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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관한 동시 모음> 공재동의 '고 짧은 동안에' 외
2017년 05월 27일 16시 13분  조회:1685  추천:0  작성자: 강려
<시간에 관한 동시 모음> 공재동의 '고 짧은 동안에' 외

+ 고 짧은 동안에 

장맛비 그치고 
잠시 
햇살이 빛나는 동안 

바람은 
나뭇가지를 흔들어 
잎사귀에 고인 
빗물을 쓸어내리고 

새들은  
포르르 몸을 떨며 
젖은 날개를 말린다. 

해님이  
구름 사이로 
반짝 얼굴 내민 
고 짧은 동안에. 
(공재동·아동문학가, 1949-)


+ 시간의 탑 

할머니, 
세월이 흘러 
어디로 
훌쩍 가 버렸는지 모른다 하셨지요? 

차곡차곡 
쌓여서 

이모도 되고 
고모도 되고 
작은엄마도 되고, 

차곡차곡 
쌓여서 

엄마도 되고 
며느리도 되고 
외할머니도 되었잖아요. 

우리 곁에 
주춧돌처럼 앉아 계신 
할머니가 그 시간의 탑이지요. 
(유미희·아동문학가, 충남 서산 출생)


+ 참 오래 걸렸다 

가던 길 
잠시 멈추는 것 
어려운 일 아닌데 

잠시  
발 밑을 보는 것 
시간 걸리는 게 아닌데 

우리 집 
마당에 자라는 
애기똥풀 알아보는데 
아홉 해 걸렸다. 
(박희순·아동문학가)


+ 병 속에 시간을 담을 수 있다면 

작은 병 속에 
시간을 담을 수만 있다면 

예쁜 병 속에 
한 시간만 담아서 
아빠 가방 속에 
살며시 넣어 드리고 싶다. 

아무리 바쁘신 아빠도 
그걸 꺼내 보시면 
잠시라도 편히 쉴 수 있으시겠지? 

하루에 단 한 시간만이라도 
그런 시간 만들어 
아빠 가방 속에 몰래 
넣어 드리고 싶다. 
(정구성·아동문학가)


+ 탁상 시계

딸깍 딸깍 딸깍

탁상 시계가
책상 위에 앉아
밤새도록
시간의 손톱을 깎고 있다

딸깍 딸깍 딸깍
(신형건·아동문학가, 1965-)


+ 시계의 초침 소리 

톡, 톡, 톡
초침은 
시간을 
잘라 줍니다

톡, 톡, 톡
쬐끔씩 쬐끔씩
아껴 쓰라고
금싸라기만 하게
잘라 줍니다

톡, 톡, 톡
토막난 시간들이
뛰어다니며
ㅡ얘, 너 지금 뭐 하니?
자꾸만 자꾸만
물어봅니다.
(윤미라·아동문학가)


+ 아빠 시계 

시계를 
볼 때마다 

아빠는 
―시간이 없어. 
시간이 없어. 

아빠 시계엔 
왜 

시간이 
없는 거지? 
(문삼석·아동문학가, 1941-)


+ 시계꽃 

지난 밤 
별들이  
몰래 내려 와 

풀밭 위에 
한 뜸 한 뜸 
수를 놓았나 

초록 풀밭 가득 
하얀 시계꽃 

어쩜 
째각째각 
시계 바늘 소리까지 

낭랑히 낭랑히 
수놓고 갔을까 
(김종순·아동문학가)


+ 시계가 셈을 세면 

아이들이 잠든 밤에도 
셈을 셉니다. 

똑딱똑딱 
똑딱이는 수만큼 
키가 자라고 
꿈이 자라납니다. 

지구가 돌지 않곤 
배겨나질 못합니다. 

씨앗도 땅 속에서 
꿈을 꾸어야 합니다. 

매운 추위에 떠는 나무도 
잎 피고 꽃필, 그리고 열매 맺을 
꿈을 꾸어야 합니다. 

시계가 셈을 세면 
구름도 냇물도 
흘러갑니다. 

가만히 앉아 있는 바위도 
자리를 뜰 꿈을 꿉니다. 

시계가 셈을 세면 
모두모두 
움직이고 
자라납니다. 
(최춘해·아동문학가)


+ 엄마의 시간  

우리 집에서 
시간 나누기를 제일 잘 하는 
엄마. 

다림질 반듯한 
우리 형 교복 바지에도 
햇볕에 널어놓은 
뽀오얀 내 운동화에도 
쬐끔씩 나누어 준 
엄마의 시간. 

우리집 저녁상에도 
베란다에 앉아있는 
난초 화분에도 
촉촉이 배어있는 
엄마의 시간. 

잠잘 때도 엄만 
내 손 꼬옥 잡고, 
엄마 시간 
다 내어 준다. 
(한상순·아동문학가)


+ 하루

어머니가 
품앗이 
가실 때는

해가
참 길다
하시고

우리 밭
김 매실 때는

해가 
너무 짧다 
하신다

내가 보기엔
그냥 
하루인데
(김은영·아동문학가)


+ 무렵 

아버지는 무렵이란 말을 참 좋아한다 
무렵이라는 말을 할 때 
아버지의 두 눈은 꿈꾸는 듯하다. 

감꽃이 필 무렵 
보리가 익을 무렵 
네 엄마를 처음 만날 무렵 
그 뿐 아니다 
네가 말을 할 무렵 
네가 학교에 갈 무렵 

아버지의 무렵이란 말 속에는 
그리움과 아쉬움이 묻어 있다. 

나도 유치원 무렵의 친구들이 생각난다 
나에게도 아버지처럼 
무렵이란 말 속에는 그리움이 배어 있다 
가만히 눈을 감고 무렵이란 말을 떠올리면 
그리운 사람이 어느새 내게 와 있다. 
(하청호·아동문학가)


+ 열차 

열차를 탔다. 
빈 자리를 찾아 앉는다. 
그것이 내 자리다. 

타고 온 사람들의 자리가 
비워지기를 기다리는 
새 얼굴의 사람들. 

눈을 감고 창에 기대면 
열차는 멈춘 듯 달려간다. 
흐르는 세월처럼 

언젠가는 나도 내리고 
나의 빈 자리에는 또 
다른 누구가 와서 앉겠지. 

세월이란 열차 
참 빠르기도 하다. 
(김종상·아동문학가)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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