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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 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든 아이들의 이름과,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 빛이 나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 듯 이내 이름자 묻힌 언덕 우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맑고 푸른 하늘에는 가을이 가득 차 있고, 나는 아무런 걱정없이 밤 하늘의 별들을 다 헤일 듯이 바라다 본다. 하지만, 그러나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다 헤아려 보지는 못하는데, 첫 번째는 쉬이 아침이 오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내일의 아침이 남아 있기 때문이며,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아직 나의 청춘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밤 하늘의 별들을 다 헤아리기에는 너무나도 밤이 짧지만, 그러나 수많은 밤들과 아직 나에게는 젊디 젊은 청춘이 있기 때문에 그 아쉬움을 달랠 수가 있는 것이다. 젊다는 것은 재산 중의 재산이며, 이 부의 건강함으로“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라는 시구에서처럼, 시인의 가장 소중한 삶의 세목들을 대입시켜 보게 된다. 별 하나에는 나의 추억이 담겨 있고, 별 하나에는 나의 사랑이 담겨 있다. 별 하나에는 나의 쓸쓸함이 담겨 있고, 별 하나에는 나의 동경이 담겨 있다. 별 하나에는 나의 시가 담겨 있고, 별 하나에는 나의 어머니가 살고 있다. 밤 하늘은 윤동주 시인의 보물창고이며, 수많은 별들은 그 보물들의 서랍장이라고 할 수가 있다. 시인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인간이며, 이 세상의 행복의 전도사라고 할 수가 있다. 시인은 인간 찬양과 인간 위로의 대가이며, 그 어떠한 슬픔과 고통마저도 그의 발목을 붙잡지는 못한다. “어머님,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든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라는 시구가 바로 그 증거이며, 이 말들의 향연처럼 밤 하늘의 별들이 그 등불을 켜고 있는 것이다. 어머님이라는 말도 반짝이고, 패, 경, 옥이라는 이국 소녀들의 이름도 반짝인다.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도 반짝이고,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등의 이름도 반짝인다. 프랑시스 잠의 이름도 반짝이고,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이름도 반짝인다. 말은 밤 하늘의 별들이 되고, 밤하늘의 별들은 가족공동체와 시민공동체와 국가공동체, 아니, 우주적인 공동체로서 그리움의 감정으로 그 불빛들을 반짝이게 한다. 그리움은 사랑이 되고, 사랑은 저마다의 자유와 평화로 행복의 씨앗이 된다. 하지만, 그러나 아스라이 멀 듯이 너무나도 멀리 있는 별들, 멀리 북간도에 계시는 어머님---, 나는 당신들이 너무나도 그리워“이 많은 별 빛이 나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버린다. 언제, 어느 때나, 늘, 당신들 곁에서 당신들과 함께 살고 싶지만, 그러나 시인의 현실은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나의 이름은 부끄러운 이름이며, 어느 덧 나는 [별을 헤는 밤]에 밤을 새워 슬피 우는 벌레가 된다.“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 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우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것이다. 나도 별이 되고, 너도 별이 되고, 우리들은 모두가 다같이 별이 된다. 나의 부끄러움도 풀이 되고, 그 풀섶에는 수많은 당신들처럼 풀벌레가 슬피운다. 밤 하늘의 별을 헤는 자는 티없이 맑고 깨끗한 시인이다. 부끄러움으로 자기 자신의 몸과 마음을 씻고,수많은 당신들인 별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오늘도 슬피운다. 미래의 희망인 슬픔, 낙천주의자의 기쁨인 슬픔, 모든 인간들의 사랑인 슬픔이 너와 나의 마음을 씻어주며, 더욱더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그 모든 것을 사랑하게 만든다.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은 최고급의 행복의 표상이며, 우주적인 멋진 숨쉬기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 |
요약 윤동주(尹東柱)가 지은 시.
10연 30행의 자유시이다. 1941년 11월 5일 지은 유작으로 친구 정병욱과 아우 윤일주가 1948년 정리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초간본 31편 중 앞부분에 실렸으며, 1955년정음사에서 나온 증보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정리되어 실렸다.
담화체 형식으로 어머니에게 이야기하듯 애틋한 서정을 담고 있다. 특히 ‘∼ㅂ니다’의 종결어미가 정겨운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전체적으로 회상과 기억, 그리움의 정조를 따라 전개되는데 1∼3연은 시를 쓰고 있는 시인의 현재를 드러내고 있다. 타향에서 시인은 현재 가을로 이미지화된 침잠된 분위기에 싸여 있으며 청춘을 제대로 구가하지 못하는 소회가 깊게 묻어있다.
고독한 현재와 대비되는 시간은 과거로 설정된다. 그 시절을 상기시키는 매개체는 ‘별’이다. 시공간을 초월하여 동시에 존재하는 별의 상징성과 구원의 이미지를 통해 시인은 과거를 구체화한다. 추억, 사랑, 쓸쓸함, 동경, 시, 어머니 등은 고향을 떠올릴 수 있는 가장 밀착된 모티브이다. 이 중 가장 실감 있게 고향을 환기시키는 시적 상관물은 ‘어머니’이다. 5연과 7연에서 ‘어머니’를 호명하며 전개되는 시적 정황은 떠도는 자로서 고독과 그리움의 극한을 보여준다.
시인은 타향에 있고 어머니는 고향 북간도에 있다. 이 거리감을 극복하게 해주는 것은 별빛이다. 시인이 있는 타향에도 고향 어머니에게도 동시에 비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인은 현재 자신의 존재성을 상실했다. 8연에서 ‘덮어 버린 자신의 이름’에서 잘 드러난다. 그의 슬픔의 근원이며 망국의 알레고리로 읽을 수 있는 지점이다.
마지막 연에서 시인의 면모가 드러난다. 그는 시인이면서도 별을 통해 운명을 읽는 점성술사처럼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의 언술은 갑자기 정겨운 말투에서 ‘∼외다’ 식으로 변하여 복화술을 쓰는 듯하다. 시인은 예언자로서 엄중히 말한다. 지금은 가을이고, 곧 겨울이 올 것이며, 다시 봄이 오리라 굳게 믿으며 스스로를 자랑스러운 존재로 높이 확인하고 있다.
이 시는 유랑하듯 떠도는 일제하 한국인의 회한을 잘 대변하고 있다. 타향에서 겪는 극한 고독과 자기모멸을 순열한 시심으로 견뎌내며 새날을 기약하는 시인의 면모가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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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고, 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시집은 무엇일까요? 지난 2012년 한 문학잡지에서 시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위는 백석의 시집 《사슴》이었습니다.
백석은 스물다섯 살이던 1936년 1월에 시집 《사슴》을 100부 한정판으로 발간했습니다. 워낙 적은 부수라 당시에도 희귀본이었는데, 신경림 시인은 대학시절 청계천의 고서점에서 백석의 이 시집을 발견했을 때 느낀 환희를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나는 아직도 《사슴》을 처음 읽던 흥분을 잊지 못하고 있다. 실린 시는 40편이 못되었지만 그 감동은 열 권의 장편소설을 읽은 것보다도 더 컸다는 느낌이다. 나는 읽고 또 읽었다. 저녁밥도 반 사발밖에 먹지 못했으며 밤도 꼬박 새웠다. 그 뒤 《사슴》을 가방에 넣고 다니며 틈나는 대로 꺼내 읽고는 했으니, 실상 그것은 내가 시를 공부하는 데 교과서가 되었던 셈이다.”
그런가 하면 끝내 백석의 시집을 구하지 못해 손수 필사본을 만들어 밑줄까지 그어가며 탐독했고 ‘그림 같다’, ‘걸작이다’ 등의 메모를 남긴 대학생이 있었습니다. 바로 윤동주입니다. 백석과 윤동주, 이름만으로도 벅찬,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들이지요. 그런데 우연의 일치일까요. 백석과 윤동주의 시에는 공통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1982년도 출판본입니다. 그리고 1,800원이었네요. 인터넷에서 검색해도 될 일이지만 굳이 이 옛날 옛적의 시집을 찾아 꺼내든 까닭은 인터넷에 나오는 앞서의 구절이 어쩐지 원본과 다른 것 같아서였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달랐습니다. 어느 부분이냐 하면, ‘프랑시스 짬’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입니다. 이 부분을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로 바꾸었더군요.
누군가는 그냥 ‘이름’일 뿐이잖아, 할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획 하나도 손대지 않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설령 그것이 오타라고 할지라도 말이지요. 백석과 윤동주가 불렀던 이름 그대로 불러보고 싶고, 백석과 윤동주가 썼던 대로 읽고 싶어서입니다. 흥미롭게도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경우에는 두 시인 모두 ‘라이넬 마리아 릴케’라고 불렀으나 프랑시스 잠에 대해서는 각각 다르게 불렀습니다. 백석은 ‘쨈’으로, 윤동주는 ‘잼’으로 말이지요. 백석과 윤동주는 일본어로 번역된 릴케와 쨈, 혹은 잼의 시집을 곶감 빼먹듯 두고두고 아껴 읽으며 시를 향한 꿈과 사랑을 키웠을 것입니다.
백석과 윤동주에게 서울은 타향이었습니다. 백석은 평안북도 정주, 윤동주는 만주 간도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지요. 먼 북쪽에 고향을 둔 둘은 1930년대에 같은 서울 하늘 아래 살기도 했지만 교류를 나눴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윤동주보다 다섯 살 위인 백석은 이미 유명한 시인이었고, 윤동주는 백석의 열렬한 팬이었습니다. 그러나 백석이 1940년에 만주로 떠나면서 인연이 이어질 기회는 영영 사라졌습니다.
그 후 두 사람의 운명이 일제의 식민통치와 남북분단의 비극 속에서 어떻게 희생됐는지는 잘 알려진 대로입니다. 이 시대에 남은 독자로서 두 시인의 시에 프랑시스 잠과 마리아 라이너 릴케가 똑같이 등장하는 구절을 읽으며 이처럼 닮은 취향을 가진 둘이 만났더라면 서로 얼마나 좋아했을까, 하루가 멀다 하고 무릎을 맞대고 마주 앉아 하늘과 바람과 별과 꽃과 당나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을 텐데, 하는 슬픔을 느낄 뿐입니다.
백석이 프랑시스 잠을 어떻게 생각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북한의 시인’으로 억류됐던 영향이 크겠지요. 대신 윤동주가 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북간도 친구였던 문익환 목사의 회고 덕분입니다. 문익환 목사는 윤동주가 연희전문대학 시절에 잠의 시집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읽었노라 하면서 시집의 이름까지 정확하게 기억해냈는데 바로, 《밤의 노래》입니다. 이 시집은 나중에 《새벽의 삼종에서 저녁의 삼종까지》라는 제목으로 재출간됐는데 서문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백석이 나타샤와 함께 그토록 사랑한 ‘흰 당나귀’가 어떤 당나귀인지 투명하게 그려지지요. 프랑시스 잠의 삶이 그런 당나귀와 같았습니다. 그는 19세기 말에서 1918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이어진 ‘벨 에포크(belle époque)’의 시인입니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웠고 일상은 화려했으며 미술과 음악, 문학이 활짝 피어나 훗날의 사람들은 그 시절을 ‘아름다운 시절’이라고 불렀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공허하고 불안했습니다.
그러나 잠은 이 모든 것에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파리의 풍요로움과 화려함으로부터는 물론, 공허와 불안으로부터도 등을 돌려 평생 피레네 산맥 근처에 은거하며 단순하고 현실적인 삶, 자연과 종교에 뿌리를 둔 시를 썼습니다. 그 덕에 잠의 시는 군더더기 없이 정갈하며 다정합니다.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서양의 시를 읽을 때면 쉬이 느끼는 난해함 없이 친숙하게 다가옵니다. 일상으로부터 소재를 끌어온 덕입니다.
특히 〈식당〉이라는 시는 그냥 우리 시라고 해도 믿길 정도로 친숙해서 윤동주가 왜 ‘짬’의 시는 구수해서 좋다고 했는지 알 수 있는데요. 어느 늦은 오후, 석양이 비쳐드는 방 안에서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고즈넉하게 앉아 천천히, 아주 천천히 세월의 태엽을 뒤로 돌려봅니다. 새삼 오랜 세월 내 곁에 말없이 있어준 사물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 떠오른 것은 어머니 방에 있는 30여 년 된 장롱처럼 오래된 사물이 아니라 역설적이게도 어느 날 잃어버린, 잃어버렸는지도 모르고 잃어버린 물건과 기억이었습니다. 가졌을 때는 이렇게 쉽게 잃어버릴 줄, 잊어버릴 줄 몰랐던 것들 말입니다. 그와 같은 사물, 그와 같은 기억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을까요. 잠은 놓치지 않았습니다.
이런 프랑시스 잠을, 백석과 윤동주가 좋아한 또 다른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도 좋아했습니다. 릴케의 유일한 장편 소설 《말테의 수기》에는 덴마크 귀족 출신의 젊은 무명 시인 말테가 파리의 국립도서관에서 한 행복한 시인의 생활을 접하고 그 시인처럼 글을 써봐야겠다고 다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행복한 시인이 프랑시스 잠이었습니다. 그러나 말테의 생활은 파리라는 화려한 도시에서 불안과 소외로 비참하기만 했지요.
이런 말테를, 아니, 릴케를 일으켜 세운 또 한 명의 예술가가 있었습니다. 바로 오귀스트 로댕입니다. 둘의 인연은 1902년, 릴케가 출판사의 의뢰를 받아 로댕의 평전을 쓰면서 시작됐습니다. 1905년부터 이듬해까지는 로댕의 비서로 일했지요. 로댕은 릴케에게 사물과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데 있어 ‘바라보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줬는데, 그것은 시각적인 관찰뿐 아니라 미학적 성찰까지 아우른 것이었습니다. 릴케가 《말테의 수기》에 쓴 구절이 있습니다
릴케의 문학론이자 예술가의 기본 자세라고 할 수 있을 이런 깨우침은 로댕으로부터 온 것으로 보입니다. 그보다 전에 로댕에 대해 이런 글을 남겼기 때문입니다.
로댕과 릴케가 천재이기 전에 얼마나 대단한 노력가였는지 깨닫게 해주는 글이지요. 로댕은 릴케가 예술가로서 힘든 순간에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으냐고 조언을 구했을 때도 끊임없이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던 인물입니다. 그러나 제아무리 철인 로댕이라 해도 한 순간도 멈추지 않는 삶이 힘들지 않았을 리 없습니다. 로댕이 릴케를 만났을 때가 60대, 릴케에게 매일 해준 말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힘내라고!”였습니다.
두 사람의 그 장면을 상상할 때마다 가슴이 뭉클합니다. 젊은 시절에 로댕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러나 곁에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던 것 같아서입니다. 그래서 젊은 날의 자신에게 필요했던 것을 젊은 시인 릴케에게 주었을 것입니다. “힘내라고!”는 격려의 말이지요. 그리고 그 기운이 릴케에게로, 또 릴케에서 백석과 윤동주에게로 전해졌을 것입니다. 로댕의 묵직하고 따뜻한 두 손이 어깨를 쓰다듬는 것 같은 이 말을 당신에게도 전합니다. “힘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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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회상적, 성찰적, 의지적, 사색적
*제재 : 별
*주제 : 아름다운 과거에 대한 그리움과 자기 성찰
*특징
① ‘현재 - 과거 - 현재 - 미래’의 시간적 흐름에 따라 시상을 전개함.
② 산문적 리듬을 가진 연을 삽입하여 운율의 변화를 줌.
*출전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
*프랑시스 잠 : 프랑스의 시인. 자연의 풍물을 종교적 감정에 찬 애정으로 순박하게 노래함.
*라이너 마리아 릴케 : 보헤미아 태생의 독일 시인. 인간 존재에 대하여 끝없이 탐구하며 독일 현대시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음.
[1연] 계절적 배경 제시
[2연] 별을 바라보는 화자
[3연] 별을 다 세지 못하는 이유
[4연] 별을 보며 떠올리는 것들
[5연] 아름다운 과거에 대한 그리움
[6연] 너무나 멀리 있는 추억 속의 존재들
[7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8 ~ 9연] 부끄러운 삶에 대한 반성
[10연] 미래에 대한 희망과 확신
이 시는 부정적 현실 속에서 자신의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화자가 자기반성과 미래에 대한 희망과 의지를 통해 현재의 삶을 극복하고자 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시는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부분(1~3연)은 별이 총총한 가을밤을 배경으로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더듬는 한 젊은이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두 번째 부분(4~7연)은 별을 하나하나 헤아리며 아름다운 어린 시절에 대한 화자의 애틋한 그리움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특히 4연과 5연은 어조와 리듬의 변화를 통해 이들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인상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세 번째 부분(8~9연)은 화자의 자기 성찰의 모습을 보여 준다. 자신의 이름을 ‘별’이 내려다보는 ‘언덕’ 위에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는 시적 화자의 행위는, 외롭고 고통스러운 현재의 시대 상황 속에 서 있는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에 대한 반성을 나타낸다. 네 번째 부분(10연)은 지금까지 시대적 아픔과 갈등의 어두운 세계 속에서 고뇌를 거듭했던 화자가 새로운 미래에 대한 희망과 의지를 다짐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시에서 ‘별’은 화자에게 있어 과거 회상의 매개체로서의 기능을 지닌다. 또한 ‘별’은 ‘추억, 사랑, 쓸쓸함, 동경, 시’ 등 화자가 지향하는 내적 세계를 나타내는 동시에, 화자가 그리워하는 세계에 속한 ‘아름다운 이름들’을 비유하고 있다. 화자가 그리워하는 세계에 속한 것들은 아름답지만, 공간적으로 멀리 있으며(‘북간도’, ‘외국 시인’), 시간적으로도 되돌아갈 수 없는 과거에 있다. 이런 점에서 화자가 그리워하는 세계에 속한 것들의 실상은 ‘별’의 이미지와 딱 맞아떨어진다. ‘별’은 ‘어둠 속에 아름답게 반짝이는, 그러나 닿을 수 없는 거리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별 : 과거 회상의 매개체, 화자가 지향하는 내적 세계, 그리움의 대상
*밤, 겨울 : 고난과 시련, 어두운 현실, 암담한 현실(일제 강점기)
*봄 : 희망, 재생과 부활, 조국의 광복
*파란 잔디, 풀 : 부활과 재생
이 시는 현재에서 과거로, 다시 현재를 거쳐 미래로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상이 전개된다.
시인. 북간도 출생. 일본 도시샤 대학 영문과에 재학 중 사상범으로 체포되어, 이듬해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했다. 1941년 연희전문을 졸업하고 19편의 시를 묶은 자선 시집(自選詩集)을 발간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가 자필로 3부를 남긴 것이 사후에 햇빛을 보게 되어, 1948년에 유고 30편이 실린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간행되었다. 주로 1938~1941년에 쓰인 그의 시에는 불안과 고독과 절망을 극복하고 희망과 용기로 현실을 돌파하려는 강인한 정신이 표출되어 있다. 작품으로 ‘자화상’(1939), ‘또 다른 고향’(1948) 등이 있다.
‘흰 바람벽이 있어’는 고향을 떠나 있는 화자가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삶을 한 편의 영상물처럼 그려 낸 작품이다. ‘별 헤는 밤’과 ‘흰 바람벽이 있어’의 화자는 어떤 매개물을 통해 ‘어머니’를 비롯한 그리운 사람들을 떠올리고 있으며,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이름을 열거하고 있다는 점에서 발상과 표현 방법이 유사한 시이다.
[교과 연계]
(문학) 미래엔, 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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