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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호 동시 바구니
2016년 10월 17일 20시 24분  조회:1162  추천:0  작성자: 강려
 
 
버들강아지 / 강 현 호 

   

  "엄마, 지금 나갈래요."
  "안 돼, 아직은 추워."

 
  아기버들강아지
  자꾸만 엄마를 졸라댑니다.
 
  "으응, 나가 놀고 싶어."
  "자, 그럼 이걸 쓰고 나가렴."

 
  엄마가 씌워 준
  털모자를 쓰고 빈 가지 가지마다
  쏘옥쏘옥 얼굴을 내밉니다.
  이른 봄, 아직은 볼에 느껴지는 공기가 쌀쌀합니다.
  딱딱한 가지에 갇혀 안달이 난 아기버들강아지가 밖에 나가 놀겠다고 엄마를 조릅니다
.
  말리다 못한 엄마는 할 수 없이 허락하고 맙니다
.
  하지만 엄마가 그냥 내보내지는 않겠지요
?
  엄마가 준 털모자를 눌러쓰고 쏘옥쏘옥 얼굴을 내미는 아기버들강아지들
.
  아무리 날씨가 춥다 해도 이제 아무런 걱정이 없을 테지요. (신현득 유경환 문삼석)
 
 

                                  나뭇잎 하나 /강 현 호

 
 -아이, 곱기도 해라.
 바람이 손을 뻗쳐
 나뭇잎을 또옥 땁니다.
 
 -아휴, 어지러워.
 나뭇잎은 눈을 감고
 바람의 팔뚝에 꼬옥
 매달립니다.
 
   바람이 점점 선선해지고 나뭇잎들은 저마다의 단풍으로 가을을 장식하기 시작합니다. 나뭇잎이 곱게 몸단장을 하는 일은 저를 키워준 나무와 작별을 준비하는 일이기도 하지요. 성급한 바람일수록 그 고운 나뭇잎을 그냥 두고만 보지 않습니다.
  강경호(1943∼) 시인이 가을에 낙엽이 지는 일을 바람과 나뭇잎의 가슴 설레는 만남의 순간으로 묘사하며 색다른 동시 한 편을 빚었습니다. 제 몸에서 나뭇잎을 떨구는 나무의 고통도 실은 이렇듯 또다른 시간을 위한 통과의례가 아닐런지요. 눈을 감고 바람의 팔뚝에 몸을 맡기는 나뭇잎의 표정이 재미있군요. (김용희)
 
 
 

                             겨울 아이들 /  강 현 호

    
     바람이 세찬 날에도
     겨울 아이들은
     연을 띄운다.
 
     밤새도록 풀어 놓은
     빛살을 감으면
     하늘 뚫고
     오르는 동그란 해.
 
     솟구치다가 기울고
     다시
     부딪쳐오르는 힘이
     햇살을 거두어 쏟아 놓는다.
 
     감아도 감아도
     끝없는 속삭임을
     얼레에 감고 크는
     겨울 아이들.          
 
   하늘 높이 연을 띄우는 겨울 아이들.
  겨울 하늘에 연을 띄우면, 얼어붙은 햇살도 훈훈하게 녹아내리고 아이들의 꿈도 연을 따라 끝없이 오릅니다.
  연은 파란 하늘을 한없이 오르고 싶은 아이들의 마음이며 산 너머 먼 곳을 가보고 싶은 무한한 꿈입니다. (신현득 김종상)
 
 
 

                                  귤 하나에 / 강 현 호  
 
 
   가을이
   노랗게 숨어든다.
 
   햇빛도
   잰걸음으로 따라가
   제 빛깔이며
   제 꿈을
   꼭꼭 여며 준다.
 
   입안 가득
   군침을 삼키며
   겉돌던 바람은
 
   마지막 가지에서
   향내음 물씬 나는
 
   노오란 열매를
   내려 놓는다.
   노랗게 숨어드는 가을볕에 익고 있는 귤.
  가을 햇빛과 바람과 자연의 모든 은혜로움이 향기로운 귤 한 개로 엉겨서 우리 앞에 놓이게 됩니다.
  그래서 귤 한 개를 입에 물면 따스한 햇살과 파란 하늘과 맑은 바람이 한 입 가득 되살아납니다. (신현득 김종상)
 
 
 
           꽃게/ 강 현 호    


    금빛 모래벌에
    떼 지어 놀러 온
    여름 꽃게들.
 
    쫘악 벌린
    집게발로
    반짝이는 여름을 
    움켜 쥔다.
 
    쏴아
    쏴아
    밀리는 물결 소리.
 
    파도도
    자꾸만
    여름을 몰고 간다.
   모래벌에 나와 놀고 있는 여름 꽃게들.
  한적한 바닷가를 걸어보셔요.
  해수욕장에 모이는 피서객만큼이나 많은 꽃게들이 무리지어 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금빛 모래벌에서 뙤약볕을 즐기듯이.
  그래서 여름 바다는 더욱 황홀한 꿈으로 살아나는 것입니다. (신현득 김종상)
 
 
 

                         나이테 / 강 현 호


  봄
  여름
  가을
  겨울
  한자리에 불러모아
  꽁꽁 한데 묶어 버렸습니다.
 
  커다란
  시간의 태엽을
  힘주어 꼬옥꼭 감아 버렸습니다. 
   끝 연의 비유가 실감이 나고 새로운 감각적 표현이었다. (최춘해)
 
 
 

                                     나팔꽃 /강 현 호

    
     사다리도 없이
     엉금엉금
     기어올라가
 
     아침부터
     따따따
     손나팔 부는
 
     우리 동네
     수다쟁이.
 
 
 

                                  눈 오는 날 / 강 현 호

    
   하늘이
   하얀 지우개로
   온 세상을 지우네.
 
   길도
   나무도
   집도 하얗게 지우고
 
   친구와 다투어
   얼룩진 내 마음도
   하얗게 지우고 있네.
 
 
 
 

                             봄날에 /강 현 호

    
     엄마가 사 온
     연둣빛 새 치마를
     구겼다 폈다 하는 앞산
 
     뒤뜰로 나들이 나와
     봄 햇살을 톡톡 부리로 쪼는
     수다쟁이 햇병아리들
 
     선잠 깬 개나리만
     노오란 손바닥을 가리고
     긴 하품을 토한다.
 
 
 


                       봄 들판 / 강 현 호

    
해님 선생님이
봄 들판 교실에서 출석을 부른다.
 
"제비꽃."
"…예."
 
"민들레."
"…예."
 
"진달래."
"…예."
 
"들국화."
"…?"
 
"그 아이는 작년 가을에 전학 갔어요."
봄꽃들이
입을 모아 대답했다.
 
 
 


                              봄을 그리는 아이 / 강 현 호

     
      아이는
      일곱 빛 무지개로
      봄을 그린다.
 
      노오란 크레용에
      쏘옥 내미는
      개나리 하품
 
      진달래 귓밥에도
      스스로 번지는 분홍 빛깔
 
      늦잠 깬
      나비 한 마리
      그림 위를 기웃댄다.
 
      아이의 하얀 꿈이
      아지랑이로 피어나면,
 
      어느새
      봄은
      아이와 함께
      풀밭에서 뒹군다.
   '아이는/ 일곱 빛 무지개로/ 봄을 그린다'에서 '일곱 빛 무지개'는 크레용이다. 말하자면 크레용의 여러 가지 색깔로 봄의 그림을 그린다는 말이다.
  노란 크레용 색깔로 칠하면 노오란 개나리가 되고 분홍 색깔을 칠하면 진달래가 된다는 표현이다. 여기서 '개나리 하품'이니 '진달래 귓밥' 등이 특이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그린 그림 위로 나비 한 마리가 기웃거리고 또 아이의 하얀 꿈이 아지랑이로 피어난다. 그러면 어느새 봄은 아이와 함꼐 풀밭에서 뒹군다.
  봄은 이처럼 살며시 우리에게 온다. 무슨 대단한 변화를 일으키면서 봄이 오는 것은 아니다. 개나리에게로 또 진달래에게로 와서 그들의 빛깔을 내주고 나비를 날게 하고 아지랑이를 피운다. 어쩌면 봄은 제 스스로 오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아이가 그리는 대로 오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마지막 연의 '봄은/ 아이와 함께/ 풀밭에서 뒹군다'에서는 자연인 봄과 아이가 하나로 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라고나 할까 일체라고나 할까. 옛 사람들이 흔히 말해오던 '물아일체'의 경지를 보는 듯하다. 이 시인도 아마 이런 생각을 하면서 시를 썼을 것이다. (이재철, 신현득, 제해만, 노원호)
 
 
 

                                 소나기 / 강 현 호   


  여름 한낮
  하늘이
  잠깐 수도꼭지를 틀었다.
 
  이 때다 하고
  더위에 지친
  풀이랑
  나무들이
  초록빛 두 팔을 흔들며
  시원하게 샤워를 했다.
 
 
 


                           별 /강 현 호   

 
   밤마다 책을 읽는
   풀벌레들의 등불이 되어 주었다고
 
   하느님이 날마다
   달님에게 착한 표를 주었다.
 
   달님은
   하느님께 받은 착한 표를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어
 
   밤마다 이곳 저곳
   반짝반짝 붙여 놓았다.
 
 
 
 

                                억새 /강 현 호   


 
가을이 산 너머
이사를 간다.
 
"잘 가."
"잘 가."
 
산등성이에서
억새들이
가을을 향해
자꾸만 하얀 손을 흔들었다.
 
 
 
 
 

                             오월 어느 날 / 강 현 호  


   
      파아란 잎들이
      잘 다림질한
      꽃잎을 받쳐듭니다.
 
      사뿐 걸터앉았던
      나비가
      흰 옷자락을 걷어올리며
      일어섭니다.

      ―에그, 옷을 다 버렸군.
      지나던 바람이
      날개에 묻은 꽃가루를
      안타깝게 바라봅니다.
 
 
 

                               가을비 /강 현 호    


햇살이 잡아주지 않아도
바람이 거들어주지 않아도
가을비는
혼자서
색칠을 합니다.
 
빠알간 초가 지붕 그리고
황금빛 너른 벌판 그리고
노오란 단풍잎도 그리면
고추잠자리 떼지어 와
맴을 돕니다.
 
원색 물감을
통째로 풀어놓고
가을비는 신나서
마구마구 색칠을 합니다.
 
 
 
 
                  사과밭에서 / 강 현 호


           "우리 아기 얼굴빛이 왜 이렇지요?"
           엄마 사과가 
           아기 사과를
           걱정스럽게 들여다보았습니다.

 
           "편식이 심하군요"
           "일광욕도 자주 시키세요"

 
           왕진온 햇살이
           금빛 주사기를 뽑아들고
           아기 사과의 파아란 엉덩이에다
           꼭 꼭 찔렀습니다.
   사과나무에 아기 사과가 달려 있습니다. 영양분이 부족한지 생기가 없고 잘 자라지도 않습니다. 엄마 사과는 아기 사과를 들여다보고 늘 걱정을 합니다.
  이 때 엄마 사과의 마음을 알아 보았다는 듯, 햇살이 다가와서 검진을 하고 처방을 내립니다. 마치 병을 고치는 의사 선생님처럼,
  햇살을 금빛 주사기로 비유했군요. 대화체 문장에다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 재미납니다. (허동인)

 
 


사진 찍기 /  강 현 호  

  

"자아, 활짝 웃어요."
"자아, 김―치."

 
봄 뜰에서
봄바람이 사진을 찍는다.

 
흰 덧니를 드러낸
목련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노오란 가락지를 낀
개나리도 두 손을 흔든다.

 
뒤늦게 달려온 해님이
두 뺨을 붉히며
활짝 웃었다.




   코스모스 / 강 현 호    



  시골로 놀러 왔던
  고추잠자리가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길섶까지
  배웅 나온
  코스모스들이
  나란히 한줄로 서서
  손을 흔듭니다.

 
  빨강
  분홍
  하양
  손바닥을 보이며
  자꾸만 섭섭해합니다.




     등꽃 /강 현 호    


     수천 개의 소망들이
     가지마다
     심지로 돋았습니다.

 
     햇살이
     길다란 성냥을 그어대고

 
     심지마다
     활활 타오르는
     보랏빛 불꽃

 
     오월의 가슴
     한가운데
     예쁜 브로치 같은
     등꽃이 피었습니다.

 
 
    강 현 호(姜賢鎬)
1943년 11월 3일 ∼
경상남도 진주에서 태어남.
부산 동아대학교 대학원 졸업
1979년 2월 '아동문예'에 동시 <나이테> <까치밥>을 발표, 1982년 1월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별>이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함.
아동문예작가상(1982. 12. 8), 부산아동문학상(1984. 6. 2), 현대아동문학상(1985. 1. 19) 등 수상.
부산아동문학협회 회장 역임
지도서 : 글짓기 교실(진주인쇄소, 1966. 2)
동시집 : 새끼줄 기차(교음사, 공저, 1983. 2)
            산마을 아이들(소문당, 1983. 9)
            사과밭과 가을굴렁쇠(아동문예사, 1991. 11)
            닮았어요(21문학과문화, 2002. 11. 30)
동시, 동화집 : 메아리를 부르는 아이(글숲, 1986. 11. 30)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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