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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련관성이 없는 "무의미시"의 낱말로 제목화할수도 있어...
2017년 03월 22일 19시 10분  조회:2480  추천:0  작성자: 죽림
 

 

 

="세계 수면의 날" 맞이하여...




5.중심 이미지의 제목화 

시의 내용이 제시하는 중심 이미지를 제목으로 삼는 
경우를 먼저 오규원님의 <들찔레와 향기>라는 제목 
을 예시로 읽어보며 연구하겠습니다. 시를 읽기 전 
에 제목을 먼저 아셨으니 시를 읽으시면서 과연 
이 제목이 이 시의 주제를 떠받치고 있는지 확인 
하여보시기 바랍니다. 

사내애와 계집애가 둘이 마주보고 
쪼그리고 앉아 오줌을 누고 있다 
오줌 줄기가 발을 적시는 줄도 모르고 
서로 오줌이 나오는 구멍을 보며 
눈을 껌벅거린다 그래도 바람은 사내애와 
계집애 사이 강물 소리를 내려놓고 간다 
하늘 한켠에는 낮달이 버려지고 있고 
들찔레 덩굴이 강아지처럼 
땅바닥을 헤집고 있는 강변 
플라스틱 트럭으로 흙을 나르며 놀던 


여기에서 우리가 알 수 있듯이 제목 "들찔레와 
향기"는 이 시의 주제를 떠받치고 있습니다. 왜냐 
하면 그것은 기억 속에 있는 유년의 한 풍경, 즉 
오줌을 누면서 서로 다른 성기의 모습을 신기하게 
여기며,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빤히 쳐다보고 있는 
천진한 어린 날의 모습을 "들찔레의 향기"라는 이 
미지로 집약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6.주제를 내포한 구절의 제목화 

시의 내용 중 주제를 내포하고 있으면서도 시적 분 
위기를 가장 잘 살려내는 한 구절을 선택하여 그 
시의 제목으로 삼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설명 없이 
도종환님의 시 <당신과 가는 길>이란 예시로서 
여러분들이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별빛이 쓸고 가는 먼길을 걸어 당신께 갑니다. 
모든 것을 다 거두어간 들판이 되어 
길의 끝에서 몇 번이고 빈 몸으로 넘어질 때 
풀뿌리 하나로 내 안을 뚫고 오는 
당신께 가는 길은 얼마나 좋습니까 
이 땅의 일로 가슴을 아파할 때 
별빛으로 또렷이 내 위에 떠서 눈을 깜빡이는 
당신과 가는 길은 얼마나 좋습나까 
동짓달 개울물 소리가 또랑또랑 살얼음 녹이며 들려오고 
구름 사이로 당신은 보입니다. 
바람도 없고 구름은 흐르고 
떠나간 것들 다시 오지 않아도 
내 가는 길 앞에 이렇게 당신은 있지 않습니까 
당신과 가는 길은 얼마나 좋습니까 

7.시의 연관성이 없는 낱말의 제목화 

우리들이 시의 제목을 붙일 땐 보통 시의 주제나 
의미, 내용, 정서, 분위기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 
로 붙이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입니다. 그래서 우린 
다른 사람들의 시의 제목을 보고도 그 내용을 대충 
짐작할 수도 있는 것이구요. 
그런데 어떤 제목들은 시의 내용이나 소재, 주제 
등과 하등의 연관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김춘수님의 <리듬.2>라는 시가 있는데 한 번 읽어드 
릴 터이니 이 제목과 시의 내용과 어떤 관계가 있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모과는 없고 
모과나무만 서 있다. 
마지막 한 잎 
강아지풀도 시들고 
하늘 끝가지 저녁 노을이 깔리고 있다 
하느님이 한 분 
하느님이 또 한 분 
이번에는 동쪽 언덕을 가고 있다. 

시의 내용을 이루는 것들과 제목과 쉽게 연관성을 
찾을 수가 없지요? 그렇습니다. <리듬.2>라는 제목 
이 왜 붙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이에 대한 조태 
일님의 해설을 읽어보겠습니다. 

"이 시의 <리듬.2>라는 제목은 시의 내용과 관련지 
어 볼 때 어디에서 이 제목을 가져왔는 지 알 길이 
없다. 그렇다고 이 제목이 시의 리듬에 관한 어떤 
암시를 던진 것도, 의미들을 풍부하게 만들거나 새 
로운 의미를 형성해주는 것도 아니다. 또한 시 속의 
풍경들조차도 그것이 실재이든 상상이든간에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이런 경우 
는 시에서 어떤 의미도 갖지 않은 채 절대적인 이미 
지만이 존재하는 '무의미시'에서 볼 수 있는데, 제 
목 역시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않고 '제목의 자리' 
에 놓여 있을 뿐이다." 

아마 김춘수님을 아시는 분들은 잘 아시는 내용이 
겠지만, 그는 젊어서 <꽃>을 쓰던 때와는 달리 
무의미시를 쓰면서 시의 무의미화를 주장하고 있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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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 
―오성일 (1967∼)

벌들도 가끔 부부 싸움 하는지
꽃들에게 물어보렴
어떤 감자는 왜 자주꽃을 피우는지
농부에게 물어보렴
바람도 잘 때 잠꼬대를 하는지
떡갈나무 잎들에게 물어보렴
예쁜 아가씨를 지나칠 땐 새들도 날갯짓을 늦추는지
구름에게 물어보렴
해가 바다에 잠길 때 신을 벗는지 안 벗는지
노을에게 물어보렴
비 오는 날 그림자들은 어디 선술집에라도 몰려가는지
빗방울에게 물어보렴
겨울밤 지하철 계단 할머니의
다 못 판 채소는 누가 사주는지
별들에게 물어보렴

궁금한 것 죄다 인터넷에 묻지 말고


인터넷에 세상의 모든 정보가 담긴 것처럼 보인다. 사람들은 별별 질문을 다하고, 거기 대답해 주는 사람이 꼭 있다. 아무리 사소하고 은밀하고 사적인 의문도 웬 귀인이 나타나 풀어준다. 심지어 급한 숙제를 대신해 주기도 한다. 살뜰히 검색해 정리까지 해주는 이가 있다. 인터넷이 백과사전이고 만물박사다. 나도 몸 어디가 불편하다 싶으면, 병원이나 약국을 찾기 전에 먼저 인터넷에 들어간다. 

대패나 낫이나 가위처럼 컴퓨터는 도구다. 이 도구를 사용해 정보를 얻을 출처가 무수해진 마당에 그걸 쓰지 않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삶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거저 얻는다는 건 생각을 그 정보 제공자에게 맡긴다는 뜻이다. 그는 남의 생각에 따라 살게 되고, 그의 생각은 남에게 지배된다. 생각을 자기 안에서 숙성시켜 제 나름의 앎과 지혜를 얻는 대신 남의 생각과 판단의 결과물인 정보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건 남의 삶을 사는 것! 
 

 

다행히도 젊은이들이 요즘 균형을 맞추려 애쓰는 것 같다. 그래서 사이클링에도 캠핑에도 여행에도 열심인 것 같다. 시인은, 개념화된 이론적 지식만 받아들이지 말고 삶을 몸으로 겪어 보자고 제안한다. 하늘도 보고 꽃도 보고, 흙도 밟아 보고 비도 맞아 보자고 한다.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가자고 한다. 노을이 돼 보고 별이 돼 보고, 겨울밤 지하철 노점상 할머니가 돼 보자 한다. 예쁜 시다. 삶의 이해와 실감을 향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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