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jingli 블로그홈 | 로그인
강려
<< 4월 2024 >>
 123456
78910111213
14151617181920
21222324252627
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블로그

나의카테고리 : 해외 동시산책

<음식에 관한 동시 모음> 정진아의 '라면의 힘' 외
2017년 04월 04일 13시 56분  조회:1324  추천:0  작성자: 강려



<음식에 관한 동시 모음> 정진아의 '라면의 힘' 외

+ 라면의 힘

꼬불꼬불 산길
즉석 라면 배낭에 담고
성큼
아빠 발자국 따라
종종종
올라간다.

차오른 숨
힘 빠진 다리
배 속에선 꼬르륵

"아빠, 라면 먹고 싶어."
"산꼭대기서 먹어야 더 맛있지."

올라간다
올라가

아빠 주먹만한 라면이
헉헉 지친 나를
산꼭대기로 끌어올린다.
(정진아·아동문학가, 1965-)


+ 상지리 분교 급식 시간 

밥 위에 내려앉은 햇살
시금칫국에 퐁당 빠진 바람
함께 먹는다

"휘어이 훠어이."
다랑논에서 새 쫓던 재덕이네 할아버지
경운기 몰고 돌아가는 소리 들으며
밥을 먹는다

경백이네 과수원
사과 익는 냄새는
입가심으로 먹는다.
(박혜선·아동문학가)


+ 메주의 꿈

알몸으로 매달려 있는 메주. 
엄마가 음식으로 간 맞추듯 
바람도 한소끔 
햇빛도 한소끔 
다녀가면 
짭조름한 맛이 든다. 

또르르 또르르 
마당을 굴러다닌 콩이 
몸을 합쳐 메주로 태어나 
겨울을 나고 있다. 

메주는  
된장이 되어 
보글보글 끓는 
꿈을 꾼다. 
(오순택·아동문학가)


+ 비빔밥, 이 맛 

송송송 썬 김치를 넣어야지요. 
콩나물도 한 젓가락, 
생채도 담뿍 한 젓가락, 
고추장도 빨갛게 한 스푼. 
그러고 그냥 비빌 건가? 
쨀끔, 고소한 참기름도 넣어야지요. 

부벅부벅부벅- 
숟가락을 틀어잡고 비비다가 
어차, 먹어 보자 한 숟갈! 
오오, 맛있네! 

근데 이 맛은 어디서 올까? 
서로에게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서로서로 섞여서 
만들어 내는 이 비빔밥 맛은. 
(권영상·아동문학가)


+ 난 김치예요 

씨앗으로 뿌려질 때부터 
김치가 될 줄 알고 있었기에 
넌출넌출 푸른 잎 키웠지요 
그러나 김치가 되는 건 쉽지 않았지요 
뿌리는 뽑히고 
내 노란 속살에 
굵은 소금이 뿌려져 
나는 부들부들 숨을 죽여야 했어요 
그것뿐인가요 
살갗을 후비는 고춧가루와 
갖은 양념으로 비벼져 
정신을 잃었지요 
서로 다른 것들과 어울린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 줄 정말 몰랐어요 
그렇지만 항아리 속에 꼭꼭 담겨진 우리는 
조금씩 자기를 버리고 
서로에게 익숙해졌지요 
나에게는 양념 맛이 들고 
양념에겐 내 향이 배고 
그렇게 맛있는 김치가 되었어요 
젓가락으로 김치 한 조각 들어올릴 때 
기억해 줘요, 
한때는 나도 
흙에 뿌리내렸던 배추라는 걸.
(이혜영·아동문학가) 


+ 시래기  
  
할머니가 시장바닥에서
푸른 무청을 주워 온다.
며칠째 주워 온다.

- 할머니, 그런 쓰레기를
   왜 자꾸 주워 모으는 거예요?

- 이건 쓰레기가 아니라
   시래기란다.
   겨울이 되면
   맛있는 시래깃국이 될 거야.

할머니는
무청을 촘촘하게 끈으로 엮어
바람 잘 드는 곳에 매달아 놓는다.

무청이 
사드락사드락 말라 간다.

우리 집 처마 끝으로
겨울이 온다.
(김응·아동문학가)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54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54 2019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모음 2022-06-07 0 546
53 【 2022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모음 】 2022-06-07 1 1354
52 <2021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2021-12-18 0 1024
51 내가 읽은 해외동시 묶음 2020-05-05 0 1765
50 꽃 떨어진 자리(동시) _ 정용원 [한국] 2018-11-27 0 1615
49 아이들을 위한,그리고 세련된 사람을 위한(동시) - 막스 쟈콥[프랑스] 2018-11-27 0 1590
48 지나가는 시간 - 앙드레 이베르노 [프랑스] 2018-11-27 0 1340
47 나무의 맛 / 곽해룡 2018-11-27 0 1512
46 시인의 손에 놓이면 / 신현득 [한국] 2018-11-27 0 1318
45 색깔들/ 모리스 카렘(프랑스) 2018-11-27 0 1367
44 핀은 머리가 있는데 머리카락은 없어요/ 크리스티나 로제티 2018-11-27 0 1329
43 "이슬" 동시 / 문삼석 2017-08-26 0 1871
42 오순택의 동시 100편 [한국] 2017-07-07 0 2207
41 쉘 실버스타인 작품들 2017-06-22 0 2042
40 <오순택 등단 50주년 >기념 동시 . 동시조 100편 [한국] 2017-06-12 0 2238
39 <바다에 관한 동시 모음> 오선자의 '바다를 보며' 외 2017-06-05 0 1948
38 2014년 한국 우수동시 30편 2017-06-02 0 2321
37 김종상의 곤충과 동물을 소재로 쓴 동시조 묶음 외 2017-05-31 0 2708
36 권영상 동시바구니 2017-05-27 0 2104
35 <바람에 관한 동시 모음> 이혜영의 '바람의 고민' 외 2017-05-27 0 1793
‹처음  이전 1 2 3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