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시모음>
+ 섬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정현종·시인, 1939-)
+ 섬
스스로의 生 지키기 위해
까마득히 절벽 쌓고 있는 섬
어디 지랑풀 한 포기
키우지 않는 섬
눈 부릅뜨고
달려오는 파도
머리칼 흩날리며
내려앉는 달빛
허연 이빨로 물어뜯으며.....
끝내 괭이갈매기 한 마리
기르지 않는 섬
악착같이 제 가슴 깎아
첩첩 절벽 따위 만들고 있는 섬.
(이은봉·시인, 1954-)
+ 무명도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운 것이
없어질 때까지
뜬눈으로 살자
(이생진·시인, 1929-)
+ 섬
등이 가렵다
아무도 없는데
자꾸만 등이 가렵다
오른팔 왼팔 아무리 뒤로 꺾어 보아도
닿지 않는 한 구석
긁히지 않는 그곳을
매번 놓치고 마는 손끝
(허은희·시인, 1966-)
+ 섬
파도가 섬의 옆구리를 자꾸 때려친 흔적이
절벽으로 남았는데
그것을 절경이라 말한다
거기에 풍란이 꽃을 피우고
괭이갈매기가 새끼를 기른다
사람마다의 옆구리께엔 절벽이 있다
파도가 할퀴고 간 상처의 흔적이 가파를수록
풍란 매운 향기가 난다
너와 내가 섬이다
아득한 거리에서 상처의 향기로 서로를 부르는,
(복효근·시인, 1962-)
+ 쓸쓸한 섬
우리는 서로를 보지 못했는지 모른다
서로 바라보고 있다고 믿었던 옛날에도
나는 그대 뒤편의 뭍을
그대는 내 뒤편의 먼 바다를
아득히 바라보고 있었는지 모른다
나는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 섬이다
그대는 아직 내릴 곳을 찾지 못해 떠도는
저녁 바다 갈매기다
우리는 아직 서로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내 밤은 오고 모두 아프게 사무칠 것이다
(정일근·시인, 1958-)
+ 섬
마음속에
섬, 하나 자라고 있다
때로는 밀물에 떠밀려
아득히 먼 수평선 끝자락에서
보일 듯 말 듯,
애를 태우다가
어느 날 갑자기
해일처럼 다가와
미역 자라듯
가슴속에 뿌리 내리고
태산처럼 자라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해당화도 피우고
마냥 슬퍼 보이는
갯메꽃도 피우면서
(최원정·시인, 1958-)
+ 어머니의 섬
늘 잔걱정이 많아
아직도 뭍에서만 서성이는 나를
섬으로 불러주십시오. 어머니
세월과 함께 깊어가는
내 그리움의 바다에
가장 오랜 섬으로 떠 있는
어머니
서른세 살 꿈속에
달과 선녀를 보시고
세상에 나를 낳아주신
당신의 그 쓸쓸한 기침소리는
천리 밖에 있어도
가까이 들립니다
헤어져 사는 동안 쏟아놓지 못했던
우리의 이야기를
바람과 파도가 대신해주는
어머니의 섬에선
외로움도 눈부십니다
안으로 흘린 인내의 눈물이 모여
바위가 된 어머니의 섬
하늘이 잘 보이는 어머니의 섬에서
나는 처음으로 기도를 배우며
높이 날아가는
한 마리 새가 되는 꿈을 꿉니다. 어머니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사슴섬의 뻐꾸기 - 소록도에서
뻐꾸기 한 마리
숲속에서 울고 있었다.
고운 햇살 온몸에 감고.
손을 내밀어
가만히 잡아주고 싶은
목이 긴 사람들이 사는 섬.
사슴섬.
미움도 없고 시새움도 없는
아! 이곳은
아픈 당신들의 천국이었구나.
어릴 때 함께 뛰놀던 친구들
모두 고향에 다 두고
보리피리 불며
서럽게 찾아온 땅
소록도여!
그는 죽어 뻐꾸기가 되었는가.
뻐꾹 뻐꾹 뻐꾹.
솔숲에 숨어
꽃잎에
붉은 울음을 토해 놓고 있었다.
(오순택·아동문학가, 1942-)
* 사슴섬: 전남 고흥군 도양면에 있는 섬으로
모양이 어린 사슴을 닮았다고 하여
소록(小鹿)도라고 한다.
나병에 걸린
한하운 시인의 시 ´보리피리´가
새겨진 시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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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시(山西, 산서)성 지(吉)현 황허(黃河, 황하)강 후커우(壺口)폭포 꽁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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