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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청소년 위한 SF세계명작소설

심해의 우주괴물- 존 윈담 지음김 상일 옮김
2023년 08월 23일 13시 38분  조회:157  추천:0  작성자: 강려
심해의 우주괴물
존 윈담 지음김 상일 옮김 / 권 오웅 그림
 
 
머리말
 
눈 가득 다가오는 푸른 하늘, 밤이면 뭇별이 광처럼 반짝이는 하늘, 혹 여러분은 그 무한한 공간에 어떤 세계가 있을까 상상해 본 적이 있나요? 그리고 땅 속, 바닷속은 어떨까하고 생각해 보지는 않았어요?
이미 오래 전에 이런 호기심이 싹터. 공상 과학 소설(SF)의 개척자 쥘 베른은 달에 인간을 착륙시키고, 바다 밑 2만리를 '노틸러스 호'로 여행시켰습니다.
그 뒤, 상상 속의 일들은 실제로 이루어졌으며, SF는 고도의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신비한 우주 현상을 추적하고 과학 기기를 사용하는 등, 시대를 앞장서서 이끄는 과학적 사고 소설로 성장했습니다
SF는. 땅 속이나 바닷속은 물론 아득한 우주 공간이며 과거와 미래의 시간 속으로 인간을 여행하게 하여, 과학적 흥미와 함께 미래를 살아가는 힘을 길러 줍니다.
그렇다고 해서, SF가 과학적인 면에만 치우친 것은 결코 아닙니다. 외계인과의 진정한 우정, 로봇끼리의 참다운 사랑 그리고 정의의 실현 등, 영원한 꿈과 환상이 펼쳐지고, 훈훈한 사랑이 꽃을 피웁니다.
[주니어 공상 과학 명작선]은 바로 과학의 시대, 우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미래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미래를 이끌어 갈 여러분의 머리를 훈련시키고, 그 때를 위해 값진 예언을 들려 줄 것입니다.
<차례>
 
심해의 우주 괴물
 
제1부 불덩이의 습격
 
앗, 불덩이다!·················· 6
대위의 이야기················· 10
불덩이 대편대················· 13
잠수구····················· 19
원자 폭탄 투하················· 22
목성 생물··················· 25
보커 박사··················· 28
사라진 원자 폭탄················ 31
바닷속의 괴물················· 33
 
제 2부 바다의 전차
 
장미 산장··················· 36
미국의 작전·················· 38
사필라 섬··················· 40
에이프릴 섬·················· 42
벽돌쌓기···················· 48
에스콘지다 섬················· 50
나타난 괴물·················· 52
바다의 전차·················· 57
펄럭펄럭하는 것이!··············· 60
인간을 먹다!·················· 66
정 자····················· 69
산탄데르···················· 72
 
제 3부 대홍수
 
북극의 얼음이!················· 80
대홍수다!··················· 82
이 사····················· 84
추운 여름··················· 85
죽음의 세계·················· 89
콘월로····················· 91
새로운 세계·················· 94
 
우주의 침략자
 
초라한 소녀·················· 101
삼성 동맹··················· 107
지하 미사일 기지··············· 110
철학자의 경고················· 113
초능력자 그룹················· 118
제 3의 적··················· 123
휴머노이드·················· 130
하늘을 뒤덮는 우주선단············ 133
평화의 정체·················· 138
아이언스미스란 어떤 자인가?·········· 146
로봇 불도저·················· 151
텔레포테이션················· 158
윙 제4 행성·················· 162
전자 뇌 센터················· 166
뜻밖의 인물·················· 170
새로운 인류 계획··············· 172
 
작품 해설··················· 177
 
제1부 불덩이의 습격
 
앗, 불덩이다!
 
내 이름은 마이크 왓슨. EBC방송국의 방송 기자이다. 신기한 사건이 발생하면 누구보다도 빨리 뛰어가서 자세한 내용을 조사하여 라디오 방송의 뉴스를 만드는 것이 나의 직업이다.
저 잊을 수 없는 7월 15일 밤, 나는 휴가를 받아 아내인 필리스와 함께 실크베일 호라는 배를 타고 아프리카의 바다를 여행하고 있었다.
오후 11시 15분 경이었다. 아조레스 섬을 향하여 나아가는 실크베일 호의 갑판에서 나와 필리스는 다른 선객들과 나란히 난간에 기대어 조용하게 물결치는 검은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배가 지나가는 자취만이 하얀 거품을 일으키고 있는 검은 바다의 이곳 저곳에는, 다이아몬드를 뿌려 놓은 듯한 하늘의 별빛이 반사되어 일렁이고 있었다.
"오늘밤의 화성은 어쩐지 화를 내고 있는 것 같네요."
하고 필리스가 말했으므로 나도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 말을 듣고 보니까 정말 좀 붉은 것 같군."
하고 내가 대답하자 필리스는,
"이상해요. 점점 커지는 것 같아요."
"설마! 기분 탓이겠지."
그런데 화성은 정말로 점점 커지는 것이었다.
"어머, 이상해요. 화성이 또 하나 있잖아요."
화성이 둘씩이나 있다니-. 그러나 사실이었다. 지금까지 있었던 화성의 바로 곁에 또 하나의 빨간 점이 보이는 것이었다.
"또 있어요. 왼쪽에도!"
화성이 마침내 세 개가 된 것이다.
"틀림없이 제트기가 불을 켜고 날고 있는 걸 거야."
내가 말하고 있는 사이에, 더욱 커진 세 개의 빨간 점은 계속 밑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다섯 개로 늘었어요!"
사실이었다. 벌써 가까이 와 있었다. 유심히 보니까 번쩍이며 타고 있는 둥근 불덩이로, 한가운데가 빨간빛이었다. 이런 불덩이가 다섯 개나 천천히 접근해 오고 있었기 때문에, 갑판에 있던 사람들은 크게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
"뭐지, 저건?"
"큰일났다! 배와 충돌할 것 같다!“
개중에는 선실로 일부러 뛰어가 사람을 불러내는 사람도 있었다. 손님이나 선원이 모두 함께 갑판의 난간에서 불가사의한 광경에 넋을 잃고 있었다.
모두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이윽고 최초의 불덩이 가 배에서 30미터쯤 떨어진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지글! 지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김이 솟아올랐다. 김은 처음엔 핑크 빛이었으나 점점 희끄무레해졌다. 잠시 달빛 아래 둥둥 떠 EMB00000cec437b있는 듯 싶었으나, 이윽고 그것도 사라졌다. 그 곳에 두 번째 불덩이가 떨어졌다. 첫 번째 것과 같은 장소였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지글지글 김을 내뿜으며 해면이 얼마동안 큰 거품으로 덮였다가 곧 사라지면서 다시 조용해졌다.
잇따라 세 번째 불덩이-.
조용해졌는가 싶더니, 또 네 번째 불덩이-.
이리하여 다섯 개의 불덩이가 전부 낙하해 버리자 바다는 다시 고요해졌다. 마치 지금까지의 일이 모두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실크베일 호 안은 크게 소란스러웠다. 비상벨이 울렸고, 선실 안에 있던 손님들도 당황하여 갑판으로 올라왔다. 이곳 저곳의 스피커에서 단호한 선장의 명령이 들려 왔고, 선원들은 진지한 얼굴로 구명 보트를 내리고 고무 튜브를 쌓아올렸다. 배가 침몰했을 때를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섯 개의 불덩이를 삼킨 바다는 아무 말이 없었다. 실크베일 호는 그 위를 네 번이나 왔다 갔다 했으나 거품 하나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상한데........“
"그건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사람들은 밤늦게까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침이 되자 나는 선장에게 가서 부탁했다.
"어젯저녁 사건을 취재하고 싶은데 항해 일지 좀 보여주실 수 없겠습니까?"
선장은 기분 좋게 내 부탁을 들어주었다. 일지를 보니까 어젯밤의 불덩이는 배의 레이더에도 비쳤다고 적혀있었다.
"선장님, 지금까지 그것과 같은 것을 본 적이 있으십니까?"
나는 물어 보았다. 그러자 선장은,
"본 것은 어젯밤이 처음이지만 불덩이가 나타난다는 말은 두어 번 들은 적이 있어요."
"모처럼 불덩이가 낙하한 지점도 알고 있으니 바닷속을 한번 조사해 보는 게 어떨까요?"
내가 묻자 선장은 고개를 흔들며,
"아니오, 그 근방은 깊이가 6천 미터나 되기 때문에 조사한다는 건 무리지요."
이 이상 어쩔 수가 없었으므로 나는 어젯밤 목격한 사실만을 배 위에서 전화로 런던의 EBC방송국으로 송고했다. 내 이야기는 그 날 저녁때 전국에 방송되었다. 그러나 방송국 사람들은 별로 재미있어 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아프리카까지 가다 보면 이따금 희한한 일도-있을 수 있는 거야-더구나 바다 위가 아닌가. 바다에서는 흔히 신기한 일이 일어나게 마련이지 -모두가 이런 식으로 내 뉴스를 무시해 버리고 만 모양이었다.
 
대위의 이야기
 
휴가도 끝나고 다음 월요일에 방송국에 출근했더니, 내 책상 위에 많은 편지가 쌓여 있었다. 모두 불덩이를 보았다는 사람들에게서 온 편지들이었다. 어느 것이나 같은 이야기뿐이었으나, 단 하나 색다른 편지가 있었다. 그것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면서 내 얘기를 들어보지 않겠습니까?' 하는 내용의 편지였다.
나는 당장, '만납시다.' 하고 답장을 보냈다.
일주일쯤 후에 나는 레스토랑에서 그 편지를 보낸 사람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나와 같은 또래의 사나이로 평상복을 입었는데,
"실은 나는 공군 대위입니다."
하고 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군인은 근무 중에 일어난 일을 외부 사람에게 말하지 않기로 돼 있읍니다만, 당신에게는 특별히 몰래 이야기하겠소."
하고 전제한 다음, 대위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3개월쯤 전의 일이었다. 대위가 타이완의 상공을 혼자서 비행기로 날고 있었는데, 뒤쪽에서 무엇인가가 추격해 오는 것을 느꼈다. 살펴보니 세 개의 불덩이가 굉장한 속력으로 돌진해 왔다. 무선 전화로 불러 보아도 응답이 없었다. 대위는 기지의 사령부에 '추락시켜도 되겠는가?' 하고 물었다. '상관없다.'는 대답이었다. 그래서 대위는 비행기의 고도를 높여, 구름 사이에서 천천히 선회하면서 수상쩍은 불덩이가 다가오기를 기다리기로 작정했다.
이윽고 세 불덩이는 대위의 비행기 바로 밑을 통과하고 있었다. 굉장한 속력이었다. 시속 1천 2백 킬로미터 정도였으리라. 대위는 재빨리 맨 뒤쪽의 불덩이에 조준을 하고 기관총을 발사했다.
따르르르 !
"명중이다!"
불덩이는 순식간에 뭉실뭉실 부풀었다. 지금까지 빨갰던 것이 점점 핑크 빛이 되더니 이윽고 희끄무레해졌다.
군데군데 빨간 무늬가 보였다.
"이상하군. "
대위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비행기 같으면 기관총 사격을 당하면 확 불을 뿜으며 타오르거나 공중 분해되어 산산이 흩어지는데, 그렇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도대체 저건 뭘까?"
대위는 또 한 번 고개를 갸우뚱하며 눈을 비볐다. 그때였다.
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무엇인가가 비행기에 부딪치면서 대위의 몸이 앞으로 넘어졌다.
"큰일났다!"
대위의 비행기는 마구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문득 창문 밖을 보니 오른편 날개가 밑동째 동강나 있었다. 불덩이 같은 것과 부딪쳤을는지도 모른다.
대위는 서둘러 탈출 장치의 버튼을 눌렀다. 대위의 몸은 비행기로부터 공중으로 튀어 나왔고, 동시에 메고 있던 낙하산이 활짝 펴졌다.
"하마터면 큰일날 뻔했군요."
대위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나는 안도의 숨을 쉬었다.
대위는 말을 이었다.
"다행히 부상도 없었고요. 그런데 그 불덩이는 그렇게 강한 상대는 아니었어요. 다만 굉장히 속력이 빨랐을 뿐입니다."
대위는 자신이 있다는 듯이 앞가슴을 폈다. 우리는 약 한 시간 동안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불덩이 이야기는 그것으로 끝내 버렸다.
나중에 조사해 보니, 불덩이를 본 것은 나나 대위뿐만이 아니었다. 온 세계의 여기저기에서 같은 불덩이를 목격한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그 후에도 이따금 무서운 속력으로 하늘을 나는 불덩이나, 놀라우리 만큼의 수증기를 내뿜으며 바다로 낙하하는 불덩이를 보았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나는 그 때마다 부지런히 라디오의 뉴스로 만들어 방송했었는데, 불덩이를 보지 않은 사람은 전혀 곧이들으려 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또한 불덩이가 도대체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려는 학자도 없었다. 물론 나도 도무지 그 정체를 알 수 없었다.
이럭저럭 1년이 지나고 다시 2년이 흐르고 말았다.
 
불덩이 대편대
 
EMB00000cec437c여기는 핀란드의 레이더 기지이다. 두꺼운 콘크리트로 둘러진 어둑한 방안에 열 두 개의 레이더 반이 즐비하게 놓여 있다. 레이더 반에는 각각 한 사람씩의 감시원이 파랗게 반짝이는 스크린을 지켜보고 있다.
이리하여 레이더는 밤낮을 쉬지 않고 핀란드의 하늘을 경비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이건 뭐지!"
제일 왼쪽 끝의 레이더 반 앞에 앉아 있던 감시원이 외쳤다. 갑자기 이상한 것이 레이더에 비쳐 오며 무서운 속도로 날고 있었던 것이다.
"이대로 가면 금방 이웃 스웨덴으로 들어가겠군."
감시원은 이렇게 중얼거리고 수화기를 들자 직통 전화로 스웨덴의 레이더 기지에 알려 주었다.
"이상한 것이 그 쪽을 향해서 비행 중이오."
통보를 받은 스웨덴의 레이더 감시원도 이윽고 그것을 발견했다.
"도대체 무엇일까?"
밖으로 나와 하늘을 쳐다보니 조그맣고 빨간 점이 몇 개나 겹쳐 이웃 노르웨이 쪽으로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스웨덴으로부터의 통보를 받고 노르웨이 사람들도 하늘을 쳐다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앗! 왔다!"
"불덩이다!"
"열 세 개나 날고 있다. "
모두들 웅성거리다가 이웃 스코틀랜드에 알려 주었다.
열 세 개의 불덩이는 거침없이 스코틀랜드를 횡단하여 아일랜드를 지나서 바다 쪽으로 날아갔다. 그 후 그것이 어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이 무렵부터 내게 부쳐 오는 '불덩이를 보았다.'고 하는 편지가 부쩍 늘었다. 아무리 정리를 해도 정리가 끝나지 않을 만큼 잇따라 날아왔다.
"이렇게 늘어나는 까닭은 무엇일까?"
나는 매일 고개를 갸우뚱하며 중얼거렸다.
어느 날, 서인도 제도의 큐라소 경비대로부터 미국의 군함 태스케기 호에 전화가 걸려 왔다.
"불덩이 여덟 개가 그 쪽으로 접근 중이다."
전화를 받은 함장이 레이더 실로 들어가 보니까 분명히 무엇인가가 나타나 있고, 점점 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미사일 여섯 발을 6초마다 발사하라. 목표는 저 불덩이다."
함장은 명령을 내리고 갑판으로 나왔다. 석양 속에서 전과를 지켜보고 있는 함장의 쌍안경에 여섯 개의 붉은 점들이 잇따라 부풀어오르며 크고 하얀 연기 덩어리로 되어 가는 것이 비쳤다. 미사일이 명중한 것이다.
"음, 됐다. 어느 나라에서 시비를 해 올 것인지 빨리 알고 싶군. 그 나라야말로 저 수상한 불덩이로 온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범인일 것이다."
함장은 흐뭇해하며 이렇게 중얼거리고 남쪽으로 도망치는 두 개의 불덩이를 지켜보았다.
그러나 며칠이 지났는데도 시비를 걸어오는 나라는 없었다.
그뿐 아니라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는데, 남 오스트레일리아의 우메라에 있는 영국의 로켓 시험 사격장에 또다시 두 개의 불덩이가 침입해 왔다. 계속하여 알래스카에도 세 개가 나타났다가, 해상에서 경비정에 의해 명중되어 추락했다.
어느 날 내 앞으로 해군성으로부터 전문이 날아왔다.
'불덩이 사건으로 여러 가지로 귀하의 의견을 듣고자하니 곧 와 주기 바랍니다.'
하는 내용이었다.
해군성에 갔더니 키가 큰 한 군인이 나를 맞이했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윈터스 대령입니다.“
대령은 악수를 청하면서 검게 탄 얼굴에 밝은 미소를 띠었다.
윈터스 대령은 먼저 한 장의 세계 지도를 보여 주었다. 가느다란 선이 많이 그어져 있었고, 여기저기에 자잘하게 글씨나 숫자가 적혀 있었다. 더구나 군데군데에 빨간 점들이 찍혀 있었다. 마치 빨간 거미줄과 같았다. 윈터스 대령은 지도 위에 확대경을 갖다 댔다.
"귀하가 처음 불덩이를 목격한 장소는 어디였지요!"
들여다보니까 <5>라는 숫자와 내가 필리스와 함께 배 위에서 불덩이를 본 날짜와 시간이 적혀 있었다. 그 언저리에는 그밖에도 많은 빨간 점들이 찍혀 있었으나, 그것들은 이렇게 지도를 펼쳐 놓고 보니 북동을 향하여 줄지어 있었다.
"여기에 찍혀 있는 빨간 점들은 불덩이가 추락한 장소를 의미하나요?"
내가 묻자 대령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진로를 알았을 때는 선을 그어 표시해 두었지요."
"이렇게 놓고 보니까 빨간 점들이 특히 많이 모여 있는 장소가 있군요.“
"예, 다섯 군데 있어요. 그러니까 쿠바의 남서쪽, 코코 제도의 남쪽, 필리핀, 일본, 알류산입니다.“
이렇게 말하며 대령은 다른 지도를 펼쳤다. 바다의 깊이가 적혀 있는 수심측량도였다.
"사실은 빨간 점들이 모여 있는 곳은 다섯 군데 전부가 모두 깊은 바다입니다. 그 밖의 장소에도 깊이가 8천 미터 이하가 되면 낙하하는 불덩이의 수량은 훨씬 적어지고, 4천 미터 이하 되는 얕은 곳에는 전혀 낙하하고 있지 않습니다.“
"어째서 그럴까요!"
"모르겠어요. 게다가 불덩이는 언제나 바다로 떨어져 올뿐이고 바다에서 나갔다는 보고는 아직 없습니다."
"그런데, 해군에선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
"현재로선 어쩔 수도 없지요. 조사한 기록을 정리하고있을 뿐입니다. 실은 그 기록을 작성하는 데 귀하의 힘을 빌자는 겁니다. 이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오늘 와 달라고 한 거지요.“
 
잠수구
 
해군들과 불덩이를 조사하게 된 나와 필리스는, 어느 날 군함을 타고 불덩이가 떨어진 바다로 갔다. 육지가 전혀 보이지 않을 만큼 먼 수평선께에 나와 있을 무렵에 지휘관인 해군 소령이 모두를 갑판에 집합시켜 놓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건 잠수구입니다.“
소령 옆에 직경 3미터 가량의 큰 공이 있었다. 여기저기에 둥근 모양의 조그만 창이 있고, 꼭대기가 혹처럼 부풀어 있었는데 큰 손잡이 같았다. 여기에다 줄을 묶어 바닷속으로 가라앉히는 모양이었다.
"이 잠수구는 3천 미터까지 잠수해도 파괴되지 않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잠수하는 것은 2천 4백 미터쯤 될 겁니다. 이 속에 두 승무원이 들어가게 되는데, 이 작은 창으로 밖을 내다보며 바닷속 모습을 조사하는 것입니다. 또, 두 승무원이 텔레비전 카메라로 촬영한 것은 그대로 군함 위의 스크린에 비치게 되는 거죠.“
이윽고 군함은 목표 장소에 도착했다. 그로부터 3일 동안 잠수 연습과 기계의 정비가 계속되었다.
마침내 잠수구로 바다 속을 조사할 날이 되었다. 모두 받침대 위에 얹은 잠수구 주위에 모였다. 안에 탈 사람은 두 기술 사관이었다. 좁은 구멍으로 한 사람씩 허리를 구부리고 들어갔다. 준비가 끝나자 입구를 닫고 바깥에서 볼트로 죄었다.
덜거덕덜거덕하며 윈치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잠수구는 쇠줄에 매달려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어떤가? 이상 없는가?“
소령은 가끔 염려가 되는 모양인지 잠수구 안의 두 부하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 때마다 잠수구에서는,
"염려하지 마십시오.“
하고 힘찬 대답이 돌아왔다. 배의 사령실과 잠수구 안과는 전화가 통하고 있었으며, 잠수구로부터의 전화는 스피커를 통해 갑판에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들리도록 되어 있었다.
"주변의 전망은 어떤가!"
소령이 물었다.
"오징어가 많군요. 큰 고기가 다가오긴 했습니다만, 카메라를 돌리자 달아나 버렸습니다.“
"이미 1천 미터가 됐다. 춥지는 않은가!"
"방한복을 입었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우리는 갑판 위에서 잠자코 텔레비전 스크린을 보고 있었다. 이따금 이 세상의 것으로 믿어지지 않는 무서운 모습의 물고기가 비쳤다. 그 중에는 당장이라도 덤벼들려는 자세로 크게 입을 벌리는 놈도 있었다.
이윽고 소령은 손을 들었다.
"윈치를 정지시켜라. 이미 2천 4백 미터다. 오늘은 이것으로 잠수는 그만 한다.“
잠수구 안의 두 사람은 대답했다.
"그러나 소령님, 서운한데요. 물고기나 오징어 외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윈치가 다시 덜거덕덜거덕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잠수구를 위로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10분쯤 지났을 때 잠수구에서,
"이크, 가까이에 무엇이 있는데요. 빛이 미치지 않은 곳에 숨어 있기 때문에 명확히는 보이지 않습니다만, 큰놈입니다. 고래인지도 몰라요. 지금 카메라를 비춰 보겠습니다.“
금방 텔레비전 스크린에 무엇인가 큼직한 것이 잠깐 비쳤으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잠수구로부터는,
"뭔가가 우리들 주변을 빙빙 돌고 있는 느낌입니다. 아, 위쪽으로 지나갔습니다. 천장에도 창문이 있어야 되겠군.“
그 사이에도 윈치는 부지런히 잠수구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잠수구에서,
"엉? 위쪽에서 뭔가․․․."
하는 소리가 들리다가 별안간 뚝 끊기며 텔레비전 스크린에는 아무 것도 비치지 않았다. 윈치의 소리가 왠지 별안간 가볍고 빨라진 것 같다. 모두 입을 다문 채 서로 얼굴을 보았다. 필리스도 불안한 모양인지 내 손을 꼭 쥔다. 소령은 전화에 손을 대려다 말고 말없이 갑판으로 나갔다. 참석자는 모두 갑판의 윈치 곁으로 모여들었다.
얼마 동안 모두는 불안한 얼굴로 윈치에 감기어 올라오고 있는 줄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윽고 줄 끝이 올라왔다.
"앗! "
사람들은 모두 마른침을 삼켰다. 줄 끝이 마치 강한 열에 녹아 버린 듯이 둥글게 잘린 채, 그 곳에 매달려 있어야 할 잠수구가 사라지고 없었던 것이다.
 
원자 폭탄 투하
 
이튿날 신문은 큼직한 제목을 내세워 잠수구가 자취를 감추었다는 기사를 실었다. 잠수구를 붙들어매고 있는 것은, 지름 5센티미터나 되는 튼튼한 강철로 된 줄이었던 것이다. 절단하려고 해도 그렇게 쉽사리 끊어지는 물건이 아니었다. 더구나 줄 끝을 조사해 보니 식칼이나 톱으로 자른 것 같지가 않았다. 엄청난 고열로 쇠줄 그 자체를 녹여 버린 것이다. 바닷속에서 그와 같이 고열을 낼 수 있는 가공스러운 기계를 도대체 누가 만들어 작동케 했다는 말인가? 그놈은 잠수구가 잠수해 올 바닷속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는 말인가?
그 무서운 범인은 도대체 어떤 자인가? 바다 밑바닥에 낙하된 채 있는 불덩이와 어떤 관계라도 있는 것일까? 온 세계 인류는 잠수구와 더불어 바닷속에서 사라져 간 두 승무원에 대해 슬퍼하기보다는 그 무서운 사건에 떨고 있었다.
이런 때에, 다시 또 미국의 순양함 퀴나우 호가 메리애나 군도 근방에서 침몰했다는 뉴스가 들어왔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에 느닷없이 까닭을 알 수 없는 폭발이 일어나서 순식간에 가라앉고 만 것이다. 타고 있던 5백 명의 승무원은 거의 모두 익사하고 말았다. 아주 깊은 바다였었다고 한다.
이러는 동안에 이번에는 알래스카 남쪽 해상에서 소련 선박이 원인 불명으로 침몰했다는 뉴스가 들어왔다. 잇따라 남태평양에서 노르웨이의 순시선이 침몰했다고 전한다. 이 무렵부터 온 세계의 이곳 저곳에서 계속하여 배가 침몰하기 시작했다. 더구나 이상스럽게도 어떤 배든 한결같이 깊은 바다 위를 항해하는 도중에 침몰하고 있다.
화가 난 미국 정부는 순양함 퀴나우 호가 침몰한 메리애나 근해에 원자 폭탄을 투하하여 바닷속에 숨어 있을 적에게 보복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폭탄은 높은 수압을 만나도 파괴되지 않도록 튼튼한 용기 안에 넣어 해면에서 8천 미터의 깊이를 내려간 다음에 폭발하도록 만들어졌다고 한다.
나와 아내는 방송 기자로서 한 척의 군함에 탑승하여 원자 폭탄을 투하하는 장면을 구경할 수 있었다.
먼저 튼튼한 용기 속에 들어 있는 폭탄을 무인 보트에 실었다. 쾌속정이 무인 보트를 끌고 수평선 근처까지 가서 보트만을 남겨 두고 돌아왔다. 보트 위에는 텔레비전 카메라가 놓여 있어서, 우리는 멀리 떨어진 안전한 장소에서 텔레비전 카메라가 송신해 오는 영상으로, 폭탄이 폭발하는 광경을 보고 있으면 되는 것이었다.
EMB00000cec437d스피커에서 초읽기가 들려 왔다.
"셋...... 둘...... 하나...... 발사!"
이 쪽에서 리모트 컨트롤 스위치를 누르자 용기 속에 들어 있는 폭탄은 무인 보트를 떠나 바닷속으로 잠수해 갔다.
"점화!"
스피커에서 들려 왔다. 모두 텔레비전 화면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꽤 시간이 흘렀다. 쥐죽은듯이 고요했다.
별안간 고요한 바다에서 거대한 흰 연기 기둥이 솟아올랐다. 흰 연기는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산처럼 거대하고 끔찍한 구름 기둥이었다.
쾅!
폭발 소리가 들려 온 것은 얼마쯤 시간이 흐른 뒤였다. 잠시 후 큰 물결이 굽이치면서 우리가 탑승하고 있는 군함에까지 밀려 왔다.
 
목성 생물
 
이 날 밤, 나와 필리스는 두 신문 기자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두 기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려니까 연방 '보커'라는 이름이 나온다. 보커 박사라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질학자이다. 하나도 빠짐없이 들어보니, 보커 박사는 일 년쯤 전에 해군성에 의견서를 제출하여 이렇게 주장했다는 것이었다.
 
'잠수구의 쇠줄이 마치 녹여 버린 듯이 절단됐고, 또 몇 척이나 되는 선박이 까닭도 없이 폭발하여 침몰하였다. 이것은 바닷속에 무엇인가가 숨어 있다가 일부러 공격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나 사고가 일어난 장소는 깊은 바다이다. 그와 같이 깊은 바다 밑바닥은 수압이 높고 수온이 낮으며, 태양의 빛이 미치지 못하는 캄캄한 세계이므로 인간은 도저히 살지 못한다. 더구나 지구에는 인간 이외에는 그와 같이 규모가 큰 작업을 해낼 만한 과학적인 힘을 가진 생물이 없다. 만일 그것이 지구의 생물이 아니려면 바다 밑에 살고 있는 것은 어딘가 다른 행성에서 온 생물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깊은 바다의 수압에도 견디어 낼 수 있다는 것은 어딘가 지구보다도 훨씬 대기압이 높은 별에서 태어난 생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보커 박사는 다시 한 번 몇 해 전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불덩이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 불덩이는 결코 땅 위엔 떨어지지 않았다. 반드시 바다 위, 게다가 가급적 깊은 바다에 낙하했다. 더구나 떨어졌을 뿐이지 바닷속에서 밖으로 나갔다는 사례가 없다. 또 미사일에 의해서 추락된 불덩이는 불을 내뿜으며 타는 것이 아니라 부풀었다가 파열되고 마는 것이었다. 이것은 불덩이 속이 굉장한 고압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불덩이는 깊은 바닷속으로 떨어진 것이다. 심해는 고압이고, 둘레는 물뿐이니 움직이는 데도 수월한 것이다.
태양계 안에서 기압이 높은 행성은 목성이다. 그러므로 깊은 바닷속에 숨어 있는 생물은, 그 불덩이 속에 들어가 목성으로부터 날아온 것임에 틀림없으리라.
그러나 목성의 생물이 제멋대로 지구의 바닷속에 자리를 잡았다고 해서, 처음부터 '틀림없이 뭔가 못된 짓을 할 것이다.'라든지 '이 지구를 빼앗고 인간을 추방할 것이다.'고 결정해 버린다는 것은 별로 좋은 일이 아니다. 목성의 생물들은 꼭 지구인들과 전쟁을 할 속셈은 아니며, 같이 사이좋게 살자는 것인지도 모르는 것이다. 목성의 생물은 깊은 바닷속처럼 주변에 수톤 이나 되는 압력이 있는 곳에서밖엔 살지 못한다. 지구의 생물은 반대로 그런 고압의 장소에서는 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지구인들도 가급적 목성의 생물을 우호적으로 대하는 것이 좋겠다. '
 
보커 박사의 의견은 이상과 같은 것이었다.
심술궂게도 해군성에서는 '깊은 바다에는 무엇인가가 살고 있다.'고 하는 대목만을 보커 박사 의견 중에서 채택했다. '그 생물들과 사이좋게 지내자.'는 의견 쪽은 전혀 못 들은 체해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분명히 몇 척인가의 배가 침몰 당한 것만은 사실이었으므로, 그 범인이 아직 바닷속에 숨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화가 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오늘, 미국이 원자 폭탄을 투하한 것이지만 영국의 해군성에서도, '더 폭탄을 던져라.'라든지, '바닷속의 목성인을 모조리 때려잡자.' 어쩌고 하는 의견이 물 끓듯 했다고 한다. 그러나 보커 박사의 주장과 같은 일이 있을 수 있는 것일까?
나는 보커 박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당장 런던의 EBC방송국에 전화를 하여 수소문을 부탁했더니, 마침 두 시간 후에 보커 박사가 신문 기자와 방송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를 할 예정이란다. 보커 박사를 만나야겠다고 희망한 사람은 나 하나뿐이 아니었던 것이다. 나와 필리스는 기자 회견장으로 날아갔다.
 
보커 박사
 
회견실은 만원이었다. 정면의 책상에는 보커 박사가 앉아 있었다. 나이가 들었는데도 어딘지 모르게 어린아이처럼 둥글둥글한 얼굴, 두툼한 눈썹, 이마에 너풀거리는 갈색 머리카락-사진에서 본 그대로이다. 하지만 생기 넘치는 눈빛이나 호인스러운 표정의 움직임, 참새와 같이 팔팔한 거동 따위는 사진으로 알 수 없다.
"차분한 데가 박사에겐 없네요. 안절부절못하는 큰 도련님 같아요.“
필리스는 이런 말을 했다.
이윽고 술렁이던 회장이 조응해졌다. 보커 박사는 기자들을 한번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
"새삼스럽게 할 이야기가 더 있나요? 내 의견은 인쇄하여 여러분에게 배부한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무엇이든 질문이 있으면 하시오."
두세 가지 엉뚱한 질문이 있어 박사가 그것을 적당히 얼버무리고 나자 한 기자가 물었다.
"보커 박사님, 분명히 선생님은 2년 전에는 그 바다 밑 생물이 다른 행성에서 이사해 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현재는 '침략해 왔다.'고 말씀하셨어요. 이건 선생님의 생각이 달라졌다는 얘기입니까?"
"그래요. 달라졌소. 하지만 달라진 것은 내 의견이 아니라 상대편의 태도입니다. 해저의 생물이 지구에 온 건 처음에는 분명히 평화적인 이사였지요. 그런데 요사이는 그렇게만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드디어 우주 전쟁이 발발하는 겁니까?"
"그렇소."
"그러니 아무래도 진짜 우주 전쟁이 시작된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 걸요."
"그건 당신이 공상과학 소설을 너무 탐독했기 때문이오. 웰즈의 SF와 같은 하늘을 나는 원반이 광선총으로 공격해 오거나 하면 세상 사람들은 정말로 우주 전쟁이 터졌구나 하고 믿겠지요. 하지만 참된 우주 전쟁은 반드시 그런 식으로 벌어지는 건 아니오. 우리들의 적은, 웰즈의 소설에 나오는 화성인보다도 더욱더 고약한 상대인 것입니다.“
"하지만 왜 지구를 공격해 온 겁니까? "
"늘 약한 자는 당신처럼 '왜? 왜 그럴까?' 하고 중얼거리면서 강한 자에게 먹히고 마는 법이오.“
이래 가지고는 질문한 사람이 만족할 리가 없었다.
EMB00000cec437e"그러나 전혀 목적이 없을 리가 없다고 보는데요!"
"목적은 있어도 그것이 지구의 인간에게 이해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만은 볼 수 없기 때문이오.“
"그러면 마치 지진이나 태풍 같은 겁니까? "
"그래요. 아시겠습니까? 새는 곤충을 잡아먹어요. 곤충의 입장에서는 왜 자기네는 새에게 먹히지 않으면 안 되는가를 이해할 수 없는 겁니다.“
이 날 있었던 일은 신문이나 방송 뉴스 시간에 보도되었으나, 보커 박사의 발언이 옳다고 여기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았다.
 
사라진 원자 폭탄
 
그 후 삼 주일쯤 지난 어느 날, 내가 집으로 돌아오니 필리스가 말했다.
"오늘 윈터스 대령에게서 전화가 있었어요.“
"뭐, 재미있는 얘기를 합디까?"
하고 내가 묻자 필리스는,
"아뇨, 별로 재미도 없었던 것 같아요. 바다 밑의 생물 조사가 도무지 진척이 없다는 이야기였거든요."
"바다 밑에 투하한 원자 폭탄은 효과가 있었다던가?"
"그게 말이지요, 원자 폭탄을 사용하면 방사능이 나와 생선을 잡을 수 없다는 항의가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그런 폭탄은 쓸 수 없다나 봐요. 그리고 더 큰 일이 일어났대요."
"더 큰 일이라니?"
“바다 밑에 투하한 폭탄이 두 개 행방 불명이 돼 버렸대요."
"행방 불명되었다고."
"그래요. 해군들은 대단히 걱정하고 있나 봐요. 그 폭탄은 바닷속으로 던져진 후 어느 일정한 깊이가 되면 스스로 폭발하도록 돼 있잖아요. 그런데 그것이 폭발하지 않았다면......."
"그러니까 일정한 깊이에까지 도달하기 전에 뭔가에 걸렸다는 얘긴가?"
"글쎄요, 어쩌면 누군가가 고의로 도중에 효력이 없어지도록 조치했는지도......"
"그러나 원자 폭탄을 사용할 수 없다면 더 이상 어쩔 수 없쟎아.“
"이번에는 새로운 유도 미사일을 만들어 바닷속에 투하하는 거죠.“
"음- 그건 굉장한 뉴스야."
"그런 일보다도 더욱더 근사한 뉴스가 있어요. 윈터스 대령이 나를 해양학자인 매테트 박사에게 소개해 주겠대요."
"어쩌다가 그렇게 되었지? 해양학자들은 모두 보커 박사의 의견에 몹시 반대하고 있었잖아.“
"하지만 매테트 박사는 대령의 친구로 불덩이가 떨어진 지점을 그려 넣은 지도를 보고 생각을 바꾸었대요. 게다가 우리들도 아직 완전히 보커 박사의 의견에 찬성해버린 건 아니잖아요.“
 
바닷속의 괴물
 
2, 3일 후에 필리스는 혼자서 매테트 박사를 만나러 갔다. 필리스가 매테트 박사에게서 듣고 온 이야기에 따르면, 1년쯤 전부터 이곳 저곳의 바닷물 빛이 달라졌다고 한다. 정녕 바다 밑에서는 무엇인가 색다른 일이 일어나고 있는 모양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매테트 박사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매테트 박사의 이야기를 보커 박사에게 들려주면 어떨까요? "
필리스가 말했다.
"그건 좋은 생각이야.“
하고 나도 찬성했다. 우리는 곧 보커 박사를 만나러 갔다. 보커 박사는 이마에 머리카락을 약간 늘어뜨린 채 머리를 숙이고 우리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었다. 다 듣고 나서 잠시 생각하고 있더니 이윽고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우주 생물들은 벌써 지구의 해저에 사는 데 성공한 셈이지요. 그래서 이번에는 더 살기 좋은 곳으로 새 영토를 넓히는 사업에 착수한 겁니다.“
"도대체 뭘 시작했다는 겁니까!"
내가 묻자 보커 박사는 어깨를 으쓱했다.
"나도 잘 모릅니다만 바닷물 빛이 달라졌다고 하니까 바다 밑을 파고 있는 건 아닐까요? 어쩌면 광석을 캐고있는 지도 모르고.“
"그뿐입니까!"
"예. 도로를 만들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바다 밑에도 산이나 골짜기가 있으므로 산을 파서 터널을 만들거나 울퉁불퉁한 땅바닥을 평평하게 하는 공사를 벌이고 있는 지도 모르죠...... 그런데 두 분은 바다에 투하한 원자 폭 탄 두 개가 폭발하지 않았다니 그것이 어디로 갔는지는 알고 있겠지요?"
"원자폭탄이 별안간 폭발했다는 소식은 알고 있나요?"
"아니오."
필리스는 고개를 저으며 반문했다.
"그 폭탄은 어디론가로 사라진 두 개의 폭탄 가운데 하나일까요?"
"그렇다면 아직 안심할 수 있군요. 그런데 어제의 폭발 지점은 구암 섬 근방의 바닷속이었어요. 두 개의 원자폭탄이 없어진 장소에서 무려 2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이지요."
"그러면 해저에 살고 있는 목성의 생물이 원자폭탄을 일부로 2천 킬로미터나 운반하여 구암 섬에서 폭발시켰다는 겁니까?"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지요. 그러나 더욱 내가 두려워 하고 있는 점은......"
보커 박사는 내 얼굴을 지켜 보면서 말했다.
"그들이 손에 넣은 원자 폭탄을 연구하여, 같은 원자 폭탄을 자기네들도 만들려고 하고 있지나 않나 하는 점입니다."
 
제 2부 바다의 전차
 
장미 산장
 
우리는 콘월에 별장을 가지고 있다. 장미 산장이라고 부르는데, 조그만 언덕의 동남쪽 경사면에 세운 회색의 벽돌집으로, 방은 다섯 개가 있다. 정면으로 벨포드 강이 흐르고 있고, 강물은 왼쪽 팔마우스만으로 흘러 들어간다. 군데군데 바위가 돌출하여 경치가 썩 좋은 만으로 밤이 되면 리자이드 등대 불빛이 아름답다.
우리는 평소에는 런던의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원고를 쓰거나 자료를 읽는 등 시간이 소요되는 일을 할 적에는 이 산장으로 가는 것이다. 물론 여가가 나면 기분풀이로 한가롭게 놀러 가는 수도 있다.
그 날은 아침 5시에 런던을 떠나 산장으로 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잠에서 깨어나자 벌써 8시였다. 필리스는 당황해하며 아침을 장만하기 시작했고, 나는 신문을 읽고 있었다.
또 배가 침몰했다는 기사가 나와 있었다. 이번에는 일본 배였다. 나가사키를 출항하여 인도네시아로 향하던 기선 야츠시로 호가 말래카 해에서 침몰했다는 것이다. 백 명의 선객이 타고 있었는데 구조된 사람은 현재 불과 일곱 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더 자세하게 읽어보려고 하는데, 필리스가 '어머!'하고 외치며 신문에 실려 있는 침몰 지점의 지도를 가리켰다.
"야츠시로 호가 침몰한 곳은 언젠가 우리들이 불덩이를 본 그 근방이네."
이로부터 한 달쯤 우리는 각자의 일을 산장에서 즐겁게 계속하고 있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집에 틀어박혀 있기가 아까워서 해수욕을 하거나 보트놀이를 하며 즐겼다. 야츠시로 호 사건이나 불덩이에 관한 일 따위는 어느 새 잊고 말았다.
그런데 어느 수요일 아침에 라디오의 9시 뉴스에서 ‘퀸 앤 호가 행방 불명이 되었다.'고 알려 준 것이다.
"자세한 것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으나 희생자는 적지 않은 숫자가 되리라고 합니다. 퀸 앤 호는 세계에서 제일 속력이 빠르고, 더구나 9만 톤이나 되는 큰 객선 입니다. 만들어진 것은․․․․."
나는 라디오 스위치를 껐다. 언젠가 필리스와 함께,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은 퀸 앤 호를 구경하러 가 본 적이 있었다.
"이게 무슨 변이어요, 마이크. 그런 훌륭한 객선이 행방 불명이라니........“
필리스는 눈물을 글썽이며 마른 입술을 깨물었다.
30분 뒤에, EBC방송국으로부터 전화가 있었다. 바닷속에 숨어 있으면서 가끔 배를 침몰시키는 괴물의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싶으니 자료를 정리해 달라는 것이었다.
"자, 당분간은 이 산장과 이별을 해야겠군."
나는 필리스에게 말하며 런던으로 떠날 채비를 했다.
 
미국의 작전
 
이튿날 아침, 우리는 런던으로 돌아왔다. 아파트에 도착하여 라디오 스위치를 돌리니까 귀에 뛰어든 것은 항공 모함 메리트리어스 호와 정기 여객선 카리브 프린세스 호가 침몰했다는 뉴스였다
메리트리어스 호는 아프리카의 서쪽에 있는 케이프 베르데 군도의 남서쪽 1천 3백 킬로미터 지점에서, 중부대서양의 밑바닥에 침몰한 것이다. 카리브 프린세스 호가 침몰한 곳은 쿠바의 산티아고에서 30킬로미터가 채 되지 않는 지점이었다. 어느 배나 불과 2분만에 침몰하였으므로 살아 남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이와 같이 참혹한 일을 당하고도 잠자코 있을 수는 없다. 2, 3일 사이에 온 세계의 여기저기에서 '단호하게 보복하라.'는 소리가 들려 왔다. 그리고 미국이 그 소리에 답변했다. 열 척의 군함을 동원하여 카리브 프린세스 호가 침몰한 근방의 너비 80킬로미터, 길이 640킬로미터의 바다에 원자 폭탄을 투하하겠다는 것이었다. 심해 공격용으로 특별 장비를 갖춘 신형 폭탄인 원자 폭탄도 두 개 투하한다는 것이었다.
마침내 공격을 감행하는 날에는 군함 한 척에 아나운서가 탑승하여 실황을 방송하였다.
아나운서는 처음 얼마 동안은 차분하게 중계하고 있었으나 갑자기 흥분하며 외쳤다.
"뭔가가, 아, 아, 부풀어오릅니다.“
잇따라 쾅! 하고, 무엇인가가 폭발하는 소리. 아나운서는 뭔지 뜻도 알 수 없는 소리로 외쳤다. 그리고 또 쾅! 하고 폭발하는 소리. 바글바글, 뻥! 하는 격렬한 소리. 사람들이 아우성치는 소리. 지르릉 지르릉 하고 비상벨 소리도 들려 왔다. 이윽고 아나운서는 숨가빠 하며 빠른 속도로 말했다.
"조금 전의 소리는 순양함 카볼트 호가 폭발한 소리였습니다. 두 번째 소리는 프리깃 함 레드우드 호가 폭발한 소리였습니다. 두 군함 다 벌써 바닷속으로 침몰하고 말았습니다. 우리 함대는 원자 폭탄 두 개를 적재하고 있었습니다만, 그 중의 한 개는 레드우드 호에 적재한 것입니다. 그 원자 폭탄은 8천 미터 깊이에 이르면 스스로 폭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 나란히 있던 프리깃 함이 침몰했고, 적재한 원자 폭탄이 곧 저절로 폭발한다는 것이다. 여덟 척의 군함은 쏜살같이 거기서 도주했다. 그러나 7분 뒤에 터진 원자 폭탄으로 이미 두 척의 군함이 가라앉고 말았던 것이다.
이리하여 비장한 미국의 작전도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더구나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네 척의 군함이 침몰되고 만 것이다. 이 때부터 바닷속에 무엇인가 가공스러운 것이 있으리란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게 되었다.
배를 타는 사람이 없었다. 외국으로 여행할 때는 비행기를 이용하였다. 또 화물을 나를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온 세계의 이곳 저곳에서 여러 가지 부족한 것이 나타났다. 사람들은 앞을 다투어 먹을 것과 가솔린이나 커피 따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으로 부족해질 우려가 있는 물자를 마구 사들였다. 그래서 물건값이 매일 뛰어올랐다.
 
사필라 섬
 
여기는 사필라 섬이다. 대서양에 있는 브라질의 섬이다. 적도에서 조금 남쪽에 있으며, 페르난도 드 노로니아 섬이라는 큰 섬의 남동쪽 640킬로미터 지점에 있는 외딴섬이다. 연락선도 반년에 한 번밖에 들르지 않는다. 섬에 살고 있는 백여 명의 사람들은 아득한 원시인과도 같은 가난한 생활을 하고 있다.
"뚜우...... 뚜우........"
이 날, 반 년 만에 들른 연락선은 연방 쌍고동을 울리고 있었다. 평소에는 이렇게 하면 기다리다 지친 섬사람들은 앞을 다투어 이곳 저곳의 움집에서 뛰쳐나와 쪽배를 몰고 와서 선창가에 모여 환영해 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날의 쌍고동은 항구 어귀의 여기저기에 허무하게 울려 퍼질 뿐이었다. 갈매기가 몇 마리 날고 있었으나 인간은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배는 또 한 번 쌍고동을 울려 보았다.
사필라 섬의 해안은 험준한 절벽으로 되어 있었는데, 연락선은 해안으로부터 백 미터쯤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섬에는 한 줄기 연기도 보이지 않았고 통 사람의 기척이 없었다.
보트가 내려지고 기관장이 선원들을 인솔하고 해변으로 접근해 갔다. 이윽고 뭍으로 올라가 귀를 기울였다. 들려 오는 것이라곤 갈매기 울음소리와 파도 소리 뿐으로 을씨년스럽게 고요하다.
"모두 어딜 갔나? 통나무 배 하나 없쟎아."
선원 하나가 말했다.
기관장이 한껏 숨을 마시고 크게 소리를 질렀다.
"여보시오........"
모두 귀를 기울이며 응답을 기다렸다. 그러나 들려 오는 것을 여전히 어귀를 가로질러 가는 울림뿐이었다.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기관장이 말하자 모두는 조심조심 그 뒤를 따라 제일 가까이에 있는 돌로 지은 움막으로 향했다.
반쯤 열린 문짝이 있었다. 그것을 밀고 안을 들여다본 기관장이 외 쳤다.
"뭐야, 이건!"
접시 위에 생선이 놓여 있었다. 썩어서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하지만 그밖에는 전혀 수상쩍은 점이 없었다. 침대 위는 언제든지 잘 수 있도록 단정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그 썩은 생선만 없었다면 잠깐 집을 비운 모양이라고 볼 수 있는 상태였다.
다음으로 들여다본 움집도, 세 번째 들여다본 움집도 마찬가지였다. 당장 살고 있는 사람이 돌아올 것 같았던 것이다.
그러나 네 번째 움집에 들어섰을 때였다.
"앗! "
선원 한 사람이 안쪽 방을 가리키며 외쳤다.
"죽어 있다! "
요람 속의 갓난아기가 죽어 있었던 것이다.
일행은 끔찍스러운 광경에 놀라 부리나케 배로 돌아왔다. 배에서 무선 전화로 리오의 경찰에 알려 주었더니 좀더 자세히 섬 안을 조사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선원들은 기분이 나쁜 것도 꾹 참고 3일 동안 섬 안을 조사하였다.
이틀째 되는 날에 산의 동굴 속에서 네 여자와 여섯 어린이의 시체를 발견했다. 죽은 지 대엿새쯤 된 것 같았다. 부상을 입은 흔적이나 병을 앓은 기색도 없었다. 굶어 죽은 것이 아닌가 싶었다.
이 뉴스는 이윽고 온 세계에 전파되었다. 하지만 조그만 섬에서의 사건이었으므로 사람들은 별로 대단한 일로 생각하지 않았다.
 
에이프릴 섬
 
이 곳은 에이프릴 섬. 어두운 별빛 속을, 뾰족하게 바다로 내민 곶을 향하여 경찰의 포함이 접근해 가고 있다. 질이 좋지 않은 해적들이 이 섬에 살고 있다는 소식이 그날 낮에 경찰에 들어온 것이다. 그래서 경찰관들은 밤이 되기를 기다려 포함을 타고 잡으러 온 것이다.
해적들은 이 곶의 건너편 마을에 숨어 있는데, 총이나 기관총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포함은 적에게 들키지 않도록 곶에 접근하여, 살며시 보트를 내리고 철모를 쓰고 자동 소총을 든 경찰대를 상륙시켰다. 포함은 그냥 여기서 기다렸다. 경찰대가 해적들이 있다는 마을을 포위하고 신호를 보내면 배에서 대포를 쏘아, 단숨에 적들을 해치운다는 작전이었다.
경찰대가 곶 안의 산을 넘어 건너편 마을에 도착하려면 45분 정도 걸린다. 그리고 대형을 정비하고 마을을 포위하자면 다시 10분쯤 소요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 30분밖엔 경과하지 않았는데, '땅땅땅' '따르르르 따르르‘하고 자동 소총을 갈기는 소리가 들려 오는 게 아닌가! 포함 위의 사람들은 모두 이상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대장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나 이상하다고는 생각되어도 틀림없이 싸움은 시작되었으니, 망설이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전진!"
대장이 명령을 내리자 포함은 전 속력으로 곶을 돌아 목적지인 마을을 향했다. 그 사이 마을 쪽에서는 '둘둘둘' 하는 둔탁한 소리가 들려 왔다. 분명히 경찰대는 자동 소총과 수류탄밖에 가진 것이 없었으므로 그런 둔탁한 소리가 들려 올 까닭이 없는 것이다. '땅땅!' '따르르르 따르르르' 하는 총 소리는 잠깐 한 번 그쳤다가 잠시 후 다시 미친 듯이 맹렬하게 울려오기 시작했다. 이윽고 또 '둘둘둘' 하고 둔탁한 소리.
그 사이, 별안간 아무 소리도 들려 오지 않았다.
이윽고 포함은 마을에 접근했다. 캄캄하고 고요했다.
"서치라이트를 켜라! "
눈부신 빛을 받고, 집이나 나무가 마치 무대 위에서처럼 떠올랐다. 그러나 움직이고 있는 것은 해안에서 하얀 거품을 내고 있는 파도뿐........ 사람 그림자는 하나도 없었다.
"공격 개시!"
포함의 확성기가 마을을 포위하고 숨어 있을 경찰대를 향하여 외친 것이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가? 경찰대는 한 사람도 나타나지 않았다. 서치라이트의 방향을 이곳 저곳으로 움직여 집이나 나무 사이를 조사해 보았으나 역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별안간- 서치라이트의 빛이 해변에서 멈췄다.
내동댕이친 자동 소총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뭔가 무서운 사건이 발생한 모양이다. 상륙하자니 겁이 났다. 이 날 밤은 온 밤을 서치라이트를 켜 놓은 채 기다리기로 했다.
날이 샌 후, 부대장이 다섯 명의 무장한 경찰관을 인솔하고 상륙했다. 상륙한 부대장은 급히 흩어져 있는 자동소총을 집어 보았다. 어느 것에나 모두, 무엇인가 진득진득한 것EMB00000cec437f이 붙어 있었다.
모래톱에는 폭이 넓은 개천이 네 줄기, 바다에서 집 쪽으로 뻗어 있었을 개천의 너비는 2미터 50센티미터 가량이고, 깊이는 한가운데의 제일 깊은 곳이 15센티미터 정도였다. 개천의 양쪽은 모래톱이 불룩 올라와 있어 조그만 언덕 모양을 이루고 있었다.
"해안 쪽에서 크고 무거운 기계를 끌어올린다면 이런 자국이 생기지 않겠는가."
하고 부대장이 중얼거렸다.
자세히 보니 네 가닥 중에 두 가닥은 바다 쪽을 향하고 있었으나, 나머지 두 가닥은 반대로 바다 쪽에서 마을 쪽을 향하고 있는 듯했다.
모두 경계하면서 마을로 접근했다. 그 사이에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집이나 나무가 어쩐지 반짝반짝 빛나는 느낌이 들었다.
마을 한가운데는 광장이었다. 광장 주위에 여러 가지모양의 집이 즐비하게 서 있었는데 이러한 집들 가까이에 가보니 왜 반짝이는가를 알 수 있었다. 자동 소총에 붙어 있던 진득진득한 것이 집이나 나무에도 붙어 있는 것이다.
제일 큰 집 안을 살펴보기로 했다. 진득진득한 것이 온통 붙어 있는 문짝을 발로 밀치며 안으로 들어갔다. 별로 어질러져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걸상 두 개가 넘어진 채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살던 사람이 당황하여 뛰쳐나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집 옆을 돌아보니 벽은 말라 있었고, 그 진득거리는 것이 붙어 있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광장 한복판에서 진득거리는 것을 뿌린 것 같군."
부대장이 말하자,
"바닷속에서 뭔가가 나타난 건 아니었을까요?"
하고 한 부하가 겁먹은 표정으로 바다 쪽을 바라보았다.
"햇빛을 받은 탓인지 진득진득한 것에서 고약한 냄새가 풍기는군. 자, 철수하자."
부대장은 모래톱에 흔적이 남은 이상한 네 가닥의 개천을 카메라에 담아 가지고 포함으로 되돌아갔다. 포함은 그 곳을 나와 다른 어귀로 가 보았다. 이 곳에는 네 가닥의 흔적이나 진득진득한 것도 없었다.
조금 전과 같았던 것은 마을에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뚜우... 뚜우..."
포함에서는 고동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오고 있다.
"앗! "
쌍안경을 들여다보고 있던 대원이 외쳤다.
"저 언덕 위에 누군가가 있습니다. 셔츠 같은 걸 들고 있어요.“
포함은 고동을 울리면서 모래톱 쪽으로 접근했다. 보트가 내려지고 부대장이 세 사람의 부하를 거느리고 올라탔다.
한편, 섬에서는 튼튼한 몸집의 토인 아홉 사람이 마을에서 2백 미터쯤 떨어진 곳에 있는 숲 속에서 달려 나와 보트를 향하여 '여보시오!' 하고 외쳤다.
보트에서도 '왜 그래!' 하고 대답했다. 이윽고 보트는 모래톱에 접근하였다. 부대장은 이 쪽으로 오라고 손짓을 했으나 토인들은 움직이려고 하지 않았다. 할 수없이 부대장은 자기 쪽에서 상륙하여, 몸짓과 손짓이 섞인 급한 대화가 시작되었다. 부대장은 토인들에게 줄곧 포함 쪽으로 같이 가자고 부탁했으나, 토인들은 도저히 갈 수 없다고 고집하는 모양이었다. 부대장은 단념하고 보트로 다시 돌아와 포함 쪽으로 갔다. 기다리고 있던 대장이 이들에게 물었다.
"왜 이쪽으로 오지 않는 거야? "
"바다가 무섭답니다.“
"어째서? "
"바닷속에서 고래인지 괴물인지가 나온다는 겁니다.“
 
벽돌쌓기
 
에이프릴 섬에서의 이상한 사건이 있은 뒤, 온 세계의 여기저기에서는 지금까지보다도 더 빈번하게 배가 침몰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두려워하며 더욱더 배를 타지 않게 되었다. 그 대신 비행기는 늘 만원이다.
어느 수요일, 나는 런던에서 장미 산장에 있는 필리스에게 전화를 했다. 필리스는 이미 2주일 째나 산장에 틀어 박혀 있었다.
그런데, 전화의 벨 소리가 났을 텐데도 필리스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나는 단념할까 하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는데 겨우 목소리가 들렸다.
"미안해요. 마당에서 벽돌을 쌓아올리고 있었어요.“
"벽돌을 쌓아올려 ? 별 이상한 짓도 다하고 있네. 뭘 하려고!"
"현재로선 단지 벽을 만들고 있을 뿐이어요. 일이 잘 피지 않아 기분이 답답할 땐 벽돌쌓기를 하면 기분이 한결 좋아져요. 당신도 돌아와 같이 해 보지 않겠어요!"
"아니, 안 돼. 사실은 EBC방송국의 프레디 부장이 이번 금요일에, 당신과 나와 부장 세 사람이 함께 저녁을 먹자는 거야. 뭔가 중요한 얘기가 있는 모양이야." 필리스는 잠깐 생각하는 듯이 조금 있다가,
"그럼 하던 일을 적당히 마치고 내일 오후 6시경에 런던에 도착할 열차로 돌아가겠어요."
금요일, 약속 시간에 레스토랑에 들렀더니 프레디 부장은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인사가 끝나자 곧 이야기를 시작했다.
"실은 말이오, 한 스폰서가 돈을 낼 테니 탐험대를 만들어 바닷속에 숨어 있는 괴물을 조사해 달라는 겁니다. 대장은 보커 박사요. 당신들도 함께 가 주지 않겠소?"
나와 필리스는 물론,
"가겠소."
하고 대답했다,
 
에스콘지다 섬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이렇게 햇볕을 받으며 한가롭게 쉰다는 건 행복한 일이어요."
하고 필리스가 말했다. 여기는 에스콘지다 섬에 있는 단 하나의 마을 스미스 타운이다. 나와 필리스는 호텔 정원에서 매일 일광욕을 한다. 눈앞에는 파란 바다가 드넓게 펼쳐져 있고, 저 멀리 수평선은 하늘과 맞붙어 있다. 모래톱이 활처럼 굽어 있었고, 바다로 내민 언저리에는 야자나무가 두세 그루. 이런 한가로운 경치가 아지랑이 때문에 흔들려 보인다.
보커 박사의 탐험대가 이 곳에 온 지 벌써 5주일 된다.
이 근처는 케이먼 제도라고 불리는데, 크고 작은 섬이 많이 흩어져 있다. 보커 박사는 여러 가지를 조사한 끝에, 이 에스콘지다 섬이 가장 괴물이 나을 만한 섬이고 결정하고 이 곳에 본부를 두었다. 그런데 이 곳에 와서 일 주일도 채 되지도 않았는데, 다른 섬에서 괴물이 나타났다는 소식이 왔다. 당장 비행기로 그 섬에 가 보았으나 너무 늦었던 것이다. 살고 있는 주민 250명 중에 살아 남은 자는 20명뿐이었고, 230명이 연기처럼 자취를 감추고 만 것이다. 살아 남은 사람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었지만, 한밤중이라서 괴물의 정체는 도무지 알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에스콘지다 섬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 2주일--- 3주일이 지났다. 심술 맞게, 그 사이에도 괴물은 딴 섬EMB00000cec4380에는 계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마침내 이 5주일 동안에 근방의 열 두 섬이 모두 괴물의 습격을 받았다.
우리는 조바심이 났다. 어딘가 딴 섬으로 옮기자는 사람도 있었다. 매일 매일 한결같이 한가하게 햇볕이나 쬐고 앉아 있는 것만으로는 조금도 탐험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커 박사는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박사의 지시로 우리는 섬의 이곳 저곳에 전등불을 켰다. 호텔의 테드의 방에 있는 스위치를 누르면 모든 전등에 불이 켜졌다. 한밤중에도 온 섬 안이 한낮처럼 밝게되는 장치인 셈이다.
그러나 5주일 동안이나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는다는 것은 심심해서 견딜 수 없는 노릇이다. 대원들은 섬에서 자라난 희한한 식물을 관찰하거나 섬사람들로부터 에스파냐 말을 배우거나 기타 연습을 하며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바쁜 듯이 보이는 것은 보커 박사뿐이었다. 박사는 여전히 매일 두 조수를 데리고 헬리콥터로 섬 주위를 조사했다
 
나타난 괴물
 
어쩐지 따뜻하게 느껴지는 밤이었다. 필리스는 창가에 서서 무슨 생각에 잠겨 있다.
"왜 그래?"
나는 물어 보았다. 그러자 필리스는 황홀하게 창 밖의 밤 경치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걸 봐요, 마이크. 바다에는 배나 섬이 조용히 잠들어 있어요........ 하늘에는 황금빛 초승달...... 아름답지 않아요?"
나도 나란히 서서 창 밖을 내다보았다. 광장에는 인기척이 없었고, 그 저편 바다는 희미한 은빛이다. 을씨년스러운 집들 사이에서는 기타 소리가 들려 왔다. 필리스는 그 소리에 맞춰 에스파냐 말로 된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다.
바로 그 때다--- 별안간 기타 소리가 뚝 그치며 '뚱 땅......‘ 하고 기타를 땅에 떨어뜨리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 왔다. 잇따라 '와.' 하는 사람의 외침 소리가 들려 왔다. 꽥하는 여자의 비명도 들려 왔다.
"설마........."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탕.... 탕....‘ 하고 두 발의 총성이 귓가에 들려 왔다.
필리스도 굳어진 목소리로 말했다.
"마이크, 왔어요. 틀림없이.“
사방이 다 같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광장 주위에 서있는 집들의 창문이 잇따라 열렸고, 상반신을 내민 사람들이 저마다 묻는다.
"뭐야?"
"왜 그래!"
집에서 뛰쳐나와 해변 쪽으로 달려가는 자도 있었다. 외치는 소리는 더욱 더 맹렬해졌다. 비명이나 총 소리도 같이 일어났다. 나는 창가에서 떠나 벽을 '쾅! 쾅!' 두들기며 옆방에 대고 악을 썼다.
"여보시오! 테드, 빨리 스위치를 눌러 전등불을 켜요! 해변을 비추라니까."
옆방에서는 희미하게 테드의 대답 소리가 들려 왔다. 내가 다시 창가로 돌아왔을 때는 온 섬 안에 전등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풀장을 가로질러 바다 쪽으로 달려가는 십여 명의 사람들 외에는 특별히 유별난 것이 보이지 않았다. 웬일인지 술렁이던 것도 갑자기 멈추고 말았다.
옆방에서 쾅 하고 문을 닫는 소리가 났다. 이윽고 터벅터벅 하는 신 소리가 내 방 앞을 지나갔다. 테드가 나간 모양이다. 해변 쪽에서 들려 오는 소리가 다시 사나와진 것 같다.
"어물거리고 있을 순 없어."
나는 필리스에게 말을 걸었으나 필리스는 내 곁에 있지 않았다. 바라보니까 방 건너편의 문께에서 자물쇠를 잠그고 있다
"어떻게 할 셈이야? 빨리 적의 정체를 조사하러 가야 할 덴데."
"안 돼요."
필리스는 단호하게 말하며 벌떡 일어서서 문 앞을 가로막았다. 잠옷바람이었기 때문에 마치 흰옷을 입은 천사 같았다.
"이것 봐, 필리스.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 일이잖아."
"그런 일은 아무래도 좋아요. 어쨌든 조금만 더 여기 있어요"
나는 필리스에게 가까이 가서 손을 내밀었다.
"그 열쇠를 줘요."
"안 돼요."
필리스는 열쇠를 창문 밖으로 냅다 던지고 말았다.
"아니, 무슨 짓이야."
나는 날아가는 열쇠를 바라보며 창문에서 상반신을 내밀었다. 전등불로 낮과 같이 환한 광장에서는 사람들 붐비며 여기저기를 오가고 있었다.
"필리스, 비켜서요.“
나는 뛰어나갈 자세를 취했다. 문을 부수고서라도 밖으로 나갈 속셈이었다.
"진정하세요, 마이크. 우리의 일을 잊어선 안 돼요."
"그 일 때문에 가겠단 말이오."
"아니어요. 당신 일은 살아 남아 적의 정체를 온 세계에 알리는 일이어요. 현재까지의 얘기로는 살아 남은 사람은 적 가까이 뛰어든 사람이 아니었어요. 집안에 숨어있든지, 아니면 산 속으로 도망친 사람들뿐이어요."
"그건 그렇지만........"
"자, 창문에서 봅시다.“
할 수 없었다. 나는 필리스와 함께 집안에서 구경하기로 했다. 광장 사람들은 처음에는 서서히 바다 쪽으로 가고 있었으나, 이윽고 그 줄은 움직이지 않았다. 줄 앞의, 그러니까 해변 가까이에 있던 사람들이 거꾸로 이 쪽으로 도망쳐 오는 것이다.
되돌아온 사람들 중에는 테드가 있었으므로 나는 물어보았다.
"어떻게 된 건가?"
"모르겠소. 군중을 뚫고 나아갈 수가 없었어요. 사람들은 모두 무엇인가가 온다고 외치고 있었지만 그게 무언지 통 알 수 없었어요. 방으로 돌아가 창문에서 영화를 촬영해야겠어요.“
하고 테드는 호텔 현관으로 들어갔다.
해안 쪽에서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광장으로 되돌아오고 있었다. 모두가 조금이라도 빨리 되돌아가려고 서로 밀치고 있는 모양이다. 총 소리는 이미 들려 오지 않았으나 여기저기의 집 뒤에서는 여전히 악 쓰는 소리가 들려왔다.
호텔로 돌아온 사람들 가운데 보커 박사가 있었다. 파일럿인 조니 탤튼도 같이 있다. 박사는 호텔 밖에 서서, 창문에서 목을 내밀고 있는 우리들을 쳐다보며 물었다.
“알프레드는 어디 있소?"
대답하는 자가 없었다.
"누구든 알프레드를 찾으면 곧 호텔로 오라고 전해 줘요. 다른 분들은 호텔에서 한 발자국도 밖으로 나가면 안돼요. 방안에서 보고 있을 것! 적의 정체를 확인하기 전에는 절대로 밖으로 나가면 안 돼요. 테드는 전등을 더 밝게 하시오.“
이렇게 명령한 박사는 또 한 번 광장을 돌아다보며 사방을 둘러보고 나서, 호텔 현관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광장에는 사람의 그림자가 훨씬 적어졌다. 나머지 사람들도 출입문이나 골목 어귀에 서서 여차하면 언제든지 도망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었다.
 
바다의 전차
 
별안간 대여섯 명의 사나이가 땅바닥에 엎드려 해안 쪽을 향하여 총을 겨누었다. 사람들의 외침 소리가 그치고 사방이 갑자기 고요해졌다. 이런 판국에 저 쪽 집 뒤에서 희미하고 둔탁한 소리가 다가오고 있다.
그르르르......
비거덕 ......
질질질 ......
교회의 대문이 열리면서 검정 빛깔의 길쭉한 옷을 걸친 신부가 나타났다. 사방에 있는 사람들은 그 둘레에 모여 무릎을 꿇었다. 신부는 모두를 지키겠다는 듯이 양팔을 벌렸다.
달...... 달...... 달....
질...... 질...... 질....
저 쪽에서 들려 오는 소리는 어느 새 단단한 돌 위에서 무거운 금속을 끌고 있는 듯한 소리로 변해 있었다
탕! 탕! 탕!
별안간, 땅바닥에 엎드려 있던 사람들이 소총을 쏘았다. 무엇을 노린 것인지, 아직 우리가 있는 데서는 보이지 않았다. 그 사이 총을 쏘고 있던 사람들은 잇따라 일어서서 흩어지며 달아났다. 이윽고 광장 한구석에 몰리어 도망치는 길이 막히게 되자, 또 돌아서며 총에다 실탄을 쟁이기 시작했다.
그르르르......
달...... 달...... 달........
질...... 질...... 질........
우지직...... 우지직...... 쿵!
소리는 더욱 더 커졌으며 나무가 부러지는 소리, 벽돌이 무너지는 소리, 유리가 깨지는 소리 따위가 섞이어 들려 왔다.
이 때였다. 나는 이 눈으로 처음으로 본 것이다-----
그 괴물을!
길이 10미터 가량, 높이 4미터쯤의 흐린 회색을 띤, 달걀 모양의 둥근 유령이었다. 그것은 마치 달걀을 세로로 두 조각을 내어 엎어놓은 듯한 모양이었다. 전차같이 생겼다는 느낌이 들었다. 바다에서 나왔으므로 ‘바다의 전차’라고나 할까. 몸뚱이 여기저기에는 여기까지 오면서 파괴한 건물이나 나무의 껍질을 붙인 채 당당하게 전진해 오는 것이다.
그 괴물을 향하여 사방에서 총알이 날아간다. 그러나 탄환은 전부 퉁겨져 버리고 아무 효과가 없었다. 괴물은 끊임없이 기어왔다. 약간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길에서 있는 건물이나 나무를 거침없이 무너뜨리며 전진해왔다. 콘크리트의 벽이건 벽돌이건 큰 돌기둥이건, 마치 비스킷이라도 짓이기듯이 토막이 나고, 부러지고 밀리어 나가 떨어졌다.
탕! 탕! 탕........
쌩 쌩 쌩......
총알은 공기를 진동시키며 날아 괴물에 명중하였으나, 괴물은 시종 태연하게 중단 없이 전진하고 있다. 시속 5킬로미터 정도의 느린 속도였다.
도대체 어떤 장치로 움직이고 있는 걸일까? 어쩌면 밑에 롤러가 붙어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얼른 보기에는 기계 장치가 아니라, 금속으로 된 배를 지면에 바로 대고 기어오는 느낌이었다. 보통 전차처럼 돌아갈 때 속력을 늦추거나 하지 않았다. 늘 같은 속도로 어슬렁어슬렁, 그러나 계속 전진해 _오는 것이다.
아까도 말했듯이, 선두의 괴물은 오른쪽 옆으로 전진하고 있었다. 잇따라 그것과 똑같은 것이 또 하나 모습을 드러내며 왼쪽, 즉 우리가 있는 호텔 쪽으로 전진해 왔다. 뒤따라 세 번째 것이 모습을 보이더니, 이놈은 곧바로 전진해 와서 광장 한가운데에 정확하게 섰다.
신부의 둘레에 무릎을 꿇고 있던 사람들은 당황하여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신부만은 도망치지 않고 바다의 전차 앞에 서 있다. 그러나 전차는 아랑곳없이 전진하여 잠깐 사이에 신부를 밀어내 버렸다.
이윽고 바다의 전차는 셋 다 멈춰 섰다. 띄엄띄엄 거리를 둔 채 광장에 앉아 있는 꼴이다.
"뭘 시작하려는 걸까? "
나는 필리스에게 말하면서 지켜보고 있었다.
 
펄럭펄럭하는 것이!
 
30초쯤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가끔 '탕....탕....‘ 하고 총을 쏘는 소리가 들려 온다. 건물 안에서 쏘고 있는 모양이었다. 어느 창문에나 사람들의 얼굴이 방울처럼 달려 있다. 모두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싶어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다.
"어마, 부풀어오르고 있어요!"
하고 필리스가 가리키는 쪽을 보니까, 제일 가까이 있는 전차의 윗부분에 혹과 같은 것이 생기고 있는 중이었다. 전차의 몸뚱이 빛깔보다도 빛이 엷고 투명한 느낌이었다. 순식간에 커졌다.
"어마, 저거 봐요-. 딴 전차에도 혹이 생겼어요."
탕! 탕! 하고 총 소리가 나자 혹이 흔들거렸다. 그러나 계속 커져 가고 있는 것이다. 커지는 속도도 아까보다는 빠른 것 같다. 벌써 혹이라기보다는 다른 공을 붙인 꼴이 되어 마치 눈사람의 머리 같은 느낌이었다. 풍선처럼 말랑말랑해 보인다.
"금방 터질 것 같아요."
필리스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앗, 뒤쪽에도 또 하나 혹이 생겼어."
먼저 부풀어오른 혹은 이미 지름 1미터 가량의 크기로 되어 있었으나, 아직도 더 커질 전망이었다.
"틀림없이 터질 거야."
필리스는 이렇게 말했으나 풍선은 계속 부풀어가고 있었으며, 드디어 지름 2미터의 크기가 되자 더 커지지 않았다. 얼마 동안 전차에 붙어서 떨고 있었으나, 그 사이에 잠깐 해파리처럼 몸뚱이를 비트는가 싶더니, 전차에서 떨어져 등등 공중으로 떠올라갔다. 그리고 바람을 타고 비누거품처럼 등등 날기 시작했다.
괴물로부터 4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 이르렀을 때였다. 풍선은 갑자기 두 개로 나누어졌다. 소리도 없이 마치 꽃잎이 갈라지듯 그렇게 나누어진 것이다.
안에서는 희고 펄럭펄럭하는 것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나왔다. 그리고 제멋대로 흩어졌다. 우리들의 창문에도 네댓 개가 날아왔다. 희고 긴 회초리 같았다.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떨어지자 별안간 줄어들어 아까 왔던 제자리로 돌아갔다.
"꽥! "
필리스의 비명이다. 보니까 희게 펄럭거리는 것 한 개가 필리스의 오른팔에 달라붙어 필리스의 몸뚱이를 창문 쪽으로 끌고 가는 중이었다. 필리스가 버둥거리며 왼손으로 오른팔에 달라붙은 펄럭거리는 것을 떨어 버리려고 한 순간, 왼손가락도 펄럭거리는 것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여보, 살려 줘요!"
나는 급히 필리스의 몸을 붙잡았다. 그러나 내 몸뚱이도 필리스와 함께 끌려갔다. 나는 양손으로 필리스의 몸을 누르는 동시에 다리를 침대에 돌리고 버티었다. 그런데도 질질 조금씩 끌려갈 만큼, 펄럭펄럭의 힘은 굉장했다. 이대로 라면 침대까지도 창문 밖으로 끌려나갈 지경이었다. 어쩌면 좋을지 알 수가 없다. 절망하고 있는데 필리스가 또 한 번 '꽥! ' 하고 외치자, 별안간 끌어당기는 힘이 사라졌다.
나는 서둘러 필리스의 몸을 안방으로 업어들였다. 필리스는 기절하여 몸에 힘이 없다. 오른팔의 피부가 15센티미터 정도가 홀랑 벗겨져 살이 보였다. 왼손가락도 피가 낭자했다.
필리스를 안방에 숨기고 나서 나는 살며시 창 밖을 내다보았다. 풍선은 지름 60센티미터 정도로 줄어들어 땅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많은 펄럭펄럭이 여러 가지 나무 토막이며 집 부스러기며 책, 그리고 인간을--- 매단 채 풍선 쪽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펄럭펄럭에게 끌려가는 사람들은 모두 손이나 다리를 버둥거리며 악을 쓰고 있었다. 벌써 기절한 사람도 있었고, 아니면 죽었는지 인형처럼 아무 저항 없이 끌려가는 사람도 있었다.
그 가운데 무리엘 프린도 끼여 있었다. 무리엘은 붉은 머리카락을 펄럭펄럭에게 잡혀 한길 위에 벌렁 누워 끌려가고 있었다. 창문에서 끌어내려졌을 때 부상이라도 입은 탓인지, 연방 고통스럽게 소리를 지르고 있다. 그 한 옆에 레슬리도 있다. 레슬리 쪽은 창문에서 떨어졌을 때 목의 뼈가 부러져 숨이 끊어졌는지 움직이지도 않은 채 끌려가고 있었다.
다른 곳에서는 펄럭펄럭에게 붙잡혀 울부짖는 여자를 구하려고 남자가 달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여자를 끌고 가는 펄럭펄럭에 닿은 순간, 남자는 떨어지지 않고 같이 쓸려 가는 것이었다.
그것을 보고 나는 아까 필리스를 구해 냈을 때 펄럭펄럭에 닿지 않고 필리스의 몸을 잡아당긴 사실을 생각하며 안도의 숨을 쉬었다. 만약에 그 때 펄럭펄럭에 닿았더라면........
그 펄럭펄럭은, 파리를 잡는 끈끈이가 파리를 놓치지 않듯이 인간을 꼭 붙잡고 놓치지 않는 것이다.
그 때, 다른 풍선이 둥둥 공중으로 뜨기 시작했다. 그것이 두 동강으로 나누어지기 전에 나는 당황하며 몸을 움츠렸다. 또 회초리와 같이 하늘하늘한 횐 펄럭펄럭이 세 개 창문으로 뛰어들었다. 다행히 아무 것도 잡아 갈 것이 없었기 때문에, 바닥에 떨어지자 곧 줄어들기 시작하며 다시 제자리로 되돌아갔다.
그것을 확인한 후 나는 또 한 번 광장을 내려다보았다.
이곳 저곳에 인간을 끌어들인 바다의 전차가 버티고 앉았다. 가까운 데 있는 것을 보니 군데군데에서 발이나 팔이 삐죽 나와 있었고, 그것들은 또 버둥거리고 있었다. 이윽고 전차는 떼굴떼굴 굴러가기 시작했다. 굴러서 광장을 가로질러 해안 쪽으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여전히 세 대의 전차는 혹을 열심히 만들어 풍선을 날리듯 하고 있었다.
나는 급히 창문을 닫았다. 별안간 새로이 둘로 갈라진 풍선에서 뛰쳐나온 펄럭펄럭 한 개가 억센 힘으로 창문에 부딪치며 유리를 산산조각을 내고 말았다. 나는 안방으로 돌아와 필리스를 침대에 뉘어 놓고, 시트를 찢어 오른팔의 상처에 감아 주었다. 이윽고 왼손가락에 붕대를 감고 있을 때, 밖에서 폭음 소리가 들려 왔다. 나는 시트 토막을 내던지고 창가로 달려갔다. 비행기가 저공으로 날고 있다.
따르르 따르르......
비행기의 양쪽 날개에 달려 있는 기관포가 불을 내뿜는 것을 보고 나는 당황하여 몸을 움츠렸다.
쨍그랑!
창문의 유리가 날아갔다. 전등불이 꺼졌다. 어둠 속을 무엇인가가 쌩 하고 날아갔다.
나는 살며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어두워서 잘 알 수 없었으나 광장에서는 바다의 전차들이 슬슬 움직이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왔던 길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마침 그 때 또 비행기의 폭음이 들려 오자, 나는 몸을 움츠렸다.
따르르...... 쾅 !
기관포다. 어딘가 에서 무엇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이크......."
필리스가 부른다. 정신을 차린 모양이다.
EMB00000cec4381"염려 말아요, 필리스. 난 여기 있으니까."
"어떻게 됐죠, 도대체?"
"적은 벌써 모두 도망가 버렸어. 조니가 비행기로 격퇴시켰어.“
"마이크, 팔이 아파요."
"곧 의사 선생을 불러오겠어."
나는 의자를 들고 잠겨진 문 쪽으로 갔다.
 
인간을 먹다!
 
보커 박사, 테드, 그리고 나와 필리스. 날이 새어 서로 얼굴을 대한 보커 탐험대는 불과 네 사람뿐이었다. 비행사인 조니는 어젯밤의 광경을 영화로 촬영한 필름, 녹음된 테이프, 나중에 내가 쓴 기사 따위를 가지고 아침 일찍 비행기로 킹스턴을 향해 떠나갔다.
필리스는 오른팔과 왼손가락에 붕대를 동인 채 창백한 얼굴이었고, 보커 박사는 갈색의 머리카락이 흩어진 채 절뚝거리며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부상을 입지 않은 것은 나와 테드뿐이었다.
"냄새가 고약하군.“
테드가 말했다.
"바람은 저편에서 불어온다. 좋아, 가급적 이 쪽으로 갑시다."
보커 박사는 이렇게 말하며 걷기 시작했다. 파괴된 건물, 온 광장 여기저기에 흩어진 돌멩이와 나무와 유리 파편 등 모든 것이 진득진득한 것에 덮여 있어, 햇빛을 받으면 반짝반짝 빛난다. 또한 그 냄새는 보통 고약한 것이 아니다. 마치 생선 썩는 듯한 냄새이다. 잠깐 걷다가 야자나무가 서 있는 해변으로 나가자 냄새가 없어졌다.
보커 박사는 나무 그늘에 앉아 바다 쪽을 지켜보고 있었다. 우리도 저마다의 자세로 박사를 가운데 두고 둘러앉아 박사의 말을 기다렸다. 이윽고 박사는 숨을 몰아쉬었다.
"알프레드.... 빌...... 무리엘.... 레슬리! 모두 죽고 말았소. 모두 내가 데리고 왔소. 모두가 내 책임이오."
박사가 말하자 필리스가 말을 받았다.
"그렇게 생각하실 일이 아니어요, 박사님. 우리들 대원은 모두 자원해서 이 탐험대에 참가했어요. 죽거나 부상을 입어도 추호도 박사님을 원망하지 않겠어요."
이렇게 말하며 필리스는 상처가 없는 오른손으로 살며 시 보커 박사의 손을 눌렀다.
"당신은 친절해요.“
보커 박사는 필리스의 손을 가볍게 토닥거리고 나자 벌떡 일어서서, 이번에는 마치 딴 사람처럼 확고한 태도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마침내 적의 모습을 목격했어요. 더구나 테드 덕분에 그 표본을 입수할 수 있었소."
"표본이라고요!"
필리스가 반문하자 테드는,
"어젯밤의 흰 펄럭펄럭이오, 창문으로 뛰어들어온 놈을 나이프로 해치운 거요."
하고 약간 신바람이 나서 말했다. 그러자 보커 박사가 말했다.
"테드가 붙잡은 펄럭펄럭은 세계에서 최초로 손에 넣은 적의 표본이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전문적인 학자에게 보여 주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아침 일찍 조니를 시켜 보냈소. 하지만 내가 잠깐 본 바로는 그건 해파리 같은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더구나 불가사의한 점은 꼭 인간이나 동물에-어쨌든 생물에 달라붙어 끌고 가려고 합니다. 아무튼 그건 지구의 생물을 산 채 체포하는 도구인 것 같아요. 인간을 살해하는 것만이 목적이었다면 구태여 그와 같이 붙잡은 인간을 끌고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돼요. 어쩌면 그 괴물들은 인간을 먹기 위해서 잡아가는 건지도 몰라요. 그 전에는 산양이나 소나 말 따위도 잡아갔었는데, 요사이는 인간만 잡아간단 말이야. 모두 먹어 보니까 인간 쪽이 맛이 있었던 모양이지 ........“
"어마, 끔찍해."
필리스가 말하자 보커 박사는,
"인간들도 바닷속을 어망으로 훑어 가지고 고기를 잡아먹고 있잖소. 마찬가지야."
"어떻게 해치울 방법이 없을까요?"
"소총을 쏘아도 별 효과가 없어요. 하지만 대포 포탄을 명중시키면 괴물의 가죽에 생채기를 줄 수 있을는지도 몰라요. 그렇게 하면 바다의 전차는 당장 파열해 버리지 않을까 해요. 내가 본 느낌으로는 그 괴물은 젤라틴과 같은 것을 가죽으로 감싼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어떻게 움직이는 걸까요!"
"모르겠소. 아침에 녀석들이 지나간 흔적을 조사해 보았으나 아무 단서도 잡히지 않았어요. 무엇인가 무거운 것을 끌고 간 자국만은 남아 있었지만."
"그리고 어젯밤에 본 바로는 그 괴물에는 눈이나 입이 없는 것 같더군요."
"음.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상상이지만, 어쩌면 바다의 전차는 생물이 아닌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로봇 같은 것으로, 무엇인지는 몰라도 바다 밑에 숨어 있는 놈이 리모트 컨트롤로 조종하고 있는 모양이야."
"하지만 보통은 로봇이라고 하면 기계 같은 것이 아니어요? 그런데 바다의 전차는 아주 고약한 냄새가 날뿐 더러 마치 고래 같았어요.“
"아무튼 상대는 어딘가 다른 별에서 온 생물이야. 우리들 지구인으로서는 상상조차도 할 수 없는 과학을 가지고 있는 거요."
보커 박사는 중얼거리듯 대답하며 에스콘지다 바다를 응시했다.
 
정 자
 
그 다음 날, 우리는 비행기로 에스콘지다 섬을 출발하여 런던으로 돌아왔다.
필리스는 부상을 입었고 나도 피로해 있었으므로, 그 길로 두 사람은 콘월의 별장으로 갔다. 장미 산장에 도착하고 보니, 어느 사이에 벽돌로 만든 멋진 <정자>가 완성되어 있었다. 필리스에게 물었더니 언젠가 벽돌쌓기를 했을 때 벽을 만들고 나서 나중에 목수에게 지붕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이 별장에 오면 웬일인지 안심이 된다. 에스콘지다 섬에서 바다의 전차를 만난 사건이 거짓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눈앞에 펼쳐 있는 콘월의 바다는 마치 아득한 그 옛날의 경치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한가로운 바다인데도, 같은 바다에서 왜 그런 무서운 괴물이 나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신문을 보니까 여전히 도처의 섬이 바다의 전차에게 습격을 받고 있다. 카리브 해에서 열 한 개의 섬이 당했다고 한다. 그 가운데 한 번 버뮤다 섬의 기지에서 날아간 미국의 비행기가 바다의 전차와 싸웠는데, 바다의 전차는 기관포 세례를 받고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도주했다고 한다. 일본에도 열 두 대의 바다의 전차가 습격해왔었다고 한다.
온 세계의 여기저기에서 들어오는 뉴스를 연결시켜보면 바다의 전차의 수는 대단한 모양이었다 적어도 백대나 2백 대 ---- 아니, 어쩌면 3천 대나 4천 대 정도쯤 있는 것은 아닐까? 아직 영국에는 한 대도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우리EMB00000cec4382도 서둘러 해안을 경비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육지로 둘러싸인 스위스가 부럽다.
 
산탄데르
 
그로부터 6주일 가량 지난 어느 날 석양에, 나는 오랜만에 산장을 나와 마을의 선술집에 들렀다. 필리스는 이미 3일 전에 먼저 런던으로 돌아갔다. 선술집의 라디오가 뉴스를 보내고 있었다.
 
........에스파냐의 산탄데르에서 행방 불명된 사람의 수는 아직 정확하지는 않으나 적어도 3천 8백 명을 넘을 것이라고 합니다........그리고 오늘의 국회에서 국무총리는, '바다의 전차의 습격은 현재까지는 깊은 바다에 둘러싸인 섬에만 국한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 영국의 주변 바다는 그렇게 깊은 바다가 아니므로 당분간은 해안을 경비하지 않아도 안심이라고 생각하는 바이다.' 라고 발언했습니다........
 
선술집 주인은 라디오를 11고 나에게 말을 건넨다.
"걱정이 되는뎁쇼. 매일매일 바다에서 나온 괴물에게 인간이 당했다는 얘기뿐이니 말씀입니다.“
정말 그것은 사실이었다. 요사이는 바다의 전차가 습격하는 것은 조그만 섬만이 아니었다. 오스트레일리아, 칠레, 아프리카, 그리고 5일 전에는 마침내 에스파냐의 산탄데르가 당한 것이다. 산탄데르 사람들은 그 때까지 바다의 전차가 나오는 것은 자기네가 살고 있는 곳에서는 멀리 떨어진 바다 한복판의 섬 따위에만 국한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뭔가 이상한 것이 해안에 나타났을 때에는, '지금까지 바다에 잠수하고 있던 잠수함이 물 위에 떠오른 것이겠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사이에 잠수함이 어정어정 육지에 올라온 것이다. 보고 있던 사람들은 당황하여 경찰에 전화를 걸었다.
"큰일났어요! 잠수함이 육지에 상륙하여 공격하려 합니다.“
경찰도 깜짝 놀랐으나, 틀림없이 주정뱅이가 자기네를 놀린 것으로 생각하고 상대하지 않았다. 그런 사이에 잇따라 육지로 올라온 바다의 전차들은, 순식간에 구경하는 사람들을 송두리째 짓밟으면서 시내로 들어오고 말았다. 경찰로부터 겨우 통보를 받은 군대가 시내에 나타났을 때에는 벌써 3천 명 이상의 사람들이 바다의 전차의 제물이 된 후였던 것이다.
"아무튼 3천 명 이상 이었다니깐요......무서운 일이었습죠.“
선술집 주인의 얼굴이 흐려졌다.
"틀림없이 모두가 바다의 전차가 진귀했기 때문에 일부러들 바깥으로 나왔을 겁니다. 집안에 있었으면 무사했을 텐데........“
하고 나는 박식한 체하고 말했으나, 이건 터무니없는 견해였던 것이다.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니, 요사이 바다의 전차들은, 내가 에스콘지다 섬에서 만난 전차들보다도 훨씬 영리해진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인간들이 집안에 숨어도 그 집을 파괴해 버리면 인간이 드러난다는 것을 알아 버린 것이다. 더구나 몇 층이나 되는 높은 건물은 제일 아래층을 부숴 버리면 위층이 무너진다는 것도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하여 인간은 바깥에 나가면 그 흰 펄럭펄럭의 먹이가 되거나 집안에 숨으면 깔려 죽는 것이다.
선술집을 나온 나는 이제 산장에만 틀어박혀 있을 수 없어서 곧 짐을 꾸려 런던으로 돌아왔다. 런던의 아파트에 도착했으나 필리스는 어디론가 외출하고 없었다.
나는 프레디 부장에게 전화로 물어 보았다.
"보커 박사와 같이 에스파냐에 갔다네."
하고 프레디 부장은 가르쳐 주었다. 나는 깜짝 놀랐다.
"에스파냐요? 도대체 무엇 하러 간 겁니까?"
"보커 박사가 바다의 전차를 사로잡을 함정을 만든다기에 부인에게 취재를 부탁한 거지. 우리는 지금 부인의 보고를 기다리는 중이야."
혼자 아파트에 들어가 보았자 심심할 것 같아서 나는 술집에 들러 적당히 취한 다음 돌아갔다.
마침내 아일랜드가!
따르릉...... 따르릉......
베갯맡에 있는 전화에서 소리가 계속 울려 잠에서 깨었다. 전등을 켜고 시계를 보니까 아직 새벽 5시다.
"마이크?"
상대편은 프레디 부장이었다.
"알겠소. 곧 떠날 채비를 해요. 차는 이미 당신 아파트 현관에 도착했을지도 모르겠어. 테이프 리코더 잊지 말게."
나는 침대에서 기어 나와 양복을 입기 시작했다. 아직 옷을 다 입기도 전에 현관에서 초인종 소리가 들려 왔다.
손님은 EBC방송국의 운전 기사였다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이오?“
하고 내가 물었다. 기사는, 고개를 가로b저으면서,
“모르겠는데요. 단지 공항까지 바래다 드리라는 지시만 받았으니까요."
공항이란 말을 듣고 나는 패스포트를 안주머니에 넣고 차에 올랐다.
공항에 도착하자 자다 만 얼굴을 한 사람들이 웅크리고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밥 햅로비를 만나게 되었으므로 물었다.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이오?"
"자네는 아직 얘기 못 들었나?"
밥은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바다의 전차가 나왔어. 이웃 아일랜드의 붕가라에 말이오."
마침내 왔구나! 그 무서운 바다의 전차가 영국의 이웃 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우리는 그 광경을 뉴스로 만들어 온 세계에 보도하기 위해, 비행기로 아일랜드의 조그만 마EMB00000cec4383을 붕가라로 떠났다.
에스콘지다 섬과 같이 평소에는 들른 적이 없는 먼 외국이 아니라 평소에 익숙한 아일랜드의 마을에서 그 생선이 썩은 것 같은 바다의 전차의 고약한 냄새를 맡게 된다는 것을 생각하니 지겨웠다.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로는, 공격해 온 바다의 전차는 여섯 대라고 한다. 즉각 항공대에 보고하였고 날아온 전투기가 두 대의 전차를 박살을 내 버렸다. 그러자 나머지 네 대는 재빨리 방향을 바꾸더니 바닷속으로 도망쳐 갔다고 한다. 그러나 전투기가 응원 올 때까지 이 조그만 마을의 주민들 가운데 절반이 바다의 전차의 제물이 되고 만 것이다.
우리는 마을 사람들에게서 듣거나 여러 가지를 조사한 후에, 다시 그 날로 런던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날 밤, 이번에는 붕가라 마을에서 약간 남쪽에 있는 가르웨이만의 해안 지대가 바다의 전차의 습격을 받았다.
온 영국이 큰 소동에 휩싸였다. 온 나라 사람들이 바다의 전차를 진짜 가공스러운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따라서 좀더 많은 뉴스를 듣고 싶어했다. 그 정보를 수집하여 모두에게 알려 주는 것이 우리의 임무였다.
아일랜드에서는 해안에 즐비하게 대포를 배치하였고 바다의 전차가 올라올 만한 장소에는 지뢰를 시설했다. 바다에 인접한 마을에는 군대가 주둔하고 있었으며, 명령만 내리면 언제나 비행기나 장갑차가 출동할 수 있도록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바다의 전차의 공격은 여전히 계속되었다.
이곳 저곳의 해안을 매일 밤 습격했다.
그러나 날이 경과함에 따라 바다의 전차들도 너무 지나치게 나대지 못하게 되었다. 가령 이런 것이다--- 밤이 되어 바닷속에서 전차들이 살금살금 기어 나왔다고 하자. 맨 앞의 한 대가 모래톱에 기어오르면, 반드시 땅에 매장되어 있는 지뢰를 밟고는 순식간에 날아가 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러면 그 소리로 적의 내습을 알게 된 비행기가 출동하여 반격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 사이에 마을 사람들은 가급적 먼 곳으로 도망쳐 버린다.
그래서 요사이는 바다의 전차가 습격해 와도 제물이 된 사람의 숫자가 줄어들게 된 것이다. 반대로 바다의 전차 편이 습격을 하려고 하면 즉각 비행기나 대포의 공격을 받아 박살이 나므로, 무사히 바다로 되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패배한 쪽은 어느 편인가?
대서양에서는 주로 멕시코만의 해안이 공격을 당했다. 태평양에서는 산티아고에 바다의 전차가 가장 많이 모습을 나타냈다. 동인도 제도, 서인도 제도, 필리핀, 일본 등도 심하게 당했다. 하지만 요사이에는 그런 곳에서도 오히려 도망치는 바다의 전차가 많았고 제물이 된 인간의 수는 적어졌다.
공격해 온 바다의 전차를 철저히 처치해 버리자는 데 반대하는 자가 한 사람이 있었다. 보커 박사이다. 바다의 전차가 공격해 오면 모조리 처치해 버릴 것이 아니라 덫이나 함정을 만들어 사로잡으라고 박사는 강조하는 것이다. '생포하여 자세히 관찰하고 싶다. '고 박사는 말하면서 자기가 발명한 함정을 권고하고 돌아다녔으나, 세상 사람들은 상대해 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무서운 바다의 전차를 생포하다니 끔찍한 일이라는 것이다.
콘월 근방의 팔마우스 항구에도 두세 대의 바다의 전차가 나타났으나 물론 즉각 파괴해 버리고 말았다. 바닷속에도 수중 기뢰를 설치해 뒀기 때문에 이것에 당하는 바다의 전차도 많았다. 이 무렵부터 바다의 전차는 별안간 나타나지 않게 되었다. 나타나지 않은 지 한 주일 지나고 곧 두 주일이 경과했다.
사람들은 안도의 숨을 쉬었다. '틀림없이 바다의 전차 는 인간을 공격하는 것을 단념한 것이다. 인간이 승리 한 것이다.‘ 이렇게들 생각했다. 그런데 보커 박사만은 반대였다. 라디오 방송에서 이렇게 말한 것이다.
"인간이 승리했다니 천만의 말씀입니다. 알겠소? 잘 생각해 보시오. 인간은 한 걸음도 바닷속에 들어가면 안 되는 것입니다. 외국에서 물품을 나르는 데도 배는 위태롭다 하여 일부러 비싼 돈을 지불하고 비행기를 이용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까 지구의 인간은 바다를 빼앗기고 만 겁니다.
게다가 현재의 상태도 바다의 전차가 단념했을 것이라는 확실한 증거는 없습니다. 어쩌면 무엇인가 새로운 공격 방법을 궁리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현재의 우리는 승리했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거꾸로 우리 쪽에서 바다의 전차를 공격할 방법을 연구해 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박사의 말 따위는 조금도 귀담아 듣지 않았다. 모두 보커 박사를, 늘 필요 이상으로 걱정만 하며 일부러 다른 사람들을 두렵게 하는 고약한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그래서 박사가 무슨 말을 해도 못 들은 체 했다.
 
 
제 3부 대홍수
 
북극의 얼음이!
 
바다의 전차가 자취를 감춘 지 6개월 째 접어들었다.
이 무렵부터 대서양을 날고 있는 비행기의 파일럿들이 저마다 '요사이는 어쩐지 바다 위의 안개가 여느 때보다도 짙은 것 같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내가 조사하여 알게 된 일이지만, 이 무렵에 안개가 짙은 것은 대서양뿐만이 아니었다. 태평양의 북쪽이나 서쪽-특히 일본의 훗카이도나 치시마 부근의 바다나 남아메리카의 몬테비데오 근방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 무렵에 소련 정부에서 미국 정부로 서한이 왔다.
'최근 북극에서 자주 안개가 나오고 있다. 뜨거운 열로 북극의 얼음을 녹이지 않는 한 그럴 까닭이 없다. 혹시 미국은 북극에서 비밀 원자탄의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미국 정부는 즉각 응수했다.
'엉뚱한 소리 마라. 그럴 리가 있겠나! 원자탄 실험을 하여 북극의 얼음을 녹이고 있는 것은, 그렇게 말하는 소련 사람들이 아닐까?‘
이러는 사이에 그린란드나 알래스카 사람들이 '요사이 흘러오는 빙산이 아무래도 예전보다 많아진 것 같아요. 그것도 큼직한 빙산이 많아요.' 하고 떠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닷물이 불어난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올 겨울은 예년보다 더 춥다.'고 투덜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이윽고 봄이 되었으나 별로 따뜻해지지 않았다. 여름이 되었으나 그다지 덥지가 않다. 그런데도 온 세계 사람들은 '때로는 별로 덥지 않은 여름도 있을 수 있다. 여름은 선선한 편이 좋지 않은가?' 하며 별로 신경 쓰는 사람도 없었다.
고래를 잡을 계절이 되었다. 그런데 아무도 배를 내보내려고 하지 않았다. 바다가 두려워진 것이다.
북극의 얼음은 여전히 빙산이 되어 한없이 남쪽 바다로 흘러 내려왔다. 여름이 되었는데도 덥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이란 것이 밝혀졌다. 그러한 어느 날 보커 박사가 신문에 이런 기사를 썼다.
 
'세상 사람들은 일부러 모른 체하고 있으나 우리 인간은 우주에서 온 생물과의 싸움에서 패배한 것이다. 북극의 얼음을 녹이고 있는 것도 그런 생물들인 것이다. 이러다가는 이번엔 남극의 얼음도 녹이고 말 것이다. 안개가 짙었던 것도 사실은 심해의 우주 생물들이 바다 밑에서 높은 열을 사용하여 무엇인가 수작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적은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북극의 얼음을 녹일 수 있는 강렬한 열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일까? 어쩌면 언제였던가, 바다로 떨어뜨린 후 행방이 묘연해진 원자 폭탄을 주워다가 원자력의 사용법을 터득하게 되었을는지도 모른다. 혹은 더운 열대의 바닷물을 파이프로 북극에 보냈을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지구의 축에 구멍을 뚫어 화산의 용암과 같은 마그마를 끌어낸 것인지도 모른다.
북극이나 남극의 얼음이 모두 녹아 버린다면 도대체 어떻게 될까? 대답은 단 하나----온 세계에서 대홍수가 발생하여 인간이 살고 있는 도시나 마을이 전부 바다가 되고 만다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이것을 읽은 세상 사람들은,
"또 보커 박사가 허풍을 떨며 일부러 우리에게 공포를 주자는 속셈이군."
하며 상대도 하지 않았다.
 
대홍수다!
 
여름이 끝나고 어느덧 가을이 지나 겨울이 되었다. 축축한데다 굉장히 추운 겨울이었다.
이윽고 4월이 되었다. 바다나 강의 물은 더욱 불어났다. 어느 날, 드디어 웨스트민스터의 강물이 제방을 넘어 흘러내리고 말았다. 사람들은 비로소 보커 박사의 말이 진실이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물은 어처구니없게도 웨스트민스터의 도시에 흘러 들어왔다. 제방이 끊어지고 홍수에 찬 시가지나 마을은 웨스터민스터뿐 아니라 영국 안의, 아니 온 세계 여기저기에 물이 범람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정부에서는 즉각 장관들이 모여 그 대책을 상의했다.
그러나 도무지 뾰족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홍수로 피해를 입은 국민들에게 먹을 것과 의복을 보내자."
"물이 빠지면 서둘러 더 큰 제방을 축조하자."
겨우 이 정도의 일밖엔 결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먹을 것이나 의복이라고 하지만 온 나라 안의 어디나 할 것 없이 물 속에 잠겼고, 배로 그런 것을 당장 외국에서 운반해 올 수도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많지도 않았다 제방을 축조한다 해도 여러 군데가 되다 보니 그렇게 수월하지도 않았다. 재수 좋게 먹을 것이나 의복을 받은 사람들은 별 말이 없었으나, 받지 못한 사람들은 저마다 불평을 털어놓았다.
"이웃 도시에는 새 제방을 축조해 주었는데, 우리 지방에는 아직 손도 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차별 대우를 하지 마라.“
이렇게 말하며 성내는 사람도 있었다.
날이 지남에 따라 홍수의 피해 지구가 늘어났고, 이에 따라 정부에 대해 화를 내거나 그 사람들을 증오하는 사람이 날로 많아졌다.
신문을 만드는 종이가 모자라기 시작했다. 신문의 부수가 줄어들었고, 이윽고 판형도 작아졌다. 이렇게 되니 뉴스를 전하는 라디오 쪽이 편리했다.
큰 세계의 여기저기에서, 바다나 강이나 호수가 넓어지기 시작했다. 모두 열심히 제방을 쌓는 데 정성을 다했다. 수월한 일은 없었다. 제방을 아무리 높여도 물은 물러나지도 않고 더욱더 불어났다. 아무리 일을 해도 끝이 없었다.
 
이 사
 
10월이 되자 제방 공사를 단념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돈이 있는 사람들은 살던 고장을 버리고 냇물이나 호수가 없는 높은 지대로 이사하기 시작했다. 날이 갈수록 이사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EBC방송국에서 근무하던 사람들 중에도 이사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내가 필리스에게,
"어떡하지!"
하고 물었더니, 필리스는 개구쟁이 같은 얼굴을 지었다.
"이렇게 되면 어디로 도망치나 마찬가지여요. 여기서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좀더 두고 봐요."
그래서 우리는 좀더 런던에 남아 있기로 했다.
EBC방송국은 가까운 쇼핑 센터 맨 위층을 빌어 방송시설을 운반했다. 이 즈음에 쇼핑 센터도 문을 닫아야 했던 것이다.
물이 자꾸만 불어나고 있었다. 홍수의 깊이는 25미터였다. 더구나 언제 이 물이 빠져나갈 것인지 알 수도 없었다. 버스나 전차도 휴업이었다.
이윽고 정부도,
‘낮은 곳은 위험하므로 산 쪽으로 이사하라.’
는 명령을 내리고, 국회를 런던에서 요크셔의 핼로게이트 시로 옮기고 말았다. 아직 런던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당황해하며 당장 이사를 하고 말았다. 버스나 전차나 기차도 달리지 않는다. 자동차를 이용하여 앞질러 가려는 사람이 있기만 하면 모두가 덤벼들어 끌어당겼다. 혼자서만 차로 가다니 비겁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살금살금 걸어서 산 쪽으로 도주했다.
나와 필리스는 EBC방송국이 있는 쇼핑 센터의 맨 위층에 예순 명 가량의 사람들과 함께 남아 있었다. 이 곳에서는, 먹을 것이나 난로용 석유가 예순 명의 인간이라면 앞으로 2년간은 살아 남을 수 있을 만큼 비축해 두었고, 발전기도 있으니 물이 불어 건물이 물에 잠겨 버리지 않는 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단지 수도가 나오지 않았으므로 옥상에서 빗물을 모아 조금씩 사용하였다. 옥상은 헬리콥터가 왕래할 수 있도록 넓혀 놓았다.
이윽고 런던에는 경찰이나 군대도 없어졌고 전기도 없어졌다. 우리가 있는 쇼핑 센터는 사방이 물인 관계로 외딴 섬이 되고 만 것이다.
 
추운 여름
 
그 이듬해의 일에 대해서는 자세히 기록한다 하더라도 별 도리가 없는 노릇이다. 길고 추운 겨울이었다. 모든 것이 물에 젖어 있다가 부패해 가고 있구나---이런 느낌이 들었다. 더구나 물은 매일 조금씩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따금 어디에선지는 모르지만 무기를 가진 사람들이 몇 사람씩 모여 물 속의 도시를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먹을 것을 찾고 있는 것이다. 만일 두 그룹이 어쩌다가 만나게 되면 당장 싸움질이 벌어진다.
그리고 어느 편인가의 인간이 살해당하는 것이다. 마치 들개와 다를 게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EBC방송국도 두세 번 그러한 깡패들의 습격을 받았다. 그러나 모두가 힘을 모아 대항하여 적을 혼내 주었더니 이후 이 녀석들은 오지 않게 되었다. 허약한 상대부터 먼저 해치울 모양이다.
이윽고 어느 정도 따뜻한 계절이 찾아왔으나 낮에 밖을 왕래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더러 있다면 그들은 반드시 딴 고장으로 피난하는 사람이었다.
여기저기에서 전염병이 번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런던에는 병원 따위는 하나도 없었다. EBC방송국에 남아 있는 친구들도 이따금 찾아오는 헬리콥터로 살금살금 요크셔로 옮겨가고, 어느 사이에 스물 다섯 명으로 줄어들고 말았다.
이어서 추운 여름이 다가왔다. 이 무렵이 되면 깡패도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고 런던은 더욱더 조용해졌다. 어느 날 나와 필리스는 보트로 트라팔가 광장을 둘러보았다. 온 세상은 어디까지나 잔잔한 물의 사막이었다. 군데군데에 하나 둘 가로등이나 신호등이나 동상이나 가로수가 꼭대기를 드EMB00000cec4384러내 놓고 있었다. 여느 때에는 비둘기의 놀이터였던 근처에는 갈매기가 날고 있었다. 들려 오는 것은 철썩철썩 하는 물결 소리뿐이었다
우리는 쓸쓸하게 아무 말도 없이 쇼핑 센터의 집으로 돌아왔다.
물은 더욱더 불어나고 있었다. 하늘은 매일 흐려 있었고 추위는 지난해보다도 심했다. 같이 살고 있는 친구들도 계속하여 어디론가 이사를 떠났고, 여름이 끝날 무렵에는 열 여섯 명이 되고 말았다. 마침내 프레디 부장까지 ‘이런 표류선 같은 데서의 생활은 지겹다.'고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얼마 후 헬리콥터가 와서 프레디 부장과 부인을 싣고 떠나 버리자, 나도 갑자기 실망한 끝에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차라리 요크셔로 떠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지만 단호하게 결심을 하지도 못한 채 2주일이 경과하고 말았다. 그러한 어느 날, 프레디 부장이 요크셔에서 전화를 걸어 왔다.
"마이크, 이 쪽으로 이사 올 생각은 말게나. 인간이 너무 많아서 먹을 게 없다네. 매일 이 골목 저 골목에서 주먹다짐이 벌어진다네.“
"보커 박사도 그 쪽에 계신가요!"
"응, 조금 전에 이 홍수는 깊이 40미터쯤 해서 멈추게 되리라는 새로운 설명을 발포하여 사람들을 약간 기쁘게 해 주었지."
"그건 기쁜 소식이네요. 부장님, 차라리 이 쪽으로 돌아오시는 게 어떻습니까!"
"응, 그렇게 하겠어. 헬리콥터가 마련되는 대로 되돌아가겠네."
그러나 이것이 부장과 말을 나눈 마지막이 되고 말았다. 부장과 그의 부인이 탄 헬리콥터가 런던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추락하여 행방 불명이 되었던 것이다.
추운 여름은 이윽고 더 추운 가을로 바뀌었다.
 
죽음의 세계
 
이 무렵에 외국에서, 또 바다의 전차가 나타났다는 뉴스가 들어왔다. 이번에는 해안뿐만 아니라 육지 깊숙이에 있는 도시까지 공격해 왔다고 한다. 당연한 이야기이다. 왜냐 하면 온 세계가 깊이 27미터 가량이나 물에 잠겨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오랫동안 먹을 것도 없고 전기도 없는 상황에서 일도 하지 못했고, 물로부터 도망치느라고 온 시간을 빼앗긴 인간들로서는 이미 싸울 힘도 없었다.
그 사이에 더욱 나쁜 일이 우리가 살고 있는 영국에서 일어났다. 현재의 정부는 믿을 수 없어서 무너뜨리고 새로운 정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새로운 정부의 군대가 요크셔의 관청들에 들어가 옛날 정부의 군대와 전쟁을 하고 있다고 한다. 바다의 전차가 나타났다고 하는데 인간끼리 싸움질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까? 요크셔에 있는 EBC방송국의 본사에 직접 전화로 문의해 보아도 알쏭달쏭한 답변뿐이었다. 그러고 있는 동안에 전화가 끊어지더니 통화를 할 수 없게 되었다. 라디오 스위치를 돌려봐도 외국의 방송 뿐으로 영국 소식은 전혀 알 수 없었다.
겨울이 다가왔다. 우리 열 네 사람 외에도 어딘가 런던에 남아 있는 사람이 있을 텐데,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아마 근방의 가게에서 훔쳐 온 것을 먹으며 남몰래 숨어살고 있으리라. 이미 도둑질을 하거나 사람을 죽인다는 소행이 나쁜 짓이라고 따질 여유가 없었다. 경찰 따위는 훨씬 오래 전에 자취를 감추었으니 나쁜 짓을 한 사람을 체포하거나 벌을 줄 사람이 없어진 것이다.
해가 바뀌었다.
물의 깊이는 30미터가 되었다. 여전히 흐린 날씨가 계속되었고 굉장히 춥다. 늘 사나운 바람이 불어 왔기 때문에 밖에 나다니는 사람이 없다.
우리는 아직도 행복했다. 먹을 것은 열 네 명이라면 앞으로 5년이나 6년 동안은 살아 남을 수 있을 정도로 있었고, 난로에 쓸 석유도 많이 있었다. 그래도 모두 질려있었다. 물이 매일 불어나기 때문이었다. 그 사이에 이 빌딩도 물 속에 잠기고 마는 것은 아닐까? 오직 생명줄은 '깊이 40미터로 홍수가 그칠 것이다. '라는 보커 박사의 말 뿐이었다.
어느 5월의 아침이었다. 역시 추웠으나 보기 드물게 구름 사이로 햇볕이 비치고 있었다. 옥상의 모퉁이에서 빌딩을 에워싸고 있는 사방의 물을 물끄러미 지켜 보고있는 필리스를 만났다. 나는 달려가서 물었다.
"웬일이지, 필리스?"
"마이크, 더 견딜 수 없어요. 여긴 물과 썩은 것 뿐으로 생명이 없어요. 참새나 풀도 나무도 없어요. 콘월의 산장으로 갑시다.“
"그게 어디 예삿일이야? 설사 무사히 거기까지 도착했다 하더라도 먹을 것과 연료가 없잖소?"
"둘이서 밭을 가꾸어요. 그리고 물고기도 낚을 수 있을 거고, 흘러내리는 나무토막은 연료가 돼요."
 
콘월로
 
나와 필리스는 쇼핑 센터를 나가 콘월의 산장으로 가겠다고 말하니까 친구들은 모두 반대했다. 도중의 이곳 저곳에서는 먼저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딴 곳으로 이주해 온 자는 없는가 하고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고 들키면 당장 살해당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해치우지 않으면 자기네가 살고 있는 곳에 있는 음식의 분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인데 구태여 콘월로 갈 것까지 없다니까.“
친구들은 한사코 반대했으나 나와 필리스가 '기어코 가겠다.'고 우기자 어쩔 수 없이 승낙을 하고 출발 채비를 도와주었다. 모터보트에 나누어 준 음식물과 석유를 싣고 우리는 떠났다.
가급적 경계하면서 우리는 조심조심 물을 따라 내려갔다. EMB00000cec4385밤에는 가급적 눈에 띄지 않도록 아무도 없는 건물이나 다리 그늘에 보트를 숨겨 놓고 잤다. 바람이 세찬 날이 계속되자 닷새나 엿새를 그런 데서 웅크리고 있지 않으면 안 되었다. 한 달쯤 걸려 우리는 영국 해협으로 나왔다. 그 무렵부터 조금씩 빙산과 마주치곤 했다.
가급적 해안에서 떨어져서 나아갔으나 가끔 육지 쪽을 바라보면, 조금이라도 높은 곳을 차지하려고 천막이나 오두막이 꽉 들어차 있었다. 낮은 곳에 있는 시가지나 마을은 완전히 물에 잠겨 군데군데 지붕이나 나무 꼭대기가 비죽 나와 있었다.
우리의 장미 산장에 있는 조그만 언덕은 홍수 속에 단 하나 동그마니 떨어져 있는 조그만 섬이 돼 있었다. 산장은 무사했으므로 안심했으나, 안에 들어가 보니 간직해둔 음식이나 촛대나 석탄은 흔적도 없이 모두 도둑을 맞고 없었다.
필리스는 집안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서 곧 지하실로 내려갔다. 이윽고 지하실을 뛰쳐나오자 마치 생쥐처럼 정자로 달려갔다. 언젠가 필리스 자신이 벽돌을 쌓아올려 세운 정자였다. 내가 창문에서 내다보고 있노라니까 필리스는 연방 정자의 바닥을 두들기고 있다. 이윽고 필리스가 안심한 얼굴로 돌아왔으므로 나는 물었다.
"도대체 무슨 짓이오!"
"먹을 것. 내가 확인할 때까지 당신에겐 비밀이었어요. 실망을 주면 미안하니까요."
"먹을 거라니? "
"언젠가 벽돌쌓기를 했을 때 지하실과 정자에 숨겨 두었다고요."
필리스는 몇 년 전에 벌써 현재의 상태를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모터보트에 싣고 온 것까지 합치면 먹을 것은 풍부했다. 게다가 이 곳은 한 채만 동그마니 떨어져 있는 섬이라 약간 외롭기는 했으나, 도처에서 먹을 것을 서로 빼앗아 가려고 싸움이 벌어지거나 전쟁이 일어나도 그런 것에 말려들지 않고 둘만이 안전하게 살아 갈 수 있었다.
나는 이 수기를 11월초부터 쓰기 시작했는데, 벌써 1월말이 되었다. 물도 지난번의 크리스마스 때부터 그렇게 두드러지게 불지 않게 되었다.
바다의 전차도 이 곳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고통스러운 것은 겨울의 추위였다. 산장 뒤쪽의 냇물은 2, 3 주일 전부터 얼어붙은 채로 있었다. 매일같이 눈이 내렸다. 바다로부터는 차가운 바람이 세차게 불어닥쳤다. 너무나 추웠기 때문에 여름이 되어 냇물이 녹아 보트로 이용할 수 있게 되면 어딘가 더 따뜻한 곳으로 달아나자고 의논 중에 있다.
 
새로운 세계
 
오늘은 5월 4일이다. 어느 사이에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나고 곧 여름이 오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 곳에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이틀쯤 전에 헬리콥터가 왔다. 처음엔 건너편 해안을 따라 날고 있었으나, 이윽고 방향을 돌리자 어귀 곁에서 쳐다보고 있는 나와 필리스 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동체에는 명확히 영국 공군의 마크가 붙어 있다. 더구나 헬리콥터 안에서 누군가 연방 손을 흔들고 있다
나는 당황하여 손을 흔들었다. 필리스도 손에 들고 있던 페인트칠을 하던 붓을 들고 흔들었다. 그 사이, 헬리콥터는 산장 옆의 완만한 경사면까지 당도하자 곧바로 내려온다. 나나 필리스는 어린아이처럼 내려오는 헬리콥터를 향하여 달려갔다.
헬리콥터는 아주 낮은 곳까지 고도를 낮추어 내려오다가 경사면이 돌멩이 투성이란 것을 알아차리고는 도중에서 정지하여 동체의 문을 열었다. 안에서 짐짝 하나가 투하되어 언덕 경사면에 떨어지면서 뒹굴었다. 그 후 로프로 얽어 맨 사닥다리가 아래로 내려왔다. 이어서 사닥다리 끝이 땅에 닿자 한 사람이 조심스러운 발놀림으로 사닥다리를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 사람이 땅바닥에 내려서자 헬리콥터는 사닥다리를 다시 걷어올리더니 우리의 머리 위를 붕붕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
나와 필리스는 헐떡거리며 언덕을 달려 올라갔다. 이윽고 풀밭에 조금 전에 떨어뜨린 짐짝을 찾고 있는 검정복장의 사람이 보였다.
"어머!"
필리스가 외쳤다.
"저분은 보커 박사님이세요!"
울퉁불퉁한 돌멩이가 많이 뒹굴고 있는 경사면을 필리스는 개구쟁이처럼 달려갔다. 약간 뒤늦게 내가 달려갔을 때, 필리스는 양팔을 보커 박사의 목에 감은 채 무릎을 꿇고 엉엉 울고 있었다. 보커 박사는, 마치 인자한 할아버지처럼 필리스의 어깨를 다독거리고 있었다. 내가 가까이 가자 박사는 비어 있는 쪽의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 손을 양손으로 꼭 쥐었다.
"안녕하십니까, 박사님. 부상은 없으신 가요?"
"염려 말아요. 자네들도 무척 고생했겠지?"
"다른 사람에 비하면 이 곳은 마치 천국과 같습니다. 하지만 둘이서는 너무 쓸쓸해서... 게다가 불안하기도 하고....."
보커 박사는 입을 다문 채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곧 세 사람이 나란히 언덕을 내려와 산장으로 걸어갔다.
소파에 앉자 보커 박사는 큼직한 물통을 꺼냈다. 어딘가에 부딪혔었는지 한옆이 푹 꺼져 있었다.
"잔을 세 개."
보커 박사는 필리스에게 부탁하여 유리잔을 가지고 오게 하여 물통에서 위스키를 따랐다.
"평화를 위해 건배........“
보커 박사가 말하자, 세 사람은 위스키를 마셨다.
"빨리 얘기를 들려주십시오.“
내가 조르자 보커 박사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었다.
"런던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자네들이 콘월로 갔다는 말을 듣고 당장 날아왔지...."
"특별한 용건이라도?"
"그렇지...... 큰일을 부탁하러 왔네. 영국이라는 나라를 다시 세워야겠어."
"뭐라고요!"
"홍수는 요사이 6개월 동안 전혀 불어나고 있지 않네. 더구나-알겠는가, 바다 밑에 숨어 있는 우주 생물을 해치울 기계를 발명했네.“
"도대체 그건 어떤 기계인가요? 누가 발명했지요?"
"우주 생물은 초음파에 약하다는 것을 알았네. 그리고 이번에는 바다 밑에까지 이르는 초음파를 내는 기계를 일본인이 발명했어요. 그것을 자동식 잠수구에 붙여 바다에 잠수시켜 적을 공격하는 모양이야. 이미 실험에 성공했다더군.“
"대단하군요.“
"진짜 머리가 좋은 국민이야. 더구나 과학이 뛰어났어. 그런데 일본은 섬나라이기 때문에 이번 홍수로 온 나라 안이 물에 잠기고 말았지. 그래서 모처럼 좋은 기계를 발명했는데도 그것을 대량으로 만들어 낼 공장이 없지 뭔가. 그래서 물에 잠기지 않은 미국이 그걸 만들기로 하고 일을 맡았다네."
"그렇다면 온 세계가 협력하여 우주 생물을 공격하자는 거군요.“
"그렇소. 우리 영국인도 협력해야 하오. 그러기 위해서도 우리들 5백만 명은 힘을 합쳐 하루라도 빨리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오."
"5백만 명이라니요? 현재의 영국에는 불과 그 정도 밖에 없나요?"
내가 되묻자 보커 박사는 슬픈 얼굴로 대답했다.
"응. 그 밖의 사람들은 추위와 굶주림과 질병과 전쟁으로 죽어 버렸지. 하지만 5백만 명을 가지고서도 나라는 만들 수 있네. 하루라도 빨리 모두가 서로 연락하여 하나로 뭉쳐야 하오."
식사 후에 세 사람은 바다를 바라보았다. 문득 필리스를 보니까 마치 미용실에서 방금 돌아오기라도 한 듯이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난 새로이 힘이 생겼어요, 마이크.“
필리스가 말했다.
"살아가는 데 보람이 생겼단 말이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도 여기저기에 빙산이 떠 있는 바다를 보자, 순간적으로 이렇게 덧붙이고싶었다.
"하지만---벌써 안심하는 건 빨라요. 이 지독한 날씨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고...... 게다가 그 엄청나게 추운 겨울이 다시 다가올 것이고."
"참, 잊고 있었군."
보커 박사가 말했다.
"사실은 현재 조사하고 있는 중이지만 바닷물이 조금씩 따뜻해지고 있는 모양이오. 바다에 떠 있는 얼음이 없어지면 다시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오."
이윽고 보커 박사는 손목 시계를 내려다보았다.
"아까 그 헬리콥터가 우릴 실으러 올 테니까 또 사닥다리에 오를 채비를 슬슬 해야지......."
"사고가 나면 안 되니까, 헬리콥터로 돌아가시지 말고 나중에 우리 모터보트로 같이 돌아가는 편이 안전하지 않겠어요?"
필리스가 염려스럽게 말하자 보커 박사는 고개를 흔들었다.
"시간이 아까워요. 게다가 나는 여러분들이 염려하고 있을 정도로 그렇게 늙지 않았소이다.“
분명히 보커 박사는 원기 왕성했다. 이윽고 헬리콥터가 맞이하러 오자 재빨리 돌아서서 사닥다리를 붙잡더니 올라갔다. 이윽고 헬리콥터 안에서 내민 손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헬리콥터 안으로 들어간 박사는 창안에서 우리에게 손을 흔들며 웃어 보였다.
헬리콥터는 붕붕 요란한 소리를 내며 상승하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멀어져 조그만 까만 점이 되어 하늘로 사라져 갔다.
 
 
우주의 침략자
 
잭 윌리엄슨 지음
김상일 옮김/권오웅 그림
 
 
초라한 소녀
 
초라한 모습의 그 소녀를 보았을 때, 스타먼트 천문대의 수위장은 엉겁결에 눈을 크게 떴다.
값싼 노란 옷은 바래 있었고, 게다가 군데군데 찢어져있었다. 얼굴과 손발에는 때가 묻어 있고, 신도 신고 있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서 왔을까? 이 뜨거운 사막을 맨발로 걸어왔을 리도 없고......"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소녀가 조심조심 다가왔다.
"저, 여기가 스타먼트 천문대인가요?"
그 목소리는 겁을 먹은 듯했다. 하지만 눈만은 놀랄 만큼 맑았다.
"응, 그렇단다."
수위장은 그만 다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마도 이 근처에 사는 집시의 자녀로, 먹을 것을 얻으러 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소녀는 또다시 말했다.
"나, 소장님을 뵙고 싶어서 찾아왔어요. 포리스터 박사님 말입니다.“
수위장은 놀라며 소녀를 다시 보았다. 나이는 열 살이 되었을까? 그런데 어째서 이런 여자애가 포리스터 박사를 만나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허가증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아주 중요한 일이어요."
소녀는 너무 열중하여서 눈이 촉촉이 젖어 있었다. 수위장은 가엾은 생각이 들었다.
"이것 참 난처한데. 네 이름은 뭐라고 하며, 도대체 왜 찾아왔니?"
"이름은 제인이고요, 화이트 씨한테서 왔어요."
수위장은 눈살을 찌푸렸다.
"화이트 씨라고? 그게 누군데!"
"높은 분입니다. 텁수룩한 붉은 턱수염을 기르고 있어서 무섭게 보이지만 아주 친절한 분입니다. 그 화이트 씨로부터 포리스터 박사님에게 편지를 전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어요."
"어떤 편지인데?"
"이거여요."
하고 소녀는 호주머니에서 회색 종이 조각을 꺼내 보였다. 그런데 수위장이 손을 뻗자 재빨리 감추었다.
"미안해요. 하지만 포리스터 박사님 이외의 사람에게는 절대로 주지 말라는 부탁을 받았어요."
수위장은 어깨를 움츠렸다.
"이봐, 제인. 포리스터 소장은 아주 바쁜 사람이다. 게다가 규칙을 아주 엄하게 지키는 사람이어서, 군의 허가증이 없는 사람은 아무도 이 곳에 들어올 수 없단다."
제인은 난처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고는 갑자기 묘한 짓을 했다. 눈을 감고, 머나먼 사막 저 편으로 얼굴을 향하고 머리를 기울였는데, 마치 무언가를 듣고 있는 듯한 몸짓이었다. 그러나 물론 수위장에게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제인은 또다시 눈을 반짝 떴다.
"그러면, 아이언스미스 씨는 만날 수 있나요?"
수위장은 벙긋 웃었다.
"왜 진작 말하지 않고, 포리스터 박사라면 어렵겠지만, 아이언스미스라면 당장이라도 만날 수 있다. 그는 이 스타먼트 천문대의 평직원이니까 말이야. 컴퓨터 기술자지. 지금 곧 불러주겠다."
수위장은 포켓에서 작은 트랜지스터 무전기를 꺼내 다이얼을 조절했다.
"응, 아이언스미스인가? 지금 문 앞에 너를 만나고 싶다는 귀여운 여자아이가 와 있다. 이름은 제인이야. 곧 와 줘야겠어. 부탁한다."
수위장은 무전기를 다시 가슴에 꽂고, 제인을 보고 끄덕였다.
"곧 올게다. 마침 식당에 가는 길이었어. 저기, 저쪽 보이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에는 거대한 돔 모양의 건물이 있었는데, 그 그늘에서 자전거를 탄 사나이가 모습을 나타냈다. 수위장은 빙그레 웃었다.
"아이언스미스는 좀 이상한 사나이지. 과학 기술이 발달한 세상에서 언제나 저런 구식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말이야. 에어 카(공기 차)를 타면 빠를 텐데."
EMB00000cec4386이러는 동안에 아이언스미스는 어느 새 두 사람 앞에 와 있었다. 햇볕에 탄 갸름한 얼굴에 몸은 가냘프고, 허름한 옷을 입고 있는 이 사나이는, 그야말로 평범한 사무원처럼 보였다.그는 제인 앞에 오자 자전거에서 내렸다.
"나를 만나러 왔다는 애가 너냐?"
"그래요, 나여요. 나는 어떻게 해서든 포리스터 박사님을 만나고 싶어요. 아이언스미스 씨께서 좀 부탁해 주세요.“
아이언스미스는 머리를 긁었다.
"그건 좀 어려운데 ......"
"나도 그렇게 말했지만, 박사가 아니면 편지를 전해 줄 수 없다는 거야.“
하고, 수위장이 눈짓을 하며 말했다.
아이언스미스는 제인의 얼굴을 지켜보았다.
"웬만하면 나한테 이야기하지?"
"안 돼요."
제인은 고집스럽게 말했다.
"화이트 씨는 한시바삐 만나야 한다고 했어요. 우물쭈물하고 있으면 곧 발생한다고 했어요-아주 나쁜 일이 말입니다. 그래서 박사님께 알려야 한다고 했어요."
그 순간 아이언스미스의 눈이 번쩍 빛났다. 그러나 곧 여느 때처럼 느긋한 표정이 되었다.
"그래? 그렇다면 내가 소장을 만나 이야기해 보지. 그 때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테니, 식당에서 아이스크림이라도 먹고 있어라.“
제인은 그 말을 듣고는 아주 기뻐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곧 또다시 고집스럽게 머리를 저었다.
"그럴 틈이 없어요! 미안합니다. 그럼 이만 실례하겠어요."
제인은 이렇게 말하고는 몸을 빙글 돌려, 문에서 사막 쪽으로 달려갔다. 어린애라고 할 수 없을 만큼 빨리 달려갔다. 그 모습은 곧 옆 건물로 사라져 버렸다.
"이봐 제인, 잠깐만 기다려."
아이언스미스는 이렇게 외치며 뒤에서 쫓아갔다. 그런데, 건물 모퉁이에 오자 묘한 얼굴을 하며 멈추어 섰다.
그러고는 천천히 수위장에게 되돌아갔다.
"이상한데, 사라져 버렸어."
"사라지다니?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나?“
"하지만, 그 앞은 2,30킬로미터나 평평한 사막으로 이어져 있어. 그런데 그 소녀의 모습이 아무 데도 보이지 않는 거야.“
수위장과 아이언스미스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그 수위장의 얼굴이 차차 긴장되어 갔다.
"설마 하니...... 삼성 동맹의 간첩은 아니겠지."
"그럴 리가 있나, 그런 어린애가."
"그렇지...... 하지만 일단 경계를 하는 게 좋아."
하고 말하며, 수위장은 성큼성큼 감시탑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이언스미스는 눈부시게 빛나는 사막의 끝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곧 발생한다고 했지.... 나쁜 일이 말이야....?"
 
삼성 동맹
 
스타먼트 천문대장 포리스터 박사는 관측 돔의 바로 옆에 있는 자기 집 서재 책상에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책상 위에는 검게 빛나는 전화기가 놓여 있었다. 그 전화를 지켜보고 있는 박사의 얼굴은 몹시 지쳐 있었다.
눈은 움푹 기어 들어가고, 볼은 패었으며, 눈에는 핏발이 서 있었다. 피부의 빛깔은 마치 큰 병을 않고 난 사람처럼 검푸르고, 이마 언저리에는 혈관이 신경질적으로 튀어 나와 있다.
긴장에 지친 모습이다.
그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는 <비상 경보>를 알리는 전화가 언제나 울릴까 하고, 집에 돌아와도 하루 종일 그것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
<비상 경보> -그것은 삼성 동맹의 우주 함대가 태양계를 향해서 출발했다는 연락이다.
그리고, 그 경보가 들어오는 즉시 그는 곧 스타먼트 천문대의 관측 돔 밑에 있는 비밀 지하 기지로 들어가, 이미 장치가 되어 있는 반물질 미사일의 발사 준비를 해야만 한다......
그렇다. 실은 이 스타먼트 천문대는 그 밑에 있는, 반물질 미사일 기지를 숨기기 위한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은 25세기. 인간이 처음으로 우주 공간에 튀어나온 지 5백 년 이상의 세월이 흐르고 있었다.
그 동안에 인류는 태양계에서 튀어 나와, 이곳 저곳의 딴 태양계에 문명을 일구어 왔었다.
그리고, 현재에는 은하 우주 속의 수십 개나 되는 또 다른 태양계에 각각 독립된 우주 국가가 건설되고, 독특한 문화를 구축하고 있었다.
처음 3,4백 년 동안은 각 우주 국가들은 서로의 거리가 너무나 멀기 때문에 서로 오가는 일도 없었고, 아무런 관계도 맺고 있지 않았다.
기껏해야 우주 통신으로 연락을 취하는 정도였으나, 그것도 한번 우주 통신이 오가려면, 가장 가까운 지구와 알파 센타우리의 제 4 행성과의 사이만 해도 8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점점 서로의 일은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에 마침내 광자 우주선이 발명되었다.
광자 우주선은 빛과 똑같은 속도로 날 수가 있다.
더욱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에 의해서, 이 우주선에 타고 있는 인간은 실제로는 빛으로도 몇 년씩이 걸리는 기나긴 우주 여행도 불과 몇 달밖에 걸리지 않는 셈이 된다.
이 광자 우주선의 발명으로 우주 국가들은 처음으로 서로 대사를 교환하고, 마치 20세기의 옛날 지구상의 여러 나라들처럼 무역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서로 왕래를 할 수 있게 되자, 나라마다 이해 관계가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사이가 나쁜 우주 국가들이 우주 전쟁을 일으키게 되었다.
지구 연방들도 마찬가지였다.
지구의 상대는 알파 센타우리별과 백조자리 61번 별과 고래자리의 타우별 등 세 우주 국가들이었다.
이 세 우주 국가는 삼성 동맹이라는 군사 동맹을 만들어서 지구에 대항했다. 지구와 삼성 동맹 사이에는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위험한 상태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물론 지구도 지고만 있지 않았다.
이 무렵, 포리스터 박사는 지금까지의 우주 비행선과는 전혀 비교가 되지 않는 훌륭한 방법을 발견하였다.
그것은 로우드 자기 엔진의 발명이었다.
이 로우드 자기 엔진을 단 미사일은 지금까지의 광속 로케트가 빛과 똑같은 속도로 밖에는 달릴 수 없는 데 반해서, 빛의 몇천 배의 속도로 달릴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로우드 자기 엔진을 단 미사일은 발사 버튼을 누른 지 불과 몇 시간 안에, 4.3광년이나 떨어진 알파 센타우리 별로, 그리고 그보다 더 먼 백조자리 61번 별이나, 고래자리 타우별에도 기껏해야 하루 동안에 그 무서운 반물질 폭탄을 옮겨 갈 수 있는 것이다.
반물질 폭탄이 그 태양에 명중한다면, 무서운 대폭발이 일어나 행성도 순식간에 증발하고 말 것이다.
더욱이, 일단 발사 버튼을 누르면 어떤 방법을 써도 미사일을 멈출 수가 없다.
포리스터 박사는 그 버튼을 누를 중대한 사명을 맡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구에는 삼성 동맹의 간첩들이 수없이 들어 차 있다.
만일 이 쪽에 그런 무기가 있다는 것을 안다면, 저쪽도 거기에 대항할 어떤 무기를 만들어 낼지도 모른다.
스타먼트 천문대를 이처럼 엄중하게 감시하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더욱이, 삼성 동맹과 지구 정부와의 사이는 점점 나빠지고 있다. 그런 정보는 삼성 동맹 안에 들어가 있는 이쪽의 간첩 --메이존 호온으로부터 로우드 자기 통신으로 속속 보내 오고 있다.
포리스터 박사가 주야로 기다리고 있는 것은 그 메이존 호온으로부터의 <비상 경보>였던 것이다.
 
지하 미사일 기지
 
갑자기 책상 위의 전화가 울렸다.
포리스터 박사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다음 순간, 그는 재빨리 수화기를 집어들고 귀에 갖다 대었다.
"여보세요."
그는 몹시 초조했다.
"여어, 포리스터 박사이십니까?“
하고, 아주 한가로운 목소리가 들려 왔다. 그것은 컴퓨터 엔지니어인 프랭크 아이언스미스 기사의 목소리였다
"지금 박사님에게 제인이라는 열 살쯤 된 여자애가 가 있지 않습니까?"
포리스터 박사는 <비상 경보>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한숨 놓는 동시에 그처럼 쓸데없는 일로 전화를 걸어온 아이언스미스에게 화를 냈다.
"안 왔어. 그 제인이라는 애가 누군데 그래?"
"그건 알 수가 없어요. 그런데 그 여자애가 정문에서 박사님을 꼭 만나게 해 달라고 버티고 있어요. 화이트라는 사람의 말을 전해야 한데요."
"화이트라고?"
포리스터 박사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지구 정부의 높은 사람들이나 과학자들의 이름을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화이트라는 사나이의 이름은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아니, 모르겠는데, 화이트라는 사람은."
"그래요........ 그럼 좋습니다. 방해를 해서 대단히 미안합니다."
아이언스미스는 이렇게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여전히 이상한 놈이군."
박사는 수화기를 놓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이언스미스는 분명히 좀 별다른 사나이였다. 자격은 단순한 컴퓨터 엔지니어에 불과했지만, 지금까지 여러 차례 컴퓨터 프로그램의 잘못을 찾아내어 고치고, 일류 전자 공학자라도 며칠씩이나 걸리는 어려운 문제를 5분이나 10분 안에 처리하기도 하는 수학의 천재였다.
또한 그는 가끔, 지금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거나, 너절한 옷을 입고 다니기도 한다. 어쨌든 그는 좀 유별난 사나이였다.
그러나, 포리스터 박사는 갑자기 묘한 불안에 사로 잡혔다.
미사일 기지에서 어떤 변이 일어난 것 갚아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는 집을 나오자 곧 바로 옆의 돔 입구까지 달려갔다. 박사만이 가지고 있는 전자 열쇠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전파 망원경의 기계실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벽의 한 부분에 감추어져 있는 비밀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기계실이 갑자기 쓱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기계실 그 자체가 지하 기지의 엘리베이터로 되어 있는 것이다.
얼마 후, 기계실이 멈추었다.
거기에는 아름다운 은빛으로 빛나는, 로우드 자기 엔진의 반물질 미사일이 발사대를 타고 쭉 늘어서 있었다. 이들 하나하나는 정밀한 계산에 의해서, 정확히 세 개의 별을 향하고 있다. 버튼만 누르면 발사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여기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그야말로 이 세상에서 포리스터 박사 하나뿐이다. 포리스터 박사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을 보고 마음을 놓았다. 그 순간이었다.
"아저씨!"
하고 부르는 가냘픈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박사는 심장이 멈추는 듯한 느낌으로 뒤돌아보았다.
거기에는--- 미사일 그늘에 몸을 감추듯이 하며 한 초라한 소녀가 서 있었다. 어느 누구도 절대로 들어 올 수 없는 이 지하 미사일 기지에 말이다 !
“저, 아저씨는 포리스터 박사님이시죠?"
소녀는 겁먹은 듯이 말했다.
 
철학자의 경고
 
포리스터 박사는 잠시 멍하니 소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소녀가 마치 유령처럼 보였던 것이다.
"너...... 어떻게 여기에 들어왔니?"
그는 가까스로 목쉰 소리로 물었다.
"누가 들여보냈어?"
"아무도...... 아무도 들여보내 주지 않았어요...."
소녀는 울음 섞인 말투로 말했다.
"화이트 씨가 아저씨를 꼭 만나고 와야 한다고 해서, 나 혼자서 몰래 들어왔어요."
"하지만 수위가 있었을 텐데? 비밀 통로를 어떻게 알았지?“
포리스터 박사는 달려들 듯이 말했다. 이것은 아주 중대한 문제였다. 지구의 안전과 관계가 있는 중대한 문제였다. EMB00000cec4387이 소녀는 삼성 동맹의 간첩일까?
"나, 이것을 화이트 씨에게서 받아 왔어요."
소녀 제인은 종이 쪽지를 박사에게 건데 주었다. 이때, 포켓에서 사막에서 자라는 잡초가 떨어졌다.
포리스터 박사는 난폭하게 그 종이 쪽지를 받아 읽었다. 거기에는 이렇게 씌어 있었다.
 
클레이 포리스터에게
 
지구에 중대한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 우리들은 이를 막기 위해서 당신의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 정보를 알고 싶으면 당신 혼자서, 아니면 아이언스미스 기사를 데리고 드래곤록 등대의 폐허까지 나올 것. 그 밖의 사람을 데리고 오면 반역 행위로 간주함. -- 마크 화이트(철학자)
 
포리스터 박사는 험악한 눈초리로 소녀를 보려고 했다. 하지만 이 때, 제인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강철로 만든 통로를 지나 엘리베이터 쪽으로 달려가는 타박타박 하는 맨발 소리가 들려 왔다.
박사가 뒤따라갔으나 이미 늦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박사의 눈 앞에서 닫히고 말았다.
박사는 통로에 달린 통화기로 급히 위층에 있는 수위를 불렀다.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자를 잡아라!"
그는 이렇게 외치며 초조하게 수위의 대답을 기다렸다. 얼마 후, 수위가 통화기 앞에 나왔다.
"박사님, 엘리베이터 안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럴 리가? 바로 지금 내가 그 소녀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것을 보았는데?"
"하지만.... 엘리베이터 안은 비어 있었어요."
포리스터 박사는 화가 잔뜩 나서 통화기를 끊었다.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절대로 들어올 수 없게 되어 있는 비밀 지하 기지에 낯선 소녀가 나타나는가 하면, 이번에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는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찌 된 일입니까, 소장님?"
갑자기 누가 이렇게 말을 걸자, 포리스터 박사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다보았다. 방금 열린 엘리베이터에서 수위장이 나와 말을 건 것이다.
"이상한데. 한 소녀가 이 지하 기지에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렸어."
"설마......."
수위장은 이렇게 말하며, 불쑥 걱정스러운 듯이 박사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박사가 일에 지쳐서 심신이 이상해진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던 것이다
박사는 손에 들고 있던 종이 쪽지를 수위장 앞에 불쑥 내밀었다.
"나는 제정신이야. 바로 이것이 그 소녀가 가지고 온 편지지 "
수위장은 깜짝 놀라며 편지를 보았다.
"이것은 그 소녀가 소장님에게 줘야 한다고 한 바로 그 편지입니다."
"그 소녀라니?"
"아까 정문에서 박사님을 꼭 만나야겠다고 하던 소녀 말이어요. 물론 허가장 없이는 들어갈 수 없다고 돌려보냈지만...... 이상하게도, 그 때도 이 제인이라는 소녀는 건물 모퉁이를 돌자마자 사라져 버렸어요."
"음, 자네, 어서 그 내용을 좀 읽어 봐."
수위장은 편지를 읽었다. 그 얼굴에는 의심스러운 그늘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이상한데요, 박사님. 그 소녀는 정문에 찾아왔을 때도 아이언스미스 기사를 만나고 싶다고 했어요. 이 편지에도 그에 관해서 씌어 있군요. 그 두 사람은 무슨 관계가 있나 봐요......."
포리스터 박사는 수위장의 얼굴을 들여다보듯이 하며 물었다.
"그를 이 스타먼트 천문대의 기사로 채용할 때, 엄중한 자격 검사를 했겠지?"
"물론입니다. TBI(지구연방수사국)가 철저하게 조사를 했습니다. 만일 그가 삼성 동맹의 간첩이었다면, 틀림없이 정체가 밝혀졌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 소녀나 아이언스미스, 그리고 이 편지를 쓴 화이트란 철학자는 어떤 놈들일까?“
포리스터 박사는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무슨 결심이라도 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하는 방법이 꼭 하나 있지."
"어떻게 합니까!"
"종이에 적힌 철학자의 말대로 드래건록 등대의 폐허로 가 보는 거야."
이 말을 듣자, 수위장은 얼굴빛이 달라지며 외쳤다.
"그건 안 됩니다! 삼성 동맹의 간첩들의 함정인지도 모릅니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나에게도 생각이 있어.“
박사는 이렇게 말하며 다시 한 번 끄덕였다.
 
초능력자 그룹
 
그러고 나서 얼마 뒤, 한 대의 승용차와 미사일 발사대를 실은 트럭이 드래건록 등대의 반대쪽 기슭에 닿았다.
승용차에서는 포리스터 박사와 아이언스미스 기사, 그리고 미사일 부대의 대장 세 명이 내렸다.
"만일 한 시간이 지나도 우리가 돌아오지 않으면 미사일로 드래건록 등대를 폭파시켜버려. 우리 일은 걱정하지 말고. 그리고, 곧 세계 정부 대통령에게 연락을 해서 삼성 동맹을 공격하도록, 내가 말하더라고 전해 줘. 알겠지?"
“예, 알겠습니다, 박사님."
대장이 부동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기슭에 준비되어 있던 제트 함정이 엔진을 걸었다. 아이언스미스 기사는 딴 사람들은 모두 긴장하고 있는데도 여느 때처럼 느긋한 마음으로 조종실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제트 함정이 달리기 시작했다. 제트 함정이 물결을 박차고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포리스터 박사는 입술을 깨물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만일 화이트일당이 삼성 동맹의 비밀 공작대라면, 이 근처에는 벌써 적의 우주함이 준비를 갖추고 기다리고 있을 게 아닌가........‘
"도착했습니다, 박사님.“
아이언스미스가 껌을 씹으며 말했다. 그것은 마치 피크닉이라도 온 듯한 태도였다.
"어서 오셔요, 포리스터 박사님!"
캄캄한 바위 위에서 소리가 났다. 그것은 기지에 있었던 이상한 소녀 ---제인이었다.
둘이 제트 함정에서 올라오니, 거기에는 제인이 여느 때처럼 초라한 옷을 입고 바닷바람을 쐬며 서 있었다.
"화이트 씨가 저기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제인은 이렇게 말하고는 몸도 가볍게 깡충깡충 바위 사이를 뛰어넘으며 올라갔다.
드래건록 등대는 이미 몇백 년 전에 버려진, 낡고 낡은 폐허였다.
세 사람은 곧 아치 모양의 등대 입구에 닿았다.
"화이트 씨, 모두들 오셨습니다.“
제인이 입구로 들어서며 말했다.
입구에는 키가 2미터나 되는 큰 사나이가 바닷바람에 붉은 턱수염을 나부끼며 딱 버티고 서 있었다. 복장은 제인과 마찬가지로 허름하고 얼른 보기에는 떠돌이 같았으나 좀 눈여겨보면 온몸에서 대단한 위엄이 마치 방사선처럼 솟아나고 있었다.
"올 줄 알았지."
화이트란 철학자가 말했다.
"들어오게, 동지들과 인사를 시킬 테니까."
"기다려. 그 전에 자네의 신분 증명서를 보여 주게."
포리스터 박사는 상대편의 위엄에 지지 않으려고, 가슴을 딱 펴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화이트는 큰 소리로 웃었다.
"우리에게는 신분 증명서 따위는 없네."
"왜 그렇지? 지구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규칙이야.“
"우리는 그런 규칙 따위에 묶여 있지 않다네, 포리스터. 하지만 이것만은 말해 두지. 우리들은 지구인이야. 절대로 삼성 동맹의 간첩이 아닐세."
포리스터 박사는 말대답을 하려고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철학자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나마 눈치챘기 때문이다.
"도리어 우리는 다가오고 있는 지구의 위기를 구하려고 애쓰고 있네. 지구 구원군의 병사들이야!"
화이트는 사자처럼 울부짖었다.
"지구 구원군이라니? 도대체 어디에 그런 부대가 있단 말인가?"
"부대가 아닐세. 우리는 제인까지 합쳐서 모두 다섯 명 뿐이야. 하지만 우리는 네 사람 모두 보통 인간이 아니지. 초능력자의 그룹일세. 그것은 제인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포리스터 박사는 제인을 돌아보았다.
"그녀는 텔레포테이션을 할 수 있어."
"텔레포테이션이 뭔데?"
박사는 곧 되물었다.
"그렇지. 정신력 이동이라고도 할 수 있지. 그대는 그녀가 저 엄중한 경계를 펴고 있는 지하 미사일 기지에 어떻게 들어가서, 어떻게 나왔다고 생각하나? 그녀는 정신력을 집중시킴으로써, 아무리 두꺼운 콘크리트도 혹은 아무리 먼 곳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네."
포리스터 박사로서는 믿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물리학의 법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실제로 그것을 본 것이다.........
"그리고 이 사람이 텔레파시의 능력을 지니고 있는 그레이트스톤이지.“
화이트가 말했다. 포리스터 박사가 그 쪽을 보니 거기에는 바싹 마른 해골 같은 키 큰 사나이가 서 있었다
"그는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의 마음도 척척 읽을 수 있는데, 그것은 책을 읽는 일보다도 쉽다네."
그레이트스톤의 뒤에는 또 한 사람, 그와는 정반대로 난쟁이에 가까운 사나이가 동그란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이 사람은 럭키 포드. 그에게는 텔레키네시스, 즉 생각을 움직이는 초능력을 갖추고 있지. 그는 정신력으로 물건을 들어올리거나 움직일 수가 있다네."
"그리고, 나는 오버스트리트."
하고, 방의 한가운데에서 장작불을 피우고 있던, 프로 레슬러처럼 우람한 몸매의 사나이가 일어서면서 말했다.
"나에게는 천 리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아무리 먼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도 나에게는 바로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처럼 잘 보이지."
"이 다섯 사람이 지구 구원군의 병사란 말일세."
화이트가 말했다.
"하지만 우리들의 적은 너무나 강대하다. 우리들이 아무리 초능력을 지니고 있다 해도, 그것만으로는 적을 무찌를 수 없네. 그래서, 우리들은 우수한 로우드 자기학자인 당신과 아이언스미스 씨의 협력을 얻고 싶다고 생각했다네."
"적이라니? 삼성 동맹을 말하는 것인가?“
포리스터 박사가 말했다.
화이트는 머리를 천천히 가로 저었다.
"아니야.“
"아니라니? 삼성 동맹 말고도 또 적이 있단 말인가?“
"있지. 만일 적이 삼성 동맹뿐이라면 우리 힘으로 막을 수 있지. 아니, 우리 힘이 아니고선 그들의 공격을 막을 수 없다고나 할까?
무슨 말인가 하면, 삼성 동맹은 이미 지구에 강력한 반물질 시한 폭탄을 수없이 뿌려 놓고 있으며, 언제나 그들이 하고 싶을 때, 지구를 인류와 함께 박살낼 수가 있단 말일세."
"뭐, 뭐라고!"
포리스터 박사는 얼굴이 창백해지며 말했다.
"그건 거짓말이야.“
 
제 3의 적
 
"거짓말이 아니야."
천리안 오버스트리트가 말했다.
"삼성 동맹에 가입한 당신네들의 간첩 메이존 호온이 오늘 그 증거를 잡아 가지고 지구로 돌아오도록 되어 있어. 지금 그의 우주선은 태양계의 공간에 들어와 있지."
포리스터 박사는 몸을 떨었다. 이 무리들은 아주 극비로 되어 있는 간첩 메이존 호온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 그러고 보니 엉터리가 아니다.
"우린 엉터리가 아니야."
독심술을 하는 그레이트스톤이 말했다.
"박사, 이 반물질 시한 폭탄은 당신의 폭탄에 뒤지지 않는 파괴력을 가지고 있지. 더욱이 그것은 이미 몇백 개나 되는 이 행성 중에 -바다 밑이나 깊은 산골, 건물 지하실 따위에 슬며시 놓여져 있거든. 아주 작아서 눈에 띄지 않기 EMB00000cec4388때문이지. 그래서 서둘러 찾아보아도 간단히 발견할 수 없다네. 그리고, 삼성 동맹에서는 그 폭탄을 리모트 컨트롤로 언제라도 마음 내킬 때 폭발시킬 수 있지."
포리스터 박사는 무슨 말을 하려 했으나, 입이 열리지 않았다. 화이트가 말했다.
"그러나 우리들은 지구를 도울 수가 있지. 오버스트리트는 천리안으로 시한 폭탄이 놓여진 장소를 당장이라도 찾아 낼 수가 있고, 럭키 포드는 정신 동력으로 그 폭탄의 기폭 장치를 건드리지 않고 파괴해 버릴 수 있으니, 그것으로 지구는 안전할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어째서 우수한 로우드 자기학자의 협력이 필요합니까?"
지금까지 잠자코 있던 아이언스미스 기사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것은 삼성 동맹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무서운 적 ----제 3의 적이 닥쳐오기 때문이지.“
화이트가 냉엄한 투로 말했다.
"제 3의 적이라니!"
"여기에서 2백 광년쯤 떨어진 51 태양계의 제 4 행성에, 90년쯤 전에 워렌 맨스필드라고 하는 뛰어난 과학자가 있었지."
하고, 화이트가 천천히 이야기를 꺼냈다.
"그 무렵 이 제 4 행성에서는 핵폭탄이 발명되어, 이 행성상의 여러 나라들 사이에서는 핵 전쟁이 벌어지려고 했다. 만일 핵 전쟁이 일어나면, 방사능 때문에 전 인류가 전멸하고 말 거야...... 그래서 맨스필드는 인류를 구할 방법을 생각해 냈지."
"어떤 방법을!"
아이언스미스 기사가 물었다.
"휴머노이드를 만든 거야."
"휴머노이드라니!"
포리스터 박사가 물었다.
"그렇지. 그것은 인간과 닮은 것이라는 뜻인데, 결국은 고도로 발달된 로봇을 뜻하는 거야."
"로봇이라면 지구에도 있지. 그런데 그것이 어떻게 인류를 구하는 방법이 된다는 건가?“
"그건 지구상의 로봇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완전한 기계 인간이다. 이 휴머노이드에는 모두 윙 제 4 행성에 있는 로우드 자기 전자뇌 센터에, 절대로 인간에게는 위험한 일을 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능력이 장치되어 있지. 그래서 그들이 탄생되자, 이 행성 상에 있었던 핵무기는 모두 파괴되고, 그 밖의 무기도 모두 압수되고 말았어."
화이트는 심각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더욱이 그들은 공장에서 자꾸만 그들의 동지를 제조하여, 그 수는 인류를 훨씬 웃돌게 되었지. 이리하여 4 행성은 핵 전쟁에 의한 전멸의 위기에서 구조되었어. 하지만........
"하지만, 어쨌다는 거야!"
포리스터 박사는 열심히 물었다.
"그 대신, 인류는 가장 중요한 것, 즉 자유를 잃고 말았어. 이제 인류는 자신이 바라는 일을 할 수 없게 되었고, 휴머노이드들의 뜻에 따라 지배를 받게 되었지. 즉, 인류는 평화를 얻은 대신 휴머노이드의 가축 신세가 되어 버렸어.“
이렇게 말하는 화이트의 눈에는 격렬한 노여움이 불타 올랐다.
"나는 지구에서 이민해 온 지구인의 자손이다. 나는 이 제 4 행성에서 태어났지.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해서든지 휴머노이드는 때려부수고, 인류의 자유를 되찾으려고 싸웠지. 하지만 그들은 너무나 강했어. 우리들은 져서 망명을 해야만 했지."
화이트는 그 당시의 괴로움을 회상하듯, 잠시 입을 물었다.
"그런데, 휴머노이드들은 윙 제 4 행성을 손에 넣은 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그들은 은하계 중 인류가 세운 우주 국가의 인류에게, 자기들의 말을 잘 듣게 하려고 음모를 꾸몄지. 그래서, 윙 제 4 행성 가까이에 있는 우주 국가들은 차제로 휴머노이드의 수중에 떨어지고 말았어. 그리고 요즘, 그들은 이 태양계와 알파 센타우리 등 삼성 동맹과의 사이에 우주 전쟁이 일어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말았지.
지금 그들의 우주선은 시시각각으로 지구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 내가 로우드 자기학자의 힘을 빌고 싶다고 말한 것은 그 때문이야. 그들의 힘은 너무 강해서, 물론 지구인들의 힘만으로는 상대할 수 없어. 또한 초능력을 가진 우리들의 힘만으로도 그들에게 이길 수는 없어.“
하고 말하며, 화이트는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EMB00000cec4389"이해해 주게, 포리스터와 아이언스미스. 우리들이 이기기 위해서는 둘 중의 어느 한 사람----즉,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한 사람의 로우드 자기학자의 협력이 필요하다.“포리스터 박사는 마음속으로 크게 놀라고 있었다.
그저 평범한 컴퓨터 기사라고만 생각했던 아이언스미스를 화이트들이 그처럼 존중하고 있을 줄을 몰랐던 것이다......
그러나, 아이언스미스는 여전히 느긋한 얼굴로 상대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힘이 되어 주겠지, 포리스터?"
포리스터 박사는 아이언스미스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결심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럼, 아이언스미스는?“
화이트가 물었다.
"나는 거절한다.“
아이언스미스가 너무 분명히 거절했기 때문에 오히려 포리스터 박사가 놀랐다. 승낙을 하리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 다.
"어째서?"
"나는 그 휴머노이드들을 그리 나쁘다고 여기지 않는다. 우선 그들을 직접 이 눈으로 보지 않고서는 적인지 우리편인지 분간할 수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놈들이 일단 쳐들어오면 이미 때는 늦어, 그들은 지금 속속 지구로 오고 있는 중이야....."
여기까지 말했을 때, 갑자기 오버스트리트가 말참견을 했다.
"이들을 그만 보내는 것이 좋겠어요. 철학자. 그들이 데려온 미사일 병사가 약속한 시간이 다 되었기 때문에 핵미사일 발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할 수 없지. 일단 돌아가게. 하지만 틀림없이 또 연락할 테야.“
화이트는 불타는 듯한 붉은 턱수염을 힘껏 잡아당기며 말했다.
 
휴머노이드
 
초능력자들의 말은 옳았다. 스타먼트 천문대로 되돌아온 포리스터 박사는 곧 워싱턴의 지구 방위 위원회로부터 호출을 당했다.
"중대 회의가 있으니 곧 출두하라."
이 명령을 받은 그는, 스타먼트 천문대의 옥상에서 군용 이온크라프트를 타고 출발했다.
이온크라프트라고 하는 것은, 공기 분자에 전기를 작용시켜서 날아가는 아주 새로운 비행기로서, 옛날 헬리콥터처럼 수직 이륙도 할 수 있고, 공중에 머무를 수도 있다. 더욱이 폭음을 전혀 내지 않고, 시속 3천 킬로미터의 초스피드로 날 수 있는 훌륭한 탈 것이었다.
30분도 안 되어서 포리스터 박사는 워싱턴의 지하 수십 킬로미터나 되는 곳에 있는 지구 방위 사령부의 회의실로 들어갔다.
회의실에는 이미 지구 정부의 고관들이 쭉 늘어서 있었다.
한가운데에는 지구 연방 정부의 대통령, 그 옆에는 언제나 대통령을 지키고 있는 호위 군사 스틸, 그 양쪽에는 TBI장관, 지구 방위군 장관을 비롯한 여러 장관들이 있었다.
그가 들어갔을 때에는 그들의 간첩 메이존 호온이 삼성 동맹에서 훔쳐 낸 반물질 시한 폭탄을 앞에 놓고, 그 폭탄의 무서운 위력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었다.
포리스터 박사는 그 설명이 초능력자들이 말한 것과 꼭 같은 데 새삼 놀랐다.
하지만, 방위 장관은 여느 때처럼 완고했다. 그는 조그마한 가죽 케이스에 들어 있는 반물질 폭탄을 경멸하는 군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이 따위 물건이 그처럼 무서운 힘을 가졌다니, 나는 믿을 수가 없어!"
"믿어야 합니다, 장관. 이것 하나만으로도 미국의 동부 지역 전체를 날려 버릴 위력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놈들이 그 스위치를 누르기 전에 이 쪽에서 먼저 공격으로 나가면 될 게 아닌가. 그 때문에 우리 우주군은 늘 출동 준비를 갖추고 있고, 게다가."
하고 말하며, 그는 포리스터 박사를 돌아보았다.
"박사의 로우드 자기 미사일도 있지 않습니까! 대통령, 각하 여기서 결심을 해 주셔야 되겠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싸움을 벌일 때입니다!"
"하지만, 이 쪽에서 로우드 자기 미사일의 스위치를 누르면, 저 쪽에서도 이 반물질 폭탄의 시한 스위치를 누를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삼성 동맹도 망하겠지만, 동시에 지구도 인류도 망하고 말 것입니다.“
메이존 호온이 말했다.
회의실 안은 물을 끼얹은 듯이 조용해졌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도 몰랐다.
이 때, 대통령이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나이가 많은 대통령은 매일같이 계속되는 걱정과 노고 때문에 더욱 나이 들고 피로해 보였다.
호위 군사 스틸이 대통령의 팔꿈치를 부축했다.
"여러분, 정말 난처한 일이군."
하고, 대통령은 약하고 목쉰 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나도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 왔어요. 그리고, 마침내 결론을 내렸소, 나는 그 말을 여러분에게 하기 위해서 모여 달라고 했어요."
"전쟁이군요!"
하고, 방위 장관이 힘차게 일어났다.
"아니지."
하고, 대통령은 천천히 머리를 흔들었다.
"그, 그렇다면 싸움도 하지 않고 삼성 동맹에게 굴복한다는 말입니까?"
장관이 언성을 높였다.
그러나, 대통령은 또다시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니, 그것도 아니야."
"그렇다면 어떻게 하신다는 말씀입니까?“
"제 3의 길을 가기로 했어.“
"제 3 의 길이라뇨!"
포리스터 박사는 바싹 긴장하며 말했다.
"그렇다네. 이 일에 관해서는 스틸이 자세히 이야기할 걸세.“
회의실 안은 놀람 때문에 숨결이 흐르고, 모두의 눈길이 스틸에게 집중되었다.
"여러분들도 이제 곧 알게 되겠지만, 이것을 알았을 때에는 나도 큰 충격을 받았네. 그러나, 스틸로부터 제 3의 길을 들었을 때, 나는 그의 충고를 받아들이는 것이 인류를 구하는 오직 하나의 길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내가 여러분들에게 부탁하는데, 제발 스틸의 말에 귀를 기울여 줘요.“
하고 대통령은 옆에 서 있던 스틸을 앞으로 밀어냈다.
스틸은 부동 자세를 취한 채 여러 사람의 시선을 받으며 서 있다.
포리스터 박사는 어떤 예감을 느끼며 긴장했다.
'그랬었구나........‘
이 때, 대통령이 또다시 입을 열었다.
"그는 사실은, 인간이 아니라 휴머노이드입니다.“
 
하늘을 뒤덮는 우주선단
 
"여러분, 나는 지금 대통령 각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실은 휴머노이드입니다. 인간에게 봉사하고 인간을 돕는 것이 나의 임무입니다.“
스틸이 지껄이기 시작했다. 그 목소리에는 지금까지의 부드러운 기운이 사라져 있었다.
"내가 이렇게 정체를 밝힌 이상 아무 것도 감출 필요가 없습니다.“
이렇게 말한 스틸은 제복을 벗기 시작했다. 옷과 함께 피부가, 마치 엷은 막이라도 벗기듯이 슬슬 벗겨졌다. 그리고 아름다운 청백색의 금속 몸뚱이가 그 뒤에 나타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얼굴만 남았다.
스틸이 뒷머리 부분에 손을 대자 얼굴이 딱 하고 깨지고 거기에 코도 귀도 없는 평평한 달걀 모양의 금속의 얼굴이 나타났다.
회의실에는 신음 소리가 퍼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모습은 흉하지가 않았다. 오히려 아름다운 브론즈 조각처럼 보기에 기분 좋은 우아함이 온몸에 퍼져 있었다.
가슴에는 '넘버 08MB3ZZ'라는 기호와 '인간에게 봉사하고, 위해로부터 지켜야 함'이라는 문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스틸은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대통령으로부터 이 행성을 구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삼성 동맹과의 싸움은 중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전쟁을 그만두기 위해서는 모두 핵무기를 폐기하고, 군대를 해산시켜야 합니다."
"그건 안 됩니다, 대통령 각하!"
방위 장관이 펄쩍 뛰며 외쳤다.
"이 기계가 삼성 동맹에서 보낸 간첩이 아니라고 누가 말할 수 있습니까? 만일 이놈의 말대로 무장 해제를 당한 다음에 삼성 동맹의 공격을 받게 된다면, 우린 도저히 배겨날 EMB00000cec438a수가 없습니다!"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삼성 동맹에도 우리들과 같은 완전한 로봇이 없다는 것은 장관께서도 잘 아실 텐데요."
"그., 그러나...... 만일 삼성 동맹이 너희들의 말을 듣지 않고 끝까지 전쟁을 주장한다면?"
하고, 또 다른 장관이 물었다.
"그런 걱정은 없습니다. 삼성 동맹의 각 행성에는 지구와 마찬가지로 우리들 휴머노이드 선발대가 잠입해서, 만일 전쟁이 시작된다면 당신네들의 로우드 자기 미사일이 그들의 행성을 파괴하리라는 것 --다시 말하면 그들을 전멸시키고 말 것이라는 사실을 전했습니다. 즉 전쟁을 일으킨다면 지구의 인류도 삼성 동맹도 멸망하고 만다는 것을 가르친 것입니다.
그 결과 틀림없이 그들도 우리들 휴머노이드의 충고를 받아들여, 무기와 군대를 포기하는 일에 동의할 것입니다.“
여기까지 말했을 때였다.
방안에서 갑자기 요란한 버저 소리가 울려 퍼졌다.
회의실의 텔레비전 스크린에 한 장교의 얼굴이 나타나, 성급히 외치고 있었다.
"비상 경보입니다! 관측 위성으로부터의 연락에 의하면, 정체 불명의 대 우주선단이 태양계의 공간 안으로 침입하고 있습니다!"
"삼성 동맹의 침략군이다!"
하고, 방위 장관이 파랗게 질린 얼굴로 외쳤다. 방안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아닙니다.“
하고, 말하는 냉정한 소리에 사람들은 모두 제정신을 차렸다. 그것은 스틸의 목소리였다
"그것은 우리들 휴머노이드의 우주선단입니다. 여러분들이 우리들 휴머노이드의 봉사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판단하고, 저 멀리 제 4 행성으로부터 오고 있는 것입니다. 제발 태양계 공간 내의 항행과 지구 공항에 착륙할 수 있도록 허가를 내려 주십시오."
모두들 대통령의 얼굴을 지켜보았다.
포리스터 박사는 스틸 쪽을 바라보았다.
"5분 동안만 우리들끼리 있게 해 다오, 대통령과 의논을 해야 하니까. 그 결과는 곧 너에게 알려 주겠다.“
스틸은 아무 표정 없이 끄덕였다.
"미리 말해 두겠는데, 우리 휴머노이드 우주선을, 당신네들의 원시적인 핵무기로 공격해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 우주선은 아무 무장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여러분에게 봉사하기 위한 휴머노이드가 타고 있을 뿐입니다.“
스틸은 이렇게 말하고는 밖으로 나가 버렸다.
포리스터 박사는 대통령 앞으로 나갔다.
"아마 스틸의 말이 옳을 줄 압니다. 우리들은 그들의 충고를 들어야만 할 겝니다. 하지만........
"하지만, 뭔가?"
"만일, 만의 하나라도 이것이 모략일 경우를 생각해서, 스타먼트 천문대의 지하에 있는 미사일 기지에 관한 일만은 비밀로 해 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만일 그것이 모략이었음이 밝혀질 때는, 윙 제 4 행성을 분쇄하고 마는 것입니다. 아마 휴머노이드들은 윙 제 4 행성에 있는 거대한 리모트 컨트롤 두뇌로 조작되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만일의 경우에는 이것을 파괴하여 휴머노이드를 공격하여 물리칠 수가 있습니다.“
대통령은 힘없이 끄덕이었다.
"자네 말대로 하지, 포리스터. 스타먼트에 대해서는 절대로 비밀에 붙인다는 것을 조건으로 휴머노이드의 말을 들어주기로 하지.“
하고 말하며, 대통령은 모두를 훑어보았다.
"모두들 알겠지. 인간이 기계의 지시에 따른다는 것이 억울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휴머노이드의 봉사를 받기로 결정한다.“
회의실 안의 사람들은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변화 때문에 모두들 반대할 기력마저도 잃고 만 것이다.
 
평화의 정체
 
휴머노이드들이 하는 일은 재빠르고 철저했다.
거대한 우주선에서 차례로 내려온 수천 수만의 휴머노이드들은 마치 푸른 빛깔을 떤 은빛의 큰 개미처럼 군사 시설에 달려들어 그것들을 순식간에 분해하고 말았다. 사람들은 EMB00000cec438b두려움과 놀라움이 뒤섞인 눈으로 멍청하게 그들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리하여 불과 며칠 동안에, 지구상에 있는 모든 군사시설은 완전히 파기되고 말았다.
그러나, 군인이나 일부 정치가들의 의심도 그 무렵에는 사라지고 말았다
왜냐 하면, 삼성 동맹으로부터의 방송이 삼성 동맹의 정부도 휴머노이드의 충고를 받아들여, 군사 시설과 무기를 모두 버렸다고 보고했기 때문이다. 물론 지구 여기저기에 숨겨 놓았던 반물질 시한 폭탄도 하나도 남김없이 수색하여 파괴하고 말았다.
다만, 포리스터 박사의 지하 미사일 기지의 기밀만은 굳게 지켜졌다.
물론, 휴머노이드의 검사관들은 스타먼트 천문대까지 와서 엄중하게 살펴보았지만, 그들의 정확한 자동 기계도 지하 기지를 찾아 낼 수는 없었다
포리스터 박사는 안심했다. 지금까지 이렇게 마음을 놓아 본 적은 없었다.
그는 요즘 몇 년 동안 언제 <비상 경보)가 내릴지 몰라, 밤낮 없이 늘 긴장 상태에 있었다. 그런데 앞으로는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어딘가 허전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는 그 후 얼마 동안 워싱턴에 있었다. 휴머노이드들의 새로운 건설 계획에 상담역이 되기 위해서였다.
휴머노이드들은 정말 놀랍게 일했다.
그들은 지구의 온 인류에게 훌륭한 집과 안락한 생활을 약속했다.
"모든 일은 자동 기계와 우리들 휴머노이드들이 합니다. 인간은 유유히 행복하게 생활만 하면 됩니다."
휴머노이드의 통제관은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틀림없이 그 약속을 실행에 옮겼다.
공장은 곧 완전히 자동화되고, 인간은 일을 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러나 실업의 염려는 없었다. 노동자들에게는 모두 옛날 같으면 부자가 아니고서는 살 수 없는 훌륭한 아파트가 주어지고, 부자유스러운 것이 없는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휴머노이드는 분명히 약속을 지켰다......
그러나 그들이 하고 있는 참다운 뜻을 포리스터 박사가 알게 된 것은 평화가 찾아온 지 약 반년쯤 뒤, 그가 오래간만에 스타먼트 천문대를 방문했을 때였다.
'이젠 나도 전부터 하고 싶었던 천문학 연구로 되돌아 갈 수 있게 되었구나.......‘
그는 마중 나온 휴머노이드의 비행기로 스타먼트 천문대로 가는 동안, 초등 학교 학생처럼 가슴을 두근거리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런데, 비행기가 스타먼트 상공에 왔을 때, 창 밑으로 내려다본 그는 '앗' 하고 놀란 소리를 질렀다.
"저...... 저것이 스타먼트란 말인가?“
거기에는 그리운 관측 돔도, 커다란 반사경의 모습도 없었다.
그 대신 기묘한 모양을 한 탑과 빌딩이 서고, 지구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이상한 나무가 심어져, 일종의 큰 공원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
비행기는 소리도 없이 정원 한가운데의 활주로에 내렸다. 그는 놀란 충격에서 깨어나지 못한 눈으로 주위를 살펴보았다.
"천...... 천문대가 어찌 되었나?"
"천문대는 부숴 버렸습니다."
휴머노이드가 말했다. 포리스터 박사는 슬픔과 노여움으로 머리가 흔들렸다. 일생을 바쳐서 건설한 천문대. 그것이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왜? 어째서 부쉈다는 거야?"
"당신에게 걸맞은 훌륭한 주택을 짓기 위해서입니다.“
"그런 것 필요 없다! 천문대를 돌려 줘! 반사경을, 전파 망원경을 돌려 줘!"
"그건 안 됩니다.“
하고 휴머노이드는 태연하게,
"천문대의 기계류는 당신을 상하게 합니다. 높은 전류는 감전될 염려가 있습니다. 불에 타기 쉬운 필름이나 독이 있는 화학 약품도 위험합니다. 우리들은 인간을 위험에서 지킬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한 연구는 어찌 되는 거야?"
"당신네들은 과학 연구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이미 당신들이 한 이상의 연구를 완성했습니다. 당신은 그것을 책으로 읽으면 됩니다. 게다가.“
하고 휴머노이드의 눈의 구실을 하는 렌즈가 번쩍 하고 빛났다.
"그러한 과학 연구는 파괴하는 데 쓰여질 염려가 있으니까요.“
박사는 깜짝 놀랐다. 그렇다면 지하 미사일 기지도 이미 발견되어 파괴되고 만 것일까...... ?
그러나 휴머노이드는 그 이상, 그 문제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당신에게 철학을 하거나 장기를 두는 일을 권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동료 과학자들도 대개는 그런 일을 하고 계십니다.“
"이 천문대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이리오시죠.“
휴머노이드는 플랫폼 옆에 세워 놓았던 한 대의 훌륭한 유선형 탈것으로 박사를 안내했다.
탈것은 가볍게 뜨더니, 지상에서 수 센티미터 되는 공중을 흘러가듯 달리기 시작했다.
숲을 넘고 잔디밭 광장을 가로질러 도착한 곳은, 이야기 나라에서나 나오는 것처럼 번쩍번쩍 빛나는 수정으로 만들어진 건물이었다. 휴머노이드는 박사를 건물 안으로 안내하였다.
그 곳은 마치 유치원의 유희실 같은 느낌이 드는 넓은 방이었다.
"오오...... 이것은........"
박사의 입에서는 비통한 소리가 흘러 나왔다. 방안에는 5, 6명의 사나이들이 편한 대로 눕거나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모두들 여러 가지 모양과 빛깔을 한 플라스틱으로 된 집짓기 장난감을 쌓아올리고 다시 부수곤 하면서 놀고 있었다 ---마치 서너 살 된 어린아이처럼 말이다.........
박사는 방 한가운데로 뛰어나갔다.
"이봐, 자네들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사나이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름난 천문학자이며 수학자들이었던 이 사나이들은 지금 멍청한 표정을 짓고 그를 쳐다보았다.
그 눈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당신... 누구요?"
그것은 마치 어린이의 목소리 같았다.
박사는 눈을 돌렸다. 그들은 포리스터 박사의 얼굴마저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휴머노이드를 노엽게 노려보았다.
"너희들은 ---그들에게서부터 기억력을 모두 지워 버린 거야!"
"그렇습니다. 이 사람들은 천문대가 파괴된다는 말을 듣고 난폭해졌습니다. 우리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려는 자도 있었고, 자살하려는 자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그들에게서 불행을 제거하기 위해 유우호라이드라는 주사를 놓았습니다."
"유우호라이드란 뭔가?"
"모든 고통을 없애는 약입니다. 기억이 사라진 것은 그것이 고통과 관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 정말 행복합니다. 아무런 불만도, 고통도 없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건강도 아주 좋아졌습니다. 아마 수명도 세 배는 길어질 겁니다."
EMB00000cec438c"그러나 진정한 인간의 행복이 아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동물의 행복이다."
하며, 포리스터 박사는 피를 토해 내듯이 외쳤다. 그러자 휴머노이드는 걱정스러운 듯이 포리스터 박사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박사는 불행하십니까?"
이 말에 포리스터 박사는 깜짝 놀랐다.
"나, 나에게도 그 주사를 놓을 작정인가? 그건 절대로 안 돼!"
"그것은 우리가 결정합니다. 포리스터 박사, 당신에게는 유우호라이드 치료가 필요합니다. 그것도 지금 곧 말입니다."
휴머노이드는 냉정하게 말했다.
박사는 공포에 질려서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
 
아이언스미스란 어떤 자인가?
 
이 때, 또 한 대의 휴머노이드가 가까이 다가왔다. 두 대는 서로 뭔가 전자파의 말을 주고받았다. 휴머노이드가 박사 쪽을 향했다.
"유우호라이드 치료는 좀 연기하겠습니다. 박사님께서도 잘 알고 계시는 아이언스미스 씨가 꼭 당신을 만나고 싶다고 해서.“
포리스터 박사는 또 한 번 크게 놀랐다.
"아이언스미스! 그는 유우호라이드 치료를 받지 않았단 말인가?"
"아이언스미스 씨는 불행하지 않습니다. 불행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치료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휴머노이드는 이렇게 말하고는 박사의 손을 잡고 탈 것 쪽으로 되돌아왔다. 탈 것은 또다시 요술 양탄자처럼 공중을 미끄러져 나가기 시작했다.
탈 것이 달리는가 했더니 곧 멈추었다.
거기에는 한 채의 아주 구식 나무 집이 있었다. 이러한 구식 집은 휴머노이드가 오기 전에 벌써 사라졌어야 할 집이었다. 포리스터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탈 것이 현관 앞에 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띨 것은 그 낡은 자전거였다.
아이언스미스가 나왔다. 여전히 너절한 모습이고, 입에는 파이프를 물고 있었다.
모두가 놀라운 일들뿐이었다. 휴머노이드 식으로 생각한다면, 자전거도 담배도 인간에게는 위험하고 유해한 것이 틀림없다........
"여, 포리스터 박사님, 오랜만입니다.“
하고, 아이언스미스는 밝게 웃으며 박사의 손을 잡았다.
박사는 가슴이 미어지는 느낌이었다. 정말 오래간만에 살아 있는 사람을 만난 느낌이었다.
아이언스미스는 방안으로 박사를 안내했다. 거기에는 또 놀라운 것이 있었다.
방은 연구실인 듯 컴퓨터를 비롯한 여러 기계류와 화학 약품, 그리고 참고서 따위가 마구 흩어져 있었다.
박사는 이러한 것들을 모두 빼앗기고 만 것이다....
"이게 어찌 된 일이야? 어째서 자네만 이 같은 특별 대우를 받고 있나?“
하고, 포리스터 박사는 짙은 의심과 너무나 부러운 마음에 소리를 질렀다.
"별로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거짓말이다. 설마 자네도 휴머노이드는 아니겠지? 자네는 화이트한테도 휴머노이드를 감싸고 있었어."
"내가 휴머노이드를 변호한 것은 그들이 전쟁을 못하게 하는 오직 하나의 방법을 가르쳐 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니, 그것은 자네가 처음부터 휴머노이드의 간첩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르지.“
아이언스미스는 명랑하게 웃었다.
"나는 사람입니다. 조사해 보십시오."
"그러면, 어찌 된 셈이냐. 어째서 그들은 자네를 이처럼 자유롭게 내버려두는 거야?“
"그것은 내가 고통이나 슬픔을 전혀 느끼지 않기 때문입니다.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고통이나 슬픔을 없애기 위해서 봉사하는 기계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나를 내버려두는 겁니다.“
박사는 얼굴을 붉히며 계속 공박을 해댔다.
"그런데, 자네는 어째서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는 거야? 인간이 기계의 지배를 받고 있지 않은가. 인간이 자유를 빼앗기고 있잖아!"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간이 아무 까닭도 없이 기계를 미워하고 싫어하고 있어요. 그러나 기계는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기계를 받아 들여야 합니다."
"그렇게는 할 수 없다!"
"할 수 있습니다. 나를 좀 보시오."
"자네는...... 자네는 인류의 배반자야!"
포리스터 박사는 외쳤다.
아이언스미스는 약간 이맛살을 찌푸리며 머리를 가로 저었다.
"당신은 저 화이트 일파처럼 고집이 세군요."
포리스터 박사는 갑자기 화이트와 제인을 생각했다.
저 드래건록 등대의 폐허에서 만난 후로 여러 가지 복잡한 일들이 계속되었기 때문에, 그들을 완전히 잊고 있었던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화이트의 말대로 되고 말았다!
그는 아이언스미스를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자네는 화이트들을 휴머노이드에게 밀고해서 잡아가게 했지? 그렇지!"
아이언스미스는 머리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 후로는 만나지 못했습니다. 실은 그들을 만나고 싶어서 몹시 찾았지만 아무 데도 없었어요."
EMB00000cec438d"왜 만나려고 했나?"
"그들은 일종의 광신자들입니다. 휴머노이드가 애써 만들어 준 평화를 파괴해 버리려고 안간힘을 다하고 있어요. 그들은 아주 위험한 존재입니다."
"나는 화이트의 편이다. 만일 할 수만 있다면, 그들을 도와서 휴머노이드들의 세계를 쳐부수고 싶다.“
하고 말하며, 포리스터 박사는 이를 악물었다.
아이언스미스는 불쑥 슬픈 표정을 지었다.
"참 유감입니다, 박사님. 나는 될 수 있으면 당신과 손을 잡고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틀린 것 같군요.
"영원히 틀렸다!"
포리스터 박사는 외쳤다.
그랬더니, 뒤쪽에서 한 대의 휴머노이드가 박사의 어깨를 잡아당겼다.
"박사님, 댁으로 돌아가 식사를 하실 시간입니다."
 
로봇 불도저
 
휴머노이드가 내놓은 저녁 식사는 아주 훌륭한 것이었다. 하지만 포리스터 박사는 전혀 맛이 없었다.
"당신의 소화 기관은 아주 약해져 있습니다. 유우호라이드 치료를 권해 드리고 싶은데요........“
하고, 한 대의 휴머노이드가 말했다.
박사는 깜짝 놀라 몸이 긴장되었다.
"아이언스미스 씨가 좀더 기다려 보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앞으로 2, 3일 동안 연기하기로 하겠습니다.“
박사는 마음을 놓고 의자에 편히 앉았다. 왜 아이언스미스가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유우호라이드 치료를 받지 않는 것만은 고마왔다.
휴머노이드들이 나간 뒤에도, 그는 의자에 멍청히 앉아 있었다. 모든 일이 절망적이었다. 무엇을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바로 그 때였다.
"포리스터 박사님, 들립니까?“
갑자기 귀에 익은 소리가 가냘프게 들려 왔다. 박사는 긴장하며 주위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방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내 정신이 이상해진 것일까......?'
그는 불안해졌다. 그러나 그 때, 똑같은 소리가 이번에는 좀더 분명히 머릿속에서 들려 왔다.
"포리스터 박사님 -저여요. 제인입니다!"
"제인, 너 지금 어디 있니?"
그는 뜻하지 않게 큰 소리로 외쳤다.
살펴보니, 어디서 나왔는지 의자 바로 옆에 그 초라한 모습을 한 제인이 서 있었다.
텔레포테이션으로 온 것이다!
"구하러 왔습니다, 박사님. 자, 어서 나와 함께 가 주셔요."
"하지만, 어떻게?"
"텔레포테이션으로 말입니다. 제가 도와 드리죠. 박사님은 꼭 하실 수 있습니다.“
"그건 무리다."
"무리가 아닙니다. 정신을 집중해서 '여기서 나가고 싶다.'고 생각하십시오."
하며, 제인은 열심히 권했다.
이 때, 갑자기 문이 열렸다. 그리고 한 대의 휴머노이드가 얼굴을 내밀었다.
"포리스터 박사님, 누구와 얘기를 하고 있습니까?“
하면서 휴머노이드는 들어오려고 했다.
"제인, 도망쳐라!"
박사가 외쳤다.
이 때, 아주 기묘한 일이 일어났다. 방금, 지금 제인을 잡으려고 하던 휴머노이드가 별안간 무릎이 꺾이며 쓰러지고 만 것이다. 그리고 얼굴 주변에서는 자색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플라스틱 타는 냄새가 코를 질렀다.
도대체 이것이 어찌 된 셈일까?
"제가 한 짓입니다. 휴머노이드의 전자뇌에는 칼륨 원자가 들어 있는데, 나에게는 그 원자를 태워 버릴 힘이 있습니다.“
제인이 말했다.
"자, 어서요! 우물쭈물하고 있으면 늦습니다.“
"좋아, 해 보지!"
포리스터 박사는 바로 눈앞에서 본 제인의 초능력의 위력에 용기를 얻어 필사적으로 정신을 집중시켜 보았다.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로 격렬한 정신 집중이었다.
박사는 가냘픈 숨을 몰아쉬며 눈을 떴다.
그는 여전히 방안에 있었다.
"안 된다! 나는 할 수가 없어."
포리스터 박사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조금만 기다리셔요!"
제인이 눈을 감고 말했다
"화이트 씨가 묻고 있습니다. 휴머노이드들을 쳐부술 방법이 없겠느냐고요."
텔레파시다. 그레이트스톤이 화이트의 생각을 텔레파시를 통해서 제인에게로 보내 온 것이다.
"꼭 한 가지 있다. 만일 휴머노이드들이 지하에 있는 미사일 기지를 파괴하지 않았다면, 미사일 기지에는 그들의 본거지인 51 제 4 행성을 박살 낼 수 있는 로우드 자기 추진의 반물질 폭탄을 장치한 미사일이 발사 준비를 끝내고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제인은 눈을 감고, 박사의 말을 텔레파시로 번역해서 어딘 가로 보내고 있는 듯했다.
곧 대답이 왔다.
"화이트 씨의 말입니다-오버스트리트 씨의 천리안에 따르면, 그 지하 기지는 지금 휴머노이드의 불도저가 파괴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 곧 달려가면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좋아, 해 보자! 화이트 씨에게 말 좀 전해 줘. 내가 지하실에 도착할 때까지 나를 안전하게 지켜 달라고 말이야.“
"그건 염려하지 마셔요. 휴머노이드가 방해를 한다면 내가 부숴 버리고 말겠어요.“
"하지만, 거기까지 가는 도중에는 많은 전자 자물쇠들이 있어서 지나가지 못할 텐데.“
"그것도 걱정 없습니다. 럭키 포드 씨가 텔레키네시스로 열어 줍니다.“
"좋아! 그렇다면 어서 가자!"
포리스터 박사는 제인의 팔을 붙들고 말했다. 제인이 고개를 끄덕이었다.
문 가까이 가자 전자 자물쇠로 잠겨 있던 문이 열렸다. 럭키 포드가 텔레키네시스로 열어 준 것이다!
"이 쪽이다!"
하고, 포리스터 박사는 복도를 달렸다.
그들은 밖으로 나왔다.
스타먼트 천문대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으나, 미사일 기지로 통하는 기계실이 있는 건물은 아직 그대로 남아있었다.
자세히 보니, 역시 거대한 불도저가 그 건물과 지하를 파헤치려고 하고 있었다!
"서두르자!"
박사는 건물 입구까지 왔다. 그 순간 두세 대의 휴머노이드가 모습을 나타냈다.
그러나 제인이 노려보았더니, 휴머노이드들은 곧 벌떡벌떡 겹쳐 쓰러졌다. 칼륨 원자를 파괴당하여 부서지고 만 것이다.
"자, 이 때다!"
박사는 제인의 손을 잡고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러나 그 순간, 건물은 큰 지진이나 만난 듯이 마구 흔들리고, 콘크리트 파편이 비오듯 쏟아져 내렸다.
"불도저가 우리를 봤어요. 그래서 우리를 막으려는 거여요!"
하고, 제인이 비명을 질렀다.
EMB00000cec438e"막을 수 없을까?"
"안 돼요. 휴머노이드라면 막을 수 있지만, 로봇 불도저는 다른 전자뇌를 가지고 있어요!"
와르르르 !
벽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거기에서 거대한 게 같은 망치를 휘두르며, 로봇 불도저가 모습을 나타냈다. 그리고 이 쪽을 향해 돌진해 오고 있었다......
"화이트 씨, 살려 주셔요!"
제인이 힘껏 소리쳤다.
그러자 그 순간, 두 사람을 당장 밀어 버릴 듯이 다가오던 로봇 불도저가 갑자기 빙글 방향을 바꾸었다. 그리고는 무서운 기세로 두꺼운 벽을 뚫고 미친 듯이 밖으로 튀어 나갔다.
"어찌 된 일일까?“
포리스터 박사가 멍청히 서서 말했다.
"럭키 포드 씨의 텔레키네시스가 틀림없습니다! 그가 로봇 정신 동력으로 못 쓰게 만들었어요. 저길 좀 보십시오!"
로봇 불도저는 바위를 뚫고, 숲을 짓밟으며 자꾸만 돌진해 나갔다. 그 다음에는 큰 벼랑에서 한쪽 캐터필러를 헛 딛고 말았다.
다음 순간, 로봇 불도저는 크게 기울어지며, 밑으로 밑으로 곤두박질을 하며 떨어졌다.
"내가 여기서 휴머노이드들을 막겠습니다. 그 동안에 박사님은 미사일의 발사 버튼을 눌러 달라는 화이트 씨로부터의 부탁입니다!"
제인이 말했다.
"알았어! 5분이면 다녀올 수 있다. 그 때까지 여기서 기다려 줘.“
포리스터 박사는 이렇게 말하며 낯익은 기계실로 뛰어 들어 갔다.
 
텔레포테이션
 
스위치를 눌렀으나 기계실은 움직이지 않았다. 불도저가 전원을 파괴한 것이 틀림없다 !
박사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는 곧 옆에 있는 양탄자를 걷어올렸다. 거기에는 고장에 대비해서 준비된 비상 해치가 있다.
기름 냄새가 나는 축축한 공기가 확 코를 질렀다. 박사는 주저 없이 어두운 지하실로 발을 들여놓았다. 걸어가면 지하 미사일 기지까지 20분 걸린다.
물론 박사는 각오가 되어 있었다.
휴머노이드들을 타도하고 인간의 자유를 되찾을 수 있다면 죽어도 좋았다.
그는 비상 사다리를 타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려갔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했을 때, 그는 겨우 콘크리트 바닥에 닿았다. 바닥은 물투성이였다. 어디선가 물이 새어 나온 것이다.
그는 철썩철썩 물 속을 헤치며 기지 쪽으로 걸어갔다. 희미한 불이 켜져 있어서, 발 밑은 겨우 분간할 수 있었다. 터널도 아주 길게 느껴졌다. 그러나 야광 시계를 보니, 아직 15분도 되지 않았다.
갑자기, 그는 기계실 바로 밑의 동굴로 나오게 되었다. 벽은 파괴되고 거기에서 불빛이 새어 나왔다.
그는 벽 틈으로 몸을 비스듬히 하여 들어갔다.
그리고는 앗 하고 소리를 지르며 눈을 크게 떴다.
없어졌다.
미사일이 말이다........ 박사가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고 지켜 온 미사일이 한 기도 없다. 모두 누군가가 가져가 버린 것이다. 그러나 휴머노이드들은 이 곳의 비밀을 전혀 알 까닭이 없었다......
갑자기 포리스터 박사의 머리에 한 가지 생각이 번득였다. 이 곳의 비밀을 휴머노이드에게 밀고한 사람을 알아 낸 것이다.
"아이언스미스의 짓이다 ! 그놈이 이 기지의 비밀을 휴머노이드에게 판 것이 분명하다. 그놈이 특별 대우를 받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노여움이 치솟아 주먹으로 바위벽을 마구 때렸다. 주먹이 갈라지고 피가 흘렀다. 어두운 절망이 그를 뒤덮었다.
똑딱, 딱딱 하는 금속성 소리가 들려 왔다.
"포리스터 박사님, 이런 곳에 계시면 안 됩니다. 건강에 해롭습니다.“
거기에는 한 대의 휴머노이드가 조용히 서 있었다.
그는 박사들의 행동을 모두 알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박사는 더 이상 대항할 수 없어서 멍하니 휴머노이드를 보고 있었다.
"위로 올라갑시다. 도와 드리죠."
휴머노이드는 이렇게 말하더니, 갑자기 박사를 가볍게 안아 올렸다. 어디에 있었는지, 또 한 대의 휴머노이드가 어떤 기계를 조작했다. 그러자 부서진 기지의 천장에서 두꺼운 원통 같은 것이 내려왔다. 그것은 일종의 엘리베이터였다. 휴머노이드는 자동적으로 열린 문을 통해서 원통 안으로 들어갔다.
원통은 굉장한 속도를 내며 위로 올라갔다.
"포리스터 박사님, 그 애는 어디로 갔습니까?“
갑자기 휴머노이드가 물었다.
'그렇다면, 제인은 아직 그들의 손에 붙잡히지 않았군. 그것 참 잘 됐다.'
포리스터 박사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애, 나는 모르겠는데."
"아니, 알고 계십니다. 아까 까지 함께 계셨습니다. 어디로 갔는지 알고 계시죠? 가르쳐 주시오."
"어째서 그런 어린애에 신경을 쓰나?“
"그 어린이는 위험합니다. 기계로써는 어쩔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어, 그 힘으로 평화를 해치려고 하고 있습니다."
포리스터 박사는 입을 다물었다.
얼마 후에 원통 엘리베이터는 위에 닿았다. 거기에는 휴머노이드의 지상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박사는 지상차에 태EMB00000cec438f워졌다.
지상차는 곧 무서운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제인은 아마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 것을 알고, 텔레포테이션으로 화이트에게 도망쳤을 거야. 아아...... 나에게 그런 능력이 있으면 그들에게로 도망을 칠 텐데........‘
박사는 아무 소용도 없는, 그런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지상차가 어딘가에 닿았다. 그 곳은 빛나는 결정체로 만들어진, 미묘하게 생긴 고층 건물이었다.
휴머노이드들은 박사를 정중하게 건물의 한 방 안으로 데리고 갔다.
거기에는 몇 대의 휴머노이드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포리스터 박사님, 당신은 점점 위험한 인간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지금까지 아이언스미스 씨의 충고에 따라 당신에게 유우호라이드 치료를 연기해 왔지만, 오늘 일로 보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고, 한 대의 휴머노이드가 말했다. 포리스터 박사는 기가 질렸다.
"기, 기다려...... 그것만은 용서해 줘. 나는 지금 이대로의 내가 좋단 말이야."
"안 됩니다. 현재의 당신은 불행합니다. 아무래도 유우호라이드 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휴머노이드는 무뚝뚝하게 이렇게 말하고는, 다른 한 대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 휴머노이드가 박사에게 다가왔다. 금속으로 만든 손에는 작은 주사기가 쥐어져 있었다.
두 대의 휴머노이드가 박사의 몸을 꼭 누르고 있었다. 반항하려 해도 꼼짝할 수가 없었다.
주사 바늘이 번쩍 하고 빛나며 다가왔다.
'아아, 화이트, 제인, 나를 살려다오!'
박사는 공포에 질려 마음속으로 필사적으로 외쳤다.
그 순간 ---주위가 어두워졌다.
 
윙 제4 행성
 
다음 순간, 포리스터 박사는 낯선 동굴 같은 곳에 있었다.
싸늘한 공기가 매우 상쾌했다.
"여, 포리스터! 마침내 와 주었군!“
귀에 익은 굵은 목소리가 들려 왔다.
박사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는 붉은 턱수염의 철학자-화이트였다. 그 뒤에는 텔레파시의 능력자인 그레이트스톤, 정신 동력자인 럭키 포드, 천리안의 오버스트리트가 있었다.
"박사님, 다친 데는 없으십니까?"
제인이 물었다.
"나는 지금...... 텔레포테이션을 한 것이군...."
박사는 믿어지지 않는 기분으로 물었다.
"그래요.“
"하지만, 나에게는 그런 초능력이 없었는데.“
"아니, 자네에게는 자신은 느끼지 못하지만 역시 초능력이 있었어. 그래서, 자네가 제일 강하게 우리들의 도움을 요청하는 순간을 노려서 협력을 한 거야. 그래서 텔레포테이션이 이루어 졌지.“
"고마와, 화이트, 제인, 그리고 모두들."
포리스터 박사는 진정으로 모두에게 인사를 했다.
"아니, 인사까지 할 필요는 없네, 포리스터. 그보다도 이렇게 모두들 한 자리에 모였으니, 자네의 협력을 얻어 곧 휴머노이드를 공격할 계획을 의논하자."
"하지만...... 휴머노이드를 공격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무기를 놈들에게 빼앗기고 말았어."
포리스터 박사는 고개를 떨구며 이렇게 말했다.
"알고 있네. 하지만 그것이 단 하나의 무기만은 아니야, 포리스터."
화이트가 자신 만만하게 말했다. 박사는 놀라며 상대편을 보고 있었다.
"그럼, 그 무기는 어떤 것인가?“
"자네 자신이야. 자네 자신과 제인이지.“
"나 자신이라고!"
포리스터 박사는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어서 멍청히 화이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화이트가 끄덕이었다.
"그렇다네. 자네는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로우드 자기학자다. 그리고 지금 인간의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저 보기 흉한 괴물 기계인 휴머노이드들도 그들이 태어난 세계, 윙 제 4 행성에 있는 로우드 자기 전자 뇌 센터의 지령에 의해서 움직이고 있다.
그러니, 자네가 윙 제 4 행성에 가서 그 전자 뇌 센터에 손을 댄다면, 그들은 다만 우리의 명령에만 따르는 기계가 될 것이야. 그리고 우리들은 또다시 자유를 찾게 되지."
"하지만.......“
포리스터 박사로서는 뭐가 뭔지 아직도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윙 제 4 행성은 여기서 2백 광년이나 떨어진 곳에 있지. 거기에 가기 위해서는 로우드 자기 엔진을 갖춘 우주선이 필요한데, 모든 공항이 엄중하게 감시당하고 있어서 접근하기가 어려울 거야.“
"우주선 따위는 필요 없네."
화이트가 경멸하듯이 말했다.
"우리에게는 텔레포테이션이라고 하는 능력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2백 광년이나 되는데......!"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윙 제 4 행성에서 도망쳐 나왔다고 생각하나? 텔레포테이션 이외의 방법으로는 절대로 빠져 나을 수가 없어."
포리스터 박사는 그저 놀라움 때문에 고개를 끄덕일 따름이었다. 그러나 곧 또다시,
"하지만 그건 나에게는 무리야. 여기까지도 가까스로 왔는데 ........."
화이트는 빙그레 웃었다.
"포리스터, 자네는 여기가 어딘 줄 아나?“
"글쎄, 어떤 동굴 속이겠지. 그밖에는 모르겠어."
"이 곳은 동굴이 아니야. 지하 3백 킬로미터의 지하 세계다."
"지하 3백 킬로미터라고!"
"그렇다네. 그 사이에는 지각이 있고, 모호로비치 단층이 있다. 이 곳은 맨틀이라고 부르는 딱딱한 지층 속이야. 기계의 힘으로는 도저히 이 곳까지 올 수가 없다. 그러니까 우리는 안전한 거야."
"그 딱딱한 지층을 박사님께서는 텔레포테이션으로 뚫고 왔어요. 우주 공간을 나는 것도 마찬가지여요."
제인이 옆에서 타이르듯 말했다.
"물론 훈련이 필요하지. 그리고 그 때는 우리 모두가 협력할 거야. 포리스터, 자네라면 꼭 할 수 있어. 자신을 가져야 해. 그리고 인류를 위해서 인간의 자유를 되찾아야 하네!"
화이트가 격려하듯이 외쳤다.
포리스터 박사는 잠시 아무 말 없이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러나 얼마 후 결심을 한 듯 머리를 끄덕이었다.
"좋아, 해 보지. 인류를 위해서라면!"
 
전자 뇌 센터
 
그 후, 심한 훈련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아무리 정신을 집중해도 되지 않았다. 불과 수십 미터의 텔레포테이션도 잘 되지 않았으며, 끝내는 지쳐서 쓰러지고 만다.
"그러나, 그 때는 하셨는데."
제인이 격려를 했으나 박사는,
"그 때는 유우호라이드 치료를 받기보다는 죽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었지. 그런데 아무리 해도 그만큼의 정신 집중이 되지 않는다........ 너희들과는 달라.“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그와 같은 초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 쓰는 법을 모르고 있을 뿐이어요."
"음.........."
포리스터 박사는 말했다.
"나도 처음에는 믿지를 않았다. 너희들의 초능력은 일반 물리학이나 생물학으로 생각한다면 불가능한 것 투성이니까 말이야. 그러나 이렇게 실제로 눈앞에 보고, 아주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자신이 경험했기 때문에 생각이 달라졌다. 결국, 텔레포테이션이라는 것은 인간을 다시 한 번 되돌리고, 그 원자를 원하는 곳에서 다시 조립하여 인간으로 되돌리는 능력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결코 비과학적인 것은 아니다.“
포리스터 박사는 이맛살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기며 말했다. 머릿속에서는 영감이 심하게 불꽃을 튀겼다.
"그래! 알았다! 문제는 내 머릿속에 있었던 상식이었어. 보통 물리학에서는 인간은 바위를 뚫고 나갈 수 없다는 의식이 초능력을 내는 것을 방해하는 거야. 그것만 없어지면 꼭 할 수 있다. 좋아! 한번 해 보자!"
하고, 포리스터 박사는 눈을 감았다.
갑자기 박사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러나 또다시 나타났는데, 손에는 한 송이 풀꽃을 들고 있었다.
"자, 해냈다! 나는 지금 지상으로 올라가 거기에 나 있는 꽃을 따 왔어."
"잘 하셨어요!"
하고, 제인은 포리스터 박사에게 매달렸다. 박사는 그 꽃을 가만히 제인의 머리에 꽃아 주었다.
"자, 이젠 자신이 생겼다. 앞으로는 제인이 안내만 해 주면 된다.“
"우리도 준비가 다 되어 있네."
화이트가 힘주어 말했다.
"우리들은 여기에서 윙 제 4 행성을 지켜보고 있다가 필요할 때는 충고를 하거나 도와주겠어."
"지금이 제일 좋은 때입니다.“
천리안을 가진 오버스트리트가 말했다.
"전자 뇌 센터에서는 지금 휴머노이드의 경비가 아주 허술해져 있는 듯해요."
"당신네들이 도착할 때면, 가운뎃문의 전자 자물쇠를 열어 놓겠어 .“
럭키 포드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자, 그럼 제인, 어서."
"가셔요!“
하고, 제인이 외치는 순간 포리스터 박사는 갑자기 주위가 캄캄해지는 것을 느꼈다. 눈 속에서는 빨강, 노랑, 녹색의 아름다운 빛깔이 번쩍번쩍 빛나고 있었다
"도착했어요!“
제인의 목소리에 눈을 떠보니, 그 곳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아름다운 녹색 언덕에 둘러싸인 큰 건물의 발코니였다.
텔레포테이션은 두 사람을 순식간에 2백 광년이나 떨어진 윙 제 4 행성의 전자 뇌 센터로 옮겨 간 것이다!
 
EMB00000cec4390뜻밖의 인물
 
포리스터 박사는 발코니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밑은 거대한 로봇 공장으로서, 지금도 몇 척의 우주선이 휴머노이드를 싣고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주선 주위에서 일하고 있는 휴머노이드들의 무리가 마치 개미의 큰 무리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해서 오늘도 저 쪽 세계로 휴머노이드들이 나아간다. 그리고 그 때마다 인간의 세계가 기계의 노예로 되어 가는 것이다.“
포리스터 박사가 말했다. 가슴속에서는 더욱 격렬한 투지가 불타올랐다.
"어떻게 해서든지 전자뇌를 고쳐 놓아야지."
두 사람은 손을 잡고 문 쪽으로 갔다. 문은 이미 럭키 포드의 정신 동력으로 열려 있었다.
"전자뇌의 중심부는 이 복도 끝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3층으로 내려간 곳에 있다.“
오버스트리트가 천리안으로 투시한 것을 그레이트스톤이 텔레파시로 알려 주었다. 두 사람은 지시대로 나아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13층에서 내렸다.
"조심해! 돌아가는 모퉁이에 경비를 하고 있는 휴머노이드가 한 대 있다!"
하고, 그레이트스톤이 경계 경보를 내렸다. 두 사람은 바짝 벽에 붙었다. 휴머노이드가 다가왔다. 그 순간, 제인의 텔레파시를 받아 휴머노이드는 엷은 연기를 내뿜으며 옆으로 쓰러졌다.
"여기다. 여기가 전자뇌의 중심부다.“
포리스터 박사는 그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 곳은 아주 큰방으로, 그 곳에는 가로 세로로 십자로 끼워 맞춘 코드와 테이프가 늘어서 있었다.
이 방이야말로 전 세계의 휴머노이드들에게 지령을 내보내고 있는 전자뇌의 중심부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 4 섹션이다. 이 곳을 개조하면 딴 곳은 저절로 달라지고 말 것이다.“
포리스터 박사는 좁은 통로를 따라 터벅터벅 걸으며, 작은 목소리로 제인에게 말했다.
제 1 섹션, 제 2 섹션을 아무 일 없이 통과했다. 휴머노이드들은 오늘은 출동하기에 바빠서 경계를 소홀히 하고 있는 듯했다. 그런데, 이 때였다.
"경계하라, 포리스터 박사. 제 3 섹션부터 그 앞이 오버스트리트의 천리안으로도 잘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그 주변에 초능력을 차단하는 장치가 설치되어 있는 듯하다.“
그레이트스톤의 텔레파시가 말했다.
포리스터 박사는 더 한층 긴장하여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나아갔다. 그 동안에 초능력을 가로막는 힘이 더욱 강해졌는지, 그레이트스톤의 목소리도 점점 가늘어지고 흐려지더니 마침내는 꺼져 버렸다.
제 3 섹션에도 아무도 없었다. 제 4 섹션이 보였다. 이 곳은 지금까지의 장소와는 달리 수많은 빛깔이 번쩍였다 꺼졌다 하여, 마치 꿈속에나 보는 동화의 나라 같은, 이상한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빛의 하나하나가 인간의 뇌 세포의 하나하나에 해당되며, 생각하는 힘은 몇만 몇십만이나 되는 아주 강력한 것이다. 박사가 할 일은 그 세포가 하는 일을 조금만 바꾸어 놓으면 된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제인.“
박사는 이렇게 말하며 성큼 제 4 섹션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포켓에서 준비해 온 연장을 꺼냈다.
로우드 자기 전자뇌는 박사의 전문이다. 그는 이 거대한, 생각하는 기계의 구조도 한눈에 알 수 있다.
그는 연장을 들고 전자뇌의 중앙부로 가까이 갔다.
그 곳에 배치된 선을 모두 뜯어서 딴 회로에 연결시키기만 하면----그렇게만 한다면, 지금 몇십 개나 되는 우주 국가를 지배하고 있는 휴머노이드들은 한낱 쓸모 없는 기계로 변하고 마는 것이다.
"여, 포리스터 박사님.“
연장 끝이 기계에 닿으려는 순간, 갑자기 뒤에선 앙칼진 소리가 들려 왔다.
포리스터 박사는 그가 누구인지 뒤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아이언스미스의 목소리였다!
 
새로운 인류 계획
 
포리스터 박사는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연장을 기계에 끼우려고 팼다. 그런데, 그 순간 손이 마비되고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럴 수가!"
그는 신음 소리를 냈다. 텔레포테이션을 써서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그것도 허사였다. 어떤 무서운 힘이 작용을 해서 그의 몸은 빙글 돌았다.
거기에 아이언스미스가 서 있었다.
"포리스터 박사님, 마침내 이 곳까지 오셨군요. 오실 줄 미리 알고 있었지만."
아이언스미스가 조용한 어조로 말했다.
"이놈.... 인류를 배반한 놈. 여기까지 나를 방해하려고 왔느냐......."
"그렇소. 그러나 나는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이 인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방해를 하는 겁니다.“
"뭐라고? 괴물 기계인 휴머노이드에게 인류를 팔아먹은 놈이 뻔뻔스럽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나?"
아이언스미스는 또다시 밝게 웃었다.
"포리스터 박사, 내가 어째서 이 윙 제 4 행성에 있는지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습니까?“
"그건........"
포리스터 박사는 말문이 막혔다. 하기야 그건 이상한 일이었다. 비록 그가 휴머노이드의 간첩이었다 해도, 어지간히 중요한 일이 아니고서는 이 전자 뇌 센터에 들어올 수가 없다.
포리스터 박사는 긴장되었다.
"아이언스미스, 도대체 너는 어떤 놈이냐? 너는 가짜 이름을 사용하고 있지?"
"가짜 이름이 아니고, 그것은 내가 지구에서 사용하는 본명입니다.“
"그렇다면...... 너는 딴 세계에도 있었다는 말이냐?"
"물론이죠. 나는 휴머노이드가 진출한 모든 행성에 있었습니다. 휴머노이드의 일하는 상태를 조사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도대체 너는 누구냐!"
포리스터 박사는 절규를 했다.
"나의 본명은 워렌 맨스필드. 휴머노이드의 발명자입니다.“
아이언스미스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 없다. 그가 휴머노이드를 발명한 것은 90년 전의 일일 것이다. 그런데 너의 나이는 기껏해야 서른 살 전후가 아닌가?“
"아니, 정말 내 나이는 180세입니다. 그런데 1백 살쯤 되었을 때, 나는 내 몸을 젊게 만드는 연구에 성공했어요. 그러고 나서는 나이를 먹지 않습니다.“
아이언스미스-아니 맨스필드는 다시 한 걸음 포리스터 박사에게로 다가왔다.
"박사님, 이제 진상을 밝혀 드리지요. 나는 인간들이 과학 기술을 발달시키면 틀림없이 서로 싸움을 시작하여, 우주 전쟁을 일으켜 서로 죽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휴머노이드를 만든 것입니다.
물론 그렇게 되면, 인간의 자유는 어느 정도 빼앗깁니다. 하지만 전멸하고 마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그리고, 인간이 과학이라는 것의 참다운 가치를 알 때까지는 휴머노이드들이 하는 대로 내버려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선 안 돼! 인간에게는 기계에 없는 초물리학 적인 초능력이 있다!"
"그렇습니다. 그러나 과학 기술마저도 참다운 평화를 위해서 사용할 수 없는 인류가, 만일 기계의 지배에서 벗어나 초능력을 마구 휘둘러 대면 어떻게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세계는 엉망진창이 되고 말 것입니다."
맨스필드는 타이르듯이 말했다.
"물론 나는 휴머노이드들에게 언제나 인간을 감시시킬 생각은 없습니다. 때가 오면, 기계는 역시 인간에게 봉사하도록 할 작정입니다. 그리고, 그 때야말로 화이트라든지, 제인이라든지 하는 초능력자들이 앞장을 서서, 새롭고 보다 뛰어난 인류를 만들 때입니다. 초능력과 기계력을 합친 힘 -그것이야말로 최후의 훌륭한 힘입니다.“
포리스터 박사는 어느 새 자신의 몸이 자유스러워진 것을 알았다. 뒤를 돌아보니 제인이 다가오고 있었다.
"포리스터 박사님...... 나, 우리들이 잘못이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어요. 화이트 씨 들도 그렇게 말하고 있어요.“
제인이 조용히 말했다.
"물론 박사님도 찬성하시겠지요?“
포리스터 박사는 얼마 동안 대답이 없었다. 그리고는 오른손을 슬그머니 맨스필드에게로 내밀었다.
"나도 당신의 그 새로운 인류 계획에 참가를 할 수가 있을까요?"
"물론이죠!"
맨스필드는 밝게 웃었다
전자뇌의 일곱 빛깔 무지개가 서로 손을 맞잡은 세 사람의 모습을 아름답게 비추고 있었다. 그것은 아주 옛날 하늘의 모습 같았다.
 
 
작품 해설
 
우주 생물과의 다툼 <심해의 우주 괴물>
 
어느 날 밤, 영국 버크셔의 사람들은 거창하리만큼 큰 유성이 하늘을 가로지르는 것을 보고 큰 소동에 휩싸인다. 유성은 큰 소리를 내며 근방의 채석장에 떨어졌다. 사람들이 가보니 그것은 유성이 아니라 엄청나게 큰 원통으로, 땅바닥에 큼직한 구멍이 뚫어져 절반쯤이 묻혀 있었다.
"무엇일까?"
신기하게 지져 보고 있는 사람들 앞에서 원통의 뚜껑이 열리더니 안에서 보기에도 끔직한 생물이 나왔다.
"화성인이다!"
놀라 떠드는 사람들에게 화성인은 불가사의한 광선을 퍼붓는 것이다. 이 광선에 맞으면 인간이나 나무나 건물 따위가 곧 재가 되었다. 총이나 대포를 쏘거나 폭탄을 던져도 화성인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지구는 화성인에게 점령되고 말 것이다!"
하고 사람들은 공포에 사로잡히게 되는데, 이 이야기는 영국의 유명한 작가 H. G. 웰즈가 쓴 우주전쟁이란 SF 소설의 줄거리 입니 다.
이 작품에는 화성인이 주요 인물( ?)이 되고 있으나 주지하다시피 이 우주에는 화성이나 목성, 수성, 금성 목성 따위의 행성들이 태양의 둘레를 돌고 있고, 이 개개의 행성 둘레를 달과 같은 위성이 돌고 있습니다. 별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가령 태양은 널리 알려진 별이지만 이러한 별이 2천억 개 가량이 모여 은하계라는 한 그룹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지구와 같은 행성을 거느리고 있는 태양이 2천억 개가 있는 것입니다. 다시 또 놀라운 것은 이 대우주에는 앞의 은하계와 같은 <섬 우주>가 몇 천억 개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이라든지 동물, 혹은 식물 따위의 생물은 모두 지구상의 자연 조건이 여러 가지로 결합되어 생겨난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구와 비슷한 딴 행성에도 생명이 생기고, 그것이 인간과 같이 고등 생물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리는 얼마든지 상상할 수 있습니다. SF소설에 등장하는 신기한 생물들은 모두 그러한 상상의 산물인 것입니다.
그러한 별들에는 이 지구와는 아주 딴판인 생물이 살고 있을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더구나 개중에는 인류보다도 일찍 몇십만 년이나 몇백만 년 전에, 혹은 몇억 년 전에 태어나 진화된 것이 있을는지도 모릅니다. 만일 그렇다면, 그러한 생물은 지구의 인간보다도 훨씬 높은 지능을 가지고 뛰어난 과학의 힘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도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만약 그러한 우주 생물이 다른 별에서 지구로 내습해 오면 도대체 어떻게 될까?'
여러분은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과학적인 공상을 그린 SF에서는 여러 작가들이 지구를 습격해 온 우주 생물의 이야기를 쓰고 있으나, 여기 소개한 윈담의 <심해의 우주 괴물>도 그러한 작품 중의 하나입니다.
특히 이 작품은 종래의 SF와는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도 지구의 인간과 다른 별에서 온 생물과의 전쟁을 다루고 있으나, 윈담은 가령 평년과는 다른 추운 여름이라든지. 어처구니없는 홍수라든지, 늘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을 배경으로 사건을 전개시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주의 침략자>
 
이 소설의 특색은, 로봇과 초능력이라는 SF의 테마를 두 개씩이나 꾸며 넣어 이야기를 끌고 나간 점입니다. 텔레포테이션 (정신력 이동), 텔레파시 (원격 정신 감응), 텔레키네시스(염동력) 등의 초능력을 가진 철학자 화이트들이 이상한 활약을 하게 되는데, 이 중에서 인간을 일단 원자로 되돌아가게 해서, 그 원자를 원하는 곳에서 다시 조립하여 인간으로 되돌아가게 함으로써, 아무리 먼 곳으로도 이동시킬 수 있는 텔레포테이션을 제외한 그 밖의 능력들은 크고 작은 차이는 있지만, 이미 발견된 능력입니다.
모두들 경험하고 있는 일이지만, 예감이라든지 천리안이라든지, 남의 기분을 알아맞히는 일 따위는 그리 신기한 것이 아닙니다
이런 것들은 훈련을 통해서 더욱 개발하고, 그 능력을 보다 크게 해서 전쟁에 응용하려는 시도를 미국이나 소련에서 하려 할지도 모릅니다.
SF에서는 다음 인류라고도 할 수 있는 호모 슈피리얼(초인류)이나 뮤턴트(돌연 변이체)가 돌연 변이를 일으켜, 이 같은 초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세계를 지배할지도 모르는 새로운 인류라는 것은 이들 초능력을 가진 사람들일지도 모릅니다. 휴머노이드가 그 이상으로 활약하리라는 것은 현재의 로봇 공학의 발전으로 보아도 분명합니다.
휴머노이드라고 하는 것은 정식으로는 휴머노이드 로봇으로서, 또 다른 이름으로는 안드로이드라고도 하는데, SF에서는 겉보기에 사람과 아주 똑같은 로봇 가리킵니다.
이 소설의 작가 잭 윌리엄슨은 아주 오래 전부터 SF소설을 써 온 미국 작가로서, 20세 때에 SF를 발표하여 문단에 나왔습니다.
윌리엄슨은 대학 교수가 된 뒤부터는 작품을 별로 많이 발표하지 않았지만, 해밀턴이나 스미스와 함께 SF의 무대를 넓은 대우주로 발전시켜, 오늘날 미국의 SF의 기초를 쌓아올린 한 사람으로서 잊을 수 없는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주니어 (SF) 공상과학 명작선
전 32권
KUM SUNG PUBLISHING., LTD.1886,1988
 
초판 발행   1985년 12월 5일
중판 발행   1988년 2월 10일
발행인     김 낙 준
발행처     (주) 금성출판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 242의 63
      등 록 1965. 10. 19
      전 화 (713)9651~8
 
정 가  3,375원
 
(본사는 출판윤리 강령을 준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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