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씌어진 시 / 윤동주
창(窓)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詩人)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詩)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學費封套)를 받어
대학(大學)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敎授)의 강의(講義)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
인생(人生)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詩)가 이렇게 쉽게 쓰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창(窓)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時代)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最後)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慰安)으로 잡는 최초(最初)의 악수(握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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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일제강점기 말기의 대표적인 시인 윤동주(尹東柱 : 1917 ~ 1945)의 시.
일제강점기에 북간도 명동촌에서 태어나서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29살 젊은 나이에 옥사한 윤동주는 일제 말기의 대표적인 시인이다. <쉽게 씌어진 시>는 일제에 의해 억압받는 민족의 현실에 정서적 연원을 두고 쓴 그의 대표적인 작품 가운데 하나이다. 시는 10연으로 구성되어 있다. 1연에서는 암담한 현실을, 2~7연은 무기력한 자신의 삶에 대한 회의와 반성을, 8~10연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담았다. 1연의 육첩방은 6개의 다다미를 깐 방으로 화자가 처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시는 타국에서 느끼는 향수와 자신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함을 표현하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자기 반성을 통해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으로 끝맺음한다.
핵심 정리
[이 작품은] 일제 강점하의 시대 상황에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려고 노력한 식민지 지식인의 고뇌와 자기 성찰을 담고 있다.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저항적, 반성적, 미래 지향적
*제재 : 현실 속의 자신의 삶(시가 쉽게 씌어지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
*주제 : 어두운 시대 현실에서 비롯된 고뇌와 자기 성찰
*특징
① 상징적 시어를 대비하여 시적 의미를 강화함.
② 두 자아의 대립과 화해를 통해 시상을 전개함.
*출전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
시어 풀이
*속살거려 : 자질구레한 말로 속닥거려.
*육첩방(六疊房) : 다다미(일본식 돗자리) 여섯 장을 깐 일본식의 작은 방.
*천명(天命) : 하늘이 내린 피할 수 없는 명령.
*침전(沈澱) : 액체 속에 섞인 작은 고체가 밑바닥에 가라앉음. 또는 그 앙금.
작품의 구성
[1연] 구속과 부자유의 현실
[2연] 슬픈 천명의 자각
[3~4연] 현재 삶에 대한 회의
[5~6연] 상실감에 빠진 무기력한 자아
[7연] 무기력한 삶에 대한 부끄러움
[8연] 내면의 각성과 현실의 재인식
[9~10연] 내적 갈등의 해소와 미래에 대한 희망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윤동주가 일본에 유학 중이던 1942년에 쓴 작품으로, 어두운 시대 현실에 무기력한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과 자기반성을 통해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1, 2연은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어둔 밤하늘의 별조차 볼 수 없으며, 이국땅에서 다다미 여섯 장의 넓이에 갇혀 있는 화자의 처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3~7연은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무의미한 유학 생활을 하고 있는 자신의 현재 삶을 우울하고 회의적인 시선으로 인식하는 자기 성찰의 기록이다. 마지막 8~10연은 현실에 대한 재인식과 반성을 통해 이 암울한 상황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즉, 어두운 시대를 살아야 하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면서도 절망하거나 체념하지 않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며 자신의 손을 잡는다. 이때 두 사람의 ‘나’는 현실에서 우울한 삶을 살아가는 현실적 자아와 그것을 반성적으로 응시하는 내면적 자아라고 할 수 있다. 두 자아가 ‘악수’를 함으로써 내적 갈등을 해소하고 화해를 하여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여 주는 것이다.
작품 연구실
‘최후의 나’가 의미하는 바는?
‘최후의 나’란 현실적 자아, 즉 잘못된 현실과 타협하면서 우울하고 무기력하게 무의미한 삶을 살아가는 ‘나’와 구별되는 ‘또 다른 나’로, 잘못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는 자기 성찰의 과정을 거쳐 도달한 성숙한 내면적 자아이다.
시어 및 시구의 상징적 의미
*밤비 : 자기 성찰의 계기를 마련하는 어둡고 괴로운 현실
*육첩방 : 억눌리고 암담한 공간. 화자를 구속하는 시대 상황
*등불 : 새 시대를 밝히기 위한 노력. 현실 극복의 의지
*어둠 : 일제 강점기의 암울한 현실
*시대처럼 올 아침 : 희망찬 미래. 새로운 세계. 조국의 광복
시간적 · 공간적 배경을 통해 본 화자의 상황
화자의 태도 변화
이 시의 화자는 식민지 현실이라는 부정적 상황에 안주하며 무기력한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이러한 자신의 태도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자기 성찰을 통해 양심을 지키려는 노력과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시에 나타난 두 자아
이 시는 두 자아의 대립과 갈등, 화해의 과정이 시상 전개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 시의 마지막 연에는 ‘나’가 두 번 나온다. 전자는 내면적 자아로, 화자가 바라는 삶의 모습을 보인다. 후자는 늙은 교수의 강의를 들으러 가는 모습으로 형상화되어 있는 현실적 자아로, 화자가 부끄러워하는 삶의 모습을 보인다. 즉, 두 자아란 잘못된 현실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체념하고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현실적 자아와, 이 잘못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끊임없는 자기 성찰의 과정을 통해 도달한 내면적 자아를 말한다. 이 두 자아는 어두운 시대 현실을 살아가는 화자가 마주칠 수밖에 없는 이상과 현실의 어긋남을 표현하기 위한 시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작가 소개 - 윤동주(尹東柱, 1917 ~ 1945)
시인. 북간도 출생. 일본 도시샤 대학 영문과에 재학 중 사상범으로 체포되어, 이듬해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했다. 1941년 연희전문을 졸업하고 19편의 시를 묶은 자선 시집(自選詩集)을 발간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가 자필로 3부를 남긴 것이 사후에 햇빛을 보게 되어, 1948년에 유고 30편이 실린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간행되었다. 주로 1938~1941년에 쓰인 그의 시에는 불안과 고독과 절망을 극복하고 희망과 용기로 현실을 돌파하려는 강인한 정신이 표출되어 있다. 작품으로 ‘자화상’(1939), ‘또 다른 고향’(1948) 등이 있다.
함께 읽어보기
‘광야’, 이육사/억압된 현실에 대한 저항과 극복 의지
‘광야’는 우리 민족의 삶의 터전인 광야를 배경으로 하여 일제 강점기의 현실에 대한 극복과 희망의 미래에 대한 확신을 드러낸 작품이다. ‘쉽게 씌어진 시’와 ‘광야’는 당시 억압된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나타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하지만 ‘쉽게 씌어진 시’가 자기반성과 성찰을 통해 현실 극복의 의지를 나타냈다면, ‘광야’는 웅장한 상상력과 강인한 지사적 의지, 남성적 어조를 통해 현실 극복의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교과 연계]
(문학) 천재(김윤식), 신사고
(국어) 비상(한철우)
관련문제
01.이 시에 드러난 시적 화자의 정서 변화를 가장 잘 나타낸 것은?
02.이 시의 화자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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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학을 통해 스스로의 마음을 정화하며 위로 받으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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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내면의 갈등과 고뇌속에서 진실한 삶의 자세를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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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자신의 현실을 운명으로 수용하며 허무에서 벗어나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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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능력의 부족을 절실하게 느껴 갈등하지만 의지로 극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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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원치 않았지만 떠날 수밖에 없었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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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가 쓰여진 때는 1942년. 이때 윤동주는 동경 릿쿄대학 영문과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이 성전 승리를
외치며 전쟁에 미쳐있을 때였지요. 식민지의 청년으로 식민 통치국의 심장부에서 공부하고 있던 청년 윤동주의 고뇌와 번민이 이 시
에도 고스란합니다.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라는 유약해 보이는 문학청년의 언술은 뜻밖에도 ‘육첩
방(六疊房)은 남의 나라’라는 단호한 자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단호함은 일본식 다다미방인 육첩방에 자신의 몸과 정신을 길들
이지 않겠다는, 스스로를 일깨우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할 겁니다.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그가 스스로를 성찰할 때 그 성찰이 가닿은 저 아
름다운 결구가 오늘 제 마음에 새롭게 사무칩니다. 그는 자신이 어둠을 ‘모두’ 내몰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조금 내몰고’
라고 쓰고 있지요. 힘 있는 큰 손을 내민다고 쓰지도 않습니다. ‘작은 손을 내밀어’ 라고 쓰고 있지요. 세계의 광포함에 비하면 자신의
힘이 얼마나 연약한 것인지 그는 알고 있습니다. 연약하지만 ‘조금’이나마 세계의 어둠을 벗겨내고자 안간힘 씁니다. 윤동주의 시가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그가 독립투사였기 때문이라기보다, 이처럼 여리고 연약한 개인이 끝끝내 지켜가려고 애쓴 자존의 품격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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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언덕에(신동엽)와 쉽게 씌어진 시(윤동주)의 작품 설명
[개인적 체험을 역사적 체험으로 확장]
윤동주의 ‘쉽게 씌어진 시’는 일제 강점 하의 시대 현실에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자 하는 식민지 지식인의 고뇌와 자기 성찰을 형상화하고 있다. 개인적 체험을 역사적 체험으로 확장하여 한 시대의 삶과 의식을 노래한다는 점에서 신동엽의 ‘산에 언덕에’와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쉽게 씌어진 시'는 일제 강점기의 현실에 적극적으로 대항하지 못하면서 시를 쓸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슬픔을 나타내고 있고, ‘산에 언덕에’는 4·19 혁명을 겪으며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며 사람을 사랑하는 따뜻한 인정을 회복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산에 언덕에(신동엽)와 쉽게 씌어진 시(윤동주)의 핵심 정리
|
산에 언덕에 |
쉽게 씌어진 시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추모적, 희망적, 상징적 |
저항적, 반성적, 미래 지향적 |
제재 |
그리운 그의 얼굴 |
현실 속의 자신의 삶(시가 쉽게 씌어지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 |
주제 |
그리운 이가 추구하던 소망의 실현에 대한 염원 |
어두운 시대 현실에서 비롯된 고뇌와 자기 성찰 |
특징 |
① 유사한 구조의 반복과 대구적 표현을 통해 운율을 형성함.
② ‘-ㄹ지어이’의 반복으로 화자의 소망과 믿음을 강조함. |
① 상징적 시어를 대비하여 시적 의미를 강화함.
② 두 자아의 대립과 화해를 통해 시상을 전개함. |
산에 언덕에(신동엽)와 쉽게 씌어진 시(윤동주)의 이해와 감상
산에 언덕에(신동엽)
이 시는 불행한 삶을 살다 간 ‘그’를 그리워하는 마음과, ‘그’가 추구하던 소망과 신념은 끊어지지 않고 계승되어 언젠가는 실현되리라는 확신을 표현한 작품이다.
이 시가 쓰인 시대적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이 시는 4·19 혁명 때 희생당한 사람들을 추모하는 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시인은 4·19 혁명 때 희생된 많은 ‘그’들의 소망과 신념을 잊지 말고, 사람을 사랑하는 따뜻한 ‘인정(人情)’을 회복하여 자유와 민주주의를 실현하자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씌어진 시(윤동주)
이 시는 윤동주가 일본에 유학 중이던 1942년에 쓴 작품으로, 어두운 시대 현실에 무기력한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과 자기반성을 통해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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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쉽게 씌어진 시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외로음을 자아냄(시간적 배경)
육첩방은 남의 나라. →일본식 다다미 좁은 방(부자유한 현실상황. 공간적 배경)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현실을 직접 움직이는 자가 아니라‘언어를 다루는 사람’이라는데 대한 괴로움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풍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어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를 들으러 간다. →현실적 고민과 거리가 먼 메마른 지식인 - 학문에 대한 회의
생각해 보면 어릴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 현실에 대한 회의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적극성이 결여된 삶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자신의 성실성과 정직성 결여에 대한 반성과 성찰
부끄러운 일이다. →자괴감(도덕적 결백성)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 내면의 각성을 가져오는 매체(어두운 현실 인식에서 느끼는 암울한 심정)
등불①을 밝혀 어둠②을 조곰 내 몰고, →①신념② 부정적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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