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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세계문제시집(戰後 世界問題詩集) /신구문화사(6)
2019년 03월 01일 16시 28분  조회:1339  추천:0  작성자: 강려
전후 세계문제시집(戰後 世界問題詩集) /신구문화사(6)
 
 
 
미국편 / 공동번역: 이태주 성찬경 민재식 김수영 (1965년)
 
 
뮤리엘 루카이서(Muriel Rukeyser)
 
 
대화
 
 
제게 말을 걸어 주세요. 제 손을 잡아 주
 
   세요. 당신은 이젠 어떠세요?
 
전 이 말씀을 드리겠어요. 아무 것도 숨기지
 
   않겠어요.
 
제가 세 살 때, 한 꼬마애가 토끼 이야기를
 
   읽어 줬댔죠.
 
그 토끼는 이야기 가운데서 죽었는데 전 의
 
   자 밑으로 기어들어 갔댔죠.
 
<핑크>색  토끼였어요. 그때 모두들 울지 말라고 타
 
   일러 줬구요.
 
 
제발 절 이해해 주세요. 전 행복
 
   하지 못해요. 전 다 털어놓겠어요.
 
전 지금 음악같은 하늘을 인 하얀 돛대를
 
   생각하고 있어요.
 
즐겁게 우는 고동같은, 살처럼 나는 새같
 
   은 하늘을. 그리고 절 끌어안는 팔뚝을
 
   생각하고 있어요.
 
전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답니다. 그인 배
 
   를 타며 살고 싶어했습니다.
 
 
제게 말을 걸어 주세요. 제 손을 잡아 주
 
   세요. 당신은 이젠 어떠세요?
 
제가 아홉 살 때, 저는 과일마냥 감상적이
 
   었죠.
 
기분이 변덕을 부렸구요. 그리고 홀로 된
 
   아주머니는 <쇼팡>을 연주했는데
 
전 칠을 칠한 나무벽에 고개를 숙이고 울었
 
   었지요.
 
전 이제 당신 곁에 있고 싶어요. 전
 
제 인생의 모든 시간을 당신의 인생에 바짝
 
   이어놓고 싶어요.
 
 
전 행복하지 못해요. 전 모두 털어놓겠어
 
   요.
 
전 저녁에 구석에 놓인 등(燈)불을 좋아했댔
 
   죠. 그리고 조용한 시(詩)도.
 
제 인생엔 두려움이 있었답니다. 이따금
 
   전 생각해 보죠,
 
그이의 인생은 정말 무슨 비극(悲劇) 위에 놓여
 
   져 있었던가 하고.
 
 
제 손을 잡아 주세요. 제 마음을 당신의
 
   손 안에 꼭 쥐어 주세요. 당신은 이젠
 
   어떠세요?
 
제가 열네 살 때, 전 자살(自殺)의 꿈들을 꾸었
 
   었지요.
 
그리고 일몰(日沒)엔 가파른 창(窓)가에 서서 죽음
 
   을 바랐었지요.
 
빛이 구름과 들판을 아름답게 녹이지 않
 
   았던들,
 
빛이 그 날을 바뀌게 하지 않았던들, 전
 
   뛰어 내렸을 거예요.
 
전 불행해요. 전 외로워요. 말을 좀 걸어
 
   주세요.
 
 
전 모두 털어놓겠어요. 그이는 하나도 절 좋
 
   아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이는 햇빛이 부서지는 해안을, 자그만 파
 
   도를 타는 예쁜 입술같은 거품을
 
좋아했었죠. 그이는 방향을 돌리는 갈매기
 
   를 좋아했었죠.
 
그이는 명랑하게 말했답니다. 난 그대를 사랑
 
   한다구요. 저를 이해해 주세요.
 
 
당신은 이젠 어떠세요? 우리가 서로 접
 
   촉할 수만 있다면.
 
우리의 이 나누어진 육신(肉身)이 맞잡게 될 수만
 
   있다면
 
중국의 수수께끼처럼 엉키어--- 어제
 
저는 사람으로 들끓는 번잡한 거리에 서 있
 
   었어요. 그리곤 아침은 빛났구요.
 
모두들 말없이 움직이고 있었답니다. 제
 
   손을 잡아 주세요. 말씀 좀 해주세요.
 
 
(민재식 번역)
 
 
 
천공무한(天空無限)
 
 
가축 떼가 강기슭을 비켜 지나간다. 아
 
   침을 하얗게 뒤흔들며,
 
어둠을 울음으로 깨뜨리면서. 우유차가
 
   거리를 내닫는다.
 
차가운 우유병을 배달하면서. 대형 트럭
 
   이 모퉁이를 질러간다.
 
씻기운 아스팔트 위에 바퀴를 잉잉거리면
 
   서. 맑은 하늘이
 
   트이고 이어 밝아 온다.
 
           천공무한 시야무변(視野無邊)
 
 
부부는 배개 위에서 부시럭거린다. 아내는
 
   다리를 움직여 얼굴을 창쪽으로 돌린
 
   다.
 
아직도 잠결에 멍하니, 비치는 햇빛에 또
 
   렷이 드러난 채. 남편은 검은 머리를
 
아내의 포근한 팔과 가슴 사이에 묻고 느
 
   긋이 꿈결에 잠겨
 
옛말을 중얼거리며 영 깰 줄을 모른다. 부
 
   부는 다시 조용해진다.
 
            창가엔 가로등이 찰깍 꺼진다.
 
 
남편은 고개를 돌려 묻는다. <오늘 아침엔
 
   날씨가 어때요?> <개었어요.> 아내의
 
   대답이다.
 
<제가 누운 곳에선 구름 한 점 안 보여
 
   요. 자꾸만 더 맑아져요.> <그리고 자
 
   꾸 시간도 다가만 오고-
 
정말 언젠가 대낮까지 자 보고 싶구나. 이
 
   모양 아침이면 아침마다
 
비행기 덮개 뒤에서 입이 굳어지고
 
   바람에 내 몸을 할키우고
 
바람에 이빨이 얼지 않고.>
 
   서북쪽에선 가벼운 강풍. 내일은 비.
 
 
거리는 길다. 쓰레기들이 즐비하고. 거지
 
   들이
 
바나나 껍질과 종이곽들 사이를 뒤지기
 
   시작한다.
 
아내는 창으로 다가간다. 밝아오는 하늘
 
   앞에 흐릿하고 거뭇하게,
 
무르익듯 완연히 임신 육개월의 배가 부
 
   른 채.
 
       서 있다. 공허한 하늘을 바라보면
 
         서.
 
 
그러자 아내 남편은 말한다. <잠이 깨면
 
   당신을 보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몰라.
 
당신 몸에 어린애가 있다는 것은 내 생명
 
   이 자라고 있다는 거지.>
 
아내는 남편을 향해 두 손을 배 위에 얹
 
   어 내밀며
 
말없이 그를 쳐다본다. 아내는 그의 소망
 
   을 잘 간직하고 있구나.
 
        해 뜨는 시각은 오전 여섯 시 삼십분.
 
            해 지는 시간은---
 
 
<비행기를 타시니 당신이 제겐 서먹서먹
 
   해져요, 아세아와도 같은 어두운 것으
 
   로.
 
이처럼 곁에 계신데도 저와는 딴 세상에
 
   계신 것 같아요.
 
그래 그런 잡다한 일들을 아셔야 되고
 
세상이 원하는 신비로운 영웅이 되셔야
 
   하니>
 
     풍속은 19에서 30으로 변하고.
 
 
<그야 그렇지 않지> 남편은 웃는다. <멋대
 
   로 영웅이 되어
 
전설을 이룰 수야 없지. 그런 세기는 이
 
   미 지났는 걸. 하늘을 날으면
 
난 그것을 알지. 나라들은 지도처럼 색으로
 
   나뉘어져 있질 않고, 바다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니며, 전쟁은 구라파에
 
   난 부스럼 자국이란 걸.>
 
       기상대의 정보는 정오까지 맞음.
 
 
<당신 친구들은 낯선 여자들과 마구 동침
 
   하고
 
술을 마셔 저 하늘을 잊으려고 진창 잠을
 
   자지만
 
당신은 진종일을 날고도 땅 밖엔 모르는
 
   제게로
 
진정 꼬박꼬박 돌아오시는군요. 그래 이
 
   어린애가 태어나겠죠,>
 
     뉴욕과 보스톤 사이엔 단운(斷雲)이 뻗쳤
 
       다.
 
 
<그 어린애가 한 사람의 미국인이 되려면
 
   고생께나 하겠지.>
 
남편은 천천히 말을 잇는다. <하늘을 조
 
   국 삼고, 바람이 불거나,
 
나사가 풀리거나, 탱크에 가스가 떨어지
 
   면, 어떤 영웅도
 
이겨내지 못한다고 믿고 있는 인간을 아
 
   버지로 삼을 테니 말이지.>
 
      워싱턴 방면은 조각구름이 뼏쳐
 
        가고 있다.
 
 
<용감한 어린애가 될 거예요.> 아내는 빙
 
   그레 대답한다.
 
<우린 그 애에게 비행기를 구경시켜 줍시
 
   다. 그리고 거리의 부랑아들도.
 
당신은 그 애에게 비행법을 가르쳐 주시
 
   겠지. 그럼 저도 무척
 
좋겠어요. 남편은 옷을 걸치면서 자기 일
 
   을 생각한다.
 
      1000 피트 상공엔 강한 서북
 
         풍.
 
 
남편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날고 싶
 
   어 해 왔는가를 생각한다.
 
그는 자기 얼굴을 들여다보며 넥타이를
 
   맨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성큼 집을 나서
 
강을 건너 공항의 직장으로.
 
      크리블랜드 방면으로 조각구름이 덮일
 
        것 같다.
 
 
어떻게 프로펠라가 눈이 어지럽게 빨리
 
    빨리 돌아
 
비행기를 공중으로 날려 올리는가를
 
   아내는 상상하지 않는다.
 
     비행속도는 매분 1,700회전.
 
 
미끄러지다, 허물어지는 소망. 프로펠라
 
   를 향해
 
음흉하게 다가오는 죽음처럼 미끄러지다,
 
   마침내 날개가 흔들리고
 
강철에 씹히고 강철에 찢기우고 부서져
 
남편의 얼굴은 화가 치밀고 죽음에 할퀴
 
   어 응시한다.
 
     3000 피트 상공은 강한 서북서
 
       풍 혹은 서풍.
 
 
아내는 남편이 돌아올 시간이 촉박하자
 
   시계를 본다.
 
정해진 시간은 짧은 촌극(寸劇)을 삼키면서 째
 
   각째각 지나간다.
 
아내는 어스름이 깊어 옴을 본다. 아내는
 
   태아의 움직임을 안다.
 
드디어 밤이다. 아내는 남편이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안다.
 
         천공무한 시야무변(視野無邊)
 
 
(만재식 번역)
 
 
 
동굴 <抄章>
 
 
이 벽(壁)들의 공간은 육체의 살아 있는 공간
 
   이다.
 
너의 갈비뼈를 찢어 열어라. 그리고 시간
 
   의 빛깔을 숨쉬어라.
 
인도하는 아무 것도 없이도 세계가 불길에
 
   타오르는
 
연속(連續) 속에 다가서는 곳, 기둥과 프리즘.
 
   기수(旗手)와
 
말(馬)과 의식(意識)의 모습,
 
붉은 암소가 세계를 뜷고 달음질친다.
 
육욕(肉慾)의 순결(純潔) 속에 약동(躍動)에로 던져져서,
 
이 육체들은 밀봉(密封)되어 있다.
 
 
(아쟌타(인도의 동굴)에서)
 
 
(민재식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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