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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
1948년 출판사 정음사에서 발간한 윤동주(1917~1945) 시인의 유고시집이자 첫 시집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는 '서시' '별 헤는 밤' '십자가' '쉽게 씌여진 시' 등 주옥같은 시가 담겨 있다.
생전 시집을 한 편도 내지 못하고 1943년 독립운동 혐의로 체포돼 1945년 2월 젊은 나이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3주기 추도식은 외롭지 않았다. 윤동주 시인의 3주기(1948년 2월16일) 추도식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최초본이 헌정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펴낸 정음사 최영해(1914~1981) 대표의 장남 최동식(71) 고려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윤동주 시인의 3주기 추도식에 헌정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최초본을 공개했다.
최 교수는 선친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오랫동안 간직하던 최초본을 공개한다며 윤동주 시인의 지인들이 시인의 3주기에 맞춰 시집 출간을 준비했는데 출간이 늦어지자 급히 만든 시집 10권을 추도식에 헌정했다는 얘기를 선친에게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시집의 본문을 다 만들어 발간일을 1월30일로 잡았는데 표지 때문에 발간을 못 하고 있다가 동대문 시장에서 구한 갈포벽지로 추정되는 섬유질로 된 벽지를 마분지에 입혀 표지를 만든 뒤 시집 10권을 급하게 제본해 3주기 추도식에 가져갔다"고 전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최초본은 같은 해 발간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판본과 정지용 시인이 쓴 서문, 본문, 인쇄 및 발행 일자(1948년 1월20일 인쇄·1948년 1월30일 발행), 속표지 등은 같지만, 파란색의 겉표지가 없다.
최 교수는 "본문은 (초판본과) 다 똑같고 겉표지만 다르다"면서 "초판본은 대략 1천 부정도 만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중 10권만 따로 뽑아서 제본해 3주기 추도식에 가져갔고 나머지는 제대로 된 파란색 표지를 만들어 한 달 후쯤 발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추도식이 끝나고 모였던 사람들이 시집을 한 권씩 나눠 가졌다고 한다"고 전했다. 3주기 추도식에는 윤동주 시인의 동생인 윤일주, 윤동주 시인의 후배로 그의 시를 보관했던 정병욱, 시집에 추도시를 쓴 유영, 발문을 쓴 경향신문 기자 강처중 등 지인들이 참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최 교수는 덧붙였다.
시집 본문 곳곳에는 잉크펜으로 그은 표시 등이 남아 있다.
최 교수는 "아버님이 나중에 재판을 낼 경우에 대비해 삭제할 부분 등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음사는 우리말 연구와 보급에 평생을 바친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1894~1970) 선생이 연희전문학교 교수로 재직하던 당시 강의를 위해 '우리말본' 중 '소리갈'을 등사본으로 찍은 것을 계기로 1928년 설립됐다. 이후 최현배 선생의 아들 최영해 씨가 대표를 맡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등 문학 작품과 국문학 서적 등을 펴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판본은 당시 보기 드물게 가로쓰기를 택했다.
최 교수는 "해방 직후 당시 대부분 세로쓰기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써내려오는 방식으로 책을 펴냈는데 한글 가로쓰기를 주창한 할아버지(최현배 선생)의 뜻을 아버님이 실천에 옮긴 것"이라면서 "윤동주 시인이 할아버지에게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최동호 고려대 국문과 명예교수는 "그런 행사가 있었다는 것은 들었지만 '초판의 초판'으로 볼 수 있는 그 시집을 가져다가 추모 행사를 했다는 것은 처음 듣는 얘기"라고 밝혔다.
'윤동주 평전'을 펴낸 사학자 송우혜 선생은 "윤동주 시인의 지인들이 1948년 소공동 플라워 다방에서 3주기 추도식을 가졌다"면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3주기에 맞춰 펴낸 것이기 때문에 추도식에 초판본이 헌정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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