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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세계문제시집(戰後 世界問題詩集) /신구문화사(7)
2019년 03월 03일 16시 29분  조회:1518  추천:0  작성자: 강려
전후 세계문제시집(戰後 世界問題詩集) /신구문화사(7)
 
 
 
 
미국편 / 공동번역: 이태주 성찬경 민재식 김수영 (1965년) 
 
 
댈모아 슈왈츠(Delmore Schwartz)
 
 
 
다섯번째 해의 발레에
 
 
갈매기들이 잠자는 고장이나 그들이 날
 
   고 있는 고장은
 
다른 왕래(往來)의 고장이다. 나는
 
(그들이 몸을 적시고 선회를 하고 깨끗하
 
   게 미끄럼을 타는 것이 보이는)
 
낚시터의 포구를 의욕의 힘을 약하게 하
 
   고,
 
나의 눈은 그래서는 아니 되지만 (그것들
 
   은 밤새도록 조용히
 
가로등 모양으로 타고 있어서, 무엇이든
 
   지 나타나는 것은 나한테 알려져야 할
 
   것이다.)
 
또한 그것들이 명목(暝目)1)하는 고장이라고 생각
 
   하고 있지만,
 
그러나 갈매기들과, 오래 된 연기(演技)의 연출
 
   인,
 
그들이 날개를 가지고 천천히 장난질을
 
   하고, 그러다가는
 
별안간 기운을 모아 가지고, 상하(上下)로,
 
내습(來襲)의 아라베스크를 그리는 데서 오는,
 
   엄격한 형태와 색갈(色褐) 속에서 살아나는,
 
그들이 잠자고 있는 고장의 상상을
 
알아내는 최상의 피난처는, 내가 다섯 살
 
    때,
 
순사(巡査)를 겁을 내면서, 구슬프고 날씨 찬,
 
겨울 저녁에, 스케이트를 지쳤을 때의, 사
 
   상(思想)에 까지는 미치지 못했으나,
 
그러한 우아(優雅)는 알 수 있을 만큼 철이 난,
 
지극히 과묵한, 나의 황당무계한 의지(意志)이
 
   었다.
 
 
 1)명목(暝目): 1. 눈을 감음. 2. 편안한 죽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김수영 번역)
 
 
 
 
플라토의 동굴의,
 
    벌거벗은 침상에서
 
 
천천히 벽 위로 미끄러지는 헤드라이트에
 
   반사된,
 
플라토의 동굴의, 벌거벗은 침상에서,
 
목수들은 그늘진 창 밑에서 마치질을 하
 
   였다,
 
바람은 밤새도록 창에 친 휘장을 들먹거
 
   렸고,
 
트럭의 대열은, 여늬 때와 다름없이,
 
화물에 덮개를 씌우고, 삐걱거리면서, 언
 
   덕 위를 낑낑거리며 올라가고 있었다.
 
천정은 다시 밝아지고, 경사진 도표(圖表)는 천
 
   천히 앞으로
 
미끄러져 내렸다.
 
                       우유배달부의 지나가는
 
소리, 계단 위를 올라가는 소리, 병이 딸그
 
   락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서, 담배불을 붙이
 
   고,
 
창 가로 걸어갔다. 돌로 된 거리는
 
그 속에 건물이 서 있는 정적과,
 
가로등의 불침번과 말(馬)의 인내력을 과
 
   시(誇示)하였다.
 
겨울 하늘의 말쑥한 수부(首府)1)는
 
나로 하여금 후갈(涸渴)2)된 눈으로 침대로 되돌
 
   아가게 하였다.
 
 
움직이지 않는 공기 속에서 서먹한 기분이
 
   자라났다. 늘어진
 
감광막(感光膜)이 회색빛이 되었다. 흔들리는 짐
 
   마차, 말굽소리의 폭포가
 
멀리서 들리더니, 점점 더 많이, 점점 더
 
   크게 점점 더 가까이 들렸다.
 
자동차가 출발을 하면서, 기침을 하였
 
   다. 부드럽게 공기를
 
녹이는, 아침은 해중(海中)으로부터 반이 덮여
 
   진 의자(椅子)를
 
올리고, 석경3) 을 밝게 하고, 화장대와
 
하얀 벽을 눈에 뜨이게 하였다.
 
새가 시험적으로 울었다. 짹짹거렸다. 퍽이나!
 
   현혹(眩惑)해서, 여전히 잠에
 
젖어서, 정답게, 배고프고 춥게, 그처럼,
 
   그처럼,
 
오 인간, 무지한 밤, 이른 아침의 진통,
 
다시 또 다시
 
시작하는 것의 신비.
 
                         대역사가 금지되어 있
 
                          는 동안에.
 
 
1) 수부(首府) : 수도(首都) 2) 후갈: ? 아마 고갈(枯渴)? 3) 석경: 거울
 
(김수영 번역) 
 
 
 
나하고 같이 가는
 
                무거운 곰
 
 
           육체의 증인
 
                화이트헤드
 
 
그의 얼굴에 더러운 유점(油點)1)을 짓는 여러가
 
   지 꿀인,
 
나하고 같이 가는 무거운 곰,
 
무재주하게 이곳저곳으로 쾅쾅거리며 걸
 
   어다니는,
 
모든 장소의 중심적인 중량(重量),
 
과자(菓子)와 노기(怒氣)와 잠을 사랑하는
 
배고파 쩔쩔매는 잡다한 놈,
 
모든 것을 혼잡스럽게 만드는, 미치광이
 
   잡역부는
 
건물 위로 올라가고, 축구를 하고,
 
증오에 찬 도시에서 그의 형제를 주먹으
 
   로 갈긴다.
 
 
나의 옆에서 숨을 쉬는, 그 무거운 동물,
 
나하고 같이 자는 그 무거운 곰은,
 
잠 속에서도 사당(砂糖)의 세계 때문에 고함을
 
   지른다,
 
- 야회복을 입고, 바지를 부풀게 하고,
 
제가 제일인 듯이 활보하는 허식은 겁을
 
   집어먹고,
 
자기의 떨고 있는 고깃덩어리가 드디어는
 
   아무것도
 
겁을 내게 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하고 몸
 
   을 떤다.
 
나하고 같이 가는 그 도망칠 수 없는 동
 
   물은,
 
검은 자궁이 간직한 이래로 나를 따라다
 
   녔고,
 
나의 몸짓을 왜곡시켜 가면서, 내가 움직
 
   이는 곳마다 움직이고 있고,
 
하나의 희화(戱畵), 하나의 부어오른 그림자,
 
정신의 동기(動機)의 어리석은 익살배우는,
 
그 자신의 암흑(暗黑)에 당황하면서도 또 용감
 
   히 대향(對向)한다,
 
불투명하고 너무나도 가깝고, 나의 사유
 
   물이면서도, 미지의 것인,
 
배와 뼈의 내밀한 생명은,
 
그를 떼어놓고 가까운 곳에 그녀와 함
 
   께만 내가 가고 싶은
 
지극히 사랑하는 애인을 껴안으려고 손을
 
  뻗치고는,
 
한 마디만 하면 내 마음을 다 털어놓고
 
   나의 의도를 밝힐 수가 있는데도,
 
투박스럽게 그녀의 몸에다 손을 댄다,
 
비틀거리면서, 허덕거리면서, 먹을 것을
 
   입에 넣은
 
근심으로 해서 나를 함께 끌고는 낑낑거
 
   리며 간다.
 
자기와 똑같은 수억만의 곰들 사이로,
 
도처에서 벌어지는 식욕의 격투(格鬪) 사이로.
 
                                                                         1)유점: 얼룩
 
(김수영 번역)
 
 
 
결론(結論)
 
           1957년 9월 1일
 
 
1
 
 
고민이 시계침을 세울 때 시간은 얼마나
 
   더디 움직이나,
 
터져나오는 수탉의 시끄러운 함성은
 
새벽 하늘 밑에서, 얼마나 답답하고 무료
 
   한가,
 
지금 고통이 똑딱거리며 움직이고,
 
지금 일체와 無가 탄생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
 
그리고 나는 기다린다, 고통이 있어야 탄생
 
   을 볼 수 있다는 것을.
 
 
2
 
 
심취(心醉)의 불길이 사위어지자
 
열렬한 상태의 사랑이 노출하는
 
값진 모피복은 오만(傲慢)의 불길이 되어
 
사랑이 공포를 주고 오만이 두려움을 갖
 
   게 한 사람들한테서 배반을 당하기 때
 
   문에.
 
그것으로서 우리들이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하는 영상(影像)1)들을
 
어린 시절이 준비를 하던 얼마만큼 그때
 
   에 재미가 있던,
 
오만은 사랑이 아니고 오만은 오로지 오만
 
   일 따름이며
 
드디어는 오만은 살아 있는 죽음이거나
 
   살아 있는 죽음으로 되고
 
그러면 그것이 제아무리 배신을 하거나
 
   부실하게 하여도, 제아무리 반역을 하
 
   여도 소용이 없고,
 
모든 사람이, 한 사람 한 사람씩, 그리고
 
   모든 서원(誓願)이,
 
절대적인 찬미, 모두가 주시하고 찬미를
 
   추구하여도 소용이 없고,
 
또 일찌기 있어 본 일이 없는 명성을 추
 
   구하여도 소용이 없다,
 
그런데 이 명성은 지금도 밀매음굴(密賣淫窟)로 도망
 
   을 치고는, 오만과 시세(時勢)가 유혹하며
 
사랑이 무시하는 다른 매춘부들과 함께
 
   숨어 버린다.
 
                                                                   1) 영상(影像): 영정(影幀) : 죽은 사람의 사진이나 그림 족자.
 
 
3
 
 
이것은 심장과 심장이 성숙하여 가고, 성숙
 
   해 있고, 난숙(爛熟)하고, 썩어문드러져 버린
 
모든 것을 인식하고 또 잊어버리고 나서,
 
   사랑에 대한 얼마나 많은 일이
 
망각되어 왔는가를 너무나 재빨리, 너
 
   무나도 훨씬 재빨리, 알게 되고 나서,
 
우리들을 갈라 놓는 죽음 전에 오는 조그
 
   만한 죽음들을 알게 되고 나서 오랜 뒤
 
   에야 알게 된 것이다,
 
밤이 전부이거나, 혹은 밤이 대낮을 두고
 
   노상 알려지기까지는
 
아무것도 드디어는 부후(腐朽)2)를 넘어서 無에로
 
   통과할 수는 없는 것이라는 것을.
 
                                                                 2) 부후(腐朽): 썩음.
 
 
(김수영 번역)  
 
 
 
시(詩)
 
             -캐스틴 핸론 양에게
 
 
<나는 살아 있는 벚나무야요>, 하고 조그
 
   만한 소녀가 노래하였다.
 
<매일 아침마다 나는 새로운 그 무엇이야
 
   요,
 
나는 사과이야요, 오얏이야요, 마치 만성
 
   절전야(萬聖節前夜)의
 
종을 친 소년들 모양으로 나는 흥분해 있
 
   어요.
 
나는 나무야요, 고양이야요, 또 꽃이야
 
   요,
 
원하기만 하면, 되고 싶을 때, 나는 새로
 
   운 어떤 사람도 될 수 있어요,
 
퍽 나이를 먹은 사람도, 동물원의 무녀(巫女)같은
 
   사람도,
 
누구든지 되고 싶다고 생각만 하면 언제
 
   든지 또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있어요,
 
그리고 또한 때때로 모든 것이 되고 싶어
 
   요,
 
그리고 복숭아는 씨가 있고요 나는 그것
 
   도 알고 있어요,
 
그래서 노래를 부를라치면 언제나 어른들
 
   을 웃기어 보려구요
 
모든것에다 나는 그것을 집어 넣지요,
 
 그리고 나서 나는 노래불러요 그것은 참
 
   말이다, 그것은 거짓말이다,
 
나는, 나는 알아요, 참말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복숭아에는 씨가 있고요, 씨에는 복숭아
 
   가 있어요,
 
그리고 내가 노래를 부를 때는 양쪽이 다
 
   거짓말이 될 수도 있어요,
 
허지만  어른들한테는 말하지 않아요, 그
 
   것은 서툰 일이니까,
 
그래서 나는 내가 웃는 것처럼 그들을 웃
 
   기고 싶어요,
 
그들은 어른이 되어서 그들이 알고 있는
 
   것을 잊어버렸고
 
또 그들은 나도 언제인가는 그것을 잊어
 
   버리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요.
 
그들의 생각은 잘못이야요, 노래를 부를
 
   때, 나는 알았어요, 나는 알았어요!
 
나는 적색이고요, 황금색이고요, 녹색이
 
   고요, 청금이야요,
 
나는 어느때까지도 나야요, 나는 언제까
 
   지도 새로워요!>
 
 
(김수영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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