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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청소년 위한 SF세계명작소설

로봇 머신 X -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2021년 03월 19일 16시 58분  조회:485  추천:0  작성자: 강려
로봇 머신 X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편집 위원
아동문학가 이 원수 박 홍근/문학박사 최 인학
공학박사 양 옥룡/이학박사 김 희규
전교육감 김 성묵
 
<차 례>
 
아이 보는 로봇 로비··············· 3
수성 로봇 스피디················ 35
거짓말쟁이 로봇 하비·············· 61
전자 두뇌 머신 X················ 90
 
작품 해설··················· 119
 
아이 보는 로봇 로비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정성환 옮김/ 김완기 그림
 
로비의 우울증
 
"97, 98, 99, 100.“
글로리아는 눈을 뜨고 살며시 사방을 둘러보았다. 조용한 정원에서는 윙윙 하는 벌레 소리가 들려 온다. '어디에 숨었을까, 로비는.' 글로리아는 풀숲과 나무 뒤를 찾아보았다. 그러나 로비는 없었다. '틀림없이 집안에 숨었을 거야. 집안에는 숨지 않기로 약속했으면서. ' 글로리아는 심술이 나서 금세 볼이 부었다. 그리고 빨간 지붕의 집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 때, 뒤쪽 풀숲에서 부스럭 소리가 났다. 글로리아가 뒤돌아보자, 시꺼멓고 커다란 것이 뛰어나왔다.
"앗, 로비다. 찾았다!“
글로리아는 소리쳤다. 로비는 휭하니 바람을 일으키며 달리기 시작했다. 정원 끝의 전나무가 결승점이다. 글로리아에게 붙잡히기 전에 전나무에 당도하면 로비의 승리다.
"비겁해, 로비. 뛰지 않겠다고 약속했잖아."
글로리아는 숨을 할딱이며 로비를 쫓아갔다. 전나무까지 앞으로 5미터. 그러자 로비는 갑자기 달리기를 그치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글로리아는 힘껏 달렸다. 그리고 마침내 로비를 붙잡았다.
"로비는 참 느리구나."
글로리아는 파란 눈을 굴리며 의기 양양해졌다. 그러나 로비는 잠자코 있다. 빨간 유리 눈을 번쩍이며 글로리아를 지켜보고 있다. 로비는 말을 하지 못하는 로봇이었다. 진짜로 달리면 어른도 당할 수 없다. 하지만 글로리아에겐 일부러 져 준다. 글로리아가 기뻐하는 것이 로비에겐 무척 반가운 것이다.
"이번엔 로비가 술래야."
글로리아가 말했다. 로비는 전나무 아래에 서서 눈을 감았다. 커다란 원통형 몸뚱이 속에서 째깍째깍 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뱃속에 있는 기계가 시간을 재고 있는 것이다. 째깍째깍 30초, 째깍째깍 60초, 째깍째깍 90초...... 정확히 100초가 지났다.
로비는 눈을 번쩍 떴다. 빨간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옳지, 저 나무 그늘에 보이는 빨간 것은 글로리아의 양복이다.’ 로비는 슬며시 떡갈나무로 다가가서 재빨리 빨간 양복 자락을 잡았다. 글로리아가 금세 볼이 퉁퉁 부어 떡갈나무 그늘에서 나왔다.
“엉터리야, 로비는. 틀림없이 보고 있었지?”
“아냐, 아냐.”
“이제 숨바꼭질은 그만 하겠어. 로비가 엉터리 짓만 하니까 재미가 없어. 이번엔 에어코스터(공중 태워주기)놀이야.” 하고 말했다. 글로리아가 너무도 억울한 말만 하니까 착한 로비도 화가 났다. 잔디 위에 주저앉아 모른 체하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글로리아는 당황하여 로비를 달랬다.
"미안해, 로비. 이젠 엉터리 짓 했다고 안 할께.“
그래도 로비는 모른 체하고 있다. 글로리아가 보드라

운 뺨을 로비의 딱딱한 강철 뺨에 갖다 대고 사과해도 허사였다. 글로리아는 마침내 최후의 수단을 쓰기로 했다.
"그럼 좋아. 그 대신 이제부터는 절대로 옛날 이야기는 해 주지 않을 테야."
그 말을 들은 로비는 황급히 일어섰다. '옛날 이야기를 안 해 주면 큰일이다. ' 로비는 그렇게 생각했다. 왜냐 하면 로비는 옛날 이야기를 무척 좋아했기 때문이다. 글로리아는 계획이 들어맞았으므로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자, 로비, 너는 에어코스터야."
글로리아는 로비의 어깨 위로 기어올라갔다.
"출발! 로비!“
글로리아는 구령을 내렸다. 로비는 굉장한 힘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글로리아의 귓전에서 휙휙 바람 소리가 일었다.
“부릉.”
글로리아는 로비의 어깨를 두들겼다. 그러자 로비 에어코스터는 크게 오른쪽으로 기울어졌다. 푸른 잔디가 휘청하고 흔들렸다. 글로리아는 로비의 목에 꼭 매달렸다.
"앗, 해적이다! 와아, 해치워라, 따따따따."
말괄량이 글로리아는 기관총을 쏘는 흉내를 냈다. 로비도 지지 않고 스피드를 내며 잔디 위를 껑충껑충 뛰어다녔다. 글로리아는 우주선을 타고 우주를 달리고 있는 느낌이다. 에어코스터 놀이가 끝나자 이번에는 옛날 이야기 차례였다. 로비와 글로리아는 잔디 위에 누웠다.
"무슨 이야기가 듣고 싶지?“
글로리아가 물었다. 로비는 손가락 한 개를 내밀더니 크게 동그라미를 그렸다.
“또 신데렐라야? 용케 질리지도 않는구나."
로비는 신데렐라 아가씨의 이야기를 가장 좋아했다. 그래서 또다시 손가락으로 커다란 동그라미를 그렸다.
"할 수 없구나."
글로리아는 그렇게 말하고 푸른 하늘을 쳐다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옛날, 아주 옛날에 신데렐라라는 아름다운 아가씨가 있었습니다. 심술 사나운 계모와 못생긴 두 언니들과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로비의 눈이 저녁놀의 서쪽 하늘처럼 빨갛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 때, "글로리아!“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로비는 흠칫 하고 얼굴을 들었다. 글로리아의 어머니다. 글로리아는 슬픈 듯이 로비를 보았다.
"로비, 돌아가자, 엄마한테 꾸중듣기 전에, "
로비는 이야기를 계속 듣지 못하는 것이 무척 안타까웠다. 하지만 곧 일어섰다. 어머니한테 거역하면 안 된다. 로비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글로리아의 어머니는 로비를 싫어했다. 어머니는 현관에 버티고 서 있었다.
"도대체 어딜 갔었니? 목이 쉬도록 불렀는데."
어머니는 쨍쨍 소리쳤다.
"미안해요, 엄마. 정원에서 로비에게 옛날 이야기를 해 주고 있었어."
글로리아는 솔직하게 사과했다.
어머니는 로비를 노려보고,
"안 되겠어, 로비. 너까지 식사시간을 잊어버리면 어떻게 되는 거야. 자, 이젠 됐어. 방으로 들어가 있어요."
글로리아는 당황하여 엄마의 앞치마 자락을 붙잡았다.
"부탁이야, 엄마. 로비를 보내지 마. 이야기가 아직 덜 끝났어.“
"아니, 그건 안 돼."
"로비는 얌전하게 있을 거야. 의자에 앉아서 가만히 있으라면 가만히 있는단 말야. 그렇지, 로비?“
로비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러나 어머니는 엄한 얼굴을 하고,
"말을 안 들으면 앞으론 로비와 놀지 못하게 할거야."
글로리아의 눈에 어느 새 눈물이 괴었다.
“그럼, 할 수 없어, 로비. 네 방으로 가. 이야기는 내일 또 하자."
로비는 고개를 끄덕이고 맥없이 방을 나갔다. 어머니는 정말 미운 듯이 로비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노려보았다.
 
사라진 로봇
 
그 날 밤, 어머니는 아버지가 일하는 방으로 들어갔다. 과학자인 아버지는 매일 밤늦게까지 글을 쓰고 있었다. 아버지는 마침 금성 여행에 관한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어머니는 책상머리에 서서 말을 꺼냈다.
"그 로봇은 안 되겠어요. 아침부터 밤까지 글로리아에게만 붙어 있어요."
아버지는 보고서에서 얼굴을 쳐들었다.
"아이 보는 로봇이니까 당연하잖소? 그만큼 훌륭한 로봇은 좀처럼 구하기 힘들단 말야."
아버지는 다시 보고서를 읽기 시작했다.
"아무리 훌륭해도 우리의 소중한 외동딸을 로봇에게 맡길 수는 없어요. 로봇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게 뭐여요.“
"로비는 벌써 2년이나 우리 집에서 일하고 있는데, 실수한 일은 없잖소."
"그거야 아직까지는 없었죠. 하지만......”
아버지는 천천히 파이프에 불을 당겼다.
"잘 들어요, 여보. 로봇은 말야, 인간보다도 훨씬 신뢰할 수 있어. 로비는 아이들의 놀이 상대를 하는 게 그의 일이거든. 친절하고, 싹싹하고, 얌전하고, 그렇게 훌륭한 아이 보는 로봇은 온 세계를 다 뒤져도 찾을 수 없어요.“
"그렇지만 기계니까 고장이 날는지도 모르잖아요. 만일 어딘가 잘못돼서 글로리아를......“
"바보 같은 소린 그만 해요."
아버지는 크게 나무랐다. 그러나 어머니의 근심스러운 얼굴을 보자 마음을 돌리고, 로비가 절대로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로봇은 로봇법 3원칙이라는 세 개의 원칙에 따라 만드는 거야. 첫째 규칙은, 로봇은 인간을 위험에 빠뜨려서는 안 된다는 거야."
아버지는 후유 하고 파이프의 연기를 내뿜었다.
“만일 로봇이 이 규칙을 어기려고 하면 몸 속의 기계가 부서져서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거야. 자, 이만하면 안심하겠지?“
아버지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보고서를 읽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할 수 없이 방을 나갔다.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저녁의 일이다. 아버지가 근무처에서 돌아오자 어머니가 창백한 얼굴로 문간에 서 있었다.
"여보, 이젠 더 참을 수 없어요. 로비가 위험하다고 이웃 사람들은 아무도 우리 집엘 오지 않아요."
아버지는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이,
"남이 뭐라고 하든 상관없잖소. 로비가 글로리아의 뒷바라지만 잘 해 주면 그것으로 그만이야."
어머니는 안타깝다는 듯이,
"하지만 글로리아는 로비하고 밖에 놀지를 않아요. 이웃 아이들하고는 통 놀려고 하지를 않아요. 저러다간 장차 아무도 상대를 안 하게 될 거여요. 그런 건 이제 로봇 회사에 돌려 주셔요. 제발 부탁이어요."
어머니는 필사적으로 부탁했다. 어머니가 너무도 필사적이었으므로 아버지는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걱정할 것 없어. 내게 좋은 생각이 있어."
마침내 아버지는 그렇게 말했다.
아버지는 도대체 무엇을 생각한 것일까. 다음 일요일의 일이었다. 아침 식사 때, 테이블 앞에 앉은 아버지는 글로리아에게 말했다.
“글로리아, 낮에 시내로 서커스를 구경하러 가자.”
글로리아는 눈을 크게 떴다.
“정말? 와아, 신난다.“
글로리아는 펄쩍 뛰며 기뻐했다.
“로비에게 말해 주고 올 테야."
하며 방에서 뛰어나가려고 했다.
아버지는 황급히,
“로비는 안돼. 로봇은 넣어 주지 않는단 말야."
글로리아는 약간 실망하는 것 같았으나 곧 체념하는 모습이었다. 어머니의 전송을 받으며 글로리아는 아버지와 함께 힘차게 집을 나섰다. 시내까지는 제트카로 10분이 걸린다. 아버지가 제트카를 운전했다. 하늘을 나는 서커스는 대단한 인기여서 온 시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 중에서도 코끼리의 공중 곡예는 근사했다. 유리로 된 커다란 상자 속에서 코끼리가 둥실둥실 공중을 헤엄치는 것이다. 글로리아는 완전히 흥분했다.
돌아오는 제트카 속에서도 글로리아는 방금 보고 온 공중 서커스에 관한 일만 지껄이고 있었다. 로비 생각 같은 건 완전히 잊고 있었다. 집에 돌아오자 어머니가 생글생글하면서 맞이했다. 어머니 뒤에서 귀여운 콜리가 아장아장 따라왔다.
글로리아는 푸른 눈을 깜박이며,
"어머나, 예쁜 강아지다. 어떻게 된 거야?“
"너한테 사 주는 거야. 잘 귀여워해 줘라."
어머니는 콜리를 껴안아 글로리아에게 내밀었다.
"아이, 좋아. 앗 그렇지, 로비에게 보여 줘야지."
그 말을 듣자 어머니는 흠칫하면서 아버지의 얼굴을 보았다. 아버지는 난처한 듯이 눈길을 돌렸다.
"로비, 로비.“
글로리아는 큰 소리로 불렀다. 그런데 평소 같으면 곧 달려왔을 로비가 언제까지도 나타나지 않았다. ‘서커스에 데려가지 않았다고 화가 났을까?' 글로리아는 생각했다. ‘하지만 콜리를 보여 주면 틀림없이 화가 풀릴 거야.' 글로리아는 그렇게 생각하고 급히 지하실로 달려갔다.
"로비, 이리 나와. 좋은 것 보여 줄게."
글로리아는 똑똑 방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방안은 조용했다. 글로리아는 어쩐지 가슴이 설레었다. 급히 문을 열었다. 방안은 텅 비어 있었다.
‘로비가 없다!'
글로리아의 심장은 멈출 것만 같았다. 글로리아는 황급히 어머니한테로 달려갔다.
“로비가 없어, 엄마. 로비가 없어졌어."
글로리아의 눈에는 금세 눈물이 넘쳐흘렀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얼굴을 바라본 채 잠자코 있었다.
"엄마, 로비는 어디 있어?“
글로리아는 어머니에게 매달렸다. 어머니는 천천히 의자에 앉아, 글로리아를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다정하게 이야기했다.
“글로리아, 로비는 말없이 집을 나가 버렸다. 여기저기 찾아보았지만 도무지 알 수가 없어. 하지만 언젠가는 꼭 돌아올 게다. 그때까지 이 강아지와 놀아라."
글로리아의 뺨에 구슬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이런 개는 보기도 싫어. 나는 로비하고 놀 테야. 로비, 로비, 돌아와 줘......”
글로리아는 울부짖었다.
“울기는 왜 우니. 로비는 한낱 기계가 아니냐. 언젠가는 망가질 텐데."
"로비는 기계가 아냐. 내 친구야. 로비, 로비."
글로리아는 엄마의 손을 뿌리치고 이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그리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자 문을 쾅 닫아 버렸다. 글로리아가 우는 소리가 어머니한테까지 들렸다. 어머니는 한숨을 쉬었다. 사실은, 로비는 오늘 로봇 회사로 돌려보낸 것이다. 그러니까 글로리아가 아무리 기다려도 로비는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2, 3일이 지나면 씻은 듯이 잊어버리겠지, 하고 어머니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잘못이었다.
글로리아는 이제 홀짝홀짝 울지는 않았지만 그 대신 전혀 웃지를 않게 되었다. 하루 종일 방에 틀어박혀 창 밖을 내다보고만 있다. 어머니가 사다 준 강아지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어머니도 그러한 모습을 보자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여름이 되면 틀림없이 원기를 회복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윽고 여름이 왔다. 단풍나무가 잎이 무성해져서 잔디 위에 시원한 그늘을 만들었다. 그러나 글로리아는 여전히 방안에 틀어박혀 있었다. 어머니도 걱정한 나머지 무척 우울해졌다. 어느 날, 어머니는 아버지가 일하는 방으로 들어갔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겠어요? 요즘은 밥도 잘 안 먹고 얼굴빛도 나빠지기만 해요."
“그럴 거야. 역시 로비를 도로 데려오지 않으면 안 되겠어. 그럼 지금 곧 로봇 회사에 전화를 걸어야겠군.“
아버지는 원기 있게 일어섰다. 그러자 어머니는 삽시간에 얼굴빛이 변했다.
“안 돼요. 모처럼 내쫓은 것을 다시 데려오다니, 당치도 않아요.“
“그럼 어떻게 하자는 말이오?“
아버지는 불끈해서 내쏘았다. 어머니는 잠시 동안 생각하다가,
“어딘가 여행을 데려가면 어떨까요? 집에 있는 것이 나쁠런지도 몰라요. 눈에 보이는 것마다 로비를 생각나게 하는 것뿐일 테니까요."
"응, 그건 좋은 생각이군."
아버지도 찬성했다.
"어디로 갈까?“
"뉴욕이 좋겠어요.“
어머니가 말했다. 아버지는 얼굴을 찡그렸다. 여름의 뉴욕이라면 한증막 같은 더위여서 일부러 고생하러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어머니가 뉴욕에는 글로리아의 마음에 드는 것이 많이 있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할 수 없었다. 그 날 밤, 어머니는 글로리아에게 뉴욕으로 여행 간다는 것을 말해 주었다. 글로리아의 눈이 오랜만에 빛났다. 일주일 후, 글로리아 일행은 뉴욕 행 제트기 올라탔다. 글로리아는 초음속 제트기에 타는 것이 처음이었다. 뉴욕까지 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글로리아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창문 아래로 보이는 소프트 크림과 같은 뭉실뭉실한 구름도 재미있었다. 어머니는 글로리아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자 매우 반가워서,
"뉴욕에 도착하면 매일 밤 공중 서커스를 보러 가자.“ 고 말했다
그러자 글로리아는 뜻밖의 말을 꺼냈다.
"엄마, 숨기지 않아도 좋아. 나는 다 알고 있어”
어머니는 처음에 글로리아가 무슨 말을 꺼내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어머니는 눈을 깜박거렸다. 글로리아는 어머니 귀에다 대고 속삭였다.
"사실은 로비를 찾으러 가는 거죠?”
어머니는 말문이 막힐 만큼 놀랐다. 그러나 억지로 웃음을 보이며, "응, 그래. 너를 깜짝 놀라게 해 주려고 아무 말 없이 잠자코 있었단다.“ 하고 말했다. 만일 그렇지 않다고 하면 글로리아는 뉴욕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쓸 거라고 어머니는 염려한 것이다. 글로리아는 생긋이 웃고 나서 어머니한테 살짝 키스를 했다.
 
 
말하는 로버트
 
뉴욕은 미국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다. 1천 미터 가량의 높은 빌딩이 우뚝우뚝 솟아 있다. 푸른 숲으로 둘러싸인 한가로운 시골 마을에서 자란 글로리아는 눈이 빙빙 돌 만큼 놀라 버렸다. 보는 것, 듣는 것이 모두 신기한 것뿐이었다.
허드슨 강변에 있는 성층권 관측탑과 도시 한복판에 있는 동물원은 글로리아의 마음을 완전히 빼앗았다. 성층권 관측탑에 올라가 하늘을 보니, 대낮인데도 하늘은 밤과 같이 어둡고 별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수평선은 공처럼 둥글게 보였다. 동물원 복판쯤에 있는 커다란 연못에서는 향유고래가 헤엄치고 있었다. 고래가 등으로 물을 뿜어내는 것을 글로리아는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롱아일랜드에서는 유리로 된 해저 유람선을 탔다. 깊은 바다 밑은 꿈나라와도 같았다. 흔들흔들 일렁거리는 유령과 같은 해초 사이를 지나가자, 이상한 모양의 물고기가 떼지어 몰려왔다. 물고기는 모두 파르스름하게 빛나고 있었다. 박물관과 유원지에도 갔다. 어디를 가나 글로리아는 매우 즐거운 모습이었다. 어머니는 그것을 보고 안심했다. 뉴욕에 온 보람이 있다고, 아버지도 무척 기뻐하셨다. 글로리아는 로비를 정말로 잊어버린 것일까?
이윽고 뉴욕에 머물러 있을 날도 며칠 남지 않게 되었다. 어느 날, 글로리아들은 과학공업박물관에 갔다. 거기서 글로리아는 뜻하지 않은 것을 만난 것이다. 박물관에서는 마침 아이들을 위한 전람회가 있었다. 회장에는 이상한 기계가 잔뜩 진열되어 있어, 글로리아는 열심히 보며 다녔다.
일렉트로 매그닛 (전자석) 앞에서는 아버지와 어머니도, 열심히 안내원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어머니가 정신을 차려 보니, 글로리아의 모습이 안 보였다. 어머니는 깜짝 놀라 큰 소리로 불렀다. 그러나 글로리아의 대답은 없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얼굴이 새파랗게 되었다. 글로리아는 엄마에게 말도 안 하고 밖에 나갈 아이가 아니다. '틀림없이 이 건물 안에 있다. ' 아버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안내원과 함께 넓은 건물 안을 찾아 헤맸다. 글로리아는 도대체 어디로 가 버린 것일까?
글로리아는 박물관 구석에 있는 <말하는 로봇>의 방에 몰래 숨어 들어간 것이다. 조금 전, 부모님들과 이 방 앞을 지날 때 <말하는 로봇>의 방이라는 푯말을 발견한 것이다. '어쩌면 말하는 로봇은 로비가 있는 곳을 알고 있을는지도 모른다. 그렇다. 나중에 물어 보자.' 글로리아는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글로리아는 부모님들이 일렉트로 매그닛에 정실이 팔려 있는 사이에 <말하는 로봇>의 방으로 달려갔다. <말하는 로봇>는 로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전선과 코일과 톱니바퀴가 네모진 커다란 쇠상자에 설치되어 있을 뿐이었다. '이런 것이 말을 할 수 있을까?' 글로리아는 낙심했다. 그러나 결심하고 물어 보았다.
"저어, 당신은 말을 하는 로봇인가요?"
그러자 톱니바퀴가 끼익 끼익 돌면서 어디선가 낮은 목소리가 들려 왔다.
"나는-- 말을 하는-- 로봇이다.“
'아아, 잘됐다.' 하고 글로리아는 생각했다.
"그럼 로비의 일을 알고 계시나요?“
"로비? 누구- 말이야?“
"저의 친구여요. 키는 저의 두 배쯤이고요, 아주 친절하고 싹싹해요. 하지만 가끔 장난도 해요."
글로리아는 열심히 설명했다. <말하는 로봇>는 로비라는 이름은 들은 일도 없었으므로 몹시 난처했다.
"그건 - 로봇인가?“
"예, 로봇여요. 하지만 사람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요.“
'로봇 - 나와 똑같은 로봇인가?“
"예, 그렇다니까요. 어서 빨리 로비가 있는 곳을 가르쳐 줘요."
그러자 <말하는 로봇>의 톱니바퀴가 와그르르 하고 심한 소리를 냈다. 코일에서 반짝반짝 하고 빨간 불꽃이 튀었다. 글로리아는 깜짝 놀라,
"로봇 씨, 로봇 씨, 어떻게 된 거여요?"
그러나 <말하는 로봇>는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너무 열심히 생각했기 때문에 코일이 타 버린 것이다. 그 때, 글로리아의 뒤쪽에서 요란스러운 목소리가 들러 왔다.
"있어요! 이런 곳에 있었어!“
글로리아가 깜짝 놀라 뒤돌아보니 어머니가 달려 들어왔다.
"어머나, 이런 곳에서 뭘 하고 있었니? 우린 얼마나 걱정했다고. 나쁜 애 같으니."
어머니는 글로리아를 힘껏 껴안았다.
글로리아는 어머니를 쳐다보며,
"난 말하는 로봇에게 물어 보러 왔어. 로비가 있는 곳을 가르쳐 달래려고 말야."
그 말을 들은 어머니의 얼굴은 삽시간에 흐려졌다. '이 아이는 여전히 로비의 일을 잊지 않고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자 어머니는 지금까지의 수고가 물거품이 되어 버린 느낌이 들었다.
이 때부터 글로리아는 또다시 그전처럼 침울해졌다. 다음 날도 호텔 방에 틀어박혀서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았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몹시 난처했다. 어떻게 하면 글로리아가 원기를 되찾을까 하고 여러 가지로 생각했으나 좀처럼 좋은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다. 의자에 앉아 머리를 움켜쥐고 있던 아버지가 갑자기 얼굴을 쳐들며 소리쳤다.
"좋은 수가 있어."
어머니의 얼굴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글로리아를 로봇 회사로 데려가는 거야. 그리고 로봇을 조립하는 장면을 보여 주는 거지."
로봇 회사라는 말을 듣고, 어머니는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글로리아는 로비가 보통 기계라는 걸 잊고 있어. 인간과 똑같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러니까 로비의 몸뚱이는 피와 살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철과 동선으로 되어 있다는 증거를 보여 주면 되는 거야."
"효과가 있을까요?“
어머니는 아직도 근심스러운 것 같았다.
"염려 없어. 내게 맡기라고. 지금 곧 로봇 회사에 전화를 걸어 부탁해야지."
아버지는 곧 전화를 걸었다.
 
로봇 공장
 
US 로봇 회사는 텍사스의 사막 한복판에 서 있다. 은빛 건물은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키다리 지배인이 글로리아 일행을 반갑게 맞이했다.
"잘 오셨습니다. 천천히 견학하고 가십시오. 저희 공장에서는 하루에 1천 대의 로봇을 생산합니다. 아이 보는 로봇, 청소 로봇, 요리하는 로봇, 세탁하는 로봇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키다리 지배인은 연방 지껄이며 공장 안을 안내해 주었다. 로봇 조립 공장은 지하 10층에 있었다. 대낮처럼 밝고, 기계 소리가 윙윙거리며 희미하게 들려왔다. 둥근 테이블이나 네모난 테이블을 둘러싸고 로봇들이 부지런히 새로운 로봇을 조립하고 있었다.
“로봇을 조립하는 데는 먼저 이것과 이것을--.”
키다리 지배인이 설명을 시작했다.
지배인의 설명은 글로리아에겐 심심하기 짝이 없었다. 게다가 어느 로봇이나 곁눈도 팔지 않고 손을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글로리아 쪽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시시한 로봇이구나.’ 글로리아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이번엔 방 저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방 한구석의 삼각 테이블에서 일하고 있는 로봇이 글로리아의 눈에 띄었다. 그 로봇은 다른 로봇들에 비하면 손의 움직임이 무척 느렸다. 게다가---어딘가 모르게 로비와 비슷하다...... 글로리아의 가슴이 두근두근 방망이질을 했다. '어쩌면 로비일지도 모른다.‘ 글로리아는 아버지들로부터 조금 떨어져 눈을 똑바로 뜨고 보았다. '앗, 그렇다. 역시 로비야! '
"로비!“
글로리아는 소리 쳤다. 그러자 그 로봇은 흠칫하면서 비틀거렸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도구를 덜커덩 바닥에 떨어뜨렸다. 글로리아는 말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아버지들은 깜짝 놀라 글로리아를 붙잡으려 했으나 이미 늦었다. 그 때다. 무서운 일이 일어난 것은. 방 저 쪽에서 커다란 트랙터가 굉장한 속력으로 달려왔다. 아버지는 미친 사람처럼 튀어 나갔다.
"트랙터를 세워!“
지배인이 소리쳤으나 이미 늦었다. 시꺼먼 트랙터는 우르릉 하고 굉장히 요란한 소리를 내며 아버지의 눈앞을 지나쳤다. 글로리아의 몸이 트랙터에 깔렸다고 생각한 순간, 옆에서 시꺼먼 덩어리가 튀어 나와 글로리아의 몸을 획 잡아챘다. 앗, 하는 순간의 일이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금방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다. 정신을 차려 보니, 로봇이 글로리아를 껴안고 서 있었다. 그것은 로비였다. 글로리아의 위험을 깨달은 로비는 용감하게 뛰어들어 글로리아를 구한 것이다. 로비는 글로리아의 집을 나와 로봇 회사로 돌아온 후, 계속해서 이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던 것이다. 글로리아는 로비의 목에 꼭 매달렸다.
"로비, 이젠 아무 데도 가면 안 돼. 알았지?“
글로리아는 몇 번이나 되풀이했다.
아버지는 로비의 딱딱한 손을 잡고,
"고맙다, 로비. 잘해 주었어.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그리고 어머니를 향해,
"로비는 글로리아의 생명의 은인이야. 역시 집으로 데려 가야겠어.“
아버지의 그 말씀에 어머니의 완고한 마음도 풀렸다.
"예, 그렇게 해요. 역시 로비는 글로리아의 가장 친한 친구였군요.“
글로리아의 뺨이 오랜만에 장미 빛으로 빛났다.
“로비, 이번에 또 말없이 어디로 가면, 신데렐라 아가씨의 이야기는 절대로 해 주지 않을 거야."
로비는 강철 팔로 글로리아를 정답게 껴안았다. 그 빨간 눈은 반짝반짝 빛나, '이젠 절대로 아무 데도 안 가겠어요.' 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
 
수성 로봇 스피디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정성환 옮김/ 김완기 그림
 
미아가 스피디
 
여기는 수성의 지하에 있는 광산 스테이션이다. 지금 무전실에서는 텁석부리 그레고리가 무전기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거기에 우당탕퉁탕 달려온 건 빨간 머리의 마이클 이다.
"뭘 그렇게 설치고 있는 거야?“
텁석부리 그레고리가 태평스럽게 물었다.
"큰일났어. 스피디란 놈이 돌아오지 않는 거야."
빨간 머리 마이클의 얼굴은 창백했다.
"뭐? 그거 큰일인데."
그레고리도 당황하여 일어섰다. 빨간 머리 마이클과 텁석부리 그레고리는 모두 US 로봇 회사의 기술원들이다. 머리털이 빨갛고 화를 잘 내는 것이 빨간 머리 마이클, 금빛 수염을 기르고 늘 태평스런 것이 텁석부리 그레고리다. 둘이는 늘 싸움만 하고 있지만 사실은 마음 맞는 친구로, 일도 언제나 같이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이번 제 2차 수성 탐험대의 대원으로 뽑혀 멀리 수성까지 온 것이다. 2005년에 제1차 탐험대가 처음으로 수성에 착륙했다. 그리고 수성에는 소중한 광물이 많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지구정부는 곧 수성에 광산 스테이션을 만들고 로봇을 사용하여 그 광물을 파낼 계획을 진행시켰다.
그러나 데리고 간 로봇은 수성의 지독한 더위에 견디지 못했다. 그래서 제 1차 탐험대는 로봇을 스테이션에 남겨놓고 철수해 버렸다.
그로부터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로봇을 만드는 기술은 급속히 발달되어, 어떠한 더위에도 견디어 낼 로봇이 마침내 완성되었다. 제 2차 탐험대의 임무는 그 로봇을 실제로 써먹을 수 있는지 없는지를 시험하는 일이었다. 제 1차 탐험대가 남겨 놓고 간 스테이션은 무사했다. 발전기와 무전기도 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스테이션의 준비는 하루만에 끝나고 오늘부터 스피디의 일이 시작되었다. 스피디의 최초의 일은 셀렌을 파 오는 일이었다. 빨간 머리 마이클은 스피디에게 이렇게 명령했다.
"스피디, 셀렌의 언덕에 가서 셀렌을 파 오너라."
스피디는 차려 자세를 하고, "예, 알겠습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나간 것이었다. 스피디의 걸음이라면 30분만에 돌아올 수 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다. 빨간 머리 마이클은 연방 시계를 보고 있었다. 두 시간, 세 시간, 네 시간, 마침내 다섯 시간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텁석부리 그레고리가 말했다.
"무전으로 조사해서 있는 곳을 알아냈어. 자, 이걸 보라고.“
빨간 머리 마이클은 한 장의 지도를 내밀었다.
"이 빨간 X표는 셀렌의 언덕이야.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까만 점은 스피디가 걸어간 자국이야."
"흐음, 그렇다면 스피디는 셀렌 언덕의 주위를 빙빙 돌고 있지 않아?“
"그렇지. 그러나 어째서 돌고 있을까? 내가 무전으로 스피디의 뒤를 쫓고 있는 동안에도 벌써 네 바퀴나 돌았단 말이야.“
"스피디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큰일이다. 우리들의 생명이 위험해.“
텁석부리 그레고리는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쥐었다. 스피디가 돌아오지 않으면 어째서 두 사람의 생명이 위험한 것일까? 그 까닭은 이렇다. 수성은 태양에 가장 가까운 행성이다. 표면 온도는 섭씨 340도나 된다. 섭씨 100도라고 하면 물이 끓는 온도다. 340도라는 온도가 얼마나 뜨거운 것인지는 상상이 갈 것이다. 그러니까 지하의 스테이션도 냉방 장치가 없으면 인간은 살 수 없다. 냉방을 하는 데는 태양열을 이용하지만 거기에는 셀렌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래서 셀렌이 없으면 냉방을 못 한다. 냉방을 못 하면 인간은 더위 때문에 죽어 버리는 것이다.
"나는 불고기가 되는 건 싫어."
텁석부리 그레고리가 서글픈 목소리를 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어떻게 하면 좋은지 생각해야 하는 거야. 너처럼 머리를 움켜쥐고 있어 보았자 스피디는 돌아오지 않아.“
"그럼 어쩌잔 말이야. 로봇은 한 대면 된다고 말한 건 너야. 한 대만 더 가져왔으면 스피디를 대신할 수 있을 텐데.“
두 사람은 언제나처럼 말다툼을 시작했다. 그러나 머릿속으로는 어떻게 하면 스피디를 데려올 수 있을까 하고 열심히 생각하고 있었다. 잠시 후, 빨간 머리 마이클이 무릎을 탁 쳤다.
"그렇지, 창고에 제 1차 탐험대가 두고 간 로봇이 있어. 그 로봇에게 스피디를 데려오도록 하자."
"10년 전의 낡은 로봇이야. 쓸 수 있을까?"
그레고리는 의심스러운 듯이 말했다.
"쓸 수 있고 말고.“
빨간 머리 마이클은 자신이 있는 것 같았다.
 
독가스의 언덕
 
로봇은 지하 창고에 늘어서 있었다. 높이가 5미터, 허리 둘레가 3미터나 되는 커다란 로봇이다.
"와아, 굉장히 큰 로봇이군. 이게 제대로 움직일 수 있을까?“
텁석부리 그레고리는 근심스러운 것 같았다.
"아무튼 옛날의 구식 톱니바퀴가 붙어 있으니까 몸뚱이가 이렇게 큰 거야."
빨간 머리 마이클은 로봇의 앞가슴을 열고, 원자 에너지 상자를 안에 넣었다.
"자, 이젠 됐어."
마이클은 로봇을 쳐다보았다.
"움직이지 않잖아.“
그레고리는 그것 보라는 듯이 말했다.
"명령을 하기 전엔 움직이지 않는 거야."
마이클은 로봇을 향해,
"이봐, 내 말이 들려?“
그러자 괴물과 같은 큰 로봇의 머리가 느릿느릿 움직이며, "예, 주인님." 이라고 했다.
"와아, 지독한 목소리군. 귀가 째질 것 같아."
텁석부리 그레고리가 불평했다.
"너는 밖에 나갈 수 있나?“
"예, 주인님.“
"그럼 이제부터 너는 밖으로 나가는 거야. 알겠어?“
"예, 주인님.“
"북쪽을 향해 7킬로미터를 가면, 너보다 작은 로봇이 있어. 발견하면 돌아오라고 명령해. 만일 명령을 듣지 않으면 강제로 끌고 오라고. 알겠나?"
"예, 주인님.“
"그럼 내 뒤를 따라와. 출구까지 안내할 테니까."
마이클은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으나, 로봇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봐, 어떻게 된 거야?“
"죄송합니다. 주인님. 당신이 저의 어깨 위에 타시지 않으면 움직이지 못합니다.“
"뭐, 네 어깨에 타라고?“
마이클은 어이가 없었다.
텁석부리 그레고리는 한숨을 쉬었다.
"아아, 내가 말한 대로야. 이런 고물 로봇이 제대로 움직일 리가 없어. 우리들이 이놈을 타고 밖으로 나가면 그 자리에서 불고기가 돼 버릴 거야."
"불고기, 불고기 하지 말아."
마이클은 얼굴을 찡그렸다. 두 사람은 낙심하여 창고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러나 잠시 후, 빨간 머리 마이클이 무릎을 탁 쳤다.
"그렇지, 지하도로 가면 돼. 그리고 셀렌 언덕에 가장 가까운 출구로 나가는 거야. 이렇게 간단한 일을 어째서 생각하지 못했을까?“
마이클은 즉시 지도를 펼치고 조사했다. 지도에 의하면 셀렌 언덕에 가장 가까운 출구는 제13호 지하도의 제 25호 출구였다. 거기서부터 셀렌 언덕까지는 약 5킬로미터. 저 로봇까지라면 20분에 왕복할 수 있다. 내열복은 뜨거운 열을 20분간은 막아준다. 두 사람은 방으로 돌아와 곧 내열복을 입었다. 준비가 끝나자 두 사람은 각각 로봇의 어깨로 올라탔다.
"25호 출구로 전진!“
마이클이 소리쳤다. 두 대의 로봇은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좁은 지하도는 곧게 뻗어 있어, 저 멀리 25호 출구가 바늘귀만큼 보인다. 출구까지 5분 걸렸다. 빨간 머리 마이클은 로봇의 어깨에서 뛰어내려 출구의 문을 열었다. 눈부신 빛이 확 하고 지하도에 비쳤다. 두 대의 로봇은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간 순간, 마이클과 그레고리는 앗 하고 놀랐다. 눈앞의 바위들이 온통 눈부신 빛을 내고 있는 것이었다. 자세히 보니 바위 표면에 하얀 결정이 붙어 있어, 그것이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굉장하다, 마치 눈에 덮인 것 같군."
텁석부리 그레고리는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내열복의 눈에 해당하는 부분에 필터가 붙어 있지 않았다면,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눈이 멀었을 것이다. 출구에서 100미터쯤 떨어진 곳에 시꺼멓게 커다란 바위가 솟아 있었다.
"이봐, 저 바위 그늘로 가라고. 거기서 정찰한다.“
마이클이 말했다. 두 대의 로봇은 성큼성큼 바위 그늘로 갔다. 마이클은 팔목에 찬 온도계를 보았다.
"이봐, 바위 그늘에서도 100도나 돼!“
"아유, 사람 죽겠네!" 하고 텁석부리 그레고리는 얼빠진 비명을 질렀다. 마이클은 망원경으로 셀렌의 언덕을 정찰하였다.
"뭐가 보이나?“
"으음, 저게 셀렌의 언덕이군. 그런데 스피디의 모습이 안 보이는데."
마이클은 좀더 똑똑히 보려고 로봇의 어깨에서 일어섰다.
"앗, 저건 뭐야. 어? 스피디 같은데."
마이클이 손가락질하는 쪽을 보니, 아득히 먼 곳에 까만 작은 점이 보였다.
"이봐, 저기로 가!“
마이클은 로봇에게 명령했다. 두 대의 로봇은 침착하게 걷기 시작했다. 바위 그늘에서 나서자 태양 광선이 마치 스콜(남양의 소나기)처럼 내리쬐었다. 두 사람은 무의식중에 목을 움츠렸다.
"어쩐지 후끈해지는데.“
텁석부리 그레고리는 한심스런 목소리를 냈다.
"아직 울기는 일러, 그레고리. 이제 점점 더 뜨거워질 거야.“
마이클은 그레고리를 보고 히쭉 웃었다. 5분이 지났다. 스피디의 모습이 이젠 똑똑히 보인다. 은빛의 날씬한 몸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스피디는 울퉁불퉁한 바위 사이를 누비며 이 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다. 두 사람은 갑자기 힘이 솟아올라 로봇의 어깨를 발로 찼다.
"빨리 전진해!“
그레고리가 소리쳤다. 로봇은 또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마이클은 문득 생각난 듯이 손목 시계를 보았다.
"이봐, 벌써 10분이 지났어. 이 이상 더 가면 안 돼."
"그렇지, 바위 그늘로 돌아가려면 10분이 걸릴 테고, 내열복은 20분밖에 유지하지 못하니, 이크 안되겠다.“
사람은 로봇에게 멈추라고 명령했다. 스피디는 빨리 다가오고 있다. 앞으로 3백 미터. 그 때, 두 사람은 이상한 것을 눈치챘다. 스피디의 뛰는 모습이 이상했던 것이다. 마치 술에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고 있다. 두 사람이 고개를 갸웃거렸는데, 스피디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두 사람 쪽을 보았다. 마이클은 이젠 됐다고 생각했다.
"자, 스피디. 이리로 와."
마이클이 명령했다. 스피디는 멍청하니 마이클을 보았다.
"이봐, 스피디. 돌아오라고."
이번에는 그레고리가 명령했다. 그러자 스피디는 훌쩍 뒤돌아서, 먼저 오던 길로 쏜살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야아, 스피디. 돌아와!“
두 사람은 목이 터지도록 불렀다. 그러나 스피디는 뒤돌아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셀렌의 언덕을 향해 굉장한 속력으로 달려간다. 두 사람은 낙심하여 로봇의 어깨 위에 주저앉았다. 그러나 이제 꾸물거릴 때가 아니다. 빨리 바위 그늘로 돌아가지 않으면 두 사람은 태양열로 새까맣게 타 버릴 것이다. 두 대의 로봇은 뒤로 돌아 바위 그늘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로봇 3 원칙
 
바위 그늘로 돌아온 두 사람은 땅 위에 내려앉아 한숨 돌렸다.
"스피디란 놈이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마이클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취한 건 아니겠지."
"로봇이 어떻게 취하나. 틀림없이 어딘지 기계가 고장이 난 거야.“
"왜 고장이 났을까?"
"그걸 알면 걱정을 안 하게."
마이클은 어찌할 바를 몰라 멍하니 바위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바위 너머는 여전히 눈부시게 번쩍이고 있다. 그러자 그 때, 마이클의 눈이 번쩍 빛났다.
"이봐, 저 바위에 달라붙어 있는 하얀 결정체가 뭐라고 생각해?“
"글쎄.“
"어쩌면 저것이 해결의 단서가 될는지도 모르겠어."
마이클은 힘차게 일어섰다. 그레고리도 일어섰다.
"저 결정체는 무엇일까? 어쩌면 액체가 냉각돼서 된 것인지도 몰라. 수성의 이렇게 뜨거운 온도 속에서 냉각돼서 굳어지는 결정체란 무엇일까?“
"화산의 분화구에서 흘러나오는 용암이야."
텁석부리 그레고리가 즉석에서 대답했다. 마이클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렇다. 어쩌면 저 셀렌의 언덕 지하에선 가스가 분출될는지도 몰라.“
"가스라고?“
"응, 이산화유황, 탄산가스, 일산화탄소와 같은 가스가 무진장 분출되는 게 틀림없어."
"그건 큰일이다. 그런 가스가 닿으면 스피디의 몸은 썩어 버린단 말야."
그레고리가 말했다. 마이클은 깜짝 놀라며 그레고리를 응시했다.
"그거야! 그것이 원인이야. 이젠 알았다!“
마이클이 큰 소리를 쳐서 그레고리는 깜짝 놀랐다.
"자넨 로봇 법 3대 원칙을 알고 있지?“
"그런 건 바보라도 알고 있어."
그레고리는 분개하여 쏘아붙였다.
로봇 법 3대 원칙이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제 1조 로봇은 인간을 위험에 처하게 해서는 안 된다.
제 2조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
제 3조 로봇은 자신의 몸을 지켜야 한다.
 
이 3대 원칙을 로봇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런데, 이 3대 원칙과 스피디가 술에 취한 사람처럼 된 것과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그레고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네는 스피디에게 셀렌을 캐 오라고 명령했지?“
"그렇지.“
"그래서 스피디는 제 2조의 규칙에 따라 셀렌을 캐러 갔어. 그런데 셀렌의 언덕에 가니까, 뭔가 위험한 것이 있다는 걸 알아차렸어. 제 3조의 규칙에는 로봇은 자신의 몸을 지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거든. 그러니까 스피디는 언덕에서 도망을 치기 시작했어.“
"위험한 것이란 무엇일까?“
"그러니까 그게 가스란 말이야. 셀렌의 언덕 지하에서 뿜어 대는 일산화탄소야."
"으음, 과연......”
"언덕에서 도망쳐서 위험한 것으로부터 벗어나면, 이번엔 자네의 명령이 생각나는 거야. 그래서 또다시 셀렌의 언덕으로 다가간다. 다가가면 위험한 가스가 대기하고 있다. 그래서 또 도망친다.“
"과연 그렇군. 그래서 그 곳을 빙빙 돌고 있군."
"그렇게 빙빙 돌고 있는 동안에 기계가 고장이 나서, 저렇게 술에 취한 사람처럼 된 거야."
이것으로 원인은 알았다. 그러나 어떻게 하면 스피디를 데려올 수 있을까? 마이클은 다시 로봇의 어깨 위로 올라갔다. 망원경으로 보니 스피디는 여전히 셀렌의 언덕을 휘청거리며 돌고 있었다.
"이 로봇들을 이용하여 어떻게든 스피디를 쫓아가 보세.“
텁석부리 그레고리가 말했다.
"이런 느림보 로봇한테 스피디가 붙잡히겠어?“
마이클은 바보 같은 소리 말라는 표정을 지었다.
내열복 속이 차츰 더워지기 시작했다. 바위 그늘에서도 100도나 되니까 무리도 아니다. 두 사람의 이마에는 비지땀이 흘렀다. 별안간 마이클이 소리쳤다.
"이봐, 좋은 생각이 있어."
"뭐야?“
"알겠나, 제 1조의 규칙을 인간을 위험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거야. 이것은 세 가지 규칙 중에서 가장 중요한 규칙이야. 로봇은 제 2조, 제 3조의 규칙을 지키기 전에 우선 제 1조의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거지."
"맞았어.“
만일, 마이클이나 그레고리가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을 보면 스피디는 어떻게 할까? 즉시 마이클들을 구하러 달려올 것이다. 그 때 붙잡으면 된다고 마이클은 생각한 것이다.
"과연, 그것 참 멋진 생각인데, 내가 로봇에 타지 않고 어슬렁어슬렁 걸어간다. 그리고 불고기가 될 지경이면 스피디가 구해 주러 달려온다, 이거지?“
"응, 그렇지만 제대로 안 되면 저승 행이야."
"좋아, 그럼 갔다 오겠어."
"이봐, 기다려. 자네가 간다고는 정하지 않았어. 제비뽑기로 정하자.“
"제비뽑지 따위는 귀찮아. 68곱하기 95면 얼마야? 먼저 대답하는 사람이 가기로 하자."
텁석부리 그레고리는 그렇게 말하고 마이클이 눈을 끔벅이며 계산하는 것을 곁눈질로 보면서 즉석에서,
"6460.“
하고 말했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바위 그늘에서 튀어 나갔다.
"자식, 미리 계산해 두었구나!“
마이클은 발을 구르며 분해했다. 텁석부리 그레고리는 울퉁불퉁한 바위 위를 조심조심 걸었다. 하얀 결정을 바라보며 걷고 있노라니, 눈이 따끔따끔 아팠다. 발바닥은 프라이팬으로 볶아대는 것 같았다. 5분이 지났다. 셀렌의 언덕 위에 콩알만한 흑점이 보인다. 스피디다. 뒤돌아보니 마이클의 모습이 저 멀리 보였다. 10분 걸었다. 이마에서 구슬땀이 줄줄 흐른다. 숨이 가쁘다. 스피디는 여전히 셀렌의 언덕을 돌고 있다. 뒤돌아보니 마이클은 콩알만해졌다. 15분 지났다. 이젠 자기 혼자서는 저 바위 그늘까지 돌아갈 수 없다. 스피디가 구해 주지 않으면 도중에서 새까맣게 타 버린다. 머리가 타는 듯이 뜨겁다. 눈이 돈다. 가슴이 답답하다. 숨을 쉴 수가 없다.
"어어이, 스피디, 살려 줘. 죽을 것 같다.“
그레고리는 필사적으로 스피디를 불렀다.
스피디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알아들은 것일까? 20분 지났다. 내열복은 이 이상 더위를 막아 주지 못한다.
"스피디, 살려 줘. 빨리, 빨리!“
그렇게 말하자, 그레고리는 푹 쓰러졌다. 정신을 잃은 것이다. 그 때, 스피디가 화살처럼 달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알아차린 것이다! '인간이 위험에 처해 있다. 빨리 구해야 한다.' 스피디는 그렇게 알아차린 것이다. 순식간에 달려오자 그레고리의 몸을 안아 올렸다. 그리고 바위 그늘을 향해 쏜살같이 달렸다.
"이봐, 괜찮겠어?“
그레고리가 눈을 뜨자 마이클이 근심스러운 듯이 들여다보았다. 어느 새 그레고리는 바위 그늘의 지면 위에 뉘어져 있었다.
"위험한 찰나였네. 까딱하면 불고기가 될 뻔했어."
마이클이 웃으며 말했다.
"스피디는 어디 있어?“
그레고리는 머리를 쳐들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자네한테 혼날 것 같아 숨어 있네."
스피디는 마이클 뒤에서 불쑥 얼굴을 내밀었다.
"근심을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스피디는 뒤통수를 긁었다. 그 모습이 우스워서 두 사람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이렇게 하여 두 사람은 무사히 스피디를 데려올 수 있었다.
다음 날, 스피디는 남쪽 언덕으로 셀렌을 캐러 갔다. 남쪽에는 위험한 가스가 솟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마이클이 조사한 것이다. 30분이 지나자 스피디는 셀렌을 걸머지고 스테이션으로 돌아왔다. 마이클과 그레고리는 후유 하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마이클들은 즉시 이 대성공을 지구에 보고했다.
 
 
거짓말쟁이 로봇 하비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정성환 옮김/ 김완기 그림
 
비밀 회의
 
"뭐, 하비가 인간의 마음속을 읽을 줄 안다고?“
하얀 수염을 기른 러닝 박사는 눈을 부릅떴다.
"예, 검사실에 가는 도중에 하비는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모두 알아맞혔어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아슈 기사는 얼굴이 창백해 있었다. '큰일났구나. 만일 이런 소문이 퍼진다면, 그런 기분 나쁜 로봇을 만드는 회사의 로봇은 사지 않겠다고 고객이 외면을 할지도 모른다. ' 하고 박사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이 일은 절대 비밀로 해 주게. 그리고 보가드 기사장과 캘빈 박사를 불러오게."
박사는 단호하게 말했다.
US 로봇 회사의 회의실에서는 즉시 비밀 회의가 시작되었다. 모인 사람은 러닝 박사, 보가드 기사장, 심리학자인 캘빈 박사, 그리고 아슈 기사 등 중요 인물들이었다.
먼저 러닝 박사가 입을 열었다.
"아슈로부터 이미 들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실은 하비에게 사람의 마음을 알아내는 묘한 힘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우리 회사로서는 이런 이상한 로봇이 두 번 다시 만들어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돼서 하비 같은 로봇이 만들어졌는지 여러분의 의견을 들려주십시오."
보가드 기사장이 일어섰다.
"조립 방법에서 어딘가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요?“
"그런 일은 절대로 없습니다. 제가 보증합니다.“
아슈 기사는 얼굴빛이 변하며 말했다.
"글쎄, 그럴까? 아무튼 한 대의 로봇을 조립하는 데는 7만 5천 2백 34번의 손질이 필요한데 그 중의 한번이라도 잘못되면 로봇은 제대로 되지 않으니까."
기사장은 눈알을 굴리며 아슈를 노려보았다.
"그럼 내 잘못이라는 말씀입니까?“
아슈가 반박을 하고 맞선다.
"자네의 잘못이라곤 말하지 않았어."
기사장은 못마땅한 듯이 입을 비죽이 다물었다.
"여러분, 싸움을 하기 위해 모인 건 아닙니다.“
캘빈 박사가 두 사람을 말렸다.
"그렇지, 그 말이 옳아. 모두 힘을 합쳐서 하루라도 빨리 원인을 찾아내야 해."
러닝 박사는 모두의 얼굴을 차례로 둘러보았다.
"먼저, 아슈. 자네는 하비를 조립한 순서에 잘못이 없었는지 조사를 하게."
다음은 여성인 캘빈 박사를 향하여,
“당신은 하비의 심리 상태를 관찰해 보시오“
마지막으로 보가드 기사장에게,
"자네는 하비를 설계할 때, 계산을 잘못하지 않았나. 조사해 주게. 물론 나도 돕겠어."
"그럼 곧 시작합시다.“
젊은 아슈 기사가 맨 먼저 방을 튀어 나갔다. 러닝 박사와 기사장이 타협을 하는 사이에 캘빈 박사도 일어서서 방을 나갔다. 하비는 지하실에 갇혀 있었다. 문에는 <출입 금지>라는 쪽지가 붙어 있다. 캘빈 박사는 주위에 사람이 없는 틈을 타서 문을 열었다. 하비는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안녕, 하비. 원자력 모터 책을 가져왔어. 읽어봐요.“
박사는 하비에게 한 권의 책을 내밀었다. 하비는 그것을 받자 페이지를 훌훌 넘겨보고,
"예, 알았습니다. 읽어 두겠습니다."
그리고 캘빈 박사의 얼굴을 응시하면서 말했다.
"예, 알고 있습니다. 지금 저의 지능을 시험하기 위해서죠?"
캘빈 박사는 한숨을 쉬면서,
"그래, 맞았어. 당신은 무엇이나 알아 버리는군요."
"저한테는 숨겨도 소용없어요. 저에게는 당신의 마음속이 훤하게 보입니다. 지금 당신이 마음속으로 누구를 생각하고 있는지 말해 볼까요?"
박사는 삽시간에 얼굴이 빨개졌다.
"어머나, 알고 있었어요?“
"예. 당신은 언제나 그분 생각만 하고 계시죠. 나는 벌써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한테도 말했어요?“
"아뇨, 그런 말을 왜 합니까."
하비는 단호하게 말했다. 하비는 도대체 누구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좀 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당신은 고민하고 계시는군요.“
"그래요. 보다시피 내 얼굴은 조금도 예쁘지 않아서."
"인간의 가치는 얼굴이 아름답고 미운 데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이는 나하고는 좀처럼 대화를 하려 하지 않아요.“
캘빈 박사의 눈에 눈물이 글썽인다.
"그분은 너무 바쁩니다.“
하비는 위로하듯이 말했다.
"그분은 틀림없이 예쁜 부인을 맞이하겠지?“
"그렇지 않아요.“
하비가 큰 소리로 말하자 캘빈 박사는 깜짝 놀랐다.
"나는 아슈 씨의 마음을 알고 있어요."
그분이란 아슈 기사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분의 마음 같은 건 알고 싶지도 않아요. 나 같은 건 싫어할 게 뻔하니까."
박사는 모기 소리 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뇨, 숨기셔도 소용없어요. 당신은 알고 싶어하고 있어요. 그럼 가르쳐 드리죠. 아슈 씨는 당신을 아내로 삼으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옛, 뭐라고요?“
캘빈 박사는 믿어지지 않았다.
"정말입니다. 아슈 씨는 당신처럼 마음이 고운 사람을 좋아합니다.“
캘빈 박사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고마와요, 하비. 진심으로 사례하겠어. 하지만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아요."
박사는 그렇게 말하며 하비의 갸름한 손가락을 꼭 쥐었다. 그리고 들뜬 발걸음으로 방을 나갔다.
 
러닝 박사의 노여움
 
아슈 기사는 벌써 사홀 동안이나 한잠도 자지 못했다. 7만 5천 2백 34번의 순서 중에서 조사가 끝난 것은 3만 8천 7백 26가지 분이었다. 아직 잘못은 발견되지 않았다.
눈은 빨갛게 충혈 되고, 수염은 터부룩하고, 머리털은 헝클어져 있었다.
"아아, 이건 못 할 짓이군."
아슈는 책상에서 얼굴을 들고 크게 하품을 하였다. 거기에 보가드 기사장이 들어왔다.
"어떤가? 뭔가 단서를 잡았나?“
"아직 입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일만 해야 합니까? 차라리 하비에게 가르쳐 달라는 것이 빠르지 않을까요?“
"로봇한테 가르쳐 달라고 한단 말야?"
기사장은 못마땅하다는 듯이 입을 다물었다. 보가드 기사장은 수학자인데 매우 자부심이 강한 사람이다. 그러니까 자기가 모르는 문제를 로봇이 알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슈는 개의치 않고,
"캘빈 박사의 말을 들으면 하비는 수학의 천재라던데요.“
"설마 그럴 리가 있어.“
"의심나시면 직접 하비를 시험해 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좋아. 그 로봇이 이렇게 어려운 문제를 풀 리가 없을 거야.“
보가드 기사장은 어깨를 으쓱하며 나갔다. 하비는 기사장의 발소리를 듣자 뒤돌아보았다.
"잘 오셨습니다. 그럼 보여 주십시오, "
하비가 손을 내밀었으므로 보가드 기사장은 완전히 당황했다. 기사장의 양복 주머니에는 한 권의 노트가 들어 있었다. 거기에는 기사장이 조사한 수학 공식이 가득히 기록되어 있다. 기사장은 그것을 하비에게 보여서 시험해 볼 작정이었다. 기사장은 주머니에서 노트를 꺼내 하비에게 건네주고,
"이 공식에 잘못이 없나 확인해 보게."
하비는 공식을 차근차근 살폈다.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이 이상의 계산은 저는 못 합니다. 당신과 같이 우수한 분이 모르는 문제를 저 같은 게 알 리가 없잖습니까?“
기사장은 그 대답을 듣자 만족스러운 듯이 끄덕였다. 그리고 하비에게서 노트를 돌려 받자 곧 나가려 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난 듯이 하비를 돌아보았다.
"잠깐, 자네한테 물어 보고 싶은데."
"아, 러닝 박사의 일 말씀이군요. 그거라면 걱정 없습니다.“
"걱정 없다고?“
"예, 다음 소장은 당신입니다.“
하비는 기사장의 마음을 곧 알아차리고 그렇게 대답했다.
"응, 그야 그럴 테지. 나같이 우수한 인간이 소장이 되는 게 당연하니까."
기사장은 하비를 힐끔 노려보고 훌쩍 나가 버렸다. 하비는 다시 조용히 책을 읽기 시작했다. 기사장은 몹시 기분이 좋아져서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어려운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가끔 책상에서 얼굴을 쳐들고는 싱긋 웃었다. '이 문제가 해결되면 나는 마침내 소장이 된다.' 그렇게 생각하니 계산에도 열성이 생겼다. 그 날 밤은 끝내 자지도 않고 계산을 했다.
이윽고 날이 밝았다. 기사장은 아침 식사도 하지 않고 책상에 앉아 있었다. 오전 9시에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있었다. 러닝 박사였다. 박사는 들어오자 온통 휴지 투성이인 방을 힐끔 둘러보았다.
"단서는 발견됐나?“
"아뇨.“
기사장은 돌아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그리고,
"일전에 드린 보고서는 읽으셨습니까?“
하고 거만스럽게 물었다.
"응, 읽었네. 자넨 거기서 미첼의 방정식을 쓰고 있는데, 그건 잘못이야."
"그럴 리 없어요. 미첼의 논문을 읽어보면."
"내 계산에는 틀림이 없어. 하비도 그렇게 말하고 있어.“
"하비라고? 그런 로봇이 뭘 안단 말이오. 어제 시험해 보았는데, 적분 계산 하나도 제대로 못 해요."
러닝 박사는 주머니에서 한 장의 종이 쪽지를 끄집어냈다.
"이걸 보게. 하비가 한 계산일세."
기사장은 흥 하고 코웃음을 치면서 그 종이 쪽지를 밀어 버렸다.
"당신은 내가 한 계산보다 로봇이 계산한 걸 더 믿는 겁니까?“
"내 답도 하비의 답과 같으니까."
러닝 박사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기사장은 불끈해서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당신 같은 돌대가리가 뭘 알아. 이 빼빼 마른 미라 같으니!“
그 말을 들은 러닝 박사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보가드? 상관에게 반항할 작정인가. 그런 놈은 파면이야."
기사장은 히죽이 웃고,
"그렇게는 안 될걸요. 당신은 이제 곧 소장을 그만두쟎소?“
러닝 박사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뭐, 뭐라고? 누가 그런 말을 하던가?"
"자, 자, 침착하시라고요. 노인네가 너무 흥분하면 몸에 해로우니까. 다음 소장은 젊고 씩씩한 바로 나라고 하던데요.“
"누, 누가 그런 말을 했어?“
"하비가 그랬어요. 하비는 당신의 마음을 읽은 겁니다. 내게 분명하게 말했어요."
러닝 박사는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그런 당치도 않은...... 나는 그런 일을 생각한 적이 절대로 없어. 그러니까 하비가 그런 말을 할 턱이 없지."
"아니, 확실히 말했어요."
기사장은 큰소리 쳤다.
"좋아, 그럼 이제부터 하비한테 가서 확인하자고. 함께 가세. 하비에게 물어 보면 알 테니까."
"좋습니다. 하비에게 물어 보면 알 겁니다.“
둘은 복도를 성큼성큼 걸어서 지하실로 내려갔다.
 
 
거짓말쟁이
 
마침 그 무렵, 캘빈 박사는 아슈 기사의 방에서 재잘거리고 있었다. 요즘 캘빈 박사는 매우 명랑해졌다. 아슈 기사와 대화를 할 때도 매우 즐거운 것 같았다. 아슈는 지금 한 장의 스케치를 캘빈 박사에게 보이고 있는 참이었다.
"저는 그림이 서툴러서 부끄럽습니다만, 이것이 이번에 산 저의 집입니다. 어떻습니까?“
캘빈 박사는 그 스케치를 보자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훌륭한 집이군요."
"시내에선 좀 떨어져 있지만 아주 조용한 곳입니다. 언덕 위에 있어 전망도 좋고, 근처에는 깨끗한 냇물도 흐르고 있습니다.“
"근사하군요. 빨리 가보고 싶어요."
그러자 아슈는 부끄러운 듯이 웃고,
"예, 꼭 와 주십시오, 여러분에겐 아직 비밀입니다만 단연코 말씀드리겠어요. 실은 저는."
캘빈 박사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틀림없이 내게 결혼 신청을 하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실은 저는 내달에 결혼을 합니다.“
캘빈 박사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뭐라고요?“
하고 무의식중에 되물었다.
"내달에 결혼합니다. 시골의 이웃집 아가씨죠."
아슈는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캘빈 박사는 앞이 캄캄해졌다. 방금 까지도 하비의 말을 믿고, 아슈의 아내가 될 사람은 자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어디가 아프십니까?“
아슈는 캘빈 박사가 창백해졌으므로 깜짝 놀랐다.
“아뇨, 잠깐 어지러웠어요. 실례하겠어요."
캘빈 박사는 그렇게 말하자 정신없이 방을 뛰어나왔다. 그리고 하비의 방으로 달려갔다. 하비는 박사의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을 보고 놀란 모양이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하비, 당신은 분명히 말했지. 아슈는 나를 아내로 맞이할 작정이라고. 확실히 그랬지?“
“예, 그랬고 말고요. 아슈 씨의 아내는 당신입니다.“
“그런데 아슈 씨는 다른 사람과 결혼한단 말이야."
하비는 흠칫 눈을 내리깔았다. 그러나 다시 생각한 듯이,
“그런 말을 믿어서는 안 됩니다. 당신은 지금 꿈을 꾸고 있어요.“
"그렇지만 방금 아슈 씨가 그렇게 말했는데."
“그럴 리가 없어요. 그건 꿈이어요. 아슈 씨는 당신을 아내로 삼으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거짓말쟁이!“
캘빈 박사는 큰 소리쳤다. 하비는 겁을 먹은 듯이 뒤로 물러섰다.
"너는 어째서 거짓말을 했어?“
"당신을 구해 주려고.“
"구해 줘? 거짓말을 해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비는 발간 눈을 슬픈 듯이 내리깔았다.
"어째서, 어째서 그렇다는 거야? 나는 도무지 알 수가 없어.”
캘빈 박사는 머리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갑자기 얼굴을 들더니, 하비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이윽고 박사의 눈에 놀라는 빛이 떠올랐다. 눈망울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아앗, 알았어! 네가 왜 거짓말을 했는지 이제야 알았어! 심리학자인 내가 어째서 좀더 빨리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하비는 눈을 들어 박사를 보았다.
"그렇습니다.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내가 바보였어. 네가 말하는 것을 믿었으니.”
박사는 옆의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흐느꼈다. 하비는 어째서 거짓말을 했을까? 그 까닭은 잠시 뒤로 미루고 이야기를 앞으로 진행시키자. 그 때, 문 밖에서 쿵당쿵당 발소리가 들렸다. 박사는 흠칫 하며 일어서자, 급히 커튼 뒤로 숨었다. 들어온 사람은 러닝 박사와 보가드 기사장이었다. 러닝 박사는 번쩍번쩍 빛나는 눈으로 하비를 노려보면서,
"알겠나, 하비. 이제부터 사실대로 대답해야 해."
하비는 겁을 먹고 뒤로 물러섰다.
"예.“
"너는 보가드에게 내가 소장을 그만둔다고 했나?"
"아뇨.“
하비는 겁에 질려 대답했다.
그 말을 듣자 기사장의 얼굴이 확 달라졌다.
"뭐라고. 너는 어저께 분명히 그렇게 말했잖아. 어제 내게 한 말을 다시 한 번 여기서 해 봐."
"어제 나는-” 하며 하비는 말을 꺼내다가 러닝 박사 쪽을 힐끔 보더니 입을 다물어 버렸다. 하비의 몸뚱이 속에서 부릉부릉 하고 이상한 소리가 울렸다.
"이봐, 어째서 말을 안 하는 거야. 어제 한 말을 해 보라고!“
기사장은 고함을 지르며 주먹을 휘둘러 하비를 때리려고 했다. 러닝 박사는 황급히 기사장을 말렸다.
"그만둬, 그만두라고. 자네는 하비를 위협해서 거짓말을 시킬 작정인가?"
"거짓말이 아니오. 사실대로 말하게 하는 거요. 말리지 마시오.“
"좋아, 이번엔 내가 물어 보겠어."
러닝 박사가 하비를 향하여,
"알겠나, 하비. 정신 차려서 대답하라고. 내가 소장을 그만둘 생각을 했나?"
하비는 대답하지 않는다.
"어떻게 된 거야. 벙어리가 됐나?“
그 때, 방 한구석에서 요란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은 깜짝 놀라 뒤돌아보았다. 거기에는 캘빈 박사가 서 있었다.
"무엇이 그렇게 우스운가?"
러닝 박사가 물었다.
"여러분같이 높은 사람들까지 속은 게 우스워서요."
"속았다고?“
두 사람은 여우한테 흘린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예. 하지만 하비가 나쁜 건 아닙니다. 우리들이 나빴던 거여요. 여러분은 로봇 법 3대 원칙의 제 1조를 알고 계십니까?“
"로봇은 인간을 위험에 빠뜨려서는 안 된다.“
기사장이 즉시 대답했다.
"위험이란 모든 위험을 말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인간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도 위험입니다. 인간의 희망을 짓밟는 일도 위험입니다. 그렇죠?"
“물론 그렇지. 하지만 로봇이 인간의 마음속을 알게 뭐야.“
하고 러닝 박사는 무심코 말을 꺼내다가, 아차 하고 숨을 죽였다.
“하비는 인간의 마음속을 아는 로봇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일이 생긴 거죠. 가령 보가드 씨."
박사는 기사장 쪽을 향했다.
“당신이 마음속으로 러닝 박사가 빨리 그만두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합시다. 만일 하비가 러닝 박사는 그만두지 않는다고 하면 당신은 낙담하셨겠죠?"
"으음, 글쎄, 그럴지도 모르지."
기사장은 마지못해 대답했다.
“하비는 그것을 알고 당신의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거짓말을 한 겁니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물었을 때, 하비는 어째서 잠자코 있었나?“
“그건 옆에 러닝 박사가 계셨기 때문이죠. 만일 지금 하비가 당신에게 러닝 박사는 그만둘 결심을 했다고 거짓말을 하면 러닝 씨는 어떤 기분이 들까요? 매우 언짢은 기분이 들겠죠."
“흐음, 그래서 하비는 내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고 잠자코 있었군.“
러닝 박사가 감탄했다.
“하비는 천재입니다. 무엇이든 알고 있습니다. 자기의 조립 방법 중에서 어디가 잘못되어 있는지도 똑똑히 알고 있습니다.“
캘빈 박사는 하비를 향해 물었다.
“당신은 자신의 조립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고 있나요?“
"예.“
그럼, 어느 부분이 잘못된 것인지 일러 주셔요."
그러나 하비는 머리를 숙인 채 대답이 없다.
"왜 잠자코 있는 거지?“
“대답할 수가 없습니다. 러닝 박사도 기사장도, 나 같은 로봇 따위한테서 배우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런 일은 없어."
러닝 박사가 말했다.
“거짓말을 해도 소용없습니다. 내게는 당신의 마음속이 환하게 보입니다. 내가 가르쳐 드리거나 하면 당신 마음이 상할 겁니다.“
캘빈 박사는 잠시 동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잠시 후 박사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박사는 하비의 어깨에 손을 얹고 빨간 눈을 뚫어지게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주문이라도 외듯이 중얼중얼 지껄이기 시작했다. 박사는 도대체 무엇을 할 작정일까?
“하비, 당신은 알고 있으면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군요. 그렇게 되면 러닝 박사의 마음이 상할 거야.”
"예!“
“그렇지만 만일 당신이 가르쳐 주면 역시 마음은 상할 거야."
"예, 예!“
하비는 박사의 손을 뿌리치고 슬슬 뒤로 물러섰다.
“그러니까 가르쳐 주어서는 안 되지.가르쳐 주면 러닝 박사의 마음이 상하니까. 그렇지만 가르쳐 주지 않으면 러닝 박사의 마음이 상하지. 그러니까 가르쳐 주지 않으면 안 된다.“
"예, 예, 예!“
하비는 비틀거렸다. 가슴속에서 부릉부릉 하는 소리가 더 요란하게 들렸다. 그러나 박사는 똑같은 말을 서서히 반복했다.
"그렇지만 가르쳐 주면 러닝 씨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 그러니까 가르쳐 주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가르쳐주지 않으면 러닝 씨의 마음은 상한다. 그러니까 가르쳐 주어야 -.“
"아아, 그만, 그만두셔요!“
하비는 괴로운 듯이 소리쳤다. 부릉부릉, 부릉부릉.
"그렇지만 당신이 가르쳐 주면 상처를 입어요. 그러니까 가르쳐 주면 안 돼요. 하지만-."
별안간 탕 하고 피아노 줄이 퉁겨지는 것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세 사람은 저도 모르게 귀를 막았다. 정신을 차려 보니, 하비가 바닥 위에 쓰러져 있었다.
"죽었다!“
러닝 박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아뇨, 로봇은 죽지 않습니다. 전자 두뇌가 고장난 것뿐이어요. 가르쳐 주느냐, 주지 않느냐 하는 두 가지 문제에 걸려서 망가졌어요."
캘빈 박사가 조용히 말했다.
"당신은 일부러 고장을 냈군?"
"예, 그렇습니다. 로봇이 인간의 마음속을 알아보았자 아무런 소용도 없습니다. 오히려 인간의 마음을 어지럽혀 재난을 불러일으킬 뿐입니다.“
러닝 박사도 기사장도 얼굴이 붉어졌다. 서로 추잡한 싸움을 한 것이 부끄러웠던 것이다. 캘빈 박사는 무릎을 꿇고 하비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불쌍한 하비. 얼마나 괴로웠어? 이번엔 정상적인 로봇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해요."
그 때 문이 요란스럽게 열리며 아슈 기사가 뛰어들어왔다.
"마침내 발견했습니다.“
아슈 기사는 숨을 헐떡이며,
"5만 3천 6백 85번째 조립이 잘못되어 있었습니다. 저의 잘못이었습니다. 면목없습니다.“
"잘됐어!“
세 사람은 이구 동성으로 소리쳤다. 그리고 서로 손을 잡으며 기뻐했다. 어느 얼굴도 지금까지의 고생을 모두 잊은 듯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전자 두뇌 머신 X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정성환 옮김/ 김완기 그림
 
머신 X 타도하라!
 
"별일 없었나?“
바이어리 지구 대통령은 대통령 실에 들어오자 곧 비서관 로봇에게 물었다.
"아아무 것도 다른 일은 어없었습니다.“
비서관 로봇은 이상하게 억양을 붙여 대답했다. 20년 동안, 매일 아침 똑같은 대답만 되풀이하다 보니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이다.
대통령은 책상 앞에 앉았다. 책상 위에는 번쩍번쩍 빛나는 네 개의 스위치가 나란히 있었다. 이것은 비상 전화의 스위치로, 이것을 누르면 네 개의 지구 지구(Earth Section)의 구장실로 연결된다. 그러나 20년 동안 한 번도 써 본 일이 없었다.
대통령은 파이프에 불을 붙이고 맛있게 빨았다.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 대통령은 태평스럽게 생각했다. 지구는 평화로와 아무런 분쟁도 없었다. 그러니까 대통령은 한가했다. '이것도 다 머신 X의 덕택이다.' 대통령은 매일 아침 머신 X에게 감사했다.
머신 X는 훌륭한 로봇이다. 머신 X가 풀지 못하는 없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든, 반드시 인간이 행복할 수 있도록 생각하여 대답을 내놓는다. 그러니까 머신 X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인간은 누구나 반드시 행복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온 세계 사람들은 무슨 일이든, 머신 X의 말대로 했다. 덕택으로 지구는 완전히 풍요해졌다. 20세기 무렵, 먹을 것이 없어서 고생하던 지방에도 지금은 남아돌 만큼 먹을 것이 풍부했다. 매년 태풍으로 피해를 입던 지방에서는 태풍을 쫓아 버리는 장치가 이루어졌다. 일거리가 없어서 가난하게 사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게 되었다. 똑같은 인간끼리 피를 흘리는 전쟁도 없어졌다.
대통령은 책상 위의 전송 신문을 펼쳤다. 새빨간 오렌지의 사진이 맨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사하라 사막에서 처음으로 수확한 오렌지였다. 사하라는 옛날에는 풀 한 포기 없는 사막이었으나 지금은 오렌지나무가 무성해 있다. '으음, 맛있어 보이는 오렌지군.' 대통령은 음식에 욕심이 많아, 먹는 거라면 사족을 못쓴다. 당장이라도 군침이 흐를 것 같은 얼굴이었다. 그러나 다음 페이지로 넘긴 순간, 대통령은 얼굴을 찡그렸다.
 
머신 X를 타도하라!
머신 X는 인간의 적이다!
인간은 머신 X의 노예가 아니다!
 
커다란 글씨가 페이지를 가득 메우고 있다. 그것은 인간동맹의 광고였다.
인간 동맹이란 머신 X를 미워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온 세계 사람들이 머신 X의 말만 듣는 것이 마음에 안 드는 것이다.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동지를 모아서 머신 X를 타도할 음모를 꾸미고 있는 모양이다. '얼마나 바보 같은 사람들인가! 지구가 이렇게 평화스러운 것은 모두 머신 X의 덕택인데.'
대통령은 창가로 다가가서 밖을 내다보았다. 무성한 숲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군데군데, 몇천 미터나 되는 하얀 빌딩이 하늘 높이 솟아 있다. 은색의 에어 카가 잠자리 모양으로 날쌔게 푸른 하늘을 날고 있다.
이것이 지구의 수도였다. 뺨이 빨갛게 상기된 아이들이 푸른 숲을 뛰어다니고 있다. 20세기 무렵, 이 부근은 회색 빛 빌딩이 꽉 차 있었다. 어두운 빌딩 골짜기에서 사람들은 창백한 얼굴을 하고 살고 있었다. 스모그 현상으로 하늘은 언제나 검게 흐려 있었다. 무서운 자동차가 땅 위를 달리고 있어 사람들은 언제나 조마조마하며 길을 걸어야 했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들은 얼마나 행복한가! 이것도 다 머신 X의 덕택이다.'
대통령이 가슴을 폈을 때 별안간, "삑삑삑." 하고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 대통령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래졌다. 책상 위의 비상 전화의 부저가 울리고 있는 것이다. '20년 동안 한 번도 울린 일이 없었는데 도대체 무슨 일인가?’
대통령은 황급히 책상으로 달려왔다. 비서관 로봇은 곧 스위치를 누르고 활발한 목소리로 응답했다.
"여기는 지구 대통령실.“
그러자 벽의 스크린이 밝아지며 검은 얼굴의 사나이가 환하게 나타났다.
"여기는 열대 지구의 느고마 구장입니다. 대통령을 시급히 뵙고 싶습니다.“
뭔가 급한 용건이 있는 모양이다. 대통령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즉시 책상 위의 스위치를 눌렀다.
"나, 바이어리요. 무슨 일이죠?“
대통령은 정중하게 물었다.
"아, 대통령 각하.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이상한 일?“
"예, 멕시코 운하의 터널 공사에서 사고가 났습니다.“
"뭐, 사고라고? 그럴 리가 있나!“
대통령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아니, 정말입니다. 터널이 허물어져 인간이 다섯 명이나 크게 부상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대통령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어쨌든 사고란 20년 동안 일어난 일은 없었던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돼서 터널이 허물어졌나?“
대통령이 물었다.
"터널의 높이를 정하는 계산이 틀려 있었습니다.“
"머신 X가 하라는 대로 했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이상한 일이라고 말씀드린 겁니다.“
느고마 구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머신 X도 틀리는 일이 있는 모양이죠." 하고 덧붙였다. 대통령은 그 말을 듣자 얼굴이 빨갛게 되며 소리쳤다.
"당치도 않은! 그런 일은 절대로 없어요!“
느고마 구장은 대통령의 노한 소리에 놀라 급히 스크린에서 사라졌다.
열대 지구는 20세기의 옛날, 아프리카 대륙, 남아메리카 대륙이라고 부르던 지방이다. 정글과 사막뿐이었는데 지금은 거기에 농장과 과수원이 만들어지고, 지구에서도 가장 젊고 활기에 찬 지방이었다. '그것도 모두 머신 X의 덕택이 아닌가. 머신 X가 틀리다니 당치도 않은 소리다. ' 대통령이 혼자서 분개하고 있는데, 또다시 책상의 부저가 울렸다.
"여기는 지구 대통령실."
비서관 로봇이 원기 있게 응답했다.
그러자 스크린에 하얀 수염의 사나이가 나타났다.
"여기는 아시아 지구의 링 구장입니다. 대통령을 급히 뵙고 싶습니다.“
링 구장은 똑똑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대통령은 갑자기 불안해졌다.
"바이어리입니다. 무슨 일이오?“
"실은 우리 지역에 사고가 일어나서 보고 드립니다.“
링 구장은 침착하게 말했다.
"사고라고요?“
"예, 농장 하나가 망해서 많은 사람이 직업을 잃었습니다.“
대통령은 깜짝 놀랐다. 그런 일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던 것이다.
"왜 망했습니까?“
"예, 근처에 새로운 농장이 생겨서, 그 농장에서 만든 효모가 안 팔리게 된 겁니다.“
"머신 X가 하라는 대로 했겠죠?“
"예, 했습니다. 그러니까 저도 이상해서 보고하는 겁니다.“
링 구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머신 X와 같이 훌륭한 로봇도 잘못되는 수가 있군요.“ 하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대통령은 얼굴이 뻘겋게 되며 소리쳤다.
"그런 일은 절대로 없어요!“
링 구장은 기겁을 해서 목을 움츠렸다. 그리고는 공손히 절한 다음 스크린에서 사라졌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20년 동안 아무 일 없이 지내 왔는데 하루에 두 건이나 사고가 나다니.' 대통령은 우울한 듯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그리고 책상 앞 벽에 붙여 놓은 세계 지도를 바라보았다.
아시아 지구에는 옛날에 중국, 한국, 일본, 인디아,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의 나라가 있었다. 먹을 것이 모자라서 사람들이 배를 굶주리는 나라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효모를 만드는 농장이 여기저기 만들어져, 먹을 것은 부족하지 않았다.
여러 가지 효모에서 비프스테이크도, 아이스크림도, 맛있는 건 무엇이든 다 만들 수 있다. 그러니까 아시아 지구 사람들은 옛날처럼 소를 키우거나 밭을 갈지 않아도 되었다. '일전에 먹은 그 아이스크림은 정말 맛이 있었지.' 대통령은 순간 근심을 잊었다.
그 때, 또 책상 위의 부저가 울렸다. 그러나 대통령은 이제 놀라지 않았다. '두 번 있는 일은 세 번도 있다는 옛말이 있었지.' 대통령은 마음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여기는 지구 대통령실.“
비서관 로봇이 응답하자 이번엔 푸른 눈의 여성 한 사람이 스크린에 비쳤다.
"여기는 유런 지구입니다. 대통령을 급히 만나 뵙고 싶습니다.“
‘아이고, 이번엔 또 무슨 사고일까?' 대통령은 지겹다는 듯이 책상 위의 스위치를 눌렀다.
"예, 바이어리입니다. 무슨 일입니까?“
“안녕하셔요, 대통령 각하. 실은 난처한 일이 생겼습니다.“
"난처한 일이라니?“
"예, 알마덴 수은 광산의 지배인이 그만두었어요."
"왜 그만두었습니까?“
"일이 제대로 안 되니까 면직 당한 겁니다.“
"머신 X와 의논했습니까?“
"예, 물론 했죠. 이상한 일도 있군요. 그 머신 X도 틀리는 일이 있는 것일까요?“
구장은 대통령의 얼굴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잠자코 있었다.
‘어쩌면 머신 X가 고장났는지도 모르겠다. ' 대통령은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만일 머신 X가 고장이라면?' 대통령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만일 머신 X가 고장났다면, 지구는 틀림없이 또 20세기의 옛날로 되돌아갈 것이다. 식량이 부족 되고 실업자가 거리에 넘칠 것이다. 지구의 어디선가 또다시 추악한 싸움이 일어날 것이다. 전쟁이 일어날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이번에야말로 지구는 파멸이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대통령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건 무슨 수를 쓰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렇지, 캘빈 박사에게 의논해 보자.' 대통령은 즉시 캘빈 박사를 불러냈다.
 

 
캘빈 박사는 세계 제일의 로봇 심리학자이다. 로봇의 일이라면 자기 자식의 일처럼 소상히 알고 있다. 로봇의 신이라고 모두가 일컬을 정도다. 그러니까 대통령도 그녀 앞에선 꼼짝 못 한다. 머리털은 하얗게 세고 허리도 약간 굽었지만 아직 건강해서 US 로봇 회사의 연구소에 다니고 있다.
"이 할멈을 일부러 불러내는 걸 보니, 어지간히 큰일인 모양이군요.“
캘빈 박사는 스스럼없이 말했다.
"물론입니다. 제발 놀라지 마십시오. 머신 X가 고장이 난 것 같소."
캘빈 박사는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무슨 잠꼬대 같은 고리를 하는 거요? 머신 X는 절대로 고장나는 일이 없어요. 만일 어딘가가 고장이 나도 머신 X는 자신이 즉시 고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실지로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요."
대통령은 자세하게 설명했다.
"아무튼 세 개의 지역에서 한꺼번에 사고가 일어났으니까요. 머신 X가 고장난 것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어요.“
대통령은 캘빈 박사의 얼굴을 똑바로 보았다. 박사는 눈을 감고 있었으나 잠시 후 이렇게 말했다.
"여기에는 뭔가 깊은 까닭이 있는 것 같군요."
"머신 X가 고장난 거죠?"
대통령은 끈질기게 고장을 주장한다.
"아뇨, 머신 X는 절대로 고장이 나지 않도록 만들어 졌습니다.“
캘빈 박사는 딱 잘라 말했다. 그리고 생각에 잠겨,
"이 사고는 머신 X가 일부러 한 짓이라고 생각이 드는군요.“
"일부러 라고요? 당치도 않은! 머신 X는 로봇입니다. 로봇이 인간을 위험에 빠뜨릴 리가 없습니다. 로봇 법 제 1조에는-."
캘빈 박사는 또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기가 막히는군. 당신한테서 로봇 법을 교육받을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아참, 박사는 로봇 심리학자였죠. 로봇 법이라면 누구보다도 잘 아실 테니까."
대통령은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머신 X가 어째서 일부러 이런 짓을 했을까요? 그렇지, 그렇지, 사고를 일으킨 사람의 신상을 조사해 보면 뭔가 알 수 있을지도 몰라요."
캘빈 박사는 대통령에게 부탁했다.
"예, 알겠습니다.“
대통령은 즉시 비서관 로봇에게 조사하도록 명령했다. 비서관 로봇은 곧 방을 나갔다. 캘빈 박사는 눈을 감고 뭔가를 깊이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10분도 채 되기 전에 비서관 로봇이 돌아왔다. 그리고 한 개의 테이프를 대통령에게 내밀었다. 대통령은 테이프를 재빨리 훑어보았다. 그리고 얼굴빛이 변했다.
"이건 큰일입니다, 박사님. 사고를 일으킨 세 사람은 모두 인간 동맹의 임원입니다.“
"역시 그랬군요.“
캘빈 박사는 고개를 무겁게 끄덕였다. 대통령은 박사가 침착하게 앉아 있자 초조했다. 그리고 책상 위의 신문을 가리켰다.
"이걸 보십시오, 박사님. 인간 동맹의 인간들은 머신 X를 미워하고 있습니다. 이 세 사람은 틀림없이 머신 X가 지시한 대로 하지 않은 게 분명합니다. 그러니까 사고가 일어난 겁니다.“
박사는 눈을 뜨고 신문을 힐끔 보았으나 곧 다시 눈을 감았다. 대통령은 안절부절못했다.
"박사님, 이건 인간 동맹의 음모가 분명합니다. 자기들이 제멋대로 사고를 일으켜 놓고 그것을 머신 X의 탓으로 몰 작정입니다. 그렇게 해서 머신 X를 쫓아내려는 음모지요. 이거 보세요, 박사님. 듣고 계십니까?“
박사는 마치 자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사실은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던 것이다.
"이대로 놓아두면 무슨 짓을 할는지 모르겠어요. 곧 인간 동맹의 인간들이 아무 짓도 못 하도록 법률을 만들지 않으면 큰일나겠어."
대통령은 혼자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좀 조용히 해요. 뭔가 알 것 같으니까."
캘빈 박사가 불쑥 그렇게 말했다. 대통령은 할 수 없이 입을 다물었다. 박사는 눈을 뜨고 일어서자, 방안을 왔다 갔다 하기 시작했다. 그 때, 또 책상 위의 부저가 울렸다.
"여기는 지구 대통령실."
비서관 로봇이 곧 응답했다. '여기서 더 이상한 일이 생기면 못 견디겠는데.'
대통령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벽 스크린에 금발의 사나이가 나타났다.
"여기는 미국 지역의 마켄지 구장입니다. 대통령을 급히 뵙고 싶소."
대통령은 스위치를 넣었다.
"바이어리입니다. 무슨 일입니까?“
"인간 동맹의 데모대가 이제 곧 구장실로 몰려온다고 합니다. 급히 응원을 부탁합니다.“
대통령은 캘빈 박사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것 보세요, 역시 인간 동맹입니다. 이대로 내버려 두었다간 머지 않아 정말로 머신 X를 파괴할 겁니다.“
캘빈 박사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두 눈이 반짝 빛났다.
"그럴 필요는 없어요."
캘빈 박사는 단호하게 말했다.
"어째서 입니까?“
대통령은 당장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이었다.
"그런 소동은 곧 가라앉을 겁니다. 걱정하지 말고 머신 X에게 맡겨 둡시다. 머신 X가 모든 것을 잘 처리해 줄 겁니다.“
"머신 X가?“
"예, 그래요- 내 말을 잘 들어보십시오." 하며 캘빈 박사는 의자에 앉았다.
"머신 X는 로봇입니다. 로봇은 인간이 행복하게 되는 일을 첫째로 생각합니다.“
"그런 건 나도 알고 있어요. 그보다도 인간 동맹의 데모대가 -.“
"좀 잠자코 계셔요."
박사의 핀잔을 받자 대통령은 그만 움찔하며 입을 다물었다.
"아시겠어요, 대통령 각하? 만일 머신 X가 없어지면 인간은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하세요?“
"그야 물론, 인간은 지금처럼 행복하지는 못하겠죠. 틀림없이 또다시 전쟁이 일어나고 불행하게 될 겁니다.“
"그렇습니다. 머신 X는 인간 동맹이 자기를 파괴하려는 것을 알고, 이건 큰일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흐음, 그래서요?“
"그래서 머신 X는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그렇게 한 겁니다.“
"그렇게 하다뇨?“
"인간 동맹의 임원들이 사고를 일으키도록 꾸민 겁니다. 그렇게 하면 임원들은 직업을 잃고 활약을 못 하게 되겠죠? 그러다가 인간 동맹도 사라질 것이다. 하고 머신 X는 생각한 거여요."
캘빈 박사는 조용히 대통령의 얼굴을 응시했다.
"흐음,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머신 X는 정말 굉장한 로봇인데.“
대통령은 신음하듯이 말했다.
"정말인지 아닌지 이제부터 머신 X한테 가서 물어봅시다.“
캘빈 박사는 그렇게 말하자 재빨리 일어섰다.
 
또다시 평화가
 
머신 X의 방은 정확히 지구 연방 정부 건물의 한복판에 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하얀 벽에 빨간 램프 한 개가 오도카니 켜져 있었다. 로봇 같은 건 없잖아, 하고 누구나 처음에는 생각하지만, 사실은 이 방 전체가 머신 X인 것이다. 머신 X는 생각하는 것이 일이니까 보통 로봇처럼 손과 발이 필요 없다. 캘빈 박사는 안에 들어가자 대통령을 뒤돌아보았다.
"자, 물어 보셔요."
대통령이 빨간 램프 앞에 서서 커다란 소리로 물었다.
"머신 X, 당신은 인간 동맹을 알고 있습니까?“
"알고 있습니다.“
어디선가 잘 울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인간 동맹이 당신을 파괴하려고 음모를 꾸미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까?“
"알고 있었습니다.“
대통령은 꿀꺽 침을 삼켰다.
"그럼, 당신은 인간 동맹의 임원을 내쫓기 위해서 일부러 사고를 일으킨 겁니까?"
대통령은 머신 X가 예, 하고 대답하느냐, 아뇨, 하고 대답하느냐,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그러나 머신 X는 일언반구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빨간 램프가 깜박깜박 깜박였을 뿐이다. 대통령은 캘빈 박사를 돌아보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머신 X는 대통령의 질문에 대답할 수가 없다는 거여요.“
캘빈 박사는 갑자기 엄숙한 얼굴로 머신 X에게 물어 보았다.
"머신 X, 당신은 대통령의 마음이 상하는 것을 염려하고 있는 거죠?"
"그렇습니다.“
이번엔 머신 X가 즉시 대답했다.
"그렇지만 꼭 대답해 주어야 하겠어요. 대통령은 인간동맹의 일을 매우 걱정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당신이 모든 일을 잘 처리하고 있다는 걸 알려 주고 싶어요."
캘빈 박사는 열심히 말했다.
"그럼 대답하겠습니다. 나는 인간 동맹의 임원을 내쫓기 위해서 일부러 사고가 일어나도록 한 겁니다.“
머신 X가 말했다.
"흐음, 그럼 역시 박사님이 말씀하신 대로군."
대통령은 머리를 감쌌다. 자기가 아무 것도 모르고 떠들어 댄 것이 부끄러웠던 것이다. 캘빈 박사는 위로하듯이 말했다.
"아무 것도 부끄러워하실 건 없어요. 그보다도 이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도록 하세요."
"어째서입니까?“
"인간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죠. 머신 X와 같은 로봇이 이것저것 알아차려서 인간을 이끌어 간다는 것을 알면, 인간은 틀림없이 자신을 잃게 될 겁니다. 조금 전에 머신 X가 당신의 질문에 대답을 못한 것도 그것을 염려했기 때문입니다."
"으음.“
대통령은 감탄한 듯이 신음 소리를 냈다.
"그것뿐이 아닙니다. 머신 X가 일부러 사고를 일으키게 한 데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또 하나의?“
대통령은 눈을 크게 떴다.
"구장들은 이번 사고가 머신 X의 잘못이라고 말하고 있었죠?“
"예, 정말 괘씸한 말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대통령은 화난 듯이 말했다.
"아뇨, 그것으로 만족한 거여요. 머신 X 따위는 보통의 로봇이잖아, 잘못되는 일도 있을 거야, 하고 모두가 생각하게 되면 그것으로 된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모두들 머신 X는 인간의 적이다. 인간은 머신 X의 노예가 아니다. 하고 떠들어대는 일도 없어지겠죠?"
"흐음, 과연 그렇군. 하지만 진짜로---”
"로봇과 60년이나 함께 살아 온 내가 말하는 겁니다. 틀림없어요.“
캘빈 박사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 얼마나 무서운 로봇이냐.“
대통령은 빨간 램프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아뇨, 훌륭한 로봇입니다. 우리들 인간을 영원히 행복하게 만들어 주지 않습니까?“
캘빈 박사는 주름 투성이의 얼굴을 밝게 폈다.
“그러면 대통령 같은 건 아무나 해도 되는 셈이군요."
대통령은 약간 얼굴을 찡그렸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캘빈 박사가 말한 대로 인간 동맹의 소란은 가라앉았다. 그리고 인간 동맹도 임원이 모두 일자리를 잃고 활동하지 못하게 되자 자연 해산해 버렸다. 이제 아무도 머신 X를 내쫓으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대통령은 또 한가해졌다.
"뭐 별다른 일은 없나?“
오늘 아침도 대통령은 비서관 로봇에게 물었다.
“아아무것도 다른 일은 어없습니다.“
비서관 로봇은 여전히 길게 억양을 붙여 대답했다.
“그럼 오늘은 사하라의 오렌지 밭이라도 보러 갈까? 그 오렌지를 빨리 먹어 보고 싶은데."
지구의 일은 머신 X에게 맡겨 놓으면 걱정 없다고 대통령은 이제 완전히 안심하고 있는 것이었다.
 
 
작품 해설
 
여러분은 로봇을 본 일이 있습니까? 실물을 보지 못했다 하더라도 사진이나 영화에서는 보았을 줄 압니다.
로봇은 사람이 아닌 기계로서 사람이 할 일을, 더구나 사람이 해 내기에는 힘이 들고 시간이 걸리는 일도 척척 해냅니다.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이러한 기계가 생겨서 우리들이 하기 힘드는 일을 해 주게 되고, 그래서 사람은 적은 노력으로 편히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로봇은 그 사용 목적에 따라 특별한 기계 장치를 하여 만들어집니다.
요즘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기계로 전자 계산기란 것이 있습니다. 어렵고 복잡한 계산을 이 기계는 당장 정확하게 답을 내 줍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판이나 필산으로 하기 힘든 복잡한 계산을, 간단히 전자 계산기로서 해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계의 힘이 수학적인 계산에 그치지 않고 여러 방면의 일을 해낼 수 있게 됨으로써 로봇이라는 것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집안에서 청소를 하는 일, 부엌에서 음식을 장만하고 설거지를 하는 일, 어려운 공부로서 해낼 수 있는 학문의 문제까지도 해내는 등, 로봇은 참으로 사람을 대신해서 많은 일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사람은 편한 생활을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사람이 온전히 기계에게 일을 다 맡겨 놓으면 그 때에는 생활에 좋지 않은 일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사람은 만들어 낸 여러 가지 기계로 편리한 생활을 해 오지만, 한편 그 기계 때문에 고통을 당하는 수도 있습니다.
그 많은 자동차 때문에 죽고 다치는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기계 때문에 생기는 공기의 오염으로 우리들의 건강에 미치는 해가 또 얼마나 큽니까?
이 밖에도 기계에게 일을 맡김으로써 사람의 생활이 편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차츰 불건강한 몸이 되는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로봇이 생겨서 사람들의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는 일에도 어떤 한계가 있어야 하고, 기계만으로 살아가는 데서 받는 불행도 알아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로봇과 인간과의 관계에 대해서 이 책의 이야기들은 적지 않은 깨우침을 주고 있습니다.
이 책의 이야기는 미래의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20세기를 옛날로 하는, 미래의 일을 여기서 우리는 보고 있습니다.
20 세기의 지구 사람들의 생활이 얼마나 괴로웠던가를, 식량 부족과 전쟁 등으로 얼마나 비참했던가를 생각하는 미래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이 가진 로봇.
그들이 만든 로봇.
그것은 미래 사람들을 위해, 인간의 생활을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서 노력하고 일합니다.
이렇게 훌륭한 로봇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인간의 지혜와 인간의 바른 정신이 필요한 것입니다.
과학의 힘이 첫째로 필요합니다. 전자 과학의 발달은 지금 이미 오롮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꼭 필요한 것은 인간의 착하고 바른 정신입니다. 이것 없이 만들어진 로봇은 자칫하면 인간에게 화를 입히는 기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 나오는 로봇들을 보면 로비, 스피디, 하비, 머신X...... 그 모두가 사람을 위하는 일에 열심입니다. 사람에게 해가 미치지 않게 하려고 힘쓰고, 만일에라도 사람이 위험한 지경에 이르면 자기 몸의 위험을 무릅쓰고 사람을 구하려 듭니다.
그것은 여기 나오는 로봇들이 누구나 로봇법의 세 가지 규칙을 절대적으로 지키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곧 인간의 착하고 바른 마음에서 만든 로봇이었기 때문입니다.
 
로봇법의 3원칙
 
첫째, 로봇은 사람을 위험한 지경에 있게 해서는 안 된다.
둘째, 로봇은 사람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세째, 로봇은 자기 몸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세 가지 규칙은 로봇의 전자 두뇌의 기억 장치 속에 새겨져 있습니다. 로봇이 만일 이 규칙을 어기게 될 경우에는, 전자 두뇌가 부서져 버립니다. 그렇게 되면 그 로봇은 못쓰게 되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 규칙을 생각해 낸 것은 이 책을 쓴 아이작 아시모프입니다.
이 규칙은 요즈음 나오는 로봇의 이야기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사람보다도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고 힘을 가지고 있는 로봇에게 이 규칙은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만약 이런 규칙이 없게 만들어진 로봇이 있어서, 불시에사람에게 대항하여 덤벼드는 일이 있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사람은 그 로봇을 당해내지 못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인간은 자기가 만든 기계 때문에 파멸을 당하고 말 것입니다.
이 3원칙을 내놓기 전에 씌어진 공상 과학 이야기에는 로봇에게 지구가 정복당하는 이야기와, 로봇 때문에 많은 인간이 죽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 세 가지 규칙이 있는 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첫째 규칙 -- '로봇은 사람을 위험한 지경에 있게 해서는 안 된다'를 지키기 위해, 로봇은 사람에게 뺨 한 대도 때리지 못합니다. 더구나 사람을 죽게 하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규칙을 지키기 위해 로봇들은 엉뚱한 일을 하여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듭니다.
이 책의 이야기들은 로봇이 규칙을 지키기 위해 애쓰다가 일으키는 갖가지 사건들입니다.
 
작자 아시모프는 미국의 유명한 SF 작가입니다. 대학에서는 생물학을 공부했고, 지금은 보스턴 대학에서 생물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는 소설뿐 아니라, 훌륭한 과학 해설의 책도 많이 쓰고 있습니다.
 
 
로봇 머신X
아이디어회관 과학 문고
174p. 19cm (SF 세계명작 7)
 
인 쇄      1975년 5월 1일
발 행      1975년 5월 5일
삼 판      1978년 7월 5일
역 자      이 원 수
오프셋     장원 정판사
인 쇄      일 신 사
제 본      영지 제책사
발행인     박 훈
발행처     아이디어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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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제 4 행성의 반란 REVOLT ON ALPHA. C 로버트 실버버그 R. SILVERBERG 지음 2023-08-23 0 289
46 절대 0도의 수수께끼 ♣ E. S. 가드너 지음 2023-08-23 0 249
45 에스에프 세계 명작 <한국편> 한국SF작가협회 편 텔레파시의 비밀 김학수 지음 2023-08-23 0 196
44 에스에프 세계 명작 한국편 한국 SF 작가 협회편 북극성의 증언 서광운 지음 2023-08-23 0 187
43 에스에프 세계 명작 <한국편> 한국SF작가협회 편 4차원의 전쟁 서광운 작 2023-08-23 0 183
42 에스에프 세계 명작 《한국편》 한국SF작가협회 편 관제탑을 폭파하라 서광운 작 2023-08-23 0 191
41 양서인간 AMPHIBIAN HUMAN - 베리야에프 А. ВЕЛЯЕВ 지음 2023-08-23 0 195
40 안드로메다 성운 ANDROMEDA NEBULA - 이반 에프레모프 IVAN EFREMOV 지음 2023-08-23 0 154
39 암흑 성운 Dark Nebula 아이작 아시모프 Isaac Asimov 지음 2023-08-23 0 214
38 심해의 우주괴물- 존 윈담 지음김 상일 옮김 2023-08-23 0 141
37 불사 판매 주식회사 IMMORTALITY 로버트 세클리 ROBERT SHECKLEY 지음 2023-08-23 0 156
36 백설의 공포 - 홀덴 작 박 홍근 역 2023-08-23 0 171
35 공룡 세계의 탐험- 코난 도일 지음김 상일 옮김 2023-08-23 0 205
34 걷는 식물 트리피드 THE DAY OF THE TRIFFIDS 존 윈담 John Wyndham 지음 2023-08-23 0 171
33 강철 도시 - 아이작 아시모프 Issac Asimov 지음 2023-08-23 0 182
32 280 세기의 세계 - 레이 커밍스 Raymond Cummings 지음 2023-08-23 0 136
31 비글호의 모험 -반 보그트 A. E. VAN VOGT 지음 2022-03-31 0 465
30 지구의 마지막 날-필립 와일리 PHILIP WYLIE 지음 2021-09-22 0 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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