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jingli 블로그홈 | 로그인
강려
<< 5월 2024 >>
   1234
567891011
12131415161718
19202122232425
262728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블로그

나의카테고리 : 청소년 위한 SF세계명작소설

비글호의 모험 -반 보그트 A. E. VAN VOGT 지음
2022년 03월 31일 21시 28분  조회:476  추천:0  작성자: 강려
비글호의 모험
 
THE VOYAGE OF THE SPACE BEAGLE
반 보그트 A. E. VAN VOGT 지음
 
반 보그트
1912년 미국 태생. 작품은 거의 미래를 무대로 하고있는 것이 특징이다. "야수의 지하 감옥" "슬랜" '몬스터즈" "야수"등
 
편집 위원
아동문학가 이원수 박홍근 /문학박사 최인학
공학박사 양옥룡 /이학박사 김희규
전교육감 김성묵
 
 
 
 
책 머 리 에
 
"비글 호의 항해"는 우주 괴물을 등장시킨 SF로서, 이 이야기의 주역은 거대한 우주선 비글 호입니다.
비글 호는 끝없는 공간을 광속의 수천 배나 되는 속도로 나는 동안에 서유기에 나오는 손오공처럼 계속 우주 괴물의 습격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천 명의 승무원의 용기와 단결, 그리고 종합 과학자인 글로브너와 고고학자인 장현두 박사의 지혜와 활약으로 위험을 벗어나 비행을 계속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등장하는 괴물은 지금까지 우리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이상한 외모를 지녔고 엄청난 초능력을 가진 괴물들입니다.
지금까지 괴물이라고 하면 형태만 무섭고 또는 괴상하게 생긴 것으로만 생각해 왔는데, 여기에서는 괴물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어 그 활약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사건이 미래의 우주 개발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증은 없습니다.
자, 어떤 괴물인지 읽어보십시오.
 
<차례>
 
비글 호의 모험
 
죽음의 별에 착륙················· 6
이드를 찾아서·················· 7
위험한 승객··················· 13
폐허의 참극··················· 25
별나라의 귀염둥이················ 38
사라진 칼륨··················· 41
지옥의 배 비글 호················ 48
격퇴 작전 회의················· 59
우주 공중전··················· 65
공포의 최면 광파················ 78
인간 몰모트··················· 84
하얗게 빛나는 도시··············· 90
리임이라는 별·················· 99
에너지를 구하려고··············· 103
우주 괴수 생포 작전·············· 111
공포의 알··················· 115
933마리의 괴수················ 128
전원 퇴각··················· 138
영원한 암흑의 밤················ 145
공중 해적 주식 회사
 
초 대형기··················· 152
모두 죽어 있다················· 153
공중 해적··················· 157
암환자 2천 5백 명··············· 159
기계는 자지 않는다··············· 163
요술 발진기·················· 166
태양열 엔진·················· 174
아름다운 비행기················ 178
해 적 선···················· 184
위성의 궤도·················· 189
훌륭한 미래를················· 193
 
작품 해설··················· 202
 
 
등장 인물
 
글로브너 : 종합 과학자로서 체격은 조금 적은 편으로 과학자라기보다는 오히려 탐험가라고 하는 것이 알맞은 용감하고 지혜 있는 사람. 처음에는 전문 학자들에게 멸시를 받았으나 결국 재능을 인정받게 된다.
임대 대령 : 700명의 과학자와 300명의 군인을 태운 우주선 비글 호의 선장.
모튼 사령관 :수학자로서 우주 조사의 임무를 항상 염두에 두고 간부들의 의견을 종합해 결정을 내리는 신중한 노 과학자.
장현두 박사 :고고학자로서 글로브너와 항상 의견을 같이 하는 신중하고 진보적인 인물.
이시하라 박사 :생물학자로서 우주 괴물을 산 채로 지구로 가져가 귀중한 자료로 삼겠다는 생각에 가득 차 글로브너와 항상 반대적인 입장을 주장하게 된다.
폰 그로션 :물리학자로서 우주 괴수 퇴치의 명안을 생각해 냈는데 괴수 익스톨에게 붙잡혀 이용당한다. 글로브너의 활약으로 무사하게 된다.
갠리 레스터 : 천문학 부장.
 
죽음의 별에 착륙
 
지구 위의 40억 인류의 꿈을 싣고 미지의 대우주 탐험 여행을 계속하고 있는 비글 호가 검은 우단을 깔아 놓은 듯한 허공을 은빛 유성처럼 힘차게 날아가고 있었다.
큰 호텔처럼 호화로운 우주선 안에는 선장 리스 대령이 백발의 사나이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
"사령관님, 오늘로서 지구를 출발한지 꼭 두 달이 됐습니다."
"허허, 그런가? 비행한 거리는?"
"약 900광년입니다."
"900광년이라? 광속의 수천 배에 이르는 최고 속력을 자랑하는 우리 비글 호가 아니고선 생각도 못할 기록이군."
수학자인 모튼 사령관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비행선 모양을 한 우주선 안에는 과학자, 천문학자, 수학자를 비롯하여 실로 1,000여 명의 사람이 타고 있었지만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모튼 사령관과 리스 선장은 지구를 출발한 후 242해째의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이 때 텔레비전에 조그만 검은 별이 비쳤다.
모튼 사령관이 흘깃 그것을 보고,
"리스 선장, 저 별은......?"
하고 리스 선장을 바라보았다.
리스 선장은 우주도를 보고,
"이건 은하계 우주에 딸린 RX(알 엑스) 1208이란 별입니다. 크기는 우리 지구의 달만 합니다만 달과 마찬가지로 죽음의 별입니다."
"그럼 저 별에는 생물이라곤 전혀 없단 말이지?"
"예, 무인 탐사선이 가지고 온 재료에 의하면, 이 별은 일찍이 최고의 문화를 자랑하고 있었는데 무모한 전쟁을 일으켜 모든 생물이 죽어버린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생물이 없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방사능이 있다는 걸 생각할 수 있겠군. 피해 가는 것이 현명한 일이야."
모튼 사령관이 '통과'를 명령하려 했을 때, 생물학 부장인 이시하라가 부리나케 뛰어 들어왔다.
"사령관님! 앞쪽의 별에 생명 반응이 있었습니다."
"뭐? 생명 반응이? 그럼 어떤 생물이 살고 있다는 말이지?"
모튼 사령관은 눈을 빛내며 말했다.
"리스 선장, 생물이 있다는 걸 안 이상 그냥 통과할 순 없어. 착륙하도록 하게."
"예."
리스 선장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1분 후, 어렴풋이 압력이 가해져 왔다. 길이 1천 미터의 은빛 우주선 비글 호가 감속을 시작한 것이다.
 
이드를 찾아서
 
"배가 고픈데 먹을 게 없을까?"
괴물 고양이 케얼은 아까부터 정처 없이 헤매고 있었다.
달도 없고 별조차 보이지 않는 검은 우단 같은 하늘과 검은 바위뿐인 대지가 괴물 고양이 케얼의 온몸을 푹 감싸고 있었다.
그러나 30분쯤 지나자, 케얼의 뒤쪽 지평선 한 귀퉁이가 조금씩 동이 트더니 붉은 새벽의 빛이 번져 나오고 있었다. 케얼이 태어난 별 RX 1208의 아침이 찾아오는 것이다.
이미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듯이 보이는 태양이 힘없이 떠오르고 있었다.
사방이 차차 밝아지자, 케얼이 서있는 주위가 뚜렷이 보였다.
송곳처럼 뾰족뾰족한 바위들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풀도 나무도 없는 지평선은 톱날처럼 울퉁불퉁하기만 했다. 케얼은 등을 우뚝 솟구치며 크게 기지개를 켰다.
이상야릇한 장소에 어울리는 괴상한 주역 배우의 관록이 충분했다.
고양이와 같은 머리는 전신의 약 4분의1, 귀를 대신하여 모기향 같은 모양을 한 둥글게 꼬부라진 털이 달려 있었다. 그것은 전파 탐지기 역할을 하는 것이리라. 땅 위에서 일어나는 극히 작은 바람이나 공기의 흔들림을 알아채고 가늘게 흔들리고 있었다.
케얼의 앞발은 사자와 같이 튼튼하고 굵었다. 그리고 맨 끝에는 면도날 같이 예리한 발톱이 나와 있었다. 케얼이 걸어가면 땅위에 닿아 금속성의 소리를 낸다.
특히 기분 나쁜 것은 앞발과 목 사이, 어깨 중간쯤에 나 있는 제5, 제 6의 발이라기보다는 두 개의 굵은 촉수였다. 그 끝에는 해파리처럼 은빛으로 빛나는 것이 열 두서너 개씩 붙어 있어 흔들흔들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100미터나 걸었을까. 케얼은 갑자기 맥이 풀린 듯 움푹한 곳에 주저앉았다.
<내 신경이나 체격이 다 둔해진 것 같군. 그도 그럴 만하지. 벌써 열흘째 이드를 먹지 못했으니.......>
케얼은 지평선 쪽으로 검은 마귀처럼 길게 뻗어있는 제 그림자를 향해 중얼거리고 있었다.
케얼의 평소 먹이는 이드였다. 이드라는 것은 고기도 아니요 피도 아닌 세포를 말한다. 쉽게 말하자면 생물 조직의 기본 물질이다.
나이가 100살이 된 케얼은 이날까지 일곱 번이나 굶어 죽을 고비를 만났었다. 그때마다 오직 제 실력으로써 살아 남을 수가 있었다.
케얼은 제 족속들을 향해 덤벼들어 쇠망치 같이 강력한 두 개의 굵은 촉수로 때려죽이고는 그 몸 속의 이드를 빨아먹어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때의 그 이드는 참 맛이 좋았지.>
케얼은 침을 삼키면서 중얼거렸다. 그러자 온 몸에 세찬 경련이 일어났다.
"우워웡!"
케얼은 호랑이처럼 짖었다. '우웡우웡'하고 수많은 메아리가 되어 되돌아왔다.
그럴 즈음, 케얼은 돌덩이처럼 몸을 움츠렸다. 눈에 파란 불이 켜졌다.
먼 지평선 너머 하늘에 하나의 불덩어리가 나타난 것이다.
빛나는 그 덩어리는 줌 렌즈(일정한 범위에서 초점거리를 변화시킬 수 있는 렌즈 : 영화․TV 등의 카메라에 쓰임)로 끌어당기는 듯 점점 커져서 금속의 거대한 덩어리가 되었다.
그것이 바로 우주 탐험선 비글 호였다.
솜씨 좋은 공예가가 윤을 내놓은 은그릇처럼 빛나는 우주선은 확실히 속력을 줄이고 있었다.
케얼의 머리 위로 바람을 가르며 지나간 우주선은 오른쪽 검은 언덕 위를 스친 데서 멈칫 정지하더니 승강기와 같이 아래로 내려앉았다.
"저게 뭐야?"
케얼이 고개를 기웃거리고 있는 동안에 우주선의 모습은 언덕 뒤쪽으로 사라져 버렸다.
바람이 냄새를 전해 주었다. 케얼의 용수철처럼 생긴 안테나는 그 냄새를 맡아보고 그 내용을 분류했다.
"기막히게 좋은 놈이다. 최고급 이드 떼다."
사람도 굶주렸을 때 너무나 푸짐하고 맛있는 음식을 보면 한순간 속이 언짢아지는 수가 있다.
지금 케얼이 그러했다.
구역질이 나려는 걸 눌러 참으며 케얼은 우주선의 착륙 지점을 향해 달려갔다. 높이가 수 미터나 되는 바위들을 훌쩍훌쩍 뛰어 넘었다.
우주선은 낮은 분지에 착륙해 있었다. 그곳은 케얼이 태어난, 이 별 수도의 폐허였다.
지금은 미국 서부에 있는 고스트 타운(유령 마을)처럼 강아지 한 마리도 볼 수 없는 죽음의 거리였다.
비글 호는 달착륙선처럼 수직으로 스르르 내려 모래밭 위에 앉아 있었다. 우주선 중앙의 창문이 밝아지자 4,5명의 얼굴이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텔레비전을 통해 바위 그늘에 흉측하게 생긴 괴물이 숨어 있는 걸 보았지만 이제는 눈으로 그 괴물을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모튼 사령관은 리스 선장에게 말했다.
"선장, 생물이 모두 죽고 없을 이 별에 짐승이 살아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놀라운 초능력을 가진 것임을 알 수 있는데, 대체 누굴 내보내야 조사를 할 수 있겠나? 자네 의견을 말해보게."
"글쎄요, 종합 과학의 글로브너가 어떨까요? 그 사람은 요즘 두어 달 동안 할 일이 없어 굉장히 심심해하던데요."
"그래, 글로브너 군이라? 잘 생각했네."
종합 과학이란 우주 시대가 되자 갑자기 주목을 끌게 된 새로운 학문이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모든 과학을 종합해서 사물을 연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수학, 천문학, 화학, 심리학, 컴퓨터 등의 각 전문가에 비하면 특별히 깊은 지식이 모자라기 때문에 전문가들로부터 은근히 경멸을 받고 있었다.
비글 호 안에서 글로브너는 따돌림을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튼 사령관은 마이크를 통해,
"글로브너 군, 빨리 사령실로 올라오게."
하고 명령했다.
"예!"
글로브너가 달려왔다. 몸집이 작은 편인 그는 나이 31세, 과학자라고 하기보다는 탐험가라고 할 인물이었다.
모튼 사령관은 창 밖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이 별에는 생물이 전혀 남아있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저기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고양이 비슷한 짐승이 있지 않는가. 저 놈이 우리들을 노려보고 있단 말야. 우주선을 보고도 겁내지 않는 걸 보니, 남극의 펭귄처럼 해를 입은 경험이 없어 보이지만......"
글로브너는 바위 그늘에 숨어 있는 케얼을 노려보다가,
"저는 저 놈이 펭귄과는 달리 꽤 약고 교활한 짐승이라 생각합니다. 보십시오, 저 놈의 귀를. 아마도 전파 탐지기 모양인데 신경질적으로 떨고 있습니다. 어쩌면 저 괴물은 이 우주선 속에 있는 우리들의 몸에서 풍기는 냄새를 맡았거나 혹은 우리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라고 말하자, 미리 불려와 있던 심리학자 시델 박사가 말했다.
"글로브너 군, 새로운 적에 대해서 경계를 하는 것은 모든 생물들의 본능일세. 저 하등 동물인 불가사리도 이상한 걸 처음 볼 땐 뒷걸음질을 치는 법인데, 아차, 이건 실례했소. 종합 과학엔 괴수학도 포함돼 있었지."
비웃음을 받은 글로브너는 귓불까지 발개졌으나 이내 사령관에게 말했다.
"사령관님, 절 보내 주십시오. 기어코 저 괴물의 정체를 밝히고 오겠습니다."
"좋아. 하지만 자네 혼자서는 위험해. 나도 같이 가겠네. 시델 박사도 같이 가자."
 
위험한 승객
 
5분 뒤에 비글 호의 밑바닥이 반딧불처럼 푸르스름하게 빛났다.
에스컬레이터가 내려지더니 우주복을 입은 세 사람의 과학자들이 내려왔다. 사령관 모튼, 시델 박사와 글로브너였다. 조심스레 별의 땅에 내려선 세 사람은 우선 암석 파쇄 광선으로 옆의 바위를 깨뜨렸다. 어디까지나 과학탐험을 가장하여 괴물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서였다.
케얼은 눈도 깜짝거리지 않고 있었지만 이내 지구 사람의 과학력의 정도를 알아냈다.
"저따위 파쇄기쯤 이 별에서는 수십 년 전에 쓰이다가 고물 취급을 받은 것이지. 아니, 저 뚱뚱하게 차린 우주복 좀 보게. 이 별의 두 발 생물은 저런 것을 입지 않고도 자유로이 하늘을 날아다녔단 말야."
케얼은 화가 났다.
"어디 저 우주선 속에 한 번 들어가 봐야겠다. 그러면 적어도 1,000마리 정도의 이드를 배불리 먹게될 것 같군."
케얼에게 자신들의 실력이 알려진 줄은 꿈에도 모르는 모튼 사령관 일행은 과학 탐사를 하는 시늉을 하면서 천천히 케얼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케얼은 날카로운 눈으로 세 사람을 관찰했다.
<됐다. 저 놈들은 재미로 나를 잡으러 온 거야.>
그러나 케얼은 키가 좀 작은 사람이 은피리 같은 걸 들고 있는 걸 보았다.
<앗, 저건 강렬한 에너지선 발사총이다!>
케얼은 제가 태어난 별 나라의 두 발 생물들 역시 저런 에너지선 발사총을 가지고 있던 걸 생각했다.
한 번 그것에 겨냥을 받으면 단번에 케얼의 강력한 촉수나 예리한 발톱도 어떤 비밀 기능을 쓰지 않는 한 완전히 무력해지고 마는 것이었다.
<좋다. 이럴 땐 저자세 작전을 써야겠다.>
케얼은 두 발 생물의 호감을 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잘 알고 있었다. 머리를 숙이고 고르륵고르륵 소리를 내며 꼬리를 흔들며 세 과학자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그러나 케얼은 제 꼴이 얼마나 흉한 것인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침 햇빛을 정면으로 받은 괴물 고양이의 모습, 그것은 무서운 괴수 임에 틀림없었다.
그런 짐승이 이빨을 드러내 보이며 다가왔으니 과학자들도 황급히 대여섯 걸음 뒤로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다.
심리학자 시델 박사는 우주복에 붙어있는 마이크를 통해 모튼 사령관에게 말했다.
"사령관님, 빨리 우주선으로 피합시다. 그리고 원자선 파괴포로 산산조각으로 부숴야 합니다."
"음, 그렇지만......."
모튼 사령관은 망설였다. 만일 이러한 우주 괴물을 사로잡을 수만 있다면 이번 탐험 여행의 큰 수확이 될 것이다.
모튼 사령관은 공포와 공명심의 두 갈래 길에서 망설이고 있었다.
케얼은 십여 미터 떨어진 곳에 서서 과학자들의 태도를 말끄러미 지켜보고 있었다. 케얼이 가진 초능력은 세 사람이 자신 때문에 전파를 통해 얘기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있었다. 케얼이 가장 조심하는 것은 키가 작은 사나이의 총이었다.
<만일 저 놈이 발사 버튼에 손가락을 대기만 하면 그 순간 나는 저 놈에게 덤벼들어 목덜미를 옷 입은 채로 물어뜯어 놓을 테다.>
참으로 위험하기 짝이 없는 모튼, 시델, 글로브너였다.
2분, 3분, 이윽고 시델 박사가 말했다.
"글로브너 군, 에너지선 총을 내리게. 이 놈은 그 총이 제게 해를 주는 물건이란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네."
"............."
글로브너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총을 내렸다.
그 모양을 본 케얼은,
<옳다! 좋은 기회다.>
하고 머리를 낮추고 아양을 떨듯 꼬리를 저었다. 그리고는 앞발을 뻗어 제 자신을 가리키면서 안테나를 떨게 했다.
"나는 케얼, 귀엽지요?"
제 나라 말로 자기 소개를 했다.
그 소리는 까까까까 가가가가...... 하고 전파가 되어 모튼 사령관 일행에게 전해졌다.
시델 박사는 깜짝 놀라 입을 열었다.
"사령관님, 저 놈이 털을 흔드니까 굉장한 전파가 들어 왔습니다."
"그래!"
모튼 사령관이 고개를 끄덕였을 때 비글 호의 통신 부장 그레이로부터,
"사령관님, 그 괴물 고양이는 강력한 발신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말소리도 모두 도청 당할 우려가 있습니다.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하는 보고가 전해졌다.
그러자 케얼은 송구스럽다는 듯한 표정으로 다시 한번 아까와 같은 전파를 냈다.
모튼 사령관은 비글 호를 향해 명령했다.
"통신 부장, 암호 부장, 컴퓨터 부장, 지금 고양이의 인사말을 컴퓨터에 걸어 해석해 주게."
"예."
3분 후에 해답이 왔다.
"사령관님! 그 고양이는 자기 소개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기 소개라? 그렇다면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로군."
"예!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우선 선 내로 데리고 가서 자세히 관찰하기로 할까."
이 때 글로브너가 말했다.
"사령관님! 이 고양이의 신체 구조를 보니 촉수의 끝이 빨판으로 되어 있고, 신경 조직도 복잡하게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어떤 기계라도 조작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러자 시델 박사가 허허 웃으며 말했다.
"여보게! 우리는 이 넓은 우주에서도 가장 뛰어난 과학의 힘을 가진 지구인일세. 그까짓 고양이 따위를 두려워해서야 남의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네. 더구나 이 놈을 잡아서 관찰 기록을 만들면 이 별에 어떠한 문화가 있었고 그것이 어떻게 멸망해 갔는가에 대해서도 분명히 알 수 있단 말이네. 몰모트로 삼아 데리고 가도록 하세."
글로브너는 마음속으로,
<몰모트가 되는 건 오히려 우리 쪽일지도 모를 판인데.........>
하고 생각했지만 선배의 말에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어 잠자코 있었다.
시델은 케얼을 향해,
"따라오라."
고 하는 듯이 손가락을 안쪽으로 구부려 보였다.
"까아......."
케얼은 반가운 듯이 전파를 내고는 시델의 뒤를 따라 어슬렁어슬렁 걷기 시작했다.
글로브너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에너지선 발사총을 똑바로 쥐고 괴물 고양이 뒤를 따랐다.
에스컬레이터를 다 올라가면 그곳은 포치(현관 앞에 지붕이 있는 차 대는 곳)와 같이 된 곳이었다. 선 내에서 화학 부장 그레고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별의 공기 성분을 분석해 보았더니, 산소보다 염소가 훨씬 많다는 걸 알아냈습니다. 만일 그 고양이를 선 내에 들여놓을 경우엔 산소가 많아서 폐가 파열할 우려가 있는데 어떻게 할까요?"
모튼 사령관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런가? 그럼 맛있는 음식 냄새를 좀 맡게 해보게. 만일 입에, 아니 폐에 맞지 않으면 도망칠 지도 모르네. 아냐, 기절을 하는 수도 있지.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서 에거트 의사를 대기시켜 놓게."
이렇게 하여 우주선 비글 호는 단 한 마리의 고양이를 마치 국빈을 맞이하듯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맞아 들였다.
케얼은 힐끔힐끔 사방을 둘러보고 있었다.
좀 경솔한 편인 일본인 생물학 부장 이시하라가 기사에게 말했다.
"여보게! 저 녀석한테 환영의 뜻으로 산소를 한 번 확 뿜어주게."
"그러지요."
기사가 괴물 고양이에게 잔뜩 산소를 휙 뿜어 주었다.
그런데도 고양이는 콧구멍을 조금 좁힐 뿐이었다.
이시하라는 두 팔을 벌려 보이며 감탄했다.
"이놈은 이상한데? 염소를 호흡하는 놈이 산소를 마시면 대개 폐가 파열하는 건데, 이 놈은 마치 담배 피는 사람이 담배 연기를 만난 것 같은 얼굴을 하질 않나. 나도 탐험 여행을 상당히 한 셈인데 이런 놈을 만난 건 처음이야. 고등생물에는 염소로 숨쉬는 것과 산소로 숨쉬는 것이 있고, 또 불소 호흡을 하는 것, 이렇게 세 종류가 있는데 어쩌면 이놈은 이 세 가지 방법을 다 하며 사는 종족인지도 모르겠는걸."
케얼은 몇 군데의 해치를 거쳐서 마지막으로 제일 위에 있는 창고로 가는 승강기에 타게 되었다.
"글로브너 군, 할 수 있거든 자네도 같이 타게나."
모튼 사령관이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글로브너는 머리를 저었다.
"미인하고 라면 몰라도 이런 놈하고 라면 싫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글로브너는 아까부터 괴물의 눈에서 조롱하는 빛이 있는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놈하고 같이 좁은 엘리베이터를 탄다면 위층에 닿기도 전에 잡혀 먹히거나 아니면 빨려 먹혀버릴 것이 뻔하지!>
글로브너는 손짓으로 케얼을 향해 말했다.
"어쩌면 여성일지도 모르니 당신 먼저 올라가시오."
케얼은 제게 경의를 표해 주는 거라 생각하고 기분이 좋게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됐다!>
하고 글로브너는 재빠르게 버튼을 눌렀다.
"윙......!"
엘리베이터는 대단한 속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 때 케얼은,
<녀석! 나를 감옥에 집어넣으려고 날 속였지!>
하고 맹렬히 뛰어올랐다. 그 바람에 케얼은 천장에 머리를 꽝 부딪쳤다. 너무나 아파 더욱 화가 났다.
몸을 움츠렸다가 엘리베이터의 문을 향해 달려들었다. 두꺼운 철문이 녹은 엿처럼 구부러졌다. 뒤이어 케얼은 금강석같이 강한 특수 금속으로 된 벽을 발톱으로 마구 긁어댔다.
놀라울 정도로 예리했다. 벽은 마치 톱으로 썬 듯이 깎이어 부스러기가 톱밥처럼 쌓였다.
뒷발로 마룻바닥을 쾅쾅 치니 두께가 10센티미터나 되는 쇠로 된 바닥에 구멍이 뻥 뚫리고 케얼은 그 구멍에 빠질 지경이었다.
그러나 엘리베이터는 위로부터의 강력한 자석의 힘으로 자꾸 끌려 올라가고 있었다.
쭈그러진 문과 벽이 엘리베이터 통로에 쓸려 빽빽 소리를 내며 푸른 불똥을 날렸다. 모튼 사령관은 놀란 얼굴로,
"빨리 엘리베이터를 정지시켜라!"
고 소리쳤다.
기사가 황급히 버튼을 눌렀다.
비글 호의 내부는 호화 여객선처럼 9층으로 되어 있었다. 케얼을 태운 엘리베이터는 8층에서 가까스로 정지했다.
케얼은 촉수를 사용해 문을 깨뜨리고 복도로 뛰어나왔다.
그곳은 고급 승무원의 방이었다. 복도에는 푸른 융단이 깔려 있었다.
고양이 족속인 케얼은 그곳이 한눈에 맘에 들었다. 털썩 드러눕더니 유유히 잠을 청했다.
실은 자는 것이 아니었다. 두 발 동물들의 다음 거동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었다.
과연 두 발 동물들은 케얼이 기막히게 위험한 손님이란 걸 알아차리고 있었다.
<저놈의 비위를 건드렸다가는 어떤 짓을 할는지 모른다.>
그래서 모튼 사령관은 버튼을 눌러 케얼이 있는 층계의 도어를 열었다.
케얼은 천천히 일어나서 이방 저방 돌아다니며 보고 있었다.
맨 마지막 방을 들여다 본 케얼이 자못 만족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호화로운 호랑이 가죽 위에 털썩 드러누웠다.
텔레비전으로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이시하라 생물학 부장은 지겹다는 듯이 소리쳤다.
"저 괴물 고양이 놈이 다른 별나라의 원수님을 모시는 귀빈실에 들어갔어!"
그러자 다른 한 사람이 심각한 태도로 말했다.
"고양이란 짐승은 반드시 최고급의 자리를 찾아내지요. 저 놈이 고양이란 짐승에 지나지 않는다는 증거입니다."
그러나 그 사람도 고양이라는 짐승이 언제나 도망칠 곳을 염두에 두고 잠을 자는 동물이란 걸 전혀 잊고 있었다.
물론 케얼도 생각하고 있었다.
현관에 들어섰을 순간부터 케얼은 방에 둥근 창이 있다는 걸 알아냈다. 둥근 창에는 두께가 2.5센티미터의 안전 유리가 끼어 있었다. 가만히 전파를 내어 측정해 보니 간단하게 깰 수 있는 것이었다.
<내가 좀 지나치게 덤볐나 보군. 이제부터는 점잖은 체 해야겠어. 그러지 않으면 놈들이 나를 경계할 테니까. 그렇게 되면 최후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된다.>
케얼은 선잠을 자면서도 반성을 하고 있었다. 케얼의 최후 목적, 그것은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우주선 비글 호에 있는 1,000명의 사람들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잡아 죽여 그들의 이드를 배 가득히 먹어 버리려는 것이다. 그리고 또 비글 호를 점령해 가지려는 것이다.
케얼은 별을 돌아다니며 살아 남아있는 제 친구들을 모두 불러모아 비글 호에 올라타게 한다.
비글 호의 조정 방법을 그때까지는 완전히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리하여 일직선으로 이 우주선의 고향인 별로 날아간다.
거기에는 이드가 우글우글할 것이 뻔하다.
먹고 먹어도 끝이 없을 것이다.
케얼의 꿈은 끝없이 펼쳐지기만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실력을 끝까지 숨겨야 해!>
자기가 텔레비전으로 두 발 동물의 감시를 받고 있다는 걸 잘 알고있는 케얼은 일부러 안테나를 눕히고 잠을 잤다.
 
 
폐허의 참극
 
두어 시간쯤 잠을 잔 케얼은 불쑥 일어나 둥근 창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승무원들은 점심을 먹고 밖에 나와 작업을 시작하고 있었다. 암석을 파서 상자에 담는 단순한 일이었다.
<흥, 내게 잡혀 먹힐 줄도 모르고.......>
케얼은 코웃음을 치다가 깜짝 놀랐다. 누군가가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를 들은 것이다.
케얼을 지키기로 되어 있는 글로브너였다.
글로브너는 무기를 가지지 않았고, 그 대신 케얼의 먹이를 가지고 있었다. 냉동 육류를 주로한 우주 식품으로, 값은 300달러나 되는 굉장히 비싼 것이었다.
"이봐, 괴물 고양이 씨. 이런 음식은 페르시아 임금님이 기르는 고양이도 못 얻어먹을 성찬이란 말야."
글로브너는 은혜라도 베푸는 듯이 고양이 앞에 먹이를 놓았다.
<흥, 이놈들은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모르고 있지. 나는 산 짐승의 몸 속에 들어있는 이드 밖엔 먹지 않아.>
그러면서도 교활한 케얼은 자기가 먹는 음식이 이드라는 걸 알려서는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감사하다는 표시로 꼬리를 흔들어 보이고는 옆으로 드러누워 버렸다. 몸이 불편한 것처럼 보이고 싶어서였다. 과연 글로브너는 케얼의 작전에 걸려들고 말았다.
"가엾게도 여기 공기가 몸에 맞지 않는 모양이군. 몸조심하게나."
글로브너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우주 식품을 놓고 돌아갔다.
다음날 아침이 되어도 케얼은 먹이를 한 조각도 입에 대지 않았다.
글로브너는 모튼 사령관에게 말했다.
"그 고양이는 많이 약해진 것 같습니다. 잠시 밖에 내놓아 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가. 그건 종합 과학자로서의 의견인가? 아니면 우주 동물 애호협회 회장으로서의 의견인가?"
"물론 후자로서의 의견입니다."
"좋아! 그럼 20분쯤 밖에 내 놓아줄까? 하지만 케얼이 도망치지 않는다는 자신은 있는가?"
"있습니다. 다만 보호 책임자로서 말씀입니다."
"좋아."
이리해서 케얼은 이번엔 글로브너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또 에스컬레이터를 따라 지상에 내려섰다. 늘 마시던 공기를 한껏 들이마신 순간, 케얼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가까이 있는 글로브너에게 덤벼들어 먹어 버리고 싶은 충동을 누르기에 힘이 들었다.
<참아야지! 지금이 바로 참아야 할 때다. 앞으로 하루에 열 놈씩이라도 먹게 될텐데.>
하고 지그시 충동을 참았다.
과학자들은 폐허의 발굴에 정신이 없었다. 동력삽 비슷한 기계가 백열 광선을 뿜어 바위를 녹여 계속 비글 호의 해치로 운반했다.
우주선 안에는 고대 연구반이 바위를 분석하고 있었다. 한 10분이 지나자 큰 함성이 일어났다.
암석 속에서 별의 주민들이 쓰던 것인 듯한 기계의 한 부분이 발견된 것이었다.
리스 대령은 그걸 보자,
"아, 이건 우주선 선체의 한 부분이 아닌가?"
하고 소리쳤다.
기사들이,
"확실히 그런 것 같습니다."
고 대꾸했다.
"그러고 보면, 이 별 RX 1208에는 일찍이 항성 사이를 여행한 고등 생물이 살았다는 것이 아닌가?"
"예, 그렇습니다."
그러자 천문학 부장인 갠리가 머리 위에 빛나고 있는 말기의 태양을 가리키면서,
"RX 1208은 우리 태양계와 달라 소가족입니다. 저 태양의 주위를 돌고 있는 것은 이 별 뿐으로 말하자면 한 어머니에 한 아들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그 어머니도 늙어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별로 가는 우주선을 정성껏 만들려고 했을 것입니다. 우리 지구인들은 우주 여행을 하는데 있어 퍽 유리하게 되어 있습니다. 우선 달에게로, 그리고 화성으로, 금성으로 징검다리 작전을 할 수 있었으니까요. 여기 비해서 이 RX 1208의 주민들은 대번에 몇 백 광년이라는 머나먼 여행을 해야 하는 불리한 조건을 갖고 있는 겁니다."
"그렇겠군. 그런데 그 우주 여행은 성공했을까?"
리스 대령의 질문에 대해서 갠리는 자신 있게 잘라 말했다.
"아닙니다. 정녕 실패로 끝났을 것입니다."
"어째서?"
"만일 그들이 우수한 우주선을 완성했다면 그 첫째 목표는 우리들의 지구였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지구는 이제껏 단 한 번도 다른 천체의 우수한 우주선의 공격을 받거나 방문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그렇군. 하지만 그런 우수한 생물이 어째서 멸망했을까?"
"아마도 전쟁이나 아니면 전염병이 원인일 것입니다. 저 괴물 고양이는 전염병에 강했기 때문에 단 한 마리로 살아 남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때 모튼 사령관이 들어왔다.
"선장, 화학부의 재비 박사가 일인용 우주 패트롤 정으로 탐사해 보겠다는 데 어떨까?"
"무슨 학문에 필요한 귀중한 물질을 발견할 가능성이라도 있다는 것입니까?"
"그렇다네."
모튼 사령관은 지평선 가까이 솟아있는 산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저 산꼭대기 부근이 형광등처럼 빛나고 있는데 저건 필시 지구에 없는 희토류(원자번호 57부터 71까지의 열 다섯 원소)가 틀림없을 것이라 채취해 오겠다는 걸세."
"왕복 30분 정도의 거리겠군요. 학문상 필요하다면 약간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해야 하겠지만......."
말끝을 다 듣기도 전에 모튼 사령관은,
"좋아. 그럼 조심해서 하도록 일러주겠네."
하고 일어섰다.
5분 후, 재비 박사가 탄 일인용 우주 패트롤 정은 로켓의 푸른 꼬리를 끌며 날아갔다.
이 광경을 한 눈만 뜨고 보고있던 케얼은 벌떡 일어났다.
<드디어 기다리던 기회가 왔구나. 혼자 가는 놈을 잡으면 내가 먹은 줄은 아무도 모르겠지.>
소변을 보는 체하며 큰 바위 뒤로 돌아갔다.
이때 동력삽이 구덩이 밑에서 무언지 번쩍거리는 걸 파냈다.
"이건 굉장한 발견이다. 고대 도시의 마천루의 일부분인 것 같다."
과학자들은 설탕에 꾀어드는 개미처럼 모두 구덩이 근처로 모여들었다. 글로브너도 그쪽으로 달려갔다.
이 기회를 케얼은 놓치지 않았다.
높이가 5미터나 되는 큰 바위를 훌쩍 뛰어 넘었다. 마치 잿빛 유령처럼 그 험한 벼랑을 달려 올라갔다.
공중에는 이드의 냄새가 남아 있었다. 혼자 우주 패트롤 정을 타고 희토류를 채취하러 간 재비 박사의 냄새였다.
이런 무서운 놈이 뒤따라오는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재비 박사는 우주 패트롤 정을 산꼭대기에 착륙시켰다.
케얼이 뒤에서 살금살금 다가오고 있었다.
우선 우주 패트롤 정을 깨뜨려 날아갈 수 없게 해놓고 난 뒤에 재비 박사를 잡아먹으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10여 미터 지점까지 갔을 때, 재비 박사는 우주 패트롤 정을 출발시켜 버렸다.
우주 패트롤 정에 붙어있는 삽으로 희토류를 채취했던 것이다.
<유감 천만!>
맛난 먹이를 놓친 케얼은 발을 구르며 분해했다.
그런데 재비 박사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우주 패트롤 정을 지상으로 강하시켰다. 골짜기에서 건물의 흔적을 발견했던 것이었다.
그것은 아파트 단지 같이 보였다.
재비 박사는 우주 패트롤 정을 내려 좌우를 조심스럽게 살피면서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의 도로를 걷고 있었다.
<이젠 됐다.>
케얼은 앞질러 가서 아파트 뒤에 숨어서 재비 박사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케얼은 긴 그림자가 길게 길 위에 나 있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이것 봐라!"
재비 박사는 허리에 찬 에너지선 총을 재빨리 뽑아들고 쏠 자세를 취했다.
이와 동시에 케얼이 달려 나왔다.
'캬우'하고 소리치며 재비 박사를 향해 덤벼들었다. 명사수인 재비 박사는 겨냥을 하여 방아쇠를 당겼다.
'쏴아앗'하고 1만 도의 무서운 붉은 에너지 열선이 뿜어 나갔다.
그런데 다음 순간, 케얼은 공중에서 번개같이 몸을 돌려 옆으로 재비 박사에게 달려들었다.
'꽝'하고 촉수의 훅(팔을 구부려 옆에서 치는 공격법)에 재비 박사의 튼튼한 헬멧이 부서지고 두개골에 금이 갔다. 즉사한 것이었다.
재비 박사의 전신에서 붉은 피가 좌악 뿜어져 나왔다. 그걸 보자 케얼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피를 무서워해서일까? 아니다. 이드에 피가 섞이면 맛이 떨어지고 또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었다.
케얼은 번쩍 두 눈을 떴다. 그러자 전신에서 방사능이 뿜어 나오더니 재비 박사의 피가 엉겨 버렸다.
<됐다. 이제다!>
케얼은 쇠망치 같은 촉수로 가엾은 희생자의 몸뚱이를 뼈까지 두들겨 부숴 놓고는 달려들어 빨판으로 이드를 빨아먹었다.
<아아, 맛좋다!>
케얼은 빈 찌꺼기가 된 희생자의 몸뚱이를 내던져 버렸다.
이 때, 한 척의 우주 패트롤 정이 날아왔다. 타고있는 사람은 글로브너였다. 재비 박사가 혼자 희토류를 가지러 간 걸 알고 모튼 사령관에게 부탁하여 구원하러 나온 것이었다.
우주 패트롤 정은 낡은 아파트들의 위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긴급을 알리는 전파가 발사되었다. 글로브너가 재비 박사의 시체를 발견한 것이었다.
<이크 이거 안 되겠다. 이런데 있다가는 의심을 받게 되지. 그렇게 되면 두 번 다시 맛난 이드를 못 먹게되는 거야.>
케얼은 부리나케 비글 호 옆으로 돌아와서는 시치미를 떼고 바위 위에 드러누웠다.
글로브너는 옛 아파트들 사이의 길 가운데 쓰러져있는 재비 박사의 처참한 시체를 발견했을 때, 번득 케얼을 생각했다.
<어쩌면 그놈의 짓일지도 모른다. 아니, 그럴 리가 없지. 아까 까지도 그놈은 얌전하게 바위 위에 누워 있었어.>
전속력으로 비글 호에 돌아와 보니 케얼은 역시 한가로이 바위 위에 누워 있었다.
그러나 글로브너에게는 그 모습이 아주 배부른 때의 기분 좋은 모습으로 보였다.
모튼 사령관에게 재비의 시체를 발견했다는 보고를 하자 사령관은,
"저런! 나가는 걸 허락하지 않았어야 할 걸 그랬군."
하고 고개를 푹 떨어뜨리다가 퍼뜩 무슨 생각이 난 듯 마천루 발굴반을 전파로 불러내어,
"그 고양이는 계속 그 곳에 있었는가?"
하고 물었다.
4, 5명의 과학자가 한결같이,
"저희들은 작업에 열중해있었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합니다만 가끔 보면 바위 위에 누워 있곤 했습니다."
하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 고양이 군의 짓은 아닌가 보군."
사령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령관이 속은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케얼이 비글 호 곁을 떠나있던 시간은 불과 10분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재비 박사의 시체가 비글 호에 운반되었다. 시체를 본 의사 에거트는,
"이건 지독한데. 웬만한 힘이 아닌 아주 강력한 타격을 받았음이 확실해. 마치 해파리를 1,000톤 압착기로 눌러 뭉갠 것 같군."
하고 말했다.
"1,000톤 압착기로?"
모튼 사령관은 거대한 괴물의 모습을 마음속에 그려보았다.
"좋아! 작업반은 전원 급속히 비글 호 안으로 돌아오라."
붉은 빛으로 껐다켰다하는 서치라이트가 번쩍였다. 작업을 하고있던 과학자들은 황급히 돌아왔다.
재비 박사의 시체를 놓고 논쟁이 시작되었다.
"이 별에는 분명 거대하고 괴이한 짐승이 있는 것이다. 그 짐승이 재비를 죽인 게 틀림없다."
"그 짐승은 육식 동물일 것이다. 먹기 위해 박사를 죽였을 것이다."
"육식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수렵 본능에서 죽일 수도 있는 거니까."
누군가가 이 말을 했을 때 일동은 찬물을 끼얹은 듯이 오싹함을 느꼈다. 케얼이 어슬렁어슬렁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마치 기르는 고양이처럼 모튼 사령관의 발 옆에 앉아서 조용히 잠을 자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이 그 태도에 속아넘어갔다.
<재비를 죽인 게 이놈은 아닌 것 같다.>
그러자 에거트 의사가 그걸 증명하기라도 하듯이 말했다.
"재비 박사의 시체는 형편없이 짓이겨져 있을 뿐, 살이나 내장이나 혈액은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만일 육식 고양이 종류의 괴수가 습격한 것이라면 뼈와 가죽밖에 남아있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던 케얼 보호책임자 글로브너가 한마디했다.
"나는 이 고양이와 같이 24시간을 지냈습니다만 도무지 정체를 알 수가 없는 괴물입니다. 한 시라도 빨리 추방을 하거나 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생물학부장 이시하라 박사가 덤벼들 듯이,
"글로브너 군, 자네는 간단히 죽여버리거나 추방을 하자고 하지만, 우리들의 이번 탐험의 목적을 알고나 하는 말인가?"
하고 윽박질렀다.
"............."
"우리들의 목적은 미지의 별을 탐험하여 그 땅을 조사하고 암석을 채취해 가며 생물을 데리고 가는 것이네. 그런데도 귀중한 생물을 죽여버리면 학술탐험이 아니라 살육여행이 돼 버리지 않는가? 어때 자네, 안 그런가?"
상사의 말에 글로브너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학술상 표본을 가져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간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일 텐데.......>
하고 생각했지만 말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아까부터 맘에 걸리는 것만은 명백히 말하기로 했다.
"켄트 박사께 부탁드릴 일이 있는데요."
"그래? 무언가?"
"실은 재비 박사의 시체를 해부할 것이 아니라 화학반응 테스트를 해보는 게 어떨까 합니다."
"오, 화학반응 테스트를? 방사능으로 살해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건가?"
"그런 의심도 있습니다."
"으음, 이건 귀중한 조언이야. 해보기로 하지."
이때 케얼의 귀 레이더가 꿈쩍 움직였다
 
 
별나라의 귀염둥이
 
글로브너는 자기 방으로 돌아오자 'RX 1208의 이상한 생물'에 대하여 라는 자료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 놓으면 만일 우리들이 한사람 남지 않고 죽는다 해도 증거로서 남을 것이다.>
이 때 누군가 노크를 하는 사람이 있었다. 문을 열고 보니 교육자처럼 온화한 얼굴을 한 동양사람이 서 있었다. 한국인으로서 단 한사람 비글 호에 같이 탄 고고학자 장현두 박사였다.
"들어가도 좋은가? 글로브너 군."
"어서 오십시오."
글로브너는 장현두 박사에게 의자를 권하고 담배를 내놓았다.
"고맙소."
장현두 박사는 곧 얘기를 꺼냈다.
"글로브너 군, 나는 이 RX 1208은 예술의 별이라고 생각해."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시게 됐습니까?"
장현두 박사는 창 밖을 가리키며,
"잘 보게. 길이 비스듬히 나 있지 않은가? 그리고 산의 모양도 본 모습이 깨지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한 것 같네. 이건 말하자면 이곳에 살던 생물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걸세."
"과연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런 생물이 왜 멸망해 버렸을까요?"
"그 까닭은 앞으로 조사로써 알게 될 것이지만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큰 지진이라든가 화산 폭발이라든가 그런 것 때문이 아니고 어떤 생물 때문에 멸망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네."
"박사님은 저 괴물 고양이 때문이라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니, 난 증거가 불충분한 것은 결론 내리지 않는 주의야. 하지만 이걸 좀 보게."
장현두 박사는 가방 속에서 조그만 석상 같은 걸 꺼냈다.
"글로브너 군! 이게 뭔지 알겠나?"
"앗! 이건?"
글로브너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저 괴물 고양이이 머리와 비슷하군요. 박사님은 이걸 어디서?"
"아까 도시 복판에서 캐낸 거야. 무슨 장식이나 부적 같은 것으로 사용된 것 같군. 왜냐하면 이 RX 1208에서는 괴물 고양이는 수호신, 혹은 행운의 표상으로 되어 있었을는지도 모르지. 우리 나라의 이웃인 생물학 부장 이시하라 박사의 나라 일본에도 괴물 고양이는 아니지만 고양이가 행운을 갖다 준다고 해서 받들어 모시고 있지. 니꼬라는 지방에 마네끼네꼬라는 앞발로 사람을 부르는 시늉을 하고 있는 고양이의 장식물이 있지. 일본뿐만이 아니고 인도에서는 소가 신과 같이 되어있지. 그러나 동물이란 건 정중하게 대접하면 덤벼들길 잘하는 거야. 이 RX 1208의 지배자는 건물의 구조에서 추측할 때, 우리들과 같은 두 발 생물이라는 점이 확실하지만 만일 괴물 고양이가 신격화됐다고 한다면 덤벼들어서 제 지배자를 해치고 한 사람도 남기지 않고 잡아먹었다고도 생각할 수 있는 거야."
글로브너는 용기가 난 듯이 활발하게 말했다.
"그럼, 박사님은 제 의견에 찬성해주시는 거군요. 한시바삐 저 괴물 고양이를 없애버리지 않으면 큰일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장현두 박사는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
"확실히 그럴 가능성은 있어. 하지만 글로브너 군! 생물학 부장 이시하라 박사의 말도 일리가 있어. 자네도 생각해 보게. 이 비글 호를 우주에 날려보내기 위해 미국을 비롯해 온 세계 여러 나라는 몇 백억 달러라는 많은 돈을 내고 있네. 그런 비글 호가 만약 학문적 수확이 없이 지구로 돌아간다면 세상에서 가만히 보고있질 않을 걸세. 더구나 우주개발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비글 호를 개발하기보다 가까운 달을 더 연구했어야 할 것'이라고 말할 것이 뻔해. 모튼 사령관도 초조해 있네. 그러니까 저 괴물 고양이 한 마리라도 선물로 가져가려고 하는 거야."
글로브너도 장현두 박사가 하는 말이 이해가 갔다.
"박사님! 저는 제 의견을 너무 고집했나 봅니다. 앞으로 조심해서 말하겠습니다."
 
 
사라진 칼륨
 
이 때 스피커가 울렸다.
"글로브너 군, 켄트다. 화학분석을 해본 결과가 나왔네. 이시하라 부장도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와주게."
"예, 곧 가겠습니다."
글로브너는 부리나케 화학분석실로 달려갔다.
글로브너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켄트 부장이 말했다.
"이것 보게. 아주 대단한 일이 발견됐네."
"뭔데요?"
"재비의 시체 속의 혈액은 방사능이나 그런 것을 쬐었는지 풀처럼 엉겨있단 말일세. 게다가 몸에서 칼륨이 거의 다 없어져 있었네. 자네도 잘 알겠지만 칼륨은 단백질과 함께 세포 속에 들어있는 것이지. 보통 죽음에 이르면 세포 속의 칼륨은 혈액 속에 흘러 들어가고, 만약 치명상을 당했을 때 같으면 몸밖으로 흘러나가 버리는 거야. 그러고 보면 그 무엇이 재비를 죽일 때 방사능으로 혈액이 흐르지 못하게 하고, 칼륨이 혈액 속으로 흐르는 걸 중지시킨 거란 말이네. 이런 일은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야. 왜 칼륨을 포함한 세포가 재비의 몸 속에서 몽땅 사라져 버렸는가 하는 일이네."
시델 부장은 놀란 듯 목을 움츠리며 말했다.
"그러면 그 무엇이 재비의 몸에서 세포만을 빨아먹었다는 거로군요."
켄트 부장은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지금까지엔 그렇게 밖에 달리 생각할 수가 없단 말이네."
그러자 두세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저 괴물 고양이의 짓이야. 저놈이 빨판으로 빨아먹은 게 틀림없어."
텔레비전의 스위치를 넣었다. 그러자 귀빈실에 축 늘어져 누워있는 케얼의 모습이 나타나 보였다.
글로브너는 목소리를 죽여 말했다.
"여러분 가운데에는 고양이를 기르는 분도 많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저놈의 얼굴을 보십시오. 몹시 배부른 모양 아닙니까? 저놈의 일상 식품은 동물 몸 속에 들어있는 살아있는 세포입니다."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끝까지 케얼을 지구로 데리고 가고 싶어하는 이시하라 생물학 부장이 시뻘개진 얼굴로 말했다.
"글로브너 군, 그놈이 세포를 좋아한다는 증거를 보여주게. 만일 그놈이 살아있는 세포를 좋아한다면 제일 가까이 있는 자네는 맨 먼저 세포를 빼앗겼을 게 아닌가."
글로브너는 노여움을 누르면서 말했다.
"나도 겨우 서른한살이 됐을 뿐입니다. 내 몸의 세포를 저런 괴물에게 줄 생각은 없어요. 그 대신 저 놈의 먹이가 세포라는 증거를 댈 방법은 있습니다."
"그래 어떤 방법인가?"
글로브너는 켄트 박사를 향해,
"켄트 박사님, 인공적으로 산 세포를 만들어내는 방법은 없습니까?"
하고 물었다.
"글쎄! 만일 여기 몰모트가 있다면 만들어 낼 수 있는데, 어떻게 해서든지 연구해서 만들어 보겠네. 그러나 괴물 고양이는 예민하기 때문에 곧 인공제품인걸 알아낼 걸세."
"아니 그래도 괜찮습니다. 조금이라도 흥미를 느낀다면 그걸로 훌륭한 해답이 되니까요."
저녁 무렵 화학 권위자 켄트 박사는 훌륭하게 인공세포를 만들어 냈다.
"켄트 박사님, 이걸 유리 그릇에 넣어 주십시오. 그리고 스미스 생물학 부장님더러 괴물 고양이이게 갖다 주도록 말씀해 주십시오."
그러자 여태까지 괴물 고양이를 옹호하고 있던 이시하라 부장은 황급히 꽁무니를 빼며 말했다.
"난 고양이라면 아주 싫어하는 사람이야. 고양일 좋아하는 사람더러 가져가게 하게나."
글로브너는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제가 가져가지요. 그 대신 여러분들도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서 따라와 주십시오."
모튼 사령관의 허가를 얻은 글로브너, 이시하라, 켄트 그리고 리스 선장 등 네 사람은 인공세포가 든 그릇을 가지고 케얼이 있는 층계로 올라갔다.
케얼은 방문이 열리자 당장 굉장히 맛난 먹이가 온 것을 알아 차렸다. 케얼은 용수철 같은 안테나를 곤두세웠다.
그러자 글로브너의 라디오가 지지지지 하고 잡음을 냈다. 글로브너는 케얼이 눈치챌 것을 염려하여 작은 소리로,
"저놈이 벌써 반응을 보였습니다. 까딱하면 큰일이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하고 조심조심 케얼에게 다가가서, 그 코앞에 물렁물렁하여 젤리 같아 보이는 세포가 든 그릇을 놓았다.
케얼은 그것에 덤벼들지 않았다. 그러나 교활한 케얼은
<흥! 두발 놈들, 내가 무얼 먹고사는지를 알아보려고 하는 거지. 그런 시험에 내가 걸려들 줄 아나?>
하고 일부러 자는 체했다.
켄트 화학 부장이 만든 인공 이드는 훌륭한 걸작이었다.
그 맛난 냄새를 맡은 케얼은 군침이 돌아 제 생각과는 반대로 안테나를 부르르 떨며 전파를 발사하고 만 것이었다.
"지지지지......."
비글 호 안의 라디오 전파는 심한 방해를 받았다.
켄트 부장은 좋아란 듯이,
"이놈의 일상 먹이는 이드다. 재비 몸 속의 세포를 빼내어 먹어치운 건 바로 이놈이야!"
하고 단언했다.
이 말을 들은 순간, 케얼은 크게 흥분을 했다.
"이제 알았느냐!"
하며 촉수를 내밀어 해파리 발 같은 촉수로 그릇을 끌어 잡아당기며,
<내친걸음이다. 끝까지 해치우자.>
하고 단번에 먹어 버렸다.
그러나 그건 인공 이드였던 것이다. 진짜에 비해서는 맛이 아주 떨어진다.
"웩 웩......."
케얼은 구역질을 했다.
<날 속였겠지.>
남아있는 세포를 힘껏 켄트 부장에게 내던지고는,
<이렇게 된 바에야 우선 너부터 먹어 버리겠다.>
하며 맹렬히 덤벼들려 했다.
그러나 켄트 부장도 방심하고 있진 않았다. 허리에 차고있던 총을 뽑아들기가 무섭게 케얼에게 쏘았다.
그 총이야말로 지구의 과학이 만들어낸 최고의 총, 뇌파 마비총이었다. 특수한 음파로서 적의 뇌파를 마비시켜 넘어뜨리는 것이다.
"콰광!"
켄트 부장이 발사한 강렬한 음파는 케얼의 커다란 머리통에 명중했다.
그런데 괴물 케얼은 약간 머리를 흔들며 비틀거렸을 뿐이었다.
뇌파 마비총은 어린애 장난감총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이었다.
리스 선장도 함께 뇌파 마비총을 일제히 괴물 고양이를 향해 쏘아댔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케얼은 전신의 털을 마치 고슴도치처럼 곤두세우고 파랗게 타는 눈으로 켄트 부장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켄트 부장은 두 손으로 자기 머리를 감싸더니,
"앗. 저려!"
하고 소리치며 픽 쓰러져 버렸다.
이 광경을 보며 케얼은 속으로 비웃고 있었다.
<하하하, 이놈들은 정말 바보들이로구나. 나는 적의 에너지를 받아 모아 가지고 그걸 갑절로 해서 되돌려 주는 능력을 날 때부터 갖고있단 말이야. 자 좀더 쏘아봐라.>
케얼은 한발한발 글로브너들 앞으로 다가갔다.
글로브너는 물러서면서 벽에 붙은 부저의 버튼을 눌렀다.
"찌르르릉......"
요란스런 부저 소리가 우주선 안으로 온통 울려 퍼졌다.
격에 맞지도 않게 신경질적인 케얼은 깜짝 놀라 뛰어올랐다.
글로브너의 머리 위를 높직이 뛰어 넘어 벽에 꽝 부딪쳤다.
그 다음 순간, 두께가 2센티미터의 철판으로 된 벽을 마치 종이처럼 뚫고 복도로 뛰어나가 버렸다.
만일 부저를 울리지 않았더라면 케얼이 화난 김에 글로브너 일행을 죽였을 것은 뻔한 일이었다.
 
 
지옥의 배 비글 호
 
복도로 나온 케얼은 앞쪽에서 병사들이 바주카포(로켓식 대전차포)같은 병기를 들고 달려오는 걸 보았다. 그것은 원자선 파괴포였다. 케얼은 본능적으로 자기에게 무서운 병기임을 알아 차렸다.
<흥! 두 발 바보들이 진정 나하고 싸울 작정이군. 좋다. 그렇다면 나도 가면을 벗어 던지고 싸울 테다. 싸워 이기기 위해선 우선 배부터 채우고 볼일이야.>
케얼은 복도를 돌아갔다. 거기엔 전자 자물쇠로 잠겨진 문이 있었지만 케얼은 촉수로부터 자력을 뿜어내어 순식간에 열어 젖혔다.
그 방은 침실이었다. 자고 있던 일곱 명의 승무원들이 비상벨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 출동 준비를 하고 있었다.
케얼은 촉수를 내저어 닥치는 대로 쓰러뜨렸다. 그래도 죽지 않은 사람은 목을 쳐서 죽였다. 이런 방법으로 하면 피가 나지 않고 이드가 남는 것이다
케얼은 빨판을 씨서 그 일곱 사람의 이드를 겨우 15초 동안에 모조리 빨아먹었다.
배가 부르니까 케얼은 더욱 대담해졌다.
<자, 다음은 기관실을 점령하자.>
케얼은 다시 다음 방문의 전자 자물쇠를 소리도 없이 열었다.
그 방은 하사관실이었다. 24명의 하사관들이 자고 있었는데 단 30초 동안에 한 사람 남기지 않고 때려 죽였다.
지구가 이룩해 놓은 과학의 결정, 비글 호는 바야흐로 지옥의 우주선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700명의 과학자와 300명 가까운 군인들은 대체 무얼 하는 사람들인가? 단 한 마리의 괴물 고양이 때문에 공포에 떨며 용기도 이성도 다 잃어버린 것일까?
분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사실 그러했다.
우주선 비글 호는 정밀한 컴퓨터에 의지하여 비행을 계속해왔다. 컴퓨터에 의지하는 한 99.9999퍼센트 안전했던 것이다.
그리나 컴퓨터는 과거의 데이터와 숫자에는 강했지만 정체 모를 수수께끼에는 약한 것이다. 케얼의 사진을 넣어 보았지만 '고양이 비슷한 괴수'라는 답밖에 나오지 않았다.
과학자들도 허둥댈 뿐이었다.
20세기의 군대는 과학자의 지시가 없어도 강한 적을 만나면 자기가 가진 무기로써 앞질러 공격을 했었다. 그러나 최근의 군인은 모든 것을 과학자에게 맡긴 로봇으로 변해 버렸다.
만일 명령에 관계없이 원자선 파괴포를 케얼을 향해 쏘았더라면 비극은 적게 끝날 수 있었을 것이었다.
사령관 실에서는 말할 것도 없이 긴급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회의실 뒷벽에 있는 텔레비전에 혀로 입술을 핥으며 다음 먹이를 노리고 있는 케얼의 모습이 크게 비치고 있었다. 모튼 사령관은 생물학 부장 이시하라에게 말했다.
"이시하라 부장, 저 괴물 고양이의 엑스레이 사진을 찍어보면 어떨까? 놈의 몸 구조를 알게 되면 동시에 그놈의 약점을 알아낼 수도 있을 것 같으니 말일세."
"그건 좋은 생각이십니다. 곧 텔레비전 카메라에 붙여서 찍어 보지요."
리모트 X(엑스)선 카메라는 텔레비전 렌즈를 통해 케얼을 촬영했다. 현상은 3초 동안에 완성되었다.
"어디 봅시다."
필름을 뽑아내자 수십 개의 눈이 일제히 그걸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곧,
"아아!"
하는 탄식이 흘러 나왔다.
거기에는 하얀 고양이 모습만이 찍혀있을 뿐이었다.
"어찌된 걸까. 이건 실패한 거지?"
이시하라 부장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글로브너가 나서며 말했다.
"실패가 아닙니다. 괴물 고양이는 제 사진을 찍히고 싶어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뭐라고?"
"실은 제가 어제 촬영해 보았습니다. 그리니까 저놈은 벌써 그걸 알아차리고 전신에서 강렬한 방사능을 내어 필름이 노출 과다된 것처럼 만들어 제 몸의 구조를 알아내지 못하게 했었습니다."
"과연 괴물 고양이로군."
과학자들도 머리를 저었다. 모튼 사령관은 초조해져서 말했다.
"글로브너 군, 괴물 고양이는 대체 무슨 계획을 하고 있는 건가?"
"저도 알 수가 없습니다."
글로브너가 말했을 때, 텔레비전의 화면이 환히 밝아지며 영상이 사라져 버렸다.
"괴물 고양이가 방사능으로 전파를 방해하고 새로운 활동을 개시한 겁니다."
이때, 기관실 근처에 있는 방에서 전화를 통해,
"사람 살려! 사람 살려!"
하고 지옥에서 나는 듯한 비명이 들려왔다. 글로브너가 사령관에게 황급히 말했다.
"큰일났습니다. 괴물 고양이는 기관실을 점령하려 하고 있습니다."
"기관실을 점령해? 무엇 때문에?"
"아마도 이 비글 호를 저희 족속이 있는 곳으로 착륙시키려는 것이겠지요."
"어림없는 짓이지. 그놈은 제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결국은 고양이에 지나지 않아. 전자두뇌로 움직이고 있는 비글 호를 조종해낼 턱이 없어."
선장 리스 대령이 바위더미 같은 몸집을 부르르 떨면서 말했을 때, 쿵하고 배에 약한 진동이 전해져 왔다.
"이크! 비글 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엔진이 시동된 모양이야."
"괴물 고양이가 한 짓이다."
리스 선장은 마이크를 통해 직접 기관실을 불렀다.
"페논즈, 어떻게 된 거냐? 스톱 장치를 걸어라! 대답해. 대답하란 말야!"
여기 대한 대답은 '꾀꾀꾀액'하는 괴상한 고함 소리였다.
"괴물 고양이의 소리다."
뒤이어 케얼의 얼굴이 텔레비전에 비쳐 나왔다. 케얼은 흰 이빨을 드러내며 비웃고 있는 듯하였다. 고양이가 웃는다는 동화는 더러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비글 호의 968명의 승무원들은 지금 텔레비전을 통해 그 동화가 전혀 거짓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케얼은 마치 검은 그림자처럼 기관실을 뛰어 다니고 있었다.
"아, 저놈이 긴급 발진장치를 움직였다!"
엔진에 대해 잘 아는 한 사람이 소리치자 이와 함께 엔진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단번에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균형이 잡히지 않아 비글 호는 약 20도 기울어졌다.
"와아!"
비글 호의 사람들은 일제히 벽에 부딪쳐 버렸다.
"꽝!"
비글 호는 마치 연습을 막 시작한 운전사가 운전하는 자동차처럼 앞으로 푹 고꾸라지면서 떠올라 갔다.
그러는 동안에 케얼은 조종하는 요령을 알아차린 것 같았다. 엔진 상태도 좋아지고 속력이 올라갔다.
그런 대로 케얼은 RX 1208의 인력권으로부터 비글 호를 빼내려는 모양이었다.
바로 우주로 마구 달리고 있었다.
당연한 일로 굉장한 G(중력)가 덮쳐 왔다. 6G, 7G,.......
"워워워......"
승무원들은 눈알이 튀어나오고 내장이 터져 버릴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
그래도 만일의 경우를 생각하여 우주복을 곁에 두고 있었던 덕택으로 968명의 귀한 생명은 구해졌다.
우주복을 입자 몸도 호흡도 편해졌다. 그렇지만 비글 호는 깜깜한 공간을 날아가고 있었다.
모튼 사령관은 마이크를 통해 승무원들에게 소리쳤다.
"여러분, 우리들의 비글 호는 지금 한 마리의 괴물 고양이 때문에 곤경에 빠져 있소. 비글 호의 엔진은 무한한 항속력을 가지고 있소. 만일 이대로 내버려두면 우리들은 영원히 끝없는 우주 속을 방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오. 한시바삐 괴물 고양이를 없애지 않으면 안되오. 무슨 묘안이 있으면 말해주기 바라오."
그러자 쉬는 차례에 있던 기관 작업원의 한 사람이,
"엔진은 사령실에서 멈추게 할 수 있지 않습니까?"
하고 말했다.
가까스로 기관실에서 도망쳐 나온 페논즈 기관장이 모튼 사령관을 대신하여 대답했다.
"괴물은 지금 엔진을 부릴 줄 알게 되어 용기 백배해 있소. 만일 스위치를 꺼서 엔진을 멈추는 날이면 그놈은 심사가 나서 더 덤빌 것이오. 그놈이 덤비는 날에는 지금 형편으로는 어쩔 수가 없을 거요."
참으로 어이없는 대답이었다. 그러나 사실이 그러했으므로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리스 선장은 과연 군인이었다.
"모튼 사령관님, 페논즈 기관장의 말대로 괴물 고양이가 배를 조종하느라고 정신이 쏠려 있을 때 총공격을 해야 합니다. 괴물 고양이가 있는 기관실로 통하는 문을 태워 뚫고 공격대를 돌입시키면 상대는 기껏해야 한 마리의 고양이입니다. 때려눕히는 데 3분도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뒤에서 이 말을 들은 글로브너는,
<괴물 고양이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고등 생물이다. 그런 방법으로 공격할 수 있는 건 아니야.>
하고 생각했지만 이제 와서 반대해 보았자 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입을 다물었다.
모튼 사령관은 리스 대령의 의견을 채택하기로 했다. 그는 또박또박한 말씨로,
"자, 곧 공격을 개시한다. 페논즈 군, 열선포를 가진 대원을 열 사람 선발해 주게. 제 1반 5명은 내가 인솔하여 기관실로 가는 도어 A(에이)로 향한다. 제 2반은 자네가 인솔하여 도어 B(비)로 향해 가게. 그리고 열선포로 도어를 녹여 뚫고 동시에 돌입한다. 알겠나?"
"예! 사령관님."
5분 후, 공격대는 제각기 맡은 부서로 배치됐다.
비글 호는 여전히 고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글로브너는 모튼 사령관의 작전에 의문을 느끼면서도 100미터쯤 뒤쪽에 서서 견학을 하기로 했다.
모튼 사령관은 마이크를 꽉 쥐고 조종 부장 세렌스키를 불러 말했다.
"세렌스키 군, 내가 신호를 하거든 곧 엔진 계통 이외의 모든 전원을 끊어주게."
"예, 알았습니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돌격 대원들을 향해 모튼 사령관은 말했다.
"이건 일종의 신경전이다. 갑자기 깜깜해지면 괴물 고양이도 무언가 무서운 일이 일어나는 줄 알고 불안에 사로잡힐 게 아닌가?"
"과연 그건 좋은 생각입니다. 전문가인 저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시델 심리학 부장도 맞장구를 쳤다.
"메인 스위치를 끊어라!"
모튼 사령관은 긴장하여 명령을 내렸다.
다음 순간, 비글 호는 온통 캄캄해졌다.. 우주복에 붙어있는 헤드라이트가 반딧불처럼 보일 뿐이었다.
그 엷은 불빛에서 볼 수 있는 승무원들의 얼굴은 어느 누구나 다 긴장으로 굳어져 있었다.
"제1반, 열선 방사!"
열선 방사기의 아주 작은 원자 발생로는 우웅 소리와 함께 몇만 도라는 보이지 않는 열선이 두꺼운 철문으로 발사되었다.
도어의 두꺼운 쇠는 금새 달구어져서 마치 땀을 흘리는 것처럼 녹은 쇳물이 뚝뚝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쇳물은 금새 몇 줄기의 폭포가 되었다.
2분, 3분.......
철문은 보석처럼 빛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다 녹아 뻥 큰 구멍이 뚫렸다.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모튼 사령관은 조급하게,
"세렌스키 군, 텔레비전을 통해 그 놈의 모습을 보게. 겁이 나서 구석에 숨어 있을지도 모르네."
그러자 세렌스키의 울먹이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사령관님, 전원을 전부 끊어 놓았기 때문에 텔레비전은 아무 소용도 없습니다."
"그런가......?"
모튼 사령관의 목소리는 맥이 풀린 듯 했는데 갑자기,
"야아앗!"
하고 소리쳤다. 조금 전까지 새빨갛게 빛나고 있던 철문이 차차 검은 빛깔로 변하기 시작했다. 열선 방사를 계속하고 있는 데도.......
"이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글로브너는 보고만 있을 수가 없어 사람들을 비집고 앞으로 나와,
"모튼 사령관님, 이 이상 열선 방사를 계속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왜?"
"사령관님도 아시다시피 중요한 기관실을 지켜주는 저 문은 특수금속으로 되어 있습니다. 괴물 고양이는 저 문이 녹아버리면 큰일이라 생각하고 제 몸에서 특수 전자광선을 내서 안에서부터 강제로 냉각시켜 굳혀버린 게 틀림없습니다."
다른 문으로 간 페논즈 기관장도 달려와서 열선 방사포가 소용없게 된 것을 보고했다.
켄트 부장도 초조한 어조로,
"이렇게 되면 원자선 파괴포를 쓸 수밖에 없어!"
하고 말했다.
그러나 그 안은 여러 사람으로부터 크게 반대를 받았다. 만약 잘못되어 엔진을 상하게 되는 날에는 그야말로 영원히 지구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었다.
 
 
격퇴 작전 회의
 
모튼 사령관은 주요 간부를 회의실로 불러모았다.
글로브너는 참석하지 않으려 했지만 장현두 박사로부터,
"자네도 참석해 주게."
하고 권유를 받아 회의실에 들어갔다.
과학자들은 여러 가지 의견을 내놓았지만 모두 위험성이 많은 것들뿐이었다.
여기저기서 한숨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장현두 박사가 입을 열었다.
"글로브너 군에게 좋은 안이 있나 알아봅시다."
"그렇다면 어디 말해보게."
모튼 사령관도 리스 선장도 서른 한 살의 젊은 과학자 글로브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모두들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붙잡으려는 표정이었다.
글로브너는 얼굴을 조금 붉히며 말을 꺼냈다.
"대선배님들 앞에서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저 괴물 고양이에 대해서 저의 의견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먼저 양해를 구하고 싶은 건 저의 의견 가운데는 여기계신 장현두 박사님의 의견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자 이시하라 박사가 성난 얼굴로 말했다.
"글로브너 군, 서론은 그만 두어도 돼. 아무튼 자네가 생각한 괴물 고양이 퇴치법을 이야기하게."
그래도 글로브너는 이시하라와 말에는 개의하지 않고 말을 계속했다.
"제가 생각하기엔 RX 1208에는 우리들 지구인 정도의 과학력을 가진 생물이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생물은 무엇 때문인지 몰라도 괴물 고양이들을 사랑해서 길들이고, 지구의 돼지나 소와 같은 가축을 길러서 괴물 고양이에게 먹이로 제공해 온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천재 이변이나 혹은 전쟁으로 해서 그 생물이 다 죽어 없어졌습니다. 길러주던 주인을 잃어버린 괴물 고양이들은 굶주려 서로 잡아먹기를 시작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우리가 얻은 저 괴물 고양이는 가까스로 살아남은 것 중의 한 마리라는 것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저놈도 굶주리고 있었습니다. 이 우주선 비글 호에 끼여들어 온 것은 우리들 몸 속의 이드를 빨아먹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
"하지만, 우리들에게는 예상 밖의 강한 놈이었습니다. 과학이 발달된 별에서 자란 저놈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원자선 파괴포를 복도에서 힐끗 보기만 하고서도 무서운 병기라는 걸 알아챘습니다. 그리고 그 병기가 좁은 곳에서는 쓰지 못한다는 것도 알고 스스로 좁은 기관실로 도망쳐 들어간 것입니다. 괴물 고양이가 어떻게 두꺼운 쇠문을 뚫고 들어갔는지 그 방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 기관실 문은 미세한 금속 가루를 틀에다 넣고 전자기 구조에 의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런데 저 괴물 고양이는 밖에서 보기만 하고도 그 구조를 알아내어 자가 발전을 해서 제 몸을 자력화시켜 문의 금속가루를 결합시키고 있는 힘을 흩어지게 한 것입니다. 그리고는 번개같이 뚫고 들어간 것입니다. 그리고 나선 페논즈 기관장을 내쫓고 내부에서 전자 자물쇠를 걸어 제가 기관장이 된 것입니다."
모튼 사령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런데 어째서 그놈은 우주선을 조종하고는 좋아했을까?"
"여러분도 다 아시는 바와 같이, 고양이란 놈은 기분파입니다. 무슨 새로운 물건을 집에 들여다 놓으면 눈을 빛내며 열심히 견학을 합니다. 괴물 고양이도 마찬가지입니다."
"하긴 그렇겠군. 꽤 흥미로운 의견이네마는 좀 독단적인데."
이시하라 생물학 부장은 옆에 있는 켄트 화학 부장에게 말했지만 켄트 부장은 메모를 하며 젊은 글로브너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글로브너는 말을 계속하고 있었다.
"저는 여기 계신 분들처럼 전문과목의 깊은 지식은 갖고 있지 못합니다만, 저 괴물 고양이에 대해서는 특히 접촉이 많았던 관계로 상당히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놈은 정말 엉뚱한 놈입니다. 사람의 말을 이해하는 능력, 레이더, 에너지를 갑절로 해서 되보내는 능력, 단단한 물체를 뚫고 나가는 재주, 방사선, 미지의 기계에 대한 이해력......, 모두 우리들이 생각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
여기저기서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글로브너는 개의하지 않고 말을 계속했다.
"그러나 저는 그놈의 약점을 알아냈습니다. 처음 저놈이 이 비글 호에 왔을 때의 일을 생각해 봐주십시오. 저놈은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상승한 것만으로 겁을 내어 엘리베이터를 할퀴어 망가뜨렸습니다. 그런 행동은 그놈의 큰 실수였습니다. 그놈은 숨겨두고 있어야 할 자기의 초능력을 드러내 보이고 말았습니다. 만일 점잖게 하고 있다가 갑자기 행동을 했다면 비글 호의 승무원 중 적어도 100명은 그 놈의 밥이 되어버렸을 것입니다. 이와 같이 그놈은 뜻밖에도 신경질이 대단합니다. 그러므로 그 점을 이용하여 그놈을 여기서 쫓아내는 작전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모튼 사령관은 상체를 앞으로 쑥 내밀며 물었다.
"반가속도, 다시 말하면 비글 호에 급브레이크를 걸어서 저놈을 놀라게 하는 방법은 어떻겠습니까? 기관실은 놈에게 점령되어 있지만 기술적으로 어떻게 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조종 부장 세렌스키가 대답했다.
"물론 메인 스위치를 끊어 반가속도 장치를 작동시키면 됩니다. 그렇지만 뭐니뭐니 해도 선체에 상당한 무리를 주기 때문에 장시간에 걸쳐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시하라 생물학 부장도 이의를 제시했다.
"괴물 고양이는 대단히 순응성이 있기 때문에 곧 익숙해질 것도 생각해야 되겠지요."
이때까지 잠잠히 듣고만 있던 장현두 박사가 일어서서 말했다.
"동양에는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문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즉 위태로운 지경에 몰리면 약한 쥐가 강한 고양이를 문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들은 저 괴물 고양이 때문에 고생을 당하고 있습니다만 괴물 고양이 편에서는 이와 반대로 궁지에 몰린 기분일지도 모릅니다. 이 이상 강한 수단을 쓰면 손해가 많아질 뿐입니다. 그러느니보다는 어디 도망칠 길을 열어 주면 그놈은 달아날지도 모른다는 말씀입니다."
"동양적인 생각이군. 우주 시대에 통할까요?"
스미스 부장이 내뱉듯이 말했다.
글로브너가 다시 말을 이었다.
"저도 장현두 박사의 의견에 찬성입니다. 그럼 이런 작전은 어떨까요? 반가속도를 걸어서 비글 호를 흔들리게 하여 그놈을 놀라게 합니다. 그놈이 도망갈 길을 찾습니다. 그럴 때 제가 기관실 옆에 있는 우주 패트롤 정 창고로 들어갑니다. 신경질적인 그놈은 전 신경을 집중할 것입니다. 저는 기회를 보아 우주 패트롤 정을 타고 밖으로 튀어 나갑니다. 그놈은 이 우주선이 '추락할지도 모른다. 나도 여기 있으면 위험하다'라고 생각하고 우주 패트롤 정을 타고 도망칠 것입니다."
"그렇군! 그래."
모튼 사령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공작 부장이,
"사실은 우주 패트롤 정은 두 척이 있습니다만 한 척은 분해수리 중입니다."
라고 말했다.
이 말에 좋은 묘안이 그만 수포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글로브너는 말을 계속했다.
"아니 그 놈은 곧 조립해 낼 것입니다. 그놈은 그만한 지식과 기술을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그럴까?"
모두들 머리를 갸웃거렸으나 글로브너는 고집을 버리지 않았다.
"좋아, 어디 한번 해보자."
모튼 사령관은 결정을 내리고 면밀한 작전을 세웠다.
 
 
우주 공중전
 
케얼은 기관실 안에서 몸을 길게 뻗고 누워 있었다. 지금까지의 싸움에서 에너지를 거의 다 써버렸으며, 계속 신경을 날카롭게 곤두세우고 있었기 때문에 무척 피로해진 것이다.
식욕조차 없어져 있었다. 당장이라도 제가 살던 별 RX 1208로 돌아가고 싶어 못 견딜 지경이었다.
<한숨 잠이나 잘까보다!>
케얼은 기관실 구석으로 가서 털썩 드러누웠다. 바로 그때였다. 갑자기 엄청나게 큰 충격이 닥쳐 왔다. 케얼은 비글 호의 진행방향을 향해 수십 미터나 날려가서 벽에 호되게 부딪쳐 버렸다.
"아니, 어떻게 된 거야!"
그러자 이번에는 반대 방향으로 날려가서 꽝하고 부딪쳐 버렸다.
사실은 세렌스키가 반가속도 장치를 사용하여 비글 호를 공중에서 급정지시켰다 급발진시켰다 한 것이었다. 승무원들은 제각기 벨트로 좌석에 몸을 꽉 묶어놓고 있었기 때문에 견딜 수 있었지만 케얼로서는 처음 당하는 일이었으므로 여간해서는 버티기 힘든 일이었다.
마치 깡통 속에 든 유리구슬 같은 형편이었다.
<이상하다. 틀림없이 엔진에 고장이 난 모양이다.>
"워워워......!"
케얼은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엔진에 힘을 가했다.
그러자 충격은 더욱 심해졌다.
케얼은 밖으로 달아나고 싶었다. 공작실 문 쪽으로 향해 갔다. 초능력으로 그 방의 상태를 살펴보니 무엇인가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결국 이 비글 호는 추락할 것이다. 타고있던 놈들이 도망칠 준비를 시작한 거야.>
케얼은 초조해졌다. 그리고 무서웠다. 공작실을 향해 달려가서 비글 호의 발전기에서 전기를 받아 제 몸을 변압기로 하여 자력을 만들어 문에다 방사했다.
분자와 분자의 결합이 느슨해지는걸 보고는 몸으로 힘껏 밀었다.
문에 커다란 구멍이 뻥 뚫렸다. 그 구멍으로 뛰어든 케얼은 글로브너가 우주 패트롤 정을 타려고 하는 걸 보았다.
<기다려! 그것은 내가 탈 테다!>
케얼은 와락 달려들어 촉수로 글로브너를 밀쳤다.
그러나 글로브너가 우주 패트롤 정의 발진 레버를 당기는 것이 순간적으로 빨랐다.
"윙......."
우주 패트롤 정은 새까만 공간 속으로 날아가 버렸다.
<저 놈이!>
케얼은 이를 빠드득 갈았지만 별 수 없었다. 그러나 한구석에 또 한 척의 분해수리 중인 우주 패트롤 정이 있는 걸 발견했다.
<좋아! 저걸 고쳐 쓰자.>
케얼은 부리나케 달려갔다. 기계에 뛰어난 능력을 가진 케얼은 한 번 보고 우주 패트롤 정의 장치를 알아차렸다.
<흥! 요런 것쯤이야 눈 깜짝할 사이지.>
케얼은 생쥐보다도 더 재빠르게 움직였다. 여기저기서 부분품을 모아와서 수리를 해 나갔다.
감시 텔레비전으로 보고있던 공작 부장은,
"하아, 저렇게 고치면 훨씬 능률적이군."
하고 감탄했다. 그러고 보니 고양이에게 배우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그리나 케얼은 공작실 한 구석에 우주 패트롤 정에 싣기 위한 소형 원자선 파괴포가 있는 걸 발견했다.
<이것 봐라. 정말 잘 됐군.>
하고 우주 패트롤 정 앞쪽에 붙이기 시작했다.
<이거 정말 야단 났소. 내버려뒀다가는 저놈이 원자선 파괴포로 비글 호를 공격해 오게 된다.>
공작 부장은 모튼 사령관에게 보고를 했다.
"뭐라고? 괴물 고양이가 원자선 파괴포를 우주 패트롤 정에다 붙인다고? 그렇게 되면 끝장이다. 빨리 그놈을 놀라게 해서......."
비글 호는 반가속도 운전을 되풀이했다.
그러자 사방 벽은 커다란 망치가 되어 케얼을 이쪽저쪽에서 돌려가며 두들기는 식이 되었다.
<옳지, 지금이다.>
공격대는 다시 열선포로서 공작실 문을 녹이기 시작했다.
케얼은 당황했다. 문도 녹지 않게 식혀야 했고 우주 패트롤 정도 수리해야 했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떠날 때 두세 사람의 이드도 먹고 싶었다. 그러나 놈은 하나 뿐인데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해낼 도리가 없었다.
<오냐, 우선 이 우주 패트롤 정이나 빼앗아 타자. 우리 별로 돌아가서 친구들을 불러 가지고 다시 이 우주선을 습격해서 그때야말로 점령해 버려야지!>
케얼의 손은 어지럽게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이제 곧 완성될 무렵, 드디어 문이 녹아 뚫렸다. 그리로 쑥 들어온 것은 원자선 파괴포였다.
모튼 사령관이 마이크로 소리쳤다.
"작전을 변경한다. 괴물 고양이를 우주정 밖으로 내보내선 안 된다. 원자선 파괴포로 쏘아 죽여라. 비글 호의 선체에 다소 손상이 가도 할 수 없다."
케얼은 무얼 생각했는지, 우주 패트롤 정에서 뛰어 내리더니 공작실 벽에 도마뱀처럼 달라붙었다.
<어떻게 된 걸까? 저놈이 이젠 할 수 없이 항복을 하려는 건가?>
리스 대령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그건 당치 않은 예상이었다.
케얼은 남은 힘을 다해서 발전기로부터 전류를 몸에 끌어들여 제 몸을 변압기 대신해서 벽을 향해 전류를 쏟아내고 있었다.
케얼의 몸뚱이는 과중한 전류로 해서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 뜨거운 몸을 와들와들 떨며 귀의 촉수는 이제 바로 끊어질 듯이 흔들거렸다.
그러나 벽은 문보다도 훨씬 더 두꺼웠던 것이다.
1분...., 2분.....
<이젠 됐다!>
케얼은 좋아서 몸을 떨었다. 벽의 합금 빛깔에 약간의 변화가 나타났던 것이다.
몸을 통해 전해져 가는 에너지의 흐름이 점점 순조로워졌다.
"우웡!"
케얼은 승리의 소리를 내고는 우주 패트롤 정에 뛰어올라 와락 발진 레버를 당겼다.
쉬익 하고 패트롤 정은 맹렬한 힘으로 벽을 향해 돌진했다.
그 순간, 벽은 몇 천만의 빛나는 별로 되어 흩어졌다. 우주 패트롤 정은 그 속을 뚫고 검은 우단 같은 공간으로 날아갔다.
비글 호의 왼쪽에는 어뢰가 명중한 것 같은 커다란 구멍이 뚫리고 말았다.
<맛 좀 봐라!>
케얼은 이빨을 드러내며 비웃었다.
비글 호는 큰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케얼의 우주 패트롤 정이 뚫고 나간 구멍은 의외로 컸고, 톱니같이 거스러미가 나 있었다.
우주복 차림의 승무원들이 우왕좌왕하며 우주선 수리를 하기에 바빴다.
케얼은 몹시 피로해 있었다. 하루 빨리 제 별나라로 돌아가 쉬고만 싶었다.
비글 호의 구조는 모조리 머릿속에 기억해 놓았다. 3년만 걸리면 비글 호 정도의 우주선을 만들어낼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되면 생물이 사는 태양계의 별을 찾아 수렵 여행을 떠나는 거다.
케얼은 우주선의 진행방향과 반대로 날아가면 자기 별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방향을 결정했다.
후방 전용 스크린에 눈을 돌리니 우주선 비글 호의 꼬리가 보였다.
"이러면 된다."
케얼은 자신을 갖고 비행을 계속해갔다.
조금 지나자 스크린을 흘낏 보니 비글 호는 조그만 불빛으로 보이다가 이내 어둠 속에 사라져버렸다. 케얼은 그 불빛이 꺼지기 전에 비글 호가 조금 움직인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약간 불안해졌다.
그런데 얼마 있지 않아 앞쪽에 눈에 익은 늙은 태양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에 맘이 놓였다. 케얼이 태어난 별은 그 주위를 돌고있는 것이다. 어머니라고 할 그 태양을 향해 날아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길을 잃을 염려는 전혀 없었다.
그런데 날아가도 날아가도 목표의 태양은 커지지 않았다. 아니 반대로 조금씩 작아져서 나중에는 하나의 점으로 되더니 스르르 사라져 버렸다.
<이게 어찌된 일일까?>
케얼은 초조해졌다. 무언지 크게 잘못을 저지른 게 틀림없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갑자기 눈앞에 훤하게 주황색 태양이 나타났다.
케얼은 눈이 부셨다. 태양은 똑바로 케얼의 우주 패트롤 정을 향해 돌진해 온다. 럭비공과 같은 형태였다.
<어럽쇼. 저건 내가 아까 까지 타고있던 우주선으로, 사라져 버렸었는데 어째서 여기에......?>
바싹 긴장한 순간, 비글 호에서 주황색의 세찬 불꽃이 케얼의 우주 패트롤 정을 향해 쏘아져 왔다.
원자선 파괴포의 필살의 일격이었다. 예사 생물이라면 당장에 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초능력을 가진 케얼은 권투 선수가 상대방의 스트레이트를 피하듯이 우주 패트롤 정을 가라앉혔다.
주황색의 불꽃은 우주 패트롤 정 위를 헛되이 지나쳐갔다.
<했겠다!>
케얼은 복수심이 불타올랐다. 제 패트롤 정에도 원자선 파괴포를 싣고 온 걸 생각해 냈다.
<좋아, 쏘아 떨어뜨려 버릴 테다!>
케얼은 고래에게 덤벼드는 상어처럼 맹렬히 비글 호를 향해 달려들었다.
가까운 거리에 이르자 원자선 파괴포를 발사했다.
비글 호의 꼬리 쪽이 부서져 날아갔다.
케얼의 우주정은 그 파편을 피하면서 상승하고서는 휘딱 공중곡예를 했다.
케얼은 비글 호의 엔진이 있는 곳을 알고 있었다.
<그곳을 파괴하면 놈들은 허공을 방황하게 될 거야.>
케얼은 가속도를 계속하면서 비행중인 비글 호의 옆으로 달려들었다.
알맞은 거리까지 가까이 가자, 원자선 파괴포의 발사버튼을 눌렀다. 비글 호의 운명은.......
그러나 다음 순간, 비글 호는 마치 뒤에서 강한 힘으로 잡아당긴 듯이 쑤욱 뒤로 처졌다
케얼의 우주 패트롤 정은 허탕을 치고 비글 호의 앞을 멀찍이 지나가 버렸다.
<이건 대체 어찌된 일이야?>
케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실 비글 호는 반가속도 장치를 사용하여 공중에서 정지를 한 것이었다. 그래서 케얼에게는 뒤로 끌린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세렌스키 조종 부장의 임기 응변의 재치였다.
하지만 같은 방법을 두 번 다시 쓸 수는 없는 일이다. 케얼은 이번엔 비글 호의 뒤쪽으로 돌아가서 핏발선 눈으로 달려들려고 했다.
불행히도 비글 호에는 뒤쪽에서 쏘는 원자선 파괴포가 없었다.
<야단 났다.>
승무원의 대다수는 죽음을 각오했다.
그런데 이 때, 새까만 우주로부터 은빛 별똥별이 떨어져 내려오고 있었다.
글로브너가 조종하는 우주 패트롤 정이었다.
"괴물 고양이, 어디 맛 좀 봐라."
글로브너는 겨냥을 하자 원자선 파괴포의 단추를 눌렀다. 보기 좋게 명중했다.
정통으로 맞은 케얼의 몸뚱이는 청백색으로 빛났다가 다음 순간 그 중심이 팽그르르 빠르게 돌더니 몸뚱이가 몇 만 조각으로 찢어져 흩어져 버렸다.
튕겨나온 눈알은 미친 듯이 우주 패트롤 정의 조종석 안을 날아다니고, 아직 살아있는 촉수는 닥치는 대로 계기들을 때려부수어 버렸다.
그러나 그 주인은 이미 죽었다. 촉수의 활동도 오래 가지 는 못했다.
케얼의 무서움을 알고있는 글로브너는 제 2, 제 3의 타격을 계속 가해 주었다.
조종석 안에 흩어져 있는 케얼의 내장도 산산조각이 나고, 그 속에 남아있던 이드도 최후의 한 방울까지 증발해 버렸다.
그러나 케얼의 전신에 나 있던 거센 털은 민들레 씨처럼 공간으로 퍼져나가 떠돌고 있었다.
글로브너는 헌 누더기 같이 된 우주 패트롤 정 바로 위에 가까이 가서 눈으로 케얼의 죽음을 확인하고 비글 호에 보고를 했다.
"글로브너 군, 수고했네. 빨리 본선으로 돌아오게."
모튼 사령관이 명령을 했다. 글로브너는 우주 패트롤 정을 조종하여 비글 호에 무사히 돌아왔다.
모튼 사령관은 공작실 입구까지 나와 글로브너를 맞아들이며,
"글로브너 군, 자네의 결사적 공격덕분에 본선과 천 명 가까운 승무원의 귀중한 목숨은 구원되었네. 새삼 감사를 드리네."
하고 치하했다.
"아닙니다. 저는 다만 본선을 뒤따라 날았을 뿐입니다. 하지만 정말 그 괴물 고양이 놈을 해치워 버린 건 시원합니다."
"음, 나는 괴물 고양이가 반드시 제 별로 돌아가리라 짐작했었어. 그래 그놈이 비글 호에서 뛰쳐나간 순간, 세렌스키에게 명령해서 비글 호를 반가속도 장치로서 정지시켰던 거야. 게다가 괴물 고양이의 감각을 어지럽히기 위해 급히 비글 호의 방향을 180도 바꾸게 했던 거야. 그런 줄은 모르고 괴물 고양이는 비글 호 꽁무니를 향해 날아가면 반대방향으로 가게 된다고 생각하고 전속력으로 날아갔어. 그래서 나는 비글 호의 전원스위치를 껐던 걸세."
"그때 우주 패트롤 정에서 보고있던 저는 전체 전원이 끊어졌나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 뒤의 일은 자네도 알고 있겠지만 앞질러가서 괴물 고양이의 우주 패트롤 정을 기다려 거짓 태양이 되어 그놈을 기쁘게 해줬다가 다시 실망시켜 신경을 교란해 놓고 공격을 가한 것인데, 그놈은 우주공중전사(史)에 남을 명 파일럿이었네. 그러나 자네에게는 당해내지 못했지. 정말 잘했네."
이때 이시하라 부장이 신이 나서 떠들었다.
"어때, 글로브너 군. 승리한 김에 다시 RX 1208별에 돌아가서 그 괴물 고양이 어미들을 한 마리도 남기지 않고 없애 버리고 실험용으로 새끼를 잡아오는 게 어떤가?"
"그건......."
하고 장현두 박사가 나섰다.
"사령관님, 일부러 거기까지 갈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없애지 않아도 RX 1208에는 괴물 고양이가 먹고 살 먹이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내버려두면 서로 잡아먹게 되어 결국 전멸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새끼가 오히려 새로운 지식을 흡수하는 힘이 빠르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모튼 사령관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렇지. 장현두 박사 말이 옳아. 우리들의 사명은 무겁고도 큰 것이네. 괴물 고양이로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네. 자, 전진! 전진을 계속하세."
비글 호는 가늘게 선체를 떨고는 다음 목적의 별을 향해 전속력으로 비행을 시작했다.
 
 
공포의 최면 광파
 
우주선 비글 호가 우주 학술탐험의 여행을 떠난 지 지구시간으로 1년 남짓 세월이 흘렀다. 그 동안에 케얼 사건 등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나긴 했지만 대체로 보아서 심심하고 따분한 여행이었다.
글로브너는 여가가 지겨워서 오늘도 장현두 박사와 둘이서 비글 호의 전망실에서 얘기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전망실의 벽은 강력 합금을 결정화시킨 투명판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바깥의 경치가 환히 내다보였다.
비글 호는 마침 작은 성단(별의 집단)의 한가운데를 빠져나온 직후이므로 바깥은 오직 암흑뿐이었다.
그 성단에는 무려 5천 개의 태양이 빛나고 있었지만 지금은 겨우 두세 개가 비글 호의 꼬리쪽 멀리서 깜빡이고 있을 뿐이었다.
글로브너는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장현두 박사님, 요즈음 선 내의 공기가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음,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 생각해. 뭐니뭐니해도 사내들끼리 1년 이상 생활해 오니 정취가 아주 없기 때문이야."
"꼭 인류가 달에 이주를 시작했을 때와 같아요. 잔소리가 많고 화장만 하려드는 여자일지라도 역시 있어야 되는 모양입니다."
글로브너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지만 창 밖을 노려보고 있는 장현두 박사의 얼굴이 이상하게 굳어져 있는 것을 보고,
"박사님, 왜 그러시죠?"
하고 물었다. 그리고 창 밖을 내다본 글로브너는 앗! 하고 놀랐다.
지금 화제가 됐던 여자, 그것도 17,8세의 귀여운 소녀가 백조의 호수에 나오는 백조 같은 하얀 깃털이 달린 모자와 옷을 입고 창에 붙어있는 것이었다. 더구나 커다란 두 눈을 눈물로 적시고 무언지 호소하려는 듯이 입을 열어 말하는 모습이 아닌가!
글로브너는 즉각적으로 우주인인가 했다. 그러나 그 소녀의 얼굴이 엷은 빛을 내며 반짝반짝 반짝이는 것을 보고 곧 그 비밀을 간파했다.
"이건 어떤 자가 우리를 노리고 보내온 광선의 환영이야. 최면술의 일종이지. 보아서는 안 된다."
글로브너는 급히 색안경을 쓰고 곧바로 장현두 박사를 떠밀었다.
박사가 벌렁 뒤로 넘어졌다. 글로브너는 수화기를 들자 긴급버튼을 누르고 전체 선 내에 소리쳤다.
"창 밖의 환영을 보지 마라. 광선의 리듬을 이용한 최면술 공격이다."
글로브너는 바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장현두 박사를 일으켰다. 박사는 머리를 만지면서,
"창 밖의 소녀는?"
하고 물었다.
"박사님, 그건 환영입니다. 어떤 자가 최면 공격을 해온 겁니다."
"그런가? 점멸(불을 켰다 껐다하는 것)을 되풀이해서 우리를 끌어들이려고 한 거로군. 위험한 일이었어. 고맙네, 글로브너 군,"
글로브너는 정신력이 확고한 장현두 박사조차 걸려드는 판이니 젊은 승무원들은 훨씬 더 위태롭다고 생각하고 복도로 뛰어 나갔다.
과연 젊은 승무원들은 백화점의 쇼윈도를 들여다 보고있는 젊은 여자들처럼 여기저기서 창에 들러붙어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밖에는 아까 본 그 소녀가 몇 천 몇 만으로 되어 미친 듯이 춤을 추고 있었다.
"보지 말아라. 저건 우리 비글 호를 채가려는, 보이지 않는 적의 환영이야!"
글로브너는 닥치는 대로 승무원들을 때려 눕혔다. 그래도 이미 승무원 중에는 보이지 않는 적의 요술에 완전히 걸려든 사람도 있었다. 그런 사람이 갑자기 글로브너를 향해 진동파 총을 쏘았다.
"바보 녀석!"
글로브너는 태클로 그를 넘어뜨리고는 장현두 박사와 힘을 합해 화장실 안에 밀어 넣었다.
"박사님, 최면술을 쓰고 있는 적의 목적은 시각과 기계에 의해서 뇌세포와 신경 기능을 조절하려는 것입니다. 당장 이 비글 호 전체에다 에너지 스크린으로 방어막을 칠 필요가 있습니다."
"좋아, 어서 모튼 사령관에게로 가세."
두 사람은 모튼 사령관이 있는 사령실에 가려고 복도를 뛰고 있었다. 가는 도중에 글로브너는 심한 현기증을 느꼈다. 그것은 비글 호가 반가속도 장치를 작동시켰을 때의 충격과 비슷한 것이었다.
"이건 보이지 않는 적이 또 새로운 최면 전파를 보내서 조종사에게 충격을 준 건지도 모르겠군."
글로브너는 초조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앞쪽에서 무기를 가진 군인들이 핏발선 눈으로 뛰어왔다.
"글로브너 군, 저 사람들이 발광을 한 게 아닐까?"
하고 장현두 박사가 소리쳤다.
"정말 그런 것 같군요. 그 최면 환영을 본 사람은 처음엔 제 정신을 잃고 다음에는 난폭성을 발휘하게 되는 모양입니다. 틀림없이 다른 혹성의 생물들이 공격해 온 것입니다. 이제 에너지 스크린을 쳐도 때가 늦었을지 모르겠습니다."
"글로브너 군, 그 전에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글쎄요. 적의 최면술은 광선이 기본이니까 그걸 지우려면 초조명 장치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지 모릅니다. 이미 걸려 버린 사람에게는 더욱 강력한 전파를 발사해서 뇌파를 조절할 수 있는 뇌파 조절기도 준비하는 게 좋겠지요. 이 두 가지가 없이는 우리는 사령실에까지 가지도 못 합니다."
두 사람은 창고에 뛰어들어가서 두 개의 무거운 기계를 선 내 지프차에 실었다.
지프차는 전속력으로 비글 호의 복도를 달려 사령실로 갔다. 가는 길에는 승무원끼리 싸워 죽은 시체가 여기저기 굴러 있었으나 돌아볼 시간이 없었다.
사령실로 가는 복도 모퉁이를 돌았을 때, 글로브너는 '으악'소리를 지르며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사령실 앞 넓은 홀에서 승무원들이 두 패로 나뉘어 열선총(높은 열을 선으로 발사하는 총)을 겨누고 서로 노려보고 있지 않는가!
오른편은 모튼 사령관을 비롯한 과학자들이요, 왼편은 선장 리스 대령 이하 250명 가량의 군인들이며 완전히 두 패로 나뉘어 있었다.
장현두 박사는 말소리를 낮추어 속삭였다.
"글로브너 군, 우리를 노리고 있는 적은 과학자와 군인들이 겉으로는 친한 듯해도 속으로는 대립해 있다는 걸 알고있는 거야. 그걸 이용해서 우리들끼리 서로 죽이게 하여 비글 호를 죽음의 배로 만들려고 하는 게 틀림없네."
글로브너는 홀의 벽이 뿌옇게 빛나고 있는 걸 보았다.
"아하, 이번에는 벽까지 뚫고 들어오는 최면광선을 쏘았군, 저걸 지워 버려야지!"
초조명 장치의 스위치를 넣었다. 그러자 태양광선의 수천 배나 되는 강한 빛이 홀에 가득 찼다. 벽의 광선이 금새 사라져 버렸다. 맞서고 있는 과학자와 군인은 눈부신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됐어 약간 정신이 난 모양이다."
글로브너는 맞서있는 두 패의 머리를 향해 계속 뇌파 조절기로부터 강렬한 충격파를 발사했다.
대단한 충격요법이었다. 두 패의 사람들은 두뇌에 심한 아픔을 느끼게 되자 비명을 지르며 수십 센티미터씩이나 껑충껑충 뛰었다. 그리고는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둘러보는 것이었다. 그러자 굳어져 있던 긴장은 거짓말처럼 깨끗이 사라져 버렸다.
글로브너는 모튼 사령관에게로 다가가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런가? 나도 창 밖의 소녀를 보았다. 그러자 지구에 남겨놓고 온 딸들 생각이 갑자기 나서 향수병이 나고 만 거야. 거기까지는 기억하겠는데 그 뒷일은 하나도 알 수가 없네. 뭐라고? 우리가 리스 선장들과 무기를 들고 맞서 있었다고? 그거, 믿을 수 없는 걸. 리스 선장, 안 그렇소?"
리스 선장도 사령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하여간에 글로브너 군이 구하러 와주지 않았더라면 이 비글 호 속은 피바다가 될 뻔했습니다. 우리들마저 최면술에 걸렸으니 승무원의 몇 분의 1쯤은 아직도 걸려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하고 말했다.
 
 
인간 몰모트
 
모튼 사령관의 명령으로 쳐 놓은 에너지 스크린이 비글 호를 푹 덮어 싸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최면술에 걸린 사람은 어찌할 길이 없었다.
리스 선장은 곧 점호를 시작했다. 그런데 전혀 대답이 없었다. 글로브너는 아까 그 참혹한 광경을 생각하고 어쩌면 오십 명쯤은 죽었을지 모르겠다고 중얼거렸다. 그러다 퍼뜩 불쾌했던 충격이 생각났다.
"리스 선장님, 반가속도 장치를 사용하셨던가요?"
"아니! 난 최면술에 걸려 있었기 때문에 전혀 기억이 없네. 옳지 조종실을 불러 물어보세."
리스 선장은 점호의 차례를 바꾸어 조종석 호출 버튼을 누르고,
"세렌스키 군, 세렌스키 군!"
하고 외쳤다. 그러나 거기에도 대답은 없었다.
글로브너의 머리에는 불길한 예감이 스쳐갔다.
"조종석에서는 바깥 전망이 좋습니다. 어쩌면 조종사들은 한 사람 남기지 않고 최면 광선을 받아, 그 놈들의 조종을 받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뭐라고?"
모튼 사령관도 리스 선장도 똑같이 안색이 확 변하였다.
"기관실이 그놈들의 손아귀에 들어갔다면?"
글로브너는 벽에 붙은 입체 컬러 천체도가 있는 방향판을 흘낏 보고는 '앗' 하고 소리쳤다. 아주 가느다란 눈금이 가득 그려져 있는 방향판, 그 중앙에 보이는 붉은 화살표는 비글 호인데 커다랗게 활 모양을 그리고 있지 않은가!
"진로를 벗어나 있습니다. 그 무엇이 비글 호의 진행방향을 틀리게 해놓은 겁니다."
장현두 박사도 들여다보고는 손가락으로 다가가고 있는 별을 가리키면서,
"글로브너 군, 만일 이대로 둥글게 선을 그으며 간다면, 이 하얗게 빛나는 별과 충돌을 하게 될 것 같은데?"
"충돌을 하거나 아니면 강제로 착륙을 해야 하거나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들에게 최면술을 걸어온 놈들의 짓이란 말이지?"
"틀림없습니다. 아까 현기증이 날 때 코스가 달라진 것입니다."
글로브너는 보조 계기판을 꺼내어 하얗게 빛나는 별을 비춰보았다. 별의 스펙트럼, 등급, 광도에서 산출해보니, 현재 위치에서의 거리는 약 4광년이었다. 비글 호가 현재의 속력으로 비행을 계속할 경우 11시간이면 그 별의 중력권에 돌입하게 될 것이 확실함을 알았다.
모튼 사령관이,
"조종실에 뛰어들어가 완력으로 해치울까?"
하고 말했다.
글로브너는 고개를 저으며,
"그놈들의 최면 작전은 환영, 뇌파, 거기에다 신경까지 합쳐서 3단계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조종사들은 3단계까지 걸려들어서 완전히 포로가 된 셈입니다. 까딱 잘못하다가는 우리편이 몰살당할지도 모를 판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글로브너 군, 앞으로 열 한 시간 안에 우리들은 그 흰 별의 노예가 되어 버리는가?"
이시하라 부장도 겁먹은 소리로 이렇게 물었다.
"아뇨. 아직은 걱정할 정도는 아닙니다. 저는 이 흰 별나라 놈들의 약점을 알아냈으니까요."
"뭐?"
모두들 다가앉으며 물었다.
"이 흰 별의 놈들은 케얼과는 달리 그들 자신의 힘은 별로 없습니다. 만일 있다고 한다면 최면광파 같은 걸 쓰지 않고 우리 우주선과 정면대결을 하려고 했을 것입니다. 우리들에게 집안 싸움을 시켜 서로 동지를 죽이게 한 것을 보면 명백히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과연 그렇겠군."
"다행히 저는 지구에 있을 때 최면술 특별훈련을 받은 일이 있기 때문에 최면술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습니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놈들이 쓰고 있는 건 강력하긴 해도 아직 초보적인 최면술입니다. 우선 무수히 많은 미녀의 환영으로써 시각을 통해 인간 뇌에 있는 9천만의 신경 세포를 자극하여 뒤흔들어 놓고, 그 다음에 뇌파를 보내 저희들 맘대로 조정하려는 것입니다. 그놈들의 작전은 아직까지는 잘 되어가고 있습니다."
"............"
"그렇지만 아직 늦지는 않았습니다. 방법은 있으니까요. 여러분은 그 괴물 고양이가 우리들이 쏘아 보낸 에너지 선을 갑절로 해서 켄트 박사에게 되돌려 보낸 걸 잊지 않으셨을 겁니다. 지금 저는 그 원리를 응용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적을 쓰러뜨릴 생각입니다."
"그런 묘한 방법이 있는가?"
켄트 부장이 의심스럽다는 듯이 물었다.
글로브너는 조금 전에 여러 사람을 구해낸 뇌파 조절기를 가리키며,
"아마 놈들은 우리들을 향해 더 강력한 공격을 해오겠지요. 그걸 제가 도맡아 받겠습니다."
"그, 그건 위험해!"
모두들 똑같이 소리쳤지만 글로브너는 개의하지 않고 얘기를 계속했다.
"저는 제 뇌에 받은 적의 뇌파를 이 뇌파 조절기에 흘려 넣습니다. 그래서 갑절로 강하게 하여 적에게로 되돌려 거꾸로 흰 별 놈들을 조종해 보이겠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나는 몰모트, 아니 인간 전파 정류기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다 만일 자네가 지면 어떻게 되지?"
모튼 사령관이 물었다.
"원통한 일이지만, 그 때에는 이 우주선은 저 흰 별의 것이 되겠지요."
"그렇다면?"
"아무튼 시간이 촉박해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사령실에 꼭 들어앉아 계십시오. 설령 누군가가 '글로브넙니다'하고 불러도 절대로 문을 열어주지 마십시오. 그리고 혹시 환영이 나타나거든 당장에 눈을 감으십시오. 그럼, 두 시간 후에 오겠습니다."
"글로브너 군, 잘 부탁하네."
글로브너는 격려를 받으며 지프차를 탄 채 의무실로 들어갔다.
두 시간이 지나가고 세 시간이 지나갔다. 우주선 비글 호는 계속 흰 별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스피드 미터기의 바늘은 비글 호가 가속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흰 별의 생물들이 목적하는 것은 이제 뚜렷해졌다.
비글 호를 횐 별의 산악 지대나 험한 곳이 아니면 사막 같은 곳에 크게 충돌시켜 산산조각으로 파괴시켜 버리려는 것이었다.
아까 세운 계획을 준비중이던 글로브너의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내 뇌파를 그놈들에게 되돌리기보다는 나를 중립인간으로 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아무래도 이번 적은 괴물 고양이보다 훨씬 지능이 높은 고등생물인 모양이다. 주먹엔 주먹으로, 칼엔 칼로 하는 식의 방법은 졸렬한 것일지 모르겠다.>
하고 글로브너는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작업은 다소 쉽게 되었다.
흰 별에까지 앞으로 약 7시간의 거리에 와 있었다. 글로브너는 모튼 사령관을 불렀다.
"준비는 다 됐습니다. 제가 있는 의무실 부근만 에너지 선의 스크린을 떼어 주십시오. 곧 그놈들은 환영을 보내올 것입니다."
모튼 사령관은 두려워하며 스크린의 부분 해제를 했다.
그러자 이내 벽에 환영이 나타났다. 먼젓번의 발레리나 같은 아름다운 소녀였다. 그러나 실내를 밝게 해 놓았기 때문에 먼젓번처럼 또렷이 보이지는 않았다.
송신자도 그걸 알았는지 곧 광선을 강하게 해 왔다. 번쩍번쩍 광선이 깜빡이고 있다.
글로브너는 한없이 깊은 물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머리가 깨질듯이 아팠다. 눈알이 납덩이처럼 무거웠다.
<버텨라, 버텨내라. 글로브너, 너는 의지가 강한 사나이가 아니냐!>
글로브너는 자신을 타이르며 뇌파 조절기의 다이얼을 돌렸다. 뇌파 조절기에서는 평상시의 글로브너와 같은 뇌파가 흘러 나왔다. 그건 글로브너가 아름다운 소녀에게 홀리지 않게 하는 원조자였다.
 
 
하얗게 빛나는 도시
 
뇌파의 도움으로 글로브너는 중립의 처지에서 그 아름다운 소녀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아니 정체가 바로 이거였군!>
글로브너는 어이가 없었다. 아름다운 소녀라고 본 것은 실은 타조 비슷한 괴물이었다.
머리가 인디언들의 토템 폴(기호나 그림을 새긴 기둥)과 같이 몇 개씩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제일 위에 너울거리는 금빛 깃털이 나 있었다. 그것이 발레리나의 모자처럼 보였던 것이었다.
머리의 형태는 사람과 같았으며 몸뚱이 전체가 날씬해 보였다. 두 개의 다리도 가늘다.
<전체적인 느낌은 인간을 닮고 있다. 이건 우주인이 분명 하다.>
글로브너는 눈도 깜짝이지 않고 괴상한 새처럼 생긴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깨에 나있는 첫째 머리에는 한 오라기의 털도 나지 않았다.
혈관 같아 보이는 것이 산악 지대의 지도처럼 가득히 그려져 있는데 그 모양의 진한 데가 눈, 코, 입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손과 발은 날씬하여 새로 자란 대나무와 같은 느낌이었다.
그 위의 둘째 머리는 아래 머리의 숨구멍이 있는 자리에서 나 있었다.
<어럽쇼, 이놈 봐라. 이 괴상한 새처럼 생긴 사람은 동물이 아니라 식물이군. 어미나무의 몸에서 새끼나무가 돋아나고, 새끼 나무 몸에서 손자나무가 차례로 돋아나는 거로구나. 옛날의 5단계 로켓처럼 차례차례 떨어져 나와 독립해서 생활을 하는 모양이지?>
괴식물 인간은 매미 날개 같은 짧은 웃옷을 입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날개였다.
그러나 이미 퇴화한 것처럼 보였다. 그걸로 날지는 못할 것 같았다.
이 때 뇌파 조절기를 통해 사령실로부터 장현두 박사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글로브너 군, 자네 모습은 텔레비전으로 잘 보고 있네만 괜찮은가? 뭣하면 도우러 가겠네."
"박사님, 괜찮습니다. 잘 되어가고 있습니다. 앗, 괴식물 인간이 날개를 퍼덕이기 시작했습니다. 입 같은 걸 자꾸 움직이는데 아마 제게 말을 하려는 것 같습니다."
"자네 지금 뭐라고 했나? 괴식물 인간이라고? 자네 제 정신인가?"
"정신 차리고 있습니다."
글로브너는 침착하게 대답하고는,
"박사님, 아무래도 저는 저놈들과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하고 말했다.
"얘기를 하다니, 어떻게 말이 통한단 말인가?"
글로브너는 잠자코 자리에서 일어나 뇌파 조절기 뒤에 있는 칠판에 괴식물 인간과 자기의 모양을 그려 보였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이 손을 꼭 맞잡고 어깨동무를 하는 그림을 몇 번이나 그렸다.
그림은 만국어, 아니 우주 공통어이다. 괴식물 인간도 그림의 뜻을 알았는지 그 얼굴의 험상궂은 표정이 어느 정도 부드러워진 것 같이 보였다. 그러다가 획 사라져 버렸다.
<그들에게도 우리 비글 호의 목적이 알려졌을지 모른다.>
글로브너는 한숨 놓고 장현두 박사를 불렀다.
"박사님, 그럭저럭 그들에게도 우리들이 평화의 사도란 것이 알려진 것 같습니다."
"그럴까? 하지만 방심하지 말아야 하네."
장현두 박사가 충고의 말을 했을 때, 글로브너는 '악' 소리를 질렀다.
눈앞에 은색으로 빛나는 거대한 도시의 광경이 나타난 것이다.
<아하! 이건 그 새처럼 생긴 식물인간의 도시로구나.>
글로브너는 다가앉으며 바라보았다.
도시는 그다지 크지는 않았다.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것 같았는데 크게 확대되자 거리의 모습이 잘 나타나 보였다.
마치 뉴욕의 마천루 거리처럼 고층 건물이 좁은 도로 양편에 꽉 차 있었다. 광선을 받아들일 창도 보이지 않고 건물 아래층은 아마도 종일 햇볕을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조명탑이나 가로등도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다. 이 도시의 생물들은 야행성(밤이 되면 활동하는 성질)이 있는 게 아닐까?>
하고 글로브너는 생각했다. 그러나 글로브너가 알고 싶은 것은 식물 인간의 과학의 힘이다. 그리고 비글 호를 조종하고 있는 광파를 어디서 발사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광파 발사에 필요한 안테나도 전파탑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아니, 비행기나 자동차도 사용하고 있지 않는 것 같았다.
<참 알 수 없는 일이야,>
고개를 갸웃거렸을 때, 화면이 확 바뀌었다. 글로브너는 자기가 도시의 중심 지대에 있는 건물 옥상에 서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렇지, 놈들은 내 뇌파의 움직임에서 내 마음속을 알아낸 거야. 그리고 내가 현재 생각하고 있는 것도 빤히 들여다보고 있는 거다.>
라는 생각이 들자 몸이 오싹하고 떨렸다.
섣불리 적극적인 작전을 생각했다가는 먼저 공격을 가해올 것 같았다.
렌즈는 옥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천루와 마천루는 폭이 십여 센티미터밖에 안 되는 외나무다리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 좁은 다리를 새와 비슷한 주민들이 껑충껑충 뛰는 듯한 걸음걸이로 건너다니고 있었다.
<앗, 충돌한다!>
글로브너는 깜짝 놀랬다. 그러나 주민들은 한 발을 바깥쪽으로 내밀고 간단히 비켜 지나갔다. 줄타는 광대도 무색할 만큼 가벼운 몸짓이었다
<저것들의 몸은 식물의 줄기 같아서 속이 비어있기 때문에 놀랄 만큼 가벼운지도 모른다. 아니면 중력이 지구의 몇 분의 1밖에 안되어 설령 떨어지더라도 쿵하고 추락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글로브너는 어느 틈엔지 자기 자신이 식물인간의 도시 속에 들어와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식물인간들이 내 뇌파와 신경을 저희들의 그것과 동조시킨 거로군. 나는 눈 깜짝할 사이에 몇 광년의 거리를 날아 저자들의 도시 중심에 와버린 거다. 일종의 텔 레포트(가까운 앞날 인간이나 물체를 일단, 분자 혹은 원자로 분해해서 먼 곳에 보낼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만일 인간 텔레포트가 가능해지면 똑같은 사람이 몇 곳에도 나타나게 된다)다. 내가 보는 이 도시는 렌즈를 통한 게 아니고 내 자신의 눈을 통한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나 좀 자세히 봐 놓아야겠다.>
글로브너는 뱃심 좋게 사방을 둘러보았다. 과연 몇 만이나 되는 식물인간들이 한데 모여 떠들고 있었다.
<저건 무얼 하는 걸까?>
고개를 기웃거리자 금새 그 모습이 사라져 버렸다.
그 광경을 보았을 때, 글로브너는 식물인간의 세계에 교통기관이 없는 까닭을 알았다.
식물인간들은 비좁은 상자 같은 차 속에 가득히 실려 사무실이나 놀이터로 왕래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는 것이다.
같은 뜻을 가진 사람은 함께 모인다. 그러고는 서로 뇌파를 통일한다. 그러면 즉각 목적지에 날아가 버리는 것이다.
<어쩌면 아까 비글 호 주위에 왔다갔다한 환영들도 실은 진짜 식물인간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빌딩의 그늘진 쪽에는 공원 같은 곳이 있고 많은 식물인간들이 모여 있었다.
특히 놀라운 일은 그늘진 곳인데도 어머니의 머리에서 돋아난 아이들, 말하자면 어린 싹이 쑥쑥 잘 자라고 있었다. 그러고 팡! 하는 소리를 내며 튕겨나서는 어머니를 떠나 굉장한 속도로 달려가곤 했다.
어머니는 조금도 걱정하는 빛이 없이 책 같아 보이는 걸 읽고만 있다.
<여기는 번식만이 있고 멸망이란 건 없는 것일까?>
글로브너는 뭔지 두려움을 느꼈다. 그 순간 도시의 모습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그러자 글로브너는 비글 호에 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창밖에 또 식물인간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 식물인간이 글로브너의 뒤에 있는 뇌파 조절기를 자꾸 손가락질했다.
<알겠다. 저들은 이번엔 저희들에게 비글 호 안을 견학시켜 달라는 것이다.>
글로브너는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의 소망을 들어준다면 자기 뇌 속에 그들의 뇌파를 받아 넣지 않으면 안 된다. 만일 그들이 비글 호에 흥미를 가졌다면 글로브너는 영원히 자기의 혼과 두뇌를 잃게 될 것이다. 글로브너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들의 도시 생활을 보니 퍽 원시적인 것 같았다. 그렇지만 그 곳에는 교통 사고도 없고 병을 앓는 일도 없는 것 같다. 우리들 지구인보다 월등히 높은 생활을 하고 있다. 우주선 비글 호를 보고도 빼앗으려는 마음은 먹지 않을 것도 같다. 좋아! 이기던 지던 어디 한 번 해보자!>
글로브너는 뇌파 조절기를 조절하여 자기 뇌파의 파동을 광선으로 바꿔 눈앞에 있는 식물인간의 환영, 어쩌면 실제 인간일지도 모르는 것에다 쏘아 보냈다. 자동 동조장치로 해서 두 뇌파를 동조했다.
 
 
리임이라는 별
 
처음에 글로브너는 제 뇌가 텅 비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다음에는 뜨거운 납덩어리 같은 것이 골속으로 침입해 오는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
<이제 내 뇌가 저들의 뇌파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거다.>
"부웅......!"
소라 껍질을 부는 것 같은 고동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이번에는 온 전신의 마디마디가 쑤시는 듯 아팠다. 여태까지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고통이었다.
<새를 닮은 식물인간의 신경은 벌써 내 몸 속에 들어온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글로브너인가, 식물인간인가?>
정신이 났을 때, 글로브너는 자기의 의사와는 반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우주선 안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기이한 일이다. 하나의 육체 속에 전부터의 주인과 다른 사람이 같이 살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20세기 후반에 유행한 맨션 아파트 같구나.>
글로브너는 어쩐지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자기의 생각이 아닌데도 비글 호의 주요부분을 다 둘러보고는 의무실 의자에 털썩 앉았다.
그리자 어디로부터 마음을 가라앉히는 음악이 흘러왔다. 몸의 긴장이 살며시 풀려 갔다. 향기로운 냄새가 사방에 그윽했다.
입술에 무엇인지 보드라운 것이 스치는 것 같았다.
<이거, 누가 내게 키스를 했나?>
눈물이 저절로 흘러 내렸다. 그러자 눈앞에 커다란 아름다운 붉은 카네이션이 떠올라 왔다. 그리고 명백히 지구인의 액센트로,
"리임, 리임."
하는 전자음악 같은 소리가 들렸다.
<리임? 알았다. 저 꽃의 이름인 모양이다. 이건 희게 빛나는 별에 사는 식물인간들이 무엇보다 사랑하는 꽃, 별의 꽃인지도 모를 일이다.>
꽃은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그러면서 아리따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리임, 리임. 우리들의 사랑하는 별 리임이여, 그리고 별꽃 리임이여."
식물인간들은 어느새 지구인들의 말을 알아버렸던 것이다.
글로브너는 감탄함과 동시에 마음이 놓여,
<그들은 내 몸을 빌어 비글 호 안을 다 돌아보고 비글 호가 공격용 우주선이 아니요, 순수한 탐험 우주선임을 안 것이다. 필시 진심으로 안심을 한 모양이다.>
그리고는 글로브너도 리임 별나라 사람과 말로서가 아닌 뇌파를 통해 여러 가지 얘기를 주고받았다.
그렇지만 그 얘기의 내용을 여기 적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글로브너는 모든 것을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들은 글로브너의 두뇌에 기억을 지워버리는 작용을 가해서 저희들의 별 리임에 관한 중요한 일들은 일체 지워버렸을 것이다.
덜커덕하는 흔들림에 글로브너는 퍼뜩 정신이 났다. 꿈에서 깨어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장현두 박사의 음성이 들려왔다.
"글로브너 군, 비글 호는 다시 진로를 바꿨네. 점점 그 흰 별에서 멀어져 가고 있어. 자네가 저 별의 수뇌들과 의논을 해 준거지?"
"아마 그런 것 같습니다."
글로브너는 약간 자신 없는 대답을 했다.
사실 글로브너는 자기 뇌파를 통해 진심으로 리임 별 사람에게 호소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리임 별 사람은 모든 것을 원상태로 복귀시킬 것을 약속해 주었던 것이었다.
글로브너는 사령실의 장현두 박사에게 비글 호의 에너지 스크린을 걷어들이도록 하자고 말했다.
장현두 박사는 불안해했지만 글로브너의 말대로 전면 해제를 했다.
리임 별 사람은 곧 충격파를 보내어 조종 부장 세렌스키를 깨웠다.
세렌스키는 눈을 둥그렇게 뜨고 방위판을 보더니,
"도대체 어떻게 해서 방향이 이렇게 바뀌었을까? 알 수 없는 일이야."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최면술에 걸렸던 승무원들은 제각기 자기 부서로 돌아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되돌아오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최면술에 걸려 동료끼리 싸워서 죽은 34명이다.
엄숙한 장례식, 즉 우주공간장이 행해졌다. 한 사람, 한 사람 훌륭한 관에 넣어 우주공간으로 압축공기로 쏘아 보내는 것이었다.
글로브너는 창 밖을 내다보며 가만히 중얼거렸다.
"가엾게도 저 사나이들은 그 아름다운 리임 별의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죽어 갔구나. 이렇게 해서 차례차례 친구를 잃게 되는 것이 아닐까?"
글로브너의 마음은 창 밖에 펼쳐진 검은 공간과 같이 싸늘하게 식어 가는 것이었다.
 
 
에너지를 구하려고
 
끝없이 넓은 암흑의 공간, 영원한 어둠 속에 단 한 마리의 익스톨이 X(엑스)자 모양으로 누워 있었다.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즐겁던 지난날의 추억들뿐이었다.
몇 천년, 아니 그보다도 훨씬 전에는 이 근방의 우주에도 아름답게 빛나는 별무리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뛰어나게 훌륭했던 것은 '그롤'이라는 별이었다.
익스톨은 거기서 태어났다. 그롤별은 근처 우주를 지배하고 있었고, 익스톨의 종족은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대폭발이 그롤별뿐만 아니라 같은 우주 안에 있던 다른 별마저 산산조각으로 만들어 버려 캄캄한 진공의 묘지로 되어버린 것이었다.
익스톨의 종족은 차례차례 죽어 갔지만 단 한 마리가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지금 이렇게 우주를 떠돌아다니고 있는 것이었다.
도마뱀을 닮은 이 익스톨은 불사신이었다. 물론 옛날처럼 광선의 에너지에 의해 한 번에 몇 10광년을 날아 먹이를 찾는 그런 용한 재주는 부리지 못했지만 맘이 내키기만 하면 2,3광년쯤은 아직도 한달음에 날아갈 힘은 가지고 있었다.
<죽지 않을 테다. 다시 한 번 가득히 에너지를 먹을 때 까진!>
익스톨은 실로 4,5억 번 이상 이런 말을 중얼거렸다.
<차라리 다른 우주로 가볼까?>
잠만 자기에도 지친 익스톨은 크게 기지개를 켜고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머리 위에 뱀처럼 길게 나 있는 레이더에 무언지 찰깍 느껴져 왔기 때문이었다.
그건 어떤 물체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였다.
<그럴 리가 없어......, 여기는 암흑의 묘지 같은 곳인데.......>
익스톨은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 두 번 세 번 더욱 또렷이 레이더는 신호를 받았다.
익스톨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틀림없다. 무언지 터무니없이 크고 딱딱한 것이 나를 향해 돌진해 오는 거다. 오오, 또 굉장한 에너지를 토해내고 있다.>
익스톨은 각각 여덟 개의 손가락 발가락이 있는 네 개의 손과 네 개의 발을 마구 내 흔들었다.
전 신경을 온통 레이더에 집중시키자 그 물체는 익스톨의 앞쪽 약 2광년의 거리를 아마도 시속 1광년 정도의 빠른 속력으로 가로질러 가고 있다는 걸 알았다.
갑자기 용기를 낸 익스톨은,
<야아, 굉장한 에너지로구나.>
하며 히죽히죽 웃었다.
익스톨의 특별난 재주는 다른 물체로부터 에너지를 흡수하여 그걸 가지고 더욱 폭발적인 에너지로 바꾸는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만일 비글 호의 그 많은 에너지에서 1만 분의 1이라도 얻기만 하면 다시 몇 천 년이나 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이다.
익스톨은 몸 속에 남아있는 마지막 힘을 짜내어 비글 호를 뒤쫓았다. 그러나 엔진을 멈추고 관성만으로써 날고 있는데도 비글 호의 속력은 익스톨과는 비교할 수 없이 매우 빨랐다. 계속해서 멀어져만 가고 있었다.
<아, 실패다.>
그러나 익스톨은 실망하지 않았다. 그는 한동안 사용할 기회가 없었던 자기의 특별한 재주를 생각했다.
<그렇지! 그 방법을 써야겠다.>
익스톨은 전신을 부르르 떨어 기묘한 파장을 우주선을 향해 발사했다.
그것은 에너지 흡수파였다. 몇 광년이나 먼 곳에 있는 거대한 에너지도 쉽게 빨아들일 수 있는 것이었다.
태양의 광선을 흡수하여 충전을 하는 태양 전지, 옛날에는 사람의 산 피를 빨아먹는 거머리의 전법과 같은 것이다. 만일 조금이라도 흡수만 되면 용기와 기운을 얻어 단숨에 뒤쫓을 수 있는 것이다.
갑자기 비글 호 안에는 큰 소동이 일어났다.
기관장 페논즈는 미터(자동계기)를 보이면서,
"이상해. 원자력 에너지가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탱크에 구멍이 뚫렸는지 모르겠군."
조종 부장 세렌스키는 그 보고를 받자,
"어디!"
하며 급히 반가속도 장치를 작동시켰다.
벌써부터 엔진을 끄고 관성에 의해 날고 있던 비글 호는 가벼운 충격과 함께 공간에 정지를 했다.
너무나 급정지를 했기 때문에 전속력으로 뒤쫓아오고 있던 익스톨이 앞질러 가게 될 정도로 당황했다.
<아차! 이래선 안 되지.>
익스톨은 제 몸 속의 원자 전체에 전자 작용에 의한 제동을 걸었다. 그리하여 전 원자에 저항을 주어 속력을 흡수시킨 것이다.
제동은 완전히 걸렸다. 익스톨은 비글 호에서 겨우 몇 백 미터 떨어진 곳에 정지를 했다.
비글 호는 암흑 속에서 환히 빛나고 있었다. 그건 바로 몇 백 캐럿이 되는 다이아몬드 같았다.
익스톨은 살그머니 숨어 가까이 가려 했다가 갑자기 몇 킬로미터나 뒤로 퉁겨나갔다. 심상치 않은 사고라고 생각한 모튼 사령관이 방어 스크린을 쳤기 때문이다.
전파 부장은 흥분한 소리로,
"사령관님, 무언지 방어 스크린에 와서 부딪혔습니다."
사령관은 침착한 어조로,
"겁내지 마라. 여기는 암흑의 공간이다. 괴물 같은 게 있을 까닭이 없다."
그러나 다음 보고는 사령관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원자력의 감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뭐라고?"
원자력은 비글 호의 동력원이었다. 실내의 등불까지 컴컴해졌다.
"수리반을 선외에 보내어 만일 탱크가 고장났거든 고치도록 하라. 보조 탱크로 바꿔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5부 후, 비글 호의 옆쪽 해치가 열렸다. 방어 스크린에 들러붙듯이 한 채 보고 있었던 익스톨은 거울 같은 눈을 크게 떴다.
꼴사나운 우주복을 입은 두 발 생물이 십여 명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주선 옆구리의 일부를 잘라내어 탱크를 노출시키고 뚫어진 구멍을 이리저리 들여다보고 있다.
그러자 갑자기 흰빛이 뿜어 나오는 기계로 눈 깜짝할 사이에 구멍을 때워버렸다.
익스톨은 꿀꺽 군침을 삼켰다. 익스톨은 수리된 탱크 속에 제가 몇 억 년 걸려서도 다 빨아먹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에너지가 저장되어 있다는 걸 안 것이다.
<우리들은 이때까지 몇 백이나 되는 별을 멸망시켜 그 에너지를 모조지 흡수해 왔다. 그렇지만 이놈만큼 굉장한 건 처음이다. 아아, 이 이상야릇한 방해물만 없다면 당장 뛰어 들어가서.......>
익스톨은 유리창에 들러붙어 도마뱀처럼 날뛰었다.
무슨 궁리를 할 때는 익스톨은 몸이 새빨개진다.
비글 호의 조명을 받은 그의 몸뚱이는 붉은 별처럼 빛나고 있었다.
"저, 저게 뭔가? 저놈은 붉은 도마뱀인가? 몸길이가 3미터는 되겠는데."
비글 호 안에서는 큰 소동이 일어났다.
"전 세기의 공룡을 닳았지 않아?"
모튼 사령관은 이시하라 생물학 부장을 불렀다.
이시하라 부장은 긴장하여,
"그놈은 빛을 따르는 생물입니다. 우리 비글 호의 불빛을 보고 날아온 것입니다. 잡읍시다."
그러자 글로브너가 달려와서,
"잠깐 기다려 주십쇼. 저놈은 굉장히 위험한 괴수입니다. 지금 비글 호에 일어난 사고도 저놈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이시하라 부장이 배를 잡고 웃어댔다.
"이봐, 글로브너 군. 바보 같은 소리 작작하게, 저렇게 몸뚱이에 비해 머리가 작은놈은 지능이 낮다는 걸 알아야 하네. 그래 자네는 무슨 증거라도 있나?"
"있습니다."
글로브너는 자신만만한 어조로 말했다.
"나는 저놈이 방어 스크린에 부딪쳐 왔을 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곧 가이거 탐지기로 조사를 해 봤습니다. 그러니까 그놈의 몸 전체에 굉장히 많은 원자 에너지가 축적돼 있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원자 에너지가?"
"그렇습니다. 더구나 그건 우리 비글 호의 것과 꼭 같은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 우주선의 원자 에너지가 줄어진 것은 저놈이 빨아내 갔기 때문이란 말씀입니다. 저놈은 우리가 상상도 못할만한 힘으로 비글 호의 탱크를 뚫고 에너지를 빼낸 것입니다."
일동은 몸에 오싹 두려움을 느끼며 텔레비전에 비친 붉은 괴수를 노려보고 있었다.
글로브너가 얘기를 계속했다.
"지금 여기서 탱크 수리를 하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라 할 수 없습니다."
"그럼 글로브너 군은 어떻게 해야 좋다는 건가?"
괴물 고양이 케얼과 리임 별의 식물, 이 두 차례의 사건 이후 글로브너를 크게 신뢰하게 된 모튼 사령관이 물었다.
"제가 본 바에 의하면, 저 괴수는 암흑의 진공 속에서 몇 천년이나 잠자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비글 호에 의해 잠이 깨었습니다. 지금 저놈은 몇 10분의 1 힘밖에 내지 못하고 있을 것입니다. 만일 몸이 좋아지는 날에는 무슨 짓을 할지 모릅니다. 이제 큰맘 먹고 방어 그물 사이로 원자에너지를 대량으로 쏘아 보내야 합니다.
"대량방출을? 귀중한 에너지를 말인가?"
"그렇습니다. 그러면 저놈은 욕심껏 먹을 것입니다. 그 틈에 우리는 방어 그물을 뒤집어 쓴 채 탈출을 하는 겁니다."
이시하라 부장은 또 천장을 향해 크게 웃어댔다.
"글로브너 군은 괴물 고양이가 남겨 놓은 그림자에 두려워 떨고있는 거야. 저까짓 것, 괴물 고양이의 반도 안 되는 힘 밖에 없을 놈이야. 이제 내가 가서 때려잡아 오겠네."
"앗, 그러시면......?"
이시하라 부장은 글로브너를 노려보며,
"글로브너 군! 자네는 '모험 없는 곳에 수확 없다'는 속담도 잊었는가? 우리는 괜히 무턱대고 우주여행을 하는 게 아닐세. 학문의 진보를 위해서 하는 학술 탐험이 목적인 거야. 그러기 위해서는 저놈은 두 번 다시 얻을 수 없는 귀중한 산 표본이네. 나는 누가 뭐라 해도 저놈을 잡아와서 지구로 가져갈 선물로 하겠네."
모튼 사령관도 붉은 그 짐승에 대해서는 미련이 있는 것 같았다. 이 때 장현두 박사가 화해라도 시키듯이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아무튼 저 놈을 잡는 겁니다. 그러나 괴물 고양이와 같은 사고가 생기면 안되니까 배 바깥에 붙들어 매 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갖가지 기계로 관찰을 하도록 해야겠지요."
모튼 사령관도 무릎을 탁 치며,
"좋아? 그렇게 하기로 하세. 우주괴수 생포작전이다. 공작 부장, 덫을 준비해 주게."
 
 
우주 괴수 생포 작전
 
거대한 쇠 덫이 거인의 팔과 같은 크레인 끝에 매달렸다.
덫의 밑은 한 부분 열려 있어서 짐승이 들어가는 순간, 전자 자물쇠가 채워지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방어 스크린의 한 부분이 해제되자 거인의 팔이 쭉 뻗어나 덫은 서서히 아래로 내려져 갔다.
"으흐흐흐......"
아까부터 익스톨은 좋아서 못 견딜 지경이었다. 어떻게 방어 스크린을 뚫고 우주선 속으로 들어갈까 하고 열심히 궁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건 거꾸로 저편에서 먼지 자동차로 마중까지 보내주는 것이 아닌가! 익스톨의 힘으로라면 쇠로 만든 우리를 부수기란 거미줄을 자르는 것 보다 쉬운 일이었던 것이다.
<두 발 생물 바보들! 저런 괴상스런 옷을 입지 않고서는 밖에 나오지도 못하는 겁쟁이들이.......>
익스톨은 두 발 생물에게 눈치 채이지 않으려고 속으로만 웃고 있었다.
<옛날 내가 살던 그롤 성의 왕은 너희들의 우주선보다도 더 큰 몸뚱이였다. 그랬지만 우리들 종족은 그의 에너지를 흡수하고 그의 몸 속에 들어가 뱃속에 알을 낳아...... 아차! 이런 소리를 저놈들이 들으면 안 되지.>
그럴 즈음 덫이 내려와서 익스톨을 간단히 생포해 버렸다.
너무나 싱겁게 끝난 괴수 생포작전이었다.
쇠덫은 크레인에 의해 쑤욱 올려져서 원을 그리며 비글 호 갑판 위에 올려놓으려 했다.
그러자 이때 글로브너가 뛰어왔다.
"잠깐, 내려놓아선 안 됩니다. 공중에 달아 놓으십쇼. 아무래도 수상합니다. 이놈이 잡힌 걸 좋아하는 눈칩니다."
익스톨의 덫은 공중에서 정지했다. 글로브너는 가까이 가서 눈으로 직접 익스톨을 관찰했지만 공포심에서 전신의 모골이 떨렸다.
<괴물 고양이는 어딘지 귀여운 데가 있었건만 이놈은 악마다. 붉은 악마!>
글로브너는 모튼 사령관에게 달려가서
"투시 사진을 찍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고 권했다.
"그러지."
즉각 대낮보다 밝은 라이트가 공중에 매달린 익스톨에게 쏘아졌다. 그건 바로 익스톨이 제일 좋아하는 에너지였다.
"꿀꺽, 꿀꺽......."
익스톨은 맛난 듯이 받아먹었다. 익스톨에게 빨아 먹혔기 때문에 전압이 급강하하여 라이트가 스르르 어두워졌다.
<과연 이놈이 원자력 에너지를 훔치려고 탱크에 구멍을 뚫은 거다. 이런 놈을 우주선 안에 들여놓았다가는 큰 사고가 나고 말 것이다. 하루 바삐 때려죽여야 하는데.......>
글로브너는 모튼 사령관에게 말했다.
"사령관님, 저는 저놈이 정찰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우주공간에는 저놈과 같은 종족이 많이 떠돌고 있으면서, 저놈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신호만 가면 한 시간에 몇 광년이라는 속력으로 한달음에 습격해 오리라 생각합니다."
"알겠어. 조금이라도 이상한 눈치가 보이면 쏘아 죽이겠다."
모튼 사령관은 원자선 파괴포를 가진 병사를 두 사람 갑판에 배치했다.
익스톨은 한 번 보고 그것이 자기의 목숨을 좌우하는 무기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놈들은 과학력은 대단치 않은 것 같지만 죽이는 무기만은 유별나게 좋은 걸 가지고 있군. 조심해야겠다.>
그러나 익스톨은 만일 원자선 파괴포가 발사됐을 때 우주선 자체에도 큰 손해가 온다는 걸 알았다.
<그러면 내가 편히 쉴 곳은 오히려 적의 집 속이라는 거로군.>
익스톨의 거울 같은 눈이 등댓불처럼 번쩍 빛났다.
글로브너가,
"저 녀석, 뭔지 엉뚱한 생각을 했나 보군. 모튼 사령관님, 저놈의 덫 주위에 에너지 스크린을 쳐주십시오."
그러자 이시하라 부장이 뛰어 나왔다.
"기다려. 만일 에너지 스크린을 둘러치면 여러 가지 관찰을 할 수 없게 될 우려가 있어."
"그렇군. 그럴 거야."
모튼 사령관이 맞장구를 쳤다. 그리고는 괴수를 겁주기 위해 다시 세 사람의 원자선 파괴포를 가진 병사를 갑판 위에 배치했다.
그런데 그 중 한 사람은 긴 우주여행이라 그런지 노이로제에 걸려있었다. 노이로제가 되면 하찮은 일도 두려워 못 견디게 된다. 그는 괴수를 보자 와들와들 떨기 시작하였다.
방아쇠에 건 손가락도 떨고 있었다. 만일 괴수가 이빨을 드러내기라도 한다면 견디지 못해 쏘아버릴 것이 뻔했다.
"앗, 기다려."
글로브너는 맹렬한 기세로 달려들어 원자선 파괴포를 뺏으려 했다.
이때, 익스톨의 도마뱀 같은 가는 몸뚱이가 붉은 불덩어리로 변했다. 그러더니 쇠덫의 밑창을 뚫고 갑판 위에 떨어졌다. 익스톨은 잠시 갑판에 머물러있더니 이내 유성처럼 갑판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열선총을 쏴라."
모튼 사령관이 소리치자 붉은 유성은 휙 사라져 버렸다.
"글로브너 군, 그놈은 도망친 거지?"
모튼 사령관이 아까운 듯이 말하자 글로브너는 크게 한숨을 쉬며 대답을 챘다.
"도망친 게 아닙니다. 그놈은 해치의 이중도어로 빠져 들어가서 도리어 이 비글 호 안에 들어온 겁니다. 난처하게 됐습니다."
 
 
공포의 알
 
비글 호 배 안에 비상벨이 울렸다. 리스 선장은 마이크를 통해 전 승무원에게 호소했다.
"제군, 지금 우리 배 안에는 지금까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초능력 괴수가 침입해 들어왔다. 그러나 괴수라 해도 전능은 아니다. 그놈에게도 약점은 있는 것이다. 과학진은 십분 머리를 써서 그 놈의 약점을 찾아낼 것이다. 겁내지는 마라. 단 배 안에서 혼자 돌아다니는 걸 금한다. 반드시 여럿이 모여서 행동하도록!"
입으로는 이렇게 말했지만 리스 선장의 얼굴은 흙빛이 되어 있었다. 모튼 사령관과 함께 글로브너를 향해,
"글로브너 군, 그놈은 마치 바람같이 해치의 도어를 빠져 들어와 버렸어. 도대체 몸뚱이의 구조가 어떻게 생긴 놈일까?"
하고 물었다.
"아마 몸의 원자 조직을 일순간에 변하게 할 수가 있기 때문일 겁니다."
"음! 믿어지지 않는데....... 그놈의 목적은 무얼까?"
"그놈은 산소도 염소도 빛도 없는 이 암흑의 무덤에 혼자 잠자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던 것이 우리 비글 호에 의해 잠을 깬 게 틀림없습니다."
"그렇다면, 그놈이 우리에게 복수를 하려는 것이란 말인가? "
"아닙니다. 이건 저의 육감으로 느낀 것입니다만 그 놈의 굵다란 혈관은 펄떡펄떡 뛰고 눈은 번쩍번쩍 빛나고 있어서, 온 몸뚱이에 솟아 넘치는 기쁨을 누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놈은 필시 생물의 최대 본능을 충족시키려고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떻게?"
"생물의 첫째 목적, 다시 말씀드리자면 자손을 늘리려는 것이지요."
이 때 익스톨은 비글 호의 뱃바닥에서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에너지 선은 둘러쳐 있었지만 그 힘은 약해서 도리어 괴수에게 흡수되고, 괴수는 그것으로 제 힘을 강하게 하고 있는 터였다.
<아주 잘 되었어. 이젠 이걸 심어 놓기만 하면 돼.>
익스톨은 중얼거리며 제 가슴에 손을 댔다. 거기에는 익스톨이 제 생명보다도 소중히 하고 있는 알이 여덟 개, 8연발 피스톨의 탄환처럼 들어 있었다.
그 알을 생물의 몸 속에 주사 바늘을 꽂듯이 집어넣는 것이다. 그러면 알은 그 기생 모체의 영양을 빨아먹고 쑥쑥 자라서 익스톨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된 익스톨은 또 다른 기생 모체에 제 알을 심어 놓으면 기하급수적으로 익스톨이 번성해 가는 것이다.
아마 사흘이 다 가기 전에 비글 호의 배 안에는 익스톨로 만원을 이룰 것이다.
<내 알이 깨어 나오면 우리들은 이 배로 우주여행을 즐길 수 있다. 성운에서 성운으로 에너지와 먹이를 찾아서.......>
익스톨의 꿈은 부풀어 가기만 했다.
그러나 천리 길도 한 걸음에서 시작되는 것. 우선 제 1호 기생 모체를 찾아내야 한다.
익스톨은 가만히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이 때 익스톨이 숨어있는 창고 앞에 승무원들이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왔구나!>
익스톨은 벽을 통해 밖을 바라보았다.
오는 사람은 다섯 명이었다.
익스톨에게는 다행하게, 그 승무원들에게는 불행하게도 한 사람만이 5, 6미터 뒤떨어져 걸어오고 있었다.
익스톨은 X(엑스) 광선이 사람의 몸을 뚫고 나가듯 벽을 뚫고 나가 뒤쳐진 사나이 앞에 썩 나타났다.
"......!"
가엾은 이 사나이는 동료들에게 구원을 청하려 했지만 혀가 굳어져서 소리를 내지 못했다.
익스톨은 불에 달구어진 것처럼 새빨간 두 팔을 내밀어 사나이의 허리를 꽉 잡았다. 그리고는 나머지 두 팔을 그 사람의 두 팔 사이로 집어넣어 끄트머리가 해파리 같은 손가락으로 가엾은 희생자의 몸을 간질렀다. 아니, 간지르는 것이 아니라, 신체검사를 하여 어디다 귀중한 알을 심어야 좋은가를 조사한 것이다.
그의 손에 잡힌 것은 사나이의 위장이었다.
<이건 아주 이상적으로 부드러운 곳이야. 여기라면 내 알은 쑥쑥 잘 자라겠지.>
회심의 웃음을 띤 순간, 앞서서 걷고 있던 사람들이 되돌아보았다.
"으악!"
한 사람은 비상 버튼을 세 번 계속 눌렀다 '괴수 발견'의 신호였다.
재빠르게 복도 옆으로부터 전파총을 가진 승무원이 달려왔다.
<두고 봐!>
익스톨은 화가 났다.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손가락은 돌과 같이 단단해져서 희생자의 심장을 건드렸다.
"와앗!"
희생자는 충격으로 순식간에 숨지고 말았다.
<제기랄, 모처럼 기생 모체를 발견했는데 죽어? 이 두 발 생물은 꽤도 미묘하고 약한 놈이군,>
익스톨은 발을 구르며 분해했다. 그럴 때 잘못 제 몸의 원자 조직을 바꿔 버렸다.
제 딴에는 아까처럼 벽을 뚫고 나가려 했는데 화가 난 바람에 에너지가 아래쪽으로 향해버려서 쿵하고 한 층 아래의 창고 복도에 떨어졌다.
"어렵쇼? 사라져 버렸네."
"확실히 여기 있었는데......?"
승무원들은 서로 맞부딪치며 소동을 벌였다.
그러나 바로 직전까지 괴수가 있었다는 증거로 가엾은 희생자는 축 늘어져 죽어 있었다.
"앗, 패트다!"
"여보게 패트! 정신 차려. 그 놈은 도망가 버렸어."
끌어 일으킨 승무원들은 패트가 이미 숨져있는 걸 알자 새파래진 얼굴로 서로 마주 보았다.
패트의 시체는 사령실 가까이 있는 넓은 홀에 운반되어 에거트 의사가 검시를 했다.
에거트 의사는 전신을 상세히 조사하고 고개를 기웃거리며 옆에 있는 모튼 사령관에게 말했다.
"이빨이 부러졌을 뿐, 전신에 한 곳도 상한 데가 없습니다. 죽은 원인은 심장마비입니다."
"그럴 리가 있나? 패트는 괴수한테 맞아죽은 거야. 엑스선으로 심장을 비쳐 봤는가? 구멍이 뚫렸을지도 모르네."
"물론 엑스선으로도 조사했습니다만 바늘로 찔린 정도의 상처도 없습니다."
이 때 글로브너가 다가왔다.
"모튼 사령관님, 패트의 시체를 에너지 검출기로 조사해 봐 주십시오. 반드시 강한 에너지가 검출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곧 테스트를 했다. 계원은 이내 눈을 둥그렇게 떴다.
"대단합니다. 패트의 심장 부근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에너지가 쌓여 있습니다."
글로브너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렇다면 그건 그 괴수가 패트의 몸 속에 제 에너지를 쏘아 넣었다는 것입니다. 패트의 심장은 그 많은 에너지를 감당하지 못해 마비돼 버린 거지요. 저는 패트와 친한 사이였습니다만 이 친구는 한 여름에 준비운동을 하지 않고도 호수에 뛰어들 수 있는 강한 심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이시하라 생물학 부장이 말했다.
"왜 에너지를 쏟아 넣었을까? 어쩌면......?"
"뭡니까? 그 이유는."
"만약 그놈이 파괴하기를 즐기는 괴수라면 1초도 걸리지 않고 패트를 죽였을 것인데, 그놈은 그러지를 않았어. 그놈은 패트의 몸을 강하게 만들어 가지고 제 맘대로 개조해서 저희들 무리에 끌어넣으려 했을는지도 모를 일이야."
글로브너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시하라 부장 말씀대로 그놈은 이 비글 호에 타고 있는 우리들을 제 편으로 만들려고 한 것입니다. 지금 여기 있는 우리들 중에 누구를 노리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니, 이미 그놈에게 끌려들어 놈의 앞잡이가 되었을는지도 모릅니다,"
"............"
방안에 모인 간부들은 등골이 서늘한 듯 서로 얼굴을 바라보았다. 무어라 말한 수 없는 음산한 공기가 방안을 채웠다. 이때 장현두 박사가 입을 열었다.
"여러분, 우리는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게 아닐까요? 괴수를 쓰러뜨리는 것은 열선총도 아니요, 원자선 파괴포도 아닙니다. 다만 우리들의 단결일 뿐입니다. 승무원의 상호 신뢰입니다. 상대는 기껏해야 한 마리 괴수가 아닙니까? 우리들이 힘을 합하면 무서워할 것은 없습니다."
"그렇소. 확실히 장현두 박사 말 대로요."
모두들 힘차게 말했다. 글로브너는 자기가 한 말을 생각하고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어졌다.
모튼 사령관도 눈을 빛내면서 말했다.
"좋소. 그럼 빨리 괴수 퇴치작전을 생각하기로 합시다. 각자 자기 방으로 돌아가서....... 아니야, 흩어지는 건 좋지 않겠군. 여기서 각기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도록 하지."
과학자득은 각각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나 이제라도 그 붉은 악마가 나타날 것만 같아 등에 찬물을 끼얹는 듯하여 좀처럼 생각을 정리할 수가 없었다.
30분이 지났다. 이때 뚱뚱한 몸집의 물리학 부장 폰 그로션이 도해 같은 것을 가득 그린 노트를 가지고 일어섰다. 그러더니 마치 초등학생처럼,
"사령관님, 한 가지 안이 떠올랐습니다."
하며 즐거운 듯 걸어나오려고 했다.
그러자 돌연 그의 뒤쪽 벽이 빨갛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먼저 32개의 손가락이, 그러고는 뒤이어 새빨간 네 개의 팔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비늘이 돋친 몸통과 추악하기 짝이 없는 얼굴이 나타나 눈 깜짝할 사이에 폰 그로션 물리학 부장을 끌어안아 버린다.
"괴, 괴수다!"
방안에 있던 과학자나 군인은 허겁지겁 방구석 쪽으로 물러났다.
익스톨은 두 개의 팔로 그로션의 몸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후후후......, 이놈은 첫째 놈보다도 훨씬 살이 찌고 좋군. 이만하면 이상적인 모체다.>
좋아란 듯이 웃고 있는 익스톨의 모습은 바로 악마 같았 다.
글로브너는 그 팔의 움직임을 눈도 깜짝이지 않고 지켜보았다. 여덟 개의 손가락은 마치 푸딩(말랑말랑한 생과자)을 만지작거리듯이 몇 번이나 그로션의 살이 많은 옆구리를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그로션은 공포의 표정을 하고 있지만 고통을 나타내지는 않는 것이었다. 글로브너는 옆에 있는 장현두 박사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박사님, 저놈은 지금 벽과 쇠붙이를 드나드는 것 같은 방법으로 손가락과 팔을 그로션 물리학 부장의 뱃속으로 드나들게 하고있는 겁니다. 저도 저놈이 저런 능력을 가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병사들은 진동파 총을 들고 틈만 있으면 익스톨을 쏘아 죽이려고 겨누고 있었다. 그걸 본 글로브너는,
"쏘지마! 쏘면 그로션 박사가 큰 상처를 입는다. 이제 저놈의 약점을 알아낼 테니 잠깐 참아 주게."
하고 주의를 시켰다.
익스톨은 그로션이 아까 열심히 쓴 노트를 한 손으로 낚아채더니 폐이지를 넘기며 보고 있었다.
<저놈이 글을 알라고? 아니, 만일 기호가 든 그림으로 그려져 있으면 글을 모르더라도 이해할는지 모를 일이야.>
글로브너가 이렇게 중얼거렸을 때, 익스톨은 불끈 화난 표정으로 노트를 갈기갈기 찢어 내던졌다. 필시 익스톨의 약점을 예리하게 찌르는 사실이 씌어 있었던 게 틀림없었다.
<유감 천만이야. 단 1분만이라도 일찍 그로션이 저걸 내보여 주었더라면.......>
모튼 사령관은 발을 동동 구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자 익스톨은 뭉그적거리며 벽 쪽으로 물러났다.
그 다음에 벌어진 광경은 너무나도 참혹하고 기괴한 것이었다. 익스톨은 제 가슴속에 팔을 푹 집어넣더니 암녹색으로 빛나는 알을 꺼냈던 것이다.
그걸 승무원들에게 들어 보이고는 한 팔로 그로션의 옆구리를 뚫어 버리고 알을 몸 속에 집어넣었다.
몸에서 팔을 빼내자 그로션의 위 근처가 야구공을 넣은 것처럼 불룩해지지 않는가!
이시하라 부장은 덜덜 떨며 말했다.
"저놈은 제 알을 그로션 부장의 뱃속에서 키우려는 거야. 알은 기생충처럼 그로션 부장의 몸의 영양분을 빨아먹고 자라게 될 테지."
그러자 그로션 부장이 죽는 듯한 소리로 외쳤다.
"위가, 위가 뜨거워. 타는 것 같아. 아아!"
위 속에 들어간 익스톨의 알은 곧 활동을 시작했다. 그로션 부장의 몸은 차츰 굳어져 드디어 흰 눈을 부릅뜬 채 실신해 버렸다.
글로브너는 그 광경을 보고있는 중에 좋은 안을 생각해냈다.
<그렇다. 기동대를 저 벽 뒤쪽에 배치하자. 그래서 뒤쪽에서 저 괴수를 공격해보자. 샌드위치 작전이다.>
모튼 사령관에게 속삭이자 선장도 동의했다.
즉각 네 사람의 병사가 진동파 총을 갖고 익스톨이 서 있는 벽 저편 쪽에서 살금살금 다가갔다.
네 사람의 병사는 글로브너가 시킨 대로 진동파 총의 총구를 벽에 꽉 대고, 만일 익스톨이 벽을 뚫고 나가려 하면 그 순간에 익스톨의 가슴에다 쏘아 줄 작전이었다. 그렇게 하면 설령 익스톨을 쓰러뜨리지 못하는 일이 있더라도 그 가슴속에 있는 위험한 알들을 깨뜨려 버릴 수 있을 것이다.
2분, 3분....... 글로브너 일행은 한 발 한 발 익스톨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그러자 벽에 기대 있던 익스톨은 허연 이빨을 드러내어 우후후후 웃어댔다.
그리고는 무언지 부분품 같은 걸 대여섯 개 쳐들고 보여주었다.
"뭐야? 저건. 이 방에 있던 건가? 여기엔 저런 게 없었을 텐데."
"모튼 사령관님, 저놈이 쥐고 있는 건 진동파 총의 진동 발생원 트랜스(변압기)입니다."
"그걸 어디서 훔쳐 왔을까?"
"벽 뒤쪽에 섭니다. 그놈은 제 뒤에 제 목숨을 노리는 무서운 무기가 들이대져 있는 걸 알고 한 팔을 벽 밖으로 뻗어서 끄트머리가 해파리 같은 손가락을 진동파 총의 총구 속으로 넣어, 가장 중요한 부분품을 빼낸 것입니다. 아마 눈에 뜨이지도 않을 속도로 빼냈기 때문에 병사들도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벽 밖의 것을 훔치는 저놈이야말로 우주 제일의 소매치기입니다."
이 때 익스톨은 서서히 벽 속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공격하라. 놈의 배때기에 진동파 총을 들이대고 쏴라."
모튼 사령관은 이렇게 외쳤건만, 용감한 병사도 아까부터 익스톨의 초능력을 눈으로 본 터라 그 자리에서 발이 떨어지지 않아 한 걸음도 옳기지 못한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익스톨에게 안겨 있던 그로션 부장의 모습도 벽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그 벽의 표면은 갈아낸 것처럼 매끌매끌하게 되어 있었다.
글로브너는 벽 뒤쪽으로 달려갔다. 가보니 배치해 놓은 네 병사 중 세 사람이 진동파 총을 부둥켜안은 채 기절을 하여 번듯이 누워 있었다.
글로브너가 안아 일으키자 똑같은 말로,
"우리는 그로션 부장을 안은 괴수의 가슴팍에 총대를 들이대듯이 하여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그런데도 진동파는 발생하질 않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놈의 길다란 팔에 맞아 쓰러진 것입니다."
라고 보고를 했다.
"자네들은 잘 한 거야. 그러나 그놈은 더욱 날쌘 놈일세."
글로브너는 퍼뜩 생각이 나서,
"여기엔 분명히 존스라는 중사가 있었을 텐데......?"
하고 물었다. 그러자 세 사람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존스 중사는 아까까지 우리와 함께 있었습니다. 대체 어디로 도망쳤을까요?"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글로브너는 입술을 꼭 깨물며,
<도망친 것이 아닐 걸세. 존스는 그 괴수에게 잡혀간 거야. 괴수는 존스에게도 그 괴이한 알을 심어주어 종족을 보존, 아니 말벌처럼 번식시키려 하고 있는 거야.>
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참았다.
그러나 그걸 말해서 병사들에게 큰 동요를 주어서는 좋지 않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잠자코 사령실로 돌아갔다.
 
 
933마리의 괴수
 
사령실에는 간부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쉴새없이 비상벨이 울렸다.
비글 호의 주요 부분은 1층에서 9층까지로 나뉘어 있었다. 그 어느 충에서나,
"괴수가 벽 속에 숨어 있습니다. 벽이 새빨갛게 타고 있습니다."
"지금 붉은 불덩어리가 복도를 날아갔습니다."
라고 하는 겁먹은 소리가 들려왔다. 시델 심리학 부장은 혀를 차며,
"아무리 그놈이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 해도 한 시각에 여러 곳에 나타날 수는 없지 않은가? 모두들 노이로제가 되어 있는 거야."
하고 투덜거렸다.
그러나 글로브너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확실히 지금은 그놈이 한 시각에 여러 곳에 나타나지는 못합니다. 그렇지만 오래지 않아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째선가?"
모튼 사령관과 리스 선장이 다그쳐 물었다.
"아까 그놈은 알을 그로션 부장님 뱃속에다 심었습니다. 이 비글 호 안의 온도가 알을 깨이기에 만일 적당한 것이라면, 아마 몇 시간 내로 알은 깨어날 것입니다. 그리고 거기서 생긴 새끼는 금방 자라서 또 알을 낳습니다. 잘못하다가는 열흘이나 보름 안에 지금 그놈을 빼놓고도 933마리의 괴수가 이 우주선 안에서 탄생할는지도 모릅니다."
 
"933마리?"
모튼 사령관은 그 말을 되뇌고는 그 숫자가 무서운 일을 뜻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933마리. 글로브너 군, 우리 비글 호의 생존 승무원 수와 같군."
"그렇습니다. 제가 생각하기로는 그 새빨간 괴수의 알을 깨이려면 알 한 개에 대해 건강한 한 개의 생물체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최대한의 가능성을 말씀드린 겁니다."
"어떻게 그놈을 죽이든지 아니면 그놈의 마수에서 승무원과 이 배를 지킬 방도는 없겠나?"
배짱이 큰 리스 선장도 초조하게 말했다.
이때 선체에 약한 진동이 전해져 왔다. 리스 선장이 소리쳤다.
"누군가가 우주선 안에서 원자선 파괴총을 쏜 거야."
선미에 가까운 2층 202호실의 이상을 알리는 붉은 램프가 깜박이고 있었다.
모튼 사령관은 리스 선장과 글로브너와 함께 선 내 지프를 타고 현장으로 급행했다.
세 사람 모두 방사능의 영향을 염려하여 우주복을 입고 있었다.
202호실 근처는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넓은 복도 한 가운데에 큰 키에 훌쩍 마른 케프너 소위가 멍하니 서 있었다.
"케프너 소위, 정신 차려!"
리스 선장은 기운을 내게 하려고 소위의 뺨을 치며 소리쳤다.
"앗, 선장님!"
소위는 퍼뜩 정신이 난 듯했다.
"죄송합니다. 선장님의 허락도 받지 않고 원자선 파괴포를 쏘았습니다. 하지만 저도 우리 우주선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 생각하고 쏜 겁니다."
"그렇다면 자네는 그 괴수를 보았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저는 303호실 부근에서 심상치 않은 비명이 들려오길래 달려가 보니 그놈이 테일러 대위의 큰 몸뚱이를 안고 서 있었습니다. 나를 본 그놈은 대위의 큰 몸을 쓰레기통에다 처박고는 내게로 다가오지 않겠습니까? 저는 정신없이 도망쳤습니다만 그놈은 벽을 뚫고 나와 저를 앞질러 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근처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한 다음 원자선을 최소 한도로 줄여서 발사했습니다. 다행히 그놈의 발에 명중했습니다. 그놈의 발은 세 개나 순간에 증발해 버려서 놈은 픽 쓰러졌습니다. 됐다 생각하고 저는 다시 그놈의 머리를 겨누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거짓말 같은 일이 생겼습니다. 틀림없이 없어졌을 놈의 세 개의 발이 사진기의 다리를 빼어 늘리듯 술술 몸에서 나와 금새 본디대로의 다리가 되더니 도망을 쳤습니다."
모튼 사령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 그럴 리가 있을까? 착각이 아닐까?"
그러자 글로브너가 말했다,
"아닙니다. 그 괴수라면 능히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놈은 생물학적으로 우리 지구 인류보다 수 십억 년 진보되어 있습니다. 영양이 좋은 사람은 상처가 빨리 낫고 손톱이 자라는 속도도 빠르지 않습니까? 그놈에게 있어서 다리 두세 개쯤 잃어버리는 일은 우리가 손톱을 깎인 것쯤으로 밖에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 그놈은 불사신이란 말인가? 글로브너 군."
"그야 생물인 이상 언젠가는 반드시 죽을 때가 있겠지요. 그에게도 약점은 분명히 있을 겁니다."
"글로브너 군, 그렇다면 자네는 어떤 힌트를 얻은 모양이군. 자, 빨리 얘기를 해 주게."
리스 선장이 재촉했다.
"사령관님, 그리고 리스 선장님! 그놈은 어째서 많은 사람 중에서 그로션 물리학 부장을 노렸겠습니까? 저는 그로션 부장이 그놈의 약점을 예리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으음, 그래서 그놈은 그로션이 쓴 노트를 갈기갈기 찢었군. 그 노트가 만약 찢기지......."
이때, 전령이 달려왔다.
"사령관님, 장현두 박사가 사령관님께 말씀드릴 게 있다고 합니다."
"장현두 박사가? 고고학자인 그가 도대체 무슨 얘길까7"
모튼 사령관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글로브너는 뜻 있는 웃음을 지으며,
"사령관님, 틀림없이 좋은 뉴스일 겁니다."
라고 말했다.
세 사람은 지프를 타고 사령실로 달려갔다.
사령실에 들어가니 흰 종이가 두 장의 유리판 사이에 끼여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이건 뭔가?"
모튼 사령관이 묻자, 장현두 박사는 침착한 어조로 대답했다.
"이건 그로션 부장이 쓴 괴수 감금 작전 계획서입니다."
"그건 조각조각 찢기지 않았던가?"
장현두 박사가 동양 사람다운 온화한 미소를 짓자, 글로브너가 대신 나서며 말했다.
"장 박사님의 전공은 고고학입니다. 고고학은 몇 천년 전의 극히 조그마한 질그릇 조각으로서도 능히 그 당시 문명의 전체 모습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한시간 전에 찢어진 종이를 본디 모습으로 해놓는 일쯤은 누워 떡 먹기나 다름없습니다."
이때 장현두 박사는 겸손한 태도로 말했다.
"아닙니다. 컴퓨터와 복사기를 십분 활용한 덕택이지요. 어디 좀 봐 주십시오."
모튼 사령관이 들여다보니, 비글 호의 투시도가 그려져 있었다. 엔진과 갑판의 주요부분이 검은 줄로 묶여있다.
장현두 박사는 글로브너에게 눈짓으로,
<자네가 설명을 하게.>
하고 재촉했다. 글로브너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령관님, 역시 제가 생각한 바와 같이 이건 그놈의 약점을 정통으로 찌른 것이었습니다. 이 검은 줄은 비글 호의 중요부분을 에워싸고 있는 특수 합금대입니다. 그놈이 크레인으로 비글 호에 끌려올 때의 위치가 여기입니다."
글로브너는 도면을 가리키며 설명을 계속했다.
"그놈은 비글 호 안에 잠입하려고 그의 초능력으로 덫의 밑을 부수고 갑판 위에 떨어졌습니다. 그놈의 힘으로라면 갑판을 뚫고 선 내로 뛰어드는 일쯤은 아주 쉬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놈은 갑판 위를 100미터 가량이나 달려가서 이 이중 해치로 선 내에 뛰어들어온 것입니다. 이건 말하자면 그놈의 힘으로서도 비글 호의 기관을 둘러싸고 있는 이 특수 합금의 벽은 깨뜨리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과연 그렇겠군. 그런데 선 내에 그물처럼 둘러쳐 놓은 이 기호는 뭔가?"
"이건 그놈의 가장 싫어하는 에너지 선 그물을 더욱 강력하게 한 배치도입니다. 그로션 부장은 이 합금 방호대와 에너지 선을 적절히 이용하여 그 괴수를 궁지에 몰아넣어 보려고 한 게 틀림없습니다. 다행히 야금 공작부에서는 몇 시간 안에 방호대를 만들 수가 있습니다. 우선 승무원을 맨 위층으로 모아 놓은 다음, 위에서 아래로 차차 에너지 선을 걸어나가서 그놈을 배 밑창으로 몰아넣고 거기서 방호대로 통조림처럼 만들어 버리는 것입니다. 제아무리 날뛰어도 독에 든 쥐지요. 우리는 그놈을 태워 죽일 수도 있고 삶아버릴 수도 있게 됩니다."
"그런가! 과연 물리학 부장 그로션이로군. 훌륭한 전법을 생각해 냈다."
사령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글로브너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확실히 물리학 부장님이 이 안을 생각했을 때는 최상급 의 안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와서는 대단한 희생을 요하는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건 어째서?"
"그 놈에게 벌써 세 사람을 인질로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그놈은 인질을 제 근처에 놔두고 알이 깨어나는 걸 지켜보고 있을 겁니다. 만일 이 안에 따라 그놈을 몰아가서 공격을 가했을 경우, 인질로 잡혀있는 사람도 죽게 됩니다. 말하자면 얄궂게도 그로션 물리학 부장은 자기의 계획에 의해 자기 목숨을 잃는 결과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선 안 되지! 나로선 못해."
학자인 모튼 사령관은 머리를 흔들었다.
리스 선장이 나섰다.
"모튼 사령관님! 글로브너 군의 말에 의하면 그놈이 그로션 부장들의 뱃속에 집어넣은 알은 몇 시간 동안에 깨어나 새끼가 된다고 했습니다. 그때부터 벌써 한 시간이 지났습니다. 이건 다시 말씀을 드리면 그 작전을 개시하는 순간 이미 그로션 부장 등 세 사람은 사망한 뒤라는 것입니다. 이제 남아있는 933명 전체 승무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글로브너 부장의 안을 실행에 옳기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군인 리스 선장은 모튼 사령관에게 결단을 내릴 것을 재촉했다.
글로브너는 리스 선장과 그로션 부장이 가까운 친구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글로브너는,
<어떻게, 그로션 부장들도 구하고 괴수도 쓰러뜨릴 방법은 없을까?>
하고 있는 지혜를 다 짜서 묘안을 찾고 있었다.
이 때 장현두 박사가 입을 열었다.
"나는 생물학에 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만 그놈은 다음 알을 심어 넣을 기생생물 모체를 찾고 있지 않을까요?"
"필시 그럴 겁니다. 지금 여기에 나타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보통 수컷이 먹이를 구하러 나다니고 있을 때엔 암컷이 보금자리와 알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놈은 다행히도 혼자입니다. 이건 놈이 보금자리를 비우는 때가 많다는 것을 뜻하는 겁니다. 돌격대를 보내어 그 보금자리에 뉘어있을 그로션 부장을 탈취해 오는 게 어떻겠습니까?"
글로브너는 눈에 빛을 내며 말했다.
"좋은 안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놈의 보금자리는 대체 어디일까요?"
그러자 이시하라 생물학 부장이 나서서 말했다.
"나는 그놈의 체격이나 습성으로 보아 가장 인기척이 없는 곳, 그러면서도 어둡고 습기 찬 곳이 아닐까 생각해."
"그렇게 말하면, 배 밑창이라는 게 되겠군."
모튼 사령관은 비글 호의 도면을 살펴보았다
"한 마디로 배 밑창이라고 하지만 창고, 연료 탱크, 수리실 등 많지. 그런 곳을 일일이 조사하고 있다가는 2, 3일 걸리게 마련이야. 그 동안에 알이 깨어 나올 게 뻔해. 아, 어떡한다?"
모튼 사령관은 백발을 쥐어뜯듯이 하며 탄식을 했다.
 
 
전원 퇴각
 
바로 그 시간에 익스톨은 이시하라 부장이 말한 대로 어두운 배 밑창에서 혼자 빙글빙글 웃고 있었다.
눈앞에는 반쯤 몸이 굳어진 세 사람의 승무원이 눕혀져 있었다. 그로션, 존스, 들렌, 모두 몸집이 큰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몸 속에는 익스톨의 소중한 알이 들어있는 것이다.
<내 알들아, 빨리 영양을 섭취해 깨여져 나오너라. 그렇게 되면 우리들은 그놈들을 총공격할 수 있다.>
익스톨은 알들에게 말하고는 가슴을 눌러 마음을 진정시켰다.
<아직 알이 다섯 개나 남아 있다. 이 알의 기생 모체도 빨리 찾아내지 않으면 안 되겠다.>
익스톨은 다시 출동하기로 했다. 두서너 걸음 걸어 나오다가 퍼뜩 무슨 생각이 났다.
<그렇지, 내가 여기를 비우고 있을 때, 놈들이 찾아오게 되면 발견이 될는지도 모른다. 두발 생물이란 것은 어느 별에서도 그랬지만 잔인한 짓을 예사로 해내는 몹쓸 놈들이었지. 나의 귀중한 알도 열선으로 태워죽게 될지 모른다.>
꼴은 무섭게 생겼어도 익스톨은 강한 모성애를 가지고 있었다. 어쩐지 불안해 견딜 수가 없었다.
<어디 감춰 둘 곳이 없을까?>
주위를 살펴보니 천장에 에어컨디셔너용의 거대한 파이프가 있었다. 손을 넣어 조사를 해 보았다.
<이건 안성맞춤이다. 여기라면 안전하겠지.>
빙긋이 웃음을 띠고는 그로션 부장 일행을 그 속에 밀어 넣었다.
말이 파이프지, 그 속은 사람이 유유히 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 굵은 통이었다. 익스톨은 마음을 놓고 배 밑창에서 나와 위로 올라갔다.
그러나 만만찮은 익스톨도 그 에어컨디셔너의 파이프가 배 안의 모든 곳에 신선한 공기를 보내고 있는 것인 줄은 미처 몰랐던 것이다.
2,3분 지나자 냄새에 예민한 승무원이 코를 벌름벌름 거리다가,
"이거 뭔가 발효하는 것 같은 고약한 냄새가 나지 않는가?"
하고 동료들을 돌아보았다.
"이상해, 에어컨디셔너의 분출구에서 나는데....... 필터가 상했나?"
위생 과장은 곧 고장난 자리를 찾는 텔레비전 카메라가 붙은 로봇 점검차 열대를 파이프 속에 들여보냈다.
파이프는 길이가 300미터였다. 그러나 점검차는 시속 100킬로미터의 속도로 재빨리 돌아다닌다.
5분 이내에 이상한 냄새가 나고 있는 곳을 발견하게 될 예정이었다. 3분 후, 위생 과장은 아앗 하고 바짝 긴장을 했다. 점검차 5호의 카메라가 파이프 속에 막혀있는 이상한 물체를 비추기 시작한 것이다.
"야, 이건 그로션 부장들이다."
아까 난 그 냄새는 알이 자랄 때 나는 냄새였던 것이다.
"인질 발견!"
커다란 환성이 올랐다.
재빠르게 응급 수리차가 원자선 파괴포를 가진 병사를 태우고 터널 같은 파이프 속을 통해 현장을 향해 달려갔다.
익스톨이 나타날까 초조해하면서 세 번 왕복을 해서 기생 모체를 전부 거두어들였다.
그러고 나자 익스톨이 나타났다. 승무원들은 우주복을 입고 무기를 가지고 있었으므로 한 사람도 붙잡히지 않았다. 익스톨은,
<하는 수 없다. 알이나 소중히 길러야지.>
하며 파이프 속으로 들어갔다.
익스톨은 제 눈을 의심했다.
소중한 기생 모체가 하나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리지 않았는가!
<두발 녀석들, 내가 없는 사이에 훔쳐 갔구나!>
익스톨은 분노에 전신을 부들부들 떨었다.
<오냐, 이렇게 된 바에야 번식은 뒤로 미루고 놈들을 하나 남기지 않고 때려죽일 테다!>
익스톨은 1층에서 2층으로, 2층에서 3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벽도, 마룻바닥도 물 속을 헤엄쳐 가듯이 뚫고 지나갔다.
이미 우주선 안의 벽과 마루에는 강력한 에너지 선이 둘러쳐져 있었건만 익스톨은 이젠 불감증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익스톨은 벽을 통해서도 저편을 볼 수 있었다. 그러기 때문에 반드시 뒤쪽에서 습격해야 한다.
<알을 깨기 위해 죽이지 않았던 거다. 죽이려 하면 문제는 다르다.>
익스톨은 미친 듯이 날뛰었다.
겁을 먹은 승무원들은 동료끼리 싸우거나 혼자 도망을 치고 있었다.
사령실에서는 최후의 회의가 열려 있었다.
모튼 사령관은 금속 부장을 향해 말했다.
"금속 부장, 이젠 최후의 수단을 쓸 수밖에 없소. 글로브너 군은 에너지 선을 10배로 강화해야 한다고 하오. 그럴 경우에 이 비글 호는 어떻게 되겠나?"
금속 부장은 탁상 전자 계산기로 열심히 계산을 하더니 대답했다.
"10배로 해도 계산상으로는 유지됩니다. 그러나 비글 호는 1년 반 이상 항해를 계속해 왔습니다. 만일 금속 전체에 피로가 와 있었을 경우에는 벽이나 바닥이 녹아서 분해될 우려가 있습니다."
"그런가? 글로브너 군, 어떻게 하겠나?"
글로브너는 지금까지의 피해 보고를 정리하면서 대답했다.
"사령관님, 익스톨은 이미 60명 이상의 승무원을 죽였습니다. 그놈은 미쳐 날뛰면 날뛸수록 에너지가 강해져 가는 엉뚱한 능력을 가진 놈입니다. 도무지 처치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된 바에는 남은 수단은 꼭 한 가지뿐입니다. 우리 비글 호의 반을 떼어버리고라도 그놈을 죽이는 길밖에는 딴 도리가 없을 겁니다."
"반을 버리다니?"
"그렇습니다. 전에도 제안했지만 전 승무원을 제일 위층에 집합시킵니다. 그리고 그 아래층으로부터 차례로 에너지 선을 퍼부어 가는 것입니다. 그놈은 차츰 아래로 쫓겨가겠지요. 그러다가 맨 나중 배의 끝으로 물아 넣어서 함께 폭파해 버리는 것입니다."
"글로브너 군, 이건 너무나 대담한 작전인데. 그게 잘 될까?"
"운명에 맡길 도리 밖에 없습니다."
모튼 사령관은 간부들을 모아놓고 투표를 하게 했다. 단 한 표의 차로 글로브너의 의견이 채용되었다.
"전원 우주복을 입고 최상층으로 집합!"
살아남아 있는 승무원의 대부분은 자기가 맡고 있는 일을 자동 장치로 바꿔 놓고 최상층으로 모여들었다.
거기에는 구명선 10척이 금방이라도 출동할 자세로 준비되어 있었다.
모튼 사령관은 비통한 소리로 전원에게 말했다.
"이제부터 괴수를 우주선 밖으로 내쫓기 위하여 에너지 선을 10배로 증가시킨다. 때에 따라서는 본선을 분해할 필요성이 생길지도 모른다. 전원 구명선으로 옮겨 타라."
전원이 타자 비글 호 선 내에 쳐 있는 에너지 선은 10 배로 증폭되었다.
이와 함께 마침 9층에까지 올라와 있던 익스톨은 뜨거운 물을 뒤집어 쓴 것처럼 펄쩍펄쩍 뛰었다.
벽과 마루가 타올라 청백색 불꽃을 올리며 녹기 시작했다.
<저 녀석들 좀 보게, 내가 싫어하는 에너지 선을 터무니없이 강하게 했어. 정말 바보 같은 놈들이군. 이렇게 하면 이 배도 녹아 버린단 말야!>
머리 위나 발 아래나 모두 에너지 선에 의한 열의 바다였다. 서지도 앉지도 못할 불의 바다였다.
이때 익스톨의 머리에 가장 지긋지긋한 기억이 떠올랐다.
<우리들의 별 그롤도 에너지가 너무 강해졌기 때문에 큰 폭발을 일으켜 날아가 버렸었지. 지금의 느낌은 꼭 그때와 같아.>
익스톨은 배 밑창 쪽이 약간 서늘한 걸 알고 굴러 떨어지듯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나 불의 바다는 익스톨과 같은 속도로 뒤따라온다. 익스톨은 드디어 제일 끄트머리로 쫓겨갔다.
우주선 안을 온통 에너지로 퍼붓자 비글 호는 비지직비지직하며 흔들리고 있었다. 바야흐로 폭발 직전이다.
이때, 익스톨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인간들의 몸에서 내고 있는 가느다란 진동이 갑자기 그쳐버린 것이었다. 엔진도 꺼져 있었다.
<이건 어떻게 된 걸까?>
익스톨은 창문으로 밖을 내다봤다.
구명선과 우주 패트롤 정이 다투어 도망쳐 가고 있었다. 익스톨은 비로소 두 발 생물들이 얼마나 무서운 계획을 세웠나 하는 것을 눈치챘다.
<저놈들은 나를 이 우주선과 함께 폭파시킬 생각이로구나. 그리고 저희들은 저 조그만 우주 패트롤 정으로 가까운 별에 가서 그곳을 정복하려하는 거다. 아아, 정말 무서운 일을 하려는 놈들이야. 우주는 넓다. 나 같은 건 저놈들에 비하면 애송이 같은 것이로구나.>
익스톨은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좌르르르......."
하고 벽이 불타며 폭포수와 같이 익스톨의 머리 위에 쏟아져 내렸다.
<아, 이젠 그만이다.>
익스톨은 벽을 차례차례 뚫고 갑판으로 뛰쳐나오자 반자력 능력을 써서 비글 호로부터 암흑의 공간으로 뛰어 나갔다.
 
 
영원한 암흑의 밤
 
"저게 뭔가? 저 붉은 빛은?"
비글 호의 상공을 배회하고 있던 우주 구명선 속의 리스 선장은 붉은 번갯불이 비글 호 위에서 치솟는 걸 보자 큰 소리로 외쳤다.
글로브너가 대뜸 대답했다.
"선장님, 결국 그놈이 견딜 수 없어 도망가는 겁니다. 저런 기세라면 몇 분 동안은 돌아오지 못하리라 생각합니다. 자, 어서 비글 호로 돌아갑시다."
그러나 비글 호는 최후의 순간인 듯 그 큰 몸으로부터 도깨비불 같은 푸른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전파 부장은 리모트컨트롤(먼데서 조작함) 장치로 에너지 선을 끊었다. 그러자 비글 호는 일순간에 깜깜해졌다. 지옥의 배로부터 유령의 배로 바뀐 것이다.
"이때다!"
승무원들은 차례로 상부에 열려있는 해치를 통해 비글 호로 돌아왔다.
그리고 몇 분 후에 해치를 완전히 닫아 버렸다.
익스톨은 반자력 능력으로 날아가면서 뒤도 볼 수 있는 눈으로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
<두 발 녀석들, 나를 잘도 속였군.>
그리나 반자력 능력의 힘은 강했다. 그것이 약해지기를 기다려 공중 선회를 한 익스톨은 전속력으로 비글 호를 향해 돌진해 갔다.
그러나 거의 가까이 다가가자 세차게 퉁겨버렸다.
<망할 것! 두 발 녀석들이 내가 싫어하는 에너지 선 그물을 배 주위에 쳐 놨구나.>
비글 호는 방어 그물의 보호를 받으며 항해를 계속했다.
익스톨은 배를 계속 뒤따랐다. 그러나 비글 호는 어디론지 자취를 감춰 버렸다.
남은 것은 칠흑 같은 어둠과 100만 광년이나 떨어진 곳에서 빛나고 있는 다른 우주의 빛의 소용돌이 뿐이었다.
익스톨은 몸에서 기운이 쑥 빠져가는 걸 느꼈다.
<아아, 나는 우주의 왕자가 될 기회를 영원히 놓쳐 버렸구나!>
익스톨은 공간에 길다랗게 손발을 뻗으며 탄식을 했다. 그러다 스스로 제 마음을 달래었다.
<이만한 것도 다행이야. 나를 없애기 위해 저희들의 우주선까지 폭파하려드는 괴물을 상대하고 있다가는 어떤 변을 당하게 될지 모르는 일이야.>
글로브너는 외과 의사들이 날랜 솜씨로 차례차례 피해자들의 위를 째 나가는 걸 견학하고 있었다.
위에서 꺼내어 유리 그릇에 담은 알은 모두 회색으로 변해 있었다. 귀를 가까이 대고 들으면 안에서 가늘게 달싹이는 소리가 들렸다.
글로브너는 병사들에게 열선총을 겨누게 했다.
달칵 소리와 함께 한 개의 알이 깨졌다.
그리고 도마뱀 같은 빨간 대가리가 쑥 나왔다.
붉은 금강석 같은 눈으로 글로브너를 노려본다. 어려도 본능으로 두발 생물이 제 적임을 안 모양이다.
유리 그릇에서 펄쩍 뛰어나와서는 급히 벽을 타고 올라가려 했다.
"쏴라. 벽이 녹아나도 할 수 없다."
글로브너가 명령함과 동시에 열선총이 불을 뿜었다.
나머지 알은 그릇 안에서 열선을 쬐어 금빛 불꽃을 일으키며 타버렸다.
알을 꺼내고 나니 그 발육 독소로 일종의 마비상태에 빠져있던 그로션 부장도 차차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돌덩이처럼 굳어져 있던 근육도 풀려 이윽고 눈을 뜨게 되었다.
"한 달 이내에 완치가 될 것입니다."
에거트 의사가 자신 있게 말했다.
이에 비해 비글 호는 강한 에너지 선을 받은 탓으로 대단한 손상을 입고 있었다. 공작 부장은 적어도 석 달은 걸려야 복구가 되리라고 말했다.
제대로 한다면 항해를 중지하고 고쳐야 할 것이었지만 케얼, 리임 별의 식물인간, 익스톨 등 새 번이나 뜻하지 않은 강적을 만나 예정 계획보다 훨씬 뒤쳐져 있었기 때문에 비행을 계속해 가면서 수리하기로 했다.
이로부터 열흘 후, 글로브너와 장현두 박사는 관람실 의자에 앉아 얘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박사님, 우주에는 전혀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수들이 많겠지요. 앞으로도 어떤 무서운 놈이 나타날지 알 수 없군요."
"그래, 자네 말 대로일세. 하지만 나는 때로 불쑥 이런 생각을 하지."
"............"
"그 무엇이 무서운 거라 해도 지구라는 조그마한 별에서 난 우리들 인류만큼 무서운 생물은 없다고 말야. 인류는 두 발로 서는 순간부터 다른 동물을 죽이며 살아온 것이네. 그것도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재미로 죽인 일도 수없이 많다는 거야. 지금 이 항해만 해도 생각해보면 동굴에 살고 있었을 때 몽둥이를 가지고 이웃 숲으로 사냥을 간 거와 오십보 백보(큰 차이가 없음)라는 생각이 드니까 말일세."
글로브너는 고개를 끄덕이며 창 밖으로 시선을 보냈다. 그 곳에는 끝없는 암흑의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장현두 박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글로브너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15세기, 콜롬부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기 전까지, 유럽의 신부님들과 학자들이 '지구의 끝은 깜깜한 밤의 세계다. 거기에는 처음도 끝도 없는 것이다. 거기 떨어진 배는 영원히 방황을 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었네. 그건 지구가 아니라 우주를 말한 것인지도 모르겠어."
그러나 우주선 비글 호는 그 끝없는 암흑의 대우주 속을 870명의 승무원을 태우고 한결같이 돌진해 가고만 있었다.
<끝>
 
공중해적주식회사
PIRACY PREFERRED
 
존 켐벨 JOHN W. CAMPBELL 지음
 
 
 
초 대 형 기
 
"아아, 졸린다!"
초대형 대륙횡단 여객기의 조종사는 중얼거렸다.
때는 2026년의 일이다.
3,000명을 태우고 뉴욕을 출발한 초대형기는 샌프란시스코를 향하여 날아가고 있었다.
이 초대형기는 그 크기로 보나 성능으로 보나 지금까지 항공기하고는 대단한 차이가 있었다.
특히 조종은 모두 전자두뇌가 하고 있다.
조종사는 다만 게이지(계기판)를 보고 자동 조종 장치에 이상이 없나 하는 것만 보고있으면 되는 것이다.
단지 그것만으로 고도 1만 6천 미터를 유지하고 곧바로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륙이나 착륙은 물론 조종사가 스위치를 넣어서 자동 조종 장치를 움직이게 해야 되지만 그것도 지극히 간단한 일이다.
웬일인지 졸린다는 기분이 든 조종사는 부조종사에게 말했다.
"커피를 한잔하고 올 테니, 잠깐 교대해 주겠나?"
"예, 좋습니다. 어서 다녀오십시오."
조종사는 자리를 일어서면서 크게 하품을 했다. 보니까 부조종사도 피로해 하고 있었다.
승무원 휴게실로 가는 계단을 내러오면서 조종사는,
"폴도 졸린 것 같던데 맡겨놓고 와도 괜찮을까?"
하고 중얼거렸다. 그러나 곧 고개를 저었다.
"폴이 좀 졸았다고 해서 뭐 별일이야 없겠지. 목적지 상공에 가서 10분만 어물어물하고 있으면 비행기의 자동 신호에 따라 비상 파일럿이 지상에서 올라와 착륙시켜 줄 테니까. 옛날에 비하면 비행기 조종도 정말 평하게 됐지....... 그런데 오늘은 또 왜 이렇게 졸리지?"
그렇게 중얼거린 것이 마지막이었다.
조종사는 스르르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고는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 들어갔다.
그러나 여객기는 조종사가 말한 대로 샌프란시스코를 향해 굉장한 속력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 초대형기 안에서는 조종사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이제부터 시작하는 기괴한 사건의 시작이었다.
 
모두 죽어 있다
 
그 초대형기가 착륙하게 되어 있는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는 대단한 소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예정 시간에 정확하게 상공에 도착한 초대형기는 착륙 신호를 보내지 않고 선회를 시작하더니 비상 파일럿을 보내라는 자동신호를 보내 왔기 때문이었다.
관제탑에서는 상공에 있는 대형기에 자꾸만 신호를 보냈다.
"응답하라, 응답하라. 이쪽은 샌프란시스코 공항!"
"............."
"응답하라! 응답하라!"
"............."
아무리 불러봐도 초대형기에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곧 비상 파일럿을 태운 구급기가 올라왔다.
그렇지만 이건 또 어떻게 된 영문이란 말인가?
비행기에는 3천 명의 승객과 80명의 승무원이 틀림없이 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들은 죽은 듯이 꼼짝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대륙횡단 항공회사의 공항 주임은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그것은 저 비행기가 90만 달러의 증권을 싣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을 둘러싸고 무슨 사건이라도 일어난 것이나 아닐까?
"그런 일이? 몇 명의 강도단이 습격했다고 해도 3천 명이나 타고있는 저 비행기에선 어쩔 수가 없을 텐데......?"
이윽고 여객기는 조용히 착륙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대륙횡단 항공회사의 연락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갔다.
비행기의 중앙 동체가 뻥하니 열리고 엘리베이터가 스르르 아래로 내려왔다.
연락차를 뛰어 내린 공항 주임이며 계원은 곧 엘리베이터를 탔다.
4층의 휴게실에 있는 비상 파일럿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주임의 얼굴을 보자 부들부들 떨면서 말했다.
"크, 큰일 났습니다. 하여간 착륙은 시켰습니다만 살아있는 사람이라곤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승무원들은 제각각의 장소에서 숨져 있고, 승객들도 전부......."
주임은 눈을 부라렸다.
"그, 그런 엉터리 같은 일이....... 3천 명이나 되는 승객이 타고 있었는데......."
그러나 안을 휙 둘러본 주임과 계원들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3천 명의 승객들은 언뜻 보아 잠을 자고 있는 것 같았지만 숨을 쉬고 있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어떻게 해서 이렇게 됐을까? 이 광경으로 봐서 가스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그렇다고는 하나 90만 불이란 돈 때문에 3천 명을 모조리 죽이다니. 곧 의사를 불러야겠다."
비상 파일럿이 말했다.
"내가 이미 관제탑에 연락해 놓았습니다. 곧 올 겁니다."
그래서 공항 주임과 계원들은 계단을 달려 내려와 90만 달러의 증권이 들어있는 우편실에 들어가 보았다.
예상대로 문은 닫혀 있었으나 자물쇠는 열려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경비원은 책상 위에 엎드린 채 숨이 끊어져 있었다.
금고 쪽으로 가보니 생각했던 대로 커다란 구멍이 뻥 뚫려 있었다.
"이 금고는 두께가 20센티미터나 되는 텅스텐과 이리듐의 합금으로 되어 있는데, 그걸 파괴하다니!"
물론 90만 달러의 증권은 이미 거기에 없었다. 역시 90만 달러의 증권이 목적이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너무나 잔인한 범죄였다.
대체 이 범인은 밖으로부터 습격하였을까? 아니면 안에 숨어 있다가 습격했단 말인가?
그 때 한 계원이 말했다.
"경비원의 책상에 조그만 봉투가 놓여 있습니다."
그 표면에는 이렇게 쐬어져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공항 계원 앞에.」
그리고 안에는 이렇게 쐬어져 있었다.
「이 대형기는 무사히 착륙할 것이다. 만약에 무슨 사고가 일어난다면 그것은 당신네들의 실수지 내 책임은 아니다. 분명히 자동 조종 장치를 움직이게 해놓았으니까. 승객들은 죽은 게 아니다. 잠시 죽은 것처럼 되어있을 뿐이다. 다른 종이에 써 있는 약을 주사하면 되살아나게 된다.
그리고 만약에 승객 속에 암환자가 있었다면 그 환자는 이 가스를 마신 덕택에 암이 깨끗이 완쾌되었을 것이다. 암 세포는 완전히 파괴되었으며 1주일 안에 완쾌될 것이다.
이 일은 밖에서 한 일이기 때문에 승객에게 물어봐도 아무 소용이 없다. 그리고 어떠한 마스크를 사용한다고 해도 이 가스를 막을 수는 없다.
또한 90만 달러의 증권 대신에 나의 새 회사, 즉 공중해적 주식회사의 주식을 동봉해 둔다.
 
공중 해적
 
확실히 그 안에는 가스 중독을 고치는 주사액과 옥화 칼륨의 처방문과 공중해적 주식회사의 90만 달러 분의 증권이 들어 있었다.
"공중해적 주식회사라고? 빌어먹을 놈 같으니라고. 그건 그렇다 치고 여기에 있는 승객들이 죽지 않았다고 하는데 사실일까?"
공항 주임이 이렇게 중얼거렸을 때 의사가 들어왔다.
"지금 승객들을 진찰하고 왔지만 가망이 없군요. 심장이 멎어 있으니......."
주임은 공중해적의 쪽지를 내밀며 말했다.
"이걸 좀 보십시오. 아무도 죽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뿐만이 아니라 가스를 마신 덕분에 암이 완쾌된다고 써 있습니다."
"그런 소리가!"
하여튼 공중해적의 처방대로 치료를 해보는 수밖에 없었다.
3천명 분의 준비 때문에 두 시간이나 걸렸다.
이윽고 모두가 긴장해서 보고있는 가운데 주사를 놓았다.
의사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도 심장이 멎어버린 인간이 다시 소생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주사를 놓은 지 10분도 되기 전에 맨 처음의 승객이 숨을 쉬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고 차례차례로 주사를 맞고 승객들과 승무원들은 한 사람 남김없이 되살아났다.
그것뿐만 아니라 암으로 고생하고 있던 한 여인은 아픔이 깨끗이 멎었다고 떠들썩하게 말하는 것이다.
의사가 서둘러 정밀 검사를 했다.
"기적이다! 그렇게 중환자였는데 암의 증상이 깨끗이 없어졌다니....... 만약에 이 가스로 암이 고쳐진다면 공중해적은 인류의 구세주다!"
공항 주임은 잔뜩 얼굴을 찌푸리고 입을 열었다.
"21세기가 되니까 정말 괴이한 일도 다 생기는군. 하늘을 날아가고 있는 비행기 속에서도 물건을 훔쳐가니.......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이렇게 감쪽같이 훔쳐갔을까?"

암환자 2천 5백 명
 
그곳은 뉴욕의 고충 아파트 39층이었다.
두 청년이 무엇인가 열심히 의논하고 있었다.
키가 큰 청년이 말을 했다.
"그 공중해적이 활동하기 시작한 지가 꼭 7일째 되네. 일곱 번 모두 대륙 횡단 여객기에 실은 현금이며 증권이 몽땅 도둑맞았어. 거의가 우리 아버지 회사의 항공기야. 항공 경찰은 필사적으로 적을 잡으려고 하고 있지만 단서조차 잡지 못하고 있네."
그러자 키가 작은 쪽이 말을 받았다.
"응, 그만큼 엄중히 경계하고도 당했으니, 상대방은 굉장히 무서운 놈일세."
항공 회사는 항공 경찰에 연락해서 두 번 다시 해적에게 습격 당하는 일이 없도록 했다.
우선 경비원을 비행기 안에 있는 강철제 상자 안으로 들어가게 해놓고 밖에서 용접을 해서 절대로 밖의 공기가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물론 안에는 산소 공급 장치가 되어 있어 호흡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또한 그 상자 정면에는 방탄 유리가 박혀 있었으며 경비원은 안에서 버튼으로 기관총을 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이렇게 해 놓으면 경비원은 해적의 가스 세례를 받아도 잠들지 않고 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여객기 주위에는 항공 경찰의 패트롤 기가 호위를 했다.
그야말로 나는 새도 끼여들 수 없을 만큼 엄중한 경계였다.
그런데 중간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항공 경찰의 패트롤 기가 한숨을 돌리고 목적지의 상공에 다다랐을 때 비상 파일럿을 부르는 자동 신호가 여객기에서 발신된 것이다.
몇 대나 되는 패트롤 기가 경호하고 있는 데도 증권은 없어지고 승객들은 가스 세례를 받은 것이었다.
그것뿐만 아니라 강철 탱크 안에 들어가 있던 경비원조차 잠을 자고 있었던 것이다.
키가 큰 청년이 말했다.
"굉장한 정도가 아니야. 마술사야. 분명 놈은 소형기로 날아와 비행기 안으로 들어간 게 틀림없어. 그런데 아직까지 항공 경찰의 패트롤 기는 그놈의 그림자조차 보지 못하고 당하고만 있으니......."
키가 작은 쪽이 빙그레 웃었다.
"마술이란 것은 반드시 과학으로 풀 수 있는 함정이 있는 거라네. 에드워드, 내게도 방법이 있어."
에드워드라고 불린 키가 큰 청년은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했다.
"자네라면 무슨 방법이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있네. 사실은 아버지한테서 부탁을 받았어, 자네보고 이 사건을 해결 해 달라고 말이지. 어쨌든 이 소동으로 증권이며 돈을 여객기로 수송하지 않게 되었거든."
"그렇다면 이젠 공중해적이 여객기를 습격하지 않을 지도 알 수 없군. 그건 애석한데. 사실은 나도 자네 아버지에게 부탁드려서 돈을 나르는 다음 비행기편에 태워 주십사하고 부탁하려고 했었는데......."
"리처드, 사실은 암환자 2친5백명이 한 사람 당 100달러씩 가지고 타겠다고 신청해 왔다네. 환자들은 해적의 가스세례를 받고 그것으로 병을 고치겠다는 생각이지. 그래서 그 환자들이 내는 돈 25만 달러를 금고 안에 넣어둘 거라네."
리처드라고 부르는 작은 청년은 끄덕였다.
"그렇다면 거기 타도록 해 주게."
이 리처드는 나이는 젊지만 미국에서도 첫손에 꼽히는 유명한 물리학자였다.
에드워드는 리처드의 친구이며 수학자였다.
두 사람은 언제나 협력해서 발명과 발견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에드워드가 물었다.
"그래서 자네는 어떻게 할 작정인가?"
리처드는 잠자코 방을 나가서 알루미늄 통을 갖고 돌아왔다.
"여객기를 타려는 목적의 하나는 그 가스의 표본을 얻기 위해서네."
"그런 걸 가지곤 아무 소용없어. 항공 경찰의 발표를 보면 가스는 환기장치에서 스며들어오는 모양이지만 새로 들어오는 깨끗한 공기 때문에 곧 없어져 버려 나중에 채집하려고 해도 어쩔 수도 없다는 얘기가 아닌가?"
"그러니까 이걸 쓰지. 이 속은 공기를 빼버렸네. 그러니까 진공일세. 이것을 비행기 안에 놔두면 가스만은 이 안으로 들어갈 거란 말일세. 그 강철 탱크 속에까지 스며든 가스니까. 그리고 그 통을 밖으로 가지고 나와도 주위의 공기의 압력으로 하나도 새나오지 않을 게 아닌가?"
"그렇군. 잘 되면 좋겠는데....... 놈의 정체를 규명하는데 많이 도움이 될 테니까 말일세. 하지만 비행기에 올라타는 이유가 그것만은 아닐 테지?"
"물론이지."
"그럼, 나도 같이 가세."
 
기계는 자지 않는다
 
두 사람은 열시 반 경 연구소의 옥상에서 헬리콥터를 타고 근거리 항행 고도까지 오르자 곧바로 공항으로 향했다.
출발은 한 시였지만 그 전에 할 일이 있었다.
둘은 공항에 닿자 곧 여객기에 올라 두 사람을 위해서 준비된 독실로 들어갔다.
그 독실은 우편실 옆에 있었다.
리처드하고 에드워드는 우편실과의 사이 벽에다 조그만 구멍을 뚫었다.
그리고 그 구멍 바로 밑에 테이블을 놓고 가지고 온 소형 영화 카메라를 장치해 놓았다.
"가스 채집통은 몇 개나 가져왔나? 리처드."
"네 개뿐일세. 여기에 있네. 카메라 장치는?"
"됐어. 이젠 기다리는 것뿐일세."
이윽고 시간이 흘렀다.
환기 장치가 시동하기 시작한 듯, 작은 진동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리처드는 시계를 보았다.
"곧 한 시가 되면 이륙이네. 그리고 내일 저녁식사 때 와 주십사고 아버지께 부탁드려 주게. 그리고 훌라 기사도 말일세. 이 사건의 해결엔 태양열 엔진이 소용되리라고 생각하네. 거의 완성 단계에 있지만 유능한 기사의 도움이 필요해."
"태양열 엔진이 완성단계에 있다고? 그건 정말 멋진데?"
이윽고 거대한 엔진을 움직이며 여객기가 활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별로 오래 활주하지도 않고 부웅 떠올랐다.
눈 아래 펼쳐지는 뉴욕 시는 눈 깜짝할 사이에 멀어졌다.
이윽고 그 황홀하게 빛나는 도시도 보이지 않고 초록색 언덕이며 들판이 계속되었다.
언제 보아도 멋진 경치였다.
그렇지만 아래 경치에만 정신을 팔고 있을 겨를이 없었다.
여객기의 주위에는 상하, 좌우, 전후로 패트롤 기가 호위하고 있었다.
언제 공중해적의 습격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윽고 항상 해적이 습격해오던 네브래스카 주의 상공에 다다랐다.
비행기 안은 긴장으로 굳어졌다.
타고 있는 암 환자들은 어서 빨리 해적이 습격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단 100달러로 불치의 암이 흔적도 없이 완치되는 것이다.
리처드와 에드워드도 긴장한 채 기다리고 있었다.
돌연 리처드는 졸리기 시작한다고 느꼈다.
<가스다!>
에드워드가 이미 깊이 잠들어 있는 것이 어렴풋이 보였다.
<카메라를 움직여야지.......>
리처드는 필사적으로 졸린 것을 참으며 카메라의 시동 스위치에 손을 대었다.
카메라가 간신히 소리도 없이 가동하기 시작했으며 그는 손을 뻗친 채 그냥 쓰러지고 말았다.
리처드가 눈을 떴을 때 의사가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 옆에서 에드워드가 빙글빙글 웃으며 내려다보고 있었다.
"자네가 먼저 주사를 맞았군."
"응. 그렇지만 자네만은 잠들지 않고 감시할 줄 알았는데......."
에드워드가 비꼬았다.
리처드가 거기에 대답했다.
"바보 같은 소리마. 그 가스가 어떤 건지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막을 수 있단 말인가? 그렇기 때문에 비행기에 올라탄 것이 아닌가? 그러나 기계는 자지 않아. 틀림없이 감시했을 걸세."
에드워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카메라 얘기군 그래. 그런데 의사는 그런 것은 없었다고 하던데? 우리들의 알루미늄 통도 없었다는 데, 해적이 모조리 가져간 게 아닐까?"
"그렇다면 안심해도 되네. 비행기에 올라타기 전에 자네 아버지께 부탁해 두었다네. 비상 파일럿이 올라와 비행기를 긴급 착륙시켰을 때 카메라와 통을 보관해 달라고."
"그랬었군."
"그것보다도 눈을 떴으니 할 일이 너무나도 많은데 이렇게 누워 있을 순 없잖아."
리처드가 기세 좋게 일어나자 의사는 그를 황급히 말렸다.
"한 시간쯤은 무리하지 마십시오. 두 시간이나 심장이 멎었었으니까요."
 
요술 발진기
 
다음 날 저녁, 리처드의 연구소 도서실에서는 캄캄한 속에서 에드워드의 아버지인 모리 사장이며 훌라 기사와 에드워드 들이 숨을 죽이고 이제부터 시작하는 영화를 보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면 시작하겠습니다."
리처드는 그렇게 말하고 영사기의 스위치를 눌렀다.
스크린 뒤에 갑자기 여객기의 우편실이 떠올랐다.
이윽고 우편실 문이 조금 열리고 이상하게도 몇 초 동안 그 상태대로 계속 되었다.
그리고 마치 누가 들어와 닫은 것처럼 문이 닫혔다.
"어째서 아무도 찍혀있지 않지? 그리고 저 문이 저렇게 쉽사리 열릴 줄이야!"
에드워드가 말했다. 그 말에 리처드가 대답을 했다.
"해적이 쇠를 태워버린 거야."
"하지만 해적은 없었는데......?"
그때였다.
갑자기 실내에 조그만 불덩어리가 둥실 떠올랐던 것이다.
그 불덩어리는 점점 커져서 이윽고 금고 윗부분에 붙었다.
그러자 눈 깜짝할 사이에 20센티미터나 되는 텅스텐과 이리듐의 합금이 눈이 부실 듯한 광채를 내며 녹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25만 달러가 든 상자가 또한 공중에 떠오르고 불덩어리는 꺼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 상자는 살아있는 것처럼 거리낌없이 문을 향해서 날아갔다.
그리고 문이 열리고 상자는 밖으로 나가 버렸다.
모리 사장이 입을 열었다.
"도대체 어떤 장치가 되어있는 건가? 보이지 않는 인간이 있을 수도 없을 테고....... 하여튼 이 모양으론 호위기가 놈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그러자 리처드가 빙그레 웃었다.
"설명을 해 드리죠.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리처드는 밖으로 나갔다. 그 동안 세 사람은 이것저것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훌라 기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에드워드, 해적이 사용하고 있는 가스에 대해 뭔가 알아냈나? 리처드는 견본을 손에 넣었느니 어쩌니 하고 있지만......."
"아무 것도 몰라. 보통 흔해빠진 가스 같은데. 다만 약한 방사능을 가진 소듐 원자를 내포하고 있다는 걸 알았네. 그것이 어쩐지 일시적으로 생명의 활동을 정지시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모르겠어."
"그러면 그게 동시에 암을 고치는 활동도 하는 게 아닐까?"
훌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세 사람은 잠시 동안 침묵을 지키고 기다리고 있었다.
복도 쪽에서 무슨 소리가 난 것 같아서 일제히 그쪽을 보았으나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모리 사장이 초조해하면서 말을 했다.
"어떻게 된 건가? 무척 기다리게 하는 군."
그러자 방 안 어디선가에서 웃음소리가 들려 왔다.
"하하하하. 저라면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찰카닥 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마치 거짓말처럼 리처드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것은 순간적으로 나타났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리처드의 어깨에는 갑자기 서둘러 만들어진 것 같은 큰 물체를 메고 있었다.
전선이 복잡하게 얽힌 기계로, 한 개의 긴 케이블 선이 연구실 쪽으로 연장되어 있었으며 그리고 같은 것을 또 하나 안고 있었다.
모리 사장은 신음하듯이 말을 했다.
"해적도 그런 장치를 썼나!"
"예, 그쪽은 나처럼 갑자기 만든 것이 아니니까 좀 더 작고 이런 전원 케이블 같은 게 필요 없겠죠."
거기서 에드워드가 물었다.
"빨리 설명을 해주게."
"해적은 어느 시기에 잠깐동안 알려지긴 했지만 지금은 전혀 쓰지 않는 이론을 잠깐 썼을 뿐일세. 그래서 난 곧 알아냈지."
"그렇다면......?"
"라디오가 발달하기 시작한 20세기 초반 경에 발견된 이론인데, 대단히 짧은 파장의 전파는 금속 안에서 기묘한 변화를 일으킨다. 그 굉장히 짧은 파장의 전파를 발진하고 있는 진공관의 양극은 거의 투명해진다. 이 이론을 규명하면 투명인간도 되고 또는 물건을 없애버리기도 한다. 전쟁 때 이 아이디어를 이용하면 보이지 않는 비행기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필요한 출력을 내는 진공관을 만들지 못해서 체념해버렸던 걸세. 그 당시와는 달리 지금은 전자과학이 발달했기 때문에 진공관을 대신할 수 있는 강력한 것이 발명됐다. 그렇지만 이미 세상에서 전쟁은 없어져 버렸으니 그런 요술 같은 은둔술이 필요 없게 됐지. 그런데 해적은 거기에 착안했던 거야."
훌라가 물었다.
"그런데 그 요술을 막으려면 어떻게 하면 되나?"
리처드가 말했다.
"에드워드! 내가 거기 서서 우선 모습을 지워 버리지. 신호를 하면 그 기계를 내 쪽으로 향해 스위치를 넣어 주게."
그리고 안고 온 기계를 에드워드에게 건네주었다.
리처드는 방 한가운데로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멈춰 섰다.
그리고 스위치를 넣자 찰카닥 하는 소리와 함께 돌연 보이지 않게 되었다.
마치 껌뻑하고 불이 꺼져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게 된 느낌이었다.
리처드의 뒤에는 의자가 있었다.
지금은 그 의자의 모습이 똑똑히 전부 보인다.
그 의자하고 자기들하고 사이에 인간이 서 있다고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때 돌연 목소리가 들렸다.
"그럼, 에드워드. 천천히 반사판을 이쪽으로 돌려주게."
에드워드는 반사판을 리처드가 서 있던 곳으로 돌리고 스위치를 넣었다.
금방 리처드가 서 있던 곳에 그림자 같은 모습이 희미하게 나타났다.
이윽고 그것은 점점 뚜렷해지며 사람의 형태를 한 그림자가 되고, 그 형태의 둘레에 환한 빛이 빛났다. 이미 리처드 같은 인간이 그곳에 있는 것이 분명해졌다.
리처드가 찰카닥하고 스위치를 끊은 모양이었다.
단번에 리처드가 여러 사람 앞에 모습을 나타냈다.
리처드가 말했다.
"이것은 짧은 파장의 주파에 반대되는 진동을 보내서 요술을 막는 방해 송신기랍니다."
모리 사장은 크게 기뻐했다.
"리처드, 큰공을 세웠네. 그것만 있으면 해적을 해치우는 건 문제가 없네. 그건 그렇다 치고 그 짧은 시간에 용케 만들었군."
리처드는 머리를 벅벅 긁었다.
"실은 훨씬 전에 시험삼아 요술 발진기를 만든 일이 있었죠. 하지만 사장님, 이것 만으론 적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아직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훌라 기사더러 와달라고 한 겁니다."
훌라 기사는 리처드가 발명한 것을 언제나 훌륭한 완성품으로 만들어 주는 기술자였다.
훌라 기사가 물었다.
"해결해야 할 일이 뭔데?"
"저 가스 말이네. 가스를 막을 수 없다면 놈을 방해 송신기로 발견하기 전에 당해 버리는 걸."
"그리고 또?"
"놈이 타고 있는 비행기를 이길 수 있는 비행기를 이쪽도 만드는 거야. 해적이 아무도 모르게 가까이 온다는 것은 소리가 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음파 탐지기로도 탐지할 수 없으니까 말일세. 틀림없이 초대형 여객기보다도 더욱 높이 뜰 수 있는 비행기이며 높은 상공에서 글라이더처럼 활공(발동기를 사용하지 않고 바람이나 기류 등을 이용하여 공중을 미끄러져 감)해서 습격하는 것이 틀림없어. 속력도 보통 제트기보다도 훨씬 빠르지 않으면 안되니까. 필경 로켓이라고 생각하며 글라이더로도 변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네."
에드워드가 감탄했다.
"적은 굉장한 놈이군 그래."
"그래. 틀림없이 뛰어난 재능이 있으면서 세상에 대해 불평을 가지고 머리가 약간 이상해진 놈일 걸세. 맨 처음에 훔친 돈만으로도 평생 써도 못다 쓸 텐데 계속 훔친다는 건 돈이 목적이 아니라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고 싶은 게야."
리처드가 이렇게 말하자 모리 사장이 난처한 듯이 말했다.
"그러한 성격의 사나이로서 훌륭한 성능의 비행기와 방지할 수 없는 가스를 가지고 있다면 앞으로도 계속 해적 노릇을 할 게 아닌가. 어떡하면 좋을까?"
리처드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그런 문제라면 안심하십시오. 훌라 기사의 손을 빌려서 어떤 장치를 조립하기만 하면 되게 되어 있으니까요. 내일 밤에 오십시오. 그때까지 완성시킬 테니까요."
에드워드가 저도 모르게 입을 열고 말았다.
"자네는 태양열?"
리처드가 입에 손가락을 대었기 때문에 에드워드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태양열 엔진
 
다음 날 밤, 또 다시 네 사람이 연구소에 모였을 때 리처드하고 훌라 기사는 눈이 부어 있었다.
어젯밤 한 잠도 못 자서 그런 모양이리라.
리처드가 말했다.
"모리 사장님! 우리 아버지께서 태양열 엔진을 연구하고 계시던 것을 알고 계시죠?"
모리 사장이 끄덕였다.
"물론이지. 그것이 성공했다면 비행기에 혁명이 일어났을 게다. 어쨌든 비행기 날개에 붙여서 쨍쨍 내려쬐는 태양에서 직접 에너지를 얻자는 것이었으니까."
"그게 실패한 것은 태양 에너지를 얻기에는 밤 동안은 안 된다는 점과 태양열을 받아낼 반사경이 지나치게 컸다는 점이었지요."
"그랬었지."
모리 사장은 애석하다는 듯이 그렇게 대답했다.
"그럼, 저하고 함께 연구실로 가 보실 까요?"
모리 사장과 에드워드는 리처드와 훌라 기사의 뒤를 따라 연구실로 갔다.
연구실의 커다란 책상에는 많은 전자 장치며 얼기설기 엉클어진 기계가 조립되어 있었다.
마지막 전자 장치에서는 두 줄기의 가느다란 전선이 기다란 원통 코일에 연결되어 있었다.
리처드가 말했다.
"설마 이게 태양열 엔진이라곤 생각하지 않으시겠죠. 더욱이 밤 아홉 시에 그 테스트를 하다니 이상한 얘기라고 생각하시지 않습니까?"
모리 사장은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태양열 엔진이라고?"
"그렇습니다. 하지만 10킬로와트의 출력밖에 없습니다만....... 에드워드, 스위치를 넣고 제어기를 천천히 왼쪽으로 돌려주게."
에드워드는 스위치를 넣고 제어기를 천천히 돌렸다.
코일에서 약한 진동소리가 들렸지만 곧 그쳤다.
그밖에 별로 이상한 일은 없었다.
에드워드가 좀더 제어기를 돌리는 것과 동시에 연구실 안에 약한 바람이 일어났다.
에드워드는 고개를 약간 갸웃하고는 그 이상 제어기를 돌리지 않으니까 별다른 일이 없으므로 이번엔 힘껏 제어기를 돌렸다.
그러자 이번엔 갑자기 굉장한 바람이 일어났다.
에드워드가 황급히 스위치를 껐다.
그러자 귀를 찢을 것 같던 바람소리는 딱 멎고 다만 공기가 흐르는 소리가 약간 들릴 뿐이었다.
돌연 에드워드가 외쳤다.
"대성공이다.! 오오 추워. 이렇게 추워질 정도로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다니, 굉장한 힘인데!"
"응, 태양 엔진이라는 것보다는 태양열 엔진이라는 편이 옳을 것 같다. 직접 내려쬐는 태양에서 에너지를 뽑아내는 게 아니라 지구에 일단 쪼인 것을 다시 흡수하는 거니까."
모리 사장은 영문을 알 수 없어 멍청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는 전연 알 수 없군. 어떻게 된 영문인가?"
그러자 에드워드가 대답했다.
"아버지, 이젠 제트기 따윈 모두 전 세기의 유물이 되어버리는 겁니다. 태양이 지구에 보내고 있는 열이란 아주 막대한 것이니까요."
그 말을 받아 이번엔 리처드가 말을 계속했다.
"제가 설명해 드리죠. 어려운 얘기니까 알기 쉽게 말씀드리면 헬륨 가스가 1리터 용기에 들어 있다고 가정한다면 대단한 숫자의 분자가 초속 수 킬로미터라는 엄청난 속도로 그 안을 돌고 있는 겁니다. 그렇지만 그것과 같은 수의 분자가 반대의 방향으로 같은 속도로 돌고 있기 때문에 그 상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그 분자들을 모두 같은 방향으로 돌린다면 어떨까요?"
"그럴 수가 있는가?"
"그걸 제가 이 태양 엔진으로 한 거랍니다."
"그 분자를 제어해서 같은 방향으로 돌리는 것과 태양에너지하고는 어떠한 관계가 있나?"
"대단히 많습니다. 말하자면 금속봉의 분자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금속봉 그 자체도 분자와 같은 굉장한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 금속봉을 비행기에 장치합니다. 그러면 물론 비행기를 움직이게는 하지만 워낙 무거운 것을 날게 하므로 분자의 스피드는 내려가죠. 그런데 분자는 운동 속도가 내리면 주위의 공기 중에서 열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는 거랍니다."
모리 사장은 무릎을 탁 쳤다.
"알았네. 분자를 제어해서 앞으로 추진시키는 것과 동시에 태양 에너지를 흡수해서 그것으로 발전기를 움직인다는 거로군."
"그렇습니다. 분자를 제어할 수 있는 금속봉을 발전기의 주위에 죽 늘어놓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강력한 엔진이 되는 겁니다. 이것을 비행기에 실으면 틀림없이 초속 수 킬로미터까지 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뭣이, 초속 수 킬로미터라고!"
"그것뿐이 아닙니다. 날개는 물론 필요 없거니와 이 원리를 이용해서 기체를 뒤로 가게 할 수도 있으며 잠시 동안이지만 공중에 머무르게 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이 원리를 사용해서 에어컨디셔너 장치도 할 수 있겠죠. 언제나 서늘하게 하는......."
모리 사장은 흥분해서 크게 외쳤다.
"그렇다면 연료비도 윤활유 값도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닌가! 굉장한 발명이다. 당장에 실용화시키세. 그래서 해적을 잡은 다음엔 새 비행기를 설계하는 거다. 훌라! 곧 리처드를 도와서 만들기 시작하게."
 
아름다운 비행기
 
리처드의 신형기 제작에는 또 하나의 어려운 문제가 남아 있었다.
그것은 강철 케이스 속까지 스며드는 그 가스에 대해서였다.
"리처드, 가스는 어떻게 할 작정인가?"
세 사람이 비행기의 설계를 하고 있을 때 에드워드가 물었다.
리처드가 눈을 깜박이면서 대답했다.
"한 가지만은 생각이 있는 데 말이지. 그때 견본을 채취할 때 쓴 진공 알루미늄통 말일세. 즉 비행기의 주위를 진공으로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일세. 이중벽으로 해서 그 사이를 진공으로 하면 가스는 그 사이에 머물고 기체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지만 상대방이 자꾸만 가스를 보내오면 가스의 압력이 세져서 안으로 스며들 것이 틀림없을 걸세."
에드워드가 말했다.
리처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골칫거리거든. 펌프로 퍼내지 않으면 안 되겠지만 그런 짓을 하면 피스톤이나 실린더에서 가스가 들어오거든."
그러자 훌라가 말했다.
"그렇다면 분자 제어 장치를 써서 가스가 모이면 가스의 분자를 밖으로 나가게 운동시켜서 토해 버리면 되지 않겠나?"
리처드는 부지중 머리에 손을 올려놓았다.
"명안이다! 분자를 제어하는 것을 발견한 내가 그걸 미처 생각하지 못하다니......!"
세 사람은 그밖에도 이것저것 의논을 하면서 설계를 계속했다. 그래서 첫날 저녁까지는 동력 장치의 설계도를 작업원들에게 넘겨주었다.
딴 회사가 눈치를 채지 않도록 작업원이며 전기 기사들이 표면상은 휴가를 받은 것처럼 하고 이 연구소에 모였다. 기체의 마지막 설계가 끝날 때에는 이미 자재의 전부가 준비되었다.
조립한지 1주일이 지나자 우수한 기사와 작업원들은 비행기를 거의 완성 단계에까지 진행시켰다.
그 동안 공중해적은 부지런히 돈을 벌고 있었다.
이미 공중해적 주식회사의 주권으로 바뀐 금액은 1천만 달러를 넘었다.
에드워드가 안타깝다는 듯이 이렇게 말했다.
"빨리 이걸 타고 공중해적을 해치워야지. 리처드, 언제 놈을 잡으러 가지?"
"서둔다고 되나? 완성하려면 아직도 이틀은 있어야 하고 또 항공기 검사관의 테스트를 받고 그 후 적어도 4일 동안은 비행기 조종에 익숙해져야 한단 말일세."
"그렇게 빨리 완성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안타깝군 그래. 확실히 공중 해적을 해치우는 게 목적이지만 에너지 혁명도 될 수 있는 태양열 엔진의 훌륭함을 하루 바삐 이 눈으로 확인하고 싶단 말일세."
이윽고 2일째 오후, 비행기는 공장에서 나와 새로 만든 콘크리트 활주로 위에 앉았다.
날개가 없는 유선형의 그 기체는 거대한 하늘을 나는 자동차라는 느낌을 주었다.
빛깔은 약간 무지개 색을 띤 은빛이며, 열 발산용의 붉은 지느러미의 빛깔과 서로 선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모리 사장은 크게 외쳤다.
"아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비행기냐?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이놈은 우리의 모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거다!"
"그렇고 말고요. 아버지, 나는 하루 바삐 그 가능성을 시험해 보는 인간이 되고 싶어요!"
에드워드도 외쳤다.
훌라 기사는 훌륭하게 만들어진 자기의 완성품을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리처드가 말했다.
"모리 사장님, 닷새 후에 25만 달러 가량 공수해 주실 수 없을까요? 그리고 그 뉴스가 해적의 귀에 들어가도록 일부러 정보를 흘려주십시오. 우리들은 그 25만 달러를 실은 정기편을 이 신형기로 6천 미터 정도의 상공에서 쫓아갈 작정입니다. 거기서 그가 발신하는 요술 전파를 레이더로 관측하기만 하면 놈의 위치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에드워드와 훌라도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날이 다가온 것이다.
"나머지 5일!"
에드워드는 자기 자신에게 타이르듯 중얼거렸다.
 
당한 것은 이쯤이다
 
테스트는 물론 대성공이었다.
아니, 대성공이라기보다 훌륭하였다.
태양 엔진 비행기는 지금까지의 상식으로서는 도저히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오늘 똑똑히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리처드는 그렇게 자기 자신에게 타이르고 있었다.
리처드와 훌라, 그리고 에드워드를 태운 태양 엔진 비행기는 고도 2만 4천 미터 상공에서 한 개의 점이 되어 머무르고 있었다.
리처드의 예정으로는 잠시동안 밖에 머물지 못하리라고 생각했는데 분자 제어 장치를 상하 좌우로 균형이 잡히도록 하니까 언제까지나 머물러 있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망원경으로 보니까 한 대의 대형기가 활주로를 가로질러 서쪽으로 향해 상승하기 시작하였다.
그 때 훌라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이 태양열 엔진을 사용한 비행기가 자꾸 만들어지면 열을 온통 흡수해서 지구 온도가 상당히 떨어지겠는데. 그리고 비행기뿐만 아니라 큰 발전소며 그밖에 여러 가지로 이용하게 되면 온 지구의 기온이 크게 내려가지 않을까?"
리처드는 잠시동안 잠자코 듣고만 있다가 이윽고,
"나는 좀더 커다란 꿈을 가지고 있지. 그것은 적도나 열대 지방에 많은 발전소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산꼭대기에 거대한 분자 제어장치를 만들어서 마음먹은 방향으로 바람을 보낸다. 그렇게 해서 온대 지방의 여름을 북극이나 남극의 공기로 식히거든. 또 겨울엔 열대 지방의 공기로 따뜻하게 한다. 말하자면 인공으로 기후를 조절한다는 인류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말일세."
라고 말하고는 잠깐 생각을 하고 나서 다시 말을 계속했다.
"지금 지구의 광물은 자꾸만 줄어들고 있다. 그렇지만 다른 행성에는 그대로 남아 있지. 지금까지 그것을 파내서 쓰지 못한 것은 너무 비용이 많이 들어서 채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지. 그러나 이 태양열 엔진만 있으면 돔을 만들어 금속을 제련하는 조그만 도시라도 만들 수 있지 않나 말일세. 나는 이 비행기가 그런 것들을 가능하게 하리라 생각하네."
잠시 동안 세 사람은 잠자코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멋진 일이란 말인가!
그들이 탄 태양 엔진 비행기는 인디애나 주의 푸른 평야의 상공을 순식간에 날아갔다.
그 바로 아래 8천 미터 상공에는 거대한 여객기가 천천히 평야를 가로질러 가는 것이 보였다.
이윽고 에드워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얼었다.
"옳은 얘기야. 틀림없이 가까운 장래에 실현되리라고 나도 생각해. 아니, 벌써 시카고일세! 서서히 진공식 가스 방어장치를 시동하는 게 좋겠군. 그리고 레이더도."
세 사람은 미래의 꿈을 말끔히 잊어버리고 자기가 맡은 일을 시작했다.
세 사람은 긴장하면서 에드워드 앞의 자동 장치에 붙어있는 조그만 네온관 표시기의 경보를 기다리고 있었다.
탐색 레이더에 무엇인가 걸리기만 하면 불이 켜지게 되어 있었다.
에드워드는 눈 아래의 평야며 저 멀리 푸른 산맥을 내려다보며 말을 했다.
"리처드, 저건 본 기억이 있어. 우리들이 저번에 당한 게 이쯤이었지. 역시 여기야. 자아, 전투 준비다. 훌라, 너는 기관총을 맡아라. 난 요술 방해 발진기를 조작하지. 리처드, 조종을 부탁하네. 자아, 전투다!"
 
해 적 선
 
역시 예상 대로였다.
에드워드의 정면의 작은 네온관이 반짝반짝 빛나더니 곧 꺼졌다.
"아니?"
그러나, 다음 순간 또다시 켜졌다.
이번에는 새빨갛게 빛나는 한 가닥의 오라기로 보일 정도로 밝다.
"적이 있다!"
에드워드는 요술 발진 신호 수신기에 스위치를 바꿔 끼웠다.
이 쪽이 더 확실하게 적의 위치를 알 수 있는 것이다.
"해적기는 여객기의 바로 앞을 비행하고 있어. 항공 경찰은 역시 소용없군."
에드워드가 말하자 리처드는 비행기를 급강하시키면서 외쳤다.
"적은 가스를 분출시키고 있을 걸세. 방해 발진기가 작용할 수 있는 데까지 내려가세."
방해 발진기의 유효 거리는 1천 5백 미터 정도다.
곧 해적기하고의 거리는 3천 미터 정도가 되었다.
에드워드는 목표를 향해 방해 발진기의 스위치를 넣었다.
네온관이 눈이 부시도록 빛났다.
해적이 위에서 차차 세게 미치는 힘에 대항해서 요술 전파를 더욱 세게 하는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이쪽 힘이 세다.
갑자기 눈앞에 구름 같은 덩어리가 나타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지금까지 해적기의 기체를 광선이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게 장치했던 분자의 진동이 파괴되기 시작한 것이 틀림없다.
"놈의 요술 발진기가 소용없게 된 모양일세."
에드워드가 외쳤다.
돌연 그림자의 주위에 파란빛의 동그라미가 나타났다 싶더니 똑똑히 모습을 나타낸 것이었다.
"리처드, 놈이 보인다!"
그러나 일순간 흘낏 모습을 보였을 뿐 이미 해적기는 굉장한 속력으로 날아간 뒤였다.
리처드가 외쳤다.
"놈은 역시 로켓이었어! 좀 보게. 저 분사 가스의 긴 흔적을....... 그렇지만 이쪽도 만만하진 않다."
리처드가 출력을 올린 순간 굉장한 압력이 세 사람의 몸에 걸려 왔다.
그러나 모두 압력에 순응했다고 할 때 가속도를 한층 또 한층 더해서 엄청난 속력으로 사라진 해적기의 뒤를 쫓았다.
"시속 5천 7백 킬로미터!"
훌라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태양열 엔진기는 순식간에 해적기를 발견했다.
점처럼 보이던 해적기가 보고 있는 사이에 점점 크게 되었다.
돌연 적은 기수를 내려 1만 6천 미터 아래의 지상을 향해 급강하를 시작했다.
보통의 제트기라면 통과해 버릴 테지만 이쪽은 분자 제어의 태양열 엔진기다.
곧 같이 급강하를 해서 뒤를 쫓았다.
해적기는 또다시 로켓을 분사시켜 굉장한 속도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몸에 걸리는 압력 때문에 얼굴을 찡그리고 마음대로 말도 할 수 없으면서도 에드워드는 말했다.
"굉장해! 이쪽도 굉장하지만. 저런 로켓 비행기를 지금까지 본 일도 없다."
그러나 해적기도 간이 콩알만해서 놀라고 있으리라.
하찮은 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계속 따라 붙어서 자꾸만 그 간격을 좁혀들고 있으니.......
"외벽의 진공실에 가스가......, 지금부터 밖으로 분출시켜......."
에드워드가 말하자 리처드는 끄덕였다.
해적기는 가스에도 끄떡하지 않는 이쪽을 보고 더욱더 놀라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높아졌던 콧대가 납작해진 기분이 됐으리라고 리처드는 생각했다.
적은 지금까지 보지도 못한 빠른 속도로 빙 돌기도 하고 내려갔다 올라갔다 갖은 방법을 다 사용해서 상대를 뿌리치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계속했다.
그러나 이쪽은 바짝 달라붙은 채 자꾸만 거리를 좁혀 갔다.
훌라가 외쳤다.
"곧 기관총의 사정 거리 안에 들어온다."
이미 적은 체면을 돌볼 겨를 없이 상승, 강하, 좌선회, 우선회 등 그야말로 미친 듯이 날뛰었다.
그리고 돌연 기둥 같은 굉장한 불기둥을 남긴 채 곧바로 대기권 밖으로 향했던 것이다.
리처드가 소리를 질렀다.
"아차! 놈들이 대기권 밖으로 나가면 아주 놓쳐 버린다."
그렇게 외치면서 이쪽도 더욱 굉장한 속도를 냈다.
이젠 숨쉬기조차 곤란할 정도의 압력으로 좌석에 붙어있을 뿐이었다.
저쪽도 그런 괴로움을 참고 있을 게 틀림없으리라.
차차 적의 속도가 떨어졌다.
"됐다!"
리처드는 제어 레버를 최고 한계선까지 올렸다.
순간 코일에서 흘러나오는 전류를 표시하는 바늘이 싸악 올라가다가 차차 내려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렇지! 발전기의 출력이 떨어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대기가 엷기 때문에 태양열을 흡수할 수가 없겠지.>
고도 9만, 6천 미터.
<분하다! 그러나 이 이상 상승할 수는 없다.>
리처드는 그렇게 결심하자 기수를 지표에 대해 수평으로 고쳤다.
그리고 기체를 차차 지면에서 8만 미터 가량까지 내려갔다.
이 근처까지가 태양열을 흡수할 수 있는 대기권인 것이다.
그 이상은 무리였다.
 
위성의 궤도
 
리처드는 창문을 통해서 로켓이 분사하는 불길을 남기면서 도망치는 해적기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시무룩해 있는 에드워드와 훌라에게 말했다.
"아직 지진 않았어. 저쪽하고 이쪽은 엔진이 전혀 틀리거든."
에드워드가 투덜거렸다.
"분명히 틀리는 걸. 저쪽은 대기가 없는 곳에서도 날아다닐 수 있는 로켓이고, 이쪽은 대기에서 동력을 만드는 차이로 놓쳐 버렸어."
리처드는 고개를 저었다.
"자네는 가장 요긴한 걸 잊고 있군. 이쪽은 태양열만 있으면 언제까지나 날을 수 있지만 저쪽은 연료에 한계가 있어. 언젠가는 지상으로 내려와야 하지 않겠나?"
"그렇군. 난 분한 나머지 그만 중요한 걸 잊었군."
에드워드는 얼굴을 붉혔다.
<적은 이쪽 엔진을 모르니까 언젠가는 체념하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을 테지. 그걸 언제까지나 추적을 계속한다면......?>
그리고 리처드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나에겐 또 하나의 계략이 있단 말일세. 놈이 이쪽의 집요함에 화를 내서 더욱 속력을 내 주면 더욱 좋거든."
훌라 기사가 말을 했다.
"그렇지만 저런 속도에 견딜 수 있는 비행기를 만들다니, 해적은 굉장한 천재란 말일세. 그리고 저 모양은 어쩐지 활촉 모양인 삼각형이야. 저런 걸 본 일이 없어."
리처드가 끄덕였다.
"아이들이 만든 종이 글라이더를 닮았다. 기체가 직선이 아니고 굽어져 있지만 말이지. 자네의 말대로 분명히 천재야. 나는 진심으로 저 자들이 좀 머리가 약간 돌아서 저런 일을 한 거라면 하고 바라고 있다네."
에드워드가 물었다.
"어째서 미친 사람이길 바라나?"
"미쳐버린 거라면 현대 의학으로 충분히 고칠 수 있어. 그렇게 된다면 나의 연구소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 않은가? 그렇지만 원래가 악한 놈이라면 어떤 재능이 있더라도 같이 일을 할 순 없잖나 말일세."
그렇게 말하면서도 리처드는 상공에 있는 상대방의 속도에 꼭 맞추어 추적을 계속했다.
해적기는 상대를 떨쳐 버리려고 더욱 속력을 냈다.
리처드가 말했다.
"초속 7.2킬로미터. 놈의 고도는 지상에서 240킬로미터다. 조금만 더 있으면 된다."
"무엇을 바라고 있나?"
에드워드의 물음에 리처드가 빙그레 웃었다.
"아직도 모르겠나? 만약에 저 높이로 초속 8킬로미터가 되면 인공위성이 되어 버리지 않아. 그 인공위성에서 탈출할 만큼 연료가 있으면 되겠지만....."
그리고는 리처드는 비행기의 속력을 올렸다. 초속 8킬로미터.
금방 리처드의 비행기는 뒤따랐다.
저쪽도 속도를 내었기 때문에 두 비행기는 평행으로 날고 있다.
"놈도 8킬로미터일세. 무중력 상태가 되어 버렸어. 자 보게나."
리처드가 스톱워치를 꺼내 위로 던졌다.
스톱워치는 잠시동안 공중에 둥둥 떠서 뒤쪽으로 흘러갔다.
그때 낮은 부저 소리가 두 번 들렸다.
곧 리처드가 무선 수신기의 다이얼을 돌렸다.
해적이 발신한 신호다.
해적의 목소리는 통신기의 출력이 약한 탓인지 아주 작았다.
간신히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이쪽은 웨이드. 공중해적이다. 도와주게. 궤도에 들어서 꼼짝달싹할 수 없어. 연료도 동이 났다. 이젠 전혀 힘을 쓸 수 없다. 역분사를 해서 속도를 줄이고 강하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무선의 전원도 다 없어져 가고....... 저 가스를 자네들에게 주겠네. 그러니까 밤 쪽으로 돌입하기 전에 구해주게."
에드워드는 옆에서 외쳤다.
"리처드, 빨리 구해 주겠다고 그러게."
리처드가 말했다.
"해적, 구해주마!"
"고맙다. 전력도 거의......."
마침내 마지막 전력도 다 써버린 모양인지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
에드워드가 말했다.
"자 보게. 놈의 로켓 분사가 정지해 버렸네. 분사 파이프가 빨갛게 빛나던 게 검붉게 되지 않았나. 그건 그렇다 치고 어떻게 해서 구하지?"
리처드가 말했다.
"미안하지만 설명하고 있을 시간이 없어. 밤의 부분으로 돌입하기 전에 일을 끝내 버려야지. 샌프란시스코 공항을 불러서 곧 그리로 내린다고 통지해 주게."
"알았어."
"그리고 대형 전지를 실을 수 있을 만큼 싣겠다고. 그리고 또 대형 전자석도 필요해. 자, 강하하겠네."
 
훌륭한 미래를
 
태양열 엔진기가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하는 것과 동시에 기다리고 있던 기사들은 거대한 전자석을 기체 아래에 부착시키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비행기에서 내린 훌라 기사는 각 부분에 적재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전지를 실었다.
그리고 비행기를 이 전지로 조종할 수 있도록 장치를 달았다.
또한 기체를 서둘러 검게 색칠을 했다. 그리고 준비가 끝나자 곧 이륙했다. 착륙했다가 이륙할 때까지 단 1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리처드 어떻게 해적기를 따라갈 건가?"
"서쪽으로 날아서 따라가지. 동쪽으로 가면 양쪽이 다 초속 8킬로미터이므로 16킬로미터씩 가까워지게 될 테니까. 놈의 바로 아래까지 쫓아갈 때까지 대기권 내를 난다. 상승 동력도 쓰면 초속 13킬로미터 까진 낼 수 있을 거야."
"옳아, 그러면 초속 5킬로미터씩 해적에게 다가가는 셈이군."
"그래. 해적기에 다다르면 감속이야. 그렇지만 그놈이 밤의 부분에 돌입하기 전에 쫓아가야지. 전원이 없으니 얼어죽고 말 걸세."
리처드는 어떻게 해서라도 공중해적 웨이드를 살리고 싶은 모양이었다.
에드워드가 말했다.
"그렇지만 난 걱정이야. 대기권 밖을 비행하는데 이 전지만으로 될 수 있을까 염려가 되네. 만일에 안 되면 우린 영원히 지구로 다시 되돌아 올 수 없게 되는 것일세."
"걱정 말게. 기체를 검게 칠한 것도 그 때문일세. 대기권 밖에서 해적을 따라 갈 때는 전지를 쓰고 그 외에는 기체가 흡수하는 태양열을 이용해서 대기권 안으로 돌아오는 걸세."
"그렇지만 이 기계는 공기의 열을 흡수하게 되어 있지, 직접 태양열을 이용할 수 있도록 효과적으론 설계되어 있지 않단 말일세."
"어떻게든 되겠지."
리처드는 대담하게 말했다.
속도계는 자꾸만 높아간다.
고도 64킬로미터.
공기는 아직 충분한 고도다.
이윽고 속도는 웨이드의 로켓과 같은 초속 8킬로미터가 되었다. 더욱 속도를 더해 가니 묘한 느낌이 두 사람을 엄습했다.
지구가 쑤욱 두 사람의 머리 위에 떠올랐다.
바로 아래는 눈부신 태양!
위아래의 감각이 바뀐 것이다. 고도는 이윽고 80킬로미터! 속도는 초속 13킬로미터가 되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치 몇 시간이나 지난 것 같았다.
이윽고 저 멀리 머리 위에 웨이드의 해적기 같은 은색의 점이 하나 발견됐다.
아직 160킬로미터나 위다.
"자, 간다! 태양 엔진이 안 듣게 되면 곧 전지로 바꾸게."
신형기는 곧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작은 은색의 점이 분명히 해적의 로켓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큼 크게 보였다.
이윽고 그 작은 삼각형의 로켓 비행기보다도 100미터 가량 높아졌다.
"조금만 있으면 바로 아래가 된다."
에드워드가 외쳤다.
기기서 천천히 기체는 강하하기 시작해서 해적기에 다가갔다.
마침내 두 비행기의 사이는 3미터 가량까지 좁혀졌다.
"됐다, 에드워드!"
찰칵하는 스위치 소리와 동시에 대형 전자석에 전류가 흘러 아래 소형기가 끌려 왔다.
그리고 일단 달라붙었다가 곧 퉁기듯이 멀어졌다.
그래서 에드워드가 전류를 더욱 세게 하니까 두 비행기는 찰싹 달라붙었다.
"잡았다, 리처드! 곧 감속해 주게."
속도계의 바늘이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태양열을 직접 흡수하도록 설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동력이 그리 강하지 않았다.
그래도 조금씩 고도는 내려갔다.
에드워드는 축전지의 눈금을 보자 얼굴 색이 창백해졌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태양은 바로 아래에 펼쳐진 지평선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마침 그 무렵 간신히 태양열 엔진을 평상시와 같이 운전할 만한 짙은 대기 속으로 들어왔다.
에드워드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곧 좀더 아래로 급속히 강하할 수 있게 출력이 더해졌다.
조금이라도 빨리 기온이 높은 곳까지 강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윽고 고도 3천 미터로 되었다.
애드워드는 이마의 땀을 씻으며 말했다.
"정말 혼났다! 지금이니까 말하지만 축전지가 아주 바닥이 날 뻔 했지 뭔가."
"출력이 떨어진 줄은 알았지만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된 지는 몰랐지. 하여튼 잘 됐네."
리처드는 기쁜 듯이 그렇게 말을 했다.
그러나 고도가 내리는데 따라서 해적기가 받는 공기의 저항이 강해진다.
더욱이 상공에는 이상 기류가 있었다.
서둘면 전자석이 지탱할 것 같지 않아 속력을 시속 900킬로미터까지 내려야 했다.
"이게 뭐람. 양쪽이 모두 시속 3만 킬로미터 이상의 성능을 가졌는데......."
리처드가 입맛이 쓴 듯이 말했다.
두 사람은 고생을 하면서 샌프란시스코까지의 3만 킬로미터를 약 20시간 가까이 활공해 갔다.
마침내 샌프란시스코의 고층 건물이 지평선 저쪽에 보이기 시작하였다.
마침내 해적을 사로잡는다는 어려운 일을 해 치웠던 것이다.
그러나 그 다음부터가 야단이었다. 이미 리처드 들의 활약은 텔레비전과 라디오로 보도가 되었으므로 무수한 자가 용 헬리콥터와 비행기가 태양열 엔진기며, 해적기를 한 번만이라도 구경하겠다고 밀어 닥쳤기 때문이었다.간신히 항공 경찰이 달려와서 비행기들을 쫓아버리고 두 대가 해적기에 찰싹 붙어서 리처드의 비행기에서 떼어 주었다.
해적기는 조용히 공항에 착륙했다.
그 동안 태양열 엔진 비행기는 공중에 가만히 정지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깜짝 놀란 모양이었다.
"굉장한 성능이다!"
"텔레비전에서 보도한 대로다!"
틀림없이 장래를 크게 발전시킬 수 있는 태양열 엔진 비행기를 사람들은 놀라운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2주일 후 리처드는 대륙횡단 항공주식 회사를 찾아 모리 사장의 방으로 들어갔다.
"무슨 용건인가, 리처드?"
모리 사장이 물었다.
"웨이드에 관해서 말입니다. 저 공중해적 주식회사의 사장님 말입니다."
리처드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아아, 자네 연구소의 연구원으로 맞아들이겠다고 했지?"
"예, 그렇습니다. 꼭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그 사나이는 훌륭한 사람입니다. 한때 정신이 이상해져서 그런 일을 했습니다만 의사는 치료된다고 합니다. 역시 그 사람의 재능을 세상에서 별로 인정하지 않는 데서 정신이 약간 이상해진 것이니까 6개월만 지나면 괜찮을 거라더군요. 지금의 의학으론 일시적인 정신 이상을 고치는 것은 아주 간단한 일이라는 건 사장님께서도 잘 알고 계시죠?"
"물론 잘 알고 있지. 정신이 이상해진 사람이 한 일이니 경찰도 죄를 묻지 않기로 했다네. 그리고 암을 고치는 가스도 발명했으니....... 그렇지만 웨이드가 나쁜 일을 한 것만은 틀림없는데 어째서 그렇게 연구원으로 맞고 싶은가?"
모리 사장이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로키 산맥에 있는 그 사나이의 비밀 연구소를 찾아가 봤습니다. 그건 아주 훌륭한 것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로켓용 연료로 원자상 수소와 그 저장법을 발견해 놓았습니다. 그것을 더욱 연구해서 저의 태양열 엔진하고 함께 쓰면 아주 훌륭한 우주선을 만들 수 있지 않겠습니까?"
리처드는 또한 우주계획에 대한 꿈을 갖고있는 것이다.
리처드는 계속해서 말을 하였다.
"웨이드는 과학을 악용했습니다. 과학은 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서 사용돼야 하는 겁니다. 그렇지만 때를 만나지 못하면 그렇게 삐뚤어지는 수도 있지요. 저 유명한 뉴턴조차도 약 2년 가량 연구를 중지했던 일이 있습니다. 전기를 연구한 페러데이도 5년 동안이나 낙오자 취급을 받은 불우한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그 사람이 다시 재기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따뜻한 손길로 보살펴 줘야합니다. 어떠한 사람이라도 주위에서 모두가 격려해주고 따뜻하게 대해 주면 삐뚤어졌던 마음이 없어지고 정상적인 사람으로 돌아와 그 사람의 진짜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많은 사람들의 행복과 직결되는 길입니다."
모리 사장은 크게 몇 번이나 끄덕였다.
"자네는 훌륭한 과학자일 뿐만 아니라 착실하고 똑똑한 청년일세. 자네들 같은 청년들이 틀림없이 인류의 미래를 걸머지고 나갈 것이야. 웨이드의 병이 완쾌되면 자네 연구소의 연구원으로 함께 일하도록 하게."
리처드는 자신 있게 말했다.
"이것으로 천왕성이며 해왕성을 개발하는 것이 단순한 꿈만이 아닌 세상이 됐습니다. 우리들의 훌륭한 미래가 내다보이는 것 같습니다."
 
<끝>
 
작품 해설
 
최초의 우주 괴물
 
미국 출신의 인기 작가 '반 보그트'의 걸작인 이 책은 원래 우주 괴물에 관하여 쓴 SF인데, 4편이 실려 있었습니다.
처음에 잡지에 발표하고 그 뒤 단행본으로 묶은 것입니다.
처음 3편의 주역은 길이 1,000미터나 되는 거대한 우주선 비글 호입니다.
비글 호는 끝없는 공간을 광속의 수천 배나 되는 엄청난 속도로 나는 동안에 중국의 명작 서유기의 손오공이 수많은 괴물들의 끊임없는 습격을 받듯이 계속 우주괴물의 습격을 받아 곤경에 빠집니다.
그러나 1,000명의 승무원의 용기와 단결력, 종합 과학자인 글로브너와 한국인 고고학자 장현두 박사의 지혜로 위험을 벗어나 우주비행을 계속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등장하는 괴물은 지금까지 우리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이상한 외모를 가졌고 엄청난 초능력을 가진 괴물들입니다.
이 책의 특색은 괴물 이야기로서는 처음으로 괴물의 감정을 표현했다는 것입니다.
비행하고 있는 우주선 비글 호의 승무원의 모습도 괴물의 눈을 통해서 표현됩니다. 그 당시의 괴물 자신의 놀라움, 지구인에 대한 경멸과 조소가 생생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괴물이라고 하면 형태만 무섭고 그리고 괴상하게만 생각했는데 여기에서는 괴물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어 우리 지구인 이상으로 고등생물이며 초능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주 괴물들이 초능력으로 비글 호에 도전해오면 비글 호는 비밀 무기로 응전하여 암흑의 공간에서 불꽃 튀는 투쟁을 벌입니다.
싸움이 오래 계속됨에 따라 괴물들도 점차 상처를 입게 됩니다. 그리고 자기들보다 더 흉악하고 잔인하여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는 다른 생물의 생활을 파괴시켜 버리고도 태연한 생물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 흉악한 얼굴을 찌푸리며 한숨을 쉬는 것입니다.
원작자 반 보그트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그는 네덜란드 이민의 자손으로 11912년 캐나다 위니펙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변호사였기 때문에 어린 시절을 남부럽지 않게 보냈습니다.
여덟 살 때 사스케체완 주로 이사 갔는데 숲과 호수와 강으로 둘러싸인 사스케체완 지방은 수많은 건설이 전해 오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자가 흥미를 느낀 것은 깊은 숲 속에서 살고있다고 전해져 오는 술의 사나이 사스쿼치였습니다.
키가 3미터나 되는데 나뭇가지를 타고 바람같이 다니는 털이 많이 난 사스쿼치는 온순하고 정직하고 용감한 사람이었습니다. 자기의 어린 딸을 위하여 사람이 살고 있는 마을에 위험을 무릅쓰고 내려와서 예쁜 인형을 가져가고 그 대가로 반드시 사슴껍질 등을 두고 갔습니다.
사스쿼치에 마음이 끌린 반 보그트는 그를 만나려고 밤을 꼬박 세운 적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 시절의 상상력이 반 보그트로 하여금 수많은 우주괴물을 창조하도록 만든 밑거름이 된 것이라고 합니다.
12~3세 때부터 SF잡지의 열렬한 애독자가 되어 언젠가는 자기도 SF를 써 보겠다고 결심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평온한 생활은 그렇게 오래 계속되지 못하였습니다.
1929년, 아버지의 불경기로 진학을 포기하고 취직하게 되었습니다.
트럭 운전사, 농장의 노무자 등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도 보그트는 잠시도 SF작가가 되겠다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1938년 괴물 로봇을 주역으로 한 「야수의 지하 감옥」을 써서 당시 작가이며 SF잡지 편집자로 유명한 존 캠벨에게 보냈습니다. 캠벨은 보그트의 재능을 인정하여 계속 써 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보그트는 용기를 얻어 두 번째의 작품을 발표했습니다. 이것이 이 책 처음에 나오는 「우주의 고양이 케얼(BLACK DESTROYER: 검은 구축자)」이었습니다.
1939년 어스타운딩 스토리즈(Astounding Stories)라는 잡지의 7월 호에 실었는데 대단한 인기를 얻었습니다.
다음은 이 책의 제 2부에 있는 「환영 전쟁」을 발표하자 일약 유명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해 「슬랜」,「몬스터즈」,「야수」등을 계속 발표하여 SF작가로서 확고한 위치에 서게 되었던 것입니다.
보그트의 작품 특징은 거의 미래를 무대로 하고 있습니다.
1938년, 보그트는 그 작품 안에서 원자력, 원자력선 등을 자유로이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원자폭탄도 완성되어 있지 않았고 그 이용법 등도 일부 과학자만이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로부터 38년 뒤인 오늘에 와서 보아도 부자연스럽지 않습니다. 그것은 보그트의 과학지식이 얼마나 풍부하며 또 얼마나 열심히 연구했나 하는 증거입니다.
그는 사생활에 있어서도 역시 미래인이었습니다.
보그트의 집에 고용되어 있던 베이드라는 사람은,
"우리 집 주인은 언제나 기발한 이야기를 하시지요. 1912년 생이 아니고 2191년에 태어난 것이 연대가 거꾸로 된 모양입니다."
라고 보그트에 관하여 말하면서 항상 고개를 갸우뚱거렸다고 합니다.
2191년 생이 아니면서도 그는 미래를 아는 예지를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보그트가 눈을 살며시 감으면 그의 두뇌는 먼 미래로 뛰어 들어가 새로운 SF의 소재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SF 공로자
 
"SF는 허황된 이야기이다. 꿈같은 모험이며, 만화 같은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현재 점점 없어져 가고 있습니다.
SF는 아이들의 동화와 어른들의 소설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SF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한쪽으로는 과학 지식을 해석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며, 또 한편으로는 SF를 우주모험 이야기라고 단정짓는 사람도 있어서 더욱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런 일은 세계에서 SF가 가장 성행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만화책과 어디가 틀리는가? 열흘 이내에 완성시키는 싸구려 영화보다 좋은 것이 무엇인가? 과학 해설, 즉 논픽션과 틀린 점이 무엇인가?"
라는 의문을 갖고있는 사람들에게 미국 SF작가들은 오랜 세월 동안 묵묵히, 그리고 열심히 이해시켜 온 것입니다.
이러한 실정에서 SF를 과학적 입장에서 과학의 가능성의 궁극까지, 다시 말하면 인간 능력의 한계까지 생각하고 더욱이 다른 소설에서는 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일들을 경험할 수 있는 훌륭한 문학이라고 세상 사람들이 인정할 수 있게 만든 사람이 바로 공중해적 주식회사를 쓴 '캠벨'입니다.
캠벨은 1910년 6월 8일 뉴저지 주에서 태어났습니다.
소년 시절에 버로우즈의 SF「화성 시리즈」를 읽고 난 후부터 천문학, 물리학, 신화, 전설 등을 애독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공과대학의 명문인 메사츄세스 공과 대학을 졸업하고 SF를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명문 공과 대학을 졸업한 그는 좋은 직장이 많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소년 시절부터 즐겼던 SF를 쓰려고 결심한 것이었습니다.
일반 사람들은 SF를 옳게 인식하지 못하고 오해하고 있을 때인데 이렇게 SF를 쓰겠다고 하는 것은 큰 모험이었습니다.
캠벨의 SF는 당시까지의 이름뿐인 과학소설이었으며 단지 무대를 우주로 옮긴 모험소설인 것과는 달리 과학을 토대로 하여 과학에 얽매이지 않고 올바른 인간성을 생생하게 그린 것입니다.
그러므로 곧 SF에 새로운 기운을 불러 넣었습니다.
그리고 7년 후인 1937년 자기의 소설을 발표한 잡지 어스타운딩 스토리즈 라는 잡지의 편집장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캠벨은 편집장이 되자 더욱 SF의 발전에 정열을 바쳤기 때문에 현재의 미국 SF가 있다고 합니다.
하인라인, 아시모프, 반 보그트, 스터젼, 베스터 등의 현재 크게 활약하고 있는 SF 작가는 모두 캠벨의 영향과 도움을 받은 사람들인 것입니다.
이 캠벨의 노력으로 미국 독자들은 SF를 즐겨 읽게 되었고 오늘날과 같은 SF 황금 시대를 맞게 된 것입니다.
이 「공중해적 주식회사(Piracy preferred : 1930년)」는 캠벨이 대학을 졸업한 후 여러 잡지에 SF를 발표할 무렵에 쓴 작품입니다.
뒤에 이 작품에서 리처드에게 잡힌 공중해적 웨이드가 등장되어 수많은 모험을 하는 「아고트 모리와 웨이드」의 시리즈를 썼는데 이 작품이 그 시리즈의 제 1편인 것입니다.
인공위성이 날지 않았던 1930년에 거인기와 로켓을 등장시켜 그 로켓이 위성의 궤도에 빠지고 만다는 표현을 한 캠벨의 과학적 지식과 상상력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비글 호의 모험
반 보그트 작․이원수 역
 
아이디어회관 과학 문고
224p. 19cm (SF 세계명작 27)
 
책명   비글 호의 모험
SF 세계 명작 27
 
인쇄       1976년 5월 1인
발행       1976년 5일 5일
역자       이원수
제판       명립 정판사
오프셋 인쇄 장원 정판사
활판 인쇄  삼정 인쇄소
제본       영지 제책사
발행인     박훈
발행처     아이디어 회관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9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49 청소년 위한 SF세계명작소설 원문 사이트주소 2023-08-23 0 348
48 해저 지진 도시 F. 폴 . J. 윌리암슨 작 이 인석 역 2023-08-23 0 282
47 제 4 행성의 반란 REVOLT ON ALPHA. C 로버트 실버버그 R. SILVERBERG 지음 2023-08-23 0 321
46 절대 0도의 수수께끼 ♣ E. S. 가드너 지음 2023-08-23 0 279
45 에스에프 세계 명작 <한국편> 한국SF작가협회 편 텔레파시의 비밀 김학수 지음 2023-08-23 0 216
44 에스에프 세계 명작 한국편 한국 SF 작가 협회편 북극성의 증언 서광운 지음 2023-08-23 0 197
43 에스에프 세계 명작 <한국편> 한국SF작가협회 편 4차원의 전쟁 서광운 작 2023-08-23 0 191
42 에스에프 세계 명작 《한국편》 한국SF작가협회 편 관제탑을 폭파하라 서광운 작 2023-08-23 0 205
41 양서인간 AMPHIBIAN HUMAN - 베리야에프 А. ВЕЛЯЕВ 지음 2023-08-23 0 202
40 안드로메다 성운 ANDROMEDA NEBULA - 이반 에프레모프 IVAN EFREMOV 지음 2023-08-23 0 160
39 암흑 성운 Dark Nebula 아이작 아시모프 Isaac Asimov 지음 2023-08-23 0 236
38 심해의 우주괴물- 존 윈담 지음김 상일 옮김 2023-08-23 0 151
37 불사 판매 주식회사 IMMORTALITY 로버트 세클리 ROBERT SHECKLEY 지음 2023-08-23 0 168
36 백설의 공포 - 홀덴 작 박 홍근 역 2023-08-23 0 177
35 공룡 세계의 탐험- 코난 도일 지음김 상일 옮김 2023-08-23 0 213
34 걷는 식물 트리피드 THE DAY OF THE TRIFFIDS 존 윈담 John Wyndham 지음 2023-08-23 0 179
33 강철 도시 - 아이작 아시모프 Issac Asimov 지음 2023-08-23 0 188
32 280 세기의 세계 - 레이 커밍스 Raymond Cummings 지음 2023-08-23 0 145
31 비글호의 모험 -반 보그트 A. E. VAN VOGT 지음 2022-03-31 0 476
30 지구의 마지막 날-필립 와일리 PHILIP WYLIE 지음 2021-09-22 0 641
‹처음  이전 1 2 3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