 보편적 정서에 호소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신선함을 불러일으키는 기능을 수행하여야 한다. 다음의 시 《꽃의 언어》는 “꽃”과 “언어”라는 서로 상이한 요소가 결합됨으로써 독특하면서도 선명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시인은 “꽃”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이고 통속적인 이미지에서 순수성의 이미지만을 추출하여 “언어”라는 전혀 새로운 요소와 결합시켜 여러 가지 역동적 이미지를 산생, 확산시켰으며 이는 시를 보다 탄력적으로 읽히게 하였다. 이것은 일종 “낯설게 하기” 기법이 잘 활용된 성공사례이기도 하다.

 

꽃의 언어는

무지개보다 더욱 빛나는 것

 

선화야, 경아

우리가 불러줄 때

꽃은 아침에 피는 신선한 몸짓으로

그리고 밝은 모습으로 대답해주고

백일홍 방울꽃 아이꽃…

하고 

이름 지어 주면

비에 젖지 않은 이만이 듣게

구겨지지 않은 마음만이 받게

대답한다.

 

꽃의 언어는

수정보다 더욱 순수한 것

형님, 교수님, 국장님…

프랑스어, 라틴어, 영어, 일본어…

계선이 없이

꽃의 언어는 숨 쉬고 있다.

 

꽃의 언어는

꽃만이 서로 통하고

 

서로서로 사랑하고

슬픔을 위로할 줄 알고

꽃의 언어는

한 두 돌이 되는 아이들만이 듣는

소리 나는 말이다.

 

― 리임원, 《꽃의 언어》, 전문.

 

 

2. 강렬성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감아 생각해 볼 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 리육사, 《절정(絶頂)》, 전문.

 

시는 함축적이고 운율이 있는 순간의 언어이다. 이미지가 때에 따라 아주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도 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이다. 육사의 이 시에서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는 “서릿발 칼날진 그 위”는 극소화된 자아의 존립공간이요 자아의 생명력이 극도로 위축된 내면공간이다. 이에 비례하여 극대화된 불안의 공간은 겨울 북방의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이런 극한점이 이뤄내는 역설적 반동과 강렬한 대립을 통해 분출되는 이미지, 그리고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등 폭력성 언어와 대항성 언어가 빚어내는 대결구조가 이 시를 한층 강렬한 분위기로 유도하는 것이다.

 

3. 환기력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밑에 호롱불 여위어가며

서글픈 옛 자췬양 흰눈이 나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나서면

머언 곳에 여인이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 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을로 차단한 의상을 하고

흰 눈은 나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

 

― 김광균,《설야(雪夜)》, 전문.

 

이 시가 회화적이며 관능적이라는 점은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보면 이 시의 중간 부분인 “머언 곳에 여인이 옷 벗는 소리”의 역할은 이런 차원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지금까지 끌고 왔던 분위기를 일시에 바꾸어 놓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바꾸어진 이미지를 통해 독자의 정서에 깊게 호소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외 이미지는 시의 진정성, 내밀성(응축성, 정밀성)등에 기여하는 역할을 수향하기도 한다. 진정성은 시의 이미지가 매우 진지한 것이고 정직한 것이어야 하는 점을 말하며 내밀성은 시상이 압축이 형태를 지향하면서 고도로 집중된 정감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또한 시적 이미지의 기능으로 간결성, 평이성 그리고 자연스러움 등을 들 수 있다.

 

 

 


 

 

 

제 3절 이미지의 종류

 

언어학자 어번(W. M. Urban)은 언어의 발달 단계를 세 가지 차원으로 나누어 설명하였는데 사실 그대로 흉내 내거나 그대로 기록하는 모사적(模寫的) 단계, 기지(旣知)의 사물로 미지(未知)의 사물을 미루어서 인식하는 유추적(類推的) 단계 그리고 관념의 세계를 가시적인 사물로 표시하는 상징적 단계가 그것이다. 이것은 또한 시에서 시각적, 감각적 효과를 자아내게 하는 정신적 이미지(mental image), 이미 알고 있는 사물들을 빗대어서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설명하는 비유적 이미지(figurative image) 및 시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전달하기 위하여 대상의 본질을 암시적으로 제시하는 상징적 이미지(symbolic image) 등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또한 대상과의 관계 여부에 따라 상대적 이미지와 절대적 이미지로 나뉠 수 있다.

비유적 이미지와 상징적 이미지는 시적비유와 시적상상의 장절에서 다시 자세히 논의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정신적 이미지와 상대적 및 절대적 이미지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1. 정신적 이미지(mental image)

정신적 이미지란 심리적인 이미지로서 시인의 정신 속에 잠재되어 있는 인상(印象)을 말하는데 주로 감각적 체험을 통해 비롯된 심상(心象)을 가리킨다. 즉 언어에 의하여 우리의 마음속에 떠오른 감각적 이미지이다.

감각(感覺, sensation)은 빛, 소리와 같은 외계의 사상(事象) 및 통증과 같은 체내의 자극에 의하여 일어나는 의식현상이다. 자극이 신체에 수용되면 신체 내의 복잡한 작용에 의하여 중추신경에 전해졌을 때 여기서 일어나는 대응이 바로 감각이다. 감각의 말단 기능을 수용이라 하고 최종적인 뇌의 자극구별을 지각(知覺)이라 한다. 의학적인 면에서 보자면 지각이란 감각이 통합되어 구체적인 의미를 지닌 고차원의 기능이다. 자극을 받아들이려면 인체에 자극수용부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자극의 종류에 따라 그 자극에 대한 특히 예민한 장소가 신체의 부분에 따라 각기 정해져 있다. 그리고 감각기의 자극수용부에는 감각세포와 지지세포가 있는데 때로는 감각세포의 흥분을 구심적으로 전달하는 2차 신경세포 또는 3차 신경세포가 존재하기도 한다.

감각이라는 말은 최초에는 외계나 체내의 자극으로부터 직접 일어나는 의식 전체를 의미하였다. 따라서 기억이나 사고, 반성 등이 가미되지 않은 의식이지만 자극으로부터 일어나는 것인 한 감정적인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용어에 의하면 외적 대상에 대한 직접적인 인상(印象)은 감각이라 해도 좋으나 그 후 감정적 요소를 넣지 않은 것을 감각이라 하게 되었다. 또한 심리학이나 생리학에서는 자극으로부터 야기되는 의식 내용에서도 복잡한 형태를 제외한 단순한 내용을 들어서 감각이라 부른다. 즉 자극을 받아서 느끼는 경험은 시간적, 공간적 관계를 갖추고 또한 대부분은 형태를 갖춘 지각이다. 그 지각으로부터 공간적 관계나 시간적 관계, 형태성 등을 뺀 내용을 감각이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소리를 들으면 그 소리가 들리는 방향(공간적 방향) 및 소리가 들리고 있는 시간적 관계가 느껴지는데 이와 같은 관계를 빼고서 소리의 강약이나 음조 등을 끄집어 낸 것이 음의 성질이며 이러한 성질로서 나타내는 것이 음의 감각이다.

감각은 시각(視覺), 청각(聽覺), 후각(嗅覺), 미각(味覺) 등과 같이 신체 감각수용기의 종류로 분류된다.

 

1). 시각적 이미지

시각적 이미지는 사물의 명암, 대소, 색깔 및 채도, 두터움과 엷음, 움직임과 정지 등을 언어로 보여주는 이미지이다. 시각은 우리들의 지각활동 중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현대시의 특징의 하나가 사물을 보다 구체화하는 것이라고 할 때 이 시각적 이미지의 창조는 사물의 시각화를 위한 가장 유리한 방식이기도 하다. 이는 우선 눈에 보이는 사물의 외형적인 모습을 그대로 그려내어 사물을 언어로 시각화하는 방법으로 체현된다.

 

마른 넝쿨

늙은 나무

어지러운 까마귀

 

작은 다리

흐르는 물

사람 사는 동네마을

 

옛 길에

하늬바람

여위어 가는 말 한필

 

저녁 해 서녘에 기울고

애끓는 이 하늘가에 있어라

 

― 마치원(馬致遠), 《천정사 ․ 가을 생각(天淨沙․秋思)》, 전문.

 

枯藤老樹昏鴉

小橋流水人家

古道西風瘦馬

夕陽西下

斷腸人在天涯

 

이는 중국 원나라 시인 마치원의 시로 떠돌이 나그네의 하늘 밖에 홀로 버려진 심정을 가장 적절하게 담을 수 있는 경물을 취하여 시인의 처량하고 외로운 심사를 잘 표현하였다. 작품은 앞의 세 구절에서 다만 열여덟 글자의 한자로 아홉 가지 경물을 열거하였는데 이 “마른 넝쿨”, “작은 다리”, “옛 길” 등 각기 다른 아홉 개 이미지들을 유기적으로 엮어 하나의 정체를 이루어냄으로써 쓸쓸한 기분이 흐르는 동양화 한 폭을 그려내었다.

 

흰 달빛

자하문

 

달안개

물소리

 

대웅전

큰보살

 

바람소리

솔소리

 

부영루

뜬 그림자

 

흐는히

젖는데

 

흰달빛

자하문

 

바람소리

솔소리

 

― 박목월, 《불국사》, 전문.

 

박목월의 이 시에 담고 있는 것은 모두 시각과 청각에 의존된 것들이다. 따라서 어떠한 표현상의 기교도 개입되어 있지 않고 시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도 시인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오직 감각적 정취에 의해 비롯된 분위기만을 제시하는 것으로 시의 구조를 조성하였다. 이와 같이 시인은 극도의 절제를 통해 미적 분위기를 형상화하는 표현기법을 수용하여 표현대상에서 느낀 시인의 생생한 정취 즉 직접적 접속을 통해 획득한 인상과 정서적 감응을 시에 담아 감동을 극대화하였다. 이 시를 통해 감상자는 “흰달빛”에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보는 것도 같을 것이고 고요하나 영원히 이어지고 있는 “바람”이나 “솔소리”를 듣는 것 같기도 할 것이다. 이처럼 하나같이 감각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 이 시가 구현하고 있는 이미지의 특징이다.

또한 시적 이미지의 근본기능이 정서적 환기 즉 감동하는 마음의 움직임에 있다고 할 때 그것은 정적인 것이 아니라 동적인 것이다. 따라서 이미지는 명사형보다 동사형에 즉 동적 이미지에 그 생명력이 있다.

 

아침마다 창문을 열면

봄빛을 줄줄이 드리우며

수양버들이 흐느적 흐느적

그러면 내 마음의 천정에서도

무엇인지 봄빛을 흘리며

줄줄이 내리네 드리우네

 

온 하루 일터에서도

머리속에서 실버들이 흐느적이네

그러면 나도 모를 큰 힘이

가슴 속에 푸르게 자라나네

아침마다 의젓이 푸드러지는 실버들

어쩌면 저리도 내 마음 같으리!

 

― 조기천,《수양버들》, 전문.

 

일반적으로 움직이는 화면은 정지된 화폭보다 눈에 더욱 잘 뜨이고 더욱 인상이 깊게 안겨온다. 조선시인 조기천의 이 시에서는 우선 “흐느적 흐느적” “드리우며” “흘리며” “내리네” “자라나네” 등 동적인 단어로 움직이는 시각적 이미지를 불러온다. 이어서 이런 움직임이 생성한 “봄빛”이 가득한 “실버들” “수양버들”의 이미지를 생생한 그림으로 눈앞에 펼쳐 보인다. 이것들은 마치 영화나 동영상의 한 장면을 보는 듯 생동하게 안겨온다.

 

2). 청각적 이미지

청각적 이미지란 사물의 소리를 언어로 표현하는 사물의 가청화(可聽化)로 이루어진 이미지를 말한다. 이 청각적 이미지는 주로 들려지는 소리에서 일어나는 감흥을 통하여 서정자아의 심리상태를 그려내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 들려지는 소리는 시의 분위기를 생기 있게 만들어 주는데 때로는 시적 대상의 일반적인 소리를 담아내기도 하고 때로는 아주 독특한 듣기를 통해 특수한 소리를 담아내기도 하며 서정자아의 마음을 다양하게 실어낸다. 이 사물의 가청화에서는 자연의 소리를 그대로 모방하는 의성어의 사용이 대표적인 언어형식으로 되고 있다.

 

기차도 여기 와서는

조선말로 붕―

한족말로 우(嗚)―

기적 울고

지나가는 바람도

한족바람은 퍼~엉(風) 불고

조선족바람은 말 그대로

바람바람바람 분다

 

그런데 여기서는

하늘을 나는 새새끼들조차

중국노래 한국노래

다 같이 잘 부르고

납골당에 밤이 깊으면

조선족귀신 한족귀신들이

우리들이 못 알아듣는 말로

저들끼리만 가만가만 속삭인다.

 

그리고 여기서는

유월의 거리에 넘쳐나는

붉고 푸른 옷자락처럼

온갖 빛깔이 한데 어울려

파도를 치며 앞으로 흘러간다.

 

― 석화,《연변 3, ―기적소리와 바람》, 전문.

 

이 시는 우선 첫 연에서 기적소리 및 바람의 조선어발음과 한어발음의 차이로 중국내 민족자치구역의 하나인 연변조선족자치주의 특징을 드러내면서 소수민족과 주체민족의 부동한 점을 구별하게 하였다. 그러나 이어지는 두 번째 연의 새들과 귀신들의 등장 그리고 세 번째 연의 유월 거리의 풍경을 통하여 조, 한 두 민족이 연변 땅에서 어울려 살아가고 함께 조국의 운명을 짐 지고 나가는 공동한 점을 나타내었다. 기적소리와 바람으로 표상된 들리는 소리와 새들의 노랫소리 특히 우리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납골당에서 나누는 조, 한 두 민족귀신들이 속삭임은 결국 연변이라는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는 조, 한 두 민족인민은 현실이라는 차원의 부동함을 뛰어넘어서 두 민족 간의 서로 다른 특징들보다 훨씬 크고 소중한 운명을 공동하게 소유하고 있음을 나타내었다.

 

오늘 저녁에도 휘파람 불었다오

복순이네 집 앞을 지나며

벌써 몇 달째 휘파람 부는데

휘휘…호호…

그리도 그는 몰라준다오.

 

날마다 직장에서 보건만

보고도 다시나 못 볼 듯

가슴 속엔 불이 붙소.

보고도 또 보고 싶으니

참 이일을 어찌하오.

 

오늘도 생긋 웃으며

작업량 3백을 넘쳤다고…

글쎄 3백은 부럽지도 않아

나도 그보다 못하진 않다오.

그래도 그 웃음은 참 부러워―

 

한번은 구락부에서

나더러 무슨 휘파람 그리 부느냐고

복순이 웃으며 물었소.

난 그만 더워서 분다고 말했다오.

그러니 이젠 휘파람만 불 수 밖에―

 

몇 달이고 이렇게 부노라면…

그도 정녕 알아주리라!

이 밤도 이미 늦었는데

나는 학습재료 뒤적이며

휘휘…호호…

그가 알아줄까?

 

― 조기천,《수양버들》, 전문.

 

노래로도 작곡되어 우리들 특히 한반도 남북이 다 같이 즐겨 부르고 즐겨 듣는 조선시인 조기천의 시이다. 이 시는 짝사랑에 빠진 젊은이의 안타까운 심사를 휘파람에 담아 아주 생동하게 표현하였다. 낮에도 밤에도 그리고 “벌써 몇 달째” 부는 총각의 휘파람소리, 처녀는 아는 듯, 모르는 듯 “무슨 휘파람 그리 부느냐고” 웃으며 물으니 총각의 가슴은 더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노동현장에서의 건강한 청춘남녀의 사랑이 “휘휘…호호…”라는 휘파람소리와 같이 우리의 귀에 쟁쟁하게 들려오며 입가에 웃음을 머금게 한다.

 

3). 미각적 이미지와 후각적 이미지

미각적 이미지는 혀와 같은 감각기관으로 달고 시고 짜고 쓴 등 미감(味感)을 느끼어 이루어지는 이미지이고 후각적 이미지는 코와 같은 감각기관에 의해 느껴져지는 냄새에 대한 감각이 이루어내는 이미지를 이르는 말이다.

 

이 맑은 가을 해살 속에선

누구도 어쩔 수 없다

그냥 나이 먹고 철이 들 수밖에는

 

젊은 날

떫고 비리던 내 피도

저 붉은 단감으로 익을 수밖에는…

 

― 허영자,《감》, 전문.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찡하니 닉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 백석,《국수》, 부분.

 

앞의 시 《감》에서는 “떫고 비리던” 등의 단어로 뒤의 시 《국수》에서는 “찡하니 닉은” “얼얼한” 등의 단어로 미각을 담아내어 시의 효과를 높이고 있다.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워워졌다.

 

― 백석,《여승(女僧)》, 부분.

 

이 시에서는 “가지취의 내음새” 등 후각적 이미지가 시에 환기성과 강렬성을 일으키는데 일조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미각적 이미지와 후각적 이미지는 함께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인간의 감각기관중에 미각과 후각은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코가 막히면 냄새만 못 맡는 것이 아니라 맛까지도 잘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경우를 보더라도 이 두 감각 사이의 상관관계가 얼마나 긴밀한지 잘 말해준다.

 

내일같이 명정날인 밤은 부엌이 째듯하니 불이 밝고 솥뚜껑을 놀으며 구수한 내음새 곰국이 무르끓고 방 안에서는 일가집 할머니가 와서 마을의 소문을 퍼뜨리며 조개송편에 달송편에 죈두기송편에 덕을 빚는 곁에서 나는 밤소 팥소 설탕 든 콩가루소를 먹으며 설탕 든 콩가루소가 가장 맛있다고 생각한다.

 

― 백석,《고야》, 부분.

 

이 시에서 시인은 명절 전날의 정취를 여러 가지로 묘사하는 중에 다양한 먹을거리를 준비하는 모습을 묘사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음식을 나열한다. 곰국이나 여러 가지 송편, 그리고 그 속에 들어가는 소를 나열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미각적 감각을 느끼게 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 중의 하나는 곰국 끓이는 냄새이다. 이것은 냄새이기도하면서 곰국이 주는 구수한 입맛을 함께 살려내는 것으로 미각과 후각이 함께 작용하는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시큼한 배척한 퀴퀴한 이 내음 속에

나는 가느슥히 여진(女眞)의 살내음새를 맡는다.

 

얼근한 비릿한 구릿한 이 맛 속에

가마득한 신라(新羅)백석의 향수도 맛본다.

 

― 백석,《북관》, 부분.

 

여기서 시인은 냄새와 맛으로 대상을 파악하고 묘사한다. 말하자면 시인은 조선 함경도를 여행하면서 그 곳의 냄새를 통해 그들의 조상 여진을 확인하고 더 멀리의 신라백성의 향수도 찾아 나서고 있다. 미각이나 후각은 본능적인 감각 중에서 그 기억강도가 매우 강한 것 중의 하나라고 말 할 수 있다. 어릴 때 길들여진 맛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하는 것이 그 예이다. 이처럼 미각적 요소나 후각적 요소에는 그 집단 특유의 내적인 특성이 유전자처럼 내려온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하면 백석이 이러한 미각과 후각을 통해 여진과 신라를 기억해낸다는 것은 상당히 설득력 있는 논리인 셈이다.

 

4). 촉각적 이미지

촉각적 이미지는 신체접촉에서 감지되는 단단하거나 부드럽고 예리하거나 뭉툭하고 또 차거나 뜨거운 등 무엇에 닿아 생성하는 느낌이 이루어내는 피부감각(皮膚感覺)적 이미지를 가리킨다. 인체의 피부에는 촉각, 온각, 냉각, 통각 등 4종의 감각수용기가 있다. 따라서 촉각적 이미지는 피부감각뿐만 아니라 “춥다, 덥다, 시원하다” 등의 전신감각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이 되며 그러므로 이 촉각적 이미지 속에는 냉열감각 이미지, 감촉 이미지 등 감각이 모두 포함된다. 이 피부감각을 다음과 같이 세부적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촉각의 적합자극은 물체를 접촉하는 일이다.

둘째, 온각의 적합자극은 온도상승이다.

셋째, 냉각의 적합자극은 온도하강이다.

넷째, 통각은 적합자극이리고 할 정도로 특수화되어 있지 않다. 즉 어떤 종류이든 매우 강한 자극이 작용하면 흥분한다. 통각수용기는 특수한 세포가 아니라 신경섬유말단 그 자체이다.

예전에는 신체감각으로 시각, 청각, 후각, 미각, 그리고 촉각 등 5종류밖에 알려지지 않았으므로 이것을 모아 오감(五感)이라고 하고 그 이외의 감각이 아닌 직감력이나 예감(豫感)등을 제6감각(六感)으로 표현하기도 하였다.

 

문 열자 선뜩! 뚝 듯 듯

먼 산이 이마에 차라.

 

우수절(雨水節) 들어

바로 초하로 아침.

 

새삼스레 눈이 덮인 뫼뿌리와

서늘옵고 빛난 이마받이 하다.

 

얼음 금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 옷고름 절로 향기롭워라

 

융숭거리고 살어난 양이

아아 꿈 같기에 설어라

 

미나리 파릇한 새순 돋고

옴짓 아니기던 고기입이 오믈거리는

 

꽃 피지전 철 아닌 눈에

핫옷 벗고 도로 칩고 싶어라

 

― 정지용,《춘설(春雪)》, 전문.

 

 

고개턱에선

한 옛날

쇳돌을 구웠다하여

이름이 쇠골령

 

우러러 층암절벽

삼복 더위에서 써늘한 바람이 이마에 스미는 곳

떡갈 탱자 느름나무에

무루 다래 칡 덩굴이 칠칠 휘감이였네.

 

(중략)

 

젓나무 밑 바윗돌에 다리 펴고 앉으니

소나무 바람소리 귓가에 들리여라

황초 두둑이 한 대 말아 피우면

이제는 시름도 한숨도 아니라

주권의 고마움 가슴 속 사무치여

해야 할 많은 일 머리에 가득 차네.

 

― 김조규,《쇠골령고개》, 부분.

 

상기 두 작품은 똑 같이 이마에 와 닿는 차가움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정지용의 시는 이른 봄의 “선뜩”한 느낌이고 김조규의 시는 한여름의 “써늘한” 느낌이다. 1939년 4월 《문장(文章)》지에 발표한 지용의 시《춘설(春雪)》은 “미나리 파릇한 새순 돋”아나서 봄이 온 듯하면서도 “꽃 피지전 철 아닌 눈”이 내려 “핫옷 벗고 도로 칩고 싶어라”는 것으로 시절의 변덕스러움을 나타내었다면 김조규가 1946년 10월에 쓴 시《쇠골령고개》은 민족의 해방을 맞아 1년 남짓한 뒤에 쓰여 “주권의 고마움 가슴 속 사무치여/ 해야 할 많은 일 머리에 가득 차네.”라는 가슴 벅찬 서정주인공의 이마에 스미는 기분 좋은 서늘함을 담았다. 이 두 작품을 비교하면서 촉각적인 이미지가 어느 정도의 강도로 나타나고 있는가에 따라서 시적 분위기가 이렇듯 달라질 수 있음을 본다.

 

5). 신체기관이미지

신체기관이미지는 심장의 고동과 맥박, 호흡, 소화 등과 같은 호흡기나 순환기 계통의 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이미지이다. 신체기관이미지는 우리의 신체조직, 신체기관의 활동을 이미지로 표현할 때 이는 우리 자신의 신체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보다 느낌이 강하고 직접적일 수 있다.

 

“마돈나” 가엷어라, 나는 미치고 말았는가, 없는 소리를 내 귀가 들음은―

내 몸에 피란 피- 가슴의 샘이 말라 버린 듯 마음과 목이 타려는도다.

 

― 이상화,《나의 침실로》, 부분.

 

 

달아나거라, 저놈의 대가리!

 

돌팔매를 쏘면서, 쏘면서 사향 방초길 저놈의 뒤를 따르는 것은

우리 할아버지의 아내가 이브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석유 먹은 듯… 석유 먹은 듯… 가쁜 숨결이야

 

― 서정주,《화사(花蛇)》, 부분.

 

신체기관이미지는 이상화의 시 《나의 침실로》에서는 육체의 피와 물이 말라버린 듯 마음과 목이 타고 있는 간절함을 그려내고 있고 서정주의 시《화사(花蛇)》에서는 “석유 먹은 듯… 석유 먹은 듯… 가쁜 숨결이야”에서 보듯 호흡의 급박함을 통해 시적 대상의 고통의 순간을 잡아내고 있다.

 

6). 근육감각적 이미지

근육감각적 이미지는 근육의 긴장과 움직임을 그려내고 있는 이미지이다. 근육감각이미지는 근육의 긴장과 이완(弛緩)과 같은 감각을 제시한다. 근육감각적 이미지는 다른 이미지보다는 탄력성이 강하여 효율적으로 배치를 하면 시의 생동감을 뛰어나게 만드는 장점이 있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살찐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 이상화,《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부분.

 

이 시에서는 서정적 주인공이 호미를 쥔다거나 부드러운 흙을 밟아 보는 행위 속에서 근육의 긴장과 이완과 같은 움직임을 표현함으로써 역동적인 형상을 드러내고 있다.

 

벗으라 한다

벗으라 한다

벗어라

벗자

 

마지막 한 장의 그…

마저도

 

속살과 속살끼리 만나

만지고 비비고 삼키고 무너지자

 

맑은 그 빛깔

달콤한 그 맛

감미로운 그 향기

 

네가 나되고

나는 너로 된다

 

그 모습

다 벗고

비로소

포도들은 포도주가

된다

 

― 석화, 《그 모습 다 벗고 포도들은 포두주가 된다》전문.

 

이 시에서 근육감각 이미지는 “만지고” “부비고” “삼키고”  등 동작과 관련되어 나타나고 있다. 시적화자는 이 시에서 포도가 포도주로 되는 과정을 재현하면서 인간은 부단히 자기를 변신시키면서 자아를 완성하고 인생의 새로운 차원으로 승화하여야 비로소 “맑은 그 빛깔/ 달콤한 그 맛/ 감미로운 그 향기”를 소유한 참된 인간으로 완성됨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이 변신의 과정은 환희와 기쁨으로만 가득한 즐거운 과정이 아니라 오히려 “마지막 한 장의 그…/ 마저도” 다 벗고 “속살과 속살끼리 만나/ 만지고 비비고 삼키고 무너지”는 아픔과 괴로움이 넘치는 고통으로 점철된 과정임을 말하고 있다.

정신적 이미지의 다양한 종류로 이외 심부감각적 이미지, 내장감각적 이미지, 평형감각적 이미지 등을 더 찾아볼 수 있다.

 

심부감각(深部感覺)적 이미지:

피부보다도 심부에 있는 근육이나 건(腱: 힘줄)등에도 감각수용기가 있다. 하나는 통감으로서 피부의 경우와 마찬가지이다. 또 하나는 근육이나 건 속에 묻혀 있는 장력(張力)이다. 즉 근육이 신장(伸長)하면 이 수용기가 신장되어 흥분한다. 이 신호는 척수신경을 통하여 대뇌피질 측두엽의 피부감각령과 같은 곳에 이르러 심부감각이 된다. 가령 관절이 구부려져 있을 경우는 그 관절을 뻗히면 근육은 신장되어 있지만 구부리는 근육은 이완되어 있다. 이와 같은 근육의 정도가 감각되고 있으므로 눈을 감고 있어도 손, 발의 위치나 운동상태 또는 손에 들고 있는 물체의 무게 등을 알게 된다. 피부감각과 심부감각과는 감각신경도 같이 나란히 가고 있으며 감각령도 같은 장소에 있으므로 합쳐서 체성감각(體性感覺)이라고 한다.

 

내장감각(內臟感覺)적 이미지:

내장에는 통신경이 분포되어 있으므로 내장통각이 있다. 그밖에 여러 가지 수용기가 알려져 있다. 이들 수용기는 각기 장기에 특유한 상태가 적합자극으로 되어 흥분한다. 가령 직장에 대변이 차 있어 변이 신장되면 변의(便意)를 촉발시킨다. 또 방광이 신장되면 요의를 일으킨다. 이와 같은 감각을 장기감각이라 한다. 식욕, 갈증, 성욕, 구토증 등도 장기감각이다.

 

평형감각(平衡感覺)적 이미지:

적합자극은 직진 및 회전의 가속도이다. 수용기는 달팽이관 옆에 있는 미로(迷路)속에 있다. 직진에 대해서는 전정계(前庭階) 내의 수용기가 흥분하고 회전에 대하여는 반고리관 내의 수용기가 흥분한다. 신체가 운동하고 있다는 것은 시각이나 심부감각 등에 의해서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으나 그것들이 없어도 평형감각에 의하여 느낄 수 있다.

 

 


 

 

2. 상대적 이미지와 절대적 이미지

 

시적 이미지는 시적대상이 표상하는 “대상과의 관계”가 어떠한가에 따라 상대적 이미지와 절대적 이미지로 나뉜다.

상대적 이미지는 대상을 가지고 보편성에 기대고 있다. 즉 윤리도덕이나 진리를 비롯한 삶의 모든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거나 객관적 대상을 재현하는 모방론적 이미지이다. 이는 보통 진리나 윤리 도덕의 가치관을 존중하고 그 삶의 가치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지금 어디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분이 계시옵니다.

그 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 드리지요.

 

지금 어디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 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 드리겠어요.

 

먼 옛날 어느 분이

내게 물려주듯이

 

지금 어디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 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 드리겠어요.

 

― 조병화,《의자》, 전문.

 

이 시는 세대교체의 자연적 질서 즉 시간적 존재의 인식을 주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의자”의 이미지는 “어린 분”과 “먼 옛날 어느 분”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면서 이런 주제를 형상화하고 있는 상대적인 이미지이다.

절대적 이미지는 특정 시인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이미지로 철저하게 개별성에 기댄다. 이는 특정개인의 시적 세계에만 존재하는 이미지로서 병렬적 이미지 구조를 보여준다.

 

1+3

3+1 1+3

1+3 3+1

1+3 1+3

3+1 3+1

3+1

1+3

 

선상의 일점 A

선상의 일점 B

선상의 일점 C

 

A+B+C=A

A+B+C=B

A+B+C=C

 

― 리상,《3차각 설계도 선에 관한 각서 2》, 전문.

 

리상의 이 시는 언어의 의미성이나 감각성을 모두 배제하고 이미지가 하나의 기호나 사물이고자 하는 전위적 실험시이다. 절대적 이미지의 시는 이처럼 순수하게 사물의 이미지만을 추구하는 일이나 관념의 이미지화를 모두 거부하고 무의미한 기호로 남거나 전체적인 논리성이나 관련성을 거부하고 서로가 병치적인 상태에서 어떤 심리적 분위기만을 드러내려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시는 일정한 의미와 정서가 결합하여 예술성을 획득하고 시의 예술성은 리듬이나 이미지에 의해서 정서적으로 구현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시는 이런 시학의 관습을 일체 거부하고 감정이나 의미가 극도로 배제된 숫자를 나열하여 어떤 형태나 궤적만을 남기고 있다.

또한 절대적 이미지에서 나타나는 사물들은 필연의 관계를 가지고 의도화되고 있지 않다. 다만 서로 어울려 어떤 풍경을 인상적으로 그려내고 있을 뿐이다. 이런 작품에서 개별 시행들 속의 연계 속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내려고 한다면 십중팔구 실패하고 만다. 그것은 이런 이미지들이 어떤 관념으로서의 의미의 고리에 의해 연결된 것이 아니라 어떤 장면에서 받은 인상을 적절히 이미지화 할 수 있는 언어들을 자유롭게 선택하여 쓰기 때문이다.

 

삼월에도 눈이 오고 있어다.

눈은

라일락의 새순을 적시고

피어나는 산다화(山茶花)를 적시고 있었다.

미처 벗지 못한 겨울 털옷 속의

음산함이 남아 있는 바다의 정경

일찍 눈을 뜨는 남쪽 바다

따뜻함과 그리움

그 날 밤 잠들기 전에

물개의 수컷이 우는 소리를 나는 들었다.

 

삼월에 오는 눈은 송이가 크고

깊은 수렁에서처럼

피어가는 산다화의

보얀 목덜미를 적시고 있었다.

 

― 김춘수,《처용단장(處容斷章)》, 전문.

 

이는 김춘수가 추구한 “무의미시”의 한 작품으로 병렬적 이미지의 일종으로 보이는 시이다. 이와 같은 절대적 이미지를 추구하는 작품은 이미지가 대상으로부터 떠나는 것을 시도하여 자기논리를 극단으로 몰고 가서 시적 붕괴와 아울러 이미지의 소멸까지 추구하려는데 그 핵심이 있다. 여기에는 시인의 일종의 “허무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시인의 말을 들어보자.

 

이미지가 대상을 가지고 있는 이상 대상을 위한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그 이미지는 불순해진다. 그러나 대상을 잃은 언어와 이미지는 대상을 잃음으로써 대상을 무화시키는 결과가 되고 언어와 이미지는 대상으로부터도 자유로운 것이 된다. 이러한 자유를 얻게 된 언어와 이미지는 시인이 바로 실존 그것이라 할 수 있다. 언어가 시를 쓰고 이미지가 시를 쓴다는 일이 이렇게 하여 가능해진다. 일종의 방임상태인 것이다.(《김춘수 전집(2) : 시론》, 한국 문장사, 1982년, 372페이지)

 

이러한 절대적 이미지의 시들은 새로운 시학의 창조라는 실험성은 인정되지만 시를 수업하는 과정에서는 우선 사물의 감각화, 관념의 감각화에 보다 충실해야 할 것이다.

 

 

 

 

제 4절 시적 이미지의 구조와 시적 이미지의 어울림

 

1. 시적 이미지의 구조

 

시적 이미지는 한 편의 시 안에서 부분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진행되기도 한다. 그 진행이 어떤 형태로 나타나느냐에 따라 지속적 이미지, 집중적 이미지, 병렬적 이미지, 확산적 또는 집약적 이미지 등으로 나뉜다.

 

1) 지속적 이미지:

지속적 이미지는 한편의 작품에서 전체적 이미지들이 하나의 흐름을 지니며 시작과 끝이 맺어지는 경우로서 장시, 교훈시, 선전시 등에 많이 나타난다.

 

삼천만이여!

오늘은 나도 말하련다!

“백호”의 소리 없는 웃음에도

격파 솟아 구름을 삼킨다는

천지의 푸른 물줄기로

이 땅을 파몰아치던 살풍에

마르고 탄 한 가슴을 추기고

천년 이끼 오른 바위를 벼룻돌 삼아

곰팡이 어렸던 이 붓끝을

육박의 창끝인듯 고르며

이 땅의 이름 없는 시인도

해방의 오늘을 말하련다!

 

첩첩 층암이 창공을 치뚫으고

절벽에 눈뿌리 아득해지는 이 곳

선녀들이 무지개 타고 나린다는 천지

안개도 오르기 주저하는 이 절정!

세월의 류수에

추억의 배 거슬려 올리라―

어느 해 어느 때에

이 나라 빨찌산들이 이 곳에 올라

천심을 떠받으며

의분에 불질러

해방전의 마지막 봉화 일으켰느냐?

 

오오 조상의 땅이여!

5천년 흐르던 그대의 혈통이

일제의 칼에 맞아 끊어졌을 때

떨어져나간 그 토막토막

얼마나 원한의 선혈로 딩굴었더냐?

조선의 운명이 칠성판에 올랐을 때

몇만의 지사 밤길 더듬어

백두의 밀림 찾았더냐?

가랑잎에 쪽잠도 그리웠고

사지를 문턱인듯 넘나든 이 그 뉘냐?

산아 조종의 산아 말하라―

해방된 이 땅에서

뉘가 인민을 위해 싸우느냐?

뉘가 민전의 첫머리에 섰느냐?

 

쉬― 쉬―

바위 위에 호랑이 나섰다

백두산 호랑이 나섰다

앞발을 거세게 내여 뻗치고

남쪽 하늘 노려보다가

“따― 웅―” 산골을 깨친다

그 무엇 쳐부수련듯 발톱을 들어

“따―웅”

그리곤 휘파람 속에 감추인다

바위 호을로 솟아

이끼에 바람만 스치여도

호랑이는 그 바위에 서고 있는듯

내 정신 가다듬어 듣노라―

다시금 휘파람 소리 들릴찌

산천을 뒤집어 떨치는

그 노호 소리 다시금 들릴찌!

 

― 조기천, 《백두산》머리시, 부분.

 

조선시인 조기천의 장편 서사시 《백두산》은 머리시와 프롤로그 및 본문 7장으로 총 1천 7백여 행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작품이다. 항일혁명투쟁을 형상화한 이 작품에서 “백두산”과 “호랑이”의 이미지는 일관되게 침략자 일제에 맞서 용감하게 싸우는 항일빨찌산과 유격대장 “김대장”의 모습을 담고 있다. “첩첩 층암이 창공을 치뚫으고/ 절벽에 눈뿌리 아득해지는 이 곳”, 웅혼한 기상을 품고 하늘가에 솟아오른 백두산과 “산천을 뒤집어 떨치는” 노호소리로 세상을 깨치는 “백호”, 백두산호랑이의 이미지에는 시종 “5천년 흐르던 그대의 혈통이/ 일제의 칼에 맞아 끊어졌을 때” 이 “칠성판에 오른” 조선의 운명을 구하고저 떨쳐나선 김대장 및 철호, 석준이, 꽃분이 그리고 영남이 등 항일투사들의 강의하고 영용무쌍한 불굴의 모습이 비껴있는 것이다.

 

2) 집중적 이미지: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理念)의 푯대 끝에

애수(哀愁)는 백로처럼 날개를 편다.

아! 누구인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 유치환,《깃발》, 전문.

 

이 시에는 여러 이미지가 등장하는데 결국 주된 한 이미지로 결집된다. “소리없는 아우성”과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은 모두 “깃발”의 비유적 이미지이고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는 “순정”과 “백로처럼 날개를 펴”는 “애수” 역시 “깃발”의 비유적 이미지인 동시에 시각적 이미지이며 이들 이미지들은 모두 주된 시적 대상에 이미지를 모으고 있다. 이것을 집중적 이미지라고 한다.

 

3) 병렬적 이미지:

주된 이미지의 간섭이 없이 모든 이미지가 동등하게 나열되는 이미지이다. 절대적 이미지의 경우가 중복적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대부분 이에 속한다.

 

바보야, 우찌 살고

바보야,

하늘수박은 올리브빛이다 바보야,

바람이 자는가 자는가 하더니

눈이 내린다 바보야,

우찌 살꼬 바보야,

하늘수박은 한여름이다 바보야,

올리브열배는 내년 가을이다 바보야,

우찌 살고 바보야,

이 바보야.

 

― 김춘수,《하늘수박》, 전문.

 

이 시는 적당한 리듬과 행마다 독자적인 시적문장을 형성하고 있으나 전체적으로 유기적인 논리나 필연성을 지니고 있지 않은 중복되는 이미지의 병치가 있을 뿐이다.

 

내용 없는 아름다움처럼

 

가난한 아희에게 온

서양나라에서 온

아름다운 크리스마스카드처럼

 

어린 양들의 등성이에 반짝이는

진눈깨비처럼

 

― 김종삼,《북치는 소년》, 전문.

 

이 시는 북치는 소년을 “아름다움처럼”, “크리스마스카드처럼” “진눈깨비처럼” 등으로 비유하여 있는데 이런 비유들은 어느 것이 다른 어느 것에 종속되거나 연관되는 것이 없이 동등하게 나열되었다. 이런 이미지의 병렬은 시에서 의미의 한정이나 정서의 긴장성을 제고하는 기능을 하는데 조력한다.

 

4) 확산적 또는 집약적 이미지:

이미지가 작거나 부분적인 것에서 많거나 큰 것으로 확대되는 경우로 작품 말미에 이를수록 이미지가 커지는 것이 확산적 이미지이며 이와 반대의 경우로 이미지가 작아지거나 축소되어 압축되어 가는 경우가 집약적 이미지이다.

 

머언 산 청운사

낡은 기와집

 

산은 자하산

봄눈 녹으면

 

느릅나무 

속잎 피어가는 열두 굽이를

 

청노루

맑은 눈에

 

도는

구름

 

― 박목월,《청노루》, 전문.

 

이 시의 주된 이미지는 시각적 이미지인데 이미지의 구조적 측면을 살펴보면 머언 산→ 봄눈→ 느릅나무, 열두 굽이→ 청노루 맑은 눈으로 그 이미지가 원근법을 통해 큰 것에서 작은 것으로 집적화되고 있다. 단순히 시각만을 통해서 나타내고 있는데 이 원근법의 효과적인 묘사로 마치 청노루 한 마리가 열두 굽이를 뛰어내려와 바로 앞에 서서 눈알을 굴리고 있는 듯 한 착각을 하게 한다.

 

 

2. 시적 이미지의 어울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우고 있는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 신경림,《갈대》, 전문.

 

이 시의 지배적 이미지는 청각적 이미지이다. 그러나 시상이 결코 얕아보이지도 않으며 청각 중심의 시에서 보게 되는 들떠있음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 이유는 바로 이 시의 지배적 이미지는 청각이지만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이미지가 있느니 그것이 바로 이 시의 배경을 형성하고 있는 시각적 이미지이라는 것이다. 어느 밤, 갈대가 온몸이 흔들리우던 밤, 바람과 달빛이 어우러진 밤, 그 어둑하게 가라앉은 모습이 다가온다. 이 시각적 이미지는 배경으로 존재하면서도 동시에 갈대의 조용한 울음이 되고 있다. 배경과 대상의 틈새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시각과 청각이 어우러져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이 시의 깊이는 바로 여기에서 연유하고 있다. 시각과 청작이 어우러져 같이 흔들리고 있으므로 하나의 이미지로 사고가 단선화 되는 것을 어느 정도 제어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서로 다른 이미지들의 교차는 좋은 효과를 빚어낼 수 있다. 시각적 이미지가 갖는 속성은 많은 부분이 정태적이며 안정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물론 움직이는 상황이나 모습을 재현하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모든 상황을 움직이는 것으로 나타낼 수는 없다. 움직이지 못하는 사물들을 움직이는 것으로 나타낸다면 이는 이미지에 중점을 둔 시라고 하기보다는 불안한 심리묘사 등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각적 이미지는 시각과는 다르게 근본적으로 움직이는 속성을 지닌다. 당연히 정태적인 시각과 동작적인 청각이 만나게 되면 여기에서 시적긴장 일어나게 되고 이로 인해 시는 탄력적이고 굴곡적인 질감을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단순히 하나의 이미지로만 되거나 일정부분에서 한 이미지가 다른 이미지로 완만하게 변화되는 것과 빠르게 이미지가 교차되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이미지시가 가질 수밖에 없는 단조로움이나 가벼움을 극복하기위하여 감각적 이미지를 복합적으로 드러내는 방법이 있는데 이것을 공감각적(共感覺的) 이미지의 창조라고 한다. 이는 시인의 감수성의 특질로 설명할 수 있는데 한 대상에 대하여 시인은 동시에 여러 감각이 동원되어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그것을 생생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이는 대상에 접하여 촉발된 한 감각이 다른 감각으로 전이 되는 것으로 두 개 이상의 감각이 결합된 형태이다.

 

ㄱ)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김광균, 《외인촌》)

ㄴ) 꽃처럼 붉은 울음(서정주, 《문둥이》)

ㄷ) 금으로 타는 태양의 즐거운 울림(박남수, 《아침이미지》)

ㄹ) 흔들리는 종소리의 동그라미 속에서(정한모, 《가을에》)

 

상기의 예는 모두 시각과 청각이 결합된 공감각이 제시된 점에서 동일하다. 감각의 전이방법에서 보면 (ㄱ), (ㄴ)와 (ㄹ)는 청각에서 시각으로 전이하고 있으며 (ㄷ)는 시각에서 청각으로 전이되고 있다. 이렇게 감각의 전이는 원관념에서 보조관념으로 전이되어 이루어진다. 그것은 보조관념의 감각은 시인의 실제의 감각체험에서 상상적으로 촉발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공감각적 이미지의 창조는 시상의 전개과정에 이들 이미지가 밋밋하고 막연한 것으로부터 굴곡 있는 질감의 이미지로 변화되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면서 속도감 있게 진행되게 한다.

시적 이미지는 또한 시대에 따라 변하며 지역과 문화에 따라서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중국과 조선, 일본 등 동양의 고전적 이미지는 주로 고담(枯淡)하고 질박(質朴)한 것이 많다. 조선시대에는 성리학의 유입으로 훈고(訓詁)적인 성리학의 이미지가 강했다. 강호가도(江湖歌道)의 시에 나타난 이미지는 미의식이 그러하듯 일반화된 이미지였다. “나무”나 “꽃”은 우선 나무의 특수한 종류를 불문하고 “나무”라는 일반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고 “꽃” 역시 그러했다. “매화”는 엄동설한 눈서리 속에서도 꽃을 피워내는 것으로 인고의 정신과 강인한 의지를 그리고 “난”은 푸르고 고고한 모습으로 고결함과 지조를 타나내었다. 혹 나무를 구분을 한다고 해도 “소나무”는 낙목한천(落木寒天)의 절개를 표상하는 일반적 이미지가 고정화되어 있었고 “대나무”는 곧은 의지의 선비정신을 표징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미지는 장르와 장르 사이, 계층과 계층 사이, 나라와 나라 사이, 문화권과 문화권의 차이에 따라서도 판이하게 그 양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

한수의 시에서 강렬하고 신선한 이미지를 창조해 내는 것은 작품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일이 된다. 창작의 실제와 비추어 이것을 아래와 같은 몇 가지 내용으로 정리하여 볼 수 있다.          

                 

1) 이미지의 생명은 명확성과 새로움이다. 모호한 이미지는 오히려 시상의 전개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2) 내 시가 힘이 없이 나약하다면 시각적 이미지로 표출되는 동태적인 장면을 묘사해 보자. 더 나아가 청각이나 후각, 근육감각적인 이미지 등을 활용해 보자.

3) 내 시가 너무 들떠 있다면 동태적인 면보다는 정태적인 가운데 느릿한 움직임들이나 존재한 것을 촘촘한 사고로 엮어보자.

4) 시각적 이미지는 집중의 효과를 나타내는데 적합하고 청각적 이미지는 분산과 확산의 효과를 나타내는데 적합하다.

5) 한 이미지만을 즐겨 쓰는 것은 시인의 개성일 수 있으나 그것에 대하여 특별한 신념이 없다면 서로 다른 이미지를 적절히 교차하여 써보자. 탄력적이고 긴장감이 높은 시를 만들 수 있다.

6) 이미지 너머의 것을 생각해 보자. 보이는 것의 미세한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면 너머의 것이 보인다. 그것을 과감히 잡고 보이는 것보다 더 명료하게 그려내라.

 

이미지의 창조가 한편의 시를 창작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매수의 작품에 반드시 이미지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미지 없이도 시는 이루어질 수 있다.

 

생활이 그대를 속이더라도

서러워말아라 노여워말아라

울적한 날은 참고 견뎌라

즐거운 날이 찾아오리니

 

마음은 항상 미래에 살고

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이니

모든 것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일들은 그리우리라

 

― 뿌쉬낀,《생활이 그대를 속이더라도》, 전문.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가겠어요.

어떤 희생이 따를지 따져보지 않겠어요.

그것이 잘한 일인지 생각하지 않겠어요.

그가 나를 사랑하는지 알고 싶지 않아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가겠어요.

 

― 베르톨트 브레히트,《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가겠어요》, 전문.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가 없는 까닭입니다.

 

― 한용운,《복종》, 전문.

 

러시아시인 뿌쉬낀의 시 《생활이 그대를 속이더라도》는 차분한 어조로 현재와 미래의 관계를 밝혀내어 생활의 깊은 철리를 설명하고 있다. 현란한 수식이나 난해한 표현은 일절 걷어내고 다만 속삭이는 듯 한 마음의 대화로  큰 감동을 주고 있다.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시《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가겠어요》도 직접적인 표현으로 사랑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담아내고 있다. 매우 직설적인 어조이지만 이는 오히려 솔직하고 구김 없는 진실을 이야기하면서 상황의 긴박감마저 넘쳐내고 있다.

한용운의 《복종》은 이미지의 사용 없이 문체와 어조, 주제(내용)만으로 시적 형상화를 이루어내었다. 시는 복종의 이미를 구체적으로 서술하면서 복종과 자유의 변증관계를 소상히 밝히고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라는 결론에 자연스럽게 도달하고 있다.

이처럼 시창작에 있어 이미지의 창조는 중요한 표현수단이기는 하나 상기의 예들처럼 무이미지로 시적 형상화가 가능하기도 한 것이다. 여기서 문체와 어조 그리고 내용이 무이미지시의 시적 형상화에 중요 수단이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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