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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청소년 위한 SF세계명작소설

암흑 성운 Dark Nebula 아이작 아시모프 Isaac Asimov 지음
2023년 08월 23일 13시 43분  조회:237  추천:0  작성자: 강려
암흑 성운
Dark Nebula
 
아이작 아시모프 Isaac Asimov 지음
 
아이작 아시모프
1920년 소련 탄생.
과학자로서의 지식과 예리한 통찰력을 문학으로 결정된 우수한 작품이 많다.
"은하 제국의 흥망사", "우주의 작은 돌”, “저것은 로봇" 등
 
아동 문학가 이 원수, 박 홍근/문학 박사 최 인학
공학 박사 양 옥룡/이학 박사 김 희규
전 교육감 김 성묵
 
<차 례>
 
끊어진 텔레비전 전화·············· 5
방사성 물질··················· 9
중성자 폭탄·················· 14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28
근절 시켜 보이겠다··············· 36
숨은 혁명가·················· 50
살리느냐, 죽이느냐?·············· 58
탈 출····················· 66
수수께끼의 행성················ 72
우 정····················· 80
뜻밖의 재회·················· 83
속이기····················· 86
암흑 성운··················· 95
배신자····················· 99
아무래도 이상하다··············· 102
질량 검사 미터················ 106
함정이다!··················· 113
밝혀진 정체·················· 116
하늘의 도움과 하늘의 적············ 124
두 죽음···················· 127
미친 자의 공상················ 133
희 망····················· 140
 
SHORT SHORT by 星新一
 
신발명 베개·················· 145
시험 작품··················· 148
약의 효력··················· 152
악 마····················· 155
재 난····················· 159
구관조 작전·················· 162
변덕스러운 로봇················ 166
박사와 로봇·················· 171
밤의 사건··················· 175
나팔 소리··················· 178
선 물····················· 181
실 패····················· 185
안 약····················· 188
이상한 로봇·················· 191
스피드 시대·················· 195
딱따구리 계획················· 199
거 래····················· 203
 
 
등장 인물
 
비론 파릴: 이 책의 주인공. 네페로스별의 파릴 대통령의 아들로서 지구 문화 대학에 유학 왔다가, 존티어가 꾸민 음모에 말려들어 많은 고난을 겪으나 결국은 살아남는다.
아우타치: 린겐별의 대공(비론을 해치려고 ‘존티어’라고 가명을 썼음). 비론과 지구 문화 대학의 친구지만, 그것은 연극에 지나지 않는다. 음모의 장본인이며, 두개의 얼굴을 가진 사나이.
아르타: 로디아별의 총독의 딸. 강한 성격과 아름다운 모습의 아가씨. 비론과 함께 모험과 고난을 겪는다.
힌리크: 로디아별의 총독. 로디아별을 지키고 자유와 평화를 찾기 위해 바보처럼 행동하나, 사실은 혁명의 중심 인물.
질브레트: 힌리크의 동생. 발명에 취미가 있으며, 비론을 구해 준다. 그러나 혁명의 암흑 성운을 머리 속에서 공상한 좀 정신이 돈 사람이다.
알라타프: 타이란 제국의 장관. "말의 머리" 별지대를 휘두르고 탄압하는 강한 권력을 쥔 사나이.
리제트 대령: 아우타치의 부하, 양심적인 사나이로서 아우타치를 죽이고 자기도 죽는다.
탠도로스 대령: 알라타프의 충실한 부하.
 
 
끊어진 텔레비전 전화
 
그것은 희미하고 가느다란 소리였다.
멀리서 들릴 듯 말듯 몰래 소곤거리는 것 같은 불규칙한 소리.
그 소리는 언제부터인가 캄캄한 침실 안 어디선가 끈질기게 계속 울리고 있었다.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들을 수 없을 만큼 희미한 소리다 그러니 깊이 잠들어 있는 사람에게는 들릴 리 만무하다.
따라서 비론 파릴은 세상 모르게 깊이 잠들어 있는 것이다.
더구나 지금은 한밤중.
비론은 낮 동안 대학 운동부에서 연습하느라고 피로 때문에 지칠 대로 지쳐서 잠에 떨어져 있었다.
갑자기 침실 벽의 텔레비전 전화의 버저가 요란하게 올리기 시작했다.
한참 동안 울리다가 일단 그치고, 또 요란스럽게 울렸다.
부르르르, 부르르르, 부르르르르.
비론은 약간 몸을 움직였다.
부르르르, 부르르르, 부르르르르.
이윽고 그는 눈을 떴다.
텔레비전 전화의 소리구나 하고 깨닫기까지는 몇 시간이 걸렸다.
그러고 나서 잠이 채 깨지 않은 채 침대의 베갯머리를 손으로 더듬어, 리모콘의 스위치를 눌렀다.
어둠 속에서 텔레비전 스크린에 비치고 있는 것은 대학의 친구인 샌더 존티어의 얼굴이었다.
"존티어 웬 일이야? 볼일이 있으면 내일 학교에서 듣겠어. 잠이 와서 미칠 것만 같다. 좀 자게 내버려 둬."
그러면서 비론은 스위치를 끄려고 했다.
그러나 존티어는 비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지, 다시 계속 외쳤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아무도 없습니까? 거기가 지구 문화 대학의 학생 호텔 527호실입니까? 여보세요!"
비론은 눈살을 찌푸렸다.
곧 그는 스크린의 옆에 있는 영상 송신용의 파일럿 램프(전기 장치에 달아 놓은 전등)가 켜져 있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저쪽에서는 이쪽의 소리와 모습이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것이다. 텔레비전 전화가 고장난 것이다.
그는 호텔의 룸서비스를 불러내는 단추를 눌렀다. 켜지지 않는다. 조명용의 단추를 눌러 보았다. 그러나 이것도 켜지지 않는다!
그는 문득 묘하게 숨이 가빠 오는 것을 깨달았다.
환기 장치가 멈춰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방안의 공기가 탁해지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비론은 화가 났다.
순간 스크린이 슬그머니 꺼지면서 어둠 속에 묻혀 갔다. 존티어는 단념하고 텔레비전 전화를 끊어버렸다.
방안은 깜깜했다.
<뭐하는 거야. 룸서비스에게 잔소리를 좀 해줘야겠다.>
비론은 입 속으로 중얼거리며, 더듬어서 문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문은 곧 찾을 수 있었다. 그는 똑바로 나가려다가 그만 아플 정도로 문에 몸을 부딪치고 비틀거렸다.
가까이 다가가면 저절로 열리게 되어 있는 자동문이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건 간단한 고장이 아니다. 꽤 큰 규모의, 아마도 호텔 전체의 전기 고장인지도 모르겠다.
비론은 어둠 속에 멍청하니 서 있었다. 손목 시계를 보니 아직 2시밖에 안 되었다.
<이렇게 되면 아침까지 이 캄캄한 침실에 꼼짝없이 갇히는 거다. 게다가 환기조차 되지 않다니. 그런데 대체 왜 이러한 사고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비론은 문득 깨달았다.
"그렇다, 녀석들의 장난이야."
비론은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머금었다.
<대학 동급생들의 장난일 거야. 이제 곧 졸업이니까, 모두들 나를 놀려 줄 속셈인 거다. 그야말로 지구인다운 장난이군.>
그는 천천히 침대로 돌아가서 벌렁 누웠다. 그리고 어두운 천장을 쳐다보았다.
<아아, 벌써 졸업이다. 3년 동안 길고 지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지나고 보니 빠르구나.>
그는 어쩐지 쓸쓸해졌다.
 
방사성 물질
 
비론 파릴은 지구인이 아니었다.
오리온자리의 암흑 성운 '말의 머리'라는 별지대의 암흑 성운에 있는 네페로스 태양계의 행성 주민이다.
물론 멀고 먼 선조는 지구인이었다. 지구에서 새로운 천지를 찾아서 대우주를 건너, 네페로스 태양계에 이주한 우주 이민의 자손인 것이다.
그래서 얼굴도 몸도 지구인과 매우 흡사하다. 단지 얼굴 빛깔에 금빛이 어리고, 눈이 제비꽃 색깔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인데, 그것은 네페로스의 태양이 약간 보라색을 띠고 있기 때문이었다.
비론은 행성 네페로스의 지도자, 파릴 대통령의 아들이다. 3년 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 이 지구에 유학생으로서 온 것이다.
그 3년도 꿈같이 지나가고 말았다.
졸업식이 끝나면 곧 고향 네페로스로 돌아가서 아버지를 도울 작정이었다.
<정말 지구인들이란 놀기도 좋아하고 장난도 좋아하는 사람들이구나. 우주와 어느 문화적인 세계에도 지구만큼 입체 영화나 텔레비전이나 스포츠, 그리고 출판이 성한 곳도 없지. 오늘날 지구의 세력이 완전히 약해지고 문화와 학문만의 별이 되고 만 것도, 지구인의 이 놀기 좋아하는 성질 때문일지도 모른다.>
비론은 이런 것을 생각하면서 멍하니 천장의 어둠을 지켜보고 있었다.
장난이라는 것을 안 이상 떠들어댈 필요는 언다.
좀 지나면 전기를 켜 줄 것인데, 괜히 떠들어대어 내일 아침 모두에게 놀림을 받을 필요는 없는 거다.
<모르는 척하고 잠이나 자자.>
그는 이렇게 생각하고 눈을 감았다.
그러나 묘한 시간에 잠이 깨었으므로, 오히려 정신이 맑아 오는 것이 잠을 이를 수가 없었다.
<이거 신경질 나는데……>
그는 모로 돌아누웠다.
그 희미하고 묘한 소리를 깨달은 것은 그때였다.
뽀, 뽀, 뽀, 뽀, 뽀, 뽀, 뽀, 뽀.
속삭이는 듯한 가느다란 소리.
<뭐지?>
뽀, 뽀, 뽀, 뽀, 뽀, 뽀, 뽀, 뽀.
부드럽고 드러나지 않는 소리- 언제 어디선가들은 것도 같은 소리이다-그런데 무슨 소리일까, 생각이 나지 않는다.
<뭘까, 이 것은?>
비론은 침대 속에서 머리를 갸우뚱했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마음먹을수록 더욱 귀에 들어와서 오히려 확실히 들려온다. 더구나 그 소리는 잠시도 멈추지 않고 여전히 같은 상태로,
뽀, 뽀, 뽀, 뽀, 뽀, 뽀, 뽀, 뽀.
하고 계속 울리고 있다.
이렇게 되어서는 도저히 잠들 것 같지 않다.
그는 마침내 일어나서, 베갯맡에 있는 캐비닛에서 만년필 모양의 플래시 라이트를 꺼내어 스위치를 돌렸다.
번쩍 한줄기의 광선이 방안을 비추었다.
귀를 기울이자 소리는 벽장 속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이상하다.
그는 벽장을 열고 안을 비쳐 보았다.
아무것도 달라진 것은 없다.
그러나 소리는 확실히 거기서 나고 있다.
비론은 거기에 쌓여져 있는 잡동사니들을 뒤적여 보았다. 낡은 럭비공이라든지 펜싱용의 마스크라든지, 깨진 비디오 테이프, 코드 따위를 뒤적거리다가… 아니, 이것은?
비론은 그것을 열어 보았다. 낡은 방사능 측정기였다.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뭐야…… 사람 놀라게.>
비론은 자기도 모르게 멋쩍게 웃었다.
그래도 조금은 그리워졌다.
그 방사능 측정기는 비론이 지구 문화 대학의 신입생으로서 지구로 올 때, 아버지가 짐짓 내주셨던 것이었다.
지구는 3백여 년 전에 무서운 핵전쟁을 하여, 일단 멸망했다. 비론처럼 다른 별의 사람들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때 지구를 둘로 갈라서 싸우고 있던 나라끼리 수폭이며 코발트 폭탄을 장착한 미사일을 쏘아대어 두 편 모두 전멸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 오랫동안 지구는 방사능 투성이로 된 행성으로서, 한때는 사람이 살지 못했다.
이윽고 방사능은 없어졌다. 그러나 그 이후 지구를 찾는 사람은 반드시 방사능 측정기를 가지고 오는 것이 습관처럼 되었다.
그러나 가지고는 오지만 거의 필요가 없었다. 그러므로 비론도 벽장 구석에 내던져 두고서는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유령의 정체를 보았도다…… 이런 거겠지."
비론은 이렇게 중얼거리고, 방사능 측정기를 본래대로 놓으려고 했다. 그 손이 갑자기 오그라들었다.
몸이 굳어졌다.
방사능 측정기가 소리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방안 어디엔가 방사선을 내는 물질이 있다는 것을 뜻함이 아닌가!
방사성 물질 같은 것을 둔 일은 없다. 적어도 어젯밤까지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방사성 물질을 갖다놓은 것임에 틀림없다.
그것도 동급생들의 장난일까?
그럴 리는 없다!
이 측정기가 붙잡을 만한 방사성 물질이라면, 오랜 동안에 원자병의 원인도 될 수 있을 만큼 높은 방사능을 가진 것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아니야, 이건 장난이 아니다. 친구 중에 이런 장난을 할 녀석은 없다.
그럼, 장난이 아니라면 무엇일까?
결론을 한 가지다.
비론에게 피해를 입히려고 하는 어떤 자가 일부러 둔 것이다.
그러나 범인은 벽장 속에 낡은 방사능 측정기가 있을 줄은 알지 못했으리라. 그 덕분에 비론은 범인의 무서운 계획을 미리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중성자 폭탄
 
비론은 방사능 측정기를 다시 쥐고서는 벽장 안을 휘이 둘러보았다.
밑으로 가까이 했을 때였다.
가가가가가, 가가가가가, 가, 가, 갓.
방사능 측정기가 크게 소리를 내었다!
여기다!
그는 그 위에 쌓여져 있는 것을 치워 보았다.
그것은 곧 발견되었다.
처음 보는 길이 20센티 정도의 직사각형의 검은 상자가 거기에 있었다. 손으로 쥐어 보았더니 묵직했다.
이건 뭐야?
비론은 놀란 얼굴로 그것을 지켜보았다.
보고 있는 동안에 비론은 얼굴이 점점 새파래져갔다.
이것은… 소문에 들은 초소형의 중성자 폭탄인 것이다.
이 검은 상자 속에는 초소형의 중성자 발생 장치가 되어 있다. 중성자 발생 장치는 시한식으로서 점차로 열이 올라가게 되어 있어, 일정한 온도에 달하면 맹렬한 중성자 방사선을 낸다.
방사선이므로 원자폭탄처럼 폭발도 하지 않으며, 열도 빛도 내지 앉는다. 그 대신 이 방사선을 맞으면 즉시로 무서운 원자병에 걸리며 몇 시간 후에는 죽고 만다.
더군다나 중성자라는 방사선은 철이나 납이나 콘크리트의 두꺼운 벽도 마음대로 꿰뚫는다. 아마 이 정도 크기의 중성자 폭탄이라면 주위의 백 미터 이내에 있는 생물이라는 생물은 모두 죽게 되는 것이다.
틀림없다. 누군가가 비론을 죽이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그 방법도 무섭도록 잔인하고 악랄하다.
비론 한 가람을 죽이기 위하여 호텔 안에 있는 사람 전부를 죽이는 이 중성자 폭탄을 사용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중성자 발생 장치는 지금이라도 시시각각 그 온도에 도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에 어떻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이 호텔 안의 사람들이 모두 죽게 된다.
모두에게 빨리 알려 주지 않으면 안 된다.
비론은 텔레비전 전화가 고장이 나 있는 것을 생각해 냈다.
그는 거기에 얼어붙은 것처럼 서 버렸다.
자동문도 닫혀 있었다.
그는 비로소 배 밑바닥으로부터의 공포를 느꼈다. 암살자는 처음부터 이것저것 모두 계산에 넣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폭탄을 발견하고 알려 주려고 생각해도 어쩔 수 없게끔 사전에 모든 손을 쓰고 있은 것이다!
"제기랄!"
비론은 자기도 모르게 욕설이 나왔다. 입술을 끊어질 만큼 깨물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렇게 어이없이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고만 있어야 하는가?
<뭔가 해야 한다!>
그는 의자를 잡았다. 그리고 자동문 앞에 다가서자 힘껏 들이받았다.
두 번, 세 번 계속 들이받자 의자는 산산조각이 났다. 그러나 특수 스틸 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안 되겠다.
캄캄한 절망감이 밀어닥쳤다.
죽는다……
그 때였다.
바깥 복도에서 이쪽을 향해 급히 달려오는 발자국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비론은 문에 바짝 붙어 서서 힘껏 소리를 질렀다.
"이봐! 누가, 누가 와서 이 문 좀 열어 줘!"
그러자 발자국 소리가 마치 기적처럼 우뚝 방 앞에서 멈추었다.
"이봐, 부탁해. 이 문을 열어 줘!"
비론은 다시 한 번 필사적으로 외쳤다.
"파릴인가? 거기 있니?"
누구의 소리인가 희미하게 들렸다. 방음 장치가 되어 있기 때문에 그 이상은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 빨리 열어 줘. 큰일이다!"
비론은 또 힘껏 외쳤다.
그러자 밖에서 문을 향해 쿵 하고 몸을 날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문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비론은 초조해졌다. 빨리 하지 않으면 폭발은 이 순간에도 일어날지 모른다……
"이봐 파릴, 거기서 비켜서라고. 열선총으로 문을 뚫겠어."
바깥 사나이가 외쳤다. 비론은 얼른 문에서 비켜섰다.
찌찌찌익, 찌찌지익!
날카로운 발사 음이 울렸다. 방안 공기가 찌릭찌릭 진동했다. 그러자 어느 새 문과 일부가 빨갛게 되고, 이어서 오렌지 색깔이 되고, 그리고 눈에 타 붙는 것 같은 하얀 광선이 어둠을 꿰뚫었다.
다음 순간, 문이 안으로 찰칵 넘어지며 복도의 빛이 눈부시게 방안으로 흘러 들어왔다.
거기에 두 사나이가 서 있었다. 한 사람은 아까 전화를 결어 왔던 존티어, 또 한 사람은 호텔의 관리인이었다.
두 사람이 들어오려고 했다. 비론은 두 손을 벌리고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들어오지 말아요. 이 방에는 초소형 중성자 폭탄이 장치되어 있어. 언제 폭발할지 몰라."
"뭐라고?"
두 사람은 눈을 둥그렇게 떴다. 존티어가 곧 관리인을 뒤돌아보았다.
"당장 호텔 안에 있는 사람들을 피난시켜야 해. 얼른!"
관리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갔다. 존티어는 뚜벅뚜벅 방으로 들어오면서 비론에게 물었다.
"어디야?"
비론이 가리켰다. 존티어는 그리로 가더니, 겁도 없이 폭탄을 들고 테이블 위에 놓았다.
"뭐하는 거야, 존티어?"
존티어는 대답 대신 주머니에서 나이프를 꺼냈다.
"뻔하잖아. 분해하여 폭발 못하게 하는 거야."
"위험해! 이제라도 폭발할는지도 몰라."
"그렇다면 지금 도망쳐도 단 한가지지. 그보다도 중성자 발생 장치를 분해하는 쪽이 덜 위험해."
존티어는 말하면서도 손은 쉬지 않고 폭탄의 바깥 포장을 뜯기 시작했다.
"방사능이 있어."
비론은 두려운 듯 소리를 질렀다.
"괜찮아. 곧 끝나니까, 대단한 방사능 광채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게다가 중성자는 발생 장치가 움직이지 않으면 파괴되지 않아."
"그러나……”
“겁나면 자넨 도망쳐, 파릴."
"무슨 소리야. 좋아, 나도 무엇이든 하게 해 줘."
비론이 급히 말했다.
"그럼, 손전등으로 손 쪽을 비쳐 줘."
비론은 무릎을 꿇고 손전등을 존티어의 손 쪽으로 돌렸다.
존티어는 재빨리 손을 움직였다.
뚜껑을 뜯고 코일을 뽑고 배선을 벗겼다.
잘못하면 중성자 발생 장치는 맹렬한 열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것만으로도 생명은 위험하다. 더군다나 이제라도 폭발을 일으킨다면… 무서운 방사선의 폭풍우 속에서 두 사람은 말 한 마디 못하고 죽어버리고 말 것이다.
비론의 이마에는 방울방울 땀이 솟아나고 있었다.
그리고 냉정하고 침착하게, 마치 시계 수리라도 하는 것처럼 일하고 있는 존티어의 대담함에 마음속으로 탄복했다.
<굉장한 사나이다! >
사실 굉장한 용기다. 언제 폭발할지도 모르는 죽음의 중성자 폭탄을 유유히 분해하는 존티어라는 사나이의 용기는 무섭기까지 했다.
길고 긴, 무척 오랜 시간으로 생각되는 시간이 지나갔다. 존티어의 나이프 끝이 찰칵 소리를 내며, 최후의 회로를 끊었다.
"끝났다……"
존티어가 툭 한 마디 했다.
“다음은 이놈을 납으로 된 상자에 집어넣고 땅에 파묻으면 된다…… 흠, 7분 30초 걸렸구나.”
존티어가 손목 시계를 보면서 말했다.
그 팔을 비론이 힘주어 잡았다.
“존티어, 자네는 내 생명의 은인이다. 뭐라고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러자, 존티어의 몸이 힘없이 흔들렸다. 존티어는 아마 떨고 있는 것이었다.
“이상하지, 파릴…… 이제야 무서워진다."
그는 목쉰 소리로 웃었다.
그러나 곧 존티어는 몸을 똑바로 세웠다. 그리고 비론을 지켜보면서 낮은 소리로 말했다.
“내 방으로 와, 파릴. 자네에게 꼭 말해 두지 않으면 안 될 일이 있어."
존티어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자,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
“파릴…… 때가 들어맞아서 다행이야."
“때가 들어맞았다고?"
“응, 난 아까 자네에게 텔레비전 전화를 걸었지."
"그건 알고 있어. 그런데 전화가 고장이 나서……"
"그래. 그 때 나는 자네에게 목숨을 노리는 놈이 있으니까 조심하라고 말할 생각이었어. 그런데 전화가 통하지 앉기 때문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달려 온 거야."
"그랬어……”
비론은 생각난 듯이 숨을 들이켰다.
"그런데 대체 누가 나의 생명을 노리고 있는 걸까. 그리고 자넨 어떻게 그런 일을 알고 있어?"
존티어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끄덕였다. 그리고 갑자기 말했다.
"실은 이건 자네의 아버지에게 관계가 있는 일이야, 비론."
"아버지? 그럼 대체 어떤 일인가?"
비론은 다시 한 번 놀라며 물었다.
"자네 최근에 아버지로부터 연락을 받은 일이 없는가?"
"아니. 얼마 전에 전보를 치려 하자, '말의 머리' 별지대로 서브 에테르 파가 흩어져 통신 불능이라고 했어. 그런데, 왜?"
존티어의 눈이 어두워졌다.
"그것도 관계가 있어. 실은 서브 에테르 파가 아니야. '말의 머리' 별지대엔 정치적인 긴장이 있어서 통신을 받지 않는다. 비론…… 자네 아버지는 한 달 전쯤에, 타이란 제국 정치 경찰에 체포되었다."
"뭐라고!"
비론은 너무나 놀라서 멍하니 상대방의 얼굴을 지켜보았다.
타이란 제국이라는 것은 물론 '말의 머리' 별지대에 있는 50여 개의 태양계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강력한 독재 우주 국가이다.
비론의 고향인 네페로스 태양계도 그 세력 범위에 들어 있는 별 중 하나인 것이다. 그리고 타이란 제국은 그 별 지대에 속하는 별들의 정부가 독자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았다. 그 별을 자기의 속국으로 보고, 반항하는 자에게는 용서 없이 군사 행동을 취하는 것이었다.
비론은 가슴속이 갑자기 뜨거워졌다.
"그러면…… 어쩌면 네페로스에서 독립 운동이 일어나서 아버지는 그 책임을 지고……?"
실은 비론이 나라를 떠날 때에도 타이란 제국의 압제에 반대하는 학생 운동이 일어나서 한 차례 소동이 일어났던 것이다.
"아니야. 이제 발표되겠지만, 파릴씨는 다른 태양계에 대한 침략을 준비했다는 이유때문에 체포된 것이다."
존티어가 말했다.
"그럴 리가!"
비론이 외쳤다.
존티어는 끄덕였다.
"물론 그건 단지 구실이야."
"그럼 왜……?"
"파릴씨는 '말의 머리' 별지대 전체의 독립 운동의 지도자인 것이다. 그는 타이란 제국의 독재 정치를 쓰러뜨리고, 저마다의 태양계에 자유와 독립을 주려고 하는 비밀 혁명 조직의 지도자니까."
존티어의 목소리는 비통했다.
그러나 비론에게는 아직 믿어지지 않았다.
비론의 아버지는 온화하고 조용한 성격의 사람이었다. 물론 정의감이 강한 인물이기는 했으나……
전혀 혁명 운동의 지도자와 같은 그런 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면 존티어, 자네는 어떻게 해서 그런 것을 알고 있는 거야? 서브 에테르 통신도 끊어지고 있다는데?"
"그 이유는 간단해. 나도 자네 아버지와 함께 혁명 운동을 위해서 일하고 있는 동지 중의 한 사람이기 때문이야."
존티어는 힘있게 말하고서는 몸을 앞으로 내밀며 계속했다.
"비론, 자네도 '말의 머리' 별지대 주민의 한 사람이다. 더군다나 네페로스별의 대통령의 외아들이다. 타이란 제국의 독재자들의 횡포가 마음에 거슬리지 않을 수 없어. 교육받은 인간이라면 누구든지 언젠가는 타이란 제국의 압정을 물리치고, 저마다 용기를 내어 별의 자유를 되찾으려고 생각할 것이다."
존티어의 눈이 반짝 빛났다.
“실은 나는 린겐별의 시민이다. 네페로스별과는 실로 이웃과 다름없는 곳이다. 나는 나의 별에서 혁명을 일으키려다가 실패하여 지구로 망명해 온 거야. 고향의 별에 있을 때 나는 자네의 아버지와도 자주 만나서 여러 가지를 의논했어. 나는 너의 아버지 존경하고 있었다. 훌륭한 인물이었어. 자네 아버지는."
존티어는 순간 먼 곳을 바라보는 눈빛을 했다…… 그리고 나서 계속했다.
"실은 나는 지금도 ‘말의 머리' 별지대의 동지들과 연락을 취하고 있어. 어떤 특별한 연락망이 있으므로 저쪽의 정보를 알고 있는 거다. 자네 아버지의 체포에 대한 것도 그것으로 알았다. 그리고 다음에는 자네의 목숨을 노릴 것이라고 미루어 생각했었지."
“그렇다면……저 중성자 폭탄도 타이란 제국의 스파이가 장치를 했다는 건가?"
"그렇다."
"그런데 왜냐? 좌우간 '말의 머리' 별지대에서 이 지구까지는 5백 광년이나 떨어져 있어. 그렇게 먼 곳에 있고, 정치에도 아무 관계없는 나의 목숨을 빼앗은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자네가 아버지의 명성을 모르기 때문이야."
존티어의 날카로운 눈이 비론의 얼굴을 정면으로 쏘아보았다.
"파릴씨는 '말의 머리' 별지대의 어느 혁명가로부터도 매우 존경을 받고 있어. 만약에 그가 혁명 운동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면, 드디어는 혁명이 성공될는지도 몰라. 그러므로 타이란 제국은 아버지를 그런 구실로서 서둘러서 체포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거다. 그런데 만약에 그 존경받는 인물의 아들이 고향에 돌아오면… 일단 눌러버린 혁명 운동이 다시 불타올라, 아들을 중심으로 하여 전보다 더 강한 혁명 조직이 만들어질지도 모르다… 그렇게 생각한 거지. 그래서 자네가 멀리 지구에 있는 동안에 없애버리려고 생각했던 거다."
비론은 어쩐지 눈앞에 뿌옇게 안개가 끼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우주에 걸친 대 음모다……
그러나 비론은 아직 확실하게 사정을 이해한 수는 없었다. 다만 증오해야 할 타이란 제국 우주 정치경찰의 손에 아버지가 체포되어 있다고 생각하자, 심한 분노가 타올라 왔다.
"음……”
비론은 악물고 있는 이빨 사이로 신음하듯 중얼거렸다.
강대한 타이란 제국. 그 앞잡이로 되어 있는 우주 정치 경찰. 그 손으로부터 어떻게 아버지를 구출할 수 있을까? 아득하기만 하다.
고개를 들고 존티어가 말했다.
"자네는 아버지를 구출하고 싶은가?"
"물론이지."
"구출하기 위해서는 어떤 일이라도 하겠는가?"
"하고 말고!"
"혁명 운동에 참가하겠어?"
"아버지가 참가하고 있다면……”
"파릴씨는 지도자였다."
"참가하겠어."
"좋아."
존티어는 비론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럼, 내가 말하는 대로 해라. 반드시 성공을 이루고 말겠어."
"어떻게?"
비론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우선 로디아별로 간다."
"왜? 네페로스로는 안 되는가?"
"네페로스에 가면 마지막이야. 착륙과 동시에 어떤 구실로서 체포되고 만다. 그보다는 우선 로디아로 가서 총독 힌리크를 만나는 거다. 자네는 힌리크를 알고 있나?"
비론은 머리를 흔들었다.
"'말의 머리' 별지대의 로디아 별단체의 총독이다. 별지대에서 첫째가는 비겁한 자로서 우둔한 사나이야. 그런데 타이란 제국의 티라니 왕국과는 옛날부터의 친구이므로 '말의 머리' 별지대에서는 꽤 큰 권력가이다. 그리고 이 사나이는 또 자네 아버지와도 친구였다."
존티어는 홀로 끄덕였다.
“그러므로 힌리크는 자네가 믿고 찾아가면 그렇게 간단하게는 우주 경찰에 넘겨주지는 않을 거다. 그렇게 하고 있는 동안에 나는 다른 동지들과 연락을 취하며, 혁명의 기회가 무르익기를 기다리겠다. 모험이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밖에는 취할 방법이 없어. 어때 해 주겠나?"
비론은 주저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존티어는 비론의 손을 꼭 잡았다.
“좋아. 과연 비론 파릴이다. 자네는 내일 오리온 성좌 행의 정기 우주선을 타야 한다. 준비는 내가 알아서 다 해 두겠어."
"졸업식은 어떻게 하지?"
"바보! 그런 건 단념해."
존티어가 화를 내듯 말했다.
"그리고 출발에 대해서는 동급생 누구에게도 말해선 안 된다. 알았지? 어쨌든 조심하여 내일은 누구도 모르게 우주 공장까지 와야 한다."
"알았어."
비론은 끄덕였다.
비론이 돌아가고 한참 되었을 때, 혼자가 된 존티어는 침대 위에 앉은 채 말없이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 눈은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았다. 두개골 속에 넣어 두고 있는 특별의 통신기에, 지금 아득한 우주 저편에서 초광속 전파의 통신이 들어온 것이다. 무엇을 전해 오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을 들은 존티어의 얼굴은 갑자기 긴장되었다.
"파릴이…… 역시."
그의 입에서 희미한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가속복을 입고 로비에 모여 주시오!"
우주선의 각 선실에 갑자기 스피커 소리가 울렸다.
비론은 전망창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녹색 지구를 보고 있었는데, 스피커의 소리에 일어섰다. 선실의 벽장에서 가속복을 꺼내어 입기 시작했다. 입는 방법은 잘 알고 있었다. 가속복이 하는 것은 항성간의 우주선이 광속 이상의 속력을 낼 때, 그 가속에 견딜 수 있게 하기 위하여 입는 특별 내압복인 것이다.
옷을 다 입고 나서 문득 창 밖을 보자, 지구는 이미 보일 듯 말듯 캄캄한 우주의 밑바닥으로 점점 가라앉아 가는 듯이 보였다.
<행성이란 정말 보잘 것 없는 것이다. 사람들은 저 작은 세계에 한평생 얽매어 살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비론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로비로 결어나갔다.
로비에는 승객이 거의 모여 있었다.
로비의 의자는 천천히 몸을 눕혀서 잘 수 있게 조절되어 있다. 가속 때에는 모두 여기서 지내게 되어 있는 것이다.
사관들, 뒤이어 선장이 나와서 인사를 했다.
"여러분, 주선은 이제부터 10분 이내에 최초의 점프를 행합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일어났다. 선장은 말을 이었다.
"여러분 중에는 물론 항성간 비행에 익숙해진 분도 계십니다만, 처음인 분도 꽤 많습니다. 그래서 규칙에 따라서 간단하게 점프의 설명을 해 두겠습니다."
"점프라는 것은 우주선에서 종사하는 사람들끼리의 말이며, 사실은 초공간 비행이라고 합니다. 본선은 이윽고 빛의 속력을 넘는 속력으로 날기 시작합니다. 그 때에 본선은 문자 그대로 시간과 공간을 점프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선장님, 빛의 스피드보다 빠른 것은 없다고 들었는데요……”
승객 중의 한 사람이 물었다.
"그렇습니다. 보통의 공간과 시간의 세계- 즉 보통의 우주 공간에서는 빛보다 빠른 것은 없습니다. 사실 100여 년 전까지는 인류는 빛보다 빠른 스피드를 내는 방법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므로 그 때는 바로 이웃에 있는 태양계에 가는데도 3년이나 4년이 걸렸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들은 초공간이라는 것이 있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보통 의미의 거리라든지 시간이라든지 하는 것이 전혀 없어지고 맙니다. 빛의 스피드를 넘으면 거기를 지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초공간에서는, 빛이라도 10년이나 20년이나 걸리는 큰 거리를 한번 날아서 갈 수 있습니다. 이것은 마치 몇 백년도 전에 바다를 넘는 배가 지협을 파서 운하를 만들고 대륙을 멀리 돌아가는 번거로움을 없앤 것과 흡사합니다."
"그러나 위험은 없습니까?"
또 승객의 한 사람이 물었다. 뚱뚱한 여자 손님이었다. 선장은 히죽 웃었다.
"초기에는 있었습니다. 초공간에 들어간 우주선이 그대로 영원히 행방 불명이 된 예도 있으며, 초공간에서 나올 때 대폭발을 일으켜 버린 일도 있습니다. 이것은 초광속 비행에 필요한 계산이나 에너지의 조절을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그런 걱정은 조금도 없게 되었습니다."
선장은 손목 시계를 힐끔 보았다.
"이제부터 1분 후에 점프에 들어갑니다. 점프의 지속 시간은 5분간입니다. 기분이 나빠지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만 아주 일시적인 것이므로 곧 좋아집니다. 절대로 일어서서는 안 됩니다. 편한 자세로 의자에 앉아 안전 벨트를 매어 주십시오."
스피커가 초를 부르기 시작했다.
"50초 전- 40초 전- 30초 전-"
로비는 조용해졌다. 몸을 움직이는 사람도 하나 없었다.
"20초 전- 10초 전- 9- 8- 7- 6- 5- 4- 3- 2- 1-제로!"
순간 쑥 하고 몸 내부가 끌려 올라가는 것같이 느껴졌다.
빙글 현기증이 나고, 눈 속에 빨강, 노랑, 파란빛이 튀겼다. 그리고 편해졌다.
이상한 느낌이었다.
전망 스크린에는 마치 꿈속에서처럼 이상한 광경이 비치고 있었다.
거기에는 보통의 별하늘은 이제는 없다. 빛의 다발이 엿처럼 길어지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하다가 싹 없어졌다고 생각하자, 또 갑자기 나타나기도 했다.
그것은 우주선이 빛의 스피드를 넘어섰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인 것이다.
초공간에서는 언제나 이러한 빛의 춤이 보여지는 것이었다.
길고 긴 시간, 비론은 그 빛의 댄스를 보고 있은 것 같은 느낌이 났다.
이윽고 또 한번 그 붕 하고 몸이 뜬 것 같은 기분이 되면서 눈앞이 어두워졌다.
"앗, 별이다! 별이 보인다!"
누군가가 외쳤다.
비론도 눈을 뜨고 전망 스크린을 보았다. 가슴이 꽉 죄어드는 것 같은 굉장한 감동.
굉장하다……
거기에는 마치 가득찬 별만으로 생긴 것 같은 맑게 빛나는 하늘이 있었다.
시계를 보자, 꼭 5분이 지나고 있었다.
3~5분 동안에 우주선은 태양계의 안쪽에서 단숨에 5백 광년을 날아, 은하계의 별이 훨씬 더 많은 공간까지 나온 것이다.
비론은 반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초공간 비행은 몇 번 되풀이해도 굉장하다.
가슴속의 어두운 기분까지도 말끔히 달아나 버리는 것 같았다.
 
빛나는 달은 먼지와 같고
우리들을 감싸고 돌아간다.
살아 있는 빛의 안개만이
우주는 멀고도 끝이 없어라.
 
비론의 입술에서 좋아하는 시의 한 구절이 자기도 모르게 흘러나왔다. 우주에 나오면 언제나 느끼는 그 파도와 같은 기쁨을 지금도 느끼고 있었다.
그는 또 한 번 손목 시계를 보았다. 안전 벨트를 풀어도 좋을지 어떨지를 생각해 보았던 것이다.
그 때, 비론은 갑자기 어떤 것을 보았다.
"앗!"
비론은 너무나 큰 놀라움에 입을 딱 벌린 채 한동안 소리도 내지 못했다.
그는 손목 시계를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손목 시계의 끈을 보며 움직이지 않았다.
"이상하다……”
겨우 소리가 나왔다. 이상했다.
그 손목 시계는 지구로 유학하러 올 때 아버지가 주신 방사능 감광 밴드의 시계였다.
방사능을 받으면, 그 밴드의 금속 면의 빛깔이 변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진한 초록색이 되면, 치사량의 방사능을 받은 것이 된다. 엷은 초록색이라도 곧 치료를 받지 않으면 안 된다.
푸른색이면 그다지 걱정한 필요는 없으나 빨리 그 장소에서 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주 적은 방사능이라도 밴드는 민감하게 반응을 나타내어 엷은 푸른색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밴드는 본래대로…… 하얗게 차분한 광택 그대로이다.
이럴 리가 없다.
그 중성자 폭탄을 발견했을 때도…… 아니, 존티어가 폭탄을 분해하는 것을 보고 있을 때에도 이것을 차고 있었다. 그러니 밴드는 엷은 푸른색으로 변해 있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비론의 머리 속에 크고 거무죽죽한 수수께끼가 소용돌이 되어, 천천히 돌기 시작했다.
그는 서둘러서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잡담을 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
"좀 실례."
하고 헤쳐 나가면서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방 앞에 왔을 때, 좀 망설이다가 결심하고 문을 열었다.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비론은 순간 느꼈다.
누군가가 초공간 비행을 앞두고 짧은 시간에 그의 방을 몰래 조사하고 간 모양이다.
대체 어떤 자가 조사했을까? 타이란 제국 경찰의 스파이일까? 역시 나의 신변을 엿보고 있었는가. 그렇지 않으면……?
비론은 자기가 가는 길에 무서운 음모의 소용돌이가 몇 겹으로 돌고 있는 것을 확실히 눈으로 본 것같이 느꼈다.
 
근절 시켜 보이겠다
 
항성 우주선은 그로부터 1시간 후, 로디아 태양계의 제 3행성에 착륙했다
우주 공항에 내렸을 때, 비론은 곧 무장한 푸른 제복의 사나이들을 보았다.
그것은 어릴 때부터 눈에 익은 타이란 제국 우주 경찰의 제복이었다.
그들은 언제나 우주 공항을 경계하고 있다. 우주 질서를 지키기 위한다는 구실이었으나, 실은 독립운동을 감시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 푸른 제복을 보고 비론은 놀랐다.
<왔구나, 역 시……>
비론은 각오를 하고 우주 게이트를 향하여 걷기 시작했다.
제복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권을 조사하고 나서 퉁명스럽게 물었다.
“네페로스의 비론 파릴이오?"
"그렇소."
“대장이 만나고자 하오. 지금 곧 공항 사무실까지 함께 가 주어야겠소."
비론은 얌전히 두 사람의 푸른 제복의 뒤를 따라 공항 사무실로 갔다.
넓은 빌딩 속을 엘리베이터로 몇 10층 올라갔다. 거기에 우주 정치 경찰의 로디아 사령부가 있었다.
자동문이 열리자, 그 넓고 넓은 방 한가운데에 놓인 거대한 책상 앞에 놀랄 만큼 키가 크고 여윈 한 사나이가 앉아 있었다.
푸른 제복에 굵은 금줄이 두 개… 고급 사관의 제복이다.
"네가 비론 파릴인가?”
라고 물으며, 독수리 같은 잔인한 눈으로 파릴을 쏘아보았다.
"그렇습니다."
"왜 네페로스별로 직접 가지 않고, 이 로디아별에 왔는가?"
불쑥 날카로운 질문을 먼저 꺼냈다.
비론은 그러나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대답은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목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장.”
"어떤 목적인가? ”
대장의 눈이 번쩍 빛났다.
"실은 이 로디아별의 힌리크 총독을 암살하려는 음모가 있는 것을 우연히 알았습니다. 그래서 힌리크 총독에게 알려드리기 위하여 일부러 여기로 온 것입니다.“
"뭐……?"
대장의 얼굴에 분명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비론은 불안을 감추고 태연한 자세로 상대방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 이상한데, 파릴. 로디아별의 치안 유지를 맡고 있는 우리들의 귀에도 그런 음모가 있다는 것은 전혀 들어오지 않았어. 그런데 멀리 떨어진 지구에 있던 자네가 어떻게 그런 것을 알고 있는가?"
"간단한 이유입니다. 그 음모는 지구에서 추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말의 머리' 별지대를 피하여 지구로 망명한 작자들의 손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흠?"
대장은 책상 끝을 힐끔 보았다.
그리고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래 어떤 음모인가? 자세히 말해 주게."
"그것은 힌리크 총독에게 직접 말하지 않고서는 곤란합니다."
"뭐라고……?"
대장은 화를 냈다. 그 표정에 험악한 노여움이 떠올랐다. 그런데 또 그 시선이 책상의 한쪽에 옮겨졌다고 생각하자, 즉시로 폭풍이 조용해지는 것처럼 온화한 표정으로 변했다.
"좋아. 그럼 자네를 힌리크 총독에게로 데리고 가겠어. 총독의 신변 안전을 도모하는 것도 우리들의 임무니까."
대장은 이렇게 말하고는, 실내 텔레비전을 켜고 부하에게 비론을 총독 관저로 데리고 가도록 명령함으로써 깨끗이 석방하고 말았다. 푸른 제복을 따라 우주 경찰의 에어 카를 타면서도 비론은 어딘가 긴장이 풀려 보였다. 물론 지금 대장에게 말한 것은 모두가 거짓말이었다. 그건 존티어에게서 가르침을 받은 작전이었다. 존티어는 이렇게 말했었다.
“만약에 붙잡히면 이 말을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그 진상을 알기까지는 우주 정치 경찰이라 해도 분별 없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힌리크도 이 이야기를 들으면 가만히 있지는 못하지. 옛날의 파릴씨와의 우정을 보아서라도 자네를 보호하려고 할 꺼다.”
그 때 비론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악명 높은 타이란 제국의 우주 정치 경찰이 그런 잔재주를 부린 이야기를 신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오히려 그런 엉터리 짓을 하다간 더욱 의심을 받고 그러는 동안 어떤 진상을 잡으려고 할 것이다. 그야말로 그 당장에 체포되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존티어는 그 이야기를 할 것을 주장했다.
”지금 자네에게는 말할 수 없으나, 여러 가지 사정에 의해서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 가장 좋아. 나를 신용하고 해 보는 거다. 그들은 반드시 내가 말하는 대로 할 테니까."
그리하여 그야말로 그대로 된 깃이다.
<대체 무슨 사정이 있는 것일까?>
비론은 점점 눈앞에 전개되는 로디아 수도의 바깥 시가를 보면서 생각했다.
<빨리 그 사정이라는 것을 알고 싶구나. 아무것도 모르는 꼭두각시처럼 시키는 대로만 하는 것은 싫다…… 어쩐지 누구에게 속임을 당하거나 감시를 받는 기분이다……>
비론의 의심은 어느 정도 들어맞았다.
비론이 끌려가자, 곧 대장은 책상의 끝을 보았다.
그곳에는 비밀의 실내 텔레비전 스크린이 있었다.
그리고 스크린 안에는 키에 비해 무겁게 어깨가 넓은 늠름한 몸집의 사나이가 비치고 있었다.
"장관……그의 이야기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바보 같은 놈. 그 따위 어린애들이나 속을 말로 우리들의 눈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
장관이라는 사나이가 말했다.
이 사나이야말로 우주 정치 경찰의 장관으로서 타이란 제국의 황제 티라니의 첫째 왕자 알라타프인 것이다.
'말의 머리' 별지대에서 첫 손가락 꼽힐 만큼 잔인하며, 머리가 잘 돈다는 사나이로 불리는 알라타프의 비웃음은 보기만 해도 몸서리가 처지도록 기분이 나쁘다.
"그래서 어떻게 하지요. 장관?"
"물론 놈을 엄중하게 감시해야 한다."
"그것은 말씀하시지 않아도 알지만…… 특히 어떤 점에 주의를 하면 좋은지요?"
"음, 그놈이 그 허무맹랑한 거짓말의 암살 이야기를 힌리크한테 하러 가는 목적을 캐내야 한다. 그 엉터리 같은 이야기를 위험한 줄 알면서도 하려고 한 것은 반드시 무엇인가 이유가 있기 때문임에 틀림없다.”
"과연…… 그러나 하필이면 고르고. 고른 것이 힌리크라는 것은 묘한 일이죠, 장관. '말의 머리' 별지대에서 첫째 가는 바보로 통하는 사나이를 고르다니."
대장은 비웃었다. 그러나 알라타프 장관은 웃지 않았다.
"바보이기 때문에 도구로 이용될 위험이 있다. 모르겠는가, 앤드로스?"
"무슨 도구입니까?"
"물론 반역 음모의 도구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알라타프는 비로소 음흉한 웃음을 띠었다.
"요즈음 이 별지대에는 우리 타이란 제국에 대한 반란의 음모가 비밀리에 계속되고 있다. 아무리 탄압해도 놈들은 단념하지 않는다. 이것은 어딘가에 놈들을 지도하는 주모자가 있다는 증거다, 앤드로스."
"그럴까요. 우리들은 네페로스의 파릴을 체포했습니다. 놈은 죽을 때까지 따로 지도자는 없다고 끝까지 말했습니다."
앤드로스가 말했다. 그리고 기분 나쁘게 죽음의 신과 같은 웃음을 웃었다.
"파릴의 아들놈이 이미 아버지가 죽었다는 것을 알면 어떻게 나올까요?"
알라타프는 그것에는 대답도 하지 않고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는데, 천천히 머리를 흔들었다.
"아니 그럴 리는 없어."
'네? 파릴의 아들 말입니까?"
"아니야, 지도자에 대해서다. 반드시 있다."
알라타프는 무서운 말투로 말했다.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놈을 찾아낸다. 그리고 혁명의 반역자들을 근절해 버리겠어!"
앤드로스는 자기도 모르게 몸이 떨려 왔다.
항상 보아 오는 알라타프 장판의 표정, 언제나 오싹하지 않은 자가 없다. 그만큼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서운 인물이었던 것이다.
알라타프는 다시 한 번 말했다.
"알았는가, 앤드로스? 틀림없이 비론 놈을 감시해야한다!"
 
광 대
 
"싫어요. 나는 절대로 싫어요. 그런 일은!"
"이봐, 나로서도 어찌할 수가 없지 않은가?"
"아니에요. 어머니가 살아 계시다면, 결코 이렇게는 되지 않아요. 반드시 저를 위해서 싸워 주셨을 거에요."
여기는 로디아 총독 관저의 한 방. 말다툼을 하고 있는 사람은 로디아별의 총독 힌리크와 그의 딸 아르타였다.
아르타는 아름다운 얼굴을 새파랗게 하고 분노로 떨고 있었다. 그 반대로 힌리크 총독은 좀 비겁하다 싶을 정도로 겁을 먹은 얼굴이었다.
"그런 무리한 말은 하지 마라, 아르타."
"무리하다니요? 저는 그런 싫은 사나이의 아내는 되기 싫다고 말하고 있을 뿐이어요."
"알라타프는 타이란 황제 티라니의 첫째 왕자다. 이윽고 이 '말의 머리' 별지대의 지배자가 될 인물이야."
"저는 황제의 아내도 원치 않아요."
"그렇지 않다. 내 말은 다른 뜻이 아니야. 알라타프 같은 실력자의 말을 듣지 않으면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거다."
"그렇기는 하지만, 설마 아내가 되지 않는다고 탄압하다니……”
"아니, 그렇다, 아르타."
힌리크는 두려운 듯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는 지금 알라타프에게 의심을 받고 있다."
"의심을 받는다고요…… 무엇을요?"
"너는 알고 있지. 그 네페로스의 파릴을."
"네, 알고 있어요. 저번에 다른 태양계에 침략 준비를 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었죠. 그러나 그것은 구실이어요. 대체 평화 유지법이라는 법률 그 자체가 타이란 제국에서 관리하게 되어 있는 엉터리 법률인걸요. 파릴씨는 저도 알고 있지만 훌륭한 인물이어요. 그는 다른 태양계의 영토나 산물에 야망을 가질 사람이 아니어요."
"그건 그래 아르타. 그런데도 그는 체포되었구나."
그는 꿀꺽 침을 삼켰다.
"내게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이미 그는 비밀리에 죽음을 당했다는 거다, 아르타……”
"설마!"
"아니, 틀림없는 정보야. 가엾게도 나는 그와 친했는데…… 네가 말하듯이 실로 훌륭한 인물이지. 나에게 있어서는 좋은 친구였다. 그런 그가 죽음을 당한 것이다. 무서운 일이다……”
힌리크는 한층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런데 우주 정치 경찰은 나와 그가 친했기 때문에, 나도 그의 독립 운동의 한 패가 아닌가 하고 의심하고 있는 거야. 친하긴 하지만 나와 그와는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 혁명을 일으키다니, 그런 빗나간 일을 이 내가 생각할 수 있겠느냐. 그래서 지금 알라타프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무서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는 장담할 수가 없구나."
아르타는 입술을 깨물었다. 계속되는 타이란 제국의 횡포와, 그리고 아버지의 여실한 무기력함에 가슴이 답답했다.
그 때, 실내 텔레비전의 신호 램프가 켜졌다.
아르타가 스위치를 넣자, 스크린에 관저를 정비하는 대장의 얼굴이 비치었다.
"뭐여요?"
지금 우주 경찰 앤드로스 대령의 부하가 오셨습니다."
“뭐, 뭐라고?"
힌리크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외쳤다. 아르타도 놀랐다.
"무슨 용무라고 말하던가?"
“지구라는 행성에서 온 비론 파릴이라는 젊은 사나이를 데리고 왔다고 합니다. 그 사나이가 총독께 면회를 신청하고 있습니다."
“비론 파릴! 그는 파릴의 아들이다. 지구에 유학하고 있었다. 대체 무슨 용무로 나를 면회하려고 하는가?"
"다름아니라 저……”
경비 대장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뭔가 지구에서 총독 각하의 암살 계획을 세우고있다는 것을 안다고 하면서, 그 이야기를 하러 왔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나의 암살 계획이라고…… 도대체 무슨 소리냐!"
힌리크는 부들부들 떨었다.
아르타가 아버지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내가 만나 보겠어요, 아버지."
그리고 나서 스크린 쪽으로 돌아서며 말했다.
"그 남자를 제 방으로 보내요."
 
망명자
 
아르타는 들어온 청년을 지켜보았다.
어깨가 넓고 늠름한 체격에 빈틈없는 느낌을 주는 청년이었다. 그 얼굴에는 파릴 대통령의 모습이 남아 있었다.
"당신이 비론 파릴씨죠?"
"그렇습니다. 총독은 어디 있습니까? 나는 총독이 아니면 말하지 않는다고 말했을 텐데요."
청년은 씩씩한 말투로 말했다.
아르타는 끄덕였다.
"저는 총독의 딸이에요. 파릴씨, 아버지는 지금 몸이 불편해서 만날 수가 없어요. 제가 아버지에게 전해 드리겠어요.."
"당신이 힌리크 총독의 따님?"
비론 파릴은 잠시 동안 아르타의 얼굴을 지켜보고 있다가, 이윽고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말하겠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중대한 비밀입니다. 다른 사람이 있으면 곤란하니까요."
아르타는 방에 있는 시녀들에게 눈짓을 했다
시녀들이 방에서 나가자, 비론 파릴은 한 걸음 다가왔다.
"총독의 암살 계획이라고 말씀하셨죠, 파릴씨? 무슨 일이죠?"
"그건 꾸며 낸 것입니다."
"뭐라고요?"
아르타는 순간 눈썹을 찌푸렸다. 그러다가 점점 찌푸렸던 눈썹이 올라갔다.
"그럼, 무슨 용무로 왔나요?"
"망명을 청하기 위해서입니다."
"망명을……?"
"그렇습니다. 나의 아버지가 타이란 제국의 앞잡이들에게 체포되어 투옥된 것은 알고 있죠. 나는 갈곳이 없어졌소. 그러나 힌리크 총독은 아버지의 친한 친구였지요. 총독이라면 나의 청을 들어 주실 거라고 생각하고 왔습니다. 나의 말을 총독에게 전해 주시오."
아르타는 서슴없이 말하는 비론의 얼굴을 지켜보고 있다가 말했다.
"당신은 모르나요?"
"모르다니, 무엇을요?"
"당신 아버지의 일을."
"체포된 것 말이죠? 그러니까 말하고 잇지 않습니까. 그 때문에……”
"그렇지 않아요. 당신의 아버지는 이미 사형을 당했다는 소문입니다."
"뭐! 사형?"
비론은 두 주먹을 틀어쥐며 부르짖었다.
"거짓말이다!"
"거짓말이 아니어요. 아버지의 정보부가 확실하게 전해 주었어요. 앞으로 타이란 제국에서 발표가 있을 겁니다…… 물론 병으로 죽었다고 변명을 하겠지만."
비론은 이미 듣지 않고 있었다.
슬픔과 현기증이 동시에 밀려 왔다.
가슴속에는 이미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다만 남아 있는 거라곤 억누를 수 없는 분노의 불길뿐이었다. 그것은 가슴 깊이에서 점차로 강하게 불길을 더해 가서, 가슴에서 온 몸을 퍼지고 있었다.
비론은 문득 자기 자신으로 돌아왔다.
몹시 아름다운 파란 얼굴을 한 아르타가 굳게 다물고 있던 입술을 열고 말했다.
"그러므로 우리들로서는 당신의 망명을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비론 파릴씨."
여기까지 말하고 아르타는 살짝 눈을 내리 감았다.
"사형수의 아들의 망명을 허가한다면, 우주 정치경찰에서 우리들까지도 의심을 받습니다. 안 됩니다. 비론 파릴씨!"
 
숨은 혁명가
 
비론은 차가운 눈으로 아르타의 괴로워하는 듯한 얼굴을 다시 보았다.
"과연, 자기 일만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할 수 없어요, 로디아별을 위해서니까요."
"그런 명목으로 당신들은 정의까지도 눈을 감고있는 겁니다. 소문은 사실 대로군. '말의 머리' 별지대에서 가장 비겁하다는 소문은 힌리크만이 아니라 딸까지로군."
아르타의 얼굴은 점점 핏기가 오르면서 변했다.
부끄러움과 분노가 그 아름다운 얼굴을 비뚤어지게 만들었다.
"이제는 할 말이 없어요. 당신을 우주 정치 경찰에 넘기겠습니다."
아르타가 손을 움직이자, 자동문이 열리면서 호위병 두 사람이 들어왔다. 두 사람은 신경 충격 채찍을 가지고 있었다.
"이 사람을 우주 정치 경찰에 넘겨줘요. 불법 망명을 청했어요."
"알았습니다."
호위병이 충격 채찍을 들고 다가온다.
"함께 갑시다, 파릴."
이때였다. 뒤에서 어울리기 않게 한가로운 듯한 밝은 소리가 들려왔다.
"잠깐만, 그 두 사람."
호위병은 뒤돌아보고, 거기에 사치스러운 복장을 하긴 서 있는 사나이를 향해서 차려 자세로 경례를 했다.
사나이는 뚜벅뚜벅 앞으로 다가오면서,
"아르타, 너의 복수는 좀 지나쳐.”
"어머, 지르 아저씨, 엿들었군요."
아르타는 의자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엿듣다니, 기특한 소리를 하는군. 지나가다가 들은 것 뿐이야. 아르타, 너는 여자로서 너무 차갑구나. 모처럼 우리를 믿고 온 사나이를 무참하게도 타이란 제국의 바보 같은 놈들에게 넘겨주다니."
"쓸데없는 참견은 마세요, 아저씨."
아르타는 얼굴을 찌푸렸다.
"저 역시 기쁜 마음으로 하는 건 아니어요. 그러나 아버지나 우리들이나 로디아별의 전 주민을 위해서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요. 그런 것쯤은 아저씨도 알고 있을 거여요. 아무리 태평스러운 아저씨도요."
"이봐 이봐, 태평스럽다니? 나 역시 꼭 망명을 허락하라든지 그런 소리를 하는 게 아니야. 다만 모처럼의 손님을 대접도 하지 않고, 당장 체포하여 감옥에 넣는 법은 없다고 말한 거다."
사나이는 비론을 뒤돌아보았다.
"실례했어, 비론 파릴."
하고 손을 내밀었다.
"나는 질브레트. 힌리크 총독의 동생이야. 즉, 아르타의 아저씨가 되지. 잘 왔군."
비론은 내민 손을 기계적으로 쥐었다.
"아르타, 얼마 동안만 파릴 군을 나와 함께 있게 해줘. 그 정도는 되겠지?"
아르타는 난처한, 얼굴을 했으나, 어쩔 수 없다는 듯 끄덕이고 말았다.
질브레트는 비론에게 손짓했다.
"이리 와요, 파릴군. 나의 연구실에서 이야기를 하자고."
비론은 질브레트에게 팔을 잡힌 대로 따라갔다.
긴장되었던 마음이 조금 풀리자, 얼떨떨한 것이 마치 구름 위를 걷고 있는 것 같았다.
<아버지가…… 아버지가 죽었다. 죽음을 당했다!>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눈물이 자꾸만 흘러나와 눈앞을 뽀얗게 흐려놓았다.
상냥하셨던 아버지, 엄격하셨던 아버지, 네페로스의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던 훌륭한 아버지…… 3년 전에 헤어진 아버지의 추억이 밀물처럼 가슴을 때려왔다.
"여기다. 자아, 들어가요. 파릴군."
질브레트의 목소리에 비론은 문득 자기 정신으로 돌아오며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
거기는 확실히 연구실이라는 느낌을 주는 방이었다. 벽에는 빈틈없이 책이 줄지어 정리되어 있었고, 벽 앞에는 여러 가지 도구들이 놓여 있는 작업대가 있었다.
"괴롭지?"
질브레트가 슬쩍 말했다. 비론은 대답하지 않았다.
"괴로울 때는 우는 것이 좋아. 눈물은 슬픔을 달래 주지."
질브레트는 조용히 말했다.
"괴로울 때는 또 좋은 음악도 효과가 있다. 옳지, 자네에게 내가 발명한 새로운 악기의 연주를 들려주지."
하고 질브레트는 멍하니 있는 비론 앞에, 작은 네모난 상자를 가져 왔다.
"음악을 들을 때는 방이 어두운 편이 좋겠지."
그는 자기 마음대로 정하며 천장을 쏘아보았다.
그러자…… 천장에서 비치고 있던 조명이 슬쩍 어두워지며 사라졌다. 비론은 그야말로 놀랐다.
"나의 발명이다. 눈에서 나오는 전자에 의해 자동적으로 켜지기도 하고 꺼지기도 하는 조명이다. 그러나 그런 것은 이 악기에 비하면 어린애를 속이는 거나 같은 거다."
하고 그는 상자의 단추를 눌렀다.
아무런 음악도 들려오지 않는다.
비론은 자기도 모르게 질브레트를 보았다.
"상자를 지켜보게."
비론은 아무 생각 없이 상자를 보았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문득 정신이 들었을 때는, 이미 무엇인가 둥둥 뜨는 것이 눈앞에 있었다.
주위가 보라색으로 달라졌다. 그와 동시에 일종의 음악이 두뇌의 어디선가 울리기 시작했다.
<색깔이 있는 음악이다!>
비론은 마음속으로 외쳤다.
음악이 높아지자, 색깔은 폭포처럼 흐르는 비단의 빛남으로 변했다. 그러자 보고 있는 동안에 그것은 각가지 색깔로 변하면서 폭발되었다.
"앗!"
비론은 머리를 안고 엎드렸다. 머리가 깨져서 날아가 버린 것으로 생각했다.
정신을 차려 보니, 그는 본래의 장소에 있었다.
조명도 켜지고, 질브레트가 그 묘한 상자를 가지고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대체……”
"이 상자야. 이 상자에는 일종의 전파가 나온다. 그것이 자네의 뇌에 작용하여 음이나 색깔을 보이게 한다. 최후의 것은 조그마한 나의 장난이야."
질브레트는 짓궂은 장난을 한 아이처럼 싱글거리고 있었다.
"이것은 어떨 때 소용됩니까?"
"아무 소용도 없는 거야. 단지 장난감이야."
질브레트는 천천히 벽 한쪽을 메우고 있는 찬장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때로는 쓸모 있는 것도 발명하지. 예를 들어 이건 어때?"
하면서 질브레트가 하나의 큰 책을 들고 책장을 넘기자, 어디에선가 희미한 빠른 남자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뭡니까, 이것은?"
질브레트는 갑자기 빠른 말로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타이란 제국 우주 정치 경찰의 비밀 통신이다. 그들은 이것으로 자네가 이 로디아에 오늘 도착하는 것도 다 알고 있었어. 물론 나도."
비론은 눈을 크게 떴다.
"그래도…… 왜 당신이 이러한 일을?"
"모르겠는가?"
비론은 머리를 흔들었다.
"이런 실망스러운데? 그렇다면 자네와 같은 목적을 위해서라고 말해도 믿어 주지 않겠는데?"
"나와 같은 목적을 위해서?"
비론은 되물었다.
"그렇다. 침략자를 타도하기 위해서다. 독재자를 때려눕히고 우리들의 자유를 되찾기 위해서다."
질브레트의 그때까지의 상냥스러운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지금 그의 모습은 한 사람의 정열에 불타는 혁명가였다.
그도 또한 숨은 혁명가의 한 사람이었다!
"타이란 제국은 한 가지 한 가지 우리들을 탄압하고 있다. 우리들에게는 별들간의 통신도 시키지 않으며, 우주선을 가지는 것도, 조종을 배우는 것조차도 금지하고 있다. 무엇 때문인가? 우리들을 언제까지나 그들의 노예로 두기 위해서다. 비론 파릴, 자네는 그런 일을 언제까지 용서해 줄 수 있겠는가? 줄 수 없지. 단연코 줄 수 없어!"
질브레트의 얼굴은 아주 상기되었다.
"자네 부친께서도 그 때문에 죽었어. 자유와 긍지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 때문에 죽어갔다. 우리들은 그분들의 죽음을 헛되게 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 해서라도 그들의 원수를 갚고 목적을 이루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타이란 제국의 힘은 어떻게 할 수 없을 만큼 강합니다. 은하 우주 중에서 최대의 군사력을 가지고 있는 우주 국가입니다. 그것을 어떻게 무찌릅니까?"
질브레트는 잠시 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이윽고 입을 열었다.
"단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어떤 방법입니까?"
"파릴…… 자네는 우주선의 조종을 할 수 있나?"
"평범한 것이라면 할 수 있습니다. 지구의 대학에서 스포츠 부원으로 배웠으니까요. 그런데 왜 그러시나요?"
비론은 질브레트의 엉뚱한 질문에 놀라면서 되물었다.
"실은 그것이 중요한 일이다. 잘 들어두게, 파릴군, 이 '말의 머리' 별지대에 타이란 제국에 대항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세계가 있다. 그러므로 우주선을 손에 넣고 거기로 날아가서……"
이렇게 말하다가 질브레트는 말을 멈추고 문을 보았다. 문의 일부가 붉게 빛나고 있었다.
"누가 왔어."
그러는데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지면서 곧 문이 열렸다.
거기에는 무장한 두 사람의 로디아인의 호위병이 서 있었다.
"무슨 용무야?"
"불법 망명자를 체포하러 왔습니다."
로디아병은 뚜벅뚜벅 방으로 들어오면서 비론의 앞에 멈춰 섰다.
"비론 파릴, 불법 망명자로서 체포한다."
비론은 입술을 꽉 다물고 질브레트를 보았다.
 
살리느냐, 죽이느냐?
 
"누구의 명령이냐?"
질브레트가 물었다.
"총독 각하의 명령입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로디아 군인은 재빠르게 신경 충격총을 벨트에서 뽑아서는 비론에게 들이댔다.
"그래, 그렇다면 할 수 없지. 비론, 얌전하게 따라가게."
질브레트는 짐짓 웃음을 얼굴에 닫고 말했다.
이미 조금 전의 얌전한 사내로 되돌아가고 있다.
그 변하는 속도의 빠름에는 비론까지 놀랐다.
<설마…… 이 때까지의 혁명가다운 모습은 말만의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비론은 질브레트의 거동에 무엇인가 비밀의 신호라도 얻을까 하고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기색은 없었다.
"걸어라."
비론에게 충격총을 들이대고 로디아 군인이 말했다.
그때였다.
"아, 잠깐만, 그 사람의 외투를 잊었어."
질브레트가 불러 세웠다.
비론은 깜짝 놀랐다.
그는 외투를 입고 오지 않았다. 그러면 이것이……
"그렇지. 저기 커튼 뒤에 놓아두었지."
질브레트가 또 말했다. 비론은 그 뜻을 이번에야 깨달았다. 로디아 군인은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총구가 자기를 벗어나 바닥을 향하고 있는 것을 비론은 보았다.
그는 일어나 천천히 커튼으로 가까이 갔다. 그리고 번개같이 커튼의 옆에 잇는 의자를 와락 잡고 가까운 쪽의 로디아 군인의 머리를 향해 던졌다.
"응……“
맞은 로디아 군민은 한 마디 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뭘 하는 거야!"
또 한 사람의 로디아 군인이 충격총을 빼들었다.
비론은 쓰러진 로디아 군인의 총을 덮쳤다.
순간 로디아 군인의 총구에서 보라색의 광선이 번쩍이면서 비론의 다리를 맞추었다.
"앗!"
비론은 앞으로 쿵 하고 쓰러졌다. 일어나려고 몸부림 쳤으나 발이 저려서 움직이지 못하겠다.
<야단났다!>
비론은 이를 갈았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도 다시 공격해 오지 않는다. 로디아 군인의 성난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비론은 상체를 겨우 움직여 뒤돌아보았다.
뒤돌아보고 놀랐다. 로디아 군인은 방 한가운데선 채로 눈을 위로 치뜨고, 두 손을 맥없이 내리고 흔들흔들 몸을 흔들고 있었다.
대체 이것은……
질브레트가 그 검은 음악 상자를 가지고 스위치를 움직이고 있다. 그 눈은 군인의 얼굴을 쏘아보고 있었다.
<그래!>
비론은 곧 알아차렸다.
그 로디아 군인의 머리 속에는 아까 비론의 머리 속에 있던 것 같은, 색깔이 있는 음악이 울리고 있는 것이었다. 전파가 만드는 색깔과 빛의 홍수에 빠져 있는 것이다.
비론은 아픈 다리를 끌고 일어서면서 신경 충격총을 그놈에게 돌리고 방아쇠를 당겼다.
광선에 맞은 군인은 그 즉시로 뒹굴었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살았어요."
비론은 질브레트에게 말했다.
"인사는 필요 없어. 그보다 빨리 숨지 않으면……"
질브레트는 이렇게 말하고, 책상 위의 스위치를 넣었다. 그러자 책상 표면에 오렌지색의 빛이 켜지고, 그것이 점점 이동했다.
“이것은 이 집에 있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알 수 있는 시설이다. 이 오렌지색은 호위병이다. 이쪽으로 오고 있다……”
질브레트는 비론을 뒤돌아보았다.
"급하다, 파릴. 자네는 아르타에게 숨겨 달라고 부탁해."
"아르타에게? 아르타는 내가 붙잡히는 것을 바라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그건 진심이 아니야, 오히려 아르타는 타이란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최후의 경우가 되면 살려 주는 거야. 숨겨 달라고 부탁해야 해. 아르타의 방은 복도를 곧바로 가서 두 번째 모퉁이를 돌아 왼쪽에서 세 번째 방이다. 서둘거라. 나는 여기서 호위병들을 막을 테니까."
비론은 억지로 방에서 밀려 나왔다.
할 수 없이 그는 달리기 시작했다.
복도를 돌아 힐끗 뒤돌아보았을 때, 몇 명의 호위병이 질브레트의 방문 앞에 서 있고, 질브레트는 손짓 몸짓으로 무엇인가 떠들고 있었다.
그는 다시 가르쳐 준 방으로 달려갔다.
노크를 하자, 곧 응답이 왔다.
"누구요?"
"질브레트 경의 심부름입니다."
비론은 갑자기 생각나는 대로 대꾸했다. 문이 열리자말자 비론은 안으로 뛰어들었다.
"어머, 당신은……”
아르타는 깜짝 놀랐다.
비론은 충격총을 겨누었다.
"소리내지 마. 떠들면 기절시키지 않을 수 없으니까."
아르타는 곧 놀라움에서 벗어나 차가운 눈으로 비론을 쏘아보았다.
"왜 이래요?"
"쫓기고 있어. 네가 보낸 호위병들에게. 나는 붙잡히고 싶지 않아. 숨겨 주기를 바란다."
"싫어요."
아르타는 잘라 말했다.
"그렇다면, 가엾지만 잠들어야겠어."
"그건 어리석은 짓이어요. 호위병들이 왔을 때, 쓰러져 있는 나를 발견하게 하려고요? 그런 짓을 하면 더 빨리 잡힐 뿐이에요."
비론은 충격총의 총구를 아르타의 아름다운 이마의 한가운데로 가까이 가져갔다.
"그만 두세요. 그런 길로 나에게 억지로 무엇인가 시키려고 생각하면 틀렸어요."
"너는 충격총의 위력을 알지 못하는군. 이렇게 가까운데서 머리를 쏘면 머리가 돌지도 모른다."
"해 봐요."
엄숙하게 말했다.
비론은 마음속으로 놀랐다.
이렇게 강한 여자는 처음이었다. 그는 부끄러워져서 총을 내렸다.
"나가요."
아르타가 말했다.
"나가고 말고."
비론은 성난 소리로 외쳤다.
"먼저 말해 두겠어. 너희들은 비겁한 자들의 집단이다. 마음속까지도 타이란인의 노예로 되어 있다. 그런 놈들에게 의지하려고 한 내가 바보였다. 너도 힌리크의 피를 받고 있어. 그에 못지 않은 파렴치야."
"떠들지 말아요."
아르타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그런 말을 할 권리는 당신에게 없어요."
"그럼, 왜 타이란 제국의 앞잡이에게 꼬리를 치며 따르려고 하는 거야. 친구의 죽음에 눈을 감으려고 하는 거야!"
아르타의 얼굴빛이 핏기를 잃었다. 말소리에서 힘이 빠지고 있었다.
“그건…… 그것은 로디아 사람을 위하기 때문이어요."
”로디아인을 위해서 라면 정의도 우정도 아무것도 필요 없다는 거군."
”그건…… 그래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몇 억이라는 로디아인이 생명과 재산이 위협을 당하기 때문이어요. 한두 사람의 생명이나 우정과는 바꿀 수 없어요!"
아르타는 창백해져서 말했다.
두 사람은 잠깐 동안 그대로 노려보고 있었다.
심한 언쟁을 하는 동안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거칠게 짓밟는 괴로움을 톡톡히 알았던 것이다. 마음은 서로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찌할 수가 없는 것이다……
비론은 돌아섰다. 문을 향하여 걷기 시작했을 때, 바깥 복도에서 와글와글 하는 말소리와 발자국 소리가 울려왔다.
호위병이 오고 있는 것이다.
비론은 한번 크게 숨을 들이쉬고, 충격총을 겨누며 손잡이에 손을 댔다.
상대의 수효는 많고 이쪽은 혼자다. 도저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앉으나, 하는 데까지 해 보려고 각오를 했다.
"잠깐만, 파릴씨!"
갑자기 아르타가 뒤에서 외쳤다.
"욕실에 숨어요! 빨리!"
 
탈 출
 
비론은 놀라며 아르타를 보았다.
"숨겨 드리겠어요. 자아!"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났다. 비론은 몸을 날리며 욕실로 뛰어 들어 갔다.
아르타의 소리가 문 너머로 물렸다.
"누구죠?"
"관저의 호위 대장입니다. 위험한 범인이 도망쳤기 때문에 조사하고 있습니다. 어서 문을 열어 주십시오."
비론은 아르타가 문을 여는 것을 욕실의 문틈으로 보았다.
삼엄하게 무장한 15, 6명의 호위병들이 서 있었다.
"내 방도 조사를 해야 하나요?"
"만약 허락을 한다면, 우주 정치 경찰의 앤드로스 대령으로부터 철저하게 수사하라는 전갈이 왔으므로."
비론은 숨을 죽였다. 아르타는 뭐라고 대답할까?
갑자기 욕실을 가리키면서 '저기여요!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그것은 비론의 성급한 추측이었다.
엄한 아르타의 목소리가 들렸다.
"조사할 필요도 얹어요, 대장. 여기는 아무도 오지 않았어요."
"그러나……”
"대장, 당신은 나를 믿지 못하겠어요?"
내장은 잠시 망설였다. 그러나 그 이상 총독 따님에게 무례할 수는 없었다.
"소동을 피웠습니다. 실례합니다."
하고 대장은 경례를 붙이고는 군인들을 데리고 물러갔다.
비론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비론이 욕실에서 나와 아르타의 옆으로 갔을 때, 갑자기 문이 노크도 없이 열렸다. 비론은 깜짝 놀라면서 총을 겨누었다.
그러나 질브레트였다.
그는 무엇인가 큰 짐을 안고 있었다.
그것을 비론의 앞에 던졌다. 그것은 호위병의 제복이었다.
"갈아입어, 파릴. 아까 그놈들 중 한 놈으로부터 빌렸어. 빌리는 김에 이것도 실례했지."
하며 그는 또 한 자루의 충격총을 주머니에서 꺼내 보였다.
"그러나…… 지르 아저씨, 이제부터 대체 어떻게 하는 거여요?"
"파릴 군이 옷을 갈아입으면 우주 공항에 가서 항성 우주선을 한 척 훔치겠어. 그리고 로디아와는 한동안 작별이야."
"어머! 그런 일이 될 수 있을까요?"
"하지 않으면 안 돼. 이제 나는 뒤로 물러서지 못해. 도망 범인을 도와 주었다는 것이 밝혀지면, 우리들도 타이란 제국의 우주 정치 경찰에 체포되는 수밖에 없어."
질브레트는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도……그래도 아버지를 두고서는 안 돼요!"
"괜찮아. 힌리크는 그래도 로디아별의 총독이야. 그렇게 쉽게 어쩌지는 못해."
"그래……"
"아르타, 이제 슬슬 결심할 때야."
질브레트는 엄숙한 말투로 바꾸어 이렇게 재촉했다.
"너도 사실은 타이란 제국이 미운 거다. 그것을 힌리크나 주민의 안전을 위하여 참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짓을 하고 있어서는 언제까지라도 노예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일어설 때가 온 거야."
아르타는 입술을 깨물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이윽고 얼굴을 든 아르타는 분명하게 끄덕였다.
"알겠어요, 지르 아저씨. 피해서 어디로 가죠? 뭘 해야 하나요?"
"그건 나에게 맡겨 둬. 비론, 준비는 됐나?”
"됐어요."
"좋아, 가자!"
질브레트는 문을 열고 복도를 살폈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자, 두 사람에게 신호를 했다. 두 사람은 한 줄로 서서 재빨리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복도의 끝에는 감시병이 서 있었으나, 질브레트와 아르타를 보더니 당황해 하며 경례를 붙였다.
"무슨 변한 것은 없는가?"
질브레트가 일부러 멈춰 서서 묻는다.
'네, 아무것도 없습니다. 각하."
"좋아. 잘 주의해서 감시해라."
세 사람은 유유히 관저 밖을 나왔다. 근처에도 호위병이 있었으나, 아무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5분 후, 세 사람은 에어 카를 우주 공항에 세우고 있었다. 넓은 공항에는 크고 작은 여러 가지의 우주선이 하늘을 바라보며 솟아 있었다.
"발진 준비가 되어 있는 우주선이 아니면 안 되는데."
질브레트는 공항을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딱 손가락을 소리냈다.
"됐어."
"뭘요. 지르 아저씨?"
"봐라, 저걸."
질브레트가 가리킨 곳에는 다른 우주선과는 좀 모양이 다른, 그야말로 스피드가 날 것 같은 소형 우주선이 이리 발진 준비를 끝낸 채 발사대에 놓여있었다.
"안되요.…… 저건 타이란인의 무장 우주선이어요!"
"그렇다 더구나 알라타프의 전용 우주선이다. 저걸 실례해야겠어. 속력이 빠르고, 타는 기분도 저것이 제일이야."
질브레트는 재미나는 듯이 웃었다.
세 사람은 그야말로 밤의 산책을 즐기는 것처럼 천천히 그쪽으로 가까이 갔다.
알라타프의 우주선 문에는 두 사람의 타이란 우주 경찰관이 서 있었는데, 다가온 사람이 호위병을 거느린 로디아 총독의 동생인 질브레트 경과 총독의 따님이라는 것을 알고, 차려 자세로 경례를 붙였다.
그 가슴에 두 자루의 신경 충격총이 내밀어졌다.
그로부터 15분 후.
로디아의 총독 관저에서는 힌리크 총독이 알라타프 장관과 앤드로스 대장을 앞에 하고 푸르락붉으락 하고 있었다.
방금 로디아인의 호위 대장으로부터 세 사람이 어딘 가로 우주선을 타고 갔다는 보고를 받은 거다.
"아르타가 유괴 됐다!"
힌치크 총독이 외쳤다.
"도망 범인에게 강제로 끌려간 거다! 아아, 내 딸이 인질이 되다니…… 알라타프 장관, 빨리 당신의 부하에게 명령하여 범인을 체포하며 주십시오. 아니, 범인은 어찌되든 나의 딸과 동생을 구원해주십시오."
"저…… 유괴는 아닌 것 같습니다. 총독."
하고 우주 대장이 난처한 듯이 말했다.
“타이란인 경관에게 충격총을 들이댄 것은 질브레트 경인 모양입니다."
"그럴 리가? 그놈은 발명 미치광이라서 그런 난폭한 짓을 할 위인이 못 되오."
"그러나 그것이 사실인 모양입니다, 총독."
알라타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내 부하의 보고로도 내 우주선을 훔쳐간 것은 동생인 모양이니까."
"당신의 우주선을? 아아, 이게 무슨 일이람!"
힌리크가 절망적인 몸짓으로 말했다.
그런데 왠지 알라타프나 앤드로스는 조금도 흥분하거나 떠들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들의 입가에는 기분 나쁜 웃음이 감돌고 있었다.
"하필이면 내 우주함을 훔치다니, 운이 나쁜 작자들이구나, 앤드로스."
알라타프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앤드로스도 만족스럽게 웃었다.
왜일까?
 
수수께끼의 행성
 
우주함은 행성 로디아의 진한 보라색의 대기층을 뚫고 점점 높이 올라갔다.
지구에서 연습을 충분히 했기 때문에 비론의 조종 솜씨는 훌륭했다.
전망 스크린에 행성 로디아의 모습이 점점 작아져 갔다.
"지르 아저씨, 이제부터 어디로 가나요?"
아르타가 질브레트를 뒤돌아보며 물었다.
"그걸 결정하기 전에 두 사람은 내 말을 들어 주기 바란다."
질브레트는 좌석에 깊숙이 앉으면서 말했다.
"나는 이 기회를 20년이나 기다려 왔다."
"20 년 이나요?"
아르타가 놀란 소리로 되물었다.
"그렇다. 그건 지금의 타이란 황제 티라니의 즉위식 때였다……”
질브레트는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한 눈을 하며 말을 이었다.
"'말의 머리' 별지대의 여러 태양계의 귀족과 지도자는 모두 초대했다. 나도 초대되어 타이란 행성으로 갔다. 무사히 갔고, 식도 무사히 끝났다. 그런데 돌아올 때였다. 내가 탄 타이란인의 우주선이 유성에 충돌했던 거다."
라고 말하고, 질브레트는 그 때의 일을 떠올리듯 눈을 감았다.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하고 아르타가 재촉했다.
"마침 최초의 초공간 점프가 끝나고 보통 공간을 비행할 때의 일이다. 나는 그때, 내 선실에 있었다. 갑자기 심한 소리가 났다고 생각하자, 우주선이 박살날 것 같은 굉장한 진동이 일어났어. 나는 우주복을 입고 조종실로 뛰어갔다. 그러자 어찌 됐느냐고- 조종실의 벽에 사람의 머리 만한 큰 구멍이 뚫려 그 곳으로 낱아 들어온 운석이 조종실 안을 휘저은 것처럼…… 통신기가 엉망이 되고, 타이란인의 조종사는 찢어져 죽어 있었다. 바닥은 피바다였어."
"어머나……”
아르타가 몸을 움츠렸다.
"우선 구멍을 막지 앉으면 안 되었어. 공기가 대단한 기세로 뿜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구급용의 금속판을 꺼내어 구멍을 막았지. 덕분에 공기가 빠지는 걸 막았지. 아니 원자로나 엔진은 망가지지 않은 것 같아서 당장 죽는 것만은 면하게 된 것이다. 나는 이제부터 어떻게 할 것인가 하고 생각했어."
"SOS를 치지 못했습니까?"
"못 쳤지. 통신기는 고칠 수 없게 부서져 있었다. 게다가 나는 조종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른다. 유성이 부딪친 충격으로 진로도 바뀌었고 속력도 달라졌을 거다. 거기에 초공간 점프가 되지 않으면 도저히 그 넓은 대우주에서 고향까지 돌아갈 수는 없었다. 다시 말해서 살아 있으면서 죽은 것과 다름없었다. 나는 걱정했다."
질브레트는 여기서 싱긋이 웃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며칠인가 멍청하게 지냈는데 어느 날, 문득 전방 스크린을 보자 거기에 큰 대기권을 가진 행성의 모습이 비치고 있지 않는가. 우주선은 우연히 그 행성의 방향으로 표류하고 있었다. 나는 뛸 듯이 기뻤으나, 그대로 두면 행성과 엇갈려 또 정처 없는 우주의 미아가 되거나, 아니 행성의 중력에 끌려 콩가루가 되고 말 상황이었다. 게다가 우주선의 조종을 할 줄 몰라 착륙할 수도 없었다. 모처럼의 행성을 눈앞에 두고 죽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자 나는 미칠 것만 같았다. 두 번째 기적이 일어난 것은 바로 그때였다."
비론도 아르타도 점점 이야기에 끌려서 열심히 듣고 있었다.
"그 행성의 대기권 속에서 갑자기 세 척의 무장 우주선이 나타나 내 우주선을 포위했다. 그리고 공격하려 했어."
"타이란 제국의 우주선으로 알고 공격하려고 한 건가요, 지르 아저씨? 그런 엉터리 행성이 이 '말의 머리' 별지대에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아요."
아르타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그래, 나 역시 믿어지지 않았어. 그러나 어물어물하다가는 우주선까지도 날아가 버릴 판이었다. 나는 당황해서 우주복을 입고 에어록에서 뛰어나가 우주복의 통화기를 가지고 '말의 머리' 별지대의 통용어로 내가 로디아인이라는 것과, 조난 당하여 표류하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그 정체 불명의 우주선은 공격을 중지하고 나를 구해 주었다. 그들은 타이란 제국의 우주함이 그들의 세계를 정찰하러 왔다고 생각하고 공격할 작정이었다는 거다."
"그들의 세계라니요."
"그렇다. 그들의 세계는 타이란 제국을 타도하려고 비밀리에 준비를 계속해 온 혁명가들의 세계였던 것이다!"
비론도 아르타도 얼굴을 마주보았다.
"그들은 나를 친절하게 대접해 주었어."
하고 질브레트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들의 세계는 매우 발달되어 있었다. 정원도 주택도 훌륭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놀란 것은 그 행성 전체가 강력한 요새였다는 점이다."
질브레트의 눈이 빛났다.
"지상에서는 전혀 알 수 없으나, 지하에 들어가면 어느 거리에도, 어느 산에도, 어느 계곡에도 미사일 기지가 있고 원폭․수폭 저장고가 있었어. 그리고 주민은 남녀 노소 할 것 없이 모두 군인이었어. 그 행성의 주민은 단 한 사람 남김없이 타이란 제국 타도를 위해 일하고 있었던 것이다!"
질브레트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잠시 말을 중단했다가 다시 계속했다.
"나는 그 행성에 3일 동안 있었어. 그 동안에 그들은 나의 우주선을 수리하고, 로디아까지 갈 수 있도록 자동 조종 장치도 해 주었다. 그 덕분에 나는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다."
질브레트는 꿈을 꾸는 것처럼 한동안 천장을 쳐다보고 있다가,
"그날 이후 20년, 나는 언젠가 기회가 있으면 다시 그 행성을 방문하여, 함께 타이란 제국을 타도하려고 생각했다. 물론 나는 이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어.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것이다…… 지금의 그 행성은 그 당시보다 몇 배, 아니 몇 십 배의 군사력을 가지고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어딥니까, 그 행성은7"
비론은 눈을 빛내면서 물었다.
희망이 솟아오른 것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질브레트는 갑자기 괴로운 표정을 지으면서 머리를 숙였다.
“왜 그래요, 지르 아저씨? 그 행성의 이름은 뭐라고 하나요?"
아르타도 재촉했다.
그러자 질브레트는 천천히 머리를 흔들었다.
"모른다."
"뭐라고요?"
"모른다. 나는 그 행성의 이름도 장소도 아무 것도 모른다……”
질브레트는 절망하듯 말했다.
 
린겐별로
 
"모르다니, 무슨 소리여요? 잊어버렸나요?"
아르타가 다가앉으며 물었다.
질브레트는 머리를 흔들었다.
"그렇지 않아. 기억이 지워진 것이다. 혁명 행성의 작자들은 조심성이 강했어. 만약에 내 입에서 비밀이 누설되어 혁명의 준비가 되기 전에 타이란 제국의 공격을 받으면 단숨에 멸망하고 말 것이다. 그래서 내가 그 행성을 떠나기 전에 특수한 수술을 하여, 그 행성의 이름이나 위치에 대해서 기억을 못하도록 만든 것이다."
"그럼, 그 행성과 장소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나요?"
"몰라."
"그렇다면 이제부터 어떻게 하면 좋아요?”
아르타가 울먹이듯 말했다.
“한가지 방법이 있다. 나는 그것을 믿고 있다.”
“그 방법은요?”
비론과 아르타는 양쪽에서 다가앉으며 동시에 물었다.
“그 혁명의 행성 일을 알고 있는 인물에게로 가면 된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어디 있나요?”
비론을 초조했다.
“있어…… 그라면 아마 알고 있을 거야.”
“그가 누구입니까?”
“린겐별이 아우타치 공이다.”
린겐별…… 네페로스에 가까이 있는 별이다. 또한 친구 존티어가 태어난 고향이기도 하다.
“어떻게 그가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까?”
“린겐별은 이 ‘말의 머리’ 별지대에서도 가장 타이란 제국에 대하여 혁명 운동이 심한 곳이다. 그 중심 인물이 행성 린겐의 아우타치 공이다. 더구나 그는 자네의 아버지 파릴씨와도 만나서 혁명 운동의 의논도 했다는 이야기다. 그러므로 아마 그와 파릴씨는 내가 말한 혁명 행성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이미 없다. 알고 있는 것은 아우타치뿐이다. 그러므로 나는 린겐별로 가려고 생각했던 것이다."
비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조종대 쪽으로 다가앉았다. 린겐별을 향하여 초공간 점프의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다.
 
우 정
 
초공간 점프를 하기 위해서는, 전자 계산기의 도움을 빌어 린겐별까지의 거리와 방향을 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후 한동안 비론은 그 준비에 바빴다. 30분 후에는 그것도 끝나고 모든 준비는 완성되었다. 질브레트와 아르타는 초광속의 가속에 대비하여 자기들의 선실로 들어갔다.
비론은 지금 혼자 조종실에 앉아있다.
다음은 컨트롤 레버를 당기는 일뿐이었다.
그러나…… 그는 불안했다.
보통 공간을 날아간다면 자신이 있다. 그러나 초공간 점프는 이론적으로 배운 것뿐이다. 지식이 있다는 것과 경험이 있다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그리고 실수는 하지 않는다고 자신해도 어쩐지 불안하여 조종 레버를 당길 결심이 생기지 않는다.
<만약에, 만약에라도 실수를 하면 세 사람 모두 차원을 넘어 어딘가에 사라지고 만다……>
그렇게 생각하자 오싹했다.
의자에 앉아 있는 몸이 굳어지고, 어느 사이에 이마에는 비지땀이 돋아나고 있었다.
이 때 문을 열고, 가속복을 입은 아르타가 소리 없이 들어왔다.
비론은 뒤돌아보고 당황했으나, 곧 태연한 얼굴을 했다.
"아니, 아르타. 방에서 잠자지 않고……”
비론이 말하자 아르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곳에서 움직이려 하지 않고 파란 얼굴을 한 채 머뭇거리고 있다.
"왜 그래요, 아르타?"
"파릴…… 나 무서워요!"
아르타는 갑자기 겁난 것처럼 말했다.
비론은 놀랐다. 강한 성격의 아르타의 입에서 그런 말을 들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뭐가 무섭소?"
"점프 말이어요. 만약에 조종을 실수하면 우리들은 이 세상에서 사라질 테죠."
"음……”
비론은 눈썹을 모으며 말했다. 가슴의 고동이 더한층 빨라지는 것 같다.
"만약에 계산 착오를 하면, 아르타 말 대로요. 초공간에서 보통 공간으로 되돌아올 때, 린겐 태양의 한복판에 나와버려 눈 깜짝할 사이에 녹아버릴지도 모르지."
비론은 자신의 가장 큰 불안을 말했다.
"어머!"
아르타는 갑자기 비틀거렸다. 몸이 부들부들 열병 환자처럼 떨고 있었다.
비론은 아르타를 살며시 보조 조종석에 앉혔다.
그러자 아르타는 마치 어린 여자아이처럼 비론에게 매달렸다.
“그렇게 되는 건 싫어요. 비론, 괜찮죠? 실패는 안 하죠?"
비론은 용기가 났다. 어쩐지 마음속에 지금까지 도사리고 있던 불안과 공포가 점차로 햇빛을 받은 얇은 눈처럼 사라져 갔다.
성격이 강한 아르타가 무서워하며 마음속으로부터 자기를 의지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자, 아르타에게 따뜻한 우정을, 그리고 자신에 대해서는 강한 자신을 비론은 느꼈던 것이다. 비론은 부드럽게 아르타의 몸을 흔들었다.
“괜찮아요, 아르타. 나의 힘을 믿어 줘요.”
“네……”
“봐요, 이젠 무섭지 않게 됐지?”
“네…… 저의 손을 쥐고 있어 주면……”
“좋아.”
비론은 조종석에 앉으며, 다른 한 손으로는 힘주어 아르타의 손을 잡았다.
"자아, 꼼짝 말고 있어야해요, 아르타. 점프를 시작하니까."
"네."
아르타는 얌전하게 끄덕였다.
비론은 좌석을 광속력으로 조절했다. 의자가 뒤로 젖혀지며 두 사람은 나란히 천장을 바라보는 자세가 되었다.
비론은 이제 주저하지 않았다. 자신에 넘치는 솜씨로 조종 레버를 당겼다.
순간 어지러웠다.
어지러움은 곧 사라졌다.
비론은 눈을 뜨고 전망 스크린을 보았다.
거기에는 오렌지 색깔로 타오르는 거대한 항성이 붉게 빛나고 있었다.
"린겐별이어요."
아르타가 외쳤다.
초공간 점프는 보기 좋게 성공한 것이다.
 
뜻밖의 재회
 
몇 시간 후, 비론들의 우주선은 린겐 태양계의 수도가 있는 제 4 행성의 대기권 밖에 접근하고 있었다. 우주선이 행성의 지표에서 2천 킬로 정도의 위성 궤도에 들어갔을 때, 대기권 안쪽에서 4척의 린겐별의 우주선이 날아올랐다. 그리고 바싹 다가왔다. 공격이나 환영, 어느 쪽도 할 수 있는 태세다.
질브레트가 텔레비전 통신기로 호출했다.
“나는 로디아별의 질브레트 경이다. 타이란 제국 우주 경찰에 쫓기고 있다. 이 별의 대공 아우타치를 만나고 싶다. 회답을 기다림."
그런데 주위를 둘러싼 4척의 린겐 우주선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오지 않는다. 기분이 좋지 않은 침묵을 지키면서 기다렸다. 한 시간 정도 지났을 때였다. 전망 스크린 위에 희미하게 하얀 점이 비쳤다.
잠깐 사이에 아주 가까이 왔다.
“또 한 척, 소형 우주선이 온다. 이번 것은 굉장히 작다. 일인용 소형 우주정이다."
비론이 말했다. 그것을 본 질브레트는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저건 아우타치 대공의 전용 우주 요트다. 자신이 일부러 와 주었구나."
이윽고 우주 요트는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접근했다. 통화기에 조용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승선해도 좋은가? 여기는 아우타치."
"좋습니다."
우주 요트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광속의 로프가 발사되자, 길다란 은색 뱀처럼 구불구불 너울거리며 우주를 넘어 이쪽을 향했다.
가벼운 소리가 났다. 로프 끝에 붙어 있는 강력한 전자석이 이쪽 우주선의 선체에 붙은 것이다.
로프가 팽팽하게 당겨지자, 우주 요트는 천천히 우주를 미끄러지듯 가까이 왔다.
요트는 수십 미터까지 가까이 가서 멈추었다. 그리고 그 에어록에서 우주복을 입은 사나이가 나타났다. 등에 짊어진 소형 로켓을 분사하자, 점점 이쪽으로 날아왔다.
사나이는 공간에서 몸을 비틀고 에어록 근처에 뛰어올랐다. 굉장히 훈련된 동작이었다.
비론이 에어록을 여는 스위치를 넣었다. 사나이는 에어록을 통하여 안으로 들어왔다.
조종실 문에 노크 소리가 울렸다.
"들어 와요."
문이 열리며 우주복을 입은 린겐인이 들어왔다. 그는 입구에서 우주 모자의 볼트를 늦추고 벗었다.
"오! 당신은 아쿠타치 전하. 일부러 와 주시다니 영광입니다."
하며 질브레트도 뛰어나가 사나이의 손을 잡았다.
그러나 비론은 멍하니 그 사나이를 린겐별의 대공 아우타치의 얼굴을 지켜보았다.
놀랍게도 그는 지구 문화 대학의 비론의 동기이며, 비론을 중성자 폭탄의 죽음에서 구출해 준 사나이 바로 그 존티어가 아닌가!
린겐별의 대공 아우타치 전하와는 바로 친구 사이였던 것이다.
 
속이기
 
"역시 자네였군, 비론 파릴."
존티어, 아우타치는 놀란 모습도 보이지 않고 말한 다음 돌아서서 질브레트와 아르타에게 인사를 했다.
"얼마 전에 타이란 제국 서브 에테르 방송이, 로디아에서의 우주함 도난 사건에 대한 임시 뉴스를 방송했어요. 타이란 방송은 범인의 이름을 말하지 앉았으나, 조금 전 질브레트 경이 텔레비전에 나왔기 때문에 비론 파릴이 안에 있는 것을 알았어요. 질브레트 경은 우주선의 조종을 할 수 없을 테니까 말이오. 반드시 조종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그럼, 전하는 파릴과는 지구에서 이미 알고 있었습니까?"
질브레트가 어이없다는 말투로 물었다.
아우타치는 빙긋이 웃으며 끄덕였다.
"린겐의 아우타치 대공으로서가 아니라, 망명 유학생 샌더 존티어로서 알고 있었지요. 아니, 아는 사이라기보다도 친구이며, 또 동지도 되지요. 만약에 비론이 그 사건을 잊어버리지 않고 있다면, 그렇지 생명의 은인이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그건 그렇고, 이봐, 비론?"
비론은 벌써부터 아우타치의 얼굴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가슴속에는 심한 어떤 흐름이 잉잉 소리를 내면서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왜 그래, 비론?"
아우타치가 궁금한 듯 재촉했다.
"틀려, 존티어. 자네는 나의 친구도, 동지도 아니다. 더욱이 생명의 은인도 아니야."
질브레트와 아르타는 뛰어오를 듯이 놀랐다.
아르타가 눈이 휘둥그래지며 말했다.
"아니, 비론…… 만약에 이분이 존티어라면 당신을 중성자 폭탄으로부터 구출해 큰 생명의 은인이잖아요! 당신은 그렇게 말해 주었어요!"
질브레트도 입에 침방울을 튀기며 말했다.
"그렇지. 거기다가 아우타치 대공 전하는 린겐별만이 아니라 '말의 머리' 별지대 전체의 혁명의 중심 인물이야. 실례되는 말을 하지 마, 파릴!"
그러나 아우타치는 냉정했다. 비론의 새빨갛게 물든 얼굴을 지켜보고 있다.
비론은 왼팔을 쑥 내밀면서 한 걸음 나아갔다
"이 손목 시계의 줄을 보게나, 존티어."
하며 팔을 아우타치의 눈앞에 내밀었다.
"이 줄은 고감도의 방사능 감광 줄이야. 만약에 그 폭탄이 진짜였다면 이 줄이 파랗게 색깔이 변해 있어야 하는 거다."
아우타치의 푸르고 맑은 눈이 줄을 보았다.
비론은 또 입을 열었다.
"즉, 그것은 누군가가 나에게 중성자 폭탄이라고 여기게 할 요량으로 갖다둔 가짜였다. 그 방사능 측정기도 무슨 장치를 해서 소리를 내게 했던 거다. 자네는 그것이 가짜라는 결 알고 있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아우타치는 짧게 물었다.
"자네는 그 폭탄을 불과 몇 분 만에 보기 좋게 분해했어. 그만큼 중성자 폭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분해했을 때 그것이 진짜인가 가짜인가 정도는 알고 있었을 거다."
여기서 비론은 입을 다물고 아우타치의 말을 기다렸다. 그러나 아우타치는 말하지 않았다.
"자네는 그것이 가짜라는 것을 알면서 끝까지 진짜인 것처럼 했었다. 왜일까? 그것은 나에게 진짜라고 생각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자기를 나의 생명의 은인으로 만들고 동시에 사태가 절박하다고 생각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어때 존티어, 나의 짐작이 틀리는가? 그 가짜 폭탄을 나의 방에 장치한 것은 자네가 아니면 자네의 한 패거리지, 어때?"
"정신이 돌았는가, 비론? 확실한 증거도 없는 일을 가지고 전하를 공격하다니, 무엇보다 아우타치 전하가 과연 그런 일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라고!"
질브레트가 가로막으려고 했다. 그러나 비론은 막무가내로 계속했다.
"자네가 아니면 자네의 한 패거리가 나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잠들어 있는 동안에 폭탄과 그 측정기에 장치를 하고, 텔레비전 전화며 자동문을 파괴해 놓았다. 그리고 자네가 그 텔레비전 전화로 나를 깨우고 폭탄을 발견하게 한다. 그리고 얼마 후에 나타나서 나를 구해 주는 연극을 했다. 존티어, 왜 그런 짓을 했어?"
아우타치는 잠자코 있었다. 비론은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섰다.
"그렇다면 내가 말해 주겠어. 자네의 목적은 나를 타이란 제국의 작자들에게 체포되게 하는 데 있었던 거다."
"그만! 어지간히 하지 않겠어, 비론? 자네는 아우타치 전하에게 알지도 못하는 일을 강요하고 있는 거야."
질브레트가 초조해서 외쳤다. 그러나 비론은 돌아보지도 않았다.
"자네가 나로 하여금 하라고 한 그 엉터리 이야기를 생각해 보라고. 그런 어리석고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타이란 인이 믿어 주겠느냐 말이야. 오히려 타이란 인은 그것을 뻔한 거짓말이라고 여겨서 나를 체포했을 것이다. 아니, 나에게 무엇인가 다른 목적이 숨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한층 내게 의심을 가할 것이다. 자네는 그것이 목적이었던 것이다. 자네는 내가 타이란인에게 체포되어 내가 그들에게 처형당하는 것이 소원이었던 것이다. 어때, 그렇다면 그렇다고 확실하게 말해 보라고!"
날카롭게 쏘아 대는 비론의 말에 질브레트도 침묵을 지켰다. 아우타치는 한동안 말없이 비론을 쳐다보고 있었다.
긴장된 침묵이 한순간 팽팽하게 계속 되고 있었다.
이윽고 아우타치가 입을 열었다.
"자네의 눈은 생각보다 날카롭군. 비론 파릴, 자네의 추리가 맞다."
질브레트도 아르타도 놀랐다.
비론은 날카롭게 다그쳤다.
"왜! 왜 그렇게까지 나를 속일 필요가 있었는가? 내게 말한 것 정도는 우주 정치 경찰도 벌써 알고 있었을 거다. 왜지, 존티어!"
"말하지 비론. 자네를 속인 이유를……”
아우타치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나는 몇 해 동안 린겐별과 그 가까운 별들의 혁명 운동을 지도해 왔다. 그것은 위험하고도 어려운 일이었네. 그러나 우리들은 용기를 잃지 않았다. 자네의 부친은 우리들이 가장 의지한 사람이었다. 오히려 부친 쪽이 나보다 강력한 혁명가였을지 모른다. 부친은 잘 했다. 그러나 그 때문에 곤란한 문제가 생겼고, 부친이 체포된 것이다. 그것이 문제의 원인이다."
"무슨 뜻인가?"
비론은 아우타치의 말뜻을 알지 못해 되물었다,
"즉 부친은 좀 지나쳤던 것이다. 그 때문에 타이란 제국은 우리들의 혁명 운동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그들의 의심을 다른 데로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들은 우리들의 전면 세력을 뿌리째 뽑아치울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아우타치의 차갑게까지 보이는 눈이 비론을 지켜보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자네야. 네페로스의 파릴 대통령의 아들인 자네가 부친의 죽음을 알고 몰래 돌아온다. 더군다나 신분을 감추고 로디아에 가서 옛날 부친의 친구였던 힌리크 총독을 만나러 갔다고 하게 되면, 우주 정치 경찰은 싫어도 자네를 주목한다. 자네를 의심하고, 자네의 문제에 집중하기 위하여 다른 것은 소홀해진다. 쭉 우리들에게 다가온 위기는 잠시나마 늦추어진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던 거다."
"그 때문에 내가 붙잡혀 죽어도 괜찮다는 건가?"
비론의 목소리는 분노로 떨렸다. 창자가 끊어지는 것 같은 미움이 솟구쳐 올랐다.
"할 수 없었다. 비론 파릴. 타이란 제국의 압제를 물리치고, '말의 머리' 별지대에 자유와 독립을 되찾기 위하여,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서는 어떤 비열한 방법이라도 사용하지 않으면 안 돼. 이 시대에 이 정도의 속임수는 오히려 당연한 것이다."
아우타치는 여기서 비로소 안도와 숨을 내쉬며 조용히 말했다.
"그러나 자네에게는 매우 미안한 일을 했다. 용서해 주기를 바란다."
비론은 말없이 서 있었다.
용서할 마음은 추호도 일어나지 앉는다.
그러나 아우타치가 하는 말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 정도까지 지금 이 '말의 머리' 별지대에는 인간다운 마음씨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것도 모두 타이란 제국 때문인 것이다……
질브레트가 옆에서 참견했다.
”용서하겠나, 비론? 우리들은 지금 혁명이라는 큰일을 하고 있다. 그것에 비하면 우리들 개인의 생명이나 운명은 티끌처럼 가볍다는 생각이야."
"티끌처럼 가볍다뇨?"
비론은 화가 나서 되물었다.
“만약에 파릴씨가- 자네의 부친도 살아 있었더라면 틀림없이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비론은 답답하여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다…… 아버지도 반드시 그렇게 말할 것이다. 큰 목적을 위해서 작은 일은 참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할 것이다. 넌 이제 아이는 아니다. 어른인 것이다 라고.
슬픈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슬픔의 근원이 어디에 있느냐 하는 것이다. 타이란 제국의 압제를 제거하는 것, 그것이 아닌가……
비론은 얼굴을 바로 들었다.
"알았네, 존티어. 자네를 용서하겠어."
존티어-아우타치는 끄덕였다.
"좋아, 그걸로 좋아. 그럼 일에 착수하자."
질브레트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아우타치 대공 전하, 우리들이 린겐별까지 당신을 만나러 온 이유는 혁명의 행성으로 가기 위해서 입니다. 당신은 물론 저 '말의 머리' 별지대 어디인가 혁명의 행성이 있는 것을 알고 있지요?"
"혁명의 행성?"
아우타치는 눈썹을 모았다.
"그런 것이 있는가?"
"모르고 있었습니까?"
비론과 질브레트가 성급히 물었다.
"몰라. 듣지도 못했어."
비론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럴 리가…… 당신이 듣지도 못했다니!"
질브레트가 절박한 목소리로 외쳤다.
"'말의 머리' 별지대에 그런 행성이 있다고는 생각할 수도 없어요. 그건 뭔가 잘못이거나, 헛소문이 아닐까요?"
"헛소문은 아니오! 실제로 내가 갔다 왔어요!"
질브레트는 거의 부르짖듯 말했다.
"갔다 왔다고요, 당신이?"
아우타치는 매우 의심스러운 듯 되물었다.
비론은 실망하여 온몸의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모처럼의 고생도 물거품이 되려는가. 아우타치는 최후의 희망이었다. 그런 그야 알지 못한다면, 혁명의 행성을 찾아낼 희망은 절벽에 부딪혔다. 새까만 절망의 파도가 철썩철썩 소리를 내면서 밀려왔다. 그때 아우타지가 침묵을 깨뜨리고 말했다.
"질브레트경. 그 이야기를 되도록 나에게 자세히 해 줄 수 없어요? 경우에 따라서는 나도 알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암흑 성운
 
질브레트는 비론들에게 한 이야기를 다시 한번 자세히 되풀이했다.
그 동안 아우타치는 몸도 움직이지 않고 듣고 있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나자, 그의 입가에는 희미한 웃음이 떠오르고 있었다.
"과연."
하고 그는 말했다.
"믿지 못하는군, 당신도!"
질브레트는 안타까워했다.
"믿지 않는다고는 하지 않았어요."
"그럼, 왜 그런 비웃는 듯한 웃음을 짓나요?"
질브레트가 외치듯 말하자, 아우타치의 웃음은 더욱 확실해졌다.
"그러면 실례, 질브레트 경. 그런데 내가 웃는 것은 당신의 이야기를 믿지 않아서가 아니고, 당신의 이야기를 확인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오."
"그렇다면……”
세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앞으로 볼을 내밀었다.
"방법이 있지요."
"어떻게요?"
"그런 행성이 만약에 보통 우주에 있다면, 우주 정치 경찰이 절대로 알지 못할 이유가 없어요. 그렇다면, 그 행성은 그들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있다는 거요. 그렇다면 그 장소는 단 하나----”
"어딥니까?"
"암흑 성운 안이오."
아우타치는 잘라 말했다.
세 사람은 눈을 크게 떴다.
암흑 성운.
그것은 이 오리온 별자리 안에 있다. 거대한 가스를 말한다.
보통 가스는 빛을 받으면 빛난다. 그런데 이 가스체는 빛을 흡수해도 절대로 빛나는 일이 없다. 그러므로 이런 가스체가 있는 곳에는, 거기만 희미하게 우주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검게 보인다. 암흑 성운이라는 이름도 그래서 생긴 것이다.
본디 이 별지대를 '말의 머리'라고 하는 것도 이 별지대의 뒤에 있는 거대한 암흑 성운의 모양이 지구에서 보아 말의 머리와 똑같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암흑 성운 속에 태양계가 있다는 건가요?"
아르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물론 있어요. 암흑 성운은 지름이 약 20광년이나 되는 거대한 것이며, 더욱이 가스의 덩어리라고는 하지만, 실은 행성의 대기권과 비교해서 몇 천 배나 옅은 것이오. 지금까지 이 암흑 성운 안에서 수십 개의 태양계가 발견되었지요."
"그러나 그런 가스의 덩어리 속의 태양계 행성에 인간이 살 수 있을까요?"
질브레트가 다시 물었다.
"이 때까지는 그것이 확실하지 않았지요. 그 때문에 아직 암흑 성운의 내부는 잘 조사를 못하고 따라서 아무도 사람을 보내지 않아요. 그러나 지금은 그 가스가 반드시 유독가스는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소. 대개는 나트륨이라든지 칼슘, 칼륨 동위 원소의 아주 옅은 집합인 것이오. 인간이 살아가는 데는 조금도 지장이 없소."
"과연? 그러면 암흑 성운 속의 태양계의 행성을 모조리 조사하게 되면."
질브레트의 말을 비론이 가로막았다.
"그러나 그건 불가능합니다. 암흑 성운 속의 태양계를 하나하나 조사하다가는 몇 해가 걸릴지 모르니까요."
"암흑 성운 속을 모조리 조사할 필요는 없어."
아우타치가 말했다.
"질브레트 경의 이야기에 의하면, 우주선이 운석과 충돌한 것은 최초의 초공간 점프의 바로 뒤였다고 말했어. 그러므로 타이란 태양계의 거리는 계산이 되며, 그러므로 그 거리에 해당되는 공간을 중심으로 그 주위를 조사하면 되지. 그렇지, 나의 계산으로는 크게 잡아 다섯 개의 태양계를 조사하면 좋을 것 같은데……”
"다만 다섯 개로 좋을까요!"
질브레트가 뛰어오를 듯 말했다.
"그걸로 분명히 행성을 발견할 수 있을까요!"
"반드시 발견될 거요. 만약 당신의 말대로라면."
하고 아우타치가 말했다.
"내 말은 틀림없습니다."
"잘 됐어요! 이 행성이 발견되면, 우리들은 그 행성의 사람들을 중심으로 모두 손을 잡고 단숨에 타이란 제국에 반기를 휘날리는 것이오. 그리고 타이란 제국의 독재를 무너뜨리는 것이오.”
아르타도 나서며 들뜬 소리로 외쳤다.
"그렇다면 한시 바삐 그 행성을 찾으러 가시지 않으렵니까, 아우타치 대공?"
질브레트는 언제나의 버릇처럼 재촉하듯 말했다.
그러나 왠지 아우타치는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아르타를 지켜보고 있었다.
"왜 그러십니까?"
“음……”
그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가기 전에 한 가지를 확실하게 해 둘 것이 있소. 우리들은 혁명의 배신자를 우리들로부터 추방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런 놈에게 혁명의 행성이 있는 곳을 가르쳐 주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오."
"배신자? 그게 누구입니까?"
 
배신자
 
아우타치는 비론을 쏘아보았다.
"자네의 부친을 타이란 제국으로 넘긴 밀고자다. 즉 자네의 부친을 죽이고 혁명 운동을 위기에 몰아 넣은 범인이지."
"대체 누구를 말하는 건가?"
그러자 아우타치가 손가락을 거누었다. 바로 아르타였다.
 
"그녀의 아버지다. 로디아별의 총독 힌리크다. 그가 부친을 타이란 제국에 팔았던 것이다."
아르타는 창백해 졌다.
"그, 그건, 거짓말이에요!"
“거짓말이 아니야. 나는 증거를 가지고 있어."
아우타치는 날카롭게 말했다.
"어떤 증거지?"
비론도 다가섰다.
"자네 부친은 우주 경찰에 체포되기 전에, 나에게 로디아별도 혁명 운동에 참가시키자고 했어. 그리고 로디아에 가서 힌리크 총독을 만나고는 곧 체포되었다. 뻔하지, 힌리크는 그로부터 혁명운동의 이야기를 듣고 겁이 나서 타이란 제국에 그 비밀을 알려 준 거야. 힌리크는 오랜 친구를 적에게 넘긴 장본인이다!"
"그런…… 그런 추측만으로 증명이 되나요?"
아르타는 입술을 떨며 항의했다.
"그럴까? 그렇다면 왜 힌리크는 아직까지도 우주 정치 경찰에 체포되지 않고 있어? 자기의 동생과 딸이 타이란 제국에 반항하고 있는데도 말야. 보통 상식으론 벌써 체포되어 있지 않으면 이상하지. 대단치 않은 이유로 공격을 받고 멸망된 별도 있어. 그런데 힌리크는 아직도 총독의 지위에 있어. 그거야말로 밀고자의 증거가 아닌가!"
아우타치의 격렬하고 날카로운 말에 아르타는 무엇인가 말하려다가 그만 막혀 버렸다.
그렇지 않다고 단언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비겁하리 만치 무기력한 부친이다. 무서움과 목숨이 아까워서 친구를 밀고하는 그런 사실이 절대로 없다고는 단언할 수 없는 일이다.
아우타치는 그런 아르타를 지켜보면서 말을 계속했다.
"그래서 나는 배신자의 딸을 혁명의 행성으로 데리고 갈 수는 없다고 한 거요. 나는 그녀를 린겐 행성에 가두어 둘 것을 제안하오."
비론은 아우타치로부터 아르타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아르타는 새파래진 얼굴을 바로 쳐들고 비론을 바라보았다.
비론은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아니, 그녀는 데리고 가겠다."
뜻밖의 말에 아르타는 놀랐다.
"비록 힌리크는 배신자라 할지라도 그녀 자신은 관계가 없다. 데리고 가지 않는다는 것은 사나이답지 못하다."
비론은 한 마디 한 마디에 힘을 주면서 천천히 말했다.
"그런 말을 하다가는 반드시 후회할 거야, 비론. 내 말대로 하자."
아우타치가 타이르듯 말했다.
"아니야. 나는 내가 생각하는 대로 하겠어."
아우타치는 차가운 눈으로 아르타와 비론을 번갈아 가며 바라보았다. 그리고 어깨를 움츠렸다.
"그렇다면 자네 마음대로 하게나. 나는 되돌아가서 준비를 하고 오겠어. 부하인 리제트 대령을 보낼 테니까 우주 탐험에 필요한 것을 부탁하라고."
그는 이렇게 말하고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우주 요트로 돌아갔다.
"고마워요, 비론."
아르타는 살짝 비론의 팔을 불잡으며 말했다. 비론은 몸을 비키면서 대꾸했다.
"아르타, 당신에게 말해 두겠소. 이제부터는 필요 없이 내게 말을 걸지 말아 주오. 사나이답게 행동하자고 말했으나, 부친을 적의 손에 넘긴 배신자의 딸과는 태연하게 말을 주고받을 수 없지 않소."
"어머, 그렇게까지……”
아르타는 입술을 떨었다.
"당신까지도 그런 말을 하시나요? 아버지는 좋은 사람이에요. 그런 분이 아니에요."
"그건 나에게는 관계없어.“
비론은 중얼거리듯 말하고 얼굴을 돌렸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이윽고, 린겐 행성에서 보급품을 가득 실은 페리 보트를 타고 리제트 대령이 왔다.
리제트 대령은 그야말로 군인답게 우주에 그을린 늠름하고 큰 사나이였다. 그는 비론을 보고 딱딱한 얼굴에 사람 좋은 미소를 띠고 말했다.
"당신이 비론 파릴이지요? 아니, 말하지 않아도 알겠소. 어쩌면 파릴씨가 젊어져서 돌아온 모습과 똑같소."
“아버지를 잘 알고 있습니까?"
비론은 자기도 모르게 매달리듯 되물었다.
“물론 잘 알고 있지요. 우리들은 모두 파릴씨를 존경하고 좋아했어요. 그가 타이란 인에게 죽음을 당했을 때 모두 울었어요, 모두."
비론은 새삼스럽게 솟아오르는 슬픔을 꾹 참았다.
"지구 대학에 있었지요?"
“그렇습니다. 이 사건만 일어나지 않았어도 지금쯤 졸업했을 것입니다."
리제트 대령은 헝클어진 검은 눈썹을 찡그렸다.
“그 일은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비론 파릴. 즉 그…… 왜 지구에서 당신을 속인 일 말입니다."
비론은 리제트 대령의 얼굴을 지켜보았다.
“그러나 할 수 없었소. 우리들은 아우타치 대공으로부터 아무 말도 들은 적이 없었으니까 설마 그런 수법을 사용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소. 후에 알고 놀랐을 때는 이미 때는 늦었지요."
“당신들에게 아우타치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까?"
비론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그랬다오, 언제나 그랬지요. 대공은 굉장히 머리가 좋을 뿐입니다. 항상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우리들은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이지요. 그러면 대개의 경우 성공했으니까요. 그는 지혜의 덩어리 같은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아무 것도 듣지 못한 것처럼 하고 있으나……”
리제트 대령은 곤란한 듯 여기서 그제야 말머리를 돌렸다.
"때때로 우리들을 좀더 믿고 의논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일도 있지요.”
"그래요……”
비론은 생각에 잠긴 채 끄덕였다.
"그렇소…… 언젠가는 큰 실패를 하지 않을까 걱정되어……”
리제트 대령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서 보급의 일 때문에 이야기를 할 사이도 없었다. 그러나 비론은 바쁘게 일하면서도 무엇인가 마음속에 걸리는 것을 느꼈고, 그 생각을 좀처럼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더 잘 판단하지 않으면, 더 잘……>
이윽고 보급 작업은 끝났다.
아우타치가 이끄는 대형 우주함도 궤도에 올랐다.
리제트 대령은 로켓 보트로 돌아갔다.
아우타치의 긴장된 얼굴이 텔레비전 스크린에 비쳤다.
"출발이다. 준비는 됐는가?"
"좋아."
"본 함이 앞에서 이끌어간다. 궤도를 떠나 조금 가면, 타이란 우주 경찰이 알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곧 점프로 옮긴다. 본 함의 조종사와 잘 연락을 취하여 떨어지지 않도록 따라오라."
"알았어."
"발진!"
두 척의 항성간 우주함은 동시에 린겐의 위성 궤도를 떠나 캄캄한 우주 공간으로 날아갔다.
비론은 텔레비전의 스크린을 지켜보면서 조종반을 보고 있었다.
앞에는 암흑의 대우주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그리고 목적지는 아무도 가 본 적이 없는 수수께끼의 암흑 성운인 것이다.
혁명의 행성은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질량 검사 미터
 
그와 때를 같이해서……
린겐별에서 멀리 1광년 정도 떨어진 우주 공간에도 한 척의 대형 우주함이 발진 준비를 끝내고 있었다. 타이란 제국의 우주 정치 경찰에 속하는 항성 우주함이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알라타프 장관과 그 부하 앤드로스 대장 등 경찰 간부였다.
"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장관.”
앤드로스 대장이 조종반이 붙어 있는 질량 검사 미터의 바늘을 보면서 말했다.
알라타프는 음흉하게 웃었다.
"어리석은 놈들이다. 나의 전용함에는 질량 검사 미터가 붙어 있어. 어디를 가든 당장 탐지될 것도 모르고서……”
"정말입니다. 놈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우리들의 길 안내를 맡고 있는 셈이니까요."
"장관 각하! 아무래도 초공간 점프를 할 모양 같습니다. 목적지는 틀림없이 암흑 성운의 방향입니다."
사관 한 사람이 외쳤다.
"음."
알라타트가 신음 소리를 내며 말했다.
"파릴의 아들놈이 로디아에 가서, 질브레트를 데리고 린겐별로 갔다. 그리고 아우타치도 데리고 암흑 성운으로 간다. 앤드로스, 이것은 드디어……"
"반도들의 본거지로 가는 것 같지요?"
앤드로스 대장이 눈썹을 모았다.
"그렇다, 앤드로스. 절대로 놈들을 놓치지 말라. 그리고 타이란 행성의 본부에 연락하여, 명령이 떨어지면 즉시 발진할 수 있도록 강력한 우주 함대의 출동 준비를 시켜라."
"알았습니다."
알라타프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놈들이 반역자의 본거지에 도착할 때까지는 절대로 발견되지 않게 행동해라. 그리고 본거지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면, 즉시로 힌리크를 체포해야 한다. 그리고 그 건방진 계집애 아르타가 항복하지 않으면 힌리크를 우주에 내던진다고 해라. 그런 경우에 이용하려고 그 쓸모 없는 힌리크 놈을 이번 비행에 데리고 왔거든."
앤드로스 대장은 빙긋이 죽음의 신과 같은 웃음을 띠고 끄덕였다.
"잘 알고 있습니다. 장관, 맡겨 주십시오."
한편, 사정이 그런 줄은 꿈에도 모르고 비론 일행은 초공간 점프를 몇 회 되풀이한 후, 이미 계산해 둔 암흑 성운 근처의 공간에 나타났다.
그리고 다섯 개의 태양계 중 첫 번째의 목표를 향해 보통 공간을 나아가기 시작했다.
태양에 가까이 가서 우선 그 태양이 행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조사하고, 그리고 행성이 있으면 그 행성이 사람이 살 수 있는 세계인지 어떤 지를 조사하는 것이다.
입으로 말하듯 쉬운 일은 아니다.
항성과는 달리 행성은 빛을 내지 않으며,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작다. 그리므로 행성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그 태양의 움직임을 여러 가지로 관찰하고, 그 결과 계산에 의해 산출해 내지 않으면 안 된다. 몇 시간이나 전자 두뇌와 씨름을 하지 앉으면 안 된다. 지루 하기 짜이 없는 일이다.
그러나 비론 일행은 잘 버티어 나갔다.
출발하여 일주일째가 지날 무렵 태양계 셋의 조사를 끝마쳤다.
첫 번째 태양계에는 행성이 없고, 두 번째 것은 이중성 (2개 이상의 항성이 접근하여 분별할 수 없는 별들)이며, 행성은 있었으나 그 궤도가 엉망이어서 지나치게 춥기도 하고 지나치게 덥기도 하여, 생물이 생겨서 자라나는 데는 적당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세 번째 태양도 행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거기에는 메탄과 암모니아의 대기권을 가진 죽음의 세계였다.
네 번째 태양을 향해 초공간 점프를 했을 때였다. 보통 공간을 나와 비론은 몹시 지쳐서 깜박 잠이 들었다. 그러자 질브레트가 흔들어 깨웠다.
"비론, 비론, 일어나게."
비론은 번쩍 눈을 떴다.
"뭡니까, 왜 그래요?"
“저기다. 저걸 봐.”
질브레트는 흥분한 목소리로 전방 스크린을 가리킨다. 거기에는 오렌지색의 네 번째 태양이 크게 비치고 있었다.
"전자 두뇌의 숫자를 보라고. 저건 F2형의 태양이다.”
비론은 뛰어 일어났다.
F2형이라는 것은 태양의 크기이며, 표면 온도에서 산출된 항성의 형태이며 생명이 살 수 있는 행성을 가지고 있을 듯한 항성 형태의 하나이다.
그는 잇달아 나오는 전자 두뇌의 테이프를 읽었다.
"지름 약 160만 킬로…… 표면 온도 7천도…… 음! 좀 뜨겁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뜨거운 것은 아니다. 행성이 있기만 하면 진짜다! 당장 관측을 시작하자."
지루한 관측이 시작되었다. 비론 일행은 전자 두뇌 앞에 앉아서 일을 계속했다.
몇 시간 후, 전자 두뇌는 기다리고 기다린 관측의 결과를 뱉어냈다.
"행성이 있다! 9개나 있다. 그리고 그 제 3행성은 어쩌면 산소를 포함한 대기권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비론이 기쁜 소리를 질렀다.
그 순간, 통화 텔레비전이 들어왔다. 리제트 대령의 흥분한 얼굴을 내 비추었다.
"비론 파릴! 이 태양계의 제 3행성이……”
“알고 있습니다. 이쪽에서도 같은 데이터가 나왔어요."
하고 비론은 상대의 말을 막았다.
”그렇소! 그럼, 어서 접근 준비를 합시다. 어쩐지 이번에야말로 찾고 있는 행성을 발견한 것 같소!”
"그렇다면 좋겠는데요……”
"비론 파릴!"
“이번에 얼굴을 볼 때는, 이 행성의 표면에서 보고 싶은데요!"
 
탐험차
 
이윽고 두 척의 우주함은 목적하는 제 3행성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두 척 모두 텔레비전을 모조리 움직여서 그 행성의 표면이며, 근처의 공간을 조심스레 관찰했다.
만약 그것이 진짜로 혁명의 행성이라면, 비론 일행을 적으로 간주하여 갑자기 공격해 오지 않는다고는 말할 수 없다.
온종일 제 3행성의 근처를 계속 관측했으나 행성으로부터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비론과 질브레트는 아우타치의 우주선에 옮겨 타고 서로 의논했다.
“이상한데요, 어디일까요? 역시 여기는 그 예의 행성이 아닐까요?"
비론은 질브레트를 뒤돌아보며 물었다.
"어때요, 생각이 안 납니까?"
그러나 질브레트는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흔들었다.
"생각나지 않아. 다만…… 이렇게 거친 행성은 아닌 것 같이 느껴진다. 지표에 길도 인공의 구조물도 하나 보이지 않잖아."
아우타치가 말했다.
"그러니까 나도 이상한 느낌이 드는 거다. 질브레트 경이 혁명 행성을 발견한 것은 20년 전의 일이다. 그 정도의 과학이 발달한 주민들이라면 20년 동안에 어떤 일도 한다. 사정에 따라서는 타이란 제국의 눈을 속이기 위하여 모조리 지하 도시로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그것도 들어맞는 말이다.
"그러니 어쨌든 착륙하여 지표를 조사해 보기로 하는 것이 어떨까요?"
"그게 좋겠어요. 그렇게 해 보기로 합시다."
비론도 질브레트도 찬성했다.
이윽고 두 척의 우주함은 주의 깊게 그 행성의 대기권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드디어는 북반구에 위치한 대륙의 고원 지대에 착륙했다.
그 근처는 낮이었다.
모두 우주선에서 밖으로 나왔다.
오랫동안 진공의 우주에서 살아온 탓으로 진공 광선이 아닌 자연의 태양 빛이 비치니까 어쩐지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공기도 충분히 마실 수 있었다.
“역시 움직이지 않는 넓은 지면이라는 것인데요."
질브레트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모두 여기서 얼마 동안 기다려 주시오. 나는 탐험차로 이 근처를 좀 조사하고 오겠소."
아우타치가 말했다.
“나도 가겠어, 아우타치.”
비론이 말했다.
“혼자 가는 것보다는 둘이서 가는 것이 안전하다."
“그게 좋겠군. 그럼 리제트, 자네는 텔레비전으로 주위를 잘 관찰해 줘. 만약 무엇인가 변화가 있으면 곧 알려 주도록."
“알았습니다, 아우타치 대공."
리제트 대령은 긴장된 얼굴로 끄덕였다. 두 사람은 무한 궤도가 붙은 트랙터와 비슷한 소형 탐험차에 올라 출발했다.
탐험차는 딱딱한 바위산을 좌우로 기울면서 짐차로 멀어져 갔다.
 
함정이다!
 
비론 일행의 모습은 점차로 작아지고, 이윽고 화강암과 바위산 뒤로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아르타와 질브레트는 우주함 안으로 들어가서 텔레비전을 켜고, 그 화면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몹시 거친 땅이었다. 바라보이는 모든 것이 딱딱한 바위산뿐이다. 겨우 빈약한 나무가 서 있는 숲이 여기저기 보일 뿐…… 생물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아르타는 화면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비론들이 괜찮을까?>
그리고 문득 생각이 났다.
<어머, 비론이 어떻게 되면 큰일이다. 그러나 그런 미운 사람!>
비론과는 그 때 이후로 한 마디도 말을 하지 않고 있다.
<말을 걸어도 대꾸 안할 거야. 아버지를 배신자라고 하다니 용서 못해. 싫어, 그런 사람은!>
아르타는 그 일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로부터 몇 십 번, 몇 백 번 생각해 보았는지 모른다. 그러자 그 때마다 어쩐지 자신이 솟아나는 것이었다. 확실히 아버지는 비겁하고 무기력한 사람이다. 그러나 타이란인의 횡포를 미워하는 데 있어서는 남에게 지지 않는다. 애국자를 타이란인에게 넘기다니, 그런 파렴치한 짓을 할 아버지는 아니다.
“아니, 리제트 대령은 어디로 갈 작정일까?”
갑자기 질브레트가 이렇게 말했으므로 아르타는 정신을 차리고 텔레비전을 보았다.
텔레비전 카메라는 겨우 수십 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린겐 우주선을 바로 눈앞이 있는 것처럼 똑똑히 비치고 있었다.
지금, 그 에어록에서 한 사나이가 나타나서, 비론들이 간 방향으로 걷기 시작한 것이다.
아르타는 급히 텔레비전 앞으로 가서 배율을 올렸다. 스크린 가득히 리제트 대령의 모습이 비치었다.
"보세요, 지르 아저씨!"
하고 아르타는 스크린을 가리키며 외쳤다.
"그는 장거리용의 광선총을 가지고 있어요!"
"뭐라고!"
질브레트는 스크린을 들여다보았다. 그 사이에 아르타는 벽에 걸려 있는 신경 충격총을 잡았다.
"이봐 아르타, 뭘 하고 있나?"
"뭐해요! 비론을 도와주러 가야죠. 아우타치와 리제트 대령은 비론을 죽일 작정이어요. 비론은 함정에 빠지려고 해요!"
"무슨 소리냐? 아우타치 대공이 그런 일을 할 리가 없지 않느냐! 대체 무슨 함정이냐?"
"몰라요…… 그러나 모든 것이 거짓 투성인 것처럼 느껴져요. 모두 누구에게 속고 있는 것 같은……”
"무슨 모를 소리를 하고 있는 거냐? 아르타, 자아 그 총을 이리 줘."
"싫어요!"
아르타는 충격총을 질브레트 쪽으로 돌렸다.
"가까이 오지 말아요. 방해하면 쏘겠어요."
"이봐, 이봐!"
"나는 리제트 대령이 왜 장거리용의 광선총을 가지고 가는지 그것이 걱정이 돼요. 확인하러 갔다오겠어요."
"그만 둬, 아르타."
"지르 아저씨, 에어록을 열어 줘요. 그렇지 않으면 주저없이 방아쇠를 당기겠어요."
질브레트는 하는 수 없이 에어록을 여는 스위치를 눌렀다.
아르타는 열린 에어록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리고 지금 리제트 대령이 걸어간 방향으로 구르듯 달리기 시작했다.
아르타는 무엇에 홀린 듯이 마구 달리고 또 달렸다.
까닭을 알 수 없는 공포가 아르타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다. 비론이 지금 어디서 위험을 당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고……
물론 조금 전까지 비론에 대해 느끼고 있던 미움도 분노도 지금은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다.
 
밝혀진 정체
 
비론과 아우타치를 태운 탐험차는 울퉁불퉁한 바위산을 천천히 전진하여 점차로 높이 올라갔다.
올라갈수록 전망이 넓어졌다.
눈길이 가는 곳마다 어디나 거칠고 쓸쓸한 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사람의 그림자도, 건물도, 다리도, 인공으로 만든 것은 뭐 하나 보이지 않았다. 30분쯤 달렸을 때, 눈앞에 커다란 바위가 나타나서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두 사람은 탐험차에서 내려 그 근처를 조사해 보았다.
한쪽은 도끼로 내려친 것 같은 절벽이었고, 그 아래는 물이 줄어든 개천이 바위투성이의 바닥을 드러내고 흘렀다. 그 앞쪽은 또 바위가 겹겹이 쌓인 평원이 계속되고 있다. 사람이 살고 있는 기척은 전혀 없었다.
"틀렸다.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비론이 말했다.
"그런데……”
아우타치는 절벽 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가 갑자기,
"오!"
하고 소리쳤다.
"뭐냐?"
비론은 아우타치 쪽을 보았다. 아우타치는 절벽에서 몸을 거의 내밀고 아래를 보고 있었다.
"파릴, 이 절벽 아래를 좀 보라고. 바로 아래 말이야. 무엇인가 지하도의 입구 같은 것이 보이는 것 같다."
"어디에?"
비론도 흥분을 느끼며, 아우타치처럼 절벽 끝에 웅크리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눈이 어지러웠다. 아래까지는 적어도 7,80미터는 될 것 같았다. 떨어지면 물론 생명은 없다.
비론은 살폈다. 절벽의 바로 아래에 과연 무엇인가 동굴의 입구 같은 것이 있는 것도 같다. 그는 가지고 온 망원경을 꺼내어 눈에 댔다.
그리고 실망했다.
그것은 보통의 큰 바위로서, 그 움푹 들어간 것이 동굴처럼 보였을 뿐이었다.
"아니야, 아우타치. 저건 보통……"
이렇게 말하면서 뒤돌아보았다. 그 때였다.
“피융--”
무엇인가 어깨 끝을 스치며 날아갔다. 망원경이 손에서 떨어지며 동시에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졌다. 그리고 머리 만한 큰 검은 바위가 아래로 굴렀다.
아우타치가 바위 돌멩이를 집어던졌던 것이다!
"뭘 해!"
비론이 외쳤다.
아우타치의 얼굴은 악마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그는 말도 없이 또 바위 돌멩이를 집어들고 비론을 향해 던졌다. 맞으면 그대로 바위와 함께 절벽 아래로 거꾸로 떨어져 버리고 만다.
비론은 재빨리 몸을 비켰다.
바위 돌멩이가 몸을 스치는 바람에 그는 비틀거렸다. 낭떠러지에 한쪽 발이 미끄러져 자칫하면 떨어질 뻔했다.
"위험하다!"
비론은 허리를 구부리며, 또 다른 바위 돌멩이를 집어들고 있는 아우타치를 향하여 결사적으로 몸을 날렸다.
아우타치가 비틀거렸다. 일어서려고 하는 그를 향해 힘껏 주먹을 날리자, 아우타치는 한 바퀴 빙글 돌고서 저만치 쓰러졌다.
다시 몸을 날려 한 대 치려고 생각했을 때, 비론은 그만 우뚝 서버리고 말았다.
쓰러진 아우타치가 어느 새 주머니에서 권총을 뽑아 겨누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론은 상대의 몸을 향해 뛰어들려고 헌다.
피융!
굉장한 소리와 함께 얼굴 바로 옆의 공간에 하얀 광선이 일어나고, 그 충격으로 비론은 쓰러졌다.
광선총이었다.
신경 충격총처럼 신경을 마비시키는 깃이 아니라, 수천 도의 고열로 태우는 무서운 죽음의 흉기인 것이다!
"물러서라, 파릴. 한 발짝이라도 움직이면 이번에는 너의 가슴을 꿰뚫겠다!"
"정신이 돌았느냐, 아우타치. 왜 이런 짓을 하는 건가?"
"물러서라니까, 모르겠느냐!"
비론은 한 걸음 물러섰다.
아우타치는 서서히 광선총을 겨누면서 일어났다.
얼굴에는 비웃는 듯한 웃음이 서려 있었단.
"이런 일은 될 수 있으면 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른 채 낭떠러지에서 떨어졌으면 단숨에 끝나버렸을걸. 그러나 이렇게 된 마당에서는 할 수 없다. 자, 각오는 되 있겠지?"
"잠깐만!"
비론은 필사적으로 외쳤다.
"왜 이런 짓을 하느냐, 아우타치? 이유를 말해봐라!"
아우타치는 경련 하는 것처럼 웃기 시작했다.
"뭐라고 파릴. 그럼, 너는 아직 아무 것도 알지 못한다는 건가?"
"알다니, 뭘 알지 못했다는 거냐?"
“정해져 있지 않느냐! 내가 바로 너의 아버지를 타이란 인에게 팔아 넘긴 장본인이다. 즉 나야말로 너의 아버지를 죽인 범인이란 말이다."
"뭐……?"
비론은 너무나 큰 놀람에 어리둥절하여 대답 조차할 수 없었다.
"허허, 이건 내가 좀 지나치게 걱정을 한 모양이구나. 네가 나를 의심한다고 생각한 것은 쓸데없는 걱정이었던가."
아우타치는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비론은 자기도 모르게 한 발짝 내디디려고 했다.
그러자 아우타치의 광선총이 움직였다.
"꼼짝 말고 있어. 얼마 남지 않은 생명이지만, 네가 왜 죽지 않으면 안 되는가 그 이유를 듣고 싶겠지. 어때, 비론?"
"어서 그 이유를 말해라. 나도 너를 의심하고는 있었다. 그러나 왜 네가 나의 아버지를 타이란 제국에 팔아 넘기지 않으면 안 되었던가, 그 이유를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좋아, 이야기해 주지. 그러나 말해 둔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짓을 하면 언제라도 방아쇠를 당길 테니까."
아우타치는 악마처럼 음산하게 웃고 나서, 가까운 바위에 털썩 주저앉아 이야기를 꺼냈다.
"사건의 발단은 너의 아버지의 인기가 높아진 때부터였다. 우리들은 함께 '말의 머리' 별지대의 혁명운동을 지도해 왔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실행력도 머리도 월등히 좋은 나보다 모두 너의 아버지를 지지했다. 나는 언제나 2등이었다. 나는 그것이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아우타치의 표정에 거무죽죽한 증오가 나타났다.
그는 계속했다.
"그렇게 되면, 예컨대 혁명이 성공해도 실권은 너의 아버지에게 빼앗기고 만다. 나는 '말의 머리' 별지대의 제일의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 혁명을 일으키려고 했던 것이다. 2등은 참을 수가 없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타이란 제국 편에 붙어 출세하는 것이 좋아. 경쟁 상대도 타도할 수 있고. 그런 이유 때문에 나는 너의 아버지를 우주 경찰에 밀고했던 것이다."
비론은 이를 갈았다. 참고 있자니 미칠 것만 같았다. 당장에 아우타치를 향하여 덮치고 싶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그것을 억누르는 데 무서운 의지의 힘이 필요했다.
비론을 보고 있는 아우타치는 기분이 좋은 듯이 웃었다.
"질투심은 때로는 혁명보다, 아니 무엇보다 큰 힘을 발휘하는 거다. 비론 파릴, 이야기를 계속할까? 너의 아버지는 파묻었다. 그 때 네가 지구에서 돌아온다는 걸 알았다. 돌아오면 귀찮지. 그래서 나는 유학생처럼 꾸며 지구로 갔다. 한동안 사태를 엿보고 있다가 그 중성자 폭탄의 연극을 했지. 너는 의외로 굉장히 머리가 날카로웠다. 그래서 연구 끝에 나는 너를 우주 경찰에 체포되도록 하려고 그 엉터리 같은 이야기를 꾸며냈지. 그런데 너는 운이 좋았다. 질브레트라는 경솔한 놈 덕분에 보기 좋게 우주 경찰의 손을 벗어났다. 그것을 알았을 때 나는 몹시 걱정했다. 그러나 결국 너보다 내 쪽이 더 운이 좋았던 거다. 그 질브레트가 일부러 너를 나에게로 데리고 왔으니까 말야, 그건 정말 고마운 일이었지."
비론은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아우타치의 눈이 빛나면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너희들은 나에게 굉장한 선물을 가져다 주었어. 혁명 행성의 이야기다. 나에게 있어서는 다시 없을 기회였다. 나는 혁명 행성의 존재를 미끼로 타이란 제국에 높은 지위를 요구할 작정이었다. 예를 들어 우주 정치 경찰의 차관과 같은 지위를 말이야.“
“이봐! 너에게는 한 가닥의 앙심도 없느냐? 어떤 이유에서든 한번은 혁명가였던 네가, 혁명가들에게 있어서, 아니 '말의 머리' 별지대의 백 억이나 되는 주민들의 자유와 독립에 있어서, 바꿀 수 없는 단 하나의 희망인 혁명 행성을 팔 작정이란 말인가?"
"그러니까 비싸게 팔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파렴치한 놈!"
비론은 이를 갈았다.
"말조심해라. 이젠 이야기도 마지막에 가깝다. 그런 나의 목적 때문에 너는 어떻게든 제거하지 않으면 안 되는 방해자야. 혁명 행성이 있을 것 같지도 않은 이 행성 조사를 주장한 것도 너를 죽일 구실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네가 발이 미끄러져 낭떠러지에서 떨어졌다고 하면 되는 거니까. 자, 시간이다. 비론, 죽어라!"
하면서 아우타치는, 방아쇠를 건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아아, 비론의 운명은 여기서 끝날 것인가.
 
하늘의 도움과 하늘의 적
 
"비론 위험해요!"
이 때였다. 갑자기 날카로운 여자의 외침 소리가 바로 옆에서 일어났다.
아르타였다,
아우타치는 옆을 돌아다보았다. 비론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번개같이 아우타치를 덮쳐 광선총을 가진 손을 비틀었다. 광선총에서 발사된 광선이 빗나가면서 바위를 깨뜨렸다.
"앗!"
"윽!"
마침내 아우타치의 손에서 덜커덕 광선총이 떨어졌다. 비론은 재빨리 광선총을 발로 걷어찼다. 광선총은 커다란 원을 그리며, 절벽 아래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떨어졌다.
비틀거리는 아우타치의 배에 비론의 강한 주먹이 들어갔다.
아우타치는 신음 소리를 내며 아랫배를 쥐면서 웅크렸다.
그러자 아르타가 충격총을 오른손에 들고 뛰어왔다.
"아르타!"
"다행이어요, 비론.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날 뻔했어요."
두 사람은 손과 손을 마주잡았다.
순간, 비론은 좀 떨어진 바위 그늘에서 휙 사람의 그림자가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리제트 대령이었다.
그의 손에는 강력한 위력을 지닌 장거리용 열선총이 쥐어져 있었다.
아우타치는 그것을 깨달았다.
"아, 리제트! 잘 와 주었어. 그 놈들을 쏴 죽여. 놈들이 나를 속이고 죽이려 했던 거야."
아르타는 충격총을 겨누지 못하고 망설였다. 리제트와 열선총의 총구가 두 사람을 겨누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때 기묘한 일이 일어났다.
다가오는 리제트 대령의 열선총의 방향이 아우타치의 가슴을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뭐, 뭘 하는가…… 나를 배신할 생각인가?"
아우타치는 파랗게 질렸다.
리제트 대령은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그 얼굴은 한없이 쓸쓸하고 슬픈 모습이었다.
"아니다. 배신한 것은 내가 아니고 당신이다, 아우타치 대공."
"누구에게서 그런 말을 들었어. 파릴이지? 리제트, 너는 속고 있다!"
아우타치는 필사적으로 변명하려고 한다. 그러나 리제트 대령은 다시 한 번 머리를 흔들었다.
"그것도 아니다. 나는 당신 자신의 입에서 당신의 배신을 들은 것이다."
"뭐……?"
리제트 대령은 열선총으로 아우타치의 우주복의 가슴 근처를 가리켰다.
"나는 오늘 당신 우주복의 가슴에 초단파 송신기를 숨겨 두었다. 당신이 항상 우리들에게 이야기를 하지 않고 무모한 짓을 하기 때문에 조심하기 위해서였다. 당신이 여기서 비론 파릴에게 지껄인 것은 남김 없이 나에게도 들렸다. 나만이 아니야. 우주함의 승무원 모두가 라디오로 들었을 것이다. 아우타치, 당신의 배신은 이제 모든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
리제트 대령은 열선총을 겨누며 한 걸음 나아갔다.
"아우타치, 당신은 우리 린겐의 적이다. 아니, ‘말의 머리' 별지대의 자유를 사랑하는 주민 전체의 적이다. 깨끗이 포기하고 각오하는 게 좋아. 모두를 대신하여 내가 사형을 집행한다."
“기, 기다려, 기다려 줘, 리제트!"
아우타치가 비명을 질렀다.
리제트 대령이 방아쇠를 당기려는 찰나였다. 순간 주위의 바위 뒤에서 우르르 10여명의 사나이들이 나타나서 네 사람을 둘러쌌다. 타이란 제국 우주 경찰의 제복이었다!
"손들엇! 모두!"
맨 앞의 사나이가 광선총을 겨누며 소리쳤다.
앤드로스 대장이었다.
2, 3명이 리제트 대령에게 달려들어 열선총을 떨어뜨렸다.
그러자 바위 뒤에서 마지막으로 나타난 것은 알라타프 장관이었다.
 
두 죽음
 
맨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아우타치였다. 그는 경찰에게 팔을 잡힌 채 알라타프 쪽으로 기어갔다.
"장관, 마침 좋을 때에 와 주었소. 이놈들은 모두 반역자요. 나를 암살하려고 했어."
"당신도 그 반역자의 한패 같은데, 아우타치.”
울라타프는 쌀쌀한 말투로 말했다.
"당신은 도망범이라는 것을 알면서 그들을 숨겨주고 더군다나 우주 경찰에 신고도 하지 앉고, 마음대로 우주 비행을 하고 있었어. 이것은 어느 것이나 우주 평화 유지법에 저촉되는 위반 행위다. 그러니 위반자는 반역자로 취급되어야 마땅하겠지, 아우타치?"
"말 못할 사정이 있소, 알라타프 장관!"
아우타치는 울상이 되어 외쳤다.
"어떤 사정이오? 들어봅시다."
"나는 이 반역자들이 혁명의 행성과 연락하려고 하는 것을 알고 있었소. 그들은 내가 사실은 타이란 제국의 충실한 친구라는 것은 꿈에도 모르고, 나를 혁명가들의 한패라 생각하고는 그 혁명 행성의 비밀을 얘기했소. 그리고 나에게 그것을 찾는 데에 협력해 달라고 부탁한 거요."
아우타치의 얼굴에는 비열하고 아첨하는 웃음이 떠올랐다. 그러나 알라타프의 나뭇조각 같은 무표정한 얼굴은 움직이지 않았다.
"혁명의 행성이란 뭐냐?"
"타이란 제국에 반항하여, '말의 머리' 별지대의 평화를 찾으려고 하는 무법자들의 행성이오. '말의 머리' 별지대에 숨어 있는 혁명가들의 본거지요. 바로 음모의 중심지요."
알라타프와 앤드로스는 순간 얼굴을 마주보았다.
"그걸 찾으러 왔다는 거냐7"
"그대로요, 알라타프 장관. 그리고 그 행성은 이 근처의 공간에 있소. 그래서 세 개의 태양계와 수십 개의 행성을 조사했소. 그런데 그 모두가 찾는 별은 아니었소."
"그렇다면 아직 혁명 행성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말이군."
알라타프가 실망한 얼굴로 말했다.
"아니, 있소."
아우타치는 알라타프에게로 한 걸음 다가가서 낮은 소리로 말했다.
"장관, 나는 혁명의 행성이 있는 위치를 알고 있소. 티라니 황제에게 나를 우주 경찰의 차관으로 추천해 준다고 약속하면 가르쳐 주겠소.”
"배신자! 부끄러움을 알아라!"
하고 외친 것은, 좌우로 경관에게 붙들려 있는 리제트 대령이었다.
그러나 아우타치는 태연했다.
알라타프의 입가에 멸시의 웃음이 떠올랐다.
"우선 장소를 가르쳐 주는 것이 순서겠지, 대공. 나는 일방적인 거래는 하지 않는다. 실물의 가치를 확인한 후가 아니면 아무 것도 약속하지 못하지."
아우타치는 좀 망설였으나, 곧 결심한 모양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가르쳐 주겠소. 그것은 우리들이 조사를 하지 못한 최후의 태양계에 있소. 즉, 은하별의 좌표에 목록 7351-"
여기까지 말했을 때였다. 갑자기 리제트 대령이 순간의 긴장된 분위기에 정신이 팔려 있는 경관의 손을 뿌리치며, 날쌔게 땅에 떨어져 있는 광선총을 집어 들었다.
"이 비열한 아우타치!"
라는 소리와 함께, 굉장한 보랏빛의 광선이 눈 깜짝한 사이에 아우타치의 몸을 휩싸버렸다.
"으악--"
아우타치는 부르짖으며 3미터나 뛰어올랐다. 순간 앤드로스가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잽싸게 광선 권총을 뽑아 리제트 대령을 쏘았다.
리제트 대령은 노란색 광선을 맞고 앞으로 푹 쓰러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사건이었다.
아우타치는 즉사했다. 그의 몸으로부터 반쯤 검게 그을린 보라색의 연기가 뭉게뭉게 떠올랐다.
배신자는, 그리고 야심가는 그것에 알맞은 무참한 죽음을 맞이했던 것이다.
비론은 리제트 대령 옆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대령도 이미 숨이 끊어진 후였다.
비론은 대령을 위해 눈을 감고 기도했다. 그리고 일어서서 알라타프를 뒤돌아보았다.
"안 됐어요 알라타프, 혁명의 행성이 있는 곳은 아무도 모르게 되었소."
그러나 알라타프는 씩 웃었다.
"천만에 안된 것은 그쪽이야. 비론 파릴, 우리는 이미 혁명의 행성 위치를 알고 있어."
"거짓말이오!"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우리들은 여기로 오기 전에 너희들의 우주함을 습격하여 질브레트를 비롯한 승무원 모두를 체포했다. 혁명의 행성 장소는 질브레트가 이미 가르쳐 주었어."
"그럴 리가 없어요!"
하고 아르타는 경멸하듯이 이렇게 말했다.
"지르 아저씨는 기억을 상실하고 있어요. 기억을 돌이켰을 리가 없어요!"
"하지만 생각해 냈어, 힌리크양."
하며 알라타프는 기분 좋은 듯이 아르타를 돌아보며 말했다.
"다시 말하면 기억이 지워졌다는 건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말하지 않으면 죽인다고 위협하자, 아주 간단하게 자백을 했어."
"그럼, 왜 아우타치에게 물으려고 했나요?"
“질브레트가 자백한 별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서지. 알겠어요, 힌리크양?"
알라타프는 뽐내 듯이 말했다.
"리제트와 너희들이 분노에 차서 놈을 쏘아 죽이는 기회를 만들어 준거야. 그렇게 되면 귀찮은 자가 하나 줄어드는 셈이니까."
그는 부하들을 둘러보았다.
"자아, 연극은 끝났다. 즉시 출발 준비! 행선지는 여기서 약 2광년 앞에 있는 은하의 별무리 목록 GC 735243별이다. 서둘러라!"
미친 자의 공상
 
세 척의 우주함이 이름도 없는 황폐한 행성을 날아오는 것은 그로부터 얼마 후의 일이었다.
비론은 다른 린겐별 사람들과 함께 알라타프의 우주함 창고에 내던져졌다.
아르타와 질브레트는 힌리크 총독과 함께 다른 방에 갇혀 있을 것이다.
비론은 절망 속에 떨어져 몸부림쳤다. 자기의 무력함이 견딜 수 없이 괴로웠다.
시시각각으로 혁명 행성의 운명은 점차로 끝나가려 하고 있다.
갑자기 습격을 받으면 아무리 무장하고 있다고 해도 혁명의 행성이 이길 수는 없다. 그리고 그것은 동시에 '말의 머리' 별지대의 자유와 해방의 기회가 영원히 사라지고 마는 일이기도 한 것이다.
정말이지 어떻게 할 수가 없을까.
그것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생명을 내던져도 좋다.
그러나 어쩔 수가 없다……
그렇게 하고 있는 동안에 비론은 어느새 졸려 왔다. 심한 피로 때문에 잠이 밀려온 것이다.
갑자기 요란한 경보 버저가 울렸다. 비론은 벌떡 일어났다.
다른 린겐인들도 얼굴을 마주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이윽고 버저는 그쳤다. 그리고 복도에 저벅저벅 발소리가 들려오고 문이 난폭하게 열렸다고 생각하자 한 사나이가 밀려 들어왔다.
질브레트였다.
"바보 같은 놈, 우주함 속에서 숨바꼭질을 하다니, 호기심도 많은 놈이야."
"그저 얌전히 있으면 이런 꼴을 당하지 않을걸."
타이란인의 경관이 비웃으며 떠나갔다.
질브레트는 이마와 입에서 피를 흘리며 힘없이 바닥에 쓰러진 대로였다. 비론은 말없이 그 비참한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협박에 겁이 나서 혁명의 행성 비밀을 누설한 질브레트를 위로할 마음이 나지 않았던 것이다.
경관의 발소리가 멀어지자, 질브레트는 살짝 일어났다. 그리고 뜻밖에도 재빠른 동작으로 주위를 휘둘러보고는 비론을 보자 얼른 다가왔다.
"했어! 해치웠어, 비론!"
갑자기 그는 낮게 속삭였다. 그 눈에 이상한 빛이 감돌면서 번쩍번쩍 빛나고 있었다.
"뭘 했다는 거요?"
비론은 놀라 되물었다.
"놈들은 방심하고 있었어. 나는 갇혀 있는 방에서 빠져나와 일부러 경보 버저를 울렸지. 그리고 그 소동 사이에 기관실에 숨어 들어가 엔진을 약간 고쳐 놓았지.”
"고치다뇨?"
"내가 천재적 발명가라는 것은 알고 있겠지."
질브레트는 소리 없이 웃으며 계속했다.
"놈들은 나를 위협하며 억지로 혁명의 행성 위치를…… 그 최후의 태양계 위치를 물었어. 그러나 내가 함부로 놈들에게 혁명의 행성을 넘겨주리라고 생각해? 천만에, 놈들에게는 결코 아무 것도 넘기지 않아!"
"뭘 했다는 거요?”
비론은 초조해서 질브레트의 팔을 흔들었다.
"지금 우주함은 보통 공간을 날고 있어. 방향을 잡으면 이제 당장이라도 초공간 점프로 옮길 거다. 그와 동시에 우주함의 원자 연료가 한꺼번에 연쇄반응을 일으켜 폭발하는 장치를 하고 왔어.”
질브레트는 눈을 빛냈다.
"모두가 원자로 돌아간다. 흐흐흐! 모든 것이.”
"정말이오, 질브레트 경?”
비론이 외쳤다.
"정말이고 말고.”
"훌륭합니다……”
비론은 상대의 얼굴을 지켜보았다.
"질브레트 경, 나는 당신을 멸시하고 있었소. 당신에게 그런 용기와 결단력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소. 사과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비론은 질브레트의 손을 굳게 잡았다,
"잘 해 주었어요, 질브레트 경.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들은 죽습니다. 그리고 놈들도 없어져요. 그러나 혁명의 행성은 남고, 그러면 언젠가 혁명의 행성을 중심으로 자유와 독립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타이란 제국을 타도할 날이 오겠지요. 우리들은 그걸 믿고 죽는 겁니다."
그때였다.
"앗핫핫, 앗핫핫……”
질브레트가 비론에게 손을 잡힌 채 깔깔대고 웃기 시작했다. 비론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질브레트를 돌아보며 물었다.
"왜 그래요? 뭐가 우스워요?"
"뭐가 우습냐고? 이렇게 우스운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비론 파릴, 잘 들어라. 그런 건 처음부터 있지도 않았어!"
"그런 거라니요?"
"혁명의 행성은 없는 거란 말야."
"뭐 , 뭐라고요?"
비론은 소리쳤다.
질브레트는 그런 비론을 보고, 또 기묘한 쉰 소리로 바보처럼 웃었다.
"그건 나의 꿈이었지, 비론. 타이란 제국은 밉다. 그러나 도저히 그렇게 강력한 것을 멸망시킬 수는 없다. 그래서 만약에 이 세상에 혁명의 행성이라는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 즉 혁명의 행성을 나의 머리 속에서만 꿈꾸어 온 공상인 거야!"
비론은 상대의 목덜미를 틀어쥐었다.
"왜요, 질브레트. 왜 그런 거짓말을 했어요? 이유가 있을 거 아닙니까?"
"이유가 있을 게 뭐람."
질브레트는 또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너도, 아우타치도, 타이란 제국의 작자들까지도 모두 나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말에 걸려들어 갈팡질팡했어. 그것이 재미있어서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야."
질브레트는 또 짐승처럼 웃었다.
그 웃음소리가 그치자, 갑자기 질브레트의 얼굴은 죽은 사람처럼 창백해지고, 몸이 열병에 결린 것처럼 덜덜 떨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제는 연극도 싫증이 났다. 이런 세상에서 산다는 것조차도 싫어졌다. 그래서 죽으려고 했다. 그래서 엔진을 좀 고쳐 놓고 온 거야."
"그렇지만 모든 사람을 함께 죽게 할 필요는 없잖아요."
비론은 겨우 대답했다.
"혼자서만 죽어? 싫다. 죽는 건 무섭지 않으나, 혼자서는 싫다. 모두 함께 죽는 거다. 형도, 아르타도, 비론 너도 말이야."
"나는 개죽음은 하고 싶지 않소."
하고 비론은 외쳤다.
"개죽음이라고? 비론…… 이제 그런 일은 어떻게 되어도 좋지 않은가. 개죽음도, 명예로운 죽음도 죽는 것은 마찬가지야. 뭘, 조금도 아프지 않아. 눈 깜짝하면 끝이야. 편해진다. 아아, 굉장히 편하게……”
비론은 놀랐다. 그리고 천장을 멍하니 쳐다보는 질브레트의 눈을 보았다.
그것은 정상적인 사람의 눈이 아니었다.
머리가 돌아버린 거다. 질브레트는 그 전부터 미치광이였던 것이다!
<미치광이의 계략에 말려들어, 지금 우리들은 개죽음을 당하려 하고 있다!>
비론은 조용히 질브레트를 밀치고, 문을 두들겨서 경관을 불렀다.
"내가 하는 말을 당장 알라타프 장관에게 전해 주시오. 아주 급한 일이오."
"무슨 일인데?"
타이란인 경관은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조금 전 소동 때, 질브레트 경이 엔진에 뭘 장치했소. 초공간 점프를 하면 그 순간에 이 우주함은 박살이 나오."
"뭐라고!"
경관은 눈이 휘둥그래졌다. 비론은 큰 소리를 질렀다.
"빨리 하시오. 목숨이 아깝거든 지금 당장에 가서 점프를 중지시키시오!"
경관은 휙 돌아서더니 사령실을 향하여 복도를 달려가기 시작했다.
희 망
 
초광속 점프 중지의 명령이 내린 것은, 점프를 하기 겨우 3분전이었다.
기관실이 철저하게 조사되었다. 질브레트가 말한 대로였다. 점프를 하게되면 그것으로 끝장이었다. 우주선은 거대한 원자의 불덩어리가 될 뻔했던 것이다.
알라타프도 창백해졌다. 곧 질브레트를 거짓말탐지기에 걸어 엄중히 조사한 결과, 역시 혁명의 행성은 질브레트의 미친 머리 속의 공상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알라타프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날뛰었다. 질브레트를 비롯하여 비론들을 모조리 우주 밖으로 내던져 버리라고 고함을 질렀다.
그러나 뜻밖에도 사형 집행은 그 직전에 중지되었다. 놀랍게도 그는 힌리크 총독, 아르타, 비론, 질브레트, 네 사람을 석방한다고 발표했다.
미치광이의 공상에 덩달아 춤추어, 있지도 않은 혁명의 행성을 찾아다니며 힌리크들을 죽였다는 사실이 만약에 황제의 귀에 들어가면 일은 무사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여기서는 다시 한 번 아량 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 머리가 날카로운 알라타프는 그쪽이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 비론의 기민한 활동에 의해서 죽음의 일보 직전에서 구출된 것도 이유 중의 하나였다. 이윽고 네 사람은 아우타치의 우주선으로 옮겨졌다. 비론이 조종을 맡았다. 비론과 아르타는 조종석의 전망 스크린을 지켜 있었다. 알라타프의 두 척의 우주함이 점점 우주의 암흑 속 저편으로 멀어져 가고 있었다. 이윽고 빛과 같은 점이 되어 사라지는 것을 보고, 비론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가버렸다.”
“네…… 이제 우리들은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왔어요.”
“응……”
비론은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이 한 가지 있지. 나에게 아르타라는 좋은 친구가 생긴 점이.”
아르타는 얼굴을 붉혔다.
“저야말로 그래요, 비론. 그러나 우리들은 대체 언제까지나 타이란인들을 겁내며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될까요?”
비론은 한숨과 함께 말했다.
“나도 안타깝소. 생각하면 미친 질브레트 경이 부럽소. 비록 공상 속에서나마 혁명의 행성을 믿을 때, 그게 희망일 수도 있으니까.”
“희망은 있다.”
갑자기 힘찬 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은 놀라며 뒤돌아보았다. 그리고 조종실의 문 뒤에서 나타난 인물은 바로,
"어머! 아버지!"
하고 아르타가 외쳤다.
"혁명의 행성은 있다, 비론 파릴.”
힌리크 총독이 말했다.
"그렇지만……”
말하려다가 아르타는 입을 다물었다. 비론도 놀라 힌리크 총독을 지켜보았다. 왜냐하면 그 모습은 여느 때의 힌리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얼굴의 모습에도 행동에도 빛이 빛나는 것 같은 위엄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디에…… 어디에 그 혁명의 행성이 있는 것입니까?"
비론이 물었다.
힌리크 총독은 끄덕였다.
"로디아별이다. 우리들 고향의 별에 말이다."
비론도, 아르타도 너무 놀라서 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이제 말하겠다, 두 사람에게."
힌리크 총독은 두 사람을 정다운 눈빛으로 보면서 계속했다.
"로디아는 벌써 20년 전부터 혁명 운동의 중심지였던 것이다. 그리고 내가 지도자였어. 그러나 타이란 제국의 엄격한 감시의 눈을 피하기 위하여 나는 항상 바보 같은 짓을 해 왔다. 다른 동지들도 모두 위장을 하여 지하에 숨어 있다."
"그랬어요, 아버지……”
아르타가 아버지의 무릎에 매달리다시피 하면서 말했다. 힌리크 총독은 아르타의 빛나는 금발을 쓰다듬었다.
"그렇고 말고. 그러나 이렇게 참는 것도 이제 곧 끝난다. 실은 알라타프가 너를 아내로 달라고 했을 때 승낙하려고 한 것도, 결혼식 전에 타이란 제국을 밑바닥으로부터 뒤엎을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반년만 지나면 혁명의 시기는 완전히 무르익는다. 그 때야말로 일제히 궐기한다. 그리고 승리를, 자유와 독립을 되찾는다."
힌리크 총독은 이미 한쪽 손을 내밀어 비론의 어깨를 잡았다.
"때가 되면 비론, 자네도 일해 주게나.“
비론은 오랫동안 말을 못했다. 감격의 폭풍우에 휩쓸려 말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입을 열었을 때, 그 목소리에는 기대와 희망이 넘치고 있었다.
"하고 말고요, 힌리크 총독! 보아주십시오!"
 
<끝>
SHORT SHORT by 星新一
 
호시 싱이지의 초단편
 
호시 싱이지
1926년 일본 동경 태생. 동대 졸업. SF 초단편을 800 편이나 쓴 천재적인 소설가. "변덕스러운 로봇”, “망상 은행", ”악마가 있는 천국”, ”검은 빛" "악마의 표적", “어떤 사람의 악몽”, “도적 의사” 등
 
아동 문학가 이 원수, 박 홍근/문학 박사 최 인학
공학 박사 양 옥룡/이학 박사 김 희규
전 교육감 김 성묵
 
 
신발명 베개
 
"드디어 큰 발명을 완성했다."
작은 연구실 안에서 F 박사는 큰 소리로 외쳤다. 그 소리를 듣고 옆집 주인이 찾아와서 물었다.
"무엇을 발명하셨습니까? 제가 보기에는 베개 같은데요."
옆의 책상 위에 소중하게 얹어놓은 물건은 그 크기와 모양이 꼭 베개 같았다.
"그래요. 잘 때에 머리를 얹어놓기 위한 것이오. 그러나 보통 베개와는 달라요."
라고 말하고, 박사는 안을 열어 보였다.
그 안에는 전지와 전기 부품이 꽉 들어차 있었다.
옆집 주인은 눈을 휘둥그래 뜨면서 물었다.
"굉장하군요. 이것을 사용하면 멋진 꿈이라도 꿀 수 있는 가요?"
"아니오. 유익하게 이용되는 것입니다. 자면서 공부를 할 수 있는 장치, 즉 베개 안에 저장시켜 놓은 지식이 전파를 타고, 잠자고 있는 동안에 머리 속으로 흘러 들어오는 것입니다."
"잘은 모르지만 꽤 편리하다는 이야기군요. 그것으로 어떤 공부를 할 수 있습니까?"
"이건 아직 시험 작품이기 때문에 영어뿐입니다. 잠자고 있는 동안에 영어를 말할 수 있게 되지요. 그러나 좀더 개량을 하면 어떤 학문이라도 가능하겠지요.”
"놀랄 만한 발명입니다요. 아무리 게으른 사람도 밤에 이것을 베개로 하여 자면 무엇이든지 알게 되는 것이군요."
옆집 주인은 아주 감탄을 했다. 박사는 신이 나서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요사이는 노력하기 싫어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런 사람들이 사고 싶어 할 거요. 그 덕택에 나도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거요."
"정말 효력이 있다면, 누구라도 탐낼 것입니다."
"물론 효력은 있을 겁니다."
옆집 주인은 그 말을 듣고,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보니 아직 시험을 해 보시지 않은 모양이군요."
"아아, 나는 이 연구에 열중해서 드디어 완성시켰습니다. 그러나 생각해 봐요. 나는 이미 영어를 아니까, 내 자신이 시험을 할 수는 없지요.”
이렇게 말하면서 박사는 조금 곤란하다는 표정이 있다.
옆집 주인은 부끄러운 듯이 말했다.
"그러시다면 저에게 시험하도록 해 주십시오. 공부하기는 싫으나, 영어를 멋지게 하고 싶은 생각은 있어요. 제발 부탁합니다.”
"좋아요. 아아, 이렇게 빨리 희망자가 나타나리라고는 생각지 못 했는데."
"얼마나 걸릴까요?"
"한달 정도 되면 아주 잘 알게 될 거요."
"정말 고맙습니다."
하고 깍듯이 인사하고, 옆집 주인은 새로 발명된 베개를 가지고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두 달쯤 지나서 시시하다는 표정으로 박사에게 베개를 돌려주러 왔다.
"그 후 계속 사용했지요. 그런데 조금도 영어를 말할 수 없군요. 이젠 사용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박사는 베개 안을 조사해 보고 중얼거렸다.
"이상한데, 고장은 없는데…… 어딘가 잘못된 곳이 있었던가?"
아무튼 효력이 없으면 가치가 없는 물건이다. 힘써 발명한 것이 허사인 모양이다.
얼마 후에 F 박사는 길가에서 옆집 여자아이를 만나 말을 걸었다.
"그 후 아버지는 안녕하신가?"
"예. 그런데 좀 이상한 일이 있어요. 요사이 잠꼬대를 영어로 말해요. 지금까지는 그런 일이 없었는데 웬일인지 모르겠어요."
자고 있을 동안은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역시 자고 있을 동안뿐이었다.
 
 
시험 작품
 
M 박사의 연구소는 조용한 숲 속에 있었다.
박사는 혼자 살고 있었다.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찾아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험상궂은 한 사나이가 찾아왔다.
"누구신지요?"
하고 박사가 묻자, 사나이는 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서는 겨누며 말했다.
"나는 도둑이다. 순순히 있는 돈을 모두 내놓으시지."
"나는 가난한 학자요. 오랫동안 연구를 거듭하여 겨우 제품을 하나 완성했으니까 곧 돈을 벌 수 있을 거요. 그러나 지금 당장은 돈이 없어요."
이렇게 M박사는 말했으나, 도둑은 물러가지 않았다.
"그렇다면, 연구한 시험 작품이라도 내놓으시지. 제작 회사에 가지고 가면 비싸게 팔 수 있을 테니까 말이오."
"안 되오. 줄 수 없어요. 남이 힘들여 연구한 것을 가로채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오."
"그렇다면 내가 찾아내겠소."
도둑은 박사가 달아나지 못하도록 한 손을 잡고 연구실 안을 샅샅이 뒤졌다.
그러나 시험 작품 같은 물건은 찾을 수 없었다.
끝으로 조그만 지하실을 들여다보았다. 책상과 의자만이 있을 뿐 텅 비어 있다.
도둑은 박사에게 말했다.
"내놓지 않으면 그냥 두지 않을 거요."
"그러면 죽일 테냐?"
"아니지. 죽여버리면 그 물건을 내 손에 넣을 수가 없지. 그 물건을 찾을 방법을 생각해 내었다. 빨리 이 지하실로 들어가시오."
"도대체 나를 어떻게 할 작정인가?"
"당신을 이 지하실에 가두어 놓고 나는 입구에서 지키고 있겠소. 시간이 흐르면 배가 고파 비명을 올리시겠지. 그 물건을 나에게 주겠다면 당장 이곳에서 풀어 줄 거고."
"이것 참, 곤란한 일이군. 그러나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결코 그 물건은 주지 않을 텐데."
박사는 끝까지 거절했기 때문에 지하실에 감금되고 말았다.
그러고 나서 하루가 지났다.
도둑은 입구에서 말을 결었다.
"어때? 배가 많이 고프시지…… 이제 항복하시는 게 좋을 텐데……”
"아니, 나는 절대로 항복하지 앓을 테다."
"소용없는 고집 부리지 마시오."
그러나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도둑이 말을 걸면 안에 갇힌 박사는 기운차게 대답했다. 때로는 유유히 부르는 노랫소리도 들려오는 것이다.
일주일이 지나고, 열흘이 지났다. 그러나 박사는 항복하지 않았다.
이렇게 되고 보니 오히려 도둑이 곤란하게 되었다.
가지고 있는 식량도 떨어져 가고, 출입구 앞에서 감시하는 것도 지루했다. 그런데다가 아무 것도 먹지 앉은 박사가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았으므로 어쩐지 겁조차 났다.
<내가 단념해야겠다. 언제까지 이렇게 하고 있을 수가 없어.>
도둑은 슬그머니 되돌아가고 말았다.
M박사는 지하실에서 나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이렇게 중얼거렸다.
"겨우 살아났구나. 시험 작품이 지하실에 있다는 것을 도둑이 눈치채지 못한 거야. 내가 완성시킨 것은 먹을 수 있는 책상과 의자를 만든 것이다. 덕택에 시험 작품을 내가 시험할 수가 있었다. 영양가는 괜찮은데, 맛이 좀더 나도록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장차 틀림없이 로켓 속에서나 우주 기지에서의 책상과 의자는 모두 이것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만일의 경우에 크게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약의 효력
 
부호인 R씨 집에 한 사나이가 찾아왔다.
"누구인지요? 무슨 용건인가요?"
하고 R씨가 묻자, 사나이는 대답했다.
"나는 발명가입니다. 연구를 거듭한 결과 굉장한 약을 완성시켰습니다. 당신에게 후원을 받아 많이 만들어 팔면, 서로가 돈을 벌 것입니다. 생각이 어떠신지요?"
"유리한 사업이면 자금을 대지요. 도대체 어떤 약이지요?"
그러자 사나이는 정제가 들어 있는 병을 꺼내서 옆 책상 위에 놓으면서 말했다.
"잊어버린 것을 기억해 내는 약입니다.”
"그래요. 그거 재미있는 약이군요. 사용 방법은?”
"간단합니다. 먹으면 됩니다. 이 한 알을 먹으면 어제의 일을 완전히 기억해 냅니다. 두 알이면 그저께, 세 알이면 사흘 전의 일을 기억해 냅니다.”
R씨는 병을 살펴보며 질문했다.
"여러 가지 크기의 종류도 있는데, 그 까닭은?”
"결과는 같지만 양이 많습니다. 중간 것은 한 알로 한달 전의 일을, 큰 것은 한 알을 먹으면 1년 전의 일을 기억해 내지요. 그래서 잘 섞어 가면서 복용하면 지나간 어떤 날의 일이라도 기억해 낼 수 있지요."
"네에…… 그러나 어떤 데 쓰이는가요?"
"여러 방면에 쓰입니다. 건망증에 결린 노인에게도 이것이 있으면 젊은 사람 못지 않게 일할 수 있을 것입니다. 메모나 일기를 쓸 시간이 없을 만큼 바쁜 사람도 안심하고 일에 열중할 수 있습니다."
"바쁜 세상에 정말 편리한 약이군요. 그런데 사람에게 해롭지는 않을까요?"
"물론 그 점은 안심하십시오. 나도 사용해 보았고, 동물에게도 여러 번 실험을 해 보았습니다."
사나이는 설명서를 꺼내서 자세히 설득하려고 하였으나, R씨는 손을 흔들었다.
"확실히 해롭지만 않으면 좋아요. 문제는 효과가 확실한가에 달려 있으니까요. 지금 내가 마셔서 효과가 확실한가 실험해 봅시다. 확실하다면 자금을 내지요."
"몇 알 잡수실 겁니까?"
"많이 주십시오. 10살 때의 일을 생각해 내고 싶습니다. 그렇게 옛날의 일도 효과가 있겠지요?"
"아직 나는 실험해 보지 않았습니다만, 효력이 있을 겁니다. 그보다도 더 이전의 갓난아이 때의 일도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나 태어나기 전의 일은 무리입니다만."
"그러면 시험해 봅시다요."
R씨는 약 알의 수를 헤아리며 컵의 물로 계속 마셨다. 그리고 눈을 감고 의자에 앉았다가 이윽고 눈을 떴다.
기다리고 있던 사나이는 궁금해하며 물었다.
"어찌 됐나요?"
"음, 굉장한 효력이오. 어린 시절을 생생하게 기억해 냈어요. 대단히 그리운 기분을 맛보았소."
"그것 참 다행이구려. 그러시면 자금을 내시겠지요?"
"아니, 그럴 작정이었는데 마음이 변했어요."
하고 R씨는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사나이는 그것을 보고 불평을 말했다.
"약속이 틀리지 않아요. 왜요?"
"알고 싶으면 내가 마신 만큼 약 알을 마셔 봐요.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어린 시절에 이웃에 살고있던 심술궂은 아이가 나를 자주 괴롭혔지. 그런 녀석과는 두 번 다시 사귀지 않기로 결심했지. 그 녀석은……”
이렇게 말하면서 R기는 앞에 있는 사나이의 얼굴을 손가락질했다.
 
 
악 마
 
그 호수는 어느 북쪽 나라에 있었다. 크지는 않지만 대단히 깊었다. 그런데 지금은 겨울이기 때문에 얼음이 두껍게 얼어 있었다.
S씨는 휴일을 즐기기 위하여 이곳에 왔다.
그리고 호수의 얼음에 작은 구멍을 뚫었다. 낚시를 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고기가 도무지 잡히지 않았다.
"재미없구나. 무엇이든지 좋으니까 잡혀 봐라."
이렇게 중얼거리고 낚싯줄을 구멍 속으로 넣자, 무엇이 걸린 것 같았다.
”하나 걸리기는 했는데 물고기 같지는 않구나. 무엇일까?"
끌어당겨 보니, 낡은 항아리 같은 것이 낚시 바늘에 걸려서 올라왔다.
"이런 것은 쓸모가 없어. 고물상에 가져가도 잘 사지 않을 거야. 그러나 안을 한 번 보아야지."
무심코 뚜껑을 열어 보니, 검은 연기가 솟아올랐다.
놀라서 눈을 감고 말았다.
조금 있다가 천천히 눈을 떠보니, 항아리 곁에 낯선 사람이 서 있었다. 검고 작은 사나이인데, 귀가 쫑긋하고 꼬리가 있었다.
"도대체 너는 뭐냐?"
S씨가 의심스럽게 물으니, 그 사나이는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악마다."
"정말인가? 그러고 보니 그림책에 있는 악마도 너와 같이 생긴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믿기 싫은 사람은 믿지 않아도 좋아. 그러나 나는 틀림없이 여기에 있지 않은가."
S씨는 몇 번이나 눈을 비비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러나 떨면서 물었다.
"왜 이런 곳에 나타났는지……?"
"이 항아리에 들어가 호수 바닥에서 잠자고 있었다. 낚시에 걸려 올라오는 바람에 잠에서 깨게 되었다. 자아, 그러면 오래간만에 슬슬 일을 시작해볼까?"
"어떤 일을 할 수 있습니까?"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무엇부터 해 보여 드릴까?"
S씨는 한동안 생각하고 나서, 이렇게 부탁했다.
"어떨까요? 내게 돈을 주시지 않겠습니까?"
"그래? 그런 일은 간단하지, 보라고."
하고 악마는 얼음 구멍에 손을 잠깐 넣고는 한 개의 금화를 꺼내었다.
순간적이며 간단한 일이었다. S씨가 받아 보니 진짜 금화였다.
"고맙습니다. 굉장한 실력입니다요. 좀더 주실 수 없을까요?"
"좋지, 좋아."
이번에는 한 웅큼의 금화였다.
"주시는 김에 좀더……”
"욕심꾸러기로구나."
"무슨 소리를 들어도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습니다. 꼭 부탁드립니다."
S씨는 여러 번 간청하고, 악마는 그 때마다 금화를 꺼내 주었다.
그러는 동안에 쌓이고 쌓인 금화의 광채가 사방을 빛나게 하였다.
"자아, 그만 하는 게 어떨까?”
라고 악마가 말했으나, S씨는 열심히 부탁했다.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시고 조금만 더…… 이번 한번만…… 아니, 끝으로 한 번만 더……”
악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또 금화를 집어 올려 곁에 놓았다.
그 때,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금화의 무게 때문에 얼음에 금이 가게 되었던 것이다. 그것을 알고 S씨는 호숫가로 뛰어나왔다.
호숫가까지 와서 정신을 차려 뒤돌아보니, 얼음은 큰 소리를 내면서 갈라지고, 금화도, 항아리도, 악마도 호수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었다.
재 난
 
그 사나이는 몇 마리의 쥐를 기르고 있었다. 많은 쥐 중에서 민감한 성질을 가진 쥐들만을 골라서 길렀다.
사나이는 매일 맛있는 먹이를 만들어 주고, 목욕도 시키면서 열심히 돌보아 주었다. 쥐가 병에 걸리면 자기 자신보다 더 걱정하였다.
쥐들도 그 사나이를 무척 따랐다. 맑은 날에는 뜰에 나가 사이좋게 놀고, 비 오는 날에는 집안에서 숨바꼭질을 하였다. 그리고 여행할 때에는 반드시 데리고 갔다.
그러나 사나이가 쥐를 기르는 것은 쥐를 좋아해서만은 아니었다. 사나이는 항상 쥐의 등을 쓰다듬어주면서 이렇게 중얼거렸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너희들이 없었더라면 나는 여러 번 재난을 당했을 거야."
쥐는 닥쳐올 위험을 미리 느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사나이는 그렇게 느끼고, 그것을 이용하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 연구는 성공하여 유용하게 쓰이게 되었다.
어느 날, 쥐들이 갑자기 집에서 도망쳐 나온 일이 있었다. 사나이는 이상스럽게 생각되어 쥐를 따라 집밖으로 나갔다.
바로 그 때, 심한 지진이 일어났다. 다행히 밖으로 나왔기 때문에 목숨을 건졌지, 만일 집에 남아있었더라면 무너진 집 밑에 깔렸을 것이다. 아마 죽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큰 부상을 입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또 이런 일도 있었다. 배를 타려고 할 때, 데리고온 쥐들이 가방 안에서 떠들기 시작했다. 배를 타지 않고 그 자리에 있었더니 쥐들은 조용해졌다.
출항한 그 배는 폭풍을 만나 침몰하고 말았다.
이렇게 쥐 덕택으로 목숨을 건진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런 일들을 생각하면서,
"아무튼 사고와 재해가 많은 세상이다. 이제부터는 서로 도와 가며 살자."
라고 사나이가 중얼거리며 쥐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으니까, 쥐들은 안절부절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위험이 닥쳐올 때에는 항상 이런 동작을 했었다.
"아하, 뭔가 일어날 모양이구나. 이번에는 어떤 일일까? 화재일까, 홍수일까? 아무튼 빨리 이사를 가야겠다."
급히 서둘러서는 집을 비싸게 팔 수 없다. 또 싼 집을 천천히 구할 겨를도 없다. 그러나 그만한 손해는 할 수 없다. 꾸물대다가 재난을 당하면 큰일이다.
새 집으로 이사를 하니, 쥐들의 동작은 평상시로 돌아갔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니 사나이는 그 재난이 어떤 것이었는지가 궁금했다. 그래서 전화를 걸어 물어 보기로 했다.
“여보세요, 나는 전에 그 집에 살던 사람입니다. 조금 물어 보고 싶은 말이 있는데요."
"무엇입니까? 잊어버린 물건이라도 있는지요?"
"아닙니다. 내가 이사한 뒤 그 곳에 아무 일이 없었는가 알고 싶어서요."
“뭐…… 별일 없었는데요."
"그럴 리가 없는데요. 잘 생각해 보십시오."
"그러고 보니, 당신이 이사간 후 옆집 사람도 이사를 갔군요."
"아, 그렇습니까? 이번에 오신 분은 어떻습니까? 아마 험상궂은 사람이겠지요?"
하고 사나이는 열심히 물었다.
재난은 옆집에 이사 온 사람 때문에 일어나겠지. 지금까지 그 집에 살고 있었더라면 지금쯤은 사건에 말려들어 갔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상대편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아닙니다. 온순한 사람입니다."
"정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고양이를 좋아하여 많이 기르는 사람인데요."
많은 고양이! 사람에게는 아무런 일이 없다. 그러나 쥐들로서는 예삿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구관조 작전
(구관조 : 찌르레기 과에 속하는 새)
 
아무도 오지 않는 깊숙한 산골짜기.
이 곳에 한 사나이가 오두막집을 짓고 살고 있었다. 우편이나 신문도 배달되지 않고, 전기도 없기 때문에 라디오나 텔레비전도 즐길 수 없었다. 그러나 사나이는 쓸쓸하거나 지루하지 않게 항상 새들을 벗삼아 살고 있었다.
그러나 조용한 생활이라고 해서 평화스럽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은 말하면 나쁜 짓을 계획하고 있었다.
사나이가 기르고 있는 것은 많은 구관조였다.
연구하여 특별한 모이를 만들어 길렀기 때문에, 보통 새와는 달리 머리도 좋고 나는 힘도 강했다.
사나이는 그 새들에게 매일 열심히 훈련을 시켰는데, 그것은 이러한 종류의 일이었다.
"알겠니? 가르친 대로 한 마리씩 순서대로 해 보아라."
하고 사나이는 명령하고, 집안에서 기다린다.
그리고 나면 얼마 안 되어 문에서 '톡톡' 하는 소리가 난다. 새가 날아와서 부리로 문을 두드리기 때문이다.
문을 열면 새는 안으로 들어와 이렇게 말한다.
"자, 순순히 다이아몬드를 내놓아라. 그리고 내 왼쪽 발에 달려 있는 주머니에 넣어라. 반항하거나 나를 잡으려는 생각은 하지 말아. 그런 눈치가 보이면 발에 달아놓은 소형 폭탄을 던지겠다. 그렇게 되면 너희들은 가루가 되고 만다."
계속 연습시킨 결과, 구관조들은 차츰 익숙해졌다.
사나이는 만족스럽게 중얼거렸다.
"잘 했다. 도시의 집들을 찾아서 날아가 지금 한대로 하면 된다. 자! 가거라. 그리고 또 집으로 돌아오너라."
그의 명령을 따라 여러 마리의 구관조는 도시 쪽으로 날아갔다. 새를 전송하면서 사나이는 중얼거렸다.
"도시 사람들은 꽤 놀라겠지. 아무튼 새까만 새의 강도가 갑자기 나타날 테니까. 이 작전을 방지하는 방법은 아무 것도 없을 것이다. 순찰 경관은 길이 없는 곳은 갈 수가 없으니 따라올 수가 없다. 헬리콥터 소리만 들리면 나무 가지에 숨도록 새들에게 가르쳐 놓았다. 레이더로서도 다른 새들과 구별할 수 없을 것이다."
기대에 부풀어 기다리고 있으니까, 구관조들은 차례로 집으로 되돌아왔다.
발에 달아놓은 주머니를 조사해 보니, 예상대로 빛나는 큰 다이아몬드들이 들어 있었다.
완전한 성공이다! 모든 것은 순조롭게 되었다.
몇 번 되풀이하니 큰 가방이 다이아몬드로 가득 차게 되었다. 사나이는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아아! 이런 산골에서 오랫동안 고생한 보람이 있구나. 이제 나도 큰 부자가 되었다. 이제부터 어떤 사치스러운 생활도 할 수가 있다. 자아, 그러면 도시에 나가서 다이아몬드를 팔아야지."
구관조들을 자유로이 풀어 주고 웃으면 내려왔다. 그리고 옛 친구를 찾아가서 의논했다.
“다이아몬드를 처분하고 싶은데 도와줄 수 없겠는가?"
"다이아몬드라고? 나를 놀리려는 게 아닌가?"
“정말일세. 보라고, 이렇게 있잖아. 잘 팔아주면 수고료를 톡톡히 줌세."
이렇게 말하고 사나이는 가방을 열어 보이며 의기양양해 했다.
그러나 그 친구는 머리를 가로 저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왜 그래? 별로 내키지 않나?"
"자네는 어디에 있었는가? 뉴스를 듣지 못했는가? 얼마 전부터 다이아몬드는 인공으로 대량 생산하게 되었네. 그래서 너무 많이 만들어 내어 가격이 형편없이 떨어졌다네. 지금에 와서는 아이들의 장난감으로 밖에 팔리지 않는다네."
산골짜기에서 살고 있던 사나이는 그런 것은 조금도 몰랐던 것이었다.
 
 
변덕스러운 로봇
 
“이것이 내가 만든 가장 우수한 로봇입니다.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을 위하여 이 이상의 로봇은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라고 박사는 자랑스럽게 설명하였다.
이 말을 듣고 있던 부자인 N씨는 말했다.
"꼭 내게 파십시오. 나는 멀리 떨어져 있는 섬의 별장에서 당분간 홀로 조용히 지낼 작정입니다. 그곳에서 사용하고 싶습니다."
"팔겠습니다. 유용하게 쓰일 겁니다."
하고 말하는 박사에게 많은 돈을 지불하고, N씨는 로봇을 샀다.
그 후 섬의 별장으로 가게 되었다. 돌아올 배는 한달 후에 오기로 되어 있다.
"자, 이제는 조용히 쉴 수가 있겠구나. 편지와 서류는 오지 않아도 되고, 전화도 걸려오지 않는다. 이제 담배라도 한 대 피울까?"
이렇게 중얼거리니까, 로봇은 곧 담배를 꺼내서는 불을 붙여 주었다.
"정말 잘 만들었구나, 그런데 배가 고파지는걸."
"예, 예, 잘 알겠습니다."
라고 대답하고, 로봇은 금방 식사를 만들어서 운반해 왔다.
식사를 하면서 N씨는 만족스러운 소리로,
"맛있군. 확실히 우수한 로봇이야."
요리뿐만 아니라 설거지도, 헌 시계의 수리도 하였다. 또 재미있는 이야기를 계속하여 해준다. 정말로 흠잡을 곳 없는 심부름꾼이다.
이렇게 하여 N씨에게는 굉장히 재미있는 나날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삼일쯤 지나고 나니,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다음날, 로봇은 유리를 닦다가 말고 도중에서 달아나기 시작했다.
N씨는 당황하여 뒤쫓았으나 좀처럼 불들 수가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힘들여 함정을 파서는 겨우 붙들어 집으로 데리고 오게 되었다.
명령을 하여 보니, 그런 소동을 까맣게 잊어버린 듯이 잘 움직인다.
"까닭을 알 수 없는데……”
좀 이상하게 되어 갔다. 갑자기 로봇이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큰소리로 명령해도, 머리를 두들겨도 그대로였다. 이유를 물어도 대답조차 없다.
"아니 고장난 모양인가 봐."
N씨는 하는 수 없이 자기 손으로 식사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그런데 조금 지나자, 로봇은 그전과 같이 온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때로는 쉬지 않으면 안 되는 모양이지."
N씨는 고개를 갸우뚱했으나, 박사에게 물어 볼 수도 없다.
로봇은 매일 무언가 사건을 일으켰다. 갑자기 날뛰는 경우도 있었다. 팔을 흔들면서 따라왔다. 이번에는 N씨가 달아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달아나 겨우 나무 위로 올라가 숨었기 때문에 위험을 피했다.
그러는 동안 로봇은 조용해진다.
"숨바꼭질을 할 작정이었던가? 아니면 머리가 좀 돈 것임에 들림 없다. 그만 잘못된 로봇을 사고 말았구나."
이렇게 하고 있는 동안에 한 달이 흘렀다.
마중 온 배를 타고 도회지로 돌아온 N씨는 제일 먼저 박사를 찾아가 불편을 했다.
"대단히 곤란을 당했어요. 그 로봇은 매일 같이 고장나기도 하고 미치기도 한다오."
그러자 박사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그래야 되는 것입니다."
"그래야 된다니요? 자아, 지불한 대금을 돌려주시오."
"천천히 설명을 들으십시오. 물론 고장을 일으키지 않고, 미치지 않는 로봇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로봇과 같이 한 달이나 생활하면 운동 부족이 되어서 살이 너무 찌기도 하고, 머리가 완전히 멍해집니다. 그렇게 되면 곤란하겠지요. 그래서 사람에게는 이쪽이 훨씬 좋습니다."
"그럴까요?"
하고 N씨는 알아들은 척했으나, 아직 조금은 불만스러운 표정이 남아 있었다.
 
 
박사와 로봇
 
F박사는 로켓을 타고, 별에서 별로 우주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 구경하러 다니는 것은 아니었다. 문명이 뒤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별을 찾아내면, 그 곳에 착륙하여 여러 가지를 가르치는 것이 목적이다.
얼른 생각해도 대단한 일 같은데, 어떤 별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그것은 박사가 자기 손으로 만든 일 잘하는 로봇을 하나 데리고 있기 때문이다.
크고 아름다운 모양은 아니었다. 그러나 힘이 세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었다. 또 대개의 말은 알아 들었고, 말도 할 수 있었다.
"자, 이번에는 저 별에 내리자. 망원경으로 살펴보니, 이곳 사람들은 우리들이 도와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하고 박사는 창 밖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조종석에 알아 있는 로봇은 언제나 충실히 대답했다.
"예,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로봇은 그 별에 착륙시켰다. 그 곳 사람들의 생활은 대단히 원시적이었다. 짐승 털로 만든 옷을 입고 동굴에서 살며, 흡사 아득한 옛날의 지구 같았다.
여기에서 가장 곤란한 것은 그 사람들과 사귀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돌을 던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로봇은 예사였다, 그 옆에 붙어 있으면 박사도 안전하였다.
이윽고 이쪽이 적의가 없다는 것을 상대도 알게 되고, 그 사람들의 말을 얼마만큼 알아듣게 되면서부터 일은 급속도로 진전되었다.
박사는 로봇에게 명령하여, 땅을 파서 일구며 종자를 심고 밭의 본보기를 만들게 하였다. 또 냇가에 수차를 만들어 그 이용법을 가르쳤다.
모든 일은 로봇으로서는 간단한 작업이었으나, 그 사람들은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지며 대단히 기뻐하였다.
또 동물 잡는 함정을 만드는 방법, 집 짓는 방법, 식량 저장법, 병을 예방하는 방법 등을 가르쳤다.
로봇의 머리 속에는 여러 가지 지식이 들어 있기 때문에 무엇이든지 가르칠 수가 있다.
F박사의 역할은, 다음은 어떤 명령을 내리면 될까를 생각하는 것 뿐이었다. 그리고 수시로 로봇에 기름을 치고, 에너지를 보급하고 바깥쪽을 닦아주면 되었다.
그리고서 약간의 시일이 흘렀다. 로봇이 쉬지 않고 일해 준 덕택으로 그 사람들의 생활은 훨씬 높아졌다. 그 사람들은 서로 싸우지도 않고 공부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배운 지식을 다른 사람에게 전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모양을 보고 박사는 말했다.
"자, 이제는 문명도 순조롭게 발전되어 나갈 것 같다. 이제부터는 자기 자신들이 힘을 합하여 일할 것이다. 서서히 출발하여 다른 데로 가자구나."
"네!, 그렇게 합시다."
로봇은 대답하고 그 준비에 착수했다.
그들이 출발하는 날, 소문을 듣고 몰려든 그곳 사람들은 모두가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덕택에 우리들은 그 전보다 놀랄 만큼 발전했습니다. 그 은혜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감격을 영원히 잊지 않기 위하여 기념상을 만들었습니다. 돌아가시기 전에 꼭 한 번 보아주십시오."
박사는 대단히 기쁜 모양이었다.
"모두가 그렇게 기뻐하고 감사하니 여기서 한 일에 보람을 느낍니다. 기쁘게 구경하겠습니다."
그 사람들에게 안내되어 박사와 로봇은 따라갔다. 그리고 언덕 위에 세워 놓은 동상을 보았다.
정성껏 만들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꽃으로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F박사의 상이 아니고, 로봇의 상이었었다. 그 곳 사람들이 존경하고 있는 것은 로봇 쪽이었다.
 
 
밤의 사건
 
그 로봇은 잘 만들어져 있었다. 젊은 여자를 본딴 로봇인데, 겉으로 보기에는 진짜 사람과 구별 못할 정도였다.
즐거운 표정을 하고 있다. 그러나 머리는 별로 좋지 않고 몇 마디 간단한 말만 할 뿐, 그러나 그것으로 만족했다. 교외에 있는 한 유원지의 문 결에 서있는 것이 그의 역할이기 때문에.
낮에는 대단히 시끄러웠다. 음악도 흘러나오고, 많은 사람들이 말을 걸기도 한다. 그래서 로봇도 바빴다.
그러나 지금은 조용한 밤, 행인도 없고 로봇은 잠자코 서 있을 뿐이었다.
그 때, 갑자기 뒤쪽에서 낮선 사람들이 나타나 로봇을 둘러쌌다. 보랏빛 얼굴인데 눈은 붉고 컸다.
그리 기분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허리에는 무기 같은 것을 차고 있었다.
"반항해도 소용없어. 우리들은 킬 별에서 왔다.”
하고 한 사람이 말하자, 로봇은 상냥스러운 소리로 말했다.
"먼 곳에서 참 잘 오셨습니다.”
"아니, 너무 침착한데. 우리들은 지구를 정찰하러 왔다. 접시 비행기를 타고 상공에서 망원경으로 관찰했다. 그리고 라디오 전파를 수신하여 말도 조금 배웠다. 그러나 완전한 보고를 하기에는 지구인을 더 조사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착륙한 것이다. 장차 언젠가는 우리가 이 별을 점령하게될 것이다."
"예, 당신들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건 이상하다. 그렇게 놀라지 않는데…… 졸음이 와서 어리둥절한가? 그렇지 않으면 우리들을 대수롭지 않게 보고 있는가? 놀라게 해 보자."
킬 별 사람들은 자세를 갖추어 긴 막대기를 흔들었다. 그것으로 로봇을 때렸다. 그러나 로봇은 웃는 얼굴로 상냥하게 대답했다.
"고맙습니다."
"어찌 된 까닭일까? 아무 것도 느끼지 않는 모양이다. 고맙다고 말하고 있어. 다른 방법으로 혼을 내주자. 우리들은 지구인의 약점을 발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강한 광선을 비추어 보아도, 나쁜 냄새가 나는 가스를 뿜어 보아도 여전하다.
"고맙습니다."
하고 로봇은 되풀이하여 몇 번이나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킬 별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맞대고 의논했다.
"안 되겠다. 어떤 무기를 써도 효력이 없는 모양이다."
“아니, 지구인은 웃음과 아픔을 모르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흔치 않은 강적이다. 우리 쪽이 오히려 기분이 나쁘다."
”아니야, 지구인은 싸움을 모르는 평화의 종족이겠지. 이렇게 혼을 내주어도 조금도 반항하지 않는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별을 점령하려는 우리들이 오히려 부끄럽다."
“아무튼 그대로 되돌아가는 게 옳을 것 같다."
이 의견에 모두 찬성했다.
걷기 시작한 킬 별 사람들에게 로봇은 작별 인사를 했다.
"벌써 돌아가시려고요? 또 오십시오."
킬 별 사람들은 수풀 속에 감추어 둔 접시 비행기를 타고 날아올랐다. 그것은 고속도로 소리도 없이 멀리 사라졌다.
하늘을 쳐다본 사람이 있었다면 유성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윽고 아침이 되어, 유원지에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웃는 소리와 고함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로봇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손님들이 말을 걸 때마다 간단한 인사말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어서오십시오.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고맙습니다…… 또 오십시오……”
 
 
나팔 소리
 
어떤 날 해질 무렵.
F박사 집에 손님이 찾아와서 이렇게 말했다.
"근래 여행을 하신 모양인데, 어디를 갔다 오셨습니까?"
박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남쪽 깊숙한 곳을 탐험하고 왔지요. 정글도 헤매고, 산도 넘고 대단히 재미있는 여행이었습니다."
"많은 대원을 데리고 간 여행이었겠네요?"
"아니오. 나와 안내인 두 사람이었소."
이 말을 듣고, 손님은 어색한 표정이었다.
"믿지 못할 말씀인데요. 필시 무서운 동물을 많이 만났을 텐데요?"
"그렇고 말고요. 그러나 그런 것은 쫓아버리면 되지요.”
"쫓아버리는 데는 많은 탄환과 총이 필요했겠지요? 그것을 운반하기에도 두 사람으로서는 힘겨웠을 텐데요."
"아니오. 총 같은 것은 쓰지 않았어요.”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손님은 대단히 알고 싶을 모양이었다.
F박사는 일어서더니 옆방에서 가느다란 물건을 가지고 와서는 보였다.
“이것이오. 내가 발명한 나팔이오."
말을 듣고 보니 나팔은 나팔인데, 보통 나팔같이 간단한 것은 아니었다. 끝에는 작은 전등이 달려있고, 옆에는 망원경 같은 것이 달려 있었다. 그밖에도 복잡한 전기 부품 같은 것이 많이 장치되어 있었다.
손님은 의아스러운 듯 물었다.
"이건 어디에 쓰는 것입니까?"
"전에 새를 부르는 피리 이야기를 들은 일이 있지요. 여기서 암시를 얻어 그 반대 것을 만들었지요. 쫓아버리는 피리를요. 물론 새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에도 효력이 있어요. 여기에 달려 있는 렌즈가 상대를 구분하여, 상대가 가장 싫어하는 소리를 자동적으로 낸다오. 말하자면 이 나팔을 상대를 향해서 불면 달아나고 말지요. 전지가 붙어 있어서 밤에도 사용할 수 있소."
"정말 잘 만들었네요. 총과 달라서 무턱대고 동물을 죽이지 않아도 되겠군요. 그러나 정말 효력이 있습니까?"
손님에게 질문을 받은 박사는, 때마침 뜰에서 걷고 있는 고양이를 보고, 그 고양이를 향해서 나팔을 불었다. 나팔은 개 짖는 소리를 냈다. 이 소리를 들은 고양이는 급히 달아나고 말았다.
"이런 거요. 쥐에 대해서는 고양이 소리, 새에 대해서는 매의 날개 치는 소리, 그런 거지요."
"그렇다면 무서움을 모르는 여행이었겠네요?"
"아, 그렇고 말고요. 그러나 혼난 것은 여행에서 돌아와서였소. 밤에 무슨 소리가 나길래 눈을 떠보니, 옆방에 도둑이 들어 와 있었소. 고함을 지르면 위험하고, 전화기에 가까이 갈 수도 없었소. 요즈음의 이 세상은 정글보다 위험하오."
"그래서 어떻게 하셨습니까?"
"큰 마음먹고 도둑을 향해서 나팔을 불어 보았지요. 그랬더니 급히 달아나고 말았다오."
“어떤 소리가 났습니까?"
"경찰 순찰차의 사이렌 소리였소."
손길은 점점 더 탄복했다.
"굉장한 효력이네요. 그러면 저를 향해 불어 보지 않겠습니까? 나는 절대로 놀라지 않겠습니다."
"무턱대고 사용할 수 없소."
하고 박사는 고개를 좌우의 흔들면서 나팔을 치우기 위하여 옆방으로 결어갔다.
손님은 박사가 나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시계가 10시를 치는 것을 듣고 박사에게 말했다.
"아니, 벌써 10시네요. 내 시계가 고장난 모양입니다. 이제 돌아가야겠습니다."
그리고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손님을 전송하고서F박사는 웃으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나팔이 낸 소리인 줄 모르고 돌아갔군. 오래 머물고 있으면 연구에 방해가 되어 곤란하지."
 
 
선 물
 
플로르 별사람들이 탄 한 대의 우주선이 여러 곳의 별들을 여행하는 도중에 잠시 동안 지구에 왔었다. 그러나 인류를 만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인류가 나타나기 전 아득한 옛날이었기 때문이다.
플로르 별사람들은 우주선을 지구에 착륙시키고, 대략 조사한 다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마 우리들이 온 것이 너무 빨랐던 모양이네. 이 별에는 아직 문명 같은 것은 없어. 가장 진보된 생물은 원숭이 정도이네. 더욱 진화된 생물이 나타나기에는 상당한 세월이 흘러야겠어."
"그래, 참 안됐네. 문명을 이끌어 주려고 왔는데. 그러나 이대로 되돌아가는 것은 서운하군."
"어떻게 할까?"
"선물을 남기고 가세."
플로르 별사람들은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금속제의 큰 달걀 모양의 용기를 만들고, 그 안에 여러 가지 물건을 넣었다.
수월하게 우주를 날 수 있는 로켓의 설계도, 모든 병을 고치고 젊어질 수 있는 약을 만드는 방법, 모두가 평화롭게 생활할 수 있게 하는 데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써놓은 책, 문자가 통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그림을 그리는 사전도 넣었다.
"이제 작업은 끝났다. 장래 주민들이 이것을 발견하면 굉장히 좋아하겠지."
"아, 물론이겠지."
"그러나 너무 일찍 열어서 가치 없는 물건으로 알고 버리지나 않을까요?"
“저것은 대단히 튼튼한 금속이다. 이것을 열 수 있는 정도라면 문명이 발달되어 있어서 써놓은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겠군. 그런데 이것을 어디에 들까?"
"해안 가까이는 해일에 휩쓸려 바다 속으로 밀려갈는지도 모르겠지. 산 위에는 화산으로 분화되면 안되니까 그런 걱정이 없는 건조한 장소가 좋겠지."
플로르 별사람들은 바다와 산에서 떨어진 넓은 사막 지방에, 그 선물을 놓아두고 자기 고향으로 되돌아갔다.
모래 위에 남겨둔 금빛 큰 달걀은 낮에는 태양에 반사되어 강하게 번쩍이고, 밤에는 달과 별의 빛을 받아 조용히 빛났다. 열리기를 기다리면서……
길고 긴 세월은 흘렀다. 지구의 동물들도 차츰차츰 진화하여, 원숭이 무리 속에서 도구와 불을 사용하는 종족, 즉 인류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그중에는 달걀을 발견한 사람도 있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상해서 무섭게 여겨 가까이 가지 않았을 것이고, 가까이 갔다고 하더라도 정체를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은빛 달걀은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사막 지방인 관계로 비는 오지 않았다. 비에 젖어도 녹슬 금속은 아니었다.
때로는 센바람이 불었다. 바람은 모래를 날려 달걀을 덮어버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영원히 묻혀 있지는 않았다. 다른 바람이 불어서 지상에 모습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런 일이 수없이 되풀이되었다.
또 길고 긴 세월이 흘러갔다. 인간들은 점점 수효가 늘고, 문명도 고도로 발달되어 갔다.
드디어 금속제의 달걀이 열릴 때가 왔다. 그러나 모두를 즐겁게 해 주기 위해서 열린 것은 아니었다.
모래 속에 그런 물건이 묻혀 있는 것도 알지 못하고 그 상태에서 원자 폭탄 시험이 실시되었다.
그 폭발은 굉장하였다. 용기의 바깥쪽 금속뿐만 아니라, 안에 들어 있는 물건까지 모조리 가루로 만들고 형태도 없이 태워버리고 만 것이다.
 
 
실 패
 
S씨는 궁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렇다 할 일도 하지 않고, 여가만 있으면 자기 방안에 틀어박혀 있었다. 방안에는 설계도와 계산에 사용한 종이와 기계 부품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하루는 친구가 찾아와서 말을 걸었다.
"여전히 기계 만지는 데 열을 올리고 있군. 언제까지 그런 일만 하고 있을 작정인가? 일정한 일을 하는 것이 나을 성싶네."
"아니 이것으로 끝났어. 이제 겨우 완성시켰다네."
하고 S씨는 의기 양양하게 곁에 있는 장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란도셀(등에 메는 초등학생용 가방)만한데, 안테나가 여러 개 나와 있고 스위치도 달려 있다.
친구는 그것을 눈여겨보면서 말했다.
"그것 참 잘 했네. 무엇에 쓰이는 장치인가?"
"곧 구경시켜 주겠네."
S씨는 방구석에 있는 텔레비전을 켰다. 막 야구 중계 중이었다. S씨는 그 곁에 장치를 갖다놓고, 스위치를 넣고는 친구 곁으로 돌아왔다.
친구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이상하군. 텔레비전의 소리가 갑자기 들리지 않네. 화면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왜 그런가?"
"그건 이 장치의 역할 때문일세. 즉 이 장치에서 2미터 이내에는 소리가 모두 사라지고 마는 것일세. 소리만을 차단시키는 벽이 생겨 둘레를 감싸는 것이라고 할까."
S씨는 곁에 있는 유리병을 손에 들고 장치 가까이를 향해 던졌다. 병은 마루 바닥에 부딪쳐 깨졌으나, 소리는 나지 않았다. 그러나 장치에서 떨어진 장소에 병을 던지니, 와장창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친구는 감탄했다.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이상한 것을 발견했네. 그런데 이걸 어디에 사용하려는 건가?"
"요긴하게 쓰이고 말고. 나는 곧 큰 부자가 될 것이라네."
“어디에 팔 작정인가?"
"그건 아직 비밀일세."
이용법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 못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S씨는 나쁜 일에 사용하려고 이것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날 밤, 사람들이 잠자고 있을 시간에 S씨는 장치를 어깨에 둘러메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전부터 눈독을 들이고 있던 건물로 살그머니 들어갔다.
유리 창문을 깨고 들어갔다. 그러나 장치의 작용으로 소리는 조금도 나지 않았다.
곧 큰 금고를 열기 시작했다. 다이얼 번호를 모르기 때문에 드릴로 구멍을 뚫어서 열 수밖에 없었다. 난폭한 방법이지만 소리가 들릴 염려가 없어서 좋았다.
S씨는 이윽고 금고를 열고, 안에 들어 있는 많은 돈을 준비하여 가지고 온 가방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유유히 들어온 곳으로 나갈 찰라, 그만 경찰관에게 붙들리고 말았다.
깜짝 놀란 S씨는 장치의 스위치를 끄면서 중얼거렸다.
"까닭을 모르겠군. 내 마음대로 되었을 텐데, 왜 실패했을까?"
경찰관도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우리도 까닭을 모르겠다. 이 건물은 유리 창문이 갈라지면 비상벨이 울리게 되어 있다. 관리인이 전화를 걸었기에 순찰차의 사이렌 소리를 내어가며 달려왔다. 이렇게 소란스러운 데도 달아나지 않고 수월하게 붙들리는 도둑놈은 처음 보았다.”
장치의 작용은 밖의 소리도 차단시켜 S씨에게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안 약
 
K씨는 혼자 살고 있었다. 그 방의 책상 위에는 비커와 실험관을 위시하여 화학용 기구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각종 약품과 식물에서 얻은 즙을 넣은 병도 있다.
그는 매일 액체를 혼합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또 흔들기도 하고, 열을 가하기도 하고, 냉각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광선에 쪼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K씨는 즐거운 소리를 질렀다.
"야아, 겨우 됐다. 이러면 됐다!"
그가 만들려고 하는 것은 새로운 안약이었다. 그렇다고 하여 눈병을 치료하는 약이 아니라, 나쁜 사람을 구별할 수 있는 작용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즉 이 안약을 눈에 넣고 보면, 나쁜 일을 계획한다든지 생각하고 있는 사람의 얼굴이 보랏빛으로 보이는 것이다. 얼굴에 보라색을 칠하는 사람은 없으니 틀릴 염려는 없다.
"자, 그러면 효과가 확실한지 어디 시험하러 나가보는 거다."
K씨는 그 안약을 눈에 넣고 밖으로 나왔다. 그러면서 사방을 살폈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통의 얼굴빛을 하고 있거나 간혹 보랏빛이 약간 비치는 사람도 있다. 나쁜 사람일수록 얼굴빛이 진하게 보이는 작용을 한다.
“정말 세상에는 심하게 나쁜 사람은 적은 모양이구나."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는데, 진한 보랏빛의 사나이를 발견했다. 가방을 들고 길에 서 있었다.
K씨는 파출소로 가서 경찰관을 데리고 와서는 부탁했다.
“저 사나이를 체포해 주십시오."
“아니, 아무 근거도 없는 사나이를 체포할 수는 없어요."
이상하게 여기는 경찰관에게 K씨는 재촉했다.
“그 책임은 내가 지겠습니다."
경찰관은 이상하게 여기면서도 그 사나이 가까이로 가서 말을 걸려고 했다.
"여보시오……"
그 순간 사나이는 당황하여 달아나려고 하다가 곧 붙들리고 달았다. 가방을 열어 보니, 그 안에는 많은 금시계가 들어 있었다. 경찰관은 눈을 둥그렇게 뜨고 K씨에게 말했다.
“이 시계는 요전에 귀금속 가게에서 강도에게 도난 당한 물건이었소. 덕택에 범인을 잡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 가게에서 물건을 찾은 사례금이 나올 겁니다. 그런데 이 사나이가 범인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아냈습니까?"
“행동이 수상스러웠습니다."
K씨는 그 이유를 비밀로 하고 이렇게 대답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크게 기뻤다.
발명한 안약의 효력이 있음을 똑똑히 확인했다.
또 많은 사례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좋은 장사꺼리를 얻었다. 이런 일을 되풀이하면 돈을 많이 벌게된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K씨는 자기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무심코 거울을 들여다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니나다를까,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이 보라색을 띠고 있지 않은가!
"이럴 리가 있지? 나는 악인이 아니다. 도둑도 잡았다. 왜 이럴까?"
K씨는 잠시 동안 생각에 잠겨 있다가, 만든 약을 모두 아낌없이 버렸다.
"아마 약의 작용이 어긋난 모양이다. 금방 도둑을 잡게 된 것도 우연이었겠지."
그러나 이 약의 효력은 확실했다. 이러한 발명은 곧 발표하여 이 세상에 유용하게 쓰여져야 할 것이다. 그것을 자기만이 아는 비밀로 만들려는 것은 결코 좋은 마음씨라고 말할 수 없다.
 
 
이상한 로봇
 
N박사는 한 로봇을 만들었다. 그리고 나서는 집에 있을 때나, 연구소에 있을 때나 언제나 곁에 두었다. 출근 도중은 물론, 휴일에 놀러갈 때도 꼭 데리고 갔다.
박사의 뒤를 로봇이 따르는 것이다. 마치 박사의 그림자처럼……
그렇게 크지 않고 야윈 로봇이기 때문에 차를 탈 때에도 큰 지장은 없었다. 그러나 이 로봇이 어떤 일을 하는지 박사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하루는 N박사의 집을 찾아온 친구가 물었다.
"자네는 항상 로봇과 같이 있군."
”그래.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네."
“그런데 이 로봇이 일하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네. 커피를 나르지도 않고 청소도 하지 않는 것 같네."
“그런 일을 시키기 위해서 만든 것이 아닐세."
“그렇다면 어디에 사용되는가?"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네.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네."
박사는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래서 친구는 로봇에게 물어 보기로 했다.
"너는 어떤 일을 하는 로봇이냐?"
로봇이라면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번이나 물어 보아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친구는 다시 N박사에게 물어 보았다.
“이 로봇은 귀가 먹었는가?"
"아닐세."
"그러면 벙어리인가?"
"그렇네. 듣고 이야기할 필요가 없는 로봇일세."
그러나 이 설명으로도 그 로봇의 수수께끼가 풀리지 않았다.
친구는 더욱 이상하게 여겨, 다음날 N박사가 외출할 때에 몰래 뒤를 밟아 보았다.
그러나 로봇은 박사 뒤를 따라 걸을 뿐,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 박사의 가방을 대신 들고 가지도 않고, 박사가 손수건을 떨어뜨려도 줍지 않았다.
친구는 한 가지 꾀를 생각해 내었다. 개를 덤벼들게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고 보면 멍청히 서 있지는 않을 것이다.
개는 사납게 N박사에게 덤볐다. 놀란 박사가 허겁지겁 도망을 쳐도 로봇은 박사를 도와 주지 않을 뿐더러, 같이 도망을 쳤다. 이 모양을 보고 친구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쓸모 없는 로봇이구나."
또 연구실도 남모르게 들여다보아도 여전히 로봇은 박사 옆에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친구는 더 이상 조사해 보았자 소용이 없다고 단정하였다.
해질 무렵 N박사는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잘 시간이 되면 박사는 짧게 명령하는 것이었다.
"자, 부탁한다."
이 명령에 따라 로봇은 잠시 동안 일을 한다. 책상 위에 노트를 펴놓고 일기를 쓰기 시작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외출했을 때 손수건을 떨어뜨린 것과, 개에게 혼이 나서 달아난 것 등을……
N박사는 침대에서 그것을 바라보며 웃으며 혼자 중얼거렸다.
"나는 일기 쓰는 것이 귀찮아서 이 로봇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정을 남에게 이야기할 수야 없지."
 
 
스피드 시대
 
날씨가 좋은 휴일, 부호인 R씨는 뜰에서 꽃밭 손질을 하고 있었다.
그 때, 울타리 너머로 말을 거는 사나이가 있었다.
“화초를 좋아하시는 모양이군요."
"예, 좋아합니다."
하고 R씨가 대답하니까, 사나이가 다시 말했다.
“조금 보여드릴 것이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꽃씨라도 팔려는 건가요?"
“더 좋은 것입니다. 씨를 주리고, 이 가루를 물에 녹여서 뿌려 주면 굉장히 빠르게 자랍니다."
하고 사나이는 대문으로 들어와서는 뜰로 왔다. 그리고는 병에 넣은 흰 가루를 보였다.
R씨는 웃었다.
“마치 꽃을 피우는 요술쟁이 이야기 같군요. 도저히 믿을 수 없습니다."
“의심스러우면 지금 곧 실험해 보여 드리겠습니다. 이것은 수박, 이것은 딸기, 이것은 토마토입니다."
“그렇다면 이것도 심어 봅시다. 나팔꽃의 종자입니다."
"좋습니다."
사나이는 이렇게 말하고, 삽을 빌려서는 땅에 종자를 묻었다. 그리고 병의 가루를 녹여서 졸졸졸 뿌려주었다.
R씨는 그것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어리석은 짓입니다."
"아니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조금이라고 말해도 1주일은 걸리겠지요."
"천만에 말씀. 자, 보십시오."
하고 사나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장소를 보았을 때, R씨는 그만 눈이 휘둥그래지고 말았다. 이미 싹이 트기 시작하고 있었다.
"참 놀라운 일이오. 요술을 부린 것은 아니겠지요?"
"마술도 요술도 아닙니다. 방금 뿌린 종자가 자라난 것입니다. 손으로 만져 보십시오."
손으로 만져 보니 확실히 가짜는 아니었다. 지켜보고 있는 동안 싹은 점점 커올라 갔다.
"너무나 이상한데요."
"가루의 힘이지요. 성장을 빠르게 만드는 약을 완성하는 데 대단히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효과는 보신 바와 같이 굉장히 빠르지요."
종자를 뿌리고 3시간 정도인데, 꽃이 피고, 열매가 맺기 시작했다.
사나이는 그 열매의 껍질을 벗겨 나에게 내밀었다.
"잡숴 보십시오."
R씨는 두려워하면서 입안에 넣었다. 모두가 맛이 좋았다.
"좋은데요. 이건 대단히 편리한 발명이오. 사용하면 매일 신선한 과일을 먹을 수 있겠군요."
"그렇고 말고요. 많이 잡수십시오.”
R씨는 계속 피어나는 나팔꽃을 감상하면서 수박, 딸기, 토마토를 입에 넣었다.
"이제 배가 부릅니다. 그런데 이 발명을 나에게 파시지 않겠습니까? 이 약을 대량으로 생산하면 사람들도 즐거울 것이고 나도 돈을 벌고요.”
"사실은 나도 그걸 원하고 부탁하러 왔습니다. 이 연구를 위하여 많은 빛을 졌지요.”
이렇게 이야기가 되어, R씨는 돈을 지불했다. 사나이는 약과 그 제조법을 쓴 서류를 그에게 넘겨주고, 인사말을 하고 돌아갔다.
R씨는 집으로 들어와 대단히 기뻐했다.
"자, 이제부터 바빠지겠다. 이 약을 많이 만들어 팔아야지."
그러나 조금 뒤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앞서 많은 수박 등을 먹었는데, 벌써 시장기가 들었다.
"아니 너무 성급하게 산 것 같다. 이 방법으로 자라난 과일은 배 안에 들어가서도 스피드가 줄지 않는 모양이다."
창에서 뜰을 내다보니, 나팔꽃과 모든 식물이 이미 말라붙고 있었다.
 
 
딱따구리 계획
 
도시에서 떨어져 있는 숲 속에 작은 오막살이집이 있었다.
그 집은 별장도 아니고 악인 집단의 본부였다.
하루는 두목이 이곳에 부하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좋은 계획을 생각해 내렸다. 너희들도 힘을 좀 써야 되겠다."
"은행 강도라도 할 작정이십니까?"
하고 말하며, 부하들은 기운을 내었다.
그러나 두목은 손을 가로 저었다.
"아니다. 그런 쩨쩨한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아무도 생각해 내지 못한 굉장한 일이다. 어때, 한번 해 볼 텐가?"
"하고 말고요. 명령만 내리십시오."
"그러면 맨 먼저 시내에 가서 쇠그물을 사 가지고 오너라."
이 소리를 들은 부하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디에 쓰시려고요?"
"큰 새집을 만들려고."
"이상한데요. 조금도 대단한 일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데 요."
"이 집에 많은 딱따구리를 기를 작정이다."
"점점 이해 못하겠는데요."
라고 말하며 의심하는 부하들에게 두목은 말했다.
"너희들도 모를 정도이니, 다른 사람은 더욱 눈치 채지 못할 것이다. 이 계획을 진행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성공에 자신이 생겼다."
"도대체 딱따구리를 어떻게 할 작정이십니까?"
"초인종 누르는 단추를 향해 부리로 쪼는 훈련을 시킨다. 그리고 시내를 향해 날리는 것이다. 어떻게 된다고 생각하나?"
"대문에 달려 있는 초인종 단추를 누르겠지요."
"그렇다. 그뿐만 아니라 화재용 비상벨을 모두 누르는 것 이다."
설명하고 있는 동안에 부하들은 차츰 알게 되었다.
"경찰은 대단히 당황하겠지요."
"그뿐만 아니라 오토메이션(전자 장치를 이용한 자동 제어에 의하여 전 생산 공업을 자동화하는 방식) 공장에 살며 시 들어가 단추를 누르면 이상한 물건들이 계속 나온다. 전자계산기가 있는 방에 날아 들어가 키를 누르면 엉터리 같은 답들이 나온다."
"전 도시가 큰 혼란에 빠지겠군요."
"그렇고 말고. 그러는 동안에 우리들이 출동한다. 혼란을 틈타 좋은 물건을 우리 마음껏 가져올 수 있는 거야."
"묘한 방법입니다. 잘 알았습니다. 우리 두목님답게 굉장한 계획입니다. 곧 일을 시작합시다."
부하들은 곧 큰 새집을 짓고, 딱따구리를 기르며 수효도 증가시켰다. 매일 모이를 주어 가며 부리로 단추를 누르도록 훈련시켰다.
이윽고 이만하면 잘 훈련되었다고 단정한 두목은 딱따구리를 일시에 하늘에 날렸다.
"자, 라디오를 들어가며 기다리자. 곧 큰 소동의 뉴스가 방송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들은 트럭을 타고 출발하는 거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임시 뉴스는 방송되지 않았다. 밤까지 지치도록 기다리고 있을 때, 이러한 평범한 뉴스가 방송되었다.
"오늘 교외에 있는 한 조류 연구소에 장난꾸러기가 들어온 모양인지 문을 열고 단추를 누른 모양입니다. 그로 말미암아 실험용으로 기르고 있던 많은 매들이 밖으로 날아갔습니다. 그러나 해질 무렵에는 거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범인은 아직 모르지만, 매로 인하며 피해를 입은 사람은 연구소로 알려주시면 손해만큼의 금액을 지불하시겠답니다……”
이 뉴스를 듣고 악인들은 깜짝 놀랐다.
맨 먼저 생각지도 앉은 단추를 누르고 만 모양이다. 힘들여 훈련시킨 딱따구리는 모두 매에게 잡아먹히고 만 모양이다. 크게 벌려고 한 계획이 실패하여 도리어 큰 손해를 보았다. 그렇다고 이 일을 가지고서 조류 연구소에 손해를 신청할 수도 없다.
 
거 래
 
연기가 피어나더니 악마는 소리 없이 나타났다.
이렇게 가끔 세상에 나타나 사람에게 해로움을 끼치곤 했다.
악마는 좌우를 살펴보았다. 조용한 밤인데, 가까운 곳에 작은 집 한 채가 있었다.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니 안에 한 사나이가 있었다.
악마는 꼬리를 감추고 현관의 문을 두드렸다.
"계십니까?"
될 수 있는 대로 부드러운 소리로 말했다.
안에서 밖으로 나온 사람은 말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나는 이 집을 지키는 사람입니다만……”
”실은 당신에게 훌륭한 선물을 드리려고 찾아온 사람입니다."
”그런 이야기라면 다른 집으로 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나는 욕심쟁이가 아니니까요."
이렇게 거절당했으나, 악마는 공손한 태도로 말을 이어 나갔다.
“체면을 중시하는 분이군요. 당신 같은 사람이야말로 나의 선물을 받아야 합니다."
"도대체 무엇입니까?"
"어떠한 시합에도 이길 수 있는 힘입니다."
"그런 힘은 필요 없습니다."
"그러나 가지고 있어도 손해볼 것은 없겠지요. 꼭 받아 주십시오."
“명령이시라면 받겠습니다."
"그러셔야죠. 자, 그러면……”
악마는 그 사람의 가슴에 손가락질하며 입 속으로 뭐라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자, 이제 끝났습니다. 시험삼아 주사위를 굴려 보십시오. 1을 원하는 마음만 먹으면 꼭 1이 나올 것입니다."
"예, 해 보겠습니다."
주사위를 열 번 던져 보아도 1만 나왔다. 이상하기 짝이 없다.
"어떻습니까? 기쁘지요?"
"별로 기쁘지 않습니다."
"아니오. 차차 고마움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이 힘을 잘만 이용하면 뜻대로 많은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악마는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정직한 사람이라도 이 힘을 이용하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쉽게 번 돈은 쉽게 쓰게 마련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착실히 일하는 것을 보고 바보스럽게 생각될 것이다. 말하자면 나쁜 일이 세상에 퍼지게 될 것이다.
악마는 또 말했다.
”이만한 선물을 드렸으니, 나의 부탁도 들어 주십시오."
“무엇입니까? 말씀해 보십시오."
"당신이 죽을 때에는 당신의 영혼을 나에게 주겠다는 약속을 해 주십시오."
그러나 그 사람은 미안한 듯이 말했다
"영혼 같은 것은 없습니다."
“당신은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실 뿐입니다. 꼭 약속해 주십시오."
“그렇게 말하신다면 하는 수 없습니다. 약속하겠습니다."
"자, 거래는 이제 끝났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악마는 그 사람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 빨리 모습을 감추어 자기 나라로 돌아갔다.
다음날 아침, 그 집에 F박사가 친구를 데리고 돌아왔다.
그리고 이렇게 설명했다.
“이것이 내가 만든 로봇이라네. 말을 잘 듣고 집도 잘 지킨다네."
"사람과 똑같이 생겼군.”
친구는 감탄했다.
그 친구에게 박사는 권했다.
“어떤가? 로봇을 상대로 트럼프를 해 보지 않겠는가?"
"싫네. 정교한 전자 두뇌를 가진 로봇을 상대해서는 무슨 일을 해도 지기 마련일세. 아무도 상대할 사람은 없을 거네."
이것을 알았다면 악마는 대단히 분하게 여기겠지. 로봇이 시합에 이겼다고 해서 세상에 나쁜 일은 번지지 않는다. 또 영혼을 자기 손에 넣으려고 기다려도 로봇은 죽지 않는다. 설령 죽는다고 해도 영혼이 없다.
 
암흑 성운
SF 세계명작 42
 
인 쇄      1977년 5월 1일
발 행      1977년 5월 5일
역 자      박 홍근
조 판      태광 문화사
제 판      명립 정판사
오프셋 인쇄 장원 정판사
활판 인쇄   삼정 인쇄소
제 본      양지 제책사
발행인     박 훈
발행처     아이디어회관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 5가 19-29
      등록 제 2-213호
전 화      (26)1975, (25) 1970
 
값 5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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