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9월 2024 >>
1234567
891011121314
15161718192021
22232425262728
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동주, 흑백영화의 마력...
2016년 02월 21일 03시 40분  조회:3702  추천:0  작성자: 죽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흑백 저예산 영화라 깔보지 말라. 대한암흑기(일제강점기)의 상징으로 딱 맞는 기법이 아닌가. 자신의 속내를 숨겨야 하는 세상은 흑백의 세상이다. 화려한 칼라는 시선의 산만함을 가져온다. 흑백은 오직 인물의 표정에만 집중할 수 있게 몰입도를 높여 주는 장점도 있다. 인물들의 미세한 표정에서 그 내면까지도 들여다보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이준익 감독은 '꿩 먹고 알 먹고'로 비유한 그 우스갯소리에도 뼈가 있는 말이다. 윤동주만 내세우기엔 영화적 서사가 부족할 것 같아서 다른 기둥으로 송몽규를 함께 대입했다고 한다. <왕의 남자>, <사도> 등을 만든 그 내공으로 <동주>를 110분 동안 몰입도 높게 끌고 갔다.

 

 

어둔 시대에 청춘을 구겨 넣고 떠난 윤동주는 지금까지 국민시인으로 많은 혜택을 보고 있지만 송몽규는 상대적으로 별로 평가되지 못한 인물이라 이의 발굴에도 힘을 보탠 것이다.

 

 

동아일보 신춘문예 산문부분 당선자인 송몽규는 결국 주권 잃은 현실임을 실감하고 독립단체에 참여하는 행동인이 된다. 그러면서 동주에게는 '너는 시를 써라 총은 내가 든다'고 하는 몽규의 말이 가슴에 아련히 남는다. 내성적이고 수줍은 많은 동주는 '시인이 되길 원했던 내가 부끄럽다'고 응수한다.

 

 

주권을 잃은 그 암흑의 시대에 지식인인 동주가 할 수 있는 것은 시 쓰는 일뿐이었다. 오랜 친구이자 외사촌 송몽규의 행동에 자극을 받아 부끄러움을 느끼지만 암울한 시대 조국이 사무치게 그리울 때도 그는 시를 썼다. 하지만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윤동주가 먼저 죽고 한 달 뒤 송몽규도 죽는다. 미완의 청춘 29살의 나이에 그들 둘은 광복 5개월을 남겨두고 대한 암흑기를 처절하게 살다 갔다.

 

 

'20대에 청춘을 마감한 아름다운 청년 그 청년이 남긴 시가 7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마음 한구석 깊이 숨어 있으며 때로는 그 것이 나를 울렁이게 한다'고 이준익 감독은 토한다. 그 시대적 아픔과 부끄러움을 묻어둘 때도 됐는데 왜 또 들춰내느냐고 책망하고 싶은데 그는 대변한다. '두 사람이 어떻게 어둔 시대를 이겨냈고 그 시가 어떻게 이 땅에 남았는지 그 과정을 영화로 담고 싶었다. 그리고 비명에 간 그들의 청춘과 그 시대를 위로하고 싶었다'는 게 이준익 감독의 의도이니 내가 어쩌랴.

 

 

영화엔 13편의 시가 나온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의 사랑과

별 하나의 쓸쓸함과…

별이란? 우리 천손민족에겐 별이란 하나의 초월 의지이며 온 곳으로 돌아갈 곳이다.

'별 헤는 밤'과 '서시' 가 인상적이다. 적진의 형무소 창에서 내다보는 밤하늘엔 초롱초롱한 별들만 가득하다.

 

 

형무소에서 알 수없는 약물주사를 맞고 각혈하면서 죽어갈 때 읊는 시 '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서시'는 그렇게 감정선을 절정으로 밀어 올린다. 이 영화의 전편을 흐르는 기조는 '부끄러움'이다. 어느 시대이건 부끄러움을 알고 사는 이는 덜 부끄러운 것인 만큼 지금 기득권 세대들에겐 부끄러움을, 젊은 세대들에겐 전쟁이나 식민의 상황을 그저 관념적으로만 여길 뿐 구체적 감각을 인지하는 지를 거듭 묻고 있는 듯하다.

 

 

영화를 본 후 내 삶의 의미가 겹쳐진다. 주권 없는 대한 암흑기를 당시 지식인들이 빠져 나가야 하는 어둠이듯이 나는 이 자본의 어두운 터널을 어떻게 빠져 나가야 하는지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좌절감만 엄습해서 나를 당혹하게 하고 아릿한 뒷맛을 만든다.

 

 

시의 정서만이 나를 후려치는 게 아니라 시대상의 아픔이 사정없이 나를 후려치는 채찍이다. 요즘 말하는 참여문학의 개념이 아닌 문학의 본질이자 시대적 아픔을 녹여낸 문학의 정수를 느끼게 한다. 그것이 문학의 역할이 아닐까? 문학은 대중들 앞에서 큰소리로 선동하는 것이 아니고 대중들의 밑가슴에서부터 공감을 갖게 해서 스스로 뒤에서 밀고가는 저력이 아닐까 한다. 소위말해서 '정서적 공감'이랄까.

 

 

당시 몽규에게는 일제라는 구체적인 싸워야 할 적이 있었고 동주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억압하는 거대한 힘과 자기 정체성의 괴리에서 오는 인간적인 부끄러움을 대중들의 정서로 확대하고 있다.

 

 

이 시대 알수 없는 수많은 적들에게 둘러싸여 현재 나는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가? 하는 나의 정체성마저 놓쳐버린 이 시대의 정신적인 고아가 되어 버렸다는 자각이다. 무엇과 싸워야 하고 어떤 정체성을 갖고 대항해야 하는지?… 현재 이 어려운 세상과 싸우는 나를 위로하고 힘을 주는 이는 진정 없는가? 한마디로 '방황'이란 대응으로 투정질을 부려볼 뿐이다.

 

 

 

 

글/정노천(시인)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123 詩作初心 - 명상과 詩 2016-02-24 0 4501
1122 [아침 詩 한수] - 오징어 2016-02-24 0 3624
1121 [아침 詩 한수] - 기러기 한줄 2016-02-23 0 3918
1120 열심히 쓰면서 질문을 계속 던져라 2016-02-21 0 3869
1119 남에 일 같지 않다... 문단, 문학 풍토 새로 만들기 2016-02-21 0 3800
1118 동주, 흑백영화의 마력... 2016-02-21 0 3702
1117 詩作初心 - 현대시의 靈性 2016-02-20 0 3747
1116 詩作初心 - 시에서의 상처, 죽음의 미학 2016-02-20 0 3421
1115 같은 詩라도 행과 연 구분에 따라 감상 차이 있다... 2016-02-20 0 3841
1114 詩作初心으로 되돌아가다 - 詩의 다의성(뜻 겹침, 애매성) 2016-02-20 0 4235
1113 詩作初心으로 되돌아가다 - 술 한잔 권하는 詩 2016-02-20 0 4371
1112 詩作初心으로 되돌아가다 - 만드는 詩, 씌여지는 詩 2016-02-20 0 3785
1111 詩作初心으로 되돌아가다 - 시의 비상 이미지 동사화 2016-02-20 0 4191
1110 무명 작고 시인 윤동주 유고시 햇빛 보다... 2016-02-19 0 4578
1109 윤동주 시집 초판본의 초판본; 세로쓰기가 가로쓰기로 2016-02-19 0 4205
1108 별이 시인 - "부끄러움의 미학" 2016-02-19 0 5433
1107 윤동주 유고시집이 나오기까지... 2016-02-19 0 5350
1106 윤동주 시인의 언덕과 序詩亭 2016-02-19 0 4323
1105 무명詩人 2016-02-18 0 4137
1104 윤동주 코드 / 김혁 2016-02-17 0 4266
1103 99년... 70년... 우리 시대의 "동주"를 그리다 2016-02-17 0 4112
1102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 2016-02-17 0 3975
1101 윤동주와 송몽규의 <판결문> 2016-02-16 0 4077
1100 윤동주, 이 지상에 남긴 마지막 절규... 2016-02-16 0 4002
1099 詩와 함께 윤동주 발자취 더듬어보다... 2016-02-16 0 3661
1098 풍경 한폭, 우주적 고향 그리며 보다... 2016-02-16 0 3972
1097 詩作初心으로 되돌아가다 - 시의 그로테스크 2016-02-15 0 4280
1096 오늘도 밥값을 했씀둥?! 2016-02-14 0 4229
1095 詩作初心으로 되돌아가다 - 色은 상징 2016-02-14 0 4134
1094 詩作初心으로 되돌아가다 - 시의 함축과 암시 2016-02-14 0 3497
1093 詩作初心으로 되돌아가다 - 詩적 이미지 2016-02-14 0 4056
1092 벽에 도전하는것, 그것 바로 훌륭한 詩 2016-02-14 0 3712
1091 전화가 고장난 세상, 좋을씨구~~~ 2016-02-14 0 3777
1090 詩는 읽는 즐거움을... 2016-02-13 0 4834
1089 詩에게 생명력을... 2016-02-13 0 3825
1088 詩가 원쑤?, 詩를 잘 쓰는 비결은 없다? 있다? 2016-02-13 0 4216
1087 詩의 벼랑길위에서 만난 시인들 - 박두진 2016-02-12 0 4020
1086 詩人을 추방하라???... 2016-02-11 0 3429
1085 C급 詩? B급 詩? A급 詩?... 2016-02-11 0 3545
1084 詩의 벼랑길위에서 만나는 시인들 - 신석초 2016-02-10 0 5091
‹처음  이전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