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시속에서 우주의 목소리가 펼쳐진다...
2018년 06월 25일 22시 58분  조회:2404  추천:0  작성자: 죽림

A 와 B 의 구조로 환상적 이미지 생성

--박문희시인의 하이퍼 산문시 <우주의 방언>을 읽고서

□ 강시나


하이퍼시는 “탈 관념의 사물과 상상의 이미지를 연결한 시로써 탈 관념의 사물을 한 단위로 보고 상상의 이미지를 한 단위로 본다면 모든 하이퍼시는 A단위와 B단위의 두 단위의 구조를 이룬다. 하이퍼시 구조는 탈 관념의 사물과 상상의 이미지 두 단위의 초월 관계를 연결하여 완성한다.” (문덕수《현실과 초월》165페이지)

관념이란 한자의 뜻으로 풀이해보면 ‘관’(观)은 ‘눈을 크게 뜨고 사물을 자세하고 똑똑하게 본다’이고 ‘념’(念)은 ‘생각하여 마음속에 굳게 간직한다’는 뜻이 됩니다.

이로보아 ‘관념을 벗는다’고 하면 그것은 낡은 관념의 옷을 벗어 던진다는 뜻이 되는 것입니다. 주지하다시피 탈 관념의 시 쓰기는 기존의 관념을 배제하고 사물 또는 물체를 중시한다로 받아주면 되겠습니다.

또한 상상이란 사물들의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관계와 사물의 조응과 유사함을, 직관으로 먼저 감지하는 능력을 바로 상상력이라 하고 직관이란 추리, 사고, 경험에 의거하지 않고 보는 순간 사물을 파악하는 것을 가르켜 직관이라 하며, 초월한다는 것은 현실을 넘어선다는 뜻이고, ‘초 현실’은 현실을 부정하고 그 부정을 매개로 하여 새로운 현실을 발견하고 새로운 사물관계를 발견하는 내재적 원리이며, 새로움을 발견한다는 것은 미지의 세계를 열어 보인다는 뜻으로 됩니다.

하이퍼시 구조원리가 이렇다보니 표현기법에 있어서는 관념설명보다는 암시적 묘사를 더 중요시합니다.

이렇게 하이퍼시는 보이는 사물 그대로의 벌거숭이가 아니라 작가의 상상이미지로 그려진 한 폭의 수수께끼이며 변형된 지도로서 작가의 내재적 심상으로 엮어져 의미가 이미지 속에 숨겨져 있는 초 현실 그림입니다. 즉 한 사물로 하이퍼시 탈 관념의 A 를 만들어 내고, 그 다음 작자의 상상세계의 이미지로 B단위를 만들고 두 단위 틈새에서 초월로 건너뛰기를 반복합니다.

2017년 윤동주 문학상 수상작인 박문희 시인의 시 <우주의 방언>이 바로 A와 B구조로 사물의 생성을 촉구한 하이퍼시라 생각합니다.

그럼 시 <우주의 방언> 원문을 보기로 합시다.

상오 열한시가 넘었는데도 기어이 활시위를 당기는 것은 피후의 정곡을 향해 돌진하는 화살 자체가 공중 분해된 바람의 뿌리를 스치는 순간 어지럼증을 느낀 까닭이다. 화살과 시위는 헤어지기 위해 만나는 빛의 뒷문이요, 복제된 개기월식이다. 시위 떠난 화살이 되돌아 올 수 없다고들 하지만 이미 길에 오른 화살에 대한 설득반송, 혹은 강제반송은 근자에 언론에도 꾸준히 회자되는 사건이다.

유령의 마구간에서 신기루와 혈투를 벌린 도리깨의 귀와 발과 어깻죽지는 호수위에 둥둥 떠도는 달의 그림자, 아울러 달의 그림자가 낳은 부드러운 능선은 다정다감하면서도 능갈친 우주의 방언이다 바람개비의 뒤통수를 쥐어 당기는 안장형의 긴 하품은 잔디밭에 피어난 평면형의 짧은 잠꼬대와 더불어 운명의 동일선상에서 안으로 혹은 밖으로 열심히 튀는 방언속의 돌꽃이다.

염소를 몰고 블랙홀을 방문하는 방울새의 발에는 장수의 뼈와 살을 만드는 식수가 시계추로 매달렸다. 홀의 문턱과 한 정거장 거리에서 시동을 멈추고 배꼽에 눈이 달린 블랙홀 두령의 환영연에 초대된 방울새 일행의 귀환 보고서에 따르면 생명폭포의 질주 속도는 제백석이 낳은 만추의 낙엽과 궤를 같이 한다. 불타는 단풍은 귀뚜라미를 베개 삼아 영원히 투명한 허공에 평화롭게 누워있다.

아래에 <우주의 방언>을 나름대로 풀어보려 합니다.

먼저 제목 <우주의 방언>부터 보겠습니다. 이는 우주에 여러 가지 소리 즉 여러 가지 방언이 있다는 말이 되겠습니다. 시속의 언어는 언어이자 사물이고 사물이자 언어입니다. 여러 가지 언어가 있다는 것은 여러 가지 사물이 있다는 말로 되겠습니다. 하늘의 해와 달, 별과 구름도 다 언어가 되겠고 지구에 있는 각종의 사물도 모두 언어가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시문학 창작에선 사물 세계가 언어와 단어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상상이미지로 된 언어와 단어들이 새로운 사물세계를 창조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박문희 시인은 우주는 여러 가지 방언 즉 여러 가지 사물로 구성되었다는 것을 시로 표현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그 말들을 해석한다면--

1연:

‘열한시가 넘었는데도 기어이 활시위를 당기는 것은 (A)/ 피후의 정곡을 향해 돌진하는 화살 자체가 공중 분해된 바람의 뿌리를 스치는 순간 어지럼증을 느낀 까닭이다’(B)/는 사물인 화살로부터 태양이라는 새 사물을 생성시키면서 공기와 바람으로 인해 뭉치고 흩어지는 구름들의 조화를 암시적으로 끌어냈으며 기온이 고도로 상승된 12시 정각이지만 여전히 빛을 강하게 발사하는 태양의 본능을 덧붙여 사물의 자기 운동속도와 운동상태를 유지하려는 뉴턴의 제1운동법칙-관성법칙을 도입시킨 것 같습니다.

‘화살과 시위는 헤어지기 위해 만나는 빛의 뒷문이요(A)/ 복제된 개기월식이다’(B)/ 이 행에서 작가는 탈관념 이미지와 상상이미지를 연결하여 해가 뜨고 지는 자연맥락을 이어 놓고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다는 유사성을 비친 것 같고 ‘시위 떠난 화살이 되돌아 올수 없다고들 하지만(A)/이미 길에 오른 화살에 대한 설득반송, 혹은 강제반송은 근자에 언론에도 꾸준히 회자되는 사건이다’(B) 여기에선 쏜살같이 흘러가는 세월에 대한 후회와 한탄, 그리고 이미 발설한 말들도 다시 걷어 들이기 힘들다는 것을 태양의 빛과 시위 떠난 화살의 유사성으로 비유한 것 같습니다.

2연:

“유령의 마구간에서 신기루와 혈투를 벌린 도리깨의 귀와 발과 어깻죽지는(B)/ 호수위에 둥둥 떠도는 달의 그림자”(A)/ 여기서 상상 이지미지 B는 비약적인 시대발전에 무작정 뛰어드는 인간들의 무지를 새로운 사물로 생성시키기 위한 상상이미지이며 ‘달의 그림자가 낳은 부드러운 능선은(A) /다정다감하면서도 능갈친 우주의 방언이다’(B)/ 이 행은 모든 신생사물은 막을 수 없는 시대조류라는 뜻이고 “바람개비의 뒤통수를 쥐어 당기는 안장형의 긴 하품은 잔디밭에 피어난 평면형의 짧은 잠꼬대와 더불어(A)/ 운명의 동일선상에서 안으로 혹은 밖으로 열심히 튀는 방언속의 돌꽃이다”(B)/ 이는 아직도 낡아 빠진 묵은 관념들이 뒤꽁무니를 붙잡고 늘어져있는 경향을 잠꼬대에 비유하면서 전진과 발전은 자연의 필연적 법칙이라는 점을 암시적으로 대체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3연:

‘염소를 몰고 블랙홀을 방문하는 방울새의 발에는(A)/ 장수의 뼈와 살을 만드는 식수가 시계추로 매달렸다’(B)/ 여기선 계절을 몰고 온 봄의 햇빛이 만물을 생성시킴을 말하고 봄 에너지를 가리켜 뼈와 살 만드는 식수(食水)라 변형시키고 또 태양의 빛을 다시 식수(食水)의 시계추로 거듭 탈영토화 시키면서 상상이미지로 또 다른 계절을 끌어내기 위한 이질적 연결이고.

“홀의 문턱과 한 정거장 거리에서 시동을 멈추고(A)/ 배꼽에 눈이 달린 블랙홀 두령의 낳은 만추의 낙엽과 궤를 같이 한다”(B)/는 계절과 계절 잇기를 ‘블랙홀’ 과 ‘정거장’으로 변형시키면서 바뀌는 역마다 초대된 방울새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의 환기를 재치 있게 그려 냅니다. ‘불타는 단풍은 귀뚜라미를 베개 삼아(A)/ 영원히 투명한 허공에 평화롭게 누워있다’(B)/ 끝으로 시인은 가을날의 풍요로움으로부터 겨울의 백색풍경을 새롭게 이끌어내는데 성공하였습니다.

시인은 우주에서 생존하고 있는 모든 사물들의 말소리를 인간이 알아듣지 못하는 방언 즉 지방사투리로 비유했습니다.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이 물질과 어울려 화살로 되었다가, 안장형의 긴 하품 되였다가, 안으로 혹은 밖으로 열심히 튀는 방언속의 돌꽃이 되었다가, 배꼽에 눈이 달린 블랙홀의 두령이 되기도 하는 등 하늘아래로부터 우주의 무한한 공간 사이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무수한 오아시스를 펼쳐놓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전반 시 흐름을 보면 주제를 부각시키려는 작가의 목적성이 전혀 알려지지 않고 그 어떤 고전 ‘관념’이란 찾아 볼 수 없으며 사물 자체를 상상적으로 관찰하여 의식하였으며 이질적인 이미지로 우주의 자연생태를 음양학으로 잘 풀어 나간 것 같은 양상을 보입니다. 그 골격들을 종합해 본다면--

1연은 태양의 절주를, 2연은 달빛의 교묘함을, 3연에선 사계절변화를 그려내면서 화살이라는 사물의 유사점, 직유와 인접성을 틀어쥐고 자연사물로부터 밤/낮, 강함/약함, 빛/어둠, 높고/낮음, 유/무, 현실/상상을 대조시키면서 자연이 인류에 주는 혜택을 하나의 ‘방언’으로 친절하게 다가오게 했으며 인간과 자연의 생태변화를 초월적인 심상으로 지혜롭게 이어 놓았고 각 연과의 틈새- 초월의 공간에서 작자는 단절과 분열, 뛰기와 통합으로 우주 목소리를 한수의 시 속에 묶어 넣고 시간과 속도의 장단을 복합적 네트워크로 잘 연결해 놓았다고 봅니다.

한편으로 이 시는 단락과 편폭이 좀 늘여져 있는 것 같고 시어가 조금 더 소박하게 안겨 왔으면 더 친근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게 됩니다.

2018년 4월 29일

/《송화강》잡지 2018년 제3기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130 윤동주가 가장자리에서 정중앙자리에 서다... 2018-07-08 0 2381
1129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쉽게 씌여진 시 2018-07-08 0 5475
1128 윤동주 시 리해돕기와 "관부련락선" 2018-07-08 0 3916
1127 인생이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정말 아니다... 2018-07-07 0 2265
1126 호박아 호박아 너는 뚱뚱보 엄마다... 2018-07-07 0 2607
1125 윤동주와 영화 "동주"에 등장하는 윤동주 시 15편 2018-07-06 0 2546
1124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흰 그림자 2018-07-06 0 3319
1123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참회록 2018-07-06 0 5752
1122 윤동주 시 리해돕기와 시 "간"과 "토끼전" 2018-07-05 0 3572
1121 윤동주 시 리해돕기와 시 "간"과 "코카사쓰", "프로메테우스" 2018-07-05 0 4086
1120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간(肝) 2018-07-05 0 4160
1119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별 헤는 밤 2018-07-05 0 4009
1118 윤동주와 우물틀 2018-07-04 0 2708
1117 해바라기 이야기는 고소하고 길다... 2018-07-04 0 2464
1116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또 다른 고향 2018-07-04 0 6643
1115 윤동주와 하숙집 터 2018-07-03 0 4597
1114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지구는 하나!!! 2018-07-03 0 2326
1113 윤동주를 알린 일본 시인 - 이바라기 노리코 2018-07-02 0 2798
1112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돌아와 보는 밤 2018-07-02 0 2886
1111 [동네방네] - "詩碑문제"와 "是非문제" 2018-07-02 0 2392
1110 윤동주와 "백석시집" - "사슴" 2018-07-02 0 2437
1109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십자가 2018-07-02 0 5614
1108 "詩여 침을 뱉고 또 뱉어라"... 2018-07-01 0 3942
1107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비애 2018-07-01 0 4487
1106 이래저래 해도 뭐니뭐니 해도 그래도 학교 갈때가 제일이야... 2018-06-30 0 2144
1105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소낙비 2018-06-30 0 3981
1104 윤동주와 그의 룡정자택 2018-06-29 0 3670
1103 윤동주의 친구 장준하, 문익환 2018-06-29 0 2326
1102 윤동주의 친구 정병욱 2018-06-29 0 3946
1101 윤동주의 친구 강처중 2018-06-29 0 2831
1100 "빨랫줄을 보면 또 어머니 생각이 납니다"... 2018-06-29 0 2152
1099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한난계 2018-06-29 0 3870
1098 "밥상에서 시가 나와요"... 2018-06-28 0 2323
1097 시속에서 우주의 목소리가 펼쳐진다... 2018-06-25 0 2404
1096 시속에서 무한한 세상이 펼쳐진다... 2018-06-25 0 2374
1095 시속에서 사랑의 노래가 펼쳐진다... 2018-06-25 0 2377
1094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풍경 2018-06-16 0 4477
1093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산림 2018-06-16 0 3050
1092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산상 2018-06-16 0 3223
1091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황혼 2018-06-14 0 3177
‹처음  이전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