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詩란 언어와의 사랑이다...
2016년 07월 07일 21시 33분  조회:4002  추천:0  작성자: 죽림

[3강] 언어와의 사랑

강사/김영천

오늘은 시를 쓰는데 언어를 왜 사랑해야하는가
간단히 생각해보기로 하지요.

예술엔 여러 장르가 있는데 특히 언어를 사용하는 예술이 바로
시입니다. 도공이 한낱 흙으로 그 아름다운 도자기를 구워내듯
이 시인은 아무나 쓰는, 어디에나 있는 그 말들로
참으로 빛나는 시를 빚어내야 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언어를 어떻게 쓰면 좋은 시가 되는가를 알면
되겠지요.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듯이 시인은 언어를 떠나서 살
수가 없습니다.
언어와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 이며 천생연분입니다.

언젠가 라디오 프로그램에 노인들을 위한 퀴즈프로그램이
있었는데, 한 노인 부부가 나와서 퀴즈를 풀었답니다.
이 때 사회자가 영감님에게 "천생연분"이란 카드를 주었습니다.
영감님이 설명을 하고 할머니가 맞추는 퀴즈인데
영감님이 만면에 웃음을 띄우며 이 것쯤이야 하고는

"할멈과 나 사이" 하니까
할멈이 생각도 할 필요도 없이 불쑥 "웬수" 하더랍니다.
방청석은 그야말로 폭소의 도가니가 되고
영감님은 안절부절하더니

"두 자 말고, 네 자, 네자"
하니까
할머니가 또 두 말 없이
"평생 웬수"하더랍니다.

우스개 소리 이지만
우리 시를 쓰는 사람들에겐 언어가 이렇듯 평생 원수가
되어서는 안되고 천생연분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아마 여러분도 언어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이 소원이
겠지요. 그러나 누구도 사람이 만든 언어를
능수능란하게 쓰기엔 어렵습니다.
오히려 답답하고 막막합니다.

특히 좋은 경치를 보았거나,
아아, 이 건 시가 될 것 같아 하는 경험을 하였어도
막상 시를 쓸려하면 제대로 표현할 말을 찾지 못해
안타까울 때가 많을 것입니다.

저도 어디 경치 좋은데 가면 주윗 분들이
즉석 시 하나 지어보라고 강요당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 때마다 "아, 좋다" 이 것이 시요.
하고 웃고 말아버립니다.

천상병 시인의 <무명>이란 시를 한번 읽어봅시다.

뭐라고
말 할 수 없이
저녁 놀이 져 가는 것이다

그 시간과 밤을 보면서
나는 그 때
내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봄도 가고
어제도 오늘 이 순간도
빨가니 타서 아, 쓰러지는 놀빛.

저기 저 하늘을 깎아서
하루 빨리 내가
나의 無名을 적어야 할 까닭을,

나는 알려고 한다
나는 알려고 한다

천상병 시인은 <귀천>으로 유명하지요.
그의 시에는 어려운 말이 없이 어린아이와 같은
말로서 시를 쓰는 시인입니다.

이런 대시인도 노을이 지는 모습을 표현하지 못하고
"뭐라고/말 할 수 없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언어를 사랑해야 합니다.
시에 적합한 최상의 말들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우리 말을 더욱 많이 알고
있어야 합니다.

사실 국어사전을 보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말들이나
알면서도 쓰지 못하고 버려두는 말, 우리에게 잊혀져가는
좋은 말들이 너무나 많거든요.
그런 말들을 일부러 찾거나, 다른 사람의 글에서
보면 꼭 적어놓는 습관을 들입시다.

사투리나 고어도 시에서는 아주 긴히 쓰이는 말입니다.
언어의 정부라고 불리는 서정주는 특히 구수한
전라도 방언을 아주 잘 구사하였지요.

야생화나 나무들, 저 많은 산새와 벌레들 이름까지도
많이 알아두거나 기록하는 습관을 들입시다.
꽃이름이 예뻐서 그 이름 자체가 시적 분위기가 물씬 나는
것도 참 많지요.

여기 문학의 방에 있는 제 시중에 "눈부처"라는 순 한국말
이 있는데요. 이의 뜻은 눈동자에 비치는 사람의 형상을
두고 하는 말로 상대방의 눈동자에 비치는 내모습이 되겠
지요.
저는 처음에 이 단어를 알았을 때 너무너무 기뻤답니다.

아무튼 여러분은 이제부터라도 늘 쓰는 말을 버리지 마시고
자기의 가슴에, 머릿속에, 노트에, 메모장에
늘 외워두고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시기로 하십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시인의 좋은 시들을 많이 읽어야
합니다. 너무 어려운 시를 택하시지 말고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시나, 많이 알려진 시
또 처음보는 시라도 쉬운 시부터 보시는 게 좋습니다.

여기 박용철님의 시 <떠나가는 배>를 조용히 소리내어
읽어보면서
오늘 강의는 이만 마칩니다.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거냐
나 두 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군들 손쉽게야 버릴거냐
안개같이 물어린 눈에도 비치나니
골짜기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 모양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 사랑하던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
쫒겨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거냐
돌아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헤살짓는다.
앞 대일 어덕인들 마련이나 있을거냐

나 두 야 가련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거냐
나 두 야 간다


===================================================

 

 
도봉근린공원
―권혁웅(1967∼)


 
얼굴을 선캡과 마스크로 무장한 채
구십 도 각도로 팔을 뻗으며 다가오는 아낙들을 보면
인생이 무장강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동계적응훈련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제대한 지 몇 년인데, 지갑은 집에 두고 왔는데,
우물쭈물하는 사이 윽박지르듯 지나쳐 간다
철봉 옆에는 허공을 걷는 사내들과
앉아서 제 몸을 들어 올리는 사내들이 있다 몇 갑자
내공을 들쳐 메고 무협지 밖으로 걸어 나온 자들이다
애먼 나무둥치에 몸을 비비는 저편 부부는
겨울잠에서 깨어난 곰을 닮았다
영역표시를 해놓는 거다
신문지 위에 소주와 순대를 진설한 노인은
지금 막 주지육림에 들었다
개울물이 포석정처럼 노인을 중심으로 돈다
약수터에 놓인 빨간 플라스틱 바가지는 예쁘고
헤픈 처녀 같아서 뭇입이 지나간 참이다
나도 머뭇거리며 손잡이 쪽에 얼굴을 가져간다
제일 많이 혀를 탄 곳이다 방금 나는
웬 노파와 입을 맞췄다
맨발 지압로에는 볼일 급한 애완견이 먼저 지나갔고
음이온 산책로에는 보행기를 끄는 고목이 서 있으니
놀랍도다, 이 저녁의 평화는 왜 이리 분주한 것이며
요즘의 태평성대는 왜 이리 쓸쓸한 것이냐
그래, 맞아. 어쩜 이리 똑같을까! 시의 풍경이 눈에 선해서 키득키득 웃게 된다. 도봉구나 용산구나, 이 근린공원이나 저 근린공원이나. 철봉이나 역기 등의 운동기구랑 오두막 정자는 기본, 맨발 지압로랑 산책로가 있고, 약수터가 있다. 이용객들 모습도 닮았다. 우리는 근린공원에서 살뜰히 놀고 쉬고, 악착같이 체력을 다진다. 심상히 지나칠 법한 그 풍경을 시인은 잘도
꼼꼼히 들여다보고 생생히 그려 보인다. 문장과 문장을 이어주는 순발력이 여간 아니다. 예컨대, 약수터의 빨간 플라스틱 바가지를 보면서 대개 ‘께름칙하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저 바가지에 입을 댔을까’, 요 정도 생각에 그칠 텐데 시인은 즉각적으로 ‘헤픈 처녀’ ‘뭇입이 지나간 참’이라 짚어준다.

금연운동과 더불어 근린공원 신설이 대세. 비행기나 고속철도(KTX)를 타고 멀리 떠나지 못하는 대개의 서민들, 저녁마다 근린공원에 간다. 전투 치르듯 치열한 그 여가(餘暇)에 시인은 움찔하고, 어쩐지 쓸쓸하단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123 詩作初心 - 명상과 詩 2016-02-24 0 4839
1122 [아침 詩 한수] - 오징어 2016-02-24 0 3912
1121 [아침 詩 한수] - 기러기 한줄 2016-02-23 0 4252
1120 열심히 쓰면서 질문을 계속 던져라 2016-02-21 0 4133
1119 남에 일 같지 않다... 문단, 문학 풍토 새로 만들기 2016-02-21 0 4095
1118 동주, 흑백영화의 마력... 2016-02-21 0 3997
1117 詩作初心 - 현대시의 靈性 2016-02-20 0 4021
1116 詩作初心 - 시에서의 상처, 죽음의 미학 2016-02-20 0 3676
1115 같은 詩라도 행과 연 구분에 따라 감상 차이 있다... 2016-02-20 0 4221
1114 詩作初心으로 되돌아가다 - 詩의 다의성(뜻 겹침, 애매성) 2016-02-20 0 4505
1113 詩作初心으로 되돌아가다 - 술 한잔 권하는 詩 2016-02-20 0 4659
1112 詩作初心으로 되돌아가다 - 만드는 詩, 씌여지는 詩 2016-02-20 0 4047
1111 詩作初心으로 되돌아가다 - 시의 비상 이미지 동사화 2016-02-20 0 4484
1110 무명 작고 시인 윤동주 유고시 햇빛 보다... 2016-02-19 0 4829
1109 윤동주 시집 초판본의 초판본; 세로쓰기가 가로쓰기로 2016-02-19 0 4537
1108 별이 시인 - "부끄러움의 미학" 2016-02-19 0 5754
1107 윤동주 유고시집이 나오기까지... 2016-02-19 0 5701
1106 윤동주 시인의 언덕과 序詩亭 2016-02-19 0 4573
1105 무명詩人 2016-02-18 0 4369
1104 윤동주 코드 / 김혁 2016-02-17 0 4566
1103 99년... 70년... 우리 시대의 "동주"를 그리다 2016-02-17 0 4352
1102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 2016-02-17 0 4221
1101 윤동주와 송몽규의 <판결문> 2016-02-16 0 4310
1100 윤동주, 이 지상에 남긴 마지막 절규... 2016-02-16 0 4258
1099 詩와 함께 윤동주 발자취 더듬어보다... 2016-02-16 0 3923
1098 풍경 한폭, 우주적 고향 그리며 보다... 2016-02-16 0 4250
1097 詩作初心으로 되돌아가다 - 시의 그로테스크 2016-02-15 0 4492
1096 오늘도 밥값을 했씀둥?! 2016-02-14 0 4482
1095 詩作初心으로 되돌아가다 - 色은 상징 2016-02-14 0 4384
1094 詩作初心으로 되돌아가다 - 시의 함축과 암시 2016-02-14 0 3725
1093 詩作初心으로 되돌아가다 - 詩적 이미지 2016-02-14 0 4215
1092 벽에 도전하는것, 그것 바로 훌륭한 詩 2016-02-14 0 3958
1091 전화가 고장난 세상, 좋을씨구~~~ 2016-02-14 0 4007
1090 詩는 읽는 즐거움을... 2016-02-13 0 5126
1089 詩에게 생명력을... 2016-02-13 0 4032
1088 詩가 원쑤?, 詩를 잘 쓰는 비결은 없다? 있다? 2016-02-13 0 4458
1087 詩의 벼랑길위에서 만난 시인들 - 박두진 2016-02-12 0 4202
1086 詩人을 추방하라???... 2016-02-11 0 3711
1085 C급 詩? B급 詩? A급 詩?... 2016-02-11 0 3801
1084 詩의 벼랑길위에서 만나는 시인들 - 신석초 2016-02-10 0 5376
‹처음  이전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