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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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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메다 성운 ANDROMEDA NEBULA - 이반 에프레모프 IVAN EFREMOV 지음
2023년 08월 23일 13시 48분  조회:156  추천:0  작성자: 강려
안드로메다 성운
ANDROMEDA NEBULA
 
이반 에프레모프 IVAN EFREMOV 지음
 
이반 에프레모프
1937년 소련 태생. 뛰어난 과학자로서 태도가 모든 작품의 토대가 되어 있다. "뱀자리의 심장", "면도칼날", "축시 1969년" 등
 
편집위원
아동문학가 이 원수․박 홍근/ 문학박사 최 인학
공학박사 양 육룡/ 이학박사 김 희규
전 교육감 김 성묵
 
 
 
책머리에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착륙한 오늘날, 인류가 금성이나 화성은 물론 더 먼 곳으로 우주 여행을 갈 수 있다는 생각은 결코 꿈만은 아닌 것입니다.
설령, 장래에 과학 기술이 빨리 진보되어 이 이야기에 나오는 강력한 애나메존 연료가 개발된다하여도 인류의 우주 여행은 은하계 우주내의 직경 50 광년 정도의 작은 원 안에서 맴돌고 있는 것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입니다.
조그만 지구 위에서 살고 있는 우리 인류는 인구 폭발로 땅은 좁고 자원은 부족해서 큰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래서, 인류는 우주 개발을 서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단순한 모험심으로서의 탐험이 아니라 저 우주 속에 잠자고 있는 수많은 자원을 개발하고 인류가 살아갈 넓은 보금자리를 찾기 위해서입니다.
밤하늘에 무수히 빛나고 있는 아름다운 별들을 바라보며 우주를 향한 공상을 끝없이 펼쳐 보면 이 작은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과 인간과의 다툼은 정말 어리석은 일입니다.
그러면, 여러분도 이러한 인류의 희망을 싣고 이 이야기에 나오는 탠트라 호를 따라 꿈같은 우주 여행을 떠나 봅시다.
 
 
<차 례>
 
행성 질다의 생물················ 12
불길한 예감·················· 16
자신을 멸망시키다.··············· 21
다가오는 위험················· 24
최초의 탐험·················· 28
최후의 보고·················· 31
슬픈 고별식·················· 35
무서운 인력·················· 39
거대한 철의 별················· 43
운명의 시간·················· 46
두 개의 행성·················· 51
금속제의 물체················· 55
미지의 행성에 착륙··············· 61
사람 없는 파르스 호·············· 66
한 사람 또 한 사람··············· 74
곤란한 작업·················· 80
수수께끼의 우주선··············· 84
기괴한 생물·················· 87
괴물 생포 작전················· 93
덫이 놓여졌다.················· 95
괴성에서의 탈출················ 110
청색의 금속·················· 115
드디어 지구로················· 121
해파리의 정체················· 130
다시 새로운 별로··············· 136
지구여 안녕·················· 144
지구를 사랑하기 때문에············ 151
 
악마 나라에서 온 소녀
 
사라진 스포츠카················ 160
춤추는 인형·················· 167
초능력을 가진 소녀·············· 174
홍구의 도전·················· 180
괴조의 웃음·················· 188
사랑하는 마음················· 195
 
작품 해설··················· 202
 
등장인물
 
엘그 놀 : 제 37항성 탐험대 대장으로 우주선 탠트라 호의 선장. 14명의 대원과 함께 행성 질다로 항행 하다가 철의 별에 불시착해 앨그래브 호의 조난을 발견하였으나 이상한 생물의 습격을 받는다. 오직 우주 탐험을 위해 태어난 사람 같은 용감한 인물.
니자 크리트 : 처음으로 항성 탐험대에 참가한 아름답고 총명한 여성 대원으로 놀을 존경하고 사랑한다.
폴 히스 : 천문학자.
에온 타알 : 생물학자. 기괴한 생물의 공격을 받아 왼쪽 팔이 마비된다.
펠 린 : 숙련된 우주선 조종사.
잉그리드 조슨 : 여성 천문학자. 케이 렐튼과 함께 행성 질다의 비극을 주제로 한 교향곡 "행성의 파멸"을 작곡한다.
케이 렐튼 : 전자 공학 기사.
달론 웨델 : 대우주통신망대의 스테이션 관리국장. 놀의 친구.
비너 레드 : 지질학자.
루마 라스비 : 여의사.
 
 
앨그래브 호의 조난
 
제 37 항성 탐험대에 참가하고 있는 젊은 여성 니자 크리트는 우주선 탠트라 호의 조종석 계기 위에 몸을 구부린 채 커다랗고 붉은 보라색이 나는 문자판을 지켜보고 있었다.
니자의 진지한 옆얼굴에는 불안한 기색이 뚜렷이 스며 나오고 있었다.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체격이 몹시 좋은 사람이 활발한 동작으로 들어왔다.
열려진 문으로 황금색 빛이 들어오자 니자의 짙은 갈색 머리카락은 아름답게 빛났다.
들어온 사람이 대장 엘그 놀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니자의 눈은 밝게 빛났다.
"끝내 주무시지 않았네요? 100시간이나 주무시지 않다니!"
"그런 나쁜 표본을 보여서는 안 되지."
대장의 얼굴에는 조금도 웃음이 떠오르지 않았으나 말씨만은 밝았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잠들어 있어요. 아무 것도 모른 채!"
니자는 조심스럽게 작은 소리로 말한다.
"사양하지 않아도 괜찮아. 확실하게 말해 봐. 대원들은 모두 잠들었다. 지금 이 우주에서 잠들지 않고 있는 것은 너와 나 두 사람 뿐이야. 지구까지의 거리는 앞으로 50조 킬로미터, 즉 5광년 가까이 남아있어........."
"애너메존 연료는 이제 한 번 가속할 수 있을 정도밖에는 남아 있지 않은데........."
비장한 목소리로 니자가 말했다.
놀 대장은 거침없이 문자판에 다가섰다.
"다섯 바퀴 째로군!"
"예, 다섯 바퀴 째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수신기에는 아무 것도 들어오지 않습니다."
니자는 자동 수신기의 스피커 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안심하고 잠들 수가 없는 거야. 여러 가지 경우,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 두지 않고서는......... 그리고 다섯 바퀴 째가 끝날 때까지는 결정을 끝내야 한다."
"그러나, 그때까지는 아직 110시간이 남아 있어요."
"좋아. 그렇다면 잠시 이 의자에 앉아 한잠 자기로 하자."
니자는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이윽고 결심한 듯이 말했다.
"대장님, 궤도의 반경을 작게 해 보면 어떨까요? 어쩌면 앨그래브 호의 송신기에 어떤 고장이 일어났을 지도 모르잖아요?"
"아니, 그럴 순 없어. 속도를 줄이지 않고 궤도 반경을 좁히거나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해?
이 탠트라 호는 즉시 가루가 되어버리는 거야! 그렇다고 한 번 속도를 낮춰 버리면 애너메존 연료가 떨어지니까 아주 옛날의 달세계 여행용의 로켓과 같은 속도로 5광년의 거리를 날지 않으면 안 되게 되는 거야. 그렇게 되면 우리들이 다시 태양계에 돌아가자면 10만 년이나 걸리게 되는 거지."
"그건 그렇겠지만......... 그러나 앨그래브 호는 코스에서 벗어나서 역시 우리들을 찾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아니, 그렇게 엄청나게 코스를 벗어날 이유가 없어. 게다가 앨그래브 호가 정확하게 계산하여 결정한 시간에 출발하지 않았을 리도 없고. 예를 들어 어떤 믿을 수 없는 사고가 일어나서 송신기가 두 개 모두 고장이 났다고 해도 앨그래브 호는 이 탠트라 호의 궤도를 가로질렀을 거야. 그렇다면 이쪽의 수신기가 앨그래브 호를 잡았을 거다. 그렇다면......?"
놀 대장은 한참 동안 망설이다가 결심한 듯이 말했다.
"앨그래브 호는 조난 당한 것이 틀림없어!"
"그런데 조난 당한 것이 아니라 운석군 때문에 파손되어 가속할 수 없게 되었는지도 몰라요."
"가속을 못하게 됐다? 그것도 조난과 마찬가지가 되지.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는 수 만 년이 걸리게 되니까 말야. 그렇게 되면 더욱 안타깝게 죽음을 기다리는 전망 상태가 계속되는 거야."
놀 대장은 소형 전자 계산기의 테이블 밑에서 접는 의자를 꺼내어 앉았다.
즉시로 대장의 두 손은 피아니스트처럼 재빨리 전자 계산기의 핸들이며 버튼 위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항성 탐험대에 참가한 니자는 어떤 싸움에 맞서듯이 계산기를 마주하고 있는 놀 대장의 모습을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었다.
어떻게 되어서 그는 이렇게 침착하고 믿음직한 사람일까?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 사람의 옆에 있으면 안심할 수 있다. 이미 5년 동안이나 놀 대장과 함께 지냈다.
이러한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고 있는 지금도 놀 대장과 함께 당직을 하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니자는 기뻤던 것이다.
다른 대원들이 최면 작용에 의해 깊은 잠에 들어간 3개월 동안 깨어 있는 사람은 오직 니자와 놀 대장 두 사람뿐이었다.
아직 13일이 남아 있다. 13일이 지나면 두 사람은 반 년 동안 잠자게 되어 있었다.
그 동안은 항행사, 천문학자, 기계기사 등이 교대로 당직을 맡아 왔다.
<생물학자나 지질학자는 어느 행성이든 착륙하기까지는 일이 없기 때문에 더 오래 잘 수가 있겠지만 천문학자는 가장 큰일이야.........>
이때에 놀 대장이 의자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니자는 정신을 차렸다.
"난 잠깐 항성도실에 갔다 오겠어. 니자의 휴식시간까지 이제 9시간이 있군. 그때까지 한잠 자는 게 어떨까?"
놀 대장은 시계를 보면서 니자에게 말했다.
"어서 가셔요. 저는 피로하지 않으니까 계속 여기 있어도 괜찮습니다. 대장님은 마음놓고 주무셔요."
EMB000005006916놀 대장은 자기를 쳐다보는 니자의 상냥한 눈동자에 그만 싱긋 웃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나갔다.
대장이 나가자 니자는 의자에 앉아 익숙해진 눈으로 계기들을 들여다보았다.
니자의 머리 위에는 어두운 영사막이 있었다. 그것은 탠트라 호 주위의 우주 모습을 중앙 사령실에 전하는 영사막이었다. 지금 여러 가지 색깔의 별이 빛나고 있으며 마치 밤거리의 휘황찬란한 네온사인 같았다.
행성 K2․2N․88, 그것은 태양계에서 멀리 떨어진 생물이 없는 완전히 식어버린 별이다.
이 행성은 항성을 목표로 하여 지구를 떠난 우주선끼리, 우주에서 서로 만나는데 매우 좋은 장소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그 만나는 것도 상대방 앨그래브 호가 조난이라도 당했는지 끝내 실현될 것 같지 않다.
지금 다섯 바퀴 째......... 그래도 안 된다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지금 놀 대장은 어떻게 좋은 방법을 발견하려고 온갖 지혜를 다 짜내고 있는 것이다.
탐험 대장에게 착오가 있어서는 안 된다.
만약에 착오가 있으면 이 제일급 우주선 탠트라 호는 우수한 학자들로 편성된 탐험대와 함께 이 무섭고 무한히 넓은 우주 공간에서 지구로 돌아가는 것을 영원히 단념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저 놀 대장이 착오를 범할 걱정은 조금도 없다.
갑자기 니자는 머리가 아찔해졌다. 탠트라 호가 아주 작은 각도였으나 코스를 벗어난 것이었다.
현기증이 겨우 없어졌다고 생각하자, 또다시 눈이 잿빛 안개에 뒤덮인 것처럼 되었다.
탠트라 호는 곧 바른 코스로 되돌아 온 것이다.
우주선에 실은 몹시 강도가 높은 레이더가 전방의 깊은 어두움 속에서 우주선의 최대의 적이 되고 있는 운석군이 있는 것을 찾아낸 것이었다. 그리고 우주선을 조종하고 있는 전자 기계가 수백만 분의 1초 사이에 탠트라 호의 진로를 바꾸어 위험이 지나간 다음에 곧 본래의 진로로 되돌려 놓은 것이었다.
<앨그래브 호에도 이와 같은 전자 기계가 있을 텐데 왜 구출할 수 없었을까?>
하고 니자는 생각했다.
정말로 앨그래브 호는 운석에 충돌하여 산산조각이 났을까? 놀 대장이 언젠가 말한 일이 있다. 감도가 높은 레이더가 발명된 현재에도 우주선은 10대에 1대 비율로 조난 당하고 있다고.
앨그래브 호의 조난으로 탠트라 호도 위험한 입장에 놓여 있는 셈이다.
니자는 지구를 출발한 후의 여러 가지 일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행성 질다의 생물
 
제 37 항성 탐험대는 뱀주인 자리에 있는 행성 질다를 목표로 하여 지구를 출발한 것이었다.
질다는 그 행성계 중에서 고등 생물이 사는 단 하나의 행성이며 대 우주 통신망을 통하여 오래 전부터 지구나 다른 행성 세계와 연락을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통신 연락이 갑자기 끊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질다에서부터 통신 연락이 끊어진 것이 벌써 70년 이상이나 된다.
대체 질다에 어떤 변화가 일어난 것일까?
그것을 밝혀내는 것이 지구의 의무였다. 대 우주 통신망에 속하는 행성 중에서 질다에 가장 가까운 행성이 바로 지구였기 때문이었다.
탐험대의 우주선 탠트라 호에는 많은 관측 기계가 실려 있었다. 이것에 탄 대원은 우수한 과학자와 기술자를 합쳐 14명으로 모두가 여러 가지 시험을 치르고 오랜 세월 우주선 안에서의 생활에 충분히 견딜 수 있는 강한 사람들이었다.
로켓 엔진의 연료로 사용되는 애너메존은 중간자(메존)에 의한 결합을 파괴한 핵물질로서 광속과 같은 속도를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애너메존 연료는 우주선 탠트라 호가 행성 질다까지 가는 데에 필요한 최소의 양 밖에는 싣지 못했다.
돌아올 때에 필요한 연료는 그 질다에서 보급 받기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질다에서 어떤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 연료 보급이 되지 않을 때에는 제 2급 우주선 앨그래브 호가 K2․2N․88 행성의 궤도 가까이에서 탠트라 호와 서로 만나 애너메존 연료를 받기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니자는 또다시 깊은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니자의 머리에 찰싹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것은 피와 같이 붉은 색을 한 음침한 항성이다. 그것은 행성 질다의 태양이었다.
이 항성은 지구를 떠나서 4년째가 끝나는 수개월 사이에 탠트라 호의 영사막 속에서 점차로 크게 보이기 시작했다.
4년째라고 하는 것은 광속에 가까운 속력으로 날고 있는 우주선의 승무원들에게 있어서의 시간으로, 그 동안 지구에서는 이미 7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있었다.
행성 질다에서 그 피와 같이 붉은 항성까지는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보다 훨씬 가깝다.
탠트라 호가 질다에 가까워짐에 따라 새빨간 원반과 같은 그 태양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것이 내뿜는 높은 열을 흠뻑 받은 탠트라 호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여 선체를 식히지 않으면 안 되었다.
질다에 가까워지는 2개월 전부터 탠트라 호는 이 행성의 우주 통신 스테이션과 연락을 취하려고 했다.
질다의 단 하나인 우주 통신 스테이션은 대기가 없는 작은 질다의 위성에 있었다. 그 거리는 지구와 달과의 거리보다 가까웠다.
탠트라 호는 질다에서 3,000만 킬로미터 정도 가까워져서 속도를 초속 3,000 킬로미터로 떨어뜨리기까지의 사이에 계속 호출 신호를 보냈다.
니자가 당직 차례였으나 승무원 전원이 일어나서 중앙 사령실의 영사막 앞에 모였다.
니자는 송신기의 출력을 증가시키고 강력한 서치라이트로 전방을 비치면서 호출을 계속했다.
이윽고 단 한 점 빛나는 행성을 발견했다. 끝내 질다가 보인 것이다.
탠트라 호는 행성 질다의 주위를 돌면서 나선을 그리며 점점 질다에 가까이 가면서 위성의 속도와 우주선의 속도를 맞추기 시작했다.
이윽고 탠트라 호는 마치 질다의 위성과 한 가닥의 줄로 매달아 놓은 것처럼 그 위성의 상공에 조용히 멈췄다. 탠트라 호의 전자 입체 망원경이 쓰다듬는 듯이 위성의 표면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단 한 번만 봐도 절대로 잊혀지지 않을 것 같은 광경이 갑자기 모든 사람의 눈앞에 나타났다.
거대하고 납작한 유리 건물이 태양의 빛을 받고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지붕 바로 밑은 집회장과 같은 큰 홀로 되어 있어서 거기 많은 생물들이 움직이지 않고 모두 한 덩어리가 되어 있었다.
지구의 인간과는 다르지만 인간과 같은 종류에는 틀림이 없어 보였다.
천문학자인 폴 히스는 흥분한 채로 망원경의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유리 지붕 아래에 희미하게 보이는 생물들은 언제까지라도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히스는 망원경의 배율을 높였다.
그러자 긴 테이블을 놓은 연단 같은 것이 보였다. 그 주위에 큰 계기판이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많은 생물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하나의 생물이 다리를 틀고 앉아 있었다. 공포에 떠는 얼빠진 눈이 먼 하늘의 한 점을 지켜보고 있었다.
"죽어 있어. 얼어붙었어!"
놀은 엉겁결에 외쳤다.
 
불길한 예감
 
탠트라 호는 위성의 상공에 계속 서 있었다.
14명의 대원들의 눈은 깜짝도 하지 않고 유리로 만들어져 있는 건물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것은 정말 묘지라고 해도 좋았다.
이 시체의 무리는 이미 몇 해 동안 이렇게 이 건물 속에 앉아 있었을 것이다.
행성 질다로부터의 연락이 끊어진 것이 70년 전이다. 게EMB000005006917다가 빛이 지구에 이르는데 걸리는 6년이라는 세월을 합치면 거의 4분의 3세기가 된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대장에게로 모였다.
대장은 창백해진 얼굴로 질다를 둘러싸고 있는 대기의 크림색 안개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 안개의 저쪽 여기 저기에 산 모양이며 바다의 빛이 희미하게 보였다.
그러나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는 아직 알 수가 없었다. 그것을 확실하게 밝히는 것이 저 멀리 아득한 지구에서 우주로 날아 온 제 37 항성 탐험대의 임무인 것이다.
놀은 대원들을 둘러보고 말했다.
"위성 스테이션은 부서져 있는데 이 75년 동안 그대로 내버려둔 채이다. 그렇다면 행성 질다에 무엇인가 비참한 사EMB000005006918고가 일어난 것이라고 밖에는 달리 생각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행성에 가까이 가서 대기권 내에 들어가 경우에 따라서는 착륙하여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 모두 모여 있으니까 의견을 듣고 싶은데…."
반대 의견을 말한 것은 천문학자 히스, 단 한 사람뿐이었다.
"질다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었다면 우리들이 여기서 애너메존 연료를 보급 받을 수 있는 희망은 전혀 없지 않습니까? 착륙…, 천만에요. 낮은 고도로써 질다의 주위를 도는 것만 해도 탠트라 호의 연료는 거의 다 써버리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뭡니까? 강력한 방사선이 있어 우리들은 모두 몰살을 당할 지도 모릅니다."
그것을 듣고 니자는 분개했다.
히스를 제외한 다른 대원은 한 사람 남김 없이 대장의 의견에 찬성했다.
놀은 천문학자의 생각에 반대했다.
"우리들의 우주선에는 우주선 방어 장치가 되어 있다. 어떤 행성의 방사선도 이것을 뚫을 수는 없다. 게다가 이 행성 질다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를 확인하기 위하여 우리들이 여기에 보내진 것이 아닌가! 우리들의 지구는 대 우주 통신망에 들어 있는 다른 행성에 대해 대체 무엇이라고 보고해야 하지? 행성 질다가 전멸했다는 사실을 알아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원인을 밝히지 않으면 안 된다. 책임을 피하려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대기 상승부의 온도는 정상입니다!"
놀은 그 보고를 듣자 싱긋 웃고 나서 조종석에 앉았다. 탠트라 호는 속도를 내리고 주의 깊게 한 바퀴 한 바퀴 행성 질다를 향하여 고도를 낮추었다.
질다는 지구보다 약간 작다. 그러므로 저공으로 그 주위를 회전하는 데에는 별로 큰 속도가 필요 없었다.
천문학자와 지질학자는 질다의 지도와 맞추어 가면서 광학 기계로 행성의 지표면을 관측하고 있었다.
대륙은 지도대로의 모양을 하고 있었으며 붉은 태양에 비쳐지는 바다는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산맥도 본래 대로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행성 질다는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놀은 질다의 성층권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니 그 전리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알았다.
놀은 무엇인가 막연하게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나선형으로 내려오면서 탠트라 호가 여섯 바퀴 째로 접어들었을 때 큰 도시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수신기는 침묵된 채 아무런 신호도 발신하지 않는다.
니자는 식사를 마치고 나서 깜박 졸았다.
불과 몇 분 동안 밖에 잠들지 않았다고 느꼈으나, 니자가 눈을 떠보니 탠트라 호는 지구의 보통 제트기 정도의 속도로 행성 질다의 밤하늘을 날고 있었다.
이 행성에도 분명히 거리며, 공장이며, 항구가 있을 텐데 아무리 캄캄한 밤이라지만 강력한 입체 망원경에 단 한 점의 빛도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 행성의 대기를 뚫고 돌진하고 있는 이 우주선의 폭음은 수 십 킬로미터까지도 들릴 것이다.
1시간이 지났다.
행성에서의 응답을 숨도 쉬지 않고 기다리고 있는 대원들의 긴장은 견딜 수 없을 만큼 팽팽해졌다.
놀은 경보용 사이렌의 스위치를 넣었다.
굉장한 소리가 행성 질다의 어두움 속으로 울려 퍼져 갔다.
모든 사람은 이 사이렌의 소리가 대기의 충격파와 뒤섞여 수수께끼의 침묵을 지키고 있는 질다의 사람들의 귀에 닿게 해 주십사 하고 기도하는 마음뿐이었다.
붉은 보라색의 빛이 불길한 어둠을 쫓고 탠트라 호는 행성 질다의 낮 부분으로 나왔다.
아래에는 검은 우단과 같은 색깔이 가득히 펼쳐지고 있지 않는가.
촬영한 필름을 서둘러서 확대해 보니, 지구의 양귀비꽃과 비슷한 검은 꽃이 수없이 많이 피어 있는 것을 알았다.
나무나 풀이나 꽃 대신에 이 검은 양귀비꽃이 바다처럼 끝없이 수 천 킬로미터에 걸쳐 펼쳐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 검은 꽃밭 사이에 도시의 도로가 커다란 해골의 갈빗대처럼 보였다.
건물의 녹슨 철골은 마치 붉은 상처 같았다.
생물은 어디에나 보이지 않았다. 나무는 하나도 없고, 다만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오직 검은 양귀비꽃뿐이었다.
 
자신을 멸망시키다.
 
"얼마나 무서운 비극일까! 질다의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죽인 위에다 자기들의 행성까지 멸망시켰던 것이다!"
생물학자인 에온 타알은 짓눌린 소리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온화의 정도는 별로 심하지 않은데…."
니자는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숨기면서 말했다.
"하여간 꽤 오랜 세월이 흘렀으니까."
생물학자는 엄숙한 얼굴로 대답했다.
"방사능에 의한 이와 같은 변화는 깨닫지 못하는 동안 어느 사이엔가 점점 축적되어 간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위험한 것이다. 수세기에 걸쳐 생물에 대한 방사능의 작용이 점차로 증대해 간다. 그리고 나서 갑자기 질이 변화된다. 유전은 엉망이 되고 번식이 멈추어진다. 방사능에 의한 질병이 전염병 같이 퍼진다. 그러한 예는 비단 이 질다가 처음은 아니다. 대 우주 통신망에 속하는 행성 중에도 이러한 비극이 몇 번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자 놀 대장이 자신 있게 똑똑히 말했다.
"행성 그 자체는 무사히 남아 있으므로 1세기 이내에 우리들의 이주는 시작될 것이다."
놀 대장은 탠트라 호의 코스를 가로 궤도에서 세로 궤도로 바꾸는 어려운 작업을 시작했다.
질다인이 모두 죽어 없어졌는지 아닌지를 확인하지 않고서는 이 행성에서 떠날 수가 없는 것이다.
만약에 혹시 소수의 질다인이 어디엔가 살아 남아 있을 지도 모른다. 발전소 같은 것이 파괴되어 구원을 요청할 수는 없었지만 살아 있을 수는 있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탠트라 호는 죽음의 행성 질다의 주위를 이번에는 북극에서 남극으로 돌기 시작했다.
군데군데 지면이 노출되고 그것이 허리띠처럼 계속 되어 있었다.
거기서는 누런 안개가 공중에 펼쳐져 있었고, 그 안개를 통하여 바람에 날리는 붉은 큰 모래땅이 여기 저기 보였다.
그 앞에는 상복처럼 지면을 덮은 검은 양귀비꽃이 또 가득히 펼쳐지고 있었다.
이 양귀비꽃이야말로 방사능에 견디어 냈거나 그렇지 않으면 방사능의 작용으로 갑자기 변화를 일으켜 생명력을 가지게 된 단 하나의 식물이리라.
이제야 모든 것이 명백하게 되었다.
다른 행성에서 방문하는 손님을 위해 준비되어 있어야할 애너메존 연료를 이 죽음의 행성의 폐허 속에서 찾아낼 희망은 없어졌다.
탠트라 호는 점차로 궤도 반경을 크게 하여 행성 질다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행성용의 이온 로켓으로 속력을 올려 질다의 인력권을 탈출하자 K2․2N․88이라는 번호만으로 알려져 있는 생물이 없는 행성으로 향했다.
그 행성에는 미리 신호 위성이 투하되어 있으며, 우주선 앨그래브 호가 거기서 탠트라 호를 기다리고 있을 예정이었다.
질다에 대해서 기록을 조사하고 있는 동안에 이 행성에서는 위험한 핵연료의 실험이 행해지고 있던 것을 기록한 자료가 발견되었다.
행성 질다의 유명한 과학자들이 생명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징조가 나타났다고 경고를 하고 실험을 중지하도록 몇 번 충고하고 있었다는 기록도 발견되었다.
118년 전, 대 우주 통신망을 통하여 질다에 대해서도 간단한 경고가 내려지고 있었다.
높은 지성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그것만으로 충분할 텐데, 질다의 정부는 어쩐지 그 경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질다의 정부는 위험한 실험을 계속 행하여 해가 적은 핵에너지를 개발하지 않고 위험한 종류의 핵에너지를 이용하는 것만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때문에 유해한 방사능이 축적되어 끝내 질다는 자기 자신이 자기를 멸망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 탠트라 호가 앨그래브 호와 서로 만날 희망도 점점 적어져 가고 있는 것이다.
무서운 사태가 탠트라 호에 다가오고 있는 것 같은 예 감이 들었다.
 
다가오는 위험
 
놀 대장은 항성도실에서 되돌아와 문 앞쪽에 멈추어 섰다.
니자는 엎드려 무엇인가 깊이 생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그 짙은 갈색 머리칼은 황금색 꽃처럼 빛나고 있었다.
니자의 소녀와 같은 옆얼굴, 좀 올라간 눈, 그 눈은 지금 불안과 용기를 안고 크게 떨고 있었다.
놀은 니자의 은근한 애정이 얼마나 자기 마음에 기둥이 되고 있는가를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
놀은 방으로 들어갔다.
니자는 당황하며 일어섰다.
"필요한 자료와 항성도를 모두 골라 왔어. 계산기에 걸어 보자."
놀은 소파에 앉아서 별자리표, 자기장, 중력이 강한 장소, 우주선 입자의 강한 흐름과 운석의 흐르는 속도와 밀도 등을 읽어 내려갔다.
니자는 긴장하여 계산기의 단추를 누르고 스위치의 다이얼을 돌렸다.
놀은 계산기가 계산한 해답을 손에 들고 눈썹을 모았다.
"우리들이 가는 전갈자리에 있는 암흑 성운 가까이에 강력한 중력의 장소가 있다. 연료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는 항해 코스를 뱀자리 쪽으로 벗어나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옛날에는 속도가 지금처럼 빠르지 않았기 때문에 중력에 의한 가속을 이용하여 엔진을 걸지 않고도 통과할 수 있었는데........."
"그 방법으로 될 순 없을까요?"
"천만에. 매초 25만 킬로미터라는 지금의 속도로 만약에 지구의 중력권 안을 날았다고 한다면, 그 우주선의 중량은 1만 2천 배가 되어 가루가 되고 말지. 중력권에서 멀리 떨어진 우주 공간이기 때문에 이런 속도로 날 수 있어. 중력이 크면 클수록 그만큼 속도를 낮추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중력이 크면 클수록 그 때문에 생기는 가속도도 크게 되EMB000005006919는데, 속도를 낮추지 않으면 안 되다니........."
"그것은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날고 있을 경우 뿐이야. 이 경우 우주선 자체가 광선 같이 직선에 가까운 움직임 밖에 한 수 없으니까."
"그렇다면 그 탠트라 호는 광선 비슷한 것이므로 곧바로 태양계에 항로를 돌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이치지요?"
"그건 골치 아픈 문제야. 일단 엔진을 건 이상, 멈추거나 속도를 크게 낮추거나 하면, 그것이야말로 자살 행위지. 다시 또 가속시킬 만한 연료는 이 탠트라 호에는 남아 있지 않으니까. 그런데 위험이 다가오고 있어. 우리들이 가고 있는 곳은 지금까지 한 번도 조사한 일이 없는 영역이야. 거기에는 항성도 없고, 생물이 사는 행성도 없으며, 단지 중력의 장소가 있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다. 어쨌든 최종적인 결정은 다섯 바퀴 째가 끝날 때 모두를 깨워 가지고 천문학자의 의견을 물어서 하는 것이 좋겠다. 그때까지는........."
놀은 하품을 했다.
"주무시지 않고서........."
"그렇게 할까? 이 의자 위에서 한잠 잘까 보다. 혹시 기적이라도 일어나서 앨그래브 호의 신호가 들려 오지 않는다고는 말할 수 없으니까."
니자는 일어서서 계기류와 시계 옆의 약한 초록색의 조명만을 남기고 불을 껐다.
탠트라 호는 완전한 정적 속을 나아가고 있었다,
계기류는 모두 잘 돌아가고 있었다.
때때로 희미하게 벨이 울리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그것은 탠트라 호를 곡선에 따라서 나아가게 하기 위한 보조 엔진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소리였다.
강력한 애너메존 엔진은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모두 잠들고 있는 우주선의 안은 긴 밤의 편안함이 가득 차 있었다.
우주선과 승무원들에게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은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최초의 탐험
 
놀 대장이 눈을 뜨고 무거운 머리를 들고 보니 니자는 지친 얼굴로 여전히 계기의 옆에 앉아 있었다.
놀은 단숨에 벌떡 일어나 니자에게 말했다.
"어허, 14시간이나 잤잖아. 니자! 왜 깨워주지 않았지?"
니자는 기쁜 듯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번에는 니자가 잘 차례다."
"저도 여기서 한잠 자도 좋지요?"
니자는 서둘러서 식사를 하고, 얼굴을 씻고 소파에 드러누웠다.
그러자 니자는 눈을 감지 않고, 놀의 동작을 지켜보고 있었다.
파동 샤워를 끼얹고 상쾌해진 놀은 니자를 대신하여 계기의 앞에 붙어 있었는데 곧 방안을 왔다갔다하기 시작했다.
"왜 자지 않지?"
하고 놀은 니자를 보고 말했다.
니자는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고 망설이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어요. 끝없는 우주의 이 먼 곳에까지 온 것을 생각하니, 인간의 위대함에 머리가 숙여지는 것 같아요. 대장님은 몇 번이나 경험이 있으시겠지만, 전 이번이 첫 우주 탐험인 걸요. 새로운 세계를 향하는 이러한 큰 여행에 저도 한 몫 끼어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몹시 울렁거리는군요."
놀은 엷은 웃음을 띄우고 이마를 닦았다.
"이런 말을 하면 니자도 틀림없이 낙심할 것이나 우리들의 능력이 어느 정도의 것인가를 가르쳐 주지. 이걸 보아라."
놀은 영사기 옆에 가서 스위치를 넣었다.
사령실의 뒤쪽 벽에 소용돌이형의 은하계가 비치고 별들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 큰 소용돌이의 가장 끝에 겨우 찾아낼 수 있는 줄기가 있었다.
그 부분에 먼지와 같은 작은 별이 드문드문 떠서 희미하게 빛나고 있다.
"우리들의 태양계는 은하계의 힘이 미치지 않은 곳에 있으며, 우리들이 지금 있는 곳도 여기다. 그런데. 이 줄기만 해도 백조자리에서 용자리까지 별이 있잖아. 이 줄기의 이쪽 끝께서 저쪽 끝으로 간다고 해도 이 탠트라 호로서는 거의 4만 년이 걸린다. 또 이 줄기와 옆의 줄기 사이의 이 어두운 지대를 가로지르는 데 4천 년은 걸린다. 그러한 것을 생각해 보면 우리들이 끝없는 우주 공간을 여행하고는 있다고 해도 겨우 직경 50광년 정도의 작은 점 속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는 데 지나지 않는 거야. 그러므로 대 우주 통신망이 없다면, 우리들은 우주에 대해서 거의 아무 것도 알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니자는 말없이 대장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최초의 항성 전쟁을 생각해 봐요. 당시는 우주선도 작고, 속력도 느리고 강력한 방어 장치도 없었어. 그런데 인간의 수명만 해도, 지금의 절반 밖에 되지 않았지. 그래도 우리들의 조상들은 한 번의 여행을 위해, 짧은 일생의 전부를 바쳤다. 그것이야말로 인간의 진정한 위대함이겠지!"
니자는 찬성할 수 없다는 듯이 목을 길게 뺐다.
"그러나, 만약에 먼 장래에 지금과 같은 방법이 아니라, 우주 공간을 정복하는 다른 방법이 발견되면 그 시대의 사람들은 우리들의 일을 이렇게 말할는지 몰라요. '그 사람들이야말로 진짜 영웅이다'라고."
놀은 니자에게 손을 내밀고 말했다.
"니자도 그렇지."
니자는 얼굴을 붉혔다.
"저는 이 탐험대에 끼게 된 것을 정말로 기쁘게 생각하고 있어요. 이제부터는 어떤 희생을 당해도 몇 번이고 우주 여행을 계속하고 싶어요."
 
최후의 보고
 
놀 대장은 천천히 니자에게 향해 돌아앉으며 불쑥 낮은 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니자, 사실을 말하면 저 행성 질다에서 나의 꿈은 비참하게도 산산이 깨어지고 말았어!"
니자는 놀라며 대장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질다가 멸망하지 않고 애너메존 연료가 보급되었다면 나는 탐험대를 더 앞쪽으로 나아가게 할 작정이었다. 우주 조사 위원회와 타협하여 이미 양해를 얻고 있었다. 필요한 정보를 질다에서 가지고 탠트라 호에 희망자만을 태워 더 먼 우주 공간으로 가고 싶었던 거야. 나머지 대원은 앨그래브 호로 지구에 돌아가게 하고......... 니자, 만약에 그렇게 되었다면 너는 어떻게 했지?"
"저요? 물론 대장님과 함께 앞으로 가겠어요."
"그런데, 니자라면 어디로 가고 싶지?"
놀은 니자를 지켜보면서 물었다.
"어디든지, 저기라도!"
니자는 은하계의 두 개의 줄기 사이에 있는 깊은 어두움을 가리켰다.
"아니, 그건 너무 멀다. 니자, 85년 정도전에 '계단식'이라고 불린 제34항성 탐험대가 출발한 것은 니자도 알고 있지? 3척의 우주선이 연료를 우주 공간에서 보급 받으면서 거문고자리를 향하여 지구를 떠나갔다. 그 중 2척은 연료 보급용의 무인 로켓으로 애너메존의 보급이 끝나자 지구로 돌아 왔어. 그런데 또 한 척인 파르스 호는........."
"아아, 저 영원히 되돌아오지 않았던 우주선 말이죠?"
니자는 흥분하여 말을 그쳤다.
"그렇다. 확실히 파르스 호는 영원히 되돌아오지 않았어. 파르스 호는 목적지에 도착하여 지구에 보고하고 되돌아가는 도중 조난되었다. 파르스 호의 여행 목적지는 직녀성 즉 거문고자리의 알파성의 행성이었다. 옛날부터 현재까지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북쪽 밤하늘에 파랗게 빛나는 저 별을 넋을 잃고 보았던가! 직녀성까지의 거리는 거의 26광년이다. 인간이 우리들의 태양에서 이렇게 멀리 온 것은 파르스 호가 처음이었다. 어쨌든 파르스 호는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다. 파르스 호가 조난된 것은 운석과 충돌한 때문인지, 우주선에 큰 고장이라도 일어난 때문인지, 그 것은 확실하지 않다. 어쩌면 파르스 호는 지금이라도 우주 공간을 날아가고 있을 지도 모르며, 죽었다고 생각되었던 대원들도 아직 살아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머나, 어쩌면 그렇게 무서운 일이!"
"우주 공간을 향하여 나는 우주선은 필요한 속도를 낼 수 없게 되면, 모두 그와 같은 운명을 밟게 된다. 어쨌든 거리가 굉장히 떨어져 있기 때문에 지구와의 사이에는 순식간에 수 천 년의 간격이 생겨 버리는 것이지!"
"그래서 파르스 호는 어떤 보고를 지구에 보내 왔어요?"
"보고라고는 해도 아주 간단한 것이었어. 통신의 수신 상태가 좋지 않아서 들렸다 안 들렸다 하다가 나중에는 완전히 끊어지고 말았지. 전자장 때문에 어디선가 방해를 받은 까닭이었을 테지. 나는 지금도 그 보고를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어. 그것은 이러한 내용이었어. '여기는 파르스, 여기는 파르스! 베가를 떠나 26년…… 충분히……기다리고 있음. 베가의 4개의 행성…….' 그리고는 그만이었지. 참 애석한 일이었어."
"그래도 그건 구조를 청하는 신호였지요? 어디선가 구원을 기다린다는........."
"물론이지. 그렇지 않다면 무엇 때문에 일부러 막대한 에너지를 사용하여 통신을 보냈겠어. 그러나 어찌할 수 없었어. 파르스 호에서는 그것을 최후로 아무런 연락도 없었으니까."
"돌아오는 길에 들어서서 26년이라면 베가에서 태양까지가 31년이니까 파르스 호는 우리들이 있는 이 근처나 혹은 지구에 더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이 되지요?"
"아니, 반드시 그렇지는 않아. 정상적인 속도를 넘어서 날고 있다면 그러한 계산이 되는데 그건 매우 위험한 일이야!"
놀은 그 이유를 간단히 설명하고 나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어쨌든 파르스 호의 대원들은 실로 아름다운 세계를 발견한 것이 틀림없어! 파르스 호의 코스를 다시 한 번 날아가고 싶다. 그 다음부터 그것이 나의 꿈이 되었다. 지금은 여러 가지로 개량되었으니까 한 척의 우주선으로도 안 될 일은 없어. 나는 어릴 때부터 아름다운 행성을 가지고 있는 푸른 태양 베가를 동경해 왔으니까!"
"그렇게 아름다운 세계라면 저도 가보고 싶어요. 그러나 왕복에 지구의 시간으로 60년, 우주선의 시간으로 40년이 걸린다면 그건 인생의 절반인 걸요! "
"큰 성과를 얻기 위해선 당연히 큰 희생이 뒤따르게 되지. 그러나 나에게 있어서는 그러한 것은 희생도 아무 것도 아냐. 나의 지구상에서의 생활은 우주 여행의 나머지의 짧은 휴식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도 좋아. 실은 난 우주선 속에서 태어났어."
"어머, 어떻게 그러한 일이......?"
니자는 놀라며 물었다.
"제 35항성 탐험대는 4척의 우주선으로 되어 있었어. 그 한 척에 나의 어머니가 천문학자로서 타고 있었지. 탐험대가 목적지로 향하는 도중에서 내가 태어나고 지구에 돌아왔을 때에는 벌써 18세가 되었어. 나는 우주선 속에서 조종 기술을 배우고 병을 앓는 대원 대신 조종을 했으며, 애너메존 엔진을 취급하는 기계 기사의 일을 대신하기도 했어. 어쨌든 나는 어릴 때부터 이리저리 향하는 우주선 속에서 별을 바라보며 성장하게 된 거야. 우주선이 향하는 방향에는 태양에 가까운 곳에 서로가 가깝게 맞닿은 것처럼 보이는 한 쌍의 항성이 있었어. 하나는 푸른색, 또 하나는 오렌지색으로 빛나고 검은 구름에 싸여 있었지. 확실히 기억하고 있는 것은 산소도 없는 황폐한 행성의 하늘이었어. 탐험대는 그 행성에 착륙하여 7개월에 걸쳐 조사를 했는데, 그때 행성에 세워진 임시 건물의 유리 지붕에서 나는 그 하늘을 바라 본 거야. 그때, 나의 장난감이 된 것은 매우 무거운 이리듐의 덩어리였어. 그래, 이런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하지. 니자의 휴식 시간이 벌써 됐으니까."
"괜찮아요. 더 이야기를 계속해 주셔요. 그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이것이 처음인 걸요."
놀은 니자의 말을 들어주지 않고 작은 최면기를 가지고 왔다. 니자는 점차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슬픈 고별식
 
니자가 눈을 떠보니 탠트라 호는 여섯 바퀴 째로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놀 대장의 엄숙한 얼굴을 보기만 해도 앨그래브 호의 모습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니자가 파동 샤워를 끼얹고 몸단장을 하고 돌아오자 놀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일어나 주어서 마침 잘 됐다. 깨자마자 안 됐지만 음악과 조명의 스위치를 넣어 모두를 깨워 줘!"
니자는 재빨리 스위치를 넣었다.
대원들이 잠들어 있는 모든 선실에서 플래시가 켜지기도 하고, 꺼지기도 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낮게 떨리는 것 같은 독특한 음악이 점차로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잠들고 있는 신경을 주의 깊게 자극하여 조금씩 깨어나게 하고 정상적인 활동으로 되돌아오게 하는 것이다.
다섯 시간 후에는 모든 대원이 정상 상태로 돌아가고 식사와 신경 자극 장치로 원기를 회복하여 중앙 사령실에 모였다.
앨그래브 호가 조난되었다는 뉴스를 듣고 대원은 저마다 다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놀의 기대대로 절망적인 말을 하거나 공포에 떠는 사람은 없었다.
행성 질다의 상공에서는 애매한 태도를 취한 천문학자 히스마저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다만 젊은 여의사 루마 라스비만이 좀 얼굴이 창백해지고 귀여운 입술을 살짝 빨았다.
"조난된 동지들을 추도합시다."
이렇게 말하고 놀은 영사기의 스위치를 넣었다.
영사막 위에 탠트라 호가 출발하기 전에 찍은 앨그래브 호의 모습이 나타났다.
전원이 일어섰다.
앨그래브 호의 승무원 7명의 사진이 잇달아 나타났다. 어떤 사람은 진지한 얼굴을 하고 어떤 사람은 빙그레 웃고 있EMB00000500691a었다.
놀이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자 대원들은 한 손을 들고 고별의 인사를 보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우주를 나는 사람들의 관례로 되어 있었다. 함께 출발한 우주선은 반드시 서로의 승무원 전원의 사진을 촬영해 두기로 되어 있었다.
소식이 끊어진 우주선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주 공간을 헤매고 승무원들도 또 오랫동안 살아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 어쨌든 우주선은 영원히 되돌아오지는 못할 것이니까.
때로는 파르스 호처럼 최후의 통신 연락을 보내는데 성공한 우주선도 있었으나 그것을 찾아내어 구조하는 방법은 없는 것이다.
슬픈 고별식이 끝나자 놀은 애너메존 엔진을 걸었다.
이틀이 지나자 엔진의 소리는 멈추었다.
탠트라 호는 일 주야에 210억 킬로미터라는 굉장한 속도로 지구를 향해 힘차게 날아갔다.
태양계까지는 지구의 시간으로 대체로 6년 정도 걸릴 것이다.
새로운 코스의 계산을 계속 반복해서 했다. 얼마 남지 않은 애너메존 연료로 6년 동안을 계속 날지 않으면 안 된다.
가는 곳에 있는 344+2u라고 불리는 아직 조사하지 않은 영역이 모두의 걱정거리였다. 거기를 피하여 멀리 돌아가는 것은 아무래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영역을 벗어나면 운석에 부딪칠 뿐만 아니라 코스를 바꿀 때에 속도가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2개월 후에는 코스의 계산이 끝나고 탠트라 호는 정상 상태로 그리운 지구까지 우주선의 시간으로 4년 동안의 코스를 계속 날아갔다.
 
무서운 인력
 
당직 시간을 끝낸 놀 대장과 니자는 지쳐서 긴 잠에 들어갔다.
대신하여 다음 한 조가 당직을 맡았다.
우주 탐험 여행에 참가한 것이 이번이 세 번째라는 숙련된 우주 조종사 펠 린과 여성 천문학자 잉그리드 조슨, 그리고 자기 자신이 당직을 자원한 전자 공학 기사 케이 렐튼의 3명이었다.
잉그리드는 조종사 펠의 허가를 받아 도서실에 틀어 박혔다. 옛날부터의 친구 케이와 함께 행성 질다의 비극을 주제로 한 교향곡 '행성의 파멸'을 작곡하고 있는 것이다.
펠은 싫증이 나면 대신 잉그리드를 조종석에 앉히고 자기는 기묘한 문자의 해독에 열중하는 것이었다.
그 문자는 지구에 가장 가까운 켄타우루스별의 어느 행성에서 발견된 것이었다. 그 행성의 주민들은 자기들의 별을 버리고 어디론가 떠나버렸으나 그 원인은 알 수가 없었다.
펠은 이 수수께끼 문서의 해독을 반드시 하고야 말겠다는 결심을 하고 있었다.
당직은 또 두 번 교대를 했다.
그 동안에 탠트라 호는 쭉 10조 킬로미터 정도나 지구에 가깝게 날아갔으나 애너메존 엔진은 합쳐서 몇 시간 밖에 사용할 수가 없었다.
펠의 그룹의 4번째 당직도 이윽고 3개월 째가 끝나가고 있었다.
갑자기 자동 경보기가 요란스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펠, 잉그리드, 케이 세 사람은 뜨끔했다. 잉그리드는 케이에게 매달렸다.
"이건 큰 일이다. 중력의 강도가 계산의 배가 되어 있다!"
펠 조종사는 창백해졌다.
뜻밖의 일이 일어난 것이다.
한시 바삐 손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
우주선 탠트라 호의 운명은 이제 펠의 손에 쥐어지고 있었다.
중력이 증가되었기 때문에 우주선의 속도를 낮추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한 번 속도를 낮추면 다시 속도를 올릴 만한 애너메존 연료가 없다.
펠은 이를 악물고 제동용의 이온 보조 엔진의 스위치를 넣었다.
잘 울리는 타격음이 계기의 소리에 더해져 중력과 속도의 관계를 계산하고 있는 계기의 경보음을 지워버렸다. 경보음은 멈춰지고 계기의 바늘은 속도와 중력의 균형이 취해진 것을 나타냈다.
그러나 펠이 제동 엔진의 스위치를 끊자 즉시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하고 바늘이 제자리에 돌아갔다.
무서운 힘이 탠트라 호를 끌어 코스를 벗어나게 하며 바른쪽으로 바른쪽으로 끌어 당겨 가고 있는 것이었다. 탠트라 호가 강력한 중력권에 끼어 들어간 것이 틀림없었다.
펠로서는 코스를 바꿀 만한 결심을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코스를 바꾸는 데는 매우 정확한 작업과 큰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펠은 보조 엔진을 사용하여 우주선에 브레이크를 걸고 왼쪽으로 돌려보았다.
그러나 코스의 선택을 잘못한 것은 확실해지고 있었다.
이때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큰 물질 덩어리에 지나치게 접근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구 흘러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잉그리드가 작은 소리로 주의를 주었다.
"방향을 바꾸기 위해선 속도를 더 낮추지 않으면…."
하고 펠은 말했으나 별로 자신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옆에 있는 중력권과의 경계는 벌써 지나버렸어요. 중력이 점점 증가되고 있잖아요."
타격음이 계속 울렸다.
우주선을 통제하고 있는 전자 두뇌가 전방에 물질 덩어리가 있는 것을 알아냈기 때문에 보조 엔진이 자동적으로 움직였다.
탠트라 호는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속도는 늦춰지고 있었으나, 그래도 사령실에서 조종을 하고 있는 대원들은 정신을 잃기 시작했다.
잉그리드는 바닥에 쓰러지고, 펠은 소파 위에서 납덩이처럼 무거워진 머리를 들려고 몸부림치고 있었다.
케이는 본능적인 공포와 어린애 같은 무력감을 맛보고 있었다.
엔진의 타격음이 점점 더 자주 일어나고 있는 동안에 한없이 큰 소리로 변해갔다.
전자두뇌만이 정신을 잃은 우주선 안의 대원들을 대신하여 분투를 계속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강력한 두뇌도 복잡한 결과를 예상하여 비상 사태를 해결해 가는 방법을 생각해 내는 능력까지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탠트라 호의 흔들림은 어느 정도 나아졌다.
보조 엔진의 이온 연료의 양을 나타내는 바늘이 점점 내려가고 있었다.
의식을 되찾은 펠은 중력이 계속 증가되기만 할뿐이어서 속도를 낮추어 뚫고 나아가는 것이 이미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펠은 코스를 운석이 밀집하고 있는 왼쪽으로 돌리기로 결정한다.
펠은 힘껏 애너메존 엔진의 레버를 당겼다.
선명한 녹색 불길이 내뿜어지는 것이 창문으로 보이고, 계속하여 눈부실 정도의 자줏빛으로 변했다.
애너메존 연료가 굉장한 힘으로 튀어나오고 있었다.
탠트라 호 전체가 인간의 몸이 견딜 수 없을 만큼 크게 흔들렸다.
 
거대한 철의 별
 
놀 대장은 아직 꿈이라도 꾸는 것 같은 기분으로 옆으로 누워 있었다.
어딘가 멀리서 음악이 울리고 있었다.
정신도 육체도 천천히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놀은 자기가 탐험 대장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빨리 의식을 되찾으려고 노력했다.
겨우 놀은 탠트라 호에 애너메존 엔진이 걸린 것을 깨달았다.
"무엇인가 이상이 생겼구나!"
놀은 일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몸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겨우 엉금엉금 기어가서 문을 열고 거의 굴러가다시피 해서 중앙 사령실에 들어갔다.
"앞쪽 영사막을...... 적외선으로 바꾸어...... 빨리 엔진을 멈춰라. "
EMB00000500691b놀은 정신없이 외쳤다.
내뿜던 빛이 사라지고 동시에 우주선의 진동도 멈춰졌다.
오른쪽 전방의 영사막에 붉은 갈색 빛을 내는 거대한 항성이 나타났다.
그 순간 모두 숨을 죽이고 우주선의 코스에서 좀 빗겨난 어둠 속에 나타난 거대한 별을 눈을 깜박이며 바라보았다.
펠이 비통한 소리로 외쳤다.
"참, 난 바보였어. 틀림없이 암흑 성운의 옆에 있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건?"
"철의 별이 아니어요?"
잉그리드가 창백해져서 외쳤다.
놀은 의자 뒤를 잡고 겨우 일어섰다.
"그렇다! 틀림없이 철의 별이다. 우주 여행자의 공포의 표적이 되어 있는 그 별이다. 철의 별이 이 근처에 있다고는!"
놀은 언제나처럼 날카롭게 말했다.
"성운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펠은 미안하다는 듯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이와 같이 강한 중력을 가진 암흑 성운이라면, 그 내부에는 꽤 큰 고체 입자를 품고 있을 것이다. 만약에 이것이 사실이라면 탠트라 호는 오래 전에 그것과 충돌하여 산산이 가루가 되었을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중력의 힘이 갑자기 변하거나 무언가 소용돌이와 같은 움직임이 생기는 건 어떤 이유입니까? 그건 검은 구름이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항성이 몇 개인가 행성을 가지고 있는 그런 현상이 있으니까."
펠은 피가 나올 만큼 입술을 깨물었다.
놀은 펠을 격려하듯이 끄덕여 보이고 전 대원을 불러일으키기 위하여 스위치를 넣었다. 우주선은 다시 흔들리고 무엇인가 굉장한 속력으로 영사막을 스치고 지나갔다.
"저것 봐, 해답은 이제 나왔어. 행성을 쫓아 넘었어. 어물어물해서는 안 되겠다!"
놀은 연료계에 눈길을 보냈다. 무엇인가 말하려다 말고 놀란 것처럼 입을 다물고 말았다.
애너메존 연료계의 바늘은 거의 제로(0) 근처까지 내려가 있었다.
 
운명의 시간
 
우주선 탠트라 호의 방향 지시기의 굵은 화살표는 천천히 오른쪽으로만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우주선의 코스는 철의 별을 둘러 싼 큰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무엇인가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길다란 밧줄이 탠트라 호를 철의 별 쪽으로 힘껏 잡아당기고 있는 것 같았다.
놀 대장은 긴장하고 쇠약한 나머지 비틀거리면서 계산기 앞에 앉았다.
"잉그리드, 철의 별이란 어떤 별이지?"
잉그리드의 뒤에 움직이지 않고 서 있는 전자 공학 기사 케이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
"T형 스펙트럼의 눈에 보이지 않는 별을 말해요. 빛은 사라지고 있으나 아직 완전히 식어버린 것은 아니며, 그렇다고 해서 두 번 다시 타오를 수도 없는 별입니다. 그러한 별은 우리들에게 보이지 않는 적외선을 내고 있으므로 꽤 가까운 거리에서 적외선을 느끼는 장치를 사용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거여요. 그러나 올빼미는 적외선을 느끼는 힘을 가지고 있으므로 올빼미라면 이 별이 보일 지도 몰라요."
"그런데 왜 철의 별이란 이름이 붙었지7"
"지금까지 발견된 이와 같은 별은 모두 철을 많이 품고 있기 때문이에요. 지구보다 훨씬 커요. 그러므로 그 별이 크다면 질량도 중력도 굉장히 클 수밖에 없죠."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하면 좋지?"
"모르겠어요. 애너메존 연료는 영에 가깝고, 이 우주선은 철의 별 주위를 나선을 그리면서 점점 가까이 끌려가게 되고 마지막에는 거기에 떨어지고 말게 되죠."
잉그리드는 초조해 하면서 머리를 돌렸다.
놀은 조종반 쪽으로 옮기자 한참 동안 깊은 생각에 잠겼다.
모두 숨을 죽이고 가만히 있었다
눈을 뜬 지 얼마 안 된 니자도 사건의 중대함을 깨닫고 조용히 있었다.
3시간이 지났다.
놀은 드디어 결단을 내렸다.
"죽기 아니면 살기다. 남아 있는 애너메존을 사용하여 탈출을 해 보자!"
탠트라 호에는 다시 애너메존 엔진의 진동이 전해져 왔다.
철의 별의 인력에서 탈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순간은 이미 계산되었다.
어물어물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속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으므로 탈출은 점점 더 어렵게 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애너메존 엔진의 시동으로 탠트라 호의 속도는 빨라졌다.
1시간, 또 1시간……
어두운 붉은 색의 무서운 별은 앞의 영사막에서 모습을 감추고 옆의 영사막에 비쳤다.
눈에 보이지 않는 철의 별의 인력이 탠트라 호를 탈출시키지 않으려고 뒤쫓고 있는 것은 계기의 바늘을 보면 알 수 있었다.
3시간, 4시간……
놀의 머리 위에서 붉은 표시등이 빛나기 시작했다.
놀은 레버를 끌어 당겼다.
엔진이 멈추었다.
"탈출했다!"
펠은 한숨을 내쉬며 속삭였다.
놀은 천천히 펠을 바라보며 머리를 흔들었다.
"아니, 탈출했는지 어쩐지는 아직 몰라. 애너메존을 모조리 써버렸어!"
"그럼 어떻게 하죠?"
"이젠 기다려보는 것 밖에는 딴 방법이 없어! 철의 별의 인력과 탠트라 호의 속도가 맹렬히 경쟁하는 중이야."
놀은 의자에 기대어 기도하는 심정으로 손을 무릎 위에 내려놓았다.
모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상태가 좋다는 것을 의미하는 소리에 섞이어 그것과 융합되지 않는 불길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이야말로 철의 별이 우주선 탠트라 호를 상대로 해서 싸움을 걸어오는 소리였다.
니자의 두 뺨은 타오르고 심장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이 강하게 뛰고 있었다.
니자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운명을 기다린다는 것이 얼마나 초조하고 견디기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1시간, 2시간,........ 5시간,.........
시간은 느릿느릿 지나갔다.
눈을 뜬 대원들이 중앙 사령실에 모여들었다.
이윽고 대원 14명 전부가 사령실로 모여들었다.
탠트라 호의 속도가 떨어지는 정도가 너무나 빨랐기 때문에 결국 철의 별에서 탈출한다는 것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탠트라 호의 코스는 점차로 방향을 잃고 끝내 나선의 원EMB00000500691c을 그리기 시작했다.
탠트라 호의 운명은 이제 누가 말해도 명백해졌다.
 
두 개의 행성
 
갑자기 옆에서 큰 함성이 일어났다. 깜짝 놀란 대원들이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천문학자 히스가 뛰어오르며 두 손을 흔들어대고 있는 것이었다.
히스의 얼굴은 딴 사람처럼 공포와 증오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는 펠을 가리키면서 떠들어댔다.
"이게 다 이놈 때문이다! 이 얼빠진 것, 쓸모 없는 바보 같은 놈......!"
폴 히스는 벌써 오래 전부터 이미 쓸 수 없게 된 욕지거리를 모조리 늘어놓으려고 했다.
옆에 있는 니자는 듣기에 민망스러워 귀를 막고 싶었다.
놀 대장이 일어섰다.
"동료를 꾸짖어 봤자 아무 소용도 없어. 펠이 일부러 실수한 것은 아냐. 게다가 이번 경우는........."
이렇게 말하면서 놀은 계산기의 핸들을 돌렸다.
"이걸 보면 알 수 있듯이 실수가 일어날 확률은 30퍼센트나 있었어. 게다가 우주선이 흔들렸기 때문에 생긴 충격을 넣으면 히스 자네라도 같은 실수를 저질렀을 것이 틀림없어."
그러자 히스는 자포자기가 되어 이번에는 대장에게 대들었다.
"그럼 당신이면 어떻게 됐지요?"
"나라면 이런 실수는 하지 않았을 거야. 제 36항성 탐험대에 참가하게 되었을 때 나는 이와 같은 철의 별을 가까이에서 본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책임은 모두 내게 있다. 또 조사도 돼 있지 않는 영역에 우주선을 나아가게 했을 때 나는 이러한 일은 당연히 예상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간단한 지시 밖에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데, 대장님이 잠들어 계실 때에 이런 곳에 들어와 버렸어요. 예상할 수가 없었잖아요."
하고 니자가 외쳤다.
놀은 똑똑히 말했다.
"아니, 나는 이런 일을 당연히 알고 있어야만 했다. 지금 그러한 말을 해 봤자 소용이 없다. 지구에 돌아가서 해야할 말이다."
"지구에 돌아가서, 라고?"
히스가 떠들어댔다.
"지구로 돌아갈 희망은 조금도 없소.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죽음뿐이오!"
"아니,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싸움이다."
하고 놀은 잘라 말했다.
니자는 그것을 듣고 저도 모르게 싱긋이 웃었다.
놀은 모든 사람의 얼굴을 둘러보면서 자기의 생각을 대원들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이 철의 별은 반드시 행성이 있을 것이다. 그 행성도 2개가 있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그 행성은 아마 클 것이기 때문에 대기도 있을 것이 틀림없다. 가령 그렇다고 해도 우리들이 착륙할 필요는 없다. 이 탠트라 호에는 아직 고체 산소가 많이 남아 있으니까."
여기서 놀은 일단 말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탠트라 호는 그 행성의 주위를 돌면서 행성의 대기를 조사하여 착륙해도 괜찮다는 걸 알게 되면 고체 산소를 다 사용한 후에 착륙하면 된다. 그 정도의 연료는 아직 남아 있다. 그리고 나서 반 년 정도 사이에 방위를 계산하고 행성을 자세히 조사해서, 그 결과를 지구에 보고한다. 그리고 구조용의 우주선을 보내 주도록 해서 우리 자신들과 탠트라 호를 구출해야 한다."
"그러한 것이 될 수만 있다면야........."
히스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으나 솟아오르는 기쁨을 억 누르고 있는 듯 했다.
"물론, 될지 안 될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확실한 목표다. 우리들은 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하여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히스와 잉그리드는 행성을 관측하여 그 크기를 계산해주기 바란다. 펠과 니자는 행성의 질량을 기초로 하여 탈출 속도, 궤도 속도와 회전 각도를 계산할 것........."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여 착륙 준비도 진행되었다.
생물학자, 지질학자, 의사 등 세 명은 자동 정찰 스테이션을 투하할 준비에 나섰다.
기계 기사들은 착륙용 레이더와 서치라이트를 정비하고 행성에서부터 지구에 통신을 보내기 위한 인공 위성을 조립했다.
공포와 절망을 맛본 다음이기 때문에 작업은 착착 진행되어 중력의 변동으로 우주선이 흔들리는 이외에는 작업이 중단되지 않았다.
그러나 탠트라 호의 속도가 많이 떨어져 있었으므로 웬만큼 흔들려도 그렇게 큰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
히스와 잉그리드는 두 개의 행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 두 개 중에 바깥에 있는 행성에 가까이 가는 것은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식어버린 커다란 행성으로서 그것을 싸고 있는 두터운 대기는 인간에게 해로운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죽는다면 두께가 1,000킬로미터나 되는 얼음 층에 격돌하여 암모니아의 대기 속에 빠지는 것보다는 단숨에 철의 별 가까이에서 타버리는 것이 좋다.
이와 같은 무섭고 거대한 행성은 태양계 안에도 얼마든지 있다.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금속제의 물체
 
14명의 대원을 실은 우주선 탠트라 호는 점점 철의 별에 가까이 갔다.
19일이 지나서야 겨우 안쪽 행성의 크기를 알아내게 되었다. 그것은 지구보다 큰 행성이었다.
그 행성은 철의 별(항성)의 주위 궤도를 굉장한 속도로 공전하고 있다.
행성의 1년은 지구의 2개월 정도로 계산되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철의 별은 그 행성을 적외선으로 충분히 따뜻하게 해 주는 것 같았다.
그러므로 대기만 있다면 생물이 있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착륙하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
다른 행성에서 지구와는 다른 진화과정을 거쳐 생겨난 생물은 우리들 인간에게 있어서는 매우 위험한 것이다.
우리 인간들은 오랜 세월 속에 여러 가지 병원균에 대하여 면역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면역은 다른 행성의 미생물(현미경이 아니면 보이지 않는 작은 생물)에는 전혀 당해 내지 못한다.
고등 생물은 없으나 생명이 존재하는 행성을 찾은 초기의 탐험 대원들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전염병에 걸렸던 일이 있었다. 그러므로 항성으로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여러 가지 실험을 하고 예방 조치를 취하게 되어 있었다.
은하계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지구에는 다른 행성에서의 손님이 찾아 온 일은 아직 없다. 최근에 들어와서 겨우 지구에서는 땅꾼자리, 백조자리, 큰곰자리, 봉황새자리 등의 가까운 행성에서 지구의 친구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을 정도였다.
놀 대장은 행성의 생물을 만날 위험을 생각하여 생물 방어복을 창고에서 꺼내도록 지시했다. 거문고자리의 별 베가를 찾아갈 꿈을 꾸었던 놀은 그때의 일을 생각하여 생물 방어복을 충분히 싣고 온 것이다.
마침내 탠트라 호의 속도와 철의 별의 안쪽 행성의 속도가 일치되었다. 탠트라 호는 행성의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피와 같이 거무죽죽한 빛을 발사하며 희미한 갈색으로 빛나는 행성을 적외선 영사막을 통하여 겨우 분별하게 되었다.
대원은 한 사람 남김 없이 각기 부서에 붙어 계기와 맞서고 있었다.
"자전의 주기는 대체로 20주야."
"레이더 관측에 의하면 바다와 육지도 있습니다."
"대기의 두께는 1,700킬로미터."
"정확한 질량은 지구의 43배."
하고 연달아 보고가 들어온다.
놀은 이러한 숫자를 종합하여 궤도 계산을 위한 데이터를 정리했다.
질량이 지구의 43배라 하니 상당히 큰 행성이다.
중력이 크므로 이러한 행성에 착륙하면 우주선도 인간도 뱀이나 거북이와 같이 지면에 짓눌려 버릴 지도 모른다.
어떤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거대한 별에 착륙한 우주선이 겪은 사실인지 아닌지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무서운 이야기를 놀은 생각했다.
그러한 우주선은 엔진을 최대로 발동시켜도 행성의 표면에 찰싹 달라붙은 채 꼼짝달싹도 하지 않아 날아 올라갈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중력이 그와 같이 크지 않을 때에는 우주선만은 무사히 남게 되나 인간의 뼈는 똑똑 부러지고 만다.
그러한 운명에 빠진 탐험 대원들이 고통을 참으면서 최후의 순간에 보내온 통신은 엄청난 중력의 무서움을 말해 주고 있었다.
탠트라 호가 행성의 주위를 돌고 있는 동안은 대원들이 그러한 운명에 빠질 걱정은 없다.
그러나 아무래도 착륙하지 않으면 안 될 경우 자기 몸의 무게를 지탱할 만큼 힘이 못될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대원들은 그러한 상태에 견디면서 몇 십 년을 보내지 않으면 안 된다.
과연 모두가 이러한 장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무서운 중력에 짓눌리고 적외선을 내는 태양 밑에서, 그리고 어두움의 밀도가 높은 대기 속에서 살아갈 수가 있을까?
그래도 혹시 구원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단지 그 정도의 희미한 희망만이 겨우 남아 있다.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이다.
탠트라 호는 대기의 끄트머리에 가까운 곳을 돌고 있었다.
대원들은 이때까지 알려져 있지 않았던 이 행성을 조사했다.
그러나 철의 별에 비춰지고 있는 면은 빛이 비추지 않는 어두운 면에 비하여 훨씬 온도가 높고 게다가 정전기를 많이 띠고 있었다.
그러므로 우주선의 강력한 레이더가 그 정전기에 방해되어 행성의 표면의 모습을 알 수 없을 만큼 영상이 찌그러지고 마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놀은 관측 스테이션을 투하하기로 했다.
이윽고 스테이션의 자동 장치가 보고해 왔다.
놀랍게도 대기의 하층부에는 산소와 수증기가 있고 기온은 섭씨 12도였다.
이것으로 보면 지구와 매우 흡사하다. 그러나 기압은 지구의 1.41배였다.
"이렇다면 생활할 수 있다!"
생물학자는 대장에게 관측 스테이션에서의 보고를 전하고 약간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우리들이 살 수 있을 정도라면 아마도 다른 생물이 살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탠트라 호가 15바퀴 째로 들어가려고 할 때 강력한 텔레비전 송신기를 비치한 두 번째 자동 스테이션이 투하되었다.
그러나 그 자동 스테이션은 어떻게 된 셈인지 없어져 버리고 말았다.
신호를 보내오지 않는 것이었다.
"바다에 떨어지고 말았어요!"
여성 지질학자는 안타까운 듯이 입술을 깨물었다.
"텔레비전 스테이션을 투하하기 전에 레이더로 다시 한 번 찾아보기로 하자."
탠트라 호는 희미한 육지며 바다의 윤곽을 레이더로 찾으면서 행성의 상공을 날아갔다.
넓고 넓은 평원이 적도 근처에서 튀어나와 넓은 바다를 둘로 갈라놓은 것 같은 모양이 레이더의 영사막에 나타났다.
탠트라 호는 지향성 전파를 내면서 폭 2,000킬로미터의 지대를 조사했다.
갑자기 영사막에 밝은 점이 반짝 빛났다.
"금속입니다! 광석이 표면에 나와 있어요!"
지질학자가 외쳤다.
놀은 머리를 옆으로 흔들었다.
"지금 반짝거린 것은 순간적인 것이었는데 내게는 그 형태가 확실한 것 같이 보였다. 그건 큰 금속 덩어리 즉 운석이기나 아니면........."
"우주선!"
EMB00000500691d니자와 생물학자가 동시에 외쳤다.
"시시하다!"
히스는 두 사람을 깔보듯이 말했다.
"아니, 정말 우주선일지도 모른다."
놀이 히스에게 답했다.
히스도 지지 않았다.
"말다툼을 해 봤자 소용없다. 어쨌든 확인할 방법이 없으며 우리들은 착륙할 생각도 없으니까........."
그러자 놀이 말했다.
"3시간 후에 다시 한 번 이 평원의 상공에 왔을 때에 확인해 보자. 그 금속제의 물체는 착륙한다면 나라도 거기를 골랐을 것이 틀림없어. 그렇게 생각될만한 장소였어. 그 지점에 텔레비전 스테이션을 투하하기로 하자."
 
미지의 행성에 착륙
 
놀 대장의 계략은 잘 되었다.
탠트라 호는 3시간이 걸려 어두운 행성을 다시 한 바퀴 돌았다.
탠트라 호가 평원에 가까이 가자 이번에는 텔레비전 스테이션의 보고가 전달되어 왔다.
대원들은 밝아진 영사막을 지켜보았다.
스위치가 켜지고 텔레비전은 1,000킬로미터나 아래의 어둠 속에 있는 어떤 물체의 윤곽을 비춰 주었다.
텔레비전 스테이션의 서치라이트에 비친 낮은 낭떠러지며, 언덕이며, 골짜기가 영사막 위에 나타났다. 카메라는 그 모습을 계속 비춰 주었다.
갑자기 어뢰와 같은 모양을 한 빛나는 물체가 여럿 보였다.
"우주선이다!"
대원들의 입에서는 동시에 부르짖듯이 말이 쏟아져 나왔다.
니자는 으쓱해서 히스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영사막은 사라지고 탠트라 호는 다시 텔레비전 스테이션에서 멀어졌다.
생물학자인 에온은 곧 전자 카메라의 필름을 현상하기 시작했다.
에온은 초조한 듯이 필름을 영사기에 걸었다.
눈에 익은 유선형의 앞쪽 부분, 넓은 뒤쪽 부분, 높은 평형 날개 ......!
틀림없이 그것은 지구의 우주선이었다.
이런 암흑의 행성에서 지구의 우주선을 만나다니!
아무리 여러 가지로 생각해 봐도 지구의 우주선이 틀림없었다.
그 우주선은 올바른 착륙의 자세를 취하고 커다란 받침대를 내놓고 수평으로 누워 있었다.
보기에는 조금도 상한 데가 없는 것 같았고, 바로 이제 막 착륙한 것 같았다.
탠트라 호는 행성의 상공을 돌면서 신호를 보냈으나 그 우주선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몇 시간이 흘러갔다.
중앙 사령실에 다시 14명의 대원 전부가 모였다.
놀은 깊이 생각하고 있다가 이윽고 일어서자 모두를 둘러보고 말했다.
"결단을 내려 탠트라 호를 착륙시키자. 어쩌면 동지들이 구원을 필요로 하는 상태에 있을 지도 모른다. 저 우주선은 어딘가 고장이 나서 지구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고도 생각할 수도 있다. 만약에 그렇다면 저 우주선의 동지들을 구출하여 애너메존 연료를 얻으면 우리들도 도움을 받고 모두 무사히 지구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저 우주선도 애너메존의 연료가 떨어져서 이 행성에 불시착했다면?"
펠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애너메존이 없어져도 행성 비행용의 이온 연료는 남아 있을 것이다. 올바른 자세로 착륙하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이온 연료를 얻어 다시 한 번 상승하여 궤도 비행을 하며 지구에 구원을 청하자. 잘 되면 8년 밖에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 무거운 행성에 착륙하는 경우의 위험과 거기서 생활할 경우의 위험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이 암흑의 세계는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 진다!"
히스가 중얼거렸다.
"물론 위험은 있다. 그러나 착륙할 때에 우주선을 상하지 않게만 한다면 그다지 이 행성을 무서워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놀은 조종반의 레버 앞에 서서 한동안 망설이는 눈치였다.
니자는 결심한 듯이 대장의 옆에 가까이 가서 격려하듯 생긋 웃었다.
"대기권 하층에 돌입하여 착륙한다!"
놀은 큰 소리를 지르며 신호의 스위치를 넣었다.
사이렌이 탠트라 호의 선내에 울려 퍼졌다. 모든 대원들은 민첩하게 제각기 자기 부서로 돌아갔다. 행성용 엔진이 울리고 탠트라 호는 미지의 행성의 표면을 향하여 다가가기 시작했다.
레이더와 적외선 반사가 영원한 암흑 세계를 더듬고 고도계의 눈금에는 '15,000미터'라는 숫자에 붉은 등불이 켜지고 있었다.
한 바퀴를 돌자 이 행성의 표면에는 높은 산이 없으며 화성의 언덕보다 좀 높은 정도의 고지 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놀은 고도 제한 장치의 바늘을 2,000미터 낮추고, 강력한 서치라이트의 스위치를 넣었다.
아래에는 큰 바다가 펼쳐지고 해면에는 검은 파도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깊이는 알 수 없다.
검게 빛나고 있는 바다의 물이 거무죽죽한 색으로 변했다. 육지가 시작된 것이다.
서치라이트의 빛이 누런 모래밭이며, 가파르지 않은 언덕의 잿빛 바위를 비추기 시작했다.
탠트라 호는 행성의 대륙 상공을 날아가고 있었다.
조종하고 있는 놀은 드디어 그 평원을 발견했다.
그 순간 왼쪽의 레이더의 신호가 울렸다. 탠트라 호는 서치라이트를 그쪽으로 돌렸다.
제 1급 우주선의 모습이 빛을 받고 탠트라 호에서 확실히 보였다. 마치 새로운 우주선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우주선의 가까이에는 임시 건물도 없었고 불빛도 보이지 않았다.
탠트라 호가 가까이 가는 데도 그 우주선은 아무런 반응도 나타내지 않고 죽은 것처럼 가만히 어두움 속에 누워 있었다.
서치라이트의 빛은 우주선보다 더 앞쪽에서 파란 거울 같은 것에 부딪쳐 반짝 빛났다. 그것은 거대한 원반이었다.
원반은 검은 흙 속에 가장 자리의 일부가 덮여서 기울어진 채로 서 있었다.
순간 원반의 저쪽에 낭떠러지처럼 서 있는 무엇인가가 보였다.
그러나 그 저 쪽은 캄캄했다. 그 앞쪽은 절벽이나 경사가 져 있는 것 같았다.
귀를 찢는 것 같은 사이렌 소리가 탠트라 호의 선체를 뒤흔들었다. 발견된 우주선에 될 수 있는 한 가까이 착륙하려고 생각한 놀이 경고로 사이렌의 스위치를 눌렀던 것이었다.
착륙 지점에서 반경 약 1,000미터 내의 위험 지대에 혹시 사람이라도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행성용 엔진이 높은 소리와 함께 불기둥을 내뿜었다.
영사막에 새빨갛게 탄 모래 연기가 나타났다. 이 때 선실의 바닥이 쑥 치솟더니 뒤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좌석이 소리도 없이 돌아서 수평의 위치로 바꿔졌다. 큰 받침대가 탠트라 호의 선체에서 내밀어지더니 행성의 대지에 닿았다.
커다란 충격이 대원들의 몸에 전해졌다.
탠트라 호는 머리 부분을 흔들면서 엔진을 완전히 멈추고 정지했다.
놀은 손을 내밀어 받침대를 끌어넣기 위해 레버를 당겼다.
탠트라 호는 조금씩 머리 부분을 땅위로 기울어지게 하여 수평의 위치로 되돌아 왔다.
착륙은 무사히 끝났다.
 
사람 없는 파르스 호
 
착륙의 충격에 대원들은 마치 무거운 병에라도 걸렸던 것처럼 한 동안 꼼짝할 수가 없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생물학자인 에온이 공기를 표본으로 분석을 해 보았다.
"호흡하기에 별 지장이 없을 것 같군요. 곧 현미경 검사를 해 보겠습니다."
"그럴 필요는 없다. 어쨌든 우주복을 입지 않고서는 밖으로 나갈 수가 없으니까. 그리고 여기에는 검출할 수 없는 바이러스가 있을 지도 모르잖아?"
놀 대장은 착륙용 좌석의 벨트를 벗기면서 생물학자에게 말했다.
출입문에는 이미 가벼운 우주복과 비행용의 기계가 준비되어 있었다.
이 기계는 가죽으로 싼 강철의 뼈대에 전기 모터와 용수철을 붙인 것인데 이것을 우주복 위에 입으면 강한 중력에서도 움직일 수 있다.
우주 공간을 6년 동안이나 헤맨 뒤이므로 대원들은 모두 조금이라도 빨리 땅에 발을 디디고 싶어 가슴이 뛰고 있었다.
케이와 히스, 잉그리드, 여의사 루마와 두 명의 기계 기사가 탠트라 호 안에 머물며 무선기와 서치라이트와 그 외의 기계를 관리하게 되었다.
놀 대장 이하 8명은 출입문의 에어록에 모여서 기다렸다.
"공기를 보내라!"
대장 놀이 두터운 벽 저쪽에 남아 있는 대원에게 명령했다.
에어록 안의 기압이 바깥 기압보다 훨씬 높아졌을 때 겨우 밀폐되었던 문이 열렸다.
대원들은 마치 공기의 압력 때문에 밀려서 나가게되는 식으로 밖으로 밀려 나갔다.
공기의 압력을 사용하는 것은 그렇게 함으로써 미지의 세계의 유해물이 선내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다.
선내에 남아 있는 대원들은 얼른 문을 닫았다. 그리고 서치라이트를 그들의 앞쪽을 향해 비춰 주었다.
대원들은 그 빛 속을 자기 몸의 무게를 간신히 지탱하면서 보행기 용수철의 도움을 받으며 비틀거리면서 겨우 나아갔다.
목적하는 우주선까지의 거리는 1킬로미터 정도였다.
대원들은 일초라도 빨리 도착하려는 마음만 앞섰지 몸은 거북이처럼 느릴 뿐이었다. 게다가 돌 투성이의 울퉁불퉁한 땅이었다.
우주복을 입고 그 위에 보행기를 걸친 무거운 몸으로 비틀거리며 걷는 것으로서는 1킬로미터 정도의 거리라도 굉장히 멀게 느껴졌다.
습기가 많은 두터운 공기를 통하여 하늘의 별은 창백하고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주위는 캄캄한 어둠 속이므로 서치라이트에 비치는 우주선의 모습은 특히 아름답게 빛나 보였다.
선체의 두터운 페인트칠이 군데군데 벗겨져 있었다. 틀림없이 이 우주선은 우주 공간을 오랫동안 헤매었을 것이 틀EMB00000500691e림없다.
"저걸 봐!"
에온의 외치는 소리가 모든 사람의 귀에 들려 왔다.
생물학자 에온의 손은 입을 쩍 벌린 것 같이 열려있는 우주선의 문과 거기서 내려져 있는 작은 승강기를 가리키고 있었다.
승강기 주위와 선체의 아래에 보이는 것은 틀림없이 식물이었다.
1미터 가까이 자란 굵은 줄기 위에 검은 밥공기 같은 것이 올려져 있었다.
그 밥공기 같은 것의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나 있었다. 마치 톱니바퀴 같았다. 그것이 잎인지 꽃인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그 검은 톱니바퀴 같은 것을 달고 있는 식물은 가득 모여 있었는데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들게 했다.
커다랗게 벌어져 있는 검은 문은 그 이상으로 더 불길한 예감을 느끼게 했다.
밟힌 자리도 없이 모여 있는 식물, 열려져 있는 문, 그것은 인간이 무척 오래 전부터 여기를 왕래한 일이 없었고, 우주선을 지키지 않았었다는 증거가 되는 것이다.
놀과 에온, 니자 등 세 사람은 승강기 속에 들어가고 놀이 핸들을 돌렸다.
승강기는 약간 삐걱거리며 올라가 세 사람을 우주선의 해치까지 운반했다. 계속해서 나머지 대원들도 올라 왔다.
놀은 무선 전화로 서치라이트를 끄도록 탠트라 호에 명령했다.
서치라이트가 꺼지자 대원들은 캄캄한 어둠 속에 휩싸이고 말았다.
모두가 헬멧 위의 회전 헤드라이트를 켰다.
해치에서 선내로 통하는 문은 닫혀져 있었으나 밀폐되어 있지 않았으므로 약간 밀자 간단하게 열렸다.
대원들은 중앙 통로에 들어가자 망설이는 일없이 나아갔다.
그 우주선의 구조는 탠트라 호와 거의 같았으며 모양만 조금 다를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우주선은 수십 년 전에 만들어진 것 같군."
놀은 니자에게 다가서서 말했다.
EMB00000500691f니자는 저도 모르게 뒤돌아 서며 놀을 보았다.
어둠침침한 속에서 헬멧의 저쪽에 희미하게 보이는 대장의 얼굴은 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얼굴빛이 심각해지고 있었다.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어쩌면 이 우주선은……?"
"앗! 그 파르스 호?"
니자는 저도 모르게 큰 목소리로 외쳤다.
"거문고자리의 베가라는 행성에서 지구로 돌아오는 도중에 조난된 그 파르스 호라는 말씀이죠?"
대원들은 우주선의 뱃머리 가까운 중앙 사령실로 들어갔다.
놀은 보행기로 이리저리 비틀거리기도 하고, 벽에 부딪치기도 하며 중앙 배전반 앞에 이르렀다.
조명 스위치는 켜진 채로 있었으나 전류는 흐르지 않고 형광 도료를 칠한 표시판이며 기호가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놀은 비상등의 스위치를 발견하여 그것을 누르자 불이 켜져 희미하게 주위를 비추었다.
그 불빛으로 앞쪽 영사막 쪽에 눈길을 보낸 놀은 그대로 멈춰 버렸다.
니자는 놀의 앞을 보았다.
영사막의 옆에 지구의 말과 대우주 통신망의 공통되는 부호로 '파르스'라고 쓰여져 있지 않는가!
"역시 파르스 호였구나?"
80년 전에 소식이 끊어진 우주선이 이때까지 오랫동안 암흑 성운이라고 생각되었던 이 검은 태양의 행성 위에서 발견되다니…….
파르스 호의 선내를 남김 없이 조사해도 그 승무원들이 어디로 갔는지를 알만한 실마리는 아무 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산소 탱크도 비어 있지 않았으며 물과 식료품도 앞으로 수 년 동안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남아 있었다.
그런데도 파르스 호의 승무원들의 모습은 어디론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 것이었다.
통로며, 중앙 사령실이며, 도서실 등 여기 저기에 무엇인가 전혀 알 수 없는 검은 액체 같은 것이 보였다.
도서실의 바닥에는 이상한 반점이 있었다. 무엇인가 흘러서 말라붙은 느낌이었다.
선미의 기계실에서는 전선이 비틀려 뜯겨져 있었으며 냉각기의 튼튼한 기둥이 몹시 구부러져 있었다.
그러나 선체의 다른 부분은 전혀 파손된 곳이 없었다.
그러나 이 정도를 파손시키는 데도 굉장히 큰 힘이 있어야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파손의 원인은 대체 무엇일까?
대원들은 지칠 때까지 이리 저리 조사를 했으나 역시 파르스 호의 승무원들이 사라진 수수께끼를 풀어낼 실마리는 어디서도 찾아낼 수가 없었다.
그 대신 이 조사로 매우 중요한 것을 발견했다.
파르스 호의 연료 탱크에는 애너메존 연료와 행성 비행용의 이온 연료가 충분히 남아 있었다.
이 정도의 연료가 있으면 탠트라 호가 이 무거운 행성을 떠나 지구로 충분히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단지 어려운 문제가 하나 있었다.
애너메존 연료의 큰 용기를 탠트라 호에 옮겨야하는 큰 작업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아도 중력이 지구의 3배나 되는 이 행성 위에서 그런 작업을 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생물학자인 에온은 중앙 사령실의 테이프 레코드에서 채 쓰지 않은 항행 일지며 테이프를 뽑아냈다.
대장과 지질학자는 금고를 열고 파르스 호의 승무원들의 관측 기록을 꺼냈다.
많은 항행일지, 천문 관측이며, 계산의 데이터를 메고 탠트라 호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지칠 대로 지쳐 겨우 탠트라 호에 이른 대원들은 곧 기다리고 있었던 대원들에게 둘러 싸였다. 밝은 불빛이 비치는 테이블에 앉고 보니 묘지와 같은 바깥의 어둠도, 아무도 없이 내버려진 우주선도 마치 무서운 꿈에서 보았던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다만 이 행성의 무서운 인력만이 끊임없이 모두를 괴롭혀 조금 움직이기만 해도 얼굴을 찌푸릴 정도의 고통과 계속 싸우지 않으면 안 되었다.
 
한 사람 또 한 사람
 
파르스 호에서 가지고 온 항행일지의 테이프는 전 대원이 지켜보는 앞에서 곧 재생기에 걸렸다.
니자는 죽음의 우주선에서 80년 동안이나 보존된 기록에서 무엇이 나올까 하고 가슴 조이며 기다리고 있었다.
무엇인가 믿을 수 없는 일에 구원을 청하는 소리, 극한 상황에서의 비명 소리, 피할 수 없는 죽음 앞에서의 최후의 한 마디, 그런 것들이 녹음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때 재생기에서 드디어 소리가 흘러 나왔다. 니자의 몸은 오싹하고 떨렸다.
그 소리는 지구로 최후의 통신을 보내고 나서 7개월이 지난 다음에 일어난 사건을 설명한 것이었다.
파르스 호는 그 25년 전에 행성 베가에 가까운 우주 빙하 지대를 가로질러 갈 때에 파손되었다.
선미의 상처는 다행히 수리가 되었기 때문에 계속 날을 수가 있었는데 엔진의 미묘한 조정을 할 수 없게 되었다.
20년 동안 필사의 노력을 계속 했으나 그 보람도 없이 끝내 엔진을 멈추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로부터 5년 동안 파르스 호는 관성 비행(물체가 환경의 변화나 외력의 작용을 받지 않는 한 정지 또는 운동의 상태를 언제까지나 지속하려는 성질)을 이용하여 비행하는 것을 계속 했다.
그러나 파르스 호는 알려지지 않고 있던 중력권에 들어가서 속도를 잃고 말았다.
파르스 호는 그때에 최초의 통신을 지구에 보냈다.
파르스 호는 철의 별의 중력권에 끌려들어 갔던 것이다.
그 후로는 이 탠트라 호와 같은 일이 일어났다.
다만 탠트라 호의 경우는 애너메존 연료가 없었던 때문이었지만 파르스 호는 엔진이 고장 나는 바람에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 다를 뿐이었다.
파르스 호는 애너메존 엔진만이 아니라 행성 비행용의 이온 엔진도 사용할 수가 없게 되어 있었으므로 행성의 위성조차 될 수가 없었다.
파르스 호는 다행히도 무사히 이 행성의 바다에 가까운 EMB000005006920낮은 땅에 착륙하게 되었다.
승무원들은 엔진의 수리, 지구로의 송신, 미지의 행성의 조사라는 세 가지 일을 곧 착수했다.
그런데 그때 기괴한 사건이 일어났다.
송신용 로켓을 발사할 발사대의 조립이 채 끝나기도 전에 승무원이 한 사람 또 한 사람 계속 행방 불명이 되어 가는 것이었다.
즉시 수색대를 보냈는데 그 사람들마저도 돌아오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자 행성의 조사는 일단 중지하고 발사대의 건설을 위해 우주선 밖에 나갈 때에는 반드시 전원이 함께 나가도록 했다.
EMB000005006921그리고 작업 중에 휴식을 해야 할 때에는 우주선으로 되돌아와 엄중히 밀폐하고 거기서 휴식을 취했다.
송신용 로켓을 발사하는 것이 선결 문제였기 때문에 파르스 호의 가까이에 있는 다른 세계에서 온 것 같은 우주선의 조사도 뒤로 돌려졌다.
그 우주선은 계속 저 위치에 있어 온 모양이었다.
<아아, 저 원반형의 우주선을 말하고 있는 거야!>
이렇게 생각한 니자는 놀 대장 쪽을 보았다.
그러자 놀도 니자가 말하려는 것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파르스 호의 승무원 14명중에서 남은 것은 8명이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대책을 취한 뒤부터는 승무원이 갑자기 행방 불명이 되는 일은 없어졌다.
EMB000005006922여기서 테이프에 녹음되어 있는 일지는 거의 3일 동안이나 끊어져 있었다.
그 뒤로 이번에는 젊은 여자의 높고 날카로운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오늘은 신우주 기원 323년 7월 12일. 살아 남은 우리들 전대원은 송신용 로켓의 발사 준비를 완료했습니다. 내일 이 시간에 우리들은 정확한 계산에 기초하여 로켓의 발사를........."
소리는 여기서 끊어지고 한참 후에 다시 들렸다.
녹음기에 말하고 있는 여자가 뒤를 돌아 본 모양일 것이다. 이번에는 목소리는 아까보다 약했다.
"스위치를 넣습니다. 앗......!"
재생기는 말이 없어지고 테이프만이 소리 없는 그대로 감겨지고 있었다.
탠트라 호의 대원들은 불안한 듯이 서로 얼굴을 쳐다봤다.
"무엇인가 있었어요!"
잉그리드가 이렇게 말했을 때 짓눌린 것 같은 빠른 목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만 구원됐습니다. 라이크는 늦어서 타지 못했습니다. 승강기에...... 문을 닫을 사이도 없이...... 제 2의 문만이...... 기계 기사 사후 쿠턴이 엔진 쪽으로 기어갔습니다. 행성용 엔진으로 응전하려는 것 같습니다."
침묵이 또 한동안 계속되고 나서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쿠턴은 늦었던 모양입니다. 나 혼자 남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대체적인 예상은 서 있습니다. 그 전에 한 마디........."
그 여자의 소리는 크고 힘차게 울리기 시작했다.
"여러분, 만약에 여러분이 파르스 호를 발견하는 일이 있다면 결코 우주선에서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하십시오."
그 여자는 여기서 길게 한숨을 쉬고 작은 소리로 자기에게 들려주듯이 덧붙이는 것이었다.
"쿠턴이 어떻게 됐는지 보고 오지 않고서는......... 자세한 것은 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스위치의 소리가 났다.
테이프는 자꾸만 돌아갔는데 끝내 최후까지 그 이상의 설명은 들려 오지 않았다. 그 여자도 역시 끝내 되돌아오지 못한 것이 틀림없었다.
 
곤란한 작업
 
놀 대장은 재생기의 스위치를 끊고 대원들을 향해 말했다.
"조난된 우리들의 동지들이 우리들을 도와주려고 하고 있다. 다른 행성에서 이 별을 찾아오게 되면 여기서 생명에 관계되는 위험에 부딪친다는 경고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위험인지는 몰라도 아마도 인간과는 전혀 다른 생물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우주선 밖에 나가지 않으면 애너메존 연료는 보급할 수 없지 않습니까?"
하고 케이가 물었다.
"물론이다. 우주선 밖에 나가서 작업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러한 경고가 있는 이상 필요한 조치는 반드시 취해야 할 것이다."
"아아, 알았습니다. 작업장 주위에다 방어 배리어를 치는 거지요."
생물학자 에온이 말했다.
"주위만으로는 안 돼요. 두 척의 우주선 사이의 길에도 치지 않으면 ........."
히스가 말했다.
"물론이다. 상대가 어떤 놈인지 알지 못하니까 방사선과 전류의 이중 방어 배리어(SF소설에 자주 나오는 방어용 병기. 전류나 또는 방사선의 일종인 스크린을 쳐 적을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던가 미사일이나 광선포를 방어한다던가 하는 장치)를 친다. 케이블을 끌어 빛의 통로를 만든다."
그때, 지질학자인 비너가 테이블에 머리를 부딪쳐 쿵 하고 큰 소리가 났다.
여의사와 천문학자가 중력과 싸우면서 정신을 잃은 비너에게 가까이 갔다.
여의사 루마가 진찰하고 말했다.
"큰 일은 없습니다. 충격과 긴장이 계속된 때문이겠지요. 좀 도와 주셔요. 이 분을 침대에 옮기지 않고서는......."
그러나 그러한 간단한 일도 만약에 기계 기사 타론이 자동 운반차를 사용할 것을 생각해 내지 못했더라면 큰 중력 때문에 좀처럼 할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조사를 하고 돌아온 다른 대원도 그 차로 저마다의 침대에 운반되었다.
휴식이 필요했다. 휴식을 취하지 않는다면 이렇게 무거운 중력에 익숙하지 않은 대원들의 몸은 긴장이 계속되어 지탱할 수 없게 된다.
휴식이 끝나자 연결된 두 대의 자동 조종차가 두 척의 우주선 사이의 길을 닦기 시작했다. 길 양쪽에는 굵은 케이블이 처졌다.
두 개의 우주선 옆에 두터운 특수 유리로 된 감시탑이 세워지고 감시원이 안에 앉아 때때로 강력한 방사선을 주위 일대에 보내고 있었다.
작업 중에는 강한 서치라이트가 켜졌다.
대원들은 파르스 호의 중앙 해치를 열고 애너메존 연료 탱크 4개와 이온 연료의 실린더 30개를 운반차에 내릴 준비를 끝냈다.
그러나 그것을 탠트라 호에 싣는 것은 한층 더 어려운 작업이었다.
탠트라 호의 연료 해치를 열 수가 없다.
그러한 일을 하면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행성의 생물이 만들어내는, 인간에게는 매우 유해한 것이 우주선 속에 들어 올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거기서 해치를 열 준비만을 해 놓고 파르스 호에 남아 있는 압축 공기의 용기를 전부 운반해 왔다.
해치를 열어 연료 탱크를 싣기까지 계속해서 압축 공기가 뿜어져 나오도록 했다. 또 방어용의 방사선도 준비되었다.
대원들은 무거운 보행기에 의지해서 하는 작업에 점차 익숙해졌다.
이 행성에 착륙하여 강한 중력 때문에 아프기 시작한 뼈의 마디마디도 점점 편해졌다.
지구상의 시간으로 계산하여 5일이 지나갔다. 기괴한 생물이 나타날 기미는 아직 없었다. 기온이 갑자기 내리기 시작했다. 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점점 강해졌다.
검은 태양이 가라앉고 밤이 찾아 온 것이다.
온도가 처음에는 그다지 낮지 않았으나 한밤중이 가까워지면서 굉장히 낮아졌다.
우주복의 온도를 거기에 맞춰 높이면서 작업은 계속 되었다.
최초의 탱크를 파르스 호에서 내려 탠트라 호까지 전부 운반해 놓았는데 벌써 새벽이 되었고 다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우주선이 삐걱삐걱 흔들릴 정도로 무서운 바람이 불어왔다, 돌풍이 몰아쳐 고압 케이블을 끊어 놓자 파란 불꽃이 튀었다.
파르스 호에 달아 놓은 서치라이트가 촛불처럼 꺼지고 말았다.
놀은 어쩔 수 없이 작업을 일단 중지시키고 우주선 안으로 철수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대장님, 저쪽엔 감시원이 남아 있습니다!"
지질학자 비너가 아득히 보이는 감시탑의 불빛 쪽을 가리키면서 외쳤다.
"알고 있어. 저기에는 니자도 있어. 내가 곧 가보겠다."
"그러나 전류가 끊어져 버렸습니다. 수상한 생물이 나타날지도 모릅니다."
비너는 걱정하며 주의를 했다.
"아니, 이런 폭풍에야 놈들도 나오지 못해. 폭풍이 가라앉지 않는 동안은 안심이다. 게다가 여기서는 나의 몸도 꽤 무거워졌으니까 땅 위를 기어가면 바람에 날릴 걱정은 없을 거다. 실은 저쪽 감시탑에 가서 놈들을 기다려서 해치우려고 생각하고 있는 참이었는데,"
"대장님, 저도 데리고 가주십시오!"
생물학자인 에온이 열을 내어 놀에게 부탁했다.
"좋아. 그런데 자네만이야."
두 사람은 돌풍에 말려들지 않도록 바위 틈새며 땅 위에 나온 것들을 틀어잡고 기어갔다.
바람은 두 사람을 땅에서 떼어놓으려는 듯이 휘몰아치는 것이었다.
 
수수께끼의 우주선
 
니자는 두 사람의 도착을 기다렸다는 듯이 감시탑의 해치를 열었다.
놀 대장과 에온은 한 사람씩 탑 속으로 들어갔다.
안은 따뜻하고 조용했다.
감시탑은 폭풍을 생각하고 튼튼히 만들어 놓았는데도 두 사람이 일부러 와준 것을 니자는 진심으로 기뻐했다.
"이러한 행성에서 홀로 폭풍이 몰아치는 밤을 지내다니, 정말 쓸쓸했어요."
놀은 감시탑에 무사히 도착한 것을 탠트라 호에 연락했다.
탠트라 호에서 비추고 있던 서치라이트가 꺼지자 이 암흑의 행성을 비추고 있는 것은 감시탑 안의 약한 불빛뿐이었다.
폭풍은 점점 심해가고, 회오리바람이 지날 때마다 대지가 흔들렸다.
세 사람 모두 두터운 우주복을 입고 있어서 좁은 감시탑 안은 더 좁았다.
"한잠 자지 않겠어?"
놀이 말했다.
"검은 태양이 올라올 때까지는 아직 12시간이나 있어야 된다. 그후가 아니면 폭풍은 그치지 않으며 따뜻해지지도 않으니까."
니자와 에온은 기뻐하며 찬성했다.
세 사람은 지구의 3배나 되는 중력에 눌리며 더군다나 우주복에 졸아든 채로 웅크리고 잤다.
니자는 때때로 눈을 떠, 탠트라 호에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잠을 자는 것이었다.
폭풍은 점점 약해지고, 조용해졌다.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놈이 나타나기 꼭 좋을 때가 된 것 같았었다.
세 사람 모두 각성제를 먹고 정신을 똑바로 차렸다.
"저, 계속 걱정이 되는 일이 있어요."
니자가 말하기 시작했다.
"저 딴 세계에서 온 원반형의 우주선 말이어요. 대체 어디서 어떻게 하여 온 걸까요?"
"그에 대해선 나 역시 걱정하고 있어."
놀이 대답했다.
"단지 저 우주선이 여기 온 이유는 확실해. 역시 철의 별 때문이야. 이 넓은 우주에는 이와 같은 철의 별이나 우주선을 끌어들이는 행성이 몇 개가 있다는 것은 대 우주 통신망으로 알고 있었어. 다만 우리들의 태양계 가까이에 있다는 것만은 몰랐어. 우리들이 이번에 처음으로 발견한 것이야."
"대장님은 그 원반형 우주선을 조사할 작정입니까?"
"물론 조사하고 말고. 지구에 가까운 행성일지라도 저런 원반형 우주선을 알려지지 않고 있어. 아마 어딘가 먼 곳에서 온 것일 거야. 비행 도중 사고를 일으켜 승무원들은 모조리 죽고 그대로 몇 천년을 은하계의 속을 헤매어 온 것이 틀림없어. 우리들이 그 원반에서 무엇인가 좋은 자료라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대 우주 통신망을 통하여 들어오는 통신의 의미를 더 잘 알게 될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파르스 호의 연료의 적재가 끝나면 곧 그 원반형 우주선의 조사에 착수해보자."
"그러나 파르스 호를 조사할 때에는 몇 시간으로 끝났어요."
"아니, 난 입체 망원경으로 그 원반을 자세히 관찰해 보았다. 그런데 그 원반형 우주선에는 창이나 입구 같은 것을 어디에서고 찾아낼 수가 없어. 어떤 우주선에도 우주에의 모든 조건에 견딜 수 있게 충분한 방어 설비를 갖추고 있다. 그러므로 그것을 깨뜨리고 우주선 안으로 들어가는 일은 매우 어렵다. 우리의 탠트라 호를 생각해도 그렇다. 탠트라 호를 밀폐하면 특수 구조의 금속으로 만들어진 선체를 부수고 들어가는 일이 그렇게 간단히 된다고 생각해? 더욱이 우리들이 모르는 전혀 다른 구조를 가진 우주선이라면 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해서든지 수수께끼를 풀어보지 않고서는 그냥 지나칠 순 없다."
놀은 말하는 것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어느새 바람 소리가 조금도 마이크로폰에 울려오지 않았다.
 
기괴한 생물
 
그때 무엇인가 와글거리는 소리가 밖에서 감시탑의 벽을 통하여 들려 왔다.
놀 대장은 한 손을 흔들어 두 사람에게 알렸다. 니자는 그 의미를 곧 깨닫고 불을 켰다. 바로 옆에서 코를 잡혀도 알 수 없을 만큼 새까맣게 된 탑 안은 마치 큰 바다 밑바닥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투명한 특수 유리의 천장 문을 통하여 붉고 작은 불이 깜박거리는 것이 똑똑히 보였다.
그러한 작은 불은 확 타올라 검붉은 빛과 초록빛을 발산하는 별처럼 되었다가 사라지는가 하면 또 나타나는 것이었다.
작은 별은 쇠사슬처럼 한 줄로 이어져 구부러지기도 하고 둥글게 되기도 하고 8자형이 되기도 하면서 다이아몬드와 같이 단단하고 매끈거리는 특수 유리의 천장 창문 위를 소리도 없이 움직이며 돌아다녔다.
탑 안에 있는 세 사람은 온 몸의 신경에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심한 아픔을 느꼈다. 마치 붉은 별의 빛이 바늘처럼 몸에 꽂혀진 것 같았다.
"니자, 전압을 높일 대로 높이고 한꺼번에 불을 켜라."
놀이 속삭였다.
감시탑은 밝고 푸른빛을 어둠 속으로 내보냈다.
세 사람은 눈이 부셔서 전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니자와 놀 대장은 순간 묘한 것을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탑의 오른쪽 어둠만이 곧 사라지지 않고 크고 검은 그림자를 남겼다.
그 그림자는 곤충의 더듬이와 같은 것이 나 있었다.
그러나 그 그림자는 앗 하는 사이에 더듬이 같은 것을 집어넣고 감시탑의 빛 속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착각이었을까? 아니, 그럴 수가 없어요. 확실히 언뜻 보인 걸요."
니자가 주장했다.
놀 대장도 같은 의견이었다.
"그건 생물임에 틀림없어. 우리들을 공격하려고 하는 거야!"
놀은 외쳤다.
"이 행성은 암흑이라고는 해도, 우리들에게만 암흑인 것에 불과합니다. 인간에게는 적외선이 보이지 않으니까요. 그리므로 대장님, 이러한 장소에서는 우리들의 눈에 보이는 노란색이나 파란색의 빛은 여기의 생물에 비하여 매우 강한 작용을 할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그 반응이 앗 하는 순간에 일어나기 때문에 조난 뒤 파르스 호의 승무원들이 놈들에게 습격되었을 때 거기를 비춰도 아무 것도 발견할 수가 없었겠지요. 틀림없어요. 겨우 정신을 다시 차렸을 때에는 이미 늦어 버렸던 것이 아니었을까요?"
놀의 생각에 찬성한 에온은 생물학자로서의 자기의 의견을 덧붙였다.
"좋아. 다시 한 번 시험해 보자. 놈들이 가까이 오는 것은 싫지만........."
니자는 조명을 껐다.
세 사람은 캄캄한 어둠 속에서 다시 한 번 이 행성의 생물이 가까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
"놈들의 무기는 대체 무엇일까? 놈들이 가까이 오면 유리창이나 우주복을 통하여 그것이 우리들에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무엇인가 특별한 에너지일까?"
생물학자는 자꾸만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에너지에는 종류가 그다지 많지 않아. 그건 틀림없이 전자 에너지다. 그 생물은 우리들의 신경에 작용하는 무기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그 더듬이가 이쪽의 몸에 직접 닿으면 큰일이 난다."
놀은 이렇게 말하고 목을 움츠렸다.
그때 니자는 불그스름한 작은 불이 줄지어 세 방향에서 빠른 속도로 가까이 오는 것을 깨닫고 앗 하고 소리를 질렀다.
"이번에는 굉장히 많이 왔군요! 천장의 창에 오르지 못하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에온이 소리를 죽이며 말했다.
"그렇다. 모두 조명등의 빛과는 반대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각자 자기와 정면 쪽을 감시하기로 하자. 니자, 스위치를 부탁해!"
조명이 비치자 그 순간 감시탑을 향해 밀려 온 생물들은 얼른 모습을 감추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세 사람 모두 그 생물의 세밀한 곳까지 EMB000005006923분별할 수 있었다.
세 사람이 본 것을 종합하면 이 기괴한 생물의 대체적인 모습이 떠올랐다. 그것은 마름모꼴을 한 납작한 큰 해파리 같은 것이며, 아래쪽에 술(장식으로 다는 여러 가닥의 실) 같은 더듬이가 가득 나 있었고, 땅에서 그다지 높지 않은 곳을 둥둥 헤엄쳐 다니고 있었다.
그들의 더듬이는 1미터나 될까? 몸의 크기에 비하면 짧았다.
그러나 마름모꼴의 뾰족한 쪽에는 2개씩 그것보다 훨씬 긴 더듬이가 붙어 있었다.
생물학자 에온은 더듬이의 뿌리 쪽에 큰 자루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자루 속에서 희미한 빛이 나오고 더듬이에서 별과 같은 불꽃을 보내는 것처럼 보였다.
"대장님, 조명등을 계속 켰다 껐다하시는데 혹시 뭐가 있었어요?"
갑자기 잉그리드의 아름다운 소리가 울렸다.
"구원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까? 폭풍이 그쳤으므로 여기서는 이제 작업에 착수하기로 하겠습니다. 이제 곧 그쪽으로 갈 테니까요."
"무슨 소리! 이쪽은 굉장한 위험에 부딪히고 있어. 곧 모두를 집합시켜!"
놀은 다급한 소리로 명령했다.
놀은 탠트라 호에 남아 있는 대원들에게 감시탑에서 세 사람이 본 생물 이야기를 전했다.
의논한 결과 행성용 엔진의 일부를 운반차에 실어 운반하기로 했다. 이 엔진의 열로 주위를 불태워 버릴 계획이었다.
길이 300미터의 불길이 엔진에서 뿜어 나와 돌이 많은 지면을 휩쓸며 주위의 모든 것을 불태웠다.
30분도 걸리지 않은 동안에 대원들은 절단된 케이블을 수리하고 방어 배리어를 쳐 놓았다.
어떤 일이 있어도 행성의 밤이 되기 전에 애너메존 연료를 옮겨 싣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대원들이 말로서는 그대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필사적으로 일하였으므로 겨우 싣는 작업을 끝낼 수가 있었다. 모두 지쳐 버린 몸을 간신히 움직여 탠트라 호 속으로 들어갔다.
마이크로폰을 통하여 우주선의 밖에서 몰아치는 엄청난 폭풍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비록 작지만 불빛이 밝게 비치고 있어 밖의 어둠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우주선 속의 세계가 한층 좋게 생각되었다.
 
괴물 생포 작전
 
잉그리드와 루마가 입체 영사막을 펼쳤다. 이제부터 지구의 모습을 영사막에 비추어 지쳐 있는 대원들의 마음을 위로하려는 것이다.
골라온 필름은 인도양의 넓고 넓은 바닷가였다.
밝게 빛나는 파란 물결이 대원들의 발아래서 물보라를 일으켰다.
니자는 옆에 앉아 있는 생물학자인 에온 쪽으로 얼굴을 가까이했다.
에온은 우주 공간의 아득한 저편에 있는 그리운 지구의 일을 상상하고 있었다.
니자가 그 에온에게 말을 걸었다.
"이 암흑과 폭풍, 거기다가 저 기분 나쁜 전기 해파리를 만난 후에 지구를 보니 더욱 아름답다고 생각되지 않아요?"
"정말 그렇고 말고. 그러니까 어떻게 하든지 저 해파리란 놈을 사로잡아야겠어. 지금 어떻게 하면 그놈을 사로잡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는 중이야."
"제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니자는 문득 생각해 낸 방법을 에온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비어 있는 음료수의 탱크를 이용하는 거지요. 거기에다가 자동적으로 닫히는 뚜껑을 붙여요. 그리고 무엇인가 깡통의 날고기를 한 토막 미끼로 넣어 두는 겁니다. 그 고기는 우리들의 귀중한 식량이지만 할 수 없어요. 그 검은 해파리가 먹이를 먹으려고 탱크 속에 들어가면 자동적으로 뚜껑은 닫히는 거죠. 그렇게 되면 미리 붙여 놓은 콕으로 탱크 속에 있는 이 행성의 공기를 뽑아내요. 그리고 대신 우리들이 지구에서 가져온 불활성 가스를 넣고 나서 뚜껑의 주위를 완전히 용접해 버리면 어떨까요?"
"과연 그건 명안이다."
생물학자 에온이 저도 모르게 큰 소리를 질렀다. 놀 대장을 비롯하여 다른 전원이 거기에 찬성했다.
지구의 9주야에 해당되는 이 행성의 긴 밤사이에 기사들이 니자의 계획에 개량을 가하여 끝내 검은 전기 해파리를 사로잡을 덫을 만들어 놓았다.
놀은 그 동안에 강력한 절단기를 만들었다.
그 절단기를 사용하여 어딘가 먼 별에서 온 그 원반형의 우주선 속에 들어가려는 것이었다.
바람이 자고 굉장한 추위가 더위로 바뀌어졌다. 지구의 9주야에 해당되는 이 행성의 캄캄한 낮이 찾아 온 것이다.
놀은 아직 남아 있는 이온 연료를 옮기는 작업 이외에도 조난된 파르스 호의 승무원들의 유물을 모아 완전히 소독하여 지구로 가지고 가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대충 중요한 일은 다 끝내고, 드디어 괴물을 사로잡는 대사업에 착수하게 되었다.
 
덫이 놓여졌다.
 
생물학자인 에온이 자원한 케이와 잉그리드와 함께 파르스 호의 옆에 설치한 감시탑에 들어갔다.
전류가 끊어지자 새까만 어둠이 찾아왔다.
괴물은 곧 나타났다. 네 마리였다.
생물학자인 에온은 적외선 영사막에 비친 그 네 마리의 살인 해파리의 움직임을 손에 쥔 듯이 자세히 볼 수 있었다.
한 마리의 괴물이 덫인 탱크에 가까이 왔다고 생각하자 더듬이를 오므라뜨리고 몸을 공처럼 둥글게 하여 탱크 속에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또 한 마리의 검은 괴물이 탱크 옆에 나타났다.
뒤에 온 괴물이 먼저 온 괴물을 향하여 더듬이를 뻗치는 것이었다.
불꽃이 빠른 속도로 탁탁하고 퉁기었다.
적외선 영사막으로 보자 마치 녹색의 번개같았다.
처음의 괴물은 뒤로 물러섰다.
그때에 둘째 번의 괴물이 눈 깜짝하는 사이에 몸을 둥글게 하여 탱크 속에 떨어져 들어갔다.
에온은 곧 스위치의 단추를 누르려고 했다.
"잠깐!"
이렇게 외치며 케이가 에온의 손을 눌렀다.
첫 번째의 괴물도 뒤를 쫓아 똑같이 몸을 줄이고 탱크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탱크 속에는 이렇게 하여 두 마리의 괴물이 들어갔다.
그렇게 큰놈이 이렇게 작게 줄어들다니!
그것을 본 에온이 단추를 누르자 탱크의 뚜껑은 쾅 하고 닫혔다.
그러자 즉시 대여섯 마리의 괴물이 탱크의 주위에 달라붙었다.
EMB000005006924에온은 곧 조명을 넣고 외쳤다.
"탠트라 호, 방어 바리어의 전원 스위치를 넣어 주시오!"
그 순간 괴물들의 모습은 싹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두 마리만은 보기 좋게 탱크 속에 사로잡아 버린 것이다.
그런데 밖에 나온 에온은 탱크에 가까이 가서 저도 모르게 뚜껑에 손을 대고 말았다.
그러자 즉시로 신경에 침이 꽂히는 것 같은 아픔이 전해와 에온은 비명을 질렀다.
에온의 왼쪽 손은 마비가 되어 버렸다.
기계 기사인 타론이 내열복을 입고서야 겨우 탱크의 뚜껑을 용접하고 속을 순수한 불활성 가스로 가득 채울 수 있었다.
콕도 용접하고 탱크를 절연 물질로 싸서 탠트라 호로 운반했다.
기괴한 이 행성의 생물을 격파하고 두 마리의 괴물을 사로잡을 수는 있었다고 해도 거기에는 큰 희생이 있었다.
의사가 아무리 열심히 치료를 해도 생물작자 에온의 마비된 손은 전혀 낫지 않았다.
 
또 다른 괴물
 
수수께끼의 원반형 우주선에로의 원정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생물학자인 에온은 마비된 한쪽 손이 매우 아프기는 하지만 이 원정에는 꼭 참가하고 싶다고 해서 놀 대장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놀은 끝내 에온의 애원에 못 이겨 원반형 우주선의 조사에 에온도 참가하게 했다.
어딘가 먼 세계에서 온 그 원반형 우주선은 모두가 예상한 것보다 더 먼 지점에 있었다.
서치라이트의 빛으로서는 아득히 먼 쪽에 희미하게만 보이기 때문에 모두들 원반의 크기를 실제보다 작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옆에 가까이 가서 보니 그 원반형 우주선은 직경이 350미터 이상이나 되는 매우 거대한 우주선이라는 것을 알았다.
거기까지 방어 배리어를 연장시키기 위해서는 파르스 호에서 케이블을 풀어서 그것을 쓰지 않으면 안되었다.
수수께끼의 우주선은 우뚝 선 낭떠러지처럼 머리 위에 높이 솟아 있어 그 위쪽은 어두운 하늘에 들어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새까만 구름이 끼어 서치라이트의 빛도 그 상부에는 이르지 못했다.
우주선의 동체는 녹색의 물질로 두껍게 덮여 있었다.
두께가 1미터 정도나 되는 그 녹색의 물질은 이쪽 저쪽 금이 가서 그 사이로 선명한 하늘색의 금속이 엿보였다.
원반형 우주선이 파르스 호를 향하고 있는 쪽에는 직경 15미터, 높이 10미터 가량의 소용돌이 모양의 축 같은 것이 내밀어져 있었다.
그 반대쪽은 마치 지옥의 밑바닥 같은 짙은 어둠 속에 가라앉아 있으나 거기는 더 불룩한 것 같았다.
두께 20미터의 원반에 둥근 것의 일부를 붙인 모양으로 거기에도 소용돌이형의 긴 축 같은 것이 내밀어져 있었다.
이 거대한 원반은 땅 속 깊이 들어가 있으며, 주위의 돌이 녹아서 굳어진 것처럼 되어 있었다.
대원들은 출입구나 해치 같은 것이 없는가 하고 찾아보았으나 끝내 그러한 것은 찾아내지 못했다.
이 원반형 우주선의 금속의 벽에는 빈틈이 하나도 없었다.
놀은 끝내 결심해 버렸다.
"좋다. 그 절단기를 사용하자. 그걸로 소용돌이형의 축 앞에 구멍을 뚫어보자."
그 절단기는 모두가 그 검은 전기 해파리를 잡을 덫을 만들고 있는 동안에 놀이 궁리한 것이었다.
"이것이 있으면 아마 어떤 우주선의 벽도 구멍이 뚫릴 것이다. 그 축에는 우주선 안으로 통하는 통로가 있을 것이 틀림없다."
먼 우주의 어딘가 에서 온 이 우주선의 속에는 승무원들이 사용하고 있던 일용품이 모조리 그대로 남아있을 지도 모른다.
대원들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원반의 뒷면에 나와 있는 소용돌이처럼 생긴 축의 앞부분은 땅 위와 거의 닿는 곳에 있었다.
대원들은 거기까지 서치라이트와 고압선을 끌고 갔다.
원반에 닿아 반사된 서치라이트의 파란빛이 주위의 .평원에 뽀얀 안개처럼 펼쳐진다.
그 빛은 평원 끝에서 무엇인가 잘 알 수 없는 검고 큰 것에 부딪쳤다.
아마 그것은 절벽인 것 같았다. 그 앞에 밑바닥이 없는 어둠이 큰 입을 벌리고 있었다.
"원반의 축에 구멍을 뚫는 작업은 나와 케이와 둘이서만 한다. 우리 두 사람은 열과 방사선을 막는 성능이 좋은 우주복을 입고 있으니까 좋으나, 당신들은 생물 방어 우주복 밖에 입고 있지 않으니까 우리를 보고만 있으면 된다."
놀은 여기까지 말하고 갑자기 입 속으로 중얼거렸다. 무엇인가 잘 알 수 없으나 머리 속을 스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우울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놀은 인간으로서의 의지의 힘을 빼앗겨 마치 자기가 아닌 것 같이 느껴졌다.
놀은 땀방울을 흘리면서 큰 입을 벌리고 있는 밑바닥이 없는 어둠 속으로 비틀거리며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니자가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우주복의 헬멧의 이어폰에서 울려온 니자의 비명에 놀은 순간 제정신으로 돌아와 멈춰 섰다.
그러나 다음 순간에는 다시 암흑의 힘에 끌리고 있는 것EMB000005006925처럼 비틀비틀 걷고 있었다.
케이와 에온은 서치라이트의 빛과 어둠의 경계선에 서 있었으나 두 사람 모두 어느새 놀 대장과 함께 걷고 있었다.
두 사람은 때때로 서서 열심히 자기 자신과 싸우는 모양이었다.
그때 세 사람이 가는 쪽의 안개가 낀 암흑 속에 무엇인가 꿈틀거리는 것이 나타났다.
"앗!"
니자는 곧 그것을 눈치 채고 소리를 지르려고 했으나 소리를 칠 수 없었다.
꿈틀거리는 그 검은 그림자는 입으로는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은, 무엇이라고 표현할 수 없는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무서운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것은 이미 보아 온 그 해파리의 무리는 아니었다.
검은 십자가라고 하면 좋을지.........
폭이 넓은 팔을 펴고 그 십자가의 세 개의 팔 끝에 렌즈와 같은 것이 붙어 있었다. 그 렌즈가 희미하게 빛나고 있는 서치라이트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것이었다.
십자가의 발은 암흑의 골짜기 속으로 이어져 있어 보이지 않았다.
놀은 다른 두 사람보다 먼저 빨리 앞서 가고 그 기괴한 생물에서 100보 정도 가까이 가서 쓰러졌다.
멍하니 서서 그것을 보고 있던 다른 대원들이 대장의 생명에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꼈을 때에는 이미 늦었고 검은 십자가의 높이는 쳐놓은 고압선보다 훨씬 높았다.
검은 십자가는 식물의 줄기처럼 점점 앞으로 기울고 있었다.
이제라도 놀을 습격하려는 것이 틀림없었다.
니자가 당하다
"대장님, 위험해요!"
니자는 필사적인 힘을 짜내어 절단기를 들고 전류를 넣었다.
정신없이 뛰어나간 니자는 놀 대장을 감싸주듯이 했다.
그 순간 검은 십자가의 세 개의 팔 끝에서 니자를 향하여 번개같은 빛이 날아왔다.
니자는 두 팔을 벌리고 대장의 몸 위에 쓰러졌다.
그러나 쓰러지는 바람에 니자의 손에서 떨어진 절단기의 앞 끝이 안성맞춤으로 검은 십자가의 한가운데로 향했다.
그 순간 절단기는 검은 십자가를 향해 강력한 불꽃을 발사했다.
그것을 정면으로 받은 검은 십자가는 벌벌 떨면서, 뒤로 나자빠졌다고 생각되는 순간 암흑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그 순간 놀 대장과 케이와 에온은 제 정신으로 돌아왔다.
세 사람은 서둘러서 니자를 일으키자 곧 원반의 뒤로 물러섰다.
역시 제 정신으로 돌아온 다른 대원들은 그 사이에 행성용 엔진을 조금 뜯어 고쳐 대포처럼 만들어 끌어 내왔다.
EMB000005006926놀은 이때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심한 분노에 차서 대포를 암흑 속을 향해 쏘아댔다.
그리고 나서 주위의 지면을 모조리 태워버렸다.
생물학자 에온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누워 있는 니자의 옆에 몸을 구부리고 니자의 이름을 계속 불렀다.
우주복 속의 니자는 눈을 감은 채 죽은 것처럼 누워 있었다.
"대장님, 니자가 저 괴물에게 당하고 말았습니다."
에온은 가까이 온 놀 대장의 모습을 보고 비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곧 니자를 탠트라 호까지 운반해서 루마에게 조사를 받게 하시오."
이어폰에서 들려오는 놀의 소리는 보통 때와 다름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헬멧의 좁은 창으로는 대장이 어떤 얼굴로 에온에게 부탁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에온, 너도 루마에게 협력해 주기를 바란다. 부탁한다. 우리 9명은 여기 남아서 조사를 계속한다. 지질학자도 함께 가도록. 원반에서 탠트라 호까지의 도중에 있는 암석의 표본을 모두 모아 주기를 바란다. 이 이상 이 행성 위에서 어물어물하고 있을 수는 없다. 계속 어물대다간 전원이 당할 뿐이다!"
말을 끝내자 놀 대장은 척척 원반 쪽으로 가까이 갔다.
행성용 엔진의 대포가 앞으로 끌어내어졌다.
기계 기사가 대포를 조작하여 10분 간격으로 화염을 방사했다.
원반의 표면이 모조리 타버렸다.
놀과 케이는 원반의 소용돌이형의 축에 절단기를 들이댔다. 귀를 찢는 듯한 소리가 두터운 우주복을 통하여 들려 왔다.
절단기를 들이댄 부분의 녹색 물질에 가느다란 금이 갔다. 그 굳은 파편이 퉁기어 우주복에 부딪쳤다.
대포의 뒤에 있던 또 한 사람의 기사가 그 파편을 모아 상자에 넣었다.
절단기를 좌우로 움직이고 있는 중에 녹색 물질의 큰 덩어리가 벗겨져 떨어지고 선명한 청색의 금속 표면이 나타나서 서치라이트의 빛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우주복을 입은 인간이 들어갈 수 있을 만한 크기로 케이는 녹색의 물질을 깎아 냈다. 이어 케이는 절단기를 엷은 청색의 금속에 댔다.
이윽고 청색의 금속에 깊은 틈새가 생겼다.
그런데 그 금속은 여간 두꺼운 것이 아닌 모양으로 우주선 안에까지 불길이 들어가지 않았다.
케이는 정사각형이 되도록 전압을 높이어 금속에 깊은 선을 넣어 갔다.
선의 깊이는 1미터 이상이 되었다.
"좋아, 내가 하지."
케이가 지친 것을 보고 놀 대장이 말했다.
놀은 절단기를 받아 들고 정사각형의 세 번째의 한쪽을 끊어 갔다.
그때였다. 절단면이 차차 바깥쪽으로 내밀어지기 시작하지 않는가!
"비켜라! 엎드려라!"
놀은 당황하며 절단기의 스위치를 끊고 뒤로 물러서면서 외쳤다.
마치 깡통의 뚜껑을 열 때처럼 두꺼운 금속의 일부가 갑자기 말려 올라갔다.
그 틈 사이로 밝은 무지갯빛과 같은 불길이 굉장한 힘으로 내뿜어졌다.
그 폭풍으로 놀 대장과 케이는 상당히 멀리까지 날리었다.
두 사람 모두 조심하기 위해 특수한 두터운 우주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겨우 살아났다.
폭발로 엷은 청색의 금속은 즉시로 녹아 겨우 고생하여 열어놓은 틈새가 또 붙어 버렸다.
고압 전선은 폭풍으로 당장에 끊어져 버렸다.
모두가 제 정신으로 돌아왔을 때에는 뒤에서 방어해주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이건 안되겠다! 서둘러서 탠트라 호로 철수하지 않고서는!>
하고 놀은 얼른 판단했다.
다행히 서치라이트만이 깨지지 않고 빛을 내고 있었는데 대원들은 그 빛이 닿는 곳으로 날아가 떨어져 있었다.
부상자는 없었다.
"전원 탠트라 호로 철수한다! 필요 없는 도구나 서치라이트는 버려라!"
대원들은 급하게 운반차를 타고 탠트라 호로 되돌아왔다.
딴 세계의 우주선을 겁 없이 꿰뚫어 열려고 하여 이런 일이 생겼는데 피해가 그 정도로 적게 끝난 것만도 정말 행운이었다.
놀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니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우주복이 그 검은 십자가의 무기의 힘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보호해 주었으면 좋을 텐데. 생물학자 에온이 앞서 그 검은 해파리에 손이 닿았으나 목숨은 살아났으니까........."
놀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한 가닥 희망을 거는 것이었다.
기밀실에 들어가니 케이가 놀의 옆에 다가와서 왼쪽 어깨의 뒤를 가리켰다.
단단한 합금으로 만든 우주복의 어깨 부분이 찢어지고 파란 금속의 파편이 꽂혀 있었다.
파편은 우주복의 안쪽까지는 닿지 않았으나 그래도 뽑아 내는데 꽤 힘이 들 것 같았다.
<정말 위험했다. 그러나 이 수수께끼의 금속이 손에 들어와 정말 잘 됐다. 이것을 지구에 가지고 가면 모두들 틀림없이 크게 기뻐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우주복을 벗었다.
놀은 행성의 무거운 중력에 짓눌려가면서 겨우 우주선으로 들어갔다.
남아 있던 대원들은 안심된 듯이 대장을 맞이했다.
원반에서의 사고는 입체 망원경으로 자세히 보아 알고 있었으므로 조사의 결과는 물을 필요도 없었다.
 
괴성에서의 탈출
 
우주선 탠트라 호 선내의 의무실에서 여의사인 루마와 생물학자 에온이 무거운 몸을 끌다시피 하면서 나왔다.
놀 대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두 사람 옆으로 달려갔다.
"어떤가? 니자의 상태는........."
"살아는 있습니다만........."
"절망인가?"
"아니 지금 상태로서는 절망할 정도는 아닙니다. 의식을 잃고 잠을 자는 혼수 상태이며, 호흡수가 아주 줄어들고 있습니다. 맥박이 100초에 1회뿐인 것이 무척 걱정스럽습니다. 살아 있으나 이 상태는 꽤 오랫동안 계속 될 것이 예상됩니다."
"니자는 고통을 느끼지 않겠지?"
"예 , 그것은........."
"그래, 어떤 조치를 취할 작정인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절대 안정을 계속 시킬 작정입니다. 증세가 이 이상 나빠지지 않으면 잠자고 있는 것과 같은 상태이므로 그대로 지구로 데리고 가야겠습니다. 지구에 돌아가면 신경 전류 연구소에 입원시키면 좋아지리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무슨 전류에 당한 것 같습니다. 니자의 우주복에 구멍이 세 곳이나 뚫어져 있으니까요."
여의사 루마는 이렇게 말했으나 문득 얼굴이 흐려졌다.
"다만 걱정되는 일이 한 가지가 있습니다."
놀은 놀라며 여의사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이 행성에서 이륙할 때에 맥이 200초에 한 번 정도가 돼 버리면 뇌로 가는 혈액이 모자라게 되니까요. 그렇게 되면........."
"그렇게 되면 절망이다!"
생물학자 에온이 슬픈 듯한 얼굴로 루마의 말을 이었다.
놀 대장은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가 이윽고 그다지 자신 없이 말했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 산소의 양을 늘려 압력을 높인 공기 속에 니자를 들여놓으면......?"
"그건 좋은 생각입니다! "
루마와 에온이 거의 동시에 말했다.
"곧 특별실을 만듭시다. 물론 여러 가지 예방 조치는 필요하지만 그렇다면 맥이 200초에 한 번이 되어도 걱정 없습니다."
놀은 안심했다.
"그럼 니자의 병실 준비가 완료되면 곧 연락하도록. 어물어물하지 말고 이 행성에서 일 초라도 빨리 탈출하자!"
EMB000005006927대원들은 각자 자기의 부서로 돌아갔다.
출발 신호가 높이 탠트라 호의 선내에 울렸다.
대원들은 마음을 놓고 이착륙용의 푹신한 소파에 몸을 맡겼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무거운 행성에서 날아오르는 것은 정말 어렵고 위험한 일이었다.
조금이라도 조종을 잘못 하게 되면 상승을 위해 필요한 가속도가 지나치게 커져서 모두 그 압력에 눌려 죽게 될지도 모른다.
놀은 정확히 계산하여 우주선을 상승시켜 갔다.
가속도는 점점 커져 간다. 조종반 위에 놓여 있는 놀의 손은 납덩어리처럼 무거워졌다.
그러나 손가락은 정확히 움직였다.
우주선 탠트라 호는 큰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짙은 어둠 속에서 맑고 검은 하늘로 점점 올라갔다.
무거운 행성은 탠트라 호를 좀처럼 놓아주려고 하지 않았다.
드디어 애너메존 엔진의 스위치를 넣었다.
애너메존 엔진의 시동은 곧 탠트라 호의 선체를 뒤흔들었다.
이윽고 탠트라 호의 표면이 엷은 청색의 불길로 뒤덮이고 그 불길이 천천히 뒤로 흘러가는 것이 영사막을 통하여 보였다.
드디어 탠트라 호는 무서운 행성의 대기권을 탈출하는데 성공하게 된 것이다.
우주의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는 것이 다시 보이고 탠트라 호는 행성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인간의 몸을 짓누르고 있던 압력도 없어져 가고 점점 편하게 되었다.
대원들은 기쁜 나머지 소파에서 뛰어 올랐다
그러나 긴장이 풀어지자 이제까지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그래서 대원들은 교대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대장 놀과 펠, 히스, 루마네 사람만이 부서에 배치되었다.
여의사 루마는 이륙한 후에도 계속 니자의 상태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윽고 당직인 세 사람에게 루마의 기쁜 보고가 전해져 왔다.
니자의 맥박은 좀 늦어지기는 했으나 110초에 한 번으로 안정되었다는 것이었다.
애너메존 엔진이 55시간 동안 계속 움직인 후 탠트라 호의 속도계의 바늘은 시속 9억 7천만 킬로미터를 가리키고 있었다. 우주선은 24시간마다 철의 별에서 200억 킬로미터씩 멀어져 갔다.
'죽음의 행성 질다와 조난한 앨그래브 호, 그리고 파르스 호의 대원들을 전멸시킨 괴물이 살고 있는 무서운 행성!‘
그러한 사건을 계속해서 경험한 뒤였기 때문에 지금 지구를 향해 똑바로 날아가는 탠트라 호의 대원들의 안정된 감정과 기쁨은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다만 그와 같은 기쁨에 한 가지 어두운 그림자가 비치고 있었다.
14명 째의 대원인 젊은 여성 니자가 병실에서 삶과 죽음의 사이를 헤매고 있는 것이었다.
4개월이 흘렀다. 14명으로 된 제 37항성 탐험대를 실은 우주선 탠트라 호는 엄청난 속도와 정확하게 계산된 코스를 계속 날아갔다.
탐험 대장 놀에게 있어서 지구로 돌아가는 4년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지루하다고 느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생명의 은인인 소중한 니자를 살리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지구로 날아가야 한다는 것만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청색의 금속
 
놀 대장은 행성을 떠난 다음 날에도 이제까지 밀려온 것을 해 보기로 했다.
그것은 그 파르스 호에서 가져온 입체 필름을 보는 일이었다.
그 필름에는 그 말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별, 지구의 북반구의 여름 밤하늘을 장식하는 파란 별 베가가 찍혀져 있을 것이다.
80년 전, 탠트라 호가 지금 있는 곳에서 약 23광년 떨어진 우주에서 촬영된 이 필름은 그 암흑의 행성에 불시착한 우주선 파르스 호 속에 버려진 채로 있었다. 다행히 완전하게 남아 있었다.
영사기가 돌기 시작했다. 우주선에서 생활하는 모습이 비쳐졌는데 탐험 대장 및 전 대원들이 모두 젊다.
남자와 여자 대원들이 잇달아 영사막에 나타났다.
이 명랑하고 활발한 젊은 대원들이 아주 옛날에 그 철의 별에서 괴물의 먹이가 되었다는 것은 아무래도 믿어지지가 않았다.
이윽고 카메라는 거문고자리의 항성 베가와 그 행성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파란 항성 베가는 굉장한 빛을 내며 불타고 있었다.
그 별은 직경과 질량이 태양의 3배 가까이되고 짓눌린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으며 굉장한 힘으로 자전하고 있었다.
표면의 온도가 1만 1천 도로 불그스레한 진주와 같은 색깔의 빛을 수백만 킬로미터까지 보내고 있었다.
베가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행성은 이 빛으로 완전히 휩싸여 있었는데, 어떤 우주선이라도 이 불길 속에 들어갈 수는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1억 킬로미터 떨어진 두 번째의 행성까지도 가까이 갈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파르스 호의 대장은 우주선을 제 3의 행성을 향해 조심스럽게 접근해 가고 있었다.
그 행성은 크기가 상당히 큰 것 같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엷은 대기층으로 덮여 있을 뿐이었다.
EMB000005006928그러나 그 대지도 끓어오르는 불소, 해로운 일산화탄소, 밀도가 큰 불활성 가스로 되어 있어 지구의 생물은 1초도 살아갈 수가 없을 것 같았다.
파랗게 빛나는 태양인 베가가 행성을 계속 불태우고 있으며 빨갛고 새까만 용암이 지하에서 끊임없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하늘 높이 뿜어 올려진 재가 짙은 구름이 되고 수천 킬로미터까지 뻗치는 번개가 사방 팔방으로 번쩍이고 있었다.
파르스 호가 제4의 행성으로 향하는 것을 알았을 때 필름을 보고 있던 네 사람은 기대에 찬 시선을 서로 주고받았다.
이윽고 베가의 가장 바깥쪽의 행성이 영사막에 나타났다.
그 크기는 지구와 거의 같아 보였다.
파르스 호는 점점 고도를 낮추어 갔다.
혹시 살기 좋은 낙원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생물이 살 수 있는 별이기를 바라면서.........
그들은 이 최후의 행성을 조사하려고 하고 있었다. 파르스 호의 대원들도 지금 탠트라 호 속에서 그 영사막을 보는 네 사람과 같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꿈도 헛되이 깨져버렸다.
이 네 번째의 행성도 베가의 불길에 타서 지구의 뜨거운 사막과 같은 곳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행성의 표면이 크게 확대되기 시작했다. 파르스 호의 조종사가 우주선을 그 행성으로 가까이 접근시키고 있는 것이었다.
눈앞에 원뿔 모양의 모래 산이며 새까만 바위와 베가에 비치어 녹색으로 빛나는 어떤 결정 같은 것이 나타났다.
행성 위에 물이 존재하는 기미는 전혀 없었고 가장 원시적인 식물의 흔적마저도 없었다.
파란 불길에 타서 굉장한 돌풍이 불어닥치고, 그늘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지구의 동지들이 이 사실을 알면 틀림없이 실망할거야."
생물학자 에온이 중얼거렸다.
"내가 베가를 동경하게 된 것은 파르스 호의 통신을 읽고 나서야……."
놀 대장은 에온을 향하여 말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마 나는 그 통신을 틀리게 해석한 모양이다."
"허허, 어떻게 해석하셨는데요? 그리고 지금은 어떻게 해석하지요?"
"그건 간단하지. 베가의 네 개의 행성에는 생명체가 전혀 존재하지 않고 지구보다 아름다운 곳은 없으며 지구에 돌아가는 것만이 다시없는 행복이로다."
"과연 아무도 그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니……."
에온이 한숨과 함께 중얼거렸다.
이윽고 파르스 호는 궤도에 접어들고 있었다.
파르스 호의 그 후의 운명을 기록한 필름을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모든 사람의 마음에는 자기 자신이 체험한 인상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직자들은 대장만을 조종석에 남겨 놓고 휴식을 위해 저마다의 방으로 돌아갔다.
놀 대장은 상자 속에서 암흑의 행성에 있는 원반형 우주선에서 가져 온 금속 덩어리를 꺼냈다.
엷은 청색의 금속 덩어리를 손바닥에 올려놓으니 꽤 무거웠다.
이와 같은 금속은 지구에는 물론이고, 태양계의 다른 행성이나 태양계의 가까운 항성에도 없는 금속이라는 것이 확실했다.
그러나 놀은 어딘가 상상도 못할 만큼 먼 세계에서 온 우주선에서 얻은 금속은 원자의 구조는 달라도 지구상에서도 충분히 만들 수 있는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질다의 멸망 보고와 함께 이 일도 지구와 대 우주 통신망에 속하는 행성에 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중요한 보고였다.
철의 별은 지구에 꽤 가까운 곳에 있으나 파르스 호와 탠트라 호의 경험을 참고해 특별한 장비를 갖춘 탐험대를 보내면 그 검은 십자가며 전기 해파리에게 습격되어도 그다지 위험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원반형 우주선만 해도 구멍을 뚫으려고 한 장소는 반드시 위험한 곳이었다.
그 거대한 소용돌이형의 축은 우주선의 엔진의 일부라는 것을 깨달았다면 좋았을 것을.........
놀은 여러 가지 기억을 더듬었다.
그러자 다시 그 날의 사건, 니자가 제 자신을 돌보지 않고 자기를 구원해 주려고 하다가 그 때문에 그 검은 십자가의 이상한 무기에 쓰러진 때의 일을 생각했다.
당직의 교대를 위해 히스가 오는 것을 기다리며 놀은 일어섰으나 침실로는 가지 않고 니자의 병실로 발걸음이 옮겨졌다.
 
드디어 지구로
 
두 사람의 기사가 마치 사고라도 일어날 때와 같이 분주하게 중앙 사령실과 도서실에 지구로부터 방송을 수신하기 위해 텔레비전 영사막을 거의 13년만에 설치해놓았다.
탠트라 호는 이제 지구의 전파가 닿는 곳에 들어온 것이었다.
대원들은 영사막에 비치는 지구의 색깔과 영상, 그리고 소리로 아주 생기가 돌았다.
드디어 탠트라 호에서 보낸 전파가 지구에 닿았다.
놀 대장은 제37항성 탐험대의 성과를 간단히 전하고 신경 전류 연구소에 니자의 치료 준비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지구에서 보내 온 방송은 탐험 대원들의 모험에 감탄하는 격려의 내용으로 가득 찼다.
전 대원이 잠에서 깨어나 수신기 앞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지구와 연락이 끊어진 것이 지구의 햇수로 13년이나 된EMB000005006929다. 대원들은 지구에서의 뉴스에 굶주리고 있었던 것이다.
대원들이 한 사람 남김 없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지구로 끝내 돌아온 것이었다.
탠트라 호는 해왕성의 위성 트리톤에 있는 지구의 우주 기지에 가까워지자 광속에 가까운 우주선의 속도를 점차로 낮추기 시작했다.
이 기지에서라면 시간 당 9억 킬로미터의 속도로 날아 탠트라 호는 겨우 5시간 정도면 지구에 도착된다.
그러나 값이 비싼 애너메존 연료가 드는 거대한 우주선을 일부러 날게 할 필요가 없으므로 태양계 중에서는 이온 로켓과 광자 로켓을 사용하는 우주선을 이용하게 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해왕성에서 지구까지 아직 2개월이나 걸릴 것이다.
트리톤은 매우 큰 위성인데 주로 질소와 탄산가스로 된 엷은 대기층이 있었다.
놀 대장은 탠트라 호를 트리톤이 지정한 장소에 착륙시켰다.
멀리 언덕 위에 있는 검역 요양소 건물의 유리창이 빛나 보였다.
우주의 여행에서 돌아온 사람들은 완전히 격리된 채 5주 동안 이 요양소에서 철저한 검역을 받게 되어 있었다.
이 5주간 사이에 숙련된 의사들이 우주에서 돌아온 사람들의 몸을 세밀하게 검사하고 무엇인가 다른 행성의 세균이 있는 지 없는 지를 조사하게 되는 것이다.
이 수속을 등한히 하는 것은 전혀 용서되지 않는다.
한 번이라도 다른 행성에 착륙한 인간은 그곳에 고등 생물이 없었다고 해도 검역만은 절대로 소홀하게 하지 않는다.
어쨌든 우주의 행성에는 인간이 면역을 가지지 않는 어떤 새로운 세균이 있는 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간만이 아니라 우주선 그 자체도 우주기지를 떠나 지구로 돌아오기 전에 선내의 검역을 받고 소독해야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요양소에서 5주 동안의 생활은 우주선에서의 생활에 비하면 훨씬 편했다.
연구를 위한 실험실도 있으며 음악실도 있다. 가벼운 우주복을 입고 요양소 가까운 산에 매일 산책을 나갈 수도 있다. 또 지구와의 연락이 쉽다는 것이 좋다. 지구의 뉴스는 단지 5시간이면 닿으니까!
니자를 넣은 특수한 유리 상자는 조심스럽게 요양소에 옮겨졌다.
놀 대장과 생물학자 에온은 맨 나중에 텐트라 호에서 내렸다.
해왕성의 위성 트리톤은 중력이 작기 때문에 중력을 증가시켜 주는 가중복이라는 옷을 입지 않으면 갑자기 붕 뜨게 된다.
두 사람은 가중복을 입고 걷기 시작했는데 그래도 발걸음은 가벼웠다.
해왕성과 이 위성의 거리는 겨우 35만 킬로미터 밖에 안 된다. 그러므로 위성 트리톤의 하늘에 떠 있는 이 행성은 굉장히 큰 원반과 같다.
두 사람은 언덕의 끝에서 또 다른 중형의 우주선을 발견했다.
"어허, 다른 우주선도 검역을 받고 있는 건가?"
에온은 이상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먼저 출발한 탐험대가 돌아오기까지는 다음의 탐험대를 출발시키지 않게 되어 있는데......?"
놀은 머리를 갸우뚱한다.
이윽고 두 사람은 2킬로미터를 걸어 붉은 현무암으로 된 요양소의 테라스로 올라갔다.
어두운 하늘에 작은 원반과 같은 차양이 어느 항성보다 밟게 빛나고 있었다.
생물학자 에온이 놀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대장님, 우리들의 모험도 이걸로 끝났습니다. 우리들이 무사히 돌아온 것은 대장님, 모두 당신의 덕분입니다!"
놀은 그렇지 않다는 듯이 크게 머리를 흔들었다.
"무사했다고? 니자가 있어. 그런데 내가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니자의 덕분이야."
"그러나 니자는 반드시 회복됩니다. 여기 의사들은 우주 의학의 전문가들이니까요."
"그렇기는 해도 니자가 당한 그 검은 십자가의 무기는 처음 아닌가?"
"그건 아직 알지 못하지만 니자가 어떤 종류의 전류에 의한 충격으로 자율 신경에 영향을 받은 것은 틀림없습니다. 니자의 마비가 오랫동안 계속되는 것은 이상하지만 지구의 의학은 반드시 치료할 수 있는 길을 발견할 겁니다. 그 행성에서 잡아온 괴물을 사용하여 실험하면 니자의 마비의 원인이 확실해질 것이며, 나의 마비된 이 손도 실험에 필요하게 될 겁니다."
그것을 듣고 놀은 부끄러웠다. 이 생물학자가 자기를 위하여 어떻게 애썼느냐 하는 것을 말끔히 잊어버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검은 해파리의 무기와 그 십자가의 괴물의 무기는 같은 종류라고 생각하나?"
EMB00000500692a"절대로 틀림없을 겁니다. 이 손의 마비 상태를 봐도 압니다. 그 암흑의 행성은 바로 가까이의 검은 태양에서 열 에너지와 전기 에너지를 받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므로 그 검은 생물은 전기 에너지를 비축하여 그것을 여러 가지 형태로 바꾸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놈들의 먹이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럼 그건 뭘까? 그래, 니자가 당하기 전에 우리들의 머리가 이상하게 되어 비틀거리며 걸었던 그 현상은........."
"글쎄요. 그건 아마 다른 현상일 겁니다. 나도 그 일을 여러 가지로 생각했습니다. 그 무서운 십자가의 괴물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초단파를 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 초단파가 우리들의 의식을 완전히 흐트러 놓았어요. 지금은 사멸해 버렸지만 옛날 지구에는 아나콘다라는 거대한 뱀이 있었는데 먹이를 최면 상태로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 검은 십자가의 전파는 그보다도 더 강한 최면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놀 대장은 멀리 태양을 바라보았다.
태양은 아득한 옛날부터 인류 최대의 영원한 희망이었다.
5주간의 검역 기간도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트리톤 우주 기지의 소장이 놀을 만나려고 요양소로 왔다.
13년에 걸치는 탠트라 호의 우주 여행도 이제 얼마 안되어 끝난다. 지구에서의 연락을 듣고 놀은 대원들을 모아 놓고 말했다.
"오늘 즉시로 출발한다. 우리들은 이 기지에 와 있는 다른 6명을 함께 지구로 보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 사람들의 행성간 우주선은 명왕성의 광산을 개발하기 위하여 여기에 남겨 두는 모양이다. 에온, 언젠가 본 그 우주선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그 6명은 보통의 행성간 우주선을 개조하여 도저히 생각조차 할 수 없을만한 위대한 일을 했다. 지구의 15배의 질량을 갖는 명왕성의 강한 인력을 무서워하지 않고 두께 7,000킬로미터의 짙은 메탄의 대기층을 뚫고 그 밑바닥까지 가서 암모니아의 눈보라를 일으키며 명왕성의 주위를 비행했던 것이다. 명왕성은 두께 3,000미터의 굳은 얼음과 고체가 된 탄산가스층으로 덮여져 있다. 그것이 여기 저기서 거대한 바늘처럼 내밀고 있어서 얼마나 위험한 비행이었다는 것은 여러분도 상상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그 사람들은 얼음이 그다지 두텁지 않고 표면에 높은 산이 노출되고 있는 장소를 발견했다. 그 산에 놀랍게도 거의 다 파괴된 건물의 흔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들이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오래된 시대의 문명의 유물일 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그것은 아직 최종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며 이제부터 여러 가지로 검토될 것이지만......... 어쨌든 그것은 놀랄 만한 위대한 작업이었다."
여기서 놀 대장은 한숨을 돌리고 모든 대원들을 둘러보았다.
"이제 그 6명의 영웅들을 여러분에게 소개하겠다."
크게 박수가 일어났다.
모든 사람 앞에 모습을 나타낸 6명은 뜻밖에도 무척 젊었다.
"자아, 출발이다!"'
놀이 명령했다.
이윽고 탠트라 호는 트리톤의 우주 기지를 지나 지구로 향했다.
지구까지 가장 짧은 코스를 취할 수는 없다. 도중에 운석 무리며 수많은 소행성들이 기다리고 있어 조난되는 일이 가끔 있었기 때문이었다.
놀은 애너메존 연료를 절약하면서 72일 간의 예정을 50시간으로 단축해 지구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지구에서의 통신이 계속 탠트라 호에 보내져 온다.
지구의 많은 사람들로부터의 철의 별의 암흑에 승리한 탐험대와 명왕성의 얼음에 승리한 탐험대에의 축하 메시지였다.
화성, 금성, 소행성에 있는 우주 기지에서의 축하 메시지도 들어 있다.
"탠트라 호! 탠트라 호! 엘 호므라 공항에 착륙해주시오? "
드디어 착륙 지점이 지시되었다.
엘 호므라! 그것은 북아프리카 사막 지대에 설치된 중앙 우주 공항이다.
탠트라 호는 태양이 비쳐 따스해진 공기를 뚫고 이윽고 중앙 우주 공항에 내렸다.
 
해파리의 정체
 
놀은 신경 전류 연구소의 연구원들의 익숙한 동작을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었다.
방 중앙의 테이블 위에는 특수 유리의 큰 상자가 있고 그 속에는 그 철의 별의 행성에서 사로잡은 두 마리의 검은 해파리가 들어 있는 음료수용의 탱크가 있었다.
탱크는 파이프며 전선으로 둘러쳐져 있었다.
생물학자 에온도 마비된 한 쪽 손을 붕대로 묶어 걸고 그대로 진지한 얼굴로 자동 기록 장치를 지켜 보고 있었다.
놀이 실망한 듯이 중얼거렸다.
"역시 안 되는구나. 4년간의 비행 도중에 죽어버린 모양인데 ........."
"그렇다면 곤란해집니다. 니자나 나도 마비의 원인을 캐내는데 몇 년이 걸릴 지 몰라요."
"자네는 저 해파리의 것이나 십자가의 것이나 무기는 같은 거라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는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나뿐만이 아닙니다. 소장 그림 샬 박사를 비롯하여 모두가 그렇게 확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십자가는 저 행성과는 관계가 없지 않는가 하고 느꼈습니다."
"실은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저 괴물은 원반형 우주선의 생물일 것이라고. 그 우주선에서 나와서 감시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말야. 그리고 그 십자가는 생물이 아니라 우주선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일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예? 그러나 역시 저 검은 십자가는 암흑의 행성 생물입니다. 틀림없이 낮은 평지 쪽에 살고 있는 놈일 겁니다. 놈은 바위와 바위 사이에서 나왔으니까요. 그리고 해파리는 십자가보다도 가볍고 민첩하므로 우리들이 착륙한 평지에 있는 생물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검은 십자가와 원반형 우주선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이 우연일 겁니다. 즉 그 십자가의 괴물은 우주선의 저쪽에 있는 낮은 평지에 있었습니다."
"과연......... 그래서 자네는 십자가와 해파리가 무기로 하고 있는 기관이 같은 성질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대로입니다. 같은 행성에 살고 있는 생물이니까요. 같은 기관이 발달되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행성의 대기에는 전기가 가득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소장은 그 행성의 생물들은 공기 속의 전기를 모으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요. 해파리의 더듬이 속에 불꽃이 달려 있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십자가의 괴물도 더듬이가 있었지만 불꽃같은 것은 없었던 것 같은데........."
"아니, 생각 못했던 것뿐이겠죠. 게다가 니자의 마비와 나의 마비는 같습니다. 이것이 무엇보다도 좋은 증거입니다. 그러므로 희망도 있는 것입니다."
"희망이 있다고?"
놀은 놀란 듯이 되물었다.
"그렇습니다. 자, 저걸 보십시오."
생물학자 에온은 이렇게 말하고 기록 장치의 바늘을 가리켰다.
"탱크 속의 전극은 아무런 반응도 없습니다. 괴물 해파리는 전기 에너지를 가득 갖고 있던 채 탱크 속에 들어간 것입니다. 탱크의 절연은 완벽하기 때문에 그 에너지가 밖으로 도망칠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해파리의 전기 에너지는 이 탱크 속에 남아 있다는 건가? 그런데 미터기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면......?"
"희망이 있다는 것은 그것입니다. 즉 해파리는 죽어서 분해되어 버린 것이 아니라........."
"그래, 누에고치와 같은 것을 만들어 들어갔다는 건가?"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살아가는데 형편이 좋지 않은 시기를 그렇게 하여 견디어 내는 생물이 있습니다. 저 해파리도 그러합니다. 그 행성에서는 밤이 길고, 춥고, 아침저녁으로 굉장한 폭풍이 몰아치는데 그 때 해파리는 그렇게 하여 꼼짝 않고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저 행성에서는 낮과 밤이 비교적 빨리 바뀌므로 해파리도 고치처럼 되어, 본래대로 되돌아가는 상태를 계속 되풀이하는 것일 겁니다. 만약에 이 예상이 틀림없다면 탱크의 해파리도 본래 대로의 무서운 상태로 돌아가게 하는 것도 간단할 것입니다."
"온도나 대기나 밝기도 그 행성과 같게 하면 좋지 않을까?"
"그렇습니다. 벌써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전에 확인해 둡시다."
에온은 두 사람의 조수와 의논을 했다.
탱크 속의 전극은 불이 켜진 작은 거울로 바꾸었다.
거울은 탱크의 밑바닥을 비추었다. 거기에는 하얀 덩어리가 두 개 뒹굴고 있었다.
표면이 꺼끌꺼끌하고 직경이 70센티미터 정도가 된다.
소장 그림 샬 박사도 예상이 틀림없다는 것을 알고 달려 왔다.
즉시로 실험이 시작되었다.
매직 핸드(방사성 물질이나 원자로 따위를 다룰 때에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방벽 밖이나 원거리에서 조작하는 기계적 장치)는 탱크의 뚜껑을 끊어 열었다.
"온도, 중력, 압력, 전하........."
소장이 계속해서 명령을 내렸다.
1시간, 2시간.........
"앗! 뚜껑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흥분한 조수의 소리가 울렸다.
"행성과 같은 조건을 만들어라!"
소장이 명령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소장은 무엇인가 실수가 있었지 않았을까 하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어둡게 하지 않으면 안 돼요!"
EMB00000500692b놀이 갑자기 말했다.
"그렇지! 왜 잊었을까?"
'즉시 셔터가 내려졌다. 불이 꺼졌다. 숨막히는 것 같은 몇 분이 흘러갔다. 둔한 소리가 가며 탱크의 뚜껑이 열렸다.
낯익은 불꽃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해파리의 더듬이가 탱크 위에 나타난 것이다.
앗! 하는 사이에 해파리는 튀어 올라 몸을 펼치고 유리 천장에 부딪쳤다.
무수한 불꽃이_해파리의 몸에서 튀겼다.
두 번째의 해파리가 잇달아 탱크 속에서 튀어나왔다.
계기들이 해파리의 구조를 기록하고 카메라가 해파리의 움직임을 필름에 담았다.
이제는 인간이 그 자료를 정리하여 괴물의 실체를 밝히는 것뿐이었다.
이윽고 소장이 놀의 옆에 와서 말했다.
"이젠 안심하고 돌아가십시오. 3,4일이면 이 괴물의 연구는 완전히 끝날 것입니다. 이제는 그 마비의 작용이 어떤 것인지 대체로 알 것 같습니다."
"그럼, 니자와 에온의 치료의 방법도?"
"물론입니다."
놀의 마음은 기쁨에 넘쳐 금방 날아갈 것 같았다.
지금까지 얼마나 큰 부담이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던가!
놀은 겨우 그 기쁨을 억누르고 소장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렸다.
"당신들의 연구는 이 다음의 탐험지에 크게 공헌할 것입니다."
"그럴 것입니다. 그러나 그 행성에의 탐험은 계속되는 겁니까? "
"반드시 계속될 겁니다."
 
다시 새로운 별로
 
놀은 부드럽고 물기가 있는 풀을 밟으면서 천천히 걷고 있었다.
저쪽에 무성한 녹색의 소나무 숲이 보인다.
그 소나무 위에 밝고 푸른 하늘이 펼쳐지고 날개를 편 것 같은 구름이 빛나고 있다.
놀은 삼목 나무의 향기가 풍기는 어둑어둑한 숲을 지나 이윽고 언덕으로 나왔다.
여기 신경 병원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림은 무엇이라고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언덕을 넘어 내리막길에 들어섰다.
상쾌한 바람에 갖가지 꽃이 나부끼고 있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의 대부분을 좁은 우주선 속에서 살아온 놀에게 있어서는 지구가 이처럼 아름다운 것으로 생각되기는 처음이었다.
놀의 가슴은 젊은 여성 니자를 구해주기 위하여 수고해 준 여러 사람과 지구의 자연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무서운 검은 십자가의 더듬이에서 나온 전류 때문에 니자는 신경을 다쳐 온 몸이 마비되어 있었는데, 지구로 가지고 돌아온 해파리를 조사하여 마비의 원인을 제거하는데 성공한 것은 신경 전류 연구소의 의학자들의 필사적인 노력의 결과였다.
니자는 완전히 건강을 되찾았다. 이제는 장기간의 혼수 상태에 의한 피로를 풀고 체력을 회복할 수 있게끔 휴식만 취하면 되는 것이다.
병실 쪽에서 한 여성이 빠른 걸음으로 오는 것이 놀의 눈에 띠었다.
그 사람은 놀의 오랜 친구로서 의학박사 실리아 웨이더라는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실리아는 제 37항성 탐험대의 대장으로 참가했던 놀이 무사히 지구에 돌아오는 것을 누구보다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왜 말 없이 그렇게 저의 얼굴만 바라보시지요?"
가까이 온 실리아 쪽에서 놀에게 말을 걸었다.
놀은 실리아의 두 손을 꼭 잡았다.
"니자의 생명을 구해준 이 손에 감사를 드립니다. 계속 간호해 주셨다고요? 그렇게 원하던 연구 여행에 참가하는 것조차 포기하면서........."
"포기했다고 까진 할 수 없어요. 텐트라 호의 도착을 기다리는 동안에 늦어졌을 뿐이어요."
EMB00000500692c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갔다.
이윽고 갈림길까지 오게 됐다.
"안녕! 언제 또 만나게 될까요? 새로운 우주선이 출발하기 전까지는 만나지 못할 지도........."
실리아는 우주 조사 위원회가 새로운 우주 탐험 계획을 결정했는데 거기에 놀이 다시 대장으로 참가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아니, 니자와 함께 3개월 정도 남반구의 요양소에 가기로 되어 있지요. 꼭 놀러와 주십시오."
실리아는 놀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걸어갔다.
로봇 자동차가 멈춰서 실리아를 자동차에 태우고 달려가는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 있었다.
 
우주 조사 위원회는 제 38항성 탐험대를 우주의 저쪽으로 내보내는 일에 대해 신중한 토의를 되풀이했다.
이미 오래 전에 결정된 탐험대의 코스와 임무는 최근의 새로운 발견에 의해 다시 한 번 검토해야할 필요가 생겼던 것이다.
새로운 합금의 가공법이 발견되어 우주선 선체의 강도가 늘어났고, 애너메존 엔진이 개량되어 한 척의 우주선이 비행할 수 있는 거리를 더 연장시킬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처음 제38항성 탐험대에는 텐트라 호와 같은 형의 제1급 우주선 아텔라 호와 린다젤 호를 사용하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새로운 발견에 기초하여 최신식 4단식 로켓 수직형 원형 우주선이 완성되어 시그너스 호라고 명명되었던 것이다.
그 결과 제38항성 탐험대는 두 척의 우주선으로 에리다누스 자리의 '오미크론 2'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 삼중성으로 간다는 최초의 계획은 다음과 같이 변경되었다.
첫째, 우주선 린다젤 호를 철의 별로 보낸다.
둘째, 우주선 아텔라 호를 에리다누스 자리의 오미크론 2에 보낸다.
셋째, 최신형 우주선 시그너스 호를 에리다누스 자리의 아케루나로 보낸다.
이때까지 안전을 생각하여 동시에 두 대의 탐험대를 우주에 보내는 일은 우주 조사 위원회의 이 새로운 결정은 굉장한 결단이었다.
철의 별에 탐험대를 보내게 된 것은 탠트라 호가 그 행성에서 이때까지 알려지지 않고 있던 원반형의 우주선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놀의 보고와 그가 가지고 돌아온 선체에서 얻은 금속 파편에서 그런 형태의 우주선의 건조는 지구의 과학 수준으로는 할 수 없고 은하계 내의 다른 세계에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아마도 그 원반형 우주선은 어딘가 상상도 할 수 없이 멀리 떨어져 있는 행성에서 몇 백만 년이나 여행을 지속해 끝내 은하계의 인력에 끌리어 그 철의 별에 착륙한 것으로 추측되었다.
그리하여 탐험대를 파견해서 이 우주선을 연구하는 것이 중요한 일로 결정되었던 것이다.
에리다누스 자리의 오미크론 2라는 항성은 누런 색과 파란 색과 붉은 색의 새 개의 항성으로 된 삼중성이다. 우리들의 태양에서 16광년의 거리에 있어 생물이 전혀 없는 몇 개의 행성을 가지고 있다.
그 세 개의 항성 중 파란 색의 별은 작지만 매우 큰 비중을 가지고 있다. 지구에서 가장 무거운 금속인 이리듐의 2,500배 정도로 무거울 것이다.
그리하여 이 항성을 될 수 있는 한 가까이에서 조사하는 일이 그전부터 결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시그너스 호를 보내는 에리다누스 자리의 별 아케루나는 봉황새자리의 바로 옆이며, 남쪽 하늘에 높이 빛나고 있는 별이다. 우리들의 지구에서 98광년의 거리에 있으며 녹색으로 보인다.
이 별은 쌍둥이 행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 두 개의 행성에는 물과 공기가 있고 지구와 매우 흡사하다는 것이다.
최근 은하계 내의 다른 행성의 탐험대의 조사로는, 이 쌍둥이 행성에는 고등 생물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 행성의 주민은 골격이 연약해 이 쌍둥이 행성에서 살수가 없으나 지구인은 이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위원회의 보고회에서는 그 탐험대에서 보내져 온 우주 통신이 영사막에 비치고 있었다.
아케루나의 행성으로 향한 탐험대가 보내온 밝게 빛나는 녹색의 별이 비추는 그 행성의 표면의 영상이 영사막에 떠올랐다..
아름다운 녹색으로 둘러싸인 높은 산과 산길은 골짜기와 우뚝 솟은 절벽!
공작석과 같이 아름다운 시냇물과 산맥 저쪽에 숨어서 보이지 않는 호수며, 바다 쪽으로 강줄기가 흘러가고 있었다.
이윽고 둥근 언덕에 덮인 수풀이 해안까지 펼쳐지고 있는 경치가 보였다.
바다는 녹색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푸르른 수목이 무성한 숲도 있었다.
숲과 숲 사이의 공지에는 작은 나무나 풀이 무성했다.
하늘에서는 황금색을 띤 녹색의 빛이 대지에 내려지고 있었다.
그 광경을 위원회의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보고 있었다.
이리하여 시그너스 호를 에리다누스 자리의 아케루나로 파견하는 것이 만장일치로 결정되어 그 대장에 다시 엘그 놀이 선출되었다.
 
놀과 니자가 휴양을 취하고 있는 요양소는 남극 지방에 있었다.
옛날 남극 대륙을 덮고 있었던 얼음은 과학의 힘으로 녹여져서 지금에는 4분의 1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요양소의 건물은 고대의 큰 해양 항해선을 방불케 하는 것 같은 유선형의 유리벽이 바다를 향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태양은 1시간 정도로 남쪽 언덕의 그늘에 숨어버리고 거기서 하얗게 빛나는 빛이 하늘 가득히 펼쳐지고 있었다.
그 은색으로 빛나는 가파르지 않은 고갯길을 네 사람의 그림자가 천천히 바다 쪽으로 내려가고 있다.
그 사람들은 니자와 실리아, 그리고 놀과 얼마 전까지 대우주 통신망의 스테이션 관리국장인 달론이라는 놀의 친구이다.
실리아와 달론은 이 요양소에 문병을 왔던 것이다.
실리아가 니자에게 말했다.
"어쨌든 너무나 긴 여행이어요. 우주선을 지구에 되돌아오게 하려면 당신들의 자식들이 그 뒤를 잇지 않으면 안 돼요. 니자, 당신은 그런 여행에 견뎌낼 수 있겠소?"
놀이 그 소리를 듣고 뒤에서 소리쳤다.
"실리아? 혹시 당신은 달론과 미리 짠 게 아니오? 아까부터 달론은 30분이나 나를 우주 여행을 못하게 설득하려고 하고 있으니 말이오. 우주 비행사로서의 많은 경험을 젊은 사람에게 가르쳐 주고 영원히 지구에 되돌아 올 수 없는 여행이라면 떠나는 것을 집어치우라고 했소."
"그래서 설득은 성공했나요?"
"천만에. 우주 비행의 경험은 이번 여행에서야말로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거요. 시그너스 호를 아주 멀리까지 몰고 가는 것이니까."
이렇게 말하면서 놀은 밝은 하늘 저 편을 가리켰다.
실리아와 달론은 슬픈 듯한 얼굴로 하늘을 쳐다보았다.
이윽고 놀은 시그너스 호를 타고 에리다누스 자리의 항성 아케루나의 쌍둥이 행성으로 향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물론 니자도 함께 가게 되어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아케루나로 간다고 해도 지구에서 아케루나까지의 거리는 70광년 가까이된다. 돌아오는 것까지 계산하면 빛과 같은 속도로 날아서 140년이다.
이것은 우주선의 시간으로는 92년이 된다.
놀과 니자는 다른 20명의 승무원과 함께 그만한 세월을 시그너스 호 속에서 지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렇게 오랫동안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놀이나 니자의 유해는 화장이 되어 쌍둥이 행성에 묻혀지게 될 것이다. 또는 비행 도중에 죽을 지도 모른다.
그때에 유해는 관으로 사용하는 로켓에 넣어 우주공간에 날려보내는 것이다.
오랜 옛날의 조상들이 전사한 용사들의 시체를 작은 배에 실어 바다 위에 띄워 보낸 것처럼.........
실리아가 니자의 귓가에다 속삭이듯이 말했다.
"곤란한 일에 부딪쳤을 때 놀을 격려하고 신중한 행동을 취하게 할 수 있는 건 당신뿐이어요........."
니자는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구여 안녕
 
중앙 우주 공항이 있는 엘 호므라는 북아프리카의 넓은 평원 지대이다.
옛날 이 근처에는 한 포기의 풀도 없는 황폐한 사막이었다. 낮 동안은 태양이 쨍쨍 빛나고, 가을이나 겨울의 밤은 차가운 바람이 불어 왔다. 그런데 인간의 힘은 그것을 기후까지 바꾸어 버렸던 것이다.
지금은 옛날의 사막 시대의 유물로 남아 있는 것은 바람뿐이었다.
남아프리카의 초원에서 옮겨다 심은 엷은 녹색의 풀이 마침 불어온 바람에 파도처럼 물결쳤다.
우주선이 발착할 때마다 지면에 직경 약 1킬로미터 정도의 타버린 동그란 지대가 남는다.
그 동그라미 속은 해로운 방사능으로 오염되어 10년 동안 출입 금지되는 것이다.
달론과 우주 조사 위원회의 늙은 의장 크롬은 시그너스 호가 떠나는 날 이 엘 호므라의 우주 공항에 왔다.
하늘에서 바라보면 거무칙칙한 잿빛의 평원에 두 개의 큰 반점이 있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이것은 바로 최근에 출발한 제38항성 탐험대의 두 척의 우주선이 남긴 것이었다.
말할 것도 없이 하나는 원반형의 우주선을 조사하기 위하여 철의 별로 떠난 린다젤 호와 또 하나는 에리다누스 자리 오미크론 2의 삼중성으로 향한 아텔라 호의 것이었다.
이윽고 시그너스 호의 아름답고 커다란 모습이 빛나는 것이 보였다.
저처럼 아름다운 선체도 지구로 되돌아올 때에는 운석의 떼에 부딪쳐 선체가 모두 상처투성이가 될 것이다.
그 시그너스 호를 다시 지구에서 볼 수 있는 사람은 여기에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이 역사상 처음인 대 우주 여행에 걸리는 140년간을 살 수 있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우주 공항에 내려서자 실리아와 물리학자인 보즈가 먼저 와있었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시그너스 호 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아케루나 행의 영웅들은 어디에 있지?"
물리 학자가 물었다.
"아, 저기 있어요."
실리아가 은색의 금속 기둥에 우윳빛 유리를 붙인 큰 건물을 가리켰다. 공항의 중앙 홀이었다.
"그럼 우리들도 저기 가봅시다!"
"아니, 우리들은 사양하겠어요. 그 사람들은 지금 지구와 최후의 송별회를 하고 있어요. 시그너스 호 앞에서 기다립시다."
두 사람은 실리아의 말에 찬성했다.
갑자기 달론이 말했다.
"저 사람들은 영원히 돌아오지 못한다. 그리고 우주선 두 척도 볼 수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 견딜 수 없군요."
그 때 큰 소리가 가까운 스피커에서 울렸다.
"달론 씨, 달론 씨! 우주 통신사 앤트가 중앙의 텔레비전 실로 오시라고 합니다. 달론 씨, 중앙 건물의 텔레비전 실로 빨리 오십시오!"
그것을 들은 달론은 좀 곤란하다는 표정을 얼굴에 나타냈다.
이게 곧 친구인 놀과 니자가 영원히 지구와 헤어지려고 하는 때에.........
그러자 물리학자인 보즈가 달론의 마음을 알았다는 듯이 말했다.
"내가 대신 가겠습니다. 나는 별로 개인적으로 관계되는 사람을 전송하는 것도 아니니까."
물리학자인 보즈는 조용한 둥근 텔레비전 실로 들어갔다.
당직 기사가 오른쪽 영사막을 가리키고 다이얼을 돌렸다.
영사막에 우주 통신사 앤트의 흥분된 얼굴이 나타났다.
"나도 시그너스 호가 출발하는 모습을 텔레비전으로 보려고 생각하면서 우주 전파의 수신을 해보았습니다. 중요한 정보가 들어와 있습니다. 이제부터 엘 호므라에 전파를 보내겠으니 그것을 포착하여 반구형 영사막에 비춰 주십시오. 서둘러서!"
수신에 익숙한 보즈는 2분 동안 모든 준비를 끝냈다.
영사막에는 은하계 밖의 큰 성운이 나타났다. 먼 옛날에 인간이 발견한 안드로메다 성운이었다.
그 소용돌이의 바깥에 작은 불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 불은 점점 커지고 성운은 영사막 밖으로 밀려나와 사라지고 말았다.
노란색이며 붉은 색의 별빛이 흐르고 앞서의 불이 똑똑히 떠올라왔다.
오렌지색의 항성이다.
항성의 주위를 돌고 있는 행성을 어느 정도 분별할 수 있게 되었다.
갑자기 영사막에 밝은 소용돌이가 일어나고 불꽃이 튀기고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폭발이죠!"
앤트의 소리가 울렸다.
"아니! 폭발이 아닙니다. 내 생각으론 안드로메다 성운과의 연락이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보즈가 흥분해서 말했다.
"아니, 그건 믿을 수 없어. 어쨌든, 안드로메다 성운이 말해주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이 통신은 150만년 전에 안드로메다 성운에서 발사된 겁니다. 우리들의 지구는 빙하기로 인류가 태어나기 이전에 발신된 것을 지금 보고 있는 겁니다."
영사막은 어두워졌다고 생각하자 또 밝아졌다.
평원과 같은 것이 희미한 빛 속에 나타났다.
거기에는 버섯과 같은 모양을 한 것이 여기 저기 있었다.
영사막의 앞쪽에 표면이 틀림없이 금속으로 된 둥근 물체가 빛나고 있다.
EMB00000500692d그 위쪽에는 양쪽이 불룩한 큰 원반이 몇 개 떠 있었다.
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천천히 상승하고 있는 것이었다.
평원이 사라지고 하나의 원반만이 영사막에 남았다.
원반의 양쪽에 소용돌이형의 축이 붙어 있었다.
"야, 저것이다!"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외쳤다.
엘그 놀 대장의 제37항성 탐험대가 철의 별 위에서 발견한 원반형의 우주선! 그것과 꼭 같지 않은가!
그 순간에 영사막에 붉은 빛의 선이 소용돌이치고 어두워졌다.
"아아, 통신이 끊어진 것 같습니다."
앤트가 실망하며 말했다.
"이 이상 에너지를 사용하며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 뉴스가 전해지면 지구상에 큰 소동이 일어날 것이 틀림없습니다. 이것으로 철의 별에서 발견된 그 우주선이 안드로메다 성운에서 왔다는 것은 확실해진 것입니다. 만약에 놀이 철의 별에서 그 우주선 저것을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들은 지금 영사막에서 본 것을 전혀 알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저 원반이 안드로메다에서 온 것이라며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려서 날아온 것일까?"
물리학자 보즈가 물었다.
"만약에 그들이 무엇인가 새로운 방법을 갖고 있지 않다면 200만년 정도 걸린 것으로 계산됩니다. 저 원반형 우주선은 안드로메다 성운과 우리들의 은하계를 갈라놓고 있는 공간을 몇 백만 년이나 걸린 죽음의 여행을 계속한 끝에 드디어 그 철의 별에 도착한 것일 겁니다."
"그들의 수명이 우리들보다 길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아무리 길다고 해도 그들의 수명이 수 백만 년이라고 생각할 수 없지요. 어쨌든 지금은 아직 서로가 방문하거나 연락하거나 하는 일은 될 수 없으니까 별 수 없습니다."
"언젠가 반드시 할 수 있게 될 거다!"
보즈는 자신 있다는 듯이 똑똑히 대답했다.
 
지구를 사랑하기 때문에
 
달론과 실리아는 풀밭에 서서 시그너스 호의 출발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넓은 플랫폼이 소리 없이 시그너스 호의 바로 옆에 멈추었다.
플랫폼 위에는 22명의 대원이 줄지어 있었다.
높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하얀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지친 얼굴로 기다리고 있었다. 작업 반원들은 철야로 탐험대의 장비와 우주선의 상태를 다시 한 번 점검했던 것이었다.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우주선 발사 위원회의 위원장이 탐험 대장 놀에게 보고했다.
전송하는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카메라맨들이 탐험 대원들의 모습을 필름에 담았다.
이것은 우주로 떠나는 대원들이 지구에 남겨 놓고 가는 최후의 기념품이 될 것이다.
놀은 멀리서 실리아의 모습을 발견하고 가까이 걸어갔다.
"와 주어 고맙소!"
"오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는 걸요!"
"이렇게 되고 보니 니자나 다른 대원들의 일이 가엾고, 어쩐지 나 자신도 서글픈 생각이 드는군요. 이번에 지구에 돌아와서 나는 지구를 어느 때보다 더 사랑하게 되었소!"
"놀, 그래도 당신은 끝내 가버릴 작정이어요?"
"가지 않을 수가 없잖아요. 만약에 그만 둔다면 나는 우주뿐만 아니라 지구까지 모두 잃게 되어 버리는 걸요."
어느 사이에 니자가 옆에 와 있었다.
"몹시 괴로워요. 좋은 사람들뿐인데, 모두들 억지로 헤어져야 한다니......!"
니자의 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실리아는 니자의 어깨를 끌어안고 위로하여 주었다.
"이제 9분이면 해치가 닫힌다!"
놀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전송하는 사람들은 이미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 이제부터 시작되려고 하는 여행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후손들을 위한 크나큰 작업인 것이다.
"지구와 비슷한 조건을 가진 행성을 조사하는 일, 그것이EMB00000500692e야말로 자손에 대한 우리들의 당연한 의무이며 인류를 위해 우주에 징검다리를 놓는 길이다."
우주 조사 위원회의 올룸 의장은 시그너스 호를 에리다누스 자리의 아케루나의 쌍둥이 행성에 보내는 것을 결정할 때 확실히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떠나는 사람이나 그것을 전송하는 사람도 물론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겉치레의 인사 같은 것은 영원히 지구를 떠나려고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었다.
"출발 시간입니다!"
놀의 소리가 들리자 모든 사람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실리아는 눈물을 머금고 니자를 끌어안았다.
남자들끼리는 상대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며 악수를 하는 것으로 이별의 정을 나누었다.
놀과 니자는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시그너스 호의 거대한 선체에서 나온 검은 해치의 앞에서 키가 큰 놀과 늘씬한 니자가 서서 손을 흔들어 최후의 인사를 했을 때 모든 사람은 말없이 조용히 서 있었다.
실리아는 자기도 모르게 두 손을 꽉 쥐었고, 뜨거운 눈물 방울이 얼굴을 적셨다. 두 사람의 모습은 시그너스 호의 선내로 사라졌다.
순간 문은 밀폐되어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 거대한 선체의 어디에 출입구가 있었던가 할 정도였다.
이윽고 최초의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우주선의 가까이에 자동식 플랫폼이 나타나 전송하는 사람들을 태워 우주선에서 멀리 떨어지게 했다.
텔레비전 송신대와 우주선을 비추던 서치라이트도 이동하기 시작했다.
시그너스 호의 회색 선체는 어둡게 되었다.
그러자 앞쪽에 붉은 불이 켜졌다.
발사 준비의 신호였다.
우주선은 발사대의 위에서 움직이기 시작하고 발진방향을 정하자 멈춰 섰다.
전송하는 사람들은 점점 멀어져 안전 지대로 돌아갔다.
"저 사람들은 두 번 다시 우리들의 하늘을 볼 수가 없게 되는 거죠?"
전송하는 사람들 중 한 여자가 이렇게 말하고 슬픈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우주선의 아래 부분에 녹색의 신호등이 켜졌다.
"발사합니다! 위험 지대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두 손을 들어주십시오!"
자동 기계가 엄청나게 큰 소리로 외쳤다.
서치라이트가 남아 있는 사람이 있는가를 확인하기 위하여 주위를 비췄다.
"신호가 울리면 곧 우주선에 등을 돌리고 눈을 감아주십시오!"
자동 기계가 다시 외쳤다.
이윽고 신호 소리가 커다랗게 울렸다.
갑자기 시그너스 호는 굉장한 폭음 소리를 내며 불을 껐다.
폭음 소리가 갑자기 멈췄다고 생각되자 눈이 부실 정도의 밝은 불길이 우주선의 주위에 솟아올라 갔다.
불길은 굵고 둥근 기둥이 되고 또 가느다란 기둥이 되더니 마지막에는 한 줄기의 빛으로 변했다.
다시 한 번 신호가 울리고 뒤를 돌아본 사람들은 아무 것도 볼 수가 없었다.
큰 별이 하늘 높이 빛나고 있었다.
그것이 시그너스 호의 모습이었다.
우주 공항의 불빛이 꺼지고 멀리 저쪽 남쪽의 지평선에 진짜 별이 빛나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의 눈은 파랗게 빛나는 아케루나가 떠 있는 밤EMB00000500692f하늘로 향하고 있었다.
시그너스 호는 한 시간에 9억 킬로미터의 속도로 그 별을 향하여 날아가는 것이다.
70년 후 우주선의 시간으로는 47년 후에 아케루나에 도착한다.
어쩌면 저 사람들은 녹색 항성의 햇빛 아래서 지구와 같이 즐겁고 아름다운 생황을 개척하게 될는지도 모른다.
물리학자 보즈는 시그너스 호가 날아오른 밤하늘을 언제까지 바라보고 있는 달론과 실리아의 옆에 가까이 다가갔다.
보즈는 바로 얼마 전에 영사막 위에서 본 것을 두 사람에게 이야기했다.
안드로메다 성운과 우리들의 은하계와의 최초의 접촉.
우리들의 은하계의 가장 자리에 와서 죽은 채로 철의 행성에 착륙한 원반형 우주선이 안드로메다 성운의 행성에서의 것이었다는 것을.........
두 사람은 보즈의 이야기에 가슴을 두근대며 텔레비전 방송실에 들어가 다시 한 번 재생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갑시다! 린다젤 호가 돌아오면 여러 가지 일이 확실해 질 것입니다! 그래도 놀이라는 사나이는 굉장한 친구다. 그 사람이 어딘가 먼 딴 세계에서 날아온 우주선이라는 것을 곧 알아차렸으니까."
보즈가 말했다.
"그래도 놀은 자기가 발견한 원반이 그렇게 먼 곳에서, 더군다나 우리들과는 다른 우주인 안드로메다 성운에서 온 것이라는 것을 영원히 알지 못하고 마는가? 좀더 빨랐더라면 떠나기 전에 알려 줄 수 있었는데. 그러면 그 사람들에게 정말 굉장한 선물이 되었을 걸........."
실리아는 정말로 유감스러운 모양이었다.
"아니, 이 큰 뉴스는 또 연락되어 올 거야. 우주 조사 위원회에 부탁하여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특별히 송신용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게 하면 좋아. 지금부터 18시간 정도면 시그너스 호에 그 전파가 닿을 것이다."
달론은 이렇게 말하고 눈을 빛내면서 다시 한 번 하늘로 눈길을 보냈다.
 
<끝>
 
 
악마 나라에서 온 소녀
惡魔の國ガら來た小女
 
후쿠시마 마사미 (島正實) 作
 
 
사라진 스포츠카
 
도쿄 도심지를 가로지르는 고속 도로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호호, 하하!"
요란스러운 웃음소리와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스포츠카 특유의 폭음과 한데 뭉쳐서 뒤에서부터 차츰차츰 다가오고 있었다. 기야마는 반사적으로 핸들을 왼쪽으로 돌렸다. 그러더니 기야마의 차체를 스쳐서 붉게 칠한 선더버드의 차체가 비스듬히 휙 지나갔다.
자동차에는 4,5인의 젊은 남녀가 타고 있으며 높은 소리로 떠들고 있었다.
"난폭하게 운전하는 녀석이로군!"
기야마는 점점 멀어져가는 차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난 것은 바로 그때였다. 선더버드는 샌다께야 역전의 큰 커브를 더욱 더 속력을 내면서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배기통은 밤인데도 빨갛게 불꽃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 순간...., 선더버드의 모습이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앗!"
기야마는 자기도 모르게 큰 소리를 질렀다.
반사적으로 발은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있었다.
"끼끼익!"
브레이크와 바퀴가 삐걱거리는 소리는 그의 신경을 뒤흔들었다. 자동차는 정지하였다. 그곳은 지금 막 스포츠카가 사라진 근처였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사방을 획 돌아보았다.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다. 핸들을 잘못 틀어 굴러 떨어지지 않았다면, 눈앞에 방해되는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 넓고 긴 고속도로 위에 보였어야 했다. 그러나 밤거리는 아주 조용해서 그런 교통 사고가 일어난 흔적도 없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내가 보고 있었던 스포츠카는 환각이었을까?>
그는 머리를 흔들었다.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조금 늦기는 했지만 환각을 일으킬 정도로 피로해있지도 않았고, 신경이 날카롭게 될 이유도 없었다. 모든 것이 아주 정상적이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것은 뭘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고속 도로 위에서는 자동차를 오래 세워 놓고 생각에만 잠겨 있을 수는 없었다. 그는 자동차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때 언젠가 주간지에서 이것과 흡사한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문득 났다.
그것은, 어떤 도시에서 골프장으로 가던 모 회사의 중견 간부 4사람이 앞을 달리고 있던 자동차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을 보았다는 기사였다. 그 도로도 역시 일직선의 외길인데 도저히 숨을 만한 곳이 없는 곳이었다고 한다.
기야마는 핸들을 쥐고서 또 머리를 흔들었다. 너무 엉뚱한 이야기였다. 그래서 그 주간지를 읽었을 때에는 아마 흥EMB000005006930미 본위의 기사이겠지, 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것과 똑같은 것을 현재 경험한 것이었다.<어떻게 된 일일까......?>
기야마는 계속 중얼거렸다.
그의 자동차의 헤드라이트에 비친 도로 위에 한 여자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본 것은 바로 그 때였다.
기야마는 얼핏 뺑소니차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럴 수가 없는 것을 즉시 깨달았다.
<여기는 고속 도로이다. 사람이라면 그렇게 잔혹한 짓을 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달리던 자동차에서 떨어졌을까, 떨어뜨렸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동안에 자동차는 쓰러져 있는 여자 가까이에 왔다.
그는 자동차를 정지시키고 빨리 뛰어 내려서 쓰러진 여자를 안아 들었다.
젊고 그리고 깜짝 놀랄 만큼 아름다운 소녀였다. 그것도 일본 여자가 아니었다.
"정신 차려요!"
기야마는 소녀의 몸을 흔들었다.
그러나 소녀는 축 늘어져 쉽게 의식을 회복할 것 같지가 않았다. 기야마는 재빨리 소녀의 손발을 만져 보았다. 기야마는 외과 의사였다. 손으로 만져 보아서는 아무 곳에도 상처가 난 것 같지 않았다. 출혈도 없었다. 그러나, 달리는 자동차에서 떨어졌다면 내출혈을 했을는지도 모르고, 머리뼈가 깨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기야마는 소녀를 끌어안고 운전석 옆자리에 겨우 앉혀 놓고 빨리 운전석으로 돌아가 앉았다.
<이 근처에 구급 병원은......?>
라고 생각하면서 클러치를 밟고 기어를 넣었다. 여기에서 신주쿠 쪽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기야마는 액셀을 밟았다. 캄캄한 밤중의 고속도로 위를 전속력을 내서 달리기 시작하였다. 아름다운 소녀의 몸이 자동차의 진동으로 기야마의 몸 쪽으로 기대어져 왔다.
<'이상한 사건에 말려들었구나……!>
기야마는 조각 같은 아름다운 소녀의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생각했다.
<주간지에 실린 기사나 사라진 스포츠카와 그리고 이 소녀나……, 흡사 미스터리(신비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인가? 요즈음 유행되는 SF의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단 말인가?>
기야마는 새삼스레 그 소녀의 얼굴을 한참 쳐다보았다.
<순수한 백인은 아니었다. 어딘가 모르게 동양인 같은 코 생김새 ....... 아마 동남 아시아 사람과 백인 사이의 혼혈아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동남 아시아인의 딸이 왜 하필 도쿄, 그것도 사람이 걷지 않는 고속도로 위에 정신을 잃고 넘어져 있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문득 오늘 저녁 친구 노다와 토론한 것이 생각났다.
노다는 텔레파시라든지 인간 소멸이라든지 하는 기이한 현상이 결코 있을 수가 없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고 했었다. 그러나, 기야마는 그런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반대했었다. 그것은 과학적 가능성을 상상력으로 무책임하게 비약시켜서 만들어낸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물론 그렇지. 오늘 저녁의 사건만 해도 모두가 현실적 이유를 들어보면 '아, 그랬구나' 하고 이해할 수 있는 이유가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마침 자동차가 고속 도로를 벗어나고 있는 것을 느꼈다. 구급 병원으로 가는 길은 여기서 되돌아가야 했다.
기야마는 소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문득 생각했다.
<구급 병원에 가는 것은 취소하자. 부상은 대단하지 않은 것 같다. 그것보다 집으로 데리고 가서 재워 주자. 그렇게 하는 것이 그녀에게도 좋지 않을까?>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런 생각을 하기 전에 벌써 자신의 팔은 핸들을 똑바로 쥐고, 발은 액셀을 계속 밟고 있었던 것이다. 기야마는 자기가 상식에 벗어난 행동이라고 느낀 것은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자기가 살고 있는 맨션의 차고의 문을 밝게 비추고 있을 때였다.
<아, 나는 어찌하여 이런 짓을 저질렀을까!>
기야마는 깜짝 놀랄 정도로 강한 충격을 받았다.
<도로에서 다친 사람을 집까지 데리고 오다니? 그것도 젊은 여자를. 아마 내가 돈 것이나 아닐까? 안 된다. 신주쿠까지 되돌아가자.>
그는 핸들을 꺾어서 되돌릴 자세를 취했다. 그 때였다. 고운 손이 소매를 살짝 당기는 것이었다. 젊은 여자는 눈을 뜨고서 그의 눈을 쳐다보고 있었다.
"되돌아가지 마셔요."
가느다란 소리는 일본어를 정확하게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경찰에 가지 않으면......?"
"여기도 좋아요. 당신의 집도........."
"그러나 나의 집에서는 치료할 수 없습니다. 왜 당신을 여기로 데리고 왔는지 나도 모르겠습니다."
기야마는 변명하는 것같이 말했다.
"괜찮아요. 피로했을 뿐이니까요. 상처는 없어요. 재워주신다면 곧 회복될 거여요. 더욱이 당신은 의사이지요?"
기야마는 놀라면서 소녀를 쳐다보았다.
"어떻게 해서 그것을 알았지요?"
"하여간........."
"하여간이라니?"
"지금은 묻지 마셔요. 나는 피로합니다."
소녀는 그렇게 말하더니 눈을 감았다.
또 의식을 잃은 것 같았다.
얼굴 색도 종잇장같이 하얗다.
손목의 맥을 짚어보니 불규칙하게 뛰다가 뚝 멈췄기 때문에 그는 아주 당황했다.
기야마는 소녀를 끌어안고서 자동차에서 내려 맨션으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침대에 눕혔다. 강심제의 피하주사를 한 대 하얀 팔에 놓았다.
소녀의 가슴이 정상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고서야 안심하고 침실을 나왔다.
그러나, 거실의 안락 의자에 걸터앉아 담배를 한 모금 빨자, 비로소 이때까지의 행동이 새삼스럽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그 고속도로에서 소녀를 구출한 이후, 그는 자기의 생각대로 행동하고 있지 않았다. 흡사 누구에겐가 자기의 생각을 조종당한 것같이 행동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EMB000005006931춤추는 인형
 
다음날 새벽, 기야마는 거실의 소파 위에서 눈을 떴다. 어제 저녁 일이 꿈같이 몽롱했다. 그러나 꿈이 아니라는 증거는 그 아름다운 소녀가 여전히 자기의 침실에서 자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소녀는 벌써 기운을 완전히 회복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무 데도 상처는 없었다.
소녀의 이름은 홍구라고 했다. 그가 예측한 것과 같이 홍구는 월남인의 아버지와 프랑스인의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혼혈아로서, 아버지는 사이공에서 큰 보석상을 경영하고 있다고 했다.
"사이공이라고요?"
기야마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런데, 사이공에 살던 당신이 어떻게 해서 도쿄에 오게 되었나요?"
기야마가 묻자, 홍구는 둥글둥글한 눈을 뜨고 길고 까만 머리카락을 흔들면서 대답했다.
"몰라요."
"모르다뇨? 정말 이상하군요."
"예, 나는 어제 저녁 이전의 일은 아무 것도 생각이 안 나요. 하여튼 사이공에 있었어요. 기억 상실증에 걸렸나 봐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일본말을 그렇게 잘 하죠?"
"그것은 제가 일본을 좋아해서지요. 일본 사람 선생에게서 일본어를 배웠거든요."
"그건 그렇다 하고, 왜 당신은 고속도로에 쓰려져 있었어요?"
"몰라요."
이상 아무리 물어 보아도 홍구는 '모른다'는 말뿐이었다.
물론, 기야마는 홍구의 이야기를 손톱만큼이라도 신용할 수가 없었다.
특히 그가,
"일단 경찰에 이야기하자."
고 말했을 때의 반응은 정말 이상했다.
홍구는 점점 그 아름다운 얼굴이 변하더니 새파랗게 질렸다.
"부탁입니다. 그것만은 제발 하지 마셔요."
"왜? 너는 경찰을 겁낼 이유가 없잖아."
홍구는 억지로 고개를 흔들었다.
"몰라요. 하여튼 무서워요. 왜 그런지는 몰라도 무서워요. 부탁입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셔요. 조금만요."
그러나, 어쩐지 기야마는 그렇게 호소하는 홍구를 그 이상 추궁할 생각이 없었다.
이상한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그날부터 홍구를 자기 방에 있도록 해 두고, 그런 말을 아무에게도 알리지도 않았으며, 그녀의 비밀을 지켜주게 되어 버린 일이었다.
<왜 이럴까?>
기야마는 낮에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문득 자기 자신에게 물어본 일이 있었다.
<왜 너는 그 수수께끼에 싸인 여자를......... 혹시 중대한 범죄를 저질러서 경찰을 피해 다니는 범인일지도 모를 여자를 감싸주고 있는 것이냐?>
단지 알고 있는 것은 홍구의 그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눈동자뿐이었다.
그리고 며칠인가 아무 일없이 지나갔다.
홍구는 마치 아내처럼 침착하게 기야마의 출퇴근을 돌보아 주었다.
그는 차츰 이런 생활이 언제까지라도 계속되기를 마음속으로 원하게 되었다.
그러나, 물론 그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이 생활이 진정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예감은 사건이 일어난 지 7일째에 드디어 적중되고 말았다.
그날 밤 기야마는 급한 환자가 있어서 보통보다 늦게 집으로 돌아왔다.
그 때는 바로 열 시가 조금 지나고 있었다.
그리고 문득 쳐다보니 자기 방이 캄캄하였다. 그는 자동차를 차고 앞에 세워둔 채 엘리베이터를 급히 탔다. 자기 열쇠로 방문을 열었다. 방안은 전기가 켜있지 않았다.
<달아났구나!>
언젠가는 슬쩍 달아날 것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으나, 실제로 그렇게 되고 보니 견딜 수 없이 허전해지고 힘이 쑥 빠지는 것을 느꼈다.
<나는 홍구를 좋아했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 방안에서 무엇인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어두운 식당 테이블 위에서 무언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기야마는 깜짝 놀라면서 그것을 보았다. 그것은 고양이 정도의 크기였다.
다음 순간, 그는 그 정체를 곧 알게 되었다. 그것은 서재의 선반에 얹어 놓았던 프랑스 인형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흡사 눈에 보이지 않는 끈으로 조종된 것 같이 팔딱팔딱 기괴한 춤을 추고 있는 것이 아닌가!
기야마는 무심코 뒤로 물러서면서 반사적으로 벽의 스위치를 눌렀다.
전깃불은 식당을 환하게 비추었다.
프랑스 인형은 눈이 부셔서 정신을 못 차리는 것처럼 꿈틀거리다가 곧 넘어지고 말았다.
"아, 기야마 씨! 이제 오십니까?"
식당과 거실 사이에 그 소녀가 서 있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이것은 무슨 꼴이오?"
기야마는 정면으로 홍구에게 쏘아 붙였다.
"보고 말았군요. 보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무슨 소리야!"
지금까지 참고 있던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왔다.
"당신은 도대체 뭐지?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 이상한 짓을 하면 용서하지 않겠소!"
"이상한 일은 안 했어요."
홍구는 언짢은 표정으로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렇다면 설명하시오. 도대체 이 기괴한 짓은?"
"모르실 겁니다, 당신은."
"흥, 알겠어! 그러면 경찰에 가서 이야기하겠소."
기야마는 전화가 있는 곳으로 가려고 하였다.
"가지 마셔요, 기야마 씨!"
뒤쪽에서 날카롭게 외쳤다.
그러나, 기야마는 못 들은 척 하고 수화기를 들어올리려고 하였다.
그런데, 그 순간 손이 굳어져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온몸이 그 자세 그대로 굳어지고 말았다.
"이런 짓은 하고 싶지 않았어요. 아무 말 없이 갔더라면 몰랐을 텐데. 연습 같은 것은 하지 말고......... 당신이 돌아오시는 것을 기다리지도 말고........."
홍구는 혼자 중얼거렸다.
기야마는 움직일 수도 없고, 입을 열 수도 없었다.
"그러면 가겠습니다. 이제는 당신을 만나지 못할 것입니다. 안녕히 계셔요, 기야마 씨! 지금까지의 일은 제발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홍구는 현관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때 초인종이 울렸다.
홍구는 그 자리에 우뚝 서고 말았다. 초인종은 계속해서 요란스럽게 울렸다.
"할 수 없구나!"
홍구는 혼자 중얼거렸다.
다음 순간 기야마는 갑자기 마룻바닥에 넘어져 버렸다. EMB000005006932그리고 급히 돌아보았을 때는 거기에 홍구의 모습은 이미 없었다. 홍구는 방안에서 귀신같이 사라지고 말았다. 아무도 없는 빈방에는 계속 초인종 소리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초능력을 가진 소녀
 
기야마가 정신을 차려서 문을 열어보니 그의 친구 노다가 와 있었다.
"왜 이래? 새파랗게 질려 버렸잖아?"
노다는 들어오자마자 말했다.
"유령이라도 본 얼굴 같은데?"
"보았다. 아니 있었다, 거기에......!"
"뭐라고?"
노다의 표정은 이상하게 변했다.
기야마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지금까지 일어난 일을 털어놓았다. 노다는 처음에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는 동안 기야마가 양주를 놓아둔 선반에서 자기 멋대로 브랜디를 꺼내어 컵에 따르더니 꿀꺽꿀꺽 마셨다.
이야기가 끝났을 때 노다는 기묘한 얼굴로 기야마를 쳐다보고 있었다.
"기야마, 설마 네가 날 놀리려고 하는 소리는 아니겠지?"
기야마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흔들었다. 노다는 브랜디가 든 컵을 양손으로 꼭 쥐고서 방안을 이리저리 걷기 시작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고 가정할 때, 너는 정말로 기이한 현상을 보았던 것이다. 그 홍구라는 여자는 초능력자일 것이다."
"초능력자라고......?"
"그렇다. 그러나, 얄밉게도 그런 존재를 믿고 있는 나에게는 나타나지 않고, 코웃음치면서 반대하던 너에게 나타나다니........."
노다는 입을 삐죽거리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그 홍구라는 여자가 갑작스럽게 고속도로에 나타난 것이나, 지금 이 방에서 사라진 것은 대단히 고도의 초능력인데, 그것을 텔레포테이션이라고 하지. 정신 감응 이동이라고도 하는데, 즉 일종의 정신 동력이라는 힘으로, 눈 깜짝할 사이에 공간을 이동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도 몇 번인가는 그런 사건이 있었다."
노다는 술을 한 모금 마시고 나서 말을 이었다.
"인형을 조종한 것도 같은 원리이며, 염동력(마음먹은 대로 떨어져 있는 물체를 움직이게 하는 힘) 또는 정신 동력으로 물건을 움직이는 것이다. 홍구가 너의 마음을 미리 알아차리고 너를 자유로이 조종한 것은 가장 간단한 초능력의 힘이었으며, 이것을 텔레파시라고 말한다."
노다는 그렇게 말하며 자기도 모르게 갑자기 흥분한 것 같았다.
"하여간 이것은 굉장한 사건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증거가 없어서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해도 믿어주지 않겠지만........ 기야마! 이것은 수십만 명중에 한 사람 있을까 말까 할 정도의 희귀한 경험이다. 만약 그 여자를 사로잡을 수 있다면 지금까지의 의학과 물리학 그리고 화학과 생물학 등도 모두 다시 생각해 보지 않으면 안 된다."
기야마는 문득 생각이 나서 물었다.
"그렇다면 그 스포츠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된 것은?"
"물론 텔레포테이션의 일종이었을 것이다. 단지 무엇 때문에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모르지만........."
노다는 기야마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것도 그 홍구라는 아가씨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한 것도 그 아가씨가 한 짓이라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으니까."
기야마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쩐지 홍구가 모든 사건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니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무래도 홍구를 사랑하고 있구나!>
그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다음 날 낮 무렵이었다.
병원의 의무실에서 쉬고 있는 기야마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야! 기야마, 큰일 났다. 그 스포츠카가 발견되었단다!"
"스포츠카라니? 아아, 고속 도로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던 스포츠카 말인가?"
기야마는 의심스럽다는 듯이 되물었다.
"아니, 아직도 모르고 있었는가? 마이아사 신문을 읽어봐. 상단에 상당히 크게 나와 있어. 가노 현의 눈 쌓인 골짜기에 붉은 선더버드가 충돌하여 대파된 체 발견되었다. 부근에는 네 사람의 남녀 시체가 흩어져 있었는데 그것은 열흘 전의 일인 것 같았다. 해발 2000미터 산골짜기에 어떻게 스포츠카가 떨어졌는지 원인은 전혀 모른다고 나와 있지 않은가!"
기야마는 어리둥절하여 멍하게 수화기를 귀에 대고만 있었다.
"네가 본 스포츠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수수께끼는 풀렸다. 그녀는 초능력을 써서 인간을 노리개 감으로 삼고 있다."
"그럼, 왜 그녀 자신이 고속 도로에 쓰러져 있었을까? 그리고 하필이면 경찰과 병원에 발견될 위험을 지니면서........."
기야마는 무심코 반박했다.
"나의 생각으로는 홍구는 너무 많이 힘을 내서 쓰러졌다고 생각된다. 스포츠카를 500미터나 떨어져 있는 산골짜기로 날려보낸다는 것은 아무리 초능력자라 해도 힘겨운 일이다. 정신력을 남김 없이 써 버린 것이 아닐까. 그렇지 않으면......."
노다는 소리를 낮추었다.
“일부러 쓰러진 것처럼 보이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너같이 얼빠진 녀석을 곯려 주려고 말야."
기야마는 머리를 방망이로 한 대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노다는 여전히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녀는 틀림없이 또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다. 빨리 손을 쓰지 않으면 곧 대사건이 일어날 것이 뻔하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노다의 이야기는 기야마의 머리에서 강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러나, 노다의 이야기는 틀림없었다.
다음 달 신문에는 일본 항공기가 원인 모르게 행방 불명된 사건이 크게 실려 있었다. 신문은 초능력자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없었고 보통의 조난사고로서 취급되고 있었다.
다행히도 그 비행기는 화물 수송기였기 때문에 승객은 한 사람도 없었다. 그러나, 그날 비행 코스 상공은 맑게 개인 날씨에 바람 한 점 없어서 사고가 날 이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더욱이 이상스러운 것은 비행기가 무선 연락도 전혀 없이 사라지고 만 것이다. 아무리 돌발적인 사고라도 SOS(에스오에스) 정도는 발신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비행기의 행방은 수수께끼였다.
사건은 꼬리를 물고 계속되었다.
홋카이도로 날던 제트 여객기의 바퀴가 아무런 고장도 없었는데 돌연 빠져 나오지 아니하여, 80명을 태운 여객기는 착륙할 수 없게 되고 말았다. 다행히 기장의 냉철한 판단으로 여객기는 하네다 공항에 무사히 착륙할 수 있게 되었었다.
이 뉴스가 발표되던 날 저녁, 기야마의 아파트에 노다가 찾아왔다.
방에 들어오더니 불쑥 말했다.
"야, 기야마! 오늘의 일본 항공기의 사고도 홍구의 행위일 것이다."
기야마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악마 같은 아가씨다. 그 아가씨는 일부러 비행기 바퀴를 못 빠져 나오게 하여 사람들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비웃고 있었을 것이다. 만약 최후까지 바퀴가 빠져 나오지 않았더라면 80명의 승객은 모두 생명을 잃었을 것이다. 어쨌든 손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기야마, 곧 바로 경찰서에 가자. 가서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자세히 보고하고 무슨 대책이든 세워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상대는 초능력자이다."
"그러니까 전국에 지명 수배해서 찾아내는 즉시 사살하도록 명령을 내도록 해야 된다."
"사살?"
기야마는 놀란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그렇고 말고. 그 외에 어떤 방법이 있겠는가? 그런데 기야마 너는 아직까지 그 악마와 같은 여자를 계속 감싸줄 작정인가?"
기야마는 잠시 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고, 힘없이 고개를 수그렸다.
"감싸줄 생각은 없어. 자, 가자."
 
홍구의 도전
 
기야마의 마음은 무거웠다.
홍구는 놀랄 정도의 초능력자이다.
잘못하면 전 인류를 위협하는 큰 적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마음속에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은 현관을 나왔다.
노다가 문을 열려고 하였다. 그러나 어떻게 된 셈인지 손잡이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이다.
"이상하다?"
노다가 경계하면서 말했다.
그 때 문이 저절로 열리는 것이 아닌가!
문이 바깥쪽에서 열리더니 틀림없는 홍구가 아름다운 모습으로 들어오는 것이었다.
"홍구!"
기야마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쳤다.
홍구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더니 기분 나쁜 냉소를 지었다.
"어딜 가시는 건가요? 기야마 씨."
기야마의 마음속에는 무엇인가 허물어지는 것 같았다. 끝까지 남아 있던 홍구에 대한 사랑이 소리 없이 무너지고 사라지는 것이었다.
"잘 되었다. 홍구! 우리들과 같이 가자!"
기야마는 호령조로 말했다.
"어딜 데리고 가시려고요?"
홍구는 비웃는 투로 말했다.
"물론 경찰이다. 너는 네가 저지른 죄의 대가를 받아야 한다."
기야마가 그렇게 말하자, 홍구의 입에서는 요란스러운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것은 참 재미있는 말씀이네요! 꼭 데리고 가시겠거든 어디 데리고 가보시죠."
기야마는 손을 내밀어 홍구의 팔을 잡으려 했다.
"으악!"
신음 소리가 기야마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전신에 날카로운 침을 맞은 것 같이 아프고 몸을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게 되었다.
"요것이!"
노다가 홍구를 향해 힘껏 덤벼들었다.
"쓰으으으!"
아주 가냘픈 소리가 홍구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그러자, 2미터나 떨어져 있던 노다의 육중한 몸이 3미터나 저쪽으로 튕겨 나갔다. 노다의 커다란 몸이 현관의 고무나무 화분에 떨어져 화분이 산산조각으로 깨지고 흙이 흩어졌다.
그리고, 그 위에서 노다는 엉금엉금 기고 있었다.
그러나, 노다는 그것으로 낙심하지 않고 억지로 일어서 한 번 더 맹수같이 달려드는 것이었다. 가냘픈 홍구를 단 일격에 처치하려는 결심이 역력히 드러나 보였다.
"으악!"
노다의 입에서 비명 소리가 튀어 나왔다. 그의 커다란 몸은 홍구의 0.5미터 앞쯤에서 붕 하고 공중으로 떠올랐다. 노다는 필사적으로 손과 발을 흔들었다. 그러나 헛수고였다.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거인에게 멱살이라도 잡힌 것같이 점점 공중으로 들어 올려져서 마룻바닥에서 2미터 높이의 공중에 허우적거리며 떠 있었다.
"아니, 왜 그러셔요? 커다란 사나이가 여자 하나를 잡지 못하셔요?"
홍구는 코웃음쳤다.
"이놈......!"
노다는 이를 갈면서 분해하였다.
"홍구, 왜 이런 짓을 하오? 왜 죄도 없는 사람들을 골탕먹이면서 좋아하는 거요?"
기야마는 짜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홍구는 태연하게 뒤돌아보더니
"가르쳐 드릴까요? 우리들이 볼 때 당신들은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하등 인간이어요. 하등 인간인 주제에 잘난 척하고 있으니까요!"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너 역시 인간이잖아! 단지 보통 사람이 가지지 않는 얼마간의 초능력을 가진 것에 불과해."
기야마의 말에 홍구의 눈이 이상하게 빛났다.
"건방진 소리!"
기야마의 얼굴에 찰싹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났다.
물론 홍구는 손을 댄 것이 아니었다. 정신 동력을 이용해서 때린 것이 분명했다.
"우리들과 비교하면 보통의 인간이라는 것은 개와 인간 정도의 차이가 나는 거여요. 개가 인간과 같은 생활을 한다면 얼마나 꼴불견일까요? 당신들은 개에 불과한데 양복을 입고 으스대는 거와 마찬가지로 우습단 말이어요!"
홍구는 아주 업신여기는 듯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쏘아보았다.
"우리들 초능력자야말로 진정한 인간입니다. 새로운 인간입니다. 당신들과 같은 낡은 인간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홍구의 눈은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듯 하였다.
"우리들은 오랜 세월 동안 참고 있었습니다. 마치 정신 박약아 같은 인간들의 어리석은 행동을 보고도 꾹 참고 있었습니다."
홍구는 또 마녀같이 비웃었다.
"우리들의 초능력을 더욱 발달시켜 준 것이 무엇인지 알겠어요? 바보 같은 당신들 인간이 발명한 자살 병기 즉, 원자 폭탄이나 수소 폭탄 등이 남겨 놓은 방사능 때문이죠."
노다와 기야마는 꼼짝도 못한 채로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 때 홍구의 표정은 갑자기 변했다.
"우리들은 머지 않아 당신들 낡은 인간에게서 이 세계를 빼앗을 거여요. 내가 해온 일은 조그만 장난 거리였지만 그 날을 위한 준비였지요. 그러므로 나의 정체를 알아 버린 당신들을 그대로 살려둘 수가 없게 되었어요."
기야마와 노다는 밧줄로 묶인 사람같이 꼼짝도 못하면서 이를 갈았다.
홍구는 식당 쪽으로 팔을 쑥 내밀었다. 그러자 식당에 있던 칼이 공중을 통하여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자, 기야마씨 칼을 잡으시오."
"뭐라고?"
"그 칼로 노다의 심장을 찌르시오. 그리고 자신의 목도 끊으시오. 그렇게 되면 경찰이 조사해도 싸움을 해서 당신이 노다를 죽이고 자살한 것처럼 보이겠죠. 어때요, 좋은 생각이죠?"
그렇게 말하고 나서 홍구는 즐거운 듯이 웃었다.
"자, 칼을 잡으시오!"
기야마는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그러나, 자기의 의사와는 전혀 달리 손은 눈앞에 떠 있는 칼을 향해 뻗어 나가는 것이었다. 아무리 반항해도 홍수가 밀려오는 것 같은 홍구의 사고파(텔레파시)가 그를 삼키고 밀고 나오는 것이 아닌가!
"아! 용서해다오……."
그는 칼을 힘껏 쥐고 있었다.
그리고 노다의 가슴을 향해서 칼을 들어 올렸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그 사고파의 흐름이 약해졌다. 그리고 또 하나 다른 상쾌한 사고파가 슬쩍 마음의 표면을 스쳐갔다. 홍구의 사고 조절은 어떤 사람에게 방해되어 약해진 것이었다.
기야마는 매우 당황한 태도를 취한 홍구의 얼굴을 노려보고 정신을 집중시켰다.
"아! 왜 방해하십니까?"
갑자기 홍구는 천장 쪽을 바라보면서 외쳤다. 다음 순간 홍구의 사고 조절은 완전히 힘을 잃었다. 노다가 쾅하고 마룻바닥에 떨어지고 기야마도 균형을 잃고 모로 넘어졌다.
"이때다. 해치우자!"
노다가 일어서면서 외쳤다.
"두고 보자!"
홍구의 소리가 아닌 소리가 원한과 미움이 섞인 소리로 외쳤다.
자세히 보니 이미 그 아가씨의 모습은 거기에서 없었다. 정신 감응 이동(텔레포테이션)을 하였던 것이다.
그들은 거친 숨을 쉬어가며 그 자리에 정신없이 서 있었다.
살아있다는 것은 기적이었다. 그러나, 그 기적은 모습을 보이지 않아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의 도움으로 일어났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두 사람은 곧 바로 경찰서로 갔다. 수사과에 노다가 전부터 잘 아는 오가가와 경감이 있었다. 물론 오가가와 경감은 처음에는 두 사람이 농담을 하는 줄 알고 화를 냈었다. 그러나, 기야마의 이야기와 미결로 되어 있는 이상한 몇몇 사건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서는 비로소 귀를 기울였다.
이야기가 끝나자, 한참 동안 팔짱을 끼고 있던 경감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네. 하여간 그 아가씨를 찾아 볼 것을 틀림없이 약속하지."
그 정도의 약속이라도 만족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보통 같으면 전혀 상대도 안 해 줄 이야기였으니까.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날 밤에 비밀히 수사를 하고 있던 형사 한 사람이 오오모리에 있는 한 호텔에 홍구 같은 여자가 유숙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오가가와 경감에게 연락을 받은 기야마와 노다는 오오모리로 자동차를 달렸다.
도중에서 오가가와 경감과 두 경찰관을 태운 자동차와 만나서 두 대는 전 속력으로 국도를 달렸다. 자동차 안에서 문득 기야마가 말했다.
"그러나, 이상하다. 홍구가 그렇게 간단하게 발견되다니……? 이만한 사람들이 쫓아가고 있는데 홍구의 텔레파시에 반영이 안 될 리가 만무하다. 그런데도 아직 움직이는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은 정말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아가씨라도 만능은 아니겠지. 요사이 너무 날뛰기 때문에 정신력을 다 소모하고 지쳐 버렸는지도 모르잖아."
노다의 추측은 틀림이 없었다.
이윽고, 자동차는 호텔 앞에 가까이 왔다. 경찰 자동차가 호텔에서 수십 미터 가까이 왔을 때였다.
돌연, 기야마가 핸들을 잡은 채 몸을 밖으로 내밀었다.
"홍구다! 지금 현관에서 나오고 있다."
그리고, 사건이 일어난 것은 다음의 순간이었다. 앞에 달리고 있던 경찰 자동차가 지면에서 번쩍 쳐들리더니 무서운 힘으로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져서 옆으로 넘어지는 것이었다. 자동차는 기름에 인화되어 곧 불덩어리가 되고 말았다. 자동차 안에서 오가가와 경감은 간신히 뛰어 나왔다.
기야마는 홍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갑작스레 홍구가 이쪽을 향해 두 손을 번쩍 들고 외쳤다.
"아니어요, 틀려요. 기야마! 나는……."
그것은, 요전 아파트에서의 홍구와는 전혀 다른 목소리였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된 것은 기야마 혼자였던 것 같았다. 노다는 급히 밖으로 뛰어나가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는 형사의 권총을 빼서 홍구를 향해 쏘았다.
"위험한 놈이다. 텔레파시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여야 한다!"
노다가 외쳤다. 그것이 도화선이 되어 딴 형사들도 일제히 사격을 개시했다. 요란스러운 총성은 계속 울려 퍼졌다.
그러자, 홍구가 비틀거리더니 쓰러졌다.
기야마는 입술을 깨물었다.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홍구가 사살된 것은 견딜 수 없는 슬픔이었다. 흉측한 괴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인간을 하등 동물이라고 밖에 생각하지 않는 마녀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죽이지 않으면 딴 도리가 없는 것이었다.
"아, 없다! 홍구가 없어졌다!"
노다는 외쳤다. 연기 속을 자세히 보아도 홍구가 쓰러졌던 호텔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괴조의 웃음
 
그날 밤늦게 기야마와 노다는 기야마의 자동차를 타고 경찰국을 나왔다.
두 사람은 완전히 지쳐 버렸다. 경찰국에 설치된 임시 수사 본부에서 바로 전까지 앞으로의 대책을 협의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책 같은 것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무턱대고 흥분해서 떠들어대고 있는 경찰들 가운데에서, 두 사람은 멍청하게 앉아 있던 시간이 더 많았다. 그리고, 구제안은 내일로 미루게 되어 두 사람은 겨우 돌아올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노다의 얼굴은 핼쑥해지고 검게 타 있는 것을 기야마는 보았다.
<나도 노다 같겠지!>
두 사람 모두는 홍구의 초능력의 무서움을 새삼스레 느꼈다. 그들을 맥 못 쓰게 만든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그 아가씨를 잡겠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흡사 집을 파괴당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개미같이 허무하고 우습게 보였다.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모를 무력감이 그들을 더욱 맥 빠지게 만드는 것이었다.
<우리들은 그 아가씨의 눈으로 본다면 흡사 그 개미와 같은 것에 불과할 것이다.>
문득, 기야마는 전방에 불빛이 좌우로 비치고 있는 것을 보고 천천히 자동차를 몰았다.
"비상선이다."
노다는 말했다. 아무 소용이 없겠지만 홍구를 체포하기 위해서는 하지 않을 수 없겠지. 도로 한가운데 세 사람의 경찰이 서 있었다.
그 중 한 경찰관이 회중전등을 켜 들고 그들의 자동차 가까이 왔다. 기야마가 자동차를 정지시키자 젊은 경찰관이 차안을 검색했다. 노다가 포켓에서 수사본부에서 발행한 증명서를 꺼내서 경찰관에게 넘겨주었다. 경찰관은 회중전등의 불빛으로 신분을 확인하고 아무 말 없이 되돌려 주었다.
"수고하십니다."
라고 말하며 노다는 증명서를 받는 순간 큰 소리로 외쳤다.
"무, 무슨 짓인가?"
기야마는 놀라서 그쪽을 보았다.
경찰관이 권총을 빼서 두 사람을 향해 겨냥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부처님처럼 굳은 표정이었다.
텔레파시로 사고 조정을 받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기야마는 순간적으로 딴 경찰관의 주의를 끌려고 했다. 그러나, 그 경찰관은 눈치가 빨랐다. 권총은 재빨리 기야마 쪽으로 향해졌다.
"시원찮은 짓을 하는 게 아냐!"
경찰관은 야릇하게 쉰 목소리로 말했다. 홍구의 소리를 흉내내고 있는 것이었다. 아니 흉내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얼마나 기괴한 유머일까?
"잘도 나를 죽이려고 했지요? 두 사람이 나의 정체를 이미 세상에 다 알려놨으니 그 보답을 해야겠군요."
"정신 차려! 넌 경찰관이다."
갑자기 노다가 큰 소리로 외쳤다.
경찰관은 노다를 보았다. 그리고 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하등 인간의 주제에!"
쾅! 하는 요란스런 총소리와 함께 환한 빛이 번쩍 빛났다. 노다가 왈칵 앞으로 거꾸러지면서 문이 열리더니, 그대로 자동차 밖으로 굴러 떨어졌다.
기야마는 다음은 자기 차례라고 느끼고 눈을 감았다. 그러나, 어떤 힘이 기야마의 눈을 강제로 뜨게 만들었다. 두 손은 핸들을 잡고 기아를 넣고......... 갑자기 자동차가 굴러 나갔다.
"야, 기다려!"
당황하여 가로막던 경찰관이 본넷(자동차의 엔진덮개)에 튕겨 올라가 검은 바람같이 뒤로 흘러 떨어졌다. 자동차는 시속 100킬로미터의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기야마는 자기가 강한 사고 조정을 받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백 미러를 보지 않아도 뒷좌석에 태연하게 앉아서 히죽거리며 웃고 있는 한 아가씨의 존재를 느꼈다. 홍구였다.
홍구는 새까만 옷을 입고 이 세상에 없는 까만 새같이 기괴한 웃음소리를 계속 내고 있었다.
"아셨지요? 기야마씨. 이것으로 당신들이 아무리 날뛰어도 우리들을 당해낼 수가 없다는 것을!"
홍구가 노래 부르듯이 아주 유쾌하게 말했다.
기야마는 대답 대신에 전신에 힘을 주어 자동차를 길가의 전주에 충돌시키려고 하였다. 그러나, 허사였다. 머리에서는 필사적으로 명령을 내렸으나 손발은 자기와는 관계가 없다는 듯이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명령을 내리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마치 침을 맞는 것 같은 심한 두통이 일어났다.
기야마는 드디어 참을 수가 없어 저항하려는 노력을 포기했다. 식은땀이 전신에 흘러 내렸다.
"고집이 센 사람이군요. 기야마씨, 당신은 나에게 반항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잖아요."
"어떻게 할 작정이지?"
기야마는 이를 꽉 깨물은 사이로 내뱉듯이 말했다.
"어떻게 한다고 생각해요?"
"멀리까지 못 간다. 뒤를 돌아 봐라."
"뒤를 돌아볼 필요가 없어요. 경찰차 두 대가 아까부터 우리들을 따라오고 있었어요."
홍구는 태연스럽게 말했다.
"그러나, 그들은 간단하게 손을 쓸 수 없을걸요. 당신이 있으니까!"
홍구는 재미가 난다는 듯이 싱그레 웃었다.
"그러나, 결국은 허사지요. 나는 당신을 죽일 테니까요."
그 말은 이제 와서는 기야마의 가슴에 아무런 공포도 흥분도 일으키지 못했다. 일종의 투명한 체념이 그를 감싸고 있었다.
"이런 짓을 해도 허사일 것이다. 홍구, 너에 대해서는 일본뿐만이 아니고 이미 전 세계에 알려지고 말았다. 너는 어디를 가나 편하게 쉴 수가 없어졌다."
"허사가 아녀요. 당신을 죽이는 것은 하나의 본보기지요. 그리고 우리들은 새 인간으로서 낡은 인간에게 도전하는 겁니다."
"무리한 일이다. 네가 어떠한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여도 혼자서 세계를 움직일 수 있겠나?"
기야마는 룸미러로 비치는 아름다운 홍구의 모습에 천천히 고개를 흔들어 보였다.
"결국 너는 너무 일찍 태어난 것이다. 머지 않아 인류는 모두가 너와 같은 초능력자로 진화되어 가게 될런 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은 안 된다. 너는 말하자면 진화의 꽃이 때를 맞추지 못하고 너무 일찍 피어버린 셈이다."
"건방진 소린 마라!"
한 차례 바람이 일어나는 듯 하더니, 홍구는 그의 옆자리로 텔레포트 해왔다.
그 얼굴은 흥분으로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어쨌든 당신은 죽을 것이니까 이야기나 해 드리지요. 기야마씨, 우리들은 수가 많아요."
"많아?"
"그럼요. 지금 일본에는 동아시아의 초능력자가 전부 모여 있는데, 백 명이 넘습니다. 언젠가 고속도로에서 그 시원찮은 스포츠카를 후지산까지 텔레포트 시켰지만 그 때는 다섯 사람이 힘을 합친 것이었지요. 과연 힘이 들었지만 잘 해치웠어요."
보통 소녀와 같이 천진하게 우쭐거리는 것 같았다.
"열 사람이 모이면 특급 열차라도 텔레포트 할 수 있어요. 15명이 모이면 하늘을 날고 있는 제트기라도 바다에 떨어뜨릴 수가 있어요. 오십 명, 백 명이 힘을 모으면 어떤 일이든지 할 수 있어요. 더욱이 우리들은 수가 많아요. 온 세계의 초능력자가 모이면 천 명도 넘지요."
홍구는 갑자기 화재를 바꾸었다.
"우리들은 베트남과 캄보디아 그리고 이스라엘과 아랍의 싸움에도 관계가 있어요. 지금부터는 이쪽 저쪽에서 반란을 일으켜 서로 대립을 격화시키고, 세계에 위기가 일어나도록 만드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혼란을 틈타서 미국과 소련과 그 밖의 핵 보유국의 실권을 우리들 초능력자가 장악할 거여요."
홍구의 빨갛게 상기된 뺨이 기야마의 얼굴에 닿을 것 같았다.
"홍구......!"
기야마는 부드럽게 불렀다.
"왜요? "
홍구는 몸을 뒤로 빼면서 말했다.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는 것 같아."
"뭐라고요?"
"네가 초능력자라는 것을 모르고, 고속 도로에서 구해서 집으로 데려왔을 때부터 나는 너를 좋아하게 됐다. 너의 정체를 알고 나자 나는 너를 미워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그게 잘 되지 않았어. 지금도 나는 아무래도 너를 미워할 수 없다. 왜 그럴까? 사랑하고 있기 때문일까?"
홍구의 얼굴빛은 점점 변해져갔다.
손을 들어 힘껏 기야마의 뺨을 때렸다.
"감히 하등 동물인 주제에 나를 사랑한다고?"
그리고 다음 순간 홍구는 이 세상에 없는 괴조의 웃음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서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다.
"난 홍구가 아녀요. 홍구와 쌍둥이인 론이란 말이어요."
 
사랑하는 마음
 
"쌍둥이라고?"
기야마의 마음은 비로소 강하게 움직였다.
"그렇다면......?"
"그래요. 홍구는 당신의 아파트를 빠져 나와서 한번도 당신을 만나지 않았어요. 홍구는 너무나 주책이 없기 때문에 내가 대신해서 당신을 죽이기로 했어요."
"주책이 없다고?"
"홍구에게는 초능력자로서의 자존심이 없어요. 무슨 일이건 우리들의 계획을 방해할 뿐이었지요, 그 고속도로의 사건도 우리들과 다투기까지 해서 그 스포츠카의 텔레포테이션을 못하도록 하려고 했었지요. 그래서 정신 동력을 다 써 버렸기 때문에 넘어졌던 것이지요. 그러나, 그렇게 심한 지경을 당해봤는데도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주책없이 오늘도 우리들의 계획을 방해하려고 호텔에 와서 잔소리만 늘어 놓았었죠. 그러나, 누가 그런 주책없는 말을 듣겠어요?"
기야마는 갑자기 그 호텔 앞에 나타난 홍구가 '아니어요. 틀려요!' 라고 외치던 것을 역력히 기억해냈다. 홍구는 론들이 엉뚱한 일을 하지 못하도록 중지시키려고 했던 것이다. 그가 사랑하고 있는 홍구는 괴물이 아니고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착하고 아름다운 소녀였던 것이다.
"바보!"
갑자기 심한 사고파가 기야마의 머리 속에서 불꽃처럼 퍼졌다. 론이 화를 내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고통으로 신음하였다. 이제는 아무 것도 생각할 수가 없게 되었다.
"자, 갑시다. 속력을 내서!"
기야마의 발은 명령에 따라 액셀을 꽉 밟았다. 스피드 미터기의 바늘이 점점 백을 넘어서 백 이십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때 자동차는 리오고쿠 다리를 향해서 돌진하고 있었다.
비가 온 다음이라 물은 많이 불어서 철교 밑을 힘차게 소용돌이치며 흘러 내려가고 있었다. 여기가 기야마를 죽일 장소 같았다.
문득 주위에서 요란스런 사이렌 소리가 이중 삼중으로 들려왔다.
백 미러에 비치는 경찰차가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옆에서도 다가왔다. 포위해서 정차시킬 모양이었다.
철교가 눈앞에 다가오자, 갑자기 경찰차가 철교의 차도에서 튀어나와 가는 길을 막아 버렸다.
그러나, 속도를 낮출 수가 없었다. 갑자기 자동차가 달려들었다.
충돌할 순간 경찰차가 부웅 떠오르더니 옆으로 비껴지면서 길을 열었다. 론이 정신 동력으로 방해되는 물건을 밀쳐버린 것이었다.
자동차는 리오고쿠 다리를 향해 돌진했다.
"자, 슬슬 각오하시죠!"
론이 냉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차체가 부웅 떴다. 그대로 난간 쪽으로 슬슬 가까이 다가간다. 이어 깊은 물이 보였다.
갑자기, 차체가 점점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타이어가 아스팔트에 탕하고 떨어졌다.
"또 방해할 작정이군!"
갑자기 론이 비단을 찢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를 질렀다.
기야마는 정신을 차렸다. 몸이 자유롭게 됐다.
사고파는 약해져 있었다.
<기야마씨, 내리셔요! 자동차에서 내리셔요!>
맑은 사고파가 그의 머리 속으로 흘러 들어왔다.
<홍구다! 홍구가 구조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는 문의 손잡이를 잡으려고 하였다.
그 손이 갑자기 굳어졌다.
<그렇게는 안 되겠다! 이 남자는 내가 죽여야겠다.>
론의 불같이 타오르는 사고파가 공간을 향해서 날아갔다. 차가 옆으로 기울어져 가는가 하면 다시 점점 들려 올라가곤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렇게 간단히 올라가지는 못했다. 올라가려고 하다가는 내려가고 내려가다가는 또 올라가고 하는 것이었다.
론과 홍구는 제각기 정신 동력을 다 발휘해서 격렬하게 싸우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치열한 싸움이었다. 꼼짝도 못하고 기야마는 눈앞에서 고통스럽게 반항하고 몸부림치는 론을 보고만 있었다.
아름다운 얼굴이 흉하게 찌그러지고, 눈언저리는 찢어졌EMB000005006933고, 입술을 깨물어 피가 튕겨 나오는가 하면 몸은 딱딱하게 굳어졌다. 마치 발작을 일으킨 정신병 환자같이 부르르 떨고 있었다.
자동차가 또 다시 천천히 떠올라가기 시작했다. 론의 정신력은 홍구의 정신력을 누르려고 하고 있었다. 차는 비스듬히 기울어져 점점 난간 가까이로 다가갔다.
범퍼(완충기)가 난간에 부딪히더니 서 버렸다. 그러다가 또 들려 올라갔다.
다음 순간 자동차는 강물 위에 있었다. 죽음이 큰 소리로 부르고 있는 것 같았다. 기야마는 눈을 감았다. 물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기야마씨! 기야마씨!>
물소리에 뒤섞여서 홍구의 사고파가 들려왔다.
<잘 있거라. 홍구!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었다.>
기야마는 필사적으로 정신을 집중시켜 가면서 어떻게든지 사고파의 한 조각이라도 어딘가에서 몸부림치고 있을 홍구에게 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때 론은 치명타를 당한 짐승같이 날카로운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기야마가 최후로 본 것은 의식을 잃고 축 늘어져 있는 론과 그리고 솟아올라 꿈틀꿈틀 다가오고 있는 시꺼먼 물결이었다.
자동차는 거꾸로 물 속에 틀어박혀 버린 것이었다.
 
문득 눈을 떴다. 별이 반짝이고 있는 밤하늘이 똑똑히 보였다.
<나는 살아있구나!>
기야마는 놀라면서 그렇게 느꼈다. 그는 냇가의 모래밭에 누워 있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옷은 조금도 젖어 있지 않았다.
"정신이 드셨어요?"
가느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놀라면서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다.
홍구의 검은 얼굴이 강 저쪽 하늘 속에서 똑똑하게 보였다.
"나는......?"
"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최후의 순간에 당신의 그 정신력이 합쳐져서 당신을 자동차 안에서 이곳으로 텔레포트 시킬 수가 있었어요."
홍구는 어쩐지 수줍은 듯한 표정으로 조그맣게 말하는 것이었다. 기야마는 상반신을 일으켰다.
"그렇다면 내가 자동차가 강에 떨어지기 전에 홍구가 텔레포트 시킨 모양이로군?"
"그래요."
"론은?"
"자동차와 같이 물 속에 가라앉아 버렸어요!"
홍구는 조그만 소리로 계속해서 말했다.
"하는 수가 없었어요. 론은 모든 사람을 선동해서 그 탐욕에 가득 찬 계획을 강행하려고 했어요. 아무리 설득을 해봐도 소용이 없었어요. 딴 사람들은 모두가 그 계획을 포기했는데 ........."
<포기해? 그렇다면 세상에는 또 평화의 가능성이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기야마는 희미한 불빛에서 그 소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너도 론같이 하등 동물의 연인은 싫겠지?"
홍구는 얼굴을 획 돌렸다.
"그래서 나를 사랑해 달라고는 하지 않겠다. 다만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것만은........."
홍구는 돌연 고개를 돌려 기야마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아녀요. 만약 제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아니, 우리의 사랑이 일치하지 않았다면 최후의 텔레포트는 할 수 없었을 것이어요. 텔레포트는 사랑이 이루어 준 것입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잠시 동안 서로 마주 쳐다보았다. 그러자 행복감이 샘솟듯 두 사람의 가슴속에서 솟아올랐다.
<끝>
 
 
작품 해설
 
미래의 우주 개발
 
이 작품은 소련의 대표적 SF 작가인 이반 에프레모프가 1947년에 발표한 우주에 도전하는 미래 인류의 대모험 이야기입니다.
에프레모프는 작가인 동시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생물학자이며 지질학자입니다.
고생물학자로서 전 세계에서 유명하게 된 것은 1945년부터 1949년의 4년 동안에 소련 학술 조사대의 책임자가 되어 3번이나 고비 사막을 조사하여, 많은 공룡의 뼈를 발견하였기 때문입니다.
에프레모프는 1907년, 발트 해의 핀란드 만 부근의 레닌그라드 가까운 농촌에서 태어났습니다.
혁명 후 16세 때 선원이 되었으나 그 후 레닌그라드 대학에 입학하여 흥미를 느끼고 있던 고생물학을 열심히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뒤, 1927년에 2억 년 전의 생물의 화석을 발견한 것을 비롯하여 수 차의 학술 조사에 참가하여 지질학, 생물학의 연구에 몰두했습니다.
에프레모프가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은 제 2차 세계 대전이 끝날 무렵, 중앙 아시아 탐험에 참가했을 때, 이상한 질병에 걸려 병상에 누워 있을 때부터 였습니다.
1944년에 최초의 SF 단편집을 출판하였습니다.
「다스카로라에서 우연히 만난」등 5개의 단편이 실려 있었는데 그 해에 또다시 몇 개의 단편을 발표하여 SF 작가로서 갑자기 유명하게 되었습니다.
「안드로메다 성운」은 에프레모프의 소설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인데, 청소년을 위한 최초의 과학 기술 잡지 「청년의 기술」에 연재되기 시작하게 되어, 곧 젊은 독자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얻게 된 것입니다.
에프레모프는 또 「뱀자리의 심장(1959년)」,「면도칼날(1963년)」,「축시 (1949년)」등의 과학 장편 소설을 위시하여, 많은 작품을 썼는데 뛰어난 과학자로서의 태도가 모든 작품의 토대가 되어 있습니다.
우주 시대가 다가옴에 따라 SF 문학은 점점 대중화되어 많은 독자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소련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이 「안드로메다 성운」은 뛰어난 작품으로서 소련 SF 발전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소련 SF 작가에는 에프레모프보다 앞서 금성 비행의 이야기인 「무에의 도약」등을 쓴 베리야에프라는 선구자가 있습니다. 이 사람이 소련 SF계의 아버지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공로가 컸습니다.
그 다음을 이은 사람이 바로 에프레모프입니다. 그 이후 「달의 길」의 카젠츠에프, 「보랏빛 구름의 나라」의 스트르가스키 형제 등의 우수한 작가가 나타나 현재는 젊은 작가들이 계속 작품 활동을 하여 소련도 SF가 유행된 나라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스푸트니크 1호와 가가린의 우주 여행에서 현재까지의 소련 우주 비행 기술이 급속히 진보되어 소련의 젊은 사람들에게 우주에 대한 관심을 모은 것도 SF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파멸된 행성, 무서운 철의 별, 기괴한 우주 생물....... 우주 모험 이야기는 인류가 미지의 우주를 탐험하는 동안 예기하지 못할 위험에 부딪칠 것을 작가의 과학적 지식을 토대로 하여 씌어진 것입니다.
인류가 우주에의 발판을 겨우 세웠을 뿐인데, 이 작품의 무대가 될 시기는 아직 수천 년 후의 미래일 것입니다.
설령 장래에 과학 기술이 지금보다 빨리 진보되어 이 작품에 나오는 강력한 애너메존 연료가 개발된다 하여도, 인류의 우주 여행은 이 작품에서도 말하는 것과 같이 은하계 우주내의 직경 50광년 정도의 작은 원 안에서 맴돌게 되는 것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류는 우주의 개발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됩니다. 단순한 모험심 만으로의 행동이 아니고, 인류의 생존과 행복한 생활을 누리기 위한 필요성을 느껴서입니다. 밤하늘에 무수히 빛나고 있는 아름다운 별들을 바라보며 우주에의 공상을 끝없이 펼쳐 보면, 이 작은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과 인간과의 싸움은 정말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여러분들도 그렇게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인류가 먼 우주 공간의 저쪽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과학 기술의 발전은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무엇보다도 이 지구상에서 인류의 생활을 평화롭고 풍요하게 만들어 놓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렇게 되지 않으면 이 작품에 나오는 행성과 같이 인류는 스스로 지구를 멸망시키게 될지도 모릅니다.
「안드로메다 성운」의 원작은 방대한 것인데, 여기에서는 우주 탐험의 한 부분을 발췌해서 옮긴 것입니다.
이 우주 탐험이 실현될 시대는 사회의 구조도 크게 변화되어 국가도 없고 인류 전체가 한 나라가 되어 과학 기술의 발달로 자연과 기후를 개조시켜 인간은 풍족하고 평화스럽게 살게 될 것입니다. 여기에서는 우주 개발이 최대 관심사이고 또 최대의 목적으로 되어 있지만, 아직 그런 시대가 오기 전에는 이렇게 인류 전체가 웅장한 우주 개발의 사업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시대가 온다고 해도 아직 우주에의 여행은 곤란과 위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이 작품에서 잘 나타내 주고 있습니다.
하여튼 이러한 시대가 오고 오지 않고는 우리와 우리의 후손의 노력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일본의 SF
 
「악마 나라에서 온 소녀」의 작가인 후쿠시마 마사미는 일본의 SF를 키운 사람으로서 일본 SF의 아버지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현재 일본에서는 1959년에 SF 월간지인 「SF 매거진」이 창간된 이래 SF가 완전히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외국의 대부분의 SF가 번역 소개되었고 SF 작가가 많이 등단해서 많은 작품을 발표했습니다.
1970년, 일본에서 세계 처음으로 국제 SF 심포지엄이 열릴 정도로 많은 붐을 일으켰으며, 일본 작가의 작품들이 영국과 미국에 번역 소개되고 있습니다.
아직 우리 나라는 이제 겨우 SF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 어렴풋이 알려질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발전된 것입니다.
과학이 발달한 미국, 영국, 소련, 독일, 프랑스 등에서는 SF가 굉장한 신임을 받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제와 과학이 세계 강대국과 겨룰만하게 된 것도 SF와 어떤 관계가 있지 않을까요?
특히 후쿠시마 마사미라는 작가는 월간지 「SF 매거진」의 편집장을 15년간 해 오는 동안 많은 번역 작가와 창작 작가를 양성하는데 모든 힘을 기울이는 한편 자신도 번역과 창작에 전력을 해서 많은 작품을 냈습니다.
일본 SF 작가 협회 회원이며, 소년 문예 작가 협회 이사이기도 합니다.
「SF 입문」, 「SF의 세계」 등 SF 소개서를 썼는가 하면 「미궁의 세계」,「미지의 세계」등의 창작과 「우주 스테이션」,「방황하는 도시 우주선」,「얼어붙은 우주」 등의 번역 작품이 있습니다.
「악마 나라에서 온 소녀」는 월간 「SF 매거진」의 편집을 하고 있을 때 발표한 단편집으로, 꾸준히 새로운 독자에게 읽혀지고 있는 작품으로서 그의 단편 중에서는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
 
 
안드로메다 성운
에프레모프 작 ․ 박 홍근 역
 
아이디어회관 문고
224p. 19 cm
 
인 쇄      1978년 8월 20일
발 행      1978년 8월 30일
역 자      박 홍근
제 판      명림 정판사
오프셋     장원 출판사
인 쇄      삼정 인쇄소
제 본      양지 제책사
발행인     박 훈
발행처     아이디어회관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 5가 19-29
      등록 제 2-213호
      전화 (266) 1975. (266) 1976
 
값 5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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