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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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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청소년 위한 SF세계명작소설

도망친 로봇 -델 레이
2021년 03월 19일 16시 35분  조회:407  추천:0  작성자: 강려
도망친 로봇
델 레이

<차 례>
 
지구에서의 뉴스················· 3
아버지와 아들의 다툼·············· 11
팔려간 로봇··················· 18
빼앗긴 바지··················· 26
도망친 로봇··················· 34
사막의 동굴··················· 42
가나폴리스를 향하여··············· 47
화물 우주선 드라베라호············· 56
화성에로의 여행················· 63
밀항 소년···················· 72
선장의 노여움·················· 78
체포된 폴···················· 87
화성 도시···················· 96
모래 폭풍우·················· 104
푸른 지구··················· 112
다시 만나다·················· 120
 
지구에서의 뉴스
 
오늘은 아주 기쁜 날이다.
폴의 아버지가 지구에서 우주선으로 돌아온다.
나는 폴을 따라 아침부터 우주 공항으로 갔다.
여기는 목성의 제 3위성 가니메데-.
폴의 아버지 로저 심프슨은 가니메데의 총독이다.
집은 가니메데에서 가장 큰 도시, 산발레이에 있다.
식구들은 아버지, 어머니 16세의 소년 폴과 9세의 누이동생 제인.
그리고 나는 폴을 경호하고 장난 상대를 하는 가정용 로봇이다.
내 몸통은 튼튼한 강철로 만들어져 있다. 얼굴에는 큰 눈이 하나, 머리 위에는 안테나가 있다. 특히 내 자랑은 사람처럼 바지를 입고 있다는 점이다.
나의 정식 이름은 'Q=5=7=356'이라는 번호인데, 보통 '렉스'라는 사람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렉스, 조금 천천히 걸어라."
폴은 마을에서 공항까지 가는 동안, 몇 번이나 쉬었다. 기압복(氣壓服)이 무거운 모양이다.
가니메데는 공기가 희박하다. 그러므로 사람은 밖에 나갈 때, 공기가 들어 있는 기압복을 입지 않으면 죽어버린다.
그러나 로봇인 나는 공기가 없어도 아무렇지 않다.
"안아 줄까요?"
 
하고 내가 말하자, 폴은 화를 냈다.
"난 이제 16살이야. 8킬로 정도의 길은 내 힘으로 걸어."
이 대답을 듣고 나는 기뻤다.
폴은 자기의 일은 자기가 할 수 있을 만큼 크게 자랐으므로-.
내가 폴을 처음 만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폴이 아직 3살밖에 되지 않았을 때였다.
폴의 아버지가 가니메데 총독이 되어 지구에서 산발레이로 올 때, 폴을 위하여 나를 샀던 것이다.
그 때부터 나는 계속 폴과 함께 살아 왔다.
폴은 해마다 성큼성큼 커 갔어도 나는 달라지지 않는다.
"너는 왜 조금도 크지 않고 그대로니?"
하고 폴은 곧잘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나는 폴을 돌보아줄 뿐만이 아니라, 어릴 때는 가정교사의 역할도 했다. 폴에게 옛날 이야기 책을 읽어 준 일도 있다.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고급 가정용 로봇이다. 가니메데의 농장이나 산에서 일하는 노동용 로봇과는 다르다.
전자 두뇌의 덕분으로 사람과 말도 할 수 있으며, 글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영리한 로봇이라도 역시 사람에 따를 수는 없다. 요즈음에는 폴이 나보다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자기가 공부한 것을 나에게 여러 가지로 가르쳐도 준다.
우리들이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마침 우주선이 착륙할 때였다.
"봐라, 저기다!"
폴이 상공을 가리켰다. 안개에 쌓인 하늘 한 쪽에 파란 불길이 힘차게 튀어 오르고, 이어서 은빛의 거대한 선체가 그 모습을 나타내었다.
이렇게 말해도 나는 색깔을 모른다. 무엇이든 검거나 흰 색깔로 보인다. 다른 색깔은 폴에게서 배웠던 것이다.
"야, 굉장하구나!"
폴은 눈을 빛내면서 우주선의 착륙을 지켜보았다.
"나도 언젠가는 아버지처럼 우주선을 타고 지구로 가겠어."
3살 때까지 지구에 있었던 폴은 지구에 대해서 희미하게나마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도 지구의 로봇 제조 공장에서 태어난 모양이지만 전혀 기억이 없다. 그러므로 별로 가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사히 착륙한 우주선에서, 기압복을 입은 아버지 로저가 맨 먼저 나타났다.
"폴, 이쪽이야!"
하고 손을 들고 있는 서류를 흔들면서 외쳤다.
"빨리 집으로 가자. 모두에게 알려 줄 뉴스가 있어."
"어떤 뉴스, 아버지?"
폴은 아버지에게 매달렸다.
"집에 가서 어머니와 함께 듣는 게 좋아요."
아버지는 제트카에 오르며,
"너희들도 빨리 타거라."
하고 말했다.
"네, 타겠어요."
폴은 힘차게 제트카에 뛰어오른다. 나도 폴의 뒤에 올라탔다.
제트카는 유선형의 오픈카다. 밑바닥은 평평하며, 뒤에 3개의 제트 분사 장치가 달려 있다. 거기서 가스를 내뿜으며, 지면에서 30센티 정도 떠서 굉장히 빠른 속도로 나아간다.
공항에서 마을까지 8킬로의 사막도 눈 깜짝할 사이에 뛰어넘는다.
산발레이의 마을은 플라스틱의 돔으로 완전히 싸여 있다. 돔 안에는 지구와 같은 공기가 넣어져 있다.
그러나 마을에는 그다지 건물이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집들이 지하에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었다.
로저와 폴은 큰 아파트의 입구에서 기압복을 벗고, 지하의 방으로 뛰어 내려갔다.
"어서 오세요."
어머니와 누이동생 제인이 아버지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아버지의 얼굴은 빨갛고, 몹시 상기되어 있다.
어머니는 걱정스러운 듯,
"무슨 일이 있었어요?"
하고 물었다.
"우리들은 되돌아가게 됐어. 지구로 돌아간다."
하고 로저는 큰 소리로 외쳤다.
그 순간 모두 말이 없었다.
폴은 눈을 크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아버지, 그게 정말이에요?"
"정말이야, 폴. 우리는 지구로 돌아간다."
아버지의 커다란 손이 폴의 어깨를 꽉 쥐었다.
 
아버지와 아들의 다툼
 
"언제 여기를 떠납니까?"
어머니는 의자에서 일어섰다.
"10일 후."
하며 아버지는 다시 한 번 모두를 둘러보며, 이렇게 말했다.
"스타퀸호로 지구로 간다."
"뭐, 스타퀸호로? 야, 신난다!"
폴은 자기도 모르게 손뼉을 쳤다.
스타퀸호는 혹성 여행 연맹에서도 가장 큰 최신형의 우주선이다.
"안에서 지구의 과일을 먹을 수 있죠. 바나나도 오렌지도……."
제인도 한 마디 거들었다.
"어머, 그렇게 먹고 싶은 것이 많니?"
어이가 없다는 듯 어머니가 웃었다.
나도 스타퀸호에 대해서는 그 전부터 폴에게서 들어 알고 있었다. 많은 관광객을 태우고, 금성이며, 화성을 도는 우주선이다.
긴 우주 여행 도중에 손님이 지루하지 않도록, 스포츠나 게임 등의 설비까지 마련되어 있는 호화로운 우주선이다.
"굉장하지, 렉스?"
폴은 나의 손을 잡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 10일밖에는 여기에 있지 못해. 그 동안에 할 일이 무척 많아. 이리 와라, 렉스."
갑자기 폴은 나를 방에서 끌어내려고 했다.
"잠깐만."
아버지가 우리들을 불러 세웠다.
"렉스를 버섯 공장에 심부름을 시켜야겠어. 그 동안에 우리들은 앞으로의 일을 의논하자."
이렇게 말하고 나서, 나에게 하얀 봉투를 주었다.
"이것을 공장장 카아겐에게 갖다 드려라. 회답은 필요 없어."
"네, 알겠습니다."
나는 곧 집을 나와서 공장으로 향했다.
역시 나도 기쁘다.
폴과 함께 훌륭한 우주선을 타고 지구로 돌아가는 것이다. 지구는 어떤 곳일까?
폴의 이야기로 미루어 보면, 가니메데와는 매우 다른 모 양이다. 가니메데의 하루는 100시간인데, 지구의 하루는 겨우 24시간이란다.
더욱이 지구의 밤은 어둡고, 낮 동안은 태양이 비치어 눈부실 만큼 밝은 모양이다. 그 점에서도 좀 다르다.
가니메데에서는 큰 목성이 하늘 가득히 떠서, 언제나 태양의 빛을 반사하고 있으므로 밤도 캄캄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가니메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시계를 지구의 시간에 맞춰서 생활하고 있다. 밤의 시간이 오면, 밖이 밝아도 모두 침대에 들어간다.
<사람들은 불편하구나. 잠을 자지 않으면 일을 할 수가 없으니 말야.>
이러한 것들을 생각하는 사이에 나는 벌써 공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공장장은 사무소에 있지 않았다.
나는 한동안 기다리기로 했다. 농장에는 많은 노동 로봇이 일하고 있었다.
농장에서 만든 가니메데 버섯으로 주스를 생산하여 지구로 보낸다.
30분 가량 되었을 때, 겨우 공장장이 나타났다.
"심프슨 총독으로부터입니다. 회답은 필요 없습니다."
나는 봉투를 전하고 곧 공장을 나왔다.
<꽤 늦어졌다. 얼른 가야겠다.>
붉은 모래 뒤를 나는 크게 발을 떼 놓으며 달렸다. 그래도 마을까지 1시간은 충분히 걸렸다.
지하의 아파트로 들어갔을 때, 방안에서 몹시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다.
폴과 아버지의 목소리였다.
드문 일이다. 아버지는 조용한 사람이어서 절대로 소리 높여 아이들을 나무라지 않는 사람이다. 또 폴도 아버지께 말대꾸를 하는 소년은 아니다.
<무슨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난 모양이다.>
나는 문 밖에서 귀를 기울였다.
"아버지 너무하세요…… 팔아치우다니, 너무해요……."
폴의 흥분한 목소리.
"알아듣지 못하는 애구나. 아버지의 말대로 하는 거야."
엄하게 말하는 아버지의 목소리.
"싫어, 절대로 싫어요!"
폴의 날카로운 목소리는 나의 귀를 쨍하고 울렸다.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어 궁금했지만, 엿듣는 것은 좋지 않는 일이다.
나는 폴의 방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언제나 폴은 자기가 한 일을 무엇이나 내게 이야기해준다.
이윽고 폴이 방에 돌아왔다.
"아니, 너 돌아왔었니?"
이렇게 말했을 뿐, 시무룩한 얼굴로 내 앞을 지나 그대로 침대 있는 데로 갔다.
<이상하다. 보통 때의 폴하고는 다르다.>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몰라, 말없이 방 한가운데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나에게 무슨 할 말이라도 있어? 그런 곳에 언제까지나 버티고 서서 말야!"
무뚝뚝한 폴의 말이다. 이런 일도 처음이다.
"나는 지쳤어. 이제부터 낮잠이나 자겠어."
하고 폴은 침대로 들어갔다. 나는 그저 지켜보고만 있었다.
노동용 로봇은 사용 시간이 끝나면 보통 배터리의 스위치를 끄고 잠재운다. 그렇지 않으면 배터리가 아깝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가정용 로봇이다. 폴은 잠자리에 들 때에도 나의 스위치를 끄지 않고 그대로 둔다.
이윽고 폴은 잠이 들었다. 나는 여전히 서 있었다. 그렇게 폴이 눈을 뜰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자 나도 차츰 졸음이 왔다.
이 10일 동안 나는 계속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배터리도 거의 없어지고 있다.
몸에서 힘이 빠지며 눈앞이 어두워지고 있다.
그 때이다.
폴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나의 가슴에 붙어 있는 배터리의 스위치에 손을 내밀었다.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폴은 나의 스위치를 끄려 하고 있다. 배터리가 닳는 것이 아까워서일까?>
이렇게 생각하니,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팔려간 로봇
 
얼마만큼 잤을까?
나는 폴의 방에서 눈을 떴다.
바로 옆에 폴과 아버지, 또 한 사람 알지 못하는 남자가 희미하게 보인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점점 확실하게 들려왔다.
"이 로봇은 지구의 그렌우드 공장에서 만들어진 최고급의 Q=5=7형입니다. 글자도 읽을 수 있고 쓰기도 합니 다. 간단한 수학도 풀며, 노동 로봇이나 기계의 수리도 할 수 있지요……."
상대 쪽의 남자는 농부이다. 농사일로 거칠어진 손이랑 가죽 저고리를 보고서 곧 알 수 있었다.
"이 놈은 어떤 말을 할 수 있나요?"
하고 남자는 아버지에게 물었다. 거칠고 차가운 목소리다.
"영어만 하지요."
하고 아버지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러나 테이프만 갈아넣으면, 어느 나라의 말도 할 수 있지요. 나는 이 로봇을 아들의 친구로 하기 위해서 샀던 건데, 무엇을 시켜도 하나 나무랄 데가 없어요. 더욱이 성질이 매우 좋습니다."
로봇은 성질이 중요하다. 성질이 나쁜 로봇은 조그마한 일로도 '미치광이 로봇'이 되기 일쑤이고, 미쳐서 물건을 깨뜨리거나 사람을 다치게도 한다.
"알겠습니다. 로봇의 운임이 아까워서 팔겠다는 거군요."
하고 농부가 말하자, 아버지는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비싼 운임을 물면서 지구로 운반하는 것보다는, 지구에 가서 다른 로봇을 사는 편이 훨씬 싸게 먹힐 테니까요."
"그럼, 이 로봇을 얼마나 팔 생각입니까?"
"5천 달러."
"그런 좀 비싼데요……."
"이건 고급 가정용 로봇입니다. 보통 노동 로봇보다 비싼 것은 당연합니다."
"좋습니다. 사지요."
농부는 결심한 모양이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나는 모든 것을 확실히 알았다. 그러나 움직이지도, 말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나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렉스, 이 사람이 너의 새로운 주인이 될 헤닝스 씨다. 헤닝스 씨는 가니메데에서 가장 큰 농장의 주인이다."
나는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헤닝스 씨."
"안녕, 렉스. 모두가 너에 대해서 머리가 좋은 고급 로봇이라고 칭찬하고 있어." 하고 만족스러운 얼굴로 헤닝스는 나를 보았다.
"네, 폴이 모두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러나 네가 배운 것은 그다지 소용이 없을지도 모른다. 나는 너를 농장에서 사용할 작정이니까."
라고 헤닝스는 말했다.
"렉스는 노동 로봇의 감독도 할 수 있습니다."
하며 아버지는 나를 위하여 고급적으로 사용해 줄 것을 권했으나,
"아니, 농장에는 나의 조수가 둘이나 있어요. 로봇의 감독은 그 둘에게 맡기고 있답니다."
하고 헤닝스는 거절했다.
<이번 주인은 그다지 상냥한 사람은 아닌 것 같구나.>
라고 나는 생각했다.
"당신의 아들은 이 로봇을 파는 것을 알고 있습니까?"
헤닝스는 더욱 다짐하려는 듯 이렇게 물었다.
"물론 알고 있지요. 아들과 의논해서 결정했지요."
하고 아버지가 말하자 헤닝스는,
"그렇다면 렉스로 하여금 아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게 합시다."
라고 제의했다.
그래서 아버지는 나를 향하여 부드럽게 말했다.
"폴은 밖에 제트카에 있을 거야. 작별 인사를 하고 와라."
시키는 대로 나는 밖으로 나왔다. 폴은 제트카 안에 앉아서, 한 걸음 한 걸음 가까이 오는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버지가 당신에게 작별 인사를 하라고 해서 이렇게……"
"렉스, 너는 내가 너를 팔고 싶어했다고 생각하니?"
"아니, 이번 일은 아버지의 생각입니다. 할 수 없습니다. 나를 지구에 데리고 가는 데는 많은 돈이 드니까요."
"그래, 그러나 나에게서 너를 빼앗다니 정말 너무해!"
"아닙니다, 폴. 당신은 컸습니다. 이제 로봇 친구는 필요 없어요."
나는 단념해야 한다. 아무도 원망하고 싶지 않았다.
"너는 좋은 놈이야. 너와 같은 훌륭한 로봇에게 농장에 일을 시키다니. 풀을 베게 하거나 버섯을 딸 것을 생각하면 나는 견딜 수가 없어……."
"아닙니다. 이번 주인도 상냥한 사람입니다. 당신에게 작별 인사를 하라고 권하기까지 했어요."
"나는 너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싶지 않아!"
"알아요. 나를 남겨두고 지구로 가는 것을 슬퍼하는 당신의 마음을……."
"그러나 너를 두고 가는데도 너는 조금도 슬퍼 보이지 않는다."
"나는 로봇이기 때문에 제멋대로는 할 수 없습니다. 사람이 하라는 대로 할 뿐입니다."
나는 생각한 그대로 말했다.
그러자 폴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렉스, 여기 타라!"
"왜요?"
나는 깜짝 놀랐다. 나는 이미 헤닝스의 로봇이다. 이제부터 헤닝스의 농장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된다.
"괜찮으니까 올라와라. 잠깐 사막으로 가자."
하면서 폴은 억지로 나를 자리에 앉혔다.
차는 둥둥 떠오르며 놀라운 속력으로 마을을 빠져 나왔다.
폴의 마음을 나는 잘 안다. 폴은 헤어지기 전에, 다시 한 번 나와 함께 사막이 보고 싶은 거다.
사막은 우리들의 즐거운 놀이터였다. 숨바꼭질을 하기도 한……
가벼운 모래를 휘날리면서 제트카는 달렸다.
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도 말하지 않았다.
저 산, 이 골짜기, 캄캄한 동굴……어느 것이나 그리운 것뿐이다. 오늘까지 13년 동안의 일을 나는 하나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
폴은 동굴 앞에서 제트카를 멈추었다.
"여기서 나는 길 잃은 아이가 된 일이 있었다."
"그래요. 당신은 그 때 6살 2개월이었지요. 정말 그 때는 몹시 찾았어요."
그러면서 우리는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그만 가자. 이젠 이런 곳도 싫어."
일어설 때, 폴의 눈에 반짝 눈물이 빛났다.
다시 제트카는 모래를 날리며 마을로 되돌아왔다.
아파트의 앞에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제인과 헤닝스네 사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렉스, 이제 떠나도록 하자."
하고 헤닝스는 재촉했다.
"여러분, 안녕. 그 동안 많은 신세를 졌습니다."
나는 심프슨 가족에게 인사를 하고, 헤닝스의 제트카에 올라갔다.
제트카는 곧 달리기 시작했다.
마을을 나올 때, 뒤돌아보았더니 아버지, 어머니, 제인 세 사람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러나 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빼앗긴 바지
 
헤닝스의 농장에서 나의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었다.
농장의 감독은 녹색의 몸을 한 화성인이었다.
"농장에서 일하는 데 이런 것은 필요 없어."
하면서 화성인은 나의 바지를 벗기고, 방구석으로 집어던졌다.
바지는 가정용 로봇의 표지이다.
그것이 벗겨진 순간부터 나는 노동 로봇의 한 무리가 된 것이다.
일은 농장의 풀을 베어 공장에 운반하는 간단한 것이다.
일이 끝나면 감독은 곧 배터리의 스위치를 끊고, 다음 일이 시작될 때까지 로봇들을 자게 한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이야기할 상대도 없었으며, 책을 읽는 것도 허락되지 않는다.
"로봇에게 쓸데없는 일은 시키지 말 것. 배터리가 빨리 닳는다."
하고 헤닝스는 언제나 화성인 감독들에게 엄히 명령했다.
그래도 6대의 노동 로봇은 말없이 일만 했다. 노동 로봇은 처음부터 공장이나 농장용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모두 대형으로 힘도 강하다.
모양은 직사각형의 큰 몸통에다, 긴 강철 손이 2개 붙어 있다.
그 손으로 마구 풀을 베어서는 몸통 속에 가득히 넣어서 운반한다.
그런데 나는 다르다. 나는 가정용 로봇이다. 아주 자질구레한 일을 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손발은 가늘고, 몸통에는 여러 가지 기계가 가득 차 있다.
그러므로 풀을 베는 것이 느리며, 베어놓은 풀도 한 번에 많이 운반하지 못한다.
"이 놈은 쓸모가 없는 로봇이야."
감독들은 번갈아 가며 나를 걷어찼다.
다음 날, 나는 헤닝스의 사무실로 찾아갔다.
헤닝스는 적이 놀라며
"아니, 무슨 일이야?"
하고 나를 보았다.
"내게 다른 일을 시켜 주십시오…… 말하자면 이 사무소의 청소라든지……."
하며 나는 열심히 부탁했다.
"시끄럽다. 나는 너를 농장에서 일을 시키려고 사왔단 말야."
"그러나 나는 책을 읽거나 사람과 말할 수도 있습니다."
"에이, 말하는 것이 싫다. 특히 로봇과는. 네가 말을 하면 배터리가 빨리 닳아서 그만큼 돈이 든단 말야. 썩 물러가라!"
헤닝스는 무서운 얼굴로 나를 쫓아냈다.
"알겠습니다."
나는 얌전히 사무실을 물러 나와, 로봇의 오두막으로 돌아갔다.
오두막에서는 화성인 감독이 로봇들의 배터리를 끄고 있었다.
그 때 나는 갑자기 벗고 있는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로봇이 바지를 벗었다고, 부끄러워하다니, 어리석은 짓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바지는 우리들 가정용 로봇의 자랑이다. 그것을 빼앗긴다는 것은 가정용 로봇의 수치이다.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헤닝스의 농장에서는 좀처럼 행복하게 되기는 틀렸다고 생각했다.
바지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책도 읽지 못한다. 말을 걸어주는 사람도 없었다.
나는 쓸쓸하다.
폴이 없어서 쓸쓸하다.
폴은 나를 버렸다.
아니, 그렇지는 않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폴은 나를 버린 것이 아니다. 나는 심프슨 일가와 함께 지구에는 돌아갈 수가 없다.
나는 어디까지나 로봇이다. 이따금 사람과 같은 기분이 되는 일은 있어도 사람은 아니다. 로봇은 사람의 손으로 사람에게 서비스를 하도록 만들어지고, 사람의 손에 의해 마음대로 부서진다. 본디부터 사람을 원망할 권리 같은 것은 없다.
그러나 나는 쓸쓸하다. 폴이 없어서 쓸쓸하다.
이렇게 생각한 순간, 화성인의 손이 나의 몸에 닿으면서 가슴의 상자에 있는 배터리의 스위치를 껐다.
그리하여 나는 눈앞이 캄캄해지고, 아무 것도 모르게 되었다.
다음날도 폴의 일을 생각하니 쓸쓸했다.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쓸쓸했다.
나는 일을 하면서 폴과 함께 지내던 즐거운 날들의 추억에 잠기곤 했다.
사막의 동굴로 가서 하루종일 우주의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던 일, 폴의 제트카로 넓은 땅을 횡단하던 일, 그 때 함께 간 제인이 기뻐서 와와 떠들었기 때문에, 나는 제인이 차에서 떨어지지 않게 잡고 있지 않으면 안되었다.
폴과 지낸 오랜 세월 동안, 나는 폴의 성장을 지켜보았고, 폴이 말하고 싶은지 조용히 있고 싶어하는지 그 기분까지도 알 정도로 되어 있었다.
폴이 없어서 쓸쓸하다.
폴의 일을 생각하고 있는 사이에 1주일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렸다.
그 날, 나는 일에 대한 보고를 하기 위하여 화성인의 감독에게로 갔다.
감독은 라디오를 듣고 있었다.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나의 귀에 똑똑히 들렸다.
"그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입니다. 우주선 스타퀸호는 지금 하늘에서 우주 공항을 향하여 내리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훌륭한 행성간 우주선이 목성의 제3위성 가니메데를 방문한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붉고 은빛으로 빛나는 선체는 가니메데의 사람들에게, 지구에 돌아갈 날의 꿈을 안겨 줄 것입니다. 이 우주선으로 지구에 돌아가는 사람들을 우리들은 부러워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 사람들을 싣고 스타퀸호는 내일 공항을 출발하여, 지구의 푸른 언덕을 향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감독은 내가 간 것을 알아차렸다.
"너 뭐하고 있어?"
"일에 대해 보고하러 왔습니다."
하고 나는 로봇들의 일의 진행에 대해서 보고를 했다.
감독은 보고만을 듣고는 귀찮은 듯 나를 내쫓아버린다.
<내일이다……>
나는 로봇의 오두막으로 향하면서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울리고 있음을 느꼈다.
<내일 심프슨 일가는 스타퀸호를 타고 지구로 향한다. 떠나기 전에 다시 한번 폴의 모습을 볼 수 있겠다.>
나는 농장에서 도망칠 결심을 하고 있었다.
 
도망친 로봇
 
다음날 아침, 나의 가슴에는 새로운 배터리가 넣어졌다.
"너는 동쪽 농장으로 가라!"
하며 감독은 나를 발로 찼다.
다행히 동쪽 농장에는 다른 로봇이 아직 오지 않고 있었다.
<좋은 기회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고, 몰래 농장을 빠져 나왔다.
나는 뛰었다. 전속력으로 뛰었다. 나는 시속 30킬로의 속력으로, 배터리가 없어질 때까지 계속 달릴 수 있었다.
뒤돌아보니, 이미 농장은 거친 사막의 저쪽에 까마득히 보일 뿐이었다.
마음이 놓이는 동시에 나는 슬퍼졌다.
헤닝스는 틀림없이 나의 전자 두뇌가 고장을 일으켜, 농장에서 도망쳤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하여 새로운 가니메데 총독에게 보고할 것이다.
총독은 나를 '미치광이 로봇'으로 지명 수배를 할 것이 틀림없다.만약 붙잡힌다면 그 즉시로 나는 분해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공항 쪽을 향해 계속 달려갔다. 폴의 모습을 다시 한 번이라도 볼 수 있다면, 분해되어도 두렵지 않다.
이윽고 제트카가 나를 앞질렀다. 몇 대가 지면을 스치면서 날아갔다. 모두 공항으로 스타퀸호의 출발을 보러 가는 것이리라.
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내가 뛰어가는 것을 보고도 특별히 주의를 돌리지 않았다. 나와 같은 가정용 로봇은 종종 심부름을 가기 때문이다.
4시간 정도 달렸더니 겨우 지평선에 공항이 나타났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이 하늘 높이 솟은 스타퀸호의 선체였다.
그것은 참으로 거대한 것이었다. 공항에서 가장 높은 관제탑도 선체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좀더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그러자 스타퀸호의 주위에 모인 많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주선의 2개의 문이 열리고, 거기에 로봇들이 짐을 마구 싣고 있었다. 지구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물건일 거다.
나는 우주선의 옆으로 바싹 다가섰다. 아무도 의심하는 사람이 없다. 사람들 사이에는 나 말고도 로봇이 몇이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우주선 주위를 한 바퀴 돌았을 때, 한 군데서 나는 나도 모르게 우뚝 서버렸다.
저쪽에 한 대의 제트카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헤닝스와 농장의 감독이 아닌가!
두 사람 모두 초조한 모습으로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나를 찾으러 온 거다.>
나는 당황하여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숨었다. 그들은 반대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우주선에 오르는 폴의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절대로 붙잡혀서는 안 된다.>
나는 서둘러서 안전하게 숨을 장소를 찾아보았다. 저쪽에서 3대의 로봇이 우주선을 보면서 무엇인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3대가 모두 나와 같은 모양의 가정용 로봇이다.
나는 로봇들에게로 가까이 가서 몰래 그 뒤에 서 있었다.
이젠 혹시 헤닝스가 나의 모습을 본다 할지라도 구별할 수 없을 것이다.
같은 형의 로봇은 가슴 판에 새겨진 번호를 조사하지 않으면 구별할 수 없다.
3대의 로봇들은 갑자기 헤어져서 걷기 시작했다. 나는 급히 우주선으로 가까이 가는 1대의 로봇의 뒤를 따랐다.
그런데 그 때 나는 깜짝 놀랐다.
나는 알몸이었다. 다른 로봇들은 바지를 입고 있는데, 나만은 벗고 있었다.
<야단 났다. 발각되고 만다.>
그러나 다행하게도 바로 옆에 짐 상자가 많이 쌓여 있었다. 그 뒤로 나는 당황하여 미끄러져 들어갔다.
빈 상자에 강철의 손을 올려놓고 살짝 엿보았더니, 헤닝스와 감독은 여전히 날카로운 눈으로 사람들 속을 둘러보고 있었다.
이윽고 한 대의 제트카가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는 사람은 모두 4명이었다.
<앗, 심프슨 일가다!>
나는 마음속으로 부르짖으며, 폴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러나 어찌된 일일까? 폴은 지구로 돌아간다는 데도 조금도 기뻐하지 않는 것 같았다. 누이동생 제인은 활짝 웃는 얼굴로 어머니의 손을 당기면서 자꾸만 무엇인가 묻고 있다.
아버지 심프슨도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으로 우주선을 쳐다보고 있다.
그러나 폴은 웃지 않았다. 홀로 뚝 떨어져서, 공항에 모인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이 때, 헤닝스와 감독이 다가와서 심프슨씨에게 뭐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얼굴을 붉혀 가지고 자꾸만 손을 내흔들고 있었다.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으나, 아마도 내가 농장에서 도망친 것을 말하는 것일 거다.
아버지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헤닝스는 폴에게 무엇인가 물었다. 내가 폴한테로 도망쳤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폴은 몸을 움츠리며 머리를 내저었다.
헤닝스가 아무리 떠들어보았자 소용이 없을 거다. 나를 도망치도록 소홀히 한 것은 헤닝스의 책임이다. 본래의 주인과 이미 관계가 없는 일이다.
이윽고 출발의 시간이 다가왔다. 승객들은 이동 플랫폼에 올라가 차례로 우주선의 높은 입구로 들어갔다.
폴의 모습도 가족들과 함께 은빛의 선체 속으로 사라졌다.
<안녕 폴! 지구에서 행복하게 살아줘요.>
하는 나는 마음속으로 빌었다.
마침내 입구가 소리도 없이 닫히고, 이동 플랫폼이 우주선에서 떨어져 간다. 드디어 출발이다.
<출발하는 것을 보고, 헤닝스의 농장으로 돌아가자.>
나는 나를 향하여 이렇게 말했다. 로봇의 주제에 너무 사람을 곤란하게 하는 일은 좋지 않은 일이다.
<헤닝스는 화를 내고 나를 분해할지도 모른다.>
그것이 오히려 폴이 없는 가니메데에서 일하는 것보다 나을지도 모른다.
폴이 있는 우주선을 다시 한번 바라보았을 때였다.
우주선의 화물용 입구에 작은 모습이 나타났다. 그것은 화물용 입구에서 지상에까지 내려온 로프에 매달려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 작은 모습은 사람이었다. 우주선에서 도망치려고 하는 소년이었다.
<앗, 폴!>
나는 깜짝 놀랐다.
그러나 전송하는 사람들은 반대편에 모여 있기 때문에 눈치채지 못한다.
<폴의 무모한 짓을 막지 않으면……>
이렇게 생각했지만, 상자 뒤에서 나오면 곧 헤닝스에게 발견되고 말 것이다.
내가 망설이고 있는 동안, 폴은 마침내 땅 위에 내려서는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갑자기 전송하는 사람들이 우주선의 옆을 떨어지며 물러섰다.
우르릉 우르릉!
거대한 우주선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분사의 흰 연기를 땅 위에 내뿜었다.
그리고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틀렸다. 만약에 폴을 발견한다 하더라도 이미 늦었다. 지금은 아무도 우주선을 멈출 수는 없는 것이다.
우주선은 상승을 시작했다. 점차로 속력을 내면서 순식간에 하늘 한 구석으로 빨려 들어간다.
전송하는 사람들은 하나, 둘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 속에서 두 사람의 남자가 내가 있는 빈 상자의 산더미로 걸어오고 있다. 헤닝스와 감독이다.
<여기서부터 조사할 작정이구나.>
나는 공항 구석에 내밀고 있는 바위 그늘로 달려들어갔다.
위험했다. 헤닝스들은 내가 있던 빈 상자더미를 자꾸만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윽고 단념한 모양으로 제트카로 되돌아갔다.
두 사람의 차가 공항으로 떠나는 것을 보고 나서, 나는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폴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폴은 혼자다. 폴에게는 내가 필요한 것이다.
 
사막의 동굴
 
공항에서 10킬로 정도 떨어진 사막에 비상 대피용의 동굴이 있다.
폴과 내가 곧잘 놀러갔던 곳이다. 돌아갈 집이 없는 폴은 아마 그 곳으로 갈지도 모른다.
동굴에는 피난 장소로 되어 있기 때문에 비상용의 식품도 저장되어 있다.
나는 사막을 날 듯이 뛰어가서, 동굴의 어두운 입구로 들어갔다.
여기서 기다리면 반드시 폴이 올 것이다.
마음을 놓은 탓인지 나는 내 몸에서 소리가 나는 것을 깨달았다.
끼끼끼…끼끼………
가슴의 조종통에서 소리가 나는 것이다. 우리들 로봇에게는 모두 조종통이 붙어 있다. 이것은 로봇이 반드시 사람의 명령에 따르도록 조종하는 기계이다. 만약 명령을 배반해서 행동하면, 조종통이 위험 신호의 소리를 낸다.
그래도 그만두지 않으면 기계가 부서져서, 미치광이 로봇이 되고 만다.
나는 걱정되었다. 그러나 조종통의 소리는 점점 작아져 갔다.
나는 사람의 명령을 반대했으나, 미치광이는 되지 않았다. 무엇 때문일까?
그러나 몸이 노곤했다. 배터리의 에너지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눈도 희미해지고, 귀도 멀어졌다.
예비용의 에너지를 배터리에 넣으면 좋겠으나 그것은 내 스스로는 할 수 없는 장치로 되어 있다.
나는 동굴의 어둠 속에서 몇 시간이나 우두커니 서 있었다.
이 때, 입구에 사람의 모습이 나타났다. 우주복을 입은 소년이다.
"폴!"
나는 그 모습을 붙들고 힘껏 껴안고 싶은 것을 겨우 참았다. 나는 강철의 로봇이다.
사람을 힘껏 안으면, 사람의 몸은 터지고 뼈가 부서진다.
"오오, 렉스!"
폴 쪽에서 나에게 매달렸다.
"어쩌면 여기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너 왜 헤닝스의 농장에서 도망쳤니?"
"당신을 만나고 싶어서……"
"그래, 나도 너의 일이 걱정되어 스타퀸호에서 도망쳤어."
폴은 기쁜 듯이 주먹으로 나의 단단한 가슴을 쿵쿵 때렸다.
"그러나 지금쯤 스타퀸호에서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큰 소동을 벌이고 있을 거여요."
나는 그것이 걱정이 되었다.
"나는 이젠 아이가 아니야. 아버지나 어머니도 나를 걱정하지는 않을 거야."
폴은 이렇게 말했지만, 나는 결심했다.
<지구로 가는 다음 번의 우주선에 폴을 태워야 한다. 그리고 나서 나는 헤닝스의 농장으로 돌아가는 거다.>
이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당신이 없어진 것을 알고 곧 가니메데의 경찰에 연락을 취했을 거여요. 이미 당신의 수색이 벌어지고 있을 것입니다."
나는 머리에 붙어 있는 무선 수신기의 안테나를 가니메데 방송국의 파장에 맞추었다.
삐삐삐-삐삐.
처음에는 잡음이 들어오더니 그것이 없어지자, 아나운서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전 가니메데 총독 심프슨의 장남 폴 심프슨이 출발 직전의 스타퀸호를 탈출하여 숨어버렸습니다. 가정용 로봇 '렉스'가 유괴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렉스는 헤닝스 농장을 도망쳐 나온 미치광이 로봇입니다. 렉스를 발견한 분은 즉시로 광선총으로 파괴해 주십시오. 말을 주고받을 필요도 없습니다."
 
나는 겁이 났다. 광선총은 무섭다!
"폴, 나와 함께 있으면 위험합니다. 헤어집시다. 당신은 곧 공항으로 가서 사정을 말해요. 그러면 공항의 사람이 아버지에게 연락해 줄 겁니다. 나는 헤닝스 농장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나는 어떤 곤란을 당해도 좋다. 그러나 폴만은 구해주고 싶다.
"렉스, 나는 물론 지구로 돌아가고 싶어. 그러나 너와 함께가 아니면 싫다. 너를 지구에 데리고 가기 위하여 나는 스타퀸호를 도망친 거야. 혼자서 지구로 가기보다는 너와 함께 이 가니메데에서 사는 쪽이 더 좋아."
하며 폴은 나의 말을 도무지 들어줄 것 같지 않았다.
"알았습니다. "
그래서 나는 폴의 명령대로 하려고 생각했다.
"이제부터의 일을 의논해 봐."
하고 폴은 바위 위에 앉았다.
그러나 나는 진정이 되지 않았다. 만약에 수색대에 발견되면 나는 끝장이다.
번쩍, 광선총이 빛남과 동시에 나의 조종통은 녹은 철의 덩어리가 되고 말리라.
 
가나폴리스를 향하여
 
우리는 동굴의 입구를 막았다.
폴은 동굴에 있는 비상용 음료수 탱크에서 물을 먹고, 되살아난 듯 기운을 내었다.
다행히 식료품도 있었다. 쿠키가 3상자, 더욱이 건빵이며 치즈도 발견되었다. 폴은 마구 먹었다. 먹고 난 나머지는 내가 자루에 넣었다.
"자, 이제부터 어떻게 할 것인가?"
"3일 동안 여기 있자. 3일이 지나면 수색하는 것도 약해진다."
배를 채운 폴은 심각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어떻게 합니까?"내가 묻자, 폴은 크게 하품을 하면서 말했다.
"졸려서 견딜 수가 없어. 한잠 자고 나서 뒷일을 생각해보기로 하지. 너도 좀 쉬는 게 좋을 거야."
하고 폴은 나의 가슴에 손을 내밀어 번호판 밑에 있는 문을 열고, 배터리의 스위치를 껐다.
그 끄는 방법이 불완전했던 모양이다. 배터리가 약간 작용하여 나로 하여금 꿈을 꾸게 했다.
무서운 꿈이었다.
나는 혼자서 사막을 걷고 있었다. 뒤에서 갑자기 사람이 나타났다. 손에는 광선총을 들고 있었다.
"미치광이 로봇이다! 미치광이 로봇이 있다!"
사람은 외치면서 광선총을 발사했다.
슛!
눈부신 빛이 나의 몸을 덮자 조종통이 점점 녹아간다……
이 때, 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어나라, 렉스!"
어느 사이에 나는 배터리의 스위치가 넣어져 있었다.
"얼마만큼 잠잤습니까?"
나는 폴에게 물었다.
"12시간 정도야. 나는 배가 고프다."
쿠키 상자를 열면서 폴이 말했다.
"우리들은 빨리 여기서 나가는 편이 좋을 거다."
"어디로 갑니까?"
"가나폴리스다."
"거기를 어떻게 갑니까?"
하고 나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가나폴리스는 여기서 160킬로나 떨어진 먼 거리이다. 걸어서 가면 며칠이 걸릴지 모른다.
"그것도 그렇구나."
폴은 생각에 잠겼다.
이 때, 갑자기 나의 귀에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동굴의 밖에서다. 몇 사람의 사나이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둘을 찾아다니는 수색대일 것이다. 폴의 귀에는 들리지 않을 만큼 희미한 소리이다.
나는 듣는 힘을 최대로 발휘하여 사람들의 움직임을 확인했다. 그러나 아직 꽤 멀리 떨어져 있다. 이 동굴로 가까이 올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폴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폴에게 쓸데없이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제트카로 가나폴리스에 가면 된다!"
하고 폴은 눈을 빛냈다.
"제트카는 어디서 구합니까?"
"나는 마을을 떠날 때, 이웃 사람에게 제트카를 팔았어. 그것을 몰래 빌리자. 가나폴리스에서 내버리면 누군가가 발견하여 임자에게 되돌려 줄 거다."
"그건 도둑질이 아닙니까?"
나는 당황해서 말했다.
"빌어 타는 삯을 주면 되잖아?"
"그러나 임자는 누가 타고 갔는지를 모릅니다. 역시 도둑질입니다."
"그건 너의 지나친 생각이다."
"아니, 아버지나 어머니는 그런 방법을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나의 말에 폴은 주춤해진 모양이었으나, 다시 생각하려고는 하지 않았다.
"그것 말고는 가나폴리스로 갈 방법은 없다."
하고 나중에는 성난 것처럼 말했다.
할 수 없다. 나는 로봇이다. 아무리 말로 다투어 봤댔자 최후에는 사람의 명령을 듣도록 만들어져 있다.
"가나폴리스로 가서 대체 무엇을 합니까?"
"먹을 것과 네가 필요한 배터리에 넣을 에너지를 산다. 그리고 바지도……"
폴은 나의 몸을 힐끗힐끗 쳐다보면서 말했다.
"가정용 로봇이 벗고 있으면 이상하니까 말야."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미 나도 반대하지 않았다.
가나폴리스에는 여러 가지 가게며 식당이 있다. 또 화물 전용의 큰 우주 공항도 있다.
수색대도 가나폴리스까지는 오지 않을 것이다.
"렉스, 아버지는 너를 판 돈을 모조리 내게 주었어. 이 돈을 쓰는 것은 내 자유다."
폴은 또 제트카를 손에 넣을 방법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폴, 제트카를 훔치고 돈을 두고 가는 일은 내가 하겠습니다."
하고 말하자 폴은 이상한 얼굴을 했다.
"그건 왜?"
"당신은 사람입니다. 남의 것을 훔치면 마음이 아프지요. 나는 로봇이기 때문에 마음이 없습니다. 부정직한 일을 해도 괴로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렉스!"
폴은 내 손에 손을 얹고, 나를 지켜보았다.
"너는 로봇이지만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사람보다 훌륭한 마음을……"
이렇게 하여 우리들의 의논은 결정되었다.
동굴에서 꼭 3일을 지낸 후, 우리들은 계획대로 산발레이의 마을에서 제트카를 손에 넣었다. 그러자 곧 가나폴리스로 향했다.
운이 좋게 도중에서 수색대를 만나지 않았으며, 무사히 가나폴리스의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은 산발레이를 더 크게 한 것과 같았다.
지상에는 투명한 돔에 덮인 사무소며 가게의 건물이 줄을 이었고, 지하에는 사람들의 주택이 있었다.
폴은 차를 돔의 입구에 세웠다.
"이제부터 너의 에너지를 사러 가자."
"잘 될 것 같아요?"
나는 걱정이 되어 견딜 수가 없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수상하게 보일지도 모르니까.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틀림없이 광선총을 겨누어 나의 머리를 날려버릴 거예요. 라디오의 뉴스를 들었음에 틀림없을걸요."
"그러나 너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여기서 배터리에 에너지를 넣지 않으면 움직이지 못하게 돼."
"네. 확실히 나는 에너지 부족으로 몸이 나른해서 어쩔 수가 없어요. 그러나 마을은 위험합니다. 그보다도 공항에 갑시다. 아까 화물 전용의 낡은 우주선이 보였습니다. 3급 화물 우주선입니다."
"그거로 어떻게 하지?"
"그런 화물 우주선은 마을의 뉴스에 그다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과연, 화물 우주선의 선장에게 너의 에너지를 얻는다는 거지."
"그런 것을 불쑥 부탁하면 의심을 받습니다."
나는 나른해지는 것을 참으며, 폴에게 작전을 이야기했다.
"응, 좋은 생각이다."
폴은 제트카를 몰았다.
차가 공항에 도착했을 때, 나의 배터리는 거의 없어지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최후의 힘을 짜내면서 폴과 함께 화물 우주선까지 걸어갔다.
낡은 선체에는 '드라베라호'라는 이름이 똑똑히 보였다.
 
화물 우주선 드라베라호
 
"세 놓은 로봇이 있습니다. 필요 없으신지요?"
폴은 '드라베라호'의 승강구에 서 있는 남자에게 말했다.
"뭐라고?"
남자는 의아스러운 눈으로 폴을 힐끗 내려다보았다.
"아까 짐을 싣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로봇이 더 필요하시지 않을까 해서요. 당신은 선장님이시죠?"
내가 가르쳐 준대로 폴은 말했다.
"물론이지. 내 이름은 버커. 혹성 무역에서는 가장 우수한 화물 우주선, 드라베라호의 주인이지. 그리고 파일럿이며 승조원이다. 이 우주선은 어떤 물건이건 보내고 싶은 별에 운반해 준다."
버커 선장은 몸짓은 작았지만, 단단해 보이는 남자였다. 머리칼은 하얗고, 얼굴이나 손에는 깊은 주름살이 가득하다.
"선장님, 세 놓는 로봇이 필요 없어요?"
또 다시 폴이 재촉하듯 말했다.
"글쎄다."
하며 선장은 손으로 우주복 위의 턱 근처를 쓰다듬었다. 생각할 때의 버릇인 모양이다.
드라베라호의 짐 싣는 문에서는 노동 로봇들이 한창 짐을 싣고 있다.
그것을 바라보면서 선장을 말했다.
"나는 짐을 잘 싣는 로봇을 3대나 가지고 있다."
"그 정도 갖고는 부족해요. 이만큼 큰 우주선에는 보통 5대는 필요할텐데요."
"흥, 넌 꽤 자세하구나."
선장은 놀란 듯이 폴을 보았다.
그러나 놀랄 것까지는 없는 일이다. 폴은 우주선을 몹시 좋아한다. 틈만 있으면 우주선의 모형을 만들기도 하고, 공항에서 진짜를 보기도 했다.
"역시 그만두는 게 좋겠다."
선장은 어깨를 으쓱했다.
"정 생각이 없으시다면 다른 우주선에 가서 물어 보겠어요."
폴은 실망한 듯 말했다.
"딴 데서도 빌릴 사람은 없다고 생각된다. 너는 정말로 이 로봇을 빌려주려고 생각하고 있니?"
그러자 폴은 사실대로 말했다.
"실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나의 로봇의 배터리가 거의 없어지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가 필요하냐? 그렇다면 처음부터 그렇게 말할 것이지."
하고 선장은 우주선 안으로 들어갔다.
그 사이에 폴이 내게 속삭였다.
"이 우주선은 화성에 들렀다가 지구로 가는 모양이다. 좋은 기회다. 우리, 이 우주선으로 밀항하자."
폴은 내 의견은 들어보지도 않고 갑자기 명령했다.
"알았습니다."
하고 나는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밀항 계획을 세울 사이도 없이 선장이 되돌아왔다.
충전한 배터리를 나의 가슴에 넣으며 선장은 말했다.
"공연히 시간을 보내고 말았구나. 출발까지 이제 몇 시간 안 남았다. 이 로봇이 일을 도와주었으면……"
"무엇을 시킬까요?"
폴은 눈을 빛내며 힘차게 물었다.
"짐 싣는 일이다. 저 상자를 우주선에 싣도록 해라."
"네."
폴은 산더미 같은 짐을 가리키며 딱 하고 손가락으로 소리를 냈다.
"렉스, 일을 시작해라!"
에너지가 들어갔으므로 기운을 차린 나는 즉시로 우주선의 뒤로 돌아갔다. 3대의 짐꾼 로봇이 선 내로 짐을 운반하고 있었다.
어느 것이나 짐을 싣는 일밖에 못하는 하급 로봇이다.
드라베라호의 승조원은 선장 한 사람과 로봇들뿐이다.
선체의 크기는 지름이 약 25미터, 높이 30미터의 뚱뚱한 모양이며, 키가 낮은 수직 안정판과 우주 통신용 안테나가 붙어 있다.
나는 다른 짐꾼 로봇들과 함께 짐을 운반하면서,
<폴은 어떻게 하여 밀항할 작정일까?>
그것만 생각했다.
폴은 선장과 이야기를 하면서 조종실 입구로 들어갔다.
선 내를 보고, 밀항 계획을 짜고 있는지도 모른다.
짐을 거의 실어가고 있을 때, 조종실 입구에서 폴과 선장이 나왔다.
선장은 공항 사무소 쪽으로 걸어갔고, 폴은 나의 옆으로 왔다.
"어떻게 했지요?"
하고 나는 물었다.
"배가 고프다고 했더니 선장이 먹을 것을 주었어. 참 좋은 사람이야."
"그런데 어떻게 해서 밀항하지요? 좋은 방법을 발견했습니까?"
"짐 상자에 숨겠어."
"뭐라구요?"
나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짐을 싣는 곳에는 난방장치가 없습니다. 우주에 나가면 기온이 마구 내려가서 영도 이하가 됩니다. 우주복을 입고 있어도 우선 당신은 얼어죽습니다."
하며 나는 필사적으로 말렸다.
폴이 입고 있는 우주복은 기압복이라고 부르는 그것이다. 사람이 공기가 없는 곳에서 호흡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므로, 추위는 막을 수가 없다.
"출발하면 얼어죽기 전에 네가 나를 상자에서 꺼내면 되지 않아."
"그건 안됩니다."
할 수만 있다면 나는 말리려고 했다. 너무도 위험한 일이기 때문에.
그러나 폴은 들을 것 같지도 않았다.
"렉스, 빨리 나를 상자에 넣어라!"
그것은 명령이다.
나는 상자 하나를 열었다. 안에는 마른풀이 들어 있었다.
"빨리, 빨리……"
폴은 마른풀을 부서진 상자에 옮기고, 힘있게 상자 속으로 들어갔다.
나는 재빨리 상자의 뚜껑을 닫고 못을 박았다.
그 때 선장이 왔다. 아슬아슬했다.
"빨리 실어라!"
"네."
나는 폴이 숨어 있는 상자를 들고 선실로 운반했다.
<어떻게 되든 선장에게 사실을 말해 볼까?>
하며 나는 망설였으나, 폴의 명령을 배반할 수는 없었다.
다른 로봇들은 짐 싣는 일을 거의 끝내고 있었다.
"작업이 끝나면 너희들은 선 내로 들어가 있어라. 나는 출항 허가증을 받아 오겠다."
선장은 로봇들에게 명령하고, 공항 사무소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됐다…… 이 틈에 선 내에 숨어 들어가자.>
나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런데 선장은 두세 걸음 걷고 나더니 갑자기 뒤돌아보았다.
"렉스, 짐 하나를 잊어버렸다. 공항 사무소에 있다. 나와 함께 가서 운반해 와라."
싫다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선장과 함께 공항 사무소로 향하면서 내 정신이 아니었다.
만일 내가 드라베라호에 숨어 들어가지 못한다면, 폴은 화물실 상자 속에서 얼어죽고 만다.
 
화성에로의 여행
 
나는 버커 선장과 함께 공항 사무소로 들어갔다.
짐은 계원의 책상 위에 있었다. 그것을 나는 단단히 들고 선장의 용무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아무도 나에게 주의를 돌리는 사람은 없었다. 버커 선장과 함께 짐을 가지러 온 로봇이 설마 '헤닝스의 농장에서 도망치고, 전 총독의 장남을 유괴한 로봇'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일보다는 나는 폴의 일이 걱정되어 견딜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해서라도 드라베라호에 숨어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겨우 선장은 이야기를 끝내고, 나에게 말했다.
"자, 가자."
공항 사무소를 나와 드라베라호의 옆으로 돌아왔을 때, 선장은 폴이 없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 나를 기다리다 못해 지쳐서 집에 돌아간 모양이야. 너도 돌아가라. 용무는 끝났다."
이렇게 말하면서 선장은 나에게 빌린 값을 내주었다.
여기서 되돌아서면 폴을 살리지 못한다. 나는 얼른 이렇게 말했다.
"선장님, 드라베라호는 로봇이 부족하죠?"
"그렇지. 2대는 수리 공장에 들어갔기 때문에 이번 여행에는 못 데리고 왔다."
"그럼, 그 대신 나를 데리고 가 줄 수 없을까요? 나는 로봇이나 선체의 수리도 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쓸모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너는 수리도 할 수 있느냐?"
"네, 그리고 나는 로봇의 감독도 할 수 있습니다. 라디오도 갖고 있습니다."
"폴은 나에게 전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는데?"
"선장님이 묻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나는 데리고 가 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본의 아니게 나의 능력을 자랑했다.
"그러나 너는 폴에게 말도 하지 않고 우리 우주선을 타도 괜찮으냐? 그 아이를 찾아가는 게 좋을 거다."
"아닙니다. 폴은 나를 당신에게 빌려 드렸습니다."
"그런데 너는 정말로 폴의 로봇이냐? 그 아이의 아버지 로봇이 아니냐?"
선장은 폴이 아버지의 로봇을 몰래 가지고 나온 것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나는 폴의 로봇입니다. 폴의 아버지는 일 때문에 지구로 갔습니다."
"글세, 나중에 시끄러운 일이 생기면 싫은데…… 너 정말로 수리도 할 수 있지?"
한참 동안 망설인 후, 선장은 결심한 듯이 말했다.
"좋아, 데리고 가마. 너는 조종실에 타라."
나는 얼른 조종실로 들어가서 선장이 기계 점검을 하는 것을 보았다.
코코코코콩.
드디어 드라베라호는 천천히 상승하기 시작했고, 점점 속력을 더하여 가니메데와 목성의 중력권에서 탈출했다.
선장이 화성으로 향하는 코스를 정하고 기계를 점검하는 사이에, 나는 선 내를 돌아보았다.
조종실 뒤에는 6개의 선실이 있었다. 몇 달 동안이나 사용하지 않은 듯 어느 방이나 먼지투성이였다.
"여기는 공기도 있고 난방도 되어 있구나. 폴을 감추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나는 선실에서 복도를 빠져나가 화물실로 들어갔다.
화물실은 짐으로 가득 찼으나, 폴이 들어가 있는 상자는 내가 놓은 장소에 그대로 있었다.
나는 강철의 손으로 상자를 열었다.
끼끼끼낏.
뚜껑이 열리고, 폴의 기압복이 보였다. 폴은 상자 속에서 덜덜 떨고 있었다. 이미 화물실의 온도는 영도 가까이 내려가고 있었다.
"기운을 내요."
나는 폴을 안고, 서둘러서 따뜻한 선실로 돌아왔다.
"여기는 기밀실로 되어 있습니다. 기압복을 벗어도 괜찮을 겁니다."
"고맙다, 렉스"
기압복을 벗고서 겨우 폴은 떨지 않게 되었다.
"2,30분만 더 상자 속에 있었으면 얼어죽을 판이었다."
폴은 나의 활약을 칭찬하고 나서 힘없이 말했다.
"배가 고프다. 무엇인가 먹을 걸 찾아줄 수 있겠니?"
"잠깐만 기다려 줘요."
나는 선실을 나와서, 선장실 옆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선장의 식료와 물이 있다.
나는 큰 빵과 치즈와, 컵 가득히 물을 가지고 선실로 돌아왔다.
"물은 이뿐이에요. 많이 쓰면 선장이 눈치챌 테니까요."
내가 준 빵을 폴은 마구 먹고, 꿀꺽꿀꺽 물도 마셨다.
목성의 제3위성 가니메데에서 화성까지의 여행은 길다. 이제 며칠이 걸린다.
나는 매일 선장의 눈을 피해서는 폴에게 먹을 것을 운반했다. 선장실에 있는 책도 말하지도 않고 꺼냈다.
"밀항도 꽤 좋은 거다. 이대로 화성에서 지구로 가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폴은 아주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나는 걱정이었다. 만일 선장에게 발각되면? 아마도 선장은 화성에 도착했을 때, 나와 폴을 화성 경찰에다 인계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또 헤어지게 된다.
만약에 화성에 폴은 발견되지 않고 지구에 도착한다고 해도, 나는 헤닝스의 농장에서 도망친 미치광이 로봇으로 체포되어 파괴를 당하지 않을지?
"시시한 생각은 하지 말아라. 잘 될 거다. 아버지도 내가 잘 말하면 반드시 알아주실 거야. 그리고 이 돈을 헤닝스에 게 보내면, 너는 또 정식으로 나의 것이 된다."하고 폴은 주머니에서 돈 뭉치를 꺼냈다. 그것은 폴의 아버지가 나를 헤닝스에게 팔고 받은 돈이었다.
과연 잘 될지 안 될지는 모르나, 나는 아무리 생각해 보았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 세상일은 모두 사람이 정하기 때문에…….
"렉스 커피를 마시고 싶구나. 한 잔 갖다 주지 않겠어?"
"좋아요."
나는 선실을 나와서 식당으로 들어갔다.
우주선에 있는 식료 중에서도 커피는 선장이 특히 귀중해하는 물건이다. 너무 적어지면 의심을 받는다.
나는 얼른 커피를 끓였다.
그 때, 운수 나쁘게도 선장이 식당으로 들어왔다.
"렉스, 누가 커피를 만들라고 했어?"
"아무도 말한 사람은 없습니다. 선장님께 드리려고…… 나는 가정용 로봇이기 때문에 집에 있을 때는 주인에게 커피를 드렸습니다."
하고 나는 거침없이 대답했다.
"어디 보자."
선장은 컵을 집어들더니 한 입 맛을 보았다.
"음, 이건 맛있구나. 그런데 너는 보통 요리도 만들 수 있느냐?"
"네. 요리책을 두 권 읽고 내용을 기억 뱅크에 옮기고 있습니다."
"놀랐는데. 네가 요리사까지 할 줄은 몰랐다. 나에게 커피를 한 잔 더 다오."두 잔 째의 커피도 선장은 맛있게 마셨다.
이리하여 이제 폴의 식사는 걱정이 없게 된다. 선장의 식사를 준비할 때, 조금 더 만들어 폴에게 가져가면 된다.
 
밀항 소년
 
드라베라호의 주위는 언제나 암흑의 공간이었다. 언제가 낮이고 밤인지, 시간의 흐름을 전혀 알 수 없다.
어느 날, 버커 선장이 나에게 명령했다.
"착륙용의 날개가 고장이 나 있어. 수리해라. 할만하냐?"
"맡겨 주십시오."
나는 자석 신발을 신고, 우주선 밖으로 나갔다.
이러한 작업은 로봇에게 제격이다. 인간은 우주복을 입기 때문에 몸이 자유롭지 못해 일이 잘 안 된다.
나는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아서 수리를 끝냈다. 이리하여 우주선은 어디에 착륙해도 좋게 되었다.
"너는 정말 쓸모가 있구나."
하고 선장은 크게 기뻐했다.
그리하여 나는 선장의 시계며, 선 내의 전기 난방 수리도 맡았다.
그리고 선 내를 깨끗이 청소를 했다. 너무 물을 많이 쓰지 말라고 꾸중을 하기 전까지 어디나 깨끗이 했다.
하루에 3번 식사를 만들어 선장을 기쁘게 했다. 나도 기뻤다. 그 때마다 폴의 것도 함께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틈을 보아 나는 짐꾼 로봇들의 손질도 했다.
좀 더러워진 몸통을 번쩍번쩍 닦기도 하고, 부서진 곳은 모두 수리를 했다.
이러한 일을 하는 동안, 나는 선장과 아주 친하게 되었다. 때때로 선장은 나를 선장실로 불러 말동무도 시켰다.
선장은 음악을 좋아했다. 음악 테이프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 틈만 있으면 몇 시간 동안이나 그것을 듣고 있었다.
그러므로 선장실에는 라디오가 없었다. 나는 식당 구석에 뒹굴고 있는 낡은 라디오를 수리했는데, 그다지 듣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어느 날, 선장은 나를 보고 물었다.
"너 음악의 리듬을 알 수 있어?"
"아닙니다. 어느 것이나 같은 음의 연속으로 들릴 뿐입니다."
"안 되겠는데, 리듬에는 빛깔이 있는 거야. 밝은 색깔의 리듬, 어두운 색깔의 리듬……"
"나는 색깔을 모릅니다."
"아니, 너의 시력 밸브는 검은 것과 흰 것밖에 느끼지 못하는가?"
"그렇습니다."
"좀 기다려."
하며 선장은 예비 부속품 상자를 뒤적거리더니 새로운 시력 밸브를 꺼냈다.
"이 컬러 밸브를 너에게 끼워 줄게."
낡은 밸브 대신 새로운 밸브를 끼었을 때, 나는 흥분했다.
나의 눈앞에는 갑자기 새로운 세계가 열린 것이다.
"모든 것이 달라져 보인다!"
나의 놀라는 모습을 선장은 만족스럽게 바라보면서 말했다.
"너는 색깔을 알게 되었다. 나의 셔츠는 파란색, 의자 위는 빨강이야."
선장은 색깔의 이름을 하나씩 내게 가르쳐 주었다.
"굉장합니다!"
나는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바깥을 봐라!"
그리하여 나는 우주선의 최전방에 있는 조종실에 들어갔다.
창 너머로 보이는 무수한 별도 전혀 달라져 있다. 암흑의 공간에 떠 있는 노란 별, 푸른 별……모두 살아있는 것처럼 보인다.
색깔, 나는 지금까지 색깔의 뜻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한동안 나는 아름다운 바깥 경치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어느 사이에 선장이 없어졌다. 틀림없이 또 선실에서 음악 테이프를 듣고 있을 것이다.
나는 폴에게 보고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폴이 숨어 있는 선실로 급히 갔다.
폴은 내가 갖다 준 잡지를 읽고 있었다. 나의 모습을 보자 그것을 내던졌다.
"이제 우주 무역의 잡지는 싫증이 난다. 선장은 음악이라든지 우주 여행의 책은 갖고 있지 않나?"
"찾아보지요. 그건 그렇고, 당신의 셔츠를 세탁하지 않으면 안되겠어요. 빨강 색깔이 꽤 더러워지고 있어요."
"뭐라구, 렉스! 지금 뭐라고 했어?"
"파랑 침대 커버도 세탁하는 것이 좋겠어요."
"렉스, 왜 그래? 너는 색깔을 알지 못할 텐데 말야."
"알도록 되었어요. 아까 버커 선장이 컬러의 시력 밸브를 내게 끼워줬어요."
나는 폴을 기쁘게 해주려고 생각했는데, 폴은 시무룩해졌다.
"컬러의 시력 밸브라면 내가 사줄 것이었는데 안됐구나."
폴은 다른 사람이 나의 몸을 매만지는 것이 싫은 것이다.
"물론 당신이 사준다면, 선장이 준 것은 빼내고 대신 그 밸브를 끼겠어요."
하고 나는 폴의 환심을 사려고 이렇게 말했다.
이 때, 갑자기 선실의 문이 열리면서 버커 선장이 들어왔다. 그리고 멍하니 폴을 지켜보았다.
 
선장의 노여움
 
"이건 어떻게 된 일이야? 여기서 뭘 하고 있었니?"
버커 선장은 나와 폴에게 계속 질문을 했다.
움푹 들어간 두 눈이 번쩍번쩍 빛나면서 얼굴은 새빨개졌다. 미칠 듯이 화가 난 모양이었다.
"저는 밀항하기 위해서 이 우주선을 탔습니다."
폴은 당당하게 대답했다.
"이게 뭐람, 출발 전에 너를 발견하지 못한 내가 큰 바보였어."
선장은 신음 소리를 냈다.
"발견될 수 없게 탔습니다."
가슴을 내밀고 폴은 말했다.
"흐흥……"
선장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나를 보았다.
"너는 대단한 로봇이다. 이 아이보다 머리가 좋다."
이 말을 듣자, 폴은 화를 냈다.
"나보다 로봇인 렉스가 머리가 좋다구요?"
"아니야. 똑똑히 말하면 어느 쪽이나 잔꾀라는 거다. 밀항 같은 것이 될 수 있어! 덕분에 나는 유괴범이 되었다."
"유괴? 그건 무슨 말입니까?"
"아직 모르느냐? 혹성 경찰에서는 내가 너를 유괴하여 소행성군에 노예로서 팔려고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선장님은 렉스가 나를 유괴했다는 뉴스를 들었습니까?"
폴은 놀라며 소리쳤다. 나도 물어 보았다.
"어디서 들었습니까?"
"어디서 들었던지 그건 내 마음대로야!"
선장은 분한 듯이 폴은 노려보았다.
<앗, 그렇구나…… 실수를 했다!>
문득 나는 생각이 났다. 며칠 전 나는 선장을 위하여 고장난 라디오를 고쳐 주었다.
<그 라디오로 아까 전 행성 방송국의 뉴스를 들었구나.>
나는 라디오를 고친 것을 후회했으나, 이제 와서 어찌할 도리가 없다.
"뉴스 방송은 사실인가? 렉스가 너를 유괴했느냐?"
선장의 질문은 계속되었다.
"아닙니다. 제가 스스로 스타퀸호에서 빠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나의 아버지가 가니메데에서 렉스를 판 사람으로부터 도망친 렉스를 훔쳤습니다."
필사적으로 폴은 설명했다.
"과연."
선장은 눈을 크게 떴다.
"그러나 사실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내가 너를 우주선으로 유괴했다고 생각할거란 말야."
선장의 노여움은 점점 심해 갔다.
이대로 가다가는 폴이 불리해지기만 하겠다. 나는 폴을 돕기 위하여 말했다.
"선장님, 행성 경찰에서는 우리들이 이 우주선에 탄 것을 알지 못합니다. 선장님이 말하지 않으면 모릅니다."
그러자 폴은 용기를 되찾았다.
"선장님, 우리들을 지구로 데리고 가 주십시오. 지구의 공항에 도착하면, 드라베라호에서 감쪽같이 빠져나겠습니다."
"어느 공항이나?"
"미국의 캔자스 시입니다."
폴은 이렇게 말하고, 숨을 죽이며 선장의 대답을 기다렸으나 헛일이었다.
"안 된다. 혹성 경찰이 너희들을 발견하면 어느 우주선을 타고 가니메데에서 왔느냐고 곧 조사를 한다. 그러면 내가 유괴범으로 체포되고 만다. 내가 경찰의 의심을 받지 않는 길은 단지 하나, 화성 공항에 도착하면 너를 화성 경찰에 넘기고 사실을 이야기하는 일이다."
역시 선장은 시끄러운 일에 말려들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나는 실망했다. 화성 경찰은 아마 우리들의 이야기를 믿어주지 않을 것이다.
폴은 곧 지구로 보내지고, 나는 또 가니메데의 헤닝스 농장으로-
그것은 폴도 알고 있었다.
"선장님, 다시 한 번만 생각해 주십시오. 나와 렉스의 운임을 물 테니까요."
하고 주머니에서 꺼낸 돈 뭉치를 폴은 선장에게 주었다.
"5천 달러입니다."
"5천 달러? 이렇게 많은 돈이 어디서 났느냐? 로봇을 훔친 것과 같이 은행에서 훔친 돈이 아니냐?"
"천만에요!"
폴은 몹시 화를 냈다.
"이건 아버지가 내게 준 돈이에요. 이만하면 지구로 가는 일등표를 4장은 살 수 있죠?"
"그러나 내가 겪어야 할 위험의 대금으로서는 그렇게 많은 돈도 아냐."
"대체 선장님은 얼마면 좋겠습니까? 부족한 것은 지구에 돌아가서 아버지께 물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너의 일로 해서 돈벌이를 하고 싶지는 않다. 모든 것은 화성 경찰이 알아서 잘 해 줄 거다."
완고한 선장은 아무래도 우리들을 경찰에 넘길 작정인 모양이다.
"화성 경찰은 반드시 렉스를 파괴해 버리거나, 가니메데의 농장에 되돌려 보낼 겁니다."
"그러면 너의 아버지가 또 다른 로봇을 사 줄 것이다."
"렉스 같은 로봇이 또 있는 줄 알아요? 선장님, 당신은 렉스를 좋아하죠? 컬러 밸브를 렉스에게 끼워 주었지 않았습니까? 그러면서도 렉스를 산산조각이 나게 하고 싶으신가요?"
나를 구하려고 폴의 열과 성의는 마침내 선장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
"나 역시 렉스를 부서지게 하고는 싶지 않다. 렉스는 훌륭한 로봇이니까."
"감사합니다, 선장님!"
하고 나도 모르게 나는 인사를 했다.
"렉스도 이렇게 기뻐하고 있습니다. 선장님, 부탁입니다. 우리들을 지구로 데려다 주십시오."
폴은 선장의 손에 억지로 5천 달러의 돈 뭉치를 쥐어 주었다.
"너한테는 지고 말았다. 어떻게 해보자."
선장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선실을 나갔다.
"버커 선장은 좋은 사람이다. 이제 우리도 지구로 갈 수 있다."
안심한 폴은 내게 지구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우리 식구들은 트레드의 집에서 살 예정이다. 캔자스 시에서 꽤 떨어져 있으나 걱정 없어. 지구는 교통 기관이 발달되어 있으니까 말야."
"제트카도 많이 있죠?"
"물론이지. 그러나 우리들은 콥터로 가는 거다."
"콥터라니요?"
"여객기의 일종이다. 제트카보다 훨씬 빠르다. 캔자스 시에서 트레드까지 45분이면 날아간다."
"지구란 굉장한 곳이구먼요. 컬러 밸브를 끼기를 잘했어요. 아름다운 색깔을 많이 볼 수 있겠어요."
"우리들은 모노레일도 탈 수 있어. 모노레일은 공중의 철길에 매달려 있는 제트카의 일종이고, 콥터처럼 빨리 달린다."
"로봇도 많이 있습니까?"
"있지. 로봇은 모두 지구에서 만드니까. 너 기억하고 있지 않니?"
"아니요.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당신의 아버지가 당시에게 나를 사주었을 때부터의 일뿐입니다. 나는 여러 가지 모양의 로봇과 함께 가게에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당신의 아버지가 나를 골라서 가니메데로 보냈습니다. 그러므로……"
나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도중 폴은 손뼉을 쳤다.
"그렇다!"
"뭡니까?"
"이 우주선에는 로봇용의 새로운 배터리가 있을 거야."
"네, 버커 선장은 혹성 무역으로 긴 우주 여행을 하기 때문에 많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좋아,. 그럼 하나 여분으로 너의 가슴에 넣어 둬."
"그러나 그건 도둑이 됩니다."
"걱정 말아. 나는 선장에게 네 사람 치의 운임을 지불하고 있어. 네가 배터리를 두 개 사용해도 괜찮아."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러나 선장에게는 절대로 말하지 말아라."
왜 폴은 선장에게는 비밀로 하라는 지 나는 알 수가 없었 다.
그 후 10여일의 여행이 계속된 끝에, 드라베라호는 겨우 화성 공항에 착륙했다.
"화성 경찰의 검사가 있을지도 모르니 숨어 있어요."
나는 폴의 선실을 굳게 잠근 다음, 조종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선장은 나에게 이렇게 명령했다.
"렉스, 폴을 불러오너라.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나는 또 선실을 열고, 폴과 함께 조종실에 들어갔다.
선장은 갑자기 돈 뭉치를 폴에게 내밀었다.
"돌려준다."
"예? 선장님은 돈이 필요 없으신 가요?"
"응, 잠깐동안 빌었을 뿐이다. 나는 좋지 못한 일로 돈을 벌고 싶지는 않다. 너도 법을 지키고 바르게 사는 것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하며 선장은 폴과 나에게 말할 여유도 주지 않고 우주선의 입구를 열었다.
그러자 녹색의 몸을 한 화성인의 경찰 두 사람이 우주선에 올라왔다.
 
체포된 폴
 
화성 경찰은 사무적으로 묻기 시작했다.
"당신이 버커 선장입니까?"
"그렇습니다."
선장이 대답했다.
"우리들은 당신의 연락을 받고, 행방불명의 소년을 인계하러 왔습니다."
"이 아이입니다."
선장은 폴을 가리켰다. 그러자 경찰의 한 사람이 폴의 팔을 잡으며 선장에게 가볍게 머리를 숙였다.
"당신도 함께 경찰에 가 주셔야 겠습니다. 보고서를 만들어야 하니까요."
선장은 나에게 여기 있으라고 말하고서 경찰들과 함께 우주선을 나갔다.
그러나 폴은 나를 보려고 하지도 않았다.
네 사람이 떠난 후, 나는 조종실에 선 채로 생각했다.
<버커 선장은 무전으로 폴의 밀항을 화성 경찰에 보고했다. 그래서 경찰이 공항에 나온 것이다.>
여기까지는 알 수 있다.
<그런데 경찰들은 폴만을 데리고 갔다. 왜 나는 내버려둘까?>
알 수가 없다.
나는 또 계속 생각했다. 문득 그 까닭이 머리를 스친다.
<그렇구나!>
이윽고 수수께끼가 풀렸다.
<선장은 폴만을 보고한 것이다. 내가 함께 밀항한 것을 말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경찰들은 나에게는 눈치를 채지 못했던 모양이다.>
폴이 경찰에 끌려갈 때, 내 쪽은 보지 않은 이유도 알겠다.
<폴은 경찰들의 주의를 나에게 돌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만약에 나의 정체가 탄로 나면 함께 체포되기 때문에……>
다시 말해서 폴은 나를 지켜준 것이다.
1시간도 못 되어, 버커 선장은 우주선으로 되돌아왔다.
나는 물었다.
"선장님은 왜 폴을 경찰에 넘겼습니까?"
"그것이 폴을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이다. 경찰은 폴을 지구의 아버지에게로 잘 보내준다."
"그런데 나에 대해선 왜 경찰에 말하지 않았습니까?"
"폴을 로봇의 도둑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 만하냐?"
선장을 폴을 위하여 나를 경찰의 눈으로부터 숨겼던 것이다.
"본디부터 폴은 혼자서 스타퀸호를 도망쳤다. 폴이 로봇하고 함께 있는 것을 보았다는 증인은 한 사람도 없다. 그래서 경찰은 네가 농장에서 도망친 후, 가니메데의 황무지에서 배터리가 모두 닳아버리고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거야."
"이제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드라베라호에서 일해라. 이 우주선은 지구에 가서 또 가니메데에 돌아온다. 그러면 헤닝스의 농장으로 되돌아가는 거다. 걱정 말아. 내가 헤닝스에게 너를 잘 쓰도록 말해 주겠어."
"부탁합니다."
나는 그렇게 밖에 할 말이 없었다.
"좋아. 이것으로 밀항 사건은 끝났다. 빨리 짐을 내리자. 너도 도와 줘."
선장은 앞서서 조종실에서 나갔다. 이 때, 나는 선반 위에 놓여 있는 종이를 보았다.
<이것은 선장이 지금 경찰에서 가지고 돌아온 것이다.>
나는 선장의 뒤를 따라가며, 몰래 그 종이를 쥐었다.
 
- 폴은 마아즈 시의 시장 집에 두기로 하다.
 
스타퀸호에서 도망친 소년이 왜 이처럼 우대를 받는 것일까?
이유는 곧 알았다. 폴의 아버지가 지구에서 가장 큰 우주 무역 회사의 중역이기 때문이었다.
이미 3대의 로봇들이 짐을 열심히 내리고 있었다. 나도 그 속에 들어가서 상자를 운반했다.
이젠 도망칠 기운도 없다. 모든 것은 끝났다. 나와 폴은 이번만은 정말로 헤어지게 된다.
그것이 폴을 위하여 좋을지도 모른다. 폴은 성장했다. 벌써 16살이다. 로봇과 놀 나이가 아니다.
폴은 지구에서 사람의 친구를 얻어 지낼 것이다. 지구는 가니메데와는 다르다.
가니메데에서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같은 나의 친구는 좀체 없다. 그러나 지구에서라면 얼마든지 있다.
또 가니메데는 황폐한 위험한 위성이다. 아이들은 사고나 다른 재난에서 몸을 지키기 위하여 힘이 강한 로봇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구에서는 그러한 걱정은 없다.
나는 짐을 내려 땅 위에 쌓으면서 계속 생각했다.
그러나 폴이 없으면 역시 쓸쓸하다.
선장이 말한 것처럼 나와 폴은 정말로 헤어지는 편이 좋은 것일까?
<아니 선장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도 몰라.>
의아심이 솟아났다.
선장은 거짓말쟁이다. 폴과 나를 지구로 데려다 준다고 일단 약속하고서도 경찰에 알렸다. 신용이 안 된다!
<다시 한 번 폴을 만나 의논하자.>
나는 어느 사이에 드라베라호에서 도망칠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우선 나는 화물실로 들어갔다. 또 내릴 상자가 꽤 남아 있었다.
<폴처럼 이 속에 숨으면?>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마침 한 대의 로봇이 짐을 내리려고 들어왔다. 나는 그 놈에게 명령했다.
"이 상자는 맨 나중에 내리고, 상자를 쌓은 바깥쪽에 놓아라.":
"알았습니다."
노동 로봇은 다른 상자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나는 서둘러서 상자를 비도록 한 후, 상자 속에 들어가서 안으로 뚜껑을 단단히 닫았다.
아무 것도 모르는 노동 로봇은 내가 들어 있는 상자를 들고 명령한대로 그 위치에 운반했다.
"그걸로 끝이지?"
선장의 말소리가 들렸다.
"아니, 렉스가 없는데. 렉스, 어디로 갔어? 선실이냐, 나와라! 아직 일이 있어."
점점 선장의 소리가 멀어져 갔다. 선 내로 들어간 것일 거다.
어물거리고 있을 수가 없다. 나는 상자의 뚜껑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운 좋게 바로 옆에 공항의 창고가 줄지어 있었다.
<됐다!>
나는 짐 뒤로 창고에 다가갔다. 그 뒤쪽으로 하여 공항을 빠져나갔다.
지금쯤 틀림없이 버커 선장은 내가 도망친 것을 깨달았을 거다.
그러나 화성 경찰에 알릴 수는 없다. 나는 드라베라호에는 타고 있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으니까.
 
화성 도시
 
나는 퍽 전에 폴의 책에서 화성에 대해 읽었다. 화성 도시는 3개의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하나는 드라베라호가 착륙한 화물 전용의 화성 공항, 사막의 한가운데이므로 항상 모래먼지가 날아올라 사람의 옷을 더럽히고, 로봇의 몸에 붙어서 곤란을 받는다.
더욱이 사람은 화성 헬멧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 화성의 대기는 사람이 호흡하기에는 희박하다. 물론 가니메데에서 입는 기압복보다 훨씬 가벼운 것이지만.
화성 공항에서 이어진 고가 도로를 30킬로 나아가니, 마아즈 시로 나간다.
거대한 플라스틱의 공기 돔에 덮인 훌륭한 마을이다.
마지막으로 또 하나의 공항이다. 여기는 여행객 전용으로 '마아즈 포인트'라고 부른다. 매일같이 최신형의 아름다운 우주선이 발착하여 번창한다.
'마아즈 시와 2개의 공항을 잇는 삼각형 속에 화성의 인구가 약 절반 살고 있다.'
폴의 책에는 확실히 그같이 씌어 있었다.
나는 화물 전용 공항에서 마아즈 시로 향했다. 넓은 길에는 트럭과 사람과 로봇의 행렬이 길게 계속되었다.
될 수 있는 대로 눈에 띄지 않게 나는 다른 로봇과 보조를 맞추어서 빨리 걸었다.
몇 시간 후에 마아즈 시에 이르렀다. 공기 돔의 에어 로 크를 지나서 마을로 들어섰을 때, 우선 나는 텔레비전 전화통을 발견했다.시장의 주소는 전화번호부에 나와 있었다. 레트와인 81이다.
<그런데 어디쯤일까?>
처음이라 마을의 사정을 전혀 알 수가 없다. 주위에는 나와 같은 형의 가정용 로봇이 몇 대나 걷고 있었다.
나는 그중 한 대를 불러 세웠다.
"레트 와인 81은 어디쯤이야?"
"몰라."
불친절한 대답이었다.
혼자서 바깥을 걷고 있는 로봇은 모두 주인이 명령한 목적지로 향하고 있다. 그 밖의 장소는 모르는 것이 보통이다.
나는 단념하고 혼자 찾기로 했다.
마을을 빙빙 돌면서 겨우 '레트 와인'이라고 쓴 마을의 표지판을 발견했다.
다음은 간단했다. 시장의 집은 5분도 걸리지 않아서 알았다.
나는 현관 문 앞에 서서 생각했다.
<만약에 사람이 나오면 곤란하다. 로봇은 들은 말 이외는 모르는 사람에게는 말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나는 숲 속을 빠져나가 집 뒤로 돌아갔다.
초인종을 눌렀더니 로봇이 나오며,
"무슨 일이야?"
하고 물었다.
"여기 있는 지구의 소년에 대해서 묻고 싶다. 너는 알고 있지?"
"알고 있어."
나와 같은 형의 가정용 로봇은 사무적으로 대답했다.
"나를 만나게 해 줄 수 없어?"
"안 된다. 아무에게도 만나게 하지 말라고 명령되어 있다."
할 수 없이 나는 폴이 어떻게 지내는지를 물어 보았다.
"지구의 소년은 잘 있어?"
"아주 건강해."
"지금 어디 있어?"
"방에서 자고 있어."
"소년이 이 집에서 잘 대우를 받느냐?"
"물론 아주 잘 대우하고 있어."
"고맙다. 그것만 알면 되다."
나는 얌전하게 문 앞에서 물러났다.
이제부터 어떻게 하지?
내가 없어도 폴은 행복하게 될 것 같다.
버커 선장의 말대로 나는 가니메데에 돌아가서, 또 헤닝스의 농장에서 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
그러나 나는 자유로이 돌아다니는 즐거움을 맛보았다. 컬러 밸브를 빼내고, 흑백 밸브로 갈아치울 것이다.
한 번 맛본 자유와 색깔의 세계를 잊는다는 것은 괴로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한 것을 생각하면서 나는 시장집 모퉁이를 돌아 거리로 되돌아 나왔다.
이 때였다. 나의 눈에 폴의 모습이 비친 것은!
폴은 유리로 둘러싸인 방안에 있었다. 커튼을 열고 유리를 쿵쿵 두들기고 있었다.
<폴이 부르고 있다!>
나는 유리벽으로 달려가서 듣는 힘을 발휘해서 폴의 소리를 들었다.
"이 유리는 너무 두텁다. 렉스, 이걸 깨뜨리고 여기서 나를 꺼내다오!"
"알겠습니다."
나는 강철의 주먹을 둘로 모으고 유리벽을 때렸다. 쨍그 랑!
유리는 쉽게 깨졌고, 폴이 빠져 나오기에 안성맞춤인 구멍이 뚫렸다.
폴은 헬멧을 들고 구멍으로 빠져 나왔다.
"네가 꼭 와 주리라고 생각했어. 나는 기다리고 있었어!"
"그런데 이제부터 어떻게 하겠습니까?"
"숨자. 경찰이 곧 뒤쫓아올 거다. 그들로부터 숨을 장소를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우선 여기서 될 수 있는 한 멀리 도망치는 것이 좋을 겁니다."
우리는 길과는 반대쪽으로 달려갔다. 시장 집의 뒤에는 숲이 있었다. 나무가 우리들을 숨겨줄 거다. 다행히 아무도 우리들의 모습을 눈치챈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는 부주의했다. 시장 집은 마아즈 시를 완전히 덮는 공기 돔의 바로 옆에 있었던 것이다.
"앗, 막혔다!"
이윽고 폴은 걸음을 멈추었다. 눈앞에 공기 돔의 거대한 벽이 나타났던 것이다.
공기 돔의 저쪽에 끝없이 펼쳐지는 화성의 사막이 보였다.
<이 놈을 때려부수고, 저쪽으로 도망칠까……>
순간 나는 생각했다. 나의 힘이라면 공기 돔에 구멍을 뚫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실행하지 못했다. 공기 돔을 부수면 마아즈시의 공기가 마구 밖으로 도망친다.
많은 사람을 죽음의 위험에 부닥치게 하는 중대한 범죄를 나는 저지를 수가 없다.
"어떻게 하지?"
하고 폴은 나를 쳐다보았다.
"땅을 파고 숨읍시다."
문득 나는 생각했다.
공기 돔의 안쪽도 부드러운 모래땅이다.
나는 두 손으로 모래를 파헤쳐서, 잠깐 동안에 나와 폴이 들어갈 만한 굴을 팠다.
"됐어!"
폴은 헬멧을 쓰고 굴로 들어갔다. 이어서 나도 미끄러져 들어가서는 우리들 뒤에 모래를 덮었다.
마지막으로 팔을 내릴 때 모래가 오므라들었다. 틀림없이 위는 울퉁불퉁할 거다.
누군가가 가까이 에서 보면, 아래에 무엇인가 숨어 있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당황하지 않았다.
뒤쫓는 사람들은 분명히 다른 쪽을 찾을 것이다. 우리들이 설마 공기 돔에서 숨이 막힐 장소로 도망을 치고, 굴을 파서 숨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모래 폭풍우
 
우리는 굴속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네가 반드시 찾으러 올 것이라고 생각했어."
"처음에는 당신이 있는 곳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버커 선장이 가지고 온 보고서의 사본을 읽었던 겁니다."
"나는 경찰에는 잠시 있었을 뿐이다. 곧 시장 집에 옮겨졌던 거다. 그런데 덥구나. 언제까지 모래 속에 박혀 있어야 하나?"
폴이 불평을 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2,3시간쯤 어두워질 때까지 여기 있는 편이 안전합니다."
하고 나는 달랬다.
"곤란한데. 헬멧 속에 모래가 들어와서 껄끔껄끔하구나."
"좀 옆으로 해봐요."
"응, 이제 됐다."
모래가 나온 모양으로 폴은 또 이야기를 계속했다.
"마아즈시의 시장은 될수록 빨리 나를 제1급의 행성간 우주선으로 지구로 보낸다고 했어. 틀림없이 아버지의 회사에 잘 보이려고 하기 때문이야."
"그걸 받아들이는 것이 좋았을지도 모릅니다."
"너를 여기 둔 채로? 바보 같은! 너하고 함께 돌아가고 싶어서 이런 고생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
폴은 화가 나서 소리쳤다.
"알았습니다. 조용히 해주세요. 움직이면 또 헬멧에 모래가 들어갑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나는 기뻤다. 폴은 목숨을 걸고 나를 지구로 데리고 가려고 결심하고 있는 것이다.
"폴, 곧 이제부터의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아요."
"나는 돈을 가지고 있다. 굴에서 나가면 마아즈 포인트 공항에 가서 지구 행의 우주선을 타자."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당연하다. 내가 나의 돈으로 너를 지구에 데리고 가면, 아버지도 뭐라고 하시지는 않을 거다."
"잠깐만, 당신은 중요한 일을 한 가지 잊고 있어요."
"어떤 일?"
"헤닝스의 일 말입니다. 당신이 지구 행의 표를 사는 돈은 나를 판 대금이죠? 지금 나는 헤닝스의 것입니다. 그러므로 당신은 나를 훔친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돈은 표를 사고도 절반이 남는다. 그걸 헤닝스에게 되돌려 보낼까?"
"절반 가지고는 헤닝스가 가만있지 않을 것입니다."
"나머지는 지구에 가서 아버지에게서 얻으면 돼. 아버지는 아무래도 새로운 로봇을 살 작정으로 있으니까 말야."
"그러나 아버지는 당신에게 준 돈으로 새로운 로봇을 살 작정이 아닐까요?"
"그것도 그렇겠군."
폴이 대답이 막히자, 나는 다시 말했다.
"또 한 가지 걱정되는 일이 있습니다. 지구에 돌아가서 헤닝스에게 돈을 전부 보내도, 경찰은 당신의 아버지에게서 벌금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나를 훔쳤다는 이유로……"
질서정연한 이야기는 사람보다 로봇이 낫다.
폴은 나의 말에 대답이 궁해지자, 드디어 화를 냈다.
"렉스, 네가 말하는 것 같은 일은 지구에 돌아가서 해결하면 된다.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지구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걸 심각하게 생각해!"
"알았습니다."
결국 나는 사람에게 이길 수 없는 것이다.
드디어 밤이 왔다.
우리들은 모래를 파헤치고 어두운 지상에 섰다. 다행히 주위에는 사람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다.
"렉스, 너 마아즈 포인트 공항으로 가는 길을 알고 있어?"
"대강은 압니다. 우리는 여기서 돔 밖으로 나가서 사막을 가로지르는 것이 좋을 겁니다. 마을의 출입구에는 경찰이 틀림없이 있습니다."
나는 어둠 속에서 또 굴을 파기 시작했고, 폴은 감시를 했다.
이윽고 나는 땅 아래로 들어간 공기 돔의 벽 아래를 넘어, 바깥 사막으로 빠지는 터널을 팠다.
우선 폴이 모래를 헤치면서 터널을 지나고, 다음에 내가 나간 다음 곧 터널을 막았다.
이리하여 마아즈시의 공기는 새지 않게 되었다.
"멀리 돌아서 마아즈 포인트 공항으로 가는 길로 나갑시다."
나는 앞서서 사막을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았을 때, 굉장한 폭풍이 불고 어두운 하늘에서 모래의 비가 내렸다.
"앗, 모래 폭풍우다!"
폴이 비틀거렸다.
화성의 모래 폭풍우는 아무런 징조도 없이 닥쳐온다. 사막의 끝까지 바라볼 수 있는 좋은 날씨에도 안심이 되지 않는다. 1분 후에는 하늘 가득히 날아 올라갔던 모래가 맹렬한 힘으로 내리퍼붓는다.
모래가 헬멧을 날리고, 사람을 질식해서 죽게 하는 일도 있다.
"나를 꽉 잡아요!"
나는 두 손으로 폴을 끌어당기려고 했으나, 이미 폴은 거기에는 없었다. 모래 폭풍우가 폴을 어둠 속으로 데리고 간 것이다.
"폴, 폴!"
나는 힘껏 외쳤다. 듣는 힘을 최대로 발휘하여 폴의 대답을 들으려고 했다.
그러나 들려오는 것이라고는 어둠 속에서 불어닥치는 바람과 모래의 소리뿐이었다.
어느 사이에 내 몸통도 무릎까지 모래에 파묻히고 있었다.
<어찌 되면 폴이……>
모래 속에 깊이 파묻히면 다시 찾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빨리 발견하지 못하면…… 빨리 발견하지 못하면……"
스스로에게 외치며, 나는 주위에 생긴 모래산을 모조리 팠다.
얼마쯤 파 보았을까, 나의 손에 무엇인가 부딪쳤다. 살그머니 잡고 모래에서 꺼냈더니, 바로 폴이 아닌가.
"잘 됐다……"
나는 폴의 헬멧이 무사한 것을 확인하고 안심했다.
"이젠 괜찮습니다. 내 몸에 꼭 붙으세요."
나는 폴을 끌어당기며 모래 폭풍으로부터 지켰다. 그러자 폴이 말했다.
"큰일났다! 모래 폭풍우 때문에 방향을 알 수 없게 됐다!"
"괜찮아요. 나의 안테나는 공항 라디오의 전파를 잡을 수가 있습니다. 우리는 전파를 의지하고 가면 됩니다."
"그렇구나. 나는 아주 잊어버리고 있었어."
폴 뿐만 아니라, 사람은 무서운 일을 당하면 생각하는 힘이 둔해진다. 그러나 로봇은 다르다.
로봇은 어떤 경우에도 최대의 힘을 발휘하여, 기계가 고장날 때까지 자동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나는 한쪽 손으로 폴을 안고, 다른 한쪽 손으로는 머리 위의 안테나를 공항 방송의 전파에 오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장치했다.
또 바람이 심해져서 폴은 걷지 못할 것 같다.
나는 두 손으로 폴을 가슴에까지 안아 올려 조금씩 전진하기 시작했다. 한 발짝 옮길 때마다 복사뼈까지 푹푹 모래에 빠졌다.
"렉스, 네가 움직이는 것은 드라베라호에서 배터리를 두 개 넣었기 때문이다."
폴은 헬멧을 나의 가슴에 대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하나는 다 닳았습니다. 지금은 두 개째 배터리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아, 공항 라디오의 전파를 잡았습니다……"
머리 위의 안테나를 전파로 향하게 하면서, 나는 두 발에 힘을 주어 나아갔다.
모래 폭풍우는 점차로 약해지다가 드디어 그쳤다. 맑게 갠 하늘에는 화성의 위성 데이모스와 포보스가 둥실 떠 있었다.
 
푸른 지구
 
전파는 우리들을 무사히 마아즈 포인트 공항으로 이끌어 주었다.
공항의 일부는 마아즈 시와 같이 공기 돔에 덮여 있었다.
공항 앞에서 나는 폴에게 말했다.
"나와 당신이 함께 공항에 들어가면 눈에 뜨입니다. 내가 두 사람 치의 표를 사지요. 그 동안에 여기서 기다려 주세요."
"부탁해."
폴은 주머니에서 메모 용지와 연필을 꺼냈다.
"내가 책상 대신을 하지요."
나는 모래땅에 벌렁 누웠다.
"지구행 1등 2장……"
나의 가슴 위에서 폴은 메모를 썼다.
그 메모와 돈을 가지고 나는 공항으로 들어갔다.
여기는 드라베라호가 착륙한 화물 전용의 공항과는 달리 번창했다. 낮과 밤의 구별이 없이 대형 우주선이 발착하고, 많은 승강객이나 로봇으로 언제나 법석거렸다.
녹색의 화성인. 키가 2미터를 넘는 눈이 큰 금성인. 바삭바삭 마른 내화성의 몸을 가진 수성인.
그러나 여행자의 대부분은 지구인이었다. 지구인의 모습이 남자도 여자도 역시 가장 아름다웠다.
나는 표를 파는 창구에서 메모와 돈을 냈다.
"오클라호마호에 타십시오. 15분 후에 출발합니다."
화성인의 계원이 1등표를 주면서 말했다.
<이제 겨우 폴과 함께 지구로 돌아가게 됐다.>
나는 2장의 표를 꼭 쥐고, 창구 위에 나붙어 있는 시간표를 쳐다보았다. 시간표 옆에 혹성 여행 연맹의 주의서가 나붙어 있었다.
-이 공항에서는 당분간 로봇의 승선을 금지함. 로봇은 화물 전용의 화성 공항에서 화물 우주선에 승선할 것.
 
<어떻게 할까……>
나는 힘없이 폴에게로 돌아갔다.
"잘 됐어. 렉스! 우리들의 계획은 끝내 성공했다!"
뛰어오르며 기뻐하는 폴에게 새삼스럽게 주의서를 말할 수는 없다. 말하면 폴은 오클라호마호에는 타지 않겠다고 말할 것이다.
나는 중대한 결심을 했다.
"당신이 먼저 타십시오. 나는 시간이 다 됐을 때 뛰어오르겠습니다."
"응, 탈 때까지 따로 있는 편이 좋을 거다."
폴은 기분이 좋았다.
"오클라호마호에 승선하실 분은 서둘러 주십시오. 이제 5분 후에 출발합니다."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우리들이 있는 곳까지 들려왔다.
"그럼 먼저 타겠어."
폴은 나에게 손을 흔들며 우주선의 입구로 사라졌다.
드디어 출발 시간이다.
그러나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승선구의 문이 조용히 닫히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으르릉……
오클라호마호는 오렌지 색깔의 불길을 내뿜으며 상승하기 시작했다.
지금쯤 폴은 내가 타지 않은 것을 알았을 것이다. 로봇은 승선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폴의 성난 얼굴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폴, 속여서 미안해요. 그러나 이것이 당신을 위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나와 더 이상 화성의 사막을 도망치며 돌아다니는 것은 너무나 위험하니까요.>
나는 마아즈 포인트 공항을 나와서 황폐한 사막을 터벅터벅 걸었다. 어디로 갈 목적지도 없다. 절로 발길이 화성 공항으로 향하고 있었다.
드라베라호는 내가 도망쳤을 때와 같은, 여전한 모습으로 땅 위에 있었다.
나는 조종실의 입구를 똑똑 소리냈다.
문이 열리면서 버커 선장이 얼굴을 내밀었다.
"아니, 불량 소년처럼 불쑥 내뺐다가 불쑥 나타났구나, 지금까지 어디를 헤매 다녔어?"
"미안합니다. 폴을 찾으러 갔으나 잘 안 되었습니다. 그 전처럼 나를 써주지 않겠습니까?"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처럼 조심해서 말했다. 폴을 시장의 집에서 빼내 왔지만, 폴과 함께 지구로 돌아가는 계획이 잘 되지 않았다고 말해버렸던 거이다.
"좋아, 너는 일을 잘 하니까 도움이 돼."
버커 선장은 나의 제멋대로의 행동을 깨끗이 용서해주었다.
"그러나 이제 두 번 다시 도망치지 않는다고 약속하겠느냐?"
"약속합니다."
나는 똑똑하게 말했다.
"자, 출발! 너는 노동 로봇의 손질을 해 줘!"
버커 선장은 나에게 명령하고 조종석에 앉았다.
이렇게 하여 지구에로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나는 매일 열심히 일을 했다.
어느 날, 선장은 나를 선장실로 불렀다.
"너는 체스(서양 장기)를 둘 줄 알아?"
"네, 합니다."
"그럼, 나하고 해 보자."
선장과 나는 체스를 두기 시작했다.
1회전은 내가 이겼다.
"너 로봇인 주제에 제법이구나. 다시 한 번 더 해 봐."
선장은 안타까워했으나, 2회전도 내가 이겼다. 3회전, 4회전, 5회전……8회전까지 계속 이기자, 선장은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너 누구에게서 체스를 배웠어?"
"체스 책을 읽었을 뿐입니다. 나의 기억 뱅크에는 4백 승부 1만 1천 2백 24수가 정확하게 기억되고 있습니다."
"음, 그렇다면 체스의 세계 챔피언도 너를 이길 수는 없지."
선장은 신음 소리를 냈다.
화성을 떠나서 3주만에 선장은 조종실에서 나에게 말했다.
"저게 지구다!"
암흑의 공간에 푸른 색깔로 빛나는 천체가 점점 다가왔다.
"아름답구나!"
나도 모르게 외쳤다.
지금까지 본 어느 별보다 지구는 아름다웠다.
그러나 난 곧 서글퍼졌다.
<나는 폴을 배신했다. 폴은 화가 나서 내가 싫어졌을 거다. 그것이 좋다. 나는 일이 끝나면 가니메데로 돌아가자. 아무리 괴로워도 헤닝스에 돌아가서 일하는 것이 나의 임무이다.>
 
다시 만나다
 
드라베라호는 예정대로 캔자스 시의 공항에 착륙했다.
"렉스, 지구를 출발하기까지 너의 배터리를 뽑아 둔다. 또 도망치고 싶어하면 곤란하니까."
선장은 나의 가슴을 열었다.
"그 대신 폴에 대해서 조사해 주십시오. 무사히 집에 돌아왔는지, 부탁합니다."
나는 선장에게 부탁했다.
그 때였다.
"미치광이 로봇이 미쳐 날뛴다!"
하고 밖에서 외치는 소리가 났다.
선실의 창 너머로 공항 빌딩에서 도망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 뒤로 나보다 훨씬 큰 로봇이 뛰어나왔다.
로봇은 확실히 미쳐 있었다. 미처 도망치지 못한 사람을 닥치는 대로 때려눕히고 밟아 버렸다.
"위험하다! 모두 도망쳐라!"
두 명의 경관이 광선총으로 로봇을 겨누었다.
그러나 로봇이 소녀를 옆구리에 끼고 있기 때문에 발사할 수도 없었다.
"살려줘요!"
소녀의 비명이 내 귀에 울렸을 때, 나는 선장을 밀치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렉스, 어디로 가냐!"
선장이 불렀으나 뒤돌아보지도 않고 나는 곧바로 미치광이 로봇을 향하여 달려갔다.
"이 봐, 그 소녀를 놓아라! 사람을 해치지 말아라!"
그러나 나의 말이 미치광이 로봇에게 통할 리가 없다.
대형 로봇은 소녀를 낀 채로 내게 대들었다.
딱!
강철의 손이 나의 어깨를 쳤을 때 불꽃이 튀겼다.
나는 얻어맞으면서 소녀를 끼고 있는 한쪽 팔을 비틀었다. 이윽고 팔이 늘어지며 겨우 손이 빠질 수 있었다.
이제 안심이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하여 상대방의 팔을 비틀었다.
찌지직!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미치광이 로봇의 팔이 어깨에서 떨어졌다.
그 때, 두 사람의 경관이 달려왔다. 광선총의 광선을 받은 미치광이 로봇은 픽하고 땅에 쓰러졌다. 그것을 보고 나자 나의 눈앞은 캄캄해졌다.
배터리가 없어진 것이다.
그로부터 얼마나 잠들었는지 모른다.
나의 눈에 다시 빛이 되돌아왔다.
새로운 배터리가 넣어진 것이다. 처음으로 소년의 얼굴이 어렴풋이 보였다. 그것이 점차로 확실해져 왔다.
"렉스, 알 만해? 나야."
소년은 폴이었다. 이젠 만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그 폴이 생글생글 웃으면서 내 앞에 서 있었다.
"나는 오늘 아침 지구에 도착하여 모든 것을 아버지에게 말했어. 그리고 뉴스로 네가 미치광이 로봇을 때려눕힌 것을 듣고 달려온 거다."
"미안해요. 폴 당신을 속이기도 해서요."
"좋아, 나를 위해서 한 것이지? 알고 있어."
 
폴의 뒤에는 아버지, 어머니, 누이동생 제인, 버커 선장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내가 알지 못하는 남자와 여자도 서 있었다.
"렉스, 이 사람들은 너를 만든 그렌우드 로봇 제조 회사의 기사다. 즉 너의 아버지와 어머니다."
하고 폴이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너는 세계 첫째의 로봇이다. 너를 이 세상에 내보낸 우리들은 코가 높아진 느낌이다."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렌우드의 기사들은 번갈아 가며 나의 몸을 쓰다듬어 주었다.
폴의 아버지는 헤닝스의 돈을 보내고 정식으로 다시 사들였다. 경찰에도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제 도망칠 필요는 없게 된 것이다.
"너는 이제부터 트레드의 집에서 나와 함께 사는 거다. 이젠 놓치지 않는다. 자, 너의 새로운 바지를 사러 가자."
하고 폴은 나의 팔에 매달렸다.
"폴, 폴!"
나는 폴을 끌어안고 실컷 울고 싶었다. 그러나 로봇이기 때문에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 로봇은 울지 않는다.
 
-<끝>-
 
작품 해설
 
인간적인 로봇
 
이 공상과학소설의 작자 래스터 델 레이는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출생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여행을 몹시 좋아하여, 대학생이 되고 나서는 여름 휴가나 겨울 휴가에는 미국 국내는 물론 멀리 캐나다나 멕시코까지 갔습니다.
여행이라고 하여 번들번들 놀기나 한 것이 아닙니다. 가는 곳마다에서 일을 했습니다.
목수, 호텔의 종업원, 기자, 잡지의 외교원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일을 했습니다.
이것이 소설을 쓰는 데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책을 낸 것은 22세 때였습니다.
그 후, 소설의 비평이나 잡지의 편집에 손을 대며 그는 공상과학소설을 계속 써서, 오늘날에는 미국을 대표하는 공상과학 작가의 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델 레이는 학생 시대에 원자 물리학, 의학, 전자공항 등을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이 과학적인 지식과 각지에서 일한 경험이 잘 융합되어, 인간미가 가득한 공상과학소설을 쓴 것입니다.
델 레이가 쓰는 로봇은 기계이면서도 모두 인간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도망친 로봇」의 주인공인 렉스는 눈이 하나, 몸도 딱딱한 모습만은 인간을 닮지 않았으나, 사물을 생각하는 것은 인간과 꼭 같습니다.
사물을 바르게 판단하며 언제나 자기를 희생하여, 주인인 폴 소년을 도와주려고 합니다.
그 우정과 용기는 보통 인간보다 훌륭할 정도입니다.
렉스가 주인의 사정으로 팔려 가는 장면은 스토우 부인의 유명한 소설「엉클 톰스 캐빈」을 생각하게 합니다.
새로운 주인에게 학대를 받아도 본래의 주인을 원망하지 않고, 다시 한 번 만나려고 생각하는 렉스의 애처로움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눈물겹게 합니다.
델 레이는 로봇의 모습을 빌려, 우주 시대에 사는 이상적인 인간을 그리려고 했을 것입니다.
로봇을 쓰는 공상과학 작가는 많이 있습니다. 아이작 아시모프, 에드먼드 쿠퍼 등은 유명합니다. 다만 특히 델 레이의 로봇은 인간적인 것이 특징입니다.
공상 과학 소설이라고 하면 우주 시대의 모험이나 과학 만능의 세계를 쓴 것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거기에 인간의 소원이나 기도가 들어 있지 않으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동시키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러한 의미로 보아서 「도망친 로봇」은 단지 우주 모험 소설로 끝나지 않고 문학적인 깊이를 가진, 소년 소녀를 위한 공상과학소설의 명작으로 되어 있습니다.
물론 델 레이는 「사랑하는 헬렌」, 「신경 섬유」 등 어른을 위한 우수한 공상과학소설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작품의 수는 소년 소녀를 위한 것이 훨씬 많습니다.
'나는 어른보다 소년 소녀에게 공상과학소설을 읽히기를 바란다. 공상과학소설은 소년 소녀를 즐겁게 해줄 뿐만 아니라, 이제부터 우주 시대에 사는 소년 소녀의 마음에 끝없는 꿈과 희망을 키워주기 때문이다.'
라고 델 레이는 말하고 있습니다.
이제부터도 소년 소녀를 위하여 많은 공상과학소설을 써 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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